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100만km 지점서…2주 후 150만km 관측 궤도 도착

 

 주거울(노란색)을 활짝 펼친 제임스웹우주망원경 상상도. 나사 제공

 

허블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100억달러짜리(약 12조원)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웹(JWST)이 우주공간에서 스스로 반사경을 활짝 펼치고 제 모습을 온전히 드러냈다. 지난달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발사된 지 보름만이다.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은 8일 오후 1시17분(한국시각 9일 오전 3시17분) 제임스웹우주망원의 주거울을 펼치고 임무 수행을 위한 마지막 고비를 넘겼다고 밝혔다.

 

캐나다 볼티모어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비행 제어센터 직원들은 하루 전 주거울 배포에 들어간 제임스웹망원경으로부터 작업을 마쳤다는 신호를 받은 뒤 환호하며 손뼉을 마주쳤다.

 

18개의 육각형 거울이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있는 주거울은 좌우의 거울이 접혀진 상태로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주거울의 소재는 가볍고 단단하고 저온에도 잘 견디는 베릴륨 금속이다. 겉면은 빛 반사율이 높은 금으로 덮여 있다.

 

활짝 펼친 주거울의 크기는 지름 6.5미터로 허블우주망원경의 2.7배다. 허블보다 빛을 6.25배 더 많이 모으고 시야각은 15배 이상 넓다.

 

로켓에서 분리된 제임스웹이 접혀진 상태로 날아가고 있다. 유럽우주국 동영상 갈무리

 

극저온에서 적외선으로 최초의 별들 관측

 

제임스웹은 주거울 배치에 앞서 지난 4일 최대 난관으로 꼽힌 테니스 코트 크기의 차양막을 펼치고 팽팽하게 고정시키는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5겹의 얇은 막으로 이뤄진 차양막(21×14m)은 태양을 향한 쪽은 섭씨 100도가 넘는 고온이지만, 우주를 관측하는 반대쪽은 영하 230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한다.

 

제임스웹의 적외선 관측기는 이 극저온 상태에서 빅뱅 이후 최초로 생겨난 별에서 날아온 아주 미세한 빛을 포착한다.

 

 제임스웹은 주거울에 앞서 테니스코트 크기의 차양막을 먼저 펼쳤다. 유럽우주국 동영상 갈무리

 

7월부터 관측…“어딜 비추든 새 지평”

 

지난달 크리스마스 당일인 25일 지구를 출발한 제임스웹은 지금까지 약 100만㎞를 날았다. 앞으로 2주 동안 50만㎞를 더 날아 목적지인 제2 라그랑주점(L2)에 진입한다. 이곳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과 우주선의 원심력이 균형을 이루는 곳이어서 망원경이 안정적인 관측 궤도를 유지할 수 있다.

 

제임스웹은 관측 궤도에 도착한 이후에도 5개월 동안 거울 초점 조정, 기기 점검, 시험 관측 등의 준비 작업을 마쳐야 한다. 따라서 모든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더라도 7월부터 정식 관측에 나설 수 있다. 나사의 거울 개발팀장인 리 페인버그는 “웹 망원경은 어딜 비추든 새 지평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

 

나사는 제임스웹의 설계 수명은 5~10년이지만 발사 후 궤도 조정이 예상보다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연료 여유분이 생겨 10년 이상 작동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곽노필 기자

‘불확실성’ 파는 미래예측, 누구의 이익 대변하나

‘뷰카(VUCA)’ 시대의 인기상품 ‘미래예측’

 

 해마다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소비자가전전시회(CES)는 미래를 상상하게 하는 다양한 기술과 상품이 선보이는 자리다. 현대자동차는 2022CES에서 계열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을 등장시켜 ‘이동 경험의 영역을 확장하다’를 주제로 한 메타버스(가상현실) 이미지를 구현했다. 현대자동차 제공

 

미래 기술 발전에 대한 예측은 얼마나 정확하고 쓸모가 있을까.

