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  “정치 검찰 본성을 숨기지 않아, 이제 본격 검찰 개혁의 시간”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는 2일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퇴했다”며 “이제부터 본격적인 검찰 개혁의 시간”이라고 밀했다.

 

김 직무대행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민주당은 정부와 합심해 검찰 개혁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전날 퇴임한 심 총장이 “범죄를 처벌하고 국민을 범죄로부터 지키는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은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문제”라며 검찰개혁에 대해 우회적으로 강한 우려를 표명한 데 대해 “정치 검찰의 본성을 숨기지 않았다”며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걱정하고 있다”라고 날선 비판을 내놨다.

 

김 직무대행은 ”국민의 기본권을 걱정하시는 분이 김건희의 부정부패 의혹을 덮어주고 내란수괴 윤석열의 탈옥을 도왔나”라며 “부작용을 걱정하기 전에 정치 검찰의 악행을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라고도 했다.

 

이어 “결론을 정해 놓은 수사로 정적을 제거하고 국민에게 큰 상처와 고통을 안겨줬으면서 참으로 뻔뻔하다”며 “심 전 총장은 유체이탈식 주장을 그만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내란특검의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시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김 직무대행은 “검찰개혁을 포함한 사회 대개혁은 이재명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시작됐다”며 “거부할 수 없는 국민의 명령인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정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심우정 검찰총장과 이진동 대검 차장 등 친윤 내란 검찰의 줄사퇴가 있어지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출국금지와 소환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또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죄 피의자’들의 방어권 보장 권고 등을 담은 안건 발의에 앞장 선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한 사퇴를 촉구하는 한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대전문화방송(MBC) 사장 재임 시절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사퇴를 촉구하겠다고 했다. < 최하얀 기자 >

 

심우정, 퇴임사로도 검찰개혁 딴지…“정상적 역할 폐지 옳은 길 아냐”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고 있다. 연합
 

임기를 절반도 채우지 못하고 취임 9개월 만에 사의를 밝힌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퇴임사에서 “검찰의 공과나 역할에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것을 넘어서 국민의 기본권 보호를 위한 필수적이고 정상적인 역할까지 폐지하는 건 국민과 국가를 위해 옳은 길이 아니다”며 수사·기소 분리를 포함한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안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심 총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 참석해 “대한민국 역사 속에서 검찰이 묵묵히 제 역할을 다하며 범죄로부터 공동체를 지켜내고 우리 사회의 정의와 질서를 세우기 위해 기울여온 노력과 역할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며 “민생사건에서 검찰의 보완수사로 한 해 만 명이 넘는 피의자들이 억울한 혐의를 벗고 있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이어 “아무리 큰 어려움이 닥친다 해도 국민의 인권, 기본권을 지키는 적법절차, 법치를 수호하는 검찰 본연의 역할만큼은 결코 변함이 없고 변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국가의 형사사법시스템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내다보며 신중히 또 신중히 결정해야 할 국가의 백년대계”라고 강조했다. 전날 사의를 표명하며 낸 입장문에서 검찰개혁안에 반발한 데 이어, 검찰의 보완수사권 필요성을 강조하며 수사·기소 분리에 반대하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다.

 

심 총장은 “형사소송법 개정 이후 형사사건 처리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났고, 국민의 삶에 직결된 범죄에 대한 대응력은 약화됐다”며 “각계각층 전문가들의 지혜와 국민의 목소리를 꼼꼼히 경청해 진정으로 우리 사회에, 나라에, 국민 한명 한명에게 가장 바람직한 형사사법제도가 마련되길 간곡히 바란다”고 밝혔다.

