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딥마인드 CEO 허사비스 · 존 점퍼 · 데이비드 베이커

컴퓨터 이용 단백질 설계·단백질 구조 검색엔진 '알파폴드' 개발 공로

딥마인드 "기념비적 과학 성과" 베이커 "AI의 힘 실감"

전날 노벨상 이어 화학상도 AI 분야가 '석권'

 

(스톡홀름 AFP=연합뉴스) 2024 노벨 화학상 수상자 데이비드 베이커(왼쪽부터), 데미스 허사비스, 존 점퍼.

 

올해 노벨 화학상은 '컴퓨터를 이용한 단백질 설계'에 기여한 미국 생화학자 데이비드 베이커(62)와 단백질 구조를 파악하는 인공지능(AI) 모델 '알파폴드'를 개발한 구글의 AI 기업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48), 존 점퍼(39)에게 돌아갔다.

전날 노벨 물리학상을 인공신경망을 이용한 AI 머신러닝(기계학습) '대부' 2인이 거머쥐는 등 올해 과학계 노벨상에서는 AI 분야가 휩쓰는 분위기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이 같은 공로로 세 사람을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은 "컴퓨터와 AI를 통해 단백질의 비밀을 밝혀냈다"면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발견이지만 이것들은 서로 긴밀하게 관련돼 있다"고 밝혔다.

베이커는 미국 워싱턴대 생화학 교수이자 생체공학, 화학공학, 컴퓨터 공학, 물리학 겸임교수이다.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리는 허사비스는 영국의 컴퓨터 공학자이자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둔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이며, 미국 화학자인 점퍼는 딥마인드의 연구원이다.

노벨위원회는 "2024년 노벨 화학상은 생명의 독창적인 화학 도구인 단백질에 관한 것"이라면서 "데이비드 베이커는 단백질의 완전히 새로운 종류를 구축하는 거의 불가능한 위업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이어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는 50년 된 문제인 단백질의 복잡한 구조를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는 단백질은 생명의 기반인 모든 화학 반응을 조절하고 조종한다면서 이들 발견은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노벨위원회는 베이커는 이전에 존재하지 않은 단백질을 만들어내기 위해 컴퓨터를 이용한 방법을 개발했으며, 이러한 단백질은 다수의 경우 완전히 새로운 기능을 가진 것들이었다고 설명했다.

노벨위원회는 단백질은 보통 20개의 다른 아미노산으로 구성되며 이는 생명체의 구성 요소라고 할 수 있다면서 베이커는 2003년 이러한 구성 요소들을 이용해 다른 어떤 단백질과도 다른 새로운 단백질을 설계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Sweden Nobel Chemistry Oct. 9, 2024. (Christine Olsson/TT News Agency via AP) SWEDEN OUT; MANDATORY CREDIT
 

이후로 베이커의 연구 그룹은 제약, 백신, 나노 소재 등에 사용될 수 있는 단백질을 포함해 창의적인 단백질을 하나씩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허사비스와 점퍼의 발견은 단백질 구조 예측과 관련한 것이다. 1970년대 이래 연구자들이 아미노산 서열에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하려고 노력해온 가운데 이는 악명높게 어려운 작업이었으나 4년 전 깜짝 놀랄 돌파구가 마련됐다고 노벨위원회는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허사비스와 점퍼는 2020년 '알파폴드2'라는 AI 모델을 내놨으며 그 도움으로 그들은 연구자들이 확인한 사실상 모든 2억개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전세계 190개국에서 2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알파폴드2를 사용했으며, 연구자들은 이제 항생제 내성을 더 잘 이해하고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효소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노벨위원회는 "허사비스와 점퍼는 거의 알려진 모든 단백질의 구조를 예측하는데 AI를 성공적으로 이용했다"고 평가했다.

 

SWEDEN-NOBEL-PRIZE-CHEMISTRY  October 9, 2024.(Photo by Jonathan NACKSTRAND / AFP)
 

딥마인드가 개발한 '알파폴드'는 단백질 구조에 관해 구글 '검색엔진'과 같은 역할을 해 기초 생물학 등 관련 분야의 발전을 가속했다고 평가받는다.

