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최고 경계’ 태세... 미 국토안보부는 22일 경보를 발령

지난 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시에서 9·11 사태 이후 새로 지어진 원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맨해튼 스카이라인 주변으로 구름이 몰려들고 있다. 사진 UPI 연합

 

미국의 이란 핵시설 타격으로 미국 안팎에서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 위협이 고조되고 있다. 9·11 사태를 경험한 뉴욕이 최고 경계 상태에 들어가는 등 ‘9·11 악몽’의 그림자가 다시 미국에 드리우고 있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22일 성명을 내 “현재 진행 중인 이란 갈등이 미국을 둘러싼 위협을 증가시켰다”며 경보를 발령했다. 먼저 국토안보부는 친이란 또는 이란 정부와 연계된 해커들의 미국 네트워크에 대한 저강도 사이버 공격 위협을 경고했다. 또한 이란이 2020년 미국의 공습으로 사망한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물으려, 미국 정부 인사들을 목표로 한 보복을 오랫동안 추구해왔다고 주지시켰다.

 

미 국토안보부는 미국 국내 테러의 위협도 경고했다. 이란 지도층의 ‘미국 내 대상을 목표로 보복하라’는 종교적 메시지에, 미국 내에 존재하는 극단주의자들이 독자 행동을 감행할 수 있단 것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각) 이란-이스라엘 갈등이 시작된 이후 하마스와 레바논 헤즈볼라, 후티 반군, 팔레스타인 인민 해방 전선 등이 중동에 있는 미국의 자산과 국민에 대한 보복을 선언했다는 점도 주지시켰다.

 

이런 가운데 2001년 9·11 테러를 겪었던 뉴욕은 ‘최고 경계 상태’에 들어갔다. 뉴욕주는 고위급 공공 안전 회의를 소집하고, 주경찰과 대테러·사이버보안 전문가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캐시 호컬 뉴욕 주지사는 22일 성명을 내 “모든 주정부 기관과 공공서비스 사업체, 기타 핵심 인프라 시설들은 고도의 경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교통청과 항만청은 경찰과 협력해 대테러 보호 조처를 가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로선 구체적이거나 신뢰할 만한 위협 정보는 없다”면서도 “뉴욕이 세계적으로 상징하는 바가 있기 때문에, 우린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대이란 전쟁’과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22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미 해병대가 지키는 연방 건물 주변에서 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 AFP 연합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미국인에도 속속 대피·대비 지시가 내려오고 있다. 이날 에이피(AP) 통신과 워싱턴포스트 보도를 보면, 미국 국무부는 레바논 베이루트 주재 미국 대사관의 비필수 인력과 가족에게 레바논을 떠나라고 지시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 공관에서는 지역 내 군사시설에 대한 필수적이지 않은 방문을 제한하라는 권고가 내려졌다. 튀르키예에서도 미국인들을 상대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하고 미국 영사관이나 나토 공군 기지로 개인적인 이동을 피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이라크에서도 바그다드의 미국 대사관과 에르빌의 미국 영사관 내 비필수 인력 대피가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에 체류하는 미국인들도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속속 출국하고 있다. 이들의 대피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전부터 시작됐다.

 

미국 정부는 이들이 유럽 등지로 대피할 수 있도록 항공편을 갑절로 늘렸다. 미국 시민 1천여명을 태운 크루즈선도 이스라엘을 떠나 사이프러스에 당도했다.

 

에이피 통신은 21일 기준으로 이스라엘에 체류하는 미국인 7900여명이 출국 지원을 문의했으며, 이란에서는 체류 미국인 1천여명이 출국 지원을 받으려 하고 있다고 국무부 자료를 인용해 전했다. 이스라엘에는 미국 국적자가 70만명 정도 체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상당수가 이중 국적자이며, 이란 내 미국인은 수천명 규모다.  < 김지훈 기자 >

 

주요 항공사들, 두바이 · 도하 항공편도 취소

 

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항공편 하루 3천편 취소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22일 새벽(현지시간) 미군이 이란 핵시설 3곳을 직접 타격한 직후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나 카타르의 도하 등 위험지역 인근으로 향하는 항공편도 추가로 취소되거나 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미 150개 이상의 항공사가 중동 위험지역을 피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미군의 공습이 이란 측의 보복 공격 가능성을 높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항공기 운항 경로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 자료를 인용, 미군의 이란 핵시설 공격 직후 영국항공(BA)과 싱가포르항공이 두바이행 항공편을 취소했다고 22일 보도했다.

