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비 인상’ 불똥이 아시아 쪽으로 확대할 것이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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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 뒤 퇴장하고 있다. AFP 연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2개국이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로 쓰는 데 합의하자 일본에서는 ‘방위비 인상’ 불똥이 아시아 쪽으로 확대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26일 “나토 정상회의가 방위비 목표를 크게 끌어올려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 대비 5%로 잡았지만 현재 수치와 간극이 크고, 많은 회원국에 장벽이 높다”며 “미국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동맹국에도 ‘5% 인상’ 필요성을 입장을 밝혀온 만큼 현재 방위비 지출이 국내총생산 대비 1.8%인 일본도 압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나토 정상들은 하루 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의 5%를 핵심 국방 수요 및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무기구매 등 직접 군사비에 3.5%를 쓰고, 주요 기반시설과 사이버 대책비 등 ‘국방 관련’ 간접 비용으로 1.5%를 지출한다는 방침이다. ‘국방 관련’ 비용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지 않아 추가 예산이 필요한 지 드러나지 않았지만, 상당수 나토 회원국에는 직접 군사 비용인 3.5% 달성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현재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 목표는 2014년 설정한 2%인데, 10년 전부터 추진된 계획을 아직 달성하지 못한 회원국이 9곳이나 된다. 러시아에 직접적 군사 위협에 노출된 폴란드는 4.12%로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국가 재정난에 시달리는 이탈리아나 스페인 등은 2% 달성도 힘겨워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향후 5년 이내 나토 회원국 영토를 공격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를 마냥 무시할 수만도 없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대선 주자 시절이던 지난해 2월 선거 유세 때 1기 집권 시절에 “나토 쪽에서 ‘방위비를 안 내도 미국이 우리를 보호할 건가’라고 묻길래 ‘절대 아니다’라고 답하는데 그들이 믿지 않더라”라며 “오히려 (러시아가) 원하는 걸 하도록 부추기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일본 쪽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런 태도가 아시아 동맹들에도 예외를 두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숀 파넬 미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국방부 예산안 청문회에서 “나토가 국방지출 확대를 위해 노력하면서 아시아를 포함한 전세계 우리 동맹들이 국방 지출의 새 기준을 갖게 됐다”며 “아시아·태평양 동맹국들이 유럽의 방위비 지출 속도와 수준에 맞추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아직 2%대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내총생산 대비 방위비를 5%대로 끌어올리는 건 사실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나카타니 겐 일본 방위상은 지난 24일 기자들과 만나 “일본의 국방비 규모는 우리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미국 쪽에 이런 입장을 끈기있게 성심성의껏 설명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일본은 올해 국방비 관련 예산은 최대 9조9천억엔(93조4천억원)으로 국내총생산 대비 1.8% 수준이다. 일본 방위성 한 관계자는 현재보다 3배 가까이 많은 ‘5% 증액 요구’와 관련해 “절대 수용하기 어렵다”고 산케이신문에 말했다.  < 도쿄/홍석재 특파원 >

 

나토 정상 “GDP 5% 국방비로”…트럼프 위한 정상회의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2025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나토 정상들. AFP연합
 

향후 10년 안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비에 쓰기로 약속한 올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는 동맹의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즐거움을 준 거대한 장이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각)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32개국이 채택한 공동성명은 러시아라는 안보 위협에 맞서 미국을 나토의 틀 안에 머물도록 하기 위해, 나토 수장과 회원국들이 최대한의 외교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날 나토 정상들이 발표한 ‘헤이그 정상회의 선언’을 보면, “동맹국들은 2035년까지 매해 국내총생산의 5%를 핵심 국방 수요 및 국방·안보 관련 지출에 투자하기로 약속한다”고 명시됐다. 국내총생산의 최소 3.5%를 직접 군사비에 쓰고, 주요 기반시설과 사이버 연결망, 국방산업 강화 등 간접 비용으로 1.5%를 추가로 지출하겠다는 것이다. 회원국들은 목표 달성을 위한 연간 계획을 제출하고, 전략적 환경과 역량을 고려해 지출 추이 등을 2029년에 재검토하기로 했다. 2029년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는 해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한 뒤 줄곧 요구했던 5% 국방비 증액을 나토가 6개월여만에 이행하기로 결정한 데 대해 커다란 만족감을 표했다. 그는 이번 결과를 “미국의 기념비적 승리”라며 “(나토 정상들은) 정말 자신의 나라를 사랑한다. 이건 바가지요금도 아니며, 우리(미국)는 이들이 국가를 지키도록 돕기 위해 여기 온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 중 국방비 지출 수준이 국내총생산 대비 1.24%로 가장 낮은 스페인의 페드로 산체스 총리는 5% 목표치 이행에서 면제해 달라고 요구해 왔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스페인을 직격하며 “그들은 무임승차를 원하지만, 이를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며 “(스페인은) 무역에서 우리에게 갚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국방비 증액을 약속한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집단방위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공동성명은 “워싱턴 조약(나토 조약) 5조에 명시된 집단방위, 즉 하나에 대한 공격은 모두에 대한 공격이라는 원칙에 대한 철통 같은 약속을 다시 한 번 확고히 다짐한다”고 했다. 나토의 집단방위 공약은 정상회의 때면 통상 포함되는 문구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래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 없이는 미국이 집단방위 의무를 다할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이날은 “나는 그것(나토 5조)을 지지한다”며 “그렇지 않다면 여기 오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헤이그로 향하는 비행기에선 집단방위 의무 조항이 “여러 정의가 있다”며 확답을 하지 않았던 그다.

