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이 불법인지 몰랐을 수 있다?


조희대가 임명한 서울중앙지법 영장 판사들
내란 특검이 재청구한 구속영장까지 기각해

1차 박정호 "위법성 인식에 다툴 여지 있어"
2차 남세진 "여전히 다툼 여지" 똑같은 사유

다른 사람도 아닌 법무부 장관…증거 수두룩
특검, 보강 수사로 계엄 정당화 문건도 확보

판사들은 '통상적 업무 수행'이란 논리 집착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 엄호 위한 사전 포석?
'내란의 밤' 간부회의 때 불법 계엄 순응 의혹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5.11.13. 연합
 

내란 특검팀이 재청구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또 기각됐다. 1차 구속영장 청구 때 법원은 '박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이 불법인지 몰랐을 수 있다'는 취지의 황당한 사유를 들어 기각하더니, 특검팀이 혐의 입증 자료를 더욱 보강해 2차 청구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똑같은 결정을 반복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계엄 사태 이후인 지난 2월 동시에 발령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 4명이 돌아가면서 윤석열과의 주요 연결 고리를 차단하며 3대 특검 수사를 노골적으로 방해하는 모양새다.

 

 

서울중앙지법 남세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3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을 상대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14일 새벽 기각 결정을 내렸다.

남 부장판사는 "종전(1차) 구속영장 기각 결정 이후 추가된 범죄 혐의와 추가로 수집된 자료를 종합해 봐도 여전히 혐의에 대한 다툼의 여지가 있어 불구속 상태에서 충분한 방어 기회를 부여받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며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 및 수사 진행 경과, 일정한 주거와 가족 관계, 경력 등을 고려하면 향후 증거를 인멸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12·3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 중인 조은석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 대해 첫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한 바 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같은 달 15일 "구속의 상당성이나 도주·증거인멸 염려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피의자가 위법성을 인식하게 된 경위나 인식한 위법성의 구체적 내용, 객관적으로 취한 조치의 위법성 존부나 정도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면서 "현재까지의 소명 정도, 수사 진행, 피의자 출석 경과 등을 고려하면 도주·증거인멸의 염려보다 불구속 수사의 원칙이 앞선다"고 설명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참여연대 소속 회원들이 22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 앞에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영장 기각 및 재판 지연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0.22. 연합
 

즉, 다른 사람도 아닌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및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발표 내용이 불법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내란에 공모·가담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법무부 장관은 인권 보호와 법질서 수호를 핵심 업무로 삼는 직책인데다, 다수 국무위원과 달리 지난해 12월 3일 계엄이 선포되기 2시간 전인 오후 8시쯤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따로 호출받았고, 윤석열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서 계엄에 관한 설명을 먼저 들어 국헌 문란 목적도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위법성 인식'을 못 했을 수가 없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에서 특정 문건을 자신의 양복 주머니에서 꺼내 들여다보고 A4 용지에 메모하는 모습 등이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확인되기도 했다.

 

더욱이 계엄 선포 직후 법무부로 돌아와 간부 회의를 소집하고, 이 자리에서 법무부 검찰국에 '계엄으로 설치되는 합동수사본부에 검사 파견을 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 금지팀'을 대기시키라는 지시도 했으며, 계엄 이후 정치인 등을 수용하기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내란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지난해 12월 4일 새벽 1시쯤 신용해 교정본부장으로부터 '구치소 현황 문건'을 휴대전화 메신저로 보고 받은 뒤 삭제한 사실까지 확인했다. 특검팀이 복구한 문건에는 수도권 구치소에 계엄 관련자 3600명가량을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의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1차 청문회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왼쪽)과 박성재 법무부 장관이 대화하고 있다. 2025.1.22. 연합
 

그럼에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을 재소환하고 휴대전화도 다시 압수했으며, 법무부에 대한 2차 압수수색도 벌여 '위법성 인식'이 분명히 있었다는 증거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구체적으로 특검팀은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냈다.

