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개혁 '마지막 퍼즐'…법원행정처 폐지 추진

인사·예산 등 독점하는 제왕적 대법원장 혁파
사법행정에 민주 통제 도입…재판 독립 강화
이탄희 발의했던 법원조직법 개정안 바탕으로
비법관 다수 참여하는 사법행정위원회 설치
전현희 "가칭 '사법행정 정상화법' 연내 발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TF 출범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3. 연합
 

여당이 사법개혁의 '마지막 퍼즐'로 불리는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한다.

 

소수 엘리트 법관이 모여 법관 인사 관리까지 손에 쥐는 현행 법원행정처 체제는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력 핵심이자, 폐쇄적이고 수직적으로 사법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여겨졌다.(☞관련 기사 : 법원행정처는 폐지되어야 한다) 대법원장의 막강한 권한을 뒷받침하는 만큼 개혁에 대한 요구가 오랫동안 있었지만, 번번이 불발됐다.

 

여당은 기존 5대 사법개혁 과제(☞관련 기사 : 조희대 사법쿠데타 진압할 개혁안 닻 올렸다)와 함께 법원행정처 폐지를 추진함으로써, 사법행정에도 민주적 통제 장치를 도입하고 법관의 독립적인 재판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예산 권한 분산"

 

더불민주당은 3일 사법행정 개혁 논의를 주도할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했다.

 

정청래 당 대표는 TF 출범식에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및 재판 거래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벌어진 사법부의 대통령 선거 개입 등을 비판한 뒤, "공적 권한이 견제 없이 집중될 때 부패가 발생하고, 자정 능력도 없다"면서 "사법부도 예외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 독립'을 강조하는 조희대 대법원장을 향해 "사법부 독립은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내란의 밤 때 지금보다 더 크게 외쳤어야 한다. 계엄이 성공하면 계엄사령부 발밑에 사법부가 들어가게 되고 사법부 독립은커녕 사법부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위기 상황에서 대법원은 그때 사법부 독립을 왜 외치지 않았느냐"며 "그러니 사법부가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13일 국회 법사위 대법원 국정 감사장에서 눈을 감은 채 입을 꾹 닫고 있다. 연합
 

정 대표는 "이런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그 해법은 구조 개혁"이라며 "특정 개인의 도덕성에 기대는 방식으로는 제도적 결함을 해결할 수 없다. 제도의 설계가 곧 공정성을 담보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행 법원행정처 체제는 대법원장의 절대권력 아래, 폐쇄적이고 위계적인 운영 방식으로 판사들의 독립적 판단을 위축시키고 재판에 대한 외부 영향 가능성을 키워 왔다"며 "판사 한 명 한 명은 헌법 기관이고 헌법과 법률, 양심에 따라 재판해야 한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너무 수직화돼 있고, 폐쇄적"이라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그런 점에서 이탄희 전 의원이 제기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를 심도 있게 재검토하겠다"며 "대법원장에게 집중된 인사·예산 권한을 분산하고 외부 참여자를 포함해 법원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 구조를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사법 독립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법원행정처 폐지…사법행정위원회 설치

 

정 대표가 언급한 '사법행정위원회' 설치는 이탄희 전 민주당 의원이 21대 국회였던 지난 2020년 7월 발의한 법원조직법 개정안에 담긴 주요 내용이다.

 

법안 발의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및 재판 거래 의혹이 3년이 지났지만, 사법농단에 연루된 판사들은 줄줄이 무죄 판결을 받고 법원 개혁 법안들은 무산되는 상황이었다. 이에 이 전 의원은 제왕적 대법원장, 법관의 관료화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비(非)법관 위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사법행정위원회를 신설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국회에 설치된 사법행정위원회 위원 추천위원회를 통해 사법행정위원회 위원들을 선출하도록 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다양한 의사를 사법행정에 반영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함께 담겼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의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2023.11.21. 연합
 

이러한 입법은 당시 대법원의 공감 속에서 추진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8년 9월 "임기 중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하겠다"고 밝혔고, 그에 앞서 같은 해 7월 대법원 산하 사법발전위원회도 "주요 사법정책 수립 및 집행에 국민과 법관의 의사를 반영하기 위해 민주적으로 구성된 선진국형 합의제 사법행정 의사결정기구를 둘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20대 국회에서 임기 만료로 관련 법안이 폐기됐고, 21대 국회에서 이 전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끝내 결실을 맺지 못했다. 입법이 더딘 상황에서 김명수 대법원장은 2019년 7월 규칙 개정을 통해 사법행정 과정에 외부 전문가를 참여시키는 사법행정자문회의를 출범시켰지만, 이마저도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폐지를 검토하는 등 유명무실하게 됐다. 

