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 미 대선 경선 포기바이든 사실상 민주 후보 확정

코로나19 확산 영향 미친듯코로나19가 대선 본선서도 최대 변수로

트럼프-바이든 70대 백인남성 대결중도층·스윙스테이트 승부

샌더스, '아웃사이더 열풍' 재연 못한 채 대권 재도전 꿈 접어

 

미국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8(현지시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전격 중도하차했다.

이로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됐으며, 오는 113일 미 대선 본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의 양자 대결로 짜이게 됐다.

민주당이 지난 23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경선 레이스를 진행한 지 65일 만이다.

CNN방송, 워싱턴포스트(WP) 등 미언론은 이날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대선 선거운동에 종지부를 찍었으며, 이로써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민주당 후보 지명 및 1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맞대결을 위한 길을 텄다"고 보도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날 참모들과의 전화 통화에서 이러한 결정을 발표했다고 캠프 측이 전했다.

민주당의 경선 구도가 조기에 판가름 난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정상적인 경선 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이번 후보 확정으로 이번 미 대선은 70대 백인 남성간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강성 진보 성향의 샌더스 상원의원 대신 중도 성향의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권행 본선 티켓을 거머쥐게 됨에 따라 중원 경쟁에서 누가 외연을 확장하느냐 여부가 최종 승자를 가르는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지역적으로는 '스윙 스테이트'(경합주) 성적이 승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코로나19가 대선 국면 자체를 집어삼켜버린 상황에서 코로나19 상황의 향후 전개가 본선 결과를 좌우하는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향후 코로나19 대응 및 조기 확산세 진정 여부 등도 여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정치적 라이벌'로 공개적으로 대립해온 트럼프 대통령과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6일 약 15분간 전화통화를 갖고 코로나19 대응 관련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조기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확정된 바이든 전 부통령은 내부적으로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층을 끌어안으면서 코로나19 국면에서 대안세력으로서 존재감을 분명히 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경선 초반부 바이든 전 부통령의 부진세와 달리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며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붙었던 2016년 민주당 경선 당시의 '아웃사이더 돌풍'을 재연하는 듯 했다.

그러나 지난 2월 말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서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1위를 내준 데 이어 33일 슈퍼화요일 경선에서 승기를 빼앗긴 뒤 좀처럼 반전의 기회를 찾지 못했다.

샌더스 상원의원은 이후 민주당 진영 안팎에서 대선 포기 압박에 처해왔으며 결국 역전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 채 대권 재수의 꿈을 포기하게 됐다.

민주당이 경선 과정에서의 내부 갈등을 딛고 바이든 전 부통령 지지층과 샌더스 상원의원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을 통해 이탈자 없이 공고한 반() 트럼프 전선을 구축할지도 관건으로 꼽힌다.

WP는 샌더스 상원의원의 퇴장은 샌더스 지지자와 힐러리 클린턴 지지자간의 싸움이 본선 승리 노력에 상처를 입혔던 2016년 경선 때와 달리 민주당이 통합할 수 있느냐는 도전과제를 남겼다고 전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의 민주당 후보 확정은 그만큼 민주당내 중도 대 진보 진영간 싸움에서 진보 진영이 패했다는 결과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CNN은 샌더스 상원의원의 퇴장은 민주당내 진보 진영에 대한 큰 타격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당초 71316일 나흘간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 예정이던 전당대회를 817일로 시작되는 주로 미룬 상태로, 바이든 전 부통령은 코로나19 추이에 따라 화상 전당대회 가능성도 거론한 바 있다.

상당수 주가 경선 일정을 뒤로 미룬 가운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본선행이 조기에 결정됨에 따라 나머지 경선 일정이 예정대로 진행될지 여부도 불투명해 보인다.

 "트럼프는 미국 사상 최악 대통령"

  WP, 코로나19 부실대응 비판

보고 묵살해 대공황·전쟁 때보다 심한 경제·보건 위험 자초
"부시·카터 무능에 닉슨 부패 겸비남북전쟁 못 막은 뷰캐넌급"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사상 최악의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비판이 미국 유력지에서 제기됐다.

역사학자이자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칼럼니스트인 맥스 부트는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실대응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단정했다.

부트는 코로나19가 미국 보건과 경제에 미치고 있는 악영향이 역사적 수준이라는 점을 트럼프 대통령의 허물로 먼저 지적했다.

주간지 애틀랜틱은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미국의 일자리 순손실이 900만개인데 반해 코로나19에 따른 최근 2주간 신규실업 청구건수가 1천만건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미국 실업률이 13% 정도까지 치솟아 19291939년 대공황이 종식된 이후 80년 만에 최고라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때문에 1020만명이 숨진다면 매우 선방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런 사망자 규모는 1945년 이후 미국의 모든 전쟁 사망자보다 많은 수준이다.

