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에 점령된 중국 상하이(上海) 거리의 전쟁 폐허 속에서 일본군 위안소를 가리키는 '황군위안소' 안내 표지가 붙어 있다. 이 사진은 1937년 말에서 1938년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쑤즈량 상하이사범대 교수 제공=연합뉴스
중국 상하이(上海)시 훙커우(虹口)구 둥바오싱(東寶興)로에는 전면에 아치 모양 창문이 나란히 박힌 오랜 2층 서양식 벽돌 건물이 서 있다.
이 건물에는 아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가 바로 이 건물에 있던 것이다.
일본군은 1931년 11월부터 1945년 8월 2차 세계대전 패전 때까지 이곳에서 일본군 장교를 위한 위안소인 '다이살롱'(大一沙龍)을 운영했다.
다이살롱은 세계 최초로 들어선 일본군 위안소였다. 또 가장 오래 운영된 일본군 위안소이기도 했다.
세계 최초의 일본군 위안소 '다이살롱'이 있던 건물. 지난달 28일 중국 상하이 훙커우(虹口)구 둥바오싱(東寶興)로의 옛 '다이살롱' 건물 앞을 한 행인이 지나고 있다.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 동원성을 부정하는 취지의 논문을 써 거센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중국 지역에서만 다이살롱처럼 실제 존재한 것으로 확인된 일본군 위안소만 해도 1천 곳을 훌쩍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위안부문제연구센터는 28일 연합뉴스에 지금까지 중국에서 각종 사료를 통해 실재한 것으로 확인한 일본군 위안소가 최소 1천127곳에 달한다고 밝혔다.
현행 성(省)·직할시별로 보면 후베이성이 295곳으로 가장 많았고 산둥성(208곳), 저장성(183곳), 상하이시(172곳), 장쑤성(70곳), 안후이성(70곳), 후난성(50곳), 광둥성(42곳), 윈난성(37곳) 등이다.
당시 한국처럼 일본의 식민지였던 대만에서도 최소 137곳의 위안소가 운영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센터 측은 설명했다.
대만까지 합쳤을 때 중국어권 지역에서 발견된 일본군 위안소는 '1천264곳 이상'이다.
센터 측은 1천여 곳에 달하는 일본군 위안소가 각종 사료를 통해 철저히 확인된 곳만 추려낸 것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동북3성, 베이징시, 톈진시, 허난성, 허베이성, 푸젠성, 하이난성 등 일본군 위안소가 다수 존재했던 다른 지역의 경우 일본군 위안소의 전체적 규모를 산정하는 작업이 여전히 진행되고 있어 향후 존재가 확인된 일본군 위안소 규모가 수천 곳으로 급증할 것으로 센터 측은 전망했다.
나아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이 중국 외에도 동남아시아 각국 등 각지에서 다수의 위안소를 운영한 사실까지 고려하면 전체 일본군 위안소 운영 규모는 훨씬 클 수밖에 없다고 센터 측은 설명한다.
이번에 1차 규모가 드러난 중국 내 위안소는 한반도 출신 위안부들이 큰 고통을 받던 장소다.
센터 소장인 쑤즈량(蘇智良) 상하이사범대 교수는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사실 한국 출신 위안부 여성들이 주로 피해를 본 곳이 중국"이라며 "일본이 중국에 주둔하면서 북쪽의 헤이룽장에서 남쪽의 하이난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든 한국 위안부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확인된 것만 해도 1천 곳이 넘는 방대한 규모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성격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가 된다고 지적한다.
중국 위안부 문제 전문가 쑤즈량 교수.
쑤 교수는 "많은 사료가 위안부가 자유를 잃고 일본군의 통제를 받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하나 더 중요한 문제가 있는데 바로 위안소의 규모에 관한 것"이라며 "인류 문명사상 이런 시설이 이렇게 많이 설치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군이 상하이 한 도시에서만 해도 최소 172개의 위안소를 뒀는데 이는 매우 부끄러운 것"이라며 "우리는 중국의 10여개 성과 직할시에서 (위안소 분포를) 조사하고 있지만 계속 숫자는 늘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쑤 교수는 연합뉴스에 과거 위안소가 운영되고 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찍힌 사진을 제공했다.
1937년 말에서 1938년 초 촬영된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에는 폐허가 된 상하이의 도시 한복판에 '황군위안소'(皇軍慰安所)라는 안내판이 걸린 모습이 나와 있다.
쑤 교수는 "이 사진은 일본군 점령 하의 상하이에서 촬영된 것으로서 주변이 대부분 폐허로 변한 전장 한복판에서도 일본군이 위안소를 세워 운영하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쑤 교수는 "과거 위안소가 있던 건물들이 도시 개발로 대량으로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전력을 다해 역사의 기록을 남기는 일을 하고 있다"며 "우리 대에 완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젊은이들이 계속 이어 연구를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무릎 꿇고 연쇄 총격 희생자 추모하는 미 애틀랜타 시민: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마사지숍 '골드스파' 앞에 마련된 임시 추모소 앞에서 18일 타라 윈스턴이란 이름의 여성이 무릎을 꿇고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애틀랜타 일대에서는 지난 16일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해 아시아계 여성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애틀랜타 UPI=연합뉴스)
미국 주지사 26명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폭력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주 주지사와 찰리 베이커 매사추세츠주 주지사,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주 주지사,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 등 26명의 주지사는 26일(현지시간) 공동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은 그야말로 비미국적"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우리는 아시아계 커뮤니티에 대한 인종주의와 폭력, 증오를 규탄하며 (그들을) 보호하고 일으키며 지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아내를 둔 호건 주지사와 베이커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고 나머지는 민주당 소속 주지사다.
행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전직 아시아계 당국자들 60여명도 공동 성명을 통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 중단을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일레인 차오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상무장관을 지낸 개리 로크,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 교통장관을 지낸 노먼 미네타 등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수백년 동안 아시아계는 이 나라의 활력과 성공에 많은 기여를 했으나 우리는 아직도 외국인이나 덜 미국적으로 여겨지고 타자로 대우받는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한인 여성 4명 등 아시아계 6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진 애틀랜타 총격을 계기로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말 맞아 미 전역서 항의 시위…샌드라 오도 참여
20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주 의회 의사당 앞에 모인 시민들이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를 중단하라며 항의 시위를 하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증오는 바이러스다.”
백인 청년이 한인 4명 등 아시아계 여성 6명을 사망케 한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주말인 20일 미국 곳곳에서 열렸다. 미 경찰이 ‘증오범죄’ 가능성을 낮게 보는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은 이번 사건이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범죄가 명백하다며, 증오를 멈추라고 항의했다.
<시엔엔>(CNN)과 <로이터> 통신 등은 이날 총격 사건이 발생한 애틀랜타를 비롯해 피츠버그,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시애틀 등 미국 곳곳에서 각각 수백 명이 모여 이번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고 보도했다. 아시아계와 태평양계 등 증오범죄에 노출된 이들과 증오범죄에 반대하는 백인, 흑인 등이 두루 모였다.
이날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내의 주 의회 의사당 옆 공원에서 열린 집회에는 한인을 포함한 시민과 활동가 등 수백 명이 모였다. 이들은 우드러프 공원에서 주 의사당으로 행진하면서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춰라’, ‘아시아인들은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에 참여한 한성희씨는 “우리가 여기에 있다는 것을 세상과 사람들이 분명히 알기를 원한다”고 <로이터> 통신에 말했다.
20일 미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증오범죄 반대 집회에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참가해 발언하고 있다. CBS 유튜브 갈무리
한국계 배우 샌드라 오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집회에 참석했다고 <시비에스>(CBS) 방송이 전했다. 샌드라 오는 2분여 동안 구호를 외치며 시위대를 이끌기도 했다. 그는 “나는 아시아인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며 “우리가 두려움과 분노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는 형제자매들에게 손을 내밀어 ‘도와달라’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차이나타운에서도 중국계 등 수백여 명이 모여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곳은 아시아계에 대한 폭행이 자주 일어나는 곳이기도 하다. 이날 일본과 캄보디아 출신 등 여러 아시아계 시민들이 모여 증오범죄를 멈추라고 주장했다.
앞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에 대한 폭력을 규탄했다. 그는 에모리 대학에서 한 연설에서 “많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걱정하면서 거리를 걷는다. 그들은 공격당하고 비난당하고 희생양이 되고 괴롭힘을 당했다. 언어적·물리적 공격을 당하고 살해당했다”며 “이건 바뀌어야 한다. 우리는 목소리를 내고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아시아계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도 연설에서 “대통령과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폭력에, 증오 범죄에, 차별에 맞서 언제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내 아시아·태평양계(AAPI) 단체 180여 곳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과의 간담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 문제 대처를 위해 3억달러(3390억원) 규모의 예산을 요청했다. 백악관이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릴 것도 촉구했다. 최현준 기자
“할머니는 전사” “헌신하는 싱글맘”…한인 여성 4명 애끓는 사연
2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앨햄브라에서 열린 애틀랜타 총격 사건 항의 촛불시위에서 한 여성이 촛불을 밝히고 있다. 앨햄브라/AP 연합뉴스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희생된 한인 여성 4명의 사연이 <워싱턴 포스트> 등 미국 현지 매체와 소셜 기부 누리집 ‘고펀드미’를 통해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더 나은 삶을 찾아 미국에 온 개척자였고, 가족들에게 헌신하는 한국의 엄마였다.
1980년대 미국에 건너간 김순자(69)씨는 슬하에 남매를 두고, 손주 3명을 뒀다. 김씨는 영어를 잘하지 못해 2~3개의 궂은일을 동시에 하며 가족을 돌봤다. 그의 첫 직업은 텍사스 군부대에서 접시를 닦는 일이었고, 이후 편의점과 부동산 사무소 등에서 일했다. 밤에는 가욋일로 사무실 청소를 하며 돈을 벌곤 했다.
그의 손녀는 ‘고펀드미’에 올린 소개 글에서 “할머니는 우리 가족들에게 더 나은 삶을 선사하기 위해 서울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왔다”며 “나의 할머니는 전사였다”고 썼다. 김씨의 또 다른 가족은 “그녀는 항상 가족이 최우선이었다”며 “가족들에게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다’고 늘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가톨릭 신자였던 김씨는 요리와 후원 등으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했다. 1998년 한국 금융위기를 계기로 꾸려진 ‘글로벌어린이재단’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했고, 워싱턴 디시(DC)에서 노숙자를 돕는 활동에 참여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 재임 시절 대통령 봉사상을 받기도 했다고 한 가족은 말했다.
현정 그랜트씨는 4명의 한인 중 유일한 한국 국적자였다. 아들 랜디 박(23)은 최근 현지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엄마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고 말했다. 박씨는 “엄마가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것을 알았고, 어머니가 걱정돼 다툰 적도 있다”며 “엄마는 (두 아들을 위해) 이곳 미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에게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말을 들었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문제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매우 가까웠다”며 “어머니는 춤과 파티를 사랑하고,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EDM 뮤지션) 티에스토를 사랑했다. 그녀는 10대 같았다”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어머니를 회상했다.
박순정(74)씨는 이번 사건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많다. 그는 대부분의 미국 생활을 뉴욕에서 보냈고, 친구와 가까이 살기 위해 최근 애틀랜타로 이사 왔다. 스파 관리를 도우면서 직원들을 위해 점심과 저녁을 만들었다. 그의 사위인 스콧 리는 “어머니는 일을 즐겼다. 돈 때문이 아니라 약간의 소일거리를 원했다”며 “어머니는 매우 건강했고, 모든 사람이 100살 넘게 살 거라고 했다”고 말했다.
유영애(63)씨는 1980년대 미군 남편을 만나 한국에서 조지아로 이민 왔다. 코로나19 사태 때 실직한 뒤 한국 음식을 만들거나 영화를 보고,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의 아들인 로버트 피터슨은 “엄마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며 “그는 한 인간이었고 공동체의 일원이었다. 다른 희생자들처럼 엄마도 그런 일(총격)을 당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지난해 백인경찰 과잉 진압으로 플로이드 숨진 뒤 전개된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비슷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서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는 해시태그(#) 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StopAsianHate’(해시태그 아시아인 혐오를 멈추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아시아인종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는 목소리를 내는 해시태그 운동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지난 16일 연쇄 총격으로 한국인 4명 등 8명이 숨진 지 3일 만인 19일 인스타그램에는 #StopAsianHate가 달린 게시물이 10만건을 훌쩍 넘었다.
이번 해시태그 운동은 지난해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뒤 온라인상에서 시작된 ‘#BlackLivesMatter’(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 해시태그 운동과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지난해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고 강조했던 해시태그 운동이 미전역 흑인 인권운동으로 발전한 전례를 따를지 주목된다.
미국에서 사는 아시아계 사람들은 자신이 받은 차별의 경험을 공유하고 “차별을 멈춰달라”고 호소하면서 해시태그를 달고 있다. “증오는 바이러스다(Hate is a virus)”라는 문구가 적힌 사진을 공유한 응우옌은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일로 정말 마음이 아프고, 부모님의 안전이 걱정된다. 공장, 미장원, 네일아트가게, 식당 노동자로 일하는 우리 역시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미국인이다.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를 멈추라(#StopAsianHate)”고 썼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끄엉은 “모든 친척을 베트남에 두고 오직 자녀들의 밝은 미래를 위해 아는 사람 한명 없는 미국으로 왔던 어머니의 아픔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역시 해시태그를 달았다.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배우 샌드라 오가 아시아계 미국인을 돕는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갈무리
이번 해시태그 운동에는 영화배우 등 미국 주류사회의 유명인사들도 속속 동참하고 있다. 한국계 할리우드 영화배우인 샌드라 오는 “많은 사람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범죄를 끝내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물어온다”며 아시아계 미국인의 안전과 인권 향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후원방법을 소개했다. 미나리의 주연배우인 스티브 연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아시아·태평양계 미국인을 위한 정신건강지원센터’의 누리집 주소를 공유했다. 아시아·태평양계 이민자를 위한 시민사회단체인 AAPI와 함께 연대하고 있는 이 센터는 인종차별의 경험이나 혐오범죄로 인한 트라우마를 앓는 이민자들에게 상담서비스와 여러 가지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미국 전역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이민자는 2천1백만명(2018년 인구조사 기준)에 이르지만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5%에 불과하다. 이처럼 미국사회에서 소수자의 위치에 있었던 아시아인에 대한 혐오범죄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급증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천여건에 달했다. 이는 미국에서 발생하는 혐오범죄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많은 숫자다. 미국 법무부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7천3백건가량의 혐오범죄가 일어났다. 이재호 기자
애틀랜타 한인 피해자 아들 “어머니는 두 아들에 헌신한 싱글맘”
범행동기 ‘성 중독’이라는 경찰 발표엔 “헛소리(Bullshit)”
현정 그랜트씨 큰 아들, ‘데일리 비스트’와 인터뷰서 언급
18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시아 여성을 보호하라”는 손팻말을 든 채 연대 행진을 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FP 연합뉴스
“어머니는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헌신한 싱글맘이었다.”
지난 16일 미국 애틀랜타에서 8명의 사망자를 낸 연쇄 총격 사건의 한인 피해자 현정 그랜트씨의 아들 랜디 박(23)은 18일 현지 온라인 매체 <데일리 비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인 사망자 4명 중 현정 그랜트씨를 포함해 2명의 이름이 확인된 가운데, 유족이 언론과 인터뷰를 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랜디 박은 “어머니가 성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사지숍에서 일하는 것을 알았고, 어머니가 걱정돼 다툰 적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머니는 (두 아들을 위해) 이곳 미국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했다”고 말했다.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21)의 범행 동기를 “성 중독”으로 설명한 전날 경찰 발표에 대해서는 잠시 말을 고른 뒤 “헛소리(That’s bullshit)”라고 선을 그었다. 애틀랜타 경찰도 걷잡을 수 없는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하루 만인 이날 롱을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하는 방안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태도를 바꿨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미국 사회에서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가 급증했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과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의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3월19일부터 올해 2월28일까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혐오사건이 3795건 접수됐다. 박씨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는 있었지만 “솔직히, 나에게 닥칠 일이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박씨는 이제서야 “매우 다른 렌즈를 통해 그(인종 증오범죄) 문제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박씨는 어머니로부터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초등학교 교사였다”는 말을 들었고, 아버지에 대해서는 모른다고 했다. 하지만 “여자친구와의 문제든 무엇이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엄마와 매우 가까웠다”며 “어머니는 춤과 파티를 사랑하고, 클럽에 가는 것을 좋아하고, (EDM 뮤지션) 티에스토를 사랑했다. 그녀는 10대 같았다”고 다시는 볼 수 없게 된 어머니를 회상했다.
16일 저녁, 박씨는 조지아주 덜루스 집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게임을 하고 있었다. ‘골드 스파’ 생존자의 딸이 전화를 해줘서 어머니의 사망 소식을 알았다. 경찰이 사건 현장 접근을 막고 있어서 아직 현장에도 가보지 못했다. 20대 초반인 그에게 이 상황은 너무도 “초현실적”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돌봐야 할 남동생이 있다”며 “극도로 슬프고 할 수 있는 한 최대로 슬퍼하고 싶지만, 앞으로 나아가는 것 이외에 다른 선택지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엔 자신과 동생 둘만 남았고, 한국에 있는 가족들도 미국에 들어올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당장 생계가 막막한 그는 온라인 모금사이트 ‘고펀드미'에 도움을 청했다. 박씨가 요청을 올린지 약 8시간만에 8300여명이 응답했고, 약 34만9천여달러(약 3억9500만원)가 모금됐다. 전정윤 기자
바이든 “애틀랜타 희생자 추모 조기, 모든 공공건물에 걸어라”
22일까지 국내외 관공서·군 게양…19일엔 애틀랜타 방문, 대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명령에 따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망자 8명을 추모하는 조기가 18일 백악관에 게양돼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에서 총격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18일 연방 관공서와 군에 조기 게양을 명령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포고문을 발표해 “애틀랜타 대도시권 지역에서 저질러진 무분별한 폭력 행위의 희생자들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조기 게양을 명령한다”고 밝혔다. 미 본토의 백악관과 모든 공공건물 및 부지, 군 초소와 기지, 군사 시설을 비롯해 해외의 미 대사관과 공사관, 영사관 및 해군 함정, 기타 시설 등이 대상이다. 조기 게양 기간은 오는 22일 일몰까지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에는 트위터에 자신과 부인이 애틀랜타 총격으로 충격받은 모두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아직 범행 동기를 모르지만,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가 오늘 밤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그 커뮤니티를 향한 최근의 공격은 미국답지 않다. 멈춰야 한다”고 적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19일 애틀랜타를 방문해 아시아계 미국인 지도자들과 만날 예정이라고 백악관의 한 관리가 언론에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조900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안이 의회를 통과한 뒤 그 성과를 알리고 의지를 다지기 위해 애틀랜타 방문을 기존에 잡아뒀다. 그러다 지난 16일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3곳에서 총격이 발생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지는 참사가 발생하자 간담회 일정을 추가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애틀랜타에서 주정부 의원, 아시아계 커뮤니티 지도자들과 만나 아시아계 증오범죄에 관해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애틀랜타 총격범 ‘섹스 중독’ 무게 경찰에 “증오범죄 가리려는 핑계” 반발
경찰 “용의자, 인종적 동기 아니라고 주장” 아시아계·정치권 “성 중독으로 변명 말아야”
17일 미국 워싱턴 DC 차이나타운에서 전날 벌어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아시아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시안 혐오를 멈추라”는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아 마시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의 주요 범행 동기로 ‘성 중독’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치권과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로 보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조지아주와 애틀랜타 당국은 17일 브리핑에서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체포)의 범행을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체로키 카운티의 보안관 제이 베이커는 “롱은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는 스스로 성 중독이라고 여기는 문제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는 “롱은 이들 장소(마사지 업소)가 자신이 그곳에 가도록 만들고, 그래서 없애버리고 싶은 유혹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경찰은 증오범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그러나 초동 발표에서 범행이 성 충동에서 비롯됐다는 용의자의 주장을 여과 없이 공개해 비판을 불렀다. 이번 사건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안 여성이고, 범행 대상이 된 마사지 업소들은 주로 아시안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
경찰의 발표 이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가 “명백한 증오범죄”라는 성명을 내는 등 아시아 커뮤니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연경씨는 ‘골드 스파’에서 총격이 벌어진 직후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한겨레>에 “현장에서 직원들로부터 ‘범인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며 총을 쏘고 있으니 빨리 가게 문을 닫으라’는 말을 들었고 증오범죄가 분명한데, 경찰이 사건을 다른 쪽으로 가져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금주씨는 “당국이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회피하려 하면 아시아계 미국인과 대중의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를 직시하고 소수자 중 소수자인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게 하기 위한 법 제정과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아시아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계인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발언에서 “우리는 인종적 동기에 의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으로 변명하거나 다시 이름붙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태미 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의원도 트위터에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집착해 그들을 쐈다”며 “증오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이완계 테드 루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가능성 있는 하나의 동기가 다른 동기들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며 “음식 중독(집착)을 가진 살인자가 한국 음식점 종업원들만 쏜다고 가정해보라. 그건 거의 틀림없이 인종적 동기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계 주디 추 민주당 하원의원은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롱의 “섹스 중독”을 언급한 보안관 베이커 또한 인종주의 논란에 휘말렸다. 베이커가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코로나 맥주 로고 모양으로 “COVID19”(코로나19)라고 쓰고, “차이-나에서 수입된 바이러스”라고 적은 티셔츠들의 사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백인인 롱에 대한 수사에 이같은 편향성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베이커는 특히 브리핑에서 “어제는 롱에게 아주 나쁜 날이었고 이게 그가 한 일”이라고 말해 이번 참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비판도 불렀다.
<시카고 트리뷴> 칼럼니스트 렉스 훕케는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의 나쁜 날과 백인 범죄 가리기’라는 칼럼에서 “백인인 베이커가 롱의 변호인 역할을 했다”고 일갈했다. 이 칼럼은 “성중독이라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게 뒤얽혀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날려버리는 쓸데없는 표현”이라며 “특히 여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여성혐오나 백인 우월주의, 극우 과격주의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해 계속 반복돼온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나는 지금으로서 살해범의 동기에 관해 어떤 것도 연결짓지 않겠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롱은 이날 8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로스앤젤레스/ 이철호 통신원
애틀랜타 경찰 대변인 인종차별 논란…"용의자 변호하냐" 비판
"총격범에게 나쁜 날" 범행 두둔성 태도에 언론 질타
페북에 '인종차별 티셔츠' 홍보 정황도 … 계정 급삭제
초동수사에 "범인 대변인 노릇. 희생자 2차 가해" 뒷말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 제이 베이커[AP/Atlanta Journal-Constitution=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 용의자에 대해 현지 경찰이 성중독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에게는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말해 미국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경찰은 자신의 SNS에 과거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이 담긴 티셔츠 사진을 올리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에 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용의자 롱이 겪은 하루가 "나쁜 날"이었다고 경찰이 덤덤하게 말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했고, 아시아계 이민자사회의 집중적인 분노를 사고 있다.
그가 말한 '나쁜 날'은 장난꾸러기 아이가 말썽을 피웠을 때 내뱉는 질책과 같은 어감이 있어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범인에게 온정적이거나 범행을 두둔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베이커 대변인이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 제이 베이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티셔츠 사진[트위터 캡처]
AP통신과 버즈피드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커 대변인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최근까지 명백한 인종차별 표현이 쓰인 티셔츠를 판촉하는 내용의 사진을 공유했다.
이 셔츠에는 '챠이나'(CHY-NA)로부터 수입된 바이러스'라는 글이 새겨졌고, 맥주 브랜드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코비드19' 문구가 인쇄됐다. 베이커는 지난해 4월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 티셔츠 사진을 올리고 '내 셔츠를 사랑한다'는 글을 함께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그러나 17일 밤 갑자기 삭제됐다. AP통신은 베이커로부터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아시아계 미국인들로부터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다루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 와중에 이런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반대운동 단체인 CAA의 빈센트 판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이 포스트는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과 더해져 지역인들에게 우리가 겪은 고통과 아픔, 감정들이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 역시 증오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다름 아닌 "인종차별주의자"라며 베이커의 사퇴를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증오범죄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그저 "그에겐 나쁜 날"이라고 말했고, 성중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백인 용의자에 대한 특혜", "희생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확산한 경찰 브리핑 영상[트위터 캡처]
캘리포니아주 지역방송 KESQ의 앵커 앤절라 첸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총격범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무의미한 총격으로 잃었다고 상상해보라"고 질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나쁜 날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칼럼은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설명하며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을 앓고 있고, 나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누리꾼은 "누군가에게 '정말 안 좋은 날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갓난아기가 버릇없이 굴 때나 하는 말"이라고 비난했고,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8명이 사망했는데 경찰은 총격범이 어떻게 나쁜 하루를 보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총기 반대 단체인 '맘즈 디맨드 액션' 설립자 섀넌 와츠는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이상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TV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일본계 미국 원로배우 조지 타케이는 "증오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며 "용의자를 정신병을 앓는 살인자라고 생각하게끔 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사용자 '토머스 그림'은 "경찰은 총격이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증오범죄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지-맨'은 "애틀랜타 총격은 분명히 증오범죄다. 말장난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애틀랜타 총격범 행적 보니, 종교·성중독·인종차별 ‘뒤범벅’
17일 미 애틀랜타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쇄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의 사진과 보도자료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연쇄살인범 로버트 에런 롱(21)의 행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종교 활동과 성 중독, 인종 차별적 언행이 한 데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미 <워싱턴 포스트> 등은 롱이 조지아주 밀턴의 크랩애플 퍼스트 침례교회를 다녔다고 전했다. 롱은 주일 오전과 저녁, 수요일 저녁, 선교 여행 등에 참여하는 등 독실한 신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청소년부를 담당한 브렛 코트럴 목사는 “롱이 애틀랜타 교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10대였다”며 “충격적이고 망연자실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를 보면, 교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2018년 동영상에서 롱은 “여덟 살 때 기독교인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때 세례를 받았다”며 “주일학교 친구들이 많이들 그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 행위에 대한 충동과 강박을 과도하게 느끼는 성 중독 치료를 받았다. 한 재활원에서 롱과 함께 방을 썼다는 익명의 한 남성은 롱이 자신의 중독 질환에 대해 말을 아꼈고 시설을 떠날 때는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롱과 2019~2020년 재활시설에서 함께 생활한 남성 타일러 베일리스는 롱이 시설에 있을 때 “병이 다시 도졌다. 성행위를 하러 마사지 가게에 갔다”고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시엔엔>(CNN)에 전했다.
롱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동양인에 대한 혐오의 시선도 드러냈다.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고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애틀랜타 지역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롱의 부모가 그의 행적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롱의 부모는 사건 현장 뉴스 속 인물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롱이 운전하는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제보했다. 최현준 기자
"증오 멈춰라"…애틀랜타 총격에 미 각계각층 애도·분노
바이든· 해리스…오바마 "반 아시안 폭력 우려"
흑인인권단체, 연예 · 스포츠계서도 잇단 성명
미 애틀랜타 총격사건 현장에 놓인 조화 [AP=연합뉴스]
한인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의 희생자를 낸 17일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미국의 각계각층에서 애도와 함께 증오범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동기가 무엇이든지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도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 공동체를 향해 우리가 여러분과 함께 서 있고, 이 사건이 모든 사람을 얼마나 놀라게 하고 충격에 빠뜨렸는지 이해한다고 말하고 싶다"며 아시아계와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싶다고 밝혔다.
또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번 총격은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일 직면하는 두려움과 공포를 더욱 키우는,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잔인한 행위"라고 규탄하고 "온 나라가 함께 '아시아인 증오를 멈추라'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 트위터 캡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도 아시아계를 겨냥한 증오범죄를 규탄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총격범의 범행 동기가 아직 분명하지는 않지만, 희생자들의 신원은 반드시 멈춰야 하는 반(反)아시안 폭력의 우려스러운 증가를 부각해준다"고 밝혔다.
그는 유족들을 위로하면서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과 맞서 싸우는 동안 우리는 미국에서 더 오래 유행병처럼 번졌던 총기 폭력을 계속 무시해왔다"며 총기 규제의 필요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부 장관도 트위터를 통해 "애틀랜타의 끔찍한 총격으로 사망하고 다친 분들의 가족에게 위로를 보낸다"며 "지난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겨냥한 폭력의 증가는 더욱 커지는 위험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흑인민권운동가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의 딸인 버니스 킹 목사는 "증오와 폭력으로 얼룩진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슬프다"라며 "전 세계 가족의 일원인 아시아인들과 함께 할 것"이라고 연대의 뜻을 표했다.
미국의 50개 흑인 커뮤니티 연합 단체인 '흑인 삶을 위한 운동'(M4BL)도 "우리는 아시아계 미국인과 아시아 이민자들의 삶, 그들의 기여를 약화하려는 해롭고 부정확한 이야기들에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아시아계 배우, 스포츠 선수들의 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계 배우 겸 코미디언인 마거릿 조는 "화가 난다. 이건 테러리즘이다. 증오범죄다. 우리를 살해하는 것을 멈춰라"라고 호소했다.
역시 한국계 배우인 대니얼 대 김도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의 인종이 '당신이 마음에 증오를 가지고 행동한다면 당신 역시 문제의 일부'라는 단순한 사실보다 중요하지 않다"며 "도울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한가하게 앉아있는 이들이여, 당신들의 침묵 역시 공모다"라고 말했다.
한국계 미 배우 대니얼 대 김
미국프로농구(NBA) 하부리그인 G리그에서 뛰고 있는 대만계 농구 선수 제러미 린은 트위터에 "나의 아시아계 미국인 가족에게, 당신은 사랑받고 있는,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우리는 함께 일어서 변화를 위해 싸우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희망을 잃을 수 없다!"고 적었다.
린은 지난달 27일 소셜미디어에 자신이 경기장에서 '코로나 바이러스'라고 불린다는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연합뉴스
바이든, 애틀랜타 총격에 “아시아계 미국인들의 걱정 알아”
범행 동기에는 신중한 태도 “법무부 · FBI 수사 결과 기다리는 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 백악관에서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화상으로 양자 회담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의 사망자를 낸 조지아주 애틀랜타 총격 사건과 관련해 17일(현지시각)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미홀 마틴 아일랜드 총리와 화상 회담을 하기 전 기자들에게, 메릭 갈랜드 법무장관과 크리스터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으로부터 이 사건에 대해 보고받았다며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발생한 사건에 대해 밤사이에 보고를 받았다고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여러분이 알다시피 나는 지난 몇 달 동안 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잔혹행위에 관해 말해왔다”며 “이것은 매우, 매우 힘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직후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 해소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지난 11일 코로나19 관련 연설에서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증오 범죄를 강력하게 비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다만 범행 동기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나는 지금으로서 살해범의 동기에 관해 어떤 것도 연결짓지 않겠다”며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방수사국과 법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사가 끝나면 할 말이 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부인 질 여사도 이날 뉴햄프셔주에서 한 연설에서 이번 총격 희생자 가족들에 위로를 표하고 모든 미국인들이 함께 기도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아직 범행 동기에 대해 분명하지는 않다”면서도 “그러나 나는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게 우리가 당신들 편에 서있고 이 사건이 얼마나 모든 사람들을 겁먹게 하고 충격받고 분노하게 하는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아시아계 미국인 형제, 자매들에 대한 증오 범죄가 늘고 있다”는 점을 함께 언급하고, “우리는 그들과 연대해 목소리를 높이고, 우리 누구도 어떤 형태의 증오에 직면할 때 침묵해선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수사 당국은 이날 전날 범행을 저지른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이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번 사건이 아시안에 대한 증오 범죄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전날 롱은 조지아주 일대 3곳의 마사지 업소에 총격을 가해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이 숨지고 1명이 부상을 입었다. 롱은 17일 8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총격 용의자 성중독 가능성…증오범죄 판단 아직 일러”
애틀랜타 수사당국 “사망자들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도”
17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시민이 전날 총격사건이 벌어졌던 한인 마사지 업소 골드스파 계단 앞에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꽃을 바치고 있다. 애틀랜타/AFP 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한 8명의 사망자를 낸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연쇄 총격 사건으로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이 커져 가는 가운데, 수사 당국은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아직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조지아주와 애틀랜타 관리들은 체포된 용의자 로버트 애런 롱(21)이 수사 과정에서 자신의 행동은 인종주의적 동기에서 비롯된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17일(현지시각) 밝혔다. 당국 관리는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 관리들은 그러나 롱이 이번 범행을 저지른 ‘골드 스파’, ‘아로라테라피 스파’,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 과거에 간 적이 있었는지, 이들 업소에서 성매매가 이뤄졌는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관리들은 롱이 조지아주 인근인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오후 5시부터 약 한 시간 동안 애틀랜타 일대의 마사지 업소 세 군데에서 총격이 발생해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한 아시안 여성 6명과 백인 남성 1명, 백인 여성 1명이 숨졌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애틀랜타 총격 한인 4명 등 8명 희생…아시안 혐오범죄 가능성
한인 밀집 지역 마사지 업소서…사망자 중 6명 아시아계 21살 백인 용의자, SNS에 ‘우한 바이러스’ 중국 혐오글 공포, 불안 확산 속에 애틀랜타 관리 “범행동기 단정 일러”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벌어진 마사지 업소 연쇄총격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그중 4명이 한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피해 업소 중 한 곳인 ‘골드 스파’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세 군데의 마사지 업소에서 16일 연쇄 총격이 벌어져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시안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어져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차 총격은 이날 오후 5시께 애틀랜타 북서쪽의 체로키 카운티 액워스에 있는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벌어졌다. 이곳에서 5명이 총에 맞아 2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이 업소의 주인은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와 3차 총격은 이곳에서 약 48㎞ 떨어진 애틀랜타의 한인 마사지 업소 두 곳에서 벌어졌다. 애틀랜타는 미국의 대표적 한인 밀집 지역 중 하나다. 경찰은 5시47분께 ‘골드 스파’에서 강도 사건 접수를 받고 출동해 여성 3명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현장에 있는 동안 길 건너편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애틀랜타 한인 매체인 <애틀랜타 케이(K)>는 “생존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 사망자(4명)와 부상자는 모두 한인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신원이 확인된 한인 사망자는 ‘골드 스파’ 직원인 70대 박아무개씨와 50대 또 다른 박아무개씨이며, 이들 모두 업소에서 숙식을 해왔다고 이 매체의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겨레>에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망자 4명이 한국계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30분께 유력한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했다. 롱은 최근 에스엔에스에 “그들(중국)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며 “우리 시대 최대 악”으로 규정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고, 1명은 백인 여성, 1명은 백인 남성이다. 사건 발생 직후 골드 스파의 한 직원은 인근 한인 업소들에 “백인 남성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렸다고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팬데믹 이후 아시안 혐오 분위기가 커졌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안 혐오사건 신고 건수가 3795건에 이른다고 이날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당국 관리는 17일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리들은 또한 롱이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애틀랜타 연쇄 총격 용의자 SNS에 “중국은 최대 악”
“50만 미국인을 죽였다” 아시아인 혐오 범죄 가능성
미국 애틀랜타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용의자로 검거된 로버트 애런 롱(21). EPA 연합뉴스
16일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여성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에 체포된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이 에스엔에스(SNS)에 중국 혐오글과 음모론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이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롱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중국)은 우리 조사자들이 우한 연구소에 가는 것과 그들이 거기(우한 연구소)에서 한 실험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시도한 조사를 막았다”고 적었다. 롱은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애런 롱의 페이스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언급했고, 중국 쪽에선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혐오범죄’ 급증 … 1년간 약 4천건
트럼프 등 선동발언에 촉발…뉴욕 경찰, 아시아계 거주지 경찰력 증강
아시아 마사지 업소 세 곳을 대상으로 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검시관들이 피해 업소인 ‘골드 스파’에서 주검을 옮기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현지에서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증한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천여건에 달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폭력 등 혐오범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체에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3795건의 혐오사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68.1%는 언어폭력이고, 20.5%가 따돌림, 11.1%가 물리적 폭력이었다. 접수된 사건의 45%인 1691건이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고, 뉴욕에서도 14%인 517건이 보고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사업장'이 35.4%로 가장 많았고, 길거리(25.3%), 온라인(10.8%), 공원(9.8%), 대중교통(9.2%) 순이었다. 보고서는 “우리 센터에 접수된 혐오사건의 수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일부”라며 “이것만으로도 아시아계 주민이 얼마나 차별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수차례 보도됐다. 지난 9일에는 뉴욕주에서 83살 한국계 여성이 이유 없이 폭행 당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라고 호소했지만, 일주일이 못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참사가 발생했다.
