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등에서 증가세…이전부터 '암적 존재', 코로나19 사태가 기름 부어

 

21일 미국 뉴욕주(州) 뉴욕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계 혐오 중단을 촉구하는 집회에서 한 한국계 시위자가 '혐오는 바이러스'라고 쓰인 팻말을 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을 포함, 아시아계 6명이 목숨을 잃은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넘어 서구사회 전반에 퍼진 반 아시아계 정서 및 증오범죄 문제가 조명을 받고 있다.

미국 CNN방송은 유럽과 호주 등에서 일상 속 증오범죄를 겪은 아시아계 목소리를 21일 전했다.

영국 런던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6~9월 인종 또는 종교를 이유로 동아시아계에 가해진 증오범죄는 222건으로 재작년 동기(113건)보다 95% 증가했고 2018년(105건)에 견줘선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작년 6월 영국 내 소수인종 1천270명을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서는 중국계 3분의 1 이상이 인종적으로 모욕적인 말을 들었다고 답했다.

또 호주 싱크탱크 로위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중국계 호주인 1천40명을 조사한 결과를 보면 37%가 최근 1년 사이 중국계여서 차별적 또는 비우호적 대우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모욕적인 이름으로 불린 적 있다는 응답자는 31%였고 물리적 공격이나 위협을 받았단 응답자는 18%였다.

반아시아계 증오범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대유행하기 시작한 작년에만 두드러진 현상은 아니다.

재작년 스페인 정부는 스페인에 거주하는 아시아계 국민 2.9%가 증오범죄 피해자라고 밝혔다. 프랑스에서는 재작년 파리에서만 이틀에 한 번꼴로 아시아계 증오범죄가 발생했다는 시민단체 추산이 나왔다.

다만 코로나19가 반아시아계 증오범죄 증가세에 기름을 부은 것은 맞다.

CNN은 "일부 서구 정치인은 지난해 코로나19와 중국의 연관성을 반복해서 강조하고 반중국 발언을 늘렸다"라면서 "이런 상황에 동아시아계와 남동아시아계가 인종차별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늘었다고 활동가들은 지적한다"라고 전했다.

아시아계가 털어놓는 경험들은 증오범죄가 일상에서 빈번히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영국서 유학 중인 싱가포르인 케이 렁은 길에서 꽃을 사달라는 상인의 요구를 거절했다가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소리를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거리에서 더 많은 눈초리가 느껴지긴 하지만 인종차별이나 모욕이 새롭지는 않다"라면서 "2016년 런던에 유학 온 이후 늘 마주했다"라고 말했다.

중국계 미국인 토마스 시우는 작년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증오범죄를 겪었다.

그는 작년 3월 남성 2명이 코로나19 관련 모욕적인 언사를 퍼붓자 이전에 여러 번 비슷한 일을 겪었던 터라 소리치며 맞받았다가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당했다.

시우는 "사람들이 인정하지 않는 인종차별이 항상 존재한다"라고 말했다.

영국 사우샘프턴대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중국계 펑왕은 지난 2월 동네에서 달리기하던 중 자신에게 '중국 바이러스' 등 인종적인 모욕을 가한 남성 4명에게 항의했다고 폭행당했다고 CNN에 밝혔다.

그는 "가해자들이 나를 동물처럼 대했는데 그들이 한 짓은 문명이 아니며 오늘날 사회에서 벌어져서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전역서 최소 73명 목숨 잃어"…만달레이 26명·양곤 13명

시위 현장 부근이나 집에 있다가 무차별 총격에 희생

 

미얀마 군경에 의해 목숨을 잃은 어린이들 [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70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군경이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현지매체 이라와디는 지난 2월 15일부터 석달간 미얀마 전역에서 적어도 73명의 어린이들이 군경에 의해 살해됐다고 국민통합정부(NUG) 인권부 발표를 인용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중 다수는 시위 현장 부근에서 숨졌고 일부는 집안이나 근처에서 놀다가 군경의 무차별 총격에 목숨을 잃었다.

 

6살의 소녀 킨 미오 칫은 아빠에게 안겨있다가 집안에 들이닥친 군경이 쏜 실탄에 맞았고, 11살 소녀 에 미앗 투는 집 앞에서 뛰어놀다가 머리에 총을 맞았다.

지역별로는 2대 도시인 만달레이에서 사망자가 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13명이 숨졌다.

 

소수민족 반군과 미얀마군의 교전이 벌어지고 있는 서부 친주나 중부 사가잉 지역, 동부 카야주 등에서 사망한 어린이들은 이번 집계에 포함하지 않았다고 국민통합정부 인권부는 밝혔다.

그러면서 조만간 미얀마군의 공습으로 숨진 소수민족 어린이들까지 포함해 새로운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1일에도 카친주 모마욱에서 13살 된 아웅 데가 정부군의 포격에 목숨을 잃었다.

 

친주 떼딤에서도 최근 폭탄 공격으로 10살 어린이가 숨지고 6살, 10살 된 어린이 두명이 다쳤다.

한편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저항 시위를 유혈진압하면서 지금까지 828명이 숨졌다.

 

토탈, 미얀마 합작회사에 현금지급 중단…"군부 자금줄 끊겨"

 

    프랑스 에너지기업 토탈 [AFP=연합뉴스]

 

프랑스 대형 에너지기업 토탈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의 돈줄로 꼽히는 합작 법인에 현금 지급을 중단했다.

토탈은 미얀마 군부가 관리하는 국영 석유·가스 회사 MOGE 등과 합작으로 설립한 가스 수송회사 MGCT의 지난 12일 주주총회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AFP 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불안정한 미얀마의 상황에 비춰봤을 때 주주들에게 현금 분배가 중단된 시점은 지난달 1일부터로 볼 수 있다고 토탈은 설명했다.

 

MGCT 지분은 토탈이 31%, 미국 정유 기업 셰브런이 28%, 태국 국영 석유기업 PTTEP가 25%, MOGE가 15%씩 나눠 갖고 있다.

MOGE가 천연가스를 판매해 벌어들이는 돈은 연간 10억 달러(약 1조2천억원)에 달한다.

이 수익은 미얀마 군부로 흘러 들어가기에 국제 시민·인권단체는 토탈과 셰브런 등에 대금 지급 중단을 촉구해왔다.

 

토탈은 "미얀마에서의 폭력과 인권유린을 규탄한다"며 유럽연합(EU)이나 미국이 미얀마 군부를 제재한다면 이를 따르겠다고 했다.

다만 토탈은 미얀마와 태국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일이 없도록 가스 생산은 계속하겠다고 덧붙였다.

MGCT 송유관은 토탈이 운영하는 야다나 가스전(田)에서 생산한 천연가스를 미얀마와 국경을 접한 태국까지 전달한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고, 항의하는 시민들을 탄압하는 과정에서 8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

 

미얀마의 비극…'유혈진압' 형은 승진, '반 군부' 동생은 고문사

동생 1988년부터 민주화운동…형은 쿠데타 후 차관 겸 경찰청장

 

군경에 끌려갔다 숨진 꼬 모 소 흘라잉(왼쪽)과 내무차관 겸 경찰청장인 형 [이라와디 캡처]

 

쿠데타 군사정권의 핵심 인사를 형으로 둔 한 민주화운동 인사가 군경에 체포됐다가 사망했다.

2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오랫동안 민주화운동을 해온 꼬 소 모 흘라잉(53)이 이틀 전 사망했다.

꼬 소 모 흘라잉은 지난 22일 바고 지역의 자웅 투 마을에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군부 정보원의 밀고로 체포됐다.

그는 체포 당시 군경이 휘두른 총 개머리판에 머리를 심하게 맞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뒤 밤에 그의 아내는 남편이 숨졌다는 사실을 전화로 통보받았다.

 

꼬 소 모 흘라잉의 친구들은 그가 군사정권에 반대하는 굳은 정치적 신념 때문에 고문을 당해 숨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1988년 민주화운동 당시부터 민주화 관련 활동을 해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1988년 당시 군사정권에 저항한 첫 학생 무장단체인 전(全) 버마학생민주전선(ABSDF)에서도 활동했다.

이후 그는 아웅산 수치 석방을 요구하는 학생 운동 등에 참여했다가 체포돼 13년간 옥살이를 하기도 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석방 이후 그는 바고 지역에서 지역 개발과 주민 복지를 위한 활동을 벌였고, 아이들에게 무료로 가르치기도 했다.

 

이는 군부 핵심 인사로 악명이 높은 형과는 전혀 다른 삶이라고 매체는 보도했다.

형인 딴 흘라잉 중장은 2월1일 쿠데타 이후 내무부 차관 겸 경찰청장으로 승진했다.

그는 쿠데타 이후 군경이 미얀마 국민을 상대로 자행한 잔인한 유혈진압의 원흉 중 한 명으로 꼽힌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군경 폭력에 사망한 이는 827명에 달한다.

꼬 소 모 흘라잉과 함께 옥살이했던 한 정치범 출신 인사는 매체에 "그의 가족은 군부 출신이었지만, 그는 전 생애를 통해 시위 참여부터 학생 무장단체 가입 등에 이르기까지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위해 할 수 있는 걸 다했다"며 추모했다.

그는 아내와 다섯 자녀를 두고 있다.

 

"수치, 미얀마서 무슨일 일어나는지 알지 못해…모든 정보 차단“

쿠데타 넉달만에  변호인들 첫 접견…"어디서 지내는지조차 정확히 몰라"

군부 민주진영 정당 NLD 강제해산 방침  "국민 있는 한 존재할 것" 비판

 

              아웅산 수치

 

미얀마 군부에 의해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75) 국가고문이 쿠데타 이후 벌어진 유혈 상황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자신이 현재 가택연금 장소가 정확히 어디인지도 모를 정도로 철저한 '정보 통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수치 고문은 쿠데타 113일째인 24일 처음으로 가택연금에서 벗어나 수도 네피도의 특별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군부가 수치에게 뒤집어씌운 각종 범죄 혐의와 관련한 재판을 위해서다.

군부는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수치 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을 가택 연금했다.

수치 고문은 이후 불법 수입한 무전기를 소지·사용한 혐의(수출입법 위반)를 비롯해 지난해 11월 총선 과정에서 코로나19 예방 수칙을 어긴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 등 여러 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수치 고문은 이날 공판에 앞서 변호인단과 약 30분간 접견했다.

공판은 그동안 화상으로만 진행돼 수치 고문이 가택연금 이후 변호인단과 직접 만난 것도 이날이 처음이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변호인단이 접견 후 언론과 만나고 있다. [AP=연합뉴스]

 

변호인단을 이끄는 킨 마웅 조는 접견 후 언론과 만나 수치 고문이 건강해 보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치 고문은 현재 자신이 정확히 어디에 가택연금 돼 있는지조차 알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은 또 수치 고문이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외부 세계와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dpa 통신은 변호인단이 "수치 고문은 지금 미얀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수치 고문은 또 접견 과정에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은 국민을 위해 창당됐기 때문에 국민이 있는 한 존재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변호인단은 전했다.

이는 지난 21일 군사정권 연방선관위가 작년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면서, 총선에서 압승한 NLD에 대한 강제 해산 입장을 밝힌 데 대한 반박으로 보인다.

NLD는 1988년 미얀마 민주화 운동 당시 수치 고문이 야당 인사들과 창당했으며, 이후 각종 선거에서 압승을 거둬 군부에는 '눈엣가시'다.

 

한편 AFP 통신은 공판이 진행된 특별법정 인근에는 경찰 트럭들이 길목을 막아서는 등 삼엄한 경비가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변호인들은 수치 고문과 접견장에 군부 측에서 배석하지는 않았지만,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고 전했다.

변호인단 일원인 민 민 소는 수치 고문이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는 항상 머리에 꽃을 꽂았었지만, 이날은 그렇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다음 공판은 내달 7일로 예정됐다.

앞서 쿠데타를 일으킨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22일 공개된 홍콩 봉황TV와의 인터뷰에서 "수치 고문이 집에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으며 수일 내로 재판에 출석한다"고 밝힌 바 있다.

 

'휘발유 뿌려 불태우고, 흉기로 찌르고'…미얀마 테러 공포 확산

     NLD 의원 피살…'저항 운동' 시인 휘발유 테러 당해 숨져

     같은 수치 고문 이끄는 당 소속 의원도 군부에 체포돼

 

         피살된 NLD 소속 하원의원인 사이 깐 눈 [이라와디 사이트 캡처]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국제사회가 폭력중단을 호소하고 있지만 현지에서 괴한에 의한 테러가 연일 발생해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17일 현지매체인 이라와디에 따르면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하원의원인 사이 깐 눈이 지난 15일 오후 샨주의 코 야웅 마을에서 흉기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시뽀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된 그는 피습 당시 여행중이었다.

아직까지 용의자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뒤 NLD 소속 정치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테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에는 NLD 마궤 지역위원장과 17살된 조카딸이 군부와 연계된 통합단결발전당(USDP) 지지자들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군부에 의해 체포된 3명의 NLD 소속 정치인들도 구금중 사망한 바 있다.

 

지난 14일 오후에는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에서 시인 세인 윈(60)이 괴한으로부터 휘발유 테러를 당해 숨졌다.

목격자에 따르면 괴한은 윈의 머리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인뒤 달아났다.

윈은 즉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고 결국 숨졌다.

 

그는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몽유와에서 반군부 거리 시위에 참여했으며, 젊은 시위 지도자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유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의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치인 한명이 군부에 의해 추가로 구금됐다.

 

NLD 소속인 틴 민 투 의원이 이틀전 집에서 체포됐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에야와디주의 판타나우 지역에서 출마해 당선됐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지난 2월 1일 군부 쿠데타 이후 구금된 사람은 3천998명에 달한다.

 

미얀마군 포탄·자동소총에 시민군 19세기 엽총으로 맞서

 "정부군, 민닷서 인간방패 내세우고 민간인 조준 사격“

 

미얀마 쿠데타 사태가 길어지면서 "스스로 목숨을 지키자"며 전국 곳곳에서 시민방위군과 자경단이 조직되고 있다.

정부군이 포탄·자동소총에 헬기·드론까지 띄워 시민군 토벌 작전을 벌이는 반면 시민들은 19세기 기술로 만든 조악한 사제총기로 맞서는 상황이다.

 

17일 이라와디 등 미얀마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정부군은 지난 15일 서부 친주 산악지역 민닷(Mindat) 지역을 포위하고 헬기를 투입한 공중작전과 지상 작전을 펼쳐 민간인 최소 5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또, 민닷 지역 시민군 8명이 숨지고, 20명 정도가 다쳤다.

 

약 2만명의 주민이 사는 민닷 지역은 쿠데타 발생 후 주민들이 시민군을 조직해 군경과 무력 충돌을 빚어왔다.

미얀마 군부는 민닷 지역에서 군경 사망자가 늘자 이달 13일 해당 지역에 계엄령을 내린 뒤 병력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시민군 소탕 작전을 벌였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군부가 포탄과 헬리콥터를 사용해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는 바람에 민간인들을 구하기 위해 전술적으로 후퇴했다"고 발표했다.

친주의 인권단체(CHRO)는 "군인들은 민닷 지역을 공격하면서 민간인을 조준 사격하고, 인간방패로 내세우는 등 전쟁범죄를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정부군은 민닷 지역 시내로 진입하면서 주민들을 무차별 검거한 뒤 최소 18명을 '인간 방패'로 내세웠고, 시민군들이 이들 때문에 반격할 수 없어 퇴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닷 지역 시민군은 16일 오전 정부군 150명을 수송하는 차량 9대를 공격하며 반격에 나섰다.

사제 공기총으로 군경과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AP=연합뉴스]

 

이처럼 시민군이 목숨을 걸고 정부군에 저항하고 있지만, 무기부터 차이가 크다.

