“목걸이 받았나?” “누구한테요?”…남이 준 ‘김건희의 귀금속’ [특검 완전정복]

지난 8월12일 김건희 여사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한창 진행되던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 “억울하다”며 변명을 쏟아내던 김 여사의 말을 끊고 정재욱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반클리프 목걸이를 받은 게 맞나요?” 김 여사는 반문하듯 답했다. “누구한테요?” 김 여사가 구속영장 발부를 자초한 결정적 장면이었다.
헷갈렸던 탓일까. 큰 문제가 됐던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의 출처조차도 곧바로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김 여사를 둘러싼 금품 수수 의혹은 화수분처럼 터져 나오며 특검 정국을 휩쓸었다. 2022년 9월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전달했던 ‘디올’ 가방 가격인 300만원의 100배를 상회하는 약 4억3000만원. 김 여사가 현재까지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금품의 총가액이다. 김 여사 쪽에 금품을 전달하려 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공여자만 최소 5명.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이들의 진술과 증거를 여럿 확보하며 대가성을 입증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김 여사에게 ‘직접’ 금품을 건넸다는 첫 고백이 나온 건 김 여사 영장실질심사 바로 전날인 지난 8월11일이다. ‘로봇개’ 사업자 서성빈씨는 5400만원 상당의 시계 ‘바슈롱 콩스탕탱’을 김 여사에게 줬다고 밝혔다. 서씨는 김 여사의 부탁을 받고 이 시계를 ‘브이아이피(VIP) 할인’을 받아 3500만원에 대신 샀는데 정작 서씨는 시계값으로 500만원만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게 사실이라면 김 여사는 수천만원의 ‘부외 소득’을 얻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서씨는 윤석열 정부 초창기 대통령경호처와 수의계약을 맺고 ‘로봇개’ 경호를 시범 운영하기로 했던 인물이다. 다만 특혜 의혹이 일자 계획이 백지화돼 사실상 대가성은 없었다고 서씨 쪽은 주장한다.
이튿날 열린 김 여사의 영장실질심사 법정에선 ‘자수서’도 등장했다.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이 김 여사에게 6200만원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와 2200만원대 ‘그라프’ 귀걸이, 2600만원대 ‘티파니’ 브로치를 선물하고, 자신의 맏사위인 박성근 전 국무총리 비서실장(변호사)의 공직 임명을 부탁했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김 여사 쪽은 ‘반클리프 아펠’ 모조품을 김 여사 오빠 장모 집에 놔두고선, 특검팀 압수수색에서 발견되자 나토(NATO) 순방 당시엔 모조품을 착용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 회장이 김 여사 쪽에 전달했다가 돌려받은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실물을 특검팀에 선뜻 제출하자 김 여사의 진술은 신빙성을 잃었다. 이에 더해 이 회장이 총 4000만원 상당의 ‘반클리프 아펠’ 귀금속 4종을 더 구매했던 정황까지 밝혀지며 김 여사의 추가 금품 수수 의혹까지 불거졌다. 특검팀은 이 회장의 자수서를 바탕으로 수사를 이어가면서, 박 변호사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상대로 당시 김 여사 쪽의 부당한 인사 개입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들 귀금속은 모두 김 여사의 친인척 집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발견됐다. 이 가운데 이우환 화백의 그림 ‘점으로부터 No.800298’은 발견 당시부터 화제가 됐는데, 최근 김상민 전 부장검사가 1억4000만원 상당의 이 그림을 구매해 김 여사 오빠인 김진우씨에게 전달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검팀은 김 전 검사가 김 여사의 취향을 파악해 오빠 김씨에게 전달했고, 이들 사이 현금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없었던 점 등을 근거로 이 그림이 대가성 선물인 것으로 보고 뇌물 혐의를 적용해 수사 중이다. 