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간담회서 “제2의 IMF 위기…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민생”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0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가 10일 “아이엠에프(IMF)보다 더한 제2의 아이엠에프 위기”라며 “향후 6개월에서 1년 내에 국가의 방향과 진로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종로구 금융감독 연수원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머리발언에서 이렇게 말했다. 김 후보자는 “새 정부는 국가 대전환의 시기에 대처하지 못하고 내란으로 악화일로에 빠져버린 현재의 위기를 정확히 드러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믿는다”며 “책임 추궁이 아니라 문제 해결을 위한 냉철한 위기 진단이 급선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의 총체적 위기이고, 경제적 어려움의 정도가 더 깊고 넓으며, 국제적 환경이 더 복잡하여 사실상 선진국 안착이냐 탈락이냐의 국가적 대위기”라고 현재 위기를 진단했다.

 

그는 현재 아이엠이프 보다 더한 위기라는 자신의 진단이 과장된 것이라는 한 언론 기사를 거론하며 “우리의 잠재성장률이 그때보다 낮고, 성장의 추세가 그 당시에는 비교적 완만한 성장이었는데 지금은 하강 내지 침체”라고 반박했다.

 

이어 “우리 산업적 환경이 어느 때보다 어렵고, 미·중·일 환경이 만만치 않다. 미·중·일·러·북 등 주요 5개국의 관계가 그때보다 훨씬 복잡하다. 물가라던가 부채, 국가재정 포함 만만치 않다”며 “그것을 담당해야 할 직전 정부는 사실은 일정한 유산을 남겨뒀다기보다는 부채를 극심하게 남겨둔 상태로 떠나갔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와 민생회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검찰개혁 방향’에 대한 질문에 “검찰개혁 문제는 이미 국민들의 판단과 국민들이 공감하는 포괄적 방향이 나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시기와 방법의 문제는 정부가 완전히 자리를 잡은 뒤에 국민 여러분 뜻을 받들어 차근히 하면 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경제와 민생회복이다. 그 대원칙하에서 시기와 방법이 배치되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후보자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의 국정 방향을 풀어가는 정부의 참모장”이라며 “국민들에게 보다 일상적인 국정설명을 드려야 한다는 점에서 대국민 참모장이기도 하다”고 국무총리의 역할을 참모장으로 정의했다. 이어 “대통령께서 제시한 첫째 기준처럼 국민에게 충직한 참모장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김 후보자는 투명하고 철저한 검증을 받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기되는 모든 신상 질문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답하고 미처 못 챙긴 일신의 부족함이 있다면 지체없이 양해를 구하겠다”고 했다. 그는 1985년 서울 미 문화원 점거 농성을 주도한 이력 때문에 ‘반미주의자’라는 소문이 돈다는 말에 “제가 미국에서 비교적 다양한 공부를 하고 공교롭게도 전임 총리와 같은 학교(미 하버드대)도 다녔고, 미국 헌법에 관심이 있어서 미국 변호사도 됐다”며 “그래서 비교적 미국에 대해서 이해가 깊고 미국 정치의 핵심적인 트럼프 정부의 핵심 인사들과도 꽤 오래 개인적인 교분이 있다”고 답했다.  < 기민도 기자 >

 

이민단속 항의 시위에 무력진압 시사
뉴섬 주지사 “과도하고 전례 없다”

9일(현지시각) 로스앤젤레스 시내에 있는 연방청사 건물 앞을 경찰과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이 지키고 있다.