 

마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연이은 질문에 “걱정을 그만하라”며 “미국은 전적으로 5조를 준수한다. 우리가 얼마나 많이 이 점을 말해야 하는가?”라고 받아치기도 했다. 마르크 뤼터 총장은 나토 회의가 열리기 수개월 전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회원국들의 이견을 조율해 왔다. 이번 공동성명 내용도 5개 항목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양이 대폭 줄었다.

 

전임 바이든 행정부 시절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정상회의 당시엔 38개 항목에 더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장기적인 안보 지원 서약까지 6개 항목의 성명을 냈다. 특히 러시아를 향한 규탄이나 우크라이나에 관한 언급이 대폭 줄었다. 지난해엔 러시아를 44차례 언급하며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한 반면, 이날 성명엔 “유럽-대서양 안보에 대한 러시아의 장기적인 위협에 직면해 (나토는) 단결했다”는 표현 정도가 담겼다.

 

우크라이나 지원과 관련해선 “동맹국들은 우리의 안보에 기여하는 우크라이나에 지원을 제공한다는 주권적 공약을 재확인하며, 동맹국의 방위비 산정 시 우크라이나의 국방과 방위 산업을 위한 직접적인 기여를 포함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이는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러시아를 적으로만 보지 않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각이 반영된 것이기도 하다.

 

뤼터 총장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에 관한 발언을 최소화하고, 트럼프 대통령을 띄워주며 그의 심기를 건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력 충돌을 빚은 이스라엘과 이란을 가리켜 “운동장에서 두 아이”가 싸우는 것 같다고 말하자, 뤼터 총장은 “아빠(대디·트럼프 대통령 지칭)가 때로는 이들을 멈추게 위해 강한 말을 해야 할 때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분이 좋은듯 “(뤼터 총장이) 나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는 다정하게 ‘당신은 나의 아빠’라고 말했다”며 웃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 이후 미국 백악관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워싱턴 D.C.의 백악관 상황실에 있는 모습을 엑스를 통해 공개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이 이란의 핵 시설 세 곳에 대해 “매우 성공적인 공격”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 연합


6월 24일(현지 시각) 이스라엘-이란 전쟁이 휴전에 들어갔다.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지 12일 만의 일이다. 이번 휴전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 개입에 따른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이란의 3개 핵시설을 공격하며 이란을 압박했고 더는 전쟁을 이어갈 뾰족한 수가 없는 이란은 이스라엘과의 휴전에 합의했다. 전쟁이 장기전으로 확산하지 않고 중단된 건 천만다행이지만 이번 이스라엘-이란 전쟁 그리고 미국의 무력 개입과 그를 통한 휴전은 국제사회에 여러 가지 숙제를 안겼다.

국제사회가 직면한 첫 번째 숙제는 이스라엘의 계속되는 무력 사용을 어떻게 제지할 것이냐다. 이스라엘이 주장한 이란 공격의 이유는 자국의 안전을 위해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다른 국가라면 국제 사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고 외교적 문제 해결을 촉구할 테지만 이스라엘은 독자적인 무력 사용을 결정했다.

그 배후에는 이란의 군사력 및 지역 패권 약화 시도,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생존 문제 등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많은 언론과 전문가의 중론이지만 어쨌든 이스라엘이 주장한 건 이란의 핵무기 개발 저지였다.

그런데 이스라엘의 공격은 미국과 이란 간 6차 핵협상 이틀을 앞둔 시점에 이뤄진 것이어서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높지 않았다. 설사 이스라엘의 주장을 인정한다 해도 이스라엘이 문제의 외교적 해결이라는 국제 규범을 어긴 건 심각한 문제였다.

제멋대로 타국 공격하는 이스라엘과 미국

그러나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주도하는 국제사회는 이런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에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캐나다에서 열린 회의에서 G7 정상들은 이스라엘의 '자위권'과 '이란 핵무기 보유 불가' 원칙을 언급하며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서방국들이 가자지구 공격과 무차별 학살, 레바논 공격, 이란 공격 등 계속되는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제지할 의사가 전혀 없음을 보여준다. 이는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 선제공격 등에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기도 하다.

서방국들이 원하는 중동지역의 정치적 안정을 위해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지지한다는 의사의 표명이기도 하다. 이런 서방국들의 행태는 유독 이스라엘 앞에서만 멈추는 국제법과 국제 규범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제사회의 법과 규범을 회복하고 이스라엘의 무력 사용을 제지할 방법을 찾는 건 세계에 던져진 큰 숙제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현재 국제사회는 이 숙제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고 그 결과 이스라엘의 오만과 아집은 하늘을 찌르고 있다.

