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린 폴리시 "트럼프, 윤 구원할 가능성 없다"


윤 진영 '지속적으로 트럼프 도움 호소
"복음주의 열정을 지닌 트럼프가
헌재의 윤석열 탄핵 물리칠 것 믿어"
'중국 침투' 가짜뉴스로 동병상련 유도

 

"한국의 보수가 트럼프의 구원을 얻고자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계 미국 변호사인 미셸 김이 3일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실은 글의 제목이다.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의 팬들은 워싱턴이 그를 구할 수 있다고 본다"는 부제가 달렸다.

 

 대한민국바로세우기국민운동본부가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인근에서 연 탄핵 반대 광화문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5.2.1 연합
 

법원 폭동 윤석열 극렬 지지자들

"트럼프, 윤석열을 구원해달라"

 

이 글은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의 정당인 국민의힘의 보수 정치인들이 백악관에 복귀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도움'을 간절하게 호소하는 움직임을 조명했다. 이들은 윤석열 극우 지지자의 1·19 서울서부지법 폭동과 2021년 트럼프 극렬 지지자의 1·6 의회 폭동의 유사성에 착안해 트럼프의 동정을 끌어 내려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견해다.

 

그러면서 국힘의 다수 의원이 윤석열 탄핵에 반대하고 법원 폭동을 저지른 윤의 극렬 지지자들과 결합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윤의 극렬 지지자에 대해 그는 "대체로 나이 든, 확고한 반공 정서를 지닌 복음주의 기독교 국가주의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트럼프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을 상징하는 빨간 야구 모자를 쓰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트럼프 지지자가 들었던 'Stop the Steal'(도둑질을 멈춰라)이란 팻말과 미국의 성조기까지 흔들면서 "나라를 넘어선 '대안 우파(극우) 동맹"을 추구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계엄군, 국힘, 한남동 요새 등 윤석열의 힘을 지탱하는 모든 기둥이 무너지자 그의 지지자들은 트럼프가 공격해 그들을 구할 것이란 희망에 집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 내용인즉, 트럼프가 어떻게든 야권이 압승한 작년 4·10 총선에서 부정선거가 있었다는 자신들의 주장을 조사할 것이고 마침내는 "복음주의적 열정"을 지닌 트럼프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탄핵을 물리칠 것으로 믿고 있다는 얘기다. 이들의 부정선거 음모론은 극우 유튜버들이 선전해온 허구적 주장들임은 물론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이 열린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윤 대통령이 출석해 있다. 2025.2.4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극우, 복음주의 열정 지닌 트럼프가

헌재의 윤석열 탄핵 물리칠 것 믿어"

 

미셸 김은 "분명히 하건대, 미국 대통령에겐 한국의 민주주의를 뒤엎을 힘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영구 독재를 꿈꿨다가 실패한 친위쿠데타를 필사적으로 되살리고자 '공산주의 중국'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정치적 공작에 착수했다고 그는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윤은 자신의 독재 시도를 중국의 한국 내정 침투에 대한 성공적인 방어로 프레임을 바꾸고, 그렇게 해서 미국의 한국전 참전이 공산주의 전복에 맞선 민주주의적 구세주라는 기억들을 연상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이 작년 12월 14일 국회의 탄핵소추 직전 TV 연설에서 계엄령 선포 근거로 중국의 안보 위협 거론한 것이나, 1월 15일 페이스북에 올린 장문의 손 편지를 통해 중국과 민주당의 '부정선거 공모' 의혹을 제기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풀이했다.