 

미국 국방부가 9일 해병대 약 700명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시킨다고 발표했다. 이민세관단속국(ICE)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날 투입된 캘리포니아 주 방위군 2000명에 추가되는 병력이다. 주방위군 동원을 넘어 연방 군대를 시위 대응에 투입하는 건 중대한 단계 전환으로 평가된다. 다만 이동한 병력이 실제 현장에 배치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미 북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캘리포니아 트웬티나인팜스 기지를 기반으로 한 제1해병사단 제2대대 7중대 병력이 로스앤젤레스에 배치돼 연방 시설 및 요원 보호를 위해 주 방위군과 “매끄럽게 통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해병들은 군중 통제와 상황 완화, 무력 사용 규칙 교육을 받은 상태라고 덧붙였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도 소셜미디어 엑스에 글을 올려 “연방 법 집행 요원과 연방 건물을 향한 위협이 증가함에 따라 해병대가 배치되고 있다”며 “우리는 연방 요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개빈 뉴섬 주지사가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말이다”라고 비난했다. 뉴섬 주지사 대변인실은 엑스를 통해 “미군 최고의 병력을 자국민에게 동원하는 것은 과도하고 전례 없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다만 동원된 해병대가 실제로 배치될지, 아니면 대기 상태로 남을지는 불분명하다. 에이비시(ABC) 뉴스와 로이터통신 등은 해병대가 연방 건물 보호 등의 ‘지원 임무’를 맡을 예정이며, 직접적인 치안 집행은 담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백악관 고위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은 ‘폭동진압법’을 발동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군은 체포와 같은 법 집행 권한이 없다. 따라서 대통령이 ‘폭동진압법’을 발동하지 않는 한 국내 치안 임무에 투입될 수 없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회의에서 “아직 해병대 배치는 결정하지 않았다.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지금 상황은 통제되고 있으며, 우리의 개입이 없었다면 대재앙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방부 관계자는 시엔엔(CNN)에 해병대가 일반적으로 남부 국경 경계 업무를 일부 지원한 적은 있어도, 이번처럼 도심 내에 동원되는 일은 극히 이례적이라고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현재 300여명의 주 방위군 병력이 배치된 상태이며, 나머지 병력은 오는 11일까지 도착할 예정이다.

 

9일(현지시각) 시위대가 로스앤젤레스의 엘 푸에블로 데 로스 앙헬레스 역사 기념지에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생방송 인터뷰에서 뉴섬 주지사를 체포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뉴섬 주지사가 국경 단속 책임자인 톰 호먼에게 자신을 체포하라고 도발했다. 호먼이 실제로 그렇게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톰이라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이 발언은 뉴섬 주지사가 전날 밤 엠에스엔비시(MSNBC)와 인터뷰에서 “호먼은 나를 체포해보라”고 한 발언을 염두에 둔 것이었다.

 

다만 백악관은 뉴섬 주지사의 체포를 실제로 논의하거나 계획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대변인 캐럴라인 레빗은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뉴섬 주지사가 연방 정부의 법 집행을 방해한다면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주 방위군 로스앤젤레스 배치가 헌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 로스앤젤레스/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장남 ‘한인자경단’ 소환에 한인회 “경솔한 행동”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서 한 시위 참가자가 경찰들에게 해바라기를 건네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이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 사태 당시의 한인 자경단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린 것을 두고, 로스앤젤레스 한인회가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는 성명을 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는 9일 낸 성명에서 “LA에서 아직까지 소요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33년 전의 LA 폭동 당시 ‘루프탑 코리안’을 언급하며, 이번 소요 사태를 조롱하는 게시물을 엑스(X·옛 트위터)에 게재하는 경솔함을 보였다”고 했다. 앞서 트럼프 주니어가 “루프탑 코리안을 다시 위대하게(Make Rooftop Koreans Great Again!)”라는 문구와 함께 사진 한 장을 올린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이 사진엔 한인으로 보이는 인물이 건물 옥상에서 총기를 손질하는 모습이 담겨 있고, ‘한인들이 옥상에 오르자 폭동이 멈췄다’는 뜻의 문구가 적혀 있다. ‘루프탑 코리안’은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총으로 무장한 채 옥상에 올라 코리아타운을 약탈로부터 지켰던 한인 자경단을 의미한다.

