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한길 영향력’ 확인된 국힘 전당대회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 투에 진출한 김문수·장동혁 후보가 23일 서울 채널A 광화문 스튜디오에서 열린 방송토론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문수 대 장동혁.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후보들이 나란히 당대표 결선 투표에 진출한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선 극우 성향의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의 영향력이 통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2일 국민의힘 차기 지도부 선출을 위한 6차 전당대회 결과 반탄 후보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당대표 결선 투표에 오르자, 정치권은 전씨의 영향력에 주목했다.

 

특히 전씨가 높게 평가하며 밀착해 온 장 후보의 선전이 눈에 띄었다. 장 후보는 전당대회 기간 내내 김 후보에 견줘 한층 더 노골적으로 ‘윤 어게인’을 주장해 왔고, 전 씨는 이런 장 후보를 호평했다. 김 후보와 장 후보 모두 이른바 ‘전한길 면접’으로 불린 보수 유튜버 토론회에 참석했으나, 전씨는 김 후보에 대해선 “(답변이) 두루뭉술하다”고 평가한 반면 장 후보에 대해선 “깔끔하게 답변했다”고 평가하며 온도차를 보였다.

 

전씨는 전당대회를 코앞에 두고 장 후보 지지를 한층 노골화했다. 전씨는 본경선 투표가 시작된 지난 20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진행한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에 대한 자체 적합도 설문조사 결과를 공개했고 이를 근거로 장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해당 설문에서 장 후보의 지지율은 70%가 넘었다. 전씨의 지지 선언이 있기 하루 전인 19일, 장 후보는 당대표 선거 3차 티브이(TV) 토론에서 내년 재보궐 선거에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대신 전씨를 공천하겠다고 답했다.

 

이처럼 전씨가 전당대회 판세를 쥐고 흔드는 모양새가 되자 정치권에선 “국민의힘의 실질적 당대표는 전한길”(진보당 홍석규 수석대변인)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진보당은 이날 홍석규 수석대변인 명의 서면 브리핑에서 “여전히 내란수괴 윤석열의 당, 그의 충직한 신봉자 전한길의 당, 내란본당임을 최종 인증한 국민의힘에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아무 의미 없는 결선투표일랑 집어치우고, 즉각 자진 해산할 것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지적했다.

 

‘눈앞의 당심’을 잡기 위한 전씨와의 밀착이 장기적으로 국민의힘에 악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의 극우화를 앞당기며 윤 전 대통령과 절연을 주장하는 민심과 멀어지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페이스북 글에서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현대판 ‘피리 부는 사나이’”에 빗대며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전한길이 부는 피리를 따라 내란의 강에 뛰어드는 쥐들과 같다”고 꼬집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조국혁신당도 22일 박병언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두 후보 중에 누가 최종적인 당 대표로 선출되든 국민의힘은 ‘내란옹호’를 당론으로 하는 정당으로 접어들게 됐다. 최고위원들의 면면도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 법과 과거 헌법재판소가 정당해산의 요건으로 명시한 내용으로 한 발 한 발 다가가고 있다. 마지막 남은 결선투표 과정에서 ‘내가 더 윤석열 편’이라는 충성 경쟁이 벌어진다면, 헌법 내의 정당으로서 국민의힘이 남을 수는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심우삼 기자 >

 

‘윤 어게인’ 당대표 확정된 날, 홍준표 “국힘 해체…신당 만들어야”

 

 
 
지난 4월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경선 토론회에서 홍준표 후보가 발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결선 투표에 반탄(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 반대) 후보들이 나란히 진출한 당일,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국민의힘 해체’와 ‘신당 창당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 전 시장은 22일 개인 소통 채널 ‘청년의꿈’에서 “자생력을 상실한 정당은 해체하고 일부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이 뭉쳐 정통보수주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을 살려놓는 게 좌파 장기집권의 기회다”, “국민의힘이 윤석열을 품어준다고 국민들이 지방선거, 총선 때 국민의힘을 품어줄까”라는 이용자의 글에 댓글로 호응한 것이다.

 

이날 열린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선출을 위한 제6차 전당대회에선 반탄 후보인 김문수, 장동혁 후보가 나란히 결선에 올라, 누가 당대표가 되든 당의 극우화가 빨라질 것이란 비판이 잇따랐다.

