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행동' 1549개 단체 "참담…생존 귀환 간절"


참여연대 "최상목 대행, 컨트롤타워 역할 제대로"
촛불행동, 송년 콘서트 연기…"비통함 금치 못해"

민주, 대책위 구성…상황본부와 유족 지원단 설치
이재명 곧장 무안행…"일분일초 시급 위기 상황"

국힘, TF 구성…권성동‧권영세 등 30일 현장 방문
랜딩기어 전부 미작동 왜? 사고 원인 해석 분분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도중 충돌 후 폭발한 항공기의 잔해. 2024.12.29. 연합
 

총 181명이 탑승한 태국 방콕발 제주항공 항공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로 착륙을 시도하던 중 추락하는 참사가 발생하자 시민사회와 정치권은 일제히 애도와 추모 메시지를 내고 정부 당국의 총력 대응을 당부했다.

참여연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노총,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전국 1549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많은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여객기 안에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생존자들의 귀환을 간절히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구조 과정도 안전하게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참사로 고인이 된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면서 "정부 당국의 대응 및 수습 전 과정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에 대한 소통 체계 마련, 공간 확보, 의료·심리 지원 등 보호와 지원이 체계적으로, 최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참여연대는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며 슬픔에 잠긴 유가족들과, 부상자들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에게도 진심 어린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최상목 권한대행과 정부는 참사를 대응하고 수습하는 데에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또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 희생자 수습 등 피해자 지원 전반의 과정에 역량을 쏟아야 한다.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필요한 보호와 지원에 정부 당국과 항공사 측은 부족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다시 한번 이번 추락사고로 희생된 분들의 명복을 빌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기원한다"고 했다.

촛불행동은 이번 참사에 따라 오는 31일 열기로 했던 송년 콘서트를 잠정 연기했다. 다만 매일 저녁 7시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개최하는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촛불문화제는 계속 이어가기로 하고, 깃발을 들고 참여하는 시민들에게 검은 리본을 깃발에 달아줄 것을 요청했다. 촛불행동은 추모 성명에서 "아직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탑승객과 승무원 다수가 희생되었다는 소식에 비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부상자분들의 쾌유를 빌며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빈다.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에게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여객기 폭발사고 유가족이 오열하고 있다. 2024.12.29. 연합
 

정치권도 즉각 회의를 소집하는 등 기민하게 움직였다.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진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었지만 이재명 대표 주재로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사고 대책위원회 구성을 결정하고 참사 수습에 당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위원장은 전남 여수에 지역구를 둔 주철현 최고위원이 맡았으며 상황본부와 사고 수습 지원단, 유족 지원단 등 3개의 기구를 설치했다. 상황본부장은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 사고 수습 지원단장은 신정훈 행정안전위원장, 유족 지원단장은 서삼석 의원이 각각 맡았다.

이재명 대표는 회의 뒤 곧바로 무안에 있는 민주당 전남도당에 마련된 상황본부로 이동해 직접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정부 지원 방안을 챙기기로 했다. 다만 사고 수습을 고려해 무안공항 현장을 당장 방문하지는 않고 추후 상황을 봐서 판단하기로 했다. 이 대표는 월요일인 30일에는 전남도당 상황본부에서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열 계획이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일분일초가 시급한 위기 상황이다. 당국은 행정력과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조속히 사고를 수습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해달라"며 "구조대원의 안전에도 각별히 유의해 주길 당부드린다. 국회와 민주당도 사고 수습을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9일 오후 국회에서 전남 무안공항 항공기 활주로 이탈 사고와 관련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 수습 방안 등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실로 이동하고 있다. 2024.12.29. 연합
 

여당인 국민의힘은 '무안공항 여객기 사고 수습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권성동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행정안전위,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들과 만나 비공개 회의를 열고 TF에서 사고 수습과 진상 규명, 유가족 지원 등 종합적인 수습 대책을 마련하도록 했다. TF 위원장은 국토교통위 국민의힘 간사인 권영진 의원이 맡았다. 권성동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TF 위원들과 함께 광화문에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방문해 "사태 수습과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했다.

