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요구대로 관세협상 문서화했다면 경제에 큰 주름살”

조현 외교부 장관이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서 국민의힘 배준영 의원의 ''조지아주 구금 사태'' 관련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조현 외교부 장관이 16일 미국 조지아주 한국인 구금 사태와 관련해 “과거 많은 동맹·우방과 상당히 좋은 협력을 해오던 그런 미국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실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미국의 동맹국을 상대로 한 불법 체류자 단속으로 우리 국민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는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오래 묵혀둔 비자 문제를 미 측이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나섰고, 우리도 강하게 이를 압박해왔기 때문에 앞으로 비자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사태가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한-미 외교장관 회담에서 자진 출국한 구금자들의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도록 합의했지만 추방 기록은 아니더라도 불법 체류 기록이 남는 것 아니냐는 물음에 “전혀 기록을 안 남기기로 상호 합의를 봤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번 사태 중 일어난 인권침해 파악을 위해 전수조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 조지아주에 구금됐던 우리 국민의 인권침해 전수조사와 관련해 외교부, 법무부, 기업 합동 전수조사를 바로 시작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우선 외교부가 해당 기업 대표들과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외교부 당직자는 “구체적인 조사 방법 등은 기업 대표와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준비되는 대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수조사를 통해 구체적인 피해 사례가 확인되는 대로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 쪽에 항의할 방침이다.     < 서영지 기자 >

 

우리 형편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줄다리기 하고 있어

 

우원식 국회의장이 16일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에 출석하며 조현 외교부 장관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미국과 후속 관세협상이 교착상태인 것은 3500억달러의 구체적 투자 방식 등에 있어 “일본과 같은 방식을 (미국이)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상호관세 협상 교착의 가장 큰 쟁점이 뭐냐’는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3500억불 (대미) 투자 내용에 있어 미국은 투자하는 방식, 수익 배분 구조 등을 기본적으로 일본과 같은 방식 형태 이런 것들을 원한다”며 “하지만 그렇게 됐을 때 우리 경제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여러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우리의 형편에 맞는 수준으로 조정하기 위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은 미국이 투자처를 선정하면 일본이 45일 이내에 현금을 보내고, 투자금 회수 뒤에는 미국이 투자 수익의 90%를 가져간다는 협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는 지난 7월30일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내리기로 했지만, 3500억달러(약 486조원)의 투자 방식 등 구체적 이행 방안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일본과 협상을 근거로 우리 정부를 압박하고 있지만, 정부는 이런 압박이 협상용 성격도 있다고 보고 있다. 김 총리는 “미국도 (일본과 같이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지만, 꼭 그대로 될 것이라고 본다기보다는 협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얘기하는 면도 있지 않겠냐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내 조선업 부흥을 강조하고, 이를 위해서 한국의 협조가 필요한 만큼 이를 지렛대로 협상에 임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정부는 지난달 25일(현지시각) 이뤄진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관세협상을 문서화하지 않은 것은 ‘국익’을 위한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정상회담) 당시에 (미국 요구를) 그대로 문서화했다면, 우리 경제에 상당히 큰 주름살이 될 수 있는 걱정스러운 내용이 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재정 부담이 크면 헌법에 따라 국회 비준을 받아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한다. 미국 쪽에도 분명하게 밝혔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대미 투자 관련 협상 과정에서 무제한 한-미 통화 스와프 협정 체결을 미국에 요구한 사실도 공개했다. 조 장관은 ‘우리가 미국에 무제한 통화 스와프를 요청했다는데 사실이냐’는 김건 국민의힘 의원의 질문에 “그것도 (미국에) 제안한 여러 가지 내용 중의 하나라는 것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한편, 한-미 간 무역협상을 위해 이날 미국에 도착한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최종 결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16일부터 자동차 품목관세가 15%로 낮아진 점에 대해 “우리도 최대한 빨리 (15%로 적용)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영지 기자 > 

 

3대 특검 중 현역 의원 첫 구속 ‘통일교-윤석열 유착 의혹’ 수사 탄력

 

 
 
통일교로부터 불법 정치 자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영원 기자
 

윤영호(구속 기소)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 현안 청탁과 함께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는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16일 구속됐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 가운데 현역 의원 구속은 처음이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통일교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다리를 놓은 윤 전 본부장과 권 의원의 신병을 동시에 확보하면서 ‘통일교-윤석열 유착 의혹’ 수사가 한층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며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권 의원은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간30여분 동안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뒤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구인 피의자 대기실에서 결과를 기다렸다.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권 의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권 의원 체포동의안이 통과됐다. 권 의원은 2022년 1월5일 서울에 있는 한 중식당에서 윤 전 본부장을 만나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통일교의 정책을 국가 정책으로 추진해달라’, ‘윤 후보가 통일교 행사에 참여해 한학자 총재 말씀을 들을 수 있도록 해달라’는 등의 요청을 받으면서 윤석열 후보 지원 명목으로 현금 1억원을 받은 혐의가 있다.

