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서도 법무부 주요 보직 검사가 장악
정성호, '공소청' 아닌 '검찰청' 명칭 유지 주장도

참여연대·민변 "법무부 탈검찰화가 시급한 과제"
"중수청을 법무부에 설치하면 검찰개혁이 아냐"
"정권 바뀌면 중수청-검찰청 다시 합치려는 포석"

민주, '정성호 혼선' 수습하고 행안부 산하로 가닥
정책 의원총회서 '법무부 안' 발언 일절 안 나와
김병기 "7일 고위당정협의 중요한 진전 있을 것"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9.1. 연합
 

검찰청 폐지와 함께 신설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산하에 설치하는 쪽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의견을 모아가자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어깃장을 놓으면서 여권 내 혼선이 빚어졌다. 정 장관은 사실상 중수청을 법무부 산하에 두자는 입장인데, 이는 이재명 정부 들어서도 법무부 주요 보직을 여전히 검사들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가장 바라 마지않는 방안이다. 정 장관은 심지어 '검찰청'이라는 이름을 '공소청'으로 바꾸지 말고 그냥 유지하자는 주장까지 하고 있다.

 

이에 민주진보 진영의 대표적 시민사회단체인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중수청을 법무부 소속으로 두면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다시 한 번 천명하는 한편 국회와 이재명 정부가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실행에 옮길 것을 촉구했다.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는 참여연대 한상희 공동대표와 이지현 사무처장, 민변 윤복남 회장과 박용대 사법센터 부소장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공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법무부 소속으로 중수청을 설치하는 것은 검찰개혁이라 부를 수 없다.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와 중수청 설치에 검찰은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다"며 "그러다가 법무부 장관의 입을 빌려 그 입장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검찰에 의해 장악돼 법무부에 중수청을 두자는 주장을 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 일부 검찰 출신 국회의원조차 이에 동조하는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서도 "검찰개혁의 본질을 고려한다면 위험천만한 생각이 아닐 수 없다"고 우려했다.

 

이어"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임에도 법무부 주요 요직을 검사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동안 검찰을 민주적으로 통제해야 할 법무부는 거꾸로 검찰을 비호하고 검찰개혁을 방해해 왔다"면서 "무엇보다 검사 출신이 독식해 온 대통령실 민정수석–법무장관–검찰총장 간 유착관계는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한 수사는 무마시키고 비판적인 세력에 대한 수사는 강화하는 등 매우 심각한 폐단을 일으켰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법무부 소속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민변 제공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이 물러나고 민주 정부가 들어섰음에도 검찰개혁의 핵심 관건 중 하나인 '법무부 탈검찰화'에 전혀 진전이 없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참여연대와 민변은 "법무부 탈검찰화 추진은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임에도 이재명 정부 임기 시작 석 달이 되도록 알려진 바가 없다"며 "오히려 민정수석비서관에 시민사회의 반대에도 검찰 출신을 임명했다. 지금 검찰개혁에 경고등이 켜진 것이 이것과 무관하다고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검찰의 특수수사 역량을 보존해야 한다거나,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것이 검찰의 수사 인력을 이관하는 데 용이할 것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들은 "법무부 소속이면 특수수사의 역량이 보존되고, 그렇지 않으면 역량이 보존되지 않는다는 근거는 무엇인가. 검찰의 특수수사는 정치적 수사의 다른 이름이었고 정치검찰의 특성을 중수청으로 계승하겠다는 선언에 불과하다"며 "오히려 수사-기소 조직의 분리라는 소나기를 일단 피하고 추후 정권이 바뀌면 언제라도 중수청과 검찰청을 다시 합치기 위한 포석이라 봐도 무리가 아니다"라고 검찰 측 속내를 간파했다.

 

법무부 장관만이 중수청 수사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다는 주장 또한 궤변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이것은 '민주적 통제'가 아니라 정권과의 유착관계를 바탕으로 하는 '정치적 통제'다. 민주적 통제는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수사 지휘를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적 통제'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면서 "검찰의 수사 인력을 분리해 설치하는 중수청을 검찰이 장악한 법무부에 그대로 두자는 것은 설득력이 없으며 오히려 반 개혁적"이라고 잘라 말했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권, 기소권을 포함해 사실상 재판권을 제외한 모든 형사사법 체계상의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검찰은 윤석열 정권의 수사 통치에 적극 동참하며 수사권-기소권 오남용을 일삼았다"면서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 명품백 등 뇌물수수 의혹, 정치 브로커 명태균 및 건진법사 등과 결탁한 당무·공천 개입 의혹 등 윤석열의 배우자, 김건희를 둘러싼 의혹이 차고 넘쳤지만 검찰은 김건희에 대해 무혐의 처분 수순을 위한 '황제 수사'를 진행했을 뿐이다. 12.3 불법 비상계엄을 선포하며 친위쿠데타를 일으킨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에 대한 지귀연 재판부의 구속취소 결정에도 검찰은 즉시항고조차 하지 않아 내란 우두머리가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게 내버려뒀다"고 사례를 열거했다.

