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군의날 만찬서 말해…소맥 폭탄주도 10~20잔 마셔
윤석열 "거기서 무슨 시국 이야기 할 상황은 아니잖아"

곽종근 "그렇게 말하시니 지금까지 말 못한거 하겠다"
"한동훈을 당신 앞에 잡아오면 쏴 죽이겠다고 했잖나"

당황한 변호인단, 공판 중 입장 내고 "사실 아냐" 반박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연합 자료사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이 12·3 불법계엄 선포 두 달 전인 국군의날 만찬에서 군 수뇌부에게 "한동훈을 잡아오면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해 12월 내란 이후 국회에 출석해 "계엄군이 체포돼 이송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수언론 등은 더불어민주당 내부 문건을 인용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한동훈 사살 계획은 실제 논의됐던 것으로 보인다.

 

12·3 내란 당일 윤석열의 지시를 받은 국군방첩사령부는 계엄해제를 막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에 대한 체포조도 투입했었다.

 

곽종근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말하겠다"
"한동훈을 당신 앞에 잡아오라 하지 않았냐"

 

3일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는 피고인 윤석열이 직접 참석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오후 증인 신문에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10월 1일 국군의날 만찬에서 '비상대권'(비상사태에 대통령이 특별한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 들었는지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그때부터 그 기억이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당시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는 곽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참석했다.

 

변호인단과 곽 전 사령관이 '비상대권'을 두고 몇차례 공방을 주고받자, 윤석열이 끼어들어 직접 증인신문을 했다.

 

○윤석열 그날은 국군의날 행사 마친 군 수뇌부들이 다들 자대로 가야 한다고 해서 몇 사람만 온다고 해서 우리 관저에 주거 공간으로 갔잖아. 주거공간 식당에. 한 8시 넘어서 오셔갖고 앉자마자 그냥 소주, 소맥, 폭탄주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나. 술 많이 먹었다, 그날. 내 기억에 아주 굉장히 많은 잔 돌아간 거 같은데 앉자마자…. 

 

○곽종근 술은 열에서 스무 잔 그 정도 들었고, 분명히 그때 (비상대권) 말씀을 들었다.

 

○윤석열 내가 먹다 안주 떨어지면 냉장고 가서 뒤져다가 가져오고 그런 기억 없나?

 

○곽종근 분명히 제가 기억하는 게 김치가 있었다. 김치가 제 기억으로 맛있어서 한 번인가 가져왔던 기억이 있다.

 

○윤석열 그게 한남동 고깃집에서 나오는 김치라 따로 사다가 여러분 온다고 해서 2층 냉장고에 넣어놓은 거다. 안주거리 할 거 더 가져오고 이러면서 그날은 제가 술 많이 마신 날 아닌가. 국군의날이 군인들 생일이지 않나. 그날 저녁을 넘어가기 뭐해서 초대를 많이 했더니 몇 사람 못 온다고 해서 만찬장 말고 주거공간 식당으로 와라 해서 오신 건데, 거기서 무슨 시국 이야기 할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나.

 

윤석열이 어이없다는 듯 "무슨 시국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곽 전 사령관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지금까지 말 못했던 부분을 말하겠다"며 "한동훈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제가 안 했던 말씀을, 차마 제가 그 말씀을 안 드렸는데,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 호명하시면서 당신한테 잡아오라 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 제가 차마 그말을 검찰에서도 안했다. 한동훈 이야기만 했다. 그 말씀을 안 했어도 제가 그 말 안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제가 말한다. 앞뒤 상황에서 비상대권 이런 기억이 있다. 더 말씀 안 드리겠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2024.12.3. 연합
 

당황한 변호인단…공판 중에 입장 내고 증언 부인

 

윤석열은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들으며 얼굴에 웃음기를 띠었다. 반면, 그의 변호인단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윤석열 변호인인 위현석 변호사는 "오늘 새로운 내용의 진술을 참 많이 한다"며 "그런 내용을 왜 그동안의 조사에서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고, 곽 전 사령관은 "일부러 안 했다"고 받아쳤다.

