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내란에 중국 끌어들이는 윤석열


중국언론도 한국언론 가짜뉴스 주목
'윤석열 위해 한국 언론 미쳤다' 표현
윤석열 가짜뉴스 인용 변론 국제망신
탄핵심판 변론내용 여과없이 전세계로


중국 외교부 선거개입 관련 첫 입장 내
"한국내정 무리하게 중국과 연관 말라"

 

중국중앙TV(CCTV)에서 윤석열이 지난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모습을 보도했다. 중국중앙TV(CCTV)화면 갈무리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주한미군이 중국인 간첩 99명 체포했다'는 <스카이데일리(중국명 : 천공일보 天空日報)> 가짜뉴스를 사실인 양 인용한 가운데, 중국 언론과 온라인 포털도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가짜뉴스를 집중 조명하고 있다.

 

중국 매체들은 주한미군이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반박했다고 전하며 가짜뉴스를 '주한미군도 눈뜨고 지켜볼 수가 없는 지경'이라고 비판했고, 중국 온라인 포털에는 '한국 언론이 윤석열을 위해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중국에서 화제가 되면서 한국 이미지가 계속 실추되고 있지만, 가짜뉴스를 확산시킨 인터넷 매체 <스카이데일리>는 여전히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급기야 주한중국대사는 "한국의 내정문제를 무리하게 중국과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중국매체 "윤석열, 근거없는 반중감정 조장"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环球时报)>는 지난달 21일 "중국과 관련된 뉴스는 주한미군도 지켜볼 수 없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의 해당 보도는 주한미군이 '전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했고 한국 경찰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도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성명을 냈다"고 <중앙일보>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달 22일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즈>에서도 "주한미군 '완전히 거짓…선관위에서 중국 간첩을 체포했다는 주장 반박"이라는 제목으로 <스카이데일리> 보도가 '전적으로 거짓'이라고 입장을 낸 주한미군과 선관위,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는 한국의 국가수사본부의 입장을 <한겨레>를 인용해 보도했다.

 

스카이데일리 가짜뉴스 관련하여 중국 환구시보(环球时报)는 지난달 21일 '주한미군도 지켜볼 수 없는 중국과 관련된 뉴스는 완전한 거짓'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환구시보 갈무리. 2025.02.12.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즈에서 지난 22일 '주한미군“완전히 거짓”...선관위에서 중국 간첩을 체포했다는 주장 반박'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했다. 글로벌타임즈 갈무리

 

<중화망(中华网)>도 "중국과 관련한 윤석열의 발언은 주한미군도 두고 볼 수 없는 완전한 헛소리"라며, 지난달 21일 헌재 탄핵심판에 참석한 윤 대통령의 모습을 보도했다. 이 매체는 "윤 대통령이 최근 헌재 법정 변론에서 반복적으로 반중감정을 조장하며 중국이 한국의 선거에 개입했다는 근거없는 주장과 과장을 하고 있다"고 <경향신문>과 <한국일보>를 인용해 소식을 전했다.

 

또 중국 매체 <관찰자망(观察者网)>은 "무죄 입증 위해 윤석열, 중국 '선거개입' 비방 계속…주한미군 '터무니 없는 소리'"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윤석열이 변론에 인용한 보도는 한국의 <스카이데일리> 뉴스"라며 "윤석열이 가짜뉴스를 처벌을 피하기 방어도구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관찰자망>은 "윤 대통령이 지지를 이끌어 내는데 있어 중국은 사용할 수 있는 편리한 희생양"이며 "특히 한국 국민이 전과 다르게 '북한 위협'에 점점 더 무감각해짐에 따라 더욱 중국을 이용한 것"이라고 윤성석 전남대 정치학과 교수의 분석을 인용하면서, 윤 대통령 지지자 다수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개입해 윤 대통령을 탄핵에서 구해내는 것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관찰자망은 "윤석열이 변론에 인용한 보도는 한국의 스카이데일리 뉴스"라고 전했다. 관찰자망 갈무리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0일 윤 대통령의 변호사가 계엄령 시행을 옹호하며 최근 "중국과 북한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인용했다면서, 윤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비교적 자세하게 소개했다.

 

SCMP는 "윤 대통령 변호사가 대통령 탄핵을 심의 중인 한국 헌법재판소에 62쪽 분량의 문서를 제출했고, 한국의 야당인 민주당을 '선거 사기를 저지를 수 있는 반민주주의적 집단'이라고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윤 대통령 변호인이 '민주당은 대한민국을 중국과 북한의 식민지로 만들고 싶어하면서 중국의 재정에 의해 지원받고 있다'고 말한다"며 "'선거 시스템 비밀번호 '12345'가 중국 정부나 중국 해커와 관련이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중국 당국도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말라" 입장 표명

 

중국 매체가 '가짜뉴스'에 대해 집중 보도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0일 주한중국대사관이 처음으로 선거 개입설 관련해 입장을 냈다. 