김 여사가 이 그림을 받고 김 전 검사 공천을 지원하고 공직을 제공했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김 전 검사는 이에 “김씨의 부탁을 받아 대리 구매했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특검팀은 또 김 여사 친인척이 운영하는 요양원 등 금고에 보관돼 있던 순금 4∼5돈(200만원 상당) ‘금거북이’를 발견해 추적하다 이배용 전 국가교육위원회 위원장이 이를 청탁 목적으로 김 여사에게 건넨 단서를 잡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김 여사는 통일교 쪽에서 6220만원 상당의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802만·1271만원 상당의 ‘샤넬’ 가방 2개 등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알선수재)로 지난 8월29일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여사는 모든 귀금속에 대해 “안 받았다”거나 “돌려줬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고수하고 있다. 특검팀의 온갖 증거가 현출될 공개 법정에서도 김 여사의 이런 꼿꼿한 태도가 유지될지 지켜볼 일이다. < 김가윤 기자 >
‘윤석열 관저 의혹’ 현대건설·감사원…추석 뒤 특검·국감 ‘동시 조준’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남은 과제 중 하나는 관저 이전 의혹 수사다. 21그램과 경호처 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일부 진행됐지만 현대건설 등 추가로 들여다봐야 할 부분이 산적한 만큼 관저 이전 의혹은 추석 연휴 이후 시작될 국정감사에서도 본격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대통령실·관저 공사 의혹은 2022년 5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취임을 앞두고 청와대 집무실을 서울 용산으로 서둘러 이전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실제 대통령실 이전·관저 공사를 맡은 21그램은 김 여사가 운영하는 코바나컨텐츠 전시회에 여러 차례 후원하고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설계·시공을 맡았던 ‘특수관계 업체’였다. ‘여사님 업체’인 21그램이 종합건설업 면허가 없어 불법 하도급을 통해 공사를 진행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특혜 수주 의혹은 더욱 커졌다.
특검팀은 공사를 맡은 경호처와 현대건설과의 유착 관계에도 주목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윤석열 정부 초기 대통령 관저의 경호초소와 스크린골프장, 야외정원 파인그라스 경내 건물 등의 공사를 주도했다. 이때 예산도 없이 졸속으로 관저 이전이 진행되면서 공사비용을 현대건설이 떠안으려 한 정황까지 파악됐다. 현대건설은 당시 건축공사업을 하는 ㄱ업체에 관련 공사들을 부탁하면서, ‘다른 건설 현장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공사 비용을 지급하겠다’며 허위세금계산서 발급 등의 불법적인 제안을 한 정황도 드러났다.
현대건설이 윤석열 정부 당시 관저 공사 등을 해주는 대가로 800억원대 규모의 새 영빈관 공사 수주를 약속받은 정황도 특검팀은 확보했다. 정부가 출범한 뒤 경호처한테서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을 용산 대통령실 앞 부지에 지상 3~4층, 지하 3~4층 규모의 영빈관 공사 수주를 약속받았던 것이다. 나아가 현대건설이 수행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 리모델링 공사 자체를 모른다고 국회에서 증언했던 윤영준 전 현대건설 대표가 실제로는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는 복수의 공사 관계자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감사원도 관저 의혹에 연루돼 특검 수사와 국회 국정감사의 사정범위 안에 들어와 있다. 감사원은 2023년 대통령 집무실과 관저 이전 관련 의혹을 감사했지만, 김종철 전 경호처 차장 등 윗선의 지시를 받고 일선에서 실무 작업을 한 경호처 간부 1명의 파면을 요구하고 수사 의뢰하는 선에서 감사를 마무리했다. 부실 감사를 지적받은 감사원은 이재명 정부 들어 재감사 중이다.