시민군이 들고 싸우는 무기는 19세기 방식으로 집에서 만든 엽총, 사제폭탄뿐이지만 정부군은 기관총과 자동소총, 수류탄, 유탄발사기까지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군경은 시민들의 무장 저항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해 '싹을 잘라야 한다'는 전략으로 초기 진압에 집중했지만, 총을 드는 시민은 점점 늘고 있다.

칼레이 지역 시민군은 "우리는 제대로 된 무기가 없다. 대원 10명이 있다고 치면 6명만 사냥총, 공기총이 있고 나머지는 그마저 없다"며 "하지만 우리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카니 지역 시민군은 "정부군과 맞붙은 날 우리 대원 중 일부는 공기총을, 나머지는 새총을 들고 있었다"며 "우리가 가진 공기총은 한 번 쏘고, 다시 장전해 쏘는데 3분이 더 걸린다. 재장전하는 동안 새총을 열심히 쏘긴 했지만, 약 4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증언했다.

 

민닷 지역 시민군 소탕 작전을 접한 양곤 주재 미국 대사관은 "군부는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 민간인에 대한 전쟁 무기 사용은 정권이 권력 유지에 얼마나 깊이 빠져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성명을 냈다.

 

미얀마 반군부 시인, 휘발유 부은 괴한에 산채로 불태워져

목격자 "머리 위로 휘발유 붓고 불 질러"…시인들 잇따라 참변

 

             괴한이 머리에 휘발유를 끼얹어 불을 붙여 숨지게 한 시인세인 윈.[SNS 캡처]

 

쿠데타로 집권한 군부 정권 반대 활동을 해온 미얀마의 한 시인이 몸에 휘발유가 부어진 채 산채로 불태워졌다고 현지 매체가 전했다.

16일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사가잉 지역 몽유와에서 지난 14일 오후 시인인 세인 윈(60)이 끔찍한 죽임을 당했다.

윈의 친구이자 목격자인 따잉 아웅은 매체에 "14일 오전 내 집에서 윈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가 갑자기 오더니 휘발유를 그의 머리 위에 붓고 불을 질렀다"고 말했다.

"나는 소리를 지르고 윈의 몸에 붙은 불을 끄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윈은 즉시 몽유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온몸에 심한 화상을 입어 그날 밤 오후 11시께 숨졌다고 그는 덧붙였다.

윈은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세운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오랜 지지자였으며, 1998년 민주화운동 당시부터 정치권에서 활동해왔다고 매체는 전했다.

그는 지난 2월 쿠데타 이후에는 몽유와에서 반군부 거리 시위에 참여했다. 그러면서 젊은 시위 지도자들과도 관계가 밀접했다고 미얀마 나우는 설명했다.

윈은 자선단체에서 일했고, 시를 쓰는 것도 좋아해 여러 잡지에 그의 시가 실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동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범죄를 저지른 이는 아웅 코로 신원이 밝혀졌지만, 전날까지 경찰에 잡히지 않은 상태다.

몽유와의 한 동료 시인은 미얀마 나우에 "이번 사건의 동기가 사적인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일일 보고서에서 "이런 잔혹 행위들은 군부에 반대하는 이들에 더 적대적으로 되고 있는 군사정권 테리리스트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자행되고 있다"며 군부가 배후인 범행으로 단정했다.

쿠데타 이후 대도시가 아님에도 반군부 거리시위가 꾸준히 이어진 몽유와에서는 쿠데타 이후 최소 9명의 시민이 군부의 폭력에 의해 사망했다.

이 중 시인인 크 자 윈과 찌 린 아이가 지난 3월 거리시위 도중 총격에 희생됐으며, 몽유와에서 활동하며 작품을 통해 반 쿠데타 운동을 벌이던 시인 켓 띠도 최근 군경에 끌려가 신문을 받다가 장기가 사라진 채 주검으로 되돌아왔다.

켓 띠는 "그들은 우리의 머리를 쏘지만, 혁명은 우리 심장에 살아있음을 모른다"는 등의 시로 반군부 저항 의지를 북돋웠다.

 

미얀마 반군부 시인 구금 중 사망…아내 "장기 없는 시신으로"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 시민 780명 사망…시인 최소 3명 포함

 

반군부 미얀마 시인 구금 중 사망…아내 "장기 없는 시신으로" [트위터 @mininilay]

 

미얀마 반군부 활동을 벌이던 시인이 군경에 끌려가 고문받은 뒤 장기 없는 시신으로 돌아왔다고 가족이 폭로해 충격을 주고 있다.

10일 미얀마 현지 매체와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8일 사가잉 지역에 사는 시인 켓 띠(Khet Thi)가 아내와 함께 무장 군경에 끌려갔다.

 

켓 띠는 "그들은 머리를 쏘지만, 가슴 속의 혁명은 알지 못한다"는 문장을 쓰는 등 작품을 통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저항'을 표시해왔다.

켓 띠의 아내는 "지난 토요일 군경에 끌려가 남편과 떨어져 각각 신문 받았다"며 "그들은 다음 날 아침 내게 전화해 몽유와의 병원으로 와 남편을 만나라 했다"고 말했다.

 

이어 "병원에 도착했더니 남편은 영안실에 있었고 장기가 제거돼 있었다"며 "병원 측은 남편의 심장에 문제가 있었다고 했지만 조작한 것이 분명하기에 사망진단서를 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그의 아내는 "군인들이 남편의 시신을 매장하려 했지만, 시신을 제발 돌려달라고 간청했다"고 덧붙였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 "시민 누적 780명 사망" [AAPP 트위터]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켓 띠는 신문소에서 고문을 당한 뒤 병원에서 숨졌다"고 발표했다.

켓 띠의 친척들은 시신에 고문당한 흔적이 남아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주장에 대해 외신들이 사실 확인을 요구했으나 미얀마 군부 대변인은 응답하지 않았다.

군경에 끌려갔다가 시신으로 돌아온 시민은 켓 띠가 처음이 아니다.

 

특히, 시신을 돌려받고 보니, 장기가 사라졌다는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다.

네티즌들이 군경의 '장기 탈취 밀매' 의혹을 제기하며 올려놓은 사진을 보면 시신의 가슴 부위나 배 부위에 길게 봉합한 자국이 있다.

 

           "반환된 시신에 봉합 자국…군경의 장기 밀매 의혹" [트위터 @ThinOhn1]

 

미얀마에서는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반군부 시위대를 유혈진압 하면서 시민 780명이 숨지고, 4천899명이 체포됐다.

각계각층에서 '민주화 시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문화계 인사들도 열정적으로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했다.

 

켓 띠를 포함해 미얀마 시인 최소 3명이 군경에 살해당했다.

3월 초 몽유와에서 반군부 시위에 참여하다 총에 맞아 숨진 시인 크 자 윈(39)과 켓 띠는 친구 사이였다.

켓 띠는 2012년 회사를 그만두고 시를 쓰는 일에 집중하면서 생계유지를 위해 아이스크림과 케이크를 만들어 팔았다.

그는 쿠데타 발생 후 쓴 시에서 "나는 불의를 지지하고 싶지 않다. 만약 내게 살 시간이 1분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1분을 내 양심을 깨끗이 하는 데 쓰고 싶다"고 적었다.

 

미얀마 군부, 시위대 잡으려 생후 20일 신생아까지 인질로

남은 아들엔 "아빠한테 전화해라"…인권단체 "인질 60명 달해"

 

군경의 시위대 색출 과정에서 붙잡힌 양곤 시민들. [AFP=연합뉴스]

 

쿠데타 반대 시위 및 시민불복종 운동 지도부 검거에 진력 중인 미얀마 군부가 생후 20일밖에 안 된 신생아까지 인질로 데려가는 반인도적 행위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8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남부 몬주 무돈 지역에서는 군경이 대규모 수색 작업을 펼쳤다.

반군부 거리시위를 주도해 온 딴 윈을 포함, 시위 지도부를 검거하기 위한 것이었다.

군경은 딴 윈을 찾지 못하자 집에서 그의 부인과 생후 20일 된 신생아를 데려갔다.

 

한 주민은 매체에 "딴 윈은 은신 중이라 당시 집에 없었고 부인과 아들 그리고 신생아만 있었다"면서 "군경은 출산한 지 얼마 안 된 부인과 그 아기를 데려갔다"고 말했다.

군경은 그러면서 남아있는 아들에게는 아빠에게 전화해 자신들이 엄마와 동생을 데려갔다고 말하라고 했다고 매체는 덧붙였다.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군부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공무원이나 반군부 거리 시위를 주도하는 이들에 대한 탄압을 강화하면서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6일 오전에도 이라와디 지역 파떼인에서 수배 중이던 시위대를 찾지 못하자 군경이 어머니와 동생을 데려갔다.

 

이라와디는 앞서 지난달 말 사제폭탄 제조 혐의로 수배 중이던 한 남성을 체포하지 못하자, 군경이 그의 60대 어머니와 28살 형을 인질로 잡아간 뒤 2주간 행방을 알려주지 않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AAPP는 "군사정권은 매일 시민들을 인질로 잡아가고 있다"며 "7일 현재 59명이 인질로 잡혀간 상태"라고 말했다.

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군경 폭력에 희생된 이는 774명이며, 체포·구금된 이는 4천849명에 달한다. 

 

"무장 시민들, 미얀마군 16명 사살"…시민방위군 위력 과시?

"재래식 소총 무장 200여명 총격전…지뢰로 미얀마군 차량도 파괴"

 

사제 공기총 등으로 군경과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AP=연합뉴스]

 

미얀마에서 무장한 시민들이 군과의 교전에서 최소 16명을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는 6~7일 이틀간 사가잉 지역의 카니구(區)에서 총격전이 벌어져 미얀마군 최소 16명이 숨지고 일부가 부상했다고 지역민들을 인용해 8일 보도했다.

 

7일의 경우, 미얀마군이 시민군 수색 작업을 벌이다 시민군과 충돌하면서 5차례 총격전이 벌어졌다고 지역민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 최소 8명과 시민군 7명이 숨졌다.

 

6일에는 여러 마을에서 온 200명 이상의 시민저항군이 사제 격발식 소총으로 무장한 채 친 뒨 강에서 선박에 폭발물 등을 싣고 온 미얀마군과 수 시간 동안 총격전을 벌였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또 같은 날 오전에는 지뢰를 이용해 미얀마군이 타고 있던 차량을 공격, 차량이 불에 타기도 했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 8명과 시민 2명이 각각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카니 지역 한 시민군은 매체에 "선출된 문민정부가 돌아올 때까지 그들과 맞서 계속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만달레이에서 사제 공기총을 들고 시위에 나선 시민. [EPA=연합뉴스]

 

시민들의 무장 투쟁은 지난 5일 미얀마 민주 진영인 국민통합정부(NUG)가 군부 유혈 탄압에 맞서기 위해 '시민방위군'(PDF)을 창설했다고 발표한 상황이어서 관심을 끈다.

NUG는 시민방위군 구성과 관련해 자세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다만 북서부 사가잉 및 중부 마궤 지역, 그리고 북부 친주를 중심으로 구성된 시민저항군과, 반군 캠프에서 군사 훈련을 받는 미얀마 청년들이 주축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 관측이다.

 

이와 관련, 군정 최고기구인 국가행정평의회(SAC) 대변인인 카웅 텟 소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의 무장 투쟁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텟 대변인은 "어떠한 범죄행위도 용인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대로 모든 수단을 활용해 그들을 소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카렌민족연합(KNU) 캠프에서 군사훈련을 받는 이들. [로이터=연합뉴스]

 

내전 양상 짙어지는 미얀마... 카렌 반군 "한달간 군인 200명 사살"

카렌 반군 미얀마군 400여차례 충돌… "카렌해방군 통합정부 지지 증명" 

"대령 등 미얀마군 194명 숨지고 220명 부상…카렌군은 19명 사상 그쳐"

 

카렌 반군이 살윈강변 미얀마군 전초기지를 불태우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소수 카렌족 반군이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군과 한 달여 동안 400여 차례 충돌해 약 200명을 사살했다고 주장했다.

 

양 측은 카렌민족연합(KNU)의 군사조직인 카렌민족해방군(KNLA) 5여단이 3월 말 미얀마군이 차지하고 있던 띠무타 지역 한 전초기지를 점령한 뒤로부터 카렌주는 물론 바고 지역에서도 충돌을 거듭해왔다.

5여단은 4월 말에는 태국 매홍손주와 국경을 형성하는 살윈강변의 전초기지를 점령하기도 했다.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KNLA 5여단 공보 대변인 소 클레 도 중령은 카렌주 매체 카렌공보센터에 3월27일부터 이달 초까지 양 측간 407차례 충돌이 빚어졌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 대령과 중령을 포함해 194명이 숨지고 220명이 부상했으며, KNLA 측에서는 9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고 도 대변인은 말했다.

한 달여 기간 미얀마군은 KNLA 5여단이 활동하는 지역에 27차례 공습을 했고, 47차례 포격을 가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카렌민족연합(KNU) 반군들이 열병식을 하는 모습. [KNU 제공/AFP=연합뉴스]

 

또 미얀마군은 KNLA 지역이 아닌 민간인 마을과 농지에 575발의 포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공습으로 민간인 14명이 숨지고, 28명이 부상했으며 가옥 20여 채와 학교 두 곳이 부서졌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 대변인은 지난달 이라와디에 KNLA의 미얀마군에 대한 공격은 지난해 총선에서 당선된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인사들이 주축이 돼 구성한 국민통합정부(NUG)를 지지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카렌주 파푼 지역과 바고 지역의 슈웨 찐, 냐웅레빈구(區) 등에서 쿠데타 및 공습으로 인해 4만명 가량이 집을 떠나 피신한 것으로 추산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또 노약자와 환자 등 약 1천명은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포 폭탄 · 헬기 격추 · 경찰서 급습 … 내전 양상

군부 맞설 ‘시민방어군’ 창설…‘무력투쟁’ 언급 없어

국민통합정부 “연방군 창설로 이어질 것” 설명

 

 

미얀마 군부에 맞서 출범한 임시정부 격인 국민통합정부(NUG)가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군 조직을 만들었다고 5일 밝혔다.

 

국민통합정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군부의 폭력과 공격으로부터 지지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민방어군’을 창설했다고 발표했다. 국민통합정부는 ‘시민방어군’이 연방군 창설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무장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으며 군과 본격적으로 무력투쟁을 벌일지도 밝히지 않았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사이에서는 군사정권에 맞서기 위해 연방군 창설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왔다. 현재 미얀마 곳곳에서는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이 사제 무기를 들고 정부군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김소연 기자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 "국영 석유회사·은행 제재해야"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에서 '군사 정부 자금줄' 압박 촉구

 

군부 해임에 불복한 '세 손가락 경례'를 한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

 

유엔 주재 미얀마 대사가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국영 석유가스기업과 은행을 제재할 것을 미국 정부에 촉구했다.

로이터통신은 초 모 툰 주유엔 미얀마 대사가 4일 미 하원 외교위원회에 나와 군부가 소유한 미야와디은행을 비롯해 국영 미얀마석유가스회사(MOGE) 및 외환거래은행(MFTB)에 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MOGE는 미국 쉐브론, 프랑스 토탈 등 거대 석유화학업체들과 미얀마 근해에서 가스전 합작 사업을 진행하면서 군부에 자금을 대는 것으로 알려졌고, MFTB는 미얀마 군부를 위한 외환 거래를 하고 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쿠데타를 주도한 군 장성들과 가족 및 그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를 상대로 제재를 가하고 있다.

 

초 모 툰 대사는 "미얀마는 현재 민주주의의 장애물을 목격하고 있다"면서 "현 위기는 지역 평화와 안보도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2월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시위 유혈진압 등 군사 정부의 행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왔다.