권 대행과 TF 위원들은 30일 오전 무안의 사고 현장을 방문해 사고 수습 및 재발 방지 대책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고 유가족들을 위로 방문할 예정이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 지명자도 30일 비대위원장으로 정식 취임한 뒤 현장 방문에 합류하기로 했다. TF 위원장인 권영진 의원은 지도부보다 하루 먼저인 이날 무안 현장을 방문해 사고 수습 상황을 파악할 예정이다.

정부는 무안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한 상태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사고 현장을 들른 뒤 무안군청에서 2차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모든 관계기관이 협력해 구조와 피해 수습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며 "현장에 설치된 통합지원본부를 통해 피해 수습과 지원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유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참사의 원인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문제의 제주항공 여객기가 착륙하는 과정에서 엔진에 새가 들어가 고장을 일으켰을 것이라는 '버드 스트라이크' 가능성이 우선 제기되고 있지만, 조류 충돌만으로 랜딩기어 3개가 전부 내려오지 않았을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반론도 적지 않아 정확한 원인 분석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 민들레 김호경 기자 >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대통령실 정진석 실장 주재 회의

“염치도 없이 주절거리다니”  “음흉한 철면피”등 비난 쏟아져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제주항공 무안 참사에 대해 “어려운 상황을 하루빨리 극복할 수 있도록 저도 국민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오늘 무안공항에서 참담한 사고가 발생했다”며 “소중한 생명을 잃은 분들과 사랑하는 이를 잃은 유가족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너무나도 애통하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정부에서 사고 수습과 피해자 지원에 최선을 다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당부했다. 이어 “급박한 상황 속에서도 소방대원들과 모든 구조 인력의 안전도 최우선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힘써 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대통령실도 이날 오전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 수석회의를 개최해 수습에 나섰다. 대통령실은 회의가 끝난 뒤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대통령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며 “유관 부처 간 협조 및 업무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이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 애도 뜻을 담은 페이스북을 올린 29일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자신에 대한 세번째 소환 통보에 불응한 날이다. 그는 지난 12일 담화에서 탄핵이든 수사든 "당당히 맞설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후 검찰과 공수처 수사, 헌법재판소 탄핵 절차에는 응하지 않고 있다. 본인의 내란수괴 혐의와 관련한 사법절차는 외면하면서, 많은 국민이 희생된 무안 제주항공 참사에는 ‘애도 편승’에 나선 셈이다.

이를 두고 대다수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관련 한겨레 기사에는 “제발 조용하시고 큰집 갈 준비나 잘 하시길 빈다. ”(소양강), “왜 지금 소리를 내는거죠? 모든 소환장 거부해버리고 무슨 낯짝으로 ”(흐르는 강물처럼~~~), “(이러는) 자체가 유가족들에게 국민에게 모욕이다”(Young Choi) “염치도 없이 주절거리다니”(한줄평) 같은 댓글이 줄이었다. “음흉한 철면피”(민경) “입 다물라. 네 죄를 아직도 모르느냐? 인간이 아니구나. ”(서주형) “사진 올리지 마세요! 토나와요!”(토파즈) “감방이나 가서 평생 살아”(김성훈)라며 분노를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 한겨레 장나래 기자 >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 연합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대통령실이 업무를 재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대통령실은 29일 오전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 정진석 비서실장 주재로 긴급수석회의를 소집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4일 국회의 탄핵안 가결 이후 대통령실이 업무와 관련 회의를 공개적으로 소집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는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성태윤 정책실장,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박춘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박상욱 과학기술수석 등 다수의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대통령실은 회의 직후 공지글을 통해 "국정상황실을 중심으로 비서실과 국가안보실이 24시간 비상 대응 태세를 유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사고 원인과 정확한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고 가용 가능한 인력과 구조 및 의료 지원 등 대응 체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유관 부처 간 협조 및 업무 조정 방안을 논의했다"고 말했다.

