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의원들  ‘대법관 탄핵’ 여론 들끓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3일 ‘동해안 벨트’ 첫 방문지인 강원도 속초시 중앙재래시장에서 닭강정을 구입하며 상인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

 

대법원(원장 조희대)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자 당내 강경파들로부터 ‘대법관 탄핵’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3일 이 후보가 ‘의연한 모습으로 국민을 안심시키는 게 우선’이라는 당부에 “좋은 의견이다. 저는 현장에 있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민주당 의원 단체 대화방에는 당이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탄핵을 비롯한 강경 대응에 신속하게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쏟아졌다. 애초 민주당은 대법원으로부터 유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받은 서울고등법원이 이 후보에게 피선거권 박탈형(벌금 100만원 이상)을 선고하더라도, 27일의 상고 기간이 있기 때문에 6·3 대선 이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긴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나 일각에서 법원이 재상고 기한(7일) 외에, 재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은 무시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자, “서울고법의 항소심 선고 전에 대법관 탄핵에 나서야 한다”는 강경론이 고개를 든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선 “최악을 가정해야 한다”, “신속히 지뢰를 제거해야 제압이 가능하다”며 선제적으로 대법관에 나서자는 주장이 빗발쳤다.

 

이런 가운데 의원 대화방에서 법조계 출신의 한 초선 의원이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 여론전, 후 탄핵’을 주장하자, 이 후보가 “잘 정리하셨다. 그렇게 밀고 가시라. 저는 현장에 있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화방에서 쏟아진 ‘선제 탄핵론’에 이 후보가 직접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초선 의원은 대화방에 올린 글에서 “판사가 법을 지키면 후보는 바뀌지 않는다. 판사가 법을 지키지 않고 재판 진행을 하려고 하면 명백한 선거 개입이고 위법·위헌이므로 바로 판사를 탄핵해서 중단시키면 된다”고 주장했다. 우선 대선 앞 동요하는 민심을 달래되, 대법원이 27일의 상고기간을 보장하지 않아 이 후보의 방어권을 침해할 경우 그때 빠르게 탄핵에 나서자는 주장이다.

 

상고기간 보장과 관련해선 앞서 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도 ‘피고인에게 상고이유서 제출 기회를 주지 않고, 소정의 기간에 상고심 판단을 할 수 있느냐’는 박범계 민주당 간사의 질문에 “상고이유서 제출 기회는 보장이 되어야 되는 것이 원칙이다. (불변) 기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판사 출신인 최기상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형사재판에서는 피고인의 권리 보장이 핵심이다. 과거 파기환송심에 비춰 법과 상식에 맞는 심리 기간과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며 2019년 8월 유죄 취지 파기환송 뒤 2021년 1월 형이 확정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사례를 언급했다.

 

한편 이 후보는 이날 강원도 속초와 양양·강릉·동해·삼척·태백 등을 돌며 ‘경청투어’를 이어갔다. 그는 양양 전통시장 입구에서 만난 주민들에게 “아직도 2차, 3차 내란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내란을 이겨내는 힘도,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것도, 결국은 또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이 방송을 보는 대한민국 국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 엄지원 기자 >

 

‘이재명 재판 속도전’에 판사들 “스스로 권위 무너뜨려” 실명 비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대법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처리하자 법원 내부에서도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초래했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부산지방법원 한 부장판사는 2일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실명으로 글을 올려 “대법원은 최근 특정 사건에 관하여 매우 이례적인 절차를 통해 항소심의 무죄 판단을 뒤집는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러한 ‘이례성’은 결국 정치적으로 편향되었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고, 이러한 비판 자체가 법원의 신뢰와 권위를 잠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 스스로가 이번 한 건의 재판으로 스스로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자충수를 둔 것이 아닌가 심히 우려스럽다. 대법원은 공직선거법상 심리 기간을 준수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음을 주장하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 사례가 거의 없음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지는 설명이라고 느끼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 내에서 이례적인 재판이 반복되고, 그 이례성이 특정 집단이나 세력에게만 유리하도록 편향되게 작용하는 모습이 거듭된다면, 일반인들은 더이상 법원의 재판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고, 이는 법원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심각한 후과를 남길 것임이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청주지법의 한 판사도 코트넷에 실명 글을 올려 대법원 재판을 비판했다. 그는 “6만쪽이 넘는다는 방대한 기록을 이례적으로 항소심 선고 후 불과 2일 만에 정리하여 대법원으로 송부하고, 피고인의 답변서가 제출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날인 4월22일 소부 배당 후 즉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했다며 “(회부) 당일 오후 1차 합의기일을 갖고, 이틀 후인 4월24일 2차 합의기일을 가진 후 1주일 후인 5월1일 판결을 선고하였다. 30여년 동안 법관으로 근무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했던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고 비판했다.

 

이 판사는 “대법원이 대선을 불과 한 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이렇게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이재명 대표의 사건을 심리할 때부터 저는 ‘대법원이 왜 정치를 한다는 국민적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저런 무리한 행동을 할까’라고 의아해했다”고 말했다.

 

이 판사는 “과거에는 디제이(DJ) 정치자금 수사와 같이 선거철이 되면 진행 중이던 수사나 재판도 오해를 피하기 위해 중단했다”며 “도대체 이러한 사법 불신사태를 누가 왜 일으키고 있는지, 사상 초유의 이례적이고 무리한 절차진행이 가져온 이 사태를 과연 누가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선거 후 사법부가 입을 타격이 수습 가능할 것인지 그저 걱정될 뿐”이라고 말했다.< 한겨레 오연서 기자 >

 

 

대법 내규 위반하며 사상 초유 속도전으로 국민 주권 침해
법률심(3심)이 사실관계 판단하고 사실상 1심 판결 베껴

 
 
 

 

대법원이 결국 일을 저질렀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선거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의 파기 환송을 결정했습니다.

