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항소심, 지난해 10월 판례 인용
대법 전원합의체 주심 대법관도 참여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연합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맡은 대법원 전원합의체(전합)가 1차 심리 이틀만인 24일 두 번째 심리를 진행했다. 전례 없는 기일 공개와 속도전에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도 그 의도를 두고 술렁인다. 6·3 대선 전 선고를 목표로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데, 대법원이 불과 6개월 전 ‘이재명 항소심 무죄 판결’과 판박이 판례를 내놓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후보 사건 전합 주심인 박영재 대법관이 속한 소부(대법원 2부)에서 내놓은 판례다.

 

서울고법 형사6-2부(재판장 최은정)는 지난달 26일 이 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지난해 10월31일 선고된 대법원 공직선거법 판례(정읍시장 판례) 사건번호를 판결문에 6차례 직접 인용했다. 고 김문기씨와의 골프 관련 발언에 무죄를 선고하면서다. 사건번호를 인용하지는 않았지만 골프 관련 발언 및 백현동 개발 국토부 협박 발언에 무죄를 선고하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 원칙”을 2차례 언급했다. 이 역시 정읍시장 판례에 언급됐다.

 

항소심 무죄 판결에 놀란 국민의힘과 보수언론은 권순일 전 대법관이 참여한 2020년 7월 이재명 경기도지사 전합 판례가 ‘이번에도 이재명을 구했다’고 지적했지만, 해당 전합 판례는 국토부 협박 무죄 판단에만 1차례 직접 인용됐다. 항소심 무죄 판단 큰 뼈대는 다른 판례에 있었던 셈이다.

 

6개월 전 나온 ‘판박이’ 판례

 

이학수 정읍시장은 2022년 지방선거에서 상대 후보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렸다는 혐의(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로 기소됐다. 상대 후보는 모친으로부터 물려받은 땅과 추가 매입한 땅이 있는데, 그곳과 꽤 떨어진 구절초공원을 국가정원으로 승격시키겠다는 공약을 두고 사익 추구 목적이 의심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 시장은 라디오·텔레비전 토론회, 보도자료, 카드뉴스를 통해 ‘알박기’ ‘부동산 투기 의혹’ 등을 언급했다. 1심과 항소심은 당선무효형인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유권자들로 하여금 투기 목적을 인식하도록 허위사실을 공표했다는 이유에서다. 라디오와 티브이 토론회 발언은 허위이기 때문에 이를 기초로 작성된 보도자료와 카드뉴스도 허위라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심리한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권영준·오경미·박영재) 판단은 달랐다. 유죄로 올라온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이다.

 

대법원은 “여러 표현 행위가 일시와 장소를 달리하여 이루어진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개별 행위별로 허위사실공표죄에 해당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은 티브이 토론회 발언 내용까지 함께 고려해 라디오 토론회 발언 의미를 해석하고 평가한 잘못이 있다” ”‘알박기’ 등 표현은 이해충돌 여지나 부적절성을 지적하는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토지 보유를 지적한 부분은 의견을 뒷받침하기 위한 배경 사실로 제시된 것이다” “진실에 부합하는 부분이 있고, 허위 부분은 선거인의 판단을 그르칠 만한 중요 부분이 아닌 지엽적 부분에 불과하다”고 했다. 특히 “공표된 사실의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경우에는 세부에 있어서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 하더라도 이를 허위의 사실이라고 볼 수 없다”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표현은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공직선거법에 말하는) 사실을 공표했는지 판단하여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은 정읍시장 판례에 대해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에게 유리하게’라는 형사법의 기본원칙에 입각해 선거운동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대의민주주의를 택한 헌법정신을 따른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형사3부는 지난 2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이재명 발언 잘게 쪼갰다? 대법 판례 따랐다

 

정읍시장 사건에서 검찰의 공소사실 구성 방식과 대법원 무죄 판단 논리는 이 후보의 항소심에서도 동일하게 반복됐다. 검찰은 이 후보가 2021년 4차례 방송 인터뷰에서 한 골프 관련 발언들을 하나로 묶어 포괄일죄로 기소했다.

