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행동 "주권자 투쟁, 검찰개혁 한고비 넘어"


김민웅 "이 대통령 담대한 결단, 중대한 전환점"
서보학 "90% 만족해…보완수사권 해결도 낙관"
한인섭 "정부 원안 60점이었는데 82점으로 상향"
김필성 "바뀐 게 없단 전문가들, 국민 수준 이하"
황운하 "추미애·김용민·박은정 불굴의 신념 경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이 18일 국회 의원회관 내 본인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검찰 개혁 법안인 중수청법ㆍ공소청법 세부 내용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2026.3.18. 연합
 

시민사회의 강한 반대와 국회 법사위원들의 일관된 저항 끝에 막판에 대폭 수정된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및 공소청 설치법 정부안(당정 협의안)을 두고 민주진보 진영에서 잇따라 후한 평가가 나오고 있다. 보완수사권 등 아직 미완의 과제가 남아 있긴 하지만 우선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대원칙에 따라 공소청 검사의 중수청 수사 지휘·개입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는 등 여러 독소 조항을 제거해 합격점을 받을 만하다는 것이다.

 

촛불행동 김민웅 상임대표는 18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이번 검찰개혁 국면에서 주권자 국민들의 투쟁은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이는 국민주권 시대의 불가역적 현실이 되었다"며 "온라인에서의 치열한 논쟁과 문제 제기는 이 나라 주권자의 정치적 수준과 의지를 또렷하게 보여주었다. 이재명 대통령 자신에게도 충격과 성찰의 토대가 되었으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어디 그뿐인가. 더불어민주당 당사 안에 들어가 어려운 상황을 마다하지 않고 수일 동안 농성을 한 분들, 청와대 앞 촛불대행진 집회에 참여한 분들, 실무·현장 책임자들, 자원봉사, 발언, 공연, 노래와 격문 등 그 모든 대목에서 주권자 국민들은 각기 최선의 역할을 하면서 감동과 열정을 함께 깊게 나누었다"며 "청와대 앞 기자회견장과 그 인근에서 있었던 농성에 함께 한 분들도 포함해 이 모두가 검찰개혁을 주도한 가장 중요한 주역들"이라고 치하했다.

 

앞서 촛불행동 집행부를 비롯한 관계자들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반복 개최해 "검찰개혁 정부안은 검찰개혁의 대원칙을 허물고 검찰에게 새롭고 더 강력한 권한을 주는 정치검찰 강화 법안"이라며 정부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더불어민주당 당사에 진입해 철저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며 농성까지 벌인 바 있다.

 

김 상임대표는 또 "곤혹스럽고 어려운 고비를 맞이했던 이재명 대통령의 담대한 결단을 평가한다. 중대한 전환점이었다. 검찰개혁의 동력이 다른 개혁 사안에 필요한 추가 동력의 기본이 되기를 기원한다"면서 "자신에게 불편하고 비판적인 주권자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고 깊고 높은 수준의 소통을 지속하기를 바란다. 이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 그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했다.

 

촛불행동이 10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이재명 정부의 철저한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촛불행동 페이스북

 

촛불행동은 전날 따로 <당정청 검찰개혁 협의안 발표는 주권자 국민의 승리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고 "철저한 검찰개혁을 바라는 주권자 국민이 이러한 변화를 만들어 냈다. 검찰개혁 정부안이 발표된 후 우리 국민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온라인과 청와대 앞 기자회견, 청와대 앞 촛불대행진 등을 통해 국민의 의지를 표출했다"면서 "결국 이재명 대통령도 SNS를 통해 국회에 제출된 정부법안을 당정 협의를 통해 10번이라도 수정이 가능하다며 법안 수정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했다. 주권자 국민의 투쟁으로 또다시 검찰개혁이 한고비를 넘어섰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하지만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아직 보완수사권 문제를 비롯, 여타 대목에 대한 검토는 여전히 남아 있다. 검찰수사권을 완전 박탈하고 검찰개혁을 완수해야 한다"며 "또한 내란을 완전히 단죄하기 위해 검찰개혁뿐만 아니라 조희대를 탄핵하고 사법부 개혁도 계속 밀고 가야 한다. 아직 미완인 개혁을 완성하기 위해 주권자 국민의 힘을 총결집시키자. 이번 주 전국 집중 촛불대행진으로 총결집해달라"고 시민들에게 요청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유튜브 채널 '스픽스'와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엊그저께까지만 정부안이 사실상 '대검 중수청으로 가는 게 아닌가, 검사가 여러 가지로 수사에 관여하고 수사 기관의 상위 기관으로서 지휘·감독하는 역할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불안했는데 대통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재확인하고 당정청이 조율을 해서 독소 조항들이 대부분 삭제·개선됐다"며 "한 90% 정도는 만족할 만한 법안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진행자인 전계완 대표가 "100점 만점에 90점을 준 거냐"고 묻자 "그렇다"고 답했다.

 

서 교수는 "10월이 되면 정부 조직법으로 인해 검찰청이 사라지고, 또 공소청법과 중수청법이 당정에 의해 만들어진 내용대로 (출범하게) 되면 검사가 그동안 누렸던 독점적 지위, 특권적 지위는 상당 부분 해소가 돼서 정상적인 법 집행 기관으로 제자리를 찾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회가 깊고 기쁘다. 이렇게 검찰개혁이 추진될 수 있었던 데에는 민주시민들의 굳은 의지와 강력한 요구가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감격스러워했다.

 

