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계엄 가담 의혹’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피의자 조사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이 6월5일 오전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4일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취재진을 피해 청사 지하 2층으로 출석한 경위 파악에 나섰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박 전 장관이 (특검 조사실에) 출석해 조사 중”이라면서도 “출석 과정에서 당초 저희는 1층으로 출입하도록 안내했는데 지하 2층을 통해 들어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대해 서울고검에 경위 파악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10시로 예정된 특검팀 조사에 출석하면서 취재진이 대기하는 서울고검 청사 1층 정문을 이용하지 않고 지하 2층 주차장을 통해 출입했다. 특검팀은 지난 6월 출범 이후부터 주요 피의자가 조사를 받으러 나올 때 ‘1층 공개 출석’을 원칙으로 했고, 신분이 노출되거나 조사 여부가 알려져서는 안 되는 참고인 등만 예외로 비공개 출석을 허용해왔다.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피의자 조사를 받을 때도 모두 1층 청사 정문으로 출입했다. 2015년~2017년 서울고검장을 지낸 박 전 장관은 청사 구조를 잘 알고 있어 이날 오전 일찍부터 1층에서 대기 중이던 취재기자와 사진기자를 피해 지하 2층을 출입 통로로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지하 2층으로 들어오려면 출입 권한을 받은 출입증이 필요해 어떤 절차를 밟아 청사 내부로 들어왔는지는 확인이 필요한 대목이다. 박 특검보는 “지하 2층으로 들어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통상적이지 않은 출석”이라고 밝혔다. 박 특검보는 “특검 쪽이 마중 나간 것 아니냐”는 질문에 “특검 쪽이 열어줬으면 경위 파악을 하라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검팀은 이날 박 전 장관을 상대로 위법한 비상계엄을 인지하고도 계엄에 동조해 법무부 차원에서 후속 조처에 나섰는지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박 전 장관은 계엄 선포 직후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하고, 교정본부·출입국본부에 후속 대응 방안을 마련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 강재구 기자 >

 

특검, ‘계엄 가담 의혹’ 박성재 전 법무부장관 피의자 조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24일 내란 가담 의혹을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을 조사한다.

 

박 전 장관은 이날 오전 9시52분께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에 있는 특검팀 사무실에 조사를 받으러 출석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에 대해 어떤 입장이냐” 등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조사실로 향했다.

 

박 전 장관은 지난해 12월3일 비상계엄 선포 후속 조처로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 검토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또한 법무부 교정본부에 포고령 위반자 수용에 대비해 구치소 공간 확보 검토를 지시하고, 주요 체포 대상자들을 출국금지할 목적으로 출입국본부 인원들을 대기시켰다는 의혹도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 박 전 장관에게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적용해 법무부 및 박 전 장관 집 등을 압수수색했다.

 

박 전 장관 쪽은 “12·3 비상계엄과 관련해 그 어떠한 위법행위나 부당행위를 한 사실이 없다”고 관련 의혹을 부인해왔다.                       < 강재구 기자 >

 

조희대·한덕수·지귀연 등 증인 채택

 

 
 
조희대 대법원장이 22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5 세종 국제 콘퍼런스’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22일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해 청문회를 열기로 하고 조 대법원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청문회는 오는 30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이날 검찰개혁 입법청문회 도중 ‘조희대 대법원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 현안 청문회’ 실시계획서와 관련한 증인·참고인 출석의 건을 의결했다. 반발한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부승찬 의원은 올해 대선 전 조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처리를 논의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은 이날 “부승찬·서영교 의원이 제기한 조 대법원장과 한 전 총리 간 유착 의혹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은정 혁신당 의원도 “조희대·한덕수 회동을 포함한 대선 개입 의혹은 국기문란 사안”이라며 “청문회를 통해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청문회 증인으로 조 대법원장과 박영재·오경미·이숙연·이흥구 대법관, 지귀연 부장판사, 한 전 총리 등을 채택했다. 오경미·이흥구 대법관은 이 대통령 상고심에서 무죄 의견을 썼고 박영재 대법관은 상고심의 주심이었다. 대법관들의 국회 출석 문제를 놓고는 여권과 사법부의 대치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판사들은 3권분립 침해 우려를 이유로 국회에 나오지 않았고 법원행정처장이 대법원을 대표해 국회에 출석해왔다. 국회증언감정법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국회 청문회 등에 증인이 출석하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규정돼있다.                            < 김가윤 기자 >