 

심 총장은 “제 마지막 소임은 자리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저는 검찰을 떠나지만 검찰 구성원 모두가 새로운 마음으로 흔들림 없이 역할을 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16일 취임한 심 총장은 임기를 1년3개월 남기고 총장직에서 물러난다. 윤석열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낙점된 그는 법무·행정 업무 경험을 주로 쌓은 정통 ‘기획통’으로 분류됐다. 심 총장을 비롯한 검찰 고위간부들은 전날 법무부가 이재명 정부의 첫 검찰 인사를 단행하자 잇달아 사의를 표명했다. 심 총장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과의 비화폰 통화 논란 등으로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팀 수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 배지현 기자 >

 

검찰 인사에 혁신당 비판 계속…“조롱인가” “솔직히 한심”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이재명 정부 첫 검찰 인사를 두고 2일 조국혁신당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전날 단행된 검찰 인사에선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혁신당 인사들을 재판에 넘겼던 검사들이 대거 중용됐다.

 

황현선 혁신당 사무총장은 전날 밤 페이스북에 “오늘(1일) 인사를 보며 차규근(의원), 이광철(당무감사위원장), 이규원(전략위원장)은 어떤 마음일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 수사 당시) 그때 봉욱 (대검) 차장이 ‘내가 승인했다’라는 한마디만 했어도 이규원은 지금도 검찰에 있었을 것이다. 김학의 출국금지와 연루됐던 봉욱은 후배 검사인 이규원을 팔아 민정수석이 됐다”고 적었다.

 

황 사무총장은 “이번 인사는 차규근, 이규원, 이광철에게 보내는 조롱인가? 봉욱을 기소하지 않은 보답인가? 라는 의심이 절로 든다”며 “세상이 바로 잡힐 거라고 굳게 믿었던 나도, 그들에게도 참 할 말 없게 됐다. 선의가 선의로 돌아오지 않는다”고 적었다.

 

차규근 혁신당 의원도 전날 밤 페이스북에 “허탈하다”며 “저들의 비위는 따로 말씀드릴 기회가 있겠으나 적어도 자신들이 수사지휘하고 기소한 사건에서 1·2·3심 모두 무죄를 받은 검사들이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고 오히려 영전하는 것은 우리가 꿈꾼 정의로운 세상은 아니지 않느냐”고 적었다.

 

이광철 혁신당 당무감사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인사를 ‘친윤석열 실력파 검사 기용’으로 평가한 언론 보도를 공유하며 “친검에는 진보·보수가 따로 없다. 솔직히 한심하다”며 “(검찰) 조직의 결정이 민주공화국의 원리, 국민주권주의 원리, 정치적 중립성의 원칙에 기속되지 않는 경우 무소불위 조직의 ‘가미가제’(자폭특공대)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당은 전날 ‘윤건희(윤석열+김건희) 검사’로 규정한 검사 30여명을 적은 명단을 대통령실에 전달했지만 당일 검찰 인사에서 일부가 요직에 기용됐다.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의혹을 수사했던 송강 법무부 검찰국장과 임세진 법무부 검찰과장은 각각 광주고검장으로 승진, 핵심 보직인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장으로 보임했다.

 

정진우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과거 ‘검·언 유착’ 의혹 사건을 수사하며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을 무혐의 처분하고, ‘김학의 전 차관 허위보고서 작성’ 사건을 수사해 당시 검사였던 이규원 혁신당 전략위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성상헌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은 과거 문재인 정부 ‘산업부 블랙리스트’ 의혹 수사를 지휘한 인물이다.   < 허진무 기자 >

6월30일 재조사 거부,  변경기일 7월1일도 거부하며 버티기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 전 대통령에게 오는 5일 오전 9시 조사를 받으러 나오라고 출석을 다시 통보했다고 1일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예정됐던 특검팀의 2차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공보업무를 맡은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11시 기자들과 만나 “윤 전 대통령이 금일 특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며 “금일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7월5일 오전 9시까지 출석하라고 통지했다” 고 밝혔다.  < 강재구 기자 >

 

