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에 “MIGA·Make Iran Great Again”

 
 
3D 프린팅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미니어처가 호르무즈 해협과 이란을 표시한 지도를 가리키는 모습.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이란 국민 삶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이란에 정권교체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글을 올렸다. 전날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이후 ‘이란 정권 교체를 노린 공격이 아니다’며 확전을 피하려 애쓰고 있는 와중에 나온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며 “‘미가’(MIGA·Make Iran Great Again)”라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15분 이란 핵시설 공습을 위해 출격했던 B-2 폭격기 조종사들이 미주리주 공군기지에 막 안전하게 착륙했다고도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 핵시설이 입은 피해는 기념비적이었다. 타격은 강력했고 정확했다”고 밝혔다. B-2 폭격기가 착륙하는 영상도 공유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이스라엘, 이란 ‘정권 교체’ 향하나…“핵·미사일 위협보다 위험한 작전”

에너지 시설과 정부 기관 공습 배경
이란 국민에게 이란 정권 무능함 자극
민간인 사상자 늘어…양 정권 모두 부담

 
 
15일(현지시각)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폭스 뉴스의 브렛 바이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폭스 뉴스 영상 갈무리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습 방향이 ‘핵 폐기’를 넘어 ‘정권 교체’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공습의 ‘가능한’ 결과로 이란 이슬람공화국 정권 교체를 시사했고, 이란도 보복 강도를 높이고 있어 전화는 쉽사리 사그라들지 않을 전망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5일(현지시각) 미국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정권 교체가 이스라엘의 군사적 노력의 일부인지 묻는 질문에 “이란 정권은 매우 약하기 때문에 확실히 그 결과가 도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군 이란 공격이 시작된 지난 13일 “핵 위협과 탄도 미사일위협이라는 두 가지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고 이중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란 핵 시설 제거를 강조했다. 그러나 이후 이란 정권에 대한 비난이 강해지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 뉴스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이 선동적인 정권으로부터 세계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행동했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를 가질 수는 없다”고 말했다. 리처드 네퓨 전 국무부 소속 이란 전문가는 워싱턴포스트에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핵 폐기가 아니라 이란 정권 교체를 위해서라는 느낌이 든다”며 “위험성이 높은 작전”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려는 계획을 세웠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두 명의 미국 정부 당국자를 인용한 보도도 나왔다. 로이터는 이란 공습 이후 미국 고위 관계자들과 이스라엘이 지속적으로 소통해왔다고도 전했다. 그러나 한 당국자는 “이란이 미국인을 살해했나. 그들이 그렇게 할 때까지 정치 지도자를 표적으로 삼는 것은 논의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 보도와 관련된 질문을 받고 “사실이 아닌 보도가 많다”며 해당 계획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그는 “우리는 해야 할 일을 할 뿐이며, 미국도 자국의 이익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공방이 격화되면서 전쟁이 몇 주 이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럴 경우 양국 모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양국 모두 경제·사회 급소에 해당하는 에너지나 전력 시설, 행정 기관 등을 집중 공습했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이란 가스전 사우스파르스 14광구의 천연가스 공장과 테헤란 외곽의 샤란 석유 저장소와 연료 탱크 등이 파괴되었고, 이스라엘 북부 하이파의 석유 기업 바잔의 정유 공장과 송유관도 공습을 받았다.

16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하이파의 정유소가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하이파/로이터 연합
 
14일(현지시각) 이란 부셰르 주에서 이스라엘 드론에 의해 이란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이 공습 당해 불이 붙고 있다. 이란 국영 방송(IRIB) 영상 갈무리. AP 연합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국민들을 향해 이란 정권의 경제적 무능함과 비도덕성을 강조하며 내부 반발을 유도하는 발언도 자주 해왔다. 13일 첫 공습 직후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일어서서 당신들의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라”고 이란 국민들의 내부 동요를 선동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이런 선동이 얼마나 파괴력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 공격을 지지하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올릴 경우 최고 6년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란 전역 공습에도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는 무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 기반 반이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이란 내부 정보원 2명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가족들과 함께 지하 방공호(벙커)에 은신 중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4월과 10월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작전을 수행할 당시에도 하메네이는 여기에 숨어 있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 등 다른 매체들도 하메네이가 보안이 강화된 안전한 장소에 피신해 있다고 전했다.  < 최우리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헤즈볼라, 미국·이스라엘에 경고 “하메네이 살해하면 재앙 초래”