 

그러나 이재명 항소심 재판부는 정읍시장 판례처럼 다른 장소, 다른 시간에서 나온 발언들을 하나로 묶지 않았다. 각각의 발언이 나오게 된 질문 등 그 맥락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한 것이다. 정읍시장 판례는 또 티브이 토론회에서 나온 발언을 4가지로 쪼개 △사실 공표인지 의견 표명인지 △허위사실·사실·의견이 혼재됐는지 등을 판단했는데, 이 후보의 항소심 재판부도 이재명 발언을 3가지로 쪼개 판단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항소심 재판부가 이 후보 전체 발언을 3가지로 잘게 쪼개는 방식으로 무죄를 선고했다고 비판적으로 보도했지만, 이는 허위사실공표죄를 다루는 대법원 판결 방식을 그대로 따른 것이었다.

 

이런 방식으로 이 후보 발언을 검토한 항소심 재판부는 “질문 자체에 골프 동반 의혹이 전혀 언급되지 않았는데, 외부의 제3자가 제기한 의혹을 기초로 피고인 발언의 목적을 추론하고 의미의 외연을 확장했다. 일반 선거인 관점에서 표현의 의미를 새겨야 한다는 법리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검찰 주장의 잘못을 지적했다. 정읍시장 판례 역시 “사후적 해석을 가미해 형사처벌의 기초로 삼는 것은 선거 과정에서 장려돼야 할 표현을 위축·봉쇄하게 된다”고 지적했는데, 이 후보 항소심 재판부도 이 판례를 충실히 따른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국토부 협박 발언은 사실 공표가 아닌 의견 표명으로 봐야 한다며 “의견과 사실이 혼재되어 있는 표현은 이를 전체적으로 보아 (공직선거법에서 말하는) 사실을 공표하였는지 판단해야 한다”는 정읍시장 판결 등 기존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날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 두 번째 기일을 열어 사건을 심리한다. 연합

 

세 번째 대선 도전에 나선 이 후보의 운명을 가를 이번 전합 판결에는 대법관 14명 중 12명의 대법관이 참여하는데, 정읍시장 판례를 남긴 권영준·오경미·박영재 대법관(김상환 주심은 퇴임)도 전합 심리에 참여한다. 대법원 근무 경험이 있는 고법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대법원이 직접 유죄로 파기자판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항소심이 가져다 쓴 법리와 사실관계 판단에 비춰볼 때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도 어려운 사건이다. 상고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명태균 특검법’은 ‘김건희 특검법’에 합치기로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5개 정당은 25일 오후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공동 재발의하기로 했다.

 

김성회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을 이날 오후 발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기 발의한 명태균 특검법은 (김건희 특검법과) 각각 (발의)하기보단 다 모아서 하나의 특검법으로 발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건희 특검법과 명태균 특검법은 ‘김건희’라는 공통 분모를 갖고 있는 만큼, 김 여사를 중심으로 법안을 하나로 합쳐 수사 범위를 구성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 최근 검찰 조사 결과 윤석열 전 대통령 대선 캠프 ‘비선실세’로 지목된 ‘건진법사’ 전성배(64)씨가 2022년 통일교(현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세계본부장 윤아무개씨로부터 6천만원대의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김 여사 선물용으로 받았다는 사실 등이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김 여사와 관련된 여러 의혹을 하나로 합쳐 ‘더 센 특검법’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은 이날 기존 당내 ‘명태균 게이트 진상조사단’을 확대 재편한 새 진상조사단을 꾸려, 명태균 게이트를 포함한 새로운 김건희 특검법의 주무를 맡기기로 결정했다. “조사단은 명태균 의혹 분과와 건진법사 의혹 분과로 구성될 것”이라는 게 김 대변인 설명이다.

 

또 12·3 비상계엄 사태의 전말을 특별검사가 수사하도록 한 ‘내란 특검법’의 경우, 국민의힘 의원들의 특검법 표결 동참을 설득하기 위해 뺐던 ‘외환죄’ 혐의를 다시 포함시키기로 했다.