 

앞서 미 상원 의원들은 지난달말 MOGE에 제재를 가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서한을 바이든 행정부에 보냈다.

제프 머클리 민주당 의원,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의원 등 6명의 상원 의원들은 서한에서 미얀마 정부의 외화 자산 동결과 MOGE에 대한 제재를 요구했다.

 

NLD의원·시민불복종 참여 경찰 3명 사망…"상자 열자 폭발물 터져"

카친 반군, 공습 헬기 격추해 3명 숨져…경찰서도 급습해 서장 숨져

 

미얀마군 헬리콥터가 추락하면서 연기가 나는 모습. [트위터 캡처]

 

미얀마에서 정체 불명의 폭발로 반(反)군부 진영 인사 5명이 한꺼번에 숨지고, 반군 공격으로 군경이 잇따라 목숨을 잃는 등 내전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4일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께 바고 지역 내 피(Pyay) 마을의 한 가정집에서 강력한 폭발이 발생했다.

이 폭발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지역구 의원과,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해 온 경찰 3명 그리고 집주인 등 모두 5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들은 쿠데타 이후 이 집에 숨어 지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폭발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소포 폭탄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고 있다고 미얀마 나우가 보도했다.

한 지역 소식통은 매체에 "내가 알기로는 그들이 상자를 열자 폭발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다른 마을 주민은 폭발이 일어나자마자, 군경들이 탄 트럭 10대 가량이 마을에 도착했다고 전했다.

앞서 최대 도시 양곤에서는 최근 원인 미상의 폭발이 수 십 건 이어졌다.

군부는 이에 대해 사회 안정을 원하지 않는 폭도들의 소행이라고 비난해 왔다.

한편 북부 카친주에서는 반군 무장조직인 카친독립군(KIA)이 전날 오후 8시께 바모 지역의 경찰서를 급습, 만시구(區) 경찰서장이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KIA군의 경찰서 급습 과정에서 총격전도 벌어졌다고 매체는 전했다.

KIA 공보 담당인 노 부 대령은 이라와디에 경찰서 습격 사실을 확인했다.

노 부 대령은 매체에 "경찰도 시민들에 대한 폭력에 책임이 있다는 걸 모두가 알고 있다. 경찰도 군과 똑같다. 그래서 경찰서를 공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KIA는 전날에는 카친주 모마욱 지역에서 공습에 참여한 미얀마군 헬리콥터를 격추, 타고 있던 3명이 숨졌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소수민족 무장 조직이 공습을 벌인 미얀마군 항공기를 격추한 것은 쿠데타 이후 처음이다.

 

카친 반군, 공습 나선 미얀마군 헬리콥터 첫 격추

반군 점령 고지 기지 탈환하려 잇따라 공습 진행

 

미얀마 카친 반군이 3일 미얀마군 헬리콥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친독립군(KIA)은 이날 오전 10시께 북부 카친주 모마욱에서 공습에 나선 헬리콥터 1대를 격추했다고 KIA 공보장교인 노 부 대령이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밝혔다.

 

노 부 대령은 "격추는 오전 10시20분께 이뤄졌으며, 이 공격으로 함께 비행하던 전투기 2대는 달아났다"고 말했다.

미얀마군이 제트기와 헬리콥터를 동원해 공습에 나서자, 이에 반격하는 과정에서 헬리콥터를 격추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한 명도 이라와디에 "꼬리회전 날개에 (총탄을) 맞고 헬리콥터가 추락했다"면서 "꼬리회전 날개에서 연기가 나는 걸 봤다"고 말했다.

 

2월1일 쿠데타 이후 공습에 나선 미얀마군 군용기가 격추된 것은 처음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9일 오전 2시께에는 KIA 반군이 군용 헬리콥터가 이·착륙하는 바모 비행장에 포 공격을 하기도 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카친주에서는 KIA가 모마욱 지역 내 중국 국경과 인접한 고지의 알로붐 기지를 지난 3월25일 점령한 뒤 이를 재탈환하려는 미얀마군의 공습이 6차례나 이어지는등 충돌이 격화하고 있다.

 

그러나 미얀마 군은 기지 점령에 실패했고 지난 29일 하루에만 카친독립군의 반격으로 20명이 숨졌다고 현지 언론인 미얀마 나우는 보도했다.

 

양 측간 충돌이 계속되면서 인근 10개 마을 주민 5천명 이상이 집을 떠나 피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지에 있는 알로붐 기지는 KIA 사령부로 가는 길목에 있는 군사시설로, 주도인 미치나와 바모 사이 지역에 대한 군사적 우위를 차지하는데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시위대 최소 8명 사망…아세안과 ‘폭력 중단’ 합의 뒤 최악

제2차 봄의 혁명 날…1~2일 만달레이·사가잉 등서 군경 총격에 희생

 

2일(현지시각) 미얀마 만달레이의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에서 시민들이 저항을 상징하는 세 손가락 경례를 하며 행진을 하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 전역에서 1~2일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졌고, 군부가 이를 강경 진압해 적어도 8명의 시민이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과 미얀마 군부의 ‘즉각적인 폭력 중단’ 합의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다.

 

2일 미얀마 현지 매체 <킷 팃 미디어>와 <미지마>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만달레이와 샨주 등에서 1~2일 수천~수만명이 참여하는 쿠데타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군부는 총격을 가하는 등 강경 대응해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1일에는 샨주 쿠카잉 지역의 자동차 부품 판매상이 사복 군경의 총격을 받고 사망했다. 2일에는 사가잉주의 웻렛 지역에서 군경의 총격으로 2명이 사망했고, 만달레이에서도 군경 총격으로 2명이 목숨을 잃었다. 샨주 티보와 나웅초에서는 각각 1명이 사망했고, 카친주 파칸 지역에서는 머리에 총상을 입은 남성이 사망했다.

 

미얀마에서는 2일을 ‘제2차 봄의 혁명의 날’로 정하고 대대적인 시위를 벌였다. 이날 미얀마뿐만 아니라 한국 창원 등 세계 15개국 31개 도시에서 ‘세계 미얀마 봄 혁명의 날 공동행동’으로 같은 집회가 열렸다.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에서는 군경의 경비가 삼엄해 시위대가 갑자기 모였다가 흩어지는 방식으로 시위를 했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달 24일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해 ‘즉각적 폭력중단’ 등 5개 조항에 합의한 바 있는데, 합의 이틀 만인 지난달 26일 3명의 시민을 사살해 사실상 합의를 백지화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앞서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유엔 미얀마 특사는 지난달 30일 아세안과의 ‘폭력 중단’ 합의에도 미얀마 군부가 시민들에 대한 탄압을 멈추지 않는다며 “국제사회가 공동 대응에 나서지 않으면서 미얀마는 폭력 사태가 심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군부의 유혈진압, 체포와 고문에도 불구하고 민주세력의 저항운동이 계속되고 있어 이대로 가다가는 국가 운영이 정지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

 

아세안 '폭력 중단' 합의 당일에도 미얀마 시민들 총 맞아 숨져

청년과 50살 시민 등 2명 사망·다른 청년 1명 부상

"총 맞아 의식 불명인 상태서도 마구 구타"

 인권단체, 아세안 정상회담 실효성에 의문

 

       24일 미얀마 만달레이 찬미야타지 마을에서 군경의 총에 맞아 쓰러진 한 청년.[미얀마 나우 캡처]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10개 회원국이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 '폭력 중단'에 합의한 24일에도 군경의 총격으로 유혈 사태가 벌어졌다.

25일 현지 매체인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전날 중부 만달레이 지역의 찬미야타지 마을에서 한 청년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

이날 오전 10시30분께 군경이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상대로 검문에 나서자 한 청년이 군경의 주의를 분산하기 위해 도로에서 타이어에 불을 질렀다.

이에 군경은 사격을 가해 현장에서 청년을 살해한 뒤 곧바로 시신을 차량에 옮겨 싣고 사라졌다.

한 목격자는 "청년이 총에 맞아 쓰러진 뒤 의식이 없는 상태였지만 경찰은 그를 마구 때렸다"면서 "시신을 옮긴 뒤에는 청년이 도로 위에 흘린 피를 씻어냈다"고 전했다.

 

       구조대원들이 24일 마하 아웅미아이에서 총상을 입은 청년을 구급차에 싣고 있다.

 

인근 마하 아웅미아이 마을에서도 군경은 총격을 멈추지 않았다.

같은 날 오전 군경은 반군부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사격을 가해 20살 청년이 등과 가슴에 총상을 입었고 5명이 체포됐다.

구조대원은 "청년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은 인근 주민이었다"고 말했다.

또 체포된 시민들은 현장에서 소총 개머리판으로 마구 두들겨 맞았다고 전했다.

수도 네피도에서도 희생자가 나왔다.

AFP통신은 군경이 이곳에서 벌어진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50세 시민을 붙잡은 뒤 사살했다고 목격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도 이날 성명을 내고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날에 적어도 시민 1명이 살해됐다"고 밝혔다.

AAPP는 "정상회의가 진행되는 와중에도 무고한 시민과 평화 시위 참가자들이 살해되고 다쳤다"고 전하면서 "군부가 계속 테러를 자행한다면 아세안은 무엇을 할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 즉각적인 정치범 석방이 합의문에 반영되지 않은데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면서 이번 합의의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에 따르면 군부 쿠데타 발생 이후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지금까지 748명이 숨지고 3천389명이 구금된 것으로 집계됐다.

한편 미얀마 사태 해결책을 논의하기 위해 24일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특별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 회원국 대표들은 즉각적인 폭력 중단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미얀마를 대표해서는 쿠데타를 주도한 군부의 리더인 민 아웅 흘라잉 장군이 참석했다.

 

미얀마 저항운동 청년리더 '판다' 징역 28년형 위기

살인·불법 집회·감금·납치·선동 5개 혐의

모친 "사건 당일 집에 은신…증거 없어"

 

반군부 시위를 이끄는 웨이 모 나잉과 체포 후 그의 모습.

 

최근 미얀마 군경에 체포된 젊은 시위 지도자 '몽유와의 판다' 웨이 모 나잉(26)이 살인 등의 혐의로 최대 징역 28년형이 선고될 상황에 처했다.

25일 미얀마 나우에 따르면 중부 사가잉 지역의 몽유와 법원에서 지난 23일 열린 웨이 모 나잉에 대해 살인, 불법 집회, 감금, 납치, 선동 등 5개 혐의가 적용됐다.

혐의가 모두 확정되면 최대 28년의 징역형이 선고된다.

 

그의 변호인은 "당국이 의뢰인 접견을 막고 있으며 구금 장소도 모른다"면서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는 것만 알 뿐"이라고 전했다.

웨이 모 나잉은 지난 3월말 발생한 경관 2명 살해 사건에 연루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그러나 그가 범죄에 연관된 증거는 없으며, 사건 당일 집에 숨어있었다고 웨이 모 나잉의 어머니는 전했다.

다음 심리는 내달 5일 열린다.

 

살이 찐 외모 때문에 '몽유와의 판다'라고도 불리는 웨이 모 나잉은 몽유와대 학생회장 출신으로 몽유와에서 반 쿠데타 시위를 이끌면서 이름을 알렸다.

그는 지난 15일 오토바이를 탄 채 시위를 벌이다 갑자기 돌진한 민간 차량과 충돌해 길바닥에 쓰러진 뒤 군경에 의해 끌려갔다.

이후 두 손이 뒤로 묶인 채 얼굴에 피멍이 들어 있는 그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군부가 공개하면서 가족과 지인들은 그의 안전을 우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마워요, 한국”…미얀마 시민 SNS 캠페인 퍼져

 

한 미얀마 시민이 페이스북에 ‘#고마워요 한국’ 캠페인의 일환으로 공유한 사진. 페이스북 갈무리

 

“고마워요, 한국(#ThanksKorea)”

 

미얀마 시민들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해시태그와 함께 한국에 대한 감사를 표현한 글과 사진을 게시하는 ‘고마워요 한국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1일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미얀마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를 한결 같이 지지해 온 한국 정부와 시민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지속적인 관심을 요청하려는 취지다.

 

한 미얀마 청년은 23일 오후 페이스북에 한글로 올린 ‘고마워요 한국 캠페인’이라는 글에서 “현재 미얀마를 응원해주고 같이 싸워주고 있는 한국에 대한 미얀마 청년들의 서툰 감사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항상 마음속으로 고맙게 생각하며 이번 일을 통해 한국이 얼마나 좋은 이웃인지 뼛속까지 느꼈다”며 “이 악몽이 끝나고 미얀마의 봄이 찾아올 때까지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적었다.

 

함께 게시한 두 장의 사진 속에는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에이포(A4) 용지에 인쇄한 손팻말을 든 채 환하게 웃고 있다. 종이에는 한글로 ‘미얀마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시고 민주화 운동에(을) 지지해주셔서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미얀마를 웅(응)원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트위터에서도 위와 같거나 유사한 ‘고마워요 한국’ 게시글이 공유되고 있다. 비슷한 내용을 영어로 적은 글도 다수 눈에 띈다. ‘밀크티 동맹 미얀마’라는 영어 트위터 계정을 사용하는 시민은 영어로 “미얀마에 있는 다수의 케이-팝/케이-드라마 팬덤과 시민들은 미얀마에 대한 한국의 아낌없는 지지에 대해 감사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한 미얀마 시민이 트위터에 ‘고마워요 한국’ 메시지와 함께 올린 사진. 트위터 갈무리

미얀마 시민들은 한국에 대한 감사 표명과 함께, 미얀마 국민통합정부(NUG)를 공식 합법 정부로 인정해달라는 요청도 잊지 않았다. 쿠데타 이전 아웅산 수치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의원들이 주축이 되어 꾸린 임시정부 성격의 연방의회대표위원회(CRPH)는 지난 16일 국민통합정부 출범을 공표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민주주의민족동맹의 압승으로 끝난 지난해 11월 총선이 부정선거라며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다. 시민단체 정치범지원연합(AAPP) 집계를 보면, 쿠데타 이후 22일 현재까지 739명이 숨졌으며 3379명이 체포·기소되거나 형을 선고받았다. 전정윤 기자

 

공포심 심으려…? 미얀마 청년들 고문당한 사진들 또 공개됐다

17일 양곤서 체포 … 공포심 조장하려 군부가 유출한 듯

군부 폭력 속 한국 가수 스컬의 미얀마 위로곡 잔잔한 호응

 

미얀마 소셜네트워크에 확산되고 있는 청년들의 사진으로, 17일 양곤에서 군경에 체포된 뒤 구타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사가잉주 몽유와에서 지난 15일 ‘민주화 구심’ 웨이 모 나잉(26·몽유와의 판다)이 군경에 체포돼 구타 당한 사진이 공개된 데 이어,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청년 10여명이 고문 당한 사진이 퍼지고 있다.

19일 김영미 분쟁지역 전문 피디(PD)가 현지 해직 기자 네트워크를 통해 입수한 자료를 보면, 양곤 얀킨의 행정시설이 폭탄 공격을 받은 뒤 군경이 당일 밤과 이튿날 아침 부근을 수색해 최소 10명의 청년을 체포했다. 얀킨에서는 지난 17일 오후 2시께 행정시설에서 사제 폭탄 세 개가 터져 군경 세 명이 중상을 입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이날 오후 4시15분께 양곤 우 위사라 도로의 입구에서도 또다른 폭탄이 터졌으나, 부상자는 없다고 이 매체가 전했다.

 

한 소식통은 “군경은 한 명을 붙잡으면, 다음 집을 수색해 또 체포했다”며 “여러 곳에서 체포가 이뤄졌다”고 말했다. 군경은 주요 교차로에서 차량도 수색해 체포했다.