 

민주 “조희대 청문회, 국회법대로 하는 것…3권 분립 위반 아냐”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국민의힘을 제외한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사위 검찰개혁 청문회 파행에 대해 국민의힘 위원들을 탓하며 국회 선진화법을 준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연합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관련 긴급 청문회를 30일 열기로 한 가운데, 이를 주도한 더불어민주당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23일 조 대법원장 청문회 개최의 필요성과 정당성을 거듭 강조했다.

 

국회 법사위 민주당 간사를 맡고 있는 김용민 의원은 이날 비비에스(BBS) 라디오 ‘금태섭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대법원장을 국회로 부르는 것에 대해 국민의힘이 삼권분립부터 시작해서 여러 가지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그것도 잘못됐다”며 “국회법(제121조5항)을 보면 본회의나 위원회는 특정한 사안에 질문하기 위해 대법원장을 출석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명시적으로 (법에) 돼 있기 때문에 이게 무슨 마치 큰 잘못이거나 삼권분립을 위반한 게 아니라 그냥 국회법에 있는 것을 이행하는 거다 이렇게 보시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조희대-한덕수 회동 의혹’을 제기한 유튜브 방송 열린공감티브이(TV) 관계자 등은 증인·참고인 명단에 넣지 않은 데 대해 “야당이 필요하면 증인신청을 하면 됐는데 (하지 않고) 퇴장을 했다”고 답했다.

 

조 대법원장이 전날 대법원 국제행사에서 한 발언을 비판하며, ‘대선 개입 의혹’에 관해 청문회에 나와 해명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발언도 나왔다. 이성윤 의원은 이날 에스비에스(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조 대법원장 발언과 관련해 “말하자면 왜 법원을 건드려? 이런 느낌이 들었다”며 “지금 법원 왕국이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자기를 세종대왕에 비유한 것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는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 나오고 안 나오고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안 나오시면 처벌받는다”며 “청문회와 관련돼 (증·참고인으로 나올) 다른 법관들이 꽤 되는데 여러분들이 나오는 걸 봐서 청문회에 지장이 될 정도로 집단적으로 불출석했다 그러면 저희가 법적인 조치를 고려해야 된다”고 했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전날 열린 대법원 국제행사에서 “세종대왕은 법을 왕권 강화를 위한 통치 수단으로 삼지 않았”고 “법 시행 전에는 민심을 수렴”했다고 밝힌 바 있다.

 

김기표 의원도 이날 ‘KBS 1라디오 전격시사’에 나와 “대법원장이 그동안 청문회에 나온 적은 없어서 그런 가능성은 실제로 저는 개인적으로 높지 않다고 보지만 이번에는 사안이 다른 것 아닌가”라며 “본인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회동,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파기환송심 전에 의논했다든지 회동했다든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혔고 어제와 같은 경우도 세종대왕에 비유하면서 법이 국민을 위해 어떻고 이런 얘기를 했지 않는가. 그렇다면 적극적으로 나와 본인 입장을 밝혀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고한솔 기자 >

 

정청래, 또…“대법원장이 뭐라고? 청문회 나와라”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4일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는 대선을 코앞에 두고 대선 후보를 바꿔치기할 수 있다는 오만과 자만이 부른 자업자득”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은 국회에 출석해 입법부 권한 행사에 협조하시기 바란다. 그것이 삼권분립의 정신을 실천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진짜 삼권분립을 망가뜨린 사람은 삼권분립 최후의 보루여야 할 조희대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이어 “우리 국민들은 헌법을 유린하고 삼권분립을 훼손한 국정농단·내란사태 등 대통령들을 다쫓아냈다”며 “대법원장이 뭐라고 이렇게 호들갑이냐”고 말했다.