법무부 검찰과 소속 안모 검사가 작성한 이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탄핵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 등을 근거로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주장이 담겼다. 윤석열의 계엄 선포 담화문과 유사한 내용이다. 박 전 장관이 이미 계엄의 위법성을 인식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석열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예상하고 검사에게 계엄을 정당화하는 문건을 작성하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지난해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리고 이 문건을 소지한 채 이날 저녁 '삼청동 안가 회동'에 참석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함께 만난 자리였다. 특검팀은 국회의 계엄 해제 직후 윤석열의 핵심 법률 참모들이 모인 데다, 박 전 장관이 해당 문건을 회동 직전 마련한 만큼 사후 대책을 모의했을 것으로 봤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비롯해 안가 회동 직전 김주현 전 민정수석에게서 전화 온 내역 역시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앞선 구속영장 기각 당시 법원에서 의문을 제기했던 부분에 이견이 없을 정도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의미 있는 자료를 상당수 확보했고 이를 토대로 범죄 사실을 새롭게 추가했다"며 지난 11일 구속영장을 재청구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박 전 장관은 13일 두 번째 영장실질심사 때도 자신은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원론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지시를 내렸을 뿐 불법적인 내용은 없었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임을 거듭 강조했다. 법원이 이 논리를 받아들인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설전을 지켜보다 눈을 감고 있다. 2025.10.13. 연합
 

영장전담 판사들이 필사적일 만큼 '위법성 인식에 다툴 여지가 있다'는 이유로 구속을 불허하는 것은 결국 조희대 대법원장을 엄호하기 위한 목적이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희대 원장이 '내란의 밤'에 주재한 대법원 법원행정처 긴급 간부회의 자리에서 계엄에 따른 대책을 논의한 것도 '위법성 인식'이 없었던 '통상적인 업무 수행'임을 내세워 향후 조 원장을 겨냥할 수 있는 수사의 칼날을 비껴가려는 사전 포석이라는 관측이다.

 

조선일보는 이 간부회의가 열린 지난해 12월 4일 새벽에 대법원 관계자가 "비상계엄에 따라 사법권의 지휘와 감독은 계엄사령관에게 옮겨간다"며 "계엄사령관의 지시와 비상계엄 매뉴얼에 따라 향후 대응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조희대 대법원이 불법 계엄에 순응하는 움직임을 보였을 것으로 강하게 추정되는 대목이다.  < 김호경 기자 >

 

박성재 기각한 영장전담 박정호 판사, 황교안 구속영장도 기각

 
"도주나 증거인멸 등 구속 사유가 부족하다"

실상은 문 잠그고 집에서 버텼던 황교안
황교안 지지자들이 특검팀 몸으로 막아

민주당 "공무집행방해 허가증 발부한 것"

 

내란 선전·선동 혐의 관련 내란특검팀에 의해 체포된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1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 마련된 내란 특검 사무실로 향하고 있다. 2025.11.12. 연합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구속영장이 기각됐다. 황 전 총리는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팀)의 압수수색에 문을 잠그고 세 차례나 응하지 않았는데도, 법원은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봤다. 이러한 판단을 한 인물은 서울중앙지법 박정호 영장 전담 부장판사로, 그는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도 기각했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박 부장판사는 4시간 30분에 걸친 황 전 총리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후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다"며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도주나 증거인멸의 염려 등 구속 사유에 대해서도 소명이 부족하다"며 "객관적인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황 전 총리는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본인의 SNS에 체포 과정에서 경찰의 강압적인 태도를 지적하는 글을 올렸다. 

 

조은석 특별검사팀(내란 특검팀)은 구속영장 기각에 대해 "수긍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했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브리핑에서 "구속영장은 단지 수사를 위한 것"이라며 "체포영장과 함께 집행한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 분석과 관련자 조사 등을 통해 향후 처리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했다.

 

박 특검보는 "공무집행 방해 행위의 경우 현장 영상이 촬영됐고 내란 선동 행위도 SNS를 통해 공표된 부분이라 사실관계 인정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라며 "행위의 동기와 경위, 조직적 개입 정황이 있는지 등을 보다 명확히 한 후 향후 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내란 특검팀은 전날(13일) 황 전 총리에 대해 내란 선동 및 공무집행 방해, 내란특검법위반(수사방해) 혐의로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지난달 27일에도 압수수색에 착수했지만, 황 전 총리는 자택 문을 잠근 채 압수수색을 거부했다. 지난달 31일에도 같은 이유로 불발됐다.

 

특검팀이 3번 만에 압수수색을 한 것은 황 전 총리가 자택 문을 잠그고 버틴 것도 있지만 황 전 총리 지지자와 극우단체 회원들 때문이다. 이들은 황 전 총리 자택 문을 몸으로 막아섰고, 경찰들이 공무집행방해를 하지 말라고 요청해도 무시했다. 일부는 유튜브 촬영을 하면서 경찰과 특검팀에게 "진짜 경찰이 맞냐" "마스크를 벗으라"라고 맞섰다. 