 

냉전 유산, 중국과의 동북공정 관련 역사 논쟁, 미국의 사드 관련 중국의 경제 보복 등에서 비롯된 한국 내의 중국 혐오증에 편승해 윤석열은 총선 참패와 자신의 국정운영 실패의 배후에 "비밀 지휘자"인 중국이 있다는 거짓말을 지어냈다고 김 변호사는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 워싱턴D.C. 백악관의 사우스론에 도착하면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5. 02. 02 [로이터=연합]
 

"윤 극우 지지자들, 탄핵 반대를

미중 권력 투쟁으로 프레임 전환"

 

그는 "윤석열 지지자들은 이런 극단적 주장을 반중 십자군 전사이자, 선거 음모론의 대변자인 트럼프에게로 집결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였다...그들 대부분이 옹호하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언어를 빌어 트럼프가 '중국 해체'라는 메시아적 임무를 갖고 있다고 선언했다"고 전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중국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다는 '허위 주장'도 퍼뜨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힘 의원들이 이런 음모론을 증폭시키고 있는 게 눈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이다.

 

아주대 미중정책연구소 소장인 김흥규 교수(정치학)는 "윤의 극우 지지자들은 탄핵 반대를 미중 간 권력 투쟁으로 프레임을 바꿔 대중에게 더 설득력 있게 호소하고 정치 위기를 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전환하고 있다"며 "이런 전환은 그들이 확고한 반중 플랫폼인 트럼프와의 동맹을 구축하고 워싱턴에 윤을 지지해달라는 강한 신호를 보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의 윤석열 '구원' 가능성을 김 변호사는 '없다'고 봤다. 그는 "국민의힘의 집단적 아우성에도 트럼프는 그들을 구하러 가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라고 논평했다. 김 변호사는 취임 이후 트럼프가 윤석열과의 회동과 관련해 "그들이 그에 대한 탄핵을 멈춘다면.."이라고 농담을 던진 사실을 거론한 뒤 "그의 취임식 참석차 (워싱턴에) 날아갔던 보수 의원들에겐 실망스럽게도 한국 내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전혀 비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3일 국회에서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반도체특별법 노동시간법 적용제외 어떻게?'라는 주제로 열린 '정책 디베이트'를 주재하고 있다. 2025.2.3 연합
 

"이재명은 국익 우선 실용주의자,

윤석열의 선동적 외교와 대조적"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즈음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외교 기조도 조명했다. 김 변호사는 "중국 동정론자란 부당한 묘사를 털어내고자 이재명은 워싱턴과의 동맹을 확인하고, 무역에 집중된 중국과의 실용주의적 파트너십을 증진하는 쪽으로 외교 기조를 다듬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윤의 후임 가능성이 큰 이재명은 변덕스러운 트럼프의 통치술을 잘 헤쳐 나갈 준비가 된 적응력 있는 리더로 자신의 포지션을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사례로 트럼프 취임 이후 조셉 윤 주한미국 대사 대리와의 만남에서 이 대표가 "새로운 미 행정부의 새 외교정책에 발맞추겠다"고 약속한 것이나, 최근 트럼프가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말해 논란을 불렀을 때 트럼프의 대북 외교 접근 용의를 환영했던 점을 들었다.

 

민주당을 포함한 한국의 '리버럴들'(진보세력)의 특징도 소개했다. 그는 "정치적 유산의 뿌리를 1900년대 후반 민주화 운동에 두고 있다"면서 "미국의 패권으로부터 더 독립적이고, 북한에 덜 강경하며,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에 열려있다고 여겨진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재명은 이런 물려받은 외교적 가치들을 존중하면서도 당파적 원리보다 국익을 우선하는, 트럼프에 더 가까운 실용주의자로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 윤석열의 대중 선동적인 외교와는 완전히 대조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촛불행동은 20일 '내란 선동, 폭동 주도 전광훈을 구속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2025.01.20. 사진 이호 작가
 

"트럼프, 윤석열 구원할 가능성 없다"

"더 나은 협력자, 윤석열 아닌 이재명"

 

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극우의 간절한 호소에도 트럼프가 윤석열 구원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 뭣보다 트럼프의 한국 정쟁 개입은 "되돌릴 수 없는 지정학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외교 문제를 다룰 때 '원칙 있는 현실주의'(principled realism)에 입각해 가치와 동맹을 제거하고 노골적인 거래적 접근을 통해 미 국익을 챙기는 게 트럼프다. 김 변호사는 "트럼프는 이념적 우려엔 냉정한 채 한국의 정치 위기를 동북아에서 한국을 미국 주도 동맹의 핵심으로 유지하는 데 집중하는 거래적 시선으로 바라볼 것이다"라고 내다봤다.

