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사추세츠의대 빅터 앰브로스 교수, 하버드의대 개리 루브콘 교수

노벨위원회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 조절 원리를 보여주었다”

 

2024년 노벨 생리학·의학상은 빅터 엠브로스(왼쪽)와 게리 루브쿤(오른쪽)에게 "microRNA의 발견과 전사 후 유전자 조절에서의 역할"을 밝힌 공로로 공동 수여되었다.(사진=노벨상위원회)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은 미국 매사추세츠 의대 빅터 앰브로스(Victor Amvros) 교수와 하버드 의대 개리 루브쿤(Gary Ruvkun) 교수가 수상했다.

카롤린스카연구소의 노벨총회에서는 현지시간 7일 2024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빅터 앰브로스 교수와 개리 루브쿤 교수를 공동으로 선정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이들이 유전자 활동이 조절되는 방식을 지배하는 기본 원리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여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앰브로스 교수와 루브쿤 교수는 다양한 세포 유형이 어떻게 발달하는지에 관심 갖고 유전자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새로운 종류의 작은 RNA 분자인 마이크로RNA(mRNA)를 발견했다. 

노벨상 위원회는 “그들의 획기적인 발견은 인간을 포함한 다세포 생물에 필수적인 것으로 밝혀진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 조절 원리를 보여주었다”며 “현재 인간 유전체는 1,000개가 넘는 mRNA를 코딩한다는 것이 알려져 있다. 이들의 놀라운 발견은 유전자 조절에 완전히 새로운 차원을 보여주었다. mRNA는 생물이 발달하고 기능하는 방식에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DNA에서 mRNA로, 단백질로 유전 정보가 흐르는 것. 동일한 유전 정보가 우리 몸의 모든 세포의 DNA에 저장되어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각 특정 세포 유형에서 올바른 유전자 세트만 활성화되도록 유전자 활동을 정확하게 조절해야 한다. © 노벨 생리학 또는 의학 위원회.

 

암을 포함한 난치병의 차세대 치료제로 주목받는 ‘mRNA’는 20~24개의 염기로 이뤄진 작은 RNA다. 세포 내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미세하게 조절하는 중요한 분자로, RNA와 달리 단백질을 암호화하지 않고 유전자 발현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세포 성장, 발달, 분화 등 여러 중요한 생물학적 과정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따라서 유전자 발현 이상에 의해 발생하는 다양한 질환의 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정밀하게 이해해야 하는 분야로 꼽힌다.

앰브로스 교수는 미생물인 예쁜꼬마선충(C. elegans)의 배아 발생에 영향을 주는 유전자를 찾다가 mRNA를 처음 발견했다. 루브쿤 교수는 선충 모델을 통해 mRNA가 생물의 유전자 발현에 어떻게 작용하는지에 대한 매커니즘을 규명했다.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생리학교실 장수환 교수는 “두 교수의 연구는 암, 심혈관질환, 그리고 파킨슨병 같은 신경질환 등 다양한 질병에서 유전적 조절 메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밝힌 데 기여했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하는데 중요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  여혜숙 기자 >

 

'miRNA 발견' 노벨상 수상 결정적 연구에 한국인 1저자

하일호 박사, 하버드의대 박사후연구원으로 러브컨과 논문 발표

 

하일호 박사 [자이메디 홈페이지 캡처]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이 마이크로RNA(miRNA) 발견에 기여한 미국 생물학자 빅터 앰브로스와 게리 러브컨에게 돌아간 가운데, 당시 miRNA 발견의 초석을 닦은 연구성과에 한국인이 이름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8일 노벨위원회에 따르면 두 수상자가 miRNA의 존재를 처음 설명하기 위해 1993년 국제학술지 '셀'에 발표한 두 편의 논문 중 러브컨의 논문에 하일호(65) 박사가 브루스 와이트먼 미국 뮬렌버거대 교수와 공동 1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당시 러브컨은 하버드대 의대에서 연구를 진행했는데, 서울대 식품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럿거스대 박사 과정을 거쳐 하버드대 의대 박사후연구원으로 일한 하 박사가 이 연구에 참여한 것이다.

하 박사는 이날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30여년 전이라 잘 기억나진 않지만 (당시 박사과정생이던) 와이트먼이 실험 등 대부분 일을 하고 (제가) 박사후연구원으로 와서 뒷마무리해서 논문이 나갔다"고 회고하며 "당시에는 그렇게 큰 의미가 담길지 잘 몰랐다"고 말했다.

당시에는 연구에 대한 별다른 반향이 없었지만, 이후 후속 연구가 이어졌고 유전체 연구도 발전하면서 주목받는 분야가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그는 유전자 연구에 관심이 많아 신임 교수였던 러브컨을 선택했는데, 현재는 관련 분야 연구를 하거나 과학계에서 일하지는 않고, 줄곧 산업계에서 일해 왔다고 했다.

하 박사는 국내에서는 인제대 뇌과학기술연구소장을 거쳐 한화케미칼 중앙연구소 바이오기초기술센터장, 테라젠이텍스 연구소장, 메드팩토 대표, 툴젠[199800] 사외이사 등 대부분 바이오 분야 기업에서 일해 왔다. 현재는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 신약을 개발하는 바이오 스타트업 자이메디의 자문을 맡고 있다.

그는 수상 사실도 이날 아침에 뉴스를 통해 확인했다고 전하며 "전날 무슨 영감인지 모르겠지만 (러브컨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는데 아침에 뉴스를 보고 깜짝 놀랐다"며 "수년 전에 RNA 간섭(RNAi) 분야가 받아서 또 RNA(분야)를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다행"이라고 말했다.

노벨상은 특정 분야 대가의 초기 연구성과가 받는 경우가 많은 만큼 한국인이 노벨상 수상에 기여한 주요 연구에 참여한 경우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 박사는 "과거와 달리 한국의 수준이 많이 올라갔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한국에서 노벨상이 나오길 바란다"고 말했다.  < 조승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