6월 지방선거 이후 본격 논의될 보완수사권 문제에 관해서는 "아마 검찰 쪽에서는 보완수사권이 그나마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하고 맨 뒤로 논의 순서를 미뤄서 어떤 정국의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을 것 같다"며 "그러나 저는 상당히 고무적인 게, 대통령이나 당이 수사-기소 분리 원칙을 명확하게 재확인했기 때문에 이 문제도 원칙에 근거해서 잘 해결이 될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검사들은 끝까지 보완수사권을 유지하려고 노력할 것이고 가능한 한 검찰청 내 수사 인력을 확보하려고 할 텐데, 저는 대통령실의 개혁 의지나 당의 개혁 의지(가 강하고) 또 국민들이 지금 매의 눈으로 지켜보며 법안이 제대로 만들어지는지 감시하고 있기 때문에 6월에 가서도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통해서 확실하게 검찰 수사권은 떨어져 나갈 걸로 낙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검찰개혁 방향을 두고 정부와 여당을 비롯한 정치권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14일 국회 소통관에서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의 주선으로 검찰개혁 추진단 자문위원으로 참석했던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를 포함한 6명의 법조인과 교수들이 자문위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1.14. 연합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서 "3월 5일 정부안, 막막했다. 당일 추미애 위원장의 절박한 호소가 연속 5회나 있었다. 갑론을박, 소용돌이를 거쳐가며 3월 17일 한 매듭을 지었다"면서 "100점 만점으로 보면 원안은 60점 정도였는데 오늘 발표안은 82점 정도 되는 것 같다"고 이번 당정 협의안에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60점은 있을 수 없다며 절박했던 추미애 의원의 호소력과 개혁 진정성, 그것을 우선 기억한다. 이렇게 점수를 (82점으로) 상향할 수도 있는데 정부안을 고정불변이라고 몰아붙였던 세몰이도 이겨낸 우리 국민들"이라며 "82점을 90점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또 다른 국민 에너지가 필요하다"고 독려했다.

 

김필성 변호사는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들은 대체로 바로잡은 것 같다. 남은 규정들은 운영하면서 수정해도 되는 것들"이라며 "아직 끝난 건 아니다. 형사소송법이 남았고, 그만큼이나 중요한 경찰 통제 기구에 대한 논의를 해야 한다. 그래도 가장 큰 고비를 넘었다. 결국 국민이 해낸 것이다. 국민적인 열망과 관심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고 단언했다.

 

김 변호사는 다른 페이스북 글에서는 "검찰개혁 법안이 바뀐 게 없다고 주장하는 자칭 전문가들이 있나 보다. 그분들이 특정 분야에서 전문가일 수는 있을지 모르겠다만 적어도 검찰, 권력기관 개혁과 관련해서는 국민 평균 수준도 못 미친다고 봐도 무방하다"면서 "앞으로 그 분들이 권력기관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는 이야기를 할 때 참고하기 바란다. 제가 언급한 부분(공소청법 4조·62조 등)이 가장 심각한 문제였고, 바로 그 부분을 중심으로 내용이 수정됐다"고 일부 전문가들의 검찰개혁법 폄훼를 꼬집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오래전부터 선구자격으로 주창했던 조국혁신당 황운하 의원은 "당정청 합의안으로 공개된 공소청, 중수청 법안을 지지한다.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 미정, 공소청 3단계 구조 유지 등 미흡한 부분들 때문에 만점짜리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촛불 시민, 응원봉 시민들이 우려했던 독소 조항들이 대부분 삭제됐다"며 "미흡하기 짝이 없던 공소청, 중수청 법안에 대한 당정청 수정안이 만들어지기까지 검찰개혁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의지와 열정이 가장 큰 동력으로 작용했다"고 찬사를 보냈다.

 

또 "여기에 법사위의 추미애 위원장, 김용민 간사, 박은정 의원의 불굴의 신념과 용기가 빛을 발했다. 세 분의 노고에 경의를 표한다"면서 "결정적으로는 검찰개혁을 둘러싼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기 전에 이재명 대통령께서 직접 가르마를 타줬다. 유능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보완수사권에 집중해야 한다"며 "보완수사권이 어떻게 규정되느냐 여부에 검찰개혁의 성패가 달렸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검찰개혁안 극적 반전…법사위·시민사회 반대 통했다

 

당정청, 막판에 중수청·공소청 법안 대폭 수정
가장 문제된 '중수청법 45조' 통째 삭제 대표적

정부, 며칠 전까지도 "수사 협력 꼭 필요" 옹호
민주당도 종전엔 "당론 정했으니 미세 조정만"

지지층 등 반대 거세자 정청래 주도로 재협의
이 대통령 직접 교통정리…당정 소통 부족 지적

'강경파'로 몰렸던 법사위원들 "국민들께 감사"
공소청 3단 구조, 검찰총장 명칭 등 과제 남아

보완수사권 최대 쟁점…여당은 폐지 입장 분명
김민석 · 윤호중도 "폐지 원칙", 정성호는 "필요"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김용민 법사위 간사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인 중수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이동하고 있다. 2026.3.17. 연합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핵심 설계도인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 설치 법안이 오히려 '정치검찰의 부활'을 야기하는 게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우려가 팽배했으나 당·정·청이 치열한 물밑 협의 끝에 막판에 이를 대폭 수정함으로써 그간 불신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공소청 3단 구조와 검찰총장 명칭 유지 등 아쉬운 대목은 남아 있지만 수사-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 본질과 직결된 사안은 아니어서 그간 정부안(당정 협의안)에 강력 반대해왔던 국회 법사위원들과 여권 지지층도 환영하거나 대체로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는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두 법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민주당이 17일 오전 정청래 대표 주재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발표한 당·정·청 협의안(2차 수정안)은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대원칙 아래 공소청 검사가 중수청 수사를 사실상 지휘하거나 우회적으로라도 수사에 개입할 수 있는 여러 독소 조항을 제거하고 공소청과 중수청을 대등한 구조로 재편했다는 점이 뼈대를 이룬다. 검사에 대한 수사 개시 통보 의무, 검사의 광범위한 의견 제시 및 입건 요구권 등으로 가장 문제가 됐던 중수청법 45조를 통째로 삭제한 게 대표적인데, 본래 해당 조문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45조(검사와의 관계)

① 수사관은 수사, 공소제기 및 유지에 관하여 검사와 긴밀히 협력하여야 한다.

③ 수사관은 중대범죄 등의 혐의가 있다고 인식하여 수사를 개시한 때에는 지체 없이 검사에게 「형사사법절차 전자화 촉진법」에 따른 형사사법정보시스템 등을 통하여 피의자, 범죄사실 요지, 개시 경위 및 수사 경과 등 수사 사항을 통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검사와 수사관은 수사 사항 등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제시하고,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⑤ 범죄의 태양(態樣), 규모 또는 중대성 등을 고려하여 검사와 수사관은 송치 전에 수사할 사항, 증거 수집의 대상, 법령의 적용, 혐의에 대한 의견 등에 관하여 서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⑥ 검사는 수사관이 송치한 사건과 관련하여 다른 범죄사실에 대한 수사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 그 입건을 요청할 수 있다.