 

김흥규 교수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았다. 그는 "트럼프는 윤석열 편에 서서 추가적 혼란과 분쟁을 부추겨 중증 장애 상태의 한국이 되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라며 "그것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에 동북아를 책임지라고 권한을 내주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정치적 패배자를 싫어하는 트럼프는 "정치적 합법성을 부여받은 새로운 한국 행정부와 거래할 때를 기다릴 가능성이 더 크다"라고 예상했다.

 

김 변호사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결국 트럼프에게 더 나은 협력자는 윤석열이 아니라, 아마도 이재명이 될 것이다. 전혀 다른 정치적 가치를 품은 채 서로 경쟁하는 현실주의자들이 마침내 놀라운 지전략적 파트너십(geostrategic partnership)을 구축하게 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

 

“사람에게 ‘인원’이라 한 적 없다”
입에 붙은 듯 곧바로 “인원” 언급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헌법재판소 6차 변론기일에서 ‘인원〃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고 말한 후 1분15초 후 인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의 영상을 보여주고 있다. 델리민주 갈무리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불과 1분15초 만에 들통난 윤석열 대통령의 거짓말 행태를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7일 아침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어제 윤석열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6차 변론에서 자신은 ‘인원’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불과 1분15초 뒤, 자신의 말이 거짓말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다”며 헌재 6차 변론 영상을 틀었다.

 

윤 대통령은 영상에서 “인원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는데 저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놔두고 의원이면 의원이지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국회) 문을 부수고라도 들어가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말을 들었다고 여러 차례 증언하자, 자신은 사람에게 ‘인원’이라는 말을 써본 적이 없다고 주장한 것이다.

 

그런데 영상 속 윤 대통령은 1분15초 뒤 “당시에 국회 본관을 거점으로 확보해서 불필요한 ‘인원’을 통제한다는 목적으로 들어갔는데, 그 안에는 약 15명, 20명이 안 되는 ‘인원’이 들어갔다. 밖에도 혼잡할 뿐 아니라 7층 건물 안에도 굉장히 많은 ‘인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람을 두고 ‘인원’이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지만, 윤 대통령은 입에 붙은 듯 ‘인원’이라는 말을 세 번이나 연거푸 사용한 것이다. 이 영상을 함께 보던 민주당 지도부는 실소를 터뜨렸다.

 

김 최고위원은 “‘인원’이라는 단어는 그 전에도 윤석열이 자주 썼다”며 여러 사례를 제시하며 “입만 열면 거짓말”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직접 신문하며 “그 많은 인원이 다 들어갔느냐”고 말했다. 비상계엄 이전에도 윤 대통령은 공적인 자리에서 ‘인원’이라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지난해 3월27일 주재한 23차 비상경제민원회의에서 한 차례, 지난해 4월1일 의대 증원·전공의 파업 관련 대국민담화에서도 세 차례 ‘인원’을 언급했다.   < 기민도 기자 >

 

쓰고 코치하고 끼어들고…곽종근 나오자 분주해진 윤석열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본인의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에 대한 증인신문 도중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6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6차 탄핵 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위법한 지시를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는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오자, 윤 대통령은 대리인단에 직접 주문을 하며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이 나왔을 땐 대체로 눈을 감고 있던 지난 4일과 달리 이날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을 듣고 틈틈이 연필로 메모를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곽 전 사령관의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대리인들과 자주 귓속말을 나눴다. 곽 전 사령관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증언하자 윤 대통령은 대리인에게 바로 귓속말을 했고 대리인은 “그때는 군인이 15명밖에 없었다”며 반박을 이어갔다. 윤 대통령은 대리인의 반대신문 중간에 그만하라는 손짓을 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곽 전 사령관에게 부당한 지시를 왜 따랐냐고 적반하장식으로 타박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상급자가 (부당한) 지시를 할 때는 부당하다고 얘기하는 게 기본이다. (지시 이행이)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게 상식”이라며 “‘끄집어내라’ 이런 지시를 (하는 것이) 어떤 공직사회의 상하 간에서 가능한 이야기인가”며 곽 전 사령관의 주장과 행동이 상식적이지 않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윤 대통령은 자신이 신청한 박춘섭 대통령실 경제수석비서관이 증인으로 나오자 자리를 비우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윤 대통령 쪽은 ‘야당의 예산 삭감으로 국정이 마비됐다’는 박 수석 진술을 유도해 계엄의 타당성을 주장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 한겨레 오연서 전광준 기자 >

