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속한 체포영장 청구 왜?

혐의 부인에 신병 확보가 우선 필요하다고 판단

 
 
윤석열 전 대통령이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8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사건을 경찰에서 넘겨받은 즉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지 않은 채 기소되고 불구속 상태에서 내란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 신병 확보가 우선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팀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으로부터 사건을 인계받은 지 하루 만인 24일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쪽은 ‘특검이 소환 요구도 없이 기습적으로 체포영장부터 청구했다’고 반발했지만,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경찰의 3차례 소환 요구에 불응하며 출석 의사가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기 때문에 “사건의 연속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체포영장 청구 사실을 브리핑하며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또 ‘조사실은 마련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특별하게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나요, 전직 대통령은?”이라고 되묻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이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내란 수사 당시엔 현직으로서의 특권을 한껏 누렸지만, 특검팀은 그런 특혜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이다. ‘법불아귀’는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취임사에서 밝힌 내용으로, 지난해 7월20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김건희 여사를 출장 조사한 뒤 이 총장이 국민에게 ‘대리 사과’하면서 다시 한 번 인용하기도 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 1월3일 대통령경호처의 강한 저항에 부닥쳐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에 실패했고 1월15일 2차 집행을 시도한 끝에 그를 가까스로 체포할 수 있었다. 윤 전 대통령은 그렇게 공수처 조사실로 압송됐으나 진술을 거부했고 체포된 기간 동안 서울구치소에 머물면서 공수처 조사에도 응하지 않았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이 구속기간 연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관련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연장을 불허했고 검찰은 부랴부랴 윤 전 대통령을 기소해야 했다. 윤 전 대통령을 제대로 조사하지 못하고 재판에 넘기게 된 것이다.

 

내란 수사 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이 왜 비상계엄을 선포했는지 동기가 밝혀지지 못했고, 윤 전 대통령은 그런 공소사실의 허점을 파고들며 혐의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한 내란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의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은 제대로 조사해 내란 재수사의 초석을 다지겠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체포영장 청구는 구속영장으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 성격이다. 특검팀이 윤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하면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언제부터 왜 기획했고 △무인기 침투와 북풍 공작까지 시도해 비상계엄을 실행했는지를 정확히 알고 있는, 내란의 정점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특검의 체포영장 청구는 윤 전 대통령의) 기선을 제압하고 성과를 빨리 내보려는 의도가 있고, 수사 초반의 동력을 갖고자 하는 목적도 보인다”고 말했다.  < 김가윤  김지은 기자 >

 

박지영 내란 특검보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1인”

  •  
 
'12·3 비상계엄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내란 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가 2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체포영장을 전격 청구했다는 내용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은 피의자 중 1인이다.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는 뜻), 형사소송법에 따라 엄정히 진행하겠다.”

내란 사건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가 24일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다음은 내란 특검팀의 박지영 특검보와 기자들과의 일문일답.

 

“금일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경찰의 출석 요구에 2회에 걸쳐 불응하고 특검이 수사를 개시한 6월18일 이후인 19일에도 출석에 불응하면서 이후 소환에도 응하지않을 것을 명백히 밝히고 있는 바 6월23일 사건을 인계 받은 특검은 사건 연속성을 고려해 조사를 위해 체포영장 청구했다. 체포영장은 조사를 위한 청구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여러 피의자 중 1인에 불과하고 다른 피의자들은 모두 조사를 받았다. 조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사람이고 다들 아시겠지만 특검은 수사기한에 제한이 있고 여러 사안에 대한 조사가 예상되는 바 끌려다니지 않을 예정이다. 법불아귀(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에 따라서 엄정히 진행할 예정이다. 체포영장은 5시50분경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적용된 혐의가 구체적으로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었던 공무집행방해와 직권남용 두가지인가?

“다들 아시겠지만 특수공무집행방해죄는 제1차 체포영장 집행 관련 부분에 있어서 위력을 행사해 공무집행을 방해했단 취지다. 그다음에 비화폰 삭제 지시 관련한 게 포함이 돼 있다.”