 

대선 전 유죄 확정 가능성도

 

대부분 법률가들이 무죄 확정을 예상했었는데요. 전문가들의 견해와 국민적 상식을 정면으로 거스른 퇴행적 판결입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판결문을 새로 써야 하는데요. 6월 3일 대통령 선거일 전까지 판결이 나오기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다수 법률가의 의견입니다. 이번 대법 판결은 검찰의 상고에 의해 이뤄진 것이어서 ‘피고인의 시간’이 없었지만, 피고인의 상고에 의해 열리는 재상고심의 경우 상고기간(7일)과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20일) 등 최소 27일의 시간이 있습니다. 대선까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서울고법이 속전속결로 파기환송심을 진행해서 유죄 판결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휴일 등을 감안하면 대선 전에 재상고심이 열려 유죄를 확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습니다. 상고신청기간 7일은 건드릴 수 없지만, 상고이유서 접수 기간 20일을 주지 않고 바로 유죄 확정을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로 파기환송된 사건이므로 재상고된 사건의 상고이유서를 볼 필요가 없다는 이유를 댈 거라는 얘깁니다. 이럴 경우 지지율 압도적 1위의 대선 후보의 피선거권이 박탈되는 사태가 발생합니다.

 

파기환송심 없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해도 정치적 논란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의힘은 벌써 사실상 유죄 확정이라며 이재명 대선 후보 사퇴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대법 판결의 성향으로 보아, 대법원은 이미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소추 행위란 기소(訴)와 그에 뒤따르는(追) 재판을 모두 일컫는 말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견해인데, 이번 판결로 정치 성향을 확실히 드러낸 대법원이 이를 인정하지 않을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이번 선거법 위반 재판 말고도 이재명 후보는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걸 그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면 헌법 규정인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의 해석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받아야 합니다. 대법원이 우리나라를 혼돈과 불확실성의 구렁텅이로 쑤셔 박은 것입니다.

 

예단 없다면 하기 어려운 도발

 

대부분의 법률 전문가들이 대법 판결을 앞두고 무죄 확정을 예상한 근거는 그동안의 관행과 시간적 제한이었습니다. 하지만 조희대 대법원장은 그동안의 모든 관행을 깨버렸습니다. 대법원 소부(주심 대법관 박영재)에 배당된 당일 대법원장 직권으로 전원합의체 회부를 결정했고, 바로 같은 날 첫 번째 심리를 벌였습니다. 이틀 뒤 두 번째이자 마지막 심리를 하면서 바로 그날 선고기일을 잡았습니다. 전원합의체는 보통 한 달에 한번 열리는데요. 이렇게 연달아 두 번이나 전원합의체 심리를 한 것은 사상 최초입니다.

 

대법원 내규도 위반했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심리절차에 관한 내규’ 제7조는 재판연구관이 전원합의 사건에 관하여 조사·연구한 결과를 기일 전에 미리 보고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소부 배당 당일 바로 전원합의체 심리를 했죠. 재판연구관이 조사·연구한 결과를 미리 보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이것은 이례적인 정도가 아니라 내규를 어긴 것입니다. 1심 선고까지 2년 2개월이 걸린 사건을 2심은 4개월 만에 선고했는데, 3심은 2심 판결로부터 불과 36일 만에, 배당 9일 만에 결론을 내렸습니다. 누가 봐도 대선에 영향을 주려는 행동이라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설령 무죄를 확정했다고 하더라도 선거에 개입한 행위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그런데 파기환송을 통해 국민의 주권에 대한 침해를 시도한 것입니다.

 

 

더구나 이렇게 짧은 시간에 2심의 무죄 판결을 완전히 뒤엎어 파기환송한다는 것은 예단이 없다면 하기 어려운 도발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취임 직후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에 대한 법 규정(공직선거법 270조)에 따라 6·3·3 원칙(1심 6개월, 2심 3개월, 3심 3개월)을 지키라고 주문한 사실은 여러분도 알고 계실 겁니다. 하지만 이는 당선자에 해당하는 규정이라고 해석하는 게 법의 취지에 맞습니다. 법을 어기고 당선이 됐는데도 재판이 늦어져서 공직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질 경우 법의 효용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사건 발언의 당사자인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의 낙선자입니다. 최초로 6·3·3 원칙을 적용한 대상이 낙선자라니. 여러분, 동의할 수 있습니까? 더구나 마지막 3심은 3개월도 아니고 사실상 9일 만에 광속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최신 대법 판례 깨고 1심 판결 그대로 따라

 

대법원 판결문은 1심 판결문의 논리 구조를 그대로 따릅니다. 이른바 ‘김문기 몰랐다’ 발언 자체는 인식에 관한 것이므로 허위사실이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지만, 해외 출장 중 찍은 ‘사진’에 관해 발언하면서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이라고 말한 것은 허위사실 공표라고 규정했습니다.

 

다들 아시는 얘기겠지만, 기억의 환기를 위해 다시 한 번 보시죠.

이재명: 국민의힘에서 4명 사진을 찍어가지고 마치 제가 골프를 친 것처럼 사진을 공개했던데, 제가 확인을 해보니까 전체 우리 일행, 단체 사진 중의 일부를 떼 내 가지고 이렇게 보여줬더군요. 조작한 거죠. (2021년 12월 29일 채널A ‘이재명의 프러포즈-청년과의 대화’ 토크 콘서트)

 

이 발언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페이스북에 공개한 사진에 대해 한 말입니다. 이 후보는 이 사진이 골프를 친 날 찍은 것이 아니고, 10명이 단체로 찍은 사진 가운데 고 김문기씨가 포함된 4명만 나오게 잘라서 공개한 것이어서 조작이라고 비판한 것입니다. 그런데 검찰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는 발언이라고 해석해서 허위사실로 기소했고, 1심 재판부에 이어 대법원도 유죄를 인정한 것입니다.

 

 

분명한 건 이 후보가 ‘김문기와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말한 적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은 발언의 전체적인 취지와 일반 선거인의 인식을 들먹입니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김문기와의 ‘교유행위’를 부인하는 취지로 들린다는 겁니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례에 명백히 어긋나는 판결입니다. 지난해 10월 31일 대법원은 정읍시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판결(2023도16586)에서 원심을 파기하면서 “사후적 추론에 따라 발언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사건 항소심 재판부도 이 대법원 판례를 6차례나 직접 인용합니다. 대법원 판례를 충실히 따른 원심을 대법원이 파기한 것입니다.