 

이번에 법원행정처 폐지를 골자로 하는 입법이 추진된다면, 대선 개입 의혹을 받고 있고 있음에도 여전히 제왕적 기득권을 유지하고 있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을 대폭 축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발표한 사법개혁안을 통해서도 대법관 추천위원회에 대한 대법원장의 권한을 줄이겠다고 한 바 있다. 여기에 판사가 수사·기소·재판 과정에서 무죄를 유죄로 만들거나 그 반대 목적으로 법령을 왜곡할 경우 처벌하는 '법 왜곡죄'(형법 개정안)까지 도입된다면 사법부에 대한 견제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국회에서 열린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TF 출범식 후 열린 첫 회의에서 전현희 TF 단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5.11.3. 연합
 

"사법행정 정상화는 개혁 완성하는 마무리 투수"

 

사법불신 극복·사법행정 정상화 TF 단장을 맡은 전현희 민주당 의원은 출범식에서 "재판, 인사, 예산, 행정 등 모든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의 권한을 분산하는 민주적 통제 절차가 필요하다"면서 "재판의 독립은 외부로부터의 독립도 중요하지만, 내부로부터의 독립이 더 중요하다. 그것이 진짜 사법 독립을 보장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전 의원은 "이번에야말로 대법원장이 본연의 업무인 대법원의 재판장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할 때"라면서 "사법행정 정상화 TF를 국민의 명령인 사법개혁을 완성하는 마무리 투수로 규정한다"고 강조했다.

 

전 의원은 거듭 "대법원장을 최정점으로 한 사법 피라미드를 해체하는 것이 사법개혁의 본질이다. 사법행정과 예산, 그리고 판사 3584명 인사권을 쥐고 있는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를 반드시 혁파해야 한다"라고 강조하면서 "사법행정을 정상화하기 위한 모든 경우의 수를 열어놓고 충분한 숙의와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다.

 

전 의원은 속도감 있는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개혁은 정교하되 지체되어선 안 된다. 연내 발의를 목표로 오늘부터 가칭 '사법행정 정상화법' 논의에 착수하겠다"며 "사법부가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로서, 진정한 사법 독립을 실현할 수 있도록 무거운 책임감으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

국군의날 만찬서 말해…소맥 폭탄주도 10~20잔 마셔
윤석열 "거기서 무슨 시국 이야기 할 상황은 아니잖아"

곽종근 "그렇게 말하시니 지금까지 말 못한거 하겠다"
"한동훈을 당신 앞에 잡아오면 쏴 죽이겠다고 했잖나"

당황한 변호인단, 공판 중 입장 내고 "사실 아냐" 반박

 

윤석열 전 대통령(왼쪽)과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 연합 자료사진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 기소된 윤석열이 12·3 불법계엄 선포 두 달 전인 국군의날 만찬에서 군 수뇌부에게 "한동훈을 잡아오면 총으로 쏴서 죽이겠다"고 말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앞서 방송인 김어준 씨는 지난해 12월 내란 이후 국회에 출석해 "계엄군이 체포돼 이송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수언론 등은 더불어민주당 내부 문건을 인용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했지만, 한동훈 사살 계획은 실제 논의됐던 것으로 보인다.

 

12·3 내란 당일 윤석열의 지시를 받은 국군방첩사령부는 계엄해제를 막기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에 대한 체포조도 투입했었다.

 

곽종근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가 말하겠다"
"한동훈을 당신 앞에 잡아오라 하지 않았냐"

 

3일 오전부터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지귀연 부장판사) 심리로 진행된 내란 우두머리 재판에는 피고인 윤석열이 직접 참석했다.

 

윤석열 변호인단은 오후 증인 신문에서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에게 10월 1일 국군의날 만찬에서 '비상대권'(비상사태에 대통령이 특별한 비상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해 들었는지 물었고, 곽 전 사령관은 "그때부터 그 기억이 있다고 분명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당시 한남동 관저에서 열린 만찬에는 곽 전 사령관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이 참석했다.

 

변호인단과 곽 전 사령관이 '비상대권'을 두고 몇차례 공방을 주고받자, 윤석열이 끼어들어 직접 증인신문을 했다.

