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센터 앞에서 전날 시위진압 중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농민 백아무개 씨의 상태를 브리핑한 뒤 당시 백 씨 곁에서 상황을 지켜본 한 목격자가 증언하고 있다.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기자회견
“넘어진 상태에서도 20초 이상 분사”… 경찰 “정확한 경위 파악중”



14일 서울 도심에서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중태에 빠진 농민 백모(69)씨가 여전히 위중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회를 주최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15일 백씨가 치료를 받는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병원 응급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경찰이 무차별로 고압 물대포를난사한 결과 백 농민이 뇌출혈로 쓰러져 사경을 헤매고 있다”고 밝혔다.

투쟁본부에 따르면 백씨는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현재 중환자실로 옮겨졌으며, 며칠간 경과를 지켜봐야 하는 상태로 전해졌다.

전남 보성군에 사는 백씨는 가톨릭농민회 소속으로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종로구청 입구에서 발사한 물대포에 직격으로 맞아 쓰러졌다.

조영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무총장은 “관련 법령에 따르면 살수차는 직사하더라도 가슴 이하 부위로 해야 함에도 백씨는 머리 부분을 즉각 가격당했고 넘어진 상태에서도 20초 이상 물포를 맞았다”며 “이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의도”라고 주장했다.

14일 열린 민중총궐기 투쟁대회에서 광화문 방면으로 행진을 시도하던 참가자들이 차벽을 치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과 충돌했다. 이 과정에서 51명이 연행되고 양측에서 수십명의 부상자가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백씨가 쓰러진 정확한 경위를 파악하고 있어 당장 입장을 밝히기 곤란하다”며 “오늘 오후 3시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이 전날 상황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NS에 국정화 고시 비판 글 쇄도

전우용 교수 “독재 부활해 영생”
백찬홍 “정부 종북세력임을 인정”
박지원 “총리가 교학사 모델이냐”

박근혜 정부가 3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 고시하면서 지식인들과 누리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목소리로 이 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역사학자 전우용 교수는 3일 트위터(@histopian)에서 “오늘 11월 3일은 ‘학생의 날’이었습니다. 1929년 광주학생의거를 기념한 거죠. 왜 학생들이 공부 안 하고 데모한 날이 ‘학생의 날’이었을까요?”라고 물으며 “배움의 근본에는 ‘의’가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먹고사는 데만 필요한 공부는, 짐승도 합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독재의 말로는 비참하다.’ (선진국 교과서), ‘독재는 영원하다.’ (후진국 교과서), ‘독재는 부활하여 영생한다.’ (선진국에서 후진국으로 타락한 희한한 나라의 교과서)”라고 지적하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하게 비판했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손팻말을 들고 1인 시위를 했다. 김씨는 “역사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입니다. 마음까지 국정화하시겠습니까? 쉽지 않으실 겁니다”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국정화 반대 행렬에 동참했다. 김씨가 손팻말을 든 사진은 SNS에서 널리 공유되면서 누리꾼들의 호응을 얻었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트위터(@mindgood)에서 “정부가 오늘 국민 대다수의 반대에도 불구 국정교과서 고시를 강행했군요. 결과적으로 정부 스스로 국정화 본좌인 북한을 추종하는 종북세력임을 인증한 셈입니다”라고 지적했다.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도 트위터(@jwp615)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의 담화 내용을 두고 “황 총리 담화에서 고교 2300학교 중 99.9% 편향 교과서로 교육했고 교학사 교과서만 홍보하네요. 그럼 법무장관 때 뭘 했고 총리가 교학사 광고 모델이나요?”라고 지적했다.
<이재훈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지도부가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역 앞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서명을 받는 동안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경찰 저지선 밖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서명대에 다가와 고함을 치며 책상을 두드리는 등 소란을 피워 경찰이 출동해 저지했다.


새정치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 끝내 중단
박 대통령 “국론분열 일으키지 말기를”
불필요한 논란은 누가 일으켰길래…

박근혜 정부의 ‘국정교과서 회귀 강행’ 결정 다음날인 13일 오후,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를 포함해 추미애·도종환·김기식·진성준·유은혜 의원 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10여명은 “친일·독재 미화 국정교과서 반대”를 위해 거리로 나섰다. 점심시간 서울 여의도역 부근에서 시민들의 반대 서명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서명을 저지하기 위해 현장에 나타난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과 맞닥뜨렸다. 문 대표 등은 이들과의 충돌을 우려한 끝에 결국 서명운동을 서둘러 접을 수밖에 없었다.

새정치연합 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인 도종환 의원이 “10만명을 목표로 국정화 반대 서명을 모아 교육부에 제출하고자 한다”고 말하자, 한 시민이 소리를 질렀다. “(학생들이) 왜 김일성 주체사상을 배워야 하냐?” 도 위원장이 “이간질에 속지 마시라. 친일을 미화하고 독재를 옹호하는 교과서를 막아야 한다”고 이어가자, 이번엔 다른 시민이 “뭐가 그렇다는 거냐”며 볼펜을 던졌다. 새정치연합 쪽은 서명 행사를 훼방놓고자 하는 의도가 분명한 것으로 파악했다. 유송화 부대변인이 나서 “어버이연합에서 오신 듯한데 건강하시라고 박수를 보내드리자. 어르신들 여기서 이러시면 공무집행 방해가 된다. 물러나 주시길 바란다”고 설득에 나섰으나, 이들의 조직적인 행동은 그치지 않았다. “왜 나오지도 않은 교과서 가지고 이렇게 하느냐…”

 문재인 대표가 직접 나섰다. “어버이연합 회원님들도 오셨으니까 우리 말씀 들어보시고, 그 말이 옳다고 생각되시면 함께 서명해주기 바란다. 어제 정부는 절반 넘는 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고시를 강행했다. 우리 경제와 민생이 너무 어려운데 박근혜 정부는 경제와 민생을 내팽개치고, 이념전쟁에 나서고 있다. 이 시기에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경제와 민생보다 더 중요한, 정부가 올인해야 할 가장 중요한 국정현안인가.” 그래도 어버이연합 회원 100여명은 고성과 야유로 문 대표의 발언을 막았다.