윤석열 쪽 “7월1일→3일 이후” 내란특검 조사 또 연기 요구

특검이 정한 6월30일 재조사 거부 변경기일도 거부하며 버티기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9일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이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에 조사 기일 변경을 요청했다. 앞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다음달 1일 출석해 조사에 응해달라고 통지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30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피의자 신문은 강제수사가 아닌 임의수사”라며 “피의자 및 변호인과의 협의를 통해 충분한 시간을 두고 조사 일정을 조율하도록 규정”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변호인단은 “수사기관이 일방적으로 출석을 통보했다고 해서 출석 의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니며, 출석하지 않았다고 하여 곧바로 ‘출석 불응’으로 간주할 수도 없다”며 “7월1일로 지정된 기일을 다시금 3일 이후로 변경 요청”한다고 밝혔다.  < 정환봉 기자 >

 

‘나 구속되겠는데…?’ 윤석열 그늘진 표정, 해봐서 더 잘 아는 건가

 
 
피의자 신분으로 내란 특검 조사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첫 내란 특검 조사를 마치고 나온 윤석열 전 대통령은 어떤 심리 상태였을까. 정치권 인사들은 딱딱히 굳어있던 윤 전 대통령의 표정에 주목했다.

 

검사 출신인 김기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유튜브 방송 ‘매불쇼’에 출연해 “윤 전 대통령이 굉장히 심리적으로 불안할 것이다. (불안이) 최고조인 상태일 것”이라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8일 서울고검에 출석해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의 조사를 받고 이튿날 새벽 귀가했다. 실제 조사 시간은 다섯 시간가량이었는데, 서울고검 청사를 빠져나온 윤 전 대통령이 지친 기색이 역력한 데다 유난히 어두운 표정이라 이목이 쏠렸다. 앞서 내란 사건 공판에 참석한 뒤 귀가하며 지지자들을 보는 여유까지 부렸던 것과는 대비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신병 처리가 임박한 데 대한 불안감이 윤 전 대통령의 표정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월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의 체포영장 집행으로 서울구치소에 구금됐다가 법원의 구속취소 결정과 검찰의 즉시항고 포기로 52일 만에 석방된 바 있다. 앞서 구치소에 구금된 경험이 있는 만큼, 재구금에 대한 불안이 클 것이라는 게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내가 진짜 구속되겠는데’ 이런 생각을 하면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일 것”이라며 “그런 것이 얼굴에 드러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호사 출신으로 같은 방송에 출연한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도 “(피의자들이) 검찰 조사를 받고 귀가했을 때 가장 불안한 심리 상태라고 한다”며 “앞으로 2차, 3차 (출석해) 매 맞을 일이 분명하고 (강도가) 더 세진다는 게 확실한 상태(라서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 심우삼 기자 >

서울동부지검장 “수사-기소 분리 위험” 검찰개혁 반발

 
 
심우정 검찰총장. 연합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명했다.

 

심 총장은 최근 사퇴하겠다는 뜻을 법무부에 밝힌 것으로 1일 확인됐다. 윤석열 정부의 두번째 검찰 수장으로 기용됐던 심 총장의 임기는 내년 9월까지로, 9개월 만의 중도 퇴진이다. 심 총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취소 뒤 즉시항고를 포기해 국민적 지탄을 받고, 김주현 전 민정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 대통령실과 '직거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앞두고 심 총장 외에도 이진동 대검 차장검사와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도 이날 사직 의사를 표명했다.  < 강재구 기자 >

 

서울동부지검장도 사표…“수사-기소 분리 위험” 검찰개혁 반발

서울남부지검장 이어 간부들 잇단 사의

 
 
2023년 1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연합
 

양석조 서울동부지검장이 1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응석 서울남부지검장에 이어 검사장급 검찰 간부들이 사직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

 

양 검사장은 이날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동부지검에서 시작한 검사 생활을 동부지검에서 마치게 됐다”며 자리에서 물러날 뜻을 밝혔다. 그는 “요즘 수사·기소 분리, 기소청 등의 논의되고 있다”며 “수사 없는 기소는 ‘책임회피 결정·재판’, ‘공소권 남용’으로, 기소 없는 수사는 ‘표적 수사’, ‘별건 수사’로까지 이어질 위험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양 검사장은 “검찰에 있어 공정한 정의는 북극성처럼 도달하기 어렵지만 끊임없이 지향해야 하는 매우 어려운 과제”라며 “검찰에 대한 과거로부터의 비판은 주로 사람에 대한 것이다. 사람 영역의 문제를 사건 영역에서 다루려다 보면, 사법시스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난제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수사·기소 분리를 포함한 검찰개혁안을 비판한 것이다.