 

민주당은 두 특검법을 5월 안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선 뒤 6월 안에 본회의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 한겨레 김채운 기자 >

 

상호관세 유예 기한 못 박고 다양한 양보 요구하는 미 의도 충실 반영

전체 한국 상품 대해 25% 상호관세 철폐 &경감 계획은 구체 제시않아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 미국 워싱턴 주미한국대사관에서 한·미 ‘2+2 통상 협의’ 결과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국과 미국의 경제·통상 장관들이 ‘2+2 통상 협의’에서 미국 고율 관세를 둘러싼 논의 범위와 일정에 관해 큰 틀에서 합의함으로써 협의에 본격적인 시동이 걸렸다. 이런 합의에는 상호관세 유예 기한을 못 박고 다양한 양보를 요구하는 미국의 의도가 충실히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각) 워싱턴에서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협의 뒤 브리핑에서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한 ‘줄라이(July·7월) 패키지’를 마련할 것과 양측의 관심사인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 협력, 통화 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이번에 “협의 과제를 좁히고 논의 일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협의의 기본틀, 즉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평가된다”고 했다. 그는 역시 협의에 참여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그리어 대표가 별도 회동에서 앞으로 협의를 진행할 복수의 작업반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한·미 양국 간의 향후 협의의 틀에 대한 원칙적 합의가 있었다”며 “‘줄라이 패키지’ 도출을 목표로 향후 협의의 방식, 범위에 대해 다음주 중 양국 간 실무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큰 틀의 의제와 협의 일정은 주로 미국의 이해관계와 협상 틀을 반영한 것으로 평가된다. 무역적자를 상대국의 관세·비관세 장벽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미국은 이런 장벽의 해소를 요구하면서 자국에 대한 직접투자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경제안보라는 개념도 경제와 안보가 불가분하다고 강조하는 것으로, 미국이 주로 중국을 염두에 두고 동맹국들과의 공급망 연계나 수출 통제 강화를 추진할 때 주장하는 것이다. 미국은 또 무역 상대국들이 의도적으로 통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대미 수출을 독려하면서 무역흑자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에도 ‘8개 비관세 부정행위’를 거론하면서 환율 조작을 우선적으로 꼽았다.

 

환율을 둘러싼 통화 정책 문제의 경우 정부가 관세 협상 의제로서 공식적으로 제기되는 것을 꺼렸다는 점에서 부담스러운 논의 주제가 설정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은 일본과도 환율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일본은 이런 논의에는 응하지만 1985년 플라자합의로 엔화 평가절상을 했다가 큰 타격을 입은 기억 때문에 급격한 엔화 평가절상은 다시 추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줄라이 패키지’를 추진한다는 것도 미국의 협상 전략과 궤를 맞추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이달 9일 57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한국은 25%)를 발효했다가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자 13시간 만에 상호관세 적용을 7월9일로 90일간 유예해놓은 상태다. 트럼프 행정부는 유예 기간 안에 협상을 타결지어야 유리하다며 상대국들을 독려하는 동시에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패키지’라는 표현은 또 여러 분야에서 양보를 받아낸다는 미국의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쇠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 확대나 위생 규정 개정,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해결 등 무역수지와 관련된 문제 외에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참여 등도 요구하는 등 최대한의 양보를 받아내려고 시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6월2일 알래스카에서 열리는 엘엔지 관련 고위급 회담에 한국과 일본 등이 참여해 투자의향서에 서명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이처럼 한국에 여러 양보를 요구하고 있지만 자동차·철강·알루미늄에 대해 부과한 25% 품목별 관세나 유예 기간이 끝나면 발효할 예정인 전체 한국 상품에 대한 25% 상호관세에 대한 철폐 내지 경감 계획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 장관은 브리핑에서 “전체 패키지가 사실 합의가 돼야 하기 때문에 일부 한국의 이슈가 먼저 정리가 된다는 것을 가지고 관세가 어떻게 된다고 사전에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를 종합하면, 미국은 한국의 양보안을 검토하고 확실한 약속을 받은 뒤에야 ‘대가’를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이번 협의에서 일단 미국 쪽이 방위비 분담금과 대중국 압박 공조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 것은 그나마 부담을 줄여주는 대목으로 받아들여진다. 최 부총리는 이에 관한 질문에 “방위비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했고, 중국에 관해서도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는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화한 뒤 무역뿐 아니라 방위비 분담금 등을 포함시키는 “원스톱 쇼핑”을 원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초기 관세 협상 상대국들에 △중국 화물선 경유 금지 △미국의 대중국 관세 회피용 제3국 투자 금지 △중국산 저가품 구매 금지를 요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 상무부는 미국의 이런 움직임에 협조하는 국가에는 “대등한 반격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편 베선트가 이번 회의 결과를 놓고 다음주 중 “양해에 관한 합의(agreement of understanding)”를 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놓고 혼선도 빚어졌다. 베센트는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모인 가운데 관세 협상에 대해 설명하라는 트럼프의 지시에 “한국 최선의 제안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들이 그것을 이행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한국과의 협의가) 생각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르면 다음주에 양해에 관한 합의에 도달하면 기술적 조건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한·미가 양해각서(MOU) 같은 식의 합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최근 미국 행정부 안팎에서는 인도나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를 먼저 한 뒤 세부 내용을 협상으로 결정한다는 ‘2단계 합의론’이 제시돼왔다.