 

박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박 전 장관에 대해 첫 번째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바 있다. 박 부장판사는 당시 박 전 장관이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와 계엄사령부의 포고령 발표 내용이 불법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내란에 공모·가담했다고 봤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황교안 전 국무총리를 체포한 가운데 12일 서울 용산구 자택에서 황 전 총리가 차량에 오르고 있다. 2025.11.12. 연합
 

더불어민주당 3대특검종합대응특위(위원장 전현희)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박 전 장관과 황 전 총리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며 "(황 전 총리는) 버젓이 문까지 걸어 잠그며 특검수사를 방해했음에도 구속하지 않은 것은 내란 피의자들에게 공무집행방해 허가증을 발부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에게 총칼을 겨눈 내란세력을 일벌백계해야 할 사법부가 특검수사에 제동을 걸며 내란 단죄를 가로막는 것은 국민과 헌정질서에 대한 배반"이라며 "사법정의에 대한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법부의 거듭된 업무태만으로 인해 '윤석열마저 풀려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스스로 사법불신을 자처하고 있는 사법부는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는 이어 "주권자의 지엄한 명령인 내란청산은 제1의 시대적 과제"라며 "친일독재, 군부독재의 잔재를 말끔히 청산하지 못한 과오를 더는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했다.

 

특위는 "특검은 좌고우면 없이 오직 오직 국민을 믿고 내란세력을 하나도 빠짐없이 법의 심판대에 세우길 바란다"고 했다.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박 전 장관과 황 전 총리에 대한 연이은 구속영장 기각은 국민의 실망을 넘어 '12·3 비상계엄'의 실체 규명을 가로막는 사법부의 무책임한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변인은 "황 전 총리는 체포영장을 집행하려는 특검에 끝낸 불응하고,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한 판사의 이름을 SNS에 공개하는 등 사법 체계에 대한 노골적인 선전포고를 감행했다"며 "그럼에도 법원이 '구속의 필요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한 것은 피의자가 공공연히 수사를 방해해도 문제 삼지 않는다는 신호를 보낸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박 대변인은 이어 "국민들은 온갖 이유를 찾아 피의자를 보호하려 기를 쓰는 법원의 결정을 보며, 사법 정의의 실현에 깊은 회의를 갖게 된다"며 "이번 영장 기각은 내란 특검의 법 집행 의지를 약화시키고, 진실 규명을 위한 수사에 중대한 장애물을 설치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한 "민주당은 사법부의 이번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내란 가담 세력에 대해 단호한 법적·정치적 책임을 요구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라며 "특검팀은 흔들림 없이 수사를 진행하고, 박성재, 황교안 두 전직 공직자를 포함한 내란 관련 피의자들을 반드시 법정에 세워, 헌정 파괴 시도에 대해 준엄한 심판이 내려지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민주 기자 >

 

민주, '황교안·박성재 영장기각' 성토…일각서 내란재판부 재거론 

정청래 "조희대 사법부가 내란청산 걸림돌"…김용민 "전담재판부 결단필요"


 더불어민주당은 14일 특검이 청구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구속영장을 법원이 기각하자 '조희대 사법부 성토'에 다시 나섰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부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 잔재 청산을 위한 국민의 열망이 높은데 조희대 사법부가 걸림돌이라는 생각과 의심을 지울 수 없다"며 "내란 청산에 대한 반격이 아니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또 대장동 사건 미(未)항소에 대한 검찰 내부 반발에 대해 "검찰 또한 집단 항명 등으로 검찰개혁에 대해 반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길이 없다"며 "법무부에서는 보직 해임, 인사 조치, 징계 회부 등을 신속히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 3대 특검 종합 대응 특위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최후 보루여야 할 사법부가 내란 세력의 방패막을 자처하고 나섰다"며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법원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넘어 분노를 표한다"고 비판했다.