 

21일 오후 9시 53분에 런던 히스로 공항에서 출발한 두바이행 영국항공 항공편은 9시간 후 두바이로 가지 못하고 스위스 취리히에 착륙했다.

 

21일 출발하는 도하행 항공편 역시 취소됐으며, 22일에는 영국항공의 두바이행과 도하행 모든 항공편이 중단됐다.

 

영국항공은 이미 바레인행 항공편을 오는 30일까지 중단했다.

영국항공 측은 "최근의 사건으로 인해 고객과 승무원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항공편 일정을 조정했다"고 밝혔다.

 

싱가포르항공도 22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을 평가한 결과 싱가포르와 두바이 간 항공편 2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핀에어는 도하 또는 두바이행 항공편을 이미 취소한 상태다.

 

KLM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출발하는 두바이행 항공편을 비롯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와 담맘행 항공편을 모두 중단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라크, 요르단 등의 영공이 폐쇄되자 에어프랑스-KLM과 아메리칸 항공, 일본항공 등 전 세계 150여개 항공사는 항공편을 취소하거나 우회하는 등 위험을 피하고 있다.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13일 이후 중동 지역에서 하루 평균 3천편 이상의 항공편이 취소됐다. 항공사들은 이란, 이라크, 시리아 영공을 피해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집트로 우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군 B-2폭격기 [AP 연합]

 

미국의 이란 공격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중동 지역의 갈등을 악화시켰으며, 이란의 대미 보복 가능성을 높였다고 FT는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공격이 유럽 항공사들에 추가적인 도전 과제를 안겨줬다고 분석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으로 인해 아시아로 가는 항공편이 러시아 영공을 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 대형 항공사의 한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경로 변경 등 조치를 취해왔지만 이번 상황은 지난주보다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플라이트레이더24는 그러나 미군의 폭격 이후 중동 지역의 상업용 항공교통에서 추가적인 혼란 징후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기업은 소셜미디어에서 "지난주 항공 운항 제한 조치가 시행된 이후와 마찬가지로 이 지역 항공교통은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전했다.    < 연합 주종국 기자 >

 

트럼프 “핵농축 시설 완벽 제거”…이란 “지상 국한”

이란 핵시설 타격 얼마나

 
 

미국이 이란 포르도 등 핵시설을 전격 공습하면서 이란의 핵 프로그램 역량에 실제 어느 정도의 피해를 줬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란은 유엔 긴급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핵 프로그램을 결코 중단하지 않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22일(이란 현지시각) 미국은 3만파운드(약 13.6톤)급 벙커버스터 폭탄과 스텔스 폭격기를 활용해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등지의 핵시설에 대한 타격을 감행했다. B-2 폭격기 7대가 ‘벙커버스터’(GBU-57 MOP) 폭탄 14발을, 미 해군 잠수함이 30대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보도됐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포르도 핵시설에서 폭격 직후 불길이 솟구쳤으며, 현지시각 새벽 2시5분께부터 격렬한 방공 작전이 펼쳐졌다”는 현지 기자의 말을 보도했다.

 

공격이 집중된 포르도는 테헤란에서 남쪽으로 160㎞ 떨어진 깊은 산 암반 아래 지하 80~90m에 위치해 있는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다. GBU-57 폭탄은 이론적으론 지표면 60m까지 파고들 수 있지만, 콘크리트 구조물은 18m까지만 뚫을 수 있다. 그 때문에 포르도 핵시설을 완파하려면 ‘벙커버스터’ 여러 발을 떨어뜨린 뒤 추가로 ‘전술 핵무기’까지 투하해야 한다는 시나리오를 미국 국방부의 산하 조직인 국방위협감축국(DTRA)이 낸 바 있다.

