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예산 시정연설 "AI시대 하루 늦으면 한 세대 처져"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경제 불확실성 완화"
"경제 위급상황 벗어났지만 여전히 위기"
"AI 시대 고속도로로 성장과 미래 열어야"
"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성장 토대 다질 것"
"취약계층 보호하고 국민 생명·안전 지킬 것"
"AI시대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촘촘히…균형발전도"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4일 국제 무역통상 질서 재편과 인공지능 대전환 '파도'라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내년 인공지능(AI)에 대폭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AI시대를 여는 첫 예산안'이라 명명한 728조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을 통해 도약과 성장의 토대를 확실하게 다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취약계층의 생활을 두텁게 하고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 잃는 일이 없도록 국민의 생명과 안정을 굳건히 지키겠다고 했다. 또한 아동부터 청년, 노인까지 생애추기별 촘촘한 지원과 지역균형발전도 약속했다.

 

"APEC 성공,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경제 불확실성 완화"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6년도 예산안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취임 직후인 지난 6월 2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 이후 두 번째이며, 본예산 시정연설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대통령은 먼저 예산안 설명에 앞서 "경주 APEC의 성공을 위해 힘을 모아주신 모든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고맙습니다"라며, APEC 주간 이뤄진 외교 성과에 대해 보고했다.

 

이 대통령은 "특히, APEC 주간에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 관세 협상을 타결함으로써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을 완화했다"면서 "우리 주력 수출 품목인 자동차와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과 동등한 수준의 관세를 확보함으로써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또 "대미 투자패키지에는 연간 투자상한을 설정해 많은 분들이 우려했던 외환시장에 미치는 충격을 최소화했고, 투자 프로젝트 선정과 운영 과정에서도 다층적 안전장치를 확보함으로써 투자금 회수 가능성을 높였다"며 "원자력 추진 잠수함 핵연료 공급 협의의 진전을 통해 자주국방의 토대를 더욱 튼튼하게 다지고,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를 위한 획기적 계기 마련으로 미래 에너지 안보를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영접하고 있다. 2025.10.29. 연합
 

APEC 기간 이뤄진 한·중 정상회담과 관련해선 "한중관계를 전면 회복하고,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서 실용과 상생의 길로 함께 나아가기로 다시 합의했다"면서 "무엇보다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 속에, 양국 중앙은행 간 70조 원 규모의 통화스왑 계약과 초국가 스캠 범죄 대응을 비롯한 6건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에서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기 위해 영혼까지 갈아넣으며 총력을 다했다"며 "앞으로도 정부는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국력을 키우고 위상을 한층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위급상황 벗어났지만 여전히 위기"
"AI 시대 고속도로로 성장과 미래 열어야"

 

이 대통령은 APEC 성과 보고에 이어 국내 경제 상황과 관련, "불법 계엄의 여파로 심화된 민생경제 한파 극복을 위해 지난 5개월 동안 비상한 각오로 임했고, 다행히 지금 우리 경제는 위급상황을 벗어났다"면서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올해 1분기 마이너스로 후퇴했던 경제성장률이 3분기에는 1.2%로 반등하며 6분기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가지수도 4000을 돌파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여기에서 안주하거나 만족하기엔 우리가 처한 상황이 결코 녹록지 않다"면서 "우리는 지금 겪어보지도 못한 국제 무역 통상질서의 재편과 인공지능 대전환의 파도 앞에서 국가 생존을 모색해야 할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변화를 읽지 못하고 남의 뒤만 따라가면 끝없이 도태될 것이지만 변화를 선도하며 한 발짝 앞서가면 무한한 기회를 누릴 수가 있다"면서 "산업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달이 뒤처지고, 정보화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일 년이 뒤처지겠지만, 인공지능 시대에는 하루가 늦으면 한 세대가 뒤처지게 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지난 정부는 천금 같은 시간을 허비한 것도 모자라 R&D(연구개발) 예산까지 대폭 삭감하며 과거로 퇴행했다"고 지적하며 "출발이 늦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부단히 속도를 높여 선발주자들을 따라잡아야 우리에게도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대통령이 산업화의 고속도로를 깔고, 김대중 대통령이 정보화의 고속도로를 낸 것처럼, 이제는 AI 시대의 고속도로를 구축해, 도약과 성장의 미래를 열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1일 APEC 정상회의장인 경주화백컨벤션센터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접견에 앞서 정부와 현대차, 엔비디아의 국내 피지컬 AI 역량 고도화 협약 관련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왼쪽부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젠슨 황 CEO, 이 대통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2025.10.31. 연합
 