 

앞서 지난 4월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당을 탈당한 홍 전 시장은 국민의힘 해체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 그는 지난 6월11일 페이스북 글에선 “이재명 정권이 곧 (국민의힘) 정당 해산 절차에 들어갈 테니, 각자도생할 준비들이나 해라”고 했다. “이념도 없고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 “노년층과 틀딱 유튜브에만 의존하는 미래가 없는 이익집단”, “병든 숲이니 불태워 없애야 한다” 등 국민의힘 해체를 암시한 비판도 여러 번 했다.

 

한편, 홍 전 시장은 ‘이재명 대통령이 칼춤도 추기 전에, 칼집에서 칼도 안 뽑은 것 같은데 여기저기서 곡소리 나는 게 꼴사납다’는 글에는 “본격적인 칼춤은 아직 시작도 안 했다”고 답했다. 검찰 해체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에는 “자업자득”이라고 했다. < 심우삼 기자 >

 

 

17년 만에 한일 정상회담 합의문 발표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한-일 정상회담에서 ‘대북 공조, 정책과제 협의체 구성, 수소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워킹홀리데이 확대’ 등에 합의했다. 한-일 정상이 정상회담을 갖고 문서화된 합의문을 발표한 것은 17년 만이다.

 

이 대통령과 이시바 총리는 이날 저녁 일본 도쿄 이시바 총리 관저에서 두 시간가량 정상회담을 갖고 이런 내용의 ‘공동 언론 발표’를 했다. 두 정상은 회담 내내 급변하는 국제 정세에서 한일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까닭에 이날 발표문에는 양쪽의 미래 협력 방안은 담겼지만 ‘뜨거운 감자’인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 등 과거사 의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이 대통령은 4시55분부터 117분동안 이어진 정상회담 뒤 언론 발표에서 “오늘 회담에서 저와 이시바 총리는 한일 관계의 발전 방향과 주요 실질 협력 방안, 한반도 평화와 북한 문제, 주요 글로벌 현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나눴다”며 “경제 분야에서는 수소·인공지능 등 미래산업에서 시너지를 발휘할 협력 방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또 △저출산 △고령화 △수도권 집중 △농업 △재난 안전 등 정책 과제에 공동 대응할 필요성에 공감하고 해결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한 협의체를 출범시키기로 했다. 젊은 층의 요구가 큰 양국 워킹홀리데이를 확대하는 등 인적 교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시바 총리는 “오늘 회담에서 지역 정세에 관해서도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여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대북 문제에 있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일본과 한국 그리고 일·한·미 삼국 간에 긴밀히 공조해 대응해 나가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 역시 “안보 분야에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 구축 의지를 재확인하고 대북 정책에서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고 공감했다.

 

이시바 총리는 언론 발표에서 “저는 힘 또는 외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 반대한다는 뜻도 밝혔다”고도 말했다. 특정 사안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의 대만에 대한 침공 등 양안 문제에 대한 교감을 나눴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다만 이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명시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두 정상은 아울러 오는 10월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펙(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와 일본에서 열릴 한·일·중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긴밀히 상호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날 확대회담 공개 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통상 문제나 안보 문제 등등을 놓고 국제질서가 요동치고 있기에 가치, 체제, 이념에서 비슷한 입장을 가진 한국과 일본이 어느 때보다 협력 관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는 “일본과 한국의 관계 발전은 양국관계 뿐 아니라 이 지역 전체의 이익이 된다”고 강조했다.  < 도쿄/엄지원 기자 >

 

위성락 “한-일 셔틀외교 조기 복원, 미국도 긍정적일 것”

“소인수 대화에선 ‘관세 협상’ 상당 시간 할애”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회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
 