⑦ 제1항부터 제6항까지의 규정에 관한 사항 및 그 밖에 검사와 수사관 간에 준수하여야 하는 수사준칙에 관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정부는 최근까지도 이 중수청법 45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었다. 검찰개혁추진단장인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법무부 차관, 행안부 차관, 법제처 차장 등이 참여하고 있는 검찰개혁추진협의회는 지난 11일 공개한 <검찰개혁법안(정부·여당안) 설명자료>에서 "중수청 수사관과 검사와의 관계 관련 규정은 수사·기소 분리 이후 협력을 위한 절차일 뿐 수사권 우회 확보 구조가 아니다"라며 "중수청법 45조 중수청 수사관의 수사 사항 통보 의무, 상호 의견 개진, 입건 요청권은 수사기관과 기소기관 간 단계별 상호협력의 필요성이 커져 마련한 규정이다. 사실관계가 복잡하고 고난도 법리 분석이 필요한 중대범죄 수사에 있어 범죄의 증거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기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사 초기부터 조언, 협력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절차"라고 해명했다. 이어 "검사가 중수청을 통해 수사권을 우회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주장은 수사-기소가 조직적으로 분리되고 각기 다른 부처 장관의 지휘 감독을 받는 조직 구조상 성립하기 어려운 주장"이라고 정면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사회자를 맡은 박균택 의원 발언을 듣고 있다. 2026.3.17. 연합
 

그럼에도 당정은 며칠 만에 방침을 바꿔 이 조항을 전부 들어낸 것이다. 이 밖에 ▲공소청법에서 검사의 직무 중 영장 청구·집행 지휘 권한 삭제 ▲특별사법경찰관리(특사경)에 대한 지휘·감독 권한 삭제 ▲검사의 직무 규정을 '법령'이 아닌 '법률'에 따르도록 해 시행령을 통한 검사 직무 범위 확대 가능성 원천 봉쇄 ▲사법경찰관리 등이 직무 집행과 관련해 부당한 행위를 하는 경우 지방공소청장이 해당 사건의 수사 중지를 명하고 소속 기관장에게 직무 배제를 요구할 수 있는 조항 삭제 ▲검찰총장이 전국의 모든 검사를 직접 지휘하며 사건을 입맛대로 배당할 수 있는 근거였던 검사 직무 위임·승계 및 이전 조항 삭제 ▲법 시행 후 불가피하게 공소청이 기존에 진행 중이던 수사를 해야 할 경우 종전 정부안의 6개월이 아닌 90일 이내 사건을 종결하고, 종결하지 않을 경우 소관 수사기관에 이송하도록 수정 ▲조직 신설 및 인력 재배치 과정에서 정부의 주도적 권한을 명확히 하도록 부칙 정비 ▲정부가 기존 검찰 인력을 신설되는 공소청이나 중수청으로 발령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 ▲중수청 수사 대상 중 논란이 컸던 사이버범죄 범위 축소 등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이는 앞서 여러 차례 당정 협의를 거쳐 내놓은 1차 수정안에 대해 체계 자구(字句) 수준의 '미세 조정' 정도만 가능하다고 했던 민주당 기조에서 크게 선회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22일 의원총회를 통해 중수청·공소청법 정부안을 일찌감치 당론으로 채택했고, 백승아 원내대변인은 지난 5일 정책조정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총에서 결정된 사항은 법안의 기술적인 부분에 한해서만 법사위와 원내 지도부 간 논의를 통해 재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내용의 전향적인 변경이나 수정은 당연히 어렵다. 정부안을 토대로 어느 정도 미세 조정은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11일 김현정 원내대변인 역시 원내대책회의 뒤 브리핑에서 "정부 입법안은 갑자기 뚝딱 나온 게 아니라 당정청 간 충분한 협의를 거쳐서 만들어진 안"이라며 "기술적인 부분에 있어 미세한 조정을 논의한다고 했기 때문에 그 범위 안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로부터 불과 1주일도 안 지난 사이에 당정 협의가 큰 틀에서 다시 진행돼 '내용의 전향적인 변경'을 담은 2차 수정안이 나온 것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법사위원 및 참여연대·민변·촛불행동 등 민주진보 진영의 강력한 재수정 요구, 그리고 무엇보다 민주당 당원들을 포함한 여권 지지층의 폭넓은 문제 제기가 주효하게 작용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중수청·공소청법을 두고 파열음이 계속되며 민심 이반 조짐 등 혼란상이 심상치 않게 전개되자 정청래 대표가 원내 지도부와 법사위 간 중재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등판해 교통정리를 함으로써 속전속결로 2차 수정안이 도출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3.17. 연합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왜 법 조항을 하나하나 따져보지 않고 당론을 서둘러 정했느냐"며 민주당 측에 쓴소리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대통령은 17일 오전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제10회 국무회의에서 정청래 대표의 이날 중수청·공소청법 발표를 언급하며 "명확하게 얘기를 하면 검찰개혁이라고 하는 게 우리 국민의 관심도 높고 또 주요 국정 과제 아니냐"며 "핵심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중수청을 만들어 경찰 역할을 확대해 수사는 수사기관이 하고 검찰은 수사하지 않는다, 관여의 소지를 없애고 오해의 소지도 아예 없앤다, 이렇게 명확하게 해주면 좋겠는데 과정 관리가 조금 그런 것 같다"고 당정 협의 과정에 대해 사실상 질책성 발언을 했다.

 

이 대통령은 "행정안전부나 법무부, 국무조정실이 주로 국회, 특히 여당과 소통을 한 것 같은데 이게 참 그런 게 있다. 제가 숙의하라고 하지 않았느냐. 논의해서 결정을 하라는 것이지 않느냐"면서 "그런데 숙의를 하려면 일단 기본적으로 소통이 돼야 하고 진지하게 토론이 돼야 하는데 나중에 보고 나면 (관계자들 중에) '나는 듣지도 못했다'는 이런 사람이 나타나기도 하고, '뭐 그냥 하라니까 했다'는 식의 얘기를 하기도 하고, 나중에 다 책임도 안 지는 이런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누구의 잘못이라고 내가 따지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하여튼 터놓고 지겨울 정도로 얘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바쁘다고 그냥 (한쪽 의견을) 억압하거나 아니면 제한하는 식으로 해놓으면 나중에 다 이게 문제가 된다. 힘들더라도, 특히 갈등 의제일수록,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것일수록 정말로 진지하게 터놓고 진짜 숙의를 해야 한다"면서 "그래야 나중에 이중 삼중으로 일이 벌어지지 않는다. 이번에 좀 그런 경향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고 아쉬움을 표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제가 얘기한 대로 일단 진짜 숙의를 하려면 대전제는 진지하게 토론해야 하고, 그 이전 단계로 진짜 소통이 돼야 한다. 신뢰가 있어야 한다"며 "억지로 모아놓고 말도 못 하는 분위기에서 시간만 때우면 그게 되겠느냐. 물론 당정 관계라고 하는 게 누가 우위에 있는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더 많이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역설했다.