부트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미국 역사를 통틀어 볼 때 가장 명확하게 예고됐으나 막아내지 못한 참사로 규정했다.

그는 "진주만 사태, 9·11 사태에 사전 경고가 있었다는 얘기는 결과론적인 것들이지만 이번에는 무슨 일이 닥치는지 파악하는 데 어떤 1급 기밀도 필요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부트는 언론, 야당 정치인, 정부 관리들이 코로나19의 발병 초기인 올해 1월부터 쏟아내는 경종을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묵살했다는 점을 중대한 실책으로 거론했다.

WP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발병했다는 공식 보고를 올해 11일에 처음 받았고 며칠 뒤 미국 정부기관들은 대통령 일일보고를 통해 코로나19의 심각성을 알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18일 알렉스 에이자 보건부 장관으로부터 코로나19의 심각성에 대한 브리핑을 받았으나 이를 과장된 보고로 일축했다.

에이자 장관이 코로나19 확산의 위험성을 계속 보고하는 동안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은 채 선거 유세 8차례, 골프 나들이 6차례를 강행했다.

WP"트럼프 대통령의 무관심 때문에 공중에 심각한 혼란이 야기되고 보건 전문가들의 급박한 메시지가 부정당했다""이는 감염검사를 충분히 실시하고 보호장구와 산소호흡기를 비축하지 못하는 사태를 포함한 관료조직 대혼란까지 불렀다"고 지적했다.

부트는 미국과 달리 신속하게 대처한 한국의 코로나19 사망자가 100만명당 4명인데 반해 미국은 25명으로 사망률이 6배나 높다는 점 등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처를 대망신으로 규정했다.

그는 "이 같은 대망신이 워낙 기념비적이라서 비교를 한다면 최근에 실패한 대통령인 조지 W. 부시, 지미 카터가 러시모어산에 입성해도 될 지경"이라고 비난을 쏟아부었다.

러시모어산에는 미국에서 위대한 대통령으로 꼽히는 조지 워싱턴(1732~1799), 토머스 제퍼슨(1743~1826), 시어도어 루스벨트(1858~ 1919), 에이브러햄 링컨(1809~1865)이 조각돼 있다.

부트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촉발한 정보기관 감찰관이 최근 해임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조지 W. 부시, 지미 카터의 무능과 리처드 닉슨의 부패를 겸비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현대뿐만 아니라 미국 초기까지 고려할 때 트럼프 대통령에 필적할 최악의 대통령 후보는 미국 최대의 참변인 남북전쟁을 막지 못한 제임스 뷰캐넌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뷰캐넌이 최악의 실패자이기는 하지만 남북전쟁이 불가피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그 반면에 우리가 지금 직면한 재앙(코로나19 사태)에는 불가피한 게 전혀 없었다"고 트럼프 대통령의 부실대응을 재차 비판했다.


국민에 권고해놓고 마스크 안쓰는 트럼프TF 멤버도 안 써

미국 각지서 코로나19 정점 도래 예상 속 정작 대응 최전선에선 미착용

미 보건당국이 미국인에게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이고 백악관 태스크포스(TF) 멤버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다.

이번 주 뉴욕과 뉴저지 등지부터 시작해 미국 각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피해의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대응 최전선에 선 이들조차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 권고가 나온 것은 지난 3(현지시간)이다.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갑론을박을 거쳐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직물로 된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지침을 내린 것이다.

의료진을 위해 의료용 마스크는 남겨두고 스카프와 대형 손수건인 반다나 등을 포함해 코와 입 부분을 가릴 수 있는 마스크를 쓰라는 권고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CDC 권고를 직접 발표하면서 마스크를 쓰지는 않겠다고 했다.

일요일인 5일 브리핑에서도 기자가 마스크를 왜 쓰지 않는지를 묻자 "내가 당신 질문에 답변하면서 (마스크를) 쓰고 있었으면 좋겠냐. 좀 이상할 것 같다"면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쓰겠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강제가 아닌) 권고"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뿐만 아니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매일 브리핑에 참석하는 TF 멤버들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나타난다.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서 브리핑에 매일 같이 동참하는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 5일 인터뷰에서 왜 마스크를 쓰지 않느냐는 질문에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면서 "마스크를 쓰는 주요 이유는 감염을 막는 것인데 어제 테스트를 받았고 음성이 나왔다"고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등 각 부처 장관들도 돌아가며 브리핑에 참석하지만 마스크를 쓴 경우는 없었다.