 

특위는 "박 전 장관은 내란에 적극 가담한 정황이 뚜렷한 명백한 내란 공범인데 두 번째 영장을 기각하며 연거푸 관용을 베푼 법원의 결정을 납득할 국민은 없다"며 "버젓이 특검 수사를 방해한 황 전 총리도 구속하지 않은 것은 내란 피의자들에게 공무집행 방해 '허가증'을 발부한 것과 다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사법 정의에 대한 직무 유기다. 사법부의 거듭된 업무 태만으로 인해 이러다 윤석열마저 풀려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스스로 사법 불신을 자초하는 사법부는 국민과 역사의 평가를 두려워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백승아 원내대변인 역시 논평에서 "사법부가 두 사람이 전직 법무부 장관이라는 이유로 전관예우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국민적 의문을 더는 외면할 수 없다"며 사법부는 내란 종식 의지가 있느냐"고 말했다.

이어 "사법부는 신속하고 철저한 내란 종식과 헌법 수호라는 국민과 시대적 요구를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지금처럼 머뭇거린다면 국민의 분노는 곧 사법부를 향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란전담재판부를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경파를 중심으로 다시 분출했다.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김용민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란전담재판부, 내란영장전담판사 도입은 당 지도부 결단만 남았다"고 말했다.

 

법사위원인 서영교 의원도 "일관된 영장 기각 결정은 우연이 아니다. 조 대법원장이 구성한 영장전담부는 윤석열 체포영장, 한덕수·박성재·황교안 구속영장까지 잇달아 기각해 왔다"며 "내란전담재판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  이슬기 김영신 오규진 기자 >

김민석 “내년 1월 전에 조사 마칠 예정”
이 대통령 “행정 책임, 인사 조처 필요”

 

 
 
김민석 국무총리. 연합
 
 

정부가 ‘헌법존중 정부혁신 티에프’(TF)를 꾸려 12·3 내란에 가담한 공직자들에 대한 조사에 나선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1일 국무회의에서 “공직자들 가운데 내란에 가담하고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등 문제가 제기되는 경우가 생기면서, 공직사회 내부에서 ‘헌법 가치 훼손 아니냐’는 지적이 있고 결과적으로 공직사회 내부에 반목을 일으킨다는 의견이 많다”며 “종합적인 판단 끝에 헌법존중 정부혁신 티에프 구성을 제안 드린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국민주권 민주주의 확립이지만, 내란 수사가 장기화되며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것이 현실”이라며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 조사를 거쳐 합당한 인사 조처를 할 근거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방치해온 공직 사회 내 ‘내란 가담자’를 수위 별로 살피겠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공직자 개별 처벌이 문제가 아니라 정부의 헌법 수호 의지를 바로 세워 공직 사회 내부의 갈등을 조속히 해결하고 신뢰를 회복하려는 취지”라며 “정부 각 기관별로 티에프를 구성해서 (내년) 1월 전에 신속하고 질서 있게 조사를 마치고 설 전에 후속 조처까지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이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 같다. 내란과 관련한 문제는 특검 수사를 통해 형사 처벌을 하고 있으나, 관여 정도에 따라 형사 처벌 사안도 있겠고 행정 책임을 물을 사안도 있고 인사상 문책이나 인사 조처 할 수준도 있어서 필요하다”며 ”특검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해야 할 일 같다”고 말했다.   < 엄지원  고경주 기자 >

 

이재명 대통령 "특검에만 의존할 일 아냐"…독자 조사 힘실어

구매하기
국무회의 발언하는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 정부의 12·3 비상계엄 선포 사태와 관련, 공직자들의 불법행위 가담 여부 등을 조사하기 위해 정부 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이 국무회의에서 나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런 의견에 힘을 실었다.

이에 따라 조만간 TF가 구성될 것으로 보이며,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공직자들에 대한 정부의 자체 조사가 시작될 전망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 모두발언을 통해 "'헌법존중 정부혁신 TF'를 정부 내에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통해 비상계엄 등 내란에 참여하거나 협조한 공직자를 대상으로 신속한 내부 조사를 하고, 합당한 인사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하기
국무회의에서 회의 공개 범위 논의하는 이재명 대통령과 김민석 총리

 

김 총리는 TF 제안 배경과 관련해선 "우리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국민주권 및 민주주의의 확립"이라며 "그런데 현재 내란혐의 수사와 재판이 장기화하면서 내란 극복이 지지부진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그 사이에 내란에 가담한 사람이 승진 명부에 이름을 올리는 것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있었고, 이런 일들이 결과적으로 공직사회 내부의 반목을 일으키면서 국정 동력을 저하한다는 지적도 나왔다"며 TF 활동으로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어 "내년 1월까지 신속하고 질서 있게 조사를 마치고, 설 연휴 전에 후속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 이 과정에서 공직사회의 동요를 최소화할 방법을 찾으려 한다"며 "이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이 동의해준다면 총리의 책임 아래 총리실에서 상세한 추진 지침을 만들겠다"고 했다.

