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간 트루스포럼, 현지서 첫 행사
모스 탄, 고든 창, 전한길 등 무대로
“한국 부정선거” “종교 탄압” 외쳐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연설하고 있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미국 극우와 연대하기 위한 한국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미국 진출이 확산하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각)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미국 워싱턴디시 인근에서 첫 행사를 열고 미국 내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고든 창 변호사 등 대표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무대에 올랐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극우 성향의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참여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손현보 세계로교회 담임목사의 구속과 미 극우 인사 찰리 커크의 사망을 고리 삼아 한·미 극우의 연대를 촉구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겼다.

 

이날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버지니아주 섄틸리에서 열린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 무대는 음모론에 바탕을 둔, 한국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으로 가득 찼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그의 이름은 이재명이지만, 저는 그를 ‘차이나 리’라고 부른다. 그의 부상이 중국의 대규모 지원을 통해 가능해졌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차이나 리! 스톱 더 스틸!(선거를 훔치지 마라)”이라고 외쳤다. 참석자 300여명은 큰 소리로 복창했다. 예배 형식을 띤 행사 5시간 내내 이런 모습이 반복됐다.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고든 창 변호사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휘두르고 있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개신교 복음주의를 공통분모로 한 두 나라의 극우 인사들은 손현보 목사의 구속을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을 부를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손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세이브코리아’의 대표로, 지난 8일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모스 탄은 “이재명 정부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목회자들까지 탄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한길씨는 “존경하는 찰리 커크가 방한해 종교 탄압을 트럼프 대통령께 알리겠다고 말한 뒤 유명을 달리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저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 이틀 전에 150만원 주고 방탄복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껏해야 벌금 정도의 사안인데 구속까지 시킨 것은 종교 탄압”이라며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극우 인사들의 종교 탄압 주장이 거침없이 쏟아진 같은 시각, 국민의힘 지도부도 지구 반대편에서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장동혁 대표는 14일 오전 손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것이 제 소명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기름부음 받은 하나님의 종에 대적한 행위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극우 인사들이 미국에 또다른 거점을 구축한 날, 제1야당이 이들과 한배를 탔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한·미 극우 세력의 확장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전한길씨 등 주요 연사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 섄틸리(미국 버지니아주)/김원철 특파원  장나래 기자 >

 

한·미 부정선거 연대 뒤에 ‘케이시팩’과 ‘극우 개신교계’ 있다

한·미 극우연대 해부-  네트워크 핵심 축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최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 모습. ‘세이브코리아’는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을 주장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더 이상 국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내수용’ 메시지 전파에 만족하지 않는다. 미국 극우 인사들과 연대하기 위해 아예 단체 설립 목적을 네트워크 구축에 두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미국 쪽 자금과 공화당 연줄을 기반으로 한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케이시팩)이 꼽힌다. 일부 보수 개신교계도 12·3 비상계엄과 대선을 거치며 한·미 극우 연대의 주요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미 셔틀 행사’ 주력, 케이시팩

 

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시팩)의 ‘한국판’을 표방하는 케이시팩은 2019년 10월 설립 이후 ‘한·미 셔틀 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케이시팩 쪽은 그동안 “우리는 미 공화당과 백악관 쪽에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공산당의 의회·언론·기업 침투와 이에 따른 부정선거 가능성을 검증하자는 요구는 최우선 안보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케이시팩 공동 대표 그랜트 뉴섬(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은 자료집에서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한국은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케이시팩은 올해 2월 워싱턴디시(D.C)에서 열린 시팩 연례행사에서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을 주장하는 고든 창 변호사와 모스 탄 리버티대 교수 등과 함께 별도 부스를 운영했다. 시팩 운영진이기도 한 고든 창은 메인 무대 연설에서 “시팩코리아(케이시팩)는 지구상에서 가장 취약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다. 한국에서 좌파는 윤석열을 제거하고 정부를 장악하려 한다”고 했다.

 

케이시팩은 한국계 미국인 애니 챈(한국 이름 김명혜·73)이 자금을 대고, 미국 시팩과 연결해주며 설립됐다. 애니 챈은 1990년대부터 미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대는 ‘큰손’이자, 한·미 양국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연결시키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입수한 케이시팩의 또 다른 자료에는 “(애니 챈은) 대한민국 상황을 워싱턴 정가에 알리는 등 왕성한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들과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경욱 전 국회의원은 한겨레에 “애니 챈은 부정선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 애국자”라고 했다. 애니 챈은 케이시팩 외에도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와 한미동맹유에스에이, 원코리아네트워크 등 ‘유사 단체’를 설립해 지원했다.

 

                           

  극우 개신교계 네트워크 재가동되나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교회 탄압.’

