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광주지법 재판 출석, 꾸벅 졸다 ‘5·18 헬기사격’ 부인
이순자씨 도움 받아 답변 “헬기사격 없는 것으로…”
올해 40돌을 맞는 5·18 광주민주화항쟁 당시 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 법정에 섰다. 지난해 3월 법원 출석 이후 1년여 만이다. 5·18단체들은 법정에 출두하는 전씨에게 사죄를 요구했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하지만 재판정에선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전씨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리는 재판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낮 12시20분께 광주지법 앞에 도착해 마스크를 쓴 채 승용차에서 내린 뒤 곧장 법원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전씨 부인 이순자씨도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행했다. 이날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이 있었지만, 전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발걸음을 옮겼다. 전씨는 지난해 3월 재판 때는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는 기자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며 버럭 소리를 지른 바 있다.
재판부가 바뀌면서 피고인 확인 절차를 다시 밟기 위해 재판정에 선 전씨를 상대로 김 부장판사는 전씨 이름과 생년월일, 주거지 등을 확인하는 인정신문을 진행했다. 청각 보조장치를 착용한 전씨는 “잘 들리느냐”는 재판장 질문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고, 생년월일과 직업 등을 물을 때는 잘 안들린다며 부인 이순자씨로부터 한차례 설명을 듣고 답했다.
전씨는 재판 과정에서 팔짱을 낀 채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며 졸았지만, 재판장이 ‘검사의 공소사실을 인정하느냐?’고 묻자 눈을 뜨며 “내가 알고 있기로는 당시에 헬기에서 사격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전씨는 “만약에 헬기에서 사격했더라면 많은 희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 무모한 헬기 사격을 대한민국의 아들인 헬기 사격수 중위나 대위가 하지 않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정 밖에서는 지난해와 달리 5·18단체 회원들이 코로나19를 고려해 차분한 ‘마스크 시위’를 진행했다. 소복을 입은 오월어머니회 회원들은 이날 전씨가 법원 건물 안으로 들어간 뒤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전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광주지법 정문 앞에선 무릎을 꿇은 전씨 모형을 철장 모형 안으로 집어넣는 5·18단체의 퍼포먼스도 열렸다. < 정대하 김용희 기자 >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묵묵부답'
시민들 "광주학살 책임지고 사죄하라" 항의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 명예를 훼손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27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 재판을 받았다. 지난해 3월 11일 피고인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지 1년여 만이다.
전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부인 이순자 씨(81)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시 19분께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경호 차량과 전 씨 부부가 탄 차량 등 승용차 3대는 당초 예정됐던 법원 정문이 아닌 후문을 통과해 청사로 진입했다. 전 씨는 승용차에서 내려 경호원이 내민 손을 잡고 법정동 후문을 통해 건물 안으로 걸어갔으나 특별히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서울에서 출발할 때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나 차에서 내릴 당시에는 모자를 벗고 마스크만 쓰고 있었다.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동석하게 해달라고 신청한 부인 이 씨도 법정으로 함께 이동했다.
전 씨는 "왜 책임지지 않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건물로 들어갔다.
취재진은 전 씨에게 "이렇게나 많은 죄를 짓고도 왜 반성하지 않는가. 수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왜 책임지지 않는가"라고 물었으나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경호원의 뒤를 따라 이동했다.
지난해에는 경호원의 제지를 받던 취재진이 그를 향해 손을 뻗어 "발포 명령 부인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왜 이래"라고 소리치고 법정에 들어갔다.
전 씨가 후문을 통해 법정에 도착할 당시 정문에서는 5·18 관계자들이 손팻말과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전두환은 5·18의 진실을 밝혀라'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하라' 등의 구호를 목청껏 외쳤다.
소복을 입은 5·18 희생자 어머니들과 5·18 단체 관계자들, 일반 시민들은 전 씨가 들어간 법정 출입구 앞에 모여 전 씨의 사죄를 촉구했다.
이들은 5·18 상징곡인 '님을 위한 행진곡'과 '5월의 노래' 등을 부르며 "광주학살 책임지고 전두환은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전 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대기하다 재판에 참석했다.
재판은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고인으로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한 27일 법원 청사 입구에서 소복 차림의 5·18유가족이 경찰과 승강이를 하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광주지법에 출석했다.
"전두환 역사 왜곡 일벌백계해야" 5·18단체 한목소리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지법에 출석한 27일 5·18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전 씨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촉구했다.
5·18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오후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5·18 역사 왜곡에 대한 사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대법원은 이미 전두환의 내란 및 내란 목적 살인죄를 인정하고 무기징역을 확정했다"며 "사법적 판단이 끝난 일이지만 여전히 자신의 죄를 인정하지 않고 역사와 진실을 부정·왜곡하는 전두환을 법정 구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두환은 자신의 회고록으로 고 조비오 신부는 물론 5·18민주유공자, 광주 시민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전두환의 역사·진실 왜곡은 일부 극우세력과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법원 정문 앞에서 차량이 통행하는 길을 따라 50m가량 늘어서서 '전두환은 5·18의 진실을 밝혀라' '5·18역사왜곡처벌법 제정하라' 등의 손팻말을 들었다.
