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혈청연구소 신속 공급’ 주장임상 검증 전 생산부터

 

인도 백신업체, 효능 검증 전단계 백신 4천만~5천만개 생산키로

개발 성공하면 전 세계 분산 생산해 3세계에 싸게 공급계획

 

인도의 대형 백신 제조업체가 제3세계에 싼 값의 코로나19 백신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며 검증이 채 안된 제품의 양산을 시도하는 도박에 나섰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28(현지시각) 온라인판 기사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백신업체 인도 혈청연구소’(SII)가 영국 옥스퍼드대 제너연구소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ChAdOx1 nCov-19)의 대규모 생산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례적인 사실은, 이 백신의 효능이 아직 검증되지 않았는데도 오는 9월까지 4000~5000만개를 생산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잡지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이 업체의 시도에는 8000만달러의 시설 투자와 3000만달러의 백신 생산 비용이 든다며 백신 개발이 실패할 경우 막대한 손실을 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다르 푸나왈라 혈청연구소 대표는 지금까지 이런 식의 결정을 해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하고 싶지 않다이번 결정은 직감과 공공 보건에 대한 공헌 의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드리언 힐 제너연구소 소장은 백신 생산 합의는 계약이 아니라 신사 협정에 바탕을 둔 것이며 혈청연구소는 백신을 중소득 및 저소득 국가에 주로 공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혈청연구소는 조만간 시제품 생산에 들어가 5월말까지 안정적인 생산 체제를 갖춘 뒤 인도와 영국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 백신은 소규모 동물실험 단계에서는 일정한 성과를 보였다. 제너연구소는 히말라야원숭이 6마리에게 이 백신을 투여한 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시켰으며 원숭이들이 한달 가량 건강에 이상이 없는 걸 확인했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은 5월 중 영국에서 5000명 규모로 시도될 예정이라고 <이코노미스트>는 전했다. 두 기관은 건강한 사람에게 일부러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감염시키는 인체유발시험(HCT)도 계획하고 있다.

두 기관은 백신 효능이 확인되고 정부 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전세계 분산 생산 방식을 도입해 수십억개의 백신을 신속하게 제3세계에 공급할 예정이다. 두 기관의 시도는 가난한 나라들의 희망이 걸린 도박인 셈이다. < 신기섭 기자 >

 


불쏘시개 패널노동자 78명 중 48명 사상

 9개 업체 소속 70여명 신축작업중 발화·폭발

불에 취약하지만 값싼 자재 사용이 화 부른 듯

29일 밤 1040분 현재 사망 38·부상 10

 

29일 오후 경기도 이천시 물류센터 공사 현장에서 불이 나, 노동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중경상을 입는 대형 참사가 빚어졌다.

불은 오후 132분께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에서 났다. 화재 진압 도중 사망자 25명의 주검이 발견됐고, 오후 642분께 불길이 잡힌 뒤 밤 11시 가까이까지 이어진 수색 과정에서 주검 13구가 추가로 수습됐다. 10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날 불은 냉장·냉동 보관용 물류창고 지하 2층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양식 철근 콘크리트조로 지어진 해당 건물은 지하 2, 지상 4층 규모(연면적 11043)로 신축 중이었으며, 화재 발생 당시 공사 현장에서는 9개 업체 소속 70여명 노동자가 작업 중이었다.

소방당국은 물류센터 지하 2층 공사 현장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엘리베이터 관련 공사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화재 원인은) 냉동창고 건축 자재인 우레탄폼과도 연관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색이 끝나는 대로 자세한 원인을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소방당국은 사망자들이 각 층의 한 지점에서 집중적으로 발견된 점에 비춰 대피할 겨를도 없이 모여서 작업하던 도중 화를 당하거나, 대피 도중 뒤엉킨 채 희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물류센터라는 건물 특성상 불에 약한 건축자재를 사용한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연쇄 폭발, 순식간에 들어찬 유독가스 등이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창고 벽체 등은 금속 패널 사이에 단열재를 넣은 샌드위치 패널 구조 형태로 돼 있고, 단열재로는 스티로폼과 우레탄폼 등이 많이 사용된다. 우레탄 등은 불에 약한데다 불이 붙을 경우 독성가스를 다량 방출한다. 또 우레탄폼 작업 중엔 1~10크기 기름방울이 안개 형태로 공기 중에 분포된 유증기가 발생하는데, 용접 작업 중 불꽃이 튀거나 담뱃불 등으로 발화가 되면 순식간에 불길이 번진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불에 타기 쉬운 우레탄폼 등 대신에) 불연재를 써야 하는데 가격이 비싸서 잘 사용하지 않는다벽과 벽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에 대해서는 안전 규정이 현재로는 없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용접 등 과정에서 불꽃이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안전보호캡도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화재와 관련해 관계 부처는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화재와 관련해 가용 자원을 모두 동원하여 마지막 인원이 구조될 때까지 인명 구조 및 수습에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형사 등 125명을 동원해 수사본부를 꾸려 공사 과정 중 불법·부실 여부 등 조사에 나섰다

