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보위 보고
“시진핑·푸틴과 나란히 전승절 열병식 망루에 설 듯”
“우크라 전쟁 파병 북한군 사망자 2000여명 추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 조선중앙TV 화면 연합
 

3일 중국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아내 리설주와 동생 김여정과 동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국가정보원이 2일 보고했다.

 

국정원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현안보고에서 이같이 보고하고 “김정은 위원장은 오늘 새벽 북·중 국경을 통과해 오늘 오후 베이징에 도착할 예정”이라며 “김 위원장은 열병식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망루에 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국정원은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사망자가 “2000여명으로 추산된다”고 했다.                                                      < 김채운 기자 >

 

김정은, 오늘 새벽 북중 국경 통과…방중 전 ICBM 연구소 방문

‘화성-20형’ 개발 시사…‘핵보유국’ 지위 과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1일 전용열차로 출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탑승한 전용열차가 2일 북중 접경을 통과했다. 이날 베이징에 도착하는 김 위원장은 3일 베이징 천안문(톈안먼) 망루에 올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행사에 참석한다.

 

북한 관영 라디오 조선중앙방송은 이날 아침 “김정은 동지께서 ‘중국인민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쑈 전쟁승리 80돐 기념행사'에 참석하시기 위하여 9월1일 전용렬차로 평양을 출발하시었다”며 “전용열차는 2일 새벽 국경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 내 집무실 칸에 최선희 외무상과 김성남 노동당 국제부장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탑승했다. 김 위원장이 열차 앞에서 담배를 피우며 최 외무상, 조용원·김덕훈 당 비서와 대화하는 사진도 공개됐는데, 조용원과 김덕훈이 열차에 함께 탔는지 단순히 환송을 위해 나왔는지는 불분명하다. 배우자인 리설주 여사나 딸 주애, 여동생인 김여정 당 부부장의 동행 여부는 기사에서 언급되지 않았고 사진에서도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북한이 최고지도자의 해외 방문을 출발 직후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2023년 9월 10일 평양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방문할 때는 이틀 뒤인 9월12일 관영매체를 통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을 태운 열차는 신의주와 중국 단둥을 잇는 압록강 철교를 이용해 국경을 건넌 것으로 추정된다.

 

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2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연합
 

김 위원장은 베이징으로 출발하기 직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관련 연구소를 방문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1일 미사일 총국 산하 화학재료종합연구원 연구소를 방문해 탄소섬유 복합재료 생산 공정과 대출력 미사일 발동기(엔진) 생산 실태를 파악했다고 2일 보도했다. 통신은 “탄소섬유 복합재료를 리용한 신형 고체발동기의 최대 추진력은 1960kN(킬로뉴턴)으로서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19'형 계렬(계열)들과 다음 세대 대륙간탄도미싸일 ‘화성포-20'형에 리용(이용)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이는 우리 전략 미싸일 무력의 강화와 능력 확대에서 커다란 변혁을 예고하는 의미 있는 성과”라고 치하하며 “전략무력 강화의 지름길을 열어놓은 해당 연구소의 과학자들에게 높은 급의 국가표창을 수여”하라고 지시했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는 작년 10월 31일 ‘화성-19형'이 마지막이었다. ‘화성-19형'은 북한이 보유한 ICBM 중 가장 큰 기종인데, 이를 뛰어넘는 성능의 ‘화성-20형'을 개발하고 있는 사실을 공개한 것이다. 기존의 화성-18형도 사거리 1만5천㎞ 이상으로 미국 본토 전역을 타격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는 가운데, 화성-20형은 사거리를 확장하거나 탄두 중량을 늘려 파괴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미사일연구소 방문은 1일 전용열차를 타고 베이징으로 떠나기 직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참석해 시진핑 주석, 푸틴 대통령 등과 함께 새로운 반미 다극체제 국제질서의 한 축임을 과시할 예정인 김 위원장이 ICBM 개발 연구소 방문을 공개한 것은 미국을 사정권으로 두는 무기까지 갖춘 ‘핵보유국' 지위를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 박민희 기자 >

 

김정은, 오후 4시 베이징 도착할 듯…중국 ‘세 과시’ 무대에 정상들 속속

김 위원장, 아침 7시 중국 선양 통과

 

 
 
1일 천안문(톈안먼) 성루 앞에 오는 3일 열리는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식 관람을 위한 자리가 설치되어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탄 특별전용열차가 2일 아침 7시께 중국 선양을 통과했다고 외신이 보도했다. 미국·서방 중심의 국제 질서에 대한 도전과 중국의 외교력을 뽐내는 무대가 될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전쟁 승리’(전승절) 80주년 기념식에 김 위원장을 비롯한 각국 정상과 고위급 인사들이 이날 베이징에 속속 모여들고 있다.

 

이날 일본 티비에스(TBS) 계열사 제이엔엔(JNN)은 김 위원장이 탄 것으로 추정되는 열차가 이날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각에 중국 선양을 통과했다고 전했다. 북-중 관문인 중국 단둥과 베이징까지 1103㎞ 떨어져 있어, 전용열차가 평균 시속 50㎞ 안팎으로 달리는 걸 고려하면 김 위원장은 이날 오후 4시께 베이징역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 전날부터 경비가 삼엄했던 베이징역은 김 위원장을 맞이할 막바지 채비에 들어갔다. 이날 오전 베이징역 광장은 높은 철제 가림막이 설치됐고, 승객을 제외한 인원은 출입이 불가능해졌다.

 

김 위원장의 합류로 주목도가 더욱 높아진 이번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위해 각국 정상들도 베이징에 집결하고 있다. 1일까지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에 참석했던 중국의 우방국 정상들은 바로 베이징으로 이동했다. 러시아 타스통신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차량을 이용해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2일 바로 정상회담을 열 것으로 보인다. 우르라이나 전쟁 등 민감 주제를 논의할 비공개 회담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샤브카트 미르지요예프 우즈베키스탄 대통령,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등이 전날 고속열차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중국의 세 과시 마당이 된 전승절 기념식은 ‘중국 대 미국·서방’ 구도를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의 중국 주재 대사들은 전승절 기념행사와 열병식에 불참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데이비드 퍼듀 주중국 미국 대사가 전승절 행사에 참석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다른 외교관을 보낼지도 불투명하다고 보도했다. 10년 전 70주년 열병식에는 당시 미국 대사가 참석했다. 유럽 각국 대사관들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푸틴 대통령 참석을 명목으로 집단 불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