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인터뷰

 
 
구속중인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선서하고 있다. 오른쪽에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앉아 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시작되었다. 두 번의 준비 기일을 거쳐 지난 14일부터 일주일에 두 차례씩 변론이 열린다. 첫 변론엔 윤 대통령이 출석 안 했지만, 구속된 후 21일과 23일은 변론에 참여했다. 현직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 출석한 것은 처음이다. 탄핵 심판 변론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지난 24일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한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12.3 윤석열 내란 사태가 벌어진 지 50일이 지났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고 계세요?

"우리 헌정질서에 가장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 상황이라 봅니다. 12.3 계엄선포 자체가 헌정질서를 밑바닥에서부터 침탈한 내란 행위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극복하고 헌정질서를 회복하는 것 또한 상당히 지체되고 있습니다.

특검법이나 헌법재판관 임명 등을 둘러싸고 정치과정들이 난맥상을 보였고 또 그 틈새를 타고 극우 포퓰리즘 현상들이 우리 민주주의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폭도들이 서울서부지방법원에 침입해 대통령 체포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공격하려는 사건도 발생하였고요.

문제는 이렇게 극단적인 현상들을 교정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정치력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여당과 야당은 여전히 극단으로 대립해 국회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입니다. 사실상 87년 헌법 체제가 맞이하는 최대의 위기에 봉착한 것으로 여겨질 정도입니다. 한마디로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가 극명하게 드러난 상태인 것입니다."

- 정치 실종 이유가 뭘까요?

 

"무엇보다 제도권 정치가 실종되어 버렸습니다. 정치는 여야의 경합과 합의가 핵심입니다만, 지금 상황은 극단적 대립으로만 치닫고 있습니다. 여당은 극우 포퓰리즘 집단들의 생각에 영합해 대통령의 내란 행위를 옹호하는 데 급급하면서 자신들이 야기한 이 헌정질서 교란 상태에 대해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는 모습입니다.

야당의 경우에도 정치적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원내 다수당이기에 이런 정부와 여당을 제대로 공략하고 헌정질서 회복에 앞장서야 할 책무를 져야 하는데 너무 빨리 탄핵 이후의 정치공학에 치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내란이라는 고통 안겨준 것도 모자라 자괴감까지 느끼게 만들어"

- 23일까지의 탄핵 심판 변론 과정을 어떻게 보세요?

 

"탄핵 심판 과정을 보면 피청구인인 윤석열 대통령 측은 아예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대통령이나 그 대리인들의 주장에 어떤 헌법적, 법률적 의미를 담은 내용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탄핵소추의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이야기들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나마도 재판부가 아니라 지지자를 향한 발언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사실 탄핵 심판에 변론을 열게 한 것은 피청구인 측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의견이나 진술, 증거 등에 대해 제출할 기회를 부여하기 위함인데, 피청구인 측은 그걸 정치적인 목적 위해 악용하면서 헌법재판을 희화화시키고 있습니다."

- 예를 들면 그게 뭐예요?

 

"예컨대, 대리인 측에서 갑자기 우크라이나 전쟁 이야기를 꺼냅니다. 당연히 재판장이 그 진술을 저지했습니다. 본안과 전혀 관계없는 이야기를 통해 자신들의 정치적 주장을 하면서 지지자들을 선동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부정선거라는 음모론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은 취임한 날부터 비상계엄 선포까지 부정선거 이야기를 공식적으로 꺼낸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탄핵 심판 변론 과정에서 불쑥 그것을 꺼냅니다. 이런 변론 전략은 탄핵 심판에 별 효과도 없습니다. 비록 대통령이 부정선거에 대한 의혹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대뜸 무장한 군인들을 보내 선관위 서버를 점거하게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탄핵되고 또 내란죄의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거든요."

- 너무 거짓말을 뻔뻔하게 하는데.

 

"재판이나 심판 과정에서 피의자나 피소추인이 거짓말을 한다고 자기에게 유리한 결론이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거짓 진술은 다른 증거나 증언에 의해 대부분 걸러지고, 또 법관이나 재판관의 주된 업무가 이를 분별해 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아직도 대통령의 지위에 있는 사람이 모든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에도 너무도 표피적인, 입에 발린 거짓말을 늘어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으로서의 품격은커녕 국민에 대한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겠다는 식의, 너무도 저급한 술수를 쓰고 있습니다. 국민들에게 내란이라는 고통을 안겨준 것도 모자라 자괴감까지 느끼게 만듭니다."

