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세·권성동의 윤석열 면회 비판…“내란 수괴가 당에 기생할 빌미 줘”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겨레 자료사진

 

국민의힘 ‘투톱’이 나란히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 면회에 나서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라리 국민의힘 당사를 서울구치소로 옮기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3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집권여당 1,2인자라면 현 상황에서 내란 수괴와의 인간적 관계를 끊고 사죄하는 자세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선공후사가 우선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나경원 의원 등은 이날 오전 11시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을 접견한다.

 

이들은 이날 면회가 개인적인 차원이라고 선을 긋고 있으나 박 의원은 “인간적 차원의 면회가 아니”라고 꼬집었다. 그는 “당과 대통령이 만나 현안에 대한 총체적 대응을 위한 ‘쌍권총 회동’”이라며 “두 대표는 대선을 위해, 윤석열은 탄핵 기각 및 형사 재판 무죄를 위해 집토끼를 잡고 있어야 할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했다. 면회 배경에는 강성 보수층 결집을 위한 정치적 셈법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박 의원은 이날 면회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일체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아무리 아니라고 해도 서로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 척 하면 삼천리로 당내 및 원내 전략, 헌법재판소 탄핵 심판 및 형사 재판 대응 등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과 지침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게 민생 진정성 운운하기에 앞서 내란 수괴와 단절하는 진정성을 보여야 국민이 믿는다. 지금처럼 내란 수괴와 절연하지 못하고, 내란 수괴에게 당에 기생할 빌미를 주면 패가망신한다”고 덧붙였다.  < 심우삼 기자 >

권영세·권성동·나경원 3일 윤석열 면회…“개인적 차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 김경호 선임기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울구치소에 구속 수감돼 있는 윤석열 대통령을 3일 접견한다. 당의 ‘투톱’이 함께가는 것인데도 당사자들은 정작 “개인적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2일 국회에서 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 대통령을 3일 오전 11시 접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위원장과 나경원 의원도 함께 할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권 위원장도 대학시절부터 (윤 대통령과) 선후배고 검사생활을 통해 깊은 인간 관계를 맺었다. 같이 가는 게 좋겠다고 해서 함께 (접견을) 신청했다”며 “나 의원이 포함된 경위는 잘 모르겠다. 별도로 (신청)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의 ‘투톱’인 비대위원장과 원내대표의 방문이지만 권 원내대표는 ‘당 지도부 차원의 접견’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권 원내대표는 “면회라는 것이 알다시피 개인적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며 “정치 현안이나 수사, 재판 등과 관련해 논의하려고 가는 것이 아니라 개인적 차원에서 가는 것이라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접견으로) 정치적 불이익이 있을 수 있지만, 인간적 도리를 하는 게 정치 본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로서 신중한 행보가 필요하다는 당내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 말에도 권 원내대표는 “친구가 어려운 상황에 처했을 때 위로하고 격려하는 건 당연한 도리”라며 “정치인 이전에 인간 대 인간 관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관련해 최고위원인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31일 언론에 “대통령 접견이 국민 전체에 또 다른 해석을 낳을 수 있어 신중하게 판단해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   전광준 기자 >

 

국힘 “인간 된 도리로 윤석열 면회 추진”…조경태 “정당이 조폭인가”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설 당일인 29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에게 새해 편지를 전달했다. 이상규 서울 성북을 당협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국민의힘 의원들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윤석열 대통령 접견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앞서 윤상현 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 80여명은 설 당일 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 즉각 석방”을 요구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되고, 12·3 내란사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민심이 들끓는데도 여전히 ‘내란의 강’을 건너지 못하는 모습에, 당내에서도 “정당은 조폭과 다르다”는 비판이 나온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윤 대통령과의 ‘개인적 인연’을 강조하면서 “대통령께서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기 때문에 인간적인 차원에서, 도리로서 기회가 되면 면회를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전 정치보다 사람 관계가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기 앞서 사람 대 사람, 인간 대 인간으로서 도리를 다 하는 것이 옳은 태도”라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을 잡은 것은 없다. 다녀오더라도 조용히 다녀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윤상현 의원도 28일 기자들과 만나 “저뿐만 아니라 관저에 왔던 국회의원, 당협위원장들 다 (윤 대통령을) 접견하고 싶어 한다.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가서 기운을 북돋워드리려고 한다”며 면회 의사를 밝혔다. 윤 대통령의 일반 접견은 31일부터 평일에 한해 하루 한 차례 가능하다.

 

대통령실 전·현직 참모들 역시 설 연휴 뒤 윤 대통령 접견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면회를 신청하고, 허락이 되어야 갈 수 있어서 아직 일정을 알 수 없지만, 가봐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김대기·이관섭 전 비서실장, 전·현직 수석비서관 등이 함께 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건희 여사는 건강이 악화한데다, 야당 공세 등을 고려해 당장은 구치소를 찾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8일 윤 대통령을 접견한 석동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건강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앞서 설날인 지난 29일, 윤 의원과 국민의힘 원외 당협위원장 80명은 서울구치소를 찾아 윤 대통령에게 새해 편지를 전달하기도 했다. 이들은 “대통령님을 지지하는 많은 시민이 구치소 앞에서 하루 한시도 빠짐없이 응원하고 있으니 외롭다고 생각하지 말고 힘내라”고 했다. 윤 의원 역시 “불법 수사를 자행하고 있는 검찰총장은 즉각 사퇴하고, 검찰은 윤 대통령을 즉각 석방하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이 윤 대통령을 엄호하는 모습에 당내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조경태 의원은 이날 한겨레에 “위헌·위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탄핵을 반대·옹호해선 성난 민심을 달랠 수 없다. 조기 대선에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때”라며 “정당은 조폭과 다르다. 국민과 국가를 생각하고 받드는 것이 정당이다. 정당은 특정 개인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역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국민들에게 당이 어떻게 비춰질지 염려스럽다”며 “당이 강성 지지층만 의식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덧붙였다.   <  한겨레 손현수  전광준  장나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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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윤석열 접견 간 국힘 투톱에 “개인 차원? 말 안 되는 소리”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 연합
 