 

-비화폰 관련 혐의는?

“그거는 경호법상의 직권남용죄가 있어서”

 

-직권남용교사라는 보도가 나왔었는데 교사라고 봐야되나?

“특수공무집행방해죄와 직권남용이 있고 경호법상의 직권남용은 사실상 교사다.”

 

-형법상 직권남용도 따로 있나?

“네.”

 

-형법상 직권남용은 1차 체포영장 관련?

“네.”

 

-체포영장 집행 나갈 수 있는 수사인력 충분히 확보했나?

“당연히 확보가 되어 있다. 오늘은 처음이기도 하고 전 대통령에 관련된 내용이 영장이 발부되지 않아서 질문을 그만두기로 하고….”

 

-하나만 더 질문하겠다. 체포영장 결과 나오면 특검에서 따로 공지하나?

“당연하다. 영장 발부 여부 결정되면 그 결과에 대해서는 바로 저희가 공지하겠다.”

 

-윤 전 대통령이 19일 출석 불응한 이후에 특검 차원에서 추가적으로 출석 조율한 게 있나?

“본인이 명백히 소환에 응하지 않겠단 걸 밝혔기 때문에 별도의 소환 요구하지 않았고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어차피 경찰에서 사건 인계됐고 연속성 고려해서 저희가 조사 위해서 한 거다.”

 

-체포영장 청구 사실 자체를 공개하는 게 이례적인 거 같은데 배경을 설명해달라.

“조사를 위한 청구이기 때문이다. 저희가 조사를 위한 청구란 말씀만 드리고, 이 말에 대해서는 그냥 그 자체적으로 말 그대로 해석해주기를 바란다.”

-조사를 위한 청구라고 강조하는데 사후 영장이나….

“그 부분 별도 언급하지 않겠다. 그냥 말그대로 해석해주면 될 것 같다.”

 

-영장이 오늘 중으로 발부가 된다면 즉시 집행하러 가나?

“오늘 중으로 발부는 어려울 거 같다. 오후 5시50분에 했기 때문에. 발부되면 집행시기나 이런 것도 저희가 다 알려드리겠다.”

 

-일과시간이 오후 6시까지인데 오후 5시50분에 체포영장 청구한 게 최대한 빨리하려고 한 건가?

“준비하는데 엄청나게 준비 시간 들였다. 체포영장을 저희가 기록도 검토하고 영장에 필요한 여러 준비 필요한데, 시간적으로 뭘 의도하거나 이런 거는 전혀 없다.”

 

-대통령 조사실 마련됐나?

“특별하게 조사실이 마련돼야 하나? 전직 대통령은?.”

 

-대략적으로라도 어디서 조사를 받는지 공간 배정은?

“조사실 관련해선 다 마련이 돼 있다.”

 

내란 특검, 윤석열 출국금지…체포영장 이르면 25일 결정

 
 
윤석열 전 대통령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사건 7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내란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해 출국 금지를 신청했다. 사건을 인계받으면서 재차 윤 전 대통령의 출국을 막은 것이다.

 

내란 특검팀은 경찰과 검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후 법무부에 윤 전 대통령의 출국금지를 신청한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법무부는 지난해 12월9일 비상계엄 사건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 전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 신청을 승인한 바 있다. 이후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지난 3월7일 법원이 윤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 결정을 해 불구속 상태가 된 후에도 출국금지 조처를 이어왔다.

 

한편 내란 특검이 전날 윤 전 대통령에 대해 청구한 체포영장 발부 여부도 이르면 이날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을 동원해 공수처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한 혐의(특수공무집행방해) 등을 적용해 서울중앙지법에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 김지은 기자 >

 

반발하는 윤석열…“특검 체포영장 청구, 방어권 침해” 법원에 의견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6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윤석열 전 대통령 쪽이 내란 특검의 체포영장 청구에 “단 한 차례 소환 통보도 없는 체포영장 청구는 절차 위반이자 방어권 침해”라고 25일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이날 언론 공지를 내어 “특검 사무실의 위치는 물론 조사받을 검사실이나 담당 검사에 대한 정보조차 전혀 전달받지 못했다”며 관련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쪽은 “기본적인 절차가 모두 생략된 채 특검이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영장을 청구한 것은 납득할 수 없는 조처이며 피의자의 방어권과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했다.

