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 2통·드루킹 특검수사 관련 1통
“경공모에 두차례 걸쳐 4천만원 받아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정상적 절차 밟아야했는데 그리 못해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분들께 죄송”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23일 숨지기 전 총 3통의 유서를 남긴 것으로 확인됐다. 노 대표는 2통에는 가족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은 한 통은 최근 ‘드루킹’ 특검 수사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노 대표는 이 유서에서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경공모로부터 모두 4천만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대표는 이 과정에서 “어떤 청탁도 없었고, 대가를 약속한 바도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청탁과 대가가 없었지만 정치자금 수수 자체에 대해서는 ‘후회한다’는 말을 남겼다. 그는 “나중에 알았지만, 다수 회원들의 자발적 모금이었기에 마땅히 정상적인 후원절차를 밟아야 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노 대표는 “어리석은 선택이었으며 부끄러운 판단이었다”라고 후회했다.

특검 수사 이후 노 대표는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도 깊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유서에서 “이정미 대표와 사랑하는 당원들 앞에서 얼굴을 들 수가 없다. 정의당과 나를 아껴주신 많은 분들께도 죄송할 따름이다“라며 “법정형으로도 당의 징계로도 부족하다”라고 밝혔다. 그가 깊은 죄책감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음을 암시하는 말이다. 그는 당원들에게는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마지막으로 당부한다. 나는 여기서 멈추지만 당은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길 바란다.”라고 남겼다.

그는 끝으로 국민들에게 “모든 허물은 제 탓이니 저를 벌하여 주시고 정의당은 계속 아껴주시길 당부드립니다”라고 당부의 말을 남겼다.

<정환봉 기자>


고교 학습지도요령 적용시기 내년부터로 앞당겨

독도.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정부가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영토 교육의 의무화 시기를 애초보다 3년 앞당긴다고 밝혔다. 또, 이런 내용을 반영한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도 공개했다.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는 교사들이 학습지도요령에 따라 학생들을 잘 가르치도록 쉽게 풀어 쓴 교사용 참고서다.

문부과학성은 17일 고등학교에서 독도가 일본 땅이라는 교육을 의무화하는 시기를 애초 2022년에서 2019년으로 앞당기는 내용의 학습지도요령 이행조처를 공고했다. 이에 앞서 문부과학성은 3월 독도와 중-일 간 영토분쟁이 진행 중인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가 “우리(일본) 고유의 영토이다”라는 내용을 담은 고교 학습지도요령 개정안을 발표했다. 독도와 관련해선 “한국이 불법점거하고 있다”는 표현도 들어 있다. 2009년 개정된 기존 고교 학습지도요령에는 각 학교에서 영토 교육을 하도록 했지만 독도나 센카쿠열도가 ‘일본 땅’이란 내용은 없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습지도요령을 개정해, “독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주장을 명기했다. 고교 학습지도 요령 개정은 초·중·고 전 과정에서 ‘독도는 일본 영토’라는 주장을 의무화한다는 의미가 있다.

한국 외교부는 이날 논평을 내서 “일본 정부가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주장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고등학교 학습지도요령 해설서를 개정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이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또, “일본 정부가 명명백백한 우리 영토인 독도에 대해 그릇된 역사인식에 기반한 허황한 주장을 벌이지 않고 이를 자국의 미래세대에 주입한다면, 이는 과거의 과오를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기회를 스스로 저버리는 처사라는 점을 엄중히 지적한다”고 밝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김지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국정농단 재판에 영향 미칠 수 있다”
“인도에서 삼성 영향력 커…. 인도 총리에 경협 과시 차 간 것”

9일 오후 인도 우타르프라데시주 노이다시 삼성전자 제2공장 준공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노이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현지시각) 인도에 있는 ‘노이다 삼성전자 제2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난 것을 두고 누리꾼들이 가지각색의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을 만난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대통령의 통상적 활동을 지나치게 확대하여 해석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 대통령을 향한 우려 섞인 목소리는 두 사람의 만남 자체가 이 부회장의 재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과 대통령의 기업 친화적인 모습이 ‘경제 개혁에 역행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RO****** 아이디를 쓰는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문재인이 이재용을 만나면 안 되는 이유. 1. 이재용은 박근혜 국정농단 항소심 재판 계류 중이다. 대통령이 재판 중인 피의자를 만나면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hi****)도 “가시적인 적폐청산도 없고 노동 등 개혁입법 또한 답보 상태인 현시점에서 심히 우려하고 경계함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roo*****)도 “대선 토론 때 유승민이 기업 주도로 일자리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문재인 정부 주도로 해야 한다고 우기더니만 이제 이재용한테 일자리 만들어 달라 하고 있네?”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이 이 부회장에게 “일자리를 많이 마련해달라”고 부탁한 것이 일종의 ‘거래’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온라인 커뮤니티 클리앙에서 한 누리꾼(화곡****)은 “오늘 보니 이재용은 적당히 살려주지 않을까 싶네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아마 하반기 채용과 맞바꿔서 이재용을 살려주시는구나 하고 느낌이 온다”며 “대통령이 내일모레 패 죽일 재벌 총수에게 국내 채용을 언급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글에는 “솔직히 국내에서 삼성의 영향력을 보면 감시와 동시에 협력은 필수적”이라거나 “문재인 대통령은 누구처럼 표적을 찍어내지 않는다. 법적 잘못은 법원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실 것”이라는 댓글이 달렸다.