브리핑룸이 꽤 작고 연단 역시 크지 않아 다닥다닥 서야 하는 경우가 태반인데도 트럼프 대통령이 마스크를 쓰지 않는 마당에 아무도 마스크를 집어 들지 않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공개 행사에 마스크를 쓰고 나타나는 정상들이 적지 않다고 미 abc방송은 전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후 210일 처음으로 관련 현장을 찾으면서 마스크를 썼다.

미 민주당의 유력 대선주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마스크 미착용을 파고 들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지난 5일 언론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있는 곳에 가야 할 때는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했다. 그는 "전문가의 말을 듣고 하라는 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트럼프)는 마스크를 쓴 자기 모습을 좋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중요한 건 과학을 따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CDC 권고 이후 미국에서는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이 부쩍 늘었다. 이전에는 마스크를 쓴 이들이 드문드문 보였지만 이제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영 존슨 총리, 집중치료 병상으로외무장관이 업무 대행

총리실 대변인 "오후에 컨디션 악화"

현지언론 "예방조치 차원"

라브 장관 "코로나19 도전 이겨낼 것"

여야 정치인들도 쾌유 응원

 


보리스 존슨(55) 영국 총리가 코로나19 증상 악화로 인해 집중 치료를 받고 있다.

영국 총리실 대변인은 6(현지시간) "존슨 총리가 오후에 컨디션이 악화하면서 의료팀의 조언에 따라 집중 치료 병상으로 옮겼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총리는 도미닉 라브 외무장관에게 필요한 직무를 대행하도록 요청했다"면서 "총리는 훌륭한 간호를 받고 있고, 모든 국민보건서비스(NHS) 직원들의 수고와 헌신에 감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오후 7시께 집중 치료 병상으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 등 현지언론은 존슨 총리가 의식이 있으며, 산소호흡기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하기 위한 예방조치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존슨 총리는 지난달 27일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알렸으며, 이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존슨 총리는 열이 계속되는 등 열흘가량 증상이 완화되지 않자 결국 일요일인 지난 5일 밤 저녁 런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 입원했다.

존슨 총리는 이날 오후에만 해도 트위터를 통해 "기분이 괜찮으며(good spirits), 바이러스와 싸우고 모두를 안전하게 하기 위해서 나의 팀과 계속 연락하고 있다"고 밝히는 등 상태가 괜찮은 듯했다.

총리실 대변인 역시 이날 기자들과의 정례브리핑에서 "총리가 어젯밤 런던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서 안정적인 밤을 보냈다. 그는 맑은 정신 상태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총리가 각종 공문 등을 전달받아 업무를 보고 있으며, 여전히 국정을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불과 몇 시간 만에 존슨 총리의 상태가 악화되면서 당분간 정상적인 국정 수행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연구소(Institute for Government)에 따르면 영국은 총리가 정상적인 역할을 수행하지 못할 경우 개입할 수 있는 부총리나 임시 총리의 헌법적 역할에 관한 공식적인 규정이 없다고 BBC는 전했다.

다만 총리는 자신이 직무를 수행하기 어려울 경우에 대비해 권한을 대행할 인사인 일종의 '지정 생존자'(designated survivor)를 정해둔다.

앞서 영국 내 코로나19가 확산하자 존슨 총리는 사실상의 부총리인 라브 외무장관에게 이 역할을 맡겼다.

정부연구소는 만약 재임 중인 총리가 사망하고 현재 보수당처럼 다수당 정부가 들어서 있는 경우 내각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게 즉시 후임을 추천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총리가 집중 치료 병상으로 옮긴 뒤 라브 장관은 BBC와 인터뷰를 갖고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정부 계획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존슨 총리가 병원에서 훌륭한 간호를 받을 것이며, 정부는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고 있는 모든 NHS 직원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다고 했다.

라브 장관은 총리 부재로 인한 국민의 우려와 관련해 "코로나바이러스를 이겨내고 이 나라를 도전에서 승리하도록 하기 위한 총리의 지시와 계획을 확실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총리 뒤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팀 정신이 있다"면서 "총리가 지시했던 계획을 가능한 한 빨리 완수하고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존슨 총리가 집중 치료 병상으로 옮겼다는 사실이 전해지자 여당은 물론 야당 정치인들도 총리의 쾌유를 기원했다.

리시 수낙 재무장관은 존슨 총리가 "더 강하게 (병에서) 벗어날 것"이라고 밝혔다.

키어 스타머 신임 노동당 대표는 "매우 슬픈 뉴스"라며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시기에 나라의 모든 이들은 총리 및 그의 가족과 함께 한다"고 했다.

사디크 칸 런던 시장은 트위터를 통해 "세인트 토머스 병원에는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의료진들이 있다"면서 "총리는 가장 안전한 곳에 있다"고 말했다.