 

정 대표는 “제가 법제사법위원장이었던 5월7일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채택했고, 5월14일 오전 10시 청문회가 실시됐다”며 “당시 조희대 등 주요 증인들이 불출석했기 때문에 다시 조희대 청문회를 여는 것이 새삼스러울 것은 없다”고 했다.

 

그는 “국민의힘과 언론들이 조희대 대법원장 청문회를 두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하는 것은 역사의 코미디”라며 “헌법유린과 ‘삼권분립 사망’의 장본인들인 이승만·박정희·노태우·박근혜·이명박·윤석열은 모두 국민의힘 귀당 쪽이 배출한 대통령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어디에다 대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하느냐”고 덧붙였다.

 

정 대표는 “3·15 부정선거로 이승만 대통령이 쫓겨났다. 이것이 삼권분립 사망”이라며 “가장 심하게 삼권분립을 사망시킨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유신헌법 유신독재였다”고 말했다. 그는 “전두환과 노태우 등의 신군부가 저지른 12·12 군사 쿠데타와 5·18 광주에서의 시민 학살은 삼권분립을 아예 사망시킨 것일 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 체계를 유린하고 국민의 생명을 앗아갔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30일 청문회를 두고 법사위와 당 지도부 사이의 소통 부재에 대한 논란이 일자 “2~3일 동안 많은 언론에서 마치 당 지도부와 법사위가 이견이나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도했는데 사실이 아니다”며 “제가 얘기한 것은 일정을 공유하자는 차원이지 조 대법원장에 대해 공세를 하지 말라든가, 늦추자든가 그런 취지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에서 이간질하고 갈라치기 하는데 꿈 깨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하어영 기자 >

 

정청래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

조희대 사퇴 압박 수위 올리는 모양새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대통령도 갈아치우는 마당에 대법원장이 뭐라고?”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민주당 법사위원들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추진하기로 한 가운데 정 대표가 조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올리는 모양새다.

 

정 대표는 23일 밤 페이스북에 “우리 국민은 이승만 대통령도 쫓아냈고 박정희 유신독재와 싸웠고 광주학살 전두환 노태우도 감옥 보냈고, 부정비리 이명박도 감옥에 보냈고, 국정농단 박근혜, 내란사태 윤석열도 탄핵했다”며 이렇게 썼다.

 

추미애 법사위원장 등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지난 22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 실시 계획서를 의결한 바 있다. 민주당은 조 대법원장이 지난 5월 이재명 당시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유죄 취지 파기 환송한 것에 대해 의도적인 대선 개입이라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  최하얀 기자 >

 

23일 오전 부산 동구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서 열린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에서 정청래 대표가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

 

 

 

트럼프 '마라라고 구상'은 '제2 플라자 합의'
천문학적 무역·재정적자를 동맹국에 덤터기

안보지원조차 돈으로 환산, 사실상의 협박
G5 경제사정 약해지며 한국때리기로 선회

 

1985년 서방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이 모여 '플라자 합의'를 결정한 뉴욕의 플라자 호텔. 아사히신문 9월 22일

 

22일은 1985년의 ‘플라자 합의’ 40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을 촉발시킨 계기가 됐다는 그날을 일본 언론들은 잊지 않았다. 40년 전 그날 뉴욕 센트럴 파크를 내려다보는 플라자 호텔에 모인 G5(미국, 일본, 독일[서독], 프랑스, 영국 등 서방 주요 5개국) 재무장관들은 당시 강세였던 미국 달러 시세를 끌어내리기 위해 일본 등 나머지 나라들이 보유 달러를 팔고 자국 통화를 사들이는 환율 조작 국제협조에 합의했다. 주로 막대한 무역흑자를 보고 있던 일본과 독일을 겨냥한 것이었다. 당시 미국은 천문학적인 무역적자와 재정적자(‘쌍둥이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다.