 

검찰의 짜깁기 기소 추인한 대법원

 

마지막으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관련 혐의를 보겠습니다. 이른바 ‘국토부로부터 협박받았다’ 발언입니다.

 

이 대목도 기억이 희미해지셨을 테니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당시에 정부 방침은 뭐였느냐 (중략) 앞으로 5개 공공기관 부지에 대해서는 정부가 요청하면 다 바꿔줘라, 주상복합을 지을 수 있도록. (중략) 국토부 장관이 도시관리계획 이것 변경 요구하면 지방자치단체장은 반영해야 된다, 의무조항을 만들어 놨습니다. 이것을 가지고 만약에 안 해주면 직무유기 이런 것을 문제 삼겠다고 협박을 해서 제가 그때 낸 아이디어가 뭐냐 하면 반영은 해주는데 다 해주라는 말은 없으니까 조금만 반영해 주겠다 이렇게 다시 기자회견을 해서 (중략) 사실은 성남시 공공기관 이전부지 다섯 곳 매각이 몇 년 동안 불발됐던 거예요.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항소심 재판부는 일부 과장이 있긴 하지만 의견 표명이지 허위 사실 공표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는데요. 대법원은 “(사실과) 명백히 배치되는 허위의 발언”이라고 뒤집었습니다. 백현동 부지 용도변경은 성남시 자체 판단인데, 이 후보가 국토부의 협박을 받아 변경했다고 밝혔으므로 허위라는 겁니다.

 

 

2심과 3심의 판단이 이렇게 극명하게 갈리는 핵심 이유는 이재명 당시 지사의 발언을 전체적으로 볼 것이냐, 하나하나 따져서 볼 것이냐의 차이에 있습니다. 이 발언을 자세히 보면, 크게 두 대목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전반부는 식품연구원(백현동)만이 아니라 도로공사와 토지주택공사(LH) 등 5개 공공기관에 관한 발언입니다. 국토부의 압박(협박)에도 불구하고 성남시가 버텨서 몇 년간 매각이 불발됐다는 내용입니다. 이어서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공문을 언급하면서 “법률에 의한 요구”에 따라 용도변경을 해줬다고 말했습니다.

나머지 백현 이 부분은 그냥 아파트 분양하겠다고 해서 저희가 해주지 마라고 버티다가 결국 다시 또 국토부가 식품연구원에 대해서만 별도의 공문을 보냈습니다. (중략) 이런 지시공문이 다시 와서 저희가 불가피하게 용도는 바꿔 주는데 그냥은 못해주겠다, 공공기여를 할 것을 내놓으라고 해서 저희가 약 8000평 정도의 R&D 부지를 취득했습니다.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 2021년 10월 20일 경기도 국정감사)

 

의무조항에 관한 발언은 용도변경을 해주지 않았다는 말을 하면서 나온 것이고, 식품연구원 용도변경과는 상관이 없는데도 검찰은 중간을 생략하고 앞뒤를 이어붙여 ‘의무조항 때문에 용도변경해줬다’고 짜깁기해서 기소했고,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것입니다.

 

사실관계 무시하고 비튼 최악의 정치 판결

 

이건 사실관계를 비튼 것입니다. 처음에 성남시가 박근혜 정부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식품연구원을 포함한 5개 공공기관의 용도변경을 거부하고 몇 년간 버틴 건 명백한 사실입니다. 해당 부지에 대기업 본사나 알앤디(R&D)센터처럼 고용을 창출하는 시설을 유치하길 원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이런 조건들이 무르익었고, 다른 공공기관 부지와 마찬가지로 백현동도 알앤디 부지를 확보하는 조건으로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게 된 것입니다. 검찰의 기소와 대법원 판결은 이런 사정 변경을 일부러 무시한 것입니다.

 

어떠십니까? 정말 이현령비현령 판결 아닙니까? 1심과 2심, 3심의 판단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갈리는데, 대법원이 이렇게 급하게, 사상 초유의 속도로 재판을 진행해 선거에 영향을 줘도 되는 건가요? 게다가 얼마 전 있었던 대법원 판결까지 뒤집으면서요? 법의 안정성을 흔들고 사법에 정치를 끌어들인 최악의 판결입니다.

 

 

무엇보다 법률심인 3심에서 사실에 관한 판단을 했다는 점에서 법 위반 가능성도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제383조(상고이유) 다음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원심판결에 대한 상고이유로 할 수 있다.

1. 판결에 영향을 미친 헌법ㆍ법률ㆍ명령 또는 규칙의 위반이 있는 때

4.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 있어서 중대한 사실의 오인이 있어 판결에 영향을 미친 때 또는 형의 양정이 심히 부당하다고 인정할 현저한 사유가 있는 때

 

사법부의 주권 침해

 

선거법으로 후보자의 말을 규제하는 이유는 대법원이 밝힌 대로 ‘후보자의 공직 적격성에 대한 선거인의 정확한 판단을 그르칠 우려’ 때문입니다. 주권자의 판단을 보장하기 위한 것입니다. 사법부는 주권자를 대신해 그 말이 처벌할 정도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1심과 2심 결론이 극명하게 갈린 데 이어 대법원에서도 다수·소수 의견이 정반대로 갈렸습니다. 이런 사안이라면 주권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동안 1·2심 재판을 국민이 지켜봤고, 이에 대한 국민의 판단은 지금 이 후보가 받는 정치적 평가에 반영돼 있습니다. 허위사실 공표죄를 확장할 경우 검찰이 선택적 기소로 야당 탄압에 악용할 여지도 있습니다.

 

더구나 지금은 대선이 한 달 앞으로 임박한 시점입니다.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고도의 정치적 과정이 이미 시작됐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은 내란을 극복해 조속히 나라를 안정시켜야 하는 비상한 상황에서 치러지는 대선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가 여기에 끼어들어 영향을 미치는 건 대의민주주의 원리에 어긋납니다. 사법부는 주권자의 시간을 존중하며 사법적 자제를 했어야 마땅합니다.