세력 약화된 상황이라 참전 여부 불투명
전날 이스라엘군, 헤즈볼라 사령관 사살

 
 
지난 14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무슬림 시아파 명절 이드 알 가디르를 기념하는 집회에서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과 이란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 깃발을 함께 흔들고 있다. 테헤란/AP 연합
 

레바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가 이스라엘과 미국을 향해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를 살해한다면 재앙적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남부 헤즈볼라 근거지를 공습해 사령관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19일 헤즈볼라는 성명을 내고 “암살 위협은 어리석고 무모하며,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단순히 그런 발언을 하는 것만으로도 수억명의 이슬람 신도들에게 모욕이며, 매우 비난받아 마땅하다. 오늘 우리는 그를 중심으로 더욱 단결하고 단결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은신처를 알고 있다면서 “적어도 지금은 제거하지 않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헤즈볼라는 13일 이스라엘의 첫 공습 이후 “전 지역에 불을 지필 위험한 상황”이라고 평가했지만 군사적 대응을 공언하지는 않았다. 헤즈볼라는 지난해 9~11월 이스라엘군의 대규모 폭격과 레바논 침공 등으로 세력이 크게 약화됐다.

 

레바논 정부는 헤즈볼라의 근거지인 레바논 남부에 군 병력을 늘리며 참전하지 말 것을 경고했다고 익명의 고위 관계자들을 인용해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조셉 아운 레바논 대통령은 16일 내각 회의에서 “레바논과 관련 없는 갈등에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강조했다.

 

헤즈볼라의 성명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18일 밤 레바논 남부 바리시 마을을 공습해 리타니강 구역의 헤즈볼라 로켓포병부대 야신 이즈 아딘 사령관을 사살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그가 그동안 이스라엘 북부에 수많은 로켓 공격을 행했다고 언급한 뒤 그가 헤즈볼라의 포병대를 회복하려했으며 이는 이스라엘과 레바논 정부 사이 합의를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최우리 기자 >

 

‘암살 위협’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비밀 정예부대가 경호 중”

영국 텔레그래프 보도
“혁명수비대 고위층도 경호부대 몰라”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무실이 지난 3월 21일 제공한 사진. 그가 테헤란에서 열린 신년 연설 중 군중을 향해 연설하고 있다. 테헤란/AFP 연합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리 알리 하메네이가 이스라엘의 암살 위협을 피해 보안이 강화된 장소로 옮겨 정예부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21일 하메네이가 알려지지 않은 비밀 경호부대에 자신의 목숨을 맡기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당국자들은 이 부대가 엄격한 검증을 통해 선발됐고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핵심 간부들도 부대 존재를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이란 정부 안에 깊숙이 침투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 당국자는 “그는 죽음을 피하려고 숨어있는 것이 아니며, 벙커에 있지도 않다”며 “하지만 그의 목숨이 위험에 처해있고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침투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존재조차 알려지지 않았던 부대가 그를 보호하는 책임을 맡고 있다”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하메네이 영상 연설에도 거주지 변경 정황이 드러난다고 보도했다. 하메네이의 최근 연설 배경에는 갈색 커튼 또는 1979년 이슬람혁명 지도자 아야톨리 루홀라 호메이니 초상화가 등장하는데, 이는 이전 연설 장소의 배경과 다르다는 것이다.

 

텔레그래프는 최근 연설이 수도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IRGC 미디어센터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고도 보도했다. 그러면서 하메네이가 센터 주변에 살거나 센터 지하에 살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했다.

 

1939년생인 하메네이는 이슬람 혁명 1세대를 대표하는 성직자이자 정치인이다. 이슬람 혁명 2년 뒤인 1981년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7년간 이라크와 전쟁을 치렀고, 호메이니 사망 뒤 1989년 최고 지도자로 선출됐다.                        < 최하얀 기자 >

 

미  이란 핵시설 공격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 마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시시각)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연설하고 있다. AP 연합
 

대통령실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관련 긴급 안보-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다.