국민의힘 소속 유승민 전 의원이 3일 당 지도부인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윤석열 대통령을 접견하는 것을 두고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개인 차원으로 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권 위원장과 권 원내대표는) 당을 대표하는 사람들인데, 개인이 어딨냐”며 “윤 대통령한테 ‘당이 대통령과 한몸이 돼 낭떠러지로 떨어지고 망하는 길로 가는 건 안 되니 대통령께서도 극우 유튜버들과 전광훈 목사 말만 듣고 자꾸 선동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러 간다면 몰라도, 윤 대통령 이야기만 실컷 듣고 오는 거라면 위험하다. 헌법재판소에 나와서 말하는 걸 보지 않았냐”고 했다.

 

이어 “(윤 대통령 접견은 당에) 족쇄가 될 것”이라며 “만약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돼 (조기) 대선을 치러야 되면 우리는 탄핵에 당론으로 반대하고 내란 아니라고 우기고 비상계엄이 위헌·위법이 아니라고 주장한 당으로서 대선을 치러야 되는데 무슨 중도층 마음을 잡겠나”라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관계를 어떻게 정리할 거냐, 이 문제에 있어서 계속 (극우 세력에게) 끌려 다니고 부정선거나 주장하고 이러면, (당은) 더 극우화되고 굉장히 힘들어진다. 전광훈 목사나 극우 유튜버들한테 끌려다니는 당이 되면, 앞으로 대선이든 총선이든 지방선거든 판판이 진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우리 당이 너무 오른쪽으로 가버리면, 이재명 대표가 후보로 나올 경우 그 사람한테 대선을 그냥 갖다 바치는 것”이라며 “우리가 윤 대통령과 밧줄로 꽁꽁, 한몸으로 묶여서 같이 절벽에서 떨어지면 당원들, 국민의힘 지지층들이 바라는 결과와 완전히 반대 결과가 나온다고 경고드린다”고 강조했다. < 한겨레  장나래 기자 >

 

응원봉 들고 나선 탄핵 광장…그 흔한 혐오도 위험도 없었다

[광장의 2030여성]    너와 내가 만든 광장은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1월11일 열린 윤석열 즉각 체포·퇴진 범시민총궐기대회에 참여한 한 시민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영원 기자 
 

12·3 내란’ 직후 광장에 모인 응원봉은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윤석열 정권의 퇴장을 요구하는 강렬한 불빛이었다. 그러나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윤석열은 계엄 선포 정당성을 강변했으며, 그에 맞춰 퍼져나간 음모론과 폭력 선동은 초유의 법원 습격 사태로 치달았다. 거대 극우 세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충격적인 현실에도, 여전히 연대와 공감을 바탕으로 새 세상을 희망하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한겨레는 내란사태 두 달을 맞아 ‘탄핵 광장’에 섰던 20~30대 여성 30명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거주지(수도권·비수도권), 직업(학생·직장인·주부 등),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 같은 여러 조건을 바탕으로 1986~2005년생 23명을 선정했다. 이런 방식의 조사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는 성소수자·이주배경·장애여성 등 7명을 더해 모두 30명을 1월12일부터 나흘간 전화로 심층인터뷰했다.

 

“또래 여성이 그렇게 많을 줄은 몰랐어요. 또래가 많으니 용기를 내게 된 거죠.”

 

경기도 광명시에 사는 대학생 유수현(가명·26)은 태어나 처음 나간 집회(2024년 12월7일 서울 여의도)가 낯설지 않았다. 촛불보다 밝고 찬 바람에도 꺼지지 않는 아이돌 응원봉을 신나게 흔들며 케이(K)팝을 부르는 또래, 그보다 어린 여성이 많았기 때문이다. 수현도 아이돌 그룹 에스에프나인(SF9)을 “가성비 있게 덕질”한 추억이 있다. “음악방송 사전녹화에 가면 소지품을 자리에 두고 다녀요. 팬들끼리 서로 지켜준달까. 집회에서도 약간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무언가 잃어버려도 트위터(엑스)를 통해 찾을 수 있을 것 같은.”

 

집회는 처음이지만, 여성 인권을 위한 온라인 서명·청원엔 익숙하다.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은 “내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에, 페미니즘에 눈길이 갔다. 스무살 땐 사회가 요구해온 여성상에서 벗어나자는 ‘#탈코르셋’ 운동에 동참하려 쇼트커트를 했다.

 

2030 여성들에게 페미니즘이나 아이돌 팬덤은 참여하든, 하지 않든 친숙한 문화다. 한겨레가 심층 인터뷰를 한 집회 참여 2030 여성 30명 가운데 20명은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했다. 다만, 페미니즘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인식 차가 있었다. 18명은 아이돌 팬덤 활동을 한 적이 있다. 집회 참여와 온라인 서명 등을 통해 사회 이슈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들은 26명이었는데, 관심 의제(복수 응답)는 성평등(24명)을 비롯해 기후와 환경·동물(15명), 성소수자 인권(12명), 장애인 인권(11명), 비정규직 차별 문제(10명) 등 다양했다.

 

또래 간 상호호혜적 관계에 더해 타인 이야기에 ‘나’를 이입해 공감하는 특성은 “분하고 억울해서 간 곳에서 인류애 충전” “이런 따뜻한 시위는 처음” “맨몸으로 가도 될 정도로 화기애애한” 광장을 열었다. “재밌어 보이고, 엄청난 정의감이 없어도 할 수 있는” 정치 참여는 “밖에 있으면 에너지가 쭉쭉 빨리는 집순이”까지 광장으로 불렀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두번째 탄핵소추안 표결이 열린 지난해 12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인 시민들이 가결 소식을 바라고 있다. 김혜윤 기자 
 

불특정 다수와도 안전한 

 

취업준비생 구은지(가명·27)는 국회의사당 앞 집회(12월14, 21일)가 “비교적 안전하다”고 느꼈다. 무대에 오른 한 여성이 “페미니스트가 외친다,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소리치자 여성들이 따라 외치는 광경도 그랬다. ‘너 페미지?’라고 묻는, 페미니즘에 적대적인 사회에서 이런 발언을 하는 건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한 은지는 “잘못한 일도 없는데 손가락질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에 위축돼왔다.