이어 "가용 가능한 장비와 인력을 총동원해 인명 구조에 총력을 기울이라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지시사항을 유관 부처에 공유한 데 이어, 오전 회의 결과를 권한대행에게 별도 보고했다"며 "권한대행 주재로 긴급 중대본 회의를 개최하는 방안도 건의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그러면서 "필요시 수시로 수석회의를 개최하고 권한대행 및 관련 부처에 공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간접적 용어 사용했지만... 직무정지 상황에서 '월권' 지적도

직무정지 상태인 점을 의식해서인지 직접적인 지시나 명령이 아닌 '유관 부처에 공유', '권한대행에 보고', '권한대행에 건의' 등의 간접적인 용어를 사용한 게 눈에 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의 탄핵 결의로 직무정지 당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통령 비서실이 회의를 소집한 것 자체가 대통령실의 월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참사를 계기로 슬그머니 업무를 재개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각종 포털 사이트의 관련 기사 댓글란에도 "이런 비극적이고 슬픈 상황을 이용하려고 하다니 정말 울화가 치민다", "대통령이 없는데 대통령실은 경거망동 말고 가만히 있어라!", "지금 대통령실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돕는 것" 등의 비판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 오마이 김경년 기자 >

 

 “신원이라도 빨리 확인해달라”  유족들 울부짖

 

 
 
동생이 제주항공 항공기를 타고 귀국하던 한 탑승자 가족이 29일 오후 전남 무안군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울먹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김○○, 장○○, 김○○, 정○○, 박○○…”

세밑 한파 속에 모처럼 따뜻한 남국으로 여행을 떠났던 가족의 이름이 ‘신원이 확인된 사망자’로 불렸다. 5살부터 70대까지 탑승자 181명 대부분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방당국의 설명에, 설렘과 교차의 장소였던 공항 곳곳이 오열로 얼룩졌다.

29일 아침 9시3분께 전남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도중 충돌·폭발한 타이 방콕발 제주항공 비행기에 가족이 탑승했다는 사실을 인지한 이들은 오전부터 다급한 심정으로 공항으로 몰려들었다. “서울에서 시속 130㎞로 달려왔다”는 가족도 있었다.

어머니 돌보던 동생…결혼 앞둔 딸

“동생이 병이 있어 몸이 안 좋고 추위를 많이 타니까 신랑이 따뜻한 쪽에서 쉬고 오자고 해서 간 여행이었어요.” 이날 오후 탑승자인 40대 중반 여동생 부부를 찾으러 온 오빠 ㄱ씨는 “탑승했다는 명단만 확인했고 아침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확인을 못 했다”며 망연한 표정을 지었다. ㄱ씨는 “우리 4남매가 다 흩어졌는데 동생은 계속 광주에서 어머니 곁에 살며 아들 노릇 딸 노릇 혼자 다 했다. 그런 동생한테 이런 일이 생겨버렸다”며 울음을 터트렸다. 연결되지 못한 마지막 통화는 사무치는 후회로 남았다. “어젯밤에 전화했는데 안 받는 거예요. 이후에 ‘일이 있어서 전화를 못 받았다’고 카카오톡을 하기에, 제가 ‘부럽다, 여행 잘하고 와라’ 보냈어요. 근데 그게 마지막이… 한번 전화해볼걸.”

오후 늦게까지 사망자 신원 확인은 쉽지 않았다. 사고 발생 5시간여가 지난 오후 2시30분께가 돼서야 신원이 확인된 5명의 사망자 명단이 처음 발표됐다. 뒤이어 30분 단위로 확인된 사망자가 12명, 22명으로 더해졌다. 가족의 이름을 듣지 못한 가족은 “신원이라도 빨리 확인해달라”고 울부짖었다. “대체 어딨냐, 어디에 있느냐”며 공항 로비를 헤매기도 했다.

부산지방항공청의 가족 대상 브리핑에 동행했던 한 경찰은 “경찰 40여명을 투입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혹시라도 잘못 알려질 경우 혼선을 빚을 수 있어 소지품, 지문 확인 등을 하고 있다”며 “주검 훼손이 심해 지문 확인이 어려운 분들은 유전자 채취 뒤 가족들과 비교 분석을 해야 하기 때문에 더 늦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32살 조카의 신원 확인을 기다리던 김남종씨는 “가족들이 7~8시간씩 기다리고 있다. 내년 봄 결혼을 앞둔 예쁜 딸이었는데 부모들이 지금 얼마나 아프겠냐”며 “이름이 불리는지 안 불리는지만 목만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박아무개(22)씨가 무안제주항공참사 항공기에 탑승하고 있었던 어머니와 사고 직전 나눈 대화를 담은 메신저 화면. 박씨 제공.
 

