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과 대북송금 사건 조작 모의 작심 폭로
KH그룹 조경식 부회장 국회 청문회 증언대에
"배상윤 귀국시켜 이재명 이름 부르게 하려 해"
"권성동 48억 원 로비하고 사진 찍은 인물 있다"

48억 로비 목격한 제3자, 법무법인 고문 출신
"이화영 끌어넣어야 이재명 잡을 수 있다고 해"
"이철규와 알펜시아 때문에 이 사달 벌어졌어"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 등도 함께 로비한 듯
조경식 "검찰의 파렴치한 압박에 거짓 진술해"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왼쪽)이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오른쪽)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9.6. 국회방송 갈무리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사건에 연루된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이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과 만나 KH그룹 회장 배임·횡령 수사 무마를 논의하고, 이를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를 사건에 엮어 검찰에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KH그룹 쪽에서 권 의원에게 검찰 로비 등을 명목으로 48억 원을 건넨 모습을 목격한 제3의 인물도 지목했다. 조 전 부회장 증언대로 거액의 돈을 받고 정치권과 검찰이 결탁해 사건을 조작했다면 담당 검사 등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필요해 보인다.

 

"배상윤 귀국시켜 이재명 거론하게 하려 해"

 

조 전 부회장은 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롯데호텔에서 권 의원과 만나 대북송금 사건을 모의한 내용에 대해 폭로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다시 한번 (권성동과) 대화 나눈 내용을 정리해 주십시오.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롯데호텔에서) 일단 국제전화 통화를 했습니다, 배상윤과 (권성동이). 배상윤 회장이 그 전에 한국에 있을 때 (국외로) 도망가기 전에 두 번을 '권 박사'(권성동을 지칭)와 식사를 한 경험이 있더라고요.

전화를 바꿔주자마자 의원님하고 서로 얘기를 하는데, 권 박사가 (배상윤 회장에게) 이제 '알았으니까 자네 건강이나 잘 챙겨 그러고 있어' 그리고 '모든 건 조 부회장하고 얘기 다 끝났으니까 그렇게 마무리할 테니까'라고 했습니다. 

그 '마무리'라는 건 뭐냐. 배상윤 회장이 공항을 자진 입국해서 들어오면서 기자 인터뷰를 하는 걸로 시작을 해서 누군가를 이름을 거론을 시키고 (중략) 들어와서 구속이 되면 3개월 정도 구속돼 있다가 병원으로 일단 뺐다가,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으면서 너희(KH)가 생각하는 3년의 실형은 살게 해줄게, 그것만 (살게 해줄게). 거기까지 얘기가 그날 대화의 중점 내용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그날 대화한 중점 내용입니까?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예, 맞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충격적이네요. 그러면 배상윤이 들어오면서 누구의 이름을 얘기하는 거였나요, 공항에서?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네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이 자, 재 자, 명 자입니다. (그리고) 이화영. (이재명과 이화영) 두 분의 이름입니다.

 

조 전 부회장의 입에서 '이재명'과 '이화영'이라는 이름이 언급되자 잠시 장내가 술렁였다. 서 의원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하…"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오늘 말씀은 전부 다 사실이냐" 물었고, 조 전 부회장은 "있는 그대로 말씀 드렸다"고 답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KH그룹 부회장 조경식 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난 모습. 2025.6.30. 시민언론 뉴탐사 보도 갈무리

 

"권성동 48억 원 로비 목격자 있다"

 

조 전 부회장은 권 의원이 대북송금 사건 검찰 로비를 명목으로 48억 원을 건네받았다는 의혹과 관련, 이를 목격한 제3의 인물이 있다고 처음 밝히기도 했다. 제3자가 있다는 것은 로비 의혹의 신빙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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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부회장의 의혹 제기는 권 의원과 나눈 통화 녹취나 롯데호텔 로비 인근에서 찍힌 사진 등으로 간접 입증됐지만, 권 의원은 그간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조 전 부회장이 이 대통령과 민주당 의원들의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제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반박해왔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48억은 우리 조경식 회장님이 말씀하신 액수인가요?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아, 그쪽에서 요구한 겁니까? 그쪽이라고 하시면.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권 박사님의 '베프'(베스트 프렌드, 친한 친구)가 있습니다. 강원도 영월의 황성일이라고요. 그 친구는 저의 사회 친구고요. 그 친구의 소개로 (권 의원을) 만나서 일을 부탁드렸고, 저희 KH회장이 아시겠지만 적색수배자로 지금 캄보디아에 도망가 있습니다. 귀국하는 구명을 위해서 (권성동 의원을) 뵙게 됐고, 거기에 대해서 금전은 원래는 20억에서 마무리 지을라 그랬던 건데 황성일이가 중간에 끼어들면서 (커졌습니다)… (회의장 전광판에 나온) 저 사진이 그 롯데호텔 로비입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롯데호텔 로비에 누군가 찍어준 사진이군요.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만났을 때 말씀 내용이 있고 그 당시입니다. 저 사진.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2024년 7월에 찍어준 사람이 황성일이라고 하는 사람인가요? 