 

전날 내란 사건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를 저지한 혐의로 입건됐으나 경찰의 조사 요구에 불응해온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윤 전 대통령 쪽은 “특검과 경찰은 명백히 별개의 수사기관”이라며 “경찰 단계의 출석 요구를 원용해 특검이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건 법리적으로 타당하지 않으며 절차적 정당성이 결여된 위법행위”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 쪽은 “법원이 신중하고 현명한 판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할 경우 특검은 윤 전 대통령을 체포해 48시간까지 구금한 상태에서 조사할 수 있다. 추가로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체포 기간을 포함해 20일간 구속 상태로 수사할 수 있게 된다. < 배지현 기자 > 

김주현, 이상민, 박성재, 이완규에 추가
한정화 비서관 “사의 표명하러 간 것” 변명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이 계엄문건과 폐쇄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확보하기 위해 대통령 안전가옥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한 20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 안가 모습. 연합
 

계엄 이튿날인 지난해 12월4일 윤석열 정부 핵심관계자 4명이 모였던 걸로 알려진 ‘삼청동 안가 회동’에 대통령실 민정수석실 법률비서관도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단순 친목 모임’이라는 참석자들 해명과 달리 대통령실 법률 실무자까지 안가에 모습을 드러낸 사실이 확인되며, 당시 모임이 계엄 후속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였다는 의혹도 짙어지는 모양새다.

 

한정화 전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2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계엄 다음날 김주현 민정수석에게 사의를 표명하기 위해 삼청동 안가를 찾아갔다”고 밝혔다. 기존에 알려진 김주현 전 민정수석,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등 4명 외에 당시 대통령실 법률비서관 역시 회동에 참석한 사실이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한 전 비서관은 수원지검 공안부장을 지낸 ‘공안통 검사’ 출신으로, 지난해 5월 대통령실의 법률 실무를 맡는 법률비서관에 발탁됐다.

 

한 전 비서관은 “퇴근길에 김 수석이 안가에 약속이 있다고 해서, (사의를 표명하기 위해) 거길 찾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전 비서관은 “지난해 12월3일 집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분류해 버리고 아파트에 올라와 티브이(TV)를 본 뒤에야 (계엄을) 알았다”며 “명색이 법률비서관인데 충격을 받았고, 이 자리에 더는 있기 힘들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계엄 다음날 상급자인 김 수석에게 사의를 표명하려 했으나 만나기 어려워 삼청동 안가를 찾았다는 설명이다.

 

한 전 비서관은 “안가는 비서실 고위 참모도 약속장소로 가끔 사용하던 곳”이라고 덧붙였다.

 

한 전 비서관은 12월 중순께 자리에서 물러났다. 다만 당시 안가에서 오간 대화 내용 등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법률 실무자가 안가를 찾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당일 회동 성격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박성재 전 장관과 김주현 전 수석, 이완규 처장 등은 회동 뒤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은 이날 회동이 증거 인멸이나 2차 계엄 시도 등 ‘실패한 계엄의 후속대책을 논의한 자리’라고 의심하고 있지만, 참석자들은 ‘단순 친목 모임’이라고 주장해왔다.

 

수사당국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등을 통해 한 전 비서관의 참석 사실을 파악하고 소환 조사도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과 검찰에서 수사기록 등을 인계받고 있는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조만간 안가 회동의 성격에 대해 추가 조사를 벌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 임재우 기자 >

 

비상계엄 다음날 ‘안가 회동’에 김주현 민정수석도 참석했다

이완규 법제처장 “민정수석까지 넷이 참석”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비서관. 박종식 기자 

 

비상계엄 선포 다음날인 지난 4일 삼청동 안전가옥 모임에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참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당시 안가 모임에 참석했던 이완규 법제처장은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시 현장 참석자가 누구냐’고 묻자 “민정수석까지 넷이 참석했다”고 밝혔다.