 

트럼프 주니어가 이 사진을 올린 것은 33년 전 로스앤젤레스가 무법지대로 변했던 폭동 사태를 연상시킴으로써, 이번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게다가 한인들이 직접 총기를 들고 무력 대응에 나섰던 점을 추켜세움으로써, 이번 시위도 무력으로 진압을 해야 한다는 암시를 풍기고 있다고 해석될 여지도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는 “현 대통령의 장남이자, 약 15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이기도 한 그의 행동은 살얼음과 같은 지금 시기에 엄청난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또 “한인들의 지난 트라우마를 어떤 목적으로든 절대로, 절대로 이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회는 지난 6일엔 이번 사태의 시발점이 된 연방 정부의 이민 단속 급습에 대해 비판하는 성명도 낸 바 있다. 당시 연방 이민세관국 요원들은 한인 의류업체 등을 급습해 영어가 부족하거나 당장 신분 증명이 어려운 이들까지 체포하거나 억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공화당 인사들도 이번 이민 단속 반대 시위를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과 연결짓는 발언을 하고 있다. 그러나 1992년 로드니 킹 사건 경찰 무죄 평결로 인해 인종 차별·경찰 폭력이 문제가 돼 발생했던 로스앤젤레스 폭동 때와 지금은 다르다고 뉴욕타임스 등은 지적한다. 당시 경찰이 로드니 킹을 잔혹하게 구타하는 모습이 담긴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되며 흑인들의 분노가 폭발했고, 로스앤젤레스는 6일간 통제 불능 무법지대가 됐다. 거기에 당시 흑인과 한국계 커뮤니티 간 갈등까지 더해져, 코리아타운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는 등 한인 사회에선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뉴욕타임스는 “1992년의 광범위한 폭력 사태와 비교하면 2025년은 거의, 아니 전혀 다르다”며 “시위자들은 분노를 주로 이민세관국 단속에 표현하고 있고 다른 주민들에게는 표출하지 않고 있다”고 썼다. 시위가 일어나는 곳도 이민세관국과 가까운 일부 도심에 국한돼 있다. 로스앤젤레스 전역이 마비됐던 33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다는 얘기다.

 

연방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며 이번 시위의 주축이 된 이들이 라틴계 이민자라는 점도 과거와 다른 점이다. 라틴계는 로스앤젤레스 주민의 다수를 점하고 있으며, 실제로 로스앤젤레스 경찰의 절반가량이 라틴계다. < 정유경 기자 >

 

트럼프, LA에 “주방위군 2000명 추가 투입” 명령

해병대 700명까지 도합 4700명 

 
9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통령 전용 별장이자 해군 시설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백악관으로 출발하기 전, 캠프 데이비드 잔디밭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추가로 2000명의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투입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이 지역서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직면한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지원하라는 것인데,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로스엔젤레스에 투입하겠다고 밝힌 군 병력은 해병대까지 합치면 도합 4700명에 달한다.

 

국방부 대변인 션 파넬은 9일(현지시각) 엑스(X)에 글을 올려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국방부는 연방 임무 수행을 위해 캘리포니아 주방위군 2000명을 추가 동원 중이며, 연방 이민 단속과 법집행 임무 수행을 안전하게 지원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앞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20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하라고 명령했는데, 거기에 또 2000명이 더해지는 것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는 혼란을 유발하려고 미국 땅에 4000명의 군인을 보내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트럼프에게 명분을 줘선 안된다며 거듭 평화 시위를 촉구했다. 그는 “트럼프가 부추긴 혼란을 틈타 이익을 취하려는 어리석은 선동가들은 반드시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서로를 지키며, 침착하고 안전하게 행동하라”고 주민들에게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 미 국방부는 연방군인 해병대 약 700명을 로스앤젤레스로 이동시키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주방위군 동원을 넘어 연방 군대를 시위 대응에 투입하는 건 중대한 단계 전환으로 평가된다. < 정유경 기자, 로스앤젤레스/김원철 특파원 >

 

“LA 군 투입, 계엄령의 서곡”…트럼프가 노리는 것

‘혼란 유발-권력 장악’ 시나리오 경계 촉구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 중, 시위 참가자가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순찰대원(CHP)들과 마주 서서 미국 국기를 들어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트럼프에게 이것은 예행연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로스앤젤레스에 투입한 것을 두고 ‘계엄령’을 겨냥한 예행연습이라는 의혹이 일고 있다. 자신의 집권에 위협이 감지될 경우, 어떻게 군을 동원해 대응할 수 있을지 ‘시나리오’를 미리 시험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군대는 치안 맡을 수 없는데…트럼프, 왜?