이재명 대통령의 일본·미국 순방에 동행 중인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전날 진행된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한·미·일 협력 강화를 실현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위 실장은 24일 오전 일본 도쿄에 마련된 프레스센터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한-일 셔틀외교를 조기에 복원했다”며 “우리가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미국도 긍정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위 실장은 “한·미·일 협력은 미국도 중시하는 과제“라며 “그동안은 한-일 관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이 한·미·일 3국 협력을 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에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일본에 이어 미국을 방문하는 모습을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두고 일본 언론은 ‘서프라이즈’라고 표현했고, ‘한국 보수 정권에서도 전례가 없던 일’이라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발언도 있었다”며 “이 같은 좋은 분위기를 바탕으로 미국과의 협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일 관계 발전이 한·미·일 협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전면에 내세워 25일(현지시각)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 있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은 한-일 정상회담을 끝내고 이날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미국 워싱턴으로 향한다. 이번 정상회담에선 관세협상 후속 조처와 외교·안보 관련 양국 현안 조율 등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위 실장은 또 전날 이뤄진 한-일정상회담 일정 중 소인수 대화에서 “방미를 앞두고 한-미 관계, 미-일 관계, 그리고 한·미·일 간의 협력 방향 등에 대해 전략적 소통을 했다”며 상당 시간을 대미 관계와 관세 협상 등에 할애했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일정 중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시바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과 만난 경험을 바탕으로 조언한 게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위 실장은 “조언을 했다기보다는 본인의 경험을 소개한 정도”라고 밝혔다. 다만 “그런 경험들은 유용하다. 그런데 그게 우리의 도움이 되도록 하려면 우리가 잘 판단을 해야 한다”라며 “나라마다 처한 처지가 좀 다르고 정상 간의 회담이라고 하는 것은 정상 개개인의 개성이나 에고(자아)와 관련이 되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경험이 우리에게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단지 좋은 참고가 될 정도”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한-일 관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인식에 대한 논의에도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위 실장은 “이시바 총리를 두번째 대면하게 된 것인데도 이번 회담을 통해 양국이 보다 협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데 대해서 뜻을 같이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 했다. 두 정상은 한-일 관계와 관련한 국민 정서와 역사의 측면 또 국민 간의 신뢰를 심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심도 있게 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한-일 양국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위 실장은 “구체 현안에 대한 논의였다기보다는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루는 것이 좋을지, 또 과거 문제를 어떻게 다룸으로써 현재와 미래의 협력을 수용할 수 있을지 등 다소 철학적 인식, 또 기본적 접근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두 정상은 셔틀외교와 함께 경제, 사회, 문화, 안보, 첨단기술, 기후변화 등 분야별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위 실장은 “한·일, 한·미·일 협력이 역내 평화와 안정 유지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점에 공감했고 한·미·일 간 공조를 심화시켜 나가는 방안에 대해서도 상호 협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 신형철 기자  도쿄/엄지원 기자 >

 

정의기억연대 “실용외교 명분에 역사정의 가려진 한일정상회담”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23일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열린 한일 확대정상회담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정의기억연대가 한·일 정상회담에 일제강점기 위안부·강제동원 피해 등 과거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빠진 것을 두고 “‘실용외교’라는 명분에 역사정의가 가려진 정상회담”이라고 비판했다.

 

‘일본군성노예제문제해결을위한 정의기억연대’는 24일 입장문을 내어 “경제·안보·인적 교류 등을 강조하면서 양국 간 셔틀외교 복원, 협의체 출범 등을 합의했지만 가장 중요한 역사 문제는 언급조차 없었다”며 “한일 정상회담에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날 일본 도쿄 총리 관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이번 발표문에는 △수소·인공지능 등 미래산업 분야 협력 △저출생·고령화·재난안전 등 공통과제 공동대응 협의체 구성 △대북 대응 공조 및 한미일 협력 강화 등이 담겼지만, 강제동원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발표문 중 과거사와 관련된 내용은 “이시바 총리는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회담에서 언급했다”는 문구가 유일했다. ‘김대중-오부치 선언’으로 불리는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는 식민지배에 대한 일본의 반성과 사과가 포함됐다.

 

정의기억연대는 “‘미래지향적’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들어가 있는 합의문에는, 이 대통령이 몇 차례 강조했던 ‘과거 직시’라는 전제 자체가 실종돼 있다”며 “이 대통령은 급변하는 국제사회 속에 ‘한일·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고 ‘양국 간 유대와 신뢰’를 강조했지만, 유대와 신뢰 형성을 근본적으로 방해해 온 일본 정부의 부당한 역사와 피해자 인권침해 문제는 어디에도 없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한 마디로 실용외교라는 명분에 역사정의가 가려진 정상회담이고 합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의 ‘김대중-오부치 선언’ 언급에 대해서도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는 것은 아베 정권의 입장 또한 계승한다는 의미인가”라며 “아베 전 총리는 고노 담화 검증을 시도하고 일본군 ‘위안부’의 조직적인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부정하며 자발적 선택이었다는 식으로 강변했고, 후임자인 스가 총리는 ‘종군위안부’란 단어가 일본군을 연상시킨다며 ‘종군’을 삭제하는 각의 결정도 강행했다. 그런데 이시바 총리는 역대 내각의 무엇을 어떻게 계승한다는 말인가”라고 꼬집었다.