- 자기 책임을 부정하고 부하들 책임으로 전가하고 있잖아요.

 

"정말 꼴사나운 모습입니다. 부당한 명령은 거부할 것이라는 전제하에 무장군인들을 국회에 보냈다고 말했습니다. 바로 그 군인들이 국회 본청의 유리창 깨고 본회의장 근처까지 들어갔습니다. 그러면 그 책임은 누가 지게 됩니까?

대통령은 자기 명령을 거부할 것으로 지레짐작하고 부당한 명령을 했는데, 그런 대통령이 뜻도 모르고 군인들이 자기 멋대로 명령에 복종한 것이 됩니다. 결국 그 책임은 오롯이 그 군인에게만 귀속되어 버립니다. 참, 낯 뜨거운 짓거리입니다.

비상계엄 자체가 군사력으로 국민들의 행동을 통제하는 것을 본질로 하는 것이기에 군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바로 대통령의 책임으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정작 그 비상계엄을 선포한 대통령은 그 책임을 아무개 하사, 아무개 중사에게 전가해 버리고 있습니다. 정말 비겁한 행동입니다."

"말장난으로 행동의 불법성 가리려는 작태, 계속되고 있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된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에 직접 출석해 있다. ⓒ 헌법재판소 화면 캡춰


- 대통령은 요원을 끌어내라고 했는데 군인이 잘못 이해했다고 해요.

 

"그 부분에서 너무도 분노했습니다. 그것이 변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진 모르겠습니다.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요원'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일상용어가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그 용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전무후무할 것입니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이 국민들에게 먹혀들어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사실이 정말 신기할 정도입니다. 일전에 '바이든'과 '날리면'이 있었고, 그 이전에 이명박 대통령 때 다스의 소유를 둘러싸고 나경원 의원이 '주어가 없다'는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을 업신여기면서 세상을 우롱하는 말장난으로 자기들 행동의 불법성을 가리려는 작태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 21일과 23일 윤 대통령이 헌재에 출석하면서 정장 차림에 메이크업도 받고 나왔다던데 구속된 상태에서 이래도 괜찮나요?

 

"1999년에 헌법재판소가 피의자들은 무죄 추정받는 만큼 그 인격권을 보장하기 위해 법정에 나올 때 구치소의 수의가 아닌 사복을 입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판단한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윤 대통령이 헌재 변론에 정장을 하거나 또 약간의 메이크업을 받고 나온 것 자체는 별문제 아니라 할 것입니다.

문제는 그 메이크업을 외부인이 했다든지 혹은 일반적인 경우에 전혀 허용되지 않는 넥타이나 시계를 착용한 경우입니다. 대통령이라 하더라도 일단 구속된 상태라면 그에 상응하는 통제를 받아야 하며 이 점에서 예외적인 특혜를 누리는 건 법치국가의 틀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더불어 대통령 그 자신도 문제인데요, 이런 행동은 위헌적인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내란 행위를 하였다는 국민적인 비난을 전혀 의식하지 않는 듯한 모습입니다.

아울러 외부인 접촉 가능성도 심각합니다. 대통령이 헌재 변론이 끝나고 국군수도병원으로 직행했습니다. 의료진 등 외부인과 접촉한 것입니다.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가 있어 구속된 사람이 구치소 바깥에서 자유롭게 외부인과 접촉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요?

만일 이런 행동이 정규적인 절차 없이, 예컨대 법무부의 양해 수준에서 이루어졌다고 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조사와 징벌이 따라야 할 것입니다. 실제 극단적인 상황도 가능했거든요. 국군수도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때 경호처가 대통령 경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신병인도를 거부한다면, 지난번 대통령 체포 당시의 상황이 재발할 수도 있지 않았겠어요?"

- 탄핵 심판 결과는 언제 나올까요?

 

"지금 헌재에는 두 개의 큰 현안이 걸려 있습니다. 탄핵 심판 사건과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의 임명과 관련한 권한쟁의심판 사건입니다. 둘 다 법적으로나 사실관계의 면에서 별다른 논란이 없는 만큼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을 듯합니다. 후자와 관련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은 이미 2월 3일 선고기일이 잡혀 있기도 하고요.

다만 헌재 결정에 따라 마은혁 후보가 새로 임명될 경우 재판부가 바뀌는 만큼 그동안의 변론을 다시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절차상의 애로가 있기는 합니다만 헌재가 지혜롭게 처리해 나갈 것으로 보입니다.