 

이흥구 대법관과 오경미 대법관의 소수의견이 이 점을 통렬히 지적합니다.

“선거과정은 그 자체가 고도의 정치적 영역에 있다. 선거과정의 공방 속에서 이루어진 다양한 발언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사실과 의견 또는 평가가 혼재되어 있어 사실의 허위성을 명확히 가릴 수 없는 것이 많다. 그럼에도 정치적 중립의무를 부담하는 법원이 이러한 정치적 혼재 영역에 개입하여 공표된 발언의 허위성을 가리는 역할을 맡게 되는 것은 그 자체로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다. 설령 그 혼재 영역에서 이루어진 사법적 판단이 법적으로 정당하더라도 정치 집단 사이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에서는 법원이 선거에 개입하였다는 비판에 놓이게 될 우려가 있다. 정치적 발언에 대한 법원의 법적 평가는 이를 수긍하는 국민들과 그렇지 아니한 국민들 사이에 새로운 갈등과 분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사심없는 공정한 판결이라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을 겁니다. 선거법 재판을 조속히 매듭짓겠다는 대법원의 명분과 달리 되레 혼란만 가중시킨 셈이 됐습니다. 대법원의 무리수로 이제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돌이킬 수 없는 수준까지 무너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유죄 의견 10명 대법관 모두 윤석열 임명

 

판결에 참여한 대법관 12명 가운데 무죄 취지의 소수 의견을 낸 대법관은 단 2명입니다. 둘 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입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포함하여 유죄 의견을 낸 나머지 10명은 전원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들입니다.

 

대법원 판결로 한 가지 깨달은 사실이 있습니다. 지귀연 판사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구속을 취소할 수 있었던 배경을 알게 된 것입니다. 이 대법관 10명이 지귀연 판사의 든든한 뒷배였습니다. 형사소송법을 일부러 잘못 해석해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하는 만행을 저질렀는데도 사법부가 조용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12·3 비상계엄 선포 때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했습니다. 전직 대법원장을 포함해 판사들까지 체포 대상으로 ‘노상원 수첩’에 등장하고, 서울서부지법에 폭도들이 난입해 건물과 집기를 부수고 영장판사를 잡겠다고 소리치고 다녔는데도 유감 표명 한 번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대선에 개입하겠다고 작심하고 달려든 것입니다. 철두철미하게 정치적인 판결입니다.

 

터져나오는 사법개혁 목소리

 

이들 대법관 10명이 마치 국민을 향해 ‘그래서 너희들이 어쩔건데?’라고 노려보는 것 같습니다. 윤석열 탄핵 헌법 심판 과정에서도 사법개혁 필요성이 제기됐었는데요. 이제 더욱 본격적으로 목소리가 터져 나올 것입니다. 벌써 대법원 판결에 대해 헌법재판소에서 한 번 더 판단을 받을 수 있도록 불복 절차를 두자는 주장도 나옵니다. 미국의 주(State)법원 판사처럼 선거로 판사를 뽑을 수도 있습니다.

 

“법원에서 가장 아픈 부분이 뭔지 아십니까? 지금은 대법원이 3 심을 하잖아요.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 헌법 소원을 열어 주는 겁니다. 불복수단을 주는 이거 열어주면 대법원은 헌재 밑으로 가는 거거든요. 조희대 대법원 이거 신뢰 못 하기 때문에 저는 헌법 소원에 대해서 재판도 넣어야 된다. 이거부터 저는 아마 국민들이 시민운동 벌일 것 같아요.” (신인규 변호사 5월 1일 경향티비)

 

대법원이 선고를 시작한 오후 3시로부터 1시간이 지난 오후 4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가 사퇴를 선언했습니다. 대선에 뛰어든 것입니다. 이재명 후보에게 무리하게 유죄 굴레를 씌운 대법원 선고와 한덕수 대행의 출마를 위한 사퇴가 1시간 차이로 생중계된 것은 단순한 우연일까요?

 

총에 이어 법으로 쿠데타 시도

 

5월 1일은 대법원이 정치에 개입한 흑역사로 영원히 기록될 것입니다. 선출되지 않은 권력의 사법쿠데타가 진행 중입니다. 총을 든 친위쿠데타가 실패하자 법으로 쿠데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악은 지치지 않습니다. 정말 너무나 지긋지긋하지만, 우리도 지치지 말아야 합니다. 이 나라의 주인은 몇 명의 판사나 검사가 아니라 국민이라는 사실을 역사의 법정에 아로새겨야 합니다.     < 한겨레 이재성 논설위원 >

대법관 2명 반대의견 내 지적
“검사 임의 기소…자의적 법 집행 동조하는 것”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발언이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한다며 서울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지만 이흥구·오경미 대법관 2명은 상고를 기각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들은 특히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상황에서 검사의 자의적인 기소권 행사까지 더해지면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 때 임명된 이 대법관과 오 대법관은 41쪽 분량으로 반대의견을 밝히면서, 우선 다수의견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골프 발언’은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고, ‘백현동 발언’도 ‘다의적으로 해석 가능한 의견 표명’이라는 항소심 판단과 같았다. 두 대법관은 ‘골프 발언’에 대해 “다른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음에도 다른 가능성을 배제한 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취지로만 해석하는 것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와 선거운동의 자유의 헌법적 의의와 중요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결과”라고 봤다. 또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는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더라도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며 “사실인지 의견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그동안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온 대법원 판결례의 확고한 흐름에도 부합한다”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선거 과정에서의 공방을 “정치적 혼재 영역”이라고 규정한 뒤 여기에 법원이 개입해 발언의 허위성을 가리는 역할을 맡게 되면 “그 자체로 법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부작용이 있다”고 우려했다. 두 대법관은 지난 10여년 동안 대법원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대해왔던 판례가 “선거 과정에서 빚어진 정치적 쟁점으로부터 분리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울타리 역할을 해주고 법정이 정치적 논쟁과 갈등의 장소로 변질되는 ‘사법의 정치화’를 방지해온 측면이 있다”고 짚었다. 또 “일반 선거인인 유권자의 판단에 맡기도록” 하면서 “모든 정치적 분쟁을 법적 판단 영역으로 가져와 법 집행을 상대방에 대한 공격 수단으로 이용하려 하는 ‘정치의 사법화’ 현상 또한 억지했다”고 덧붙였다.