 

여성들이 ‘안전하다고 느낀’ 광장에선 그동안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지 못한 시민들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전동휠체어로만 이동이 가능한 중증 지체장애인이자 대학생인 위유진(25)에게도 ‘내 정체성을 드러내고 말하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부산 서면 집회(12월11일)에서 ‘노래방 도우미’임을 밝힌 청년 여성을 비롯해 다양한 소수자들 발언이 호응을 얻는 모습에 용기가 생겼다. 유진은 12월21일 험난한 서울 지하철 환승길을 거쳐 집회 무대로 향하는 경사로를 따라 휠체어를 움직였다. 그동안 봐오던 장애인에 대한 따가운 시선 탓에 막말과 비난을 들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수십만명 앞에 섰다. “장애인도 시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아직도 외치고 있습니다.” 말 한마디, 한마디에 환호해준 시민들의 모습은 “처음으로 많은 사람들과 연결됨을 느낀 경험”이었다.

 

서울인권영화제 활동가인 트랜스여성(출생 때 성별은 남성이나 자신을 여성으로 정체화) 소하(활동명·39)는 온라인에서 빈번하게 접하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다섯차례 이상 참여한 집회에선 거의 마주한 적이 없다고 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농업 4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해 지난해 12월21일 트랙터를 끌고 서울로 향한 농민들이 남태령 고개에서 경찰 차벽에 가로막혔다는 소식에 12월22일 오전 2030 여성들을 비롯한 시민들이 남태령 고개 인근에 모여 경찰 철수를 촉구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서로 공감하고 다름을 배운

 

2030 여성에게 광장은 서로를 변화시키고 연령과 성적 지향, 관심사와 취향이 제각각인 다양한 시민들과 조우하며 더 넓은 세계로 향하는 가능성의 공간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지지하지 않았던 대학생 천하은(가명·20)은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가 “너무나 처절하게 외치는 모습”을 본 뒤 생각이 바뀌었다. 중국계 이주민 2세인 그는 이 땅에서 태어나 한국인으로 성장하는 동안 이방인 취급을 받아온 고통을 남태령(12월22일)과 광화문 집회(12월24일)에서 털어놨다. 크리스마스이브 광장을 울린 하은의 말에 직장인 김두리(33)가 눈시울을 붉혔다. “중국에 대한 혐오가 정말 심하니까, 많이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그의 큰언니도 다른 나라에 거주하는 이주민이다.

 

여의도와 남태령에서 수많은 응원봉을 목격한 대학생 장지현(25)은 “아이돌 팬은 사회 문제에 관심이 없을 거라 생각한 건 내 편견”임을 배웠다. 박지우(가명·37)에게 민주노총은 ‘귀족 노조’로 각인돼 있다. 그러나 광장에서 본 민주노총은 “집회에 처음 나온 사람들을 안내하고 경찰 앞을 막아 안전하게 시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선배” 같았다.

 

2월1일 오후 서울 경복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 참석한 한 시민이 펼침막을 들고 있다. 김혜윤 기자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한달여 전, 국회의사당 앞에서 탄핵소추안 가결에 환호하며 함께 부른 ‘다시 만난 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유수현은 요즘 불안하다. “희한하게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르더라고요. 빨리 탄핵이 돼야지….” 대학생 오해민(가명·23)은 서울 한남동에서 우연히 탄핵 반대 집회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았다. “할머니, 할아버지들만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완전 젊은 사람들까지 태극기를 들고 있는 거예요.” 프리랜서 김연아(35)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함께 촛불을 들었던 또래 남성이 예전만큼 많이 보이지 않는 점이 걸린다. 미등록 이주민을 조력하고 동물권 활동가이기도 한 최정민(가명·28)은 “성소수자, 청소년, 인권·페미니즘 연사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말할 수 있는 상황이 너무나 반가워” 광장이 끝나고도 이런 연대가 이어질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그럼에도 광장에서 안도하고 위로받고 즐거웠던 ‘나’의 세계엔 크고 작은 변화가 찾아왔다. 김두리는 생애 첫 집회를 시작으로 거의 매주 토요일 광장에 나가는 게 일상이다. 여의도와 남태령, 광화문, 한남동을 거치면서 “나중에 정치로 세상을 바꿔보고 싶다”는 포부가 생겼다. 정치·사회 이슈엔 관심이 많지만 자신의 견해를 입 밖에 내지 않던 송수진(가명·35)은 요즘 이웃들에게 시국에 대한 의견을 넌지시 묻는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2030 여성 30명은, 윤석열 대통령이 퇴진할 때까지 “다 같이 즐겁게 으쌰으쌰 구호를 외치고 노래도 부르던” 광장에 다시 나갈 작정이다.  < 한겨레  박현정  김효실  정인선 기자  > 

 

막무가내 대통령에 국가폭력 떠올려…“이건 영화가 아니구나”

[광장의 2030여성]    나를 광장으로 부른 건

 

 
 

 

‘12·3 내란’ 직후 광장에 모인 응원봉은 반민주적이고 반헌법적인 윤석열 정권의 퇴장을 요구하는 강렬한 불빛이었다. 그러나 직무가 정지된 대통령 윤석열은 계엄 선포 정당성을 강변했으며, 그에 맞춰 퍼져나간 음모론과 폭력 선동은 초유의 법원 습격 사태로 치달았다. 거대 극우 세력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충격적인 현실에도, 여전히 연대와 공감을 바탕으로 새 세상을 희망하는 불빛이 반짝이고 있다. 한겨레는 내란사태 두 달을 맞아 ‘탄핵 광장’에 섰던 20~30대 여성 30명의 목소리를 들어보았다.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거주지(수도권·비수도권), 직업(학생·직장인·주부 등), 고용 형태(정규직·비정규직) 같은 여러 조건을 바탕으로 1986~2005년생 23명을 선정했다. 이런 방식의 조사에서 배제될 우려가 있는 성소수자·이주배경·장애여성 등 7명을 더해 모두 30명을 1월12일부터 나흘간 전화로 심층인터뷰했다.