미국의 공습으로 땅이 파인 이란 나탄즈 농축 시설 ⓒ 로이터=연합


두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어떻게 미국의 무력 사용 부당성을 확실히 지적할 것이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공격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것이었고 세계인을 경악을 넘어 혼란에 빠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고립주의와 국제 문제 불간섭 원칙을 주장해 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미국의 이란 공격은 두 가지 면에서 정당성이 없었다. 하나는 외교적 해결을 외면하고 군사적 해결을 택했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회유하고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가지고 있었다. 이스라엘에 무기 지원 및 정치적 지지 중단을 압박할 수 있었다. 미국의 무기와 지지가 없이 이스라엘은 현실적으로 가자지구 전쟁을 계속할 수도,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반군, 이란 등과 무력 대결을 계속할 수도 없다. 또한 미국의 지지가 없으면 가자지구에서 저지르고 있는 민간인 학살과 식량 무기화 등 온갖 전쟁 범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을 계속 무시할 수도 없다.

그러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개인적으로 친분이 두터운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압박해 전쟁을 중단하려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는 외교적 해결인 이란과의 핵협상을 포기하는 것이기도 했다. 어떤 비군사적 수단도 강구하지 않고 무력 사용을 선택한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은 어떤 핑계로도 정당화될 수 없는 것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냥 이스라엘을 지지하고 이란에 본때를 보여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미국의 이란 공격이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이란 공격 직후 이것이 '일방적 무력 행사'를 금지한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라는 주장이 여러 곳에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격의 목표는 "테러를 지원하는 국가(이란)의 핵 위협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 또한 "대통령이 미국의 국익을 위협하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미군과 우방국인 이스라엘 방어를 위해 공격을 승인했다"며 이란 공격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의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주장이었다. 유엔 헌장은 국가가 합법적으로 타국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는 두 가지 경우를 언급하고 있다. 하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국제 평화와 안보를 복구 내지 유지할 예외적 조건에서 무력 사용을 결의했을 때고, 다른 하나는 국가가 침공을 받아 자위권을 행사해야 할 때다. 미국의 공격은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 해당하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미국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한 것과도 다른 것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향후 러시아에 위협이 될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러시아는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외교적 노력도 하지 않았다. 확신할 수 없는 미래의 위협을 가정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주장은 국제사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은 러시아의 논리로 이란을 공격했고, 나아가 서방국들은 역시 같은 논리로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을 지지했다. 그 근거는 이란이 국제사회가 절대 인정할 수 없는 핵무기를 개발하려 했다는 것이지만 이란과 외교적 협상 여지가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없다. 서방국을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이런 이중잣대는 미국의 무력 사용 부당성을 지적하는 논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세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국제법을 무시하는 미국의 무력 사용 재발을 어떻게 막을 것이냐다. 미국의 이란 공격에 세계가 경악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미국이 무력을 통한 문제 해결을 실행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을 지금까지 국제사회가 위협으로 여기지 않은 이유는 미국이 국제법과 국제 규범을 위반하면서 무력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의 이란 공격은 그런 신뢰를 깨고 레드 라인을 넘은 것이었다. 사실 이는 미국에 트럼프 대통령이 있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어쨌든 미국은 이란 공격을 통해 미국의 경고와 요구와 응하지 않는 국가에 무력을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한 국가의 이런 변화는 국제사회에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이란 공격은 예외적인 사례고 아무리 독불장군이고 국제 규범 따위에 관심이 없는 트럼프 대통령이라 할지라도 비슷한 일은 할 수 없을 거라 주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사례로 비춰볼 때 비슷한 일이 생길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그러므로 국제사회에 던져진 심각한 숙제는 어떻게 국제적 합의 없는 미국의 일방적 무력 사용 가능성을 제거할 것이냐다. 현실적으로 그것이 가능할 것이냐도 의문이다. 국제사회 질서에서 실질적으로 핵심 역할을 하는 서방국들이 미국을 제지할 의지가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기구 감시 없이 이란만 뭐라 하나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이 25일(현지 시각) 헤이그에서 열리는 NATO 정상회의에 도착해 언론과 대화하고 있다. 2025.6.25 ⓒ AP=연합뉴스관련사진보기


BBC 보도에 따르면 6월 24일 나토 정상회의 개막을 앞두고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 "이란에 대한 단호한 행동"을 축하했다. 그는 "진정 특별하고 누구도 감히 할 수 없는 행동이었습니다. 때문에 우리가 더 안전해졌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아부가 가득한 메시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에 공유해 드러났다. 이는 나토가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 사용을 오히려 지지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미국의 이란 공격 후 기자회견을 통해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나 스퇴르 노르웨이 대통령이 "합법성이 없었다"고 지적했지만 그건 단편적인 의견일 뿐이다. 나토의 유럽 회원국들이 사실상 미국의 요구대로 국방비를 GDP의 5%까지 인상하기로 합의한 것 또한 유럽 국가들이 미국의 무력 사용 문제에 전혀 문제를 제기할 의지가 없음을 보여준다.