 

나탄즈 핵시설은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로, 지상과 지하 모두에 핵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의 첫 공습 때 공격을 받아 건물 4곳이 파손돼 핵시설 내부에 핵 오염이 발생했다. 이스파한 핵시설은 무기급에 가까운 고농축 우라늄을 보관한 것으로 추정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공격 뒤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의 핵심 핵농축 시설을 완벽하게 제거했다”고 말했지만, 핵시설이 파괴된 것이 맞는지는 좀 더 시간이 흘러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은 포르도 핵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핵농축 관련 주요 설비는 지하 깊숙이 있어 이번 공격으로는 영향을 받지 않았다는 것인데,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전면 파괴” 발언과는 배치된다.

이란 쿰 북동쪽에 위치한 포르도 핵시설을 지난 20일 위성으로 촬영한 모습(위 사진)과 미국이 폭격한 뒤 22일 촬영한 모습. 아래 사진 오른쪽 붉은 원 안에 벙커버스터가 뚫고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 구멍 여러개가 생긴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맥사 테크놀로지스 제공

 

이란만이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은 이들 핵시설 외부의 방사능 수치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해, 핵물질을 이란 내 모처에 옮겼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하산 아베디니 이란 국영방송 부국장은 이번 공습 뒤 이란 방송 ‘스튜던트 뉴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이란이 “얼마 전” 이 3곳에서 핵농축 물질을 이동시켰다며 “물질이 이미 반출되었기 때문에 이란은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문제는 이란이 기존에 보유한 농축 우라늄이다. 포르도 등 기존 핵시설이 이번 폭격으로 파괴되었다고 해도, 기존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만 있다면 핵무기 개발로 나아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월 국제원자력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란의 60% 순도 농축 우라늄 재고는 408㎏으로, 이는 추가 농축을 할 경우 핵무기 9개를 제조할 수 있는 양이다. 이란이 기존의 농축 우라늄을 포기하지 않고 항전을 계속한다면, 핵 프로그램 종료는 요원해진다.

 

한편 이란 원자력기구(AEOI)는 “국가 산업 발전의 길이 중단될 순 없다”며 핵 프로그램을 이어갈 뜻을 밝혔다고 이란 국영통신(IRNA)이 보도했다. 또 이번 공격에 유엔의 핵 감시 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가 “공모했다”고도 비난했다. 국제원자력기구는 23일 긴급이사회를 소집했다.    <  정유경 김지훈 정의길 기자 >

 

북한 "주권국 난폭하게 유린한 미국의 이란 공격 강력 규탄"

외무성 대변인, 기자 문답 형식 빌려 입장 발표

 

북한은 23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습에 대해 "주권 침해와 국제법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을 빌려 "주권 존중과 내정 불간섭을 기본원칙으로 하는 유엔헌장과 기타 국제법 규범들을 엄중히 위반하고 주권 국가의 영토 완정과 안전 이익을 난폭하게 유린한 미국의 대이란 공격행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국제관계에서 임의의 나라의 영토 완정과 정치적 독립을 가로막는 힘의 위협과 행사를 반대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총의가 반영된 유엔헌장의 목적과 원칙이며 근본정신"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 중동 사태를 "끊임없는 전쟁과 영토 팽창으로 저들의 일방적 이익을 확대하여 온 이스라엘의 만용과 그를 용인하고 부추겨 온 서방식 자유 질서가 낳은 필연적 산물"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이른바 《평화유지》와 《위협제거》의 구실 밑에 물리적 힘의 사용으로 중동지역의 정세 긴장을 더욱 격화시키고 전 지구에 걸친 안전 구도에 심각한 부정적 후과를 초래한 이스라엘과 미국의 행위는 심각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제사회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결적 행위에 대하여 일치한 규탄과 배격의 목소리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북한과 이란은 반미 연대라는 동질성을 바탕으로 가까운 관계를 유지 중이다.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에 대해서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엄중한 우려를 표시하며 이를 단호히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연합 이은정 기자 >


[그래픽] 미국, 이란 핵시설 공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미 군사력을 활용해 이란의 핵 시설을 직접 타격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분쟁에 직접 개입했다. 