뉴욕 경찰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직후 성명을 내어, 아시아계 주민 거주지에 뉴욕경찰국 중대대응팀의 경찰력이 파견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도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특히,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차별적 언사를 하는 정치인 중에서 가장 큰 전파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이에 동조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인종주의적 선동 발언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의 아시아·태평양계 당원 모임의 회장인 주디 추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을 발원지로 공격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선동적 발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백인우월주의가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 증가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기자
83살 한인 할머니, 뉴욕서 아시안 혐오범죄자에 맞아 기절
피해 할머니 "공병 줍다 공격당해…치료비에 병원 못 가"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 겨냥한 혐오범죄 149%나 증가 바이든 "미국답지 못한 일… 악랄한 증오범죄 멈춰라"
13일 미국 시애틀 차이나타운 지역에서 최근 증가하고 있는 아시아인 혐오 범죄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팻말을 들고 서 있다. 연합뉴스
미국에서 한국계 미국인 할머니를 겨냥한 '묻지마 폭행'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이 커지는 가운데 현지언론은 이 사건을 중대한 혐오범죄로 지목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뉴욕 화이트플레인스 경찰은 83세 한국계 미국인 여성에게 침을 뱉고 주먹질을 한 혐의로 글렌모어 넴버드(40)를 지난 11일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넴버드는 지난 9일 쇼핑가를 방문한 피해자를 뚜렷한 이유가 관측되지 않는 상황에서 갑자기 폭행했다. 공격을 받은 피해자는 머리를 땅에 찧고 의식을 잃었다. 의식을 되찾았을 때는 이미 넴버드가 도망친 뒤였다.
경찰은 넴버드가 노숙인이며, 적어도 네 차례 경찰에 붙잡혔던 전력이 있다고 밝혔다. 넴버드는 2급 폭행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유죄가 확정되면 최대 징역 7년까지선고받을 수 있다.
피해자는 ABC방송과 인터뷰에서 사건 당시 노드스트롬 백화점 근처에서 공병과 캔을 수거하고 있었으며, 피가 났음에도 치료비 때문에 병원에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뉴욕 웨스트체스터 카운티 지방 검사인 미리암 로카는 인종차별 혐오범죄 혐의점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로카는 "혐오 범죄는 모두에게 영향을 주며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면서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혐오 범죄를 보게 되면 신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WP는 이번 사건을 두고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표적으로 삼은 폭력이 미국 전역에서 빈발하는 가운데 가장 최근에 나온 중요한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대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대학 소속 연구소인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미국 주요 도시에서아시아계 미국인을 향한 증오 범죄는 작년에 전년 대비 149%나 증가했다.
뉴욕시에서 보고된 아시아계를 향한 인종 혐오 범죄는 작년 28건으로 2019년(3건)보다 크게 늘었다. 미국 전체적으로는 인종 혐오 범죄가 약 7% 감소했다 점을 고려하면, 아시아계를 향한 공격의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상황이 이처럼 흉흉해지자 다양성 강화를 정책 목표로 내걸고 있는 미국 정부도 아시아계 차별을 규탄하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동양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미국답지 않은 일이다. 즉각 중단돼야 한다"라고 지난 11일 촉구했다.
호건 주지사 "한국계 내 딸들도 차별 느껴"…증오범죄 맹비난
한국계 부인 둬 '한국 사위' 별칭 … "터무니없고 용납 안돼"
래리 호건 주지사의 가족 사진: 뒷줄 왼쪽 두번째가 호건 주지사. 세번째는 유미 여사 [출처 : 호건 주지사 트위터]
'한국 사위'라는 별칭이 붙은 래리 호건 미국 메릴랜드 주지사는 14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이후 미국 내 아시아계를 향한 증오범죄가 증가한 것에 대해 용납할 수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호건 주지사는 이날 CNN방송과 인터뷰에서 "정말 심각한 문제"라면서 가족의 경험담을 소개했다.
호건 주지사의 부인은 한국계인 유미 호건 여사로, 그는 2004년 '싱글맘' 유미 여사와 결혼했다. 유미 여사의 딸 셋은 모두 가정을 꾸렸다.
호건 주지사는 "내 아내, 세 딸, 손자 모두 아시아계다. 그들은 개인적으로 일종의 차별을 느꼈다"고 말했다. 부인의 교회 친구, 딸들의 친구 일부도 "정말 끔찍한 대우를 받았다"라고도 전했다.
또한 아시아계들이 식료품점에서 괴롭힘을 당하거나 욕설을 듣는 일, 한국에서 오거나 미국에서 태어났음에도 '중국 바이러스'라고 고함 지르는 소리를 듣는 일들도 언급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증오범죄는 지난해 7% 감소했지만 아시아계에서는 150% 증가했다"며 "터무니없고 용납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아시아인 겨냥 증오범죄 규탄하는 LA시위대: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일본타운 '리틀도쿄'에 있는 일본계 미국인 박물관 주변에 13일 시위대가 모여 아시아인을 향한 증오 범죄를 규탄하고 있다.
호건 주지사는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아시아계 미국인을 노린 악랄한 증오범죄가 중단돼야 한다고 촉구한 데 대해 감사하다는 뜻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이들 증오범죄에 대해 "우리가 통제해야 할 어떤 것"이라며 "나는 더 많은 사람이 목소리를 내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1일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도 자신의 가족 사진을 게재한 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감사를 전했다.
지난해 전미주지사협회장을 지낸 호건 주지사는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분열적 언사에 종종 쓴소리하며 각을 세웠고, 2024년 대선의 공화당 주자군으로 분류된다.
미국 증오·극단주의연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전체의 증오범죄는 7% 줄었지만 미국 16개 주요 도시에서 아시아계를 향한 범죄는 149% 늘어났다. 연합뉴스
미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 빈발 …의원들 "청문회 열겠다"
아태코커스 의원들 회견…펠로시 의장·한국계 의원 2명도 참여
클린턴 전 대통령도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 증가 심히 걱정"
미 연방 의회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화상 회견 [CAPAC 페이스북 캡처]
미국에서 최근 증가하는 아시아계 미국인 혐오범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연방 의원들이 청문회 개최 등 대응책 추진에 나섰다.
미 연방의회의 '아시아태평양 코커스'(CAPAC) 소속 의원들은 19일) 반(反)아시안 혐오범죄 급증에 관한 화상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주디 추(민주) CAPAC 의장은 "우리는 외국인 혐오와 인종 차별을 거부하고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혐오범죄 청문회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공격은 우연이 아니다"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의회 난입 사태를 부추겼을 뿐만 아니라 외국인 혐오범죄도 유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해 아시아계를 겨냥한 혐오범죄가 3천 건 넘게 보고됐다면서 외모 비하와 언어폭력으로 시작된 공격이 물리적 폭력으로 확대됐다고 말했다.
회견에 참여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내 테러와 관련해서는 "백인 우월주의가 가장 큰 우려"라고 지적하고 "다양성은 우리의 힘"이라며 아시아계 혐오범죄는 중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원 민주당 코커스 의장인 하킴 제프리스 의원도 "불명예스러운 일"이라며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편견, 증오, 음모론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회견에는 한국계 의원들도 참여해 목소리를 높였다.
앤디 김(민주·뉴저지) 하원의원은 "의회가 증오 행위를 금지하고 청문회를 개최하는 등 조처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혐오범죄를 부추겼다는 지적과 관련, "분명히 이런 상황을 악화시켰고 책임이 어느 정도 있다"면서도 "이것은 더 깊은 시스템적인 문제"라며 구조적 문제라는 점도 지적했다.
메릴린 스트릭랜드(한국명 순자·민주·워싱턴) 하원의원도 "조치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그것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공동체가 존중과 품위로 대우받도록 해야 한다면서 함께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더카운티 지방검사실이 페이스북 홈페이지에 아시아계 미국인을 노린 증오 범죄를 신고하는 핫라인 전화번호를 안내했다. [출처=앨러미더카운티 지방검사실 페이스북 페이지]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도 이날 트위터에 "나는 아시아계 미국인을 겨냥한 혐오범죄 증가에 대해 깊이 걱정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우리는 모든 종류의 차별에 목소리를 높이고 폭력을 조장하는 무지한 레토릭을 거부하며 이웃 지지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확산과 맞물려 진원지로 지목된 중국 등 아시아계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혐오범죄가 늘어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 중국 무술 쿵후에 빗댄 '쿵 플루' 등으로 부르면서 증오범죄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84세 태국계 남성이 산책길에 공격을 당해 넘어져 머리를 부딪혀 숨진 데 이어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선 91세 아시아계 남성이 밀쳐져 다쳤다. 뉴욕시에서도 16일 하루에만 아시아계 여성을 겨냥한 폭행이 3건이나 벌어졌다.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를 계약에 의한 매춘 종사자로 규정하는 내용의 논문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비판을 받는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4일 일본 국제역사논전연구소 등이 주최한 심포지엄에 보낸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일본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문제 논문을 썼다고 주장했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를 계약에 의한 매춘 종사자로 규정하는 내용의 논문으로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는 마크 램지어 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24일 자신에게 쏠리는 비판을 '암살미수' 행위라고 역공을 가하면서 학문의 자유를 주장했다.
그는 또 반일(反日) 편견을 바로잡기 위해 문제 논문을 썼다고 말했다.
램지어 교수는 강제 연행과 성노예 성격의 위안부 실체를 부정하는 논문을 지난해 12월 국제 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 온라인판에 발표했고, 이 논문 내용이 올 1월 일본 우익성향 매체인 산케이신문을 통해 보도된 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과 일본 등의 학자와 관련 단체들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논란이 된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는 서명 운동도 일어나 세계적으로 3천500명 이상의 학자가 동참했다.
램지어는 이런 가운데 이날 일본 우익 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와 나데시코액션이 도쿄에서 '램지어 논문을 둘러싼 국제 역사 논쟁'을 주제로 개최한 심포지엄에 보낸 약 10분 분량의 일본어 비디오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논문을 둘러싸고 고조한 비판론과 관련, "단순히 한 사람의 교수에 대한 괴롭힘의 문제가 아니라 한층 심각한 중대한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과거 일을 성실하고 자세하게 포괄적으로 가능한 한 '바이어스'(편견 ) 없이 전달하는 것, 학문의 자유를 철저히 지키는 것이 오늘의 과제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자신을 비판하는 것이 문제이지, 자신의 논문에는 잘못된 것이 없다고 강변했다.
그는 논란이 된 논문을 작성한 동기에 대해선 "영어·영문 문헌을 읽고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정말로 부정확하다고 생각한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며 '역사적 편견'을 바로 잡기 위해 썼다고 말했다.
어떤 자료를 봐도 한국이나 미국 학계의 반일 편견이 녹아 있는 것처럼 읽히는 내용이 압도적으로 많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신의 문제 논문에 대해 어느 정도 반발이 일 것을 각오했지만 "이 정도로 격렬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 우익 성향 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와 나데시코액션이 24일 오후 도쿄에서 '램지어 논문을 둘러싼 국제 역사 논쟁'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열고 있다. [유튜브 중계화면 갈무리]
그는 "비판자들은 (위안부) 강제 연행설이나 성노예설에 반대하는 주장이 절대로 영어로 된 문헌에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학회 내 의견이 완전히 일치하고 있다는 환영(幻影)을 지키기 위해서 반발하고 그로 인해 이번에 나의 8쪽 논문이 철회되도록 하는 것이 그들에겐 중요한 일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이를 '스탈린주의적 수단'이라고 규정한 램지어는 자신을 비판하고 나선 젊은 조교수들을 보고 "절망했다"면서 "학문의 자유를 완전히 무시하고 학자(자신)에게 '암살미수' 같은 행위를 한 뒤 그걸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그는 "다양한 의견을 가진 학자가 논문이나 발표를 통해 서로 비판하는 것이 학문을 추진하는 기초라는 원칙이 무시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학생운동 당시의 비통했던 '관용성 없는 분위기'로 바뀌어 젊은 학자들이 거기에 휩쓸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경험을 통해 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달았다며 "미국 친구, 일본 친구 그들의 격려가 없었다면 절대로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이날 심포지엄 참석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일본 우익 성향 단체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 등 주최로 24일 오후 도쿄에서 열린 심포지엄에 비디오 메시지 방식으로 참가하고 있다. [유튜브 중계 화면 갈무리]
한편 산케이신문이 후원한 이날 심포지엄에는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비디오 메시지를 보내 램지어 교수 논문 내용을 지지하는 주장을 폈다.
'반일종족주의' 공동 저자인 이 연구위원은 "위안부는 기본적으로 끌려간, 강제 연행된 사람인데 무슨 계약이 있었다는 거냐고 하는데, 이는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모르고 하는 말"이라며 "직접적인 물리력을 동원한 조선인 강제 연행은 없었고, 그걸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다"며 국내외 역사학계에서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내세웠다.
그는 "반일 종족주의자들과 한국의 역사나 일본의 역사에 대해 하등 알지 못하는 백인들까지 나서서 이 소란을 피우게 된 것"이라고 램지어 교수를 두둔했다.
일본 ‘위안부’ 최고권위자 “램지어 논문, 멋대로 꾸며내” 철회 공동성명
일본 학계·시민사회 ‘위안부=매춘부’ 램지어 비판 화상 세미나 열어 요시미 교수 “램지어, 증거 제시 하나도 없어…학술논문 인정 어려워”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왼쪽) 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대해 “학술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온라인 세미나 갈무리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는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대해 “문제가 너무 많아 학술논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요시미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와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학술단체가 14일 공동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 참여해 램지어 교수 논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 논문은 일본군이나 일본 정부가 ‘위안부’라는 성노예 제도를 만들고 유지했다는 중요한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업자는 군의 종속자로 위안소 요금조차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위안부’ 여성들도 계약의 주체가 될 수 없었던 만큼, 계약이 있었다 하더라도 사실상 ‘인신매매’였다는 증거와 연구는 너무 많다고 했다. 이런 선행 연구가 있는데도 램지어 교수는 업자와 ‘위안부’가 서로의 이해를 주장하며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요시미 교수는 “램지어가 논문에서 자신의 주장(위안부=매춘부)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단 하나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그가 멋대로 꾸며낸 이야기도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무엇보다 ‘위안부’가 성노예제의 피해자였다는 중대한 인권침해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은 치명적”이라고 밝혔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위안부’ 제도를 만드는데 군과 정부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처음 찾아낸 인물이다. 이후 일본 정부가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를 발표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일본의 근대 공창 제도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연구해 온 오노자와 아카네 릿쿄대 교수도 램지어 논문에 대해 “학술논문으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식민지와 일본군 점령지역에서 ‘위안부’로 모집된 여성은 대부분 일본군 또는 일본군의 지시를 받은 업자에 의해 폭력, 사기, 인신매매 등의 수단으로 모집됐다”고 강조했다. 세미나에는 차타니 사야카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후지나가 다케시 오사카산업대 교수, 요네야마 리사 토론토대 교수 등도 참석해 램지어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소연 기자
온라인 기자회견 통해 발표... 대표적 역사 학술단체 등 4곳 참여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와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등 4개 단체는 10일 온라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사진은 요시미 요시아키 교수. 기자회견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논문에 대해 일본의 학계와 시민사회가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내고 논문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와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역사교육자협의회 등 4개 단체는 10일 온라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이 논문은 선행연구를 무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부분에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주장만 전개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계약서도 없는 상태에서 사기나 폭력, 인신매매의 형태로 강제되었다는 내용은 이미 방대한 연구를 통해 밝혀졌지만 램지어 교수는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논거를 뒷받침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업자와 조선인 ‘위안부’의 계약서도 제시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특히 “이 논문은 근본적으로 여성의 인권이나 여성들을 속박했던 가부장제 권력의 관점이 결여돼 있다”고 강조했다.
램지어 교수 논문이 일본 사회에 끼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이들 단체는 “이 논문이 한 연구자의 저술이라는 것을 넘어 일본의 가해 책임을 부정하고 싶어하는 이들의 환영을 받고 있다”며 “혐한이나 배외주의 움직임이 다시 활발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들 단체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를 요구하며 계속 문제를 제기해 나가기로 했다. 이타가키 류타 도시샤 대학 교수(조선근현대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논문 철회가 목표지만 학계에서 이 논문이 인용되지 못하도록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오는 14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 세미나엔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 등도 참여할 예정이다.
한편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싣기로 한 학술지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는 9일(현지시각) 공지문에서 이 논문은 “최종적이고 공식적”으로 출판된 것이라고 강조하며 인쇄 강행을 재차 시사했다. 김소연 기자
하버드대 신문 "램지어 논문, 유해한 거짓말…대가 치러야" 맹폭
'하버드 크림슨' 사설 조목조목 비판 "위안부 부인하는 쪽에 확성기 준 셈"
"허위정보 전달 학문자유 아냐", 학교 측에 "침묵말고 대가 치르게 해야"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 홈페이지 갈무리=연합뉴스]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이 8일 마크 램지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을 '매우 유해한 거짓말'로 규정하며 "출판할 이유가 없다"고 맹비난했다.
신문 편집진은 이날 '위안부 여성과 관련한 램지어의 거짓말은 깊은 곳이 썩었음을 나타낸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현재 램지어 교수가 "매우 유해한 역사학적 거짓말을 출판하는 과정에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실재적 근거가 없다"라면서 제2차 세계대전 전후로 일본군이 최대 20만명의 위안부를 성노예로 부렸고 생존자들의 증언이 수십 년간 이어진 사실을 제시했다.
편집진은 "위안부 여성 이야기를 지우거나 긍정적으로 다시 쓰려는 시도는 모두 거짓됐다"라면서 "램지어 논문은 의도가 무엇이든 위안부 여성의 실존과 트라우마, 그들이 당한 학대에 영향받은 이들을 부인하는 쪽에 확성기를 쥐여줬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편집진은 램지어 교수 논문이 '학문의 자유' 대상이라는 주장도 반박했다.
편집진은 "램지어 논문은 다른 의견이 아닌 허위정보를 전달한다"라면서 "그러므로 학문의 자유 보호영역에 놓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본적인 사실에 반하는 학술이론은 출판할 가치가 없다"라면서 "어떤 아이디어가 위험하고 사실과 맞지 않으면 폐기해야 하는 것과 비슷하게 램지어 논문은 출판할 이유가 없다"라고 주장했다.
편집진은 "우리 중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논문을 옹호하는 사람은 없다"라면서 "램지어의 거짓말을 출판하는 것은 소용이 되기보다는 피해를 줄 것이 분명하다"라고 덧붙였다.
편집진은 대학 측이 나서 램지어 교수를 제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편집진은 "하버드라는 이름은 어떤 주장이든 타당성을 부여한다"라면서 "(하버드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성을 성폭력 생존자가 실제로 입은 피해를 부인하는 데 사용하는 것은 램지어와 하버드대 모두가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하버드대라는 이름이 주는 특권에 기댄 교수들이 우리의 지적문화에 끼친 피해에 대해선 하버드대도 공모자"라고 강조했다.
편집진은 "국제적인 압박에도 대학 측은 램지어의 위험한 거짓말을 인정하거나 반박하거나 하지 않고 있다"라면서 "하버드대는 지금보다 잘해야 하며 램지어가 반드시 잘못된 행동의 대가를 치르도록 만들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편집진은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연판장에 1만명 이상 개인과 단체가 서명한 상황에서도 대학 측이 침묵을 지키고 있다면서 "하버드대가 나서서 램지어의 논문이 허위이고 유해하다고 비판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편집진은 이날 사설이 편집진 대다수의 견해를 반영한 것으로 정기회의에서 논의를 토대로 작성됐다고 밝혔다.
또 공정보도를 위해 정기회의에서 사설과 관련해 의견을 밝히고 투표한 편집위원은 앞으로 관련 보도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미 역사학자, 반일종족주의 저자 램지어 옹호에 '공개 저격'
이우연, 일 산케이 해외선전지에 "램지어 주장은 객관적 사실" 기고
스탠리 교수 "대응 가치도 없는 글"…위안부 증언 잘못 인용 등 지적
에이미 스탠리 미 노스웨스턴대 교수 [노스웨스턴대 홈페이지 캡처]
'반일종족주의'의 공동 저자가 일본의 우익 매체에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옹호하는 글을 실었다가 미국의 역사학자로부터 '공개 저격'을 당했다.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는 8일 자신의 트위터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이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의 해외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올린 기고문을 가리켜 "대응해서 중요한 것처럼 보이게 만들 가치도 없는 글"이라고 적었다.
스탠리 교수는 지난달 다른 글로벌 역사학자 4명과 함께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에 담긴 구체적 오류를 낱낱이 파헤친 일본사 전문가다.
저팬 포워드에 따르면 반일종족주의 저자 중 한 명인 이 연구위원은 지난 6∼7일 기고문에서 "램지어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이라면서 "증거를 제시하면 되는데 반일종족주의자들은 그렇게 하지 못한다. 증거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반일종족주의는 이른바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연구자들이 써서 논란이 된 책이다.
그는 전시 위안부가 전쟁 전 매춘부보다 더 나은 금전적 대가를 받았다면서 "미국과 독일도 위안소와 같은 시설을 운영했는데 왜 일본군에만 문제가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위안부가 주로 10대 소녀들이었다는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통상 20대였고 평균 나이는 20대 중반"이라고도 주장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한국 기자들은 램지어의 글을 읽어보지도 않았을 것으로 확신한다"며 "이 사안에 관한 최초 보도들이 거의 차이가 없는데 이는 모든 매체가 연합뉴스 기사를 복사해서 베끼는 관행 때문"이라고 말했다.
'반일종족주의' 공동저자의 저팬포워드 기고문 비판한 에이미 스탠리 교수 트윗
문제의 기고문을 읽은 스탠리 교수는 이날 10개 이상의 트윗을 올려 이 연구위원의 글을 논박했다.
우선 램지어 교수의 논문과 이 연구위원의 글에 각각 인용된 문옥주 할머니 사례를 들어 "문 할머니가 속아서 일본군 위안소로 두 번이나 끌려갔고, 그 중 첫 번째는 16살이었다는 팩트에도 그의 증언은 부정론자들이 선호하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이 저팬 포워드 기고문에서 문 할머니가 '위안소 관리자보다 자신을 팔아넘긴 부모를 더 증오했다'고 적었으나, 스탠리 교수는 "문 할머니는 이런 글을 쓴 적이 없다. 왜냐면 결코 팔려 간 적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스탠리 교수는 "문 할머니는 첫 번째 위안소로 갈 때 경찰에 유괴됐고, 두 번째는 성노역과 무관한 일을 하는 줄 알고 자원해서 갔던 것"이라면서 "그 기고문은 자신을 팔아넘겼던 양아버지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던 김군자 할머니의 말을 문 할머니의 말인 것처럼 인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문 할머니가 두 번째 버마(현 미얀마) 위안소에서 팁을 받아 보석을 샀던 일화를 수정주의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것에 대해선 "마치 다이아몬드가 문 할머니가 수백번 강간당한 것을 무효화시켜주는 것처럼 여기에만 포커스를 맞춘다"고 비판했다.
스탠리 교수는 "수정주의 학자들이 생존자 증언을 혼동하거나 오독하는 이유는 피해자들에 관해 신경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들은 여성의 고통을 충분히 고려할 공감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그들은 자신이 발견한 것을 맥락과 연결할 역사적 기술이 없고 그러기를 원하지도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램지어 망언' 지구촌 공론화…주요 글로벌 매체들 보도
가디언 · 인디펜던트 · AP · NYT 등 '근거 없는 주장' 강조
한일관계 역사배경 주목… 일본 오락가락한 입장도 지적
[가디언 웹사이트 갈무리]
지구촌 여론에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매체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역사왜곡 정황과 그에 대한 비판론을 속속 보도하기 시작했다.
주요 글로벌 매체들이 이번 사안에 그간 적극적 관심을 보이지 않아온 만큼 램지어 교수가 일으킨 파문이 이제는 국제사회에서 공론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 관측된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여성 관련 주장으로 격노를 일으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주장으로 촉발된 이번 사태의 경과를 보도했다.
가디언은 램지어 교수가 '태평양 전쟁 성 계약' 논문에 담은 주장은 "전시 잔혹행위를 가리려는 일본 극보수파가 지지하는 견해"라면서 "저명한 학자들이 논문에 역사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며 연구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한다"라고 짚었다.
이 신문은 1990년대 초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이 나온 뒤 위안부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했다고 설명하며 양국이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체결했으나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생존자들의 뜻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실상 무효로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인디펜던트지 웹사이트 갈무리]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도 이날 '하버드대 교수가 (일본군에 동원된) 한국인 위안부 여성들이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주장으로 분노를 촉발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사태를 다뤘다.
인디펜던트도 가디언과 마찬가지로 램지어 교수 논문에 근거와 증언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전하면서 하버드대 학자들과 다른 기관들이 램지어 교수가 논문에서 묘사한 매춘계약과 관련한 역사적 증거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한일 간 국제적 논란으로 이어졌고 남북한은 이 사안에선 뭉치고 있다고도 분위기를 소개하기도 했다.
또 한국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동안 일본 지도자들은 이 사안에 관해 오랫동안 방어적 태도를 유지해왔다고 소개했다.
영국의 최대 대중지인 데일리메일은 '하버드대 교수가 새 논문에서 일본군 위안부들이 자발적으로 매춘부가 됐다고 주장한 뒤 분노를 유발했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를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라고 지칭하며 사태를 전했다.
데일리메일은 일본에 친화적인 뉴스를 자주 올리는 트위터 이용자가 램지어 교수에게 응원을 보내고 감사 인사를 받았다며 이메일을 공개한 것도 보도했다.
영국의 최대 대중지인 데일리메일의 '램지어 파문' 소개[데일리메일 홈페이지 캡처]
미국에서는 세계 최대 통신사인 AP통신이 '하버드대 교수의 위안부 관련 주장이 엄청난 논란을 불렀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사태를 소상히 전달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 가운데 이번 사태를 미국발 기사로 자세히 다루기는 AP통신이 사실상 처음이다.
통신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한국과 일본 간 정치적 논란을 심화했다"라면서 한국은 일본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일본 지도자들은 위안부의 강제성을 부인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엔은 1996년 보고서에서 위안부가 '폭력적이고 노골적인 강압'으로 끌려간 성노예라고 결론내렸다"라고 설명하면서 "일본은 1993년 담화에서 위안부들이 의지에 반해 끌려갔다고 인정했으나 이후 일본의 지도자들은 이를 부인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폭스뉴스는 한국계인 미셸 박 스틸 미국 연방하원의원 기고문을 실었다.
세계 여성의날을 맞아 쓴 기고문에서 스틸 의원은 "일본군의 위안부 여성 집단노예화는 일본 역사에서 추악한 오점"이라며 "의회의 동료들과 진실을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램지어 논문을 규탄할 것을 촉구한다"라고 밝혔다.
앞서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26일 '한 하버드 교수가 전시 성노예들을 매춘부로 불렀다가 반발을 샀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이 한국은 물론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응을 불렀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시사주간지 뉴요커는 램지어 교수가 동료들에게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다는 내용의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 기고문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하버드 앞 램지어 규탄집회 "파면하라" "논문 철회"
한인 등 100여명 참가…하버드·출판사 대응에도 비난 목소리
하버드대 앞에서 열린 램지어 교수 규탄 대회 [케임브리지=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의 억울한 역사를 안다면 거짓 논문을 당장 철회하고 램지어를 파면시켜라!"
6일(현지시간) 미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명문 대학으로 꼽히는 하버드대 존스턴 게이트 앞에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둔갑시킨 이 대학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를 겨냥한 분노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매사추세츠한인회 주최로 이날 오후 열린 '램지어 논문 철회 및 규탄 대회'에 참석한 매사추세츠주와 인근 버몬트주, 로드아일랜드주 한인들과 지역 주민들이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 철회는 물론 대학 측의 조치를 촉구했다.
규탄 대회에는 100여명이 참가한 것으로 주최 측은 추산했다. 대다수가 한인이었으나, 한국계가 아닌 미국인 참가자들도 여러 명 나와 태극기를 흔들었다.
이번 사태의 진원지 격인 하버드대 앞에서 항의 시위가 열린 것은 문제의 논문이 지난달 초 일반에 처음 알려진 지 한 달여 만에 처음이다.
하버드대 앞에서 열린 램지어 교수 규탄대회
집회 시작 전부터 참가자들은 아리랑 노래를 부르고 "램지어를 파면하라", "램지어 아웃" 등의 구호를 외쳤다.
서영애 매사추세츠한인회 회장은 성명서 낭독을 통해 "이것은 명백히, 분명한 전쟁 범죄, 성적 인신매매, 성노예, 그리고 아동학대"라며 "오늘 우리의 목소리가 램지어와 하버드대와 출판사와 일본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려 왜곡된 논문을 지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영 부회장은 램지어 교수가 증거 자료와 피해자 증언 청취 없이 논문을 썼다는 점을 꼬집으면서 "법을 가르치는 법학자로서 거짓과 진실조차도 구분하지 못하고 학자로서 연구 진실성을 가진 제대로 된 논문도 못 쓰는데 어떻게 강단에 서서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태를 수수방관하는 대학과 문제의 논문을 펴내기로 한 출판사 엘스비어를 겨냥한 비난의 목소리도 컸다.
신세준 버몬트한인회 회장은 로런스 배카우 총장을 향해 "학문의 자유라는 적절치 못한 입장을 내세우며 인권을 짓밟는 왜곡된 논문을 지지하는가"라고 되물으며 논문 철회와 램지어 교수 파면을 촉구했다.
이어 조원경 로드아일랜드한인회 회장은 "진실을 왜곡하고 거짓으로 쓰여진 논문을 인정, 출판하겠다는 엘스비어는 램지어와 다를 바 없다"면서 "램지어의 거짓 논문이 당장 철회되지 않으면 우리는 이 진실을 전 세계에 알리고 램지어와 출판사를 법률 심판대에 올리겠다"고 경고했다.
한국계 아내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키어 실렌 씨는 기자들과 만나 "당장 논문을 내리고 사과해야 한다. 위안부가 매춘부라는 주장은 완전한 거짓이자 쓰레기"라면서 "고통을 겪은 한국 등 피해 여성을 지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하버드대 앞에서 열린 램지어 교수 규탄대회에 참가한 한인들.
일본 우익 '램지어 지키기' 나서…이메일 · 엽서 보내기 등 여론전
하버드대 총장-로스쿨 학장 등에…램지어 비판 교수엔 '보복’행태
일본의 우익세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왜곡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 지키기에 나섰다.
인용문 왜곡 등 논문 작성 윤리를 위반한 램지어 교수에 대한 파면 주장이 확산하자 반대 여론 조성을 시도하는 것이다.
7일 현재 일본의 트위터 등 인터넷 공간에서 활동하는 일본의 넷우익은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감사 엽서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배카우 총장이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담긴 주장은 학문의 자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인 데 대해 적극적으로 감사의 뜻을 표시하겠다는 것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학장에게 감사 이메일을 보내자는 넷우익의 글 [트위터 캡처]
이들은 또 존 매닝 로스쿨 학장의 이메일 주소를 공유하면서 감사 메시지를 보낼 것을 권유하고 있다.
'진실을 추구하는 하버드대의 이념에 따라 학문의 자유를 지켜주신 데 대해 감사합니다'라는 모범문구도 제시됐다.
일본 우익이 행동에 나선 것은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비판이 파면론으로까지 번지는 데 따른 위기의식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제 학술계에서 일본 우익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펼치는 학자가 드문 만큼 집단행동을 통해서라도 보호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일본 우익은 램지어 교수 논문을 비판하는 학자들에 대한 보복에도 나섰다.
일본 우익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한 공개 비판에 나선 에이미 스탠리 노스웨스턴대 교수의 징계를 요구하는 이메일을 대학 측에 보내고 있다.
스탠리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게재를 예고한 법경제학국제리뷰(IRLE)에 공개적으로 논문 철회를 요구한 인물이다.
일본 우익은 과거 스탠리 교수가 일본을 멸시하고 일본인에 대한 차별적인 발언을 했다는 것을 징계 이유로 들었다.
노스웨스턴대에 항의 메일을 보내자는 넷우익의 글 [트위터 캡처]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학자들에게 집단으로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과정에서 일부 일본 우익 인사들은 학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등 폭력적인 내용까지 담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램지어 교수도 일본 우익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일본 우익인사는 램지어 교수가 논문 작성 과정에서 실수를 자인했다고 토로했다는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뉴요커 기고문과 관련, 램지어 교수가 "절대 아니다"라는 답변을 보내왔다고 소개했다.
램지어 교수는 언론보도를 확인해달라는 우익인사의 메일에 대해 "책을 인용하는 데 실수가 있었을 뿐이고, 위안부 문제와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는 것이다.
램지어 교수에게 메일을 받았다는 넷우익의 글 [트위터 캡처]
한편 램지어 교수에게 응원 이메일을 보낸 뒤 "열심히 하겠다"는 답장을 받았다는 인증샷을 올리는 우익인사들도 늘고 있다.
필라델피아 의회 '램지어 규탄 결의안‘ 첫 채택…"피해자에 모욕"
한국계 데이비드 오 의원 발의 시의회 통과…"극도로 부정확한 논문"
데이비드 오 필라델피아 시의원 [데이비드 오 홈페이지 캡처]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규탄하는 결의안이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처음으로 채택됐다.
위안부 문제에 관한 일반론적인 내용이 아니라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문제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결의안이어서 이번 사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5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시의회에 따르면 한국계인 데이비드 오(공화) 시의원이 지난달 25일 발의한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한 반박 결의안이 전날 의회에서 가결됐다.
결의안은 "역사적 합의와 일본군 성노예를 강요당한 여성 수천명에 대한 역사적 증거와 모순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을 반박한다"며 "극도로 부정확하고 수천명의 피해 여성에 대한 모욕적인 이야기"라고 규정했다.