 

대통령실은 22일 오전 기자단 공지를 통해 “미국의 이란 핵시설 공격 관련 상황 점검 및 대응 방안 마련 국가안보실장 주재 긴급 안보-경제상황점검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회의는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하며 안보실 소속 김현종 1차장, 임웅순 2차장, 오현주 3차장, 하준경 경제성장수석, 송기호 국정상황실장, 김상호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이 참석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설미디어(SNS) 트루스소셜과 대국민담화를 통해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란 국영 티브이(TV) 진행자는 역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 신형철 기자 >

순도 60% 이상 농축 우라늄 400㎏…이미 다른 곳에 보관
‘이란, 미 공격에 무기 제조 결단할 것’…미 정보기관 평가

 
 
미국이 22일 폭격한 이란의 포르드 핵 시설. 민간 위성사진 업체인 막샤르 테크놀로지스가 지난 2020년 12월11일 촬영했다. AFP 연합
 

미국이 22일 이란의 포르도 등 주요 핵 시설 3곳을 폭격함으로써, 이란 핵 문제는 전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미국의 이번 폭격은 이란이 핵 개발을 본격화한 1990년대 중반 이후 미국과 이스라엘이 그 저지를 위해 위협하던 최후의 카드였다. 하지만, 이번 폭격으로 이란의 핵 개발이 저지되고 불능화될지는 의문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폭격이 오히려 이란이 핵 개발로 질주할 수 있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포르도 등 기존 핵 시설이 이번 폭격으로 완전히 파괴되고 불능화됐다고 해도 이란이 기존에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은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 이미 미국 등 서방에서는 이란의 기존 핵 시설보다는 이미 축적된 고농축 우라늄이 문제이며, 이란은 이를 별도로 보관하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농축 우라늄만 있다면, 이란의 핵 개발 재개는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 이란이 조악한 형태의 핵무기 제조 어렵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이란 쪽도 이를 경고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장성인 모센 레자에이는  앞서 이란 국영 텔레비전 회견에서 “모든 농축 물질은 (이스라엘의 공격 전에) 옮겨진 상태이며, 안전한 장소에 있다”며 이란이 핵물질을 계속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단계에서 휴전에 합의하는 것은 약해진 적이 재정비할 수 있게 해줄 뿐”이라며 “전략적 실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란은 미국의 폭격에도 기존의 농축 우라늄을 포기하지 않고 항전을 계속한다면, 미국으로서는 종전이나 핵 프로그램 종료는 요원하게 된다. 미국의 지상군을 투입해 농축 우라늄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거의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미국 워싱턴이 전쟁연구소(ISW)도 “핵 협상에서 이란의 조건을 받아들일지, 아니면 이란의 숨겨진 핵 물질을 찾기 위해 길고 어려운 추적을 해야만 할 위험을 감수할지 선택하라는 딜레마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던져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5월 보고 등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순도 60% 이상의 농축 우라늄을 408㎏ 축적하고 있다. 60% 이상 농축 우라늄은 기존 포르도 시설에서는 2∼3일 안에 무기급 우라늄으로 농축할 수 있고, 3주 안이면 핵무기 10개를 제조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농축 우라늄 총량은 약 9247㎏에 달한다. 국제원자력기구는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이 고농축 우라늄의 향방을 모른다고 밝혔다.

 

아바스 아그라치 이란 외교장관은 21일 제네바에서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들과의 회담 뒤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적극 개입하면 모든 사람에게 매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거듭 경고했다. 미국이 개입하면, 항전의 강도가 더 높아질 것이라는 기존의 이란 경고를 더 확인한 것이다.