 

대사관은 <연합뉴스>에 보낸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명의 입장문에서 "중국은 일관되게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해 왔다"며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 국민들이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고 덧붙였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가 24일 외교부 강인선 2차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외교부로 들어서고 있다. 2025.1.24. 연합
다이빙 중한중국대사 2025.02.10. 엑스 갈무리.

 

앞서 중국 외교부는 12·3 비상 계엄 이후인 지난해 12월 4일과 5일, 9일 정례브리핑에서 한국의 계엄 사태와 관련한 질문을 받았으나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 인지하고 있으나 한국의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논평하지 않겠다"면서, 최대한 반응을 자제했다.

 

'중국인 간첩'을 언급한 윤 대통령의 12·12 담화 이후에만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 "한국이 내정문제를 중국 관련 요소와 연관시키고 소위 '중국 간첩'을 근거 없이 조작하고 선전해 정상적인 경제무역 협력에 먹칠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고 한 차례 불쾌감을 드러낸 바 있다.

 

그동안 입장 표명을 자제해 온 중국 외교 당국이 직접 나선 배경에는 지난 7일 서울 중구 명동 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멸공 페스티벌' 집회와 같이 한국 내 '혐중' 정서가 점점 고조되는 상황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짜뉴스가 두 나라 국민에게 부정 영향을 끼치는 정도가 도를 넘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 내 자국민의 안전을 고려해야 할 만큼 중국 당국이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7일 서울 중구 주한중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멸공_페스티벌' 집회현장. 연합

 

실제 중국 온라인 포털에서는 주한미군과 한국 정부 등에서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라고 입장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직무정지된 윤 대통령이 헌재 탄핵심판에서 중국인을 간첩으로 몰이하는 '가짜뉴스'를 근거로 변론하고, 일부 한국 국민들은 가짜뉴스에 속아 거리로 나와 중국을 욕하고 집회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가짜뉴스로 인한 폭력성 극우 집회가 중국 내 '반한' 감정만 키우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가짜뉴스에 이렇다 할 대응도 하지 못하고 국제 이미지 실추만 이뤄지고 있다. 수억 명이 사용하는 중국 인기 온라인 포털 넷이즈(网易)에는 '한국 언론이 윤석열을 위해 미친 짓을 하고 있다'는 글도 올라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혐의로 <스카이데일리>와 기자를 수사 중이지만, 가짜뉴스는 여전히 양산되고 있다. 매체의 자정 노력도 보이지 않는다. 탐사보도그룹 <워치독>은 최근 가짜뉴스를 확산한 <스카이데일리>와 과거 국정원 여론조작 사건 관계자들의 연관을 밝힌 바 있다.(☞관련 기사) 그러나 관련된 수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조직적인 가짜뉴스 제작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수사뿐 아니라 국회 조사 등을 통해 가짜뉴스 근원을 밝히고, 처벌 등을 통해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사태를 막을 필요가 있다.  < 뉴탐사 김시몬 기자 >

"시민들과 맞서고 있는 교회…참담한 현실”

내부서 잇단 자성의 목소리

 

지난달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
 

“한때 민주주의를 쟁취하기 위한 선봉의 자리에서 역사에 헌신했던 교회는 계엄 정당과 극우 정권의 하수인이 돼 오히려 시민들과 맞서고 있다. 교회의 모습에 고개를 들 수 없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지난달 21일 윤석열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교단 차원의 시국기도회를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전광훈·손현보 목사 등 극우 성향 목사를 중심으로 윤 대통령과 12·3 내란사태를 옹호하는 주장이 대규모 집회를 넘어, 서울서부지방법원 난동 사태로까지 번진 시점이었다. 시국선언을 이끈 진광수 목사(감리교시국대책연석회의 상임대표)는 11일 한겨레에 “기독교가 극우의 앞잡이로 여겨지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교인들도 교회의 잘못된 행태에 분노하고 다른 목소리를 내려는 분위기가 크다”고 전했다.