 

플라자 합의 뒤 일본은 5%였던 정책금리를 2%(1987년 2월)까지 내렸다. 이처럼 G5가 동시에 달러 풀기 환율 개입에 나선 뒤 3개월만인 1985년 말 1달러=240엔대였던 엔 시세가 200엔대로 뛰었고, 그 다음해 중반에는 150엔대까지 치솟았다. 이처럼 엔 시세는 플라자 합의 뒤 단기간에 2배 이상으로 뛰어 올랐다. 그럼에도 일본의 수출이 당장 급감한 건 아니었지만 급속도의 엔 강세로 인한 자금 경색과 내수 부진을 풀기 위해 일본 정부는 금리를 대폭 내렸다. 아베 신조 정권 때의 마이너스 금리까지 이어지는 그 금융(양적)완화는 투기 과열, 거품 경제로 귀결됐다. 1990년대 초에 거품이 꺼지면서 일본 경제는 ‘잃어버린 30년’의 기나긴 불황터널로 빨려들어 갔다.

 

플라자 합의 뒤 미국 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일본 엔 시세의 변화 추이. 1970년 1달러=350엔이었던 엔 시세는 1985년 플라자 합의(검은 점선) 직후 급등하기 시작해 1달러=100엔 가까운 강세를 유지했다.. 아사히신문 9월 22일

 

미국이 기획한 그 플라자 합의의 성과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있지만, 미국이 다급했던 ‘쌍둥이 적자’를 줄이는데는 일정한 효과가 있었다. 미국은 일단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미국이 저질러 놓은 금융, 경제정책 미스로 미국경제가 떠안게 된 짐을 다른 주요국들에게 전가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스티븐 미런 FRB 신임 이사.  KSAT.com

 

트럼프의 제2 플라자 합의 ‘마라라고 구상’

 

그 40년 뒤인 지금, 미국은 그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다.

2024년도 미국 무역적자는 사상 최대치인 9184억 달러를 기록했고, 올해도 7월 한 달의 무역적자가 783억 달러로 6월보다 32.5%(192억 달러) 늘었다. 2024년 재정적자는 약 1조 8300억 달러였고, 2025 회계연도에는 더 늘어 누적 적자가 22조 7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재정적자에 대한 이자로 나가는 돈만 연간 1조 달러가 넘는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이사로 들어간 그의 책사 스티븐 미런 당시 대통령경제자문위원회(CEA) 위원장이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환율과 채권, 안보, 무역(관세)정책을 패키지로 한 대책을 입안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적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마이애미 마라라고 저택에서 조정된 그 대책은 ‘마라라고 구상’으로 알려졌다. ‘제2의 플라자 합의’로도 알려진 마라라고 구상은 제1 플라자 합의 때와 비슷한 문제를 비슷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해 짜낸 방안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월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타원형 사무실에서 골드 카드 비자에 대한 서명된 행정 명령을 보여주고 있다. 2025.9.19. 로이터 연합

 

관세협상 아닌 사실상의 협박, 한국도 주요대상

 

전문가들은 미국이 40년 전과 비슷한 문제에 직면해 있긴 해도 지금은 미국과 세계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에 마라라고 구상이 성공하기 어렵다고 본다. 그래선지 지금 트럼프 정권은 특히 4가지 요소 중에서 관세와 안보를 무기 삼아 동맹국들을 협상이 아니라 사실상 협박하면서 자신들 요구를 수용하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그 주요 협박 대상에 한국이 포함돼 있다는 것도 40년 전과는 다른 점이다. 없었거나 거의 없었던 관세를 15% 이상은 부과하지 않겠다는 것을 조건으로 미국 상품을 대량 구입하고 5500억 달러, 3500억 달러에 이르는 천문학적 돈을 미국정부 처분에 맡기라는 트럼프 정권은 그것을 협상이라고 부른다. 특이하게도 제1 플라자 합의가 주로 일본을 겨냥한 것이었다면 제2 플라자 합의는 한일 두 나라를 한묶음으로 엮어 겨냥하고 있다. 어쨌든 제1 플라자 합의 40년 뒤 한국이 협조든 협박이든 미국이 자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끌어들여야 하는 G5, G7급 주요 대상국이 돼 있는 현실를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1985년 9월 22일 뉴욕 플라자 호텔에 모인 서방 주요 5개국(G5) 재무장관들. 중앙이 제임스 베이커 미국 재무장관, 맨 오른쪽이 다케시타 노보루 일본 대장상.  나무위키