 

 

소셜미디어에 “MIGA·Make Iran Great Again”

 
 
3D 프린팅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니어처가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표시한 지도를 가리키는 모습.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이란 국민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란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이후 ‘이란 정권 교체를 노린 공격이 아니다’며 확전을 피하려 애쓰고 있는 와중에 나온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며 “‘미가’(MIGA·Make Iran Great Again)”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15분 이란 핵시설 공습을 위해 출격했던 B-2 폭격기 조종사들이 미주리주 공군기지에 막 안전하게 착륙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핵시설이 입은 피해는 기념비적이었다. 타격은 강력했고 정확했다”고 밝혔다. B-2 폭격기가 착륙하는 영상도 공유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이스라엘, 이란 ‘정권 교체’ 향하나…“핵·미사일 위협보다 위험한 작전”

에너지 시설과 정부 기관 공습 배경
이란 국민에게 이란 정권 무능함 자극
민간인 사상자 늘어…양 정권 모두 부담

 
 
15일(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폭스 뉴스의 브렛 바이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폭스 뉴스 영상 갈무리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방향이 ‘핵 폐기’를 넘어 ‘정권 교체’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의 ‘가능한’ 결과로 이란 이슬람공화국 정권 교체를 시사했고, 이란도 보복 강도를 높이고 있어 전화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현지시각)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가 이스라엘의 군사적 노력의 일부인지 묻는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확실히 그 결과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 이란 공격이 시작된 지난 13일 “핵 위협과 탄도 미사일위협이라는 두 가지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고 이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란 핵 시설 제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이란 정권에 대한 비난이 강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이 선동적인 정권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행동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를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네퓨 전 국무부 소속 이란 전문가는 워싱턴포스트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핵 폐기가 아니라 이란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는 느낌이 든다”며 “위험성이 높은 작전”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이란 공습 이후 미국 고위 관계자들과 이스라엘이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이란이 미국인을 살해했나. 그들이 그렇게 할 때까지 정치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보도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사실이 아닌 보도가 많다”며 해당 계획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며,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전쟁이 몇 주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럴 경우 양국 모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경제·사회 급소에 해당하는 에너지나 전력 시설, 행정 기관 등을 집중 공습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란 가스전 사우스파르스 14광구의 천연가스 공장과 테헤란 외곽의 샤란 석유 저장소와 연료 탱크 등이 파괴되었고,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의 석유 기업 바잔의 정유 공장과 송유관도 공습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하이파의 정유소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하이파/로이터 연합
 
14일(현지시각) 이란 부셰르 주에서 이스라엘 드론에 의해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이 공습 당해 불이 붙고 있다. 이란 국영 방송(IRIB) 영상 갈무리. AP 연합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들을 향해 이란 정권의 경제적 무능함과 비도덕성을 강조하며 내부 반발을 유도하는 발언도 자주 해왔다. 13일 첫 공습 직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일어서서 당신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라”고 이란 국민들의 내부 동요를 선동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선동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릴 경우 최고 6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전역 공습에도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기반 반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이란 내부 정보원 2명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가족들과 함께 지하 방공호(벙커)에 은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4월과 10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작전을 수행할 당시에도 하메네이는 여기에 숨어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 다른 매체들도 하메네이가 보안이 강화된 안전한 장소에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 최우리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헤즈볼라, 미국·이스라엘에 경고 “하메네이 살해하면 재앙 초래”

세력 약화된 상황이라 참전 여부 불투명
전날 이스라엘군, 헤즈볼라 사령관 사살

 
 
지난 14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무슬림 시아파 명절 이드 알 가디르를 기념하는 집회에서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과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깃발을 함께 흔들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살해한다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근거지를 공습해 사령관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19일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고 “암살 위협은 어리석고 무모하며,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단순히 그런 발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수억명의 이슬람 신도들에게 모욕이며, 매우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늘 우리는 그를 중심으로 더욱 단결하고 단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은신처를 알고 있다면서 “적어도 지금은 제거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헤즈볼라는 13일 이스라엘의 첫 공습 이후 “전 지역에 불을 지필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지만 군사적 대응을 공언하지는 않았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9~11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폭격과 레바논 침공 등으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군 병력을 늘리며 참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6일 내각 회의에서 “레바논과 관련 없는 갈등에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헤즈볼라의 성명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18일 밤 레바논 남부 바리시 마을을 공습해 리타니강 구역의 헤즈볼라 로켓포병부대 야신 이즈 아딘 사령관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그가 그동안 이스라엘 북부에 수많은 로켓 공격을 행했다고 언급한 뒤 그가 헤즈볼라의 포병대를 회복하려했으며 이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사이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최우리 기자 >