매하기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는 이재명 대통령
 

이에 이 대통령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인 것 같다. 내란에 관한 문제는 특검에만 의존할 일이 아니고, 독자적으로 (조사할) 일"이라고 동의했다.

이 대통령은 "특검이 수사를 통해 형사처벌을 하고는 있지만, 내란에 대한 관여 정도에 따라 행정책임을 묻거나 문책이나 인사 조치를 하는 등 낮은 수준의 대응을 해야 할 사안도 있다"며 자체 조사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 임형섭 황윤기 기자 >

비상계엄 선포 후 합수부 검사 파견·수용 여력 점검 등 지시한 혐의

'민주당 입법독재' 문건 · '3천600명 수용 가능' 보고 받은 것도 확인

구매하기
피의자 신분으로 해병특검 향하는 박성재 전 장관 (연합)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2025.10.24 
 

12·3 비상계엄 관련 의혹을 수사하는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다시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의 신병 확보에 나섰다.

 

특검팀은 박 전 장관에 대해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1일 밝혔다.

 

박 전 장관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 법무부 실·국장 회의를 소집하고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및 교정시설 수용 여력 점검, 출국금지 담당 직원 출근 등을 지시하는 등 윤 전 대통령의 내란 범죄에 순차적으로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특검팀은 지난달 9일 박 전 장관에 내란 중요임무 종사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박 전 장관의 위법성 인식 정도나 박 전 장관이 취한 조치의 위법성 등에 대해 다툴 여지가 있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특검팀은 이후 박 전 장관을 재소환하는 한편 휴대전화도 재차 압수수색했다. 계엄 직후 박 전 장관이 소집한 법무부 실·국장 회의 참석자를 소환 조사하고, 구치소 수용 여력 확보를 지시한 의혹과 관련해 법무부도 추가 압수수색했다.

 

특검팀은 영장 기각 후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증거 등을 통해 확인한 사실을 바탕으로 범죄 사실을 일부 추가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특검팀은 박 전 장관 등의 휴대전화 포렌식 과정에서 '권한 남용 문건 관련'이라는 제목의 파일을 복원해 확보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계엄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 4일 텔레그램을 통해 임세진 당시 법무부 검찰과장으로부터 전달받은 뒤 삭제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문건 작성자는 검찰과 소속 검사로 파악됐다.

 

해당 문건에는 더불어민주당의 입법권 남용 및 탄핵 소추권 남용, 예산심의권 남용 등을 지적하면서 국회가 '입법 독재'를 통해 권한을 남용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은 이 문건을 전달받은 직후 '삼청동 안가회동'에 참석했다. 박 전 장관과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김주현 전 대통령실 민정수석,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이 참석한 자리였다.

 

특검팀은 법무부 검찰과가 박 전 장관의 지시를 받아 계엄을 정당화하는 논리가 담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 범죄 사실에 이를 추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구매하기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해병특검 출석 (연합)  =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이 24일 서울 서초구 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전 장관은 채 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호주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다. 2025.10.24 
 

교정본부 직원들이 박 전 장관의 '수용 여력 점검' 지시에 따라 각종 문건을 작성한 정황도 추가로 파악됐다.

특검팀은 최근 수사 과정에서 신용해 당시 교정본부장이 박 전 장관 지시를 받아 법무부에 수도권 구치소 수용 여력 현황을 점검하도록 하고, '약 3천600명을 수용할 수 있다'는 내용을 보고받은 사실을 확인했다.

 

신 전 본부장은 이를 휴대전화로 촬영해 12월 4일 새벽 박 전 장관에게 전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구치소 현장 직원이 수용 거실 현황을 정리해 문건 형태로 상부에 보고한 정황도 포착됐다.

특검팀은 이 역시 공무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으로 보고 직권남용 혐의 범죄 사실에 추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박 전 장관은 당시 회의에서 내린 지시는 비상계엄 선포에 따른 원론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하라는 취지였을 뿐, 불법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주장해왔다.