 

미 월간지 애틀랜틱은 8일(현지시각) 보도에서 로스앤젤레스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주방위군을 투입한 것은 정말로 질서를 회복시키겠다는 목표가 아닌, ‘비상사태’의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캘리포니아주는 7만5천명 이상의 경찰 인력을 보유, 실제로 치안력이 부족한 상황이 아니었다. 로스앤젤레스경찰청(LAPD)만 따져도 9천명이다. 시위 초반 돌을 던지거나 차량 통행을 방해하는 수준의 시위대는 주정부 차원에서 충분히 통제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런데 트럼프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지원이 필요 없다는 데도 논란을 무릅써가며 주방위군을 2천명 투입했다. 9일에는 로스앤젤레스에 해병대까지 파견하기로 했다. 미 북부사령부가 이날 낸 성명을 보면 해병대원 약 700명이 투입돼 이미 배치된 주방위군과 함께 활동하게 된다. 전날 피트 해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폭력이 계속되면” 해병대를 투입할 태세가 갖춰졌다고 할 때만 해도 곧바로 정규군을 보내리라는 관측은 많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시위가 격화되어 7만5천명으로는 턱도 없다면, 주정부가 먼저 연방 지원을 요청했을 것이다. 실제 올 초 대형 산불 당시 주정부는 연방 지원을 요청하기도 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못한 태도를 보였다. 반면 이번엔 주정부도 로스앤젤레스시도 거부한 ‘지원’을 트럼프 행정부가 먼저, 그것도 강제로 밀어붙였다. 군 투입 소식은 오히려 “불길에 기름을 붓는”(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형국이 됐다. 사흘째 시위는 한층 규모가 커졌다.

 

한국도 그렇지만, 미국도 군대가 국내 치안을 맡아선 안 된다. 연방군의 국내 정치 개입을 제한한 ‘포스 커미타투스 법’ 위반이 된다.

 

군대가 국내 치안을 맡을 수 있는 것은 오직 단 한 가지, 반란이 일어났을 때뿐이다. 반란, 폭동, 내란이 일어났을 때 행정부가 연방군 그리고 ‘연방화’된(연방군으로 편입된) 주방위군 등 군대가 경찰처럼 시위 진압, 체포 등 국내에 동원할 수 있게 예외를 두었다. 미국 연방법에선 ‘반란법(Insurrection Act)’이라고 부른다 . 한국으로 치면 ‘계엄령’과 비슷하다. 반란법 발동은 매우 드문 일이고,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크다.

 

“트럼프, 법적 한계 시험하고 있다”

 

이번 사태를 기화로, 반란법을 발동하지 않는 선에서 얼마나 할 수 있는지 실험해 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트럼프는 지금 반란법을 발동하지 않은 채 주방위군을 투입하는 “이례적 시도”(워싱턴포스트) 중이다. 위법 소지가 있다고 개빈 뉴섬 주지사가 지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러면 군은 시위대 체포 등 직접적인 치안 활동은 할 수 없고, 연방요원 보호 등의 제한적 임무만 수행할 수 있다.

 

이렇게 제한적인 일만 할 수 있는데 굳이 군을 투입한 이유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법률전문가를 인용해 “반란법을 적용할 경우 생길 정치적 파장을 피하려는 의도이거나, 앞으로 반란법을 적용하려는 서곡”이라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반란법을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고, 국경 경비를 강화하며, 이민자들을 추방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때인 2020년 조지 플로이드 시위 때 실제로 반란법 발동을 논의한 적도 있다. 하지만 당시 국방장관 마크 에스퍼와 합참의장 등 군 수뇌부는 물론 짐 매티스 같은 전직 국방장관까지도 “반란법 발동은 최후의 수단이며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이번엔 반대할 사람도 없다. 트럼프 충성파들이 군과 국토안보부, 연방수사국(FBI) 등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