 

특검팀은 권 의원의 체포동의요구서에서 “피의자는 유력 대통령 후보자의 최측근으로서 종교단체와 서로 이해관계를 충족하고자 거래했고 대한민국의 예산, 조직 등을 사적 목적 달성을 위해 사용해 죄질이 불량한 국정농단에 해당한다”며 “현직 국회의원인 자신의 권한과 지위를 남용해 증거를 인멸할 우려가 매우 크다”고 적시했다.

 

권 의원은 2022년 대선 전후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두 차례 찾아 큰절하고 현금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쇼핑백을 챙겨갔다는 의혹도 받는다. 아울러 특검팀 수사 과정에서 권 의원이 통일교 쪽에 한학자 총재의 원정도박과 관련한 경찰 수사 정보를 흘려 준 정황도 드러났다. 권 의원은 지난해 비상계엄 이후 보좌진 명의의 차명폰으로 윤 전 본부장 및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통화한 사실도 특검팀에 포착됐다. 특검팀은 지난 7월 권 의원을 압수수색하면서 그의 차명폰을 확보해 이런 사실을 파악했다.

 

권 의원은 자신의 혐의를 일관되게 부인해왔다. 권 의원은 이날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도 “참담한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 때 탄압 수사가 생각이 난다”며 “그때도 결백했고 이번에도 결백하다. 문재인 검찰의 수사가 거짓이었듯이 이재명 특검의 수사도 거짓이다.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밝히면서 잘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 곽진산  이나영 기자 >

 

대북송금 개입, KH그룹 수사 무마 등 혐의
"도대체 무슨 권한으로 각종 수사 개입했나"
"대북송금, 검찰 독재의 가장 대표적인 사건"
"사실로 밝혀진다면 대형 권력형 부정부패"

이철규 "그런 범죄에 연루됐다면 정계은퇴"
"한준호·민주당 무고와 명예훼손 고소할 것"
한준호 "적반하장…고발로 사법정의 세워야"

 

더불어민주당 정치검찰조작기소대응 특위 소속 의원들이 16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국민의힘 권성동·이철규 의원에 대한 고발장 접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왼쪽부터 이건태, 한준호, 이주희 의원. 2025.9.16. 연합
 

더불어민주당은 16일 '대북송금 사건' 검찰 수사에 개입해 이재명 대통령 등에게 누명을 씌우고 거액을 받은 혐의(알선수재 및 변호사법 위반)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 또 쌍방울그룹과 경제 공동체인 KH그룹의 배상윤 회장 배임·횡령 수사 무마 청탁을 받고, KH그룹 소유 골프장 운영권을 다른 기업으로 넘기도록 한 혐의(변호사법 위반)로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도 함께 고발했다.

 

민주당 정치검찰 조작기소대응특별위원회 소속 한준호(위원장)·이건태(부위원장)·이주희 의원은 이날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권 의원과 이 의원에 대한 고발장을 각각 제출했다.

 

앞서 지난 5일 KH강원개발의 조경식 전 부회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1소위원회에서 열린 검찰개혁 입법 청문회에 출석해 대북송금 사건 검찰 로비를 명목으로 권 의원에게 48억 원을 건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조 전 부회장은 "(국외 도주 중인) 배상윤 회장이 공항을 자진 입국해서 들어오면서 기자 인터뷰를 하는 걸로 시작을 해서 누군가의 이름을 거론시키기로 했다"며, 이재명 대통령과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두 사람의 이름을 거론했다.

 

이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검찰이 쌍방울 사건을 적당히 봐줄 테니, 이화영을 엮어 넣어야 하고 이것으로 이재명도 엮어 넣어야 한다는 구도가 그려졌고, 그 구도는 권 의원이나 권 의원 아는 사람 등을 통해서 알게 됐느냐" 물었고, 조 전 부회장은 "맞다"고 답했다. 또 "이화영 소스(혐의)와 쌍방울 수사를 딜(거래)하는 검찰과의 시도가 있었냐"는 서 의원 질문에 조 전 부회장은 거래를 시도한 게 "권 박사(권성동 지칭) 쪽 사람"이라고 했다.