5월 항쟁으로 자녀나 배우자를 잃은 오월 어머니회원들은 전 씨가 출입한 법정 출입구 앞에서 5·18 상징곡인 '오월의 노래' 등을 부르며 전씨의 사죄를 요구했다.
5·18서포터즈를 자청한 시민단체 '오월잇다'도 이날 광주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두환은 5·18민중항쟁을 폭동이라는 거짓으로 내란 세력에 맞서 싸운 광주 시민과 민주화를 위해 몸 바친 모든 이들을 능욕했다"며 "왜곡 당하고 있는 역사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전두환을 단죄하는 것이 민주화를 지켜낸 모든 영령과 광주시민의 한을 풀어줄 유일한 답"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전두환의 추악한 실태를 퍼트리고 그의 단죄를 위해 한마음 한뜻이 돼 투쟁할 것"이라며 "민주화 열사들의 희생과 맞바꾼 민주주의를 우리가 이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5·18단체, 회의 열고 대책 논의, 전두환 동상 설치 등 대응 방침
27일로 예정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광주법정 출석을 앞두고 광주시민사회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다.
23일 5·18기념재단 등의 말을 종합하면 전날 5·18유족회, 부상자회, 구속부상자회 등 5월단체와 역사왜곡처벌광주운동본부는 ‘전두환 재판 출석 공동 대응 간담회’를 열고 전두환씨 광주 방문에 대한 대책을 논의했다.
단체들은 코로나 상황을 고려해 회원들에게 과격한 행동은 자제하고 평화적으로 준비하자고 뜻을 모았다.
5·18유족회는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소복 침묵시위를 광주지법 일대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회원들은 5·18희생자를 기리는 흰색 소복과 검은색 마스크를 착용하고 광주지법 일대에서 서 있을 예정이다.
지난해 12월12일 12·12 군사반란 40주년에 맞춰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선보였던 ‘무릎 꿇은 전두환’ 동상도 등장한다. 5·18단체는 전씨 동상을 광주지법 정문 앞에서 설치해 전씨의 구속과 엄벌을 촉구할 방침이다. 전두환 동상은 죄수복을 입고 있는 전씨가 오랏줄에 묶인 채 감옥 안에서 무릎을 꿇고 있는 모습을 표현했다. 당시 전씨가 건강을 핑계로 재판에는 불출석하면서 골프를 치러 다닌 사실이 알려지며 분노한 시민들이 동상을 때려 일부 파손됐다. 5·18단체는 이번 전씨의 광주법정 출석에 맞춰 동상을 긴급 수리했다.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이날 최관호 광주지방경찰청장과 양우천 광주동부경찰서장 등은 광주지법을 방문해 전씨의 이동 동선을 점검하는 등 경비 계획을 논의했다. 지난해 3월 전씨의 광주법정 첫 출석 당시 배치됐던 경찰 인력은 500여명이었고, 이번에도 비슷한 규모를 동원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전씨가 광주법정을 빠져나갈 때 항의하는 시민에 둘러싸여 1시간여 지체됐던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이동 동선 확보에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광주경찰청 관계자는 5·18단체를 찾아가 집회 계획과 대응 방안을 두고 논의했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는 “회원들에게 전씨가 오더라도 평화적으로 항의하자고 당부하고 있다. 경찰에 최대한 협조하고 자체적으로도 대응팀을 꾸려 안전사고를 막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전씨는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5·18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2018년 5월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광주법정에 출석하며 재판이 진행됐고 올해 재판부가 바뀌며 공판절차가 갱신돼 다시 광주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 김용희 기자 >
전두환, 1년
만에 광주 법정 선다…27일 재판 출석
법원에 부인 이순자 동석 신청,
변호인 "법적 의무 당연히 이행"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을
앞두고 또다시 광주의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월 11일 사자명예훼손 사건 피고인 신분으로 법정에 선지 1년여 만이다.
20일 광주지법에
따르면 전씨 측은 재판부에 부인인 이순자 여사가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경찰도 이날 오후 광주지법을 찾아 경호 동선을 점검했다.
전씨의 법률 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는 앞서 지난 6일 열린
공판 준비기일에서 "법에서 명한 의무면 당연히 이행하겠다"며 "그동안 피고인 출석 여부가 증거조사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후
다시 (불출석 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전씨는 그동안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장이 변경됨에 따라 공판 절차 갱신이 필요하게 됐다. 새
재판장인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지난 재판에서 다음 기일에 인정신문을 하기로 결정하고
전씨에게 소환장을 발송했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7일 오후 2시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광주지법은 오는 24일 오전 10시∼10시 30분 광주지법 6층 대회의실(659호)에서
방청권 응모 절차를 진행한다.
전씨는 앞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故)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