"내년도 예산안은 AI 시대 여는 첫 예산안"
"인공지능 투자 확대로 성장 토대 다질 것"
"방위산업, AI시대에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
"국방력 획기적 강화 자주국방 확실히 실현"

 

이 대통령은 이러한 문제 인식과 비전 아래 내년도 예산안 세부 설명을 하며, 인공지능 투자와 관련한 부분을 상당 시간 할애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가 마련한 2026년 예산안은 바로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예산"이라면서 "'인공지능 시대'를 열기 위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성장의 토대를 단단히 다지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먼저 "'인공지능 3대 강국' 도약을 위한 대전환에 총 10조 1000억 원을 편성했다"며 "이는 올해 예산 3조 3000억 원보다 3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2조 6000억 원은 산업·생활·공공 전 분야 인공지능 도입에 투입하고, 인재양성과 인프라 구축에 7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지컬 인공지능 선도 국가 달성을 위해 국내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데이터를 활용해 중점사업에 집중투자하겠다"며 "로봇, 자동차, 조선, 가전·반도체, 팩토리 등 주요 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 대전환을 신속하게 이루기 위해 향후 5년간 약 6조 원을 투입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인재양성과 핵심 인프라 구축에도 과감하게 투자하겠다"며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고급인재 1만 1000명을 양성하고, 세대별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 누구나 인공지능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또 "인공지능 시대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인 고성능 GPU(그래픽처리장치) 1만 5000장을 추가 구매해 정부 목표인 3만 5000장을 조기에 확보하겠다"며 "엔비디아에서 GPU 26만 장을 한국에 공급하기로 한 만큼 국내 민간기업이 GPU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인공지능·콘텐츠·방위산업 등 첨단전략산업 분야의 핵심 기술 개발을 위한 R&D 투자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 3천억 원으로 19.3% 확대 편성했다"면서 "향후 5년간 150조 원의 국민성장펀드를 조성해 미래 성장의 씨앗인 첨단전략산업 육성을 도모하고, 성장의 혜택을 국민께서 함께 누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문화의 중요성이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세계가 주목하는 우리 문화의 힘을 더욱 키우기 위해 K-컬처 투자도 아끼지 않겠다"며 "K-콘텐츠 펀드 출자 규모를 2000억 원 확대해 문화콘텐츠 산업에 투자하고, 청년 창작자가 생계 부담 없이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방 분야와 관련해선 "인공지능 기술은 방위산업의 판도도 바꾸고 있다"며 "첨단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발굴과 R&D 투자로 방위산업을 인공지능 시대의 주력 제조업으로 육성하고, 방산 4대 강국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내년도 국방 예산을 올해보다 8.2% 증액된 약 66조 3000억 원으로 편성했다.

 

이 대통령은 "재래식 무기체계를 인공지능 시대에 걸맞는 최첨단 무기체계로 재편하고, 우리 군을 최정예 스마트 강군으로 신속히 전환하여 국방력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염원인 자주국방을 확실하게 실현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 연간 GDP(국내총생산)의 1.4배에 달하는 국방비를 사용하고, 전 세계 5위의 군사력으로 평가받는 대한민국이 국방을 외부에 의존한다는 것은 국민의 자존심 문제 아니겠는가"라고 했다.

 

"새로운 기술, 격차 커지는 그늘 드리우기도"
"취약계층 보호하고 국민 생명·안전 지킬 것"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겠다면서도 "새로운 기술 발전은 인류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지만 한편으로는 격차가 커지는 그늘을 드리우기도 한다"며 "시대 변화의 충격을 가장 빨리 가장 크게 받는 사회적 약자와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 책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저소득층의 안정적 소득기반 마련을 위해서 기준중위소득을 역대 최대인 6.51% 인상하여 생계급여를 4인 가구 기준 매월 200만 원 이상 지원하도록 하겠다"며 "발달장애인 주간활동 서비스 지원 인원을 확대하고, 장애인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여 자립과 사회 참여의 토대를 공고히 하겠다"고 했다.