‘국회의원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란 김용현 주장 반박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피청구인인 윤 대통령 측 대리인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 비상계엄 당일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전화해 병력 추가 동원을 요구하고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을 막으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 쪽은 그동안 방송과 국회 증언 등을 통해 비상계엄 상황을 소상히 밝혔던 곽 전 사령관의 표현에 변화가 있었다며 공격했지만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건 사실’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앞서 ‘국회의원이 아닌 요원을 끌어내라고 한 것’이라는 김 전 장관 주장에 대한 반박이었다.

 

곽 전 사령관은 또 김 전 장관이 비상계엄 당일 밤 11시50분께 전화를 걸어 “707을 빨리 추가로 더 투입해라, 추가 투입을 지시하셨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12월4일 0시20분부터 0시57분께 김 전 장관으로부터 ‘국회의원이 150명이 안 되도록 막아라. 빨리 의사당으로 가서 국회의원들 데리고 나와라’고 지시받은 게 맞나”라는 국회 대리인단의 질문에도 “네”라고 대답했다.

 

이날 변론에서는 곽 전 사령관이 전한 윤 대통령의 지시 발언이 점점 격하게 변한 지점도 쟁점이 됐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이 검찰과 국회 등에서의 진술이 달라졌다고 지적하자 정형식 재판관도 윤 대통령의 정확한 표현이 무엇인지 거듭 물었다. 이에 곽 전 사령관은 윤 대통령의 정확한 지시는 “아직 의결정족수 채워지지 않은 거 같다.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 끄집어내라”였다고 증언했다. 곽 전 사령관은 “33년간 군 생활을 하면서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이 그런 말을 했다고 차마 쓸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용어를 순화해서 썼다. ‘부수고’를 ‘열고’라고 했고, ‘끌고’를 ‘데리고’로 했다”며 “용어를 정확하게 안 쓰면 왜곡하고 ‘말이 틀렸네’ 이렇게 되기 때문에 진실되게 가야 된다고 생각해서 (이후엔) 그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또 국회 쪽 대리인단이 “윤 대통령이 증인한테 데리고 나오라고 한 사람들이 국회의원이 맞죠”라고 묻자 곽 전 사령관은 “정확히 맞다”라고 답했다. 이어 “(윤 대통령이 말한) 의결정족수 문제, 안에 인원 끌어내라는 부분들이 당시 본관 안에 작전요원이 없어서 당연히 의원이라고 이해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공소장에 적시한 “아직 국회 내에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으니 빨리 국회 안으로 들어가서 의사당 안에 있는 사람들을 데리고 나와라”, “문짝을 부수고서라도 안으로 들어가서 다 끄집어내라”, “대통령의 지시다”라는 내용은 특전사 지휘관들에게 실시간으로 전파된 내용이라고 한다. 비상계엄 당일 곽 전 사령관이 예하 지휘관들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는데 마이크를 켜둔 상태여서 윤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지시한 내용을 회의 참석자들이 듣게 됐다는 것이다. 곽 전 사령관은 “전투통제실에서 (화상회의) 시작할 때부터 마이크가 켜져 있었는데 안 끄고 뒀던 거 같다. 여러 상황이 혼재돼 있다. 제가 얘기하는 것, 장관이 지시하는 것, 대통령 지시받고 얘기하는 게 명령 하달 때부터 끝날 때까지 예하 전체 인원들까지 라이브 생방송됐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도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곽 전 사령관의 지시를 다른 부대원들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김형두 재판관은 김 단장의 검찰 조서를 바탕으로 “곽종근 사령관이 화상회의 도중 마이크를 켜놓고 지시를 했는데 그중에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하는 내용을 예하부대 부대원들이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증인이 들었다고 검찰에서 진술을 했는데 맞는가”라고 묻자 김 단장은 “그렇게 진술했으면 그게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단장은 앞서 “(곽 전 사령관에게서) ‘국회의원 끌어내라는데 가능하겠냐’는 지시를 받았다”는 지난해 기자회견 내용은 “‘150명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는 식이었다”로 진술을 바꿨다. 