 

두 대법관은 “선거의 공정성을 내세워 허위사실공표죄의 적용 범위를 넓히는 해석 방향을 취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의 역사를 후퇴시키는 퇴행적인 발상”이라고 했다. 특히 “다양한 정치적 공방 중에서 검사가 기소편의주의를 내세워 일부 표현만 임의로 선정해 기소하는 상황을 가정하게 되면, 법원은 두루 이뤄진 정치적 공방 중 기소된 당사자의 발언만을 법의 심판대에 올려놓고 재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검찰이 당선된 윤석열 전 대통령의 허위사실 공표는 놓아두고 대선에서 패배한 이 후보에게만 수사력을 집중해 법정에 세운 불공정한 상황을 에둘러 지적한 셈이다. 두 대법관은 “법원이 아무리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로 법에 충실하게 재판한들 국민으로부터 검사의 자의적 법 집행에 동조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두 대법관은 “선거 과정의 거짓 정보를 가릴 권한은 스스로 정보를 분석, 판단할 수 있는 유권자의 선택에 최대한 맡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았다. 이어 “다수의견의 논리는 선거인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는 명목 아래 수사기관 또는 법원이 (정치인의 발언을) 올바른지 아닌지 판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주권자인 국민의 자율성을 무시하는 처사로서 선거운동에 대한 규제를 넓히는 구시대적 사고”라고 했다. 또 “후보자의 발언이 빚어내는 부작용을 염려하여 후보자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일반인보다 더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발상은 마치 교각살우의 상황이나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두 대법관은 "우리는 과연 이 재판에서 신속하고 충실한 심리의 비등점을 찾아 구체적 타당성의 확보와 정의실현이라는 보석을 세공하는 데 성공하였는가. 우문현답이 필요한 시간이다"라는 문장으로 반대의견을 마무리했다.   < 한겨레 장현은 기자 >

 

이재명 파기환송심 뒤 재상고 한달 넘어…대선 전 확정판결 힘들 듯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열린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나서며 손인사를 하고 있다. 연합

 

대법원이 유력 대선 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내면서 이 후보는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파기환송심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정해진 뒤 상고까지 이어지면 대법원 재상고심을 거쳐야 판결이 확정되는데, 한달 남짓 남은 대선 전까지 판결이 확정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고법은 1일 “대법원이 소송 기록을 서울고법으로 송부하면 다시 배당 절차가 진행된다”고 밝혔다. 이번 파기환송심은 항소심 재판부였던 서울고법 형사6부를 제외한 부서에 배당된다. 대선 전에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량이 확정되면 이 후보는 대선 후보 자격을 잃는다.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될 경우 피선거권이 5년간 박탈되기 때문이다. 징역형 이상의 경우에는 피선거권 박탈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하지만 재판 절차상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이 나올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사건이 서울고법에 배당되면, 고법은 최소 한번의 공판기일을 연 뒤 선고해야 한다. 그 뒤 7일의 상고 기간과 20일의 상고이유서 제출 기간이 주어진다. 서울고법의 파기환송심 결과가 나오더라도 한달 가까이 지난 뒤에야 대법원의 재상고심이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이황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절차별로 정해진 기간이 있고, 최소한으로 잡는다고 하더라도 한달 안에 대법원 확정까지는 어려워 보인다”며 “서류를 법원으로 보내는 과정 등을 감안하면 파기환송심 절차가 한달 내로 끝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절차를 최대한 단축하면 대선 전에 확정 판결이 나오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다. 서울 지역 법원 한 부장판사는 “대법원 판결문에 유죄 이유가 적혀 있으니 새롭게 심리할 것 없이 양형을 정하는 정도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기환송심이 대선 전에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형량을 이 후보에게 선고하면 선거 국면은 다시 한번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벌금 100만원 미만이 선고되면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 논란은 다소 누그러질 수도 있다. 형사 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곽준호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이 대법원의 판단대로 유죄로 판단을 하겠지만, 양형은 달라질 수 있다. 2심에서 무죄가 나왔기 때문에 파기환송심에서 1심보다 낮은 100만원 미만의 벌금형이 선고될 수도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전까지 판결이 확정되지 않고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경우 재판이 계속 진행되는지도 쟁점이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는데, ‘소추’가 검찰의 공소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를 두고 해석상 대립이 있다.

 

이 후보는 선거법 사건 외에도 4개의 재판을 더 받고 있다. 서울고법에서는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자신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해 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던 2018년 12월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비서였던 김진성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사건으로, 1심에선 무죄를 선고받았다. 항소심은 이달 20일 첫 공판과 대선일인 다음달 3일 결심이 예정되어 있다.

 

서울중앙지법에선 대장동·백현동·위례새도시 개발 비리 및 성남에프시(FC) 후원금 의혹 사건의 1심도 진행 중이다. 이달 13일과 27일 재판이 예정돼 있다. 수원지법에서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1심과 경기지사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모두 공판준비기일만 진행된 상태다.