‘성탄절 패키지 여행’ 탑승자 다수

사망자 가운데는 동료, 이웃, 친구끼리 단체 여행을 떠난 경우가 적잖았다. 사고가 난 항공기에는 지난 성탄절 3박5일 패키지 여행을 떠난 이들이 다수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70대 부모님을 기다리고 있던 ㄴ씨는 “전 직장 동료 모임에서 모은 돈으로 17명이 함께 가셨다. 성탄절이라 인사를 가려 했더니 여행 간다고 하셨다. 막내 손주를 좀 보여달라고 하셔서 동영상 보내드린 게 마지막”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70대 형의 사고 소식을 들은 김병완(68)씨는 “장흥 장평면에서 평생 사신 분인데, 그 동네에서만 5명이 함께 여행을 갔다. 동네도 비상일 것”이라며 “농사만 지은 분이다. 이제야 좀 쓰면서 즐기고 살자고 했는데 이렇게 돌아가셨다”고 했다. 64살 동생을 기다리고 있다는 형 ㄷ씨도 “동생이 친구 11명과 떠난 단체여행이었다. 아침에 뉴스를 보고 놀라서 달려왔다”며 ‘기도해달라’는 지인 메시지로 가득한 메신저 화면을 내보였다.

정확한 사망자 명단과 사고 현장 확인을 요청하기 위해 가족들이 안간힘을 쓰며 직접 나서는 모습도 이어졌다. 한 가족은 수첩을 뜯어 모인 이들의 연락처를 모으며 “저도 형님이 돌아가셨는데 나설 사람이 없다”고 울먹였다. 가족들이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정리에 나서야 할 정도로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사망자 명단이 작은 소리로 불려 “들리지 않는다”는 아우성이 반복됐고, 정부·지자체·소방과 경찰·항공 당국 등 다양한 관계기관 가운데 소통 창구도 모호했다. 이날 공항을 찾은 정치인과 관계 기관 책임자에게 “컨트롤타워를 마련해달라”는 가족들의 호소와 통곡이 수차례 이어지고서야, 국토교통부 담당자가 소통 창구로 지정됐고 사망자 신원을 확인한 가족을 대상으로 사고 현장 확인이 이뤄졌다.

부모님 두 분이 사고 비행기에 탑승했던 대학생 박아무개(22)씨는 ”친구 분들이랑 다같이 연말 여행을 다녀오는 길이었다”고 했다. 사고 직전 박씨가 부모님과 나눈 메신저 대화(사진)는 어머니가 심부름을 시키는 일상적인 내용이다. 순간 어머니가 ‘잠깐 있어’라고 말을 멈춘 뒤, ’착륙 못하는 중’ ’유언해야 하나’라고 말을 이은 뒤 대화는 멎었다. 박씨는 ”처음에 별 일이 아닌 줄 알았다. 뉴스 속보를 보고 나서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었다”며 고개를 떨궜다. ”나는 형제도 없어서 외동이에요. 천애고아가 되었네요.”

사망자 신원이 조금씩 확인되며 늘어나는 과정은 이날 저녁 늦게까지 반복됐다. 이름을 제대로 듣기 위한 적막, 뒤이어 한 사람의 이름이 나올 때마다 “아흑” “어떡해” 단말마의 비명과 함께 터져나오는 가족들의 울음과 참혹한 몸부림도 그치지 않았다.        < 정인선  임재희  김용희  김가윤 기자 >

 

“무안 제주항공 참사 주검, 신원 파악 어려울 만큼 참혹”…소방관 눈물

  무안항공 참사 화재 진압 투입 “기체에 남은 연료 없었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 현장에서 119 소방관과 구급대원들이 수색 작업하고 있다. 무안/연합
 

29일 오전 전남 무안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 사고 현장에서 화재 진압을 담당했던 한 소방관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며 참혹한 현장을 표현했다.