이날 군경에 체포돼 구타당한 것으로 보이는 청년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도 공개됐다. 얼굴에 상처를 입거나 피를 흘리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 일부 사진은 동일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심하게 얼굴이 망가졌다. 현지에서는 시민들에게 공포심을 심어주기 위해 군경이 일부러 사진을 유출했다고 추정한다.

현지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 집계를 보면, 2월1일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이후 18일 현재까지 3229명이 체포·기소되거나 선고받았다. 미얀마 설 연휴 기간인 13~17일 최소 26명이 숨진 것을 포함해, 이날까지 총 737명이 숨졌다.

 

미얀마 군부의 무차별적인 잔학 행위 속에서, 한국 레게 가수 스컬이 부른 노래가 미얀마 시민들에게 잔잔한 호응을 얻고 있다. 스컬과 래퍼 겸 프로듀서 김디지가 미얀마 시민들을 위로하고 응원하려고 만든 곡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모두 잘 될 거야)는 지난 15일 국내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공개됐다. ‘에브리싱 윌 비 오케이’는 지난달 초 시위 도중 숨진 19살 소녀가 입고 있던 티셔츠에 새겨진 문구로, 미얀마 시위대의 희망을 상징한다.

 

19일 현재 뮤직비디오 조회 수는 6만여 회인데, 18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당신들의 위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이다” 등 미얀마 시민들이 단 댓글이 대부분이다. 현지의 한 한국 교민은 <한겨레>에 “인터넷 사정이 매우 좋지 않은데, 댓글이 많이 달려 놀랐다”며 “노래를 들은 주변 미얀마 친구가 내게 고맙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소수민족 중요 변수로…반 군세력 · 군부 양쪽서 구애

‘소수민족과의 연대투쟁, 80% 성사’…임시정부 외무장관 밝혀
카렌 · 카친 등 최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연방군’ 구성 논의
소수민족 시민도 반군부 시위와 연대 행진…일부는 군부 협력

 

20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진압에 맞서기 위해 바리케이드를 친 채 서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미얀마 위기에서 소수민족들이 중요 변수로 등장했다. 미얀마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버마족 중심의 중앙정부 통치에 맞서 무장투쟁 등을 벌여온 소수민족에게 반군부 세력뿐만 아니라 군부 역시 구애를 보내고 있다.

군부 쿠데타로 무너진 민간정부를 대신하는 ‘임시정부’를 표방하는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의 외무장관인 진 마 아웅 의원은 20일 <미얀마 나우>에 소수민족과의 반군부 연대투쟁에 대해 “우리는 거기에 약 80% 다가갔다”며 “우리는 하나의 단결된 목소리를 가지려고 한다”고 말했다.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의원들로 구성된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는 지난 13일 군부독재를 타도하는 임시혁명정부를 표방하고는 소수민족 무장투쟁 조직들과 연대하는 반군부 투쟁을 선언한 바 있다. 이 조직에서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된 만 윈 카잉 탄 전 상원의장은 페이스북에 올린 성명에서 “이 혁명은 수십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고통받아온 모든 민족 형제들이 정말로 희구하는 연방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합치는 기회”라고 적었다. 소수민족에게 반군부 공동투쟁을 하자는 제안이다.

진 마 아웅 의원은 미얀마 내의 최대 소수민족이자 무장투쟁 조직을 갖춘 카렌족의 카렌민족연맹(KNU), 샨족의 샨주회복위원회(RCSS), 카친족의 카친독립군(KIA) 등 2015년 미얀마 중앙정부와 ‘범국가휴전협정’(ACA)을 맺은 소수민족단체들이 이 협상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방연합을 향해 일하는 것은 우리가 이 나라의 전반적인 열망과 양립하는 새로운 연방군 창설을 향해 일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군부에 맞서는 무장투쟁을 수행할 군사조직을 만드는 것임을 시사했다.

일부 소수민족 무장투쟁 조직들도 지난달 1일 군사 쿠데타 이후 군부와의 휴전협상을 중단하고는 반군부 투쟁을 표방하고 있다. 범국가휴전협정에 조인했던 10개 소수민족 대표들로 구성된 ‘평화 과정 조종팀’(PPST)은 쿠데타 이후 군부의 임시행정부인 ‘국가행정위’(SAC)와의 협상을 이달 초 전면 중단했다.

미얀마 내의 최대 소수민족 무장단체인 카친독립군은 지난달 중순 이후 군부와의 충돌이 잦아졌다. 지난 11일 이후부터는 카친주의 4개 마을에서 전투가 벌어져 수백명의 민간인이 피난한 상태이다.

반군부 시위에도 소수민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최대 도시 양곤 도심에서는 지난 18일 소수민족들이 반군부 집회를 열었다. 그 이후 버마족 중심의 시위대와의 연대를 표방하는 행진이 연일 벌어지고 있다. 집회에 참가한 카렌족 출신의 티나(25)는 “미얀마 국민들이 이처럼 강력한 연대를 보인 적은 없다”고 <닛케이 아시아>에 말했다.

다수 주민인 버마족 사이에서도 그동안 소수민족에 대한 홀대와 탄압을 방관하거나 지지한 것에 대한 반성이 일고 있다. 거리에 나선 시위대 사이에서는 “미얀마 군부에 의해 행해진 로힝야 위기를 정말로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플래카드를 내건 시위대들이 있다고 <닛케이 아시아>는 보도했다.

하지만 소수민족들이 반군부 투쟁에 적극적으로 연대할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일부 소수민족 단체와 인사들은 군부의 화해 제안에 호응하고 있기도 하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소수민족과의 분쟁에서 일방적인 휴전을 발표하고, 일부 소수민족 단체와 인사들에 접근하고 있다고 <아세안 투데이>가 전했다.

카렌민족연맹의 전 고위 지도자였던 파도 만 녜인 마웅은 군부의 국가행정위에서 고위직을 수락했고, 카인인민당(KPP)의 의장 소 툰 아웅 민도 소수민족 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 이들이 속한 소수민족 대표단체들은 이들의 결정을 개인적 차원이라고 일축했다. 서부 연안 라카인주의 아라칸민족당(ANP), 몬족의 몬연대당(MUP)은 군부와의 협력을 표방했다.

소수민족과의 연대 무장투쟁을 추진하는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가 미얀마 내에서 대표성을 갖는지도 불투명하다. 이 단체가 임시정부를 표방하나, 아웅산 수치 쪽에서나 국제사회에서는 아직 호응이 없는 상태다. 버마족 사이에서는 소수민족에 대한 자치나 독립에 여전히 부정적이다. 소수민족과의 연대 무장투쟁이 군부의 탄압과 집권을 정당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배경이다. 정의길 기자

 

경찰  “용의자, 인종적 동기 아니라고 주장”
아시아계·정치권 “성 중독으로 변명 말아야”

 

17일 미국 워싱턴 DC 차이나타운에서 전날 벌어진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아시아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시안 혐오를 멈추라”는 손팻말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지난 16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벌어진 아시아 마시지 업소 연쇄 총격 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용의자의 주요 범행 동기로 ‘성 중독’ 가능성을 언급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 정치권과 아시아 커뮤니티에서는 이번 사건을 아시안에 대한 ‘증오범죄’로 보고 철저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조지아주와 애틀랜타 당국은 17일 브리핑에서 용의자인 로버트 애런 롱(21·체포)의 범행을 증오범죄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밝혔다. 체로키 카운티의 보안관 제이 베이커는 “롱은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한다”며 “그는 스스로 성 중독이라고 여기는 문제를 분명히 갖고 있다”고 말했다. 베이커는 “롱은 이들 장소(마사지 업소)가 자신이 그곳에 가도록 만들고, 그래서 없애버리고 싶은 유혹이라고 여긴다”고 말했다.

경찰은 증오범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진 않았다. 그러나 초동 발표에서 범행이 성 충동에서 비롯됐다는 용의자의 주장을 여과 없이 공개해 비판을 불렀다. 이번 사건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안 여성이고, 범행 대상이 된 마사지 업소들은 주로 아시안 여성들을 고용하고 있다.

경찰의 발표 이후 로스앤젤레스(LA) 한인회가 “명백한 증오범죄”라는 성명을 내는 등 아시아 커뮤니티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애틀랜타에서 자영업을 하는 김연경씨는 ‘골드 스파’에서 총격이 벌어진 직후 연락을 받고 현장에 도착했다. 김씨는 <한겨레>에 “현장에서 직원들로부터 ‘범인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며 총을 쏘고 있으니 빨리 가게 문을 닫으라’는 말을 들었고 증오범죄가 분명한데, 경찰이 사건을 다른 쪽으로 가져가려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스턴에서 교사로 일하는 이금주씨는 “당국이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인종차별 문제를 이런 식으로 회피하려 하면 아시아계 미국인과 대중의 더 큰 공분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며 “정부가 지금이라도 사태를 직시하고 소수자 중 소수자인 아시안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게 하기 위한 법 제정과 정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아시아계 의원들이 목소리를 높이며 법 제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한국계인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민주당 하원의원은 이날 의회 발언에서 “우리는 인종적 동기에 의한 아시아·태평양계에 대한 폭력이 급증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며 “이 사건의 동기를 경제적 불안이나 성 중독으로 변명하거나 다시 이름붙이는 것을 멈춰야 한다”고 비판했다. 태미 김 캘리포니아주 어바인 시의원도 트위터에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들에게 집착해 그들을 쐈다”며 “증오범죄로 취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타이완계 테드 루 민주당 하원의원은 트위터에 “가능성 있는 하나의 동기가 다른 동기들을 무효화하지 않는다”며 “음식 중독(집착)을 가진 살인자가 한국 음식점 종업원들만 쏜다고 가정해보라. 그건 거의 틀림없이 인종적 동기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계 주디 추 민주당 하원의원은 증오범죄에 대응하는 법 제정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서 롱의 “섹스 중독”을 언급한 보안관 베이커 또한 인종주의 논란에 휘말렸다. 베이커가 지난해 3월 페이스북에 코로나 맥주 로고 모양으로 “COVID19”(코로나19)라고 쓰고, “차이-나에서 수입된 바이러스”라고 적은 티셔츠들의 사진을 올린 사실이 드러났다. 백인인 롱에 대한 수사에 이같은 편향성이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베이커는 특히 브리핑에서 “어제는 롱에게 아주 나쁜 날이었고 이게 그가 한 일”이라고 말해 이번 참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는 비판도 불렀다.

<시카고 트리뷴> 칼럼니스트 렉스 훕케는 ‘애틀랜타 총격 용의자의 나쁜 날과 백인 범죄 가리기’라는 칼럼에서 “백인인 베이커가 롱의 변호인 역할을 했다”고 일갈했다. 이 칼럼은 “성중독이라는 것은 인종차별주의와 여성혐오가 얼마나 깊게 뒤얽혀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날려버리는 쓸데없는 표현”이라며 “특히 여성에 대한 백인 남성의 폭력이 있을 때마다 여성혐오나 백인 우월주의, 극우 과격주의라는 본질을 흐리기 위해 계속 반복돼온 핑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사건에 대해 기자들에게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걱정한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나는 지금으로서 살해범의 동기에 관해 어떤 것도 연결짓지 않겠다.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연방수사국(FBI)과 법무부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롱은 이날 8건의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로스앤젤레스/ 이철호 통신원


애틀랜타 경찰 대변인 인종차별 논란…"용의자 변호하냐" 비판

    "총격범에게 나쁜 날" 범행 두둔성 태도에 언론 질타

     페북에 '인종차별 티셔츠' 홍보 정황도…계정 급삭제

     초동수사에 "범인 대변인 노릇. 희생자 2차 가해" 뒷말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 제이 베이커[AP/Atlanta Journal-Constitution=연합뉴스]

 

한인 여성 4명 등 8명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미국 애틀랜타 총격사건 용의자에 대해 현지 경찰이 성중독 가능성을 언급하며 "그에게는 정말 나쁜 날"이었다고 말해 미국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특히 이 경찰은 자신의 SNS에 과거 아시아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편견이 담긴 티셔츠 사진을 올리는 등 공직자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사건을 수사하는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의 제이 베이커 대변인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용의자 로버트 에런 롱에 관해 "그는 완전히 지쳤고 일종의 막다른 지경에 있다"며 "(총격을 저지른) 어제는 그에게 정말 나쁜 날(a really bad day)이었다"고 말했다.

아시아계 여성들을 상대로 무차별적으로 총을 난사한 용의자 롱이 겪은 하루가 "나쁜 날"이었다고 경찰이 덤덤하게 말하는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했고, 아시아계 이민자사회의 집중적인 분노를 사고 있다.

그가 말한 '나쁜 날'은 장난꾸러기 아이가 말썽을 피웠을 때 내뱉는 질책과 같은 어감이 있어 강력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범인에게 온정적이거나 범행을 두둔하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뒤따르고 있다.

베이커 대변인이 과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중국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티셔츠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렸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경찰 제이 베이커가 소셜미디어에 올린 티셔츠 사진[트위터 캡처]

AP통신과 버즈피드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베이커 대변인과 관련된 것으로 보이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최근까지 명백한 인종차별 표현이 쓰인 티셔츠를 판촉하는 내용의 사진을 공유했다.

이 셔츠에는 '챠이나'(CHY-NA)로부터 수입된 바이러스'라는 글이 새겨졌고, 맥주 브랜드 '코로나'를 연상케 하는 디자인의 '코비드19' 문구가 인쇄됐다. 베이커는 지난해 4월 소셜미디어에 인종차별 티셔츠 사진을 올리고 '내 셔츠를 사랑한다'는 글을 함께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페이스북 계정은 그러나 17일 밤 갑자기 삭제됐다. AP통신은 베이커로부터 해명을 듣기 위해 접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아시아계 미국인들로부터 수사당국이 이번 사건을 증오범죄로 다루지 않는다는 우려가 제기된 와중에 이런 내용의 페이스북 게시물이 발견됐다고 전했다.

아시아계에 대한 증오범죄 반대운동 단체인 CAA의 빈센트 판 공동대표는 이에 대해 "이 포스트는 충격적이고 터무니없다"고 말했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들과 더해져 지역인들에게 우리가 겪은 고통과 아픔, 감정들이 심각하게 다뤄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고 덧붙였다.

네티즌들 역시 증오범죄 가능성이 있는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이 다름 아닌 "인종차별주의자"라며 베이커의 사퇴를 촉구했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증오범죄 용의자를 두둔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며 그저 "그에겐 나쁜 날"이라고 말했고, 성중독으로 사건의 본질을 가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백인 용의자에 대한 특혜", "희생자에 대한 또 다른 가해"라는 비난이 줄을 이었다.

 트위터를 통해 확산한 경찰 브리핑 영상[트위터 캡처]

캘리포니아주 지역방송 KESQ의 앵커 앤절라 첸은 트위터를 통해 "경찰이 총격범에 대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며 "사랑하는 사람을 무의미한 총격으로 잃었다고 상상해보라"고 질타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시카고트리뷴은 '나쁜 날과 백인 범죄의 눈가림'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경찰의 초동수사 결과 발표를 비판했다.