두 사람은 지난해 래스커상 수상자이기도 하다.

화학자가 아닌 허사비스 CEO가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것도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점퍼는 노벨화학상 분야에서 1952년 분배 크로마토그래피를 연구·발명한 공로로 수상한 리처드 싱(당시 38세) 이후 72년 만에 최연소 수상자다. 40대인 허사비스와 60대 초반의 베이커 등 첫날 노벨 생리의학상과 둘째날 물리학상에 비해 수상자들의 연령대도 확 낮아졌다.

구글 딥마인드는 엑스(X·옛 트위터) 계정에 올린 글에서 "이것은 AI, 컴퓨팅 생물학, 그리고 과학 자체에 있어서 기념비 적인 성과"라고 자평했다.

베이커는 수상자로 발표된 직후 노벨위원회에 "매우 기쁘고 영광"이라면서 "데미스와 존이 단백질 구조 예측 분야에서 이룬 획기적인 성과는 우리에게 AI의 힘을 실감하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단백질을 만드는 암호를 풀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거인들의 어깨에 올라서 있었다"고 답했다.

상금은 1천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3억4천만원)로, 기여도에 따라 절반은 베이커에게, 나머지 절반은 허사비스와 점퍼에게 간다.

노벨위원회는 이날 화학상에 이어 10일 문학상, 11일 평화상, 14일 경제학상 수상자를 차례로 발표한다.

앞서 7일에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마이크로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이, 8일에는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인공지능(AI) 머신러닝(기계학습)의 기초를 확립한 존 홉필드와 제프리 힌턴이 선정됐다.

노벨상 시상식은 알프레드 노벨의 기일인 12월 10일 스웨덴 스톡홀름(생리의학·물리·화학·문학·경제상)과 노르웨이 오슬로(평화상)에서 열린다.        < 연합 김정은 기자 >

 

SWEDEN-NOBEL-PRIZE-CHEMISTRY October 9, 2024.(Photo by Jonathan NACKSTRAND / AFP)

 

존 홉필드(91세)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와 공동수상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존 홉필드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 [위키미디어 제공]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오늘날 인공지능(AI)이 지닌 계산능력의 핵심인 인공신경망(ANN)을 통한 기계학습(머신러닝)의 초기 모델을 고안한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존 홉필드(91세) 미국 프린스턴대 물리학과 교수, 제프리 힌턴(77세)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를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8일 밝혔다. 노벨위원회는 "인공신경망을 통한 기계학습을 가능케 한 기초적인 발견을 한 공로"라고 설명했다.

인공신경망은 인공지능(AI)이 복잡한 계산을 하는 데 사용하는 알고리즘이다. 사람의 뇌 신경망이 작용하는 방식을 본따 만들었다. 주어진 데이터를 바탕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 기계학습과 같이 복잡한 작업에 필수적이다. 인공신경망을 사용한 기계학습은 오늘날 사람마저 능가하는 AI 작업능력의 핵심요소로 꼽힌다.

AI 계산능력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인공신경망을 구현하기 위해선 정교한 정보처리 알고리즘이 요구된다. 과학자들은 기존에 가장 정교한 계산 처리 능력을 가진 인간의 뇌 원형에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뇌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신경세포(뉴런)는 인공신경망에서 서로 다른 값을 가진 노드(연결점)가 된다. 각 노드의 연결은 신경세포 간 연결인 시냅스에 비유된다. 이러한 연결이 강해지거나 약해지면서 노드들은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노드 연결이 정보를 처리할 수 있는 최적의 상태를 찾는 것은 AI 학계의 주된 과제였다.
 

홉필드 교수는 1980년대에 혁신적인 인공신경망 모델 '홉필드 네트워크'를 제시했다. 이전까지의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은 계산이나 학습 과정이 일방향으로만 진행됐다. 반면 홉필드 네트워크는 정보가 지속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며 처리되는 비선형 구조를 가졌다. 정보에 대한 피드백을 지속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불완전하거나 왜곡된 정보도 정답에 가깝게 추측해낼 수 있다.