하지만 인도에서 삼성전자가 가진 영향력을 고려할 때 대통령이 인도 삼성공장을 방문한 것은 당연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hi******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은 트위터에 “인도를 가 보셨거나, 인도와 조금이라도 무역을 해보신 분들이라면 잘 알 겁니다. 인도에서 삼성의 위상이 얼마나 큰지”라며 “아마도 삼성 이재용은 언제라도 인도 총리를 만날 수 있는 위치에 있을 겁니다”라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wa****)도 “지나치게 중국 의존적인 경제구조 때문에 참고 살 때가 많은데, 인도 시장 확보하면 얼마나 좋겠어. 훨씬 자유롭고 당당해질 수 있지. 대통령이 우리나라 삼성이 인도인들을 이렇게 많이 고용했다, 인도도 우리에게 확실히 보답해야 한다, 압박하러 삼성전자 준공식 참석한 건데 멍청한 언론들은 이재용 타령만”이라고 말했다.

이석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트위터에 비슷한 의견을 올렸다. 그는 “이재용씨 만나러 삼성공장 가는 것 아니다”라며 “현지에서 삼성전자가 제조에 인도인 7만명 고용, R&D에도 5천명을 고용하여 인도 총리에게 경협 실적 과시할 계기가 되니까 공장 가는 것! 반성해야 할 삼성과 언론도 혹여 오산 말기를!”이라고 썼다. 이 글은 1280여개의 공감을 얻었다.

<송채경화 기자>


‘워싱턴포스트’ ‘월스트리트저널’ ‘시엔엔’ 등 보도
“북, 핵무기 숨기려 시도”, “미사일 공장은 공사 종료”
미 당국자들 인용해 북 비핵화 의지에 회의적 시각 전달
전직 관리 “북한 두둔 트럼프에 불만 세력이 정보 유출”

정보 정확성에도 이견…실러 박사 “함흥 미사일 공장 아니다”
역으로 ‘3차 방북 폼페이오 협상력 위한 지원사격’ 분석도


미국 언론이 정보당국 등을 인용해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연일 쏟아내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6·12 북-미 정상회담 후속 조처를 논의하려고 5일 방북에 나설 예정인 가운데 잇따르는 보도의 진위와 배경, 효과를 놓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시엔엔>(CNN)은 2일(현지시각) “국방정보국(DIA)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소한 현재로서는 완전한 비핵화 프로그램에 참여할 의도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 매체는 국방정보국이 위성사진, 감청, 인적 정보를 활용해 내린 결론에 다른 정보기관들의 평가도 일치하는지 판단하기 위해 내용을 회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보도는 <워싱턴 포스트>가 지난달 30일 “국방정보국은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을 은폐하려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보도한 것과 비슷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일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산하 비확산연구센터가 최근의 위성사진을 분석한 결과, 북한 함흥에 있는 고체연료 탄도미사일 제조 공장의 외부 공사가 완성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이런 보도에 공식 확인을 삼가며 ‘북한을 들여다보고 있다’는 투로 반응하고 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일 <시비에스>(CBS)에 출연해 “정보 사항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 “북한이 무엇을 하는지 알아내기 위해 우리가 가진 모든 범위의 역량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보도가 이어지는 것은 행정부 내의 견해차를 드러내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관계자는 <시엔엔>에 “정보 당국자들은 김정은이 선의로 행동한다고 보지 않는다”며 “그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북한 정권에 대한 믿음을 공개적으로 선전하는 데 질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노선에 불만을 품은 정보 당국 등 행정부 내 강경파가 ‘김정은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하려고 정보를 흘린다는 뜻이다.

잇따라 공개된 정보의 정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도 있다. 독일의 미사일 전문가 마르쿠스 실러 박사는 <월스트리트 저널>의 ‘함흥 미사일 공장 확장’ 보도를 반박했다. 그는 <자유아시아방송>에 “위성사진을 보면, 지난해 8월 김정은 위원장이 방문한 곳이다. 당시 이미 공장을 확장하겠다고 발표했고, 탄소섬유복합제를 생산하는 곳으로 소개됐다”며 “추진체 통을 만드는 시설일 수는 있지만 미사일 제조 공장은 분명히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런 보도들은 역으로, 북한을 세 번째 방문하는 폼페이오 장관의 협상력을 높이는 ‘지원사격’ 성격이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위성사진이나 감청으로 북한 내부를 훤히 파악하고 있으니 핵무기·핵물질·핵시설 신고 때 숨길 생각은 말라’는 경고 효과를 줄 수 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자유아시아방송>에 “북한에 대한 미국 정부의 경고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엔엔>은 김 위원장이 ‘내가 무얼 하든 미국은 이미 나를 못 믿을 사람으로 판단했다’고 생각한다면 그가 미국에 협력할 가능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황준범 김지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