 

또 이 대통령은 취임 초부터 관심을 기울여온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보호도 재차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더 이상 일터에서 다치거나 목숨 잃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근로감독관을 2000명 증원하고, 일터지킴이를 신설하여 산업재해 사고 발생에 적극 대체하겠다"며 "건설·조선업 등의 산재 빈발 업종은 현장을 상시 점검할 것이다. 1만 7000개소의 영세사업장과 건설현장에는 안전시설 확충도 지원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재해·재난 예방 및 신속 대응에 대해서도 "전년 대비 1조 8000억 원을 증액한 총 5조 5000억 원을 편성했다"면서 "이제는 국민 모두가 생계와 생명의 위기 앞에 홀로 남겨지지 않는, 기본이 튼튼한 사회를 만들어 가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근본적으로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평화가 흔들리면 민주주의도 경제도 국민의 안전도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남북 간 신뢰 회복과 대화 협력 기반 조성을 위해 담대하고 대승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휴전선 일대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을 지속하고, 교류협력(E), 관계정상화(N), 비핵화(D)를 통한 '이엔디(END) 이니셔티브'로 평화 공존 공동성장의 한반도 새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AI시대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
"생애주기별 맞춤 지원 촘촘히…균형발전도"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인공지능 시대에는 모두가 주역이고, 모든 지역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며 "연령대별 맞춤형 지원으로 인구구조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출생률 반등을 위해 아동수당 지급 연령을 만 7세에서 2026년 만 8세 이하까지 확대하고, 임기 내 12세 이하까지 늘려 나가겠다"며 "청년미래적금을 신설해 저소득 청년이 저축을 하는 경우  정부가 최대 12%를 매칭 적립하여 청년의 자산 형성을 뒷받침하겠다"고 했다.

 

이어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어르신들이 살던 곳에서 불편함 없이 노후를 보내실 수 있도록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노인 일자리도 110만 명에서 115만 명으로 확대하여 사회 참여 기회를 넓히겠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의 생활비 부담을 덜기 위해  대중교통 정액 패스를 도입하여 교통비 부담을 대폭 낮추겠다"며 "경영안정바우처 지급과 24조 원 규모의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균형발전을 위해 "정부는 이번 예산안을 편성함에 있어 수도권 1극 체제로 굳어진 현재의 구도를 극복하고 지역이 성장의 중심이 되어 5극 3특의 새 시대를 열도록 지방우대 재정 원칙을 전격 도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권 집중 완화와 국토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에서 거리가 멀수록 더 두텁게 지원하도록 설계했다"며 "그 일환으로 아동수당과 노인일자리 등 7개 재정사업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많이 지원받을 수 있게 설계했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인구감소지역 주민께는 월 15만 원의 농어촌 기본소득을 지급하겠다"며 "지방정부가 여건에 맞게 스스로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포괄보조 규모도 10조 6000억 원으로 기존보다는 3배 가량 대폭 확대해서 지방정부 행정의 자율성을 확실히 제고했다"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이 열린 4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송언석 원내대표 등 의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등을 규탄하며 침묵시위를 하고 있다. 2025.11.4 [국회사진기자단] 연합
 

"AI시대 열고 새로운 백년 준비하는 출발점"
"여야, 국민 위한 진심은 같아…초당적 협력"

 

이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 "내년은 '인공지능 시대'를 열고, 대한민국의 새로운 백년을 준비하는 역사적 출발점이 될 것"이라며 "다가오는 미래가 절망과 불안이 넘치는 세상이 아니라 희망과 기회로 충만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저는 우리 국민의 저력을 믿는다. 그래서 자신 있다"면서 "전쟁의 폐허 속에서 한강의 기적을 일궈냈고, 금 모으기 운동으로 아이엠에프(IMF) 외환위기를 극복해 낸 우리 국민들이 힘을 모은다면 못해낼 일이 뭐가 있겠는가"라고 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시정연설을 '보이콧'했음에도 초당적 협력을 마지막까지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정부는 열린 자세로 국회의 제안을 경청하고, 좋은 대안은 언제든지 수용하겠다"며 "비록 여야 간 입장의 차이는 존재하고 이렇게 안타까운 현실도 드러나지만, 국민과 나라를 위하는 진심은 다르지 않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예산안이 법정기한 내에 통과되어 대한민국이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초당적인 협력을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