 

특검팀은 그러나 법무부 각 실·국에서 실제로 작성된 문건들이 확인된 만큼, 단순한 검토 수준을 넘어 계엄에 동조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들을 이행하려 한 것으로 보고 영장을 재청구했다.                                                                   <  박재현 권희원 이밝음 기자 > 

 

검사장부터 초임검사까지 비판 글 올리며 항명
정치 중립 위반…국힘은 대통령 탄핵까지 주장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실패 떠올리게 하는 검란

민주당 "이전 정부와 달라…검사 쿠데타 분쇄"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와 관련해 일선 검사장들이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대행에게 '항소포기 지시경위·근거' 등 상세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낸 10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나오고 있다. 2025.11.10. 연합
 

검찰 수뇌부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조치에 일선 검사들의 집단 행동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검사장·지청장들의 집단 성명에 이어 대장동 수사 검사의 검찰 내부망 글, 초임 검사의 비판 글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20년 검찰개혁 추진을 두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갈등했을 당시 벌어진 '검란'(檢亂)을 연상케 한다.

 

검사장부터 초임검사까지 항명…정치중립 위반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날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는 노만석 검찰총장 권한 대행(대검 차장검사)의 사법연수원 29기 동기인 박재억 수원지검장을 비롯해 박현준 서울북부지검장, 박영빈 인천지검장, 박현철 광주지검장, 임승철 서울서부지검장, 김창진 부산지검장 등 검사장 18명 명의로 '검찰총장 권한대행께 추가 설명을 요청드린다'는 제목의 입장문이 게시됐다. 사실상 집단 항명이다.

 

이들은 입장문에서 "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사건의 1심 일부 무죄 판결에 대한 검찰총장 권한대행의 항소 포기 지시를 두고 검찰 내부뿐 아니라 온 나라가 큰 논란에 휩싸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검찰총장 권한대행이 밝힌 입장은 항소 포기의 구체적인 경위와 법리적 이유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아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노 대행의 설명을 요구했다.

 

8개 대형 지청의 지청장들도 집단 성명을 내고 노 대행에게 항소 포기 경위와 관련한 보다 구체적인 설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성명을 낸 지청지장들은 차장검사가 지휘하는 대형 지청(차치지청) 소속으로, 부장검사가 업무를 보는 지청(부치지청)의 지청장들보다 고참급 검사들이다.

 

하담미 수원지검 안양지청장, 최행관 부산지검 동부지청장, 신동원 대구지검 서부지청장, 용성진 광주지검 순천지청장 등은 내부망에 올린 입장문에서 "이번 대장동 사건 항소포기 지시는 그 결정에 이른 경위가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면 검찰이 지켜야 할 가치, 검찰의 존재 이유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그 경위에 대해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분들의 납득할 만한 설명과 지위에 걸맞은 자세를 촉구한다"고 했다.

 

대검 연구관들도 전날인 9일 회의를 열고 노 대행에게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정확한 사실관계 설명을 요구하는 입장문을 전달하기로 했다. 입장문에는 거취 표명을 포함한 책임을 다해달라는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상 사퇴 요구로 읽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10일 서울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5.11.10. 연합
 

대장동 사건의 수사·공판을 담당한 검사들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다. 항소 포기로 대장동 개발 비리로 발생한 범죄 익의 국고 환수 규모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유동규(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와 민간업자 김만배 등에 대해 특경가법상 배임죄는 '무죄'로 판단하고 형법의 업무상 배임죄만 '유죄'로 인정한 바 있다.

 

다만 재판부는 현행법 체계상 형법의 업무상 배임을 인정하면서도, 형량이 센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에 준해 양형을 결정했다. 유동규 등 성남도시개발공사에 관여하며 민간업자의 개발 편익을 봐준 이들은 이례적으로 검찰 구형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았다.

 

이에 대해 대검 수뇌부는 법무부 등의 의견을 종합해 이미 특가법상 배임 혐의 등에 준해 선고가 나온 만큼 항소에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수사팀 검사들은 2심에서 더 다퉈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장동 사건을 담당했던 김영석 대검찰청 감찰1과 검사는 전날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찰 역사상 일부 무죄가 선고되고 엄청난 금액의 추징이 선고되지 않은 사건에서 항소 포기를 한 전례가 있었나"라며, "항소 포기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죄의 중요 쟁점(재산상 이익 취득 시기 등)에 대한 상급심의 판단을 받을 기회조차 잃었다"고 했다.