 

40여년 전 미국서 유행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

 

40년 전은 동서 냉전시기였고, 서방의 G5나 G7의 경제력도 압도적이어서 협상을 통한 상호양보와 결속이 가능한 시기였다. 그때도 미국은 환율과 관세를 만지작거리면서 여차하면 보호무역주의 관세전쟁을 벌이겠다는 강경책을 검토하고 있었다. 서방 동맹국들이 당시 플라자 합의에 동의한 것은 언제 터져나올지 모를 미국의 그런 폭주를 사전에 막기 위한 바람 구멍 내지 가스 빼내기 차원의 협조였다는 지적도 있다. 그렇게 해서 일본은 미국과의 ‘무역전쟁’을 피할 수 있었다.

 

당시 그 문제를 풀기 위해 미국이 고안해낸 방식은 달러 시세(가치)를 상대적으로 낮춰 미국 수출과 제조업을 살리겠다는 것이었다. 플라자 합의 전인 1980년대 상반기에 미국에선 인플레(물가 상승)가 진행 중이었다. 이를 억누르기 위해 당시 폴 볼커 FRB 의장은 금리 인상을 밀어붙였고, 그 결과가 달러 강세였다.

 

지난 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이 민주당 집권 연장에 실패하게 만든 가장 큰 요인 중의 하나도 물가고(인플레)였다. 고용이나 성장 등의 경제지표는 나쁘지 않았으나 뛰는 물가 때문에 바이든 정권의 경제정책에 대한 유권자들 평가는 좋지 않았고, 트럼프 쪽은 그것을 파고들었다. 재집권 뒤 트럼프가 인플레를 걱정하는 제롬 파월 FRB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줄기차게 압박하는 것은 인플레 위험에도 불구하고 40년 전 로널드 레이건 정권이 플라자 합의를 기획했던 것과 같은 이유, 즉 미국 제조업 부활과 수출 증대를 위해서다.

 

달러 강세 기조를 바꾸려면 미국은 금리를 내리고 일본은 금리를 올려야 한다. 당시 일본은 GDP(국내총생산)이 세계 전체GDP의 10%가 넘을 정도로 잘 나가던 나라였다. 일본 자동차와 가전제품, 반도체가 세계를 휩쓸었다. 미국 대외 무역적자의 30%를 일본이 차지하고 있었다. 에즈라 보걸의 책 이름인 ‘재팬 애즈 넘버원’(세계 최고 일본)이란 말이 유행했다.

 

그런 시기에 G5가 미국의 플라자 합의 구상에 협조했다고 하지만 일본이 순순히 따랐던 것은 아니다. 미국은 일본에 비관세장벽을 없애라며 미국산 수입할당제 같은 것을 노골적으로 압박했고, 미국 시민들이 도요타나 닛산 자동차를 길거리에 세워 놓고 두들겨 부수는 퍼포먼스를 벌이기도 했다. 인종차별적 성격까지 밴 ‘재팬 배싱’(Japan bashing. 일본 때리기)이 미국사회를 풍미했다.

 

더 거칠어진 지금의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

 

그 40년 뒤 대미 무역 흑자국에 대한 미국의 그런 강압적인 행태는 한층 더 강도가 세졌다. 조지아 주 서배너 인근의 현대-LG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한국인 기술자 3백여 명을 군사작전 벌이듯 기습해 폭력적으로 체포 구금한 사태가 그것을 상징한다.

 

40년 전 세계를 휩쓸었던 일본의 가전과 자동차, 반도체, 조선 등 제조업과 첨단산업을 겨냥했던 미국의 압박은 그 상당부분을 대체한 한국과 중국 쪽을 향하고 있고, ‘주적’으로 설정한 중국보다 동맹국인 한국에 대한 압박과 ‘무례’가 훨씬 더 모욕적이고 노골적이다. 40년 전의 ‘일본 때리기’와 같은 ‘한국 때리기’(Korea Bashing)라고 할까.