칼럼은 제이 베이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 대변인이 기자회견에서 전날 발생한 총격사건을 설명하며 "용의자 대변인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한 네티즌은 "용의자는 아시아 여성을 표적으로 삼았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을 앓고 있고, 나쁜 하루를 보냈다는 생각을 대중에게 심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한 누리꾼은 "누군가에게 '정말 안 좋은 날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갓난아기가 버릇없이 굴 때나 하는 말"이라고 비난했고, 다른 트위터 사용자는 "8명이 사망했는데 경찰은 총격범이 어떻게 나쁜 하루를 보냈는지를 설명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총기 반대 단체인 '맘즈 디맨드 액션' 설립자 섀넌 와츠는 "경찰이 총기 난사 사건을 이상한 방식으로 다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TV 드라마 스타트렉 시리즈에 출연한 일본계 미국 원로배우 조지 타케이는 "증오범죄라고 불러야 한다"며 "용의자를 정신병을 앓는 살인자라고 생각하게끔 한다면 상황은 훨씬 더 나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트위터 사용자 '토머스 그림'은 "경찰은 총격이 인종적 동기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그것이 증오범죄라는 사실을 바꾸지는 않는다"고 지적했고, 아이디 '지-맨'은 "애틀랜타 총격은 분명히 증오범죄다. 말장난하지 말자"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애틀랜타 총격범 행적 보니, 종교·성중독·인종차별 ‘뒤범벅’

 

17일 미 애틀랜타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연쇄총격범 로버트 애런 롱의 사진과 보도자료가 책상 위에 나란히 놓여 있다. 애틀랜타/AP 연합뉴스

 

연쇄살인범 로버트 에런 롱(21)의 행적에서 눈에 띄는 것은 종교 활동과 성 중독, 인종 차별적 언행이 한 데 뒤섞여 있다는 점이다.

미 <워싱턴 포스트> 등은 롱이 조지아주 밀턴의 크랩애플 퍼스트 침례교회를 다녔다고 전했다. 롱은 주일 오전과 저녁, 수요일 저녁, 선교 여행 등에 참여하는 등 독실한 신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 청소년부를 담당한 브렛 코트럴 목사는 “롱이 애틀랜타 교외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 10대였다”며 “충격적이고 망연자실한 일”이라고 말했다. 인터넷 매체 <데일리 비스트>를 보면, 교회 페이스북에 올라온 2018년 동영상에서 롱은 “여덟 살 때 기독교인이 된다고 생각했고 그때 세례를 받았다”며 “주일학교 친구들이 많이들 그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성 행위에 대한 충동과 강박을 과도하게 느끼는 성 중독 치료를 받았다. 한 재활원에서 롱과 함께 방을 썼다는 익명의 한 남성은 롱이 자신의 중독 질환에 대해 말을 아꼈고 시설을 떠날 때는 상태가 좋아진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롱과 2019~2020년 재활시설에서 함께 생활한 남성 타일러 베일리스는 롱이 시설에 있을 때 “병이 다시 도졌다. 성행위를 하러 마사지 가게에 갔다”고 자신에게 털어놨다고 <시엔엔>(CNN)에 전했다.

롱은 코로나19를 계기로 동양인에 대한 혐오의 시선도 드러냈다. 그가 자신의 SNS에 올린 글을 보면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고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애틀랜타 지역신문인 <애틀랜타 저널 컨스티튜션>(AJC)은 롱의 부모가 그의 행적을 경찰에 신고했다고 보도했다. 롱의 부모는 사건 현장 뉴스 속 인물이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린 뒤, 롱이 운전하는 현대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싼에 위치정보시스템(GPS) 추적기가 설치돼 있다는 점을 제보했다. 최현준 기자

 

애틀랜타 총격 한인 4명 등 8명 희생…아시안 혐오범죄 가능성

   한인 밀집 지역 마사지 업소서…사망자 중 6명 아시아계
   21살 백인 용의자,  SNS에  ‘우한 바이러스’  중국 혐오글
   공포, 불안 확산 속에 애틀랜타 관리 “범행동기 단정 일러”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벌어진 마사지 업소 연쇄총격 사건으로 8명이 사망하고 그중 4명이 한인 여성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피해 업소 중 한 곳인 ‘골드 스파’에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다. 애틀랜타/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일대 세 군데의 마사지 업소에서 16일 연쇄 총격이 벌어져 한국계 여성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아시안 증오 범죄가 급증하는 가운데 벌어져 아시아계 미국인 사회에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1차 총격은 이날 오후 5시께 애틀랜타 북서쪽의 체로키 카운티 액워스에 있는 ‘영스 아시안 마사지’에서 벌어졌다. 이곳에서 5명이 총에 맞아 2명은 현장에서 숨졌고 3명은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이 중 2명이 사망했다. 이 업소의 주인은 중국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2차와 3차 총격은 이곳에서 약 48㎞ 떨어진 애틀랜타의 한인 마사지 업소 두 곳에서 벌어졌다. 애틀랜타는 미국의 대표적 한인 밀집 지역 중 하나다. 경찰은 5시47분께 ‘골드 스파’에서 강도 사건 접수를 받고 출동해 여성 3명이 사망한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이 현장에 있는 동안 길 건너편 ‘아로마테라피 스파’에서 총격이 발생했다는 신고를 받았다.

애틀랜타 한인 매체인 <애틀랜타 케이(K)>는 “생존한 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골드 스파와 아로마테라피 스파) 사망자(4명)와 부상자는 모두 한인 여성”이라고 보도했다. 신원이 확인된 한인 사망자는 ‘골드 스파’ 직원인 70대 박아무개씨와 50대 또 다른 박아무개씨이며, 이들 모두 업소에서 숙식을 해왔다고 이 매체의 이상연 대표기자가 <한겨레>에 전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사망자 4명이 한국계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날 저녁 8시30분께 유력한 용의자인 백인 남성 로버트 에런 롱(21)을 체포했다. 롱은 최근 에스엔에스에 “그들(중국)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라며 “우리 시대 최대 악”으로 규정한 글을 올린 것으로 확인돼, 아시아인에 대한 증오 범죄일 가능성이 거론된다. 사망자 8명 가운데 6명이 아시아계 여성이고, 1명은 백인 여성, 1명은 백인 남성이다. 사건 발생 직후 골드 스파의 한 직원은 인근 한인 업소들에 “백인 남성이 ‘아시안을 다 죽이겠다’고 말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알렸다고 <애틀랜타 한국일보>는 전했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라고 부르는 등 팬데믹 이후 아시안 혐오 분위기가 커졌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달까지 아시안 혐오사건 신고 건수가 3795건에 이른다고 이날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그러나 이번 사건을 아시안 증오 범죄로 판단하기엔 이르다고 밝혔다. 애틀랜타 당국 관리는 17일 “지금까지 보여지는 것은 (인종주의적 동기가) 아닐 수 있다. (숨진 아시안 여성들은) 사전에 계획되지 않은 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리는 “롱은 이런 장소들(마사지 업소)을 과거에 자주 드나들었다”며 용의자가 “성중독”일 가능성을 언급했다. 관리들은 또한 롱이 플로리다주로 가서 “일부 형태의 포르노 산업”을 공격하려 계획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김지은 기자


애틀랜타 연쇄 총격 용의자 SNS에 “중국은 최대 악”

“50만 미국인을 죽였다” 아시아인 혐오 범죄 가능성

 

                        미국 애틀랜타 마사지 업소 연쇄 총격 용의자로 검거된 로버트 애런 롱(21). EPA 연합뉴스

 

16일 미국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여성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경찰에 체포된 백인 남성 로버트 애런 롱(21)이 에스엔에스(SNS)에 중국 혐오글과 음모론을 올렸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사건이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아시아계 대상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대목이다.

롱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이 코로나19 은폐에 관여했다. 그들(중국)은 우리 조사자들이 우한 연구소에 가는 것과 그들이 거기(우한 연구소)에서 한 실험에 대한 진실을 찾기 위해 시도한 조사를 막았다”고 적었다. 롱은 “그들은 ‘우한 바이러스’가 어떻게 창조됐는지 알고 있으며 50만 미국인을 죽인 것은 21세기 세계 지배를 위한 그들의 계획 중 일부일 뿐이다”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모든 미국인은 중국에 맞서 싸워야 한다”며 “우리 시대 최대 악”이라고 덧붙였다.

                      로버트 애런 롱의 페이스북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인 지난해 5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방송에 출연해 코로나19 ‘우한 실험실 기원설’을 언급했고, 중국 쪽에선 “증거가 있으면 내놓으라”며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조기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아시안 혐오범죄’ 급증…1년간 약 4천건

트럼프 등 선동발언에 촉발…뉴욕 경찰, 아시아계 거주지 경찰력 증강

 

아시아 마사지 업소 세 곳을 대상으로 한 연쇄 총격 사건이 발생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검시관들이 피해 업소인 ‘골드 스파’에서 주검을 옮기고 있다. 애틀랜타/EPA 연합뉴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16일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으로 한인 4명 등 8명이 숨진 가운데, 현지에서는 코로나19 발발 이후 급증한 아시아계 겨냥 혐오범죄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및 혐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가 이날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지난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을 겨냥한 증오 관련 사건은 4천여건에 달한다. 보고서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폭력 등 혐오범죄가 급증했다는 분석이다.

이 단체에는 지난해 3월19일부터 지난 2월28일까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3795건의 혐오사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68.1%는 언어폭력이고, 20.5%가 따돌림, 11.1%가 물리적 폭력이었다. 접수된 사건의 45%인 1691건이 아시아계 인구가 많은 캘리포니아에서 발생했고, 뉴욕에서도 14%인 517건이 보고됐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는 ‘사업장'이 35.4%로 가장 많았고, 길거리(25.3%), 온라인(10.8%), 공원(9.8%), 대중교통(9.2%) 순이었다. 보고서는 “우리 센터에 접수된 혐오사건의 수는 실제로 발생한 사건의 일부”라며 “이것만으로도 아시아계 주민이 얼마나 차별에 취약한지를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 전역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공격이 수차례 보도됐다. 지난 9일에는 뉴욕주에서 83살 한국계 여성이 이유 없이 폭행 당하기도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1일 연설에서 아시아계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멈추라고 호소했지만, 일주일이 못돼 애틀랜타 연쇄 총격 참사가 발생했다.

뉴욕 경찰은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이 벌어진 직후 성명을 내어, 아시아계 주민 거주지에 뉴욕경찰국 중대대응팀의 경찰력이 파견됐다고 밝혔다. 워싱턴주 시애틀 경찰도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순찰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시아·태평양계(AAPI) 증오를 멈춰라’는 특히, 지난 10월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차별적 언사를 하는 정치인 중에서 가장 큰 전파자”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민주당 의원들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및 이에 동조하는 공화당 인사들의 인종주의적 선동 발언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하고 있다. 민주당의 아시아·태평양계 당원 모임의 회장인 주디 추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코로나19를 ‘중국 바이러스’로 부르며 중국을 발원지로 공격한 트럼프 전 대통령 등 정치인들의 선동적 발언에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백인우월주의가 아시아계 주민에 대한 공격 증가에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정의길 기자

'시민불복종' 미얀마 의사 3인 "거리· 사설병원서 의료헌신 지속"

"비슷한 아픈 경험 한국민 응원 감사…내전나도 환자 치료할 것"

 

쿠데타 반대 의미로 빨간 리본을 매단 미얀마 의사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지금까지 가장 큰 타격을 준 저항은 시민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CDM)이다.

의료·금융·교육 등과 같이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철도·항만 등과 같이 산업의 대동맥을 차지하는 주요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군사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CDM이 병원과 학교, 도로, 사무실 그리고 공장을 멈춰 세웠다고 비판한 것이 그 방증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시위가 열려도 그들은 업무를 중단시키지는 않는다"며 "CDM은 국가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 경제가 10% 뒷걸음질 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 요인으로 '은행과 물류 등 주요 공공서비스 차질'을 거론했다.

이를 의식한 군정은 조만간 모든 주요 부문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해고는 물론이고 처벌된다"는 위협과 엄포에도 불구하고 관사에서 쫓겨나면서까지 많은 이들이 CDM을 계속하겠다며 결의를 보인다.

연합뉴스는 양곤의 한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다가 2월1일 쿠데타 이후 CDM에 참여 중인 의사 3명을 지난 12일 양곤의 모처에서 만났다.

 

지난 2월 만달레이에서 의대생들이 시민불복종운동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AP=연합뉴스]

 

미얀마 의사들은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끌었다. 기자가 만난 의사 3명도 쿠데타 이후 누구보다 먼저 CDM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들은 군부 수배령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거리에서, 사설진료소 등에서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쉬지 않고 무료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기자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원하지 않는 정부 아래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는 대답이 나란히 돌아왔다.

의사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은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CDM으로 독재정권이 마비되도록 할 수 있다"면서 "CDM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재정권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군인과 경찰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혈 사태를 최소화하면서 시민불복종 운동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인과 경찰들이 CDM에 참여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CDM 참여가 부담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국립병원에는 출근하지 않지만, 무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시위에 앞장서고, 시위 현장에서 다친 시위대에 대한 응급치료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또 사립병원에서 최저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의사들도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그래서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데도 국민들이 의사들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사 B씨도 "평생 군부독재 아래에서 독재자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공포로 인해 코로나19가 더는 무섭지 않은 것이 돼버렸다"며 국민들이 의사들의 CDM 참여에 비판 보다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CDM 운동과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연결돼 CDM이 CRPH를 뒷받침하고, CRPH 또한 CDM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반(反)군부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만으로 싸울 게 아니라 민주 세력도 무장하고 무기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C씨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쿠데타 이후부터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다"며 "모든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참여하면 우리가 원하는 연방민주정부와 연방군이 구성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CRPH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씨는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도 군부독재를 겪었다. 또 5·18을 다룬 한국 영화에서 한국민의 저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비슷한 아픈 역사를 겪었던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투쟁은 결정적인 마지막 투쟁이 될 것"이라며 "지면 군부독재 아래에서 인권을 짓밟히면서 평생을 탄압당하고 살게 되고, 이기면 5년 안에 동남아시아에서 발전하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내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위 현장에서 연결망을 구축해 놓은 단체들과 임시 장소들을 이용해 환자들을 계속 치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민 700여명 죽었어도 물 뿌리며 '떼춤'추는 미얀마 군인들

 '조용한 띤잔'과 정반대…"시민들 공포 속 사는데, 침략 외국군 같다"

  군부 방송, 반 쿠데타 인파를 전통설 띤잔 기념 인파로 '가짜 뉴스'

 

음악에 맞춰 물을 뿌리며 춤을 추고 있는 미얀마군 사관생도들.[이라와디 캡처]

 

미얀마는 이번 주 최대 축제인 전통설 띤잔(Thingyan) 연휴를 맞았지만, 유명한 물 축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700명 이상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만큼, 올해만큼은 물축제를 하지 말고 이들을 기리며 저항 의지를 다지자는 시민들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에는 이와 전혀 다른 군인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군부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1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는 만달레이의 한 사관학교에서 전날 생도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보도됐다.

 

1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백 명의 생도들이 다채로운 색상의 옷을 입고 손을 위로 흔들거나 아래위로 뛰면서 춤을 추고 있다.

주변에서는 호스와 물총 등으로 이들에게 물을 뿌리는 모습도 담겨 있다.

이라와디는 이 영상에 "2월 쿠데타 이후 숨진 수백 명의 시민들의 희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다른 곳에서는 시민들이 띤잔 축제를 벌이는 것을 거부했다"고 적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민간인들은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데, 군인들은 띤잔 축제를 기념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를 침략한 외국 군대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CPRH는 또 "명백히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칙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현재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에 대해 지난해 11월 총선 유세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로 기소했다.

한 네티즌도 SNS에 "미얀마 군인들은 700명 이상을 죽인 뒤 띤잔 축제를 펼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유튜브에도 미얀마 군인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런 영상은 미얀마 군경이 시민들의 희생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전·현직 장교 4명은 "군인 대부분이 세뇌됐다" "군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간주한다. 병사 대부분은 일생동안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 현직 장교는 "대다수 군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들에겐 군부가 유일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양곤 중심가 반쿠데타 집 모습을 띤잔 축제 기념 인파로 거짓으로 전하는 군부 방송[SNS 캡처]

 

한편 한 단체는 군부 방송이 양곤의 중심부 광장을 가득 채운 반(反) 쿠데타 집회 모습을 띤잔을 즐기려는 인파라고 속이는 방송을 내보냈다며 관련 장면을 SNS에 캡처해 올렸다.