 

‘암살 위협’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비밀 정예부대가 경호 중”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
“혁명수비대 고위층도 경호부대 몰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무실이 지난 3월 21일 제공한 사진. 그가 테헤란에서 열린 신년 연설 중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을 피해 보안이 강화된 장소로 옮겨 정예부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1일 하메네이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 경호부대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이 부대가 엄격한 검증을 통해 선발됐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핵심 간부들도 부대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 정부 안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당국자는 “그는 죽음을 피하려고 숨어있는 것이 아니며, 벙커에 있지도 않다”며 “하지만 그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있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침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부대가 그를 보호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하메네이 영상 연설에도 거주지 변경 정황이 드러난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최근 연설 배경에는 갈색 커튼 또는 1979년 이슬람혁명 지도자 아야톨리 루홀라 호메이니 초상화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전 연설 장소의 배경과 다르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연설이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IRGC 미디어센터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보도했다. 그러면서 하메네이가 센터 주변에 살거나 센터 지하에 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1939년생인 하메네이는 이슬람 혁명 1세대를 대표하는 성직자이자 정치인이다. 이슬람 혁명 2년 뒤인 1981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7년간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고, 호메이니 사망 뒤 1989년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다.                        < 최하얀 기자 >

 

미  이란 핵시설 공격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시시각)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대통령실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관련 긴급 안보-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다.

 

대통령실은 22일 오전 기자단 공지를 통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관련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 마련 국가안보실장 주재 긴급 안보-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회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며 안보실 소속 김현종 1차장, 임웅순 2차장, 오현주 3차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송기호 국정상황실장, 김상호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이 참석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설미디어(SNS) 트루스소셜과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 국영 티브이(TV) 진행자는 역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 신형철 기자 >

순도 60% 이상 농축 우라늄 400㎏…이미 다른 곳에 보관
‘이란, 미 공격에 무기 제조 결단할 것’…미 정보기관 평가

 
 
미국이 22일 폭격한 이란의 포르드 핵 시설.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막샤르 테크놀로지스가 지난 2020년 12월11일 촬영했다. AFP 연합
 

미국이 22일 이란의 포르도 등 주요 핵 시설 3곳을 폭격함으로써, 이란 핵 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미국의 이번 폭격은 이란이 핵 개발을 본격화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 저지를 위해 위협하던 최후의 카드였다. 하지만, 이번 폭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이 저지되고 불능화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격이 오히려 이란이 핵 개발로 질주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르도 등 기존 핵 시설이 이번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불능화됐다고 해도 이란이 기존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등 서방에서는 이란의 기존 핵 시설보다는 이미 축적된 고농축 우라늄이 문제이며, 이란은 이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농축 우라늄만 있다면, 이란의 핵 개발 재개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조악한 형태의 핵무기 제조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란 쪽도 이를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성인 모센 레자에이는  앞서 이란 국영 텔레비전 회견에서 “모든 농축 물질은 (이스라엘의 공격 전에) 옮겨진 상태이며, 안전한 장소에 있다”며 이란이 핵물질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휴전에 합의하는 것은 약해진 적이 재정비할 수 있게 해줄 뿐”이라며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의 폭격에도 기존의 농축 우라늄을 포기하지 않고 항전을 계속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종전이나 핵 프로그램 종료는 요원하게 된다. 미국의 지상군을 투입해 농축 우라늄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거의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워싱턴이 전쟁연구소(ISW)도 “핵 협상에서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란의 숨겨진 핵 물질을 찾기 위해 길고 어려운 추적을 해야만 할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하라는 딜레마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던져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5월 보고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순도 6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408㎏ 축적하고 있다. 60% 이상 농축 우라늄은 기존 포르도 시설에서는 2∼3일 안에 무기급 우라늄으로 농축할 수 있고, 3주 안이면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농축 우라늄 총량은 약 9247㎏에 달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 고농축 우라늄의 향방을 모른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21일 제네바에서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들과의 회담 뒤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적극 개입하면 모든 사람에게 매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미국이 개입하면, 항전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존의 이란 경고를 더 확인한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들도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려 한다면, 이란의 핵무기 제조로 치달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고위 미국 정보 관리들은 만약 미군이 포르도의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격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면 이란 지도자들은 핵폭탄 생산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 자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부의 직접적 군사 위협이 가해질 경우 ‘핵무기 보유’로 전략을 급격히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해 급박한 상황에 더 몰린다면, 짧은 시간 내에 원시적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소형화나 미사일 탑재를 하지 않는 이런 핵폭탄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1만파운드 무게에 10피트 길이의 원자폭탄과 비슷한 것이다. 비행기에서 투하될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대량으로 개발했으나, 핵폭탄을 만들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계속 믿고 있고,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3월 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증언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그가 틀렸다”며 개버드의 증언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축적한 농축 우라늄 때문에 이란의 핵 개발 중단은 결국 협상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미국의 폭격 그 자체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수 없다는 것이다.  < 정의길 기자 >