 

미국 정보기관들도 미국이 포르도 핵시설을 공격하거나, 이란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려 한다면, 이란의 핵무기 제조로 치달을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고위 미국 정보 관리들은 만약 미군이 포르도의 이란 우라늄 농축 시설을 공격하거나 이스라엘이 이란의 최고지도자를 암살하면 이란 지도자들은 핵폭탄 생산 쪽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의지 자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외부의 직접적 군사 위협이 가해질 경우 ‘핵무기 보유’로 전략을 급격히 전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란이 이스라엘과 미국에 의해 급박한 상황에 더 몰린다면, 짧은 시간 내에 원시적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 소형화나 미사일 탑재를 하지 않는 이런 핵폭탄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1만파운드 무게에 10피트 길이의 원자폭탄과 비슷한 것이다. 비행기에서 투하될 수 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핵폭탄 제조에 필요한 농축 우라늄을 대량으로 개발했으나, 핵폭탄을 만들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계속 믿고 있고,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장은 지난 3월 의회에서 이런 내용을 증언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 “그가 틀렸다”며 개버드의 증언을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축적한 농축 우라늄 때문에 이란의 핵 개발 중단은 결국 협상으로밖에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해왔다. 이번 미국의 폭격 그 자체로는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완전히 끝낼 수 없다는 것이다.  < 정의길 기자 >

 

“미, 벙커버스터 12발로 포르도 폭격”…사실상 전쟁 개시

46년 만에 이란 본토 타격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지난 4월 30일 미주리주 와이트먼 공군기지에서 이륙하고 있다. 노블노스/로이터 연합
 

미국이 21일(현지시각) 이란 지하 핵시설 포르도 등 3곳을 직접 폭격했다. 특히 포르도에는 최신형 벙커버스터인 지비유-57(GBU-57) 12발이 사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1979년 혁명 이후 줄곧 미국과 갈등을 빚어온 이란을 상대로 미국이 본토의 주요 시설을 직접 타격한 건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전쟁행위로 간주된다. 이란의 보복이 이어질 경우 광범위한 전쟁으로 확대될 위험이 있어 중동 전역의 군사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갖고 “핵시설은 완전히, 그리고 철저히 파괴됐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47분(한국시각 22일 오전 8시47분)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 지하 핵시설인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총 3곳을 폭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이란 내 3개의 핵시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을 대상으로 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 모든 전투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벗어났으며, 주공격 대상인 포르도에 폭탄을 완전 투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모든 항공기는 무사히 귀환 중이다. 위대한 미군 전사들에게 축하를 보낸다. 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군대는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지금이야말로 평화를 위한 시간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포르도는 끝장났다”는 게시물을 공유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의 이란 고위 관리 3명을 인용해 “미국군이 오전 2시30분(이란 현지시각·한국시각 오전 8시)께 포르도와 나탄즈를 폭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날 작전에는 B-2 폭격기가 동원됐다. 특히 포르도 폭격에는 벙커버스터 중에서도 최신형인 지비유-57(GBU-57) 12발이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에 “포르도 핵시설이 지하 깊숙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B-2 폭격기 6대가 3만 파운드짜리 벙커 버스터 폭탄 12발을 투하했다”며 “또한 해군 잠수함에서 나탄즈 및 이스파한 시설을 향해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30발이 발사됐으며 나탄즈에는 (추가로) 벙커 버스터 폭탄 2발도 투하됐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스라엘이 이번 주 수백 건의 공습과 정보전을 통해 이란의 대공 방어 체계를 무력화시키며 미국의 공습 경로를 실질적으로 확보했다”며 “이에 따라 미국의 직접 군사 개입이 가능해졌다”고 분석했다.

 