 

달랐던 일본과 독일의 대응

 

제1 플라자 합의 이후 일본 기업들은 가격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거점을 동남아시아 등 해외로 이전했다. 그 결과 일본 국내산업이 공동화하는 바람에, ‘아베노믹스’로 금리를 낮춰 무제한 돈을 풀었지만 수출은 별로 늘지 않았다. GDP의 250%가 넘는 재정적자와 엔 약세 속에 임금과 소비는 수십년 간 제자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면서 물가가 치솟아 실질임금은 내려갔다.

 

독일의 경우 플라자 합의 뒤 마르크가 강세를 보이면서 수출에 불리해지자 공동통화 유로를 창설해 역내 환율을 안정시키고, 자동차와 의약품을 비롯한 부가가치 높은 제품들을 중심으로 수출을 확대하는 쪽으로 대응했다. 앙겔라 메르켈 정권 때 그렇게 해서 일본식 ‘잃어버린 세월’을 피해갔던 독일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마이애미 마라라고 리조트 내의 트럼프 별장.  나무위키

 

실현 가능성 없는 제2 플라자 합의

 

일본 미즈호은행의 가라카마 다이스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1 플라자 합의와 달리 제2 플라자 합의, 즉 마라라고 구상이 실현될 가능성은 없다면서 3가지 요소를 그 이유로 들었다.

첫째, 외환시장 하루 거래량이 4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져(10배 이상) 정부나 중앙은행이 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둘째는 당시의 서방 G5와 같은 국제적인 협력체제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동맹국 및 우방국들과의 협조체제에 지극히 소극적이거나, 오히려 그것을 파괴하고 있다. 40년 전에 미국은 자신이 저지른 정책 미스 때문에 생긴 짐을 서방의 다른 동맹국들에 떠넘겼지만, 한편으로는 냉전의 한 축을 이끌었던 중심국으로서 휘하 서방 주요국들의 이익도 일정부분 보장해 주는 역할도 했다. 하지만 냉전이 끝난 지 오래인 지금 미국 제일주의의 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는 트럼프 정권은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동맹국의 안보 지원조차 돈으로 환산되는 분명한 대가를 요구하면서,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상대의 약점을 찾기에 여념이 없는 트럼프에겐 전통적인 동맹전략의 개념조차 없어 보인다.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들의 경제사정도 좋지 않다.

 

세 번째는 일본경제가 약해졌다는 것이다. (<아사히> 4월 23일)한때 세계 GDP의 15%까지 차지했던 일본의 GDP는 지금은 4%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트럼프 정권의 마라라고 구상이 한국과 일본을 한묶음으로 엮어 관세 및 투자 공세를 펼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이런 일본의 약체화를 반영하고 있지 않을까. 달리 말하면 한국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고도 할 수 있다.

 

어쩌면 미국과 유럽, 일본의 상대적 쇠퇴는 그들이 거의 독점적으로 분점해 왔던 글로벌 차원의 부(생산)가 한때 그들의 지배를 받고 수탈을 당했던 그 나머지 국가들의 성장과 함께 분산되면서 G5 등으로 불렸던 그들의 몫이 상대적,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일 수 있다. 미국 등 서방 부국들은 신자유주의 체제하에서 원가절감을 위해 자국 기업들을 개도국, 신흥국에 재배치함으로써 손실분을 만회했으나, 더는 자본주의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는 뉴프런티어(새 개척지)를 찾을 수 없는 행성적 한계에 봉착하지 않았을까. 트럼피즘의 MAGA는 그 한계를 일국 차원에서 돌파하려는 가망없는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 한승동 기자 >

 

'독생자' 예수와 짝을 이루는 여성 메시아 주장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영장심사에선 안 통해
윤석열 정권과 '정교일치 국정농단' 벌인 교주