 

“일어나봐. 비상계엄이래!”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가 넘은 시각, 서울 강서구 집에서 초저녁잠을 자던 재수생 정서연(가명·20)을 두살 터울의 언니가 흔들어 깨웠다. 비상계엄? 가짜뉴스가 많은 시대니 거짓말인 줄 알았다. 카카오톡에 쌓인 “지금부터 못 나가는 건가?” “나가면 군인들이 있나?” 같은 친구들의 메시지에 점차 실감이 났다. 뉴스 화면엔 2005년에 태어난 서연이 영화에서만 보던 중무장한 군인들과 헬기가 있었다. “너무 혼란스럽고 내 삶이 어떻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어 두려웠어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국회 앞으로 달려나간 시민들이 계엄군을 막고, 계엄군이 시민들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고,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는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봤다.

 

그 시각, 대구광역시 집에 있던 대학생 강지원(가명·21)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배경으로 한 소설 ‘소년이 온다’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받은 2024년에 우리나라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사실이 도무지 믿기질 않았다. “(계엄으로 인한 국가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와 책이 많이 나왔고 계엄 위험을 사람들이 다 아는데도 부적절한 상황에서 선포한 거라 되게 놀랐어요.”

 

인천광역시에서 사는 대학생 천하은(가명·20)은 비상계엄 소식을 듣자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조심하라”고 당부했다. 하은은 한국에 정착한 중국인 부모님을 둔 이주민 2세다. 그에게 계엄은 부모님과 주변 이주민들의 안위를 해칠 수 있는 현실로 다가왔다. “계엄 선포 이유가 북한 때문이라는데, 그런 상황에서 새터민 다음으로 (국가폭력에 노출될 수 있는) 이들은 중국인이잖아요.” 한국 국적임에도 “중국인과 어울리지 마” “너희 나라로 돌아가” 같은 말을 들으며 커왔다는 하은이 말했다.

 

 

자유 박탈에 대한 공포 

 

12·3 내란사태로 인해 일상의 자유를 뺏길지 모른다는 공포와 역사 속 국가폭력이 재현될 거란 두려움에 휩싸인 건 서연과 지원, 하은만이 아니다. 한겨레가 심층 인터뷰를 한 탄핵 촉구 집회 참여 2030 여성들에게 비상계엄 선포는 “국회를 장악하려 한 만큼, 언론도 통제하고 시민들이 생각하고 말할 자유를 빼앗으려는 시도”(경기도 거주 대학생)일 뿐만 아니라 “군인이 국회 유리창을 깨는 모습에서 국가가 언제든 국민을 탄압할 수 있겠다”는 위기감(서울 거주 대학생)과 “전시 상황이 아님에도, 가장 최후의 수단이어야 할 계엄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분노(서울 거주 프리랜서 직장인)를 일으켰다. “2024년에 종북세력 언급 자체가 충격”(서울 거주 대학생)이고 “국가 경제를 고려하지 않고 나라 위상을 추락시킨 부적절한 처사”(서울 거주 취업준비생)였다.

 

이런 내 ‘목소리’를 내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화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30명의 여성은 적게는 한차례, 많게는 여덟차례 광장에 나갔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해 범야권 지지 성향이 많았지만, 3명은 2022년 대선에서 윤석열 후보를 뽑았다. 이번 탄핵 촉구 집회가 생애 첫 광장인 이들은 12명이다.

 

비상계엄 반대, 탄핵 찬성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집회에 나간 결정적 이유는 저마다 달랐다. 특히 대구에서 나고 자란 지원에겐 ‘머릿수 채우기’가 절실했다. 그에겐 비상계엄 선포가 ‘대통령의 명백한 잘못’이지만, 친구들과의 대화를 통해 ‘뭔가 이유가 있겠지’ 같은 지역 어른들 반응이 있음을 알게 됐다. 수개월 전 국회의원 선거에서 대구·경북 25개 선거구를 뒤덮은 “빨간색”(국민의힘 당선 표시)도 떠올랐다. “총선 개표 뉴스를 보면서 너무 심하다 싶을 정도로 다 빨간색이어서 당연히 (대구에서 열린 탄핵 촉구) 집회 참여도가 굉장히 낮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친구들이랑 우리라도 나가자 그렇게 갔어요.”

 

하은은 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주민들을 대신해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내가” 집회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위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서연이 초등학생 때 좋아하던 방탄소년단 응원봉인 ‘아미봉’을 챙겨 재수 생활을 함께한 친구와 난생처음 집회(12월7일)에 간 건, 그날 밤 국회 앞에 있던 시민들에 대한 부채감 때문이다. “집에서 여의도가 그리 멀지 않은데,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저 자신이 무력했고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온라인 소통이 일상인 세 사람이 스무살 넘어 처음으로 발 디딘 광장은 “인터넷으로만 보던 것과 달리 상식적이고 따뜻한 사람이 많고”(서연), “생각보다 다양한 연령층이 있으며”(지원), “많은 사람이 한마음 한뜻으로 외칠 수 있는”(하은) 곳이었다.