 

안 장관은 이에 대한 질문에 “잠정 합의와 관련해 오늘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며 “‘양해에 관한 합의’라는 말은 처음 들어본다”고 했다. 다만 안 장관은 “다음주에 (실무진이) 기술적 협의에 들어간다는 합의는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최선이 제안을 가져왔다는 베센트의 발언을 놓고는 “저희가 이번에 설명한 내용 중에 특히 조선 산업 협력의 비전에 대해 상당히 공감대를 나타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 이본영 선임기자 >

 

“미, 6월 알래스카 LNG 회담서 ‘한·일 투자’ 공식 발표하게 압박”

 

 
 
알래스카에서 석유 시추 중인 시설의 모습. 2007년 촬영됐다. 게티이미지뱅크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과 일본 등에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구매 계획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이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백악관의 에너지위원회가 알래스카 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6월2일 알래스카에서 개최예정인 고위급 회담에 한국과 일본의 통상 관계자들이 참석해 사업 참여 등을 발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관계자를 인용해 미국은 일본과 한국이 이날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관련 투자 또는 구매 의향서(LOI)에 서명했다고 발표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대만 국영 에너지회사인 대만중유공사(CPC)는 미국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와 천연가스 구매·투자의향서를 체결한 바 있다. 지난해 수입한 총 액화천연가스 양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600만톤 가스를 구매하기로 했다.

 

트럼프 정부가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알래스카 천연가스 가스관 사업. 북극권 유전에서부터 알래스카 남부로 파이프라인 1300㎞를 연결해 운송한 뒤 액화해 국내용과 아시아 수출용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뉴욕타임스 갈무리

 

트럼프 정부가 국가별 관세 협상에서 에너지 수출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시한 가운데, 자국에서의 석유와 가스 생산을 끌어올리기 위한 대표 방안이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 사업이다. 북극권에 있는 알래스카주 노스 슬로프 유전에서 생산된 가스를 1300㎞ 길이의 파이프라인을 통해 운송해 알래스카 남쪽에서 액화시킨 뒤 이 액화천연가스를 국내에서 사용하거나, 아시아 국가들에 선박을 이용해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총 사업비는 약 440억 달러 규모다. 20~30년 전부터 사업이 추진되어왔으나 막대한 초기 투자 비용 부담과 불확실한 경제성 등 사업성 부족을 이유로 원만하게 추진되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올해 1월20일 취임 첫날 파이프라인 건설을 포함한 알래스카 천연가스 개발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주요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미국산 에너지 수입을 요구하는 동시에 무역 관세 정책을 앞세워 이 사업에 참여할 것을 강권하고 있는데, 참여를 원하는 국가로 한국과 일본을 콕 짚었다.

 

지난달 초 트럼프 대통령은 국정연설에서 “알래스카에서 세계 최대 규모 중 하나인 거대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건설하고 있다”며 “일본, 한국, 그리고 다른 나라들이 우리의 파트너가 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소식통은 알래스카산 천연가스의 소비자가 될 수 있는 타이와 한국 정부 관계자가 2주 안에 알래스카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무역대표부(USTR) 회의실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양자회담을 마친 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알래스카 천연가스 프로젝트에 대해서 “모든 고려 사항을 다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고 사업 타당성이 현 시점에 나오기가 쉽지 않다”며 “고려할 수 있는 모든 사항을 정밀하고 면밀하게 검토해서 사업을 할 수 있는지와 천연가스 수입 확대 물량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현지 실사를 해서 현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부분들이 많이 남아있는 걸로 이해하고 있다. 실사단의 실사 결과를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최우리 기자 >