 

그러면서 "이후 진행 중인 내란 특검, 김건희 특검, 채상병 특검의 수사·기소 현황은 검찰의 소극적 태도와 매우 선명하게 대비된다. 특검과 검찰의 차이만큼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확인된다"며 "수사-기소 분리는 검찰권을 오남용하고 수사 통치에 부역한 검찰에 대한 역사적 응징이다. 경찰 수사 역량 강화, 형사사법 체계 프로세스 정비 등은 시급하게 논의돼야 하지만 이를 이유로 검찰에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한을 나누고 쪼갠다는 검찰개혁의 취지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법무부 소속 중수청 설치는 검찰개혁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참여연대와 민변은 결론적으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가진 무소불위 검찰은 더 이상 필요 없다. 이제 수사 조직과 기소 조직을 분리해 검찰을 정상화하는 방안만이 남아있을 뿐"이라며 요구 사항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법무부 소속 중수청 설치 반대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의 법무부 소속 설치 주장을 즉각 철회하라!
-법무부는 탈검찰화를 즉각 추진하라!
-국회와 이재명 정부는 수사-기소의 조직적 분리를 통한 검찰개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

 

개별 발언에 나선 참여연대 한상희 공동대표는 "본청과 외청의 관계는 상호 견제와 균형이 이뤄져야 하는데 법무부의 주요 간부직은 거의 대부분 검사로 구성돼 있고 검찰이 법무 행정을 좌우하며 법무부 업무를 장악하고 있다"면서 "법무부 장관은 중수청의 소속을 이야기하기 전에 탈검찰화를 어떻게 할지 국민에게 확약하고 실천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민변 윤복남 회장도 "법무부는 국민이 아닌 검찰의 이익을 대변하는 '검찰의 법무부'로 기능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정성호 장관 등이 중수청을 법무부 소속으로 두자고 하는 것은 사실상 법무부의 잘못된 관행을 용인하고 확대해 나가겠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며 "법무부는 본질적으로 검찰 조직을 지휘, 감독하고 인사에도 관여할 수 있어 결국 중수청을 법무부에 두는 순간 수사와 기소의 분리 개혁은 공허해진다"고 목청을 높였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위)과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기다리고 있다. 2025.9.1. 연합
 

민주당도 정 장관으로 인해 빚어졌던 혼란을 수습하고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3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책 의원총회에서는 검찰청 폐지 법안의 이달 내 통과를 목표로 중수청 소재를 어디로 해야 할지를 두고 총 10명의 의원이 각각 장시간 발언에 나섰는데 '행안부 안'이 대다수였고 일부 '총리실 안'도 있었지만 '법무부 안'은 일절 없었다고 한다.

 

민주당은 이날 의총 논의를 토대로 4일 법무부 등이 참여하는 검찰개혁 공청회, 5일 입법청문회를 연달아 연 뒤 7일 고위당정협의에서 최종 결론을 내릴 계획이다. 당정 간 의견 수렴이 완료되면 민주당은 추석 전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한다.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의총 뒤 브리핑에서 이같이 전하고 "최종적으로 이재명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어서 이를 참조해 결정은 정부에서 하는 것으로 의총에서 정리했다"고 설명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4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정신이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며 "개혁의 요체인 검찰청 폐지, 수사와 기소의 분리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아 9월 안에 통과시키겠다. 개혁은 신속하게 추진하되 부작용은 극소화하겠다. 어제 정책 의원총회에서 원칙과 기준, 로드맵을 재확인했고 세부 논의도 계속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늘은 법사위 공청회가 열리고 내일은 입법청문회가 진행된다.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7일 고위당정협의에서 중요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국민께서 '이거면 됐다'고 느끼실 개혁안을 만들겠다"며 "오욕으로 얼룩진 검찰청은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정의로운 수사와 공정한 기소가 자리 잡을 것이다. 고진감래, 인고의 시간이 길었던 만큼 그 성과는 국민 모두의 몫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