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수괴 재판서  김형기 특전대대장 법정 진술 화제

 

2월21일 국회 내란특위 4차 청문회에 나왔던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 국회 누리집 갈무리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충성해왔고요.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심리로 열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중령)의 마무리 발언이 연일 화제다.

 

김영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2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 인터뷰에서 김 대대장의 해당 발언을 언급하며 “정말 윤 전 대통령이 뼛속 깊이 새겨야 될 말을 하지 않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김 대대장이 과거 윤 전 대통령이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다 고초를 겪은 2013년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한 말을 빗대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 없었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보인다.

 

김 대대장은 이날 재판에서 이상현 전 특수전사령부 공수1여단장으로부터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들을 본회의장에서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고, “대통령이 문을 부숴서라도 끄집어내오래”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 전 여단장으로부터 받은 지시는 수행하지 않았다며 “정당한 지시인가에 대해 옳은 판단을 할 수 없어서 (이를 휘하 병력에) 알리지 않았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 중 “지난해 12월4일에 받은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냐.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달라. 제 부하들은 아무 잘못도 없다. 그날 그 자리에서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다”는 부분을 두고도 후한 평가가 나왔다.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이날 한국방송(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 부분을 언급하며 “참군인 아니냐”며 “이 참군인에게 윤석열의 입장을 옹호하듯이 묻는 (윤 전 대통령 쪽) 변호인들은 대한민국의 국민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 김 대대장과 함께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국회에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재차 증언한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제1경비단장도 언급하며 “그들이 그렇게(부당한 지시에 따르지 않아) 해주셔서 윤석열의 불법 비상계엄 내란은 그 상태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이렇게 감사 말씀드린다”고 했다.

 

엑스(X·옛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도 김 대대장의 마무리 발언이 널리 공유되며 “국민과 헌법에 충성하는 참군인들에게 감사드린다”는 반응이 나왔다. 한 누리꾼은 “자신이 (부당한 지시에) 불복함으로써 부하들까지 지켰다. 저런 군인이 참군인이고 그래야 국민이 믿고 살 수 있다”고 평가했다. 또 다른 누리꾼은 “(윤 전 대통령이) 부메랑을 맞았다”고 적었고 “중령도 저 정도로 기개가 있는데 별을 몇 개씩이나 단 이들은…”이라며 내란 주요임무 종사 혐의 등으로 기소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을 꼬집는 이도 있었다.   < 한겨레 이유진 기자 >

 

김형기 특수전사령부 1특전대대장 마지막 진술 전문

저는 2003년에 이등병으로 입대했습니다. 2004년도에 부사관으로 임관했고, 다시 2006년도에 장교가 되었습니다. 어느덧 제 나이가 43. 군 생활 23년 차가 되었습니다. 23년의 군생활 동안 과거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는 게 한가지가 있습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것입니다. 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습니다. 조직에 충성해왔고요. 그 조직은 제게 국가와 국민을 지키라는 임무를 부여했습니다.

혹자는 제게 항명이라고 얘기합니다. 왜냐면 우리 조직은 철저하게 상명하복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조직이니까요. 저는 항명이 맞습니다. 그렇지만 상급자의 명령에 하급자가 복종하는 것은 국가와 국민을 지키는 임무에 국한됩니다. 저는 지난 23년을 국민들에게 사랑받으며 군 생활을 해왔는데, 지난 12월4일에 받은 임무를 제가 어떻게 수행하겠습니까?

차라리 저를 항명죄로 처벌해주십시오. 그러면 제 부하들은 항명도, 내란도 아니게 됩니다. 제 부하들은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그날 그 자리에서 그들이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 덕분에 민주주의를 지킬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우리군이 다시는 정치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지 않게끔 제 뒤에 앉아 계신 분들께서 철저하게, 날카롭게, 혹은 질책과 비난을 통해서 우리 군을 감시해주십시오. 그래야만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