위안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여성들을 강제로 동원한 "끔찍한 인신매매 제도"라고 규정하면서 일본이 '고노 담화'를 통해 강제 동원을 인정하고 사과했다가 아베 신조 정권 들어 역사 뒤집기에 나섰다는 점도 소개했다.
필라델피아 시의회에서 채택된 '램지어 규탄' 결의안 [시의회 홈페이지 캡처]
결의안은 "램지어의 논문은 이들 여성에 가해진 심각한 불의와 고난을 계약 관계의 매춘으로 격하한 무례한 역사 다시쓰기"라면서 미 동북부한인회연합회 등 여러 한인회와 하버드대 한인 학생회가 사과와 논문 철회를 요구한 사실을 전했다.
특히 미 연방하원을 비롯해 캐나다, 네덜란드, 유럽연합 등 각국 의회에서 이미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지하고 일본의 역사 부정에 반대하는 결의안이 통과된 사실에 주목했다.
결의안은 "전시 잔혹 행위의 피해자들로서는 자신의 경험담이 정확히 이야기돼야 마땅하며, 위험한 역사 다시쓰기를 규탄해야 한다"며 "생존자들과 전세계 여성을 대신해 역사적 잔혹 행위를 최소화하려는 위험한 시도를 계속 반대해야 하고,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필라델피아 시의회의 이번 결의안은 지난달 1일 일본 언론의 보도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일반에 처음으로 알려져 논란이 불거진 지 한 달여 만에 신속하게 통과된 것이다.
연방 또는 주 의회 차원은 아니지만 인구 규모로 미국 내 6위 대도시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콕 집어 공개 규탄을 결의한 만큼 그 의미가 작지 않다.
결의안을 주도한 오 의원은 변호사 출신으로 지난 2011년 필라델피아 최초의 아시아계 의원으로 시의회에 입성했다.
이주향 동북부한인회연합회 회장은 "오 의원은 평소 한인 커뮤니티에 관심을 많이 갖고 열심히 활동해온 정치인"이라면서 "램지어 논문 사태가 터지자 이번 일에 분개해서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고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미 한인들, 6일 하버드서 램지어 규탄대회… "왜곡논문 지우라"
램지어 사태 한달만에 하버드 앞 집회는 처음…논문 철회 압박
미국의 한인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과 관련해 하버드대에서 항의 집회를 연다.
매사추세츠한인회는 6일 하버드대 앞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를 촉구하는 규탄 대회를 연다고 5일 밝혔다.
지난달 초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일반에 처음 알려진 뒤 사건의 발생지로 볼 수 있는 하버드대에서 항의 시위를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매사추세츠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 한인회들이 주최하는 이번 집회에는 현지 미국인과 한국계 하버드대 재학생 일부도 동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 소재지인 매사추세츠 한인회를 이끄는 서영애 회장은 "램지어와 하버드대, 출판사, 그리고 일본의 문제점을 전 세계에 알려 왜곡된 논문을 지우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인들은 램지어 교수 본인은 물론 그의 역사 왜곡 논문에 대해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는 하버드대와 출판사 엘스비어를 상대로도 논문 철회를 촉구하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일 예정이다.
램지어, 일 정부와 관계 인정…"논문엔 절대 영향 없었다"
하버드 교내신문에 논문 옹호글 준비 사실 소개했지만 이후 침묵
'일본 위안부 왜곡' 램지어 논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왜곡하는 논문을 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버드대 교내신문 '하버드 크림슨'은 5일 논문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발생한 직후 램지어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그가 일본 정부와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당시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부인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지금 내가 왜 그래야 하냐"고 반문했다.
다만 그는 이후 하버드 크림슨에 추가로 이메일을 보내 일본 정부와의 관계는 자신의 논문에 영향을 전혀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의 공식 직함이 '미쓰비시 일본 법학교수'인 램지어 교수가 일본 정부와의 관계를 부인하지 못한 이유는 지난 2018년 일본 정부 훈장 '욱일장'을 수상한 기록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산케이신문이 발행하는 해외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따르면 당시 램지어 교수는 일본학에 대한 공헌과 일본 문화 홍보를 이유로 훈장을 받았다.
그는 인터뷰에서 어릴 때 함께 일본에 거주했던 자신의 모친이 아들의 욱일장 수상을 자랑스러워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일본 정부가 자신의 연구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욱일장 수상 이후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과 재일교포 차별을 정당화하는 등 일본 우익의 관점을 담은 역사 논문을 발표했다.
한편 램지어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 대한 학계의 비판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에는 하버드 크림슨에 2차례 이메일을 보내 자신의 논문을 옹호하는 짧은 글을 준비 중이고, 조만간 완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이후 이 글에 대한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고, 글을 공개하지도 않았다.
이는 램지어 교수의 짧은 글로는 방어가 불가능한 수준으로 위안부 왜곡 논문의 문제점이 드러난 것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학계에선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증거가 없고 결론 도출 과정에서 기초적 오류가 있다는 반론이 잇따르는 상황이다.
위안부 왜곡 논문 게재를 예고했던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도 램지어 교수에게 학계의 지적에 대한 반론을 이번 달 31일까지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연합뉴스
이옥선 할머니 · 호사카 유지 “램지어, 역사 왜곡 그만두라”
“학문의 자유라는 탈을 쓴 인권침해 행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가 2019년 7월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터 앞에서 열린 제1395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서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 논문에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94) 할머니 등 36여명이 “역사 날조·왜곡 행위를 그만두라”는 성명문을 냈다.
2일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라는 탈을 쓴 인권침해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는 성명을 냈다고 밝혔다. 해당 성명문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과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 램지어 교수 논문이 실린 학회지 편집장과 박병석 국회의장 등에게 보내졌다. 이 할머니를 비롯해 김원웅 광복회 회장, 송영길·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36명이 성명에 연명했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성명은 “수많은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거나 취업 사기로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다. 거기에는 일본 여성뿐만이 아니라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동남아인, 유럽의 네덜란드인과 독일인도 포함된다”며 “그런데 램지어 교수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했고 업자와 여성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성계약을 맺었다는 허위에 입각한 논문을 썼다. 그는 논문을 통해 일본 내의 매춘업 상황을 확대해석하면서 일본군 ‘위안부’가 모두 매춘부였다고 우기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특히, 이러한 오류가 단순한 학문적 실수가 아닌 특정 정치세력에 편승한 의도된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한 ‘게재됐으면 안 될 논문’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성명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 ‘성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여성들이 끌려가거나 다른 명목에 속아서 연행되어 도망갈 수 없는 환경에서 성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라며 “그런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 영역을 넘어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침해 요소가 짙어 논문으로서는 게재 불가판정이 내려졌어야 했다. 그의 논문이 실리는 학회지에서 심사를 다시 한 번 실시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는 데 사용한 게임이론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는다는 게임이론은 성범죄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 뿐만이 아니라 그를 옹호하는 일본 극우세력, 한국 내 신친일파 세력도 역사의 진실에 등을 돌리는 역사 날조・왜곡행위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며 “그리고 한국 국회는 ‘위안부 문제 왜곡 금지법’을 하루빨리 제정해야 한다. 미국 역사학회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전광준 기자
< 성명문 전문 >
To : 미국하원의장님, 하바드대학교 총장님
학회지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편집장님
한국국회의장님
성명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라는 탈을 쓴 인권침해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저지른 여성에 대한 성범죄다. 이미 이 문제는 유엔 등의 국제기구에 의해 전시성폭력, 즉 성범죄임이 인정된 바 있다.
위안소 개설과 위안부 모집에 일본정부와 일본군이 개입한 사실이 있고 업자들도 일본정부가 비밀리에 선정한 사람들이라는 것은 일본의 공문서에서 확인된다.
1993년 8월 당시 미야자와 내각의 고노요헤이 관방장관이 ‘고노담화’를 발표하여 일본군 ‘위안부’문제에 일본군과 관헌이 관여, 가담한 사실을 인정하여 사죄했다.
수많은 여성들이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가거나 취업사기로 일본군의 성노예가 되었다. 거기에는 일본 여성뿐만이 아니라 조선인, 중국인, 대만인, 동남아인, 유럽의 네덜란드인과 독일인도 포함된다.
그런데 램지어 교수는 일본정부와 일본군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허위 주장을 했고 업자와 여성들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성계약을 맺었다는 허위에 입각한 논문을 썼다. 그는 논문을 통해 일본 내의 매춘업 상황을 확대해석하면서 일본군 ‘위안부’가 모두 매춘부였다고 우기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했다. 특히, 이러한 오류가 단순한 학문적 실수가 아닌 특정 정치세력에 편승한 의도된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있어 ‘성계약’ 자체가 존재하지 않으며 모든 여성들이 끌려가거나 다른 명목에 속아서 연행되어 도망갈 수 없는 환경에서 성노예가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역사의 진실이다.
그런 역사적 사실을 무시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학문의 자유의 영역을 넘어 피해자들에 대한 인권 침해 요소가 짙어 논문으로서는 게재 불가판정이 내려졌어야 했다. 그의 논문이 실리는 학회지에서 심사를 다시 한 번 실시하는 것
이 타당하다고 본다.
램지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설명하는데 사용한 게임이론은 역사적 사실을 설명하는데 적합하지 않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위해 계약을 맺는다는 게임이론은 성범죄에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램지어 교수 뿐만이 아니라 그를 옹호하는 일본 극우세력, 한국 내 신친일파 세력도 역사의 진실에 등을 돌리는 역사 날조・왜곡행위를 이제 그만둬야 한다. 그리고 한국국회는 ‘위안부문제 왜곡 금지법’을 하루 빨리 제정해야 한다. 미국역사학회는 램지어교수의 논문을 철저히 검증해야 할 것이다.
2020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밀그럼(왼쪽) 교수와 로버트 윌슨 스탠퍼드대 교수. AP 연합뉴스
게임이론으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미국의 경제학자 2명이 게임이론을 거론하며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판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폴 밀그럼 스탠퍼드대 교수와 앨빈 로스 하버드대 교수는 28일 성명을 내어 “게임이론으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합리화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두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는 사실을 소개하며 “나치 독일의 유대인 학살 부정이 연상됐다. 너무나도 고통스러웠다”고 밝혔다.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적 해석이 정당한지 여부는 증거에 의해 판단될 것”이라며 “단순한 게임이론 모델로 증거가 바뀔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밀그럼 교수는 경매와 인센티브이론, 산업경제학, 경제사, 게임이론 등 경제학의 여러 분야에서 권위자로 인정받은 학자다. 경매시장의 특성과 사람들의 행동양식을 연구하는 경매이론으로 지난해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로스 교수도 게임이론과 함께 시장 설계 분야의 연구로 지난 2012년 노벨 경제학상을 공동수상했다.
법학을 전공한 램지어 교수는 논란이 된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 논문에서 경제학의 게임이론을 사용해 일본군 ‘위안부’ 계약을 합리화했다. 전쟁터에서 매춘이란 직업의 위험성이나 명예 손상 가능성 등을 고려해 여성들은 대규모의 선급금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성사된 합리적 계약이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게임이론 학자들조차 문제를 제기하면서 논문의 논리적 허점이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로저 놀 미국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명예교수도 지난 27일 개인 성명을 내어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출간할 예정인 국제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강하게 비판했다. 놀 교수는 “이 학술지에 논문 두 편을 게재한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고 경악한다”며 “이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내 과거의 결정을 지금 후회한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램지어 논문 삭제시킨 이스라엘 교수 “소녀상 찾아가”
영국 케임브리지 학술지 공동편집장 앨론 하렐 램지어 ‘간토 대지진 때 조선인 방화’ 왜곡 논문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 수정 조치 결정한 인물
베를린 소녀상에서 사진을 찍은 앨론 하렐 교수. 이진희 교수 제공=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학 로스쿨 교수의 간토 대지진 조선인 학살 왜곡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게재되는 것을 막은 이스라엘 학자가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이 '민영화'를 주제로 발간하는 학술지의 공동 편집장인 앨론 하렐 히브루대 로스쿨 교수는 28일(현지시간) 소녀상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재미 역사학자 이진희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 사학과 교수에게 보냈다.
하렐 교수는 이메일에서 다른 설명 없이 "오늘 베를린의 위안부 소녀상을 방문했다"는 글과 함께 사진을 첨부했다.
그는 최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이진희 교수의 거듭된 지적을 받고 "매우 유감스러운 실수"라고 인정하고 수정 조치를 결정한 인물이다.
하렐 교수의 결정에 따라 조선인 학살을 왜곡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사전 공개 사이트 SSRN에서 삭제됐다.
또한 편집진은 램지어 교수에게 매우 구체적이고 비판적인 코멘트를 전달했고, 램지어 교수는 이에 따라 논문을 상당히 수정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하렐 교수가 이 교수에게 소녀상을 방문한 사진을 보낸 것은 자신의 실수를 다시 한번 인정하고,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 논문이 학술지에 원문 그대로 실리도록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교수는 연합뉴스에 "하렐 교수님의 사진을 받아보고 울컥했다"며 "가짜 학문이 판을 치는 세상에 아직도 존경할만한 분들은 있다"고 말했다.
위안부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쓴 램지어 교수는 이 논문에선 1923년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이 방화 등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일본 자경단에 희생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연합뉴스
스탠퍼드대 명예교수 "램지어 논문 실릴 저널에 논문 게재 후회"
"IRLE 논문 심사, 편집 절차 믿을 수 없어"…출판 앞둔 학술지에 비판론 제기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이 실릴 학술지를 비판한 로저 놀 미 스탠퍼드대 명예교수[스탠퍼드대 홈페이지 캡처]
로저 놀 미 스탠퍼드대학 경제학 명예교수(Professor Emeritus of Economics)은 일본군 위안부 모집을 정당화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을 출간하기로 한 법경제학국제리뷰(IRLE)를 비판했다.
놀 명예교수는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낸 개인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의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 논문을 출간하기로 한 IRLE의 논문 심사와 편집 절차를 믿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 학술지에 논문 2편을 게재한 사람으로서 매우 슬프고 경악한다"라며 "이 저널에 논문을 게재한 내 과거의 결정을 지금 후회한다"라고 밝혔다.
IRLE를 발행하는 네덜란드 출판사 엘스비어는 램지어 교수 논문의 인쇄본을 조만간 출간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이미 스탠리 미국 노스웨스턴대 교수 등 5명의 일본사 연구자는 지난달 18일과 26일 IRLE의 에릭 헬런드 편집장에게 2차례 공개 편지를 보내 논문 게재를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램지어 논문 철회” 노벨상 수상자 등 2400여 학자 서명
온라인 공개 닷새만에 세계 곳곳서 참여
일본군 ‘위안부’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미국 하버드대 마크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에 세계 각국에서 2400여명이 넘는 학자들이 참여했다. 논문에 대한 비난이 학계,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미국 주류 언론 매체들도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의 철회를 촉구한 온라인 연판장에 공개 닷새 만인 28일 낮 현재 2464명의 학자들이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뿐 아니라 호주·서울·홍콩·영국 등에서 경제·역사·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자들이 나섰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에릭 매스킨 하버드대 교수 등 석학들도 이름을 올렸다.
특히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피넬로피 코우지아노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별도 성명을 내어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이 아동 성매매를 옹호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램지어 교수가 논문의 근거에 해당하는 조선인 ‘위안부’ 계약서를 아예 본 적이 없다고 말한 사실이 드러나는 등 논문의 결정적 오류가 드러나고 학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지만, 국제학술지 <국제법경제리뷰>(IRLE)를 발간하는 네덜란드의 출판사 엘스비어는 ‘우려 표명’의 글과 반박 주장을 덧붙이는 선에서 이 논문을 3월호에 그대로 싣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김소연 기자
전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 골드버그 교수 비판성명
"논문 10살 소녀 사례 인용은 아동강간·인신매매 정당화"
세계은행(WB)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미국 석학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이 아동 성매매를 옹호한다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피넬로피 코우지아노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성명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골드버그 교수는 2018년 11월∼2020년 3월 WB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 '태평양 전쟁의 성 계약'을 둘러싼 논의는 역사적 기록의 정확성과 학문의 질에 집중돼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0살짜리 '오사키'에 관한 구절은 아동 성매매를 노골적으로 지지한다"라고 비판했다.
램지어는 해당 논문에서 '오사키'란 이름의 일본인 소녀의 증언을 인용해 전시 성매매 계약이 자발적이고 합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논문에서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위안부 모집책이 300엔의 선급금을 제안했다"라면서 "오사키는 그 일이 수반하는 것이 뭔지 알았기 때문에 모집책은 그를 속이려고 하지도 않았다"고 적었다.
램지어 교수는 이와 관련해 최근 동료인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에게 자신이 사례를 사실과 다르게 인용한 점을 실토했다고 석 교수는 이날 시사주간지 뉴요커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피넬로피 코우지아노 골드버그 예일대 경제학부 교수[골드버그 교수 페이스북 갈무리]
골드버그 교수는 이 사례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윤리적으로 혐오스럽고 문명사회에선 엄격하게 불법인 아동 강간, 인신매매 등 행위를 정당화한다고 지적했다.
램지어 교수는 지난해 12월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인 매춘부로 규정한 위 논문을 발표해 파문을 일으켰다.
그는 위안부 문제를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 간 계약행위로 해석하며 이를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하버드대 학생들이 집단 비판성명을 내고 학계에서도 논문에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충분치 않다는 등의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램지어 교수는 석 교수에게 한국인 위안부 피해자들이 쓴 계약서가 없으며, '오사키' 사례를 잘못 인용한 건 자신의 실수라고 시인했다고 석 교수는 기고문을 통해 밝혔다.
NYT도 '램지어 파문' 보도…미 유력언론도 속속 관심
램지어 사태 전말 뉴요커 기고문 후 NYT "미국 학자들도 격렬 반응"
'위안부는 매춘부' 논문 알려진 지 4주 만에 미 주류언론 보도 등장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 논문' 사태에 미국의 주류 언론 매체들이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 '한 하버드 교수가 전시 성노예들을 매춘부로 불렀다가 반발을 샀다'는 제목의 서울발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한국은 물론 미국의 학자들 사이에서 격렬한 반응을 일으켰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번 사태가 1990년대 초를 떠올린다고 평가했다. 동아시아의 가부장적 문화 탓에 오랫동안 경시됐던 일본의 전시 성노예 생존자들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전 세계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던 30년 전으로 시계를 되돌린 듯하다는 것이다.
국제 역사학자들은 일제히 램지어 교수의 주장이 광범위한 역사적 증거를 무시하고 일본 극우 교과서와 비슷하다면서 논문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논문 내용을 비판하는 경제학자들의 연판장에 1천900명 이상(오후 4시 현재 2천100여 명)이 서명하고, 하버드대 학생들의 비판 성명에도 수백 명의 재학생이 서명한 사실도 기사에 소개됐다.
NYT는 복수의 학자들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한국인 위안부 여성이 서명한 어떠한 계약서도 증거로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결함이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다.
지난 1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참가한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 주최 온라인 세미나도 비중 있게 다뤘다.
신문은 "두 세대로 나누어지고, 7천 마일이나 떨어진 학생들과 생존자가 줌에서 만나 광범위하게 반박당한 하버드 교수의 주장을 가르침의 순간으로 바꾸자는 공동의 목표를 논의했다"고 묘사하면서 이 할머니의 이야기를 상세히 전달했다.
램지어 교수는 NYT의 인터뷰 요청도 거절했다. NYT는 대신 램지어 교수가 일본 산케이(産經) 신문의 해외판 선전지 저팬 포워드에 기고한 글에서 "한국 위안부들의 주장은 역사적으로 허위"라고 주장했다고 전했다.
램지어 교수 지지 서한에 서명한 일본의 우파 역사학자 중 한 명인 가츠오카 간지는 NYT에 자신은 램지어 논문 초록만 읽어봤다면서도 여성들이 돈을 받고 일한 것이라며 "매춘부라는 용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버드대는 미국 최고의 학교"라고 덧붙였다.
NYT의 보도는 미 저명 시사주간지 뉴요커가 석지영 하버드대 로스쿨 종신교수의 기고문을 통해 '램지어 사태'의 전말과 관련 동향을 상세히 전달한 직후에 이뤄졌다.
지난달 말 일본 언론을 통해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이 처음 일반에 알려진 후 이날 뉴요커와 NYT 보도 전까지 4주 동안 하버드대 교내 신문 '크림슨'과 소수의 인터넷 매체 외에는 이 사안을 다루는 미국 매체가 없었다. 연합뉴스
“램지어, 위안부 논문 근거 조선인 계약서 못 봤다고 시인”
석지영 하버드 로스쿨 교수 램지어 인터뷰해 이메일 밝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가 ‘매춘부’라는 주장을 펴 비판을 받고 있는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학 교수. 하버드대 자료사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하는 논문을 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가 주장의 근거에 해당하는 조선인 위안부 대상 매춘 계약서를 사실 보지 못했다고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버드대 로스쿨 석지영 교수는 26일 미국 잡지 <뉴요커> 온라인판에 공개된 “위안부의 진실한 이야기를 찾아서”라는 기사에서 램지어 교수가 이렇게 대답했다고 전했다. 램자지의 논문 ‘태평양전쟁에서의 성행위 계약’은 위안부가 자발적 매춘부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담아 최근 큰 물의를 빚었다. 석 교수는 램지어 교수에게 이 논문에 대해 질문을 하니 “나는 조선인 계약서는 갖고 있지 않다 ”고 말했다고 적었다. 램지어는 “(조선인 위안부에 대한) 계약서를 구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당신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앞서 지난 17일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램지어가 쓴 논문의 인용을 추적해 보니 “그가 조선인 위안부나 가족 또는 모집업자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램지어는 자신이 쓴 논문이 1991년에 2차대전 이전 일본의 성매매 계약에 대해 쓴 글에 바탕했다고 말했다고 석 교수는 적었다.
램지어는 인용을 완전히 잘못한 사례를 인정하며 “내가 실수했다”고 말했다고도 한다. 그는 논문에서 10살 일본인 소녀 ‘오사키’의 예를 인용하며 “오사키가 10살이 됐을 때 업자가 다가와 만약 해외에 가는 것에 동의하면 300엔을 벌 수 있다고 제안했다. 업자는 그를 속이려고 하지 않았으며, 그는 10살이지만 그 일에 내포된 의미를 알았다”고 썼다. 오사키가 보르네오로 가서 자발적으로 매춘을 했다는 식으로 쓴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인용한 책을 찾아보니 오사키를 포함한 소녀들이 업자에게 “이런 일이라고 말을 하지 않지 않았느냐”며 항의하고 저항했다는 대목이 발견됐다. 석 교수는 램지어가 이에 대해 “나도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나는 이 부분에서 실수를 했다”는 이메일을 보냈다고 전했다. 램지어는 석 교수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자신을 지지하는 이들이 한국과 일본 등에 있다며, 한국에서는 2019년 출간된 <반일종족주의> 저자들을 예로 들었다고 한다.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도 램지어 역사왜곡 비판
램지어 논문에 대해 일본 학계와 시민사회도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며 비판에 나섰다. 일본군 ‘위안부’ 학술 사이트를 운영하는 일본의 시민단체 ‘파이트 포 저스티스’(Fight for Justice)는 일본사연구회, 역사학연구회, 역사과학협의회 등 학술단체와 함께 다음달 14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비판하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세미나에는 일본 내 ‘위안부’ 연구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명예교수가 나와 램지어 교수 논문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요시미 교수는 1992년 ‘위안부’ 제도를 만드는 데 군과 정부가 깊숙이 관여했음을 보여주는 문서를 처음 찾아낸 인물이다. 조기원 김소연 기자
미국 교수 등 16명 “램지어 논문 철회” 또 성명
조봉완 · 스테츠 교수 주도, 김숨 ‘위안부’ 소설 번역 풀턴 이정실· 김현정 활동가도…“램지어 논문 사실 오도 부정확”
브루스 풀턴 교수와 아내 주찬 풀턴. 연합뉴스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의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이 국제 학술지 쪽에 또 전달됐다.
22일(현지시각) 코언 괌대학 교수를 포함한 16명이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 논문을 싣기로 한 <국제법경제리뷰> 편집진에게 성명을 보냈다고 위안부 피해자 인권단체인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이 밝혔다. 성명서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실제 증언을 재구성한 김숨 작가의 장편소설 <한 명>(One Left)을 영어로 번역한 브루스 풀턴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교수와 부인 주찬 풀턴도 서명했다.
일본군 ‘위안부’를 주제로 여러 저술을 펴낸 조봉완(미국 이름 보니 오) 조지타운대 명예교수와 마거릿 스테츠 델라웨어대 교수가 주도한 이 성명에는 학자들 외에 김현정 케어 대표와 워싱턴정신대문제대책위원회 이정실 이사장도 이름을 올렸다. 시카고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역사학자인 조 명예교수는 1996년 조지타운대에서 일본군 ‘위안부’ 학회를 기획하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램지어 교수 논문의 모든 전제는 이 문제를 연구해온 다수의 학자들에 의해 잘못된 것으로 광범위하게 인식되는 것”이라며 ”우리 공동 서명자들은 이 논문에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사실을 오도하고 부정확하며 압도적인 역사적 증거와 목격자 증언과도 어긋난다. ‘위안소’는 일본군이 유지·감독하거나 직접 운영하기까지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당시 11살, 12살에 불과한 어린 피해자가 많았다는 점을 들어 “그 나이의 누구라도 이런 것에 동의하기란 불가능하다. 미성년 소녀들과의 성행위는 계약에 따른 합의가 아니라 강간 범죄”라고 말했다. 이어 “램지어 교수가 자발적으로 논문을 취소하고 몇 안 남은 생존자들에게 사과하기를 요구한다”면서 “그가 취소하지 않는다면 저널이 그렇게 하거나, 역사적 정확성과 공정성을 위해 모든 반론을 함께 출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연합뉴스, 강성만 기자
연대 · 한양대 교수 "램지어 공격은 비생산적" 미 언론 기고 파문
외교지 '디플로맷' 에 "외국인 혐오 같다..비난 아닌 토론해야" 주장 2019년에도 위안부 관련 발언 물의... 당시 한양대생 규탄 서명운동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망언으로 논란을 빚은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에 대해 연세대·한양대 교수가 사실상 '옹호'하는 듯한 기고문을 미 언론에 게재해 파문이 예상된다.
조 필립스 연세대 언더우드국제대학 부교수, 조셉 이 한양대 정치외교학 부교수는 18일 미 외교 전문지 디플로맷에 "'위안부'와 학문의 자유"라는 제목의 글을 영문으로 공동 기고했다.
이들은 기고문에서 "하버드대 교수의 글에 대한 최근 논쟁은 토론과 논의를 위한 여력이 얼마나 제한됐는지를 보여준다"면서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남한에 기반을 둔 학자들"이라고 자신들을 소개하고, 램지어 교수의 글에 대해 "비난이 아닌 토론을 촉구한다"고 운을 뗐다.
이들은 "일본과의 사적인 연관성을 이유로 램지어의 학문적 진실성을 공격하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외국인 혐오증처럼(xenophobic) 들린다"라며 "그의 글에 한국 시각이 부족하다고 비난하는 것은 동질적이며 피해자 중심적인 '한국' 시각을 전제로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교수는 이어 "남한에서는 '위안부' 연구와 토론을 제한하는 것이 사회 및 정치의 집단사고로 커졌다"면서 "이는 그렇지 않으면 열정적으로 공개 토론할 가치가 있는 것들"이라고 썼다.
이들은 또 2013년 '제국의 위안부' 발간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세종대 박유하 교수 등을 거론하면서 "'위안부' 납치설에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던 일부 학자들은 지나치게 자주 활동가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학교 측 조사를 받고, 당국에 기소된다"고 주장했다.
두 교수는 2008년 발간된 소정희의 저서 '위안부:한국과 일본간 성폭력과 식민 이후의 기록'을 인용해 "활동가 단체들은 자신들의 얘기에 들어맞지 않는 정보는 선택적으로 삭제하고, 들어맞는 정보는 부추긴다"는 주장도 폈다. 연합뉴스
"램지어 주장은 거짓"… 하버드 학생들, 위안부 바로알기 앞장
한국계 학생모임, 전문가 토론 열고 위안부 다큐멘터리 온라인 감상회
하버드대 코리아포럼이 주최한 위안부 문제 온라인 패널 토론회 [줌 화상회의 캡처]
미국 하버드대에서 공부하는 한국계 학생들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부' 주장을 바로잡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이 대학 한국계 학생 모임인 하버드 코리아포럼은 19일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UC샌디에이고)의 토드 헨리 역사학과 부교수와 '배상과 교육을 위한 위안부 행동'(CARE) 김현정 대표를 패널로 초청해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헨리 교수와 김 대표는 하버드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램지어 교수 주장을 비판하고 위안부 문제의 진실과 실태를 상세히 소개했다.
온라인 행사를 진행한 하버드대 재학생 리나 조는 "위안부 피해자를 계약을 맺은 매춘부로 묘사한 것은 이미 여러 번 거짓으로 입증된 주장"이라면서 "역사 수정주의자들과 부정론자들의 주장은 광범위한 연구 및 증언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하버드대 학생 조슈아 박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교육, 대중의 인식, 진실을 널리 알리는 일이 이번 싸움에서 중요하다"고 말했다.
코리아포럼은 패널 토론회를 마친 뒤 위안부 피해자들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어폴로지'(The Apology)를 온라인으로 함께 감상했다.
중국계 캐나다인 감독 티파니 슝이 지난 2016년 발표한 이 영화에는 한국과 필리핀, 중국 등 3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삶이 담겼다.
코리아포럼은 위안부 피해가 한국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이 영화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이 알려진 뒤 하버드대 한인 총학생회 등 학내 여러 한인단체들이 잇따라 반박 성명을 내고 서명운동을 하는 등 이 문제를 이슈화하고 있다.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도 지난 16일 온라인 세미나에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와 '위안부 결의안'을 주도했던 마이크 혼다 전 미국 연방하원의원 등을 초청해 위안부 문제 알리기에 나섰다. 연합뉴스
하버드 교수들 이어 코네티컷대 더든 교수도 저널에 반박문 제출
2016년 방한 때 피해자 박옥선 할머니 손을 잡은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 [연합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싣기로 한 학술 저널에 미국 역사학자들이 속속 반박문을 보내고 있다.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교수는 최근 국제법경제리뷰(IRLE)의 요청에 따라 램지어 교수의 논문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의 글을 저널 편집진에 보냈다고 19일(현지시간) 밝혔다.
더든 교수 외에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의 학문적 진실성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전날 공개하고 저널 측에 보낸 바 있다.
더든 교수는 "IRLE가 여러 학자에게 에세이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며 "다른 학자들의 글도 곧 공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과 한국 근현대사를 전공한 더든 교수는 '역사의 남용 : 램지어의 성(性)계약 주장에 대한 간략한 회신'이라는 제목으로 IRLE에 제출한 에세이에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액면 그대로 읽은 사람들에게는 일본의 현 정치 이데올로기를 옹호한 주장들이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세계관은 역사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트럼피즘'(트럼프주의)과 같은 전 세계의 비슷한 움직임에 공감을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램지어 교수가 위안부 문제를 계약 관계로 설명한 것을 가리켜 "이러한 용어(계약 관계)를 유엔과 국제앰네스티가 '반인류 범죄'로 규정한 역사에 적용하는 것은 그야말로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비난했다.
더든 교수는 "게다가 그 용어는 일본 제국 시대에서는 고려할 가치가 없다"면서 "그때는 자유롭게 행동하는 '시민'이 없었고, 일본 본토와 식민지의 모든 사람이 '황국신민'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은 증거와 참조문헌 인용에서 명백한 결함이 있다"면서 가짜뉴스를 팩트로 둔갑시키는 당사자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근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시각을 담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로 제기했다.
기록상 최초의 위안부인 일본인들이 인신매매 피해자라는 일본 내 기록과 일본 학자의 연구를 무시했다는 점도 반박 근거로 제시됐다.
2006년 영어로 발간된 일본의 저명 국제법학자 도츠카 에츠로의 논문에 따르면 1932년 일본인 여성 15명이 중국 상하이의 위안소로 끌려간 사건과 관련해 일본 나가사키 법원은 1936년 이들 여성을 속인 일본인 남성들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이러한 판례는 "'여성들이 속았다는 어떠한 가설도 믿기 어렵다'는 램지어의 주장을 공허하게 만든다"고 더든 교수는 밝혔다.
더든 교수는 "학문의 자유는 헌법적 민주주의의 핵심 교리이지만, 학문적 거짓은 그렇지 않다"면서 "아직 들키지 않은 (역사)부정론자들의 인종주의적 주장이 결코 다시는 학술 조사를 통과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연합뉴스
미 국무부,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인신매매 … 지독한 인권침해"
"일본군의 성적목적 여성 인신매매…한일, 치유·화해 촉진 협력해야"
미국 국무부 대변인의 브리핑 모습.
미국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미국이 여러 차례 밝혔듯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의한 성적인 목적의 여성 인신매매는 지독한 인권 침해"라는 입장을 밝혔다.
미 국무부는 18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 주장에 대한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우리는 일본과 한국이 치유와 화해를 촉진하는 방향으로 이 문제에 대해 계속 협력할 것을 오랫동안 권장해 왔다"며 이같이 언급했다.
국무부의 언급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존의 입장과 같은 것이지만, 최근 램지어 교수의 논문 파동으로 국내외에서 비판이 확산하며 이 사안이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다시 한 번 일본 책임론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무부는 "미국은 자유, 인권, 민주주의 여성 권리 신장, 전 세계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법치에 대한 우리의 공동 약속을 증진하기 위해 협력하면서 한국 및 일본과의 강력하고 생산적인 3자 관계를 중요시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의 두 긴밀한 동맹인 일본과 한국 간의 관계 발전을 계속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램지어 교수는 온라인에서 공개한 논문에서 위안부 문제를 태평양 전쟁 당시 매춘업자와 예비 매춘부가 엇갈리는 이해관계를 충족하는 계약을 한 것으로 규정해 한국은 물론 미국 역사학계의 큰 반발을 불러왔다. 연합뉴스
하버드 역사 교수들 “램지어, 지독한 학문적 진실성 위반” 비판
한 · 일 역사학 교수, 논문 검토 뒤 성명 “조선인 대상 계약서 한 건도 안 찾아봐 학술지는 논문 게재 보류하고 조사해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마크 램지어 교수 논문에 대해, 같은 대학 역사 전공 교수들이 학문적 진실성부터 결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버드대 동아시아언어문화학과 카터 에커트 교수와 역사학과 앤드루 고든 교수는 17일 성명을 내고 <국제법경제리뷰>라는 학술지 3월호에 실릴 예정인 램지어의 논문 ‘태평양 전쟁에서 성 계약’이 제대로 된 근거 문헌 인용도 없이 작성돼 있다고 지적했다. 에커트 교수는 한국사, 고든 교수는 일본 근대사가 주전공이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제경제법리뷰> 편집자의 요청으로 램지어 교수 논문을 검토했다며 “우리는 우선 위안부 시스템에 내포되고 실행됐던 식민주의 젠더의 큰 정치적 경제적 맥락을 램자이어가 생략한 데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서 “하지만 우리는 (램자이어의) 논문에서 (논문에서 사용된) 증거와 논리를 살펴보면서, 논문의 학문적 진실성 문제에 먼저 직면했다”고 적었다.