 

아울러 조 전 부회장은 "KH그룹의 강원도 평창에 45홀 골프장이 있다"면서 "1년에 190억 원 현찰이 들어오는 곳인데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 때문에 (헐값인) 보증금 10억에 5년간 운영권을 (다른 기업에) 줬다. 그것 때문에 지금 이런 사달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전 부회장의 주장에 따르면 배상윤 회장은 20대 대선 뒤인 2022년 6월 국외로 도피하게 되는데, 그에 앞서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이철규 의원 등을 만났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배 회장은 이 의원이 검찰 수사 위협을 막아줄 것으로 판단하고, 이 의원과 가깝다고 알려진 기업에 알펜시아 골프장 운영권을 넘기기로 했다. 수사 무마를 대가로 현금이 나오는 '알짜배기' 사업을 일종의 로비 대가로 넘겼다는 게 조 전 부회장의 설명이다.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 유착'의 발단으로 지목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1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며 입장 표명에 앞서 취재진 마이크를 보고 있다. 2025.9.16. 연합
 

특위 위원장인 한준호 의원은 고발장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대체 이들이 무슨 권한으로 각종 수사에 개입을 하면서 사건을 조작하려고 했는지 묻지 않을 수가 없다"면서 "국민의힘이 그동안 그렇게 외쳐왔던 법치주의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데, 그 의혹의 당사자들은 되려 민주당을 향해서 겁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오늘 이철규 의원이 기자회견을 열어서 민주당과 제가 범죄에 가담했다라고 주장하면서 정계를 은퇴하라고 말을 했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며 "진정 정계를 은퇴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수사를 통해서 확실하게 가려내야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오늘 우리 특위는 권성동·이철규 두 사람의 변호사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해서 사법 정의를 바로 세우도록 하겠다"고 했다.

 

특위 부위원장인 이건태 의원은 "검찰이 기소 편의주의를 악용해서 조작 기소를 하고, 법원이 그걸 걸러주지 않고 확장 해석을 하면 완벽하고 효율적인 신종 독재가 작동하게 된다"며 "그 대표적인 사건이 대북 송금 사건이다. 지난 법사위에서 조 전 부회장의 폭로가 매우 충격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조 전 부회장의 폭로가 수사를 통해 사실로 밝혀지면 권성동·이철규 두 의원은 대형 권력형 부정부패를 저지른 것이 된다"며 "권 의원은 정적 죽이기 공작 정치를 한 것이다. 국가수사본부가 이 고발장을 받아서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를 해 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긴급 의원총회에서 'KH그룹 수사무마 의혹'과 관련, "그런 범죄에 연루됐다면 바로 정계 은퇴하겠다"며 "이 대통령의 대북송금 범죄를 뒤집으려고 무고한 야당 의원을 끌어들인 한준호 의원도 마찬가지로 정계은퇴하고 의원직을 내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준호 의원이 고소를 예고했는데, 고소장이 접수되는 순간 (나도) 무고와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권 의원의 '대북송금 사건 조작 의혹'에 대해서도 "(조 전 부회장이) 잠실 롯데호텔 커피숍에서 권성동 의원에게 돈 48억 원을 전달했다는데, 1억 원이 2킬로그램(㎏)이고 48억 원이면 96㎏"이라면서 "상식과 제정신을 갖고 상황을 판단하면 누구나 거짓이라고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철규 의원이 1일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이른바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 1심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5.9.1 [공동취재] 연합
 

통일교 쪽으로부터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구속 영장이 청구된 권 의원은 오후 2시부터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있다.

 

권 의원은 영장심사에 들어가기 전 취재진과 만나 "참담한 심정이다. 문재인 정권 때 검찰 탄압 수사가 생각난다. 무리한 수사, 부실한 구속영장 청구, 정치권력과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점에서 문재인 검찰이나 이재명 특검은 동일하다. 저는 그때도 결백했고 이번에도 결백하다"며 혐의를 거듭 부인했다.