또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혐의로 기소했습니다만, 그렇다고 헌법재판소가 탄핵심판절차를 정지할 것 같지도 않습니다. 결국 탄핵 심판은 최소한 2월 말이나 3월 초 정도에서 마무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부지법에 대한 폭도들의 난동, 일벌백계의 처벌 있어야"

- 문제는 결과가 나와도 불복할 가능성 아닐까요. 탄핵 심판은 인용 결정이 내려져도 윤 대통령 측이 불복할 가능성이 제기됩니다.

 

"사실 이번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형식을 빌린 내란 행위는 그동안 잠복해 있던 극우세력이 총집결한 계기이자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탄핵 결정이 나게 되면 이 세력들이 무언가 행동으로 나설 가능성이 많기는 합니다. 그런데 탄핵소추가 인용되면 곧장 본격적인 대통령 선거의 국면으로 넘어간다는 점이 큰 변수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세력들의 입장에서도 헌재의 결정에 불복하는 것보다 대선을 향한 행동에 나서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하게 될 것입니다.

국민의힘 등 극우 쪽으로 편향되고 있는 정당에서도 헌재에 대한 불복보다 대선이 더 급한 현안으로 간주될 것이고요. 여기에 우리 국민들의 법 감정도 물리력을 동원하여 국가기관을 공격하는 폭동의 형식은 큰 거부감을 느끼고 있고요. 한마디로 탄핵 결정이 나더라도 극우세력이나 그에 경도된 여당 세력도 정치공학적인 계산을 먼저 하면서 곧장 대선 국면으로 갈아탈 것 같습니다."

- 서울서부지방법원을 대상으로 한 폭동에 대해 일부에서는 국민저항권 행사 운운하면서 감싸고 있는데요.

 

"파시스트적 성향을 가진 윤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를 외치는 것과 같은 논법입니다. 들을 가치도 없는 이야기입니다. 저항권이란 헌법 질서를 바로잡고 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국민들이 국가권력에 항거하는 권리를 말합니다.

이번 서부지법에 대한 폭도들의 난동은 그 목적에서부터 저항권과는 정반대 편에 자리합니다. 법치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자체를 부정하고 헌법 질서를 위태롭게 한, 문자 그대로 집단 소요에 불과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엄중한 조사와 수사를 거쳐 일벌백계의 처벌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 지난 23일 방송통신위원회 2인 체제 의결 강행 등으로 탄핵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 재판관 4대 4 의견으로 탄핵 청구를 기각했는데요.

 

"외관상 재적 과반수라는 법개념을 둘러싼 해석론의 문제처럼 보입니다만, 우리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의 정치적 성향 또는 보다 정확히는 자신을 지명해 준 대통령이나 정당의 정치 성향에 오롯이 충성하는 방식의 의결 행태를 그대로 드러낸 모습입니다. 보수적인 정파에서 지명된 재판관 4명과 다른 정파의 지명 재판관 4명이 각각 그 정파의 요구에 부응하는 의견들을 내었습니다.

사실 헌법재판소는 헌법을 수호하며 민주적 기본 질서를 지켜내야 되는 헌법상의 책무를 가진 기관입니다. 민주적 기본 질서의 핵심에 언론의 자유라는 그런 요청이 자리한다고 보면 헌법재판소가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탄핵을 기각한 것은 상당히 유감스럽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특정한 정파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방송·통신 정책을 이끌어갔던 사람이었고 또 앞으로도 그러할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거든요. 탄핵 기각결정은 그 자체로 헌법재판소의 책무를 저버린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 심판 결과가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도 똑같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헌정질서의 기본 틀에 관련된 것입니다. 그래서 헌법재판관들이 자신이나 자신을 지명한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우선할 수 없는 사건입니다. 더구나 이번 대통령 탄핵 사건은 논란의 여지도 없이 명확하고 명정한 증거와 법리가 확보된 사건입니다. 어떻게 보아도 탄핵소추를 기각할 수 없는 사건인 것이지요."

- 최근 보수 쪽에서 개헌 주장이 나오는 데 어떻게 보십니까?