 

한편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청탁사건을 수사했던 신응석 지검장도 이날 사의를 표명했다. 검찰 내부에선 조만간 있을 법무부와 검찰 인사를 앞두고 검찰 간부들의 사표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배지현 기자 >

KH그룹 부회장 출신 조아무개 씨 녹취 추가 공개

"대북송금 의혹 초기엔 장제원, 권성동 투 트랙"
"특수부 출신 전관 변호사 등 통해 검찰과 소통"

"초기에 회유 안됐지만 주변 털자 김성태도 협조"
"제수씨 다 신용불량 만들고 이러다 죽겠다 싶어"
특수통 변호사들 "가짜뉴스…권성동에게 물어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왼쪽)과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 2025.6.30. 연합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국외 도피하던 중에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통해 검찰과 소통했다는 주장이 담긴 녹취가 확인됐다. '이재명 죽이기'를 위해 사건 초기부터 정치권과 검찰이 조직적으로 움직인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관계자들은 녹취에 드러난 주장과 의혹을 부인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29일 시민언론 <민들레>와 <뉴탐사>가 입수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변호인 김광민 변호사와 KH그룹 부회장 출신 조아무개 씨가 나눈 대화 녹취에 따르면, 조 씨는 '(2023년 1월 국내 송환 전) 권성동이 검찰 측이랑 (모의)해서 해외에 있는 김성태 회장이랑 소통을 했느냐'는 김 변호사의 질문을 받고 "(소통)했다"고 답했다. 

 

조 씨는 쌍방울그룹과 함께 대북송금 사건에 깊숙이 관여한 KH그룹의 핵심 관계자 중 한 명이다.

 

조 씨는 김 전 회장의 국내 송환 당시 소통한 '검찰 라인'에 대해선 "김영남 (수원지검) 형사 6부장 위에 특수부 최재○ 라인과 김경수 고검장 라인으로 알고 있다"며, 두 사람 모두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사이라고 말했다.

 

해당 녹취에서 지목한 '최재○'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를 수사하고, 이명박 BBK 주가조작 사건을 무혐의 처리한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획관을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박근혜 정권에서 민정수석을 지내기도 했다.

 

'김경수 고검장'은 특수통 검사 출신으로 대검 중수부장, 대구고검장 등을 지낸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8개월간 도피 끝에 태국에서 붙잡힌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2023.1.17. 연합
 

두 사람 모두 특수통 출신 전관 변호사로, 공교롭게 권 의원과 사법연수원 17기 동기 사이기도 하다.

 

김 전 회장이 권 의원을 통해 검찰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이들 특수통 검사 출신 전관 변호사들이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또는 권 의원이 김 전 회장을 회유하고 압박하는 과정에서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들의 이름을 이용했을 가능성도 있다.

 

"사건 초기엔 장제원, 권성동 투트랙"
"김성태, 죽겠다 싶으니까 진술 바꿔"

 

다만 조 씨는 대북송금 사건 초기에 "'투 트랙'(Two track, 두 가지 경로)이었다"며 "장제원은 최재○이고, 권성동은 김경수"라고 주장했다. 이어 "장제원, 최재○이 (권성동보다) 먼저 해외에 있는 것(김성태)을 송환해 와버렸다"고 했다. 조 씨 주장대로라면 장 전 의원 쪽이 김 전 회장의 송환에서 선수를 친 셈이다.

 

조 씨는 '권성동은 (장제원에게) 뒤통수를 맞은 거네요'라는 김 변호사의 말에 "(뒤통수) 맞은 거죠"라고 맞장구를 치며 "(당시) 자기들끼리 알력이 있었다. 내가 진짜 '찐찐찐 친윤이다'하는…"이라고 덧붙였다.