 

극우 개신교계가 만들어 미 극우 진영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케이(K)-음모론이다. 특히 윤석열 내란 특검 국면을 거치며 이재명 정부의 ‘교회 탄압’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중과 부정선거를 결합한 극우 담론을 유포하는 개신교계는 크게 전광훈(서울 사랑제일교회), 손현보(부산 세계로교회), 심하보(서울 은평제일교회) 목사 계열로 나뉜다. 전 목사가 노년층 태극기 부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반면, 손현보·심하보 목사는 미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이다.

 

손현보 목사는 올해 들어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운동을 통해 전국구 인사로 급부상했다. 한·미 극우 개신교 관계를 연구하는 서명삼 서강대 교수(종교학과)는 “손현보는 김민아의 ‘빌드업코리아’를 통해 (미 마가 세력인) 찰리 커크의 ‘터닝포인트유에스에이’와 직접 연결고리가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해 방한해 손 목사와 만났다. 손 목사는 지난 8일, 6·3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설교 등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구속됐다. 그는 구속에 앞서 “내가 구속되면 대한민국이 전체주의 국가, 나치 국가가 됐다는 것을 전세계에 증명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지난 7월 부정선거와 이재명 대통령 범죄 연루설을 주장하는 모스 탄을 초청해 집회를 열면서 널리 이름을 떨쳤다. 최근에는 모스 탄을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해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 김남일  정인선  김해정 기자 >

 

“좌파 미치광이를 색출하라”…커크 암살 뒤 미 극우, 반대자 사냥몰이

트럼프 “급진 좌파 미치광이 문제 해결할 것”
커크 사망 관련 발언한 15명이 직장서 해고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 바깥벽에 지난 10일 피살된 미국 청년 우파 논객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사진이 걸렸다. 사진 속 커크(오른쪽)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을 맞대고 껴안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
 

‘정중하게 애도해라, 그렇지 않으면 후과를 겪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미국 우파 진영이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을 계기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커크 사망의 책임을 좌파에게 물으며, 마가 진영에서는 커크의 견해와 행동을 비판한 사람들을 색출해 보복하는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숨진 10일 영상 담화에서 “급진 좌파 쪽 인사들이 찰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 및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범, 범죄자에 비교했다”며 “그런 언사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 보고 있는 테러리즘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겨냥했다. 다음날도 “급진 좌파 미치광이 그룹”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한 트럼프주의자인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민주당원들이 오늘 일어났던 일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커크의 사망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지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좌파는 “살인당”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 등 주요 의제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정책실장의 부인이자 마가 진영의 유력 인플루언서인 케이티 밀러도 엑스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나치로, 인종주의자로 부른다”며 “당신들이 손에 피를 묻혔다”고 말했다. 우파 작가이자 블로거인 맷 포니는 “찰리 커크 암살은 미국판 독일 의사당 방화”라고 규정하고는 “좌파에 대한 완벽한 탄압의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치인 체포와 당 해산을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나치가 독재 체제 완성에 이용했던 의사당 방화처럼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커크의 죽음을 조롱했다는 명분으로 광범히 한 단속과 탄압이 이미 진행된다.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다고 알려진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는 엑스에서 ‘커크 비판자 색출 운동’을 조직하며 “당신의 향후 직업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니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클레이 히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에서 “그 아름다운 젊은 사람에 대한 악랄한 살인을 축하하는 건방진 증오의 입을 놀리는 어떤 자도 모든 플랫폼에서 영구히 금지”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15명이 온라인 등에서 커크의 죽음을 거론한 뒤 해고당하거나 정직을 당했다. 익명으로 도메인 등록이 된 ‘찰리의 살인자들을 폭로하자’ 사이트에는 41명의 이름이 올라왔는데, 거명된 이들 중에는 “당해도 싸다” 등의 발언을 했으나, 대부분 커크가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정치적 폭력을 옹호했다고 지적한 사람들이다. 이 사이트 첫 화면에는 곧 제보받은 3만건의 자료를 게시할 것이라고 공지가 떠 있어,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커크는 2023년 미국에서 해마다 총기로 사망이 느는 것은 수정헌법 2조의 “납득할 만한 대가”라며, 그 죽음들이 “가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중간선거 직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를 자택에서 망치로 머리를 폭행한 용의자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어떤 놀라운 애국자가 중간선거의 진정한 영웅이 되고자 원한다면, 거기 가서 그 친구를 구출해야만 한다”고 했다. 커크는 또 그 사건을 “부적절한 성관계 유혹을 하려다 일이 틀어진” 것으로 묘사한 히긴스 의원의 견해에 동조하기도 했다. 임신중지를 반대하면서는 ‘10살짜리 딸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그의 수사가 ‘총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방송에서 말한 엠에스엔비시(MSNBC) 선임 정치분석가 매슈 다우드는 즉시 해고됐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 사건은 군대를 거리에 투입하는 촉진제로 사용될 수 있다”며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정치사 교수는 “미국 도시들의 거리에는 실제로 연방군이 있고, 트럼프는 원하는 대로 연방 군사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