 

이완규 법제처장이 11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계엄 사태와 관련한 현안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
 

앞서 이 처장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안가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계엄 관련 긴급 대책회의를 진행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여기에 대통령실의 법무참모인 김주현 수석까지 추가로 참석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비상계엄 사후 대책회의 아니냐는 지적에 앞서 박 장관은 “해가 가기 전에 한번 보자 해서 만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 강재구 기자 >

 

‘내란 안가 회동’ 참석자들 일제히 폰 바꿔…“증거인멸”

김주현·박성재·이완규 등
계엄 해제된 지난 4일 저녁 교체

 
 
17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비상계엄 사태 관련 현안질의에서 참석자들이 의원 질의를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석우 법무부 장관 직무대행,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김정원 헌법재판소 사무처장,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이완규 법제처장. 연합
 

비상계엄이 해제된 지난 4일 저녁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 회동 참석자 3명이 일제히 휴대전화를 바꾼 것으로 확인됐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비상계엄 관련 현안 질의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핸드폰 바꿨냐, 안 바꿨냐”라고 묻자 “바꿨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박 의원이 “증거 인멸한 거 아니냐”라고 묻자 이 처장은 “증거인멸은 범죄 저지른 사람이 하는 것”이라며 “저는 범죄를 저지른 적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어 정청래 국회 법사위원장이 “왜 휴대전화를 교체했나”라고 묻자 이 처장은 “불필요한 오해를 받기 싫었다”고 말했다. 또 “사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고 이런저런 이유로 교체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일 안가 회동에 참석자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박성재 법무부 장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이완규 법제처장 4명이다. 이중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은 이 처장뿐이 아니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이 이동통신사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김 수석은 지난 7일 오후 2시36분에 휴대전화를 교체했다. 박 장관은 지난 6일 밤 9시6분에 기기를 변경한 뒤 8일 낮 12시24분 다시 예전 휴대전화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박 장관 쪽은 이에 대해 공인인증서나 사진 등을 다른 휴대전화 기기로 옮겼을 뿐 기존 휴대전화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이 전 장관의 휴대전화 변경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서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당시 안가 회동 참석자가 추가로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에 이 처장은 ‘다른 참가자는 없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안가 회동 참석자들이 이후 일제히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은 “증거인멸”이라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정환봉  강재구  배지현 기자 >

검찰 ‘내란 목적’ 누락…국헌문란 목적 명확히 해야

조은석 내란 특검. 연합

 

조은석 특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공소장을 다시 작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공소장이 이대로 유지된다면 유죄 판결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은 단순히 법리적 논쟁을 넘어, 대한민국의 헌정 질서 수호와 정의 실현이라는 중대한 가치와 직결됩니다.

 

내란 목적의 불분명성: 공소장 재작성의 핵심

 

현재 공소장은 내란의 모의와 실행 과정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서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내란을 일으킨 '목적'이 빠져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내란죄는 '국헌문란의 목적'을 핵심 요건으로 합니다. 이 목적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는다면 내란죄 자체가 성립되기 어렵습니다.