 

 

더 강해진 차별·혐오, 불평등 

 

그날 밤, 서울 지하철 4·7호선 이수역(서울 동작구 사당동과 서초구 방배동 경계) 인근 부모님 집에 있던 직장인 박민아(가명·37)는 국군의 날도 아닌데 탱크 비슷한 차량이 여러대 움직이는 의아한 광경을 목격했다. 동네 바로 옆엔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속보가 나오자 부모님은 “국회부터 지켜야 한다”며 급히 차를 몰고 여의도로 향했다. 전두환 신군부가 1980년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 뒤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잘 아는 부모님의 반응에 “이건 영화가 아니구나!” 정신이 번쩍 들었다. 민아 역시 부랴부랴 여의도로 달려갔다. 그사이 계엄이 해제됐지만, 대통령의 행각이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괘씸해” 날이 새도록 잠을 이루지 못했다.

 

결국 다음날 연차휴가를 내고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기 위해 국회 앞으로 갔다. 그 뒤 시간이 날 때마다 여의도·광화문, 남태령과 한남동 집회에 참여했으며 지난달 18일엔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 앞에서 “탄핵”을 외쳤다. 그의 분노엔 나이테가 있다. 무엇보다 윤 대통령 임기 첫해인 2022년에 발생한 ‘이태원 참사’ 피해자로서 지난 2년여 동안 파인 상처가 깊다. 참사 당시 그는 발목을 크게 다쳐 철심을 박는 수술을 했다. 간혹 다친 부위가 아파 목발을 짚을 때면 통증보다 무서운 ‘왜 다쳤느냐’는 질문을 받을까봐 신경이 곤두선다.

 

정부와 국민의힘 인사들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 피해자들이 겪는 고통에 공감하고 위로하기는커녕 진상 규명을 회피하고 보상금을 노린다는 식의 비윤리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는 참사 피해자와 유가족에 대한 공공연한 공격을 부추겼다. 민아 역시 모욕적인 말들에 무방비로 노출됐다. “사망자는 8억원 정도 받았다는데, 그럼 4억원 받았느냐는 이야기를 2년 내내 너무 많이 들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요.”

 

윤석열 정부는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겠단 공약을 내세우며 ‘성별 갈라치기’ 힘으로 집권한 뒤 국민 통합이나 차별·불평등 완화는 뒷전이었다. 이런 정부 행보에 불만이 쌓이던 중 “선 넘은” 내란사태는 탄핵 요구 불길에 기름을 부었다. 부산 시민인 직장인 박지우(가명·37)도 그날 밤 “진짜 무서워”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대통령이 법을 지키지 않고 무데뽀로 밀어붙이는” 모습은, 속전속결로 이뤄진 공공기관 통폐합으로 그를 비롯한 비정규직들이 무더기로 일자리를 잃었던 기억을 소환했다. 정부는 ‘효율화’를 강조하며 부작용에 대한 충분한 고민 없이 공공기관의 조직·인력 감축에 나섰다. “비정규직들 다 잘려나간 경험을 해서 그런지, 대통령을 탄핵하지 않으면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은, 집회에 가본 적 없는 지우를 광장으로 이끌었다.

 

 

‘전부 빨간색’이라 더 절실한

 

2030 여성 30명 가운데 7명은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이외 지역에 산다. 그중 ‘보수 텃밭’이라 불리는 대구·부산·경남 지역 여성 4명은 탄핵 촉구 참여자를 단 한명이라도 더 늘려야 한다는 절실함이 컸다. 부산에 사는 대학생 이하연(가명·22)은 말했다. “부산 집회에 사람들이 과연 많이 나올까, 한명이라도 더 가서 윤석열 퇴진을 한번쯤은 외쳐야 속이 좀 풀릴 것 같다 그런 느낌으로 서면(12월8일)에 갔어요.” 닷새 뒤 12월13일 지역구 국회의원 사무실 앞에서 열린 “탄핵 동참 촉구” 집회도 참여했다. “동래구에선 나갈 사람이 없을 테니, 머리가 하나라도 있는 게 낫지 않겠나 싶어” 또 나갔다.

 

비상계엄 선포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국민의힘 의원들이 탄핵소추안 표결에 집단 불참하는 모습은 더 큰 분노를 일으켰다. 경남 창원시 토박이 정채원(가명·32)이 태어나 첫 집회(12월14일)에 참여한 이유도 “국힘 의원들이 표결도 하지 않고 국회를 박차고 나가는 모습에 너무 화가 나서”다. “이렇게까지 답답한 적은 없던 것 같아서 이번엔 정말 행동으로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집에서만 욕하지 말고 이번엔 우리도 한번 나가보자”며 부모님까지 집회 참여를 설득했다.

 

이들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내가 뽑은 후보가 된 적 없다”는 무력감을 느낀 적이 있다. 광장에 나간 하연은 안도했다. “젊은 사람이 많았는데 아저씨들도 생각보다 많았어요. 저는 부산 아저씨들 싹 다 빨간색일 줄 알았거든요. 이제 그렇게 나쁜 쪽으로만 생각할 수 없겠다 싶더라고요.” 대구에 사는 ‘트친’(트위터 친구)도 동성로 집회에 사람이 많이 왔다고 해 “(‘콘크리트’ 지지가 깨질) 희망이 있지 않을까” 싶다. 채원 역시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이 모여 마음이 뭉클했다”며 “창원 집회도 서울처럼 공중파 뉴스에서 보도되는 걸 보니 뿌듯했다”고 말했다.