·유럽, 뒤늦게 마스크 착용 권고의료장비 품귀

··브라질 미국이 웃돈 주고 마스크 가로채기

스페인도 터키 정부가 공항서 인공호흡기 압류

트럼프, “의료장비 수출 기업들 거칠게 대할 것경고

, 국방물자생산법 발동 속 가로채기 안 해부인

 


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맞닥뜨린 세계 각국이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확보에 초비상이 걸렸다. 프랑스에선 마스크와의 전쟁’, ‘글로벌 보물 사냥이란 표현이 등장했다. 미국과 유럽이 마스크 물량 확보에 신경전을 벌이고, 미국의 가로채기 의혹이 불거지며 현대판 해적질이란 거센 비난까지 나왔다. 불과 1~2주 전까지만 해도 대중적인 마스크 착용에 회의적이던 미국과 유럽이 마스크의 바이러스 차단효과를 인정하고 적극 권장하는 쪽으로 태도를 바꾸면서, 마스크가 전통적 동맹 관계까지 흔드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4, 코로나19 확산 차단에 필요한 의료장비를 다른 나라로 수출하는 자국 기업들에 대해 보복 조처를 경고하고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코로나19 대응 정례브리핑에서 사람들이 우리 국민에게 필요한 것을 주지 않는다면 매우 거칠게 대하겠다이는 보복이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나라들이 미국이 자국의 마스크 수입을 막거나 빼돌리고 있다고 비판한다고 미국 <CNN> 방송이 4일 보도했다. 마스크와 인공호흡기 등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장비가 세계적 품귀 현상을 빚으면서 수요와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여러 나라들이 보호 장구와 의료용품이 자국 바깥으로 유출되는 것을 꺼린다는 것이다.

이날 독일 일간 <타케스슈피겔>은 베를린 주정부가 미국의 생활용품 제조업체 3M의 중국 공장에서 주문한 마스크 20만장을 미국이 물품 경유지인 타이 방콕에서 웃돈을 주고 빼돌렸다고 보도했다. 독일 쪽에선 즉각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베를린주 의회의 안드레아스 가이젤 상원의원은 미국의 행위를 현대판 해적질에 빗대며, “이는 대서양 양안 파트너를 대하는 방식이 아니다. 더욱이 글로벌 위기 시기에 서부 시대 활극(wild west)’ 같은 방식을 사용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앞서 3일엔 프랑스가 중국산 마스크 수백만장을 싣고 프랑스로 오려던 비행기가 상하이에서 프랑스의 구매 가격보다 훨씬 많은 웃돈을 현찰로 지불한 미국 업자들에 의해 미국으로 목적지 항로를 바꿨다고 주장했다. 프로방스알프코트다쥐르주 의회의 르노 뮈즐리에 상원의장은 현지 방송 <BFM> 인터뷰에서 정확히 그렇다. 적재 예정 물품을 포장째 3~4배 비싼 가격을 주고 구매한 한 나라(미국)가 있다. 그 때문에 마스크가 사라지고, 마스크를 주문한 프랑스 지자체들은 궁핍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스페인도 터키에서 들여오기로 하고 이미 대금까지 치렀던 인공호흡기를 터키 공항에서 압수당했다. 스페인의 아란차 곤살레스 외교장관은 수입 예정이던 인공호흡기가 터키에서 발이 묶였다, 터키 정부가 자국 환자 치료가 더 우선이라고 판단했다향후 몇 주내 적절한 시점에 여분이 있을 때 스페인에 공급해주기로 터키 정부가 보장했다고 밝혔다.

브라질도 미국의 의료용품 수요가 진공청소기처럼 물품들을 빨아들이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루이스 엔히키 만데타 보건장관은 3인공호흡기용 마스크 구매가 불발됐다물품을 구매해 1차분을 받았고, 2차분도 계약서에 서명해 대금 지불 준비까지 됐는데 공급자들이 물건이 더는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으로 화물기들을 보내 의료용 보호장구들을 싹쓸이해온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마스크 가로채기는 진실 게임에 휘말렸다. 3M 쪽은 <CNN>우리 회사 생산품이 가로채기 당했다는 증거는 없다. 독일 베를린으로부터 중국 공장에서 인공호흡기 주문을 받은 기록도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그러나 인공호흡기가 아닌 마스크 주문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독일 베를린 경찰은 <CNN>, 쓰리엠 쪽에 생산품을 주문했는지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3일 쓰리엠은 미국 내에서 생산하는 인공호흡기의 전면적 수출 중단은 다른 나라의 보복 대응을 유발할 수 있고, 일부 국가는 이미 (보복 조처를)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CNN>은 미국 백악관과 보건복지부에 외국의 의료용품 수입 가로채기 의혹에 대한 사실 확인을 요청했으며, 백악관과 국무부의 고위 관리들은 그런 보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고 전했다. < 조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