 

교회와 교인들 사이에 내란사태 이후 극단적 주장을 쏟아내는 일부 극우 교회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광훈 목사 등의 극우 행보에 여전히 침묵하는 교단이 대다수지만, 상식적인 목소리를 찾아 교회를 옮기거나 교회에 직접 불만을 제기하는 교인들 움직임도 나타난다. ‘교회’를 표방한 극단적 주장이 상식적인 다수 교회까지 고립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서울의 한 주류 대형 교회에 다니는 류동훈(38)씨는 “전광훈 부류의 주장이 전체 교회의 주장인 것처럼 과잉 대표되는 것 같아 우려가 크다”며 “12·3 내란사태를 비판적으로 보는 교인이 더 많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윤 대통령을 둘러싼 무속 비선 논란과 폭력적인 비상계엄 시도 등이 기독교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실제 내란사태 뒤 감리회·대한성공회·한국기독교장로회는 시국기도회를 여는 등 민주주의의 회복과 평화를 강조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시국회의 등 160여개의 사회참여적 교회·단체들도 ‘윤석열 퇴진과 민주주의 회복을 위한 시국기도회’를 격주로 이어가고 있다.

 

다만 대다수 교단은 침묵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한데 목소리를 모으거나, 개별 교회를 통제하기 어려운 개신교 현실이 배경에 있다고 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신학과 교수는 “수많은 교파·종파로 구성된 개신교의 특성상 통일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적 현실이 있다”며 “특히 전 목사는 백석 교단에서 제명되고 난 뒤 자기 교단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어 사실상 교단 차원의 통제장치가 아예 없다”고 짚었다. 2019년 전 목사가 “하나님 까불면 나한테 죽어” 등의 발언으로 ‘신성모독’ 논란이 일었을 때조차 비판적인 공식 입장을 표명한 교단은 대한예수교장로회의 합동·통합·고신 3곳뿐이었다.

 

한국 교회가 극우 세력에 침묵·동조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경우 시민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기독교 시국행동 상임대표인 이성환 목사는 “교회가 세상을 걱정해야 하는데 세상이 교회를 걱정하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며 “개신교 하면 극우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면 한국 교회가 시민에게 외면당하는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실제 일부 대형 교회 누리집 게시판에는 “나라의 존폐가 달린 중차대한 시기에 침묵하는 교회가 실망스럽다”, “현 시국에 눈감고 뜬구름 잡는 설교만 하시는 목사님” 등 비판하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탁지일 교수는 “극우 집회가 교회를 표방해 정치적 선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며 “전 목사 등에 대한 직접 통제가 어렵다면 교인들이 문제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각 교단의 입장 표명이 시급하다”고 했다.    < 박고은 기자 >

 

극우 2030의 뿌리를 찾아라…극우 교회가 낳고 유튜브가 키웠다

동조에서 폭동으로, 극우 선봉에 선 2030
퇴행적 의식 어떻게 생겼나...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고 있는 19일 새벽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 담장을 넘어 무단침입한 시위대들이 경찰에 의해 체포돼 있다. 공동취재사진
 

반공, 반중, 부정선거, 백골단…. 종북 프레임조차 시효를 다한 듯 여겨졌던 2025년 한국 사회 청년들 사이에 황당하고도 낯선 ‘극우의 단어’가 나돌기 시작했다. “종북 세력 척결”을 내건 대통령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뒤이은 항변은, 지지자를 자극하며 법치주의 보루인 법원 난입과 물리적 위협으로까지 번졌다. 체포된 이들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년들은 구속 수사를 받는 피의자 처지에 놓였다.

 

6공화국 헌법의 기준과 상식의 선을 성큼 넘은 위험천만한 목소리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산돼 청년을 향했나. 전문가들은 ‘교회’와 ‘유튜브’를 통해 이어져온 극우 세력과 주류 보수 정치권의 상호작용을 짚었다. 서서히 세력을 키우던 이들의 목소리는 다름 아닌 공화국의 대통령을 통해 파괴적 양상으로 폭발했다.

 

 

반공의 요람, 극우 개신교

 

“할렐루야”, “아멘”.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윤 대통령 지지 집회 무대 위 발언이 끝날 때마다 터져 나온 외침은, 일부 극우 성향 교회의 여전한 영향력을 드러낸다. 자금력 부족으로 쪼그라든 고엽제전우회, 어버이연합 등 전통적인 우파 관변단체와 달리 이들 교회는 현재도 ‘극우 청년’을 활발히 양성하고 있다. 관저 앞 집회 현장에선 전광훈 목사가 만든 청교도영성훈련원 조끼를 입은 청년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989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창립으로 정치적 결집을 시작한 보수 개신교는 ‘공산주의=반기독교’라는 논리를 정치와 사회현상 전반에 적용했다. 배덕만 기독연구원 느헤미야 원장은 “한국의 보수 개신교는 이승만 정권부터 군부독재 내내 기득권과 유착 관계를 이어오면서 뿌리 깊은 반공주의를 지니게 됐다. 이들에게 신앙보다 중요한 건 반공”이라며 “여전히 많은 교회가 아이부터 노인까지 보수 헤게모니를 주입하고, 페미니즘과 같은 세상의 변화를 ‘반기독교적’이라고 교육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의 영향력은 주류 보수 정치 세력과 밀월 관계를 타고 교회 너머로 번져나갔다. 첫 정권교체기인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그 움직임이 본격화했다.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용공·친북’ 낙인을 찍거나, 노무현 정부 시절 사립학교법 개정에 맞서 당시 보수 야당과 움직임을 같이했다. 민주당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세를 모은 이들은 2008년 조직적으로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키려 결집한다. 이때 “이명박 장로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린다”고 설교하며 ‘행동대장’으로 나섰다가 훗날 한기총 회장 자리까지 오르는 인물이 ‘전광훈 목사’다.