네 번째로 직면한 숙제는 중동의 핵무기 문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다. 미국이 이란의 핵시설을 공격했지만 CNN은 미 정보국의 초기 평가를 인용해 미국의 공격이 이란 핵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는 파괴하지 못했고 단지 핵개발을 몇 개월 늦췄을 뿐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의 공격 목표가 정말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키는 것이었는지가 모호하다는 걸 의미한다. 이는 또한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이란은 오히려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문제는 더 복잡해질 수 있고 미국은 이란과 진행 중이던 핵협상을 걷어차고 이스라엘을 두둔하고 공격까지 감행한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는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를 공식화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고 이것이 이스라엘과 대결하고 있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 핑계 중 하나가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이스라엘은 핵무기 보유를 인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NCND 전략을 쓰면서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NPT에 가입된 국가도 아니어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에서 벗어나 있기도 하다. 이스라엘의 핵무기 보유 공식화와 이스라엘에 대한 국제기구의 감시 없이 이란에 대한 핵무기 개발 감시와 포기 압력은 정당성을 인정받기 힘들다. 외교적 협상 또한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   < 정주진 기자 >

 

 “추경, 경제회복 위한 최소한의 조치”.. “외교에는 색깔이 없어”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한 첫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의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익 중심 실용외교로 통상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국제 질서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 관련 국회 시정연설을 하며 “외교에는 색깔이 없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일도 더없이 중요하다”며 “평화가 밥이고, 경제다. 평화가 경제 성장을 이끌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선순환으로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추경의 주요 내용을 설명하면서  “심각한 내수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진작 예산 11조 3천억 원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약 13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편성하여 소비여력을 보강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고자 한다”며 “소비쿠폰은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되, 취약계층과 인구소멸지역은 더 두터운 맞춤형 지원으로 설계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 국민 1인당 15만 원에서 최대 52만 원까지 지원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방안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지역사랑상품권에 6천억원 국비를 추가 투입하여, 할인율을 인상하고, 발행 규모를 8조원 추가 확대했다”며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을 더 지원한다는 새 정부의 철학에 따라 지방에 더 많은 국비를 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대통령은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촉진 예산 3조9천억원을 편성했다”며 “철도·도로·항만 등 집행가능한 사회간접자본(SOC)에 조기 투자하고, 침체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 총 5조4천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예산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또 “인공지능(AI)과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 등 1조3천억 원의 자금 지원으로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등을 위한 민생안정 예산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이 대통령은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새 정부는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차주 113만 명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원 이하 채무를 정리하여, 사실상 파산 상태로 상환 능력을 상실한 분들에게 경제활동에 복귀할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다. 또한 “성실 상환 중인 소상공인에게는 분할 상환 기간을 확대하고, 이자를 추가 감면하겠다”며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을 위해 폐업지원금도 인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이 대통령은 “10조3천억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추진하여 재정 정상화의 시작을 알리겠다”며 “추경안에 세입경정을 반영하여 이미 편성한 예산이라도 필요한 사업만을 적재적소에 집행하겠다”고 했다.  < 신형철 기자 >

 

이 대통령 “새 나라 혼자 못 만들어” 개혁 협조 요청

시정연설서 국민·국회에 호소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에 도착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해 2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 나서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며 개혁을 위한 협조를 간곡히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또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시정연설에서 거듭 ‘개혁’을 통한 새로운 나라를 비전으로 제시하며 국민과 국회의 협조를 당부했다. 그는 “규칙을 어겨 이익을 볼 수 없고 규칙을 지켜 손해 보지 않는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 역시 모두의 협력 없이는 이룰 수 없다. 공정하게 노력하여 일궈낸 정당한 성공에 박수를 보내는 그런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검불을 걷어내야 씨를 뿌릴 수 있다”고도 말했다. 개혁을 위해 다소간의 고통을 감수하자는 것이다.

 

이어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많은 것들이 회복되고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 엄지원 기자 >

 

이 대통령 “우리 경제상황 절박…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위한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건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6일 시정연설에서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것”이라며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며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했다.  < 엄지원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에 가지기 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 “코스피 5000 시대 연다…자본시장 정상화할 것”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부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 제출과 관련해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자본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면 경제도 살고, 기업도 제대로 성장 발전하는 선순환으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한 2025년도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에서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히 완료하여 기후 위기와 알이백(RE100)에 대응해야 한다”며 “바이오산업과 제조업 혁신, 문화산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어 “요즘처럼 저성장이 지속되면 기회의 문이 좁아지고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했다.  < 고경주 기자 >

 

 “이재명” 연호하며 기립박수…국힘은 굳은 표정

국힘, 대통령 입장 기립…박수 안 쳐
김민석 총리 인선 개별적 항의도
권성동 팔 ‘툭’ 친 이 대통령 화제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뒤 첫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입장하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의 첫 국회 시정연설이 이뤄진 26일, 국회 본회의장의 반응은 반으로 갈렸다. 여당 의원들은 밝은 표정으로 박수와 환호를 보냈고, 야당 의원들은 일어서긴 했지만 박수를 치지 않고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기만 했다. 일부 야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 퇴장 때 ‘김민석 국무총리 임명을 재고해달라’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이 대통령은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관한 시정연설을 하기 위해 이날 국회 본회의장을 찾았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서자 여야 의원들은 모두 일어났지만, 분위기는 엇갈렸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등 범여권 의원들의 박수와 환호 속에 이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단상으로 가는 동안, 국민의힘 의원들은 굳은 표정으로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이 대통령이 단상에 서서 야당 의원들 쪽으로 허리 숙여 인사할 때도 야당 의원들은 아무도 화답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의 연설 때도 마찬가지였다. 여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이 연설하는 동안 모두 12번이나 박수를 보냈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한번도 박수를 치지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다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2월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서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을 때 “범죄자”, “뭐 하자는 거야” 등 소리를 지르며 항의했던 것과 달리, 이날은 별다른 항의를 하지 않았다.