 

변호인단은 결국 공판 중에 곽 전 사령관의 증언에 대해 긴급하게 입장을 냈다. 변호인단은 언론 공지를 통해 "곽종근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죽이라고 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변호인단을 포함해 저희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없다"며 "오히려 변호인들이 직접 여쭈었을 때 윤 전 대통령은 수차례, '한동훈을 내가 왜 체포하거나 잡아오라고 하겠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곽 사령관의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온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매우 의문"이라며 "실제로 오늘도 '한동훈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다가 곧바로 말을 바꾸는 등, 본인이 직접 들은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 김성진 기자 >

            

 

97분 회담, 한중 관계 파국 딛고 정상궤도 복귀

이재명 "대북 대화 재개 위해 한중 전략 소통"
북중 결속 심화에 "대북 관여에 매우 긍정적"

시진핑 "지역 평화 위해 더 많은 에너지 투입"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문제는 거론 안 한 듯

70조 원 규모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체결
위성락 "국익 실용 외교로 전면적 복원 성과"
'혐중' 의식한 듯 "긍정 메시지 더 많이 내자"

 

한중 정상회담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 폐막 직후인 1일 오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첫 대좌를 갖고 만찬도 함께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1.1 연합
 

한중 관계, 파국 딛고 정상궤도 복귀
"국익 실용 외교로 전면적 복원 성과"

 

이재명-시진핑 회담은 오후 3시 48분부터 97분간 진행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87분)보다 10분, 한일 정상회담(41분)보다는 56분 각각 더 길게 만났다. 미중 회담(100분)보단 짧았지만, 그만큼 할 얘기가 많았단 뜻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회담장과 만찬장은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먼저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초대하고, 시 주석도 이에 호응한 건 그 자체로 두 정상 모두 전임 윤석열 정권의 '자해적' 반중 정책으로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한중 관계의 정상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직접 만나 뵙기를 참으로 기다려왔다"고 했고, 시 주석도 "11년 만에 다시 국빈 방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저녁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국 외교를 통해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정권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 그리고 윤 정권의 반중 정책 등을 염두에 둔 듯 "지금까지 한중 관계 발전에 부침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일제) 국권피탈 시기 어려움을 함께한 역사적 경험과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호혜적 협력의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1.1 연합
 

이재명 "한중,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
시진핑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

 

이 대통령은 "지난 30여 년간 한중 양국이 발전시켜 온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는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중 간 경제협력은 수직적인 분업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양국 관계도 호혜적 구조로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도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수교 이래 양국이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적인 차이를 뛰어넘어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추진함으로써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면서 공동번영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만찬 답사에서도 시 주석은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 나라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중국은 한국을 일관되게 중시해 왔고, 중한 우호를 주변 외교의 중요한 위치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날 중한 간에 우호 미담들이 많이 있다"면서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제주도에 갔다는 서복과 통일신라 최치원의 한시 '범해'(泛海)를 거론한 뒤 "오늘날의 중한 우호도 계속해서 생기와 활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5.11.1 연합
 

이재명 "대북 대화 재개 위해 한중 전략 소통"
시진핑 "지역 평화 위해 더 많은 에너지 투입"

 

정작 회담에선 이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역내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중간에서 곤혹스러울 중국을 배려한 게 아닌가 한다.

 

눈길을 끈 건 이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9월 3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때 리 창 중국 총리의 참석 등 최근 북·중 결속 심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북한의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대북 관여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국 측과 소통을 심화하고 도전에 함께 대응해 중한 전략적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발전을 추진하면서 지역의 평화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역시 중국 측은 '비핵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암묵적 인정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리셉션 장에서 함께 서 있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본경제신문 9월 3일

 

이재명, 북중 결속에 "대북 관여에 긍정적"
"한반도 새 시대에 중국 역시 건설적 역할"

 

이 대통령은 회담 후 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국빈 만찬 발언에서도 "저와 시진핑 주석님은 흔들림 없이 평화를 위한 길을 함께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공동번영의 기본적 토대는 바로 평화다. 양국이 어떤 상황에도 평화를 지향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과정에서 중국 역시 건설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하기 위한 네 가지 제안으로 △ 전략적 소통·신뢰 강화 △ 호혜협력과 이익 유대 강화 △ 민심 교류 촉진 △ 다자간 협력과 평화 발전 촉진을 들었다. 그러면서 "상호 이익과 윈-윈 원칙을 고수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AI·바이오제약·녹색산업·실버 경제 등 신흥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경제·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온라인 도박과 보이스피싱 등 신종 범죄 공동 대응, 양국 국민 감정 개선과 민간 교류 증진을 강조하고 '혐중 집회'를 의식한 듯 "여론과 민의의 건전한 방향을 이끌고, 긍정적 메시지를 더 많이 내며 부정적 흐름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은 양국 정상이 자리한 가운데 '양해각서(MOU) 및 계약서 교환식'을 갖고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과 한국은행 간 5년 만기 70조 원(40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서와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 MOU,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MOU, 실버 산업 협력 MOU, 혁신 창업 협력 MOU, 중국 수출 식물검역요건 MOU, 보이스피싱ㆍ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 등 모두 7건을 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뒷줄 왼쪽부터 존 리 홍콩 행정장관, 존 로쏘 파푸아뉴기니 부총리,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국제부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테레사 메라 페루 통상관광부 장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 린신이 대만 총통 선임고문. 2025.11.1 연합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매체가 보도한 시 주석의 정상회담 발언에는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과 관련한 직접적 우려나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 강화와 상호 존중을 강조하며, '핵심 이익'을 배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핵심 이익'이란 중국이 대만 등 영토와 국가 주권에 관한 걸 일컬을 때 사용한다.