 

대장동 사건 '조작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강백신 검사(대구고검)도 내부망에 글을 올리고 "항소 포기로 남욱·정영학을 상대로는 범죄수익을 단 한 푼도 환수할 수 없게 됐고, 김만배를 상대로는 당초 예상 금액의 1/10에 불과한 금액만 추징 선고가 이뤄졌음에도 이를 묵과할 수밖에 없게 됐다"고 했다.

 

이 밖에 초임검사인 울산지검 천영환 검사는 "국민에 대한 배임적 행위를 한 법무부 장관과 대검 수뇌부의 사퇴를 요구한다"며 "법률과 적법 절차에 의해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법무부와 대검이 특정인들을 법률과 재판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10일 청주시 국민의힘 충북도당 사무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11.10. 연합
 

국민의힘은 '검란'을 부추기며, 대통령 탄핵까지 언급했다. 장동혁 대표는 이날 충북 청주 충북도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항소 포기와 관련해 "단군 이래 최악의 수사 외압이자 재판 외압"이라며 "명백한 집권 남용이자 탄핵 사유"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실패 떠올리게 하는 검란

 

검사들의 이같은 집단 행동은 지난 문재인 정부 당시 조국 사태부터 추미애-윤석열 갈등까지 이어진 검찰들의 대대적인 반란을 떠오르게 한다.

 

'조국 사태'를 계기로 당시 청와대와 여당은 검찰개혁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뒤를 이은 추미애 장관은 2020년 1월 취임 직후부터 검찰개혁 완수 의지를 밝히며 검찰을 압박했다. 취임 닷새 만에 검찰 수뇌부를 물갈이 하는 등 본격적인 조직 정비에 나섰다. 그러나 추 장관이 광폭 행보를 하면서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윤석열과의 갈등이 점점 수면 위로 올랐다.

 

특히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채널A 기자 등이 연루된 '검언유착 사건'을 계기로 법무부·검찰 갈등은 증폭됐다. 당시 이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채널A 기자가 수사 형평성 등을 문제 삼아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대검에 요청했고 윤석열이 이를 수용했지만, 추 장관이 수사 중인 사안에 개입하지 말라고 막으면서 양쪽의 골이 깊어졌다. 윤석열 쪽 대검은 수사심의위원회를 열면서 장관에게 맞섰다.

 

이후에도 추 장관이 라임 사건과 김건희·최은순 사건에 대해 수사지휘권을 발동하며, 윤석열을 배제하는 등 대립은 계속됐다. 추 장관과 윤석열 갈등은 결국 윤석열이 법무부의 감찰에 대해 부당하다고 거부하면서 폭발했다. 추 장관은 윤석열을 직무 배제한 뒤 ▲감찰 방해 ▲정치중립 위반 등을 이유로 징계청구를 했고, 윤석열은 이에 소를 제기하며 맞서는 등 극단으로 치달았다.

 

당시 '추-윤 갈등'으로 불린 법무부·검찰 갈등은 여러 사건에 걸쳐 벌어졌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검찰개혁'이었다. 대다수 검사들은 당시 개혁에 반대하는 윤석열 편에 섰다. 전국 10여 곳에서 평검사 회의를 소집하는 등 검란을 일으키며 추 장관에게 반기를 들었다. 결국 2021년 1월 추 장관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 뒤, 박범계 장관 체제로 전환됐지만 법무부·검찰 갈등 재연을 우려하면서 개혁은 흔들렸다. 박 장관 시기 추진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은 윤석열 정권 교체 뒤, 형해화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왼쪽)이 28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이날 오후 점심 식사를 마친 윤석열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로 향하고 있다. 2020.12.28. 연합
 

이번 항명 역시 5년 전과 비교하면, 양상이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검사들은 표면적으로 항소 포기를 지휘한 대검 수뇌부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78년 만에 해체를 앞둔 검찰청 내 분위기를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엔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40명 전원이 복귀를 요구하며 반발하기도 했다. 이러한 반발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개혁에 대한 검찰 내부의 입장을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윤석열의 구속취소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포기나 김건희의 각종 비리 의혹 무혐의 처분 등에 대해 침묵하던 검사들이 이재명 대통령과 관련 있는 대장동 사건에만 유독 강하게 반발하는 것은, 집단 항명의 정치적 목적을 가늠케 한다.