 

이 대통령이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하자, 일부 의원들이 웅성거리며 불만을 내비치는 정도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권성동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와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연설이 끝나고 이 대통령이 야당 의원석 쪽으로 퇴장하면서 야당의 분위기는 좀 더 누그러졌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눴고, 일부 의원들이 이 대통령에게 말을 건네면서 잠시 대통령이 멈춰서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권성동 전 원내대표와 잠시 대화를 나눈 뒤 웃으면서 권 전 원내대표의 팔을 툭 치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본회의 뒤 ‘김민석 총리 후보자의 임명을 재고해달라’는 취지로 대통령에게 말을 건넸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취임 뒤 첫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하기 전 국회 중앙홀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악수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민주당 의원들은 연설 뒤 이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갈 때까지 “이재명”을 연호하며 기립박수를 보냈다.

전종덕 진보당 의원은 이 대통령과 사진을 찍으라는 권유에 “사진을 찍을 게 아니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유임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김채운 기자 >

 

이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내란 윤석열 첫 국회연설과 어떻게 달랐나

이 대통령, 추경 편성 이유 설명하며 “협조” 당부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추가경정예산 시정연설을 마친 뒤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늘 이 자리가 우리의 빛나는 의회주의 역사에 자랑스러운 한 페이지로 기록되기를 희망합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엿새만인 2022년 5월1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했다. 추가경정예산안 처리에 대한 국회의 협조를 구하는 자리였다.

 

윤 전 대통령은 “빛나는 의회주의”로 연설을 마무리했지만, 2년7개월 뒤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의원들을 끌어내라며 국회 안으로 군인들을 난입시켰다. 

 

첫 시정연설에서 윤 전 대통령은 의회주의를 유독 강조했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의회주의는 국정운영의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다. 저는 법률안, 예산안뿐 아니라 국정의 주요 사안에 관해 의회 지도자와 의원 여러분과 긴밀히 논의하겠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인 연금·노동·교육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며 국회의 초당적 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의 협조 없이는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22년 5월16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기에 앞서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인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그러나 정치 경험 없는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의 ‘의회주의’는 사실상 급조된 정치적 레토릭이었다. 이후 일방적 국정 운영과 검찰·감사원 등을 동원한 야당 압박 행태가 지속됐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부서 전체가 동원돼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야당 수사에 투입되기도 했다. 대선 경쟁 상대였던 낙선자에 대한 전례 없는 정치 보복이었다.

 

사정기관의 힘을 동원해 여소야대 구도에 현상 변경을 시도하자 여야 협치는 사라졌다. 대통령의 인사 강행과 거부권 남발, 야당의 탄핵 추진과 법안 단독 처리가 반복됐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10월과 2023년 10월 국회를 찾아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다. 그러나 2024년 9월 열린 22대 국회 개원식에 불참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선출된 대통령으로는 처음이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 대통령을 향한 조롱과 야유, 언어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가서 대통령이 곤욕을 치르고 오시라고 어떻게 말씀드릴 수 있는가”라고 했다. 그해 11월에는 예산안 시정연설에 한덕수 국무총리를 대신 보냈다. 이 역시 11년 만의 일이었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 전 대통령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최소한 2024년 초부터 국회 해산을 포함한 비상계엄을 모의하고 있었다. 부정선거 망상에 빠져있던 윤 전 대통령은 2024년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참패하자 아예 국회를 없애버릴 계획을 짰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 무시와 개원·시정 연설 불참은 비상계엄 선포의 징조였던 셈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22일째인 26일 국회에서 첫 시정연설을 했다. 역시 추가경정예산안의 빠른 처리를 당부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 대통령은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할 수 없다”고 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를 설명하며 “국회의 협조를 구하고자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그러면서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국회가 적극 협력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압도적 여대야소, 민주화 이후 가장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 이 대통령의 시정연설 마무리 역시 ‘의회’였다.  < 김남일 기자 >

 

[전문] 이 대통령 첫 국회 시정연설…“실용 정신으로 경기회복 최선”

 
 
이재명 대통령이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취임 후 첫 추가경정예산(추경)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025년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을 위해 26일 첫 국회 시정연설을 했다.

 

이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난 3년간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며 “오직 실용 정신에 입각하여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의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아래는 연설문 전문.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우원식 국회의장님과 여러 국회의원 여러분,

 

저는 지난 6월 4일, 이곳 국회에서

대통령 취임선서를 통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

다시 힘차게 성장 발전하는 나라,

모두 함께 잘 사는,

문화가 꽃피는 나라,

그리고 안전하고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드렸습니다.