서울 중심으로 구축된 정치 시스템은 비수도권 시민들의 지역 정치·사회 참여에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과 비교적 가까운 강원도 원주시에 사는 도민서(가명·35)는 휴무일에 짬을 내어 서울 여의도 집회에 참여했다. 그는 “서울에 산다면 집회나 사회 참여를 더 자주 했을 것 같다”고 했다. 경남 양산에서 태어난 최정민(가명·28)은 스무살 때부터 부산의 여러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다 2년 전 서울로 거주지를 옮겼다. 그는 “서울엔 세미나나 토론장이 많지만 부산에는 그런 인프라가 적고, 그러다 보니 서울에서 논의되는 (운동) 의제가 부산까지 오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했다. 성소수자라는 정체성을 드러내는 일 역시 어렵다는 답답함도 있었다.                          < 한겨레  박현정  정인선  김효실 기자 >

 

특수단 “증거인멸 우려 있는데…검찰 보완수사 요구 유감”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12·3 내란사태를 수사 중인 경찰이 대통령경호처 ‘강경충성파’로 꼽히는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의 업무용 휴대전화와 개인 휴대전화를 모두 압수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3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기자 간담회에서 “(오늘)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주거지 압수수색을 통해 업무용 휴대전화와 개인 휴대전화를 압수한 상황”이라며 “주거지 압수수색을 먼저 했고 경호처 사무실 압수수색은 시도 중”이라고 밝혔다. 특수단은 두 사람의 통신내역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두 사람은 지난달 경찰에 출석하며 주요 증거가 될 수 있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오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여 증거인멸 우려가 불거진 바 있다. 이번 압수수색은 최근 두 사람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신청 반려에 따른 보완수사의 일환이다.

 

특수단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특수단 관계자는 “압수수색 영장을 지난 1월24일에 발부받았고 집행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사전 구속영장도 신청했는데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하면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한 뒤 판단하자고 했다”며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고 증거인멸 우려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한 부분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특수단은 두 사람에 대한 구속영장 재신청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다.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윤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 방해를 주도한 혐의를 받는다. 김 차장의 경우 내란 사태 수사의 핵심 정황이 담겨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비화폰 서버 삭제를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은 두 사람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이를 두 차례 반려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경찰, 김성훈·이광우 구속영장 검찰 또 반려에 “수사 방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이 지난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대통령경호처의 ‘강경충성파’로 꼽히는 김성훈 경호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해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검찰이 또다시 반려하자, 경찰 내부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검찰은 이번엔 ‘법 규정 확인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었는데, 경찰은 사실상 수사 방해라는 반응이다.

 

지난달 31일 서울서부지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신청한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의 특수공무집행방해 등 혐의 사전구속영장을 반려하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했다. 지난달 18일 이후 두 번째 구속영장 반려다. 첫번째 영장 반려 당시 검찰은 김 차장 범죄사실에 ‘윤석열 대통령 1차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만 담겨있어, 해당 혐의는 재범 위험성이 없다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했다.

 

당시 경찰은 ‘구속이 필요한 사유’에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 관리자에게 통화기록 삭제를 지시하는 등 비상계엄 이후 김 차장이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을 포함시켰음에도 검찰이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영장을 반려했다고 반발했다. 이후 지난달 24일 경찰은 증거인멸과 ‘대통령경호법상’ 직권남용 혐의를 범죄사실로 추가해 구속영장을 재신청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 역시 “새로 입건된 혐의와 관련한 법 규정을 확인할 부분이 있다”며 영장을 반려한 것이다.

 

경찰 내부에선 ‘수사 방해’라는 반응까지 나온다. 서울청의 한 총경은 “피의자에 대한 증거인멸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검찰이 설 연휴 내내 영장을 붙잡고 있다가 일주일 만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것은 사실상 수사 방해”라며 “영장에 대한 판단은 법원이 하면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 압수수색을 적극적으로 막고 있는 경호처 간부들에 대한 구속이 늦어지면서 내란 수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경찰청에서 일하는 한 총경은 “문제는 김 차장과 이 본부장이 내란 수사에서 가장 중요한 대통령실 비화폰 서버 압수수색을 막고 있다는 점”이라며 “국민적인 관심사인 수사가 걸린 사안에서 이번 검찰의 영장 반려는 이해할 수 없는 조처”라고 말했다.  < 한겨레 이지혜 기자 >

 

“임명 안 하면 실정법에 위배되고 탄핵 사유에 해당”

 

 
 
1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즉각 퇴진! 사회대개혁! 9차 범시민대행진’에서 거부권을 행사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규탄하는 손팻말 너머로 윤석열 대통령 사진이 보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을 거부할 수 있을까. 헌법 전문가들의 대답은 “아니요”였다.

 

3일 헌법 전문가들은 헌재가 최 권한대행의 마 후보자 임명 거부가 위헌이라는 취지의 결정을 하면 최 대행이 곧바로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헌재가 이날 오후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과 김정환 변호사가 낸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권 불행사 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을 선고한다고 통지한 가운데 “헌재 선고가 나오면 법무부, 법제처 등과 논의하겠다”는 최 권한대행 쪽 입장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고 못 박은 것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의논할 것도 없이 (최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따라야 한다”고 했고, 헌재 연구관 출신인 노희범 변호사도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추가 검토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헌법 전문가들은 현행법에 따라 최 권한대행에게 마 후보자를 임명해야 할 법적 의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헌법재판소법상 △헌재의 권한쟁의심판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를 기속(강제 적용)하고(67조1항) △헌재가 공권력 불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을 인용하는 결정을 하면 피청구인(최 권한대행)은 결정 취지에 따라 새로운 처분(75조 4항)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 결정에 구속력이 있으므로, 최 권한대행이 이를 거스를 수 없다는 의미다.