김 단장은 곽 전 사령관에게서 ‘국회 단전 지시도 받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곽 전 사령관은 “(단전은) 김용현 장관이나 대통령의 워딩이 아니고 (국회 봉쇄) 방법을 찾다 보니까 논의 과정에서 전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인신문 과정에서는 당시 특전사의 국회 투입 과정도 공개됐다. 곽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서 임무를 부여받은 것은 비상계엄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1일이었다. 그 뒤 곽 전 사령관은 비상계엄 당일 1공수여단에는 국회, 3공수여단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와 수원 선거연수원, 9공수여단에는 선관위 관악사무소와 여론조사꽃으로 출동하라고 지시했다. 또 “개인화기는 소총만 휴대하라, 권총은 휴대하지 않는다, 탄약은 지역 대대장이 통합보관하고 개인에게 미지급한다, 개인은 공포탄·테이저건·케이블타이 등을 휴대한다” 등의 지시를 내렸다고 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와 관련해 “실탄을 사용할 목적은 없었지만 만일의 경우에 대비한 것이냐”는 국회 쪽 대리인단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최초부터 장비, 물자, 탄약은 기본 세트로 들고 가는 것”이라며 “유사시 상황을 대비해서 준비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곽 전 사령관은 이날 비상계엄 당시 특전사 투입에 대해서는 “상관의 지시에 의해 투입했고 당시 적합성 여부를 평가할 겨를이 없었는데, 투입된 것 자체는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국회 진입의 위법성을 일부 인정했다.

 

곽종근 “윤 ‘국회 문 부수고 끄집어내라’…철수 명령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6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눈을 질끈 감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에 투입된 군인들을 지휘한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6일 헌법재판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거 같다.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했다. 윤 대통령은 ‘내란·탄핵 공작설’을 거론하며 전면 부인했지만 곽 전 사령관은 국회 의결 기능을 무력화하라는 윤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다고 거듭 확인했다.

 

서울 종로구 헌재에서 이날 열린 윤 대통령 탄핵심판 6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은 우선 “(지난해) 12월4일 0시30분께 윤 대통령이 직접 제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 ‘아직 국회 내 의결정족수가 안 채워진 것 같다’ ‘국회 안에 빨리 들어가서 의사당 안의 사람들을 빨리 데리고 나와라’ 이런 지시를 하셨습니다”라는 공소장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확인했다.

 

또 곽 전 사령관은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의결 이후 윤 대통령이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병력 철수 지시는 받지 않았다”며 “(12월4일 새벽) 3시경 김 장관으로부터 비화폰으로 통화가 걸려 와 국회와 중앙선관위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꽃 등에서 철수하겠다고 말씀을 드렸다”고 했다. 또 국회에서 계엄 해제가 의결되고 약 1시간 뒤 김 전 장관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군 병력을 투입할 수 있는지 물었으나 “안 된다고 답을 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쪽은 곽 전 사령관의 진술이 “데리고 나와라”(검찰 조사)에서 “끄집어내라”(국회 증언)로 바뀌고 그 대상이 ‘요원’ ‘사람’ ‘의원’ ‘인원’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지만, 곽 전 사령관은 “검찰에서는 차마 그런 표현을 쓸 수 없어서 순화해서 말한 것”이라고 반박했고 윤 대통령이 “끄집어내라”고 한 대상은 ‘인원’이 맞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12월6일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의) 공작과 (곽종근) 특전사령관의 김병주 티브이(TV) 출연부터 바로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 당일 국회 본청에 진입했던 특전사 산하 707특수임무단의 김현태 단장도 증인으로 출석해 곽 전 사령관에게서 “(의원이) 150명 넘으면 안 된다고 하는데, 들어갈 수 없겠냐”는 지시를 들었고 “누구한테 들어서 전달하는 뉘앙스였다”고 증언했다.