 

만약 이번 시위가 격화되어 충분한 명분이 선다면, 반란법을 발동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것이 우려의 골자다.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 재선 뒤 집권 2기를 예의주시해 온 전문가들이 2026년 중간선거를 앞두고 특정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연방 권한을 이용해 시위의 불을 거세게 지핀 뒤, 혼란이 커지면 이를 비상사태로 규정해 군 동원 및 연방정부 개입의 명분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2026년 중간선거 등에서 비슷한 방식으로 연방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거나, 민주당 강세 지역 투표를 방해할 수도 있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번 사태가 선거 관리권을 연방이 장악할 ‘위험한 예행연습’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 ‘반란법’ 동원은 LA 폭동 진압

 

1992년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 반란법은 실제 발동된 바 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폭동, 방화, 약탈, 총격 등 극심한 혼란이 발생하며 현지 경찰력만으로는 치안 유지가 불가능해지자,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공식 지원을 요청했고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반란법을 발동했다.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이 연방화되어 연방군에 들어갔고, 육군·해병대 등 연방군과 국경수비대 등 법집행인력들도 전부 로스앤젤레스로 투입됐다. 국방부가 ‘시민 소요 진압 작전’을 지휘했다.

 

정치권에서 트럼프의 ‘계엄령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4월엔 소셜미디어에서 트럼프가 반란법을 발동해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루머가 널리 번지기도 했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폭력 시위를 하면 트럼프의 의도에 말려들어가는 것이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도 평화적인 시위를 주문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8일 저녁 엠에스엔비시(MSNBC)와의 인터뷰에서 “오늘 밤 여러분이 텔레비전에서 보는 상황을 만든 사람은 미국 대통령”이라고 비난하며 일부 폭력 시위에 동조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무정부주의자들이 문제를 일으키려 시위에 침투하고 있다. 트럼프의 손에 놀아나고 있는 것” “트럼프를 돕고 부추기는 방식으로 이 상황을 악용하려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며 거듭 평화 시위를 촉구했다.  < 정유경 기자 >

 

LA 경찰, 다운타운 전체 집회금지구역 선포…“당장 떠나라”

 

 
 
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등록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격화하자 다운타운 전체를 집회 금지 구역으로 선포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은 9일(현지시각) 엑스(X)에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집회는 불법으로 선포한다. 당장 다운타운을 떠나라”는 글을 올렸다. 앞서 로스앤젤레스 경찰은 “기물 파손, 손상 또는 약탈 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로스앤젤레스 경찰에 신고하여 공식 경찰 보고서에 기록될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는 글도 올렸다.

 

 

전날인 8일 트럼프 행정부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지사 동의 없이 주 방위군을 투입해 긴장은 고조되고 시위대 수천명이 거리로 나왔다. 경찰 등은 최루탄과 고무탄 등으로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이 과정에서 취재 중이던 오스트레일리아 방송 기자가 고무탄에 맞기도 했다. 8일 오후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여러 대가 불타고 시위대 일부가 콘크리트 조각 등을 경찰에 던졌다고 로스앤젤레스 경찰이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경찰은 일부 지역에서 집회 금지를 한 뒤 9일에 다운타운 전체로 집회 금지를 확대했다. 캘리포니아주의 또다른 대도시인 샌프란시스코에서도 8일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경찰과 충돌해 최소 60명이 체포됐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는 9일 트루스소셜에 한 남성이 건물 옥상에서 총을 들고 장전하는 사진을 올리고 ‘옥상의 한국인들(Rooftop Koreans)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1992년 발생한 로스앤젤레스 폭동 당시의 한인들은 총기로 무장한 채 자경단을 꾸렸으며, 당시 건물 옥상 등에서 총을 들고 재산과 가족을 지키려던 한인들은 루프탑 코리안이라고 불렸다. 트럼프 주니어가 이 사진을 올린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대응을 옹호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 조기원 기자 >

 

 

 

 

 

12·3 비상계엄 선포 전날과 당일 김건희와 문자메시지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나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주 사의를 표명한 조태용 국가정보원장의 사표를 수리했다.