 

"지금은 개헌 이야기를 할 때가 아닙니다. 대통령의 친위쿠데타로 교란된 헌정질서를 조속히 회복시키고 헌법적 평화를 찾아야 할 때입니다. 그 연후에야 개헌의 논의가 가능합니다. 탄핵 심판과 내란죄 등에 대한 수사와 재판이 제대로, 조속히 진행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만일 지금 87년 헌법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여야 한다는 과제가 제기된다면 그것은 향후에 어떤 절차를 어떻게 밟아서 어느 기간 내에 개헌하겠다는 우리 모두의 약속 수준에서 멈추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 오마이 이영광 기자 >

 

김용현 변호인단,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 ‘직권남용’ 고발

협박·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윤석열 쪽은 이번엔 ‘불법기소’ 주장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변호인단이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검찰에 고발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27일 문 권한대행을 직권남용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23일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김 전 장관이 소추인인 국회 쪽 증인신문을 거부하겠다고 밝히자 문 권한대행이 “그럴 경우에 일반적으로 판사들은 그 증인의 신빙성에 대해 낮게 평가한다”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김 전 장관의 변호인단은 이를 “재판상 불이익이라는 해악을 고지하고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직무권한을 남용하여 증언거부권 행사를 방해한 것에 해당”한다며 문 권한대행을 협박·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강요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들은 고발장에 “김 전 장관은 실제로 피고발인의 해악 고지에 외포(두려움을 느끼는 일)되어 증언거부권을 포기하고 증언에 이르렀다”라고 적었다.

 

하지만 당시 김 전 장관이 국회 쪽 증인신문에 응한 것은 윤 대통령 쪽 대리인단이 “가능하면 저희에게도 답변을 했기 때문에 소추인 쪽에도 답변을 해주면 감사하겠다”라고 권유했기 때문이다. 또 문 권한대행은 김 전 장관 쪽에 “(소추인 쪽 증인신문 거부는) 알아서하라. 제가 증언을 강요할 필요는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전날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상태에서 재판에 넘겨진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날 ‘불법수사’에 이어 ‘불법기소’ 주장까지 들고 나왔다. 윤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공수처는 대통령에 대한 수사보다 체포가 목적”이었다며 “공수처법과 형사소송법에 대한 기본적인 검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며 온갖 논란을 자초”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윤 대통령을 구속기소한 검찰에 대해서도 “사건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만을 근거로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의 구속 기소를 밀어붙였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공수처의 수사가 불법이므로 검찰의 기소 또한 불법의 연장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을 상대로 한 수사는 물론 기소까지 부정했다.       < 한겨레 정환봉 기자 >

 

김용현 변호인, 헌법재판관에 “좌익 빨갱이”…법원 폭동엔 “애국투사”

법조계, 징계 요구 목소리

 
 
지난 2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대회’에 참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쪽 유승수 변호사. 문화방송(MBC) 유튜브 갈무리
 

12·3 내란사태 핵심 주동자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변호인이 헌법재판관들을 “좌익 빨갱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한 사실이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 차원의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26일 극우 유튜브 채널 ‘신의한수’ 영상을 보면, 김 전 장관 변호인단 소속 유승수 변호사는 23일 헌법재판소 앞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 무효 국민대회’에 참석해 헌법재판관들을 비난하는 극단적 발언들을 쏟아냈다.

 

유 변호사는 문형배, 김형두, 이미선 재판관을 “좌익 빨갱이 불공정 재판관들”이라고 낙인찍은 뒤 “빨갱이 재판관들, 헌법재판관들은 지금도 오늘이라도 당장 탄핵심판 인용 결정을 내리고 싶을 거다. 얼굴로 표정으로 입으로 다 얘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유 변호사는 이날 헌재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장관 쪽 변호인단 자격으로 함께 자리했다. 유 변호사는 이날 증언 중인 김 전 장관에게 다가가 조언하다가 헌법재판관들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유 변호사는 이후 발언권을 얻어 증언 중 조언을 허용해달라고 강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유 변호사는 이날 헌재 변론이 끝나자마자 극우 집회에 참석해 철 지난 색깔론으로 헌법재판관 공격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이날 집회 발언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은 헌법재판관들에 대한 ‘분풀이’ 성격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유 변호사는 그간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변호사 단체 소속으로 활동하면서 극우 세력과 가까운 목소리를 내왔다. 서울서부지방법원 7층 영장전담판사 집무실에 난입했다가 23일 구속된 이아무개씨를 과거에 변호한 이력도 있다. 이씨는 전광훈 목사가 세운 사랑제일교회 특임전도사로 임명된 인물로 2020년 사랑제일교회 명도 집행 과정에서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동원해 저항하다가 실형을 선고받았는데, 당시 변호인 가운데 하나가 유 변호사였다. 유 변호사는 이날 집회에서 서부지법 난입·폭동 사태 가담자들을 “애국 투사”라고 추어올리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유 변호사의 헌법재판관 비난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경호 변호사는 25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변호사법 및 변호사 윤리장전 위반 등을 이유로 유 변호사의 징계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대한변협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유 변호사의 발언이 변호사법상 품위유지 의무와, 변호사 윤리장전이 규정한 사법권 존중 의무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유 변호사의 발언은 변호사로서의 품위유지의무 및 변호사 윤리장전이 요구하는 공익성과 중립성, 법원과 헌재에 대한 존중 의무 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며 “더 나아가 변호사 전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크게 저해하는 위법 부당한 언행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  한겨레 심우삼 기자 >