이들은 램지어 논문의 인용을 추적해 보니 “그가 조선인 위안부나 가족 또는 모집업자 실제 계약을 단 한 건도 찾아보지 않았다고 판단할 수 있었다”고 했다. 또한 “심지어 일본 정부나 군이 지침으로 내려준 표본 계약서도 찾아보지 않은 것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램자이어가 인용한 1938년 일본 내무성 문서가 있는데, 이 문서는 중국 상하이에 있는 위안소가 고용한 일본 여성용 표본 계약서였다고 지적했다. 조선인 대상 계약서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어떻게 램자이어가 읽지도 않은 (조선인 대상) 계약에 대해 그렇게 강한 표현을 써서 주장하는지 알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램지어가 그의 주장의 핵심에 해당하는 “조선인 여성 계약과 관련한 제3자의 증언 또는 문서화된 기록 제시도 사실상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유일하게 일본어로 번역된 위안소 근무자의 일기 관련 책이 인용됐는데, 이마저도 선택적으로 인용됐다고 짚었다. 역사적 사실과 모순되는 기술도 있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은 램지어가 “버마(현재의 미얀마)의 조선인 위안부는 6개월에서 1년 짧은 계약을 맺고 일했다”고 주장했는데, 인용을 보면 1937년에 작성됐다는 일본어로 쓰인 표본 계약서였다고 했다. 1937년은 일본군이 미얀마에서 전투를 벌이기 몇 년 전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조선인 여성 대상 계약 관련 증거나 관련 문헌 제시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가장 지독한 학문적 진실적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두 교수는 <국제법경제리뷰>에 램자이어 논문 게재를 보류하고 조사를 벌인 뒤 결과에 따라 철회시키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안창호선생 손자 "하버드대에 대가 묻겠다"…사료 기증도 거부
램지어 역사왜곡·하버드대의 미온적 대응에 결단
"사익 위해 역사 바꾸고 학술자유 빙자 비판 외면"
도산 안창호 선생 외손자 필립 안 커디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1878~1938) 선생의 손자가 최근 역사왜곡 논란을 빚은 미국 하버드대에 강력히 항의했다.
안창호 선생의 손자 필립 안 커디 씨는 18일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전화 인터뷰에서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에게 서한을 보내 역사자료를 기증하기 위한 협의도 중단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결정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과 그 후속대응을 비판하는 차원에서 이뤄졌다.
커디 씨는 램지어 교수의 "부적절한 학술적 글쓰기에 대한 직접적인 대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배카우 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우리 가문의 유물과 일본이 제국주의 강점기에 우리 가문과 한국에 저지른 짓을 고려하고 램지어의 발언에 직접적인 대가를 치르게 하는 차원에서 사료를 하버드대에 기증하는 것과 관련한 모든 논의를 끝낼 것이다"고 밝혔다.
커디 씨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사료를 이전하는 방안을 두고 그간 하버드대와 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는 "진실을 추구하지 않는 것, 역사를 옹호하지 않는 것, 개인적 이익을 위해 역사를 수정하는 것의 대가가 무엇인지 교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커디 씨는 램지어 교수와는 별개로 하버드대와 논문이 게재된 학술지인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우 앤드 이코노믹스'를 향해서도 개탄을 쏟아냈다.
그는 "학술적 자유라는 허울 뒤에 숨어 충분한 역할을 하지 않는다"며 "직원들이 학술자유 뒤에 자유롭게 숨어 위안부 여성과 관련해 그처럼 뚜렷하게 잘못된 의견을 토해내도록 내버려 두는 걸 보면 하버드대는 우리 사료를 보관할 장소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램지어의 행동, 그 행동에 따른 대가 때문에 하버드대와 하버드대 공동체에 있는 많은 이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안창호 선생은 지금은 북한 지역인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 이민 1세대로서 독립운동에 큰 힘을 보탰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세운 인물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한 안 선생은 정치가, 교육자, 자유 운동가로 살다가 독립이 찾아오기 전인 1938년 별세했다.
안 선생의 맏딸이자 커디 씨의 어머니인 수전 안 커디 씨는 1942년 미국 해군에 들어가 미군에 입대한 사상 첫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으로 기록되고 있다. 연합뉴스
“램지어 주장, 여성 폭력·성착취 정당화하는 데 이용”
전 세계 페미니스트 1100여명 비판성명 “학문의 자유 침해하고자 하는 것 아니다”
17일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제1474차 일본군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계약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비판하는 세계 페미니스트들의 연대 성명이 나왔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17일 오전 1479번째 정기 수요시위에서 ‘존 마크 램자이어 교수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에 관한 전 세계 페미니스트 성명’을 공개했다. 정의연은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용기 내 증언한 피해자들의 증언, 연구자들의 수십 년에 걸친 진상규명 및 연구 성과, 유엔(UN),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사회의 보고서와 권고를 고려하지 않고 일본 정부의 왜곡된 주장을 소개했다”고 비판했다.
정의연은 이어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 운동, 흑인인권운동, 미투운동, 반식민주의 운동과 연대하는 국내외 여성주의 연구자들이 역사왜곡을 통한 성차별, 식민주의 구조 재생산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작성하여 회람했다”고 설명했다. 성명에는 이날 오후 3시 현재까지 미국·필리핀·영국·호주·뉴질랜드·독일·캐나다 등 해외와 국내 1100여명이 넘는 연구자와 단체가 참여했다. 오랫동안 위안부 문제를 연구해온 페이페이 추(미국 뉴욕주 바사르대)·엘리자베스 손(노스웨스턴대)·린다 하스누마(템플대)·마거릿 스테츠(델라웨어대) 등의 교수들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성명문에서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고착화된 억압과 상호연결된 구조를 규명하는 대신 가부장적·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려는 것”이라며 “램자이어 교수의 이러한 주장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 및 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성명문은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생존자 및 현대의 성폭력 피해생존자들에게 또 다른 폭력을 가하고, 일본 정부의 의도적 역사 부정 및 왜곡에 힘을 실어주고 있음을 비판했다. 이들은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기관과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 한다”며 “학문의 자유라는 미명 하에 이루어지는 유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대학을 비롯한 고등교육기관이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호 기자
아래는 성명문 전문.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교수 존 마크 램자이어의 일본군 ‘위안부’ 논문 관련 페미니스트 성명
하버드 로스쿨 미쓰비시 일본법 교수 존 마크 램자이어의 최근 일본군 ‘위안부’ 관련 논문은 2차 세계 대전 (아시아태평양 전쟁) 전후 일본군에 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수많은 여성들이 겪었던 잔혹행위에 대해 성차별적,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견해를 앞세우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주장이 여성들에 대한 폭력과 성노예 및 성착취 제도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될 수 있음에 우려를 표합니다.
2차 세계 대전의 전쟁터 속에 수많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여성들은 납치당하거나, 속아서, 혹은 강제로 일본군의 ‘위안소’로 끌려갔습니다. 성차별주의, 가부장제, 식민주의, 제국주의와 인종주의가 복합적으로 얽혀 만들어진 일본군 성노예제 제도 속에서 일본의 식민지 및 점령지 여성들은 반인권적 폭력의 고통을 겪었습니다. 살아남은 일부 피해생존자들은 수십 년간 침묵을 강요당했습니다. 그러나 이 끔찍한 역사는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닙니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현재의 무력분쟁 하 성폭력, 대학 내 성폭력 문화, 포스트식민주의 트라우마, #미투운동의 문제의식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페미니스트 학자, 학생, 졸업생으로서 부정의, 억압, 폭력을 가해온 성차별적, 식민주의적 시각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자 이 성명을 작성했습니다.
학술지 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실린 램자이어 교수의 최근 논문은 일본군 ‘위안부’ 제도를 자발적인 매춘으로 소개하며 성노예제를 부정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식민지와 전쟁, 불평등한 권력 구조와 구조적인 폭력을 무시한 채,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의 ‘계약 매춘부’로 묘사했습니다. 그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원하고, 요금을 협상할 수 있었으며, 자유롭게 그만 둘 수 있었다고 주장함으로써 역사적 진실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아시아 태평양 전쟁 중 자행한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일본 정부의 주장을 비판적인 분석 없이 그대로 답습하고 있습니다.
지난 30년간 수많은 연구, 유엔 특별보고관 및 국제기구가 작성한 보고서, 2000년 여성국제전범법정은 일본군 ‘위안부’의 본질이 조직적 성노예제임을 인정했으며, 이를 부정하고 진실을 왜곡하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를 비판해왔습니다. 성노예제 피해자들은 자유롭게 이동할 권리를 박탈당하고, 위협과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며, 지속적인 성폭력과 학대를 당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피해 여성들에게는 2차 가해이며, 성노예제가 남긴 깊은 상흔에 다시 한 번 상처를 입히는 폭력적 행위입니다. 폭력의 역사를 의도적으로 지우려는 일본 정부의 시도와 공모하며 정당화하는 행위입니다.
또한 우리는 램자이어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들의 증언을 왜곡한 것을 규탄합니다.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학순 할머니의 첫 공개증언이 있던 1991년 8월 14일 이후, 한국, 중국, 필리핀, 대만, 인도네시아, 동티모르, 네덜란드, 일본에서 수백 명의 생존자들이 자신들의 경험을 용감히 밝히고 #미투운동의 선구자가 되셨습니다. 비록 개별적 경험의 세세한 결은 다르지만, 생존자들은 일본군 성노예제가 조직적으로 자행된 전쟁범죄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램자이어 교수는 생존자들의 증언을 선택적으로 사용하면서 페미니스트 학자들이 옹호해 온 생존자들의 경험에 대한 총체적이고 다각적인 이해를 지워버렸습니다.
우리는 성폭력 생존자들이 침묵 당하는 걸 너무나 자주 목격했습니다. 사적 공간은 물론 다양한 공적 공간에서, 하버드 대학을 비롯한 수많은 대학 캠퍼스 안에서조차 성폭력 생존자들은 침묵 당하곤 합니다. 이런 현실 속에서 일본군성노예제 피해 생존자들은 용기 있게 침묵을 깨고 증언하며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목소리를 내고 초국적 연대를 구축하여 페미니스트 운동을 이끌어왔습니다.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고무된 연구자들은 일본 정부가 아시아 태평양 전역에 걸쳐 위안소를 체계적으로 설립하고, 조직적으로 운영한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 왔습니다. 역사적 사실을 규명한 문서와 기록물들 중에는 요시미 요시아키 주오대 교수가 1992년 발견한 일본군 기록물도 포함됩니다. 일본군이 민간 업자를 감독하고, 직접 여성을 동원했다는 사실이 문건으로 밝혀지자, 일본 정부는 1993년 ‘고노 담화’를 통해 일본군 ‘위안부’ 제도에 대한 정부 개입을 일부 인정한 바 있습니다. 일본제국, 미군, 네덜란드 정부 등이 작성한 많은 자료 역시 일본군 성노예제에 대한 역사적 이해를 심화하는 데 기여했습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또한 “공창제”의 존재를 이용하여 일본군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며, 여성의 몸에 대한 착취를 정상화합니다. 남성 성욕을 정당화하는 성차별적인 담론에 기대어 일본 정부가 묵인하고 장려한 “공창제”라는 역사적 맥락 속에서, 대체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소외된 여성들이 인신매매와 착취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1900년대 초 일본 국내법과 일본이 비준한 국제조약이 매춘을 목적으로 한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공창제도는 지속되었습니다. 그러므로 렘자이어 교수의 주장은 여성 억압의 보편성을 통해 또 다른 억압의 지속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이미 수많은 연구자들이 성차별적인 담론에 기대지 않고도 일본군 성노예제 체계와 현상을 다각도로 이해하는 데 기여해 왔습니다.
이 성명의 목적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고착화된 억압과 상호 연결된 구조를 규명하는 대신 가부장적, 식민주의적 관점을 답습하는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리는데 목적이 있습니다. 우리는 공동체로서, 성노예제를 정당화하는 담론 앞에서 평등과 정의의 가치를 재확인하고자 합니다. 여성의 권리와 생존자들의 정의를 위한 투쟁을 존중하는 사회와 제도를 만들기 위해 과거부터 오늘날에도 자행되는 여성에 대한 폭력과 성적 착취를 끝내야만 합니다.
#BlackLivesMatter, #MeToo, #RhodesMustFall 과 같은 최근의 사회운동을 통해 우리는 진실, 정의, 평등을 추구하는 고등교육의 역할에 대해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학생들이 역사와 현대의 부정의를 고민하고 비판적인 사고를 하게 하는 연구, 지식, 교육의 중요성을 믿습니다. 억압과 부정의의 역사를 마주할 때 보다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법을 배울 수 있다고 믿습니다. 학문 공동체는 성폭력에 대한 불처벌을 지속하는 성차별적인 담론을 묵인하도록 가르쳐서는 안 됩니다. 하버드 대학과 다른 고등교육 기관의 페미니스트 연구자, 학생, 동문들로서, 우리는 이 성명을 통해 학계 내 성폭력, 성차별, 가부장제, 식민주의, 인종차별을 지속하는 주장에 대항하여 학문 공동체가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길 기대합니다.
우리는 대학 및 고등교육기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합니다.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의 피해를 줄이고 다양성과 평등 진작을 위한 학내 공동체 지침을 구축하고 강화하라.
-성차별, 식민주의, 인종차별적 혐오 발언과 행위를 관련 대학 규정 및 Title IX의 위반사항으로써 적극적으로 조사하라.
-학내 다양성 등을 지원하고, 역사적 차별은 물론 현재의 구조적 차별에 대한 비판적인 대화를 촉진하라.
-학내 성폭력 생존자 지원과 트라우마 치유를 위한 신고체계 및 재원을 마련하고, 성폭력 불처벌을 종식시키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및 제도적 조치를 시행하라.
-전범 기업에 투자하거나, 투자받는 것을 지양하고, 해당 기업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에 대한 정보를 공개하라.
이용수 할머니, 하버드생들에 “‘위안부는 매춘부’ 교수 무시하세요”
하버드대 아·태 로스쿨 학생회 화상세미나 출연 “일본은 침략 때처럼 지금도 무법천지 행세” 문 대통령에 “국제사법재판소서 따지길” 거듭 호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17일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계 로스쿨 학생회가 마련한 화상 세미나에 원격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웨비나 화면 갈무리.
“우리 하버드대 학생 여러분, 절대로 이것 때문에 신경 쓰지 마세요. 그 사람 무시하세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3)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를 무시하자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16일(현지시각)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계 로스쿨 학생회가 연 화상 세미나에 원격으로 출연해 이렇게 말하고, “한편으로는 이 교수가 ‘너희가 그렇게 노력해도 (위안부 문제에) 아무 진전이 없으니까 더 정신을 차려서 똑바로 하라’고 한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램자이어 교수의 주장이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하면서도,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 높아졌다는 얘기다.
이 할머니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밝힌 국제사법재판소(ICJ) 제소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일본은 조선에 쳐들어와서 여자 아이들을 끌고가고 무엇이든 자기 것이라며 무법천지 행세를 벌였고, 지금도 그대로다”라며 “일본 스가 총리와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서 완벽하게 따지기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간곡하게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재판에서 반드시 이겨서 여러분들을 문 대통령 앞에 모시고 가서 인사시키겠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 내용이 알려진 뒤 하버드대 학생들이 마련한 것이다. 이 세미나에서 미 인권단체인 위안부정의연대(CWJC)의 릴리언 싱 공동의장은 “램자이어 교수는 뻔뻔하게도 위안부 문제에 관한 글을 쓰면서 피해자과 대화하지 않았고 할머니들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 같은 이들이 “일본의 대변인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년 미 연방 하원에서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결의안 통과를 주도한 마이크 혼다 전 하원의원도 참여해 “그 교수직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고 하버드대가 미쓰비시로부터 더 돈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램자이어 교수는 일본의 전범기업인 미쓰비시의 후원을 받는 석좌교수다.
행사를 준비한 하버드 로스쿨 학생 자넷 박(27)은 <한겨레>에 “역사의 증인이 이렇게 살아계신데 램자이어 교수는 논문에 하나도 참고하지 않아서 할머니의 증언이 확실히 기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는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을 접하고 학생들의 첫번째 반응은 경악이었다”며 “내용도 터무니없지만 하버드 로스쿨 교수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질 낮은 논문이었다는 점 등이 비현실적으로 다가왔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하버드대 총장 "'위안부 = 매춘부' 주장은 학문 자유… 문제없다"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 항의에 이메일 답변…재차 진상규명 요청
램지어 교수를 패러디한 디지털 포스터[반크 제공]
사이버 외교사절단 반크는 미국 하버드대 총장이 마크 램지어 로스쿨 교수의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의 내용을 담은 논문은 '학문의 자유'에 포함되기에 문제가 없다는 뜻의 입장을 나타냈다고 17일 밝혔다.
반크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철회시키고 대학 차원에서의 규탄을 요구하는 항의 이메일에 로렌스 바카우 하버드대 총장이 이 같이 답변했다.
그는 "대학 내에서 이처럼 램지어 교수가 논쟁적인 견해를 표현한 것도 학문의 자유에 포함된다. 논쟁적인 견해가 우리 사회 다수에게 불쾌감을 줄 때도 마찬가지"라며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그 개인의 의견임을 밝힌다"고 덧붙였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바카우 총장은 하버드대 교수 중에 흑인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연구나 독일 나치를 두둔하는 논문을 쓰면 과연 똑같은 답변을 할 수 있느냐"고 따지면서 "다시 항의 서한을 발송했다"고 말했다.
항의 서한과 함께 세계 최대규모 청원사이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올린 램지어 교수의 논문 철회 요청 청원에 호응한 96개국 1만600여 명의 명단도 동봉했다.
하버드대 총장에게 항의 이메일을 보내고 국제 청원을 올린 '반크 청년 리더' 옥다혜 씨는 "학자에게는 학문의 자유가 있지만, 학문의 자유는 학자의 윤리와 의무를 다했을 때 주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졸업을 앞둔 옥 씨는 "학자에게는 더욱 고양된 표현의 자유가 인정되고, 학자의 의견은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이 인정되므로 그만큼 학자의 양심을 걸고, 객관적인 증거를 바탕으로 논거가 뒷받침된 주장만이 학문의 자유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램지어 교수는 다음 달 국제 학술지 '인터내셔널 리뷰 오브 로우 앤드 이코노믹스'에 '태평양전쟁 당시 성(性) 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란 제목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는 논문에서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주장 외에도 "위안부는 일본 정부나 일본군이 아닌 모집 업자의 책임", "위안부는 돈을 많이 벌었다" 등의 주장을 했다.
96개국 1만600여 명이 호응한 글로벌 청원 사이트
‘위안부=매춘부’ 하버드대 교수, 간토대지진 왜곡 논문도 발표
“조선인 범죄율 높은 집단” 학살 왜곡·정당화 오보 많았던 지진 직후 신문 기사 근거로 주장 일본 우파들이 인터넷에서 펴는 논리와 비슷 일본에서도 학술적 근거로는 쓰이지 않아 일본 공권력의 방관과 조장은 언급도 없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라고 주장한 논문을 써 물의를 빚은 존 마크 램지어 미국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간토(관동)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왜곡한 논문도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램지어는 지난 2019년 발표한 <자경단: 일본 경찰, 조선인 학살과 사립 보안업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비정상적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사적인 치안 수단을 찾는다는 논리를 전개하며,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예로 들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이 ‘조선인의 범죄에 대한 일본인들의 정당방위였다’는 일본 우익의 주장과 맥을 같이하는 주장이다. 실제로는 1923년 9월1일 간토대지진이 발생한 뒤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같은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일본 자경단과 경찰이 조선인 수천명을 학살한 것이 정설이다.
램지어는 ‘조선인 폭도가 집에 불을 지르며 요코하마에서 도쿄로 올라오고 있다’ 같은 당시 일본 신문 기사를 인용했다. 하지만 일본 내에서도 이런 기사들을 학술적으로 진지하게 조선인 폭동의 증거로 다루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지진 직후 극도의 혼란기에 일본 신문들이 대거 오보를 쏟아냈기 때문이다. 심지어 대지진 3년 뒤인 1926년 일본 내무성이 ‘조선인 폭동’에 관한 것을 포함해 각종 오보 예를 제시했을 정도다.
램지어는 조선인들이 일부 강도와 절도, 성폭행 등을 저질렀다는 1923년 일본 사법성 발표도 인용하며 “숫자는 적지만 당시 경찰 인력이 부족한 것을 고려해보라”고 적었다. 그러나 램지어가 인용한 사법성 발표는 신원 불상 조선인 가해자와 신원 불상 일본인 피해자가 다수 등장하는 식이어서, 발표 당시부터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일본 경찰이 자경단의 범죄를 묵인하거나 가담했던 당시 상황에 대한 기술은 논문에 나오지도 않는다. 램자지는 1920년 인구 조사에 따르면 일본 거주 조선인 중 다수가 남성이고 젊었다며 “젊은 남성은 어디에서든 범죄율이 높은 집단이었다”고 적어, 당시 일본 거주 조선인을 범죄 예비군 취급하기도 했다.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은 우파 성향 일본인들도 오랫동안 부정하지 못한 역사적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일본 사회 우경화 강화 경향에 따라 간토대지진 조선인 학살을 왜곡하거나 심지어 부정하는 이들까지 생겨나고 있다.
램지어가 쓴 이 논문은 온라인에 공개되어 있으며, 오는 8월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출간할 예정이다. 미국 이스턴일리노이주립대학교 사학과 이진희 교수는 케임브리지대에 항의문을 보내 “이런 엉터리 역사 왜곡 논문을 경제 연구나 법제 연구라는 허울 좋은 이름으로 하버드 교수의 명의를 내세워 미국뿐 아니라 세계 유명 학술 출판사가 게재하는 일이 없도록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기원 기자
“램지어 위안부 망언, 역겹다”… 이용수 할머니도 반박한다
17일 하버드 온라인 세미나서 피해 증언…서울 프레스센터 회견도
이용수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오는 17일 미국 하버드대 학생들이 여는 온라인 세미나에서 위안부 피해에 대해 증언한다.
이 할머니의 한 측근은 하버드대 아시아태평양 법대 학생회(APALSA)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규정한 램지어 교수의 역사 왜곡을 바로잡기 위해 여는 온라인 세미나에서 할머니가 자신의 피해를 증언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이 할머니는 역사 왜곡을 바로잡으려는 현지 학생들의 요청에 증언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증언은 페이스북을 통해 실시간 중계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할머니는 16일 위안부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넘길 것을 정부에 촉구하는 취지로 기자회견을 연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ICJ회부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16일 오전 11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이 열린다"며 "이 자리에서 위안부 문제를 국제법에 따라 피해자 중심으로 해결할 것을 촉구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위한 국민의 지지를 호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은 지난해 5월 정의기억연대 회계 부정 의혹 폭로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하원 의원 "사실 오도 역겨워" 정치권서도 파장 논문 게재 제동… <국제법경제리뷰> 자체 조사
‘평화의 소녀상’ 눈에 빗물이 맺혀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둘러싼 파장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해당 논문이 공개되자 하버드대 한인 학생회가 즉각 성명을 내며 반박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권과 학계까지 비판에 가세함에 따라 조 바이든 새 행정부가 들어선 미국 사회의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공화당 소속인 영 김(한국명 김영옥·캘리포니아) 연방 하원의원은 11일(현지시각) 트위터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진실이 아니고, 사실을 오도할 뿐 아니라 역겹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램지어 교수의 주장은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주는 내용"이라며 "우리는 인신매매와 노예 피해자를 지원해야 한다. 이들의 인격을 손상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학계에서도 램지어 교수의 논문 신뢰도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이에 따라 램지어 교수의 논문을 게재하기로 한 국제 학술 저널이 우려를 표명하고 자체 조사에 착수했다. <국제법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는 홈페이지에 "해당 논문에 실린 역사적 증거에 관해 우려가 제기됐다는 점을 독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우려 표명'을 공지한다"며 "이러한 주장에 대해 현재 조사 중이며 국제법경제저널은 때가 되면 추가 정보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법경제저널>은 3월호에 논문을 실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연구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되자 제동이 걸렸다.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으며, 미 전역의 법대 학생 800명도 이 성명에 연명했다.
램지어 교수는 '태평양 전쟁에서 성매매 계약' 논문에서 조선인 위안부와 일본인 위안부가 '성노예'가 아니라 자발적 '매춘부'인 것처럼 묘사하고, 일본 정부의 강요가 없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을 일으켰다. 연합뉴스, 고명섭 기자
‘위안부’ 피해 최고령 정복수 할머니 별세…생존자 15명
정복수 할머니.
일본군 '위안부' 피해 생존자 중 최고령자였던 정복수 할머니가 12일 오전 별세했다고 위안부 피해자 지원시설인 경기 광주시 '나눔의집'이 전했다.
나눔의집은 "할머니와 유가족의 뜻에 따라 장례는 기독교식 가족장으로 비공개 진행하며, 할머니의 행적 등 자세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정 할머니는 2013년부터 나눔의집에서 생활했다. 정 할머니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언니의 호적에 등록돼 지금까지 106세로 알려져 왔으나 실제 나이는 98세다. 호적상 나이로든 실제 나이로든 생존 위안부 피해자 중 최고령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정부에 등록된 위안부 피해자 중 생존자는 16명에서 15명으로 줄었다. 연합뉴스, 고명섭 기자
일 역사학자들, 하버드 교수 '위안부 논문' 구하기 … "철회말라"
해당 저널에 공개서한…하버드 로스쿨서는 비난 목소리 이어져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 논란에 일본 학자들이 지원사격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에자키 미치오 일본 역사인식연구협의회 부회장이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공개한 '램지어 교수를 지지하는 공개서한'에 따르면 에자키를 포함한 일본 내 역사학자 6명이 문제의 논문을 싣기로 한 국제법경제리뷰(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 편집진 등에 논문 지지 의사를 밝혔다.
공개서한에는 일본인 학자 5명과 제이슨 모건 일본 레이타쿠대 부교수 등 모두 6명이 서명했다.
이들은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미국식 '철회문화'(cancel culture)의 새 타깃이 됐다"며 문제의 논문을 가리켜 "놀랄만큼 광범위한 원자료에 근거한 탁월한 학술적 결과물"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칭찬받아 마땅한 위대한 성취물이지 검열의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 역사학자들의 '램지어 구하기' 공개서한 [에자키 미치오 트위터]
이들은 "재능있고 양심적인 학자의 논문을 취소하는 대신 동료들이 램지어 교수의 학문적 결과물을 접할 수 있게 해줄 것을 권장한다"며 3월호에 예정대로 논문을 실을 것을 압박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가 램지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뒷받침해준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에 대한 비난은 더욱 가열되는 분위기이다.
하버드대 로스쿨 재학생인 조지프 최와 졸업생인 민디 남은 교내 신문 크림슨에 기고한 '일본의 위안부 침묵에서 램지어가 맡은 역할'이라는 글을 통해 "램지어의 논문 발표는 독립적 사건이 아니라 역사를 다시 쓰고 성노예 피해자를 침묵시키려는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노력"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베 신조 전 일본 정부에서 이런 노력이 심화됐다면서 램지어 교수의 논문이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배상을 명령한 한국 법원의 결정 직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저자들은 "램지어는 세계에서 가장 명망있는 대학의 법학교수로서 역사를 세탁하려는 이러한 노력에 어마어마한 신뢰성을 실어줄 수 있다"고 염려하면서 "피해자들을 인정하지 않고 존중하지 않는 것은 그들의 목소리를 없애려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광복회, "위안부는 매춘부" 하버드 교수 입국금지 요구
김원웅 광복회장
광복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라고 주장한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입국을 금지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법무부에 보냈다고 11일 밝혔다.
광복회는 공문에서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에 의거해 램지어 교수를 입국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입국관리법 제11조 제1항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가 있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는 법무부 장관이 입국을 거절할 수 있다'고 돼 있다고 광복회는 부연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램지어 교수가 반인류적 전쟁범죄를 비호하는 것은 학문의 자유를 벗어난다"며 "그가 한국에 있었으면 이미 추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버드 교수들, "램지어 논문, 비참할 정도로 결함”
하버드대 교내신문 <크림슨>, 교수들 반박 등 보도
하버드대 교내신문 <크림슨>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자발적 매춘부’로 규정한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의 논문을 두고 하버드대 내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하버드대 교내신문인 <크림슨>은 7일 기사를 통해 램지어 교수의 주장 때문에 국제적 논란이 일고 있다며 안팎의 비판 여론을 실었다. 하버드대에서 한국사를 가르치는 카터 에커티 교수는 램지어 교수의 논문에 대해 “경험적, 역사적, 도덕적으로 비참할 정도로 결함이 있다”며 앤드루 고든 역사학과 교수와 함께 램지어 교수의 주장을 반박할 저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1990년대 시카고대에서 램지어 교수 수업을 들었다고 밝힌 알렉시스 더든 코네티컷대 역사학과 교수도 “근거 자료가 부실하고 학문적 증거를 고려할 때 얼빠진 학술작품”이라며 “램지어 교수는 앞뒤 사정이나 실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논문은 개념적으로 잘못된 이해를 바탕으로 쓰였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한인 학생들 사이에서도 램지어 교수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앞서 하버드대 로스쿨 한인 학생회(KAHLS)는 지난 4일 성명을 내고 “인권 침해와 전쟁 범죄를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을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밝혔다. 미국 법대 학생 800명도 이 성명에 참여했다.
하버드대 학부 한인 유학생회(KISA)는 대학 본부에 램지어 교수의 사과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램지어 교수는 이런 반발에 대해 “로스쿨 학생들의 책무”라면서 “논문에 대해 학생과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소녀상 ‘눈’물방울…진실은 덮이지 않는다
일본 우익주장 대변한 하버드 미쓰비시 교수의 일제 위안부 매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미국 학자의 논문이 파장을 낳고 있다. ‘태평양전쟁에서의 성의 계약’에서 존 마크 램자이어 교수가 한 주장이다. 8쪽 분량인 논문의 요지는, 위안부는 모집업자와 1~2년 단위의 계약을 맺고 고액의 선지급금을 받았으며, 수익을 충분히 올리면 계약 만료 전에 떠날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그는 전범기업 미쓰비시가 기부해서 만든 하버드대 로스쿨의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이다. 2019년에도 “미쓰비시중공업으로 간 이들은 운이 좋았다”는 주장을 펼쳤던 인물이다. 이번 논문에서도 일본군 위안소로 보낼 일본의 여성을 모집하면서 1937년에 제시한 업자의 계약서 내용을 인용해 식민지 조선에서도 같은 계약서를 썼을 것이라고 일반화했다. 엄밀한 학문적 검증을 거친 논문이 아니라, 위안부와 강제동원을 부정하는 일본 우익세력의 ‘주문 제작품’이라는 의혹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아니나 다를까, 일본의 극우 일간지 <산케이신문>은 램자이어 교수의 논문 내용을 실으면서 일본의 전쟁범죄를 은폐하려는 주장을 펼치고 있고, 일본 외무성도 최근 누리집에서 반론을 강화하고 있다.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하므로 사용하지 말아야” 하며, “군이나 관헌에 의한 이른바 ‘강제연행’을 직접 가리키는 기술은 찾아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진실은 덮이지 않는다. 세 치 혀와 손바닥으로 가릴 수 없다. 4일 낮,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에 자리 잡은 평화의 소녀상에 쌓인 눈덩이가 녹으면서 물방울로 떨어지고 있다.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씌워준 모자와 털목도리 덕분에 어느 곳보다 빨리 녹아내리고 있다. 장철규 기자
하버드대 학생들, “위안부는 매춘부” 로스쿨 교수 논문 반박
존 마크 램자이어 교수에 “학문적 자유 이유로 무책임한 주장”
하버드대 존 마크 램자이어 미쓰비시 교수
하버드대 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로 규정한 논문을 발표한 이 대학 존 마크 램자이어 로스쿨 교수의 주장이 “사실 관계도 부정확하고 사실을 오도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하버드대 로스쿨에 재학중인 한인학생회(KAHLS), 하버드아시아태평양계미국로스쿨학생회(APALASA), 하버드중국계학생회(CLA), 하버드법률기업인프로젝트(HLEP) 이사회는 4일(현지시각) 공동성명에서 존 마크 램자이어 하버드대 로스쿨 미쓰비시일본법률석좌교수가 발표한 ‘태평양전쟁에서 성 계약’ 논문 및 ‘위안부에 관한 진실 회복’이라는 논평은 기존의 학문적 성과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는 근거 없는 주장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성명은 “램자이어가 ‘위안부는 순전한 허구’라는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신국수주의자들이 반복해 재활용하는 수정주의적 입장”이라고 지적했다. 성명은 램자이어 교수가 “어떠한 납득할 만한 증거도 없이 여성에게 매춘부를 강요한 어떠한 정부도 없다고 주장한다”며 “수십년간의 가치있는 한국 학문, 1차 자료, 제 3자의 보고들이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그의 주장에는 이런 것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히, 학생들은 “일본 정부조차도 고노 담화 중 일부로 당시 일본 군부가 직접적, 간접적으로 위안소 설립과 운영에 관여됐다고 인정했다”며 “램자이어 교수는 이런 여성들의 증언들을 확장하려는 학자들의 역사적으로 유용하고 중요한 관점들을 다루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생들은 “학문적 자유는 진실을 찾는 진실한 탐구의 일환으로써 학문적 정합성에 대한 의무와 분리될 수 없다”며 램자이어 교수가 학문적 자유를 이유로 무책임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램자이어는 3월 발행 예정인 학술지 <인터내셔널 로 앤 이코노믹스>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매춘의 연장선에서 해석하는 견해를 담은 논문을 실었다고 일본 언론들이 보도했다.
‘태평양전쟁에서의 성 계약’이라는 제목의 논문 초록을 보면 “여성들은 전쟁터로 가기 때문에 단기 계약을 요구했고, 업자는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계약을 요구했다”고 적혀 있다. 그는 “업자와 여성은 (여성이) 충분한 수익을 올릴 경우 일찍 떠날 수 있게 하고, 1년 또는 2년 단위 거액 선불금을 결합한 계약을 맺었다”고 적었다.
우파적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최근 이 논문을 “세계에 확산되는 ‘위안부=성노예’ 부정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램자이어는 10대 후반까지 일본 남부 미야자키현에서 성장했으며 경제학과 일본 법률을 연구했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 훈장인 욱일장의 하나인 ‘욱일중수장’을 받았다.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직함은 ‘미쓰비시 일본 법학 교수’다. 전범 기업 미쓰비시는 1972년 하버드대 로스쿨에 동아시아 법학 연구 분야 교수를 지원해달라며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정의길 기자
하버드대 친일 교수 “위안부 피해자 성노예 아니다” 논문 파문
일본서 유년기 지내고, 일본 정부 훈장도 받은 ‘일본 장학생’
램지어 교수, 위안부 피해 자유로운 계약처럼 왜곡 학술지에
미국 대학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부(prostitute)라고 주장한 논문을 학술지에 실을 예정이라서 파문이 예상된다.