 

그러면서 "문재인 검찰의 수사가 거짓이었듯이 이재명 특검의 수사도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오늘 법원에서 사실관계를 그대로 밝히면서 잘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권 의원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늦은 오후나 이튿날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만약 권 의원이 구속된다면 통일교 관련 불법 정치자금 사건 외에도 대북송금 사건 조작 로비 의혹 사건 등에 대한 수사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 김성진 기자 >


미국 간 트루스포럼, 현지서 첫 행사
모스 탄, 고든 창, 전한길 등 무대로
“한국 부정선거” “종교 탄압” 외쳐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전한길 전 한국사 강사가 연설하고 있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미국 극우와 연대하기 위한 한국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미국 진출이 확산하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각)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미국 워싱턴디시 인근에서 첫 행사를 열고 미국 내 활동을 본격 시작했다.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교수, 고든 창 변호사 등 대표적인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무대에 올랐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극우 성향의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도 참여했다. 이들은 특히 최근 손현보 세계로교회 담임목사의 구속과 미 극우 인사 찰리 커크의 사망을 고리 삼아 한·미 극우의 연대를 촉구하고 상대 진영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겼다.

 

이날 미국 워싱턴디시에서 1시간가량 떨어진 버지니아주 섄틸리에서 열린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 무대는 음모론에 바탕을 둔, 한국 정부에 대한 원색적 비난으로 가득 찼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는 “그의 이름은 이재명이지만, 저는 그를 ‘차이나 리’라고 부른다. 그의 부상이 중국의 대규모 지원을 통해 가능해졌음이 분명하기 때문”이라며 “차이나 리! 스톱 더 스틸!(선거를 훔치지 마라)”이라고 외쳤다. 참석자 300여명은 큰 소리로 복창했다. 예배 형식을 띤 행사 5시간 내내 이런 모습이 반복됐다.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고든 창 변호사가 성조기와 태극기를 휘두르고 있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개신교 복음주의를 공통분모로 한 두 나라의 극우 인사들은 손현보 목사의 구속을 종교 탄압으로 규정하고,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개입을 부를 것이라는 주장을 거듭했다. 손 목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세이브코리아’의 대표로, 지난 8일 사전 선거운동 혐의를 받아 구속됐다. 모스 탄은 “이재명 정부는 정치인들뿐 아니라 목회자들까지 탄압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이며, 미국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한길씨는 “존경하는 찰리 커크가 방한해 종교 탄압을 트럼프 대통령께 알리겠다고 말한 뒤 유명을 달리했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저 역시 언제 죽을지 모른다. 이틀 전에 150만원 주고 방탄복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껏해야 벌금 정도의 사안인데 구속까지 시킨 것은 종교 탄압”이라며 “미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극우 인사들의 종교 탄압 주장이 거침없이 쏟아진 같은 시각, 국민의힘 지도부도 지구 반대편에서 동일한 목소리를 냈다. 장동혁 대표는 14일 오전 손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는 부산 강서구 세계로교회 예배에 참석해 “(손 목사 구속은) 모든 종교인에 대한 탄압”이라며 “2025년 대한민국에서 종교 탄압을 막는 것이 제 소명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기름부음 받은 하나님의 종에 대적한 행위는 하나님께서 심판하실 것”이라고도 했다. 한국 극우 인사들이 미국에 또다른 거점을 구축한 날, 제1야당이 이들과 한배를 탔음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한·미 극우 세력의 확장 가능성을 우려케 하는 상징적 장면이었다.

 

지난 7월 미국 지부를 설립한 보수 성향 청년 단체 트루스포럼이 13일(현지시각) 개최한 제1회 워싱턴트루스포럼에 참석한 전한길씨 등 주요 연사들. 섄틸리/김원철 특파원

                                         < 섄틸리(미국 버지니아주)/김원철 특파원  장나래 기자 >

 

한·미 부정선거 연대 뒤에 ‘케이시팩’과 ‘극우 개신교계’ 있다

한·미 극우연대 해부-  네트워크 핵심 축

 
손현보 부산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최하는 ‘세이브코리아’ 집회 모습. ‘세이브코리아’는 12·3 비상계엄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등을 주장했다. 한겨레 자료사진
 

 

한국의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은 더 이상 국내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내수용’ 메시지 전파에 만족하지 않는다. 미국 극우 인사들과 연대하기 위해 아예 단체 설립 목적을 네트워크 구축에 두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곳으로 미국 쪽 자금과 공화당 연줄을 기반으로 한 한국보수주의연합(KCPAC·케이시팩)이 꼽힌다. 일부 보수 개신교계도 12·3 비상계엄과 대선을 거치며 한·미 극우 연대의 주요한 축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미 셔틀 행사’ 주력, 케이시팩