특검팀 소환 3차례나 불응해 '증거인멸' 자충수
통일교 "법원 판단 겸허히 수용…국민께 사과"
'2인자'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 면해

 

윤석열 정권과 통일교가 연관된 '정교유착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2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25.9.22 [공동취재] 연합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통일교 각종 현안을 청탁하며 '정교일치 국정농단'을 벌인 의혹을 받는 한학자 통일교 총재가 23일 구속됐다. 올해 83세인 한 총재가 범죄 혐의로 수사를 받고 구속된 건 2012년 9월 단독으로 통일교 총재직에 오른 이래 처음이다.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1시 30분부터 한 총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약 5시간 동안 진행한 뒤 오후 6시 30분쯤 마치고 장고를 이어가다 이날 새벽 3시 20분쯤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한 총재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의 소환 통보에 3차례나 연속 불응하다가 공범인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구속되고 나서야 출석하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이었던 행태가 '증거인멸 우려'의 자충수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건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검팀은 지난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청탁금지법 위반,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 교사 등 4가지 혐의로 한 총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한 총재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과 공모해 20대 대선을 앞둔 2022년 1월 권성동 의원에게 윤석열 정부의 통일교 사업 지원을 요청하며 불법 정치자금 1억 원을 전달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는다.

 

2022년 4∼7월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김건희에게 6000만 원대 그라프 다이아몬드 목걸이와 샤넬백을 건네며 교단 현안을 청탁한 데 관여한 혐의(청탁금지법 위반)도 있다. 김건희에게 건넬 목걸이와 가방 등을 교단 자금으로 구매한 혐의(업무상 횡령), 2022년 10월 자신의 원정 도박 의혹에 관한 경찰 수사에 대비해 윤영호 전 본부장에게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증거인멸 교사)도 받는다. 먼저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통일교 측이 한 총재의 뜻에 따라 국가가 운영돼야 한다는 '정교일치' 이념을 실현하려 윤석열 부부에게 접근해 현안을 청탁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한학자 통일교 총재에 대한 민중기 특별검사팀 조사가 종료된 가운데 18일 오전 경기도 가평군 통일교 본부 일대가 적막하다. 2025.9.18. 연합
 

한 총재는 자신이 6000년 만에 태어난 하나님의 유일한 직계혈통 딸이자 '독생자' 예수와 짝을 이루는 전 세계 하나뿐인 여성 메시아로서 '독생녀'라고 자칭해왔다. '인류의 참부모인 홀리마더'라고도 한다. 그래서 지난 17일 특검팀에 첫 출석했을 때도 혐의를 부인하는 가운데 "나는 독생녀" "참어머님"이라며 조사 시간 대부분을 수사팀에게 통일교 교리를 설파하는 데 할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영장실질심사에서도 "나는 초종교적 지도자이고 세상에 평화를 전하는 데 평생을 바쳐왔다"며 "소련의 크렘린궁에서 수천 명이 모인 가운데 하늘의 섭리를 강연하고, 북한의 김일성과도 만났다. 캄보디아의 훈 센 전 총리도 만나 교리를 설파했고, 세네갈 대통령이 내 가르침을 받아들여 '아들'이 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정치에 관심이 없고 정치를 잘 모른다"고 강조했지만 판사에겐 통하지 않았다.

 

한 총재와 함께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정원주 전 총재 비서실장은 구속을 면했다. 정재욱 부장판사는 ▲한 총재와의 공범인 사실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고 ▲책임 정도 등에 다툴 여지가 있으며 ▲방어권 보장을 이유로 특검팀이 청구한 정 전 비서실장의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했다. 정 전 실장은 통일교 최상위 행정조직인 천무원 부원장으로 교단 2인자이자 한 총재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한 총재의 영장 범죄사실에 적시된 대부분 혐의의 공범으로 언급돼 있다.

 

통일교 측은 한 총재의 구속영장이 발부된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판단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진행될 수사와 재판 절차에 성실히 임해 진실을 규명하고 이를 계기로 우리 교단이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 김호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