우레탄폼 타며 유독가스탈출 못하고 뒤엉켜 인명피해 커진듯

           인명피해 왜 많았나

지하 엘리베이터 마감작업 중 원인미상 발화·폭발

우레탄폼 눌어붙으며 배출된 유독가스 치명적 피해

열에 취약 샌드위치패널·폐쇄적 창고 구조 화 키워

       

9일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는 5시간 만에 불길이 잡혔지만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치는 대형 참사로 이어졌다. 물류창고라는 건물 특성상 불에 약하고 화재가 일어날 경우 유독가스를 내뿜는 건축자재를 사용한 게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추정된다. 급속도로 불이 번지며 마감작업 중이던 노동자 수십명이 채 탈출하지 못하거나, 탈출 과정에서 서로 뒤엉킨 채 화를 당한 것으로 보인다.

한화그룹 관계사 발주 물류센터 불이 난 물류센터는 완공을 앞두고 있던 냉동·냉장창고로, 1979년 한화그룹 계열사로 설립됐다가 현재는 김승연 회장의 누나인 김영혜씨가 대주주로 있는 한익스프레스가 건축주다. 지하 2, 지상 4층에 연면적 11043규모로 2018530일 이천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지난해 4월 착공했다. 공장에서 생산한 기둥과 벽, 슬래브 등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PC) 방식으로 지어졌으며, 벽체는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졌다. 현재 공정률은 85%가량으로 골조공사를 마무리한 뒤, 6월 말 완공을 목표로 9개 업체 소속 노동자 70여명이 투입돼 내부 공사를 진행 중이었다.

숨진 노동자 38명은 지하 24, 지하 14, 지상 14, 지상 218, 지상 34, 지상 4층에서 4명이 각각 수습됐다.

불에 약한 우레탄폼 연관 가능성 소방당국은 불이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발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지하 2층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 우레탄 작업과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 중 원인 미상의 발화가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불이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것과 관련해서는 발화 직후 폭발적 연소와 연기 발생으로 노동자들이 탈출할 틈이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냉동창고는 열기에 매우 약한 스티로폼이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로 지어진다. 얇은 철판 사이에 스티로폼을 넣어 만든 이 패널은 값이 싸고 단열성이 뛰어나 대부분의 냉동창고 건축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불이 나면 열에 약한 스티로폼과 함께 우레탄폼으로 마감된 내부에서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고 막대한 인명피해로 이어지게 된다. 우레탄이 불에 타면서 배출하는 시안가스는 인체에 치명적인 일종의 독가스다. 불길 속에서 가까스로 탈출한 노동자들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가 건물 안에 들어찼고 여러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이번 불도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씨나 불꽃으로 발생해 우레탄폼 내장재를 태우며 엄청난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피해를 키웠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소방당국의 추정이다.

폐쇄적 창고 구조도 화 키운 듯 대규모 인명피해의 원인이 일반 건물에 비해 문 개수가 적고 크기도 작은 물류창고의 구조적 특성에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 교수는 물류창고는 폐쇄적인 구조인데다 화재가 발생하면 내부에 있는 사람이 바깥으로 피난하기 어렵다. 화재 확산 속도보다 피난하는 시간이 더 짧다. 그렇다 보니 화재가 발생하면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명오 서울시립대 재난과학과 교수는 창고는 평상시에는 근무 인원이 적지만 공사 중에 사고가 나면 피해가 크다인화성 물질을 많이 쓰기 때문에 공사 중 사고는 폭발성 사고가 많다고 말했다. < 김기성 송경화 기자 >


계엄사 전교사 충정작전계획문건

1980527일 최종 진압작전 때 광주·전남 무장헬기 5대 투입 계획

전두환 등 신군부는 헬기사격 부인 관련 재판 결과에 끼칠 영향 주목

 

 5·18 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이 1980521일뿐 아니라 27일 옛 전남도청 진압작전에도 무장 헬기 사용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지시했다는 진술과 기록은 있었지만, 27일 도청 진압작전을 앞두고 무장 헬기 편성을 사전 계획한 문건이 확인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5·18 당시 무장 헬기 사용을 부인하는 전두환씨의 발언을 배척하는 자료가 또다시 발견되면서 관련 재판에 끼칠 영향도 주목된다.