다른 SNS에는 관영 매체들이 몇 년 전 행사 영상을 가져다가 올해 띤잔 축제 모습이라며 소개하고 있다는 '고발'도 이어졌다.

군부의 이같은 거짓 뉴스는 쿠데타 이후 대학살로 흉흉해진 민심을 가리는 동시에 현재 미얀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주장하기 위한 속내로 보인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된 시민들은 715명에 달했다.

 

미얀마군 카친 또 공습… "생라면 · 생쌀연명 숨어 지내"

카친족과 정부군 교전으로 양측 모두 많은 희생자 발생

 

미얀마군이 소수민족 주요 무장세력 중 하나인 카친독립군(KIA) 활동지역과 거주지를 다시 공습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카친독립군이 민주 진영과 손잡고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자, 전투기까지 동원해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군 전투기가 카친독립군이 점령한 초소를 공습한 모습 [카친뉴스그룹 동영상 캡처]

15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군과 KIA는 쿠데타 이전까지는 휴전 협상 중이었지만, 지난달 8일 반군부 시위를 벌이던 카친족 2명이 군부 폭력에 숨진 뒤 충돌을 계속해오고 있다.

카친족이 사는 카친주는 미얀마 최북단 지역으로 중국,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KIA는 군과 경찰을 공격했고, 정부군은 박격포 등 중화기는 물론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감행했다.

양측은 카친주의 알로 힐 등 전략 요충지를 서로 뺏고, 탈환하기 위해 교전하고 있다.

14일에도 카친주 상공에 전투기가 나타나 마을을 공습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카친주 주민들은 전투기 공습에 대항할 방법이 없기에 몸을 숨기기 급한 상황이다.

 

특히, 산으로 숨은 주민들이 전투기가 야간에 불빛을 보고 공습할 것을 우려해 요리하지 못하고, 생라면과 생쌀을 씹어먹으며 버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7세 여학생이 미얀마군 공습 당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SNS에 퍼졌다.

이 학생은 "오후 7시15분께 공습이 시작돼 달아났다"며 "달빛 아래서 달려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달아나던 누군가가 '엎드려'라고 말해서, 엎드렸고, 계속 도망쳐서 높은 곳으로 숨었다"며 "나흘 밤을 야외에서 보내면서 총소리를 들으면 더 멀리 달아났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은 "생라면 몇 개만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그걸 먹을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끓이려고 불을 피우면 공습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쌀로 밥을 짓긴 했지만, 익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생쌀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미얀마군 공습에 달아난 학생 "생라면 먹으며 버텼다" [트위터 @PVamplify]

미얀마 시민들은 정부군이 비무장 시민들한테도 공습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군의 공격으로 최소 40명이 숨졌고, 수천 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군에서도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정부군이 KIA로부터 전략 요충지를 탈환하려다 참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KIA는 전날 기준으로 정부군 38명을 포로로 붙잡았다.

포로 중에는 홀로 낙오돼 8일 동안 바나나 봉우리(banana buds)만 먹고 버티다 붙잡힌 경우도 있다.

 

미얀마 군경, 박격포 등 중화기 동원…시위대는 게릴라전

“양곤 근처 바고서 박격포 등 발사로 82명 숨져”

소수종족 반군 습격으로 경찰 최소 10명 사망도

 

   9일 새벽 미얀마 군경이 바고에서 중화기로 공격했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갈무리

 

미얀마 군경이 지난 9일 밤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처음으로 박격포 등 중화기를 발포해 8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와 소수종족 반군 단체가 게릴라전으로 군경에 응수하면서, 미얀마의 내전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10일 <로이터> 통신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를 보면, 9일 새벽 미얀마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90㎞ 떨어진 바고에서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공격했다. 이날 시위 목격자들은 군경이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등 화력이 강한 중화기를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한 바고 주민은 <미얀마 나우>에 “그들은 중화기를 발사했다. 아직도 발포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고 시민들은 이날 군경이 발사한 박격포탄의 잔해를 찍은 사진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이날 공격으로 총 83명이 숨졌고, 바고에서만 8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초 쿠데타 이후 10일까지 총 사망자는 701명으로 집계됐다. 한 시위대 관계자는 “집단학살 같았다”며 “그들은 모든 그림자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날 군경의 강력한 진압에 공포를 느낀 많은 마을 주민들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기 동원 정황까지 드러났지만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 대량 학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9일 기자회견에서 조 민 툰 군부 대변인은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시간 내에 500명도 죽었을 수 있다”며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군사컨설팅 업체인 제인스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 정보 수집과 위협 등의 목적으로 중국산 무인항공기(CH-3A)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공군은 2013∼2015년 중국으로부터 무인항공기 10∼12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전시 수준의 무력을 사용하면서, 시위대와 소수종족 무장단체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10일 미얀마 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등은 이날 샨주 나웅몬의 경찰서를 공격했고, 경찰관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현지 매체는 경찰관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군부는 소수종족 무장단체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무장단체들은 군부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을 학살했다며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군부를 공격해 군인 3명과 주민 1명이 숨졌다고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사가잉 지역의 타무 주민들은 이날 군인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마을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고속도로 부근에서 매복해 있다가, 사제 수렵총 등으로 군인들과 교전을 벌였다. 지난 4일에는 이곳에서 시위대가 군용 트럭을 향해 던진 수류탄이 터져 군인 4명이 폭사했다. 한 주민은 “군부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게릴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군경을 공격한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군부는 또 쿠데타 이후 사망자 수가 9일까지 248명(이날 AAPP 기준 618명)이라며, 군경이 16명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군법원 19명 사형선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경찰서 공격

 

시위 진압에 무기를 사용하는 미얀마 경찰 [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10일(현지시간) 동부지역의 한 경찰서를 공격해 최소 10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이 이날 샨주(州) 나웅몬의 경찰서를 공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샨뉴스는 적어도 10명의 경찰관이 공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는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미얀마 군부의 강경 시위 진압을 비판하며 군부에 맞설 연방군을 창설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단체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정부 대표위원회'(CRPH)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CRPH는 지난달 말 군부가 주도한 2008년 헌법 폐지를 선언하고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CRPH의 국제사회 대변인 격인 사사 유엔 특사는 연방군 창설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소수민족의 자체적인 군 보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새 헌법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미얀마에서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이 확인된 이는 618명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군사법원, 장병 살해 혐의로 19명에 사형선고"

"쿠데타 이후 첫 사형선고 발표… 최고사령관만 감형 가능"

 군부 "정상 돌아오고 있다… 시민 협력 덕 시위 잦아들어"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

 

미얀마 군사법원이 9일(현지시간) 장병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1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영문판 등이 군부 소유 미야와디TV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사형선고가 발표되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닛케이는 지난달 중순 양곤 등에 계엄령이 선포돼 중범죄는 군사법원에서 다뤄지게 된 이후 첫 사형선고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상급법원 항소는 불가하며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만 사형선고를 뒤집고 감형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미얀마에선 약 30년간 사형선고만 있고 집행은 없었다.

이번에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미얀마군의 날'인 지난달 27일 양곤 노스오칼라파에서 칼과 곤봉으로 장병 2명을 공격해 1명을 살해하고 다른 한 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격 후 오토바이와 총도 탈취했다고 전해졌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쿠데타 이후 전날까지 아동 48명을 포함해 614명이 군경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부 대변인 조 민 툰 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248명이 사망했고 여기엔 군경 16명도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툰 대변인은 미얀마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정부 부처와 은행들도 곧 전면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가 잦아들고 있다면서 "이는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협력 덕이며 우리는 이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부 "군경이 죽이려했다면 한시간에 500명 죽었을 수도"

 "자동화기도 사용 안해" 주장…현지 매체 "그날 중화기 총격 수 십명 사망"

 

기자회견 중인 군사정권 대변인 조 민 툰 준장.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의 '막말'이 또다시 미얀마 국민들을 자극했다.

10일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SNS 등에 따르면 군사정권의 조 민 툰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 의혹을 부인했다.

툰 대변인은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 시간 내에 500명도 죽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SNS에서 툰 대변인이 '수 시간 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툰 대변인은 이어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군부가 시위대에 대해 최소한의 무력만을 사용하는 등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CRPH는 트위터에서 "군부가 대량학살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그의 말은 군경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다른 네티즌은 "군부가 미얀마 국민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툰 대변인은 앞서 방영된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군부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어린이들까지 군경 총격에 사망한데 대해서는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이들을 최전선에 세워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와 같이 억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몬주 캬익토 지역에서 차량에 기관총을 장착한 군인들.[미얀마 나우 캡처]

그러나 툰 대변인의 주장과는 달리 기자회견 당일에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수 십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군경은 이날 새벽 시위대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중화기를 사용했으며,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 폭발하는 탄환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목격자들은 군경이 시신을 어디론가 가져가면서 정확히 몇 명이 숨졌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부가 시위대 바리케이드에 로켓추진수류탄을 발사한 장면 [SNS캡처/AFP=연합뉴스]

앞서서도 군경이 기관총은 물론, 로켓추진수류탄과 유탄발사기 등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중화기들을 사용하는 장면이 시민들의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이 확인된 이는 61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신 유기 및 행방불명된 이후 생사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사태 최소 6개월 연장 시사… "반군부 시위 줄어들어" 주장

미얀마 군부, 말 바꾸고.. "쿠데타 아냐, 어린이 학살 안했다" 변명

 

한국 등 18개국 대사 "자유로운 미얀마 시민 열망 지지" 공동 성명

 

미얀마 군부가 9일 비상사태 기간 연장을 시사했다.

2월1일 쿠데타 직후에는 비상사태가 1년이라면서, 그 이후 바로 총선을 치를 것처럼 말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뒤 본색을 드러냈다. 군부는 또 어린이와 민간인 학살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9일 수도 네피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총선은 2년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툰 대변인은 이날 방송된 미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지만,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상사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소한 6개월 이상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군부가 연장된 비상사태 기간 차기 선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선거 제도나 헌법을 고칠 가능성이 있다.

툰 대변인은 또 "시민들이 평화를 원하면서 반군부 시위가 점점 줄고 있다"면서 "정부 각 부처는 조만간 모두 완전히 정상적인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민 툰 대변인은 또 반군부 시위에 해외 자금이 돈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는 대지 않았다.

툰 대변인은 일부 국가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고, "해외 및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위사진),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발사하는 미얀마 군경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그러나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는 이날도 양곤과 만달레이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반군부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중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는 군경의 총격으로 시위대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미얀마 나우는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얀마 주재 18개국 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군부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대사들은 성명에서 "두달 전인 2월 9일 네피도에서 먀 뚜웨 뚜웨 카인이 총에 맞았다. 그녀 나이 19살이었다"면서 "그때 이후 6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어렵게 얻은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시위하다 죽임을 당했고, 아이들도 살해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정당하고 평화로운 그리고 민주적인 미얀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의 희망과 열망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는 단결한다"고 말했다.

대사들은 또 "폭력은 중단돼야 하고, 정치적 이유로 구금된 모든 이들은 석방돼야 하며 민주주의는 회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 성명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유럽연합(EU) 대표부 및 소속 국가와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18개 국가 대사들이 서명했다.

한국 등 18개국 대사들이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힌 공동 성명.

한편 미얀마 군부는 아울러 어린아이를 포함해 민간인들에게 잇달아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학살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9일 CNN에 따르면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라며 "군부는 부정 선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미얀마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부에 의해 자행된 무차별적 민간인 학살에 대해선 "시위대가 공무원들의 업무 집행을 막고 먼저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진압이 불가피했다"며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원칙에 맞춰 대응했다"고 강변했다.

군의 무차별 총격에 수십명의 어린이가 희생된 것과 관련해서도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이들을 최전선에 세워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며 "집에 있는 어린이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반박했다.

미얀마 현지 인권 단체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얀마 유혈 사태로 인한 누적 사망자수는 600명을 넘어섰고, 16세 미만 어린아이를 포함해 미성년자 최소 48명이 숨졌다.

한편 조 민 툰 준장은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지만,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2년내 투표 개최 의사를 밝혔다.

아웅산 수치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선거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고자 했다면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미얀마의 토양과 역사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서구의 민주주의와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런던 미얀마 대사관도 '쿠데타'…군부 비판한 대사 쫓겨나 배회

부대사 · 무관 등이 출입 가로막아… 대사관 밖엔 군부 비판 시위대 몰려

영, 쿠데타군부 비판-제재 하고도, 미얀마 대사 임기종료 공식 통보 수락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다가 대사관에서 쫓겨난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해 온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가 하극상으로 인해 대사관 밖으로 내몰렸다.

영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미얀마가 대사 임기 종료를 공식 통보해온 것을 수락했다.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는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런던 한복판에서 벌어진 쿠데타"라며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 건물이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입장을 위해 대사관 앞에 머물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대사관 밖에 세워둔 차에서 이날 밤을 보냈다고 AFP가 전했다.

민 대사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권력을 잃고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문민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최근 몇 주 동안 군부에 등을 돌려왔다.

소식통들은 칫 윈 부대사가 미얀마 대리대사를 맡아 무관과 함께 민 대사의 입장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 군부 인사들, 군부와 연계된 기업들을 제재하고 민주주의 복원을 요구했다.

앞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민 대사의 미얀마 군부 비판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AFP 통신은 대사가 퇴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대사관 앞에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시위자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민 대사는 자신의 퇴출과 관련한 사안을 영국 외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외무부는 8일 아침 미얀마 군부로부터 민 대사 임기가 종료됐다는 공식 통보를 받아서 외교 협약에 따라 수락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BBC가 보도했다.

외무부는 "전날밤 미야마 정부에 대사 임기 종료 통보는 적절한 외교 채널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알렸고, 이후로 통보가 왔으므로 미얀마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외무부는 그러나 칫 윈 부대사가 후임이 된다는 통보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 대사는 2013년부터 주영 대사로 재임했으며 군부 쿠데타 비판 성명을 내기 전에 지난달 8일 라브 장관을 만났다. 성명 발표 다음 날 군부는 그를 소환했다.

민 대사에 앞서 지난달 주UN 대사가 공식적으로 군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교체됐고 워싱턴 대사도 폭력적 시위 진압을 비판했다.

 

미얀마 군경 발포로 누적 사망자 600명 넘어…어린이만 48명

 현지 매체 "전날 사가잉 등지에서 최소 20명 숨져…총 606명 사망"

 양곤 관공서·군부대 부근서 폭발물 터져…중국계 의류 공장서 화재

 

군경 유혈 진압에 새총으로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경이 7일에도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20명이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수가 600명을 넘어섰다.

8일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현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 집계와 자체 파악한 신규 사망자 수를 취합한 결과 지금까지 사망자 수가 606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AAPP에 따르면 누적 사망자 수는 598명이다. 이중 48명은 어린이다.

전날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인한 희생자는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깔라이에서 11명이 사망했고, 따제에서는 7명이 숨졌다.

군경은 깔라이 골목과 도로 곳곳에 자리를 잡고 그림자만 보여도 무차별 난사를 했다.

사망자 중 3명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실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따제에서 시위대는 저격용 라이플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군경에 맞서 사체 총으로 대응했다.

바고 지역에서는 2명이 숨졌으며 군경은 시위 참가자를 붙잡기 위해 병동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대도시인 양곤의 관공서 및 군부대 주변에서 폭발이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양곤 교외에 위치한 흘라잉 타야 산업단지의 중국인 소유 의류 공장에서 불이 났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14일에도 이곳에 위치한 중국계 의복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한편 군부는 지난달 27일 미국 대사관 부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로 아예 또 까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그에게 미국과 미얀마의 정치적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고압력 공기총을 구입한 뒤 대사관 시설에 납 탄환을 발사한 혐의를 두고 있다.