 

정의기억연대는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해야 미래지향적 관계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가해국이 불법성을 인정하지도, 배상 책임을 지지도 않으면서 지속적으로 피해국을 비방하고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데 ‘양국 국민 간 진정한 신뢰를 쌓아가는’, ‘새로운 여정의 시작’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며 “‘빛의 혁명’으로 탄생한 한국 정부의 당당한 외교와 일본 정부의 피해자에 대한 책임 인정과 사죄·배상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 박고은 기자 >

 


이재명 대통령 '강제동원' 발언에 시민단체들 반발, 입장문

 "삼전도 굴욕에 버금...을사오적의 한일합방도 지켜야?"

 
이재명 대통령이 5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6.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연합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과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3자 변제 방안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읽히는 발언을 하자 피해자지원단체가 반발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5일 입장문을 내고 "지난 4일 이재명 대통령이 밝힌 한일관계 기조는 과거 태도와는 사뭇 대비된다"며 지난 2023년 3월 6일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안 발표 당시 이 대통령 발언을 소개했다.

당시 이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는데, 정부 방침 발표 직후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다. 가해자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는 피해자를 짓밟는 2차 가해이자 대법원 판결에 배치되는 폭거이다. 이 정부는 어느 나라 정부냐"며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일제강제동원시민모임은 "빛의 혁명으로 출범한 새 정부는 대표적인 굴욕 외교로 국민의 지탄을 받은 제3자 변제안을 고쳐야 한다"며 "을사오적의 한일합방도 지켜져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등 693개 시민사회단체도 이날 종로구 향린교회에서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강제동원, 일본군 성노예제를 포함한 반인도적 범죄가 '정치적 합의'로 지워지거나 해결되는 것은 결코 아니다"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배상을 요구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도 입장문을 통해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 굳게 믿었던 국민주권 정부가 또다시 이전 정권의 과오를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제 식민 지배와 침략 전쟁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법적 배상을 받아내는 게 역사 정의를 실현할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정부가 발표한 '3자 변제' 방안은 강제동원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배상 책임을 확정받은 일본 전범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재원을 마련해 피해자들에게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윤석열 정부는 방침 발표 뒤 국민적 반발에 직면하자 "물컵의 반을 먼저 채우면 나머지 반은 일본이 채울 것"이라고 했지만, 그 후 일본이 취한 것은 사실상 없다.

시민모임은 "올해가 한일수교 60년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이재명 대통령의 180도 입장 변화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다"며 "실용외교와 일본의 압력에 일방적으로 굴복한 제3자 변제가 도대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했다.

또한 "삼전도 굴욕에 버금가는 외교사 최대 치욕이라고 할 때는 언제이고, 스스로 그 입장을 "뒤엎는 것이 이재명 정부의 국익이며 실용외교인가, 이럴 거면 정권교체를 왜 하는가"라며 "이것이 지난 겨울 응원봉으로 나선 광장의 요구였는가"라고도 했다.

2023년 3월 11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강제동원 굴욕해법 강행 규탄, 일본의 사죄배상 촉구' 2차 범국민대회에서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참석해 있다. ⓒ 이희훈
 

이 대통령은 취임 첫 날인 지난 4일 '지난 정부의 강제징용 문제 해결 방안을 그대로 진행할 것인지'를 묻는 일본 기자의 말에 "국가 관계에는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 신뢰에 문제가 있기에 그런 점을 일단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국가 정책이라는 것은 개인적 신념이나 이런 것만 일방적으로 강요하거나 관철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에서도 '국익 중심의 실용외교'를 강조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토대로 한미일 협력을 다지고, 주변국 관계도 국익과 실용의 관점에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위성락 신임 국가안보실장도 앞서 지난달 22일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외교정책은 잘못된 점도 있지만 일본과의 관계를 발전시키고 개선한 것은 평가하고 있으며, 우리도 그동안 협력해 온 기본 틀은 계속해 나가려고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추진한 강제동원 제3자 변제 방안과 관련해 "큰 틀에서는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 김형호 기자 >

 