 

이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로도 멈추지 않고 ‘태극기 집회’를 이어가며 주류 정치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 ‘황교안 전도사’를 2019년 자유한국당 대표에 이어 대선 주자 반열에 올리는 데 주력했다. 자유한국당이 국민의힘으로 당명을 바꾸며 극우 교회 세력과 선 긋기를 시도했지만, 긴밀한 관계는 쉽게 청산되지 못했다.

 

이 시기 극단적인 보수 개신교 세력은 혐중 정서에 바탕을 둔 음모론을 꺼내 들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중국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민주당의 총선 압승에 대한 반발을 ‘중국과 연결된 야권’ 음모론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현재 윤 대통령이 암시하고 지지자들이 기정사실화하는 ‘중국 공산당에 의한 부정선거’ 음모론의 싹이 움튼 것이다.

 

2025년 1월19일 새벽 서울서부지법 건물 내부에 진입한 폭도가 안내데스크를 밟고 넘어가고 있다. 유튜브 락티브이 갈무리

 

청년으로의 확산, 유튜브

 

박근혜 대통령 탄핵 뒤 극단적 개신교 세력을 이어받아 ‘극우의 산실’ 노릇을 한 건 유튜브다. 극우 유튜브는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규모를 키우며 하나의 수익 모델로 자리 잡는 한편, 자극성을 기반으로 젊은 층을 끌어모았다. 지난 1일 “저는 실시간 생중계 유튜브를 통해 여러분께서 애쓰시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한 윤 대통령의 메시지는 ‘그들만의 언론’으로 자리 잡은 이들의 영향력을 드러낸다.

 

극우 유튜브는 중국·이민자·성소수자·페미니즘에 대한 혐오를 기반으로 한 메시지를 전하며 영향력을 키웠다. 기존 극우 개신교계 목소리와 통하는 지점인데, 한층 ‘대중성’을 키워 손쉽게 저변을 넓힌다는 특성이 있다. 민주당이 최근 내란 선전 혐의로 고발한 신혜식·배승희·고성국 등 유튜버 10명의 누적 구독자 수만 1017만명(22일 기준)에 이른다.

 

애초 보수 정치권 안에서도 유튜버는 거리를 둬야 할 존재로 여겨졌다. 2022년 강승규 당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극우 유튜브에 출연해 큰 비판을 받은 게 대표적이다. 다만 윤석열 정부 들어 그 선은 차츰 무너졌다. 최근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 등 주요 정치인들이 극우 유튜브에 빈번히 출연하는데, 이는 논란의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여당과의 교류는 ‘주류 정치의 인정’으로 받아들여졌고, 이는 ‘틀리지 않았다’ ‘소수가 아니다’라는 극우 세력의 믿음을 강화했다.

 

극우의 급부상, 방아쇠 당긴 윤석열

 

주류 보수 정치권과 관계를 이어오며 서서히 저변을 넓히던 교회·유튜브 중심의 극우적 주장은 12·3 내란사태 이후 갑작스럽게 한국 사회 전면에 부상했다. 주류 보수 정당인 국민의힘의 극우화까지 이끄는 모양새다. 장석준 ‘출판&연구집단 산현재’ 기획위원은 “부정선거론이 온라인이나 교회 안에서 산발적으로 논의된 극우적 생각들의 접착제 역할을 하고 있고, 그에 대한 국민의힘 계열 보수 정당의 대안적 이데올로기는 부재한 상황”이라며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극우가 서서히 진화해가는 형태를 보여왔으나, 한국은 갑자기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를 통해 터져 나오면서 사회 전체의 파괴적인 양상으로 폭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12·3 내란사태가 안긴 헌정 유린의 충격뿐 아니라, 이어질 ‘사상 전쟁’을 우려하는 이유다. 박종희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우리가 1987년에 민주화를 했지만, 여전히 6공화국의 헌법을 체화하지 못하고 5공화국에 머물고 있는 듯한 시민들이 이 나라에 공존하고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5공화국 시민들’이 지지하는 내란”이라며 “헌법은 개략적 가이드라인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느냐는 시민들이 결정한다. 5공화국 시민들이 현재로 넘어오지 못하면 우리는 이런 불안정한 사태를 계속 겪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인권위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점거하면서 아수라장