한편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자행한 광범위한 인권유린 관련 증거 18만여건을 모아 유엔 산하 인권단체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비판한  '유명인 수배명단' 공개

관영매체 통해 얼굴은 물론 주소·SNS 계정 등도 유포

군사정권 비판 앞장선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 체포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 라이트' 5(현지시간)자 지면에 실린 기소자 명단. [글로벌 뉴 라이트 갈무리=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쿠데타를 규탄해온 유명인사 신상 등을 담은 '수배명단'을 배포하는 등 비판 세력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6(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 라이트'4~6일자 지면에 '국가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뉴스를 유포해 형법 505a항에 따라 기소된 사람'이란 제목과 함께 명단을 실었다.

공무원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가담하도록 고의로 선동했거나, 불법적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지지를 보여주는 정보 등을 유포한 유명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미얀마 형법 505a항은 군인과 경찰 등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이나 기사, 소문 등을 제작·반포·유포할 경우 최대 3년 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CRPH는 군부에 맞서는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 격 기구다.

수배명단에는 얼굴이 드러난 사진과 주소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계정 프로필도 담겼다.

4~6일 사흘간 명단에 실린 이는 총 60명이다.

가디언은 명단에 포함된 이들의 작품을 방송하면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정보부 서한이 방송국에 돌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다만 서한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 미아트 노에 에는 SNS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면서 "내 차례가 오면 정말로 두려울 순 있겠지만, 조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자가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60)6일 아침 군부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 사유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군부의 입장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매체는 전했다.

정치범을 다룬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한 뚜라는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을 앞장서 비판했고 여러 번 투옥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10개 소수민족 반군 "국민과 함께"…유혈 진압 비판

민주진영 '통합정부' 수립에 화답 해석

군부 휴전 제안에 '거부'의사 전달

 

카렌민족연합(KNU) 반군들이 반(反) 쿠데타 시위에 동참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의 주요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군부 폭력을 규탄하고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4일 통신에 따르면 이들 소수민족 무장단체 지도부는 전날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실탄 사용 등 무력 진압을 비판했다.

샨족복원협의회(RCSS)의 욧 슥 장군은 "군부 지도자들은 (유혈 진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렌민족연합(KNU)과 RCSS 등을 포함한 이들 소수민족 반군단체 10곳은 앞선 테 세인 정부(8곳) 및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2곳)에서 각각 휴전 협정을 체결했었다.

이들은 그러나 쿠데타 발발 20일 만에 군사정권 반대 및 시민 불복종운동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욧 슥 장군은 휴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10개 소수민족 반군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한 휴전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10개 소수민족 반군단체는)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얀마군 공습 피해 정글에 숨은 카렌족: 27일(현지시간) 미얀마 카렌주의 한 마을 주민들이 군의 공습을 피해 정글에 숨어있다. 이날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 무장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관할지역인 이곳을 공습했고,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공습을 받은 카렌주 마을 5곳 주민 3천 명가량은 28일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신했다. [프리 버마 레인저스 제공, AFP=연합뉴스]

이런 입장은 지난 1일 자로 민주진영이 2008년 군부헌법을 폐기하고 연방민주주의연합을 고리로 '민족 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한 데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진영은 소수민족 무장조직들과 연대해 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했지만, 어떤 단체가 참여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난주 군부가 일방적으로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상대로 한 달간의 휴전을 선언한 데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로도 해석된다.

군부는 당시 소수민족 반군과의 휴전을 선언하면서도 안보·행정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외라고 밝혀 반(反) 쿠데타 시위대는 계속 강경 진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욧 슥 장군은 이와 관련, 휴전에는 시위대 등에 대한 폭력 행위 중단이 요구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쿠데타 이후 남동부 카렌주 인근에서 미얀마 군부와 지속해서 충돌하고 있는 KNU는 이날도 군부의 공습 등을 비판했다.

KNU는 성명에서 "미얀마군이 지난달 27~30일 계속해서 지나친 폭격과 공습을 했다"면서 "이 때문에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습으로 인해 1만2천 명 이상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피신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을 새 · 닭처럼 죽이고 있다”…미얀마 군 ‘야만의 학살극’

‘국군의 날’ 대규모 시위, 군부 강경 진압
14살 소녀 숨지고 5살 아기도 총 맞아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현지시각)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쿠데타 이후 최대인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군경이 시위대는 물론 민가에까지 총격을 해 어린이들도 다수 희생됐다. 이날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숨진 한 남성의 가족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현지시각)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쿠데타 발생 이후 54일 만에 최대인 110명 이상이 숨졌다. 군경이 시위대뿐 아니라 민가에도 총격을 퍼부어 1살 아기가 눈에 고무총탄을 맞고 14살 소녀가 숨졌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2개국 합참의장이 28일 미얀마 군경의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국제사회가 허울뿐인 규탄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때라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인터넷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시위대 수만명이 이날을 ‘저항의 날’이라 이르며 최대 도시 양곤과 2대 도시 만달레이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군경 유혈진압으로 최소 1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은 28일에도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고, 전날 숨진 이들에 대한 장례식이 곳곳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미얀마 국군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3월27일 아웅산 장군 등이 일본군에 맞서 무장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원래 명칭이 ‘저항의 날’이었는데 군부가 ‘국군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달 1일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군은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 모두와 손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각) 양곤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민 아웅 흘라잉의 말과 달리 군부는 26일 국영방송인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앞선 비극적 죽음으로부터 머리와 등에 총격을 받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노골적인 위협 메시지를 보냈다. 27일에는 전날 위협한 대로 실탄과 고무탄 등을 쏘면서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도 불을 질러 무력화했으며, 시위대를 찾는다며 주택가를 급습해 시민들을 공격했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은 만달레이에서 40살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은 뒤 산 채로 불태워졌다고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는 숨지기 전 “엄마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군경은 특히 아기와 어린이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양곤 외곽에서 한살배기 여자 아기가 집 앞에서 고무총탄에 눈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5살 유아도 만달레이에서 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위독하다고 전했지만, 사망 여부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만달레이주 메이틸라에서는 14살 소녀 판 이 퓨가 숨졌다. 그의 어머니는 군인들이 집에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모든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어머니는 <비비시>에 “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처음에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3일 7살 소녀가 집에서 아버지 품으로 뛰어가다가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어린이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27일까지 423명(<로이터> 추산 440여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는데, 그 가운데 미성년자 20여명이 포함됐다. 만달레이주 민잔시 주민인 투 야 조는 <로이터>에 “그들(군경)은 우리를 새나 닭처럼 죽이고 있다. 심지어 우리들 집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군은 이날 오후 소수민족 카렌족이 다수 거주하는 카인주 타이 접경지대에서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졌다고, 민간단체인 카렌평화지지네트워크의 대변인이 밝혔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일부 의원이 꾸린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 임시정부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의 연대를 발표한 가운데, 공습 몇시간 전 카렌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동맹(KNU)이 이 지역 미얀마군 초소 한 곳을 점령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처로 보인다.

국제사회 곳곳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사태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군부가 소수를 위해 국민의 목숨을 희생시킬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깊은 애도를 유족들에게 보낸다”며 “버마의 용기 있는 국민은 군부의 공포정치를 배격한다”고 덧붙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위터에 “미국은 버마 군부가 저지른 혐오스러운 폭력과 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계속해서 지울 것”이라고 적었다. “버마 국민에 대한 잔혹한 폭력에 맞서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를 내기를 촉구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28일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국군의 날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그러나 국제사회가 말뿐만 아니라 본격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비등하고 있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 톰 앤드루스는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가 국민을 대량학살하는 동안,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우려의 말들은 미얀마인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정도 규모의 위기를 검토하고 조처를 해야 할 적절한 장소다. 만약 유엔 안보리가 행동할 수 없다면 미얀마 관련 국제 긴급 정상회의를 즉각 소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는 석유와 가스 부문 수출을 차단하고 무기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타이 8개국은 27일 미얀마 국군의 날 행사에도 대표단을 파견했다. 러시아는 이들 중 최고위급인 국방부 차관이 참석했고,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러시아는 진정한 친구”라고 추어올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찬성하지 않으면,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본격 제재는 어렵다. 조기원 기자

 

미얀마 탈영 장교 “군, 사회와 단절돼…시위대를 범죄자로 봐”

 

뉴욕타임스, 미얀마 장교들 4명 인터뷰
“사회와 단절…군대가 유일한 세계”
“세뇌와 감시로 명령에 의문 못 달아”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 맛본 적 없어”

 

미얀마 국군의 날이었던 27일 군경의 총격으로 시민 131명이 숨진 가운데,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부상당한 시민을 들어 옮기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그들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본다. 왜냐면 군대에 불복종하거나 저항하는 사람은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이달 초 제77 경보병 사단을 탈영한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대부분의 군인들은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를 전혀 맛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암흑 속에 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뉴욕 타임스>는 쿠데타 이후 탈영한 2명 등 4명의 미얀마 군 장교들과 한 인터뷰를 토대로 미얀마 군의 폐쇄적인 삶과 사고방식을 소개했다. 미얀마어로 ‘타마도’(Tatmadaw)로 불리는 군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시민 4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2월1일 새벽 트럭에 올랐을 때 무슨 일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는 동료가 쿠데타에 관해 귀엣말을 하는 것을 듣고 “그 순간 미얀마의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며칠 뒤 자신의 상사가 실탄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며 “군인들이 국민을 적으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 초 양곤 시내에서 탄피들을 발견하고는 시민들에게 실탄이 진짜로 발사됐다는 점을 깨닫고 그날 밤 페이스북에 접속해 시민들 여러 명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 이어 며칠 뒤 탈영해 현재까지 몸을 숨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장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얀마 군은 사회와 동떨어진 채 특권을 갖고 자기들끼리 살고, 일하고, 어울리는 한편 상급자로부터 병영과 페이스북에서 끊임없이 감시를 당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장교들은 영내에서 가족과 거주하고 모든 움직임을 감시당한다. 군부가 쿠데타 이후 이동통신 데이터 접근을 차단한 데에는 상부 명령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병력을 고립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장교들과 가족들은 쿠데타 이후에는 허가 없이 영내를 15분 이상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탈영한 한 장교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선배들의 모든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게 정당한지 부당한지 의문을 달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감시와 세뇌로 인해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라는 명령도 의문 없이 따른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심리전 훈련을 받은 장교들은 군인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계정들에 정기적으로 민주주의에 관한 음모론을 심는다. 지난해 11월 아웅산 수치가 승리한 선거를 사기로 묘사하거나, 무슬림이나 서구가 미얀마를 파괴하거나 점령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다.

한 현직 대위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계와 단절돼왔다. 그들에게는 타마도가 유일한 세계”라고 말했다. 현역 장교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뇌를 당한다”며 “군인들이 외국의 침입에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군인들은 군대 안에 쿠데타에 대한 일부 불만도 있지만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혈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양곤의 한 군의관은 “나는 관두고 싶어도 관둘 수가 없다. 내가 관두면 그들은 나를 감옥에 보낼 것이고, 내가 도망치면 그들은 내 가족들을 고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나는 군대를 정말로 사랑한다”며 “그러나 동료 군인들에게 내가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나라와 타마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제발 나라를 선택해달라”고 <뉴욕 타임스>를 통해 호소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UN·바이든, 시민 131명 살해한 미얀마 군부에 ‘말 뿐인 비난’

한국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이례적 공동성명 내 강하게 비판

 

28일 미얀마 사가잉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안전모 등을 쓰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현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7~28일 시민 131명을 사망케 한 미얀마 군부에 대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엔(UN)의 최고위급 2명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친 군부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미국 역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두루뭉술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유엔이 운영하는 <유엔 뉴스>를 보면,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학살방지특별고문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경이 도망가는 시위대는 물론 어린 아이까지 사격했다”며 “이런 수치스럽고 비겁하고 잔인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규탄 성명을 낸 유엔 안보리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다른 국제기구들이 미얀마 시민을 구하기 위해 즉시 행동해야 한다”며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는 유엔 헌장에 의거해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독립수사기구 등의 제도적 처벌도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부의) 지속적인 군사적 탄압은 용납될 수 없다. 확고하고 단결되고 단호한 국제적 대응을 요구한다”며 “미얀마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상황에 대해 “끔찍하고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은 보고에 의하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제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지금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자신들의 날(국군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군은 어제(27일)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전날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유엔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와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도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폭행을 비판했다.

국제 사회가 이구동성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장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등이 군부 인사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제재를 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미얀마 군부 편에 서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최대 사망자가 발생한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친군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면, 유엔 차원의 군사적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얀마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 대신 “보고받은 정보에 따르면”이라고 전제한 뒤 짤막하게 답했고, 제재 여부에 대해서도 “작업하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국제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은 급증하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를 보면, 사망자 수는 지난 26일 328명에서 459명으로 늘었다. 미얀마 군부는 10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총격을 가하고 시위 도중 숨진 스무살 청년의 장례식에서도 총격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군 무차별 진압 계속 "시신 탈취까지" …사망 275명 넘어

장례식 도중 부검 이유 16세 소년 시신 가져가

국제청원 등 세계각지 시민들 응원행렬 뜨거워

 

미얀마 군인들이 한 사망자의시신을 어디론가 끌고가는 모습.

 

미얀마 군부가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시신을 탈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미얀마 시민들은 물론 세계 각지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민주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미얀마 군의 이같은 비인간적 행위는 무차별 총격 만행을 은폐하고,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끔찍한 행동으로 보인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장례를 지원해주는 한 시민단체는 지난 5일 이후 시신이 없는 채 4건의 장례식을 치렀다고 매체에 말했다. 군부가 총격 희생자들의 시신을 가져가 자기들 멋대로 화장했기 때문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내에서 군경이 일련의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만큼 탈취된 시신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지난 21일 이후 군경이 사흘간이나 찬먀따지 지역내 곳곳으로 쳐들어와 총격을 가해다고 전했다.

이 기간 최소 20명이 숨지고, 100명가량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는 군경이 찬먀따지 구에서 열리던 장례식 도중 난입, 부검해야 한다며 총격에 숨진 16세 소년의 시신을 가져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또 만달레이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 숨진 것처럼 보이는 한 남성을 군경이 죄수수송 차량에 싣는 모습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린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만달레이뿐만 아니라 미얀마 곳곳에서 총을 맞고 숨진 이들을 군경이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적지 않다.

이 단체는 군경이 처음에는 시신을 부검한 뒤 가족에게 인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3일 현재 27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은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기 전에 신속하게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집 안까지 쳐들어온 군경이 쏜 총에 7세 소녀 킨 묘 칫의 가족도 이를 우려했다.

무서움 때문에 아빠의 무릎에 앉아 있던 소녀를 상대로 한 만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공분이 인 만큼,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려한 대로 일단의 군인들이 그날 밤 다시 소녀의 집으로 쳐들어왔다.

킨 묘 칫의 언니인 마이 뚜는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군인들이 오후 11시쯤 집으로 들어가더니 마구 뒤졌다. 그들이 동생의 시신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나와있었는데, 우려한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새벽 가족 및 친지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킨 묘 칫의 장례가 조용히 치러졌고, 소녀는 묘지에 묻혔다.

시민들은 군부의 이같은 만행이 무차별 총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미얀마 군의 이같은 만행과 미얀마 국민들의 항쟁이 전해지면서 유엔 등 국제정치의 무력한 모습과는 달리 지구촌 시민의 민주항쟁 지지열기는 뜨겁다. 가령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8일 시작한 미얀마 군인과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캠페인에 국내외에서 진나 18일까지만 14만여 명이 호응하고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로욜라 동산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차라리 날 쏴라'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하고,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청원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영어와 한국어로 제작된 포스터에는 무릎 꿇은 수녀에게 총을 내린 미얀마 경찰들의 사진과 미얀마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파다욱'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또 국제 청원(chng.it/Pts62b2G)에서는 '미얀마인의 생명을 구하는 글로벌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 글귀를 넣었다.