이날 공습 대상 중 하나인 나탄즈는 이란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이미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상당한 피해를 입은 상태였다. 이 시설은 15년 전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가 사이버 공격으로 타격했던 바 있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은밀한 사이버 공격은 부시와 오바마 행정부 모두 직접 폭격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포르도는 이란이 2021년부터 고농축 우라늄 대부분을 생산해온 핵심 시설로, 지하 산속에 위치해 공습이 극히 어려운 곳이다. 미국은 특수 벙커버스터 폭탄을 이용해 타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은 우라늄을 원심분리기에 넣을 수 있는 형태로 전환하는 핵심 시설들이 위치해 있었으며, 이스라엘이 일부 파괴했지만 지하에는 여전히 약 10개 핵무기 제조에 충분한 고농축 우라늄이 저장되어 있었다. 이번 공습으로 해당 물질이 파괴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 10시 백악관에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오늘 밤 전 세계에 보고할 수 있다. 포르도, 나탄즈, 이스파한에 대한 이번 공습은 눈부신 군사적 성공이었다”며 “중동의 불량배인 이란은 이제 평화를 선택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향후 공격은 훨씬 더 강력하고 훨씬 쉬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란에게는 평화가 오든지, 아니면 우리가 지난 8일간 목격한 것보다 훨씬 더 큰 비극이 올 것”이라며 “아직도 많은 목표물이 남아 있다. 오늘 밤의 목표는 그 중에서도 가장 어렵고, 어쩌면 가장 치명적인 것이었다. 그러나 평화가 신속히 찾아오지 않는다면 우리는 남은 목표들을 정밀하게, 신속하게, 그리고 능숙하게 제거할 것이다. 그들 중 대부분은 몇 분 만에 제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강력히 지지하고 나섰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과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대통령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이란의 핵무기 보유를 저지했다”고 평가했다. 로저 위커 상원 군사위원장도 “이란 정권의 실존적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적절한 결정”이라며 지지를 보냈고, 짐 리쉬 상원 외교위원장도 “정확하고 제한적인 공습이었다”며 지상군 투입은 없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러나 일부 의원들은 의회의 승인 없이 군사 행동이 이뤄졌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공화당의 토머스 매시 의원과 민주당의 로 카나 의원은 전쟁권한법에 따른 의회 표결을 요구했고, 마저리 테일러 그린 의원은 “이것은 우리의 싸움이 아니다”라며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미국 국무부는 이스라엘에 체류 중인 미국 시민 및 영주권자들을 위한 대피 항공편 운항을 시작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날 텔아비브에서 아테네로 향하는 두 편의 항공기가 출발했다”고 전했다.

 

이란은 앞서 미국이 분쟁에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에 배치된 미군을 타격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외교관계협의회 중동 연구 수석 연구원인 레이 타키예는 뉴욕타임스에 “그들은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굴욕을 당했다. 어떤 방식으로든 자존심을 회복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공격은 전쟁 행위로 간주된다. 지미 카터 대통령 이래로 여러 미국 대통령들이 피하려 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후티 반군 등 친이란 세력의 공격 가능성도
페르시아만에서 군사 활동이 가장 위력적

 

호르무즈 해협 인근 오만해에서 지난 2011년 12월 이란이 벨라야트-90 훈련을 갖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이 이란의 포르도 등의 핵 시설을 폭격함에 따라, 이란의 보복 공격도 예견된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날인 21일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제네바에서 영국-프랑스-독일 외교장관들과의 회담 뒤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쟁에 적극 개입하면 모든 사람에게 매우, 매우 위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란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는 한 협상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미국이 군사 개입에 나선다면, 미국이 입을 피해는 되돌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이란은 이스라엘이 지난 13일 이후 자국을 공격한 이후 미국의 군사개입을 금지선으로 설정해왔다. 미국이 이스라엘의 공격에 가담할 경우 중동 지역 미군 기지 등을 대상으로 보복 공격을 하겠다고 경고해왔다. 아지즈 나시르자데 이란 국방장관은 “(중동 내) 미국의 모든 (군사)기지는 우리의 사정권 안에 있고, 우리는 대담하게 그것들을 목표로 삼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란은 지난 2020년 1월 미군이 가셈 솔레이마니 당시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미사일로 암살하자, 이라크 내 알아사드 기지 등 미군 주둔지에 미사일 16발을 발사해 보복했다. 지난 2024년 1월에는 요르단 타나프 인근의 미군 전진 초소인 타워22에 드론 공격이 가해져, 3명의 미군 병사가 사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미군의 카불 철수 이후 미군으로서는 최악의 피해였다.

 

현재 중동에는 4만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중부사령부 전진 지휘소가 있는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에는 최대 1만명 내외가 주둔할 수 있다. 바레인에는 해군 5함대 기지가 있고, 8300여명의 미 해군이 주둔하고 있다. 쿠웨이트의 부엘링기지 및 알리 알사렘 공군기지, 아랍에미리트연합의 알다프라 공군지기 등이 있다.