 

17일 국회에서 열린 검찰 개혁 입법인 중수청법·공소청법 관련 기자회견에서 추미애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6.3.17. 연합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개최한 의원총회에서 "그동안 검찰개혁 두 법안에 대해서 많은 걱정과 우려를 해 주신 국민 여러분, 지지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당정청이 긴밀하게 조율해서 오늘 협의안을 만들 수 있었다"며 "이번에는 또다시 이 문제를 가지고 논란이 있어서는 안 되겠기에 당대표인 제가 직접 (추미애) 법사위원장과 (김용민) 간사와 함께 법 조항 하나하나를 밑줄 쳐가면서 다 살펴봤다. 그리고 미처 살피지 못했던 독소 조항이라거나, 아니면 이 조항이 그대로 있게 되면 공소청 검사의 부당한 수사 개입·통제·지휘 등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부분은 원천적으로 배제·차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의 공소청·중수청 법안을 당정청 협의안으로 내올 수 있었던 것은 이재명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 덕분"이라고 덧붙였다.

 

언론에 의해 '강경파'로 불리며 여권 내부에서조차 코너에 몰리면서도 정부안의 대폭 수정을 일관되게 주장해왔던 법사위원들 역시 만족감을 나타냈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과 여당 간사인 김용민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 직접 동석해 소회를 피력했다. 추 의원은 "오늘 민주당은 권력기관 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당과 정부, 그리고 청와대가 합심해 맞췄다. 검찰개혁 문제 역시 충분한 논의를 거쳐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더 나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변함없는 메시지였다"면서 "당과 정부, 청와대가 함께 협력하며 숙의와 토론을 이어왔고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를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그렇게 탄생한 이번 검찰개혁안은 국민과 당정청이 함께 만든 이재명 국민주권정부의 상징이다. 역사적인 과제를 국민주권정부에서 마침내 완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청래 대표로부터 "제가 보기에 (강경파가 아니라) 개혁파 원칙주의자인데 마음고생을 많이 하셨을 것"이라고 소개받은 김용민 의원은 "오늘 검찰개혁이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가장 강력한 동력은 바로 국민이 광장에서 보여주신 위대한 시민의식이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정부의 개혁 의지 또한 확고했기에 우리 국회는 광장의 뜻을 온전히 받들어 정부안에 남아있던 독소 조항들을 단호하게 제거하고 개혁의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내는 데 역량을 집중할 수 있었다"며 "기존 정부안에 대한 시민들의 우려점을 최대한 제거하는 조정안을 마련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진정한 수사와 기소의 완전한 분리라는 것은 공소청법, 중수청법만으로는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최종적인 형사사법 체계의 모습은 수사 절차법인 형사소송법의 전면 개정을 통해서 비로소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면서 "이번 공소청법 제정과 동시에 형사소송법을 전면 개정하지 못한 점은 아쉬움으로 남으나, 국회는 향후 입법 과정에서 수사·기소 분리의 원칙을 반드시 관철시킬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공소청법 조정안은 그러한 뼈대를 만드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행정부와 국회가 상호 역할을 존중하며 수사·기소 분리와 견제와 균형이라는 헌법적 원리를 구현하는 단단한 합의점을 찾아냈다"면서 "국회는 입법 과정에서 시민사회와 국민의 목소리를 받들어 부족한 부분은 언제든 유연하게 채워 넣고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오른쪽)과 진보당 정혜경 의원이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참여연대와 민변 관계자들과 중대범죄수사청ㆍ공소청법 입법 청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6.3.11. 연합
 

검사 출신으로서 '도로 검찰청' '대검 중수청'이 될 위험성을 경고하는 역할을 열정적으로 수행해온 조국혁신당 박은정 의원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수사와 기소 분리의 토대를 마련한 검찰개혁 입법안을 먼저 환영한다. 이제 검찰은 공소청과 중수청으로 분리돼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며 "이번 수정안은 공소청 검사의 수사권을 차단하기 위한 전제를 마련하고 중수청 수사에 개입할 여지를 없앰으로써 수사 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바다로 한발 더 나아가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의 염원을 담아 지지와 성원을 보내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하다. 강력한 개혁 의지로 결단을 내려주신 대통령님!!! 너무 고맙다"며 "국민이 보시기에 모자란 부분은 향후 새롭게 또 고치겠다. 이제 국회는 검찰개혁의 마지막 단추인 형사소송법 개정에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들 법사위원이 부족한 부분에 대한 향후 보완을 다짐한 대로 완전한 검찰개혁까지는 미진한 점들이 물론 남아 있다. ▲공소청-광역공소청-지방공소청의 3단 구조에서 광역공소청(종전 명칭 고등공소청)을 폐지하고 공소청-지방공소청의 2단계 조직으로 재편 ▲공소청의 장을 검찰총장이 아닌 공소청장으로 명명 ▲공소청 직원 규모 대폭 축소 ▲법무부 탈검찰화에 역행하는 법무부 겸직 허용 규정 삭제 ▲중수청 수사 대상 범죄 더욱 제한 ▲중수청 우선수사권 및 이첩권 재검토 등이다.

 

특히 형사소송법을 개정해 검사의 직접 수사 가능성을 확실하게 차단해야 한다는 점이 최대 과제로 꼽힌다. 현행 형사소송법 제196조 1항은 '검사는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사료하는 때에는 범인, 범죄사실과 증거를 수사한다', 2항은 '검사는 (…)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관하여는 해당 사건과 동일성을 해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수사할 수 있다'고 해 수사개시권과 보완수사권의 근거가 되고 있다. 당정은 조직법인 중수청법과 공소청법을 먼저 처리하고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6월 지방선거 이후 성안할 계획이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5일 국회에서 정책의원총회를 열어 공소청 검사에게 보완수사권을 주지 않고 경찰 등 수사기관에 대한 '보완수사요구권'만 부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보완수사요구권 발동 요건과 절차 등 구체적인 기준은 향후 형사소송법 개정 과정에서 논의하기로 했다. 정청래 대표는 바로 다음 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요구권을 준다는 것은 보완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뜻"이라며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에 대한 시대적 소명과 국민 열망을 잊지 않고 완수하겠다"고 못박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월 13일 "검찰개혁 및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당에서 충분한 논의와 숙의가 이루어지고 정부는 그 의견을 수렴할 것"을 지시해 여당 측에 힘을 실어준 것으로 해석됐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보완수사권에 대해선 그동안 일관되게 폐지가 원칙임을 밝혀왔다"고 했고,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월 16일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소청에 보완수사권보다는 보완수사요구권을 두는 것이 수사·기소 분리의 기본 원칙에 맞다는 입장"이라고 비교적 뚜렷한 소신을 드러냈다.