 

끝으로 위 실장은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중 경제협력의 구조 변화를 반영한, 수평적 협력에 기초한 호혜적 협력을 추진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분야의 실질적 협력 성과물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 이유 기자 >

 “시 주석과 상호협력 추진, 양 국민 체감할 성과 만들어갈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전국체전 개막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공개된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이익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한반도 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우리에게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부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과 관련 “시 주석과 함께 한·중 간 상호협력을 추진하고,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오는 11월1일 한·중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이번 APEC 정상회의 참석은 APEC을 매개로 미래지향적 역내 지역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해 우리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양자 차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두 정상이 모두 지방에서부터 일반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실천하면서 국가 지도자로 성장해 온 만큼 “공통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한·중 관계의 성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상호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민생 분야의 실질 협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양국 간 경제협력 협의 채널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도록 협의를 가속해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 이유진 기자 >

최대 쟁점 ‘대미 금융투자 3500억달러’ 합의

연 상한 200억불 설정…일본보다 좋은 조건

마스가 사업도 우리 기업 주도 ‘수주’ 등 기대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이 대통령 주최 정상 특별만찬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9일 한·미정상회담 후 브리핑을 통해 “국민 여러분께 보고드린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대미금융투자 3500억불은 현금투자 2000억불과 조선업협력 1500억불로 구성된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우선 2000억불은 일본이 미국과 합의한 5500억불과 유사한 구조”라며 “다만 중요한 점은 우리는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불로 설정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다시 말해 2000억불 투자가 한 번에 이뤄지는 게 아니고 연간 200억불 한도 안에서 산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 때문에 우리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김 실장은 “조선업 협력 1500억불 소위 마스가에 우리 기업 주도로 추진하며 특히 신규 선박 건조 도입 시 장기 금융을 통해 자금 조달하는 선박금융을 포함해 우리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는 한편 우리 기업 선박 수주 가능성도 높였다”고 했다.

 

김 실장은 “상호관세는 15%로 인하해 지속적용하기로 했으며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이유진 민서영 기자 >

 

 

투자 원금 ‘회수 장치’ 마련…원리금 상환 전까지 수익 ‘5 대 5’

 

관세협상 세부 내용 ‘합의’

대통령실 “반도체, 대만과 비교해서 불리하지 않은 관세 적용”

의약품·목재 등 ‘최혜국대우’…항공기 부품·의약품은 무관세

 

양국 경제·외교 참모들 총출동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양국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87분간 진행됐다.

 

지난 7월30일 큰 틀에서 합의한 이후 3개월간 교착 상태에 빠져 있던 한·미 관세협상이 3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한·미 양국이 29일 타결한 관세협상의 세부 사항은 대미 투자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하고 연간 투자 상한을 200억달러로 설정한 것이 골자다. 원리금 상환 전까지 한·미 간 수익을 5 대 5로 배분하고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투자하기로 해 외환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투자하는 등 안전장치를 설정했다.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난제이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관세협상 후속 협상은 막판 극적 타결 형식으로 일단 매듭지어졌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날 경주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협상당국은 그동안 양측이 평행선을 달렸던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 패키지 구성과 관련한 세부 쟁점에서 합의를 봤다.

 

쟁점 속 쟁점으로 한·미 당국이 팽팽하게 맞섰던 3500억달러 중 현금 투자 비중은 양측이 절충해 총 2000억달러 규모로 합의했다.

 

납입 기간은 연간 투자금 납입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정했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된다. 매년 250억달러로 8년을 고수한 미국과 연간 150억달러 이상 투자가 어렵다고 한 한국의 중간지대에서 연간 현금 투자액과 납입 기간이 결정된 셈이다.

 

전체 대미 투자 금액 중 나머지 1500억달러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로 불리는 조선업 협력 전용으로 쓰인다. 여기에는 대출·보증 등이 포함돼 현금 투자 부담을 줄였다.

 

또 다른 쟁점이던 투자 수익 배분은 원금 회수 전까지 한·미 양측이 5 대 5로 하기로 했다. 앞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과 같은 비율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경주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언론 브리핑을 열고 “일본과 달리 원금 회수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리금이 보장되는 상업적 합리성이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양해각서(MOU)에 명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대미 투자 패키지에 합의하면서 7·30 한·미 관세협상 결과 25%에서 15%로 인하키로 한 상호관세율도 15%로 적용하기로 했다.

 

후속 협상이 교착 상태를 보이며 25% 세율을 적용받던 자동차 품목관세도 이번 협상 타결에 따라 15%로 인하된다.