 

이란은 지난주 들어서 카타르에 페르시아만 지역의 미군 기지들은 미국의 대이란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합법적 목표물이 될 것이라고 경고해왔다. 이란의 직접 공격보다는 이란 후원하는 무장 세력들의 공격이 더욱 위협적이다.

 

이라크 내 이란 지원 시아파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아부 알리 알아스카리는 지난 20일 성명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이란 전쟁에 개입할 경우, 중동 전역의 미군 기지들이 보복 공격의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군 기지를 타격하는 작전 계획이 수립됐다”며 “미군 기지들은 오리 사냥터처럼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중에 있는 미국 항공기를 기다리는 예상치 못한 충격”도 거론해, 지대공 미사일, 드론, 사이버전 등 다양한 비대칭 전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란 쪽의 이런 군사적 위협은 그 자체로는 중동 지역 미군에 큰 의미가 없다. 큰 피해를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란의 공격은 미군에 큰 부담뿐만 아니라 해당국에도 큰 피해를 자아낸다. 미군이 공격받으면 미국으로서는 이에 상응하는 공격을 이란에 가해야 하고, 이는 확전으로 치닫게 된다. 미국의 대사관과 영사관 등의 시설도 대상이 된다. 미국은 이미 이라크와 이스라엘에 있는 외교 공관에서 필수 인력을 제외한 인력들을 소개했다.

 

무엇보다도 가자 전쟁 이후 이스라엘을 폭격하고, 홍해에서 물류를 방해해 미국 등 서방에게 큰 짐을 주는 예멘의 후티 반군이 문제이다. 후티 반군은 이스라엘의 대이란 공격 이후 참전을 선언해 놓은 상태이다. 후티 반군이 홍해에서 다시 군사활동을 확장하면, 미국은 군사력을 이쪽에도 투입해야 한다. 미국은 지난 5월6일 오만의 중재로 후티 반군과 휴전을 체결했다. 이는 미국도 후티 반군의 실체를 인정하고, 그 군사적 영향력을 인정한 것이다.

 

이란으로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페르시아만에서 군사작전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있다. 세계 석유 물동량의 6분의 1, 가스의 3분의 1이 통과하는 호르무즈 해협에 기뢰 설치 등으로 세계 경제를 공황 상태로 빠뜨릴 수 있다. 해협 봉쇄는 이란으로서도 큰 부담이기 때문에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고는, 페르시아만에서 군사활동을 확장함으로써 미국 등 서방을 압박할 수 있다.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아부 알리 알아스카리도 호르무즈 해협과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봉쇄, 홍해 연안 석유 항만의 마비 등 중동 전체의 전략적 혼란을 유발할 수 있는 조치도 언급했다.  < 정의길 기자 >

 

이란 언론도 핵시설 피격 보도…“이제 미국 시민은 합법적 표적”

 
지난 4월 미국 미주리주 화이트만 공군 기지에서 B-2 ‘스피릿’ 스텔스 폭격기가 이륙하고 있다. 사진 미 공군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미국이 직접 타격했다고 밝힌 가운데 이란 언론도 자국 핵시설이 공격받았다고 밝혔다.

 

21일(현지시각) 이란 국영 이르나 통신과 반관영 타스님 통신 등은 포르도 핵시설이 위치한 곰 지역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날 새벽 포르도 핵 시설이 공격 받았고 이에 방공망이 가동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시설도 공격받았다고 보도했다.

 

이란 파르스 통신은 당국자를 인용해 이스파한 인근에서 방공포가 작동했으며 폭발음이 들렸다고 전했다.

 

에이피(AP) 통신 보도를 보면, 폭스뉴스의 진행자 숀 해니티가 폭격 이후인 이날 저녁 9시께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했을 때 6개의 ‘벙커 버스터’ 폭탄이 포르도 핵시설에 사용됐다고 밝혔다. 또한 400마일(약 640㎞) 떨어진 곳에서 미군 잠수함이 나탄즈와 이스파한의 핵시설을 향해 30개의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이날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우리는 포르도와 나탄즈, 이스파한 등 이란의 3개 핵 시설에 대한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어 “모든 항공기는 현재 이란 영공을 빠져나왔다. 모든 항공기는 안전하게 귀환 중”이라며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덧붙였다.