 

대법원은 이날 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에서도 대통령 재임 시 재판 지속 여부에 대해 결론을 내놓지 않았다. 이 경우 원칙적으로 각각의 재판부가 재판 계속 여부를 판단하도록 되어 있어 큰 혼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헌법소원 등이 제기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받아봐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황희 교수는 “이 후보가 당선된 뒤에도 재판이 이어지면 공판 절차 정지를 규정한 형사소송법 조항이 미비하다는 등의 헌법 심판을 구하는 헌법소원을 낼 수 있다. 또 재판 진행 절차 자체에 대한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장현은 기자 >

 

조희대 '이재명 죽이기 시즌2'…각본대로 되지 않을 것

사법쿠데타, 법의 이름으로 포장한 정치 코미디
유죄 판결 기다렸다는 듯 대선판 뛰어든 한덕수


대법원의 뻔한 속내 “대선판을 흔들어라!”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치적 역풍이 불 것

2002년 노무현 후보 단일화 선거 전날 파기 역풍
대통령은 법원이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비(非)전형 노동자들과의 간담회를 마친 뒤 대법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관련 파기환송 선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5.1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대법원의 이재명 원심파기환송은 상식적인 판결이 아니다. 잘 짜여진 한편의 정치 연극대본이었다. 법정은 무대가 되었고, 대법관들은 배우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한 편의 연극을 끝냈다. 제목은 “이재명 죽이기 시즌2: 법의 이름으로 포장한 정치극”. 그것도 졸속 대본에 맞춘 속전속결 코미디극이었다.

9일 만에 기일 지정. 단 두 번의 심리. 실제로 심리는 단 하루였다. 그리고 고등법원의 무죄판결을 뒤집은 원심파기환송 선고.

 

대법원의 뻔한 속내 “대선판을 흔들어라!”

 

판결은 극히 간략하다. 이재명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것이다. 수긍하기 어렵지만, 그것을 제대로 따지기 전에 숱한 허위사실을 말한 윤석열과 내련 동조세력 인사들에 대해서도 그들은 동일한 잣대를 들이댈까?

 

증거? 판례? 법리? 대법원은 2심 재판의 완벽한 법리를 무시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법원 판결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법리가 초라하고 저급하다. 고등법원 판사들을 보기 부끄럽지도 않은가. 대법원의 속내는 뻔하다 —대선판을 흔들어라!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2025.5.1. 연합

 

총대 멘 대법원장, 윤에 대한 보은인가?

 

대법원의 판결이 내려진 날은 2025년 5월 1일. 대선은 6월 3일. 이날 오후 기다렸다는 듯 한덕수는 사퇴하고 대선에 뛰어들었다.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상식적인 법의 판단으로 볼 수 없다. 그것은 대선 참전 선언이다. 내란수괴 윤석열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총대를 멨다. 보은인가?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두렵지 않은가. 사법 쿠데타라는 비난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내란은 군화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법복으로도 일어날 수 있음을 국민들은 똑똑히 보았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이후 사법부의 수장인 조희대 대법원장은 수상한 태도로 일관했다. 그는 헌정질서가 유린됐는데도 입을 다물었다. 심지어 판사들을 ‘수거’ 대상으로 삼았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서울 서부지법에 폭도들이 들이닥쳤을 때도 조희대 대법원장은 모른 체했다. 사법부의 수장이 맞는가? 그에게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은 듯했다. 그런 법복들이 불과 대선 33일을 앞두고 강력한 대선주자인 이재명 후보에게만 법의 칼을 들이댔다.

 

보수는 대법원 판결에 환호했다. “드디어 사법부가 움직였다!” 하지만 시민들은 묻는다. “왜 지금?” “왜 이렇게 빠르게?” “왜 이재명만?”

 

민주진보진영은 격분 단호했다. “사법 쿠데타.” “사법부의 대선 개입.” 한 최고위원은 말했다. “예측 불가능한 사법부가 주권자의 다수 의사를 거스르면 그건 쿠데타다.” 한 의원도 덧붙였다. “지금은 국민주권의 시간이지, 법조인의 시간이 아니다.” “설익은 법리로 국민의 선택을 침해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를 위해 참석해 있다. 2025.5.1.  연합

 

대선은 그들의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

 

그러나 대선은 조희대의 이재명 죽이기 시즌2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이날 판결은 이재명의 출마를 저지하지 못한다. 이 사건은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간다. 시간은 그들 편이 아니다. 그곳에서 유죄가 나와도, 이재명은 다시 상고할 수 있다.

 

조희대는 이 모든 절차를 대선 투표일 이전에 끝내서 이재명의 출마를 무효화시키고 싶겠지만, 그러나 시간이 너무 짧아서 사실상 불가능하다. 내란 세력의 이재명 흠집내기가 범람하겠지만 유권자들에게 크게 먹힐 가능성은 없다. 오히려 그들의 기대와는 달리 정치적 역풍이 불 것이다.

 

2002년 대선 당시 후보 단일화 선언 뒤 '러브샷'하는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대표. 민심을 거스른 선거 전날 정몽준의 일방적인 단일화 파기는 오히려 역풍을 불러 노무현을 당선으로 이끈  셈이 됐다. 나무위키 

 

2002년 대선 노무현 단일화 파기 역풍을 기억하라

 

2002년 대선 때도 그랬다. 당시 노무현과 단일화 협상을 통해 노무현을 지지했던 정몽준이 선거 전날 밤에 전격적으로 지지를 철회했다. 노무현 진영은 멘붕에 빠졌고 보수는 이회창 당선을 확신했다. 그러나 밤 사이에 선거판은 다시 뒤집어졌다. 격분한 유권자들이 노무현 지지로 돌아서면서 노무현은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이번 대선도 마찬가지다.

 

법복들의 대선 개입으로 도도한 민심의 흐름은 결코 바뀌지 않는다. 국민이 심판할 시간이다. 조희대, 지귀연, 윤석열. 이름은 다르지만 역할은 같다. 헌정 질서를 흔드는 사법 카르텔.