“조기 대선 준비라는 것도 고작 이재명 때리기가 전부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27일 국민의힘을 두고 “윤석열 기소는 부정하면서 조기 대선은 하겠다고 한다”며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서면 브리핑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기소에 온갖 악담과 저주를 쏟아냈다”며 “국민의힘은 지금껏 제 입맛에 맞지 않으면 공수처도, 검찰도, 법원도, 헌재도 부정해왔다”고 논평했다. 또 “내란 우두머리 대통령을 배출해놓고 일말의 반성조차 없는 뻔뻔함, 정당한 사법 절차마저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오만함”이라고 날을 세웠다.

 

앞서 26일 권 원내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은) 공수처의 엉터리 부실수사 내용을 근거로 현직 대통령의 구속 기소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자 민주당이 반박한 것이다.

 

이어 조 수석대변인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수호에 앞장서는 국민의힘이 실제로는 조기 대선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며 “그 조기 대선 준비라는 것도 고작 이재명 때리기가 전부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들의 망상과 현실 부정을 깨뜨리기 위해서라도 특검이 필요하다”며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하루빨리 ‘내란 특검법'을 공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한겨레  천호성 기자 > 

 

권영세 “‘공수처 굴종’ 검찰총장 사퇴하라”…국힘, 검찰 일제히 비판

김대식 “검찰, 공수처의 하청기구냐”
나경원 “법원, 기소 위법성 심리해야”
오세훈 “수사없이 기소 단행에 유감”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인봉의료재단 영등포병원에서 설 연휴 응급의료체계 현장점검을 한 뒤 보도진과 인터뷰하고 있다. 연합
 

검찰이 26일 윤석열 대통령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기소한 데 대해 국민의힘 인사들이 일제히 검찰을 비판하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페이스북에 “법치 붕괴를 불러온 공수처장과 이에 굴종한 검찰총장은 즉각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썼다. 그는 “제대로 된 조사도 없이 불구속 수사 원칙이 무시된 이번 (윤 대통령 구속기소) 사건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며 “검찰이 특정 정치세력의 압력에 굴복한다면 더 이상 공익의 대표자, 최고 수사기관이라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병원을 방문해 설 연휴 응급의료체계를 점검했다. 연합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어 “검찰은 공수처의 불법 수사를 단죄하기는커녕 이를 근거로 기소를 강행함으로써 공수처의 '하청 기구', '기소 대행 기구'로 전락한 모습을 보였다”고 했다. 사법부에 대해서는 “재판 과정에서 이번 기소의 절차적·법적 문제를 명확히 지적해야 한다”며 “공소 기각을 통해 법치주의의 근간을 바로 세워주기를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다른 여권 인사들 역시 일제히 검찰에 날을 세웠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법원은 이제 불법 수사와 부실 기소의 위법성을 철저히 심리해야 한다”며 “직권보석 결정으로 과도한 인신구속을 해제하고, 공소기각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페이스북에 “수사 없이 단행된 대통령 기소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재판 과정에서 조금의 절차적 시빗거리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천호성 기자 >

다산콜센터·경찰 신고 전화 분석


“전기 끊나” “피난 가야 하나”
일상에 가해진 위협 크게 느껴

 

 
 
비상계엄령이 선포된 뒤 4일 새벽 국회 앞에서 군용차량을 시민들이 둘러싼 채 막아서고 있다. EPA 연합
 

상상만 했던, 아니 상상조차 못 했던 ‘비상계엄’이 실제로 벌어졌을 때 시민들이 물었다. “저…지금 밖에 나가도 되나요?”

 

윤석열 대통령이 ‘반국가세력 척결’을 외치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포고령 위반자를 ‘처단’한다는 계엄사령부 포고령이 내려진 12월3일 밤으로부터 50여일이 흘렀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재판을 받고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로 수사 대상이 된 윤 대통령 쪽은 ‘경고용 계엄’이었다거나, ‘고작 2시간짜리 계엄’으로 치부하지만, 그날 시민들은 극도의 두려움에 떨었다. 평범한 일상에 가해진 위협을 느꼈다.