 

포르도는 대표적인 이란의 핵 시설의 심장부로 불리는 시설로 이곳에서 핵무기 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 등이 진행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파한과 나탄즈도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곳으로 이란의 핵 개발 능력에 핵심적인 장소로 꼽혔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직접 타격으로 이번 분쟁의 전개 과정이 주목되는 가운데 이날 이란 국영 티브이 진행자는 역내 모든 미국 시민이나 군인은 이제 합법적인 표적이 됐다고 경고했다.  < 김지훈 기자 >

 

벙커 은신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 사망 대비 후계자 3명 지명

공습 속 현 신정 체제 유지 뜻

 
18일 이란 최고지도자실 공식 누리집을 통해 공개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모습. 하메네이가 전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의 초상화 아래에서 텔레비전 연설을 하고 있는 모습으로, 정확한 촬영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다. 이란 최고지도자실 제공. AP연합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86)가 자신이 암살당할 경우에 대비해 자신의 뒤를 이을 후계 성직자들을 지명하고 지하방공호(벙커)에 몸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군 지휘체계 전반에 걸쳐서도 전쟁을 이끌 후임자를 여럿 지명해 두었다고 뉴욕타임스가 21일(현지시각) 전했다.

 

뉴욕타임스가 이란 고위관계자들을 취재한 바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현재 지하방공호에 머물며 전자 통신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있다. 특히 본인이 암살당할 경우 아야톨라 직을 이을 수 있는 고위 성직자 3명을 지정하고, 이 셋 중에서 새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도록 종교최고기구인 ‘전문가회의’에 미리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그의 30년 통치가 직면한 위태로운 순간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또 군 지휘관들이 임무 수행 중 사망할 경우에 대비해 군 지휘체계 전반에 걸쳐서도 여러 후임자들을 지정해 두었다. 전자 통신을 쓰지 않기 때문에, 군 지휘관들과의 연락은 오직 신뢰하는 측근 한 명을 통해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메네이는 원래 테헤란 중심부에 있는 철통 보안 시설을 갖춘 ‘지도자의 집’에서 지내며 고위급 회의도, 대국민 연설도 그 시설에서 한다. 이례적인 지하방공호 은신은 그만큼 테헤란을 향한 공습이 치열하다는 것을 반영한다. 이스라엘은 공격 초기 군 고위 관계자들이 머물던 시설과 거주지를 집중 공격하며 정권 수뇌부 인사들을 제거하는 데 주력했는데, 이에 이란 정보부는 모든 고위 당국자 및 군 지휘관들에게 전자기기 사용 중단과 지하 대피 명령을 내려 둔 상태다.

 

갈등이 격화하며 이란은 미국이 개입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에 대한 준비를 조용히 진행해 왔다고,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여러 고위관계자들을 빌려 보도했다. 현재까지 아야톨라의 지휘체계는 여전히 작동 중이며, 정치권 내부에서 반발 기류는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하메네이는 자신이 암살당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것이 곧 순교라고 여기고 있다고 관계자들은 말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 전문가회의에 자신이 지목한 세 명 중에 신속하게 후계자를 결정하도록 지시한 것도, 현 체제를 그대로 이어가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원래대로라면 최고지도자를 임명하는 과정은 수개월에 걸친 내부 조율을 통해 이뤄진다. 존스홉킨스대학교의 이란 전문가 발리 나스르 교수(국제관계학)는 “체제 유지를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매우 계산되고 현실적인 접근”이라고 분석했다.

 

신정 체제인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직은 이란에서 막강한 권력을 지닌 자리다. 군 최고 통수권자이자 사법·입법·행정부 수반이며 최고 종교지도자 역할까지 겸한다. 한편 일각에서 후계자로 거론돼온 하메네이의 아들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이번 지명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고 한다.           < 정유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