 

 

 
국가인권위원회 제2차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10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방어권 보장' 안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

 

11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앞에서 안창호 인권위원장과 강정혜·김용원·이충상·이한별·한석훈 인권위원의 이름이 “사퇴하라”는 구호와 함께 울려 퍼졌다. 전날 인권위가 수정 의결한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에 찬성한 위원들이다. 이날 ‘인권위 바로잡기 공동행동(공동행동)’ 등이 연 기자회견에서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 지부장은 “많은 직원들이 어제 전원위원회가 끝나고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자괴감이 들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가 없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전날 인권위는 윤 대통령 탄핵 심판 때 형사소송에 준하는 원칙을 준수하고 불구속수사 원칙을 유념하라는 등의 권고 내용이 담긴 안건을 통과시켰다. 윤 대통령 쪽의 주장을 베껴온 듯한 내용이다. 애초 안건 공동 발의자에 이름을 올린 것만으로 논란이 돼 김종민 위원이 사의를 표하고, 강정혜 위원이 안건 발의를 철회할 정도였던 탓에 안건 통과는 의외의 사태로 여겨졌다. 최근 여당과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극단적인 윤 대통령 옹호 목소리가 커진 데 편승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날도 인권위는 윤 대통령 지지자들의 점거하면서 아수라장이 됐다.

 

인권위가 독립성과 전문성을 잃고, 정치적 분위기에 흔들린 배경으론 윤석열 정부 내내 편향적인 인권위원 임명을 통해 이어 온 ‘인권위 흔들기’가 꼽힌다. 이번 안건에 찬성한 인권위원들 6명 가운데 3명이 윤 대통령 지명, 2명이 여당 추천, 1명이 대법원장 지명을 받았다. 더욱 문제 되는 건 이들의 ‘인권 감수성’이다. 원민경 위원은 이날 오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권 감수성이 검증되지 않은 분들이 인권위에 진입하면서, 국민 대다수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 나온 것에 대단히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번 안건을 대표 발의한 김용원 위원(대통령 지명)은 한나라당과 더불어민주당 등 당적을 옮겨가며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이력이 있다. 회의 때마다 막말을 반복해 그의 폭언을 방지하기 위한 안건까지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상태다. 최근엔 ‘헌법재판소를 부수라’며 대통령 지지자들의 폭력을 선동하는 듯한 발언으로 고발당했다.

 

이충상 위원(여당 추천)도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의 사법개혁위원장으로 활동한 바 있어 ‘보은 인사’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 위원은 취임 뒤 첫 전원위원회부터 성소수자와 후천성면역결핍증(HIV) 감염인에 대한 혐오 발언으로 논란을 샀다. 인권위 내에서 직장 내 괴롭힘 4건이 신고돼 특별감사를 받기도 했다. 한석훈 위원(여당 추천)은 노란봉투법과 이태원특별법 제정 의견 제시에 반대하는 등 윤 정부와 발을 맞춰 왔는데, 최근엔 계엄 선포의 정당성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안창호 위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부터 소수자·여성 혐오적 인식과 극단적인 종교관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비판하고 성소수자 인권 부분을 대거 삭제한 인권상황보고서를 상정하는 등 인권위 퇴행에 앞장서왔다.

 

시민 사회는 한국 사회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 여겨지는 인권위의 현실을 재확인한 데 참담함을 토로했다. 박한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는 “인권위가 수정 의결한 안건은 철저하게 내란수괴를 옹호하는 것이자 이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에게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정말 참담하다”고 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어 “인권위가 윤 대통령에 대해서만 방어권 권고안을 채택하는 것은 임명권자나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몇몇 위원들에 의해 인권위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날 인권위는 윤 대통령 방어권 안건과 함께 재상정된 ‘대통령의 헌정 질서 파괴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인권위 직권조사 및 의견 표명의 건'은 기각했다. 윤 대통령 계엄 선포로 시민이 겪은 인권(헌법상 기본권) 침해 등을 인권위가 조사해야 한다는 안건이었다.  < 한겨레  이지혜  고나린 기자 >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부정·불법·비리 공동체라는 비판만 살 것”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을 두고 국민의힘이 “국민의힘 전체를 난도질하고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은 “떳떳하면 협조하라”고 반박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명태균 특검법은 소위 ‘김건희 특검법’을 4차례 밀어붙이다 안 되니 포장지를 살짝 바꿔 다시 발의하겠다는 것으로, 사실상 다섯번째 김건희 특검법이자 국민의힘 궤멸법”이라며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지렛대로 국민의힘 전체를 난도질하고 결국 궤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 내외는 물론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와 2022년 재보궐선거, 22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수천명 국회의원 후보자 캠프 관계자가 명씨와 문자나 전화를 한번만 주고받으면 모두 수사대상이 될 수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각종 인사 및 정책 결정 등에 대해 명씨와 관련된 의혹만 있으면, 그 의혹만으로 수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명태균 특검법은 명태균씨와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국민의힘 공천 개입 의혹 등이 수사 대상으로 야 6당이 11일 발의했고,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됐다.

