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자택 마라러고 지역구에서 민주당 완승

이스라엘, 31일까지 예산안 통과 안 되면 총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9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 클럽에서 진행된 공동 기자회견 도중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이란 전쟁을 주도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율이 하락하며 정치적 위기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는 플로리다 마라러고 저택이 있는 주 의회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승리하는 타격을 받았고, 네타냐후는 예산안이 통과 안 되면 패배가 예상되는 조기총선에 직면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오는 31일까지 예산안 통과시켜서 조기총선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애초 네타냐후는 이란 전쟁 개전으로 지지율을 높여서 예산안을 수월하게 통과시키려 했으나, 전쟁이 성과를 못 내고 지지율도 하락하자, 비상이 걸린 것이다.

 

3월19일자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의 여론 조사에서, 총선이 치러질 경우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1당을 유지하나 현재 34석에서 28석으로 줄어들고 연정 전체는 51석에 그쳐 과반 확보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스라엘 의회는 총 120석이다.

 

애초 네타냐후 쪽은 이란의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제거라는 “개전 초기 일격”을 이용해, 원래 10월로 예상되던 총선을 6월로 앞당기면 우파 연정에 유리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법적으로 3월31일까지 예산을 통과시키지 못할 경우 90일 이내 자동 조기총선이 치러지는 점을 이용해, 예산 부결을 ‘의도된 조기선거 촉발’ 카드로 쓸 여지까지 거론했다. 실제로 일부 측근들과 여당 인사들은 라디오와 언론 인터뷰에서 6월 선거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띄우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시작된 지 4주가 지나도록 이란의 정권 및 체제 붕괴라는 목표 달성에 진전이 없고, 여론 흐름도 악화하자, 네타냐후는 조기선거를 피하는 쪽으로 전략을 급선회한 것으로 전해진다. 히브리대학 정치학자 기디온 라하트는 네타냐후의 현재 전략이 “시간 벌기”라며 한 차례 전쟁과 짧은 휴지기, 또 다른 전쟁이 반복되는 구도가 유권자 피로를 키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네타냐후는 이란 전쟁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도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연정 참여 세력들에게 선심성 예산을 남발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의회 다수 확보에 필수적인 유대교 초정통파 정당들을 달래려고 약 50억 셰켈(16억달러)을 초정통파 학교 지원에 배정한 것으로 전해진다. 초정통파 정당 샤스와 통합토라유대교(UTJ)는 초정통파 신자의 군 복무 면제 법제화가 없으면 예산에 반대하겠다고 압박해 왔으나, 이번 재정 지원을 계기로 반대 방침을 누그러뜨린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의 부패 혐의 재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공개적인 지지를 등에 업고 이츠하크 헤어초크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사면을 요청한 상태다. 재판 중 사면은 이스라엘에서 전례가 없는 조치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플로리다 마라러고 자택이 있는 지역구에서 주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져,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가 직접 지지한 공화당 후보를 꺽고 승리했다. AFP 연합
 

트럼프도 플로리다 마라러고 자택이 있는 지역구에서 벌어진 주의회 보궐선거에서 자신이 직접 지지한 공화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에게 완패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24일 치러진 플로리다 주 하원의원 제87선거구 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의 에밀리 그레고리가 공화당 후보 존 메이플스를 꺾고 의석을 탈환했다. 이 지역구는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에게 11%포인트 격차로 승리를 안겨준 공화당 우세 지역이다. 트럼프의 주거지에서도 민심이 변하고 있다는 신호이다.

 

트럼프는 선거 전날인 23일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장문의 글을 올려 공화당 후보 존 메이플스를 강하게 밀어줬는데도, 메이플스는 완패했다. 트럼프의 지지 효과 역시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공화당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승리한 그레고리는 선거운동 내내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 지역 경제 문제를 전면에 내세웠다.

 

트럼프의 지지율도 취임 이후 최저를 기록했다.

로이터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와 함께 지난 20∼23일 실시한 여론조사(오차범위 ±3%p)에서 응답자의 36%가 트럼프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는 지난주 조사에서 나온 40%보다 4%포인트(p) 하락한 수치로 재집권 이후 최저이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재집권 초기 47%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여름 이후로도 대체로 40% 선을 유지해왔는데, 40%대가 깨진 것이다. 응답자의 25%만이 트럼프의 물가 대응을 긍정 평가했다. 이란 전쟁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5%였고, 61%는 반대한다고 답했다.