1일 논문 정보 사이트 ‘사이언스 다이렉트’를 보면, 3월 발행 예정인 학술지 <인터내셔널 로 앤 이코노믹스>(International Review of Law and Economics)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매춘의 연장선상에서 해석하는 견해를 담은 존 마크 램지어 하버드대 로스쿨교수의 논문이 실린다. ‘태평양전쟁에서의 성계약’(Contracting for sex in the Pacific War)이라는 제목의 논문 요약본을 보면 “여성들은 전쟁터로 가기 때문에 단기 계약을 요구했고, 업자는 여성들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계약을 요구했다”고 적혀있다. 그는 “업자와 여성은 (여성이) 충분한 수익을 올릴 경우 일찍 떠날수 있게 하고 1년 또는 2년 단위 거액 선불금을 결합한 계약을 맺었다”고 적었다.
우파적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최근 이 논문을 “세계에 확산되는 ‘위안부=성노예’ 부정설”이라는 제목으로 소개했다. 이 신문은 이 논문이 “어떤 대상이든지 간에 인간은 주어진 조건 하에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다는 경제학 수법을 이용해 분석했다. 위안부도 예외가 아니다. 논문은 다른 연구자 업적과 당시 일본과 조선의 사료에 기반해 조선인 위안부도 일본인 위안부도 공인된 매춘부였으며 일본에 납치당해 매춘을 강요당한 ‘성노예’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위안부를 둘러싼 문제점은 조선 모집업자였다는 것을 지적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램지어 교수의 이런 주장은 일본 정부의 공식 견해이며 위안부 동원 과정의 강제성과 일본 군의 개입을 인정한 ‘고노 담화’(1993년)와도 배치된다. 고노 담화에는 “위안부의 모집에 관해서는 군의 요청을 받은 업자가 주로 이를 맡았으나 그런 경우에도 감언, 강압에 의하는 등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모집된 사례가 많았으며 더욱이 관헌 등이 직접 이에 가담한 적도 있었다는 것이 밝혀졌다. 또 위안소에서의 생활은 강제적인 상황 하의 참혹한 것이었다”고 적혀있다.
램지어 교수는 유년 시절을 일본 미야자키현에서 보냈으며 전공은 일본 법률이다. 2018년에는 일본 정부의 훈장인 욱일장 종류의 하나인 ‘욱일중수장’을 받았다. 조기원 기자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중국계 공장 수십곳이 방화로 불에 타는 등 반중감정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에 영향력이 큰 중국이 쿠데타에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사실상 군부를 두둔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시위대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이다.
15일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과 관영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미얀마 수도 양곤에 있는 중국계 공장 32곳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람들의 공격을 받았다.
이들은 공장 출입문을 부수고 들어가 내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직원 2명이 부상했지만, 다행히 숨진 사람은 없었다.
이날 정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2억4천만 위안(한화 약 420억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공장은 중국 기업이나 중국과 미얀마 합자기업 소유로, 대부분 의류 관련 공장이라고 중국대사관 측은 설명했다.
미얀마에서는 군부 쿠데타 이후 중국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연일 커지고 있다.
양곤 외곽 산업단지 흘라잉타야 중국인 소유 공장에서 불이 난 모습.[EPA=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쿠데타를 비판하는 것과 달리 중국은 자국의 전략적 요충지인 미얀마에 대해 '대화와 협상'이라는 원칙만 되풀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미얀마 쿠데타 규탄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시위대는 중국을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기도 했다.
특히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쿠데타 발생 직전인 지난 1월 미얀마를 방문해 아웅산 수치 고문과 더불어 쿠데타를 주도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을 면담해 '중국 배후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 때문에 쿠데타 이후 중국대사관 앞에서는 연일 반중 시위가 벌어지고 중국 제품 불매 운동도 진행되고 있다.
군부 쿠데타에 관망하던 모습을 보이던 중국은 자국 기업이 공격을 받자 발끈하고 나섰다.
자오리젠(趙立堅)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중국과 미얀마의 경제·무역 협력은 상호번영과 상생의 원칙에 기반하고, 미얀마 경제사회 발전에 도움이 된다"며 "이러한 불법행위는 미얀마와 미얀마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얀마는 중국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고 비슷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며 "폭력행위를 방지하고 관련자들을 법에 따라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도 "미얀마에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할 보다 효과적인 조처를 촉구한다"며 "미얀마 당국이 미얀마 내 중국 기업 및 인사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도 소식통 등을 인용해 이번 방화는 반중 세력이나 홍콩 분리주의자 등의 영향을 받은 현지 주민의 소행으로 추정된다며 가해자 처벌을 촉구하고 나섰다.
미얀마 현지 기업인은 글로벌타임스에 "쇠파이프와 도끼를 든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공장을 습격했다"며 "이들은 공장을 부순 뒤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신문은 사설에서도 미국 등 서방 국가가 쿠데타 주역인 군부에 대한 제재를 언급하는 등 압력을 행사한 것과 달리 중국은 미얀마 상황에 간섭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한 뒤 "미얀마 문제에 대한 간섭은 참을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중국이 개입하면 양국 관계에 악몽이 시작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은 중국 공장을 미얀마 사태의 인질로 삼는 것으로 심각한 범죄"라며 "중국을 악의적으로 모독하고 중국 공장에 대한 공격을 선동하는 사람들은 중국과 미얀마의 공동의 적으로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 공장 아니에요' 한인회, 태극기 배포 … 대만도 "국기 달자"
방화 사태에 '오인 피해' 예방 조치…"미얀마 국민들 태극기 알아"
태극기를 받은 봉제업체 관계자와 함께 한 이병수 한인회장(오른쪽).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악화 일로를 걷는 가운데 중국인이 소유한 공장들에 방화로 보이는 화재까지 발생하자, 현지 한인회가 오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태극기 배포에 나섰다.
이병수 미얀마 한인회장은 15일 "전날 중국인 소유 공장들이 방화 및 기물파손을 당했다"면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공장들이 중국인 소유 공장이 아니라는 점을 잘 알릴 필요가 있다고 한인회가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와 관련, 봉제협의회 등에 이날 총 100장의 태국기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주말 전까지는 추가로 300장을 더 확보해 봉제업체 외 한국 업체들에도 배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얀마에 진출한 한국의 봉제 기업은 약 130개로, 이 중 30여곳이 전날 방화 사태가 발생한 양곤 외곽 흘라잉타야에 소재해 있다고 이 회장은 전했다.
이 회장은 "봉제업체 관계자들이 이날 태극기를 받아들고 너무 기뻐하셨다"면서 "미얀마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가 널리 퍼지면서, 많은 미얀마 국민이 태극기가 한국 국기란 것을 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얀마 주재 대만 대표부도 미얀마에서 활동 중인 자국 업체에 국기를 걸고 대만에서 온 업체라는 점을 설명하는 표지판도 걸어놓을 것을 권고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대표부는 그러면서 현지 근로자들은 물론 인근 주민들에게도 자신들은 중국이 아닌 대만인이 운영하는 공장이라는 점을 설명해 외부인들이 혼동하거나 잘못 판단하지 말도록 하라고 조언했다.
동남아 지역에 진출한 대만 업체들은 종종 중국 업체들로 오인돼 피해를 겪곤 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전날 산업단지가 있는 양곤의 흘라잉타야에서 중국인들이 소유한 다수의 공장이 방화 및 약탈 피해를 보았고, 중국인들도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 소행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미얀마 현지에서는 쿠데타 이후에도 군부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온 중국이 군부의 '뒷배'로 여겨지면서 국민의 감정이 좋지 않다.
다만 군부가 이런 '반중 감정'을 역이용, 친군부 불량배들을 동원해 일부러 불을 저지른 뒤 이를 유혈 폭력진압의 명분으로 사용하려는 것일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온다.
중국인 소유 공장 화재 이후 미얀마 군사정권은 흘라잉타야와 쉐삐따 등 인구 밀집지역 2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수치에 ‘뇌물’ 혐의 제기…최대 24년형 가능
군부 “60만 달러, 금 11㎏ 받았다” 주장 유엔 “70여명 사망하고 최소 2천명 체포”
11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이 길 위에 쓰러져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에게 뇌물수수 혐의를 제기한 가운데, 수치 고문이 징역형을 최장 24년까지 선고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2일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 등 보도를 보면,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전날 수치 고문이 뇌물수수한 혐의가 발견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이 2017년 12월부터 2018년 3월까지 양곤 주지사인 표 민 떼인으로부터 불법 자금 60만 달러(약 6억8천만원)와 금 11.2㎏을 받았다는 것이다. 미얀마 군부는 윈 민 대통령 또한 신원 미상의 사업가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수치 고문 변호인인 킨 마웅 조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성명에서 “이번 혐의는 가장 우스운 농담”이라며 “수치 고문이 다른 약점은 가질 수 있지만, 도덕적 원칙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비판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군부는 무고한 시민들을 공공장소에서 살해하고 있다”며 “수치 고문과 우리 당을 말살하려고 중상모략하는 건 놀랍지도 않다”고 밝혔다.
수치 고문에게 뇌물수수 혐의까지 포함되면 그가 받을 수 있는 형량은 최대 24년까지 늘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군부는 지난달 1일 수치 고문을 가택연금한 뒤 불법 수입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체포했고,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법 위반)도 적용했다. 또 이달 초엔 선동 혐의와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를 추가했다. 이상의 혐의들이 모두 유죄로 인정되면 최대 9년형을 받을 수 있고, 뇌물수수는 최대 15년형을 받을 수 있다. 현재 75살인 수치 국가고문이 24년형을 선고받으면 정치적 재기는 사실상 어렵게 된다.
유엔 미얀마 특별 보고관 톰 앤드루스는 11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지난달 1일 이후 최소 70명이 살해됐으며 2천명 이상이 불법으로 구금됐다”며 “보안군이 미얀마 군부의 인지 아래 민간인을 상대로 살인과 감금, 박해, 기타 범죄를 광범위하고 조직적으로 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살해된 사람의 절반 이상은 25살 이하였다고 말했다.
쿠데타 이후 지난달 28일까지 21명이 숨졌고, 지난 3일 38명이 숨진 뒤 이후에도 10여명 이상 사망했다. 앤드루스는 가능한 한 많은 인권이사회 회원국이 ‘비상 연합체’를 꾸려, 미얀마 군부에 대해 “강력하고 결정적이며 협력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들을 제재해 자금줄을 차단하고, 국제적인 무기수출을 금지하며, 군부를 미얀마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지 않는 것 등이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유혈진압에 무력한 UN 안보리…'맥빠진 결의안만
유엔 "폭력사용 자제" 촉구 첫 의장성명 채택
서방 vs 중 · 러 의견대립 속 제재 경고도 누락
"행동 없는 목소리"…미 · 영국, 독자제재 추진
서방과 중국 및 러시아의 고질적 대립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결단력을 잃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AFP=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10일 미얀마 군부를 규탄하는 성명에 만장일치로 동의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평화 시위대를 겨냥한 미얀마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판하고 무분별한 폭력사용을 자제하라고 한목소리로 촉구했다.
이번 합의는 미얀마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사태 심각성을 주요국들이 공동으로 인식하고 미얀마 군부의 태도변화를 촉구한 의장성명이다.
그러나 강대국들의 고질적 대립 속에 쿠데타 정권의 위법성을 규정하거나 제재를 경고하는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지난 8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 시위대가 경찰이 쏘는 최루가스에 맞서 소화기 분말을 터뜨리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쿠데타가 발발한 이후 군경에 의해 시위 참가자 50여 명이 숨지는 유혈 사태에도 군정에 저항하는 시위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 "폭력 자제하라" 중국 포함한 15개 이사국 만장일치
미얀마의 우방이자 뒷배로 주목되는 중국을 포함해 전체 15개 이사국이 찬성한 이 성명은 이날 오후 의장성명으로 공식 채택된다.
의장성명은 결의안 바로 아래 단계의 조치로 안보리 공식 기록에 남는다.
안보리는 성명에서 "여성, 청년, 아이들을 포함한 평화 시위대에 대한 폭력 사용을 강하게 규탄한다"며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안보리는 지난달 1일 쿠데타로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면서 "민주적 제도와 절차를 유지하고, 폭력을 자제하며, 인권과 기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것은 물론 법치를 유지할 필요성을 강조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진, 시민사회, 노조 조합원들, 언론인에 대한 제한에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며 이번 쿠데타가 라카인주에서 벌어진 로힝야 탄압 사태를 악화할 가능성을 염려했다.
안보리가 미얀마 쿠데타에 대해 성명을 낸 것은 지난달 4일 "깊은 우려"를 표명한 이후 두 번째로 의장성명은 이번이 처음이다.
◇ 초안에 있던 '쿠데타' 빠지고 제재 가능성도 누락
이날 성명 내용은 영국 주도로 작성한 초안에 비해서는 상당히 후퇴했다고 AP통신, CNN방송 등이 지적했다.
영국이 회람한 초안에는 '쿠데타'라는 단어를 사용해 이를 규탄하고 유엔 헌장에 따른 제재 경고를 담았으나 성명에는 모두 빠졌다.
중국,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이런 내용에 반대했다고 AP 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안보리는 쿠데타가 발생한 지 3일 후인 지난달 4일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비상사태 선포와 정부 요인들의 구금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
당시 성명도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에 대해 직접 규탄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거부권을 보유한 중국과 러시아의 입김으로 수위가 낮아졌다.
미얀마 군부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로 수립된 정권을 무력으로 빼앗은 데 대한 불법성을 공감하는 데도 국제사회가 애를 먹는 것이다.
CNN방송은 "미얀마의 거리와 가정에서 자행되는 폭력과 테러의 심각성에도 이번 성명은 이미 예견돼온 타협이었다"고 진단했다.
유혈 참사에도 군부 쿠데타에 저항 계속하는 미얀마 시위대[EPA=연합뉴스]
◇ "합의 자체가 '기적'"…미얀마 군부에 경고 메시지 될까
쿠데타로 실각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측에는 이번 성명이 실망 그 자체일 것으로 관측된다.
수치 고문이 임명한 유엔 특사인 사사는 지난 4일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긴급 서한에서 안보리가 가용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사사는 안보리가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지켜달라고 촉구했다. R2P는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의미한다. 각국이 이를 명백히 방기할 경우에는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안보리 성명에는 이처럼 실효성 있는 조치가 담기지 못했으나 일부 기대할 진전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유엔이 행동에 나서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으나 미얀마 군부에 '극도의 자제'를 촉구했다는 점을 주목했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리처드 고원은 CNN방송 인터뷰에서 "성명이 나왔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작은 기적"이라고 말했다.
고원은 "서방 국가들의 희망보다 약하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선호하는 것보다는 세다"며 "미얀마 군부에 유엔이 보고 있다는 메시지, 중국이 인권유린을 완전히 비호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 실권자이던 아웅산수치 국가고문과 군부를 대표하는 쿠데타의 주역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EPA=연합뉴스]
◇ 미국 등 서방은 독자제재…미얀마 군부 움직일지는 의문
이런 가운데 미국과 영국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독자 제재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이날 미얀마 군사정권을 이끄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의 가족을 상대로 제재를 결정했다.
미국은 미얀마 쿠데타 직후 연방준비은행 산하 은행에 예치된 10억 달러 규모의 미얀마 중앙은행 자금의 인출을 차단하기도 했다.
영국 역시 미얀마를 상대로 추가 제재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으나, 이들 국가에 대한 미얀마의 경제 의존도가 낮아 독자적인 제재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총탄 맞서는 미얀마 시민의 무기는 ‘벽돌·드럼통·안전모·치마’
시위 한달째…군경 폭력진압에도 비폭력 유지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의 거리에 시민들이 벽돌과 나무상자 등으로 바리케이드를 깔았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군경의 무자비한 폭행과 실탄 사격에도, 미얀마 시민들은 평화적인 대응을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은 안전모와 보안경을 쓴 채 벽돌과 드럼통으로 바리케이드를 쌓고 쿠데타 반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10일 <이피에이>(EPA)와 <아에프페>(AFP) 통신 등에 보도된 사진을 보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 시내의 거리에는 벽돌 수천장이 깔렸다.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거리에 세워 둔 것이다. 벽돌 맨 앞쪽에는 나무 상자와 나무 수레, 모래 포대, 대나무 등으로 쌓은 바리케이드가 설치됐다. 군경이 진압에 나설 것에 대비해, 이를 조금이라도 지연시키기 위해 설치한 것이다.
미얀마 군경은 지난달 말부터 강경 진압에 들어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와 최루탄, 고무탄은 물론 실탄 사격까지 가하고 있다. 시민들도 자위 수단을 직접 제작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시위 초반에는 플라스틱 물통을 방어용으로 썼으나, 최근에는 드럼통을 잘라 만든 철제 방패를 만들어 사격에 대비하고 있다. 주로 시위대의 맨 앞에서 군경에 맞서는 시민들이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시위를 이끈다.
8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여성이 안전모를 쓴 채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음료수를 마시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군경의 사격에 머리를 맞고 사망하는 이들이 늘면서, 시민들은 공사장이나 공장에서 쓰는 안전모를 조달해 쓰고 있다. 이런 안전모는 실탄을 정통으로 맞으면 버티기 어렵지만, 고무탄 등에는 효과가 있고, 아예 쓰지 않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다. 시민들은 최루탄과 물대포로부터 눈을 보호하기 위해 산업 현장에서 쓰는 보안경도 쓰고 있다.
최근 한 안전장구 판매상이 본인의 상점에 있는 헬멧과 보호조끼 등을 시위대에 무료로 나눠주기도 했다. 그는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반드시 살아오겠다고 약속해주세요”라는 팻말을 들고 시민들에게 물품을 배포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한 달 넘게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면서도 적극적인 폭력 행위를 하지 않고 있다. 양곤에 거주하는 한 현지 교민은 “미얀마인들이 크게 분노하면서도 화염병도 하나 던지지 않고 있다”며 “돌을 던지는 경우가 있는데, 총을 든 군경에 대한 분노의 표현일 뿐 위협이 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비폭력 기조를 유지해 폭력을 쓰는 군부보다 윤리적 우위에 서는 한편, 군부에 더 큰 폭력 행사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시민들은 사회적 터부를 이용한 대응도 하고 있다. 미얀마에는 여성 전통 복장인 ‘터메잉’(치마)을 걸어놓은 빨랫줄 밑을 남자가 통과하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는데, 시민들은 이런 속설을 활용해 시위 현장에 터메잉을 내걸고 있다. 최현준 기자
8일 미얀마 양곤의 시위 현장에 전통 의상인 여성 치마가 걸려 있다. 양곤/EPA 연합뉴스
1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철제 방패 뒤에 숨어 시위를 하고 있다. 만달레이/AP 연합뉴스
미얀마 경찰 양심선언 “시위대 죽을 때까지 사격 명령받아”
수치 이끄는 NLD 간부, 군경에 체포 뒤 두번째 사망
미얀마 시민단체 “60명 이상 사망하고 1857명 체포”
9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의료진이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의 총격에 부상당한 시민의 몸에서 빼낸 고무 탄환을 들어 보이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반대 시민들을 잔혹하게 진압하는 가운데,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의 간부들이 군경에 체포된 뒤 잇따라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에 의해 사망한 이들이 60여명에 이르고,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명령받았다’는 경찰의 증언도 나왔다.
10일 <알자지라>, <로이터> 통신 등 보도를 보면,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간부 조 미앗 린이 9일 새벽 군경에 체포된 뒤, 이날 오후 숨졌다고 전 국회의원 바 묘 테인이 말했다. 바 묘 테인은 “린이 시위에 계속 참여했다”며 “그의 가족들이 군 병원에서 그의 시신을 수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미얀마 군경에 붙잡힌 뒤 사망한 두 번째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인사다. 앞서 지난 6일 민주주의민족동맹 간부였던 찐 마웅 랏이 군경에게 붙잡혔다가 사망해, 그의 시신이 가족들에게 인계됐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달 1일 쿠데타 발생 뒤 8일까지 60명 이상 사망했고, 1857명이 체포됐으며 1538명이 구금 상태라고 발표했다.
군부가 체포한 시민들을 가혹하게 폭행한다는 증언과 증거도 속속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쇠사슬에 등을 맞아 빨간 상처가 난 사진 등이 공유되고 있다. 사진을 올린 한 시민은 “(미얀마 북부) 메익에서 체포됐던 시위자가 풀려났는데 등 부위를 쇠사슬로 잔혹하게 폭행당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민은 “군부가 미성년자까지 잡아가 잔혹하게 고문했다”며 “그들은 시위대를 체포하는 것뿐만 아니라 고문하고, 때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도로 월경한 한 미얀마 경찰관은 상관으로부터 “죽을 때까지 시위대를 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로이터> 통신은 미얀마 캄빳에서 경찰로 복무한 타 뼁이 “경찰 규정상 시위대를 해산할 때는 고무탄을 쏘거나 무릎 아래만 쏴야 하지만, 죽을 때까지 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상관으로부터 시위대를 해산시키기 위해 자동소총을 쏘라는 명령을 받고 거부했더니, 다음날 또 "총을 쏠 거냐"는 전화가 와서 못한다고 하고 국경을 넘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군부 시민불복종 운동 탄압 본격화…양곤서 대규모 체포
철도 탄압 의료·은행에 '본보기'…"3일 참사 노스오깔라빠서 400여명 체포"
"군부, 이미지 세탁 로비에 23억 지급"…안보리 결의안, 중·러 등 반대 무산
미얀마 군사정권이 10일 반(反)쿠데타 시민 저항에서 중심 역할을 해온 시민불복종 운동(CDM)에 대한 본격적인 탄압을 시작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쿠데타를 규탄하고 추가 조처를 한다는 성명을 채택하지 못하면서 미얀마 군부는 더 강경해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군경은 이날 오전 양곤 외곽 마흘라곤의 철도 노동자 거주지를 급습했다.
이곳에는 철도 노동자 1천 명 안팎이 거주하며 파업을 계속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의 동맥인 철도 부문은 의료, 은행 부문과 함께 CDM의 핵심으로, 쿠데타 직후부터 파업을 지속하면서 군정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준 것으로 여겨졌다.
군경은 또 지난 3일 10명 안팎의 총격 사망자가 발생한 양곤 노스오깔라빠에서도 쿠데타 규탄 시위대를 대상으로 폭력 진압에 나섰다.
로이터 통신은 철도 노동자 집단 주거지와 노스오깔라빠에서 100명 이상이 체포됐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러나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교민들에게 전파한 긴급 안전공지문을 통해 "군경이 차량 70여대를 동원해 노스오깔라빠 통행을 차단하고, 400여명의 시민들을 체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주미얀마 미국 대사관은 트위터를 통해 성명을 내고 "노스오깔라빠에서 무고한 시민과 학생들이 포위돼 체포되고 있다는 보도를 보고 있다"면서 군경은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고, 구금한 시위대와 시민들을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미얀마 주재 프랑스 대사가 이날 학생 및 시민들이 체포·구금된 양곤의 인세인 교도소를 방문, 현지 활동가들과 만났다는 소식도 SNS에 올라왔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주재 외교단이 우려 성명 등을 발표한 적은 있었지만, 대사가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전날 현재까지 60명 이상이 군경의 총격 등으로 숨지고, 1천900명 이상이 체포됐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승려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인근 밍잔에서는 군경이 쏜 고무탄에 한 명은 머리, 다른 한 명은 발을 맞아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부는 또 전날 쿠데타 상황을 지속해서 보도해 온 미얀마 나우 등 언론 매체 5곳에 대한 허가를 취소한 데 이어, 이날엔 두 언론사 사무실에 쳐들어가 컴퓨터와 보도 장비 등을 가져갔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부의 언론탄압을 비판하고, 언론사 침탈은 충격적인 협박 행위라고 규정했다.
군경의 유혈 진압이 계속되는 가운데서도 유엔은 미얀마 군부에 확실한 경고음을 발신하지 못하고 있다.
유엔 안보리는 9일 미얀마 쿠데타를 비판하고 군사정부를 상대로 추가 조치를 위협하는 내용의 성명 문안에 합의하는 데 실패했다.
현 의장국인 영국이 제안한 성명의 최종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중국과 러시아, 인도, 베트남이 쿠데타 언급과 추가 조치 위협에 대한 내용을 놓고 삭제를 요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라쿠텐 그룹이 인수해 운영하는 통화·메시지앱 '바이버'(Viber)는 미얀마 내에서 광고를 일시적으로 중단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 조치는 미얀마인들이 폭넓게 사용하는 통화·메시지앱 바이버에 미얀마 군부가 관련된 통신업체의 광고가 최근에도 버젓이 실렸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 이뤄진 것이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 미얀마 쿠데타에 대한 군부 입장을 설명하는 대가로 고용한 로비스트 및 그 회사에 200만 달러(약 23억원)를 지급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미 법무부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계 캐나다인인 아리 벤메나시는 지난주 통신과 전화통화에서 군부가 중국과 거리를 두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한다고 주장하는 등 군부 이미지 개선에 나서고 있다.
미얀마 군부 낮엔 총격, 밤에는 체포·고문…폭력진압 수위 높여
야간체포 수치측 인사 고문으로 사망…백색테러 더해 시위동력 약화 노려
군정 "아이들 미래 안망치려면 시위말라"…수치측엔 "반역죄, 사형도 가능"
미얀마 시민들이 군경의 진압에 맞서 스스로 제작한 방패로 방어하며 구호를 외치고있다.[이라와디 캡처]
쿠데타 규탄 시위대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폭력이 갈수록 그 강도를 더하고 있다.
낮에 시위대를 상대로 무차별 실탄사격까지 서슴지 않은 데 이어, 밤에는 주요 인사들의 집에 침입해 체포·고문까지 하면서 사망자까지 내고 있다.
7일 현지 언론 이라와디는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양곤 파베단 구(區) 의장인 킨 마웅 랏(58)이 전날 밤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고문을 당한 뒤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NLD 관계자도 전날 밤 군경에 의해 당 관계자들 일부가 체포됐음을 확인하고, 이들이 현재 어디에 구금돼 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AFP 통신에 밝혔다.
전날 밤 양곤 시내에서 포착된 군경의 모습.[트위터 캡처]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전날 밤 양곤의 곳곳에서 군경이 섬광 수류탄 등을 사용하면서 여러 집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NLD 의원 시투 마웅은 페이스북에 "전날 밤 군경이 NLD 공보담당인 마웅 마웅을 잡으러 왔지만 찾지 못했다"면서 "그의 동생이 군경에 맞고 거꾸로 매달린 채 고문을 당했다"고 적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앞서 지난 5일엔 중부 마궤 지역의 한 마을에서 군부 지원을 받는 통합단결발전당(USDP)의 지지자 약 25명이 NLD 지역 대표와 가족, 친지 등 8명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이로 인해 NLD 지역 대표와 17세인 조카가 숨졌고, 다른 가족과 친지 5명이 흉기에 찔리거나 새총으로 부상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군정이 NLD 인사들을 대상으로 야간체포 및 백색테러에 나선 것은 시위 동력 약화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군정은 이미 국영 매체를 통해 오는 8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공무원은 파면될 것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군경은 시위대에 대해서는 이날도 폭력 진압을 이어갔다.
수 만명이 시위에 나선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경찰의 폭력 진압으로 수 명이 다쳤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중부 바간에서도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실탄 및 고무탄을 발사하면서 수 명이 다쳤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군정은 관영 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를 통해 시위대를 향해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지 않으려거든 시위에 연루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며 노골적으로 경고했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군정은 또 NLD 소속 의원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으며 결성한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해서도 국가에 대한 대역죄를 저지르고 있다면서, 최대 사형이나 징역 22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와 함께 CRPH와 연락하는 이들도 징역 7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군정은 겁을 줬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총격으로 숨진 '태권 소녀' 시신 도굴
장례식 다음 날 묘지 봉쇄 후 시신 꺼내…사건 조작 의도
로이터 통신 "시신 벤치에 놓고 검시한 뒤 재매장" 보도
태권도와 춤을 사랑한 미얀마 소녀가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쏜 총에 목숨을 잃은 데 이어 군부가 그 시신을 도굴까지 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경찰의 실탄 사격을 은폐하기 위해 이 같은 파렴치한 행각을 벌인 것으로 추정돼 군부의 잔혹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위 현장에서 총격으로 숨진 미얀마 19세 소녀 [트위터 캡처]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께(현지시간)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지난 3일 쿠데타 반대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치알 신의 시신을 도굴했다.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와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직원에게 총을 겨누며 이 같은 행각을 벌였다.
대규모로 거행된 치알 신의 장례식 다음 날 벌어진 일이다.
시위하다 미얀마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치알 신의 묘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로이터 통신은 6일 목격자와 다른 독립 매체인 '미지마 뉴스'를 인용해 미얀마 당국이 전날 군경의 호위 하에 치알 신 묘에서 관을 들어 올린 뒤 시신을 꺼내 벤치에 놓고 검시하고 나서 다시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승용차 4대와 트럭 4대에 나눠 타고 온 군경 등 최소 30명과 전동 공구가 동원됐으며 현장에서 버려진 고무장갑과 부츠, 수술 가운 등이 발견됐고,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전했다.
미얀마 당국이 도굴한 묘지 주변에서 발견된 물건들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목격자는 "치알 신의 머리를 벽돌로 받치기도 했다"면서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런 일이 벌어진 날 오전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관련 당국이 치알 신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에인절'(Angel)로도 알려진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해 이 문구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피살 10대 시위 여성 장례식 참석한 미얀마 시민
태권도를 배우며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던 치알 신은 시위 참여에 앞서 죽음까지 각오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와 함께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숙연하게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동료 시위대는 물론 해외 언론인이나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추모 글이 쇄도했다. '미얀마의 전사'라는 표현도 나왔다.
이에 앞서 군정은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건을 조작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강제진압 재연…계엄령 선포 임박설
미얀마 곳곳에서 6일에도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와 경찰의 강제진압이 계속됐다.
이런 가운데 군부가 조만간 계엄령을 선포할 것이라는 소문이 현지에서 빠른 속도로 퍼져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를 비롯한 곳곳에서 대규모 쿠데타 규탄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의 지방도시 만달레이에서 6일 반군부 시위대가 헬멧과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
국영 매체가 "오는 8일부터 업무에 복귀하지 않는 공무원은 파면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이날 시위 현장에는 교사와 국영 철도 노동자 등 공무원들이 함께했다.
경찰은 곳곳에서 최루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에 나섰고, 양곤에서는 섬광 수류탄을 쓰기도 했다.
전날 만달레이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고, 구경하던 20세 남성이 목에 총을 맞아 숨졌다.
이로써 지난달 1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시위대를 향한 군경의 총격으로 최소 55명이 숨진 것으로 유엔(UN)은 집계했다.
최루가스 난무하는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 현장 [양곤 EPA=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미얀마 주재 한국대사관은 전날 안전 공지문에서 "24시간 인터넷 차단과 단전 조치를 수반한 계엄령이 조만간 선포될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급속히 유포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외교단, 유엔 사무소, 언론 매체 등에서도 관련 소문을 알고 있으나 확인할 수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라며 "안전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미얀마 당국은 최근 군정의 지시를 따를 수 없다며 인도로 피신한 경찰관 8명을 송환해달라고 인도 당국에 공식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그러면서 지난달 1일 발생한 쿠데타 이후 미얀마 경찰관과 가족 30명가량이 국경을 넘어 피신했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유혈진압 사망자 급증…미, 쿠데타 정권-기업 제재
미얀마 국방부 · 내무부 · 미얀마경제회사 등 제재 명단에
군사 목적에 쓰일 수 있는 물품 수출 때 엄격히 허가심사
미국 워싱턴에 있는 상무부 청사의 모습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4일 시민들의 평화시위를 무력진압하고 있는 미얀마 쿠데타 정권에 수출 제재를 추가로 가했다.
미 상무부는 이날 쿠데타 및 시위대 진압에 관여하고 있는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를 수출규제 명단에 올렸다. 국방부가 소유한 거대기업인 미얀마경제회사, 미얀마경제지주회사도 수출규제 명단에 추가됐다. 이들 두 기업은 맥주·담배·통신·타이어·광산·부동산 회사들을 거느린 채 국방부에 수익을 안기고 있다. 이번 제재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미얀마 국방부, 내무부, 미얀마경제회사, 미얀마경제지주회사에 수출하려면 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상무부는 또 미국 기업들이 군사 목적으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을 미얀마에 수출할 때도 미 정부의 엄격한 허가 심사를 받도록 했다.
상무부는 지난달 11일 미얀마 군부 및 쿠데타 관련 단체에 민감품목 수출을 제한하는 제재를 발표하고, 미얀마 국방부와 내무부 등에도 수출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이날 조처는 지난달 1일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뒤 이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실탄으로 진압해 누적 사망자가 50명을 넘는 상황에서 나왔다.
상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가 여러 물품에 접근해 계속 이익을 얻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면서 “미 정부는 쿠데타를 저지른 이들에게 계속해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상무부는 추가 조처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상무부 조처의 실효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상무부 관리인 윌리엄 라인슈는 “(미얀마와이) 무역량이 적어서 그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달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등 미얀마 쿠데타 관련 군부 인사 10여명을 제재 명단에 올려 미국 내 자산동결, 자금거래, 입국금지 등의 제한을 가했다.
한편,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쿠데타 직후 미국에 예치해둔 약 10억달러(1조1300억원)를 옮기려다 실패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 사흘 뒤인 지난달 4일 미얀마 중앙은행 명의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맡겨둔 이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했다. 그러나 미 정부 당국자는 이 거래의 승인을 지연시켰고, 이후 바이든 대통령은 이 거래를 차단할 권한을 부여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유엔, "쿠데타 이후 최악 유혈 사태로 사망자 59명 이상"
미얀마에서 지난 3일 군부가 시위대에 실탄 사격을 해 38명이 숨졌다고 유엔이 밝혔다. 지난달 초 쿠데타 이후 최악의 유혈 사태로, 총 사망자가 59명으로 늘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개입을 촉구했고,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 없다”고 밝혔다.
유엔의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미얀마 특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2월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며 “이제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4일 전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이 9㎜ 기관단총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봤으며 “무장하지 않은 자원봉사 의료진을 때리는 것도 봤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28일 최소 18명의 시민이 숨졌고, 그 이전에도 3명이 시위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이날 사망자 38명까지 모두 합치면 59명에 이른다. 이는 유엔 등에 의해 집계된 숫자이며, 미얀마 시민들은 실제 사망자 수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엔은 쿠데타 이후 구금된 이들은 1700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사망자 수가 걷잡을 수 없이 늘자, 미얀마 시민들은 외교적·경제적 제재를 넘어 유엔군이 직접 나서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소셜미디어에는 유엔에 ‘보호책임’(R2P·Responsibility to protect)을 촉구하는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보호책임은 국가가 집단학살이나 전쟁범죄, 인종청소, 반인륜 범죄 등 4대 범죄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이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가 강제 조치 등을 통해 나서야 한다는 원칙이다. 미얀마 시민들은 최근 ‘얼마나 더 죽어야 유엔이 행동에 나설 것이냐’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미국은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면서 중국의 개입을 촉구했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문민정부 복귀를 평화적으로 요구하는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국민에게 자행된 폭력을 목격해 간담이 서늘하고 끔찍하다”며 미국은 미얀마 군정을 겨냥한 추가 제재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라이스 대변인은 “중국은 버마 현지 군정에 영향력을 갖고 있다”며 “그 영향력을 버마 국민의 이익을 증진하는 방향으로 건설적으로 활용할 것을 우리는 촉구해왔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치 지도자 석방 등을 촉구하며 미얀마 군부를 압박했지만, 하루 만에 살인 진압이 진행되는 등 성과가 없었다.