 

‘환율 문제’ 미·일은 논의 안 한다는데…최상목 “핵심 협상 대상”

 

 
 
25일 일본 도쿄 한 전광판에 엔-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 관세 협상 책임자인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이 “엔-달러 환율의 구체적 수준을 요구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재확인하면서 미·일 관세 협상에서도 통화 문제가 제외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정부가 미국과 첫 관세 협상에서 통화 정책을 포함해 ‘패키지 협상’에 나서기로 한 것과 대비된다.

 

24일(현지시각) 가토 가쓰노부 일본 재무상은 미국 워싱턴 디시(D.C)에서 베선트 장관과 50여분간 회담 뒤 기자들과 만나 “미국 쪽에서 엔·달러 환율 수준 목표나 관리에 필요한 틀 등에 관한 이야기는 전혀 없었다”며 “환율 문제에 긴밀한 협의를 이어가자는 데 뜻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그는 “환율 관련 데이터는 시장 안에서 결정되는 것이며 환율의 과도한 변동은 경제·금융 안정성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점도 미국 정부와 재확인했다”고 덧붙였다.

 

가토 재무상은 다음달 1일로 예상되는 미·일 관세 2차 협상을 앞둔 데 대해 “현재 진행 중인 미·일 무역(관세) 협상과 관련해서도 환율 문제는 지속적이고 긴밀하면서 건설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삼으며 달러 대비 엔화 가치 약세가 미국산 제품 수출에 어려움을 준다는 입장을 잇따라 드러낸 바 있다. 하지만 가토 재무상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엔 약세-달러 강세가 문제라는 발언을 여러 차례 했다’는 기자들의 지적에 “환율 관련 미국 쪽 요구는 ‘전혀’ 없었다”는 대목을 반복해서 강조했다.

 

베선트 장관도 이날 가토 재무상과 회담에 앞서 기자들에게 “환율의 구체적 목표를 일본 쪽에 요구할 의도가 전혀 없다”며 “환율은 시장에서 결정돼야 한다는 선진 7개국(G7) 합의를 일본이 준수할 것으로 기대한다”고만 밝혔다. 앞서 엔-달러 환율은 지난 16일 첫 테이프를 끊은 미·일 관세 협상에서 현안이 될지 여부로 주목받았다. 일본 쪽 관세 협상 책임자인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은 1차 협상 뒤 “환율은 거론되지 않았다”며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해 결정되는 것으로 (일본 정부가) 시장에 영향을 주려는 의도가 없는 만큼 특별히 언급할 내용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이 문제가 1차 협상 때 논의되지 않은 게 확인된 뒤에도 2차 협상 때 다시 거론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미·일 관세 협상의 키를 잡은 베선트 장관이 환율 문제를 관세와 연결짓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확히 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한국은 일본과 달리 원-달러 환율 문제가 관세 협상의 한 축이 됐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미국 시각 기준 24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주미대사관에서 열린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7월 패키지’를 마련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한다”며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가지 분야가 핵심 협상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두 나라는 환율 정책과 관련해 각각 기재부와 재무부간 별도로 논의하고, 조만간 실무협의를 예정했다. < 도쿄 워싱턴/홍석재 김원철 특파원 >

 

최상목 “한미, 관세 폐지 위한 ‘7월 패키지’ 마련 공감대”

상호관세 유예 종료되는 ‘7월8일’까지
관세·경제안보·환율 등 4개 분야 협의키로
방위비·대중국 압박 동참은 논의 없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주요 무역 상대국을 상대로 고율의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한-미 간에 첫 고위급 회의가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재무부에서 열렸다. 회의에 앞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왼쪽부터)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한·미 양국이 90일간의 상호관세 유예조치 종료 기간인 ‘7월8일’을 데드라인 삼아 상호관세 및 품목별 관세 폐지를 위한 협의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한국 정부가 밝혔다. 논의 대상은 ‘관세·비관세조치’ 등 4개 분야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대중국 압박 동참 요구 등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았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 주미대사관에서 진행한 ‘한미 2+2 고위급 통상 협의’ 결과 브리핑에서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를 목적으로 하는 ‘줄라이(7월) 패키지’를 마련하자는데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세·비관세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가는 데에도 한미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협의의 출발점인 ‘2+2 회의’를 통해 협의 과제를 좁히고 논의 일정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함으로써 협의의 기본틀, 즉 프레임워크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4일(현지시각) 오후 미국 워싱턴 디시(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2+2 고위급 통상 협의’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기자단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 통상협의’에 이어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별도 면담을 갖고 “상호관세 및 일체의 관세를 면제해줄 것을 재차 요청했다”고 밝혔다. 다음달 15일부터 이틀간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 대표와 안 장관 간 추가 고위급 협의도 잡혔다.