 

품목관세 중 의약품·목재 등은 최혜국대우를 받고, 항공기부품·복제 의약품과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천연자원 등에는 무관세를 적용받기로 했다.

 

김 정책실장은 “특히 반도체의 경우 우리의 주된 경쟁국인 대만과 대비해 불리하지 않은 수준의 관세를 적용받기로 했으며, 쌀·쇠고기를 포함한 농업 분야 추가 개방은 막았다”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교착 상태가 이어져오던 관세협상이 전격적으로 타결됐지만 앞으로 논란이 계속될 지점도 눈에 띈다.

 

당초 한국이 염두에 뒀던 비중 5%(175억달러)의 11배가 넘는 총 2000억달러가 현금으로 투자된다는 점, 원금 회수 후 투자 수익 배분에서 90%를 가져가겠다는 미국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점, 50%를 적용받는 철강 품목관세율 인하 언급은 없다는 점 등이 향후 협상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 대통령 ‘산업 피해’ 우려·트럼프 ‘순방 성과’ 맞물려 극적 타결

 

관세협상 분위기 반전 배경

정부도 전날까지 ‘낙관’ 못해…‘노딜’ 가능성 배수진 치고 미 설득

‘벼랑 끝+회유’ 작전 주효…회담서 ‘안보 공감’ 끌어낸 것도 영향

 

양국 경제·외교 참모들 총출동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회담은 양국 경제·외교 분야 참모들이 총출동한 가운데 87분간 진행됐다. 경주 | 김창길 기자 

 

29일 경주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의 최대 난제이자 마지막까지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한·미 관세협상의 후속 협상은 막판 극적 타결 형식으로 매듭지어졌다. 양측 협상당국이 치열하게 맞붙으며 좁혀지지 않을 것만 같던 간극은 이날 경주 회담을 계기로 합의점을 찾아냈다. 관세협상 타결이 늦춰질수록 자동차 등 한국 주력 산업이 입을 경제적 타격과 한·미 동맹 약화 등을 우려한 이재명 대통령과, 중국과의 치열한 대결 구도 속 아시아 순방길에서 성과물을 챙겨가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산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미 당국이 팽팽하게 맞섰던 3500억달러 중 현금 투자 비중은 양측의 절충점인 2000억달러로 합의를 봤다. 납입 기간은 연간 투자 상한액을 200억달러로 정했기 때문에 10년 이상이 된다. 매년 250억달러로 8년을 고수한 미국과 연간 150억 달러 이상 투자가 어렵다고 한 한국의 중간지대에서 연간 현금 투자액과 납입 기간이 결정된 셈이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27일 공개된 블룸버그통신 인터뷰에서 “투자 방식, 투자 금액, 시간표, 어떻게 손실을 공유하고 배당을 나눌지 이 모든 게 여전히 쟁점”이라고 말했다. 협상 타결 전망을 어둡게 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면서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관세협상 노딜이 점쳐졌다.

 

한국 정부 측도 전날까지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 협상팀이 마지막까지 노딜을 배수진 삼아 미국을 설득한 것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어제 저녁에도 전망이 밝지 않았고 당일(오늘) 급진전됐다”면서 “며칠 만에 우리가 양보해서 타결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핵추진 잠수함 연료 공급 허용 문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공감을 얻어낸 것도 관세협상 타결에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강한 협상 타결 의지도 한·미 양국 협상당국이 손을 맞잡게 하는 압박요인이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 직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 기조연설에서 “한국과의 무역합의를 매우 곧 마무리할 것”이라며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일본 등과 무역합의들이 많이 타결됐고 이를 통해 안정적 파트너십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을 꼭 집어 “터프한(거친) 협상가”라며 “조금 더 능력이 부족한 분을 만났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협상팀이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인 것이 결과적으로는 앞서 미국과 관세협상을 타결한 일본에 비해 한층 유리한 조건을 얻어내는 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대미 투자금 5500억달러 전체가 현금 투자로 양해각서(MOU)에 기재됐지만, 한국은 3500억달러 중 2000억달러를 현금 투자로 약속했다.

 

1500억달러의 조선업 협력 투자는 한국 주도로 진행되며, 국내 조선사의 대미 직접투자(FDI)와 국내 공적 금융기관과 민간 은행의 보증 등까지 두루 가능하다는 것이 대통령실 설명이다.

 

협상 타결의 결과로 인하된 관세가 적용되는 시점은 11월 중으로 예상된다. 김 실장은 “MOU를 이행하기 위해서는 기금 신설이나 보증채 발행 등에 관한 법이 제정돼야 한다”며 “그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는 시점에 속하는 달의 첫날로 소급해 관세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정환보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