 

미국 보수 진영의 최대 행사인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시팩)의 ‘한국판’을 표방하는 케이시팩은 2019년 10월 설립 이후 ‘한·미 셔틀 행사’에 주력하고 있다. 케이시팩 쪽은 그동안 “우리는 미 공화당과 백악관 쪽에 객관적 정보를 제공한다. 중국 공산당의 의회·언론·기업 침투와 이에 따른 부정선거 가능성을 검증하자는 요구는 최우선 안보 사안”이라고 주장해왔다. 케이시팩 공동 대표 그랜트 뉴섬(미 해병대 예비역 대령)은 자료집에서 “알코올 중독자가 자신에게 문제가 있음을 인정하는 것처럼 한국은 선거 제도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했다. 케이시팩은 올해 2월 워싱턴디시(D.C)에서 열린 시팩 연례행사에서 ‘부정선거 중국 배후설’을 주장하는 고든 창 변호사와 모스 탄 리버티대 교수 등과 함께 별도 부스를 운영했다. 시팩 운영진이기도 한 고든 창은 메인 무대 연설에서 “시팩코리아(케이시팩)는 지구상에서 가장 취약한 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있다. 한국에서 좌파는 윤석열을 제거하고 정부를 장악하려 한다”고 했다.

 

케이시팩은 한국계 미국인 애니 챈(한국 이름 김명혜·73)이 자금을 대고, 미국 시팩과 연결해주며 설립됐다. 애니 챈은 1990년대부터 미 공화당에 정치자금을 대는 ‘큰손’이자, 한·미 양국 부정선거 음모론자를 연결시키는 당사자이기도 하다. 한겨레가 입수한 케이시팩의 또 다른 자료에는 “(애니 챈은) 대한민국 상황을 워싱턴 정가에 알리는 등 왕성한 로비 활동을 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들과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며 지속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민경욱 전 국회의원은 한겨레에 “애니 챈은 부정선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계신 애국자”라고 했다. 애니 챈은 케이시팩 외에도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와 한미동맹유에스에이, 원코리아네트워크 등 ‘유사 단체’를 설립해 지원했다.

 

                           

  극우 개신교계 네트워크 재가동되나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로 당선된 이재명 대통령의 교회 탄압.’

 

극우 개신교계가 만들어 미 극우 진영에 이식하는 데 성공한 대표적 케이(K)-음모론이다. 특히 윤석열 내란 특검 국면을 거치며 이재명 정부의 ‘교회 탄압’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다. 반중과 부정선거를 결합한 극우 담론을 유포하는 개신교계는 크게 전광훈(서울 사랑제일교회), 손현보(부산 세계로교회), 심하보(서울 은평제일교회) 목사 계열로 나뉜다. 전 목사가 노년층 태극기 부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반면, 손현보·심하보 목사는 미국과의 교류에 적극적이다.

 

손현보 목사는 올해 들어 윤석열 탄핵을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운동을 통해 전국구 인사로 급부상했다. 한·미 극우 개신교 관계를 연구하는 서명삼 서강대 교수(종교학과)는 “손현보는 김민아의 ‘빌드업코리아’를 통해 (미 마가 세력인) 찰리 커크의 ‘터닝포인트유에스에이’와 직접 연결고리가 있다”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아들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도 지난해 방한해 손 목사와 만났다. 손 목사는 지난 8일, 6·3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를 낙선시켜야 한다’는 설교 등을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구속됐다. 그는 구속에 앞서 “내가 구속되면 대한민국이 전체주의 국가, 나치 국가가 됐다는 것을 전세계에 증명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은평제일교회 심하보 목사는 지난 7월 부정선거와 이재명 대통령 범죄 연루설을 주장하는 모스 탄을 초청해 집회를 열면서 널리 이름을 떨쳤다. 최근에는 모스 탄을 주한 미국대사로 임명해달라는 서명운동을 벌이는 중이다.