 

10일 국정원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조 전 원장은 지난 주 사표를 제출했고, 이 대통령은 이를 수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4일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한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 가운데 내란 공범 혐의로 수사를 받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사표만 수리한 바 있다.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국정 연속성과 비상 경제 점검 필요성을 들어 박 전 장관를 제외하고 나머지 국무위원 사표는 반려했다고 설명했다.

 

조 전 원장 역시 내란 연루 의혹을 받는다. 그는 12·3 비상계엄 선포 전날과 당일 김건희씨와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정원장이 직무 연관성이 없는 대통령 부인과 연락을 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조 전 원장은 또 비상계엄 선포 직후 홍장원 당시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에 대한 보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는 내란 방조 혐의도 받고 있다.  < 서영지 기자 >

 

경찰 “조태용 내란동조…‘정치인 체포’ 보고받고도 조처 안 해”

한덕수엔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적용 검토

 
 
                        조태용 원장. 공동취재사진

 

12·3 비상계엄을 수사하는 경찰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으로부터 ‘정치인 체포’ 보고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은 조태용 국정원장이 내란에 동조했다는 판단이 담긴 수사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수사보고서에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비롯해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에 참석한 장관 등이 내란을 방조했다는 판단도 포함됐다. 이 때문에 이후 출범할 ‘내란 특별검사팀’이 국무위원에 대한 수사를 어디까지 이어갈 수 있을 지 주목된다. 현재까지 내란 혐의로 기소된 국무위원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뿐이다.

 

6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은 지난해 12월30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국무위원 등 내란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의 범죄 사실을 재구성한 32쪽 분량의 수사보고서를 작성했다. 경찰은 조 원장이 계엄 당일 저녁부터 대통령실 접견실에서 비상계엄 관련 임시 국무회의에 배석자 자격으로 참석해 내란 모의에 참여했고, 이후 국정원 지휘부 정무직 회의에서 내란 모의사실을 은폐했다고 봤다.

 

특히 조 원장이 홍장원 전 1차장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이 국군방첩사령부와 협조해 정치인을 체포하라고 지시했다’라는 보고를 받았음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아 내란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동조했다고 수사보고서에 적었다. 특수단은 조 원장이 홍 전 1차장에게 사실상 사직을 강요해 정당한 권리행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하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봤다.

 

아울러 특수단은 한덕수 전 총리에게 내란 우두머리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했다. 경찰은 “한 전 총리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도록 용인·묵인하고 국무위원을 소집하여 비상계엄 선포 전 적법한 국무회의가 이뤄진 것처럼 절차적 정당성을 갖춘 것으로 외관을 형성하는 등 방조했다”고 수사보고서에 적었다.

 

특수단은 또 비상계엄 선포 직전 회의에 참석한 국무위원들이 내란을 모의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도 판단했다. 특수단은 수사보고서에서 “대통령의 비상계엄에 관한 임시 국무회의에 부의장 및 국무위원 자격으로 참석하여, 절차적·실체적 흠결이 있는 위헌적 비상계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에 동조하거나 묵비하는 방법으로 내란 모의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 강재구 기자 >

본부장급 전원 해당…당분간 '직무대행체제' 

33경호대장 · 55경비단장 파견 해제 조처
대통령실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실행할 것"
경호처 "국민 불신 받은 경호처 변할 것"

경찰, 비화폰 삭제 간여 박종준 전 차장 특정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대통령경호처 인사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5.6.9. 연합
 