 

○윤석열 그날은 국군의날 행사 마친 군 수뇌부들이 다들 자대로 가야 한다고 해서 몇 사람만 온다고 해서 우리 관저에 주거 공간으로 갔잖아. 주거공간 식당에. 한 8시 넘어서 오셔갖고 앉자마자 그냥 소주, 소맥, 폭탄주 돌리기 시작하지 않았나. 술 많이 먹었다, 그날. 내 기억에 아주 굉장히 많은 잔 돌아간 거 같은데 앉자마자…. 

 

○곽종근 술은 열에서 스무 잔 그 정도 들었고, 분명히 그때 (비상대권) 말씀을 들었다.

 

○윤석열 내가 먹다 안주 떨어지면 냉장고 가서 뒤져다가 가져오고 그런 기억 없나?

 

○곽종근 분명히 제가 기억하는 게 김치가 있었다. 김치가 제 기억으로 맛있어서 한 번인가 가져왔던 기억이 있다.

 

○윤석열 그게 한남동 고깃집에서 나오는 김치라 따로 사다가 여러분 온다고 해서 2층 냉장고에 넣어놓은 거다. 안주거리 할 거 더 가져오고 이러면서 그날은 제가 술 많이 마신 날 아닌가. 국군의날이 군인들 생일이지 않나. 그날 저녁을 넘어가기 뭐해서 초대를 많이 했더니 몇 사람 못 온다고 해서 만찬장 말고 주거공간 식당으로 와라 해서 오신 건데, 거기서 무슨 시국 이야기 할 그런 상황은 아니지 않나.

 

윤석열이 어이없다는 듯 "무슨 시국 이야기를 할 상황은 아니지 않느냐"고 하자, 곽 전 사령관은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지금까지 말 못했던 부분을 말하겠다"며 "한동훈 이야기를 분명히 했다"고 반박했다.

 

"지금까지 제가 안 했던 말씀을, 차마 제가 그 말씀을 안 드렸는데, 한동훈과 일부 정치인 호명하시면서 당신한테 잡아오라 했다. 당신이 총으로 쏴서라도 죽이겠다고 했다. 제가 차마 그말을 검찰에서도 안했다. 한동훈 이야기만 했다. 그 말씀을 안 했어도 제가 그 말 안했을 것이다. 그렇게까지 말하니 제가 말한다. 앞뒤 상황에서 비상대권 이런 기억이 있다. 더 말씀 안 드리겠다."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에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도착해 이동하고 있다. 윤석열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2024.12.3. 연합
 

당황한 변호인단…공판 중에 입장 내고 증언 부인

 

윤석열은 곽 전 사령관의 증언을 들으며 얼굴에 웃음기를 띠었다. 반면, 그의 변호인단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윤석열 변호인인 위현석 변호사는 "오늘 새로운 내용의 진술을 참 많이 한다"며 "그런 내용을 왜 그동안의 조사에서 안 했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지적했고, 곽 전 사령관은 "일부러 안 했다"고 받아쳤다.

 

변호인단은 결국 공판 중에 곽 전 사령관의 증언에 대해 긴급하게 입장을 냈다. 변호인단은 언론 공지를 통해 "곽종근 씨가 '윤석열 전 대통령이 한동훈을 총으로 쏴죽이라고 했다'고 주장한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변호인단을 포함해 저희 모두 처음 듣는 이야기이며 윤 전 대통령은 그런 말을 하신 적이 없다"며 "오히려 변호인들이 직접 여쭈었을 때 윤 전 대통령은 수차례, '한동훈을 내가 왜 체포하거나 잡아오라고 하겠느냐, 그게 말이 되느냐'라고 분명히 말씀하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곽 사령관의 진술은 그간 일관성이 부족하고 발언이 자주 바뀌어 온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매우 의문"이라며 "실제로 오늘도 '한동훈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 하다가 곧바로 말을 바꾸는 등, 본인이 직접 들은 것인지조차 불분명한 태도를 보였다"고 했다.                                        < 김성진 기자 >

            

 

97분 회담, 한중 관계 파국 딛고 정상궤도 복귀

이재명 "대북 대화 재개 위해 한중 전략 소통"
북중 결속 심화에 "대북 관여에 매우 긍정적"

시진핑 "지역 평화 위해 더 많은 에너지 투입"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문제는 거론 안 한 듯

70조 원 규모 중앙은행 간 통화스와프 체결
위성락 "국익 실용 외교로 전면적 복원 성과"
'혐중' 의식한 듯 "긍정 메시지 더 많이 내자"