 

검찰은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을 장악하려 했던 데 대해 '국헌문란의 목적'이라며 '체포·구금·압수·수색하는 등의 방법으로 강압하여 한 지역의 평온을 해하는 폭동을 일으켰다'"고 적시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란의 행위를 설명할 뿐, 왜 그러한 행위를 통해 국헌을 문란하려 했는지에 대한 명확한 동기 서술이 부재합니다. 이는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 측의 강력한 반박에 직면할 수 있는 약점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숨겨진 증거와 '평화적 계엄' 논리 반박

 

더욱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핵심 증거가 공소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헌법 개정', '재선', '3선' 등 계엄의 목적을 암시하는 단서가 가득한 노상원 수첩을 확보하고도 그 내용이 공소장에 담기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이 수첩은 내란의 목적성을 명확히 밝혀줄 결정적인 증거가 될 수 있었음에도 누락되었다는 점에서 현재 공소장의 부실함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또한, 윤 전 대통령 측이 주장하는 '평화적 계엄'이라는 해명을 효과적으로 반박하기 위해서는 기존 공소장보다 훨씬 더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관계가 담겨야 합니다. 국무회의 심의의 하자 여부, 국무위원들의 '불법 회의' 재구성 등 12.3 계엄 당시의 심층적인 진실과 관련된 장면들이 특검 수사를 통해 추가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며, 이러한 내용들을 공소장에 충실히 반영해야 합니다.

 

특검의 책임과 공소 유지의 효율성

 

조은석 특검은 검찰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 유지를 담당하게 됩니다. 기존 공소장의 문제점이 드러나 재판 진행에 어려움이 발생하거나, 피고인 측의 반박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특검이 자체적인 판단과 추가 수사를 통해 공소장을 보완하거나 재작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해 12월3일 밤 윤석열 내란수괴의 지시에 따라 계엄군이 국회를 침탈한 모습. 연합
 

특히 피고인 측이 공소장 자체를 부정하며 내란죄 성립을 부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특검은 더욱 철저하게 사실관계를 재정립하고 법리적 허점을 보완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유죄 판결을 얻어내기 위함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유린하려 했던 시도에 대한 대한민국의 엄중한 대응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과정이 될 것입니다.

 

조은석 특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공소장을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하다면 추가 수사를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다시 작성함으로써, 이 사건이 역사적으로 올바른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 민들레 기훈 기자 >

 

 

이란 정권 겨냥 미국의 이란 직접 공격 이끌어내
22일 새벽 미국의 이란 타격 전후, 네타냐후 뜻대로

 
 
지난 4월7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휴전’을 선언하면서 이스라엘과 이란의 12일간의 전쟁이 끝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이란 핵시설 3곳 공습와 압박이 이란을 굴복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승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는 23일(현지시각) 이스라엘 공군기지 애로우 부대를 방문해 “목표는 완전한 승리다. 그 이상은 아니”라며 군사들을 격려했다. 이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 중부 리숀레지온을 방문해서는 주민들에게 “이곳을 자랑스럽게 재건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우리 국민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를 했다고 발표했다. 이어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은 “24일 새벽 4시(현지시각)까지 이스라엘이 불법 공격을 중단한다면 대응 의사가 없다”며 “새벽 4시까지 군사 작전을 계속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모든 적의 공격에 대응한 군에 찬사를 보낸다”며 사실상 휴전을 수용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자신감’은 대이란 공습을 시작할 때부터 명확했다. 그는 13일 새벽 이란의 핵·군사 시설 등을 기습 공습하며 시작된 양국의 교전 상황에서 미국과의 소통하고 있음을 끊임없이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에 변화가 있다거나,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는 발언도 계속했다.

 

22일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일주일 전부터 이란 핵시설 공습을 두고 긴밀히 협의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되겠느냐’고 물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남부 방공 시스템을 제거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군은 미국의 공습 직전 이란의 대공 방어력을 약화하기 위한 공습을 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뒤 한 대국민 연설에서 “네타냐후 총리에게 감사하고 축하하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핵시설 3곳을 공습하고 몇 시간 뒤인 22일(현지시각) 저녁 네타냐후 총리는 “(전쟁) 목표가 달성되면 작전은 완료되고 전투는 중단될 것”이라며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고 그 목표 달성에 매우 근접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나는 그에게 우리가 행동해야 할 필요성을 말했고, 그는 그것을 매우 잘 이해했다. 그리고 상황이 급박해지면 그가 옳은 일을 하리라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란 직접 공습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던 19일에는 “전적으로 그(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라고 말하면서 “그는 미국에 좋은 일을 할 것이고, 나는 이스라엘에 좋은 일을 할 것”이라며 “속담에도 있듯 모든 기여는 환영받는다”라며 미국에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미국은 실존적 위협으로부터 우리 자신을 방어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우리를 막으려 해도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이후 22일 새벽 미국은 포르도, 이스파한, 나탄즈 이란의 핵 시설 3곳을 직접 공격했다.