 

반크는 한국어와 영어 외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태국어로도 포스터를 제작해 SNS에서 배포하기로 했다.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한 19살 소녀 치알 신 씨의 이야기를 담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새롭게 제작해 알리는 등 2차 캠페인을 시작했다.

 

치알 신 씨가 입고 있었던 까만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Everything will be OK'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15세 소년도 숨져… 희생 줄이려 '새벽 · 무인시위' 양곤 등 확산

싱가포르 외교, 아세안 3개국 방문…미얀마 관련대책 모색 관측

 

만달레이에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군경과 대치 중인 모습.[트위터 캡처]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의 숫자가 250명으로 늘어났다.

22일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사망자는 25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AAPP는 이는 기록되거나 AAPP에 의해 확인된 숫자인 만큼,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올린 SNS를 보면 군경이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또는 사진이 적지 않다.

또 현지 매체는 행방불명된 이들 중 소식이 닿지 않는 이도 적지 않다고 보도하고 있어, 사망자 숫자는 250명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제 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전날 밤 시위대를 습격하면서 15세 소년을 포함해 최소한 4명이 숨졌다고 유가족 및 지역 주민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또 찬먀타지에서도 군경이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을 저지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 시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기관총에 사용됐다며 한 시민이 올린 탄피 사진 [트위터 캡처]

이와 관련, SNS에는 전날 밤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중기관총도 발사한 증거라며 탄피 사진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전체 길이가 12.7mm에 달하는 이 총알이 중기관총 또는 대구경 저격용 소총에 사용된다면서 "이런 총알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만달레이에서 전날 밤 기관총을 발사하는 소리라며 올라온 동영상도 SNS에 적지 않다.

 양곤에서 벌어진 '새벽 시위' [AP=연합뉴스]

군경의 막가파식 총격으로 시민 희생이 늘어나면서 최대 도시 양곤과 샨주 시포구(區) 등에서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 '새벽 시위'와 '무인 시위'가 이어졌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만달레이와 중부 몽유와 지역에서는 각각 오토바이 시위와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이날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를 22일 방문한다고 싱가포르 외교부가 밝혔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잇따라 방문한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이들 국가는 모두 아세안 회원국으로, 발라크뤼시난 장관이 아세안 3개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미얀마 유혈 사태 중단을 촉구하면서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개최를 촉구했고,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에 찬성했다.

 

미얀마 사태 악화 … 한국 교민 귀국 임시항공편 추가 편성 추진

19일에도 유혈진압에 11명 목숨 잃어…지금까지 최소 234명 사망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미얀마 쿠데타 항의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유혈진압이 계속되자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이 교민 귀국을 위한 임시항공편을 추가로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교민 귀국 지원을 위해 오는 26일과 30일에 미얀마국제항공(MAI) 임시항공편을 추가로 편성하는 것을 항공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최근 계엄령 선포 이후 심화하는 정세 불안을 고려했다면서 오는 4월 현지 신년(설)인 '띤잔' 연휴 이전에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은 이번 임시항공편을 이용해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에 재입국하는 문제로 귀국을 망설이는 교민을 위해 애초 20명가량인 미얀마 입국 쿼터를 사실상 배로 늘리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실탄 발사 등으로 지금까지 최소 23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또 다수의 중상자들도 나와 희생자가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  

전쟁터 방불케 하는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위 현장 [양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잇따라 군부의 폭력 사용 중단을 촉구한 지난 19일에도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북부 샨주(州)에서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얀마 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도덕적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또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에 동조했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도 아세안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EU도 다음 주 미얀마 군부 지도자와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 집에 있는 여고생까지 조준 사살 만행

앞서 총격으로 숨진 여성 묘 파헤치는 등 잇단 사인 조작시도 분노

 

친구 집에 있다가 미얀마군의 저격으로 숨진 여고생 [이라와디 웹사이트 캡처]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인이 대낮에 집에 있는 여고생까지 저격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지역의 한 마을에서 마 티다 에(16·여·고교 2년)가 친구 집에 있다가 군 저격수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마 티다 에는 총성이 들리자 친구 집으로 가 있다가 변을 당했고, 함께 앉아 있던 친구도 총격을 받아 손가락에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티다 에의 아버지 우 윈 차잉은 "딸은 마을로부터 300m가량 떨어진 언덕에서 저격수가 쏜 총탄에 2차례나 맞았다"면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하자마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 어귀에서 군인들이 쿠데타 항의 시위 참여자 일부를 체포하자 주민과 충돌했다. 체포된 시위대는 결국 풀려났지만, 군용 트럭 옆을 지나던 한 여성이 군인이 쏜 총에 부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다른 주민들이 지나가는 군용 트럭을 세우고 군인 5명 가운데 2명을 붙잡았다. 나머지 3명이 인근 산으로 달아나 저격용 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고 우 윈 차잉이 전했다.

그는 또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다리에 군인이 배치돼 있어 딸의 시신을 병원 근처에 묻었다"면서 "집으로 운구할 경우 군이 (사인 조작 등을 위해) 시신을 탈취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경은 지난 5일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치알 신(19·여)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도굴한 뒤 현장에서 부검하는 듯한 행각을 벌이고 다시 매장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태권도와 춤을 사랑하며 '에인절'(Angel)로도 불렸던 치알 신이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한 뒤 이 문구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자 벌인 일이다.

이날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경이 시신 도굴했던 치알 신의 묘와 도굴군경이 놓고간 물품들.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군정은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건을 조작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가 반(反) 쿠데타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실탄을 난사하면서 사망자 수가 200명을 넘어섰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돈줄 끊는 EU…시민 ‘불복종 운동’ 자금 옥죄는 군부

군부에 자금지원 기업 제재…쿠데타군은 불복 공무원 50여명 체포

 

16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한 의대생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미얀마 군부로 향하는 ‘돈줄’을 옥죄는 제재에 돌입한다. 반면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운동을 지원하는 외부 자금 옥죄기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이 미얀마 군부를 위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미얀마 군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재정적 타격을 주는 방안 등을 오는 22일 확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예산 지원을 모두 중단할 것이고,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직접 겨냥해 개인과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타격할 대책을 내놓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가 적용되면 지난달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의미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앞서 미국이 미얀마 군부 사령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원하는 외부 자금에 대한 탄압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관영언론을 인용해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 재단’의 미얀마 지부 직원들이 미얀마 외환 당국의 허가 없이 140만달러를 현지 화폐인 ‘짯’으로 인출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은 여러 단체가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열린사회 미얀마’ 재단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열린사회 재단이 당국 허가 없이 외화를 환전해 불법 용도로 썼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자금이 쓰였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다 체포된 공무원들이 무더기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남서부 에야와디 지역에서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형제 경찰관 2명은 징역 1년을, 수도 네피도 공무원 8명은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공무원 50여명을 체포했다. 최현준 기자

 

수치측 유엔특사 "유혈진압 계속되면 내전"… 군부 "반역죄 기소"

"미얀마 쿠데타 최소 183명 사망" … 계엄령 양곤 흘라잉타야  '대탈출'

수치측, 포스코 등에 "군부에 수익금 지급말라"…직원 일부 시민불복종"

 

양곤 흘라잉타야 지역의 미얀마 군경 [AF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지난 14일 하루에만 7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는 등 유혈진압 희생자 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16일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에 의해 숨진 이는 전날 현재 최소 183명으로 집계됐다.

AAPP는 지난 14일 하루에만 양곤 산업단지 흘라잉타야 및 다른 지역에서 무려 7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하루 사망자 규모로는 최대다.

희생자 중에는 15세 소녀 한 명 등 18세 이하 미성년자 3명이 포함됐다고 AAPP는 전했다.

AAPP는 또 전날에도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도 중부 꼴린에서 한 명이 사망, 사망자가 최소 184명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계엄령이 내려진 양곤 남다곤에서 이날 오전 한 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최소 185명이 이날까지 군경의 폭력에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단지인 흘라잉타야를 떠나는 이주노동자들. [이라와디 캡처]

특히 14일 하루에만 60명 안팎이 숨지고 중국계 공장 몇 곳이 불에 타 계엄령이 선포된 흘라잉타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대탈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곤에서는 흘라잉타야를 비롯해 6곳에 계엄령이 내려졌다.

흘라잉타야는 봉제공장 등이 밀집한 산업지대로 미얀마 다른 지역에서 온 노동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불타는 중국계 공장 [AP=연합뉴스]

시민 희생이 급증하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측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당선자들이 구성한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전날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군부를 압박하는) 국제적 연합세력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내전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사 특사는 시민들이 너무 절박해져 소수민족 무장 반군과 함께 군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게 되면 전면적인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사태 이후 민주진영 고위 인사가 '내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러자 군부는 사사 특사를 반역죄로 기소했다고 군부가 운영하는 미야와디TV 가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해외 거주 중인 샤샤 특사에 대해 시민불복종 운동을 부추긴 점, 국제사회 제재를 촉구한 점 그리고 불법 조직인 CRPH의 유엔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기소 이유로 들었다.

 CRPH가 포스코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공문. 군부와의 사업 중단 및 수익금 지급 유예 요청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CRPH는 한국의 포스코를 비롯, 프랑스의 거대 에너지 기업 토탈과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태국의 PTTEP 등 미얀마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해외 기업들에 대해 군부에 수익금 지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CPRH는 지난 5일 각 업체 대표 앞으로 발송된 것으로 적힌 이 문서에서 "군사정권과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정상적 기능을 재개할 때까지 수익금 지급을 유예하고, 이를 보호되는 계좌에 보관해 놓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적었다.

미얀마 나우는 한국 포스코가 운영하는 서부 라카인주 연안의 슈웨 천연가스 프로젝트 현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기술자 60명가량이 전날부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기 위해 근무를 중단했다고 근로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북부 일부 지역에서 쌀값이 최대 35%가량 상승했으며, 연료 가격도 약 15% 상승해 빈곤층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반쿠데타 지원 의혹’ 소로스 재단 직원 체포

 

조지 소로스.

 

미얀마 군부가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지원한 재단이 쿠데타 반대자들에게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현지 군부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 보도를 인용해, 미얀마 자선 재단인 ‘열린 사회 미얀마’가 외환관리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달러 자금을 송금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총 140만 달러가 당국 허가 없이 미얀마 화폐인 ‘짯’으로 교환됐고, 이로 인해 재단 직원 1명이 체포되고, 11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군부 매체는 지난달 초 시작된 쿠데타 반대 운동인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정체 불명의 단체들이 현금 지원을 하고 있다며 ‘열린 사회 미얀마’의 재무 담당자도 지난 12일부터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대인 출신인 소로스는 1984년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사회 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수백억 달러를 기부했다. 아프가니스탄과 남아프리카 등 40곳이 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열린 사회 미얀마는 미얀마의 민주화와 교육 등을 지원하는 단체로 2017년 정식 등록됐다. 지난해 예산은 460만 달러이며, 평등과 차별철폐, 교육, 보건 사업 등에 쓰였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정치인들, 반군부 대안정부 수립…소수민족도 규합

쿠데타로 축출된 의원들 중심 연방대표위 구성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 군부 타도 ‘혁명’ 촉구
무장투쟁 소수민족과 연대한 ‘연방민주주의’ 표방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결성한 연방대표위에 의해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된 만 윈 카잉 탄 전 상원 의장. <미얀마 타임스> 갈무리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간 정치인들이 대안정부 수립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구했다. 반군부 ‘혁명’을 표방하는 임시정부 성격의 이 대안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미얀마 사태 해결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안정부의 부통령 직무대행인 만 윈 카잉 탄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 첫 대중연설에서, 군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을 수행하겠다며,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새벽이 다가온 순간”이라며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연방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연방의원들은 지난주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를 구성하고, 만 윈 카잉 탄 전 연방의회 상원 의장을 부통령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를 비롯해 집권여당인 민족민주동맹(NLD) 소속 의원들은 군부를 피해 도피 중인 상태에서 연방대표위를 결성했다.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은 성명에서 “이 혁명은 수십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고통받아온 모든 민족 형제들이 정말로 희구하는 연방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합치는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연방대표위가 필요한 법들을 제정할 것”이라며, 임시 국민행정팀에 의해 공공행정이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 윈 카잉 탄의 발언은 군부에 의해 탄압받았을 뿐만 아니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간정부에서도 홀대받은 소수민족에게 “반군부 투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외신은 대안정부가 무장투쟁으로 단련된 소수민족들에게 반군부독재 연합전선을 펴자는 본격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연방대표위도 주요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표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족민주동맹 소속으로 하원과 상원 의장을 잇따라 지낸 만 윈 카잉 탄 역시 미얀마 최대 소수민족의 하나인 카렌족 출신이다. 만 윈 카잉 탄의 성명이 발표된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당신은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 모두는 당신과 함께한다” 등 지지글 수천개가 달렸다.

통행금지에 아랑곳 없이 야간시위를 벌이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

미얀마는 다수민족인 버마족이 인구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나, 나머지 135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연방국가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건국한 이후 버마족 중심의 중앙집권적 통치로 소수민족들이 반발하며, 내전 상태가 이어졌다. 카친족, 카렌족 등 소수민족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부터 자치와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벌여왔고, 이를 진압하던 군부로 권력이 집중됐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문제는 군부가 6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한 배경이 됐다. 오랜 가택연금 기간 내내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다가 집권한 아웅산 수치 정부마저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지지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민족민주동맹이 소수민족까지 규합해 반군부 혁명을 선언하자, 군부는 연방대표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선포하고 나섰다. 또 이와 접촉하는 어떤 이들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반역죄 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공포했다. 만 윈 카잉 탄의 성명이 나온 13일에도 미얀마 전역에서는 반군부 시위가 벌어져, 최소 12명이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숨졌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정의길 기자


미얀마 38명 사망 ‘또 피의 일요일’…양곤 일부 계엄령 선포

 

14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전날 군부의 총격으로 사망한 한 시민의 가족들이 주검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휴일인 14일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초 쿠데타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누적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경의 발포로 이날 하루 미얀마에서 시위 참가자 가운데 최소 38명이 살해돼, 누적 사망자가 최소 12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태까지 최다였던 지난 3일 38명이 숨진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날 사망자 중 22명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산업지대 흘라잉타야에서 나왔다. 시민들은 양곤 곳곳에서 군경의 진압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를 구축한 채 시위를 벌였다.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최루탄과 실탄을 쏘면서 진압했다. 흘라잉타야에는 중국 공장이 있어, 일부 중국인들이 다치고 중국 공장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후 양곤 내 흘라잉타야와 쉐삐타 등 두 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미얀마 국영 언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1명이 숨지고 다른 경찰 3명이 다쳤다고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밝혔다.

유엔의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미얀마 특사는 이날 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성명을 통해 “지역 내 행위자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국민, 그리고 그들의 민주적 열망과 연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의료진까지 겨냥한 지속적인 잔혹 행위와 공공시설 파괴는 평화와 안전에 대한 전망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시민이 방패로 몸을 가린 채 거리에 쓰러진 시민을 끌어 당기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에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하고 법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며, 미얀마 내 중국 기업과 직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시민들의 반중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자 이에 대한 보호를 요구한 것이다.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흘라잉타야의 피복공장들에서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의 공격으로 많은 중국인 직원이 다쳤고 중국이 투자한 공장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편,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간 정치인들이 대안정부 수립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구했다. 반군부 ‘혁명’을 표방하는 임시정부 성격의 이 대안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미얀마 사태 해결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안정부의 부통령 직무대행인 만 윈 카잉 탄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 첫 대중연설에서, 군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을 수행하겠다며,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새벽이 다가온 순간”이라며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연방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