 

문제는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다. 보완수사권 존치의 검찰 측 논리를 대변해 온 정 장관은 지난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검사들의 직접수사 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을 폐지했기 때문에 표적수사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보완수사는 '수사'가 아니라 '증거 보완'에 가깝다"고 말했다. 나아가 "증거를 보완하라고 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사 과정을 아무도 지켜보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사건을 누군가 돈 받고 덮어버리는 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장관은 "우리는 검찰개혁을 해야 하는 것이지 혁명, 쿠데타를 해서는 안 된다"는 말도 했다.                   < 김호경 기자 >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있다. 뒤는 구자현 검찰총장 직무대행. 2026.3.17. 연합

 

장편 애니메이션상 이어 ‘골든’ 주제가상

 

16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상을 탄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골든’을 레이 아미(왼쪽부터), 이재, 오드리 누나가 부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골든’이 오스카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케데헌’은 장편 애니메이션상에 이어 2관왕을 차지했다. 

 

1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케데헌’의 ‘골든’이 ‘씨너스: 죄인들’, ‘기차의 꿈’ 등 쟁쟁한 후보를 물리치고 주제가상을 수상했다.

 

“이 노래는 성공 아닌 버티는 힘에 관한 노래”

 

‘골든’을 만든 한국 작곡가들과 함께 무대에 올라간 작곡가 겸 가수 이재는 눈물을 흘리며 “어린 시절 내가 케이(K)팝을 좋아한다고 사람들이 놀렸지만 지금은 모두가 케이팝을 부른다”며 “이 노래는 성공이 아니라 버티고 회복하는 힘에 관한 노래”라고 소감을 말했다.

 

주제가상 시상 직전에는 ‘케데헌’ 속 걸그룹 헌트릭스의 노래를 부른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무대에 올라 ‘골든’ 무대를 선보였는데, 이는 케이팝 공연의 완벽한 재현이었다. 리어내도 디캐프리오도, 스티븐 스필버그도, 에마 스톤도 응원봉을 들고 ‘골든’을 따라 불렀다. 특히 가수들의 노래에 더해 한국 전통문화와 케이팝 문화의 아이콘이 등장해 극장 전체를 빛냈다. 

 

16일(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레이 아미, 이재, 오드리 누나가 '골든'을 부르는 모습. 로스앤젤레스/AP 연합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가 등장하기 전 한복을 차려입은 소리꾼이 등장해 한국 전통 소리를 들려줬고, 이에 맞춰 사자 보이즈처럼 갓을 쓴 남성과 전통 의상을 입은 여성 무용수로 구성된 무용단이 전통 춤을 췄다.

 

짧은 공연이 끝나자 흰 옷을 입은 가수 셋이 무대에 등장해 노래를 시작했다. 자리에 앉아있던 시상식 후보들과 참석자들은 노래에 맞춰 일제히 응원봉을 힘껏 흔들었다. 한국 아이돌 공연 문화이자 지난해 내란사태라는 국가적 위기를 물리치며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상징물이 된 응원봉이 아카데미 시상식장을 뜨겁게 달군 것이다.             < 김은형 기자 >

 

그래미 거머쥔 케데헌 ‘골든’…K팝, 벽을 넘다

작곡 참여한 이재·테디·투애니포·아이디오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수상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6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골든’으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상을 받은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팀이 프레스룸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케이(K)팝이 마침내 그래미의 벽을 넘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에스티(OST) ‘골든’이 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6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케이팝 작곡가·프로듀서가 그래미 트로피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로스앤젤레스 피콕 시어터에서 열린 그래미 사전 행사 시상식에서 ‘골든’ 작곡에 참여한 이재(EJAE), 테디, 투애니포(24), 아이디오(IDO, 이유한·곽중규·남희동)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부문은 영화·드라마 등 영상 콘텐츠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 가운데 송라이터의 성과를 평가해 수여하는 상이다. 비록 주요 부문이 아닌 사전 행사 시상이지만, 곡을 만든 작곡가와 프로듀서에게 돌아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과거 엔지니어 황병준과 성악가 조수미가 그래미상을 받은 바 있으나, 케이팝 창작진이 그래미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프로듀서 투애니포는 수상 직후 “이 모든 과정을 함께한 스승이자 동료인 테디에게 이 영광을 바친다”고 소감을 밝혔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 팀이 1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피콕 시어터에서 열린 68회 그래미 어워즈 사전 행사 시상식에서 ‘골든’으로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 부문을 수상한 뒤 무대에 오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골든’을 만든 주요 창작진은 블랙핑크의 프로듀서 테디가 독립해 세운 ‘더블랙레이블’ 소속이고, 작곡과 가창에 참여한 이재는 케이팝 연습생 출신이다. 미국 자본으로 만든 애니메이션 주제곡이지만 ‘케이팝 유전자’를 갖고 있는 셈이다. ‘골든’은 애니메이션 흥행과 함께 글로벌 차트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케이팝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과 영국 오피셜 싱글 차트 ‘톱 100’ 1위를 같은 시기에 동시에 차지하며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다만 케이팝의 바람이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본시상식 수상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골든’과 블랙핑크 로제·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모두 ‘올해의 노래’ 등 본상은 수상하지 못했다. ‘골든’, ‘아파트’와 하이브의 미국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의 ‘가브리엘라’가 후보에 오른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도 영화 ‘위키드’ 오에스티 ‘디파잉 그래비티’를 부른 신시아 이리보와 아리아나 그란데에게 돌아갔다.