 

전쟁 초기였던 15일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과 교전이 이어지자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정권을 겨냥해 “이란 정권은 매우 악하기 때문에 (정권 교체) 결과가 도래할 수도 있다”고 정권 교체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이틀 뒤엔 이란 국제방송(IRANINTL)과의 인터뷰에서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Let's make Iran great again!)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해온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문구를 인용한 것이다. 직접 관련은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도 22일 새벽 이란 핵 시설 3곳을 때린 뒤 “이란의 정권 교체는 왜 안 되느냐’고 신정 일치의 체제 변혁을 시사하는 발언을 올려 긴장이 고조됐다. 같은 글에서 그는 “미가”(MIGA·Make Iran Great Again)라고도 언급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23일(현지시각) 이란의 공격을 받은 리숀레지온을 방문해 주민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네타냐후 소셜미디어 엑스(X) 갈무리

 

이란과 ‘전쟁’ 전 네타냐후 총리는 궁지에 몰린 상황이었다. 2023년 10월7일 시작된 가자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고, 50여명 남은 인질 송환이 늦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카타르로부터 측근이 돈을 받았다는 ‘스캔들’까지 터져 국내에서는 반정부 시위가 달아올랐다. 네타냐후 총리의 정치적 입지가 위기에 놓였으나, 전쟁으로 이를 극복하려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12일간의 전쟁으로 이스라엘의 피해도 적지 않다. 이란의 공습을 피해 방공호와 지하 구조물에 시민들이 수일 동안 대피해야 했으며, 요격망이 뚫린 중부 텔아비브와 남부 베르셰바 등 일부 도시에서 최소 24명이 숨지고 1천여명이 다쳤다. 지난 19일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이란의 공습을 받은 베르셰바 소로카 병원 단지 앞에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공습을 견뎌낸 영국 런던 시민들과 빗대며 이스라엘 국민의 항전 의지를 강조했다. 또 자기 아들인 아브너가 16일로 예정돼 있던 결혼식을 연기한 것을 두고 자신의 아내인 사라 네타냐후는 영웅이라고 추켜 세웠다. 또 가족들이 ‘개인적 비용’을 치르고 있다고 말해 ‘나르시스트’라는 비판을 샀다.  < 최우리 기자 >

 

미국-이란 또 약속대련…‘통보→공격’ 체면 세워주고 전격 휴전

미, 확전 부담에 이란 핵시설 폭격 사전고지
이란은 카타르 미군기지 공격계획 미리 알려
이스라엘은 공습 뒤 이란에 휴전 신호 보내

 
 
3D 프린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이란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 전격 발표한 이란-이스라엘 휴전은 세 나라가 서로 체면 살리기 공격을 주고받은 뒤 나왔다. 장기전과 확전의 부담을 견디지 못한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모두 휴전 명분을 찾기 위한 보여주기식 공격을 주고받은 것이다.

 

지난 22일 미국의 이란 핵시설 폭격은 이번 중동분쟁의 절정이자, 전쟁을 끝내기 위한 수순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미리 이 공격을 고지했다고 한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계자는 이란 핵시설 공격 전날 이란에 ‘이번 공격은 한 번뿐이고 제한적 작전이며, 백악관은 이란의 체제 교체를 계획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했다고 미국 시비에스 뉴스는 23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핵시설 공격은 모두 미국이 계획했으며 확전을 의도하지 않는다고 통보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란은 포르도 핵시설 내에서 장비 등을 이동시켰다고 이란 언론들도 보도했다.