 

여론조사 집계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 평균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41%에 그치지만 56%가 부정적 평가이다. 지지-반대 격차는 마이너스 15%포인트로 2기 집권 이후 최악이다.                                                                 < 정의길 기자 >

 

미국 · 이스라엘 '이란 침공' 25일째…국제법 질서 '짓밟혀'

 

유엔헌장 등 따른 침략전쟁 금지·민간인 보호 위반

핵 협상 중 임박한 위협 없는데도 선제공격
교전 지역 아닌데도 이란 지도부 표적 살해

이란은 350만 명, 레바논 100만 명 피란
이스라엘의 반인도 범죄 중동 전체로 확장

이란에 대한 수십 년 제재와 군사 공격
슈타인보크 "집단 처벌 전제 경제 전쟁"

 

미국과 이스라엘의 2·28 '불법 선제공격'으로 시작된 이란 전쟁이 25일째로 접어들었다. 그동안 미국·이스라엘의 유례 없는 대규모 폭격이 이어지고 이에 맞서 이란의 거센 반격이 맞물리면서 이미 수만 명의 사상자와 수백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고, 특히 가스전과 정유시설 등 에너지 기반 시설에 대한 공격이 오가면서 유가 급등 등 글로벌 에너지 위기를 촉발했다.

 

알자지라의 집계에 따르면 24일 현재 침공을 당한 이란의 사망자와 부상자는 각각 1500명과 1만8551명이다. 이란의 반격에 따른 이스라엘의 사망자와 부상자는 18명과 4829명이다. 미군은 사망자 13명과 부상자 200명이다. 그리고 레바논(사망 1039명, 부상 2876명), 이라크(사망 61명, 부상 수십 명), 아랍에미리트(UAE, 사망 8명, 부상 161명), 사우디아라비아(사망 2명, 20명 부상), 오만(사망 3명, 부상 15명), 쿠웨이트(사망 6명), 바레인(사망 2명), 카타르(부상 16명), 요르단(부상 28명) 시리아(사망 4명), 팔레스타인(사망 4명) 등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6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폭발 직후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6. 03. 06. [WANA=로이터=연합]

 

미국·이스라엘 '이란 침공'…어떤 국제법 위반?
유엔 헌장·제네바 협약·로마 규정 전방위 타격

 

이런 가운데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설립자이자 저명한 국제 문제 전략가인 단 슈타인보크는 '미국·이스라엘의 국제법과의 전쟁'이란 24일 자 <모던디플로머시> 기고를 통해 이번 불법적 이란 침공을 통해 두 나라가 어떻게 국제법을 훼손했는지를 조목조목 따졌다.

 

단 슈타인보크는 "현대 국제법 질서는 유엔 헌장(1945), 제네바 협약(1949), 로마 규정(1998), 그리고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도출된 관습법에 기초한다. 핵심 원칙에는 침략 전쟁 금지, 민간인 보호, 전쟁 범죄·반인도주의 범죄·집단학살(제노사이드)에 대한 개인의 형사 책임이 포함된다"라면서 "무력은 자위권을 행사하거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승인할 때만 허용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이미 이런 원칙 대부분을 위반했다는 게 그의 견해다.

 

먼저 유엔 헌장 제2조 4항(무력 사용 금지) 위반이다. 이 조항은 유엔 회원국이 타국의 영토 보전이나 정치적 독립을 해할 목적으로 무력의 위협이나 행사를 금지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란에 대한 미국·이스라엘의 합동 공격은 이 조항을 위반한 "침략 전쟁"이라는 얘기다.

 

2025년 10월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당일 예루살렘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에서 만나고 있다. 이날은 미국이 중재한 포로-인질 교환 및 하마스 간 휴전 협정이 체결된 날이었다. 2025.10.13. 로이터 연합
 

이란의 임박한 위협 없는데도 선제공격
"자위권, 안보리 승인 때만 무력 허용"

 

물론 자위권(유엔 헌장 제51조)과 안보리 승인이란 예외가 있다. 하지만 미국·이스라엘의 공격 이전엔 이들이 자위권을 정당화할 만한 '이란의 위협'은 없었다고 봤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2월 26일 제네바 3차 핵 협상이 "상당한 진전"(중재국 오만의 바드르 알부사이디 외무부 장관)을 봤고 성공적 타결을 앞둔 시점에 예고 없이 이란을 선제공격했다. 작년 6월에도 핵 협상 도중 마찬가지로 나탄즈, 포르도, 이스파한 핵시설 3곳을 때렸다.