 

박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11일 발의한 ‘인천세관 마약 수사 외압 의혹 상설특검’을 두고도 “아무런 물적 증거와 증인도, 확인된 정황도 없이 경찰 한 사람 주장만으로 대통령 개입설을 주장하더니 이제는 이 사건마저 특검하자고 생떼를 쓰고 있다”며 “이미 작년 7월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돼 현재 수사 중으로 수사기관 편향성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던 국민의힘이 명태균 특검법을 거부한다면 부정·불법·비리 공동체라는 비판만 살 것”이라며 “떳떳하다면 협조하라”고 말했다.   < 한겨레 전광준 기자 >

 

민주당 ‘명태균 특검법’ 발의…국힘 “보수궤멸 특검법” 반발

특검 추천은 대법원장이 

 
 
야 6당 의원들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접수하고 있다. 왼쪽부터 진보당 윤종오 원내대표,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조국혁신당 정춘생 원내수석부대표, 사회민주당 한창민 대표, 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공동취재
 

야권이 ‘명태균 특검법’을 11일 발의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연루된 명태균씨의 공천개입·국정농단 의혹을 겨냥한 특검법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 6당은 이날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안(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법안)을 제출했다. 앞서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가담한 여론·선거 조작 의혹의 진원지인 ‘명태균 게이트’는 12·3 비상계엄의 직접적인 배경으로 지목받고 있다”며 “어떤 불법이 있길래 내란까지 일으켰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특검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검법에 담긴 수사 대상은 2022년 대통령선거·지방선거·재보궐선거와 2024년 국회의원 선거를 전후해 있었던 명씨의 불법 여론조사와 공천거래 의혹이다. 2022년 대우조선파업과 창원국가산업단지 선정에서 명씨와 김건희 여사가 개입했는지, 명씨의 국정개입 의혹을 수사하는 창원지검이 직무유기를 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야당이 특검법안을 만들 때마다 핵심 쟁점이었던 특검 추천 권한은 국회가 아닌 대법원장에게 주는 것으로 정리됐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 2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그 가운데 한 명을 임명하는 방식이다. 앞서 특검 후보 추천권한을 야당에 몰아준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특검법에 대해 정부·여당이 집요하게 위헌 시비를 제기했던 사실을 의식한 것이다.

 

민주당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막바지에 접어든 시점에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한 것은 조기 대선을 대비한 전략적 포석의 성격이 짙다. 이재명 대표를 향해 집중될 여권의 공세에 맞대응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 등 여당의 유력 주자를 견제하는 데는 ‘명태균 게이트 수사’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명태균 특검법을 오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20일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명씨를 19일 국회 법사위 현안질의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명씨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공개한 옥중서신에서 “특검법 발의를 환영한다”며 “오세훈·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명태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특검 내용에 꼭 포함해달라”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보수궤멸 특검법’을 통해 국면을 전환하려 한다는 날 선 반응을 보였다. 서지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늘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은 명태균과 옷깃이라도 스친 국민의힘 인사들을 대상으로 무차별적인 정치 공세를 하기 위한 ‘보수 궤멸 시나리오’의 일환이며 사실상 ‘보수궤멸 특검법’”이라며 “민주당 지지율이 답보상태에 놓이자 다시 특검으로 국면전화를 꾀하려 하는 것인가”라고 역공했다.

 

민주당은 공천 개입 이외의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은 상설 특검으로 별도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 고한솔  전광준  김채운 기자 >

 

왼쪽부터 오세훈 서울시장, 명태균씨, 홍준표 대구시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윤성효/연합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 함께 국민의힘 선거 후보공천 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민간인 명태균(구속)씨가 야당이 발의한 '명태균과 관련한 불법 선거개입 및 국정농단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일명 명태균 특검법)'에 대해 연일 환영 입장을 냈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창원교도소에 구속돼 있는 명씨는 12일 변호인을 통해 '명태균 특검 관련 입장문2'를 냈다.

이날 특검법 환영 입장문에서 명씨는 "보수를 위해 내가 모든 것을 안고 가려고 하였다"라고 운을 뗐다.

