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유가 높은 수준 유지 경우 수출 금지하는 방안 검토할 수 있어"

 
 
18일 이란 공격 이후 이스라엘 하이파의 한 정유시설. 이스라엘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중대한 피해를 초래하지는 않았다. 하이파/로이터 연합
 

이란 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제재완화를 통한 원유 공급 확대와 원유 수출 정책 유지 방침 등을 내놓으며 시장 안정 메시지 발신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해상에 대기 중인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배럴에 대한 제재를 며칠 내로 유예할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본질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이용해 이란을 견제하면서 향후 10~14일간 유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로 9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에 팔리던 이 물량이, 제재 해제와 함께 시장 가격으로 풀려 일본·인도·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우방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제재를 유예한 러시아 해상 원유 1억3000만 배럴을 합치면 총 2억6000만 배럴 규모를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1000만~14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약 3주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물량이다. 미 재무부의 원유 선물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시장이 아닌 실물 시장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러시아산 원유에 이어 이란산 원유까지 제재 해제를 언급한 것은 이스라엘과 이란이 18일 세계 최대 가스전에 공격을 주고받은 뒤 국제 유가가 급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19일(현지시각) 브렌트유 선물 5월물 가격은 장중 한때 배럴당 119달러까지 올랐다가 108.65달러로 하락 마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수출 제한 카드도 배제하며 시장 불확실성 차단에 나섰다. 크리스 라이트 미 에너지 장관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라며 “석유 및 가스 수출 제한 조치를 시행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 제기된 ‘수출 제한 카드’ 가능성을 공식 부인한 것으로, 공급 확대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당시 바이든 행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수출 제한을 검토했지만, 업계 반발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반면 러시아는 상황에 따라 수출 제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이날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에너지부 관계자는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일부 연료 수출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글로벌 공급 확대 기조와 상충하는 움직임이다.

 

베선트 장관은 전략비축유(SPR) 추가 방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조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지난주 승인했으며, 미국 자체적으로도 1억72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미국이 단독으로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실제 추가 방출에는 제약이 적지 않다. 현재 방출 계획이 완료될 경우 전략비축유는 1982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이며, 법적 하한선과 안전 기준에 근접하게 된다. 저장시설 구조상 잦은 인출이 어려운 물리적 한계도 존재한다. 이에 대해 에너지부는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지만 현재로써는 추가 방출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 김원철 기자 >

 

미 재무 “이란산 원유 제재 풀어 유가 억제…중국행 물량 우방국으로”

앤디 김 상원의원 “미 가정 돈 빼앗아, 푸틴과 이란 정권 주머니 채워, 완전한 난장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지난 16일(현지시각) 프랑스 파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파리/AP 연합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이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해상에 대기 중인 이란산 원유 약 1억4000만 배럴에 대한 제재를 며칠 내로 유예할 수 있다고 19일(현지시각) 밝혔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폭스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출연해 “본질적으로 이란산 원유를 이용해 이란을 견제하면서 향후 10~14일간 유가를 낮게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재로 9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중국에 팔리던 이 물량이, 제재 해제와 함께 시장 가격으로 풀려 일본·인도·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 등 우방국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선트 장관은 앞서 제재를 유예한 러시아 해상 원유 1억 3000만 배럴을 합치면 총 2억 6000만 배럴 규모를 시장에 공급하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하루 1000만~140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약 3주간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물량이다. 미 재무부의 원유 선물 시장 개입 가능성에 대해서는 “절대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라며 “금융 시장이 아닌 실물 시장 공급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이 조치를 두고, 역설적으로 적국인 이란의 수익을 극대화해주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그동안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 묶여 원유 물량의 90% 이상을 중국에 헐값으로 넘겨야 했던 이란이, 제재 해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제값 받고 원유를 팔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 상원의원은 소셜미디어 엑스에 “트럼프 행정부가 더 높은 가스비와 식료품비로 고통받는 미국 가정의 돈을 빼앗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이란 정권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다”며 “완전한 난장판”이라고 비난했다.

 

반면, 미 재무부 계획에 정통한 한 소식통은 로이터통신에 “중국으로 향하던 이란 원유를 더 넓은 글로벌 시장으로 돌리면 충분한 공급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레버리지(영향력)를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이번 조치의 타당성을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제재 해제가 어떻게 작동할지, 이란이 어떻게 대금을 수령할지, 어떤 자산이 동결 해제될지 불분명하다”며 원유 판매 대금이 실제 이란에 귀속될지 명확하지 않다고 전했다.

 

베선트 장관은 전략비축유(SPR) 추가 방출 가능성도 열어뒀다. 미국은 동맹국들과 공조해 역대 최대 규모인 4억 배럴의 비축유 방출을 지난주 승인했으며, 미국 자체적으로도 1억 7200만 배럴 방출을 결정한 바 있다. 그는 “우리는 쓸 수 있는 수단이 많다”며 “가격을 낮추기 위해 미국이 단독으로 추가 전략비축유 방출에 나설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현재 진행 중인 1억 7200만 배럴 방출 계획이 완료되면 미국의 전략비축유가 1982년 이후 최저치로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적으로 비긴급 방출이 금지되는 하한선(2억 5240만 배럴)과 미 회계감사원(GAO)이 심각한 비상사태가 아닐 경우 방출하지 말 것을 권고한 마지노선(2억 5000만 배럴) 문제로 인해 대규모 추가 방출은 법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물리적·구조적 한계도 크다. 텍사스와 루이지애나에 위치한 60개의 지하 소금 동굴 형태의 저장 시설은 5회의 전면 방출 및 재충전만 가능하도록 설계돼 있다. 잦은 인출 시 동굴벽이 녹아내려 붕괴할 수 있는 치명적인 위험을 안고 있다. 이러한 여러 한계와 우려를 반영하듯, 비축유 실무를 총괄하는 미 에너지부(DOE)의 벤 디트데리히 대변인은 베선트 장관의 인터뷰 직후 성명을 내고 “모든 옵션을 고려하고 있으나, 현재로써는 추가적인 비축유 방출 계획이 없다”며 선을 그었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