 

무너진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은 

지금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과제입니다.

 

요즘처럼 저성장이 지속되면 

기회의 문이 좁아지고

경쟁과 갈등이 격화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됩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성장의 기회와 결과를 함께 나누는 

‘공정성장’의 문을 열어야

양극화와 불평등을 완화하고

‘모두가 함께 잘 사는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자본시장도 정상화해야 합니다.

자본시장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회복하면

경제도 살고, 

기업도 제대로 성장 발전하는 선순환으로 

우리 국민 모두가 바라는 코스피 5천 시대를 열어젖힐 수 있습니다.  

 

인공지능, 반도체 등 첨단기술 산업에 대대적으로 투자하고,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을 조속하게 완료하여

기후 위기와 RE100에 대응해야 합니다.

 

바이오산업과 제조업 혁신, 문화산업 육성에도 힘을 기울여서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외교에는 색깔이 없습니다.

진보냐, 보수냐가 아니라

국익이냐, 아니냐가 

유일한 선택 기준이 되어야 합니다.  

감사합니다. 우리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응이 없는데 이러면 쑥스러우니까. 

 

국익중심의 실용외교로

통상과 공급망 문제를 비롯한

국제 질서 변화에 슬기롭게 대응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확보하는 일도

더없이 중요한 일입니다.

 

평화가 밥이고, 평화가 곧 경제입니다.

평화가 경제 성장을 이끌어내고, 

경제가 다시 평화를 강화하는 선순환을 통해 

국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는 나라를 꼭 만들겠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께 간곡하게 협조 요청을 드립니다.

 

새로운 나라, 진짜 대한민국을 만드는 일은

대통령 혼자 또는 특정한 소수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예측 가능하고 합리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최소한의 합의를 꼭 지켜야 합니다.

 

규칙을 어겨서는 이익을 볼 수 없고

규칙을 지켜도 결코 손해 보지 않는 

그런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 역시

모두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공정하게 노력해서 일궈낸 정당한 성공에는

우리 모두가 박수를 보내는 그런 합리적인 사회를 꼭 만들어야겠습니다.

 

기득권과 특권, 

새치기와 편법으로 움직이는 나라가 아니라

공정의 토대 위에 모두가 질서를 지키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사회로 나아가야 하는 것입니다.  

 

새로운 사회로 변화하는 과정은 고통을 수반하지만 

검불을 걷어내야 씨를 뿌릴 수 있습니다.

 

하나된 힘으로 숱한 국난을 극복해온 

위대한 우리 대한 국민들의 저력이라면,

어떤 어려움도 능히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포용하면

새롭게 출발할 수 있습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이미 많은 것들이 회복되고 정상화되고 있습니다.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갑시다.

우리는 할 수 있다는 것을 국민들께 보여줍시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그리고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조국혁신당을 포함한 

국회의원 여러분,

 

오늘 저는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와 

주요 내용을 직접 설명드리고,

국회의 협조를 구하고자 이 자리에 왔습니다.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한 정부가 

시급하게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는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입니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매우 엄중한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수출 회복이 더딘 가운데, 

내수마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에,

경제성장률은 4분기 연속 0%대에 머물고 

심지어 지난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을 하기도 했습니다.

 

중산층의 소비 여력은 줄어들고,

자영업자들의 빚은 더이상 감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고 있습니다. 

 

세부 경제지표를 살펴보면 민생의 어려움이 더욱 여실히 드러납니다.

 

올 초까지 소비, 투자 심리 모두 악화일로입니다.

올해 1분기 정부소비,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가 

모두 역성장했습니다.

즉, 줄어들었다는 뜻입니다. 

 

구직을 단념한 청년들의 숫자는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합니다.   폐업한 자영업자 수도 연간 100만 명입니다.

취약계층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습니다.

가계만의 문제가 아니라 금융의 취약성까지 드러내고 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도 견뎌낸 우리 경제가 

지난 3년간 너무 심각한 위기로 빠져들었습니다.

 

특히, 지난 12.3 불법비상계엄은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경기에 치명타를 가했습니다.

 

미국발 관세 충격부터, 

최근에 이스라엘-이란 전쟁까지

급변하는 국제 정세는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경제가 다시 뛸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설 때입니다.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을 놓고 긴축만을 고집하는 것은

무책임한 방관이자, 

정부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정부의 가장 큰 책무는 바로 국민의 삶을 지키는 일 아니겠습니까.  

 

국민의 삶을 지키는 정부, 

그리고 위기 앞에 실용으로 답하는 정부라야 합니다.

 

이념과 구호가 아니라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실천이,

바로 새 정부가 나아갈 방향입니다.  

 

 

국민 여러분,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경제는 타이밍’이라고 합니다.

지금이 바로 그 타이밍으로 생각됩니다.

 

저는 취임 첫날 첫 행정지시로

비상경제점검TF를 구성하고,

 

경기침체 극복과 민생회복을 위해서

30조 5천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했습니다.