이 소방관은 이날 오전 10시 전남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 165 무안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날 오전 9시3분 대형 사고가 발생한 뒤 1시간여 만이었다. 소방관 동료들과 현장 상황을 파악했다. 이 소방관은 “여객기 사망자들의 주검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참혹했다. 꼭 전쟁터 같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29일 오전10시 전남 무안군 망운면 피서리 165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추락사고. 독자 제공

이날 사고 항공기 화재 진압은 43분여 만에 종료됐다. 이 소방관은 “항공기엔 남아 있던 연료가 없어서 화재 진압이 빨랐다”고 했다. 소방당국 등은 항공기 추락 후 발생한 화재로 신원 파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는 제주항공 7C 2216편이 활주로를 이탈해 담에 부딪히며 발생했다. 사고 원인은 버드스트라이크(운항 중 항공기 조류 충돌)로 인한 랜딩기어 불발로 파악됐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2009년 생산된 기령 15.4년의 기체다. 이 사고로 항공기는 전소했으며, 승객 175명과 승무원 6명 등 181명 탑승자 중 124명이 숨졌고, 현재까지 생존자는 2명이다.  < 한겨레 정대하  천경석 기자 >

 

“메이데이” 신호 뒤 방향 바꿨지만…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단 10분

 

 
29일 오전 9시3분께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착륙 중이던 항공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울타리 외벽에 충돌했다. 사고가 난 항공기는 타이 방콕에서 출발해 무안으로 입국하던 제주항공 7C 2216편으로, 승객과 승무원 등 181명을 태우고 있었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 진압과 인명 구조를 하고 있는 모습. 연합
 

29일(현지시각) 새벽 1시30분 타이(태국) 방콕에서 이륙한 제주항공 여객기(7C 2216)는 방콕 수완나품공항을 출발해 아침 8시30분 무안국제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을 보면, 이 여객기는 도착 시간이 지연돼 착륙 시간은 아침 8시50분으로 미뤄졌다. 비행기에는 181명(승객 175명, 승무원 6명)이 타고 있었다.

무안공항 관제탑이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트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정상 착륙 방향인 01번 방향(남쪽에서 북쪽)으로 착륙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착륙 때 폐회로텔레비전에 찍힌 영상을 보면 기체 오른쪽 엔진에서 연기가 나고 있었다.

이날 오전 한 유족이 취재진에게 공개한 탑승객과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면 해당 탑승객은 오전 9시 “방금 새가 날개에 껴서 착륙 못하는 중”이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1분 뒤 “유언해야 하나”라는 메시지를 마지막으로 연락이 끊겼다.

사고 기체는 착륙 당시 랜딩기어(바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활주로 중간으로 내려앉은 것으로 추정되는 기체는 활주로 남쪽 끝에 있는 ‘로컬라이저’(착륙 유도 안전시설)에 부딪힌 뒤 외벽 담벼락까지 충돌했다. 기체는 꼬리 부분만 남기고 완파됐고 화염에 휩싸였다. 같은 시각 신고를 접수한 소방청은 오전 9시14분 현장에 도착해 재난대응 3단계(광역지방자치단체 소방력 총동원)를 발령했다. 오후 3시 기준 구조·수습 인력은 소방 490명, 경찰 455명 등 1562명이다.

오전 9시23분과 9시50분 기체 꼬리 쪽에 타고 있던 승무원 2명이 구조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두번째로 구조된 생존자는 구조대 쪽에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로 추정된다. 한쪽 엔진에서 연기가 난 뒤 폭발했다”는 말을 전했다.

오후 1시께까지 구조작업을 진행하던 구조당국은 더는 생존자가 없을 것으로 보고 피해자 주검 수습 작업으로 전환했다. 오후 1시20분 구조대원들은 사망자 신원 확인을 위해 사고 현장 주변으로 가방 등 유류품 수거에 나섰다. 주검이 있던 자리에는 노란색 깃발, 유류품이 있던 자리에는 빨간색 깃발로 위치를 표시했다.

이날 소방청은 오전부터 사망자와 생존자가 몇명인지를 발표했다. 오전만 하더라도 사망자는 20~30명 정도였으나,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 사망자 수는 100명을 넘어섰다. 이어 밤 9시께 전남소방본부는 “탑승자 181명 중 구조된 2명을 제외하고 179명 모두 사망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원 확인은 밤 10시 현재 88명에 그쳐 유족들이 애태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등은 조류 충돌로 랜딩기어 작동이 불발된 것이 아닌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정확한 사고 원인이 나오기까지는 장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무안공항은 다음달 1일 새벽 5시까지 활주로를 폐쇄할 예정이다.  < 김용희 박수지 기자 >

조사 당국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수거

 

 
29일 오전 전남 무안군 무안공항에서 승객 175명을 태운 여객기가 추락해 불길이 솟아오르고 있다. 독자제공

 

무안국제공항에서 사고가 난 제주항공 여객기는 관제탑으로부터 새떼와의 충돌 경보를 받은 지 2분 만에 조난신호를 보냈고, 이어 동체착륙을 감행했다. 새떼와 충돌한 뒤 오른쪽 엔진에서 불이 났고, 랜딩기어(기체에 달린 바퀴)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에서 급하게 착륙을 시도하다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구체적인 사고 원인과 경위는 사고 수습 뒤 이어질 조사에서 규명될 전망이다. 조사 당국은 관제탑과의 교신 기록 등이 담긴 블랙박스를 수거했다.