곧이어 오세훈 서울특별시장과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겨냥한 명씨는 "누구 덕에 서울시장, 대구시장에 앉은 자(者)들이 면회는 못 올망정 내가 구속되니 날 고소를 해? 떳떳하면 명태균 특검 찬성 의사를 밝혀라"라고 했다.

명태균씨는 "이 자(者)들이 세 치 혀로 국민들은 속여도 하늘은 못 속인다"라고 꼬집었다.

연이틀 환영 입장문 내

야6당, 명태균 특검법 발의야6당 의원들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명태균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 공동취재


명씨는 하루 앞서 변호인을 통해 특검법 관련한 첫 입장문을 통해 "공천개입, 국민의힘, 대선경선, 정치자금법 위반, 불법조작 여론조사, 창원 국가 산단, 검사의 황금폰 증거인멸 교사, 오세훈‧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명태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특검 내용에 꼭 포함시켜달라"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만도 못한 자(者)들이다.' 지난 나를 고발한 오세훈, 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 달라. 위 둘은 이미 나를 여러 혐의로 고소했다. 내가 지난 대선과 관련하여 그 자(者)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의 야6당은 지난 11일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했다.

국회 법사위는 12일 전체회의를 열어 '명태균 특검법'을 야당 주도로 의결했다. 재석위원 10인 중 찬성 10인으로 가결했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반대하며 퇴장했다. < 오마이 윤성효 기자 >

 

명태균 “‘명태균 특검’ 환영…오세훈·홍준표 껍질 벗겨주겠다”

 

구속 전인 지난해 11월8일 명태균씨가 조사를 마치고 창원지검을 나서고 있다. 최상원 기자
 

‘윤석열·김건희 공천개입 의혹사건’ 핵심인물인 명태균씨가 더불어민주당의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 발의를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명태균씨의 변호인은 11일 ‘명태균 특검 발의를 환영한다’는 제목으로 명태균씨가 낸 옥중서신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글에서 명씨는 “명태균 특검은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바다. 언론에 내 뜻을 여러 번 밝혔다. 공천개입, 국민의힘 대선 경선, 정치자금법 위반, 불법조작 여론조사, 창원 국가산단, 검사의 황금폰 증거인멸교사, 오세훈·홍준표 시장이 고소한 사건까지 명태균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특검 내용에 꼭 포함시켜달라”라고 밝혔다.

 

명씨는 또 “반쪽짜리 특검하지 말라. 시간도 얼마 안 걸린다. 검사 11명이 4개월이 넘도록 내 인생을 탈탈 털었다”며 “이제는 국민들이 정치권의 더럽고 추악한 뒷모습의 진실을 아셔야 할 때가 왔다”고 덧붙였다.

 

명씨 변호인은 옥중서신과 별도로, 명씨가 “국민의힘이 4·15 총선 이후 연전연승한 것은 누구의 덕택인가? 지금 오세훈 서울시장과 홍준표 대구시장은 누구 덕에 시장이 되었느냐? 감옥 가기 전에는 아무 말 못 하다가, 구속되고 나니 이때다 싶어 이야기하는 것이냐? 은혜를 원수로 갚는 금수만도 못한 자들이다” “나를 고발한 오세훈·홍준표를 특검 대상에 넣어달라. 이 둘은 이미 나를 여러 혐의로 고소하였다. 지난 대선과 관련해 이 자들의 민낯을 드러나게 하겠다. 껍질을 벗겨주겠다” 등의 말을 했다고 언론에 공개했다.

 

앞서 지난해 12월3일 구속기소 당일 명씨는 변호인을 통해 “검찰의 기소 행태는 나를 공천 대가 뒷돈이나 받아먹는 잡범으로 만들어 꼬리 자르기를 하려는 것이다. 특검만이 나의 진실을 밝혀줄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검을 강력히 요청한다”라고 하는 등 이미 여러 차례 특검을 요구했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11일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12·3 내란의 전모를 밝히고, 죄를 지었으면 처벌받는다는 당연한 원칙을 확립하기 위해 명태균 특검법은 불가피하다”며 “2월 안에 특검법을 처리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12일 법사위 회의를 열고, 19일 법안소위를 통과시킨 후 20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계획이다. 또 국회 법사위는 오는 19일 명씨를 현안질의 증인으로 부를 계획이다.   < 최상원 기자 > 

 

조기대선 거론 않고 ‘명태균법’ 반대하긴 어렵고…말 꼬이는 국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위원들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야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배숙, 장동혁, 송석준 위원. 연합
 

머릿속은 조기 대선으로 꽉 차 있는데, 조기 대선을 입 밖에 내지 못하는 심정.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의 고약한 처지가 이렇다. 조기 대선이 불가피하다는 객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극우 지지자들이 견인하는 탄핵 반대 주장에 거스르지 않으려 하다 보니 말이 꼬이기 일쑤다.

