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혁신전당대회 개최를 거듭 제안하고, "더 이상 어떤 요구도 하지 않겠다"고 문재인 대표를 향한 최후통첩을 하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 6일 자신의 혁신전당대회 개최 요구를 거부한 문재인 대표를 비판하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하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안 의원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총선을 앞둔 새정치연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안철수 행보에 대해
박찬운 교수 “안철수 전대주장 실익없다”
진중권 교수 “정치 입문 뒤 악수의 연속”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안 의원에 대해 “그가 한 일이란 자신의 지지도를 깎아 먹는 일이었다”며 “안랩으로 돌아가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박 교수는 “안철수는 서울시장, 대통령 후보를 양보한 게 큰 정치적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나 (이후 행보에서)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지 못했다”며 “후보만 사퇴했지 경쟁 후보자를 헌신적으로 돕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안철수의 지금 행보는 야당 파괴적 행위나 다름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박 교수는 또 “안철수 의원은 지금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자고 하지만, 그것은 아무리 보아도 실익이 없는 주장”이라며 “그가 당권을 장악할 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가? 아무런 가능성도 없는데, 왜 그것을 주장하는가? 탈당의 명분을 삼기 위해서인가?”라고 공격했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unheim)에 “(안철수 의원) 본인이 문제인지, 참모진들이 문제인지, 정치에 입문해 보여준 것은 악수의 연속”이라며 “최악의 수들만 거듭하다가 결국 자기가 가진 정치적 자산을 다 말아먹고, 결국 제 스스로 혁신의 대상이 될 거라 두려워하는 비주류에게 이용만 당하게 됐다”고 말했다. 진 교수는 이어 “당을 나가면 결국 천정배 의원한테 가야 하는데, 그 당(?)도 주인이 이미 있어 더부살이 할 수밖에 없죠. 천정배는 그나마 호남 성골”이라며 “대체 이게 뭡니까? 그렇게 목 놓아 외치던 ‘새정치’인가요?”라고 비판했다.
김민웅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교수도 페이스북에서 “(안철수 의원이) 애초 출발선에서, 대중의 인기가 담고 있는 내용이 아리송했는데, 결국 구체적으로 들어가니 역사의식부터 부재한 인물인데다가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이들에 대한 혐오에 이르기까지 문제투성이 인물이지 않은가?”라며 “폭력적인 권력과 대치하는 것을 ‘정쟁이요, 운동권적이요, 낡은 진보요’ 하면서 이러한 현실과 싸울 의지는 전혀 없는 자가 이런 시기에 지도자가 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내년 4월총선에 대해
조국 교수 “내년 수도권 총선이 걱정이다”
박성민 대표 “유권자 투표포기 심해질 것”
안 의원에 대한 신랄한 비판이 주류를 형성하고 있지만, 문재인 대표를 옹호하는 목소리도 거의 없다. 안철수 의원의 ‘마지막 멘토’로 알려진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안 의원의 기자회견 전날인 5일 <동아일보> 칼럼을 통해 “문재인 대표의 치명적인 한계는 자기반성, 즉 책임의식이 전연 없다는 점이다. 대신 온갖 수단을 동원하여 기득권을 챙기는 것처럼 보인다”며 문 대표를 공격했다. 한 교수는 그러면서 “어차피 내년 총선은 틀린 것이고 다음 대선을 위해서라도 현재의 제1야당을 일단 무너뜨려야 한다는 가치판단의 돌연변이가 넓게 퍼질 가능성이 있다”며 “그러면 신당을 둘러싼 정치 지형이 크게 변할 것이다. 야권 개편의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라고 말해 신당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새정치연합의 이런 상황에 대해 새정치연합 혁신위원이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제 힘 대 힘으로 가는 국면”이라며 “야권 핵심지지층 내에서는 문과 안의 대결에서 전자를 지지하는 쪽이 다수로 보인다. 그러나 걱정은 내년 수도권 총선”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조 교수는 “지난 총선은 야권연대가 이루어져 전국 대다수 지역에서 1 대 1 구도가 만들어졌고, 그 결과 현재의 야당 의석이 나왔다. 현 상황에서 이러한 구도는 만들기 어렵다. 총선 포기하고 대선에 희망이 있을까? 그렇다면 문재인에게는 어떠한 방안이 있는가? 야권의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현재 야당에서 달리 해법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문재인 대표가 어떤 방식으로든 이질적인 야권 성향(친노·비주류·호남)층을 흡수하지 않고서는 균열이 가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그나마 해법을 찾으려면 양쪽이 타협할 수 있는 안이 제시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모 아니면 도’라는 선택지만 제공되다 보니, 갈등이 봉합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안 의원이 문 대표에게 전당대회 카드만 제시한 것은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표가 안철수 의원의 비판을 수용함으로써 당내 분열들을 해소하고자 하는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해줬으면 하는 기류의 목소리도 있다”고 덧붙였다.
새정치 내홍 수습에 대해
문-안, 정치적 리더십으로 분열 해소 목소리
한상진 교수는 “야권개편 회오리바람 불 것”
박성민 ‘민 컨설팅’ 대표는 7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안 의원이 나가면, ‘탈당’이 아니라 ‘분당’이고, 20~30대의 투표율이 떨어지면서 (문·안 양쪽 모두) 내년 총선은 공멸”이라며 “2008년 총선 투표율이 (역대 최저인) 46%일 때, 한나라당이 서울에서 40석(총의석 48석)을 가져갔다”고 지적했다. 2012년 총선 투표율은 54%였고, 이때는 새누리당 16석, 민주통합당 30석으로 상황이 역전된 바 있다. 박 대표는 “통합진보당 사건 이후 60대 이상에서 새누리당 쏠림 현상이 더 짙어져, 이제는 투표율이 57~58% 정도가 나와야 2012년 상황 정도를 예상할 수 있다”며 “야당의 현상태가 이어지면 20~30대와 호남 출신 서울 유권자들의 투표 포기 현상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 대표는 “문 대표는 정면돌파를 택한 것처럼 보이지만, 문 대표가 단독으로 이 상황을 돌파할 힘이 없다”며 “어쨌든 이번 총선은 문재인-안철수의 시간”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안 의원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결을 피하고 누른다고 해서 당 내부의 리더십이 온전하게 서지는 못한다”며 “혁신전당대회를 거부한 12월3일 결정을 재고해 달라”며 문 대표에게 사실상 최후통첩을 했다. 안 의원은 이어 “(문 대표는) 저와 함께 우리 당을 바꿔 나갈 생각이 없다면 분명히 말해 달라. 더 이상 어떤 제안도, 요구도 하지 않겠다. 묻지도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당 안팎에선 탈당을 염두에 둔 수순 밟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안 의원의 회견에 대해 문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어쨌든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단합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제가 지난번 그 방안으로 이른바 문안박 협력체제를 제안했는데, 만약 그 방안이 적합하지 않다면 또다른 방안이라도 그런 협력체제가 모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만 말했다.
<박수진 권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