한편, 미얀마 공무원들은 속속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미얀마 공보부 산하 <미얀마 뉴스 통신>(MNA) 등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115명은 전날 성명을 내어,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일부 경찰 간부가 공직을 떠나 시위대에 합류했고, 군부의 지시를 따를 수 없어 인도로 피신한 간부도 있다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헬멧 판매상 “맘껏 가져가시고 살아 돌아오세요”
총격 시작되자 무료로 헬멧· 보호조끼 등 보호구 나눠줘
미얀마 시민들에게 무료로 헬멧과 보호 조끼를 나눠주는 한 남성. 페이스북 갈무리
“필요한 만큼 가져가고 반드시 살아오겠다고 약속해주세요.”
군부의 총격으로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보호 장구를 무료로 나눠주는 시민이 등장했다.
4일 미얀마 시민의 페이스북을 보면, 한 미얀마 남성은 거리에 플라스틱 헬멧 수백 개와 보호 조끼를 가져다 놓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다. 남성은 수량은 마음껏 가져가되 꼭 살아돌아오라는 팻말을 들었다.
미얀마에서는 보호헬멧을 쓰지 않은 채 시위에 나갔다가 군부의 총격을 받고 사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3일 제 2의 도시 만달레이에서 진행된 시위에서도 보호헬멧을 쓰지 않은 19살 여성이 머리에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다 잘 될거야’…미얀마 19살 여성의 마지막 메시지
시위서 피격 숨져, 입었던 티셔츠 희망적 문구 확산
3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경찰의 총격을 피해 자세를 낮추고 있다. 왼쪽 여성이 이날 숨진 것으로 알려진 ‘에인절’, 혹은 ‘치알 신’이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Everything will be OK’(모두 잘 될 거야)
지난 3일 미얀마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나섰다가 머리에 군경의 총격을 맞고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19살 여성의 사진이 현지 소셜미디어에 널리 퍼지고 있다. 이 여성이 이날 입은 검은 색 티셔츠에는 ‘모두 잘 될 거야’라는 영문이 적혀 있었고, 이 문구는 미얀마 시민들이 벌이고 있는 군부 쿠데타 저항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에인절’ 또는 ‘치알 신’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이 여성의 사진과 이야기를 보도했다. 에인절은 이날 만달레이에서 열린 쿠데타 반대 거리 시위에 참가했다. 군부의 총격이 시작되자 시위대는 땅에 엎드렸고 많은 시민이 플라스틱 방탄모를 썼지만 에인절은 아무것도 쓰지 않았다.
에인절과 함께 시위에 나갔다는 미얏 뚜는 <로이터>에 “경찰이 총을 쏘기 시작했을 때 에인절은 ‘총알에 맞을 수 있으니 앉으라’고 말했다”며 “다른 사람들을 챙기고 보호해줬던 친구였다”고 말했다. 미얏 뚜는 경찰이 최루탄에 이어 실탄 총격을 가하자 에인절과 헤어졌고, 나중에 ‘한 소녀가 사망했다’는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가 에인절이었다고 한다.
미얀마 19살 여성 에인절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미얀마 시민 트위터. 트위터 갈무리
페이스북 사진에는 에인절이 다른 희생자와 함께 숨진 채 누워있었고, 그가 입은 까만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댄서이자, 태권도 사범이었던 에인절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춤을 추는 영상과 태권도 대회에 출전한 사진 등을 올려놓기도 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대사 2명으로...서로 “합법”…유엔이 가린다
쿠데타 비판 툰 대사 “내가 합법, 군부 나 못 잘라”
군부 임명 대사에 맞서 2차 투쟁…군, 유혈진압 계속
지난달 26일 초 모 툰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는 연설을 한 뒤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내가 합법적인 주유엔 미얀마 대사다.”
유엔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비판했다가 해임된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자신이 여전히 합법적인 유엔 대사라고 주장했다. 미얀마 군부는 새 대사를 임명했다고 유엔에 통보해, 누가 합법적인 대사인지를 놓고 유엔이 검토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2일(현지시각) 스테판 뒤자리크 유엔 대변인이 이날 “두 통의 편지를 받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0월 유엔 대사가 된 초 모 툰 대사가 보낸 것과 지난달 초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 군부 외교부가 보낸 것으로, 유엔 대사의 자격을 다투는 내용이었다. 뒤자리크 대변인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아주 독특한 상황”이라며 “모든 법, 규정 등을 통해 해결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초 모 툰 대사는 편지에서 “미얀마 민주 정부에 대한 불법 쿠데타 가해자들은 대통령의 합법적인 인가를 철회할 어떤 권한도 갖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자신을 유엔 대사로 임명한 윈 민 대통령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여전히 합법적인 선출직 인사라며 “내가 여전히 미얀마의 유엔 대사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초 모 툰 대사는 지난달 26일 유엔 총회에서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연설해, 미얀마 시민과 서구권 국가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그는 연설 말미에 미얀마 시민들이 저항의 뜻으로 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기도 했다. 곧 9명으로 구성된 유엔 자격심사위원회가 검토해 표결에 들어갈 예정이다. 미국 등 주요 회원국은 미얀마 문민정부를 지지하고 있다.
한편, 3일 미얀마 군경은 시위대에게 또다시 실탄 사격을 가해 10대 소년을 포함해 최소 13명이 숨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언론과 목격자 증언을 바탕으로 중부 민잔과 모니와, 만달레이 그리고 최대 도시 양곤 등에서 희생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에이피>(AP) 통신은 민잔에서 숨진 이는 14살 소년이라며 희생자의 머리와 가슴이 피로 붉게 물든 사진이 소셜미디어에서 돌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곤 대교구 대주교인 찰스 마웅 보는 “미얀마 주요 도시 대부분이 (1999년 당시 중국) 천안문광장 같은 상황”이라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2일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이 군부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치 지도자 석방 등을 촉구하며 이례적으로 미얀마 군부를 압박한 지 하루 만에 또다시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대거 사상자가 발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3일 “미얀마 국민의 염원이 폭력으로 꺾일 수는 없다”고 국제사회에 호소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영국의 요청으로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비공개회의를 오는 5일 열 예정이다. 앞서 안보리는 미얀마 쿠데타에 우려를 표명했지만 군부를 비난하지 않았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28일 시위를 폭력적으로 진압해 최소 18명의 시민을 숨지게 했다. 지난 2일에도 최소 3명의 시민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유엔 미얀마특사 "38명 사망…가장 많은 피 흘린 날"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 50명 이상…진짜 전쟁날 수도"
3일(현지시간) 미얀마에서 쿠데타 발발 이후 가장 많은 38명이 숨졌다고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가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버기너 특사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은 2월1일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많은 피를 흘린 날"이라면서 "이제 쿠데타 이후 총 사망자가 50명을 넘었다"고 말했다.
버기너 특사는 "미얀마에서 진짜 전쟁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염려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이날 미얀마에서는 군경이 반(反)쿠데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많은 희생자가 나왔다.
아세안, 미얀마 유혈진압 군부에 아웅산 수치 석방 촉구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참여도 촉구
군경, 폭력적 시위 진압 계속… 3명 중상
미얀마 양곤 시민들이 2일 시위 도중 경찰의 총격에 맞아 숨진 니 니 아웅 테 나잉 추도식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이날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한 해법을 찾기 위해 화상회의를 열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촉구했다. 양곤/AFP 연합뉴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외교장관들이 2일 미얀마 사태 해법을 찾기 위한 화상회의를 열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정치 지도자 석방과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참여를 촉구했다. 아세안은 내정 불간섭과 합의를 기본 원칙으로 삼는 조직이어서, 이런 요구는 군부에 대한 이례적인 압박으로 평가된다.
이날 회의에서 히샤무딘 후세인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비롯한 정치 지도자들의 석방을 촉구하는 한편 미얀마 군부가 제기한 선거 부정 문제를 다룰 전문가 집단 구성을 제안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레트노 마르수디 인도네시아 외교장관도 날로 악화되는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세안에 “문을 열 것”을 군부에 촉구했다. 그는 아세안이 내정 불간섭 원칙을 깨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정치 지도자 석방과 민주주의 회복을 강조했다.
비비언 발라크리슈난 싱가포르 외교장관도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즉각적이고 무조건적인 석방”을 주장했다. 그는 이날 회의에 앞서 “(군부의) 시민들에 대한 치명적인 무력 사용에 충격을 금하지 못한다”며 “미얀마 군부의 자제를 촉구한다”고 말한 바 있다. 리셴룽 싱가포르 총리도 영국 <BBC> 방송 인터뷰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석방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는 미얀마에 대한 최대 투자국이어서 군부에 일정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AFP> 통신은 지적했다.
한편, 이날도 군부는 시위대에 대한 폭력적인 진압을 이어갔다. 미얀마 북서부 지역 마을 칼레에서 군경이 민주화 시위대에 발포해 적어도 3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아에프페>가 전했다. 한 구조대원은 “군인과 경찰이 실탄과 고무탄을 쏴 20여명이 다쳤다”며 “실탄에 맞은 3명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의사는 “한 명은 가슴에, 다른 한 명은 복부에, 또 다른 한 명은 넓적다리에 총상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지난달 28일 경찰의 총격에 맞아 숨진 니 니 아웅 테 나잉(23)의 추도식이 열리는 등 집회와 시위가 이어졌다. 시위대는 안전모를 쓰거나 대나무 막대 등을 들고나와 경찰의 진압에 대비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이에 맞서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 해산을 시도했다. 신기섭 기자
미얀마 쿠데타 한달…군 유혈진압 "약 30명 사망 · 1천130명 체포"
"전날만 약 1천명 체포된 걸로 알아"
추가 반영시 사망·체포건수 더 늘듯
1일로 미얀마 군부 쿠데타가 한 달을 맞은 가운데 지난 한 달간 미얀마 국민 약 30명이 사망하고 1천13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날 현재 약 30명이 군경의 총격과 공격 등으로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같은 날 미얀마 전역에서 2차 총파업 시위 과정에서 최소 18명이 숨진 것으로 발표된 것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SNS에서는 전날에만 26명이 숨졌다는 발표도 나오는 만큼, 사망자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AAPP는 또 1천132명이 체포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299명은 석방됐고, 833명이 아직 구금 중이라고 AAPP는 설명했다.
다만 AAPP는 일단 270명만 전날 체포 명단에 포함됐지만, 미얀마 전역에서 약 1천명 가량이 체포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해 체포된 시민들 수도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피의 일요일’…유엔 “조준 사격, 최소 18명 숨져”
22일 1차 총파업 이어 대규모 시위에
군경, 총격 · 최루탄 등 강경 폭력 진압
28일 미얀마 남부 도시 다웨이에서 기자들이 부상당한 남자에게 응급 조처를 하고 있다. 다웨이/AFP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가 발생한 지 꼬박 4주가 지난 28일, 미얀마에서 최소 18명이 숨지는 최악의 유혈사태가 벌어졌다. 시민들은 2차 총궐기를 맞아 전국 각 도시에서 수천~수만여명이 쿠데타를 반대하는 거리 시위에 나섰고, 군부는 이들에 대해 가차 없이 실탄 조준 사격을 가했다. 1988년과 2007년 미얀마 민주화 시위를 짓밟았던 비극의 역사가 다시 되풀이된 것이다.
하루 사망자 집계는 시간이 갈수록 늘었다. 미얀마 현지 매체와 외신들은 오후께 시위대 1명이 경찰에 의해 숨졌다고 보도했고, 이후 4명, 7명, 11명으로 사망자 수가 점차 증가했다. 여러 보도가 엇갈리는 가운데, 미얀마 주재 유엔 인권사무소는 이날 저녁 양곤, 다웨이, 만달레이, 바고 등 전국 여러 도시에서 경찰의 발포와 폭력 진압으로 하루에만 최소 18명이 숨지고 30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미얀마인들은 더 많은 시민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첫 사망자가 나왔고, 남부 도시 다웨이에서 시민 3명이 경찰의 총격에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만달레이에서도 최소 2명이 숨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현지인들은 이날을 ‘피의 일요일’이라 부르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시위대가 다치거나 숨진 사진, 영상 등을 공유하고 국제 사회에 도움을 호소했다.
양곤 거리에서는 철모를 쓰고 빨간 스카프를 맨 진압경찰들이 거리에서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과 최루탄을 쐈고, 소총으로 보이는 총기를 발사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익명을 요구한 양곤의 한 병원 의사는 “한 남성이 가슴에 총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한 현지 교민은 <한겨레>에 “양곤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조준사격을 하고 있다. 전국 곳곳에서 경찰의 사격 및 강경 진압으로 사상자가 늘고 있다”며 “매우 심각해 보인다”고 전했다.
전날인 27일에도 경찰은 양곤과 네피도, 만달레이, 다웨이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물대포와 고무탄 총 등을 쏘며 반쿠데타 시위를 진압했고, <미얀마 나우> 기자를 비롯해 시위 참가자 400여명을 체포했다. 하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지난 22일 대규모 총파업에 이어 이날도 타이(태국)·대만·홍콩·인도 등 이른바 ‘밀크티 동맹’ 국가들과 함께 총궐기 시위를 했다.
군부의 강경 진압과 대규모 사망자 발생으로 향후 미얀마 사태는 예측이 힘든 혼란 상태에 빠져들게 됐다. 군부는 칼을 뽑았고,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앞서 군부가 본격적인 진압을 하지 않자 주변국 등 외부 ‘눈치보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섣부른 예측이 됐다.
UN서 ‘세손가락 연설’ 미얀마 대사 해임…시민들은 “영웅”
유엔주재 대사, 총회서 “난 문민정부 사람, 쿠데타 끝내야”
주 유엔 미얀마 대사 초 모에 툰이 26일 미국 뉴욕 유엔 총회장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연설한 뒤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유엔(UN) 주재 미얀마 대사가 유엔 총회에서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고 제재를 요구해, 군부가 해당 대사를 해임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우리의 영웅”이라며 찬사를 보내고 있다.
미얀마 군부가 27일 “나라를 배신하고 이 나라를 대표하지 않는 비공식 기구를 대변하는 연설을 했다”며 초 모에 툰 주유엔 대사를 해임했다고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 등 현지 언론이 28일 보도했다. 미얀마 군부는 초 모에 툰 대사가 “권력과 책임을 남용했다”고 밝혔다.
초 모에 툰 대사는 지난 26일 유엔 총회에서 미얀마 군부를 비판해 주목받았다. 그는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를 즉각 종식하고 무고한 시민에 대한 억압을 멈추도록 하는 한편, 국가 권력을 국민에게 돌려줘 민주주의를 회복할 수 있도록 국제사회가 필요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초 모에 툰 대사는 연설에 앞서 자신은 지난해 11월 국민이 선출한 민주주의민족동맹당(NLD)의 문민정부를 대표하며, 군부 통치 종식을 위한 그들의 투쟁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연설을 마쳤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대표 등은 초 모에 툰 대사의 연설에 대해 박수를 보내며 “용감하다”고 평가했다. 린다 토머스 그린필드 주유엔 미국 대사는 “우리는 모두 미얀마 국민에게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며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그들과 함께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장쥔 주유엔 중국 대사는 미얀마 쿠데타 사태를 국내 문제로 규정하며 “국제사회는 미얀마의 주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미얀마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초 모에 툰 대사를 “영웅”이라 칭찬했다. 한 미얀마 누리꾼은 “초 모에 툰 대사가 떨리는 목소리지만 용감하게도 미얀마 국민과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 편에 서며 감동적 연설을 했다”면서 “당신의 용감함에 경의를 표한다”고 적었다. 그가 한 연설이 담긴 동영상과 성명 전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고 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시위대 팔뚝에 쓴 혈액형·연락처, 그리고 '엄마 사랑해'
3명 군경 총격 사망에 '최악' 대비하는 시위대 늘어난 듯
네티즌들 "쿠데타 규탄 미얀마 국민 결연함…가슴 아프다"
팔뚝에 혈액형, 긴급연락처 등을 적은 모습. 맨 아래에는 '엄마 사랑해'라는 문구도 적혀 있다.[트위터 캡처]
'혈액형 B, 긴급연락처 000-0000-0000, 엄마 사랑해'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발하는 시민들이 연일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일부 시위대의 팔뚝에 비장한 결의가 담긴 문구가 적힌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현지 소셜미디어(SNS)에는 지난 22일 미얀마 전역에서 진행된 '22222(2021년 2월22일을 의미) 총파업' 시위에 참여하기에 앞서 일부 시위대가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처 등을 적은 모습이 다수 올라왔다.
한 시위 참가자의 팔뚝에는 '엄마, 사랑해'(Love you Mom)라는 글귀도 적혀 있다.
다른 사진에는 '엄마가 쿠데타 규탄 시위장에 나가는 아들의 팔뚝에 혈액형과 자신의 전화번호를 적고 있다'는 설명이 달렸다.
혈액형과 긴급 연락처를 팔뚝에 적은 모습. [트위터 캡처]
'22222 총파업 시위' 이틀 전인 지난 20일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의 무차별 발포로 10대 소년을 포함해 시위 참가자 2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고무탄 등에 부상하는 악몽 같은 현실을 떠올렸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뇌사에 빠졌다가 지난 19일 사망한 20세 여성의 장례식이 전날 열린 것 역시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티즌들도 "미얀마 시위대는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부상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때 또는 심지어 죽을 때를 대비해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 연락번호를 적어야 한다"고 SNS에 언급했다.
반(反) 쿠데타 시위에 나갈 경우, 군경의 총격에 심하게 다치는 것은 물론, 최악의 경우 목숨을 잃을 각오까지 해야 한다는 미얀마 국민의 비장함을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된다.
'아들 팔뚝에 혈액형과 긴급연락 전화번호를 적어주는 엄마'라는 설명이 붙은 사진.[트위터 캡처]
한 네티즌은 SNS에 관련 사진들을 공유하며 "이는 우리 국민이 총파업에 얼마나 용감히 맞서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다른 네티즌도 "미얀마 국민들이 얼마나 쿠데타에 대항하는 의지가 단호한지 보여주는 것"이라고 각각 적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전 세계인들이여,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혈액형과 긴급 연락 번호)를 적어 줄 때 우리가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아는가"라고 적었다.
외국인으로 보이는 네티즌은 "가슴을 울리는 사진"이라고 했고, 다른 외국인 네티즌도 "이 사진은 내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도 용기를 갖게 해준다"고 공감을 표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유혈사태 악화일로…시위대 4명 사망·100여명 부상
19일 1명, 20일 3명 숨져…570여명 마구잡이 체포 페이스북, “폭력 조장” 군사정부 홍보 페이지 삭제
미얀마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숨진 20대 여성 카인의 장례식에 참석한 이들이 군부독재에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세손가락을 펴고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쿠데타가 발생한 미얀마에서 최근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4명이 목숨을 잃고 수 십명이 부상하면서 유혈 사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국제 사회의 제재 움직임은 물론 폭력진압 비판에도 군정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1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전날 밤 현재 최소 4명이 숨지고,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보도했다. 3명은 쿠데타 규탄 시위 참가자들이고, 한 명은 자경단원이다.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 도중 경찰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던 한 명이 지난 19일 결국 숨졌다. 쿠데타 이후 처음 발생한 시위 참가자의 사망이었다.
주말인 20일에는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실탄 등을발포, 최소 2명이 숨지고 수 십명이 부상했다. 같은 날 밤에는 최대 도시 양곤에서 민간 자경단 한 명이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는 군경이 쿠데타 반대 인사들을 야간에 납치하는 사례가 빈발하자, 주민들이 자경단을 구성해 이를 막고 있다. 로이터 통신도 미얀마 자유아시아방송(RFA)을 인용, 경찰이 이 자경단을 쏴 숨지게 했다고 전했다.
특히 만달레이에서는 1일 쿠데타 이후 시위대와 시민불복종 운동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군경의 폭력 진압이 최소 7차례 진행됐으며, 임신부를 포함해 100명 이상이 부상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군정은 또 시민불복종 운동 및 시위 참여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수배령을 내렸던 6명 중 한 명인 배우 루 민도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전날까지 569명이 군정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 군부 매체는 첫 희생자인 먀 뚜웨뚜웨 카인의 머리에서 발견된 총알은 경찰이 사용하는 총기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면서, 그의 죽음에 군경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이라와디가 전했다.
이날 수도 네피도에서는 카인의 장례식이 엄수됐다. 시민들이 차와 오토바이 등에 탄 채 카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 했다.
유혈 탄압 속에서 미얀마 국민은 전세계를 향해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북부 까친주 미치나에서는 젊은이들이 이라와디 강변 모래둑에 '우리는 인권을 잃었다'(We Lost Human Rights)라는 대형 문구를 적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양곤의 유엔 사무소 앞에서도 시위대가 유엔의 개입을 촉구했다고 매체는 전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SNS에 "물대포, 고무탄에 이어 평화적인 시위대에 군대가 대놓고 총을 쏜다. 이런 광기는 당장 끝나야 한다"고 비난했다.
페이스북은 이와 관련, 군사정부 홍보 매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했다고 밝혔다고 외신이 전했다. 페이스북은 성명에서 "군정의 홍보매체 페이지가 폭력을 선동하고 위해를 끼치는 행동을 금지하는 페이스북의 방침을 반복해서 어겼다"고 삭제 이유를 설명했다.
유혈 탄압 속에서도 양곤 등 곳곳에서는 16일째 쿠데타 항의 시위가 진행됐다. 만달레이에서는 전날 2명이 군경 총에 맞아 숨진 비극에도 불구하고 의대 학생 등 수 만명이 거리로 나와 쿠데타 및 유혈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북부 샨주의 유명 관광지 인레 호수에서도 수 천명의 시위대가 보트를 타고 시위에 동참했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만달레이 유혈탄압, 2017년 로힝야 학살 군부대가 자행"
당시 로힝야족 살해·암매장·방화…"군사정권의 위험한 긴장 고조"
저격용 소총을 들고 만달레이 시위대와 대치하는 군인(가운데). [AFP=연합뉴스]
20일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규탄 시위대를 향해 무차별 발포, 최소 2명을 숨지게 한 군인들이 2007년 로힝야족 학살에 연루된 부대 소속으로 알려졌다.
21일 현지 매체 '프런티어 미얀마'는 만달레이에 배치된 경찰이 33 경보병 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면서, 33 경보병 사단은 2017년 소수 무슬림 로힝야족 학살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33 경보병 사단은 당시 로힝야족 거주지인 인딘 마을 학살 사건에 투입된 부대로, 만달레이주에 주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딘 마을 학살 사건은 미얀마 군부가 유일하게 인정한 학살사건으로, 당시 사단 소속 군인들이 로힝야족들을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마을을 불태운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은 33 경보병 사단 고위 인사를 제재 대상으로 올리기도 했다.
만달레이 쿠데타 규탄 시위 현장에서 조준경이 달린 소총을 든 군인. [AFP=연합뉴스]
인권단체인 '포티파이 라이츠'의 매튜 스미스 대표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 부대가 여전히 운용되고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한 문제"라면서 "이는 정의와 책임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도 SNS에 관련 보도를 인용하고, "미얀마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전쟁으로 보이는 상황 속에서 군사 정권에 의한 위험한 긴장 고조"라고 지적했다.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는 2017년 종교적 탄압 등에 반발한 로힝야족 일부가 경찰 초소를 공격한 이후 정부군이 대대적인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 집단 성폭행, 학살, 방화가 곳곳에서 벌어져 로힝야족 거주지들이 초토화되고 수천 명이 사망했다. 또 70만 명이 넘는 로힝야족 난민이 인접국인 방글라데시로 피신했다.
그러나 현재 군부에 의해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은 2019년 말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출석, 미얀마군이 당시 반군의 공격에 대응한 것이라면서 집단학살 의도는 없었다고 혐의를 부인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샀다.
미얀마 군부는 작년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문민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연합뉴스
“죽어도 군부 밑에선 살 수 없다…국제사회가 미얀마를 도와달라”
군부 시위대 무차별 살포에 분노…주한 중국대사관앞 등서 집회 청년단체도 아시아 각국정부에 “미얀마 시민 인권보호 선언” 촉구
재한미얀마청년연대, 이주노조 방글라데시, 재한베트남공동체, 인도네시아주한유학생회, 캄보디아CNRP청년위원회, 광적필리핀가톨릭공동체, 인도네시아 주한유학생회, 한국 해외주민운동연대(KOCO) 소속 아시아 청년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유엔 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미얀마 군부독재 저항’, ‘군부 반대’, ‘복종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손가락 세개를 펴고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세손가락 시위는 영화 '헝거게임'에서 독재에 대한 저항으로 민중이 쓰는 사인이다. 미얀마인 이이(EE 28)씨.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항복하지 않을 것이다.”
21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주변에선 미얀마판 ‘임을 위한 행진곡’인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가 흘러나오자 미얀마인들이 고개를 숙였다. 전날인 20일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 때 실탄에 맞아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 위해서다. ‘살인마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하자’는 손팻말을 든 이들은 묵념 뒤 “군사 쿠데타를 반대한다!”라고 소리쳤다. 분노에 찬 목소리는 자주 갈라졌다. 코로나19 방역에 따라 9인으로 제한된 집회에 교대로 참석하려고 집회 참석자와 떨어져 대기 중인 미얀마인 수십명이 이 모습을 묵묵히 지켜봤다. 이들이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연 것은 미얀마 군부의 배후에 중국이 있다고 의심하기 때문이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무차별 발포를 한 소식에 국내 거주하는 미얀마인들도 분노와 탄식을 쏟아냈다. 결혼 이민으로 한국에 산 지 10년이 된 깨띠앙(42)은 “심장이 터지는 거 같았다. 집에 도저히 있을 수 없어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미얀마에 있는 제 가족들도 매일 시위에 나가요. 위험하지만 죽어도 군부 밑에선 살 수 없다, 이런 마음이 크니까….” 깨띠앙을 비롯해 ‘미얀마 군부독재 타도 위원회’(위원회)를 꾸린 이들은 2월 초부터 서울 성동구 주한 미얀마대사관 무관부와 중국대사관 앞에서 번갈아가며 집회를 열고 있다.
미얀마 민주정부에서도 탄압을 당했지만 ‘군부는 반대한다’는 소수민족들도 있다. 위원회와 별도로 단체를 꾸려 서울에서 수차례 집회를 열어온 카친족 ㄱ(49)은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민주정부가 들어선 뒤에도 소수민족 탄압이 있었지만, 군부 정권 때와는 비교가 안 된다. 인권이 보장되지 않던 군부 정권 치하로는 절대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이들은 미얀마 문제를 민주주의와 평화라는 관점에서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개입해달라고 호소했다. 소모뚜 주한미얀마노동복지센터 운영위원장은 “미얀마 쿠데타로 미얀마는 물론 아시아와 전세계 평화와 민주주의가 짓밟히고 있다. 전세계가 나서 미얀마가 민주주의를 쟁취할 수 있게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과 미얀마, 캄보디아 등 8개 청년단체는 서울 종로구 유엔인권위원회 서울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 각국 정부에 “미얀마 시민 인권 보호, 군부 독재와의 결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인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온 역사를 가진 한국이 적극적인 관심을 보여달라고 부탁했다. 한국 대학에서 정치학을 전공하는 묘헤인(29)은 “한국에선 1961년(5·16) 박정희 군부가, 미얀마에선 1962년 네 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1987년 한국은 6월 항쟁으로 민주화를 이뤘지만, 미얀마는 1988년 ‘8888항쟁’ 때 시민 수천명이 총에 맞아 숨지며 민주화를 이루지 못했다. 이번엔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에 온 지 3년이 된 띤티아웅(29)은 “가족들이 너무 걱정된다. 한국도 이런 일을 겪으면서 민주화가 된 걸로 안다. 우리를 지지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깨띠앙(42)씨가 지난 20일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에서 열린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0일 미얀마군부 쿠데타 독재타도 위원회가 서울 중구 중앙우체국 앞에서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전광준 김윤주 기자
미얀마 ‘피의 토요일’…경찰 발포 시위대 최소 2명 사망
2대 도시 만달레이에서 경찰 발포로 30여명 부상도
미얀마 2대 도시 만달레이에서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20여일 만에 최악의 유혈 사태가 발생해, 최소 두 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중상을 입었다. 전날 처음으로 시민불복종 시위 관련 사망자가 나온 뒤 시위와 파업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자, 경찰이 실탄 발포 등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외신들은 이날 저녁 미얀마 현지 매체들을 인용해, 만달레이에서 반 쿠데타 시위에 참가했던 시위대 두 명이 숨졌다고 긴급 타전했다. <AP>와 <BBC> 방송 등은 이날 현지 언론 보도를 인용해 경찰이 실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은 “경찰이 최루탄과 발포로 대응했고, 목격자들은 현장에서 실탄과 고무탄 탄환을 둘 다 찾아냈다”고 전했다.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은 남성이 쓰러져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양곤에서 발행되는 잡지 <프론티어 미얀마>는 “사망자 중 한 명은 머리에 총을 맞고 현장에서 숨졌으며, 다른 한 명은 가슴에 총을 맞고 병원으로 실려가던 중 숨졌다”고 보도했다. 현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머리에 총을 맞은 사망자가 소년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 가운데, 가슴에 총을 맞은 사망자는 36살 목수 텟 나잉 윈으로 확인됐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만달레이의 자원봉사 응급 구조팀을 이끌고 있는 흘라잉 민 우는 <AFP> 통신에 “두 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다쳤다”며 “부상자 중 절반은 실탄에 맞았다”고 말했다.
미얀마 경찰은 이날 밤 10시30분(한국시각 21일 오전 1시) 현재, 사망자 발생과 관련한 언론의 확인 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다. 국영 <MRTV> 역시 이날 저녁 뉴스에서 시위 및 사상자와 관련한 언급이 없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이날 미얀마 전역에서 소수민족은 물론 시인과 래퍼 등 문화 예술인, 철도 노동자 등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사망자가 나온 만달레이 야다나본 조선소에서는 경찰 500여명이 쿠데타 항의 파업을 벌이고 있는 조선소 노동자 및 파업 지지 시위대와 대치했다. <로이터>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에 쫓기는 와중에 경찰을 향해 새총을 쐈다”며 “경찰이 최루탄과 발포로 대응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현장 취재를 나가있던 자사 기자들의 말을 토대로 “경찰과 군인들이 50여발을 발포했고, 최소 10명을 체포했다”고 보도했다.
20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 도중 경찰의 발포로 2명이 숨지고 30여명이 부상당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시위 참가자들이 이날 시위 현장에서 발견한 탄피와 탄약 등을 보여주고 있다. 만달레이/EPA 연합뉴스
군부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전날 시위 관련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불복종 시위가 한층 거세지고 이에 따른 경찰의 무력 대응 수위도 높아지리란 우려가 나왔다. 지난 9일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미야 트웨 트웨 카잉(20)이 입원 열흘 만인 19일 숨졌다. 토요일인 20일 만달레이는 물론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 등 곳곳에서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고, 카인을 기리는 추모행사가 잇따랐다. 양곤과 네피도에서는 청년들이 화환과 꽃을 들고 나와 카잉을 추모했다.
카잉은 지난 9일 시위 도중 갑자기 쓰러졌으며 그를 치료한 의사는 “엑스선 촬영 결과 뇌에 실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언니는 피격 사건 이튿날 언론과 만나 “동생과 나는 거리 한가운데 있지도 않았고, 경찰 저지선을 넘지도 않았으며 경찰을 향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동생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 1일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구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승리한 총선에서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군부는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가 열릴 것”이라며 선거 뒤 정권을 이양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쿠데타 저항 세력들은 새 선거를 치러 승자에게 권력을 이양한다는 군부의 약속에 대해 회의적이라고 <로이터>가 20일 전했다. 전정윤 신기섭 기자
미얀마 민주화 시위 2주 만에 첫 사망자
지난 9일 경찰 총 맞은 20살 여성 숨져 군부쿠데타 반대 시위, 더욱 거세질 듯
지난 9일(현지시각)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살 여성 시위 참가자가 19일 숨졌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지난 1일 군부쿠데타 발발 이후 시민 불복종 시위에서 처음으로 사망자가 나왔다.
이 매체는 트위터를 통해 미야 트웨 트웨 카잉(20)이 이날 병원에서 숨져 이번 쿠데타 반대 시위의 첫 희생자가 됐다며 병원 관계자들이 카잉의 주검을 옮기는 사진을 함께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 희생자 오빠의 말을 인용해 그의 사망 소식을 보도했다. 그의 오빠는 “너무 슬프며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잉은 지난 9일 시위 도중 갑자기 쓰러졌으며 그를 치료한 의사는 “엑스선 촬영 결과 뇌에 실탄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언니는 피격 사건 이튿날 언론과 만나 “동생과 나는 거리 한가운데 있지도 않았고, 경찰 저지선을 넘지도 않았으며 경찰을 향해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며 “그곳을 떠나려는 순간 동생이 총에 맞아 쓰러졌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민주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중태에 빠졌던 20살 여성이 19일 숨졌다. 지난 17일 수도 네피도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한 참석자가 이 여성의 사진을 들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시위 도중 사망자가 나옴에 따라 쿠데타 반대 시위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통신은 지적했다.
군부쿠데타 며칠 뒤부터 본격화된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는 이날도 오전부터 양곤 등 주요 도시에서 계속됐다. 시위에 참가한 한 시민은 “카잉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그녀를 위해서도 우리가 목표를 이룰 때까지 시위에 계속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전했다. 신기섭 기자
미국 이어 영국·캐나다도 미얀마 군부인사 제재
아웅산 수치 사진 들고 진압경찰과 대치하는 미얀마 시위대: 18일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대가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사진을 들고 진압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을 대상으로 국제사회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에 이어 영국과 캐나다도 군부 쿠데타 주역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가하기로 했다.
영국 외무부는 미얀마 국방 장관과 내무부 장·차관 3명에게 즉시 자산 동결과 여행금지 조치를 적용한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얀마 군부 주요 인사 16명은 이미 지난해 영국을 포함한 유럽연합(EU) 제재 명단에 올랐다.
영국은 또 기업들이 간접적으로 미얀마 군정을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를 취했다고 말했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은 쿠데타를 일으키고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 등 정치인사들을 임의로 구금한 것을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사회 동맹들과 함께 미얀마 군부에 인권침해 책임을 묻고 미얀마 국민들을 위한 정의를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국과 발맞춰 캐나다도 미얀마 군부 인사 9명에게 제재를 부과한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앞서 미국은 11일 미얀마 최고사량관 등 군부인사 10명과 기업 3곳에 제재조치를 내렸다.
다음 날 유엔 인권이사회는 미얀마 군부가 일으킨 쿠데타를 규탄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수치 추가 기소에 양곤 시민들 대거 거리로…긴장 고조
군 병력도 집결 “강경진압 충돌예상”
유엔 보고관 “폭력 사태 발생” 우려
17일 미얀마 양곤 시내에 대규모 시민들이 모여 쿠데타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최근 군 장갑차 투입 등으로 규모가 줄었던 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가 17일(현지시각) 다시 증가했다. 전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추가 기소되면서 국민들의 불만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대규모 폭력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오전 미얀마 현지 언론과 양곤 거주 교민들의 말을 종합하면,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시내에는 상당수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쿠데타 반대 시위를 벌였다. 전날에 비해 시위 규모가 훨씬 커졌다. 양곤에서는 지난 14일 군부가 장갑차와 군 인력 등을 배치하고 이튿날부터 사흘 연속 인터넷을 끊는 등 강경 진압 분위기를 보이자 시위 규모가 크게 줄었었다.