 

이를 두고 슈타인보크는 "당시 개혁 성향의 신임 대통령 마수드 페제시키안은 미국, 이스라엘과의 갈등을 끝내고자 협상을 시도했지만, 그건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그의 메시아적 극우 내각이 구상한 '새로운 중동'과는 맞지 않았다"고 풀이했다.

 

지난 17일 이란 전쟁에 항의하며 사임한 조 켄트 미 국가대테러센터 국장은 X를 통해 "이란은 우리나라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가 이 전쟁을 시작한 건 이스라엘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대미 로비에 의한 압박 때문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해 이런 시각을 뒷받침했다. 국제법상 선제공격(preemptive strike)은 '임박한' 위험이 있을 때만 허용된다. 이번 이란 전쟁의 성격에 대해 슈타인보크는 "전쟁 범죄와 반인도주의 범죄로 기소됐거나 돼야만 할 네타냐후 같은 지도자들이 선동한 국제법상 불법 침략 전쟁이다"라고 규정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집요한 공격에도 하메네이 후계 모즈타바 하메네이 체제는 건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큰 그림은 알리 하메네이, 작은 얼굴그림은 그의 차암 모즈타바 하메네이.  뉴욕타임스 3월 15일
 

"하메네이·라리자니 암살은 국제법 위반"
선포된 교전 지역 밖의 표적 암살 불허

 

최고 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와 알리 라리자니 최고국가안보회의 사무총장을 포함한 이란 최고 지도부 인사들에 대한 표적 암살도 심각한 국제법 위반으로 봤다. 그는 "특히 선포된 교전 지역 밖에서 이뤄지는 표적 암살은 중대한 국제법 위반이다"라며 "이런 행위들은 타국의 영토 보전과 정치적 독립에 반하는 무력 사용 금지를 위반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실제적 적대 행위가 없는 상황에선 자의적 생명 박탈을 금지하는 국제인권법이 적용되며, 표적 살해는 해당 국가의 책임이 따르는 초법적 살해다"라고 비판했다. 전례로는 알리 하메네이의 오른팔이었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사령관 가셈 솔레이마니 살해 사건이 있다. 솔레이마니는 2020년 1월,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명령에 따른 드론 공격으로 살해됐다.

 

반인도 범죄와 강제 이주 문제도 심각하다. 슈타인보크에 따르면, 이번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이란에서 350만 명, 레바논에서 100만 명 이상이 강제로 이주했다. 앞서 2023년 하마스의 10·7 '기습 테러 공격'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전쟁 과정에서 민간 인프라 공격, 경제 봉쇄, 대규모 강제 이주, 대량 학살이 이스라엘에 의해 체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자행됐다. 이런 행위들은 로마 규정 제7조의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한다.

 

15일, 이스라엘 북부 국경 근처 북부 갈릴리의 한 진지에서 이스라엘 자주포가 레바논 남부를 향해 포탄을 발사하고 있다.  2026. 03. 15 [AFP=연합]
 

이란은 350만 명, 레바논 100만 명 피란
이스라엘의 반인도 범죄 중동 전체 확장

 

이런 이스라엘의 행위가 초기엔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에 국한된 걸로 보였지만, 이젠 레바논과 이란 등 지역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리고 봉쇄와 과도한 무력 사용, 집단 처벌 등이 그 공통점이다. 또 하나의 대표적 사례로 이스라엘군이 레바논의 리타니강 이남을 '안보 구역'으로 설정하고 남북을 잇는 모든 다리를 폭파하고 장기 주둔 계획을 밝힌 걸 들 수 있다. 최근 이스라엘군의 무차별적 폭격을 피해 북부로 내몰린 남부 주민 수십만 명의 귀환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에 슈타인보크는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에서 완충 지대를 확장하는 정책은 인구 구조 재편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란에서도 체제 약화를 목표로 미국과 이스라엘의 민족 간 분열 조장 시도가 진행 중이라고 본 슈타인보크는 "이란 체제 약화와 분열을 목표로 한 정책은 특정 종교·민족 집단을 겨냥한 문화적 집단학살과 국가 해체 사이의 경계를 흐리게 한다"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강제 이주에 기반한 인종 청소 혐의도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22일 새벽 이스라엘의 응급 구조대원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아라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요격에 실패하면서 전날 이스라엘 남부의 핵도시 디모나와 아라드 두 곳에 쏟아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의료진이 밝혔다. 2026.3.22 아라드 AFP 연합
 