 

임희윤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래미는 기본적으로 미국 음반 산업 종사자들이 투표하는 로컬 시상식 성격이 강하다”며 “이번 케이팝 후보작들은 제작·유통·마케팅 측면에서 그간 가장 미국적인 형태로 진입했지만, 본상 수상까지는 여전히 벽이 존재했다”고 짚었다.

 

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6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블랙핑크 로제가 브루노 마스와 함께 ‘아파트’를 열창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그래도 케이팝 가수들은 이날 시상식 무대를 빛내며 존재감을 떨쳤다. 로제는 케이팝 가수 최초로 그래미 오프닝 무대를 장식했다. 브루노 마스와 함께 하드록으로 재편곡한 ‘아파트’를 열창하며 행사의 시작을 알렸다. 케이팝 가수 최초로 신인상 후보에 오른 캣츠아이는 신인상 후보 릴레이 무대에 올랐다.

 

이날 그래미 최고 영예인 ‘올해의 앨범’ 상은 푸에르토리코 출신 가수 배드 버니의 앨범 ‘데비 티라르 마스 포토스’에 돌아갔다. ‘올해의 레코드’는 켄드릭 러마와 시자의 ‘루서’, ‘올해의 노래’는 빌리 아일리시의 ‘와일드플라워’가 각각 수상했다. 신인상은 영국 싱어송라이터 올리비아 딘이 받았다.

 

1일(현지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68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하이브의 현지화 걸그룹 캣츠아이가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
 

이 밖에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가 오디오북·내레이션 부문을 수상해 화제를 모았다.

 

한편, 이날 이재명 대통령은 공식 엑스(옛 트위터)에 “케이팝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모든 음악인이 꿈꾸는 세계 최고 권위의 무대에서 이뤄낸 값진 성과에 뜨거운 축하를 전한다”고 올렸다.                                                    < 이정국 기자 >

 

‘저처럼 생긴 사람들’에 오스카 바친 매기 강 “‘케데헌’ 너무 오래 걸려 미안”

 
 
16일(한국시각)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매기 강 감독.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저처럼 생긴 사람들’에게 이 작품이 나오기까지 너무 오래 걸린 것에 대해 미안합니다. 다음 세대는 더 이상 기다릴 필요가 없습니다. 이 영화는 한국인과 전세계의 한국인들을 위한 작품입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받았다. ‘케데헌’은 16일 오전(한국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8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토피아2’, ‘아르코’, ‘리틀 아멜리’, ‘엘리오’ 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수상했다.

 

수상작으로 호명되자 주제곡 ‘골든’의 연주를 배경으로 무대에 올라간 매기 강 감독은 떨리는 목소리로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이 작품은 한국인들과 한국계 이민자들을 위한 작품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케데헌’은 지난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을 받았고, 지난달 그래미 시상식에서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시각매체용 최우수 노래) 부문에서 케이(K)팝 장르 최초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장편 애니메이션상과 주제가상 두 부문의 후보에 올랐다. 

 

‘케데헌’은 악령 사냥꾼(데몬 헌터스)인 걸그룹 헌트릭스가 사람들의 영혼을 노리는 악령 보이그룹 사자 보이즈에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으로, 지난해 6월 공개된 이후 글로벌 누적 시청 5억회를 넘기며 역대 넷플릭스 콘텐츠 가운데 최고 흥행을 기록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걸그룹 헌트릭스의 보컬을 맡은 이재, 오드리 누나, 레이 아미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제가 ‘골든’ 무대도 선보일 예정이다.                          < 김은형 기자 >

“검찰개혁이 원칙이 지켜지도록 당·정·청이 심도 있게 조율하고 있다.

당·정·청 원보이스(한목소리)로 시대 정신과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6일 “검찰개혁이 원칙이 지켜지도록 당·정·청이 심도 있게 조율하고 있다. 당·정·청 원보이스(한목소리)로 시대 정신과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전날 초선의원들과 비공개 만찬에서 여당 내 검찰개혁 이견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 주목된다.

 

정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검찰개혁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 의지는 언제나 그랬듯이 늘 변함 없이 강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이 대통령과) 검찰과 악연 때문이 아니라 국정 마인드, 민주주의 원칙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검찰개혁 방안을 두고 여권 지지층 일각에서 ‘공소취소 거래설’까지 제기되자, 이 대통령이 국가 운영 차원에서 견지해 온 검찰개혁 원칙을 의심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전날 이 대통령은 서울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열린 민주당 초선 의원 34명과의 만찬 자리에서 “국민이 정말 바라는 개혁을 해야지 이를 넘어선 지나친 개혁은 과유불급이 되고 오히려 부작용이 나올 수 있다”며 “정교하고 치밀한 개혁”을 언급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검찰개혁은 70년간 수사권, 기소권, 영장청구권, 수사개시권, 수사지휘권 등 검찰이 무소불위 휘둘렀던 권력을 견제와 균형이라는 민주주의 원칙에 맞게 재배치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검찰개혁을 입에 올리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떠오른다. 여타 다른 개혁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징성을 가진다”며 검찰개혁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최하얀  김채운 기자 >

 

초선의원과 만찬 발언…당내 노선 정리될지 관심

선명성보다 통합-개혁 균형감 있는 추진 강조
"검사가 모두 나쁜 것 아냐"…당정 협력 당부
"직접수사권 박탈돼…검찰 더 강해지지 않아"
민주당 40% 수준인 초선의원 회동 오늘까지

정청래 " 당정청 원팀 원보이스 개혁" 강조

 

이재명 대통령. 연합 자료사진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 초선 의원들과 만나 개혁과제 추진과 관련, 정부·여당의 협력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검찰개혁 정부안을 두고 당 안팎에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이재명 키즈'라 불리는 여당 초선 의원들에게 직접 개혁 관련 메시지를 전달한 점은 주목된다. 과거 야당 시절에 보인 선명성 경쟁보다 집권 여당으로서 균형감 있는 추진을 당부한 것으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휴일인 15일 저녁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67명 중 34명을 청와대 관저로 초청해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 대통령은 여당의 개혁 작업에 대한 협조를 부탁했다고, 박지혜 민주당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전했다.