 

한중 정상회담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 폐막 직후인 1일 오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첫 대좌를 갖고 만찬도 함께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2025.11.1 연합
 

한중 관계, 파국 딛고 정상궤도 복귀
"국익 실용 외교로 전면적 복원 성과"

 

이재명-시진핑 회담은 오후 3시 48분부터 97분간 진행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미 정상회담(87분)보다 10분, 한일 정상회담(41분)보다는 56분 각각 더 길게 만났다. 미중 회담(100분)보단 짧았지만, 그만큼 할 얘기가 많았단 뜻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회담장과 만찬장은 시종일관 훈훈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먼저 이 대통령이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을 초대하고, 시 주석도 이에 호응한 건 그 자체로 두 정상 모두 전임 윤석열 정권의 '자해적' 반중 정책으로 1992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에 몰렸던 한중 관계의 정상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회담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직접 만나 뵙기를 참으로 기다려왔다"고 했고, 시 주석도 "11년 만에 다시 국빈 방한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화답했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이날 저녁 국제미디어센터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재명 정부의 국익과 실용에 기반한 대중국 외교를 통해 한중 관계를 전면적으로 복원하는 성과가 있었다"고 자평했다. 그는 2016년 박근혜 정권의 사드 배치와 중국의 '한한령', 그리고 윤 정권의 반중 정책 등을 염두에 둔 듯 "지금까지 한중 관계 발전에 부침이 있었던 건 사실"이라면서 "(일제) 국권피탈 시기 어려움을 함께한 역사적 경험과 양국 모두의 경제 성장을 견인했던 호혜적 협력의 성격에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국립경주박물관에서 한중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5.11.1 연합
 

이재명 "한중, 상호 보완적인 협력 관계"
시진핑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

 

이 대통령은 "지난 30여 년간 한중 양국이 발전시켜 온 상호 보완적 협력 관계는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부상하고, 우리나라가 글로벌 산업 경쟁력을 갖춘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한중 간 경제협력은 수직적인 분업구조에서 수평적 구조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대의 흐름에 맞춰 양국 관계도 호혜적 구조로 더욱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도 "중한 양국은 이사 갈 수 없는 중요하고 가까운 이웃이자 떼려야 뗄 수 없는 협력 동반자"라며 "수교 이래 양국이 사회 제도와 이데올로기적인 차이를 뛰어넘어 각 분야의 교류와 협력을 추진함으로써 서로의 성공을 도와주면서 공동번영을 이뤘다"라고 말했다. 만찬 답사에서도 시 주석은 "양국은 우호적인 이웃 나라이자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중국은 한국을 일관되게 중시해 왔고, 중한 우호를 주변 외교의 중요한 위치에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지난날 중한 간에 우호 미담들이 많이 있다"면서 진시황의 명을 받고 불로초를 구하러 제주도에 갔다는 서복과 통일신라 최치원의 한시 '범해'(泛海)를 거론한 뒤 "오늘날의 중한 우호도 계속해서 생기와 활력을 발산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띄우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경북 경주 소노캄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박수를 치고 있다. 2025.11.1 연합
 

이재명 "대북 대화 재개 위해 한중 전략 소통"
시진핑 "지역 평화 위해 더 많은 에너지 투입"

 

정작 회담에선 이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역내 안정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해 한중 양국이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중간에서 곤혹스러울 중국을 배려한 게 아닌가 한다.

 

눈길을 끈 건 이 대통령이 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참석(9월 3일), 북한 노동당 창건 80주년 열병식 때 리 창 중국 총리의 참석 등 최근 북·중 결속 심화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중국과 북한의 고위급 교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며 "이는 대북 관여 조건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매우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국 측과 소통을 심화하고 도전에 함께 대응해 중한 전략적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 발전을 추진하면서 지역의 평화 발전을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불어넣을 용의가 있다"고 답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역시 중국 측은 '비핵화' 관련 언급을 하지 않았다. 북한 핵보유국 지위에 대한 암묵적 인정 행보를 이어나가는 것으로 풀이된다.