 

환율정책과 관련해 최 부총리는 “한국 기재부와 미국 재무부 간 별도로 논의해 나가기로 양국이 합의했다”며 “조만간 실무협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협의에선 자동차와 조선분야가 중점적으로 논의됐다. 최 부총리는 “특히 우리 경제에 부정적 효과가 가장 큰 자동차 분야에 대해 중점 설명했다”고 밝혔다. 안 장관은 “조선 산업 협력의 비전에 대해서 상당히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줄라이(7월) 패키지’가 의미하는 ‘7월8일 협상 데드라인론’과 관련해 다소 다른 입장을 보였다. 베선트 장관은 ‘2+2 협의’ 뒤 백악관에서 “오늘 우리는 한국과 매우 성공적인 양자 회의를 가졌다”며 “우리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이르면 다음 주부터 기술적인 조건들에 대해 논의하게 될 것이며, 다음 주 중 ‘이해에 기반한 합의’(agreement on understanding)에 이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인들은 일찍 (협상하러) 왔다. 그들은 자기들의 최선의 제안(A game)을 가져왔고 우리는 그들이 이를 이행하는지 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상이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셈이다.

 

최 부총리는 “4개 분야로 한정해 7월8일까지 협상하자는 ‘줄라이 패키지’에 미국이 공감한 게 맞는다”고 거듭 확인했다. 베선트 장관이 밝힌 ‘이해에 기반한 합의’라는 표현과 관련해 안 장과은 “통상 분야에서 쓰는 표현이 아니다. 처음 들어보는 표현”이라며 “‘다음 주부터 실무 협의를 공식적으로 개시하기로 합의가 될 것’이라는 걸 설명하려고 쓴 표현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유흥식 추기경 “아프신 중에도 한국 걱정하셔”
새 교황 유력 후보군 보도엔 “하하 웃고 끝냈죠”

 

24일(현지시각) 로마 바티칸 교황청 성직자부 한 회의실에서 국내 언론사 기자들과 만난 성직부 장관 유흥식 추기경의 모습. 사진 장예지 특파원 

 

지난 21일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한 뒤, 매일 아침 9시 바티칸 시노드 홀에선 추기경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초반엔 교황의 장례식과 추모 준비에 논의의 초점이 쏠렸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며 새 교황 선출을 위한 비밀회의 ‘콘클라베’ 개최 협의가 시작될 것이란 예상이 짙다.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 유흥식(73) 라자로 추기경도 24일(현지시각) 세 번째 추기경 전체회의에 참여하며 업무를 시작했다. 유 추기경은 차기 교황을 뽑을 콘클라베 선거권을 갖고 있고, 동시에 피선거권도 부여받은 135명 중 한 명이다. 이탈리아 최대 일간지 코리에레델라세라가 주목한 유력한 교황 후보군에도 들었다. 그러나 유 추기경은 정작 이 소식에 “하하하 웃고 끝냈죠”라며 특유의 소탈한 미소를 지었다.