 

박 대변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안정적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 산적한 개혁 과제들을 잘 해결해 나갈 수 있도록 여당에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당이 진짜 잘해주고 있다"며 "초심을 지켜서 우리 당이 진정한 의미의 개혁을 완수하고 그를 통해 평가받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그런 일들을 함께하자"고 강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당 안팎에서 격론이 오가는 검찰개혁 정부안(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법 정부안)과 관련해 언급을 했다고 복수의 참석자들이 전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검사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부안으로) 검찰이 더 강해졌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다. 사실상 직접수사권이 박탈됐는데, 이는 상식과 맞지 않는 주장"이란 취지의 언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안이 공소청장 수장의 명칭을 검찰총장으로 둔 것과 관련해서도 "검찰총장 명칭이 무엇이 문제인 것이냐"고도 언급했다고 한다. 실질적인 개혁이 중요하지 명칭에만 매달려선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민이 원하는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국민이 원하는 과제들을 하나씩 차근차근 풀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너무 서두르거나 과하게 밀어붙여선 안 된다는 취지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의원들은 검찰개혁을 잘 마무리하자는 취지로 공감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2. 연합
 

이 대통령의 발언은, 과거 야당 시절 보였던 선명성 경쟁보다는 집권 여당이 된 만큼 국민통합과 개혁을 고려해 균형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과거 검찰개혁 좌초 이후 다른 개혁과제들까지 후퇴했던 경험 등으로 전통적인 여권 지지층에선 그간 강한 검찰개혁 드라이브를 요구해왔지만, 이러한 개혁 요구와 함께 다른 쪽의 목소리도 균형 있게 고려하며 추진해야 제대로 된 개혁을 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된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이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양쪽 이야기를 듣고 균형있게 (개혁) 하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른 관계자는 "검찰의 가장 큰 피해자가 이 대통령"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개혁 결과가 나오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 참석자도 "(대통령이) 선명성 경쟁이 아닌 국민 삶을 바꾸고 국민이 바라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남희 의원도 만찬 회동 뒤, 페이스북에서 이 대통령이 "개혁은 몰아세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이는 이 대통령이 그동안 강조해온 개혁 기조의 연장이기도 하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일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개혁은 외과시술적 교정이 유용할 때가 많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공직사회에 문제가 많다지만 구성원 모두의 문제는 아니"라며 "문제를 제거하고 문제 인사에게 엄정한 책임을 묻되, 무관한 다수 구성원의 의욕을 잃거나 상처 입게 하는 것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한 바 있다.

 

또한 이 대통령은 같은 글에서 "필요한 개혁을 하더라도,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며 모두를 개혁대상으로 몰아,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결과가 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며 "국민통합과 개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두 과제를 모두 원만하게 이행하기 위한 제 나름의 고심의 결과임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과정이) 지난하고 번거롭고 복잡하다고 (개혁이 아닌) 혁명을 할 수는 없다"며 "더디고 힘들더라도, 시간이 걸리고 조금 마뜩치 않더라도 서로 믿고 격려하며 든든하게 함께 가 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검찰 개혁에 대해 "대통령이 국가를 운영하려면 여러 제도적 수단은 필수다. 각종 기능을 한번에 다 없애버린 다음, 새롭게 시작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건 혁명이다. 정부·여당은 혁명이 아닌 개혁을 해야 한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정 장관이 논란이 되고 있는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과 관련해 "증거를 보완하라고 하지 못한다는 것은 수사 과정을 아무도 지켜보지 못한다는 의미"라며 "그렇게 되면 사건을 누군가 돈 받고 덮어버리는 것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 것 역시, 이러한 개혁기조를 반영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부 참석자들은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개혁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원론적 발언을 한 것이라며, 검찰개혁안과 관련해 특정 메시지를 낸 것은 아니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이 대통령이 검찰개혁안에 대한 당정 갈등을 얘기한 부분은 기억나지 않는다. 특정 사안이 아닌 개혁 전반에 있어서의 어려움을 얘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다른 참석자도 "대통령의 메시지를 참석자들이 본인의 평소 생각에 따라 각자 해석을 다르게 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자의적인 해석을 경계했다.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6. 연합
 

이 대통령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초선 의원 30여 명과 만찬 회동을 갖는다. 민주당 전체 162석 중 약 40%에 달하는 초선의원들이 회동을 갖는 만큼, 정치권에선 초선 의원을 중심으로 검찰개혁과 관련된 당내 노선이 이전보다 정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검찰개혁을 두고 여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검찰개혁을 막지 말라"는 목소리와 "검찰개혁 정부안을 철회하라"는 목소리가 공존하는 만큼, 갈등이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민주당 지도부는 '잡음 없는 개혁' '당·정·청 원보이스'를 강조하는 모습이다. 정청래 당대표는 16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통해 "검찰개혁에 대한 이재명 대통령의 개혁의지는 언제나 그랬듯이 변함없이 강하다. 이는 이 대통령과 검찰과의 악연 때문이 아니라 공적 마인드, 민주주의 원칙 때문에 그렇다"며 "검찰개혁 역시 당·정·청 원팀 원보이스로 시대 정신과 역사적 책무를 다하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전했다.

 

앞서 정 대표는 지난 12일 의원총회에서도 검찰 개혁과 관련, "수사와 기소 분리라는 대원칙 검찰개혁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의 깃발이고 상징이다. 이 깃발이 찢어지지 않도록 상징이 얼룩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요란하지 않게 긴밀하게 물밑에서 조율하겠다는 말씀을 다시 한번 드린다"고 한 바 있다. 그러면서 "불필요하게 이 부분에 대해서 너무 소모적인 논쟁은 안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저와 원내대표, 당지도부에서 이 문제를 국민적 열망이 실망으로 가지 않도록 또 검찰개혁의 기조가 훼손되지 않도록 다각도로 노력을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장인수 '저널리스트' 기자의 발언으로 시작된 이른바 '공소취소 거래설'은 만찬 자리에서 언급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변인은 "전혀 근거 없는 낭설"이라며 "그런 얘기를 올릴 시간이 없을 정도로 현안·민생에 관한 얘기가 많았다"고 전했다.

 

일부 참석자는 골목 경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며 추가경정예산안을 꼭 했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누르는 행위를 막는 일명 '주가 누르기 방지법'(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 등 개혁 추진도 언급이 있었다고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실상 호르무즈 해협으로의 군함 파견을 요청한 데 대한 논의는 진행되지 않았다고 한다.                  < 김성진 기자 >

 

'검찰총장'은 헌법기관 아니다…이 대통령 잘못된 견해

법률로 명칭 바꿀 수 있는 국가행정기관일 뿐
단순한 명칭에 구속돼 헌법정신 일탈 안 돼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3.12.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여당 초선의원 34명과의 만찬에서 “헌법에 ‘검찰총장’이라는 명칭이 있는데, 어떻게 검찰총장을 공소청장으로 바꿀 수 있느냐”의 취지로 발언했다고 한다. 헌법학적 시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견해는 학설상 '다른 견해'로 존립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틀린 의견으로서 교정되어야 할 견해이다.