 

9월 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의 리셉션 장에서 함께 서 있는 시진핑 주석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일본경제신문 9월 3일

 

이재명, 북중 결속에 "대북 관여에 긍정적"
"한반도 새 시대에 중국 역시 건설적 역할"

 

이 대통령은 회담 후 주 소노캄 호텔에서 열린 국빈 만찬 발언에서도 "저와 시진핑 주석님은 흔들림 없이 평화를 위한 길을 함께 나아가기로 뜻을 모았다"면서 "공동번영의 기본적 토대는 바로 평화다. 양국이 어떤 상황에도 평화를 지향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정부가 평화공존과 공동성장의 새 시대를 열어나가는 과정에서 중국 역시 건설적인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한중 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개척하기 위한 네 가지 제안으로 △ 전략적 소통·신뢰 강화 △ 호혜협력과 이익 유대 강화 △ 민심 교류 촉진 △ 다자간 협력과 평화 발전 촉진을 들었다. 그러면서 "상호 이익과 윈-윈 원칙을 고수해 자유무역협정(FTA) 2단계 협상을 가속화하고, AI·바이오제약·녹색산업·실버 경제 등 신흥 분야의 협력 잠재력을 발굴해 경제·무역 협력을 업그레이드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온라인 도박과 보이스피싱 등 신종 범죄 공동 대응, 양국 국민 감정 개선과 민간 교류 증진을 강조하고 '혐중 집회'를 의식한 듯 "여론과 민의의 건전한 방향을 이끌고, 긍정적 메시지를 더 많이 내며 부정적 흐름을 억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중은 양국 정상이 자리한 가운데 '양해각서(MOU) 및 계약서 교환식'을 갖고 중앙은행인 중국인민은행과 한국은행 간 5년 만기 70조 원(4000억 위안) 규모의 통화스와프 계약서와 서비스무역 교류협력 강화 MOU, 한중 경제협력 공동계획MOU, 실버 산업 협력 MOU, 혁신 창업 협력 MOU, 중국 수출 식물검역요건 MOU, 보이스피싱ㆍ온라인 사기 범죄 대응 공조 MOU 등 모두 7건을 체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경주화백컨벤션센터(HICO)에서 열린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크리스토퍼 럭슨 뉴질랜드 총리,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 뒷줄 왼쪽부터 존 리 홍콩 행정장관, 존 로쏘 파푸아뉴기니 부총리, 알렉세이 오베르추크 러시아 국제부총리, 로런스 웡 싱가포르 총리, 아누틴 찬위라꾼 태국 총리, 르엉 끄엉 베트남 국가주석,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 테레사 메라 페루 통상관광부 장관,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경제부 장관, 린신이 대만 총통 선임고문. 2025.11.1 연합
 

연합뉴스에 따르면, 중국 매체가 보도한 시 주석의 정상회담 발언에는 한국의 원자력 추진 잠수함 도입 계획과 관련한 직접적 우려나 대만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지만, 장기적으로 한중 관계 강화와 상호 존중을 강조하며, '핵심 이익'을 배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핵심 이익'이란 중국이 대만 등 영토와 국가 주권에 관한 걸 일컬을 때 사용한다.

 

끝으로 위 실장은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중 경제협력의 구조 변화를 반영한, 수평적 협력에 기초한 호혜적 협력을 추진해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민생 분야의 실질적 협력 성과물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 이유 기자 >

 “시 주석과 상호협력 추진, 양 국민 체감할 성과 만들어갈 것”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7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전국체전 개막식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은 30일 공개된 중국 신화통신과 인터뷰에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이 한·중 양국의 공동이익이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실현해 나가겠다”며 “한반도 핵 문제의 실질적 해결과 한반도 평화 구축을 위해 우리에게는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날부터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한국을 국빈 방문하는 것과 관련 “시 주석과 함께 한·중 간 상호협력을 추진하고, 양국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양 정상은 오는 11월1일 한·중 정상회담을 조율 중이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이번 APEC 정상회의 참석은 APEC을 매개로 미래지향적 역내 지역 협력을 강화해 나간다는 차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시 주석이 11년 만에 한국을 국빈 방문해 우리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한·중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어서 양자 차원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두 정상이 모두 지방에서부터 일반 국민과 함께 호흡하면서 ‘민생이 가장 중요하다’는 철학을 실천하면서 국가 지도자로 성장해 온 만큼 “공통의 경험과 인식을 바탕으로 양국 국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국민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한·중 관계의 성과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상호 협력을 추진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민생 분야의 실질 협력을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는 양국 간 경제협력 협의 채널을 확충하고, 더 나아가 한·중 FTA 서비스·투자 협상에 실질적 진전이 이루어지도록 협의를 가속해 새로운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를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고 신화통신은 전했다.

                                                                                        < 이유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