 

유 추기경은 24일 교황청 건물에서 기자들과 만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남긴 메시지, 또 그의 빈 자리를 채워나가야 할 새 교황의 과제를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한국 사회의 아픔 또한 어루만진 인물이었다. 2014년 8월 방한해 세월호 참사 유가족을 위로했던 그는 10년 뒤인 2024년 12월의 비상계엄 사태 당시에도 유 추기경에게 상황을 물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이) 제게 어떻게 한국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느냐고 걱정을 하셨다”며 “(상황을) 설명드리니 (상황이) 잘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유 추기경은 12·3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민들이 국회 앞에 나서고, 이후 탄핵 의결에 이르기까지 광장을 지켰던 시민들의 이야기 역시 교황에게 전했다고 한다. 유 추기경은 윤 전 대통령 탄핵 심판 전인 지난달 21일 헌법재판소를 향해 “정의에는 중립이 없다”며 정의롭고 지체 없는 선고를 내려 줄 것을 호소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또한 세월호 유가족을 만나 정치적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도 “인간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선종 직전까지 죄인, 사람들 만나 축복한 프란치스코

 

성직자부 장관으로서 프란치스코 교황과 자주 소통했던 유 추기경에게도 그의 선종은 큰 상실감을 남겼다. 지난 2월 폐렴 치료를 받기 위해 입원했던 교황은 건강이 악화됐지만 37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 (지난해) 10∼11월부터 건강이 좋지 않으셨다. 성탄 전에도 주치의 등이 강력히 병원 입원을 말씀드렸는데 성탄절의 (일정이) 있으니 말을 듣지 않으셨다. 교황은 사람을 참 좋아하시는 분”이라며 “복음을 전하실 때도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다른 사람이 대독을 하는 일도 몇 차례 있었다. 2025년 희년을 맞아 예술인과 경찰, 군인들을 만나셨는데, 그 뒤에 입원을 하셨던 것”이라고 상황을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달 23일 퇴원한 뒤에도 절대 안정을 권고받았지만, 부활절 사흘 전 로마의 교도소를 방문해 재소자를 만나고, 선종 전날인 부활절 강론에서도 전쟁을 멈추고 평화를 찾을 것을 호소했다. 교황은 그 다음날 아침 7시35분께 선종했다.

 

유 추기경은 “그리스도교에게 가장 중요한 건 죽음과 부활이다. 교황님은 예수님의 부활을 가장 멋있게 증거하고 가신 것이라 생각한다. 모든 걸 다 내려놓고, 모든 사람을 다 받아주고 사랑하셨다”며 “마지막까지 다 내놓으시고 멋있게 가신 교황을 더 이상 뵐 수 없어 아쉽지만, 모범으로 따르고 싶은 분이 있다는 건 행복한 일”이라고 말했다.

 

교황청이 24일(현지시각)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에 놓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무덤 사진을 공개했다. EPA연합

 

가장 복음적일 때 가장 개혁적

 

개혁적 성향의 프란치스코 교황을 이을 차기 교황으로는 이번엔 보수적 가치를 중시하는 후보자가 적합하다는 일부 목소리가 나온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따라 가톨릭이 권위를 내려놓고 개혁적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비백인·비유럽 출신 교황에 대한 기대도 있다. 그러나 주요 후보군에 들어간 유 추기경은 “누구도 (결과를) 맞힐 순 없다. 지금까지 언론의 예상대로 결과가 나온 적도 없다”며 “지금의 시대가 어떤지, 교황은 어떤 분이 나와야 하는지를 이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콘클라베가 시작되면, 전 세계 252명 추기경은 새 교황이 뽑힐 때까지 바티칸에 머문다. 투표권을 갖는 만 80살 미만의 135명 추기경은 대화를 나누며 적합한 후보자를 물색하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유 추기경은 현 시대가 원하는 교황의 자질을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에서 찾았다. 그는 “함께 걸어가기 위해 잘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사랑을 하면 들린다”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음을 열고 모든 사람을 받아주는 분이셨다. 다음 교황님은 (이런) 모습을 이어가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교황을 거론할 때 손쉽게 보수와 진보로 구별하는 것엔 동의하지 않았다. 유 추기경은 다음에도 개혁적 성향의 교황이 나올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프란치스코 교황을 나는 개혁적이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그분은) 가장 복음적이시다. ‘원수를 사랑하라’는 것보다 더 큰 개혁과 쇄신이 어디 있겠나. 복음을 살아갈 때 가장 개혁적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서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선 차기 교황이 아시아에서 나올 수 있느냐는 질문에 “주님께는 동서양의 구분이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콘클라베는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4월26일)를 기점으로 9일간의 애도 기간이 끝난 뒤인 다음달 5일이나 6일 시작이 유력하다.  < 한겨레 바티칸/장예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