▶KH그룹 조경식 전 부회장 예, 맞습니다.

 

조 전 부회장은 목격자로 지목한 황성일 씨를 통해 권 의원에게 돈을 건네는 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해당 사진은 없다고 밝혔다. 돈을 건네는 장면이 아닌 자신의 맞은편에 권 의원이 앉아 있는 모습만 찍혀서 황 씨를 질타했다고도 말했다.

 

다만 사진과는 별개로, 조 전 부회장이 언급한 목격자 황 씨의 과거 이력이나 배경은 권 의원을 통한 로비 정황을 뒷받침한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조 전 부회장이 '권 의원의 베프'라고 주장한 황 씨는 강원도 영월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과거 법무법인에서 고문을 지낸 경력이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역 정가 관계자는 "지역에선 황 씨가 염동열 전 의원과 인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권 의원과의 관계는 모르겠지만, 염 전 의원은 권 의원과 고교 동문"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의 발언과 조 전 부회장 증언, 황 씨의 이력 등을 종합하면, 황 씨가 권 의원을 통하는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황 씨는 <민들레>와 두 차례 통화에서 "조경식을 모른다"고 거듭 부인했지만, 조 전 부회장와 황 씨가 나눈 문자 메시지에는 "경식아"라고 친근하게 부르거나 "친구야"라고 부르는 등 가깝게 지낸 흔적들이 여럿 나온다. 또 공교롭게 조 전 부회장이 '권성동의 또다른 연락책'이라고 지목한 변호사 ㄱ씨 역시 황 씨와 같은 법무법인 출신이었다. ㄱ씨가 과거 여러 차례 조 전 부회장을 구치소에서 만난 사실도 접견 기록으로 확인된다.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과 황성일 씨가 나눈 문자 내용. 2025.9.6.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아울러 조 전 부회장의 통화 녹취에서도 황 씨를 통해 로비하려고 한 정황이 나온다. 지난 2023년 10월 28일 조 전 부회장이 지인 김아무개 씨와 나눈 통화 녹취를 보면,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 석방을 논의하던 중 "권성동과 얘기해야 하는데, 황성일이가 (중략) 이화영이랑 했던, 지금 (검찰)조사받은 내용 말고 다른 소스(혐의)가 있냐, 좀 정확하게 그런 거를 좀 해줄 게 있냐고 한다. 그러면은 황성일이가 (권성동 통해 검찰에) 얘기 하겠다고 한다"고 언급하는 대목이 나온다.

☞관련 기사 : [단독]"이화영 정보 주고 권성동 통해 검찰과 협의하자"

 

서 의원은 이와 관련해 "이화영 소스와 쌍방울 수사를 딜(거래)하는 검찰과의 시도가 있었느냐"고 물었고, 조 전 부회장은 "그게(시도한 게) 권 박사 쪽 사람"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조 전 부회장은 "이화영을 끌어 넣어야지만이 쌍방울을 살려준다는 얘기했다"며 "그 윗선(이재명)을 잡을 수 있으니까 단계적으로 이렇게 해야 된다 했다"고 부연했다.