 

‘신속한 추경 편성’과 ‘속도감 있는 집행’으로 

우리 경제, 특히 내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경기회복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국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리면서,

추가경정예산안 세부 내용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첫째, 심각한 내수침체에 대응하기 위해

소비진작 예산 11조 3천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약 13조 원 규모의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편성해서 

소비 여력을 보강하고, 

내수시장 활성화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소비쿠폰은 세금을 내시는 분을 포함해서 

전 국민에게 보편 지급하되,

취약계층과 인구소멸지역은 

더 두터운 맞춤형 지원으로 편성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모든 국민들은 1인당 15만 원씩을 받으시되 

형편과 지역에 따라 최대 52만 원까지 지원하게 됩니다. 

 

지역경제에 숨을 불어넣기 위해

지역사랑상품권에 6천억 원 국비를 추가 투입해서 

할인율을 인상하고, 

발행 규모를 8조 원 추가로 확대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소비쿠폰과 지역사랑상품권은

지방을 더 지원한다는 

새 정부의 철학에 따라

지방에 더 많은 국비를 편성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둘째, 경기 활성화를 위한 투자촉진 예산 

3조 9천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철도·도로·항만 등 집행가능한 SOC에 조기 투자하고, 

침체된 부동산 PF 시장에 

총 5조 4천억 원의 유동성을 공급하는 등

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예산을 담았습니다. 

 

AI와 신재생 에너지 관련 투자를 확대하고,

벤처·중소기업 모태펀드 출자 등 

1조 3천억 원의 자금 지원으로

대한민국 성장동력을 되살리고자 했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셋째로, 소상공인, 취약계층 등을 지원하는 

민생안정 예산을 5조 원 담았습니다.

 

같은 경제위기 상황이라도 

고통의 무게는 같지 않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위기부터 12.3 불법비상계엄까지

극심한 고통을 겪고 계신 

소상공인, 자영업자, 취약계층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새 정부는 빚을 갚을 여력이 없는 

취약차주 113만 명의 장기연체채권을 소각하겠습니다.

 

7년 이상 연체된 5천만 원 이하 채무를 정리해서 

사실상 파산 상태로 상환 능력을 상실한 분들이 

다시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 드리려고 합니다.

 

성실하게 상환 중인 소상공인 여러분들에게는 

분할 상환 기간을 확대하고, 

이자를 추가 감면할 것입니다.

 

폐업 소상공인의 재기 지원을 위해서

폐업지원금도 인상합니다.

 

구직급여와 국민취업지원제도 확대 등

고용안전망 구축에도 1조 6천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넷째, 10조 3천억 원 규모의 세입경정을 추진해서  

재정 정상화의 시작을 알리겠습니다.

 

이번 추경안에는 세입경정을 반영했습니다.

재정 안정성과 국회의 예산 심의·확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2023년과 24년, 이 두 해 동안 도합 80조 원 이상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도 상당한 수준의 세수 결손이 예측됩니다.

 

만약 세수 결손을 방치할 경우에 

정부는 연말에 예산을 대규모 불용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예산을 계획만큼 지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방재정 지원도 줄어들게 됩니다.

이는 사실상의 긴축재정 운용으로 

민생과 경기 회복의 걸림돌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새 정부는 변칙과 편법이 아닌

투명하고 책임 있는 재정 정책을 펼치려고 합니다.

 

추경안에 세입경정을 반영해서  

이미 편성한 예산이라 해도

필요한 사업만을 적재적소에 집행하려 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우원식 국회의장님, 그리고 국회의원 여러분,

 

경제와 민생을 살리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습니다.

 

이번 추가경정예산안은 

경제위기 가뭄 해소를 위한 마중물이자, 

경제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입니다.

 

정부가 추경안에 담지 못한 내용이 있다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주저하지 마시고 의견을 내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우리 야당 의원님들께서도 필요한 예산 항목이 있거나 삭감에 주력하시겠지만 추가할 게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의견을 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다행히 새 정부 출범 이후에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소비심리가 많이 개선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앞으로도 

든든한 민생의 버팀목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오직 실용 정신에 입각하여

국민의 삶을 살피고,

경기 회복과 경제 성장의 새 길을 열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활력을 되찾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드는 데에

국회가 적극 협력해 주시길 부탁드리면서 

우리 국민의힘 의원님들 어려운 자리 함께해 주신 점에 대해서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고맙습니다.

 

변호인단 “28일 오전 10시 출석”
내란 특검은 오전 9시 소환 통보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제21대 대통령 선거일인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원명초등학교에 마련된 서초4동제3투표소에서 투표를 마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내란 특검의 소환 통보를 받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비공개 출석을 요청하며 특검이 요구한 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조사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앞서 내란 특검은 특수공무집행 방해 혐의 등으로 법원에 청구한 윤 전 대통령의 체포영장이 기각되자 곧바로 28일 오전 9시에 출석해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은 26일 입장을 내고 “법률대리인단이 출석 시간만 오전 10시로 조정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특검은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단 1시간의 시간 조정조차 허용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인 명령과 경직된 태도는 (피의자와 조사 협의를 규정한 검찰)사무규칙에 정면으로 반하고 임의수사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법률대리인단은 (특검에) 비공개 출석을 기본으로 요청”한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은 28일 토요일 10시경 특검에 출석하여 조사에 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내란 특검 쪽이 통보한 것보다 한 시간 늦은 때다.