 

한편 헌재는 이날 직권으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대부분의 증언을 거부하자 이 전 사령관의 부하인 조 단장을 상대로 증인신문을 하겠다는 취지다. 

                                                                                        <  전광준  오연서 정환봉 기자 >

707단장 “곽종근, 일부러 소극 대응…내란은 김용현 탓”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6차 변론기일이 열린 6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김현태 육군 특수전사령부 707특수임무단장이 증인 출석을 위해 심판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에 출동했던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이 자신의 상관이었던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이 일부러 소극적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란사태의 책임이 있다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김 단장은 6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곽 전 사령관에 대해 “사령관이 중대 발표가 있을 것이고 발표가 나면 여섯 군데에 가라고 (김 전 장관 등에게서) 1일날 들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끝까지 (윤 대통령이) 중대 발표를 안 하기를 기도했다고 나에게 이야기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곽 전 사령관이) ‘만약에 임무를 해야 한다면 내가 책임지겠다. 내가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담화 발표 전까지 너희들한테 지시를 안 한 것이다’라고 정확히 말했다”라며 “만약 이게 내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면 (곽 전 사령관은) 아예 출동 지시를 안 했을 사람이다”라고 덧붙였다.

 

또 “(곽 전 사령관이) 실제 상황에서 나한테 어떠냐고 물어보고 안 된다고 하면 ‘알았다’라고 했지 어떻게든 해보라는 지시는 하지 않았다”라며 “여러 정황을 봤을 때 본인이 문제 되면 감수하겠다는 생각으로 지시했다. 그래서 내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곽 전 사령관이) 아예 생각하지 않았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이 김 전 장관에게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누구의 잘못을 탓하고 싶지 않으나 탓한다고 하면 김용현 전 장관이지 않을까 생각을 한다”라고 밝혔다.

또 비상계엄 당시 특수전사령부에 주어진 임무는 ‘체포’가 아니라 국회 봉쇄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김 단장은 “체포는 내가 아는 범위 안에서 특전사가 지시받은 게 없다고 안다”라며 “(국회) 건물을 막고 출입에 대한 통제권을 가지는 것”이 임무였다고 밝혔다.

 

비상계엄 당시 준비해 간 케이블타이도 이 같은 목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는 대테러부대로 케이블타이는 개인별로 두세개 정도 항상 휴대한다”며 “빨리 가서 건물 외곽을 다 잠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문이 몇개나 있는지 몰라서 넉넉하게 챙기라고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부대원들이 케이블타이를 항상 휴대하고 있고 필요하면 테러범에 한해 포박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도 “이건 체포와 연관되는 것이 아니다. 완전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당시 특수전사령부는 정치인 등 체포 의사가 전혀 없었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단장은 “국민들께 죄송하고, 부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아직 있다”며 “지휘관으로 만약 책임이 있다면 감수하겠다는 마음이다”라고 밝혔다.  < 한겨레 오연서  전광준 기자 >

예정시간 두 시간 전 발표... 절차적 흠결 논란 잠재우려는 듯                                                         "만약 인용됐을 때 따르지 않은 것은 헌법 법률 위반하는 것"

 

헌법재판소 ⓒ 이정민관련사진보기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미임명을 둘러싼 권한쟁의심판과 헌법소원 사건 선고를 연기했다. 헌재는 당초 3일 오후 2시 선고할 예정이었는데, 선고를 2시간 앞두고 미룬 것이다.