 

전 정부와 다르다…"정치 검사 쿠데타 분쇄"

 

여당인 더불민주당은 '정치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으로 규정하며 "철저하게 분쇄하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검찰의 '조작 기소'에 대해 법무부 감찰과 국정조사, 상설특검 등을 통해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애초 '정적 죽이기' 목적에서 시작된 대장동 수사의 조작 문제를 지적함으로써, 검찰 일각에서 벌어지는 집단 항명을 조기에 진압하겠다는 의도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윤 정치검사들의 쿠데타적 항명이 참으로 가관"이라며 "그들은 예나 지금이나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자신들이 법 위에 서 있다고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조작에 가까운 정치 기소를 해 놓고 허술한 논리와 증거가 법정에서 철저하게 무너졌는데도 부끄러운지도 모른다"며 "검찰이 기계적 항소권의 남용을 자제한 것은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들의 항명은 강백신 검사를 주축으로 하는 한 줌도 안 되는 정치 검사들이 국민과 민주주의에 대한 도전"이라며 "그들이 하는 행태가 공무원의 정치 중립 위반"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입맛에 맞거나 강압적인 정부에는 한 소리도 못하는 자들이 마치 뭐라도 된 듯 나대고 있다. 그러한 행태가 바로 정치 검찰이라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며 "민주당은 이 사안을 결코 가볍게 보지 않는다"고 경고했다.

 

김 원내대표는 "이재명 정부의 민주당은 당신들이 이전에 생각했던 과거의 민주당과 다르다는 것을 이번에 보여드리겠다"며 "국정조사, 청문회, 특검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당신들이 어떤 행위를 했는지 밝혀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장동과 대북 송금, 검찰 수사의 보고와 의사결정 지시까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모두 확인하고 따져보자"면서 "정치 검찰의 저항, 이번에는 철저하게 분쇄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김병기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들이 10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2025.11.10. 연합
 

정청래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발언에 전적으로 동의를 표한 뒤, "그냥 유야무야 넘어갈 수 없다. 민주주의와 헌법, 내란 청산에 대한 국민의 명령에 대한 항명"이라며 "절대 묵과할 수 없고 당에서는 단호한 조처를 하겠다"고 언급했다. 정 대표는 이날 사전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장동 사건뿐 아니라 대북송금 사건 등을 '조작 기소'라고 지칭하면서 사건 처리 과정을 규명할 국정조사와 상설특검, 청문회 등을 적극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전현희 수석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 시절 사냥개 노릇을 자처하며 침묵하던 검찰이 이재명 정부에서 검찰 개혁 방안에 검찰 수뇌부까지 나서서 집단적으로 항명하는 이들에게는 정치 검사라는 오명은 자업자득"이라며 "법무부는 무관용 원칙으로 공무원 신분을 망각한 정치 검사들에 대해서 즉각 감찰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전 수석최고위원은 "검찰 개혁의 마지막 과제는 정치검사 청산이다. 민주당은 조작과 회유, 협박으로 점철된 대장동 대북 송금 사건 불법 수사와 관련해서 청문회, 국정조사를 추진하겠다"며 "범죄 정황이 드러난다면 상설 특검도 불가피함을 분명히 밝혀둔다"고 경고했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국정조사·상설특검·청문회 추진에 대해 "대장동, 대북송금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얼마나 허위 조작 기소를 일삼았는지 이 기회에 밝혀내겠다는 것"이라며 "남욱 등의 법정 증언 폭로와 함께 '(검찰이) 배를 가르겠다'는 식으로 별건 수사 협박을 (한 점을) 국민이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항소를 포기해서) 대장동 민간 사업자가 챙긴 개발이익을 환수 못 한다는 국민의힘의 프레임은 혹세무민에 불과하다"며 "현재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민간 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있다. 배임죄 유죄가 선고되면 구체적인 손해금액은 민사소송에서 확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10일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며 검찰의 '대장동 항소 포기'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5.11.10. 연합
 

한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원론적으로 성공한 수사, 성공한 재판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소를 안 해도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대검찰청에 여러 가지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 달라는 의견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법무부가 대검찰청에 지시를 하거나 지침을 제시했는지에 대해선 "다양한 보고를 받지만, 지침을 준 바는 없다"며 "여러가지를 고려해 합리적으로 판단하라는 정도의 의사표현을 했다"고 말했다.                                      < 김성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