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번 전쟁이 다른 정책 우선순위에 방해되고 있다” 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각) 워싱턴 유니언스테이션에서 열린 전국공화당의회위원회(NRCC) 연례 모금 만찬에서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닷새 연장한 대이란 ‘최후통첩’의 기한이 이번 주말로 다가온 가운데, 미국과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휴전 조건을 교환하면서도 공격 태세를 강화하는 등 양면전술을 이어갔다. 미-중 정상회담 일정이 발표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이 곧 휴전을 선언할 가능성이 제기된 25일(현지시각) 백악관은 이란이 군사적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지옥 불러올 준비가 돼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은 “협상 의사가 없다”면서도 자체 요구안을 제시하는 등 협상을 완전히 거부하지 않는 모양새다. 양국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이어져, 이번 주말이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의 휴전과 확전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쟁이 “애초 4~6주로 예상했던 작전 일정보다 앞서가고 있다”며 “이란의 기존 지도부가 제거되면서 정권 지도부에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예상한 일정보다 빠르게 목표 달성에 근접하고 있고, 이란의 정권 교체도 사실상 달성했다는 것이다. 레빗 대변인은 이날 새로 발표된 미-중 정상회담 일정(5월14~15일)이 전쟁 종결 시점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우리는 항상 전쟁 기간을 약 4~6주로 추정해왔다”며 “그 점을 고려하면 계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8일 개전 기준으로 4~6주는 3월28일에서 4월11일 사이에 해당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주변에 조기 종전 의지를 수차례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측근들에게 장기전을 피하고 향후 몇주 내 전쟁을 끝내고 싶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전쟁이 자신의 다른 정책 우선순위에 “방해가 되고 있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미군 사상자 증가와 중간선거를 앞둔 정치적 부담이 휴전을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조기 휴전 가능성은 주로 이스라엘 쪽에서 제기된다. 이스라엘 방송 채널12는 이날 고위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과 이란이 ‘15개항 종전안’을 놓고 완전히 합의하지 못하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이 ‘원칙적 합의’ 수준에서 전투 중단을 선언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조기 휴전을 우려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날 텔아비브 군 지휘부 지하 벙커에서 회의를 열어 ‘향후 48시간 내 이란 방산시설을 최대한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여전히 공식 협상을 부인하고 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이날 국영 텔레비전과 한 회견에서 “미국이 제시한 평화안을 검토 중”이나 “지금 협상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은 이란이 중재국들에 이스라엘이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에 대한 공격을 중단할 것을 휴전 조건 중 하나로 내걸었다고 전하는 등 이란 쪽 요구들이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전쟁을 확장해 끌고 갈 징후도 여전하다. 백악관은 이날 이란이 군사적 패배를 인정하지 않을 경우 “지금까지보다 훨씬 더 강력한 타격을 가하겠다”고 경고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란이 군사적으로 패배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 지금까지 겪은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타격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국방부는 수천명 규모의 병력과 해병대를 중동에 추가 배치하며, 이란 본토나 남부 하르그섬을 겨냥한 정밀 공격 옵션을 준비하고 있다. 미군이 이란 원유 수출의 중심인 하르그섬을 점령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란은 대인지뢰 등을 섬 주변에 대거 설치하고 있다. 미군 상륙이 예상되는 해안선에 휴대용 지대공유도미사일 시스템(MANPADS)도 추가 배치했다.             < 김원철 기자 >

 

이란, 미 종전안에 ‘공식답변’…“침략행위 중단, 전쟁피해 배상 보장을”

이란 반관영 언론 보도

 

 
 
26일(현지시각) 이란 테헤란에서 한 여성이 휴대전화로 이란의 새 최고 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테헤란/로이터 연합
 

이란 정부가 “협상 의사가 없다”며 미국에 대한 의심을 지우지 않으면서도 15개 항목의 미국의 종전안에 대한 ‘공식 답변’을 전달하고, 상대방의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각) 이란 반관영 타스님 통신은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미국의 제안에 공식입장이 담긴 답변서를 전달하고, 현재 미국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는 미국이 제시한 15개 항목의 종전안에 대한 공식 답변에서 침략 중단과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등을 요구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란은 중재국을 통해 전달한 답변서에서 △적대적 침략 및 테러 행위의 즉각 중단 △전쟁 재발 방지를 위한 객관적 여건 조성 △전쟁 피해에 대한 배상 보장 △역내 모든 저항 세력을 포함한 전선에서의 종전 이행 등을 요구 조건을 내걸었다. 특별히 이란은 호르무즈해협에 대한 주권이 이란의 합법적 권리임을 재확인했으며, 미국 쪽의 약속 이행 보장을 강조했다.

 

소식통은 또 이란이 미국의 종전안 제안을 ‘3중 기만 공작’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고 전했다. 미국이 협상을 내세워 평화를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해 국제 유가를 관리하며 이란 지상 침공을 위한 준비 시간을 벌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주장이다. 소식통은 “이란은 과거 ‘12일 전쟁’과 이번 ‘라마단 전쟁’에서 미국이 협상을 핑계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점을 기억한다”면서 “미국이 협상이라는 거짓 구실을 내세워 새로운 범죄를 저지를 발판을 마련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새벽(현지시각) 트루스소셜에 종전 논의의 협상 속도를 높이기 위해 이란을 압박하는 듯한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서 “이란 협상단은 매우 이례적이고 이상하다”며 “그들은 우리에게 합의를 맺자고 구걸하고 있다”면서 “군사적으로 초토화돼 재기 가능성이 전혀 없기 때문에, 겉으로 어쩔수 없이 ‘우리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다’라고만 한다”고 말했다.                  < 김태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