                                                      < 김남일  정인선  김해정 기자 >

 

“좌파 미치광이를 색출하라”…커크 암살 뒤 미 극우, 반대자 사냥몰이

트럼프 “급진 좌파 미치광이 문제 해결할 것”
커크 사망 관련 발언한 15명이 직장서 해고

 

 
 
1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한 건물 바깥벽에 지난 10일 피살된 미국 청년 우파 논객 찰리 커크를 추모하는 사진이 걸렸다. 사진 속 커크(오른쪽)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을 맞대고 껴안고 있다. 텔아비브/AFP 연합
 

‘정중하게 애도해라, 그렇지 않으면 후과를 겪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미국 우파 진영이 극우 활동가 찰리 커크의 암살을 계기로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단속과 탄압을 촉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현 행정부와 공화당 인사들이 커크 사망의 책임을 좌파에게 물으며, 마가 진영에서는 커크의 견해와 행동을 비판한 사람들을 색출해 보복하는 집단행동이 이어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커크가 숨진 10일 영상 담화에서 “급진 좌파 쪽 인사들이 찰리 같은 훌륭한 미국인을 나치 및 세계 최악의 대량 학살범, 범죄자에 비교했다”며 “그런 언사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 보고 있는 테러리즘에 직접 책임이 있다”고 겨냥했다. 다음날도 “급진 좌파 미치광이 그룹”을 언급하며 “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강경한 트럼프주의자인 낸시 메이스 하원의원은 “민주당원들이 오늘 일어났던 일에 책임이 있다”고 말해, 커크의 사망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 수장을 지낸 억만장자 일론 머스크는 좌파는 “살인당”이라고 비난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이민 등 주요 의제의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정책실장의 부인이자 마가 진영의 유력 인플루언서인 케이티 밀러도 엑스에서 “당신들은 우리를 나치로, 인종주의자로 부른다”며 “당신들이 손에 피를 묻혔다”고 말했다. 우파 작가이자 블로거인 맷 포니는 “찰리 커크 암살은 미국판 독일 의사당 방화”라고 규정하고는 “좌파에 대한 완벽한 탄압의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정치인 체포와 당 해산을 주장했다. 이번 사태를 나치가 독재 체제 완성에 이용했던 의사당 방화처럼 이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커크의 죽음을 조롱했다는 명분으로 광범히 한 단속과 탄압이 이미 진행된다. 트럼프의 귀를 잡고 있다고 알려진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는 엑스에서 ‘커크 비판자 색출 운동’을 조직하며 “당신의 향후 직업이 완전히 파괴될 것이니 대비하라”고 경고했다. 클레이 히긴스 공화당 하원의원은 엑스에서 “그 아름다운 젊은 사람에 대한 악랄한 살인을 축하하는 건방진 증오의 입을 놀리는 어떤 자도 모든 플랫폼에서 영구히 금지”돼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14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적어도 15명이 온라인 등에서 커크의 죽음을 거론한 뒤 해고당하거나 정직을 당했다. 익명으로 도메인 등록이 된 ‘찰리의 살인자들을 폭로하자’ 사이트에는 41명의 이름이 올라왔는데, 거명된 이들 중에는 “당해도 싸다” 등의 발언을 했으나, 대부분 커크가 총기 규제를 반대하고, 정치적 폭력을 옹호했다고 지적한 사람들이다. 이 사이트 첫 화면에는 곧 제보받은 3만건의 자료를 게시할 것이라고 공지가 떠 있어, 추가 피해자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커크는 2023년 미국에서 해마다 총기로 사망이 느는 것은 수정헌법 2조의 “납득할 만한 대가”라며, 그 죽음들이 “가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2022년에는 중간선거 직전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의 남편 폴 펠로시를 자택에서 망치로 머리를 폭행한 용의자를 적극 옹호했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어떤 놀라운 애국자가 중간선거의 진정한 영웅이 되고자 원한다면, 거기 가서 그 친구를 구출해야만 한다”고 했다. 커크는 또 그 사건을 “부적절한 성관계 유혹을 하려다 일이 틀어진” 것으로 묘사한 히긴스 의원의 견해에 동조하기도 했다. 임신중지를 반대하면서는 ‘10살짜리 딸이 성폭행을 당해 임신했다면 출산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그의 수사가 ‘총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방송에서 말한 엠에스엔비시(MSNBC) 선임 정치분석가 매슈 다우드는 즉시 해고됐다.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의 저자인 스티븐 레비츠키 하버드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에 “이 사건은 군대를 거리에 투입하는 촉진제로 사용될 수 있다”며 치안유지를 명목으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이 일상화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줄리언 젤리저 프린스턴대 정치사 교수는 “미국 도시들의 거리에는 실제로 연방군이 있고, 트럼프는 원하는 대로 연방 군사력을 휘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