26<한겨레>가 입수한 전교사 충정작전계획을 종합하면 계엄사령부는 1980527일 광주 일대를 무력으로 진압하는 광주 재진입 작전(충정작전)500MD 무장 헬기 5대를 편성했다. ‘전교사 충정작전계획은 진압부대 운용, 작전 세부방침 등이 담겨 있다.

충정작전계획의 임무 및 전투 편성항목에는 500MD20사단에 2(무장 1), 31사단에 3(2), 35사단에 1, 3공수여단에 2(1), 11공수여단에 2(1) 배정한 것으로 적혀 있다. 문건 작성자는 ‘500MD: 2(무장1)’라고 써놓는 방식으로 일반 헬기와 무장 헬기를 명확히 구분했다. 500MD5·18 당시 육군 1항공여단 31항공단에서 운영한 헬기 중 하나로, 기관총이나 로켓, 토우 미사일 등을 장착하는 공격형 헬기다.

전두환 전 대통령 등 신군부 출신들은 1997년 검찰 조사나 2018년 국방부 조사 등에서 5·18 당시 광주에 무장한 500MD를 투입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정찰이나 지휘 용도로 운영했을 뿐 사격은 하지 않았다고 부인해왔다.

          1980527일 광주 진압 작전에 무장 헬기를 편성했다는 내용(붉은 사각)이 담긴 전교사

          충정작전계획

하지만 이번 문건을 통해 당시 공격용 헬기와 정찰·지휘용 헬기를 구분해 활용한 사실이 드러났다. 5·18 연구자들은 특수공격조가 작전에 실패하거나 시민군의 강한 저항에 부딪힐 경우에 대비해 무장 헬기를 편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전교사 작전일지에는 1980527일 새벽 4513공수여단이 무장 헬기 지원을 요청했다고 기록돼 있다. 김희송 전남대5·18연구소 연구교수는 “500MD를 구분해 편성했다는 것은 1대는 지휘용, 나머지는 공격용으로 쓰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진압 작전에 임박해서 작전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배분해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운용하기 위해 정확히 적어놓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에선 전일빌딩에 남아 있는 총탄 자국이 이 과정에서 생겼다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정수만 전 5·18유족회장은 무장 헬기가 출동은 했는데 사격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27일 새벽 3공수여단이 무장 헬기 지원요청을 한 만큼 전일빌딩의 총탄 자국도 500MD 사격 때문에 생겼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한편, 5·18 헬기 사격 여부가 쟁점인 전두환씨의 사자명예훼손사건 재판은 27일 광주지법에서 전씨가 출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전씨는 5·18 헬기 사격을 증언했던 고 조비오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헬기 사격을 입증하는 자료가 잇따라 발견되면서 재판 결과가 주목된다. < 김용희 기자 >


 


                 

27일 광주지법 재판 출석, 꾸벅 졸다 ‘5·18 헬기사격부인

이순자씨 도움 받아 답변 헬기사격 없는 것으로

                  

올해 40돌을 맞는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 법정에 섰다. 지난해 3월 법원 출석 이후 1년여 만이다. 5·18단체들은 법정에 출두하는 전씨에게 사죄를 요구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재판정에선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낮 1220분께 광주지법 앞에 도착해 마스크를 쓴 채 승용차에서 내린 뒤 곧장 법원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전씨 부인 이순자씨도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행했다. 이날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지만, 전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재판 때는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는 기자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 바 있다.

재판부가 바뀌면서 피고인 확인 절차를 다시 밟기 위해 재판정에 선 전씨를 상대로 김 부장판사는 전씨 이름과 생년월일, 주거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한 전씨는 잘 들리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물을 때는 잘 안들린다며 부인 이순자씨로부터 한차례 설명을 듣고 답했다.

전씨는 재판 과정에서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졸았지만, 재판장이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눈을 뜨며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정 밖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5·18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를 고려해 차분한 마스크 시위를 진행했다.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이날 전씨가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전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광주지법 정문 앞에선 무릎을 꿇은 전씨 모형을 철장 모형 안으로 집어넣는 5·18단체의 퍼포먼스도 열렸다. < 정대하 김용희 기자 >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

시민들 "광주학살 책임지고 사죄하라" 항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311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 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25분께 부인 이순자 씨(81)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19분께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경호 차량과 전 씨 부부가 탄 차량 등 승용차 3대는 당초 예정됐던 법원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과해 청사로 진입했다. 전 씨는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이 내민 손을 잡고 법정동 후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걸어갔으나 특별히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차에서 내릴 당시에는 모자를 벗고 마스크만 쓰고 있었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부인 이 씨도 법정으로 함께 이동했다.

전 씨는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전 씨에게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경호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지난해에는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취재진이 그를 향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법정에 들어갔다.