 

서 의원이 거듭 "검찰이 쌍방울 사건을 적당히 봐줄 테니, 이화영을 엮어 넣어야 하고 이것으로 이재명도 엮어 넣어야 한다는 구도가 그려졌고, 그 구도는 권성동 의원, 권성동 의원이 아는 사람 등을 통해서 알게 됐다는 말이냐"고 묻자, 조 전 부회장은 "맞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이철규 사무총장(오른쪽)과 권성동 의원이 9일 강원 춘천시 강원대학교 백령아트센터에서 열린 강원특별자치도 출범 기념식에서 대화하고 있다. 2023.6.9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

 

"이철규와 알펜시아 때문에 이 사달 벌어져"

 

조 전 부 회장은 이러한 로비 원인은 KH그룹이 소유한 알펜시아 골프장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KH그룹의 강원도 평창에 45홀 골프장이 있다"며 "1년에 190억 원 현찰이 들어오는 곳인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때문에 (헐값인) 보증금 10억에 5년간 운영권을 (다른 기업에) 줬다. 그것 때문에 지금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부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KH그룹 배상윤 회장은 윤석열 당선 뒤인 2022년 6월 국외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이철규 의원 등을 만났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배 회장은 이 의원이 검찰 수사 위협을 막아줄 것으로 판단하고, 이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진 기업에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KH그룹 입장에서는 현금이 나오는 '알짜배기' 사업을 일종의 로비 대가로 넘긴 셈이다. 이 의원은 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전면 부인하고 있다.

 

다만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5년 계약으로 넘겼지만, KH그룹이나 이들의 경제공동체격인 쌍방울그룹 사정은 크게 바뀌지 않았다. 회장들은 국외 도피 중이거나 구속됐고 임원진도 수사를 받아야 했다. 이에 이들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는 알펜시아 골프장 사업의 운영권을 되찾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김성태 전 회장은 지난해 1월 수원구치소에서 보석 석방된 뒤, '강원도 패권'을 두고 이 의원과 경쟁하는 권 의원을 새로운 로비 창구로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과 조 전 부회장이 나눈 문자에는 여러 차례 권 의원에게 접촉한 흔적들이 나온다. 조 전 회장이 김 전 회장에게 "권 박사님이 이용하는 비밀 요정에 왔다"고 보고하는 내용의 카카오톡 문자 메시지 등도 확인됐다.

 

또한 지난해 6월 권 의원과 조 전 부회장이 만난 직후,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이철규 등 '윤핵관'들에 의해 뺏겼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작성하고 논의한 김 전 회장의 텔레그램 메시지도 확인됐다. KH그룹이나 쌍방울그룹 입장에서 권 의원에 대한 로비는 단순한 회장 구명뿐 아니라 기업 이익과 관련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이들은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 등과 관련된 보도자료를 <JTBC>에 제보했지만, 12·3 내란과 제주항공 참사 등으로 보도는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VIP로 표기)과 조경식 전 KH그룹 부회장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2025.9.6. 탐사보도그룹 워치독

 

이날 청문회에서는 쌍방울 그룹의 대북사업과 관련한 언급도 나왔다. 증언 과정에서 통일교에 대한 언급이 나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조 전 부회장은 "(북한과 추진하려던 사업이) 제일 처음엔 백두산 카지노 관광호텔이었다. 그런데 그게 바뀌어서 신의주로, 관광특구를 그쪽으로 해달라고 그래서 그쪽에다 관광호텔을 짓기로 했다. 그다음 2차가 광물 쪽이었다"며 "3차가 핸드폰 통신 관계였는데, 통신은 통일교에 40년 전 계약을 해줘서 안 된다는 그런 신빙성 있는 북한 측의 얘기가 있어서 (추진을) 못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회장은 "이 모든 게 안부수(아태평화교류협회장)의 작품이었다"며 "나머지 김성태나 모두 다 이용당하고 사기당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의 파렴치한 압박에 거짓 진술해"

 

조 전 부회장은 청문회 마무리 발언에서 "쌍방울그룹 김성태 전 회장이 귀국할 때 공항에서 인터뷰 일성이 '(이재명은) 모르는 사람'이라고 했다"면서 "진짜 모르는 일이고, 대북에 대한 그룹사업이지 유명 정치인을 끼어넣으려는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검찰의 파렴치한 압박에 의해서 사기꾼보다 더 못한 치졸한 수사기법으로 협박 받고 가족까지 위협받다 보니까 김 전 회장도 어쩔 수 없이 거짓 진술해서 죄없는 사람들, 특히 이화영 부지사를 엮어넣게 됐다"고 말했다.

 

조 전 부회장은 "(국외로) 도망가 있는 배상윤 회장도 가슴 아파하고 있고 그 점을 너무 속상해하니까 살펴주시라"고 요청하면서 "검찰이 이래서 안된다. 이 정부에서 검찰을 없애겠다는 자체가 너무 박수 치고 좋아할 일이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