선고 연기를 발표하기 직전 헌재는 "권한쟁의나 헌법 소원이 만약 인용이 됐을 때 그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불복 움직임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현재는 이날 낮 12시경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을 상대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변론을 오는 10일 오후 2시에 재개한다고 밝혔다. 또한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제기한 위헌확인 사건의 선고기일도 연기한다고 밝혔다.

두 사건은 사실상 같은 사건으로, 이날 오후 2시 같이 선고가 내려질 예정이었다. 그런데 한 사건(권한쟁의심판)은 변론 재개를, 다른 사건(위헌확인)은 선고기일만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즉, 위헌확인 사건의 결론은 이미 정해진 상태이고, 권한쟁의심판 사건만 좀더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선고 2시간 앞두고... 헌재는 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월 1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외교ㆍ안보 분야 주요현안 해법 회의를 하고 있다. ⓒ 연합


이번 선고 연기와 변론 재개는 최 대행 쪽의 요청을 받아들여 절차적 흠결 논란을 차단하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최 대행 대리인단은 서면을 제출하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의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부적합하므로 각하돼야 한다"는 주장을 새롭게 펼치기 시작했다. 청구인이 국회인데, 국회의장이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청구한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최 대행 쪽을 비롯한 여당과 윤석열 대통령 측은 지속적으로 이 사건 심리가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절차적 흠결을 주장해왔다.

최상목 권한대행이 국회 몫 헌법재판관 세 명 중 두 명만 선별적으로 임명하고 국회 본회의 동의 절차까지 마친 마은혁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자, 지난해 12월 27일 김정환 변호사, 지난달 3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각각 헌법소원심판과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이후 헌재는 이 사건을 최우선으로 심리해왔다. 지난달 22일 공개변론이 열렸는데, 재판관들은 대통령(권한대행 포함)이 국회가 선출한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을 수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따졌고, 최 대행 쪽은 제대로 명확하게 답하지 못했다 (관련기사 : 헌법재판관 송곳질문에 쩔쩔, 최상목 대행 쪽 '관행'만 반복 https://omn.kr/2byrh).

선고기일이 3일 오후 2시로 잡히면서 신속하게 결론이 나는 것처럼 보였으나, 선고를 사흘 앞둔 지난달 31일 오후 1시 헌재가 최 대행 측에 여야의 재판관 추천서 제출 경위를 "오늘 중으로"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요구하면서 분위기가 변하기 시작했다. 최 대행을 비롯한 여당과 윤 대통령 측은 이 부분을 파고들며 "졸속 심리" 주장을 더욱 높였다.

헌재에서 인용 결정이 나오더라도 국민의힘이 연일 최 대행에게 '헌재의 결정을 따라서는 안된다'고 공개적으로 압박하고, 최 대행 측이 "법무부와 법제처 등과 논의하겠다"고 말하는 등 불복 움직임마저 보이자, 헌재가 잠시 숨고르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변론 재개 요청을 받아들이면 추후 불복의 명분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예정된 선고가 여권의 압박에 의해 흔들린 모양새여서, 헌재는 또다른 차원의 논란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헌재 "인용 결정 따르지 않으면 헌법 ·법률 위반"

한편 헌재는 이날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불임명 사건에 대해 결정이 나오면 최 대행은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헌재가 변론 재개·선고 연기 결정을 공지하기 약 한 시간 전인 오전 11시 정례브리핑에서 천재현 공보관은 "권한쟁의나 헌법 소원이 만약 인용이 됐을 때 그 결정에 따르지 않는 것은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에 강제적인 집행력이 없다는 것이지 그 결정을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취지가 아니"라고 명확히 했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권한쟁의심판 및 헌법소원 사건 등의 헌재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에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속행위는 법규상 구성요건이 충족하면 행정청이 반드시 그 행위를 해야 하는 행정행위를 의미한다. 즉 헌재가 어떠한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 권한대행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뜻이다.   < 오마이 김종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