대통령실은 대통령경호처 본부장 다섯 명의 대기발령을 결정했다. 대통령경호처 역시 과감한 쇄신을 약속했다. 내란종식으로 가는 한 걸음을 뗀 셈이다. 내란에 관한 증거인멸 중심에 대통령경호처가 있었다는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경찰은 대통령경호처가 '비화폰 삭제'와 관련해 국정원과 주고받은 연락 내역을 수사하고 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9일 오전 브리핑에서 "대통령경호처는 12·3 내란과정에서 법원이 합법적으로 발행한 체포영장 집행과 압수수색을 막으면서 사회적인 혼란과 갈등을 초래했다"며 "경호처 수뇌부는 적법한 지시를 거부하고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한 간부들을 상대로 인사 보복을 취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민 전체를 위해 봉사해야 할 국가기관이 사실상 윤석열 전 대통령의 사병으로 전락해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실은 오늘자로 인사위원회를 열고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경호처 본부장 다섯 명을 전원 대기발령했다"며 "추가적인 인사조치가 나오기 전까지 대통령경호처는 당분간 직무대행체제로 전환된다. 이는 새정부가 들어선 데 따른 인적 쇄신과 조직 안정화를 위한 조치이며 이재명 대통령이 강조해 온 열린 경호 낮은 경호의 실행"이라고 전했다. 

 

대기발령 조치된 대통령경호처 간부는 이광우 경호본부장, 이진하 경비안전본부장, 김대경 경호지원본부장, 노승룡 경호안전교육원장, 안경호 기획관리실장 등이다. 대통령경호처는 별도 공지를 통해 본부장급 전원에 대한 대기발령 조치와 함께 "핵심부서 간부급들에 대한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며 "이번 인사는 국민주권정부 들어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았던 경호처를 과감히 쇄신하고 거듭나는 차원의 첫 단추"라고 덧붙였다. 

 

대통령경호처에 파견와 있던 33경호대장과 수방사 산하 55경비단장은 파견 해제 조치로 경호처를 떠나게 됐다. 이들은 지난 1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윤석열 체포영장을 집행할 때 '영장 집행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대통령경호처 협조 요청에 응했던 부대다.

 

이재명 정부가 강조해 온 '내란 종식'을 위해 대통령경호처 개혁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경호처가 비화폰 삭제에 가담한 것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7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비화폰 통화 기록이 삭제되기 전 조태용 국가정보원장과 박종준 전 대통령경호처장이 통화를 했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지난해 12월 6일 삭제된 윤석열과 홍 전 차장의 비화폰과 관련해 국정원과 대통령경호처가 주고받은 연락 내역 등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박종준 대통령 경호처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1.10. 연합
 

지난해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면담하며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날이다. 홍 전 차장은 국회에서 윤석열과의 비화폰 통화 화면 일부를 공개했다. 당시 통화 화면에는 '대통령님' '무선보안 1000' 'pss1000'이라고 적혀 있었다. pss는 경호처(Presidential Security Service)의 약자고, 1000은 대통령을 의미하는 경호처 내부 표기로 보인다.

 

경찰은 홍 전 차장의 폭로 이후 국정원 측이 경호처에 비화폰 '보안 조치(원격 로그아웃)'가 필요하다고 요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비화폰은 원격 로그아웃되면 통신 내역 등 정보가 초기화된 것처럼 지워진다. 경찰은 이런 과정이 증거인멸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보며, 구체적인 삭제 경위와 관련한 지시 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4일 김성훈 전 대통령경호처 차장을 소환해 조사한 결과 김 전 차장한테서 "비화폰 삭제를 지시한 바 없다" "당시 책임자는 박종준 경호차장이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경찰은 박종준 전 차장과 조태용 국정원장 등을 소환 조사하겠단 방침으로, 박 전 차장과 조 원장 측에 전화·문자로 질의했으나 모두 연락을 받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6일 윤석열과 홍 전 차장, 김성훈 전 차장의 비화폰 정보가 원격 삭제된 것과 관련해서도 불상자를 증거인멸 혐의로 입건한 상태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4일 대통령실 경호처장에 황인권 전 육군 대장을 임명했다. 경호차장에는 경찰 출신인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을 낙점했다. 이 대통령은 황 처장을 임명하면서 "이제는 국민을 위한 열린 경호, 낮은 경호를 통해서 경호실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며 "앞으로 대통령 출근한다고 길을 너무 많이 막지 마시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 김민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