한 교민은 <한겨레>에 “전날 수치 고문에 대한 추가 기소 소식이 전해지면서 대규모 항의 집회가 예정됐다. 오전부터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 곳곳이 막혔다”며 “군이 강경진압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충돌이 예상되는 등 많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특별보고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대규모 시위 계획과 군 병력의 집결이라는 두 가지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는 걸 볼 때 군부가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 더 큰 범죄를 저지를 위험이 있다”며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보았던 것보다 더 큰 규모로 폭력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날 미얀마에서는 사흘 연속 새벽 시간대에 인터넷이 차단됐고, 군 병력이 양곤 등으로 이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법 개정을 속속 진행해 시민들을 압박했다. 군부는 최근 형법 124조를 개정해 정부와 군, 군 인사에 대한 불만이나 혐오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 최대 20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재 최고 징역 3년인 처벌 수위를 징역 7~20년으로 대폭 높인 것이다. 군부는 앞서 지방 행정법을 개정해 방문객 신고를 의무화했고, ‘개인 자유와 안보를 위한 시민보호법’을 무력화해 법원의 허가 없이 시민을 체포·구금하거나 압수 수색할 수 있도록 했다.
한편, 미얀마 경찰은 지난 1일 가택 연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16일 자연재해관리법 위반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이 혐의는 가택연금된 윈 민 대통령에게 적용한 것과 같은 것으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최고 징역 3년에 처해진다. 애초 수치 고문은 지난 15일까지가 구금 기간이었지만, 법원이 이틀을 더 구금하도록 해 추가 기소 전망이 나왔었다. 최현준 기자
중국 “미얀마 현 상황 우리도 원치 않아”
미얀마 군부 - 중국 ‘사전 교감설’ 부인
지난 11일 미얀마 양곤에서 대학생들이 반중 시위를 하고 있다. <이라와디> 누리집.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와 관련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중국 외교당국이 “현 상황을 우리도 원치 않는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최근 미얀마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시위 과정에서 불거진 군부에 대한 ‘중국 지원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17일 관영 <글로벌 타임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천하이(陈海)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는 전날 대사관 누리집에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매체 5곳과 진행한 인터뷰 전문을 공개했다. 천 대사는 인터뷰에서 “중국은 미얀마의 우호적인 이웃국가이며, 민주동맹과 군부 양쪽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며 “현 상황은 중국도 절대 원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천 대사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의장 성명에서 미얀마에서 긴급사태가 선포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민 대통령 등이 구금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구금된 이들의 조속한 석방을 촉구한 바 있다”며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도 관련 논의에 참여했으며, 미얀마 각계가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보리의 의장 성명은 중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공통적인 입장을 반영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쿠데타에 대한 미얀마 시민의 반대 시위와 관련해 천 대사는 “시민들의 호소를 이해하며, 미얀마 각계에 대화를 촉구하면서 그들의 ‘합리적 요구’를 언급한 바 있다”며 “현재 미얀마 국내 정세는 대단히 엄중한 상태며, 각 진영이 냉정과 자제를 유지하고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현 상황에서 폭력은 반드시 피해야 하며, 시민들의 기본적 권리는 보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천 대사는 이번 쿠데타와 관련한 ‘중국 연계설’을 강력 반박했다. 그는 군부와 중국의 ‘사전 교감설’을 의식한 듯 “미얀마 내부에서 선거와 관련해 논쟁이 있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미얀마의 정세 변화와 관련해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쿠데타 직후 중국이 특별기 편으로 기술진을 파견해 군부의 인터넷 차단을 지원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터무니 없는 소리로 실소를 금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정기 운항 중인 화물기에 대해 기술진을 태운 특별기란 주장이 나오더니, 특별기 편에 무기를 실어왔다는 얘기까지 나온 것을 알고 있다”며 “이같은 헛소문이 계속된다면, 누군가 이를 조종·선동하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베이징/정인환 특파원
시위대 열흘째 곳곳 시위… 장갑차 앞에서 '쿠데타 용인 못해' 항의
수치 구금 이틀 연장, 추가 기소 가능성…군부와 갈등 더 악화 관측
"우리는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양곤시 중앙은행 인근에 배치된 장갑차 앞에서 쿠데타를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항의 중인 시위대 2021.2.15[미얀마 나우 캡처]
미얀마의 쿠데타 항의 시위가 15일 폭풍 전야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가 14일 저녁 항의 시위의 중심지인 양곤을 비롯, 북부 까친주 미치나와 서부 라카인주 시트웨 등 주요 도시로 군 병력을 이동시키면서 강경 진압을 예고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가택 연금 상태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구금 기간이 이틀 더 연장되면서 성난 민심과 군대가 충돌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양곤 중심부 중앙은행 근처와 중국 및 미국 대사관 인근 등에서 열흘째 쿠데타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북부 지역에서도 공대 학생 수백 명이 시위를 벌이는 모습이 현지 영상에 잡혔다.
중앙은행 인근에 모인 1천여명의 시위대는 "야간납치 중단", "수치 고문 석방"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일부는 근처에 세워진 장갑차 앞과 뒤에서 '우리는 쿠데타를 인정하지 않는다', '우리는 시민불복종을 지지한다' 등의 영문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벌였다.
또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기술자 수 천명이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양곤 중앙여성병원 앞에 세워져있는 장갑차와 군 트럭.[EPA=연합뉴스]
장갑차 등이 배치된 가운데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양곤 중앙은행 앞에서 열리고 있다.
그러나 시위대 규모는 지난주와 비교해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장갑차와 군 병력이 집결하면서 유혈 사태에 대한 두려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양곤의 한 교민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날 오전 출근 당시 흘레단 사거리의 시위대 규모가 지난주 비슷한 시간대와 비교해 눈에 띄게 줄었다고 전했다.
시위하는 시민들
대조적으로 양곤 시내 곳곳에 장갑차와 군 병력이 배치된 모습이 현지 언론에 잡혔다.
중앙은행 인근 시위에서도 길 옆에 줄지어 서 있는 장갑차와 군용 트럭들이 목격됐다.
로이터 통신은 시위가 자주 벌어지는 시내 중심부 '술레 파고다' 근처에는 이날 오전 경찰 트럭 수 십 대와 물대포 차량 4대가 배치됐다고 전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도심에 장갑차와 군인들이 배치됐다. [로이터=연합뉴스]
수도 네피도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목격됐다.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길가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를 하던 고교생 20명 가량을 체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런 가운데 군정은 이날로 종료 예정이던 수치 고문의 구금 기간을 오는 17일까지 이틀 연장했다.
수치 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에 의해 변호인 역할을 맡았던 킨 마웅 조는 네피도에서 언론과 만나 법원의 이같은 결정 사실을 전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법원은 화상 통화에서 구금 기간 연장을 수치 고문에게 전달했고, 수치 고문은 변호인을 고용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킨 마웅 조는 설명했다.
앞서 군정은 지난 3일 불법 수입된 워키토키를 소지하고, 이를 허가 없이 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로 수치 고문을 기소했고, 이에 따라 법원은 이날까지 구금할 수 있도록 했다.
수치 고문의 구금 기간이 연장됨에 따라 추가 기소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그의 석방을 촉구해 온 시위대의 반응이 주목된다.
AP 통신은 수치 고문에 대한 구금 연장 결정이 시위대와 군부간 갈등을 더욱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미얀마 반중정서 확산…18개 대학생회, 시진핑에 항의서한
18개 학생회, 11일 시진핑 주석에게 공개서한 SNS엔 중국이 인터넷 차단 돕는다 소식 퍼져
미얀마 대학생들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미얀마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말 것을 호소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미얀마는 중국과 오랜 우호 관계를 맺어왔으나, 중국이 이번 쿠데타를 인정하는 태도를 보이자 반중 정서가 크게 확산하고 있다.
15일 <이라와디>와 <미얀마 타임스> 등 현지 매체는 미얀마의 18개 대학 학생회가 지난 11일 시진핑 주석에게 군부 독재를 종식하고 문민정부를 재건하려는 미얀마 국민의 뜻을 인정해 달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중국이 좋은 이웃으로서 역할을 하려면, 쿠데타로 권력을 빼앗고, 미얀마 국민의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구금한 군사정부를 인정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생들은 또 “중국이 미얀마 군부를 지원하는 것은 중국의 평판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며 “중국은 미얀마 국민에 대한 존중의 표시로 군부에 협력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시민들은 중국이 미얀마 군부의 인터넷 검열·차단 시스템 구축에도 도움을 줬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얀마 주재 중국 대사관은 이런 의혹을 부인하지만, 미얀마 시민들 사이에는 ‘중국이 정보통신 기술자를 항공기에 태워 파견했다’는 등의 소식이 돌고 있다. 이런 의혹은 화웨이 등 중국산 제품의 불매 운동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반중 정서 확산은 중국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중국은 지난 1일 쿠데타 이후 미얀마 군부에 대한 비난을 자제하고 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것을 거부했다. 결국 유엔 안보리는 지난 4일 군부를 직접 비판하는 내용을 뺀 채, 쿠데타 사태에 대한 우려와 아웅산 수치 석방 요구 등을 담은 결의안을 내놨다. 최근 유엔 인권이사회도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미얀마 군부에 자제를 촉구하고 유엔 특별보고관의 조사권 보장을 촉구했던 초안을 수정했다.
미얀마는 196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 윈 정부 이후 서방과 사회주의권 어디에도 치우치지 않는 비동맹 외교 노선을 취해왔다. 1988년 민주화운동을 짓밟고 1990년 재집권한 군사독재 정권은 미국 등 국제사회의 제재·고립 속에 중국에 치우친 외교 노선을 걸어왔지만, 2010년 전후 시작된 군부의 점진적 민주화 조처 이후 미국과의 관계 개선이 본격화됐다. 2015년 아웅산 수치의 집권 이후 미얀마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노선으로 실리를 취해왔다.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 지도자 등에 대한 제재를 공식화했지만, 중국은 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미얀마 시민들은 연일 주미얀마 중국대사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시위대 “중국만 군부편”…반중 정서 급속 확산
소수민족도 나서 엿새째 평화시위…군부, 수치 측근 등 ‘심야 체포’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9일(현지시간) 군부 쿠데타 규탄시위대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서 비닐을 쓰고 구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군사 쿠데타에 반대하는 미얀마의 거리 시위가 11일 엿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군부를 사실상 두둔해온 중국을 비난하는 시위와 여론전이 이어지는 등 반중 정서가 급속 확산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제재 방침과 뉴질랜드의 정치·군사교류 중단 등 미얀마 군부를 겨냥한 국제사회 압박을 이용, 중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는 행보로 보인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 등에 따르면 이날 최대 도시 양곤의 중국 대사관 앞에서는 약 1천 명의 시위대가 몰려들었다. 이틀째 시위로, 전날과 비교해 규모가 훨씬 커졌다. 시위대는 중국 시진핑 주석과 미얀마의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악수하는 사진 위에 '미얀마 군사 독재자 지지를 멈추라'는 글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전 세계가 미얀마 국민 편인데, 중국만 군사정권 편'이라고 적힌 팻말도 찍혔다.
중국 정부에 대한 미얀마 시위대의 불만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서방 국가들이 일제히 쿠데타를 비판하고 나선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 각 당사자가 갈등을 적절히 처리해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만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쿠데타를 규탄하려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성명에 중국이 러시아와 함께 반대한 사실도 시위대가 중국을 미얀마 군부의 '뒷배'로 지목하는 이유다. SNS에는 중국 항공기가 중국 기술 인력을 미얀마로 데려왔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시위를 탄압하기 위한 군정의 조치에 중국이 인력까지 지원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에 대해 중국 대사관 측은 전날 페이스북에 이 항공기는 해산물을 수출입하는 정기 화물기라며 의혹을 부인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그리고 수도 네피도 등 곳곳에서 엿새째시위가 이어졌다.
현지 언론과 SNS에는 공무원, 노동자, 학생 및 교사, 의료진은 물론 수녀들과 보디빌더 등 다양한 시위대가 행진하며 쿠데타를 규탄하고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구금된 인사들의 석방을 외치는 모습이 전해졌다.
100여 개 소수민족 중 가장 규모가 큰 이들 중 하나인 카렌족들도 양곤의 거리 시위에 동참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자치를 요구하는 소수민족은 수 십 년간 미얀마 군부와 충돌해왔다. 군부는 이날도 이틀째 '자제 모드'를 이어갔다. 지난 9일 네피도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맞은 시위 참여자 미야 테 테 카잉(20)이 중태인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군부는 수치 고문 측근인 띤트 스웨 국가고문실 실장과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지도부, 작년 총선 결과를 승인한 선관위 관계자들을 전날 밤 자택에서 체포해 구금 중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또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4시까지 통행이 금지된 만달레이에서 전날 밤 보안군이 일부 시민들을 곤봉과 군화 등으로 폭행했다는 '미확인' 동영상이 SNS에서 퍼지고 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음에도 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 시위 ‘유혈 사태’로 악화…국제 사회 규탄
경찰 실탄 발포로 2명 중태 부상자도 다수 나와 유엔, 미국, 강경 진압 비판…뉴질랜드 제재 착수 경찰,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정당 당사 한밤 급습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진 가운데 유엔과 뉴질랜드 등이 군부의 강경 진압을 규탄하고 나섰다. 미얀마 시민들이 9일 양곤에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석방을 요구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민주화 시위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가 속출하자 국제 사회가 군부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가운데, 미얀마 경찰이 9일(현지시각) 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를 급습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통신은 이 정당 소속 의원들의 말을 인용해 경찰 10여명이 최대 도시 양곤에 있는 당사 건물에 들이닥쳤다고 전했다. 경찰의 당사 수색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양곤과 수도 네피도 등 주요 도시에서 이어지면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부상자도 속출했다. 네피도에서 시위를 벌이던 여성 한 명이 경찰의 발포로 머리에 부상을 당해 중태에 빠졌다고 한 의사가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의사는 “이 여성이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엑스선 촬영 결과 머리에 실탄이 박힌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경찰이 쏜 고무탄 또는 실탄에 맞은 것으로 추정되는 30살 남성이 중태에 빠지는 등 많은 부상자가 나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미얀마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 방송은 이날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경찰 등이 부상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이는 국영 방송의 첫 시위 보도다. 방송은 나라의 안정을 해치려는 이들이 시위를 조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영 방송은 10여년만에 최대 규모로 확산되고 있는 민주화 시위에 대해 그동안 침묵했다.
미얀마 민주화 시위가 유혈 사태로 번지면서 국제 사회의 미얀마 군부 압박이 강화되고 있다. 유엔은 군부에 평화적인 시위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올라 알름그렌 미얀마 주재 유엔 조정관은 “시위대에 대한 과도한 폭력 사용은 용납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12일 미얀마 사태를 논의할 긴급 회의를 열 계획이다.
뉴질랜드는 이날 전세계에서 처음으로 미얀마에 대한 제재에 들어갔다. 나나이아 마후타 외무장관은 이날 미얀마와의 모든 군사·고위 정치 교류를 중단하고 미얀마 군 지도자의 뉴질랜드 입국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마후타 장관은 “우리는 군부가 이끄는 미얀마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구속된 정치 지도자들을 즉각 석방하고 민간 정부를 복귀시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시위대에 대한 폭력을 비판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시위대를 향한 폭력을 강력 규탄한다”며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를 복원하고 구금된 이들을 석방할 것을 다시 요구한다”고 말했다. 신기섭 기자
미얀마, 반쿠데타 시위에 초강경 대응…"실탄 쏴 2명 중태"
계엄령·집회금지에도 나흘째 대규모 시위 벌이자 '강경 진압'
물대포·최루탄·고무탄 발사 이어 "실탄도 발포" 주장 제기돼
소총으로 무장한 경찰이 수도 네피도에서 시위대 쪽으로 돌진하고 있다.
미얀마 국민의 쿠데타 항의 시위에 군사 정권이 계엄령 선포와 야간통행 및 집회금지로 대응하자, 시위대가 이에 불응하고 나흘째 대규모 시위를 이어가면서 사태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또 군정이 물대포에 이어 경고 사격을 하고 최루탄 및 고무탄까지 발사한 데다 실탄 발포로 2명이 중태에 빠졌다는 주장이 제기돼 '유혈 사태'로 치닫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온다.
9일 현지 언론 및 외신에 따르면 경찰은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 해산을 위해 이틀째 물대포를 쏜 데 이어 경고 사격을 한 뒤 고무탄을 발사했다.
한 목격자는 AFP 통신에 "허공을 향해 두 차례 경고 사격이 이뤄진 뒤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고무탄을 발사했다"면서 몇 명이 부상한 것을 봤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현장에서 취재 기자를 포함해 최소 20명이 부상했고, 2명이 중태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익명의 의사를 인용, "네피도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쏜 실탄으로 30세 남성과 19세 여성이 중태"라고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이 두 사람 가운데 여성의 머리에는 실탄이 박혀 있고, 남성도 실탄 사격을 당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는 의료진의 말을 전했다.
이런 가운데 실탄 사격으로 시위대 가운데 사망자가 나왔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현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광범위하게 돌고 있다고 AP 통신이 전했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도 경찰이 시위대 해산을 위해 최루탄을 쏘고 물대포와 고무탄을 발사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곳에서는 경찰이 기자 1명을 포함해 시위대 최소 27명을 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 네피도에서 경찰이 쿠데타 항의 시위대에 물대포를 쏘고 있다.
또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 동북부 바고시에서는 시위대를 향해 경찰이 물대포를 발사했고, SNS에는 양곤에 군 병력이 배치됐다는 글과 함께 관련 사진이 올라왔다.
군정은 이날 오후 공보국 페이스북을 통해 만달레이와 양곤 일부 지역 등에 발령한 5인 이상 집회 금지 조처를 양곤 및 네피도 전역으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군정의 이 같은 강경한 대응은 전날 일부 지역에 대한 계엄령 및 집회 금지 조처에도 대규모 거리 시위가 이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날 양곤과 만달레이, 네피도를 중심으로 미얀마 곳곳에서 나흘째 대규모 시위가 이어졌다.
오전부터 양곤시 산차웅 구(區)에서는 교사 200명가량이 도로를 따라 행진하며 시위를 벌였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교사인 테인 윈 소는 통신에 "군정의 경고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다. 그게 우리가 오늘 거리로 나온 이유"라면서 "우리는 어떠한 군부독재도 원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세인 구에서는 철도국 직원들이 거리로 나섰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북부 샨주에 있는 바고시와 다웨이를 포함해 여러 도시에서도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미얀마 전역 여러 도시에서 공무원들이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석한 모습.
미얀마 나우는 교사, 간호사, 철도 노동자와 보건분야 관계자 등 더 많은 공무원이 전국의 여러 도시에서 진행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동참했다면서 네피도와 중부 마궤시에서 최소 5명의 경찰관이 엄한 처벌을 감수하고 시위 대열에 합류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얀마 국영TV인 MRTV는 이날 밤 뉴스에서 지난 1일 발생한 쿠데타에 대한 언급 없이 "만달레이에서 국가 안정을 해치려는 이들에 의한 시위가 벌어졌으며 적법하게 시위대를 해산하려던 경찰관들이 부상하고 경찰 트럭이 파손됐다"고 보도했다.
1988년 민주화 운동을 이끈 이른바 '88세대'로 최근 항의 시위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민 꼬 나잉은 성명을 내고 3주 동안 계속해서 총파업을 진행하자며 "미얀마 전역의 시위대가 단결하자"고 호소했다.
미얀마 군부, 만달레이 계엄령 선포…“무력 사용” 경고
미얀마의 국영 MRTV에서 앵커가 군부의 성명을 읽고 있다. 트위터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위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군부가 8일 2대 도시 만달레이 일부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등 처음으로 강경 대응에 나섰다. 수도 네피도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는 등 무력충돌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군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만달레이 7개 구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AFP> 통신이 현지 관리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5명 이상이 모이거나 시위하는 것이 금지되는 한편, 저녁 8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통행금지가 시행된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만달레이 한 지역의 계엄 성명에는 “일부가 공공의 안전과 법 집행을 해칠 수 있는 우려스러운 방식으로 행동하고 있으며 그런 행동은 주민 안전 등에 영향을 끼쳐 폭동을 야기할 수 있다”며 “그것이 모임과 집회, 차량을 이용한 행진, 대중 연설 등을 금지한 이유”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군부는 미얀마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성명을 내어 “정의, 평화, 안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우리 국민은 무법 행위를 하는 이들을 거부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금지되고 제거돼야 한다고 요구한다”고 밝혔다. 시민들의 항의 시위에 대한 군부의 첫 입장 표명으로, 향후 벌어질 반쿠데타 시위에 대한 강경 대응을 시사한 것이다.
국영 티브이 성명 발표 뒤 수도 네피도에선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해산하지 않으면 무력을 사용하겠다”고 경고했다. 앞서 경찰은 네피도에서 시위대를 향해 처음으로 물대포를 발사해 2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소셜미디어 영상을 인용해, 경찰이 수천명의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발사했다며 “해당 영상에는 일부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고 바닥에 쓰러지면서 다친 것으로 보이는 장면이 나온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2명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네피도 근처에서는 진압 경찰이 소총을 든 모습이 목격되는 등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현지에서는 총파업이 계속되면 군사정권이 계엄령을 선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전날 미얀마 남동부 미야와디에서 경찰은 시위대를 해산하면서 고무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미얀마 전역에서는 지난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첫 주말인 6~7일 본격적으로 대규모 항의 시위가 벌어졌고, 평일인 8일에도 시위가 이어졌다. 공장 노동자들이 파업을 하며 시위에 나섰고, 승려와 간호사들도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은 시위대가 이날 오전부터 급속히 늘었다고 보도했다.
8일(현지시각)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승려들이 “군부독재 물러가라”는 플래카드를 들고 행진하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인 양곤의 일부 공장에서 직원들이 단체로 휴가를 내고 시위에 참여했고, 간호사들도 이날 간호복 차림으로 거리로 나섰다. 2007년 사프란 혁명을 주도했던 승려들도 이날 시위대 선두에서 행진했다. 독실한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승려들은 특별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들은 “군부독재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치고,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에 등장하는 것으로, 지난해 타이의 시위에서 사용됐다.
공무원들도 저항에 나섰다. 미얀마 현지 언론은 만달레이에서 검사와 변호사들까지 거리 행진에 나섰다고 전했다. 교사들도 “군부독재 반대”를 외치며 시위에 동참했다.
8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한 한 간호사가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시위대와 군부의 일촉즉발 대치가 시작된 가운데, 군부의 강경 대응을 암시하는 ‘미확인’ 사진들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면서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일부 소셜미디어에는 이날 양곤 최고층 빌딩 옥상에 경찰 저격수가 배치된 사진이라며, 시위대의 주의를 촉구하는 트위터 글이 올라왔다. 그러나 이 사진이 ‘술레 파고다’ 주변의 옛 모습이라며 조작됐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현준 김소연 기자
미얀마 현지 교민 “양곤 곳곳서 시위…빌미 안주려 비폭력”
‘19년 거주’ 천기홍 교수 전화통화 6~7일 이틀간 양곤서 거리 시위
6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시위에 나선 한 시민이 진압복을 입은 경찰에게 장미꽃을 주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어제(6일)에 이어 오늘(7일) 시위 시민들이 훨씬 늘었다. 양곤의 웬만한 번화가에는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폭력적인 모습은 없고 차분하게 평화적으로 시위하고 있다.”
군부 쿠데타 일주일 째인 7일 양곤과 만달레이 등 미얀마 주요 도시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미얀마에 19년째 거주하며 한국어를 가르치는 양곤 세종학당 천기홍 교수(부산외국어대 미얀마어과 특임교수)는 이날 오후 <한겨레>와 전화통화에서 양곤의 상황을 전해 왔다. 그는 “시민들과 군부가 서로 눈치 보기를 하는 것 같다”며 “양쪽 다 선을 넘지 않은 채 행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 인터넷이 끊겼는데, 지금은 어떤가?
“어제 오전 10시30분(한국시간 오후 1시)부터 인터넷 연결이 안 됐던 것 같다. 쭉 끊어져 있다가 오늘 오후 2시반(한국시간 오후 5시)부터 연결이 재개됐다.”
-양곤 상황이 어떤가? 시위하는 시민들 숫자가 점점 늘어나는 거 같은데?
“오늘 아침부터 양곤 곳곳에서 시위가 시작됐다. 어제보다 숫자가 많이 늘었다. 양곤의 번화한 곳에는 다 시민들이 모이고 있다. 전국적으로도 비슷할 거 같다. 특히 양곤 시청 근처 슐레 파고다와 양곤대 앞 등에 시민들이 많이 모였다.”
-시위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
“시민들은 차분하게, 구호를 외치고, 노래하고, 행진하면서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시위한다. 폭력 진압의 빌미를 줘서는 안된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쿠데타 초반, 군부에 탄압의 빌미를 주지 않아야 한다며 조심스러웠는데, 이제 본격적인 시위를 시작했다고 볼 수 있는가?
“그렇게 볼 수 있을 거 같다. 다만, 거리에 시민들이 나오긴 했는데, 과격한 양상은 보이지 않고 있다.”
-경찰이나 군인들은 어떻게 대응하는가?
“아침에 좀 일찍 나가 봤는데, 거리에 군인들은 안 보였고, 경찰들이 보였다. 진압복을 입은 경찰과 교통경찰들이 있었다. 이들은 도로를 막는다든가 통제한다든가 그런 움직임은 없었다. 일부 지역에 바리케이드를 치긴 했는데, 비상 상황에 대비하는 것으로 보인다.”
거리를 가득 메운 수천명의 시위대가 6일(현지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를 하고 있다. 이웃 나라 타이의 반정부 시위 때부터 번진 세 손가락 경례는 영화 <헝거게임>에 등장한 것으로,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양곤/AFP 연합뉴스
“당시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당시에는 군부가 처음부터 진압하기 위한 수단을 동원했다. 군경이 함께 나왔고, 총을 들었다. 나중에는 실제 발포도 했다. 오늘은 군인도 없었고, 경찰도 총을 들지 않았다.”
-군부도, 시민들도 분위기가 다른 거 같다?
“군부는 시민들이 아예 거리로 나오지 못하게 할 수 있는데 그러진 않는다. 군부도 그렇고, 시민들도 그렇고 서로 수위 조절을 하는 거 같다. 시위대 중간중간에 사복경찰들도 눈에 띈다. 아직은 서로 양상을 파악하는 거 같다. 경찰도 시민들이 일정한 범위를 벗어났을 때만 교통경찰들이 개입하는 정도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오늘 오후부터 인터넷이 열렸다. 주말에 열리는 집회를 막기 위해 이틀 동안 통제한 것 같다. 미얀마는 온라인이 닫히면 은행거래를 비롯해 주요 상거래를 할 수가 없다. 군부도 주말에는 인터넷을 닫을 수 있지만 평일에 통제하는 건 부담스러울 것이다. 이를 보면, 당분간 군부와 시민들이 서로 수위를 지키면서 시위를 하고 이를 통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질 거 같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서 수천명 쿠데타 항의 시위…군정, 또 인터넷 차단
최대도시 양곤 곳곳 "군부독재 타도" 행진…박수·환호 시위대 안아주기도
경찰 방패와 총기들고 행진 막아…쿠데타 당일 이어 두 번째 인터넷 차단
6일 양곤에서 수 백명이 쿠데타 항의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6일 수천 명이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에 나서는 등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저항 운동이 거세지고 있다.
군사정권은 전날 밤 트위터를 막은 데 이어 쿠데타 이후 두 번째로 인터넷을 차단하고 시위 현장에는 총기로 무장한 경찰까지 배치하는 등 고강도 대응에 나섰다.
현지 온라인 매체 '미얀마 나우'는 이날 오전 양곤 시내 곳곳에서 수천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고 전했다.
로이터·AFP 통신 등 외신도 수천 명이 이날 항의 시위에 참여해 "군부 독재 타도" 등을 외치며 행진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양곤에서 벌어진 시위는 지난 1일 군사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6일 양곤 시내에서 쿠데타 항의 행진하는 시위대 모습
현지 언론이 전한 거리 시위 동영상에는 차량이 많은 도심에서 시위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상징색인 빨간색 머리띠와 깃발을 흔들며 행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들은 태국 반정부 시위를 통해 널리 알려진 저항의 상징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했다.
6일 양곤 시내에서 쿠데타에 항의하는 거리 시위가 벌어진 모습.
다른 영상에는 쿠데타에 반대하는 문구가 적힌 대형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는 시위대에 거리의 시민들이 박수를 보내는 모습과, 한 시민이 시위대에 앞장선 여성을 안아주는 장면도 보였다.
경찰은 시위대의 행진을 막았다. 방패를 든 경찰 뒤에는 총기를 든 경찰의 모습도 목격됐다.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1962년과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 군경이 시위대를 무자비하게 유혈 진압한 전례가 있다.
전날 양곤 대학가로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민 불복종 운동이 확산한 데 이어 이날 도심 대규모 항의 시위가 일어나자 군정은 인터넷을 전격적으로 차단했다.
네트워크 모니터링 단체인 넷블록스(NetBlocks)는 오전 10시(현지시간·한국시간 낮 12시30분) 현재 미얀마 전역에서 2차 인터넷 접속 불능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1차 인터넷 차단은 지난 1일 쿠데타 당일 발생했다.
넷블록스측은 실시간 데이터는 미얀마 국내 온라인 접속률이 현재 평소 수준의 54%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나우도 쿠데타 항의 시위가 확산하면서 군정이 모든 인터넷 선을 끊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미얀마 시민사회 단체는 인터넷 업체들이 군정의 인터넷 차단 지시를 거부할 것을 촉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의 미얀마 지역 책임자 밍 유 하도 통신에 "쿠데타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와중에 인터넷을 차단하는 것은 비열하고 무모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군정은 시민 불복종 저항 운동을 막기 위해 전날 밤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접속도 차단했다.
지난 3일에는 미얀마 국민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페이스북 접속도 막은 바 있다.
미얀마 쿠데타 대응 유엔 안보리 ‘무기력’…규탄성명도 못내
6일 양곤 시내 거리시위 행렬을 막은 경찰들. 총기를 든 경찰 모습도 보인다.
유엔, 중국·러시아 반대로 규탄 성명 미뤄 미국도 구체적인 제재 방안 내놓지 않아 인권단체들 군부에 대한 금융 제재 촉구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만달레이 의대 앞에서 4일 젊은이들이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첫 거리 시위를 벌이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중국·러시아의 반대로 3일 미얀마 쿠데타 규탄 성명을 내지 못하고 미국도 구체적인 제재 방안 발표를 미루는 등 각국이 이해 관계를 따지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쿠데타를 무산시키기 위해 국제적 압박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일간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고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서는 구금된 인사들이 모두 석방되고 헌법 질서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유엔 안보리가 이날 쿠데타 규탄 성명을 채택하지 못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조만간 일치된 대응에 나서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미얀마 사태를 논의할 긴급 회의를 열었지만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성명 발표에 합의하지 못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전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영국이 작성한 규탄 성명 초안을 검토했으나 중국과 러시아가 시간을 두고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고 한 외교관이 전했다. 성명 초안에는 구금된 인사들을 모두 석방하고 비상사태를 철회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고 통신은 전했다. 제재 조처는 초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안보리가 성명을 내려면 거부(비토) 권한을 가진 중국과 러시아의 동의가 필수인데, 중국은 강력한 미얀마 지지 국가다. 중국은 지난 2017년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에 대한 강제 이주 사태 때도 유엔 안보리 차원의 움직임에 반대한 바 있다. 중국은 이 사태가 미얀마 내정 문제라고 주장했다.
미국도 제재 등 실효성 있는 대응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제재를 포함한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제재 시간표는 없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표는 없지만 이 문제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 이웃 국가인 타이나 캄보디아도 이번 사태를 내정으로 규정하며 거리를 두는 등 각국이 이해 관계에 따라 제각각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미국은 강경 대응할 경우 군부가 중국 쪽에 더욱 기울 것을 우려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앰네스티 등 국제 인권단체들은 유엔이 처음부터 단호하게 대응했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군부 지도자들에 대한 금융 제재와 미얀마에 대한 포괄적 무기 수출 금지를 촉구했다.
한편, 군부가 4일 미얀마에서 인터넷과 동의어일 정도로 널리 쓰이는 페이스북 접속을 7일까지 차단하기로 한 가운데, 이 나라 제2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첫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신기섭 기자
미얀마, 페이스북 차단에도 세손가락 경례 등 저항 이어져
미얀마의 옛 수도 양곤에서 2021년 2월3일 의료계 종사자들이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최근 발생한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고 있다. 세 손가락 경례는 지난해 태국 반정부 민주화 시위에서도 등장한 것으로 독재에 대한 저항을 상징한다. 양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일 쿠데타로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 군사정부가 미얀마 내 페이스북 접속을 차단했다. 확산하는 쿠데타 반대 저항 운동을 막겠다는 취지다.
최대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소규모지만 쿠데타 발발 이후 처음으로 거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져 확산 여부가 주목된다.
4일 외신 및 현지 언론에 따르면 정보통신부는 전날 밤 국영 통신사 MPT를 비롯해 미얀마 내 인터넷 업체들에 페 연합뉴스이스북 접속 차단 명령을 내렸다. 정보통신부는 홈페이지 게시문에서 페이스북이 7일까지 차단될 것이라고 밝히며"국가 안정에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가짜 뉴스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현지 교민들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오전 일찍부터 페이스북 접속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 페이스북은 인구 5천400여만 명 중 절반가량이 사용하는 소셜미디어로, 그만큼 영향력이 크다. 이 때문에 쿠데타 저항 세력은 페이스북을 통해 시민 불복종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일 오후 8시를 전후해 양곤 지역에서 쿠데타 항의 의미로 시작돼 이날까지 이어진 '냄비 두드리기·자동차 경적 울리기'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급속히 전파됐다.
한편 이날 오후에는 쿠데타 발발 사흘 만에 처음으로 제2도시인 만달레이 거리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20명 안팎의 시위대는 만달레이 의대 정문 인근에서 군정 반대 구호를 외쳤다고현지 미얀마 타임스 및 온라인 매체 등이 전했다.
이들은 '국민은 군부 쿠데타에 반대한다'는 글귀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우리의 구금된 지도자들을 석방하라"며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위대 중 3명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만달레이 외에도 최대 상업도시 양곤에서도 십여 명이 거리 시위를 벌였다가 빠르게 흩어졌다고 외신은 전했다. 양곤 거리에서는 미얀마어로 '우리는 독재자를 원하지 않는다'고 적힌 그라피티(공공장소 낙서)도 언론에 포착됐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으로 작년 총선에서 당선된 의원 70명가량은 수도 네피도의 정부 영빈관에 모여 스스로 선서식을 했다. 군정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행사라고 언론은 전했다. 농업부 소속 일부 공무원들도 NLD를 상징하는 빨간색 리본을 가슴에 달고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쿠데타에 대한 항의의 뜻을 내보였다.