 새정치연합의 국정교과서 반대 서명운동은, 전날 신촌의 유플러스 앞에서 진행하겠다고 공지됐으나 어버이연합 등과의 충돌을 우려해 여의도역 부근으로 장소를 급히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이들의 방해로 행사는 30분만에 급히 종료됐다.

 한 시간 뒤,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미국행을 앞두고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했다. 박 대통령은 전날 교육부의 국정화 발표를 언급하며 “지금 나라와 국민경제가 어렵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정치권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기보다는 올바른 역사교육 정상화를 이루어서 국민통합의 계기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새정치연합의 국정화 반대 서명운동은 결국 어버이연합의 반대 탓에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했다. 어버이연합이 박 대통령이나 청와대 쪽과의 교감 속에 그런 일을 벌였을 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의도에서 빚어진 장면은 박 대통령의 발언 속에 등장하는 “나라와 국민을 위해 불필요한 논란으로 국론 분열을 일으키는”이들이 누구인지 묻게 한다.
<김보협 최혜정 기자>



18일 낮 12시께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이동면 화산리의 한 야산 중턱에서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45)씨가 자신의 마티즈 승용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은 임씨의 차량.


소방대원-상황실 무전·전화통화 녹취록 입수
상황실 “보호자는 어디 있나” 묻자
현장 대원 “직장 동료가 근방에 있어” 답해


국정원 해킹과 관련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국정원 직원 임아무개(46)씨 수색 당시, 국정원 관계자들이 소방관들보다 수색 현장에 먼저 직접 투입됐다는 정황이 드러났다. 특히 수색 현장에 나타난 국정원 직원은 1명이 아니라 여러 명이었고 차량을 이용해 신속하게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야당 등 정치권에서는 그동안 국정원 쪽이 먼저 사건현장을 찾아내 현장을 ‘오염’ 시켰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국정원은 이를 부인해오고 있다.

<한겨레>는 6일 경기도의회 양근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안산6)이 경기도재난안전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소방대원과 상황실 등의 무전 및 전화통화 녹취록을 입수했다.

이 가운데 수색 현장의 119구급대원(소방관)과 상황실(현장대응 2단장) 간의 지난달 18일 오전 11시20분 29초~11시24분 12초 사이 통화 내용 녹취록을 보면, 상황실에서 ‘보호자는 어디 계신는데?’라고 묻는다. 소방관은 “보호자는 이쪽에 나온 거 같진 않고 집에 있고, 직장 동료분이 근방에 계셔서 저희랑 한번 만났습니다”라고 답했다. 이어 소방관은 “직장 동료가 인근에 계셔서 직장은 서울에 있으신 분이고 여기 화산리 쪽이랑 해서 자주 왔다갔다하신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상황실에서 ‘실종자 친구를 만났다면서?’라고 재차 묻자 현장 소방관은 “친구를 만난 게 아니라 직장 동료분이 인근에 있어 보호자한테 연락을 받고 저희랑 지금 만났어요”라고 답했다.

이는 임씨의 ‘직장 동료’인 국정원 직원이 숨진 임씨의 부인한테서 연락을 받고 소방관들보다 먼저 현장에 도착해 임씨를 찾고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숨진 임씨의 부인은 이날 오전 11시15분 119에 2차 위치추적 신고를 했다.

또 이날 11시35분 10초~11시36분 33초 사이 이뤄진 수색 현장의 다른 소방관과 119 상황실과의 통화 녹취록을 보면, 수색 장소 등에 관한 문답이 오가다 상황실에서 ‘그 관계자한테 한번 물어보세요’라고 지시하자 현장 소방관은 “어디 관계자?”라고 답했고, 다시 상황실에서 ‘그 저기… 그 위치추적 관계자 같이 없어요?’라고 되묻는다. 그러자 현장 소방관은 “없어. 그 사람들 차 가지고 가서 그 사람도 나름대로 찾아준다고…”라고 답했다. 이에 상황실은 “그럼 그 사람한테 전화해 가지구요, 도라지골 어디로 올라가는 건지 그쪽도 한번 이렇게 수색을 하라고 하거든요”라고 지시했다.

이 사건의 의문점을 추적중인 양 의원은 “소방관들의 통화 내용을 전체적으로 종합하면, 임씨 수색 현장에 국정원 직원들이 투입돼 현장에서 소방관들을 접촉한 것은 물론 임씨에 대한 위치추적을 해왔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국회 정보위 간사인 신경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달 27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국정원 해킹관련 자료를 삭제하고 숨진 임씨가 감찰실로부터 위치추적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은 위치추적 장치 통해 임씨의 위치를 확인한 뒤 근처에 사는 국정원 직원을 보내 소방대원과 함께 임씨를 찾았다고 해명했지만, 언제 처음 임씨의 위치를 찾아냈는지에 대해서는 무조건 ‘모르겠다’는 식으로만 일관하고 있다. 임씨의 사망 현장을 국정원이 언제부터 통제했는지 등에 대해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인 정청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지난 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건 당일) 11시11분에 국정원 직원이 부인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나타나 소방관과 2~3분간 대화했다. 구조대원들이 11시10분께 2차 수색 동선 회의를 하고 있었는데 국정원 직원이 1분 후 그 자리에 나타났다면 이 사람은 과연 어디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는 것이냐”며 의혹을 거듭 제기했다.
<김기성, 이정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