이란에 대한 수십 년의 제재와 군사 공격
슈타인보크 "집단 처벌 전제한 경제 전쟁"

 

그는 수십 년에 걸친 미국의 일방적 대이란 제재와 불법적 군사 공격을 "집단 처벌을 전제로 한 경제 전쟁을 연상시킨다"며 "경제 제재와 군사 공격의 결합은, 특히 국제법적 관점에서 정당하지 않을 때 인도주의법과 인권법상 심각한 문제를 낳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가자와 이란에서 단행된 일방적 제재는 국제법을 위반하며 부당하고 막대한 고통을 초래해 왔다"고 덧붙였다.

 

슈타인보크는는 "미국 주도의 서방 국가들이 무기와 자금을 지원한 이스라엘의 가자전쟁...현재 진행 중인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에 이르기까지 명확한 연속성이 존재한다"며 "이들의 공통분모는 과장된 자위권 선언, 취약한 인도주의법 집행, 국제법의 선택적 적용, 그리고 궁극적으론 안보리에서의 미국의 절대적 거부권 행사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국제법 위반이 더 많이 허용될수록 경제적 비용은 더욱 커질 것이며, 군사적 파괴는 더욱 잔혹해지고 인명 피해는 더욱 치명적일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이유 기자 >

 

이란 전쟁, 트럼프 없는 세상을 꿈꾸게 하다

 

당장 전략적 자율성 확보 위한 고민 시작해야
전쟁 언제 끝나든 세계는 이전으로 못 돌아가

전통적 우방국들, 미국 정책에 대놓고 등돌려
트럼프 외교에 피로·혐오 쌓여 전환점 계기로

 

많은 사람들이 이란 전쟁은 언제 끝나냐고 묻습니다. 그만큼 이 전쟁이 일상을 파고드는 충격이 크다는 방증입니다. 휘발유 값과 환율이 치솟고, 주가는 널을 뜁니다. 미국이 동맹국들에 파병까지 요청하고 있으니, 자칫하면 우리 젊은이들의 인명 피해까지 걱정해야 할 상황이 눈앞에 다가올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줄 수 있는 전문가는 사실상 없습니다. 한국에서 중동 문제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조차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라며 방송 출연 요청을 고사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어쩌면 답을 아는 유일한 사람은 이 전쟁을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 한 사람뿐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조차 어제 말과 오늘 말이 다른 ‘럭비공’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판입니다.

 

그러나 한 가지만은 분명합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나든, 세계는 이미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22일 새벽 이스라엘의 응급 구조대원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아라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이스라엘 방공망이 요격에 실패하면서 전날 이스라엘 남부의 핵도시 디모나와 아라드 두 곳에 쏟아진 이란의 미사일 공격으로 100명 이상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의료진이 밝혔다. 2026.3.22 아라드 AFP 연합
 

이란 전쟁과 ‘제3차 세계대전’의 그림자

 

프랑스의 역사인류학자 에마뉘엘 토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되자 “제3차 세계대전은 시작되었다”라고 선언했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의 경고를 묵살하고 나토의 동쪽 확장을 밀어붙이면서 강대국 간 구조적 충돌의 도화선에 불이 붙었다는 게 그의 진단이었습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이란 전쟁은 그 충돌이 더욱 격화한 버전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에서 벌어진 균열의 서막이었다면, 이란 전쟁은 세계 에너지 공급의 심장부인 중동에서 그 균열을 결정적으로 심화시키는 사건입니다. 파장은 경제와 안보, 외교를 가리지 않고 훨씬 넓고 깊게 번질 것입니다.

 

일부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세계 질서의 균열을 드러낸 사건이었다면, 이란 전쟁은 그 균열을 돌이킬 수 없는 단층으로 만드는 사건이라고 말합니다.

 

무너지는 ‘규칙 기반 국제질서’

 

2차 대전 이후 세계 질서는 미국이 설계하고 주도한 자유주의 국제질서 위에 세워졌습니다. 국제법과 동맹, 자유무역, 국제기구라는 네 개의 기둥이 그 건물을 떠받쳤습니다. 이른바 ‘규칙 기반 국제질서’입니다.