 

한겨레는 설 연휴를 앞두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지난해 12월3∼4일 계엄 관련 서울시 120다산콜센터 상담 내역 179건과 경찰 112신고 내역 2481건을 분석해, 당일의 혼란과 시민들이 빼앗길까 두려웠던 일상은 어떤 것이었는지를 들여다봤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밤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헌정 질서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말했다. 신소영 기자

 

“아니, 비상계엄이면 도대체 뭐가 달라지는 거예요?”(시민), “비상개업요?”(상담사)

 

120다산콜센터로 걸려온 첫 상담신고는 밤 10시32분께였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마자 전화를 건 이 시민은 “우리가 뭘 해야 할 행동이라든가, 지침이 있을 거 아니냐”며 다급하게 무언가를 알려달라고 했다. 이런 전화는 수차례 이어졌다. 근무하느라 뉴스를 제때 보지 못한 상담사들은 당황했다. “뉴스 안 보셨어요?”(시민) “시민님, 저희 근무 중인데 어떻게 뉴스를 봅니까.”(상담사)

 

“마트를 가도 되나요?”, “아침에 영화 보는 건 상관없나요?”, “가스나 전기가 끊기진 않죠?”

시민들이 가장 궁금했던 건 이런 일상들이었다. 특히 밤 11시 또는 자정 이후 밖을 돌아다니면 ‘체포’되는지 궁금해하는 시민이 많았다. 야간배달 사무실에선 “평상시대로 움직여도 되는 거냐”고 문의했고, 지방 출장을 마치고 퇴근하던 직장인은 “집으로 들어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 과거 계엄령이 발동되던 시절, 야간 통행금지가 있던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바깥에 있던 시민들은 지하철이 끊기지 않는지, 도로가 통제되지는 않는지도 물었다.

 

수많은 걱정이 수화기 너머로 쏟아졌다. 출국을 앞둔 사업자는 다음날 비행기가 뜰 수 있는지 궁금했다. 버스 기사는 새벽 첫차를 운행하는 것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시민들은 아침 일찍 회사에 출근하면 되는지, ‘시험 기간인데’ 학교에 아이들을 보낼 수 있는지를 묻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시로부터 따로 지침을 안내받지 못한 상담사들은 “죄송합니다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아직 공지가 내려온 것은 없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난해 12월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많은 시민들이 모여들어 군용차량의 진로를 막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만약 서울에 올라가면 죽나요? 제가 죽을 수도 있나요?”, “조울증이 있는데 너무 불안해서 힘들어요”, “피난 가야 하나요? 비행기 타야 하나요?” 상담사들은 터져 나오는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려 애썼다. 어디론가 끌려갈까 봐 마음을 졸이며 전화하는 남성도 있었다. “혹시 어디 동원 가야 한다거나, 뭐 해야 하는 게 있나요?” “헬기 뜨고 난리가 났는데 그냥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예요?” 또다른 시민은 6·25 전쟁이나 대형 참사들을 언급하며 대책이 없는지를 간절히 묻기도 했다.

 

상담사들은 점차 실시간 속보와 뉴스 내용을 확인하며 시민들을 안심시켰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건 확인되고 있고, 국회 (계엄 해제 표결) 과정이 있는 거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이들의 차분한 대응은 자정을 넘자 “이해가 안 되긴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저희도 교과서에서만 봤던 상황이라서” 등 같은 시민으로서 느끼는 갑갑한 마음을 토로하기에 이르렀다. 시민들도 상담사를 걱정했다. “계엄령인데 계속 근무를 하시는 거예요?”, “전화 받으시는 분도 총을 맞을 수 있으니까 조심해요.”

 

지난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진행되고 있는 김건희 특검 투표 결과를 대형 화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저는 정치인이 아니고 일반 국민이고 대학생이니 외부활동 상관없는 거죠?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통원치료를 해야 하는데 혹시라도 밖에 나갔다가 총 맞을까 봐 너무 겁나요.”

 

마치 일상을 국가에 허락받는 듯한 경찰 112신고도 밤새 이어졌다. 편의점이나 피시(PC)방을 가고 싶은데 가도 되는지, 식당을 계속 열어도 되는지, 야간 아르바이트는 해도 되는지, 시민들은 경찰에게 물었다. “내일 송년회가 있는데 인원이 많이 모이는 게 문제가 될까요”, “재판을 받아야 하는데 군사재판을 받아야 하나요”, “사람 10명이 모여서 대통령을 욕하면 어떻게 되나요”, “(군에 소집되면) 케이(K)2 소총 사용법은 모르는데 어떡하나요” 등의 웃지 못할 질문들도 있었다.