한 정치범 지원단체는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의원, 활동가, 정부관리 등을 포함해 최소한 147명이 구금돼 있다고 주장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교도 통신도 NLD 지도층 인사 대부분은 여전히 구금 중이라고 당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런 가운데 군부를 지지하는 시민 수천 명도 네피도 거리로 나와 군부 쿠데타를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이와 관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전날 기업인들과 회동에서 헌법에 따라 다음 총선은 1년간의 비상사태 해제 후 6개월 이내에 치러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외신이 최고사령관실 성명을 인용해 전했다. 이 발언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비상사태 1년이 끝나고도 6개월 더 권력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연합뉴스
아웅산 수치,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15일까지 구금
자택서 발견된 워키토키가 불법 수입된 물품 법원,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수치 구금 명령 윈 민 대통령은 재난관리법 위반 혐의 구금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
미얀마 군부에 의해 구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통신장비를 불법으로 수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얀마 경찰의 조서에 따르면, 수치는 수도 네피도의 자택에서 발견된 무선통신기인 워키토키 라디오가 불법으로 수입된 통신기기여서, 수출입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이 3일 보도했다. 이 혐의에 대한 조사를 위해 수치는 오는 15일까지 구금된다.
수치의 자택에서 발견된 워키토키는 지난 1일 그를 구금하는 과정에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수치는 현재 관저에서 구금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통신이 입수한 이 경찰조서는 “피고인 심문 뒤 증인을 심문하고, 증거를 찾고, 변호인을 구하기 위해” 수치의 구금을 요청했다.
수치의 집권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한 간부도 페이스북에 미얀마 법원이 아웅산 수치에게 수출입법 위반 혐의를 묻고 있다고 확인했다. 카이 토 대변인은 “다키나티르 법원이 아웅산 수치에게 수출입법 위반 혐의로 지난 1일부터 15일까지 14일간 구금을 명령했다는 신뢰할만한 정보를 입수했다”고 밝혔다.
군부에 의해 구금된 윈 민 대통령은 재난관리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다고 통신은 다른 경찰 문서를 인용해 보도했다. 정의길 기자
“쿠데타에 저항하라” 수치가 했다는 문서, 가짜? 진짜?
수치 발언 문건에 해석 엇갈려... 쿠데타 직전 발언인 듯
1일 오후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 페이스북에 올라온 아웅산 수치의 발언이 담긴 문건. 페이스북 갈무리
“군부의 쿠데타를 받아들이지 말고 모두가 저항하기를 호소한다.”
지난 1일 군부에 의해 구금된 미얀마 지도자 아웅산 수치가 국민들에게 했다는 당부의 발언을 놓고 진위 의혹이 일고 있다. 일부 미얀마 인들이 이 발언이 진짜인지 의심하고 있고, 국내에서는 미얀마에 사는 한 교민이 국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수치가 했다는 발언이) 제가 알기로는 가짜 뉴스로 밝혀졌다”고 말해 확산됐다.
그러나 여러 정황을 볼 때, 해당 발언은 수치가 한 말이 맞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비비시>(BBC) 등 미얀마에 주재하는 국외 언론들도 수치의 발언을 부정하지 않고 있다.
진위 확인 전에 우선 이 발언이 어떻게 나오게 됐는지를 살펴보자. 이 발언은 쿠데타가 발생한 지난 1일 오후 수치가 이끄는 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의장의 페이스북에 올라왔다. 수치는 이 당의 의장을 맡고 있다. 곧 수치의 공식 계정을 통해, 미얀마 글자로 쓴 문서 사진 한장이 올라왔고, 여기에 “쿠데타에 저항하라”는 수치의 발언이 담겼다.
의심이 이는 대목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문서의 글이 수치의 자필로 쓰이지 않았고, 수치의 서명도 없다. 둘째, 발언 시점이 쿠데타 발생 전인 것으로 보인다. 셋째, 글 내용이 평소 수치가 얘기하는 바와 다소 다르다.
우선 첫째 지적은 반증하기 어렵다. 이 문서는 실제 수치가 직접 쓰지 않았고, 수치의 말을 전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글의 서두에는 전반적인 최근 상황이 담겼고, 후반부에 수치가 했다는 다섯 문장이 등장한다. “쿠데타에 저항하라”는 표현은 이 다섯 문장 가운데 하나다. 수치가 직접 쓰지 않았으니, 서명도 등장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문서의 공신력은 무엇으로 보증될까. 이런 논란을 우려해서인지, 문서의 맨 마지막 부분에는 “이 글은 수치가 직접 한 발언이라는 것을 목숨 바쳐 맹세한다. 윈 테인”이라는 손글씨가 덧붙었다. 파랑 펜으로 두 줄에 걸쳐 윈 테인이 직접 쓴 문장이다. 윈 테인은 수치의 동료로 민주주의민족동맹의 고위 간부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이 당의 대선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가 직접 수치의 발언을 들어 당 공식 누리집에 올린 것이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미얀마 인권활동가 소모뚜는 <한겨레>와 통화에서 “우선 윈 테인이 직접 쓴 글이 증거다. 그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원로다”라며 “우리도 따로 미얀마 현지 유력 인사에게 확인했다. 수치의 발언은 그가 직접 한 발언이 맞다”고 말했다.
2019년 12월10일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아웅산 수치의 사진을 들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둘째 지적은 반박하기 어렵지 않다. 수치의 발언은 실제 쿠데타가 발생하기 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압승을 거둔 뒤, 군부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달 말부터는 공공연하게 쿠데타 뜻을 내비쳤다. 지난달 26일 군 대변인이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말할 정도였다. 쿠데타가 의심되는 상황에서 수치가 미리 당 동료에게 이런 발언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문건에 26일 군 대변인의 쿠데타 암시 발언이 등장하는 것을 보면, 지난달 27~30일 사이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셋째 지적은 “저항하라”는 표현에서 비롯된다. 페이스북의 해당 문건에는 수만 개의 댓글이 달렸는데, “수치는 이런 식으로 글을 쓰지 않는다. 국민의 생명을 살리는 글을 쓴다”, “군부가 올린 것일 수 있다”는 내용 등이 적지 않다. 1988년부터 민주화 운동을 시작해 30여 년 동안 비폭력 민주화 운동을 이끈 수치가 국민들을 위험에 몰아넣는 듯한 발언을 할 리 없다는 믿음이 깔렸다. 다른 한편으로는 군부가 쿠데타에 대한 폭력적 저항을 유도하기 위해 쓴 가짜 글일 수 있다는 의심이다.
이에 대해 미얀마 인권활동가 소모뚜는 “수치의 ‘저항하라’는 말은 길거리에 나와 폭력적으로 저항하라는 뜻이 아니다”라며 “미얀마인들은 수십 년 동안 민주화 투쟁을 거치면서 군부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잘 안다. 지금 군부는 시민들이 거리에 나와 시끄러워지기를 바랄 텐데, 지금은 그럴 단계가 아니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소통과 파업 등을 통해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아래는 위 문건을 해석한 글
국민들에게 당부 드립니다.
군 소식통에 따르면 1월26일 조 민 툰 준장(군 대변인)은 ‘군이 쿠데타를 안하겠다고 언급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 발언은 군이 만든 2008년 기초 헌법을 무효화하고 필요시 쿠데타를 일으킬수 있는 상황까지 갈 수 있다는 것으로 추측됐습니다. 1989년 아웅산 수치 의장이 이라와디주로 국민들을 만나러 갔을 때, 이라와디주 최고 군인은 수치 의장의 생명을 위협하는 발언과 행동을 했습니다. 당시 수치 의장은 본인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보고, 당시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의 간부들과 유언장을 썼습니다. 이 유언장에는 본인이 죽으면, 아웅산 장군의 기념관이 될 본인 집에 보관해달라고 쓰여 있습니다. 현재 군부가 쿠데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고, 양곤을 포함해 여러 도시에 군인들이 등장해 국민들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수치 고문은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면서, 동료들과 상의해 아래 5가지 국민들에게 당부하는 말씀을 했습니다.
1. NLD당은 군이 만든 2008년 헌법을 받아들이지 않았지만, 국회에 들어가 정치활동을 할 때 그 헌법대로 따랐다.
2. 헌법을 고치기 위해 법 테두리 안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3. 1990년 선거, 2012년 보궐 선거, 2015, 2020년 총선 때는 헌법에 정해진대로 따랐고, 그 선거에 압도적으로 이겼다.
4. 이 편지를 국민들이 읽을 때, 군부는 본인들이 만든 헌법을 무시하고 온 국민이 투표해서 합법적으로 선출한 국회와 정부를 해산했을 것이다.
5. 군부의 이런 작태는 현재 당면한 코로나19 사태를 외면할 뿐만 아니라 국민들을 군부독재 체제로 되돌리는 것이다. 이에 군부의 쿠데타를 국민들은 일정 인정하거나 받아들이지 말고, 모두 저항하기를 호소한다.
국민이 우선이다.
(아래 볼펜으로 쓴 글씨)
위 글은 수치 여사가 직접 말한 것이라는 것을 제 목숨을 바쳐 맹세합니다. 윈 테인.
미얀마서 차량 경적 · 냄비 두들기기… 쿠데타 이후 첫 '항의'
'시민 불복종' 시민단체·병원 확산…공보부 "폭동·불안 조장 경고"
쿠데타 발발 이틀째인 2일 저녁 미얀마 최대 상업도시인 양곤에서 쿠데타에 대한 항의 표시로 차량 경적과 냄비를 두들기는 소리 등이 들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들도 양곤 도심에서 오후 8시 정각에 쿠데타 항의 차원에서 각종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다면서 SNS에 관련 동영상을 올렸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동영상에 "양곤 도심의 시민들이 쿠데타에 항의하기 위해 냄비를 두들기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고 있다"고 적었다.
쿠데타에 항의해 양곤 시내에서 2일 저녁 시민들이 차량 경적을 울리고 냄비를 두들기는 소리를 냈다며 한 네티즌이 올린 동영상 캡처.
다른 네티즌도 "이것이 우리가 불법적인 군부 쿠데타에 대항하는 방법이다. 양곤에서 쇠 냄비를 두들기고 차량 경적을 울린다"고 적었다.
전날 쿠데타 이후 미얀마에서 시민 항의가 벌어진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쿠데타로 구금된 아웅산 수치 고문이 전날 사전 성명을 통해 시민들에게 쿠데타를 거부하고 항의 시위를 벌이라고 촉구한 데 대한 호응으로 보인다.
앞서 미얀마 최대 활동가 단체 중 한 곳도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양곤 청년 네트워크'라는 단체 대표자가 트위터에 "양곤 청년 네트워크는 (쿠데타에 대한) 즉각적 대응으로 시민 불복종을 선언하자"고 촉구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이 대표자는 만달레이 지역 한 병원에서도 의사들이 방호복 등에 '독재 정부는 실패해야 한다'는 글귀를 적고 시민 불복종 운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미얀마 공보부는 "폭동과 불안정을 조장하기 위해 소셜미디어에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매체나 개인은 처벌받을 수 있다"며 경고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양곤에서 쿠데타 항의 표시로 오후 8시에 냄비를 두들기고 있다며 올린 동영상
미얀마 군 3차례 쿠데타, 결정적 국면마다 민주화 발목 잡아
1962년 네 윈 26년 집권 88년 신군부 등장 8888항쟁 짓밟아
1988년 8월27일 미얀마 양곤에서 시민들이 아웅산 수치의 연설을 듣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미얀마 현대사는 강력한 정치 주체로서의 군부와 군에 대한 도전, 그리고 좌절로 정리된다. 군부는 미얀마가 역사적 기로에 설 때마다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았다. 군부의 권위주의 통치 70여년의 결과 미얀마는 1인당 국내총생산 1300달러의 최빈국, 수십 만명의 소수민족을 처벌하고 쫓아낸 인권침해국으로 남았다.
1948년 1월4일 미얀마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했다. 비슷한 시기 독립한 다른 나라들처럼 정치적 혼란이 이어졌다. 공산당 등 정치 엘리트들의 투쟁과 독립을 요구하는 소수 민족들의 무장 투쟁이 계속됐다. 이런 혼란을 틈타 1962년 3월 네 윈 육군총사령관이 쿠데타를 일으킨다. 우 누 총리를 제거하고 자신을 포함해 17명으로 혁명평의회를 꾸린다. 이들은 정치적 분열과 경제적 부패, 외국 자본의 침투 등을 쿠데타 이유로 들었다. 네 윈은 버마 사회주의 계획당(BSPP)을 바탕으로 버마족 우선주의와 사회주의 경제를 지향했고 소수민족을 탄압했다. 그의 집권은 이후 1988년까지 26년 동안 이어진다.
공교롭게도 네 윈 보다 10개월 앞선 1961년 5월16일, 미얀마에서 약 3000㎞ 떨어진 한국에서 육군 소장 박정희가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네 윈과 박정희는 닮은꼴 정치인으로 꼽힌다.
1988년 미얀마는 3월 ‘양곤의 봄’, 8월 ‘8888 항쟁’으로 뜨겁게 타올랐다. 오랜 군부 통치에 대한 실망감과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뒤섞였고, 독립영웅 아웅산의 딸, 아웅산 수치가 구심점으로 등장했다. 그해 7월 네 윈 의장이 사퇴하면서 투쟁이 절정으로 향했지만, 이때 다시 군부가 등장한다.
9월18일 국방장관 소우 마웅이 쿠데타를 일으켜, 8888 항쟁을 무력으로 짓밟는다. 약 3천여명이 숨지고 1만여 명이 실종됐다. 이듬해 7월에는 수치를 집에 가뒀다. 소우 마웅의 쿠데타는 이전 체제에 대한 거부가 아닌, 이를 유지하고 지키기 위한 ‘친위 쿠데타’였다. 장준영 한국외대 동남아연구소 연구위원은 논문을 통해 “군부의 2차 정치개입(쿠데타)은 네 윈 정권 26년간 군부가 향유해 온 권력적 이익 동기를 옹호하기 위해 발생한 것”이라고 평했다.
2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의 의회로 향하는 도로를 군인들이 바리케이드를 치고 지키고 있다. 네피도/AFP 연합뉴스
소우 마웅은 민간 권력 이양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다. 1990년 5월 총선에서 수치가 이끌던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의석 80%를 확보하며 압승했지만, 군부는 총선 결과를 무효화했다. 1992년 군부 2인자 탄 슈웨가 정권을 잡고 2011년까지 자리를 지킨다.
2007년 기름값 인상을 계기로 전국적인 반정부 투쟁이 벌어진다. 불교국 미얀마에서 특수 존재인 승려들도 군부에 맞섰고 시민들이 투쟁에 나섰다. 30여명이 숨지는 등 피로 얼룩졌지만, 미얀마 군부는 이듬해 자체적인 민주화 일정을 내놓는 등 후퇴하는 태도를 보였다. 군부는 총선 실시 등을 허용했지만, 헌법을 바꿔 국회 의석의 25%를 군이 차지하고, 내무·국방·경비 등 치안·안보 관련 핵심 부서를 확보하는 조처를 취했다. ‘민주화 상징’인 수치를 겨냥해 외국인 남편과 결혼한 이는 대통령이 될 수 없게 하는 조항도 헌법에 포함했다. 자신들이 허용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만 권력을 민간에 넘긴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2010년 총선을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이 보이콧해 사실상 군부가 정권을 유지했다. 군부는 21년만에 수치의 가택연금을 해제했다. 하지만 2015년 11월 총선과 2020년 11월 총선에서는 선출직 의석의 80% 이상을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이 가져갔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지지율이 3%포인트가량 더 높아졌다. 5년을 지켜본 군부에 비상신호가 켜졌다. 두달 여 뒤, 미얀마 새 의회 출범일인 지난 1일 새벽 군부는 세번째 쿠데타를 감행해 잠시 민간에 넘겼던 권력을 빼앗아갔다. 최현준 기자
‘쿠데타’로 부르지 못하는 바이든의 ‘미얀마 딜레마’
‘민주주의’냐 ‘중국 견제’냐…첫 외교 시험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 백악관에서 코로나19 대응 경기부양안과 관련해 공화당 상원의원들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재발한 군부 쿠데타가 취임 2주도 채 안 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중대한 시험대에 올려놨다. 이번 사태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동맹 연합을 통한 중국 견제’라는 미국의 세계 전략이 충돌하는 미묘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성명에서 이번 사태를 ‘쿠데타’로 규정하지 못하는 데서도 고민의 깊이가 드러난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쿠데타 발생 이튿날인 1일 성명을 내어 “민주주의 전환과 법치에 대한 직접적 공격”이라고 강력 비판하고, 제재 부활 가능성을 경고하며 군부에 권력 포기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구금자 석방을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1989년 군사 정권이 붙인 국호인 ‘미얀마’ 대신 미 정부가 양자 관계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호인 ‘버마’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민주주의에서 무력이 국민의 뜻 위에 군림하거나 신뢰할 만한 선거 결과를 지우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된다”며 “버마 군부가 즉각적으로 권력을 포기하고 구금한 활동가와 관리들을 석방하며, 모든 통신 제한을 풀고, 시민을 향한 폭력을 삼가도록 압박하도록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이 어려운 시기에 버마 국민의 편에 서는 사람들을 주목하고 있다”며 “버마의 민주주의 전환을 뒤집는 데 책임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그 지역과 세계에 걸쳐서 우리의 파트너들과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국은 민주주의의 진전에 바탕해 지난 10년 간 버마에 대한 제재를 해제했다”며 “이 진전을 뒤집는 것은 우리의 제재 법률과 권한에 대한 즉각적 재검토를 필요하게 만들 것이고, 적절한 조처가 뒤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성명은 그가 이번 사태를 민주주의 위협의 관점에서 심각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국제사회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시키는 모범국이 되겠다고 약속하며 당선된 바이든 대통령으로서 미얀마 사태는 그 의지를 실천할 시범 케이스다. 더구나 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불복과 그 지지자들의 1월6일 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실추된 미국 민주주의의 체면을 되찾을 기회이기도 하다. 미국은 미얀마가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민주주의 체제로 전환하도록 노력을 기울여왔다.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으로 재직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2015년 미얀마 민주 정부 탄생을 대외정책의 주요 성과로 꼽았다.
오바마 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를 지낸 대니얼 러셀은 <폴리티코>에 이번 미얀마 사태를 두고 “바이든의 민주주의 수호와 시진핑의 권위주의에 대한 암묵적 또는 적극적 지지라는 경쟁 모델에 관한 일종의 결정체”라고 말했다.
이같은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에서 제재 부과 등 미얀마 군부에 대한 강력한 응징 주장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이 성명에서 제재 부활을 경고한 것을 비롯해, 상원 외교위원장인 로버트 메넨데즈 민주당 상원의원과 공화당의 미치 매코널 상원 원내대표 등이 일제히 “비용 부과”, “엄격한 경제 제재 부과”를 주장했다.
1일 미얀마 사태 관련한 국무부의 브리핑을 들은 의회 관계자들은 <CNN> 방송에, 국무부가 모든 선택지를 저울질하고 있는 걸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정부가 제재에 나서지 않으면 의원들이 제재 부과 법안을 발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전했다.
바이든 정부의 고민은 제재 부과 등 강력한 대응이 미국의 대중국 전략과 상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얀마는 최근 미-중 사이에서 등거리 외교 노선을 취해왔으나, 미국이 미얀마 군부를 압박할수록 다시 중국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있다. 중국을 최고의 위협이자 경쟁자로 규정하고 동맹들을 규합해 중국을 봉쇄하는 전략을 추구하는 미 정부의 노선에 차질이 생기는 셈이다.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보니 글레이저 아시아 담당 선임연구원은 <시엔엔>에 미얀마 제재는 “훨씬 더 큰 중국의 영향력으로 가는 문”을 미얀마에 열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수지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예 사설에서 “(미얀마 군부에 대한) 단순히 도덕적 맹비난이 아니라 현실적 외교가 필요하다”며 미얀마가 중국 영향권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데 무게를 둘 것을 촉구했다. 실제로 중국은 이번 사태에 미얀마 군부를 비난하지 않은 채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지나치게 강한 행동은 미얀마를 중국 품으로 밀어낼 것이라는 우려와 제재를 촉구하는 목소리 사이에서 바이든 정부가 균형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 정부의 고민스러운 처지는 용어 사용에서도 드러난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지난 31일부터 1일까지 나온 바이든 대통령,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의 성명에서 “쿠데타”라는 표현은 없다. <폴리티코>는 이번 사태를 공식적으로 쿠데타로 부를지를 놓고 정부 안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데타로 부르지 말자는 쪽은 ‘그래야 군부가 물러서도록 설득할 지렛대가 생긴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쿠데타로 공식 규정할 경우, 미국의 외국지원법에 따라 미얀마 군부 정권에 대한 미국의 지원은 중단된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버마 사태는 분명히 쿠데타의 요소를 갖고 있지만 국무부는 필요한 법적, 사실적 분석을 한 뒤 평가를 내릴 것”이라고 <시엔엔>에 말했다.
미얀마 국호를 놓고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미 정부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군사 정권이 붙인 ‘미얀마’ 대신 그 이전의 ‘버마’ 호칭을 쓰고 있다. 이 때문에 미 정부가 미얀마 군부 체제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하지만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1일 브리핑에서 이같은 질문에 “우리의 공식 정책은 ‘버마’라고 부르고, 특정 소통에서만 의전상 ‘미얀마’를 쓰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국무부 웹사이트는 ‘버마(미얀마)’와 ‘버마’를 섞어 쓴다”고 말했다.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미얀마 의사당 앞 에어로빅 여성…뒤로는 쿠데타 차량
체육 교사 "댄스대회 앞두고 항상 같은 장소서 연습"
미얀마 의사당 앞 에어로빅 여성…뒤로는 쿠데타 차량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가운데 한 젊은 여성이 의사당 앞 도로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하는 동영상을 올려 국제적 관심을 받았다.
2일 인도네시아 등 해외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사는 체육 교사가 쿠데타가 발생한 1일 오전 통행이 차단된 의사당 앞 도로에서 혼자 에어로빅을 하는 3분 25초짜리 동영상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형광 연두색과 검은색이 섞인 체육복 상·하의를 입은 이 여성은 마스크를 쓴 채 절도있게 에어로빅을 한다.
여성의 뒤로 보이는 의사당 연결 도로는 바리게이트가 처져 있고, 장갑차와 경광등을 켠 검은 차량이 줄지어 이동한다.
자신을 체육 교사라고 밝힌 이 여성은 에어로빅 동영상과 함께 "평상시처럼 아침 뉴스 전에 운동하는데, 헬리콥터와 차량이 돌아다녔다"고 적었다.
해당 게시물은 1만6천회 이상 공유됐고, 2천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정말 멋진 일을 했다", "역사에 남을 장면이다"라는 댓글과 함께 "제정신이냐"는 반응도 보였다.
이 여성은 높은 관심을 받자 같은 장소에서 그동안 다른 옷을 입고 촬영한 에어로빅 동영상 8개를 올렸다.
그중에 하나는 한국 드라마 '도깨비'의 OST에 맞춰 에어로빅하는 영상이었다.
그는 "나는 누군가를 조롱하려거나 유명해지고 싶어서 춤을 춘 것이 아니다"라며 "피트니스 댄스대회가 있어서 늘 잠에서 깨면 의사당 앞 도로에 와서 에어로빅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나는 이런 일(쿠데타)이 일어날 줄 몰랐고, 경비원 가운데 일부와는 이미 친구처럼 지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쿠데타가 발생한 1일 의사당 앞 도로서 에어로빅
해당 게시물은 1만6천회 이상 공유됐고, 2천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정말 멋진 일을 했다", "역사에 남을 장면이다"라는 댓글과 함께 "제정신이냐"는 반응도 보였다.
이 여성은 높은 관심을 받자 같은 장소에서 그동안 다른 옷을 입고 촬영한 에어로빅 동영상 8개를 올렸다.
지난해 11월 총선서 NLD 압승, 군부 “부정선거” 주장…정치 불안 국제사회 우려에 “헌법수호” 약속 하루만에 뒤집고 전격적 쿠데타 ‘문민정부-군부’ 권력분점 한계…“군인들, 민간통치에 인내심 잃어”
2015년 12월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아웅산 수치(오른쪽)가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을 만나서 악수했을 때의 모습. 당시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25년 만에 치러진 자유 총선에서 대승했다. 이후 수치는 국가고문이 되어 미얀마를 이끌었지만 1일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네피도/AP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1일 재발한 군부 쿠데타는 이중권력 체제가 한계에 봉착했기 때문이다. 현행 헌법에 의해 보장받은 군부의 특권적 권력과 아웅산 수치 주도의 선출 권력 사이의 봉합이 더 이상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수치가 이끄는 정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전체 선출직 의석의 83%, 전체 의석의 62%를 확보하는 등 대승했다. 그 결과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상원의 224석 중 138석, 하원 440석 중 258석을 획득했다. 2015년 총선 때 전체 선출직의 80%, 전체 의석의 59%를 확보한 것보다 더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면 군부의 정당인 연방단결발전당(USDP)은 상원에서 7석, 하원에서 26석을 얻는 데 그치며, 2015년 총선 때보다도 저조했다. 의회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가 지명하도록 한 헌법 규정에도 불구하고 의회에서 군부의 영향력은 크게 줄고, 행정부 구성에서도 군부 입김이 줄어들 수 있는 결과였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총선 때 미얀마 내 소수민족 거주 지역 상당수에서 치안 불안 등을 이유로 투표소가 열리지 않아, 로힝야족을 포함한 소수민족 참정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국내외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아왔다. 군부는 부정선거가 있었다며 약 7천건의 사례를 제소하기도 했다. 특히 군부의 선거부정 항의는 최근까지 심각한 정정 불안을 유발하고, 쿠데타 우려를 증폭시켜왔다.
군부의 압박 강도는 점점 높아졌다. 지난 26일 군 대변인 조 민 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이미 선거 때에 “부정직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였다.
하루 뒤인 27일에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연방단결발전당 지지자들이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군부의 움직임에 대해 유엔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지난 29일 미얀마의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각국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2월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군부는 지난 30일 공식 성명을 내어 “군은 미얀마 헌법을 보호하고 준수할 것이며,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하루 만에 전격 쿠데타를 감행했다.
군부는 부정선거를 쿠데타 이유로 들지만, 쿠데타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선거 전부터 제기돼왔다. 부정선거는 표면적인 이유일 뿐 실제로는 군부가 잠시 나눴던 권력을 되찾기 위한 조처라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 타임스>는 “수치의 국민적 인기가 지속되고, 그의 당이 다시 선거에서 대승하면서 군인들이 스스로 고안한 민간 통치에 대해 인내심을 잃기 시작했다”고 짚었다.
미얀마는 2016년 이후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과 군부 사이의 이중권력 체제로 움직여왔다. 현재의 신군부는 1988년 네 윈 군사정부가 민주화 운동으로 무너지자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세력이다. 이들은 국내외의 압력에 2015년에 민주주의민족동맹도 참여한 자유 총선을 실시했고, 민주주의민족동맹이 대승을 거뒀다. 이듬해인 2016년 수치 국가고문이 사실상 이끄는 정부가 출범하며 이중권력 체제가 시작됐지만, 5년만에 파탄을 맞았다. 최현준 정의길 기자
쿠데타 미얀마 군부, 아웅산 수치 정부 장·차관 24명 교체
군부 발표…군사 정부서 일할 11개 부처 장관도 새로 지명
미얀마에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1일 양곤에 있는 한 경찰서에 트럭이 주차돼 있다.
1일 전격적으로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끌던 문민정부의 장·차관을 대거 교체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이날 발표를 통해 문민정부 장·차관 24명의 직을 박탈하는 한편, 군사정부에서 일할 국방·외무부 11개 부처 장관을 새로 지명했다.
앞서 군은 지난해 11월 총선 부정을 정부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했다면서 이날 새벽 수치 고문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들을 구금하고, 향후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후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입법·사법·행정 전권을 장악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비상사태 선포 아웅산 수치 구금
수치 고문· 윈민 대통령 등 구금 당해 군부와 수치의 이중권력 체제 무너져
미얀마에서 실질적인 국가 지도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 집권당 인사를 체포한 군부를 이끌고 있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 군부는 지난 11월 총선 부정을 주장하며, 수치 정부를 압박해왔다. 지난 2018년 7월11일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21세기팔롱회의 개막식에서 연설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다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다.
미얀마 군부는 1일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미얀마의 실질적 국가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등을 구금했다. 군부는 이날 비상사태를 선포하면서, 자신들이 정부를 장악했다며 1년 동안 다시 통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 <아에프페> 등 외신들이 보도했다. 군부는 또 국가권력이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에게 이양됐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 부정이 있었다며 비상사태 선포 이유를 밝혔다. 그동안 군부는 총선 부정을 주장해왔고, 이날은 그 총선에 따른 의회가 개회하는 날이다.
미얀마에서 수치의 실각 및 군부 재집권이 확인되면, 동남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에 대한 미국 등 서방에 대한 압력이 거세지고, 미얀마 군부 정권은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이 이미 이날 새벽 군에 의해 구금됐다고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 대변인이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군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있다고 추측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들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길 바라며,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본인도 구금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수치가 가택에서 연금됐는지, 연행됐는지에 대해서는 엇갈리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집권당 중앙위원인 한 타르 미인트도 구금된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아침 현재 수도 네피도와의 전화선은 두절된 상태이다. 미얀마 국영텔레비전인 <엠아르티브이>(MRTV)도 기술적 문제를 겪으며 방송을 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최대 도시 양곤과 수도 네피도에는 군인들이 배치됐다.
이번 사태는 군부가 지난해 11월 치러진 총선에서 부정을 주장하며 조사를 요구하면서 쿠데타까지 시사한 가운데 터져나온 것이다. 그 총선에 따라 구성된 의회가 이날 첫 소집될 예정이었다.
‘군부 쿠데타’ 부른 11월 총선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분쟁지역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8일 총선에서 83%의 의석을 확보하는 압승을 했다. 2011년 군부통치가 종식된 이후 두번째 치러진 이 선거는 수치 정부에 대한 신임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다.
군부도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촉구하는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를 이어갔다. 군부는 대법원에 대통령과 선관위원장 자격을 무효화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들어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 지난주 군 대변인 자우 민 툰 소장은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군 최고사령관 민 아웅 흘라잉이 이미 선거 때에 “부정직과 불공정”을 지적했다며 압박의 강도를 높혔다.
하루 뒤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이미 유엔 등 국제사회는 우려를 표명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달 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왜 군부가 다시 나섰나?
미얀마는 지난 2011년 이후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과 군부 사이의 이중권력 체제로 이끌어져왔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승리해왔다. 하지만, 군부도 헌법에 따라서 25%의 의석을 할당받고,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치안과 안보 관련 부처를 관할해왔다.
특히, 수치는 외국 국적의 배우자를 가진 사람은 대통령이 될 수 없다는 헌법 조항 때문에 외무장관 및 국가고문의 자격으로 국정을 이끌어왔다. 여전히 막강한 군부의 권력과 이중적 권력 체제 때문에 미얀마에서 정치불안과 쿠데타 우려는 상존해왔다.
군부는 지난 60년대 쿠데타로 집권한 뒤 미얀마에서 사회, 경제, 정치 모든 분야에서 막강한 영향력과 권력을 유지해왔다. 1980년대 후반 민주화항쟁 때 민주화 상징으로 떠오른 아웅산 수치를 1989년부터 2010년까지 15년간 구금했었다.
군부는 국내외의 압력으로 2010년 총선을 실시했으나,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을 이 총선을 거부해, 군부의 연합연대개발당이 형식적으로 집권했다. 수치와 민주주의민족동맹을 2015년 총선에서 참가해 압도적인 승리를 하고서, 집권하게 됐다. 하지만, 수치는 대통령에 취임할 수도 없었고, 치안 및 안보, 국방 관련 등 실질적인 권력은 여전히 군부가 쥐고 있었다.
2017년 이후 로힝야 난민 사태는 수치의 명성과 통치에 큰 흠을 남겼고, 군부와도 본격적인 갈등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의 서부 연안 지역인 라카인주에 주로 사는 방글라데시 계열의 난민이 로힝야 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대대적인 탄압과 축출은 국제적으로 큰 비난을 자아냈다. 하지만, 민주주의와 인권의 상징인 수치는 미얀마 정부의 로힝야 난민 축출을 옹호하고 나섰다. 미얀마 여론이 로힝야족 축출에 호의적인데다, 로힝야족에 대한 군부 주도의 조처를 수치도 정면으로 반대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군부 역시 로힝야족에 대한 수치의 미온적인 입장에 불만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치는 이 사태로 노벨평화상을 박탈해야 한다는 국제적 비난에 시달렸다. 로힝야 사태는 2019년 헤이그국제재판소에도 제소됐다. 수치는 외무장관으로서 이 법정에서 로힝야족을 축출한 미얀마 정부의 조처를 옹호해서, 그의 명성이 바래지는 전환점을 맞았다. 최현준 정의길 기자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군에 다시 구금당해
군부, 작년 11월 총선 부정의혹 제기해와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국가고문이 군에 의해 구금됐다.
<로이터> 통신과 <BBC> 등은 1일 수치 고문과 윈 민 미얀마 대통령, 집권 민주주의민족동맹(NLD) 고위 인사들이 이날 새벽 군에 의해 구금된 상태라고 묘 뉜 민주주의민족동맹 대변인을 인용해 보도했다. 묘 뉜 대변인은 <로이터>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들이 성급하게 대응하지 않길 바라며, 법에 따라 행동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묘 뉜 대변인은 본인도 구금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얀마 총선 결과를 놓고 군부가 부정 의혹을 제기하며 최근 쿠데타까지 시사했다가 유엔 및 외교단의 우려 표명으로 물러서는 등 정국에 긴장이 조성된 가운데 일어났다. 군부는 지난달 30일 공식 성명을 내고 “군은 미얀마 헌법을 보호하고 준수할 것이며, 법에 따라 행동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앞서 민주주의민족동맹은 ‘11월 총선’에서 압승했지만, 분쟁지역 유권자들의 선거권을 박탈했다는 등의 이유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샀다. 군부도 선거관리위원회 조사를 촉구하는 등 선거 결과에 대한 시비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 압박 강도가 높아졌다. 지난달 26일에는 군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을 것이라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정권을 잡지 않을 것이라고도 역시 말하지 않는다”고 하는 등 쿠데타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고, 하루 뒤에는 군 책임자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특정 상황에서는 헌법이 폐지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군부와 연계된 제1야당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지난달 29일 수도 네피도에서 군부의 요구를 지지하는 거리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유엔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나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얀마의 최근 상황에 대해 ‘심대한 우려’를 표명했다고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이 전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영국 등 17개 미얀마 주재 대사관도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내달 1일 평화로운 의회 개회 및 대통령 선출을 고대한다”고 밝혔다.
두번째 문민정부 앞두고…
50년 이상 군부가 집권해온 미얀마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이 전체 의석의 59%를 차지하면서 문민정부를 열었다. 민주주의민족동맹은 지난해 11월8일 실시된 총선에서도 압승했다.
군부 때 제정된 헌법에 의해 군부는 상·하원 의석의 25%를 사전 할당받는다. 또 내무, 국방, 국경경비 등 3개 치안관련 부처 수장도 맡는 등 막강한 권력을 행사한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