 

미국은 22일의 이란 핵시설 폭격을 위해 B-2 전략폭격기들을 태평양과 대서양 항로 두 방향으로 나눠 출격시켜 위장했다는 등의 발표를 했다. 하지만, 실상은 이란에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전쟁을 끝내는 명분으로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이 폭격의 실효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이미 나왔다.

 

이란 핵시설 폭격 뒤 트럼프는 자신이 배제하던 이란 체제 교체를 언급해, 이란에 최대한의 압박을 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소셜미디어에서 “‘정권 교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지만, 만약 현 이란 정권이 이란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왜 정권 교체가 없겠느냐”라며 “‘미가’(MIGA·이란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었다. 제이디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모두가 이란 폭격 뒤에 언론과의 회견에서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 ‘체제 교체 의도가 없다’고 강조한 것과 대조된다.

 

지난달 22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미국을 다시 건강하게’ 위원회 행사에 참석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워싱턴/로이터 연합
 

트럼프는 ‘나쁜 경찰’, 밴스 등은 ‘좋은 경찰’ 역을 맡아서 협박과 회유를 나눠 맡는 전술을 편 것이다. 하지만, 그 대상은 이란이라기보다는 미국을 쳐다보는 전 세계였다고 풀이된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에 핵시설 공격을 미리 고지했고, 이때쯤부터 이스라엘도 이란에 휴전 신호를 보낸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이스라엘이 이란 내 목표물에 대한 공습을 마치고, 군사적 충돌을 곧 종료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는 이스라엘 관료의 말을 보도했다. 아랍 국가 관리들도 이스라엘이 무력 충돌을 끝내려 하고 있으며 이런 뜻이 이란으로 전달되기를 원한다고 밝혔다고 한다. 이스라엘이 이란에 사실상 휴전을 제의한 것이다.

 

이스라엘의 휴전 신호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가 있은 지 몇 시간 뒤 이란이 카타르에 있는 미군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를 탄도미사일로 공격했다. 미국 국방부는 곧 아무 피해가 없다고 발표했다.

 

공격 3시간 뒤 트럼프는 소셜미디어에 “이란이 공격을 사전 통보해준 데 감사를 표한다”며 “미국과 이스라엘, 이란 사이의 전쟁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며 “이란의 반응은 매우 약했으며, 우리는 이를 예상했고 효과적으로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리고는 “이란은 하고 싶은 대응을 다 마쳤고, 이제 증오를 끝내고 평화와 조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며 “나는 이스라엘도 같은 길로 가도록 적극적으로 권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휴전을 주선하고 전쟁을 끝내겠다는 말이었다.

 

곧 트럼프는 다시 소셜미디어에 이란과 이스라엘의 휴전을 발표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이란 두 나라가 이른바 ‘12일 전쟁’을 종식한 인내심, 용기, 그리고 지혜에 대해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며 “신이 이스라엘을 축복하시고, 신이 이란을 축복하시며, 신이 중동을 축복하시고, 신이 미국을 축복하시며, 신이 전 세계를 축복하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란 체제 교체를 협박하다가, 하루도 안 돼서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미국과 이란은 과거에도 비슷한 약속대련식 공격 주고받기로 긴장을 해소한 적이 있다. 지난 2020년 1월 트럼프 당시 행정부가 이라크를 방문하던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드론 공격을 암살했다. 이에 이란은 닷새 뒤 이라크의 알아사드 미군 공군기지 등을 탄도미사일로 보복 공격했다. 이때도 이란은 미리 이라크에 미사일 발사를 고지해, 미군이 피해를 예방하도록 허용했다. 미국도 이란의 보복 공격에 대응하지 않고 넘어갔다. 양쪽은 약속대련식 공격을 주고받고는 위기를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이번에도 이란은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 등을 공격하나, 체면치레용으로 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란이 이런 체면치레용 공격을 예상보다는 빠르게 단행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 이란 핵시설 폭격을 미리 고지한 것에 대한 화답일 수도 있다.        < 정의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