민주시민들은 과거 군사독재를 극복하고 민주화를 쟁취했다. 지난해 12.3 윤석열 일당의 비상계엄과 내란을 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이 나설 시간이다. 시민들은 총보다 더 강력한 표로 심판할 것이다. 대통령은 국민이 선출한다. 법원이 선출하는 것이 아니다. < 장정수 언론인 >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행위 ”…민변·참여연대 비판

 

 
 
조희대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이 1일 오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전원합의체 선고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 입장해 자리에 앉아 있다. 2025.05.01 사진공동취재단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데 대해 시민단체들이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2일 논평을 내어 대법원이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원심을 뒤집고 유죄 취지 파기환송을 내린 데 대해 비판했다. 민변은 “대선이 불과 한 달여 남은 상황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이 명백한 판결을 졸속으로 선고한 대법원의 ‘정치적 행보’는 사법부에 대한 근본적 불신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사실관계와 법리가 충분히 검토되지 않은 채 숙의 없이 내려진 이번 판결 선고는, 사법작용이 아닌 정치행위라는 점을 지적하며, 판결을 가장한 대법원의 정치개입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민변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상황에서, 대법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뚜렷하게 갈려 소수의견이 제시될 정도로 논쟁적인 사안임에도 충분한 숙의 없이 2심 판결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선거가 임박한 시점에서 선거에 참여하는 정치인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법률관계를 확정하는 것이 아니라 선거에 대한 부당한 영향력 행사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항소심이 선고된 지 36일만,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사건이 회부된 지 9일 만에 파기 환송 결론을 냈다. 민변은 이어 “6만~7만 쪽에 달하는 사건기록과 당사자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기도, 법관들 사이의 합의를 충분히 도출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라며 “결국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조희대 대법원장 포함 10인의 대법관이 자신들이 가진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선고를 강행한 것이 아닌지 하는 의구심까지 갖게 한다”고 말했다.

 

참여연대 역시 대법원의 이번 상고심을 대선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1일 논평을 내어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존 판례를 뒤집고 유력 후보자의 피선거권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판결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은 정치개입이자, 선거개입이라 볼 수밖에 없다”며 “대법원이 스스로 사법부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허무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법원은 헌정 질서의 파괴가 자행되는 내란의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과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키려는 제대로 된 노력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사법부 전체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커진 상황에서 또다시 정치적인 고려를 통해 절차진행과 판결을 한다는 세간의 의혹을 불식하기는커녕 확대시키는 판결을 내놓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 장현은 기자 >

 

이재명만 신속하게 ‘판례 역주행’ 유죄 파기환송…“기득권 세력의 총력전”

“윤석열 임명 대법관 10명의 대선 개입 사법쿠데타”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무죄판결을 파기 환송한 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긴급의원총회에서 박찬대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대법원을 규탄하고 있다. 연합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은 △전합 회부 결정 △심리와 선고에 걸린 속도 △대법원 판례 역주행 △파기자판 수준의 단정적 표현 △낙선자에 대한 ‘6·3·3 원칙’ 적용까지 전례를 찾을 수 없다. 지귀연 재판부가 1954년 형사소송법 제정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만 최초로 구속기간 계산법을 바꿔 풀어준 것과는 반대로, 조희대 대법원은 이재명 후보에게만 전례 없는 방식으로 ‘파기환송을 빙자한 유죄 파기자판’을 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당장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10명의 사법쿠데타”라는 맹비난이 쏟아진다.

 

이 사건이 대법원에 접수된 것은 3월28일이다. 그 이틀 전인 3월26일 서울고법 항소심 재판부는 1심과 달리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의 상고이유서는 4월10일 대법원에 제출됐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4월22일 오전 대법원 2부에 배당된 사건을, 오후에 곧바로 대법관 전원이 심리하는 전원합의체로 회부하는 결정을 했다. 재판장인 조 대법원장은 전합 회부 당일 심리를 한 데 이어, 이틀 만인 4월24일에도 심리를 이어갔다. 전례 없는 속도전 심리였는데, 이런 사실을 외부에 공개했다. 전합 회부 9일 만에 선고를 결정했고, 공중파 생중계까지 허용했다. 모두 전례 없는 일이다.

 

6개월 만에 판례 바꿔

 

그간 대법원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조금씩 넓히는 판례를 쌓아오고 있었다. 지난해 10월31일에는 이재명 후보와 유사한 혐의로 1·2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당시 대법원은 따로 보도자료를 내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을 따른 판결”이라고 한껏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는 달랐다. 대법원은 “민주주의의 실현 과정인 선거의 공정성을 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충실하게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보호되는 정도는 그 표현의 주체와 대상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불과 6개월 전 내놓았던 판례를 역주행했다. 표현의 주체, 즉 발언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은 다르게 봐야한다는 것이다.

 

1일 서울역 대합실에 설치된 텔레비전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 생중계가 나오고 있다. 연합

 

당선자 처벌 위한 6·3·3 원칙을 낙선자에 적용

 

대법원은 그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판례에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단정하기 어렵다” “∼로 보인다” “∼로 보기 어렵다” 등 유보적 표현을 써왔다.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도 사실심 성격의 판단이 일부 이뤄지긴 하지만, 파기환송 사건을 맡게 될 하급심을 고려해 판결 범위와 표현 수위를 조절한 것이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사건에서는 검사의 공소사실을 근거로 “허위사실 공표임을 분명히 적시했다” 등 단정적 표현을 자주 썼다. 고법부장 판사 출신 변호사는 “파기환송심을 맡을 서울고법에서 따로 심리할 여지가 없을 정도로 자세하게 사실관계 판단을 했다. 그 표현도 이상하게 단정적이다. 마치 6·3 대선 전에 유죄 선고를 하라는 신호를 서울고법에 보내는 것 같다”고 했다.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 위반 사건은 통상 낙선자보다는 당선자를 더 엄하게 처벌하는 경향이 있다. 낙선자의 경우 이미 선거에서 유권자의 판단을 받았다는 점에서 수사기관은 물론 법원도 처벌 수위를 조절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대선에서 낙선한 이재명 후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수사에 10여명의 검사를 투입하는 등 총력전을 폈다. 조희대 대법원장 역시 당선자에게 적용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6·3·3 원칙’(1심 6개월→2심 3개월→대법원 3개월 내 선고)을 엉뚱하게 낙선자에게 무리하게 적용했다. 선출된 공직자의 법 위반 여부를 최대한 빨리 판단해 선거 결과를 바로잡으려는 6·3·3 원칙의 취지와 달리, 대선에서 낙선한 사람을 본보기 삼은 것이다. 게다가 대선의 경우 당선자(대통령)는 내란·외환죄로만 소추가 가능하기 때문에,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받아도 6·3·3 원칙을 적용할 수 없다. 대선 패자였던 이재명 후보에 대한 집요한 수사가 정치보복 비판을 받은 이유다.