노 변호사는 “헌재의 결정이라는 것은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최종적이고 종국적인 유권해석을 한 것”이라며 “이 결정에 대해서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가 없고, 다툼의 여지가 있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 거부 입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실정법에 위배되고 탄핵 사유에 해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임 교수는 “헌재의 위헌 결정에도 최 권한대행이 마 후보자 임명을 안 하면 헌법재판소법 위반이 되고, 형법상 직무유기죄에 해당할 수 있다”며 “형법은 공무원이 정당한 이유 없이 직무수행을 거부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때 직무유기죄로 처벌한다”고 설명했다. 노 변호사도 “헌정 질서가 중단되고 헌정 질서가 또 다른 형태로 문란이 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며 “탄핵 사유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야당도 경고에 나섰다.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 인터뷰에서 “스스로 헌법을 위반하는 행위가 돼서 제3의 내란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헌재가 마지막 남은 대한민국의 헌법 수호 기관인데 이 결정에 따르지 않는다는 것은 권한대행으로서 결코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불교방송(BBS) 라디오 ‘신인규의 아침저널’에 나와 “권한대행이 헌재의 판결을 무시한다는 것은 대한민국 헌정 질서에 대한 사망 선고로 생각된다”며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가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 심우삼 기자 >

 

최상목에 “헌재 결정 무시하라”는 권성동…그 얄팍하고 무지한 노림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 여부를 헌법재판소가 3일 직접 결정한다. 헌재는 법무법인 도담 김정환 변호사가 제기한 헌법소원과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를 대표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을 3일 오후 2시 선고한다. 사진은 2일 헌법재판소 모습. 연합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불복을 위한 밑자락 깔기라는 비판에도 연일 헌법재판소 권한과 위상을 흔들고 있는 국민의힘이, 아예 헌재 결정을 따르지 말라는 요구까지 하고 나섰다. ‘극우의 힘’을 대변하는 듯한 국민의힘 검사 출신 지도부의 자의적이고 왜곡된 헌법 해석이 낳은 결과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의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에 따른 권한쟁의심판 사건을 거론하며 “헌재가 (임명해야 한다고) 인용 결정을 하더라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권한대행은 국회 본회의 표결(193표 찬성)을 통해 선출된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해서만 ‘여야 합의’를 주장하며 임명 거부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헌법에 규정된 국회의 헌법재판관 선출 권한 등이 침해됐다며 최 권한대행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했다. 청구인은 ‘대한민국 국회’였다. 헌재는 3일 최 권한대행의 임명 거부 권한쟁의심의심판(국회 청구) 및 헌법소원(김정환 변호사 등 청구) 사건 선고를 한다.

 

권 원내대표는 “청구인이 국회인데 국회 의결 절차 없이 국회의장 개인이 권한쟁의심판을 독단 청구했기 때문에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헌재는 그동안 국회의원이 국회를 대신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없다는 일관된 판례를 여러 건 남겼다”고 덧붙였다.

 

헌재는 국회 구성원인 국회의원 개인 또는 일부가 국회를 대신해 다른 국가기관을 상대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제3자 소송담당)하는 것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제3자 소송담당을 허용하는 명문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다수결로 결정된 국회 의사를 소수 국회의원이 권한쟁의심판으로 뒤집으려 하는 것은 다수결 원리와 의회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가 언급한 이 판례는 오히려 국회가 다수결(193표 찬성)로 선출한 마은혁 후보자만 최 권한대행이 선택적으로 임명 거부했다는 점에서, 이번 권한쟁의심판 청구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게다가 근래 헌재 판례는 대통령 소속 정당이 국회 다수당인 경우 정부 견제가 어려워진다며 국회의원 개인에 의한 제3자 소송담당이 필요하다는 소수의견도 자리를 잡은 상황이다.

앞서 우 국회의장 쪽이 권한쟁의심판 청구인을 ‘대한민국 국회’로 한 것도 이런 판례를 검토한 결과로 보인다. 우 의장 쪽은 청구서에서 “국회는 헌법이 별도의 장(제3장)으로 명시하고 있는 입법권을 전속한 헌법기관이자 국가기관으로, 대등한 헌법기관인 대통령 사이 권한에 관한 다툼은 헌재 권한쟁의심판 외에 다른 구제수단이 없으므로 국회는 당연히 당사자능력이 인정된다”고 썼다.

 

국회 본회의를 재적의원 3분의 2 가까운 압도적 다수로 통과해 대통령(또는 권한대행)의 형식적 임명 절차만 남겨 놓은 상황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위한 추가적인 국회 의결 절차가 필요하다는 권 원내대표 주장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는다.

 

정작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추천했던 조한창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는 물론, 본회의 표결에도 불참한 바 있다. 정상적인 본회의 표결을 통해 선출된 헌법재판관 임명은 반대하면서, 출석도 하지 않는 의결 절차를 다시 주장하는 셈이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헌재가 권한쟁의심판 청구 자격 문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재판받을 권리 침해 등을 이유로 제기된 헌법소원 사건을 통해 최 권한대행의 임명 거부에 대한 위헌 결정이 나올 수 있다.

 

권 원내대표 역시 임명 거부 위헌 결정을 염두에 두고 있다. 권 원내대표는 헌재가 마은혁 후보자 임명 결정을 하더라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며 압박하고 있다. 법치주의를 유독 강조하는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최고 헌법해석 기관 결정을 무시하라고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대놓고 요구한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그 근거로 “최종 임명권은 대통령에게 있다. 헌재가 헌법을 뛰어넘어 임명을 강요할 수 없다. 이는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 원리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법재판소법은 권한쟁의심판·헌법소원 사건 등의 헌재 인용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에 기속(강제 적용)된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피청구인은 결정 취지에 따른 처분을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마은혁 후보자 임명 거부(부작위)가 국회 권한이나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는 결정이 나오면 최 권한대행은 이를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권 원내대표는 국회 선출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할 권리가 대통령에게 있으며 이를 “견제와 균형의 헌법 원리”라고 주장했다.

 

헌법은 ‘9인의 헌법재판관은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하면서 동시에 ‘3명은 국회 선출, 3명은 대법원장 지명’을 명시하고 있다. 이미 재판관 구성에서 입법(국회)·사법(대법원장)·행정(대통령)의 견제와 균형 원리가 내장돼 있는 것이다. 오히려 국회 선출 몫까지 대통령이 마음대로 임명 거부를 할 수 있게 되면 3·3·3으로 대표되는 견제와 균형을 깨는 위헌적 상태가 되는 셈이다.