 

그 건물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유엔에서 러시아 침공을 규탄하는 결의안에 많은 나라들이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그러나 대러시아 제재에는 상당수 국가가 동참하지 않았습니다. ‘글로벌 사우스’가 중립을 선택한 것입니다. 규탄은 하되 행동은 하지 않겠다는 이 엇갈린 태도야말로, 미국 주도 질서에 대한 세계의 속마음을 가감 없이 보여준 장면이었습니다. 이란 전쟁을 전후해 이 흐름은 한층 노골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발도상국뿐 아니라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까지 워싱턴의 정책에 거리를 두기 시작했습니다.

 

동맹국들마저 돌아서다

 

그 첫 신호는 올해 초 다보스포럼에서 울렸습니다.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미국의 관세 압박 외교를 정면으로 비판하며 중진국들의 연대를 강조했습니다. 이란 전쟁이 시작된 뒤에는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미국의 군사 행동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천명했습니다. 불과 몇 년 전이라면 상상하기 어려웠을 장면입니다. 미국이 옳지 않다고 생각해도, 공개적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동맹의 문법에 어긋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그의 기고문을 게재한 3월 6일 이코노미스트 기사.

 

미국이 호르무즈해협에 군함을 보내 달라고 주요국들에 요청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지명받은 나라 중 중국은 물론이고 영국·프랑스·한국·일본 어느 나라에서도 즉각적인 파병 약속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요청을 받지 않은 독일과 호주 같은 전통적 우방국들에서는 “우리가 시작한 전쟁이 아니다”라는 냉담한 반응이 흘러나왔습니다. 이것은 단순한 외교적 마찰이 아닙니다. 미국의 지도력에 대한 신뢰가 이미 붕괴의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신호입니다.

 

일본마저 한발 물러서다

 

한국 정부가 가장 예의 주시한 나라는 일본이었습니다. 한국처럼 에너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중동에 의존하고, 안보에서는 미국과 가장 긴밀한 동맹 관계를 유지하는 일본이 어떻게 움직이느냐는, 한국의 선택지를 가늠하는 사실상의 잣대였기 때문입니다. 일본이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면, 한국도 같은 압박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나 일본도 신중함을 택했습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1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서방 국가들과 이란 규탄 공동 성명을 앞세운 채 “법적으로 가능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이 있다”라는 논법으로 군함 파견 요구를 비켜 갔습니다. 한국 정부 역시 서방 국가들의 공동성명에 이름을 올리는 선에서 대응을 마무리했습니다. 동맹의 언어를 쓰면서도 행동은 꺼리는, 이 조심스러운 줄타기야말로 지금 중견국들의 공통된 생존 방법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오른쪽)이 3월 19일 워싱턴 D.C. 백악관 국빈 만찬장에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 만찬을 하는 동안 발언하고 있다.2026.3.19. UPI 연합
 

트럼프 없는 ‘N-(마이너스) 1 체제’라는 가설

 

이 일련의 장면들은 하나의 가설을 떠올립니다. 'N-(마이너스) 1 체제'라고 불러도 좋을 것입니다. 현재 세계 질서를 구성하는 국가들의 수를 N이라고 할 때, 그 가운데 단 하나의 변수, 즉 트럼프의 미국을 제외한 세계입니다.

 

세계 곳곳에서 트럼프식 외교에 대한 피로와 혐오가 쌓이고 있습니다. 물론 국가 차원에서는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과 경제력을 의식해 정면충돌을 피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시민 사회와 여론의 세계에서는 “트럼프가 없는 세계가 더 안정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국경을 넘어 번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 집단적 욕망이 가시적인 외교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하지만 역사는 종종 여론이 먼저 움직이고 정치가 뒤따르는 방식으로 전환점을 만들어왔습니다.

 

다극 세계로 향하는 길목에서

 

많은 국제정치 전문가는 세계 질서가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서 다극 체제로 이동하고 있다고 전망합니다. 미국·중국·러시아, 그리고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이 영향력을 나누는 구조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그 변화를 예고했다면, 이란 전쟁은 그 속도를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오태규 전 한겨레 논설실장

한국에 이것은 단순한 지정학적 관전의 문제가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파병 압박과 전쟁 확산의 위험을 관리해야 합니다. 그러나 더 긴 시야로 보면, 다극화된 세계 질서 속에서 어떻게 외교적 선택지를 넓히고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것인지를 지금 당장 고민하기 시작해야 합니다.

이란 전쟁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냉혹하고 가장 중요한 교훈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전쟁은 저 멀리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그 전쟁이 던지는 질문은 이미 우리 발밑에 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