홉필드 네트워크의 이같은 작동 방식은 물리학에서 원자나 전자와 같은 작은 입자가 특정한 방향을 갖는 '스핀'이라는 특유의 상태에 착안했다. 왜곡되거나 불완전한 정보가 입력되면 노드들이 단계적으로 작동하면서 불완전한 정보와 가장 유사한 정보를 찾아내는 방식이다.

원자들이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조건을 찾는 것은 물리학에서 유명한 '스핀 글라스' 문제다. 홉필드 교수는 인공신경망 알고리즘이 최적의 상태를 갖기 위한 방법을 찾는 데 스핀 글라스 문제를 활용할 수 있음을 제시한 선구적인 인물로 꼽힌다.

                    거미줄처럼 연결된 인공신경망의 노드를 표현한 이미지. 노벨재단 제공
 

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발전시킨 '볼츠만 머신'를 고안했다. 이 알고리즘은 인공신경망에서 각각의 정보를 받아내는 연결점들을 복잡한 거미줄처럼 구성했다. 연결점들은 드러난 점과 숨겨진 점으로 구분된다. 볼츠만 머신은 숨겨진 노드를 활용해 알고리즘의 계산 효율을 높이고 네트워크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볼츠만 머신의 이름은 오스트리아 출신 물리학자 루트비히 볼츠만에서 따왔다. 볼츠만은 기체 분자가 어떻게 운동하는지에 대한 이론을 확률 분포의 도입으로 해결해 통계물리학의 시초를 만들어냈다. 볼츠만 분포를 나타내는 방식이 볼츠만 머신의 핵심 원리로 활용되면서 그의 이름이 붙여졌다.

조정효 서울대 물리교육과 교수는 "머신러닝에서 생성 모형은 어떤 데이터를 들여다봤을때 각 샘플이 나올 확률을 학습한다"며 "현재 널리 쓰이는 언어 모델 챗GPT나 디퓨저 모델처럼 이미지를 생성하는 모델은 다 생성 모형"이라고 말했다. 이어 "생성 모형의 기반이 되는 아주 고전적인 모델이 바로 볼츠만 머신"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과학자는 이후 AI 산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특히 힌턴 교수는 직접 기계학습 업체 'DNN리서치'를 설립했다. 이후 2013년 DNN리서치가 구글에 인수되면서 그는 약 10년 간 구글의 AI 연구를 맡아왔다. 힌턴 교수는 2018년 컴퓨터 공학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튜링상을 받기도 했다.

조정효 교수는 "힌턴 교수는 실제 뇌가 학습하는 원리는 뭘까 끊임없이 고민을 했던 것 같다"며 "성과보다도 실제로 우리 두뇌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에 계속 궁금해하고 연구를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AI 분야에 겨울이 몇번 찾아왔는데도 꾸준히 인공신경망을 연구했던 그룹"이라며 "연구팀에서 계속 브레이크스루가 된 알고리즘이 나왔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에겐 11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4억3451만원)가 수여된다. 이번 물리학상 수상자 2명은 상금을 2분의 1씩 나눠갖는다. 

 

매사추세츠의대 빅터 앰브로스 교수, 하버드의대 개리 루브콘 교수

노벨위원회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 조절 원리를 보여주었다”

 