 

“미, 벙커버스터 12발로 포르도 폭격”…사실상 전쟁 개시

46년 만에 이란 본토 타격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지난 4월 30일 미주리주 와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노블노스/로이터 연합
 

미국이 21일(현지시각) 이란 지하 핵시설 포르도 등 3곳을 직접 폭격했다. 특히 포르도에는 최신형 벙커버스터인 지비유-57(GBU-57) 12발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1979년 혁명 이후 줄곧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이란을 상대로 미국이 본토의 주요 시설을 직접 타격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전쟁행위로 간주된다. 이란의 보복이 이어질 경우 광범위한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어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핵시설은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47분(한국시각 22일 오전 8시47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총 3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 내 3개의 핵시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 모든 전투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벗어났으며, 주공격 대상인 포르도에 폭탄을 완전 투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항공기는 무사히 귀환 중이다. 위대한 미군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시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포르도는 끝장났다”는 게시물을 공유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란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 “미국군이 오전 2시30분(이란 현지시각·한국시각 오전 8시)께 포르도와 나탄즈를 폭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작전에는 B-2 폭격기가 동원됐다. 특히 포르도 폭격에는 벙커버스터 중에서도 최신형인 지비유-57(GBU-57) 12발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포르도 핵시설이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B-2 폭격기 6대가 3만 파운드짜리 벙커 버스터 폭탄 12발을 투하했다”며 “또한 해군 잠수함에서 나탄즈 및 이스파한 시설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30발이 발사됐으며 나탄즈에는 (추가로) 벙커 버스터 폭탄 2발도 투하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스라엘이 이번 주 수백 건의 공습과 정보전을 통해 이란의 대공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미국의 공습 경로를 실질적으로 확보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의 직접 군사 개입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습 대상 중 하나인 나탄즈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이미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이 시설은 15년 전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가 사이버 공격으로 타격했던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은밀한 사이버 공격은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모두 직접 폭격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르도는 이란이 2021년부터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생산해온 핵심 시설로, 지하 산속에 위치해 공습이 극히 어려운 곳이다. 미국은 특수 벙커버스터 폭탄을 이용해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은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핵심 시설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이스라엘이 일부 파괴했지만 지하에는 여전히 약 10개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고농축 우라늄이 저장되어 있었다. 이번 공습으로 해당 물질이 파괴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 밤 전 세계에 보고할 수 있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대한 이번 공습은 눈부신 군사적 성공이었다”며 “중동의 불량배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더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에게는 평화가 오든지, 아니면 우리가 지난 8일간 목격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비극이 올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목표물이 남아 있다. 오늘 밤의 목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평화가 신속히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남은 목표들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제거할 것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몇 분 만에 제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란 정권의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이라며 지지를 보냈고, 짐 리쉬 상원 외교위원장도 “정확하고 제한적인 공습이었다”며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과 민주당의 로 카나 의원은 전쟁권한법에 따른 의회 표결을 요구했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 및 영주권자들을 위한 대피 항공편 운항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아테네로 향하는 두 편의 항공기가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에 배치된 미군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교관계협의회 중동 연구 수석 연구원인 레이 타키예는 뉴욕타임스에 “그들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굴욕을 당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존심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은 전쟁 행위로 간주된다. 지미 카터 대통령 이래로 여러 미국 대통령들이 피하려 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