 

12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어 야당 주도로 ‘명태균 특검법’을 상정했다. 제1법안심사소위 심사를 거친 뒤 오는 19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의결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이날 특검법안 상정에 반대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이 퇴장 전 의사진행 발언을 했는데, 조기 대선을 조기 대선이라 말하지 못하는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지금 탄핵심판이 진행 중이고 아직 결론도 나지 않았는데 마치 곧 조기 대선이 있을 것처럼 이 법안을 통해서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자들을 어떻게든 제거하고…국민의힘 의원들 전체를 수사 대상으로 포함시켜 결국은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국민의힘을 어떤 기능도 하지 못하도록 마비시키겠다는 것과 다름없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이재명 대표가 대선으로 가기 위한 고속도로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라도 국민의힘 후보들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키려는 의도를 가지고 법안이 발의됐다고 생각한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1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의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명태균 특검법안’을 상정하기 위해 표결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조기 대선을 기정사실로 하고 이재명 대표를 위한 특검법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하면서도, 이 특검법의 목적이 조기 대선을 준비하는 국민의힘 대선 후보 제거에 있다는 앞뒤 안 맞는 주장을 편 것이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이 ‘조기 대선을 조기 대선이라 말하지 못하는’ 국민의힘의 ‘홍길동’ 처지를 놓치지 않았다.

 

“조기 대선이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그런데 장동혁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의힘) 대선 주자를 죽이려고 하는 것 아니냐’하는 두 가지 말씀을 했다. 자체의 모순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조기 대선, 대선 주자와 아무 관련이 없다는 말씀을 드린다.”

 

명태균 특검법은 20대 대선 국민의힘 경선 과정에서 불법·허위 여론조사를 한 혐의를 받는 명태균씨와 윤석열·김건희 두 사람이 이를 경선 과정에 활용했는지 등을 밝히는 것이 핵심이다. 여기에 명씨가 자신의 여론조사 도움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일부 연루 사실도 드러난 오세훈 서울시장·홍준표 대구시장 등 국민의힘 유력 대선 후보군도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이날 아침 열린 국민의힘 원내대책회의에서도 “민주당이 명태균 특검법을 지렛대로 국민의힘 전체를 난도질하고 결국 궤멸시키겠다는 것”(박형수 원내수석부대표)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 김남일  고한솔 기자 >

 

‘탄핵 찬성’ 오세훈, 부정선거론·헌법재판관 흔들기 ‘극우 본색’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오전 국회 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87체제 극복을 위한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12일 “일부 헌법재판관이 정치적인 성향을 드러내는 걸 굳이 자제하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과연 바람직한 처신인가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 시장은 이날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지방분권 개헌 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헌법재판소를 비롯해 지금 이뤄지는 재판에서 절차적 공정성, 법치의 공정성이 완벽하게 국민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어떻게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더라도 동의하지 않는 국민이 다수 생겨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그것은 나라와 미래를 위해서도 도움되지 않고, 사법부의 생명인 권위 유지에도 도움되지 않는다”며 “그런 의미에서 확실한 절차적 공정성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12·3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했던 오 시장은 이날도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판단을 받아보자는 입장을 일찌감치 낸 바 있고, 그 입장은 전혀 변화가 없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과 ‘절차적 정당성’ 등의 발언은 헌재 흔들기를 시도하고 있는 윤 대통령 쪽과 극우 세력의 주장과 다르지 않다.

 

오 시장은 이날 “국민 여러분이 선거 문제의 부실관리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며 부정선거 주장에도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부정선거에 이르든 부실관리의 문제든, 이번 기회에 사전투표 문제를 비롯해 투표절차가 가진 그동안 문제점들, 특히 우리 당에서 사전투표에 대해 상당히 문제제기하는 그 부분에 동의하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오 시장은 ‘여당 대선 주자로 거론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재판소에서 한창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결론이 난 다음에 조기 대선에 대한 논의를 해도 늦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보수 지지층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오늘 개헌 토론회를 대선 행보와 연계돼 해석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날 더불어민주당 등 야 6당이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이 통과될 경우 오 시장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검찰이 명씨 컴퓨터도 압수했고, 모든 대화를 녹음했다는 휴대폰도 확보했고, 명씨 신병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를 안 하거나 늦추는 이유가 뭐냐”고 말했다. 이어 “명씨 수사가 지연돼, 그 입에서 나오는 여러 가지 바람직스럽지 않은 말이 정치권의 질서를 흔들게 되면 검찰 책임”이라며 조속한 검찰 수사를 촉구했다.  < 한겨레 서영지  신민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