추석 이후 관저 의혹을 정조준한 국정감사의 질의들과 특검 수사가 얼마나 진척될지 관심이 쏠린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사대금 우회 지급 의혹이 불거진 현대건설에 대해 하도급법 위반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 김지은 기자 >
보복성 감사·관저 특혜 은폐 의혹…‘윤석열 지원 기관’ 감사원 [특검 완전정복]

윤석열 정부 시절 각종 정치·부실 감사 의혹의 정점에 섰던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전 사무총장(현 감사위원)을 향한 특검의 수사는 추석이 지나면서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022년 5월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두 달여 만인 7월, 최재해 원장이 국회에서 “감사원은 (대통령 국정운영의) 지원 기관이라고 생각한다”고 한 발언은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한 것이었다. 과거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과 인사를 겨냥한 ‘표적성 감사’는 관련자에 대한 감사원의 수사의뢰→검찰 수사→기소라는 ‘공식’까지 만들어 냈다. ‘권력의 시녀’ 역할을 마다하지 않았던 감사원의 민낯이 드러났고 이제는 책임을 물을 시간이다.
최재해 원장은 오는 11월12일 임기가 종료되지만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표적감사 의혹을 수사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다. 공수처는 지난달 초 최 원장에게 출석을 통보했지만, 한 달 넘게 일정 조율이 되지 않아 결국 추석 연휴를 넘겨 조사 일정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는 당시 감사 과정에 관여한 실무자급 감사관들도 재소환해 조사 중이며, 최 원장도 이달 안으로 조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2022년 8월 더불어민주당 고발로 시작된 이 수사는 3년째 답보 상태였지만, 감사원이 정권에 복무해 보복성 감사 권한을 휘두른 것은 아닌지 규명할 주요 사건으로 거론된다. 최 전 원장과 유 전 사무총장 이하 간부들의 직권남용 여부를 겨누는 까닭이다. 공수처는 감사원이 전 전 위원장의 근태 등에 대한 제보를 받고 특별감사에 착수한 경위와 감사 과정을 들여다보며 전 전 위원장을 사직시키기 위해 무리한 감사를 한 것은 아닌지 살피고 있다. 2023년 6월 권익위 감사 결과보고서를 주심 감사위원(현 조은석 특별검사)의 열람 결재 없이 시행·공개한 혐의도 수사 대상이다.
2022년 6월 윤석열 정부 들어 사무총장에 임명된 데 이어 ‘피의자’ 신분으로 지난해 2월 감사위원에 임명된 유병호 전 총장은 최 원장보다 더 강력한 ‘감사원 실세’로 통했다. 2022년 10월 이관섭 당시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에게 “오늘 또 제대로 해명자료가 나갈 겁니다. 무식한 소리 말라는 취지입니다”라고 보낸 문자 메시지는 감사원의 보도자료 배포 계획을 대통령실에 ‘직보’하는 장면을 그대로 보여줬다. 이 보도자료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국민권익위원회 감사가 감사위원회의 의결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한겨레 보도를 반박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는 독립기관임을 자임하며 감사원의 보복·하명 감사 비판을 외면했던 감사원의 중립성과 독립성이 흔들린 장면으로도 꼽혔다.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과 대통령실의 유착 관계를 의심해 유 전 총장과 이 전 수석을 공수처에 추가 고발한 상태다.
감사원은 공수처에 이어 특검 수사도 대비 중이다.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대통령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지난 8월 두 차례에 걸쳐 감사원을 압수수색한 특검팀은 이후 관저 감사를 맡은 감사관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다. 특검의 수사는 김 여사와 친분이 있는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이 관저 공사업체로 선정된 경위 및 특혜 여부, 그리고 감사원이 이 사안을 제대로 감사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최 원장과 유 전 사무총장이 감사 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밝혀낸 게 수사의 주요 포인트다. 특검팀은 압수수색으로 감사 관련 자료를 입수해 직권남용 여부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감사원이 실시하고 있는 자체 티에프(TF) 활동 결과가 수사까지 진행 중인 표적·부실감사 의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지난달 10일 이재명 대통령이 정상우 신임 사무총장을 임명한 뒤, 정 사무총장은 윤석열 정권 시절의 대표적인 정치·표적 감사 사안의 실체를 규명하는 티에프를 출범했다. 티에프는 전현희 전 위원장 및 관저 감사와 함께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국가 통계 조작 의혹 등 지난 정부에서 감사 대상이 된 사건들의 감사 과정을 전반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 장예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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