29일 국토교통부와 제주항공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무안공항 관제탑이 제주항공 7C 2216편(방콕→무안)에 착륙 허가를 내린 건 아침 8시54분이다. 이후 3분 만인 8시57분 관제탑은 조류 충돌(버드 스크라이크)을 경고했으나 불과 2분 뒤인 59분에 사고기 기장은 긴급 조난신호인 ‘메이데이’(Mayday)를 보냈다. 사고기는 1번 활주로로 착륙하려 했으나 기수를 돌려 반대 방향인 19번 활주로로 동체착륙을 시도했다. 항공 당국에 접수된 사고 초동보고 시각은 오전 9시3분께다. 착륙 허가부터 사고 보고까지 10분도 채 안 된 사이에 대형 참사가 발생한 셈이다.

타이 방콕을 출발한 제주항공 7C 2216편 여객기가 전남 무안군 망운면 무안국제공항 활주로 인근에 추락한 29일 오후 사고 현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현장 조사를 하고 있다. 김혜윤 기자 
 

랜딩기어 왜 작동 안했나

항공안전 전문가들은 사고를 키운 ‘랜딩기어의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현덕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운항학과)는 “버드 스트라이크로 엔진이 하나 고장나더라도, 나머지 엔진만으로도 랜딩기어는 작동되고, 수동으로도 조작된다. 랜딩기어 미작동이 의아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동 시스템이 메인 랜딩기어와 연동돼 있기 때문에 동체착륙 감행 후 감속이 안 돼 사고기가 활주로를 이탈해 충돌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심재동 세한대 교수(항공정비학)도 “유압 계통이 동시에 다 망가져야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주항공 쪽은 “정기 점검 프로그램에 따라 지속 점검해왔으며 사고 항공기에 이상이 있었던 징후는 없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조류 충돌로 인한 엔진 화재의 영향이 랜딩기어 제어 시스템에 어떻게 영향을 미친 것인지, 기체 정비가 미흡했던 것은 아닌지 등이 향후 조사 과정에서 주요 쟁점으로 떠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류 충돌 방지, 적극적으로 했는지도

동체착륙을 할 경우, 통상 관제탑과 교신 등을 통해 공항당국이 소방차를 대기시키고 활주로에 소화액을 뿌려놓는 등 화재에 대비한다. 항공기도 화재 등을 예방하기 위해 기내에 있는 연료를 최대한 배출한다.

그러나 이날에는 이런 과정이 없었다. 소방청이 현장에 출동한 것도 화재 신고를 접수한 뒤다. 충분한 사전 조처 없이 동체착륙이 감행된 정황이다. 새떼 충돌부터 외벽 충돌에 이르기까지 10분이 채 안 될 정도로 급하게 상황이 돌아간 탓이 커 보인다. 향후 엔진 화재 등으로 인해 기체 내부에 어떤 비상상황이 벌어졌는지 등을 확인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관제와 사고기 기장이 동체착륙 시작점을 제대로 확보했는지도 조사 쟁점이다.

조류 충돌 방지를 위한 퇴치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졌는지도 확인돼야 할 대목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연희 의원실이 한국공항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무안공항 조류 충돌 예방 관련 인력은 4명에 그친다. 김포국제공항 23명, 제주공항 20명, 김해공항 16명 등과 비교해 현저히 적은 규모다. 무안공항은 인근에 몸집이 큰 겨울 철새가 자주 찾는 갯벌과 호수 등이 있어 조류 충돌 위험성이 높은 공항으로 꼽혀왔다. 주종완 국토부 항공정책실장은 “(조류 충돌 예방) 기준에 맞춰서 인력 및 장비가 배치돼 있었다”고 말했다.  < 한겨레  박수지 임재희  정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