 

헌재의 임명 결정이 나오더라도 최 권한대행이 시간을 끌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이후로 임명을 미룰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 인용 결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한다. 다른 부작위 사건은 위헌 상태를 교정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이 사건의 경우 의무이행 방법은 후보자 임명밖에 없다. 법을 만들 때 취지 역시 지체없이 헌재 결정을 따를 것을 예상한 것”이라고 했다. 법조계에서는 최 권한대행이 헌재 결정을 무시하고 임명을 차일피일 미룰 경우 직무유기로 처벌 가능하다고 본다.              < 김남일 기자 >

 

헌재, 최상목 상대 ‘마은혁 불임명’ 헌법소원 선고 연기

우원식 국회의장 동일 취지 권한쟁의심판 변론재개

 

 
 
                        헌법재판소 청사 전경. 연합
 

헌법재판소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마은혁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에 대한 위헌 여부 결정을 연기했다.

헌법재판소는 3일 법무법인 도담의 김정환 변호사가 최 대행이 마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고 제기한 헌법소원의 선고를 연기하고 같은 취지로 우원식 국회의장이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의 변론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권한쟁의심판은 오는 10일 변론이 재개될 예정이다.             < 오연서 기자 >

 

최상목 쪽 “헌재가 마은혁 불임명 위헌 결정해도 법무부와 논의”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쪽이 2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마 후보자를 곧바로 임명하지 않고 법무부 등과 추가 논의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법 현안의 최종 판단기관인 헌재 결정에 대해 대통령 권한대행이 별도 판단을 구해보겠다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일 “헌재 선고가 나오면 법무부와 법제처 등과 논의하겠다. 기재부가 법을 판단하는 기관이 아닌 만큼 선고 이후 관련 의견을 많이 확인해보겠다”고 말했다. 위헌 판결이 나오면 이를 바로 수용해 마 후보자를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두고 적법성 등을 따져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검찰 출신인 이완규 법제처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다.

 

국민의힘은 최 권한대행을 향해 헌재 선고 불복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어 “헌법재판소가 인용하더라도 최상목 권한대행은 마은혁 후보자 임명을 거부해야 한다”고 했다.

 

최 권한대행 쪽 법률대리인도 선고를 이틀 앞둔 지난 1일 “국회의장이 국회 의결도 없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한 건 위법인만큼 각하해야 한다”는 취지의 참고 서면을 헌재에 제출했다.        <  장나래  최하얀 기자 >

 

윤석열 ‘헌재 흔들기’ 점입가경…탄핵 심판 가속에 장외 선동전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출석해 있다. 연합
 

헌법재판소에서 본격 증인신문이 시작되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속도를 내자, 법정 밖 여론전을 통한 ‘헌재 흔들기’도 더욱 거세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인 석동현 변호사는 지난 1일 일반 시민과 청년을 중심으로 ‘윤 대통령을 위한 국민변호인단’을 모집하겠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아닌 전국의 일반 시민과 청년이 중심이라고 밝힌 만큼, 지지세력을 결집해 장외여론전에 박차를 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국민 변호인단의 준비모임에서도 윤 대통령 쪽은 계엄으로 인한 군대 동원은 정당하며 유혈 사태가 없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기존의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에 더해 윤 대통령 쪽은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에 대해 회피 촉구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법 24조 4항에서 ‘동일한 사건에 대해 2명 이상의 재판관을 기피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 만큼, 앞서 한 차례 정 재판관에 대한 기피신청이 기각되자 ‘회피 촉구’라는 방식으로 헌법재판관들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헌재가 3일 ‘마은혁 헌법재판관 불임명’ 헌법소원과 권한쟁의심판 두 사건 선고를 통해 ‘9인 체제’를 회복해 탄핵심판의 절차적 정당성이 완성될 조짐이 보이자, 선제적으로 ‘헌재 깎아내리기’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 쪽은 재판관 공석으로 헌재가 ‘6인 체제’일 때부터 ‘6인 체제는 중요 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해왔는데, 헌재가 물리적 완전체를 갖출 가능성이 커지자 재판관 개개인의 성향을 문제삼기 시작한 것이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은 문 권한대행에 대해 “에스엔에스(SNS)에서 교류관계에 있는 정치인들은 이재명 대표를 포함해 대부분 민주당 인사들”이라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정 재판관에 대해 배우자가 탄핵 촉구 시국 선언에 이름을 올렸다고 지적하기도 했고, 이 재판관은 친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배우자는 이 대표와 재판거래 의혹으로 재판을 받는 권순일 전 대법관과 같은 법무법인에서 근무한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관 개인에 대한 공격이 격화되자 헌법학계에서는 부당한 공격을 멈춰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3 내란 사태 이후 헌법학자들이 조직한 임시단체인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는 2일 입장문을 내어 “재판관의 개인적 성향을 문제삼는 주장은 결국 정당한 이유가 없음에도 특정 재판관들의 회피를 강요해 그들을 재판에서 배제하려는 의도”라며 “정당하게 임명된 재판관들을 부당한 사유로 근거 없이 공격하는 것은 헌법재판의 권위와 독립성을 흔드는 것이자, 우리 사회가 지금껏 쌓아온 민주헌정에 대한 신뢰와 합의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사법부의 신뢰를 저하시키는 행위가, 헌재의 최종 결정 뒤에도 ‘불복 조장 움직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미 간접적으로 헌재 결정에 국민이 승복하겠냐는 취지의 발언까지 했다”며 “재판관에 대한 신뢰를 훼손하는 방법으로 사법부의 독립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걱정스럽다”고 짚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가 신속한 결정을 위해 대통령이나 여당 지도부 등 일종의 ‘딴지 걸기’에 흔들리지 말고 단호하게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승대 전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과거 탄핵 사건 때도 대통령의 경우 3개월 이상 넘기면 안된다는 묵시적 공감이 있었다고 보여진다”며 “여론전이 심한 현 상황에서 재판을 계속 끄는 게 재판부에게도 부담”이라고 짚었다.         < 한겨레  김지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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