2024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빅터 엠브로스(왼쪽)와 게리 루브쿤(오른쪽)에게 "microRNA의 발견과 전사 후 유전자 조절에서의 역할"을 밝힌 공로로 공동 수여되었다.(사진=노벨상위원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빅터 앰브로스(Victor Amvros) 교수와 하버드 의대 개리 루브쿤(Gary Ruvkun) 교수가 수상했다.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노벨총회에서는 현지시간 7일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빅터 앰브로스 교수와 개리 루브쿤 교수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이 유전자 활동이 조절되는 방식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앰브로스 교수와 루브쿤 교수는 다양한 세포 유형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관심 갖고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종류의 작은 RNA 분자인 마이크로RNA(mRNA)를 발견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들의 획기적인 발견은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 생물에 필수적인 것으로 밝혀진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 조절 원리를 보여주었다”며 “현재 인간 유전체는 1,000개가 넘는 mRNA를 코딩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들의 놀라운 발견은 유전자 조절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었다. mRNA는 생물이 발달하고 기능하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DNA에서 mRNA로, 단백질로 유전 정보가 흐르는 것. 동일한 유전 정보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의 DNA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특정 세포 유형에서 올바른 유전자 세트만 활성화되도록 유전자 활동을 정확하게 조절해야 한다. © 노벨 생리학 또는 의학 위원회.

 

암을 포함한 난치병의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mRNA’는 20~24개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RNA다. 세포 내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중요한 분자로,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세포 성장, 발달, 분화 등 여러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전자 발현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밀하게 이해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앰브로스 교수는 미생물인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배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다가 mRNA를 처음 발견했다. 루브쿤 교수는 선충 모델을 통해 mRNA가 생물의 유전자 발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장수환 교수는 “두 교수의 연구는 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힌 데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여혜숙 기자 >

 

'miRNA 발견' 노벨상 수상 결정적 연구에 한국인 1저자

하일호 박사, 하버드의대 박사후연구원으로 러브컨과 논문 발표

 

하일호 박사 [자이메디 홈페이지 캡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마이크로RNA(mi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에게 돌아간 가운데, 당시 miRNA 발견의 초석을 닦은 연구성과에 한국인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두 수상자가 miRNA의 존재를 처음 설명하기 위해 1993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 중 러브컨의 논문에 하일호(65) 박사가 브루스 와이트먼 미국 뮬렌버거대 교수와 공동 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러브컨은 하버드대 의대에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 박사 과정을 거쳐 하버드대 의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하 박사가 이 연구에 참여한 것이다.

하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30여년 전이라 잘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박사과정생이던) 와이트먼이 실험 등 대부분 일을 하고 (제가) 박사후연구원으로 와서 뒷마무리해서 논문이 나갔다"고 회고하며 "당시에는 그렇게 큰 의미가 담길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연구에 대한 별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이후 후속 연구가 이어졌고 유전체 연구도 발전하면서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 연구에 관심이 많아 신임 교수였던 러브컨을 선택했는데, 현재는 관련 분야 연구를 하거나 과학계에서 일하지는 않고, 줄곧 산업계에서 일해 왔다고 했다.

하 박사는 국내에서는 인제대 뇌과학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바이오기초기술센터장,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 메드팩토 대표, 툴젠[199800] 사외이사 등 대부분 바이오 분야 기업에서 일해 왔다. 현재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자이메디의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수상 사실도 이날 아침에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하며 "전날 무슨 영감인지 모르겠지만 (러브컨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아침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수년 전에 RNA 간섭(RNAi) 분야가 받아서 또 RNA(분야)를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벨상은 특정 분야 대가의 초기 연구성과가 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국인이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주요 연구에 참여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 박사는 "과거와 달리 한국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조승한 기자 >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 승무원들 우주여행에 새로운 이정표 세워

 
 
미국의 민간 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의 사령관 역할을 맡은 IT기업인 재러드 아이잭먼이 12일 우주선 밖으로 나와 지구를 바라보고 있다. 폴라리스 던 제공
 

“집으로 돌아가면 해야 할 일이 태산같지만, 여기서 본 지구는 정말 완벽한 세상처럼 보인다.”

민간 우주탐사대 ‘폴라리스 던’의 기획자이자 사령관인 미국의 IT기업인 재러드 아이잭먼은 우주선 밖으로 나와 지구를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스페이스엑스의 우주선을 타고 지구궤도를 돌고 있는 폴라리스 던 승무원들이 우주여행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단순 우주여행을 넘어, 그동안 전문 우주비행사들의 전유물이었던 우주유영에도 성공했다.