 

검찰총장은 법률로 그 명칭을 개정할 수 없는 헌법기관인가? 아니다. 검찰총장은 검찰청법상 설정된 법률기관으로서 국가행정기관일 따름이고, 헌법기관이 아니다. 즉, “검찰청법에 따라” 구성된 검찰청의 수장으로서 검찰사무를 총괄하며 검찰청의 공무원을 지휘·감독하는 법률기관이다. 헌법상 행정각부의 하나로서 법무부 산하에 설립된, 중앙행정기관 부·처·청 중에서 “청”의 기관일 뿐이다. 검찰개혁으로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공소청법이 제정된다면, 검찰총장이라는 국가행정기관은 없어지고, 공소청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

 

헌법상 보다 상위기관인 행정각부도 정부조직법이 개정되면, 기존에 있었던 일개 행정부의 장이라는 명칭도 없어지는데, 행정각부의 하나인 법무부 관할의 검찰청법이 폐지되고 공소청법이 제정된다면 “청”의 장이라는 명칭이 사라진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헌법은 기본적으로 헌법소송법의 준거가 되는 실체법이지만, 헌법에도 실체법의 규정이 있고, 절차법의 규정이 있다. 헌법에서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하는 절차에서, 그 임명 사안을 국무회의의 심의사항으로 하고 있다(헌법 제89조 제16호). 단순히 임명절차의 한 과정으로서 국무회의의 심의사항 중에 거명된 검찰총장을 헌법기관으로 한다면, 헌법 제89조 제16호에서 거명된 국립대학교 총장과 대사 및 국영기업체관리자도 헌법기관이라 해야 할 것이다. 검찰총장은 국무회의의 구성원도 아닐 뿐만 아니라, 국무회의 규정상 필수적 배석자의 지위도 가지지 아니한다.

 

개별 헌법규정을 체계적인 헌법학을 통하여 이해한다면, 검사와 달리 검찰총장은 헌법실체법을 구성하는 헌법기관이 아니다.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의안은 의결사항과 보고사항으로 구분되는데, 검찰총장 임명안은 국립대학교 총장과 대사 및 국영기업체관리자와 같이, 차관회의나 차관회의의 개회일 3일 전까지 행정안전부에 제출하여야 할 의안도 아니다.

 

만약에 검찰총장이라는 법률기관을 법률의 개폐로서도 그 명칭을 폐지할 수 없는 헌법기관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면 국회가 공소청법을 제정하면서 공소청장은 “기존의 검찰총장으로 본다”라는 간주규정을 두어, 광범위한 입법형성권을 가진 입법권자가 해결하면 된다. 

 

심우정 검찰총장이 2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퇴임식을 마친 뒤 청사를 나서며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5.7.2. 연합
 

‘검찰총장’의 명칭에 대한 논란처럼, 단순한 명칭 단어에 구속되어 헌법정신를 일탈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사형' 조항을 보자. 헌법 제110조 제4항에는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도 '사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단심으로 할 수 없다는 취지의 규정이 있다. 이는 우리 헌정사를 성찰하여 얻은 헌법규정으로 우리 헌법에서 유일하게 '사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헌법해석론에서는 사형합헌론과 사형위헌론이 대립하고 있다. 사형합헌론이 "헌법이 사형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이상, 사형제도가 합헌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이는 설득력이 높지 않은 논리의 비약이다. 헌법에서 사형을 합헌의 형벌로 규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비상계엄하의 군사재판에서 사형을 선고한 경우에는 단심으로 할 수 없다는 서술문에서 한 단어로 언급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헌법정책론에서 사형존치론과 사형폐지론에서는 헌법상에 언급되고 있는 '사형'이라는 단어에 더더욱 얽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헌법 제12조 제3항 본문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의 기본권 규정은 헌법실체법 중의 실체법이다. 따라서 헌법이 정지되는 비상의 경우가 아닌 한, 검사의 존재 자체와 검사의 영장청구 독점권은 헌법개정 없이는 변경을 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검찰총장은 헌법 제89조에 따라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임명할 때, 그 절차규정으로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는 대상으로서 언급되고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하지만 검찰총장은 헌법기관도 아니고 국가행정기관 중에서도 법무무 산하 검찰청의 수장에 불과하다. 따라서 검찰총장은 헌법상 필수 기관이기 때문에 상설기관으로서 설치하도록 되어 있다거나, 이를 임의로 폐지할 수 없다는 것이 헌법학계의 통설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혀 타당하지 않다.

 

대통령의 국군통수권의 예를 들어보자. 군통수권 직무지시체계에서는 군정권과 군령권이 분리되어 있다. 또한 헌법상 군령권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검찰총장을 언급하고 있는 동일한 헌법 조항 제89조 제16호에서 합동참모의장과 각군참모총장이 동시에 규정되어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이는 헌법이 합동참모의장과 각군참모총장의 용어를 동시에 사용함으로써 대통령-> 합동참모의장-> 각군참모총장으로 이어지는 군령권의 계통을 상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헌법상 문민통제의 국방체제에서 대통령이 국군통수권을 가지지만, "군사전문가로서" 구체적인 군사작전을 지휘•감독하는 군령의 최고책임자는 합동참모의장이고, 합동참모의장의 군령지시계통은 각군별로 참모총장에게 하달된다는 취지가 헌법상 명시돼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국방통합군 체제를 현행 헌법상 도입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합동참모본부의 합동참모의장을 국방참모의장으로 변경하는 법률안이 좌절된 것을 검찰폐지안에 원용하는 것은 잘못된 비유(false metaphor)인 것이다.

 

결론적으로 대통령의 검찰총장의 명칭에 관한 헌법적 소신은 교정되어야 한다. 응원봉에 의한 빛의 혁명으로 이루어낸 검찰개혁에 대한 기대가 이같이 잘못된 해석에 의해 왜곡돼서는 안 된다. 정밀한 헌법이해에 근거하자면 공소청법 문제의 요체는 '헌법 적합성'이 아니라 철저한 '개혁 적합성'이다.     <   황치연 홍익대 교수, 전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