역사정의 실현하라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김태중


일본 정부가 지난 달 '2025년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는 일본땅'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백서에서는 북한을 '일본 안보에 중대하고 절박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중국과 러시아 또한 위협 요인으로 지목하며 자국의 군사 대국화를 정당화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당시 일본과의 군사협력 등을 이유로 일제 강제동원 문제와 일본군 '위안부' 문제들이 봉합된 바 이재명 정부 취임 후 주요한 과제로 한일 과거사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이 제시되었으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취임 30일 기자회견에서 일제 강제동원 문제에 관한 일본 외신의 질문에 대해 "국가 간 정책의 일관성이 중요하다"고 입장을 밝혀 윤석열 정부의 일제 강제동원 제 3자변제 안을 유지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광복 80년을 맞아 민족통일애국청년회(이하 민애청)은 자주통일실천단을 운영하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첫번째로 발언에 나선 민애청 김태중 사무국장은 "일본은 전범국가로서 '전수방위' 원칙에 따라 헌법상 공격이 금지되어 있지만 북한의 위협을 과장해 선제공격 능력과 미사일 강국으로 변화하고 있다"며 비판했다. 또 이를 위해 일본의 국방비가 약 81조원으로 전년 대비 10% 상승했고 2027년까지 GDP 대비 2%로 증액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2022년 국가보안전보장 전략을 개정해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미국산 토마호크 장거리 미사일을 400여 발 등을 포함한 대규모 무기 도입도 추진 중이라며 규탄했다.

역사정의 실현하라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 김태중
 

박정원 정책국장은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문제임에도 이재명 대통령은 일본을 가까운 이웃이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해야 할 파트너라고 밝히며 미국과의 특수한 동맹관계 안에서 한미일 군사협력을 강조했다"며 한일 군사협력을 비판했다. 또 "이재명 정부가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는 것은 동북아의 안보 위기를 더욱 고조시킬 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에도 심각한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한미일 군사협력의 중단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정문식 회장은 "그동안 미국은 한일 과거사 문제를 한미일 군사협력의 걸림돌로 여겨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봉합과 양국 관계 개선을 지속적으로 압박했다."며 "이전 정권들도 미국 눈치를 보며 2015년 위안부 합의를 유지하고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문제를 3자 변제로 봉합하는 등 과거사 문제 해결에 소극적으로 굴욕적인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한미일 군사협력을 지속하겠다고 하며 이른바 '국가 간 정책의 일관성'을 강조한 점을 지적하며 과거 정부처럼 한일 과거사 문제를 외면하고 일본의 전쟁 범죄에 면죄부를 주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재명 정부가 하루 속히 한미일 군사협력을 중단하고 2015 위안부합의 파기와 일제 강제동원 제3자변안을 폐기를 시작으로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하며 회견을 마무리 했다. 한 편 민애청은 광복 80년을 맞아 자주통일실천단 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한일 과거사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을 진행할 계획이다.                                           < 김태중 기자 >

 

 

 띠지 '분실'  고의가 있었는지, 윗선이 개입된 정황은 없는지 등 수사

 

 
 
게티이미지뱅크, 연합

 

건진법사 전성배씨 집에서 확보한 관봉권 띠지 분실 사건을 수사하는 대검찰청 조사팀이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2명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대검 조사팀은 22일 전씨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관봉권 띠지를 분실한 서울남부지검 수사관 2명의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앞서 대검 조사팀은 이 사건을 수사로 전환하고 전날 수사관 2명을 입건한 바 있다. 대검 조사팀은 압수물을 분석하면서 띠지 분실에 고의가 있었는지, 윗선이 개입된 정황은 없는지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전경. 연합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던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12월 전씨의 집을 압수수색하면서 1억6천여만원의 현금을 발견했다. 이중 5천만원은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서 수거한 지폐를 재포장한 사용권(관봉권)이었다. 하지만 이후 서울남부지검은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는 관봉권 포장비닐과 비닐에 붙여진 스티커, 띠지 등을 모두 폐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남부지검은 담당 직원의 실수라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 19일 “남부지검 건진법사 관봉권 추적 단서 유실 및 부실 대응 문제와 관련해 진상 파악과 책임소재 규명을 위한 감찰 등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고 대검은 이 사건에 대한 감찰을 진행하다 곧바로 수사로 전환했다.

                                                                                                        < 정환봉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