 

가장 큰 걱정은 가족이었다. 시민들은 “가평으로 여행 간 아들을 데리고 와야 하는지”, “정신병을 앓고 있던 아버지가 계엄 선포로 놀라 사라졌다”, “조카가 미성년자이고 시험 기간인데 (공부를 하다) 집에 돌아가야 하는 것인지”를 다급히 물었다. 경찰에는 특히 시민의 편에 서달라는 간절한 요청도 전해졌다. 한 시민은 “경찰들 응원하는데 내일부터 우리랑 부딪치게 될 것 같다. 절대 우리를 놓지 말아 달라”고 호소했다. “국회 앞에 모이는 사람 체포하면 안 된다. 경찰이 따르면 안 된다”는 시민도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

 

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 앞에 어느 시민은 다산콜센터와 경찰에 전화를 해본들 특별한 답을 얻지 못할 것을 알았다. 다만 그럼에도 전화를 건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120다산콜센터) 상담사한테 권한이 없는 거 알고 말씀드리는 거예요. (시민이 불안을 호소한 사실을)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서요.”

 

누군가는 짧았다지만, 누군가에겐 영원할 것처럼 길었던 내란의 밤은 그렇게 기록으로 남았다.       < 한겨레 김가윤 기자 > 

2차 내란 특검법, 17일 본회의 통과
‘부화수행자’도 처벌 대상으로 명시
“소극적 저항한 군경, 적극 보호해야”

 

 
 
‘12·3 내란사태’ 당시 국회 본관 안으로 진입한 계엄군. 연합
 

‘12·3 내란사태’의 진상을 밝혀내기 위한 특검법이 지난 17일 본회의를 통과해 정부에 넘겨졌습니다. 이달 하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기획재정부 장관이 수용하느냐, 거부하느냐에 따라 내란 특검이 빠르면 2월 출범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2인자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군·경 주요 가담자들의 비상계엄 선포 전후 ‘죄상’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검찰이 상당히 수사를 진행한 터라 그 외 정부 관계자들이 얼마나 내란에 가담했는지도 특검의 주요 수사 대상이 될 듯합니다.

 

특히 1차로 발의된 내란 특검법과 달리 이번에 새로 통과한 2차 내란 특검법은 ‘부화수행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탄핵소추된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 등 ‘주요 가담자’ 말고도 내란 모의를 적극적으로 말리지 않거나 소극적으로 동조한 이들까지 수사 대상으로 명시한 것입니다.

 

주목되는 것은 ‘서울의 밤’ 당시, 상황을 잘 모르고 가담한 대부분의 계엄군, 경찰 등까지 수사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입니다. 만약 이들을 포함할 경우, 특검의 수사 범위가 크게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국회로 오는 것인지도 몰랐다’는 계엄군, 국회를 둘러싸고 의원들의 출입을 방해한 경찰, 윤석열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한남동 관저 앞을 둘러싼 대통령 경호처. 이들도 내란 특검법으로 처벌받게 되는 걸까요?

 

내란죄에 따르면 부화수행이란 “내란 모의에서 줏대 없이 다른 사람의 주장에 따라 행동했다”는 의미로, 5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형에 해당하는 중대 범죄입니다. 계엄군 일부가 국회의원 체포가 임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로 헬기에 탑승하고 작전에 투입됐다 하더라도, 임무를 알게 된 후 이에 바로 항명하지 않고 국회 본청 진입을 시도하는 등 소극적으로나마 지시에 따랐다면 ‘부화수행’에 해당할 여지가 생깁니다. 계엄이 선포된 상황을 알고 있으면서 계엄 해제를 위해 국회로 모인 의원들이 출입할 수 없게 한 경찰의 행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1차 때 넣지 않았던 이 조항이 명시된 이유에 대해, 민주당 원내지도부는 “형법에 우두머리, 주요임무종사자, 부화수행 이렇게 세 단계로 나뉘어 있기에 법조문에 맞춰 명시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국민의 힘 쪽이 발의한 내란 특검법 안에도 부화수행이 명시돼있습니다.

 

법조계 의견을 들어보면, 계엄군과 국회를 통제한 경찰 등은 1차적으로 수사 대상에 포함됩니다. 당시 상황이 어땠는지, 지휘관들은 어떤 입장을 취하고 어떤 지시를 내렸는지 등을 수사할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극적으로 상황을 지휘한 지휘관의 경우 부화수행자가 아닌 주요임무종사자로 처벌받게 됩니다.