12일 오전 고도 730km 상공에서 이뤄진 우주유영에는 승무원 4명 중 2명만 참여했으나, 나머지 2명도 이들이 공기를 완전히 빼낸 우주선 내에서 똑같은 우주복을 입고 우주유영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했다. 네명의 우주비행사가 동시에 진공 상태의 우주에 노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우주유영은 이날 오전 6시12분(한국시각 오후 7시12분) 우주복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첫 우주유영 주자인 아이잭먼은 40분 후 우주선 윗덮개를 열고 우주로 몸을 내밀었다. 이날 우주유영은 생명줄에 의지해 허공 속을 떠다니는 것이 아니라 스카이워커라는 이동보조장치의 난간을 잡고 우주공간으로 나오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아이잭먼에 이어 우주선 덮개를 열고 나오고 있는 스페이스엑스의 엔지니어 사라 길리스. 폴라리스 던 제공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우주복 시험

두 사람의 우주유영 시간은 각각 몇분만에 끝났고, 이들은 사상 최고 고도에서 이뤄진 우주유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우주선이 재가압돼 우주유영의 전 과정이 종료된 시각은 오전 7시58분(한국시각 오후 8시58분)으로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우주유영을 하는 동안 우주선은 고도 185~730km의 궤도를 공전했다.

승무원들은 우주선에 감압실 역할을 하는 에어록 장치가 없어 우주여행 첫날부터 미리 기내 압력을 낮추고 산소 농도를 높이는 50여시간의 ‘사전 호흡’ 과정을 거쳤다. 이는 호흡을 통해 몸속에 들어온 질소를 제거하는 과정이다. 이렇게 하지 않을 경우 객실이 바깥 우주와 같은 진공 상태로 전환될 때 혈액 속의 질소가 거품을 일으켜 우주비행사의 생명이 위험해진다. 1960년대 미국과 소련 우주비행사들이 이런 방식으로 우주유영을 준비했다.

이번 우주유영의 목표는 스페이스엑스가 화성 여행을 목표로 개발한 새로운 우주복을 시험하는 것이다. 이 우주복은 새로운 단열재 등으로 우주비행사 보호 기능을 강화하고 헬멧에 카메라와 헤드업 디스플레이(전방표시장치)를 장착해 편의성을 높였다. 일단 이번 우주유영에서 짧은 시간이지만 우주복의 보호 성능이 확인됐다.

폴라리스 던 탐사대원들이 탑승한 우주선에서 본 일몰. 폴라리스 던 제공
 

반세기만에 가장 먼 우주여행

이번 우주여행은 1969~1972년 달까지 다녀온 아폴로 우주선 이후 가장 먼 거리에서 진행되고 있다. 우주선은 출발 당일엔 고도 1216km, 2일차엔 고도 1400km까지 상승했다. 이는 국제우주정거장(ISS)보다 3배나 더 높은 고도이다.

우주유영을 마친 폴라리스 던 대원들은 우주여행 4일째엔 스페이스엑스의 저궤도 인터넷위성 스타링크와 레이저 통신을 시험하고, 마지막 날인 5일째엔 예정된 36가지 과학실험 중 미처 하지 못한 것을 마저 수행한다. 과학실험의 대부분은 인체가 우주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영향을 받는지 알아보는 것이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면 이들을 태운 우주선은 플로리다 앞 대서양 해상으로 돌아온다.

 

스페이스엑스 우주선에 탑승해 있는 폴라리스 던 승무원 4명. 아래쪽 두 사람이 우주유영을 한 사라 길리스와 재러드 아이잭먼이다. 폴라리스 던 제공
 

이번 우주여행은 아이잭먼이 민간인의 심우주 여행 기술 확보를 위해 기획한 3번의 폴라리스 우주비행 프로그램 중 첫 번째다. 두 번째 폴라리스는 나사 허블우주망원경을 수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으려 했으나 미 항공우주국(나사)은 이를 거부했다. 세 번째 폴라리스는 스페이스엑스가 개발 중인 역대 최강 로켓 겸 우주선 스타십을 이용해 우주비행에 나설 예정이다.     < 곽노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