 

2023년 1월 17일 김 전 회장이 국내로 송환은 됐지만, 급하게 이뤄지다보니 당시엔 협의도 완전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회장은 송환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모른다"고 말하며, 오히려 검찰에 불리한 진술을 했다. 김 전 회장의 진술은 그 뒤에 갑자기 바뀐다.

 

14일 오후 부산 부산진구 적십자회관에서 열린 부산 포럼에서 장제원 국회의원이 특강을 하고 있다. 2023.12.14. 연합
 

조 씨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과의 '협의'는 2~3개월 정도 뒤 이뤄졌다. 조 씨는 검찰과 김 전 회장이 협의하기까지 "한 2개월, 3개월까지도 안 됐다. 4월경도 안 됐다"고 말했다.

 

조 씨는 "그때 왜 얘(김성태)가 (검찰에) 넘어갔냐. 원래라면 안 넘어갈 거였다. 왜냐하면 얘가 의리가 있었다. 뭐든지 다 지키려고 그랬고"라며 "그런데 회사가 문제가 됐다. 주변에 10명이 넘는 우리 식구들을 (검찰이) 싹 다 잡아갔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회장) 친동생도 구속시켰다. 방용철(부회장)도, 양선길(사촌), 박○○, 엄○○ 다 구속됐다. 그러다 보니까 회사가 엉망이 되고, 제수씨들은 국세청 동원해서 다 신용불량자 만들어버리고 그러니까 얘가 이제 이러다 죽겠다 싶으니까 (검찰과) 맞장구 치고 나간 것"이라고 했다.

 

조 씨는 검찰이 요구한 사항은 "이화영이를 잡아, 제대로 잡자, 그러면 이재명이 자동으로 잡힌다, 이런 스토리 테마였다"고 주장했다.

 

권성동, 작년까지도 KH그룹 관계자 만나

 

조 씨는 현재 다른 사건으로 구치소에 수감 중이지만, 그가 권 의원과 관련해 한 진술들은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조 씨는 쌍방울그룹과 순환출자 등으로 얽혀 사실상 경제 공동체로 여겨지는 KH그룹 핵심 관계자로, KH그룹 배상윤 회장의 구명을 위해 대통령실과 당시 여권 인사들을 접촉하며 로비스트처럼 움직인 정황이 여러 군데에서 확인된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왼쪽)과 KH그룹 부회장 조아무개 씨가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만난 모습. 2025.6.30. 시민언론 뉴탐사 보도 갈무리

 

조 씨는 지난해 7월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호텔에서 실제 권 의원과 만났고, 당시 사진이 최근 <매불쇼>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같은 달 권 의원과 조 씨가 나눈 통화 녹취에서는 권 의원이 KH그룹 배상윤 회장에게 이재명 대통령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을 하도록 하고, 금전을 요구한 정황이 담겨 있기도 하다.

 

"가짜뉴스…권성동에게 물어봐라"

 

다만 이러한 정황에도 대북송금 사건 초기 쌍방울그룹 김 전 회장 등에 대한 회유와 관련해 언급된 인물들은 모두 사건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

 

김경수 전 대검 중수부장은 <뉴탐사>와의 통화에서 김 전 회장 쪽과 접촉한 여부를 묻자 "내가 뭐라고 얘기할 내용이 아닌 것 같다"고 답했다. 김 전 부장은 "권성동이는 친구니까 가끔 안부전화도 하고 이런저런 대화도 하고 있다"면서도, 대북송금 사건에 대해서는 "권성동에게 물어보라"고 했다.

 

최재경 전 대검 중수부 수사기확관은 <뉴탐사>의 문자 질의에 "제가 모르는 사람들이라 어떤 내용인지 모르겠으나 가짜뉴스"라며 "그런 일이 있으면 성을 갈겠다"고 했다. 쌍방울이나 KH그룹 인사들과 접촉한 사실에 대해서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권 의원은 <민들레>와 <뉴탐사>가 여러 차례 전화를 시도하고 텔레그램 메신저 등으로 문자를 남겼으나 답변하지 않았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