 

다만 법안을 마련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의 의견 등을 종합하면, 처벌 기준은 ‘고의성’이 있었느냐이기 때문에 소극적으로 임무를 행한 이들이 부화수행자로 실제 처벌까지 받게 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법안 성안에 참여한 한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민주당은 상황 인식 후 소극적인 저항을 했던 군경에 대해서는 오히려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자백할 경우 형이 감면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이를 강조하는 의미에서 이들을 감면할 수 있는 내용을 특별법에 따로 만들어 넣으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애초에 기소권을 가진 특검이 재량껏 판단해, 무고하다고 볼 수 있는 이들은 기소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습니다. 변호사 출신의 한 야당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 등이 통일된 기준을 제시해서, 무고한 이들은 선처하라는 식의 방침을 권고할 수도 있다”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의 관저를 에워싸고 체포를 방해한 경호처 직원들이 내란 특검법 수사대상에 포함되는지 역시 또다른 쟁점 중 하나입니다. 계엄 종식과 함께 내란이 끝났다고 보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이들은 내란에 가담한 것이 아니지만, 계엄 해제 후에도 내란이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민주당 입장에서 이들은 내란에 가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이 내란죄 부화수행자로 형사 처벌받아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는다면, 국가공무원법 69조에 따라 퇴직 처리될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이들 역시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 체포영장 2차집행 당시 상관의 지시에 불응하며 체포에 협조한 정황이 반영된다면, 상황을 지휘한 몇몇 지휘관을 제외하고는 실제 처벌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는 전망이 많습니다.   < 한겨레 고경주 기자 >

 

김용현 궤변 속 계엄 찬성했다는 국무위원 밝혀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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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 직접 증인신문을 하자, 김 전 장관이 답변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지난 23일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 변론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12·3 비상계엄 직전 국무회의 당시 계엄에 동의한 국무위원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비상계엄 관련 대통령 지시사항이 적힌 문건을 한덕수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에게도 전달했다고 했다. 엄정한 수사를 통해 ‘내란 공범’들의 실체가 밝혀져야 한다.

 

김 전 장관은 ‘국무회의 당시 계엄에 동의한 사람이 있었느냐’는 국회 대리인단의 질문에 “동의한 사람이 있었다”고 답했다. 다만 구체적인 면면에 대해선 “제가 말씀드리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이는 국무위원 모두가 계엄에 반대했다는 국무위원들의 기존 주장과 어긋난다.

 

한 총리는 지난달 11일 국회 본회의 현안보고에서 “당시 국무회의 자체가 많은 절차적·실체적 흠결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모든 국무위원들은 (계엄 선포에) 반대하고 걱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 사람도 이걸 해야 한다고 찬성하는 사람은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박성재 법무부 장관), “(계엄에 대해) 대부분 장관이 우려했다”(이 전 행안부 장관) 등 참석자들의 언급도 있었다. 김 전 장관의 증언대로 일부 국무위원이 윤 대통령의 위헌·위법적 비상계엄 선포에 동의했다면 내란죄 공범의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김 전 장관은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최상목 기획재정부 장관, 조지호 전 경찰청장 외에 한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에게도 문건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앞서 조 장관은 윤 대통령에게서 ‘외교부 장관이 취해야 할 조치에 관한 지시사항’이 적힌 종이를 받았다고 했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은 ‘국가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이 적힌 쪽지를 건네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최 대행이 받은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지시는 헌법기관인 국회를 무력화하는 시도로서 국헌 문란의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상태다.

 

하지만 한 총리는 자신이 문건을 받은 사실은 밝히지 않은 채, “굉장히 충격적인 상황”이어서 다른 사람들이 쪽지를 받는 장면은 보지 못했다고만 했다. 이 전 장관 역시 지난 22일 내란 국정조사특위에서 모든 증언을 거부했지만, 계엄 관련 지시 문건을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상황에서 이에 대한 수사는 필수적이다. 이 지시 문건에 한겨레 등 일부 언론에 대한 단전·단수 지시가 포함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비상계엄 국무회의 참석자들은 안건에 대한 실질적 논의도 못 한 채 윤 대통령의 일방적 통보만 받은 것처럼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김 전 장관의 증언이 나온 만큼, 수사기관은 당시 회의에서 계엄에 동의한 이들이 누구인지, 개별 위원들은 윤 대통령에게 어떤 지시를 받았는지 확인해야 한다. 내란죄 공범이 누구 하나라도 누락되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