 

아울러 변호인단은 “윤석열 전 대통령은 앞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른 수사에는 성실히 임할 것”이라며 “수사기관 역시 법이 정한 절차와 피의자의 권리를 존중하며 수사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고 밝혔다. < 정환봉 기자 >

 

‘구속 연장’ 김용현 “석방 기대 애국 국민 성원에 보답 못해 송구” 운운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1월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4차변론에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석방을 약 3시간 앞두고 구속이 연장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옥중 편지를 통해 심경을 밝혔다. 그는 “석방을 기대한 많은 분들의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25일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국민의힘 비대위 갤러리’에 김 전 장관이 이날 쓴 것으로 보이는 옥중 편지가 올라왔다.

 

‘존경하는 애국 국민 여러분’으로 시작하는 편지에서 김 전 장관은 “오늘이 법정구속기간 만기일이라 많은 분들이 석방을 기대하고 계셨을 텐데, 성원에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썼다.

 

내란 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던 김 전 장관은 26일 자정에 1심 구속기간(최장 6개월)이 만료돼 풀려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수사를 하고 있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지난 18일 김 전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추가 기소하고 이날 법원이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인정해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다시 구속 상태에서 수사와 재판을 받게 됐다.

                                          디시인사이드 갈무리

 

이날 편지는 12·3 내란사태 이후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를 이어온 이른바 ‘애국 국민’만을 겨냥한 것이었다.

 

김 전 장관은 “지난 겨울 영하 20도의 혹한에도 한남동과 광화문에서, 부산·대구·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 하나가 되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무더위가 찾아왔다”며 “분노와 절망으로 밤잠을 설치며 하루하루를 힘들게 지내고 계심에 어떤 위로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변함없이 구국의 투혼을 이어 오고 계신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김 전 장관은 “책임질 일이 있다면 오롯이 장관의 몫”이라며 자신의 명령에 따른 현역 군인들에 대한 선처를 호소했다.

 

앞서 김 전 장관은 옥중 편지로 인해 내란선동 혐의로 고발당하기도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을 내리기 전인 지난 2월28일 쓴 편지에서 헌법재판관 3명을 직접 언급하며 “불법 탄핵심판을 주도한 문형배, 이미선, 정계선을 처단하라”고 적었기 때문이다.

 

이어 3월7일에 쓴 편지에서도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대학생들을 두고 ‘악의 무리’라고 지칭해 또다시 논란이 일기도 했다. < 이유진 기자 >

 

내란 특검, ‘윤석열 석방’ 지귀연·심우정 사건 넘겨받았다

공수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고발사건 이첩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심우정 검찰총장.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내란 특별검사팀’으로 넘겨졌다.

 

26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지 부장판사와 심 총장을 고발한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내란특검으로 지난 24일 이첩됐다고 밝혔다.

 

사세행은 지난 3월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구속취소 결정을 했고, 심 총장은 수사팀의 반발에도 즉시항고를 포기해 부하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두 사람을 고발한 바 있다.  < 배지현 기자 >

 

내란 특검 “30일까지 노상원 추가 기소…증거인멸 막을 것”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오는 30일까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조 특검팀 김형수 특검보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의 심리로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공판에 참석해 “특검에서는 피고인 노상원에 대해 6월30일까진 추가기소하는 등 관련 피고인의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증거인멸행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진행 중인 재판 공소유지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의 구속기한은 다음달 9일 만료된다.

 

앞서 특검은 김 전 장관의 1심 구속기한 만료 직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고 전날 법원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곽진산  오연서 기자 >

 

공수처, 직권남용·직무유기 혐의 고발사건 이첩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심우정 검찰총장. 사진공동취재단, 연합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취소를 결정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즉시항고를 하지 않은 심우정 검찰총장에 대한 고발 사건이 ‘내란 특별검사팀’으로 넘겨졌다.

 

26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직무유기 혐의로 지 부장판사와 심 총장을 고발한 사건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서 내란특검으로 지난 24일 이첩됐다고 밝혔다.

 

사세행은 지난 3월 “지 부장판사가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구속취소 결정을 했고, 심 총장은 수사팀의 반발에도 즉시항고를 포기해 부하 검사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했다”며 두 사람을 고발한 바 있다.  < 배지현 기자 >

 

내란 특검 “30일까지 노상원 추가 기소…증거인멸 막을 것”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지난해 12월24일 아침 서울 은평구 서울 서부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조은석 내란 특별검사팀이 오는 30일까지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해 추가 기소하겠다고 밝혔다.

 

조 특검팀 김형수 특검보는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 지귀연)의 심리로 열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 전 사령관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공판에 참석해 “특검에서는 피고인 노상원에 대해 6월30일까진 추가기소하는 등 관련 피고인의 구속기간 만료에 따른 증거인멸행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진행 중인 재판 공소유지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노 전 사령관의 구속기한은 다음달 9일 만료된다.

 

앞서 특검은 김 전 장관의 1심 구속기한 만료 직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증거인멸교사 혐의로 김 전 장관을 추가 기소하면서 구속영장 발부를 요청했고 전날 법원은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 곽진산  오연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