 

대법원은 ‘신속한 재판’을 합리화하기 위해 2000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대선 재검표 사건(조지 부시 대 앨 고어)을 예로 들었다. 대법원은 “대선 직후 재검표를 둘러싸고 극심한 혼란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연방대법원이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 사건은 미국 연방대법원 사례와 달리 ‘당해 선거’가 아닌 이미 3년 전 윤석열 당선으로 끝난 대선 관련 사건이다. 결국 재판 대상과 무관한 2025년 대통령 선거에 대법원이 개입하는 판결을 전례 없는 속도로 내놓으면서 ‘대법원이 혼란을 종식시켰다’는 엉뚱한 주장을 편 것이다.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6·3·3 원칙은 낙선자가 아닌 당선자 사건 처리에 적용되는 것인데 대법원이 황당하게도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첫 사례로 삼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번에 내놓은 판례를 따르면 지난 대선에서 김건희 주가조작 등과 관련한 거짓말을 하고 당선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당선무효형이 확실하다”고 했다. 윤석열의 허위사실공표 혐의 수사는 대통령 당선 뒤 중지됐다가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이후인 최근에야 고발인 조사를 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에 대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 판결을 한 1일 이 후보가 전국 각지에서 민심을 듣는 골목골목 경청투어를 시작하며 경기도 포천 중앙로에서 시민들을 만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이 임명한 대법관 10명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은 조희대 대법원장과 오석준·서경환·권영준·엄상필·신숙희·노경필·박영재·이숙연·마용주 대법관 등 10명이 주도했다. 모두 윤석열 대통령 때 임명했다.(마용주는 한덕수 권한대행 임명) 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는 “윤석열 구속취소 결정부터 이번 대법원 파기환송까지 내란 사태 이후 한국사회의 기득권 세력이 똘똘 뭉친 결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사법부 장악이 결정적 순간에 효과를 본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후보의 6·3 대선 출마를 막거나, 당선되더라도 임기 내내 정당성을 흔들겠다는 대법관들의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상고 기각(무죄) 의견을 낸 대법관은 문재인 대통령 때 임명한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이었다. 두 대법관은 “ 형사처벌 여부가 문제 되는 표현이 사실을 드러낸 것인지 아니면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인지 단정하기 어려운 표현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의견이나 추상적 판단을 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 그동안 선거의 공정과 선거운동의 자유 사이에서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확장하기 위해 노력해 온 대법원 판결례의 확고한 흐름에도 부합하는 해석”이라고 했다.

 

두 대법관은 또 이솝우화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인용하며 “재판의 신속이 절대적 가치가 아니다”라고 했다. “설득의 승자인 해님의 무기는 온기와 시간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의 요체인 설득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최근 대법원 판례까지 거스르면서, 그렇게 서둘러 선고를 해야하는지 납득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김남일 기자 >

 

‘이재명 선고’ 회부 9일 만에…“기록 제대로 볼 수나 있었는지 의문”

대법, 이례적 ‘속전속결’   이재명 1·2심엔 2년6개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마친 뒤 휴대전화를 확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법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로 판결을 내렸다. 지난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이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한 지 9일 만이다. 신속한 판단을 예고하면서 상고 기각이 점쳐졌지만 결론은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었다.

 

대법원은 1일 이번 사건의 신속 처리를 두고 “선거법의 취지에 따라 신속하고 집약적으로 깊이 있는 집중심리를 해 선거법 위반 사건의 적시 처리를 도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거법에서 1심은 6개월, 2심과 3심은 3개월 이내 선고를 규정하고 있는 만큼 신속히 심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특히 △이번 사건이 2022년 9월8일에 공소제기 뒤 대법원에 상고 사건이 접수된 올해 3월28일까지 약 2년6개월이 소요되는 절차 지연이 있었고 △1·2심의 판단이 엇갈려 혼란이 가중되고 사법 불신이 강해지는 상황도 신속한 처리의 배경이 됐다고 설명했다.

 

전원합의체 회부 이후 대법관들은 1·2심 판결문과 공판기록, 검사의 상고이유서와 변호인 답변서·의견서를 신속하게 검토해 집중적인 심리를 벌였다고 한다. 국내 사법사상 전례 없는 속도전이었다는 점을 의식한 듯 대법원은 신속 재판 사례로 2000년 부시와 고어가 맞붙은 미국 대선 뒤 연방대법원의 재검표 중단 결정을 거론했다. “재검표를 명한 플로리다주대법원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이 연방대법원에 접수된 뒤 불과 3~4일 만에 재검표 중단을 명하는 종국재판을 내려 혼란을 종식시켰다”는 것이다. 서울 지역 법원의 한 판사는 “내부에서도 신속하게 선고하지 말자는 저항도 있었을 것으로 보이는데, 내·외부 문제 제기에 대해서 사례로 설명한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포차 식당에서 '당신의 하루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영웅들'이란 주제로 배달 라이더, 택배 기사 등 비(非)전형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대법원은 이번 판결이 신속하게 처리된 점을 강조했지만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신속만이 능사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두 대법관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요체는 서로 다른 경험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에 있다”며 이솝 우화인 ‘해님과 바람 이야기’를 인용했다. “설득의 승자인 해님이 갖고 있는 무기는 온기와 시간”이라며 “대법관들 상호 간의 설득과 숙고의 성숙 기간을 거치지 않은 결론은 외관상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도 문제이지만 결론에서도 당사자들과 국민을 납득시키는 데 실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대법관은 이어 “이 사건에서 전원합의체의 심리와 재판은 해님이 갖고 있는 무기인 온기와 시간을 적절히 투입하여 숙고와 설득에 성공한 경우인가, 아닌가”라고 물었다. 전원합의체 합의에서 충분한 숙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판사 출신 변호사도 “대법원이 파기환송 사건을 이렇게 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본 적이 없다. 기록을 제대로 볼 시간이 있었는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