전 씨가 후문을 통해 법정에 도착할 당시 정문에서는 5·18 관계자들이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두환은 5·18의 진실을 밝혀라'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소복을 입은 5·18 희생자 어머니들과 5·18 단체 관계자들, 일반 시민들은 전 씨가 들어간 법정 출입구 앞에 모여 전 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5월의 노래' 등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전 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대기하다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27일 법원 청사 입구에서 소복 차림의 5·18유가족이 경찰과 승강이를 하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2017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전두환 역사 왜곡 일벌백계해야" 5·18단체 한목소리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275·18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전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오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법원은 이미 전두환의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사법적 판단이 끝난 일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와 진실을 부정·왜곡하는 전두환을 법정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두환은 자신의 회고록으로 고 조비오 신부는 물론 5·18민주유공자, 광주 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다""전두환의 역사·진실 왜곡은 일부 극우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 정문 앞에서 차량이 통행하는 길을 따라 50m가량 늘어서서 '전두환은 5·18의 진실을 밝혀라'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5월 항쟁으로 자녀나 배우자를 잃은 오월 어머니회원들은 전 씨가 출입한 법정 출입구 앞에서 5·18 상징곡인 '오월의 노래' 등을 부르며 전씨의 사죄를 요구했다.

5·18서포터즈를 자청한 시민단체 '오월잇다'도 이날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은 5·18민중항쟁을 폭동이라는 거짓으로 내란 세력에 맞서 싸운 광주 시민과 민주화를 위해 몸 바친 모든 이들을 능욕했다""왜곡 당하고 있는 역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전두환을 단죄하는 것이 민주화를 지켜낸 모든 영령과 광주시민의 한을 풀어줄 유일한 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두환의 추악한 실태를 퍼트리고 그의 단죄를 위해 한마음 한뜻이 돼 투쟁할 것"이라며 "민주화 열사들의 희생과 맞바꾼 민주주의를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5·18단체, 회의 열고 대책 논의,  전두환 동상 설치 등 대응 방침

27일로 예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법정 출석을 앞두고 광주시민사회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235·18기념재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5·18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단체와 역사왜곡처벌광주운동본부는 전두환 재판 출석 공동 대응 간담회를 열고 전두환씨 광주 방문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단체들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회원들에게 과격한 행동은 자제하고 평화적으로 준비하자고 뜻을 모았다.

5·18유족회는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소복 침묵시위를 광주지법 일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5·18희생자를 기리는 흰색 소복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광주지법 일대에서 서 있을 예정이다.

지난해 121212·12 군사반란 40주년에 맞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선보였던 무릎 꿇은 전두환동상도 등장한다. 5·18단체는 전씨 동상을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설치해 전씨의 구속과 엄벌을 촉구할 방침이다. 전두환 동상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전씨가 오랏줄에 묶인 채 감옥 안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당시 전씨가 건강을 핑계로 재판에는 불출석하면서 골프를 치러 다닌 사실이 알려지며 분노한 시민들이 동상을 때려 일부 파손됐다. 5·18단체는 이번 전씨의 광주법정 출석에 맞춰 동상을 긴급 수리했다.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최관호 광주지방경찰청장과 양우천 광주동부경찰서장 등은 광주지법을 방문해 전씨의 이동 동선을 점검하는 등 경비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해 3월 전씨의 광주법정 첫 출석 당시 배치됐던 경찰 인력은 500여명이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를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전씨가 광주법정을 빠져나갈 때 항의하는 시민에 둘러싸여 1시간여 지체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동 동선 확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5·18단체를 찾아가 집회 계획과 대응 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전씨가 오더라도 평화적으로 항의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경찰에 최대한 협조하고 자체적으로도 대응팀을 꾸려 안전사고를 막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20185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광주법정에 출석하며 재판이 진행됐고 올해 재판부가 바뀌며 공판절차가 갱신돼 다시 광주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 김용희 기자 >



전두환, 1년 만에 광주 법정 선다…27일 재판 출석

법원에 부인 이순자 동석 신청, 변호인 "법적 의무 당연히 이행"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광주의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 11일 사자명예훼손 사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지 1년여 만이다.

20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씨 측은 재판부에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찰도 이날 오후 광주지법을 찾아 경호 동선을 점검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앞서 지난 6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서 "법에서 명한 의무면 당연히 이행하겠다" "그동안 피고인 출석 여부가 증거조사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후 다시 (불출석 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장이 변경됨에 따라 공판 절차 갱신이 필요하게 됐다. 새 재판장인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지난 재판에서 다음 기일에 인정신문을 하기로 결정하고 전씨에게 소환장을 발송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오후 2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광주지법은 오는 24일 오전 10시∼10 30분 광주지법 6층 대회의실(659)에서 방청권 응모 절차를 진행한다.

전씨는 앞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