 

새해를 맞아 ‘2022년의 기술 트렌드’ 예측이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한 소비자가전전시회(CES)에서는 다양한 미래형 기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 5일 <뉴욕타임스>는 올해에 생활속 깊숙이 침투할 4종의 기술 트렌드로, 메타버스, 스마트홈, 커넥티드 헬스, 전기자동차를 꼽았다. 머리에 쓰는(헤드업) 디스플레이, 가상현실 서비스, 홈네트워크와 연결된 디지털가전, 음성비서, 스마트워치와 착용형 피트니스 기기와 디지털 보건기구, 전기차 등은 이미 다양한 상품이 경쟁중인데 올해 본격 대중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편 그동안 구글, 테슬라 등이 상용화 일정을 예고해온 자율주행차는 최근 분위기가 부정적으로 바뀌었다.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는 2015년 “2~3년 안에 자율주행차로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이라며 2020년에도 ‘완전(4단계) 자율주행차 연내 출시’를 공언해왔지만 최근 돌변했다. 머스크는 지난해 7월 트위터에서 “자율주행차 개발이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다”라며 인공지능 기술 지연을 탓하며, 태도를 바꿨다.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는 미국 애리조나 피닉스에서 2018년부터 자율주행 택시 상용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몇 년째 보행자가 드물고 거의 비가 오지 않는 피닉스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글 자율주행차 프로젝트를 7년간 이끌다가 자율주행차 기업 오로라를 세운 크리스 엄슨은 지난해 자율주행차 보급 시기를 30년 뒤인 ‘2051년 이후’로 예상했다.

 

지금 예측되는 미래 기술들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사실 ‘미래 기술 예측’에는 수많은 전문가와 자원이 투입되지만 훗날 점검해보면 정확도가 처참한 수준이다. 정보기술 분야에는 두고두고 소환되는 황당한 미래 예측과 결정이 수두룩하다. 1943년 컴퓨터 개발 당시 아이비엠(IBM)의 창업자 토머스 왓슨은 “전세계적으로 5대 정도의 컴퓨터 수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1949년 미국 <포퓰러 메카닉스>는 “미래엔 컴퓨터 무게가 1.5톤 이하로 줄어들 것”이라고 보도했다. 1997년 세계 최고의 인터넷검색 기업 야후는 당시 스탠퍼드대학 박사과정생 2명이 설립한 유망 검색기업 구글의 인수 제안을 거부했다. 2001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발명가 딘 카멘이 개발한 1인용 이동수단 세그웨이에 대해 “개인용 컴퓨터보다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격찬하며 거액을 투자했지만, 실패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 스티브 발머는 “500달러라고? 전혀 매력적이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전화기”라고 조롱했다.

 

정보기술 분야에서 미래 예측은 성공보다 실패가 일반적이다. 엠에스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1996년 “사람들은 2년 안에 일어날 변화에 대해 과대평가하지만 10년 뒤 일어날 변화는 과소평가한다”고 말한 대로다. 국내 정보기술 출판물의 키워드도 ‘4차산업혁명’ ‘인공지능’에서 어느새 ‘메타버스’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바뀌었다.

 

24개월마다 반도체 칩의 집적도가 2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 영향으로 정보기술은 어느 분야보다 변화가 빠르고 광범하다. 양적 방법을 활용한 미래 예측 시도가 활발하지만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정보와 네트워크 확대로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져 정확한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우리가 미래에 대해 아는 유일한 사실은 현재와 다르리라는 것뿐”이라고 말하고, 미래학자 제임스 데이터는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미래”라고 말한다.

 

미 육군대학원은 1990년대 냉전이 종식된 뒤의 세계 정세를 변동성, 불확실성, 복잡성, 모호성으로 특징짓고 네 단어의 영어 약자를 따서 ‘뷰카(VUCA)’ 시대라고 이름붙였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미래 예측 수요는 늘어난다. 예측 능력은 인류를 추위와 기근, 맹수의 공격에 대비하게 해준 생존의 도구였지만, 불확실성 높은 현대 사회에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 전문지 <와이어드>는 지난달 30일 “미래 예측이 ‘불확실성’과 ‘불안’을 키우고 판매하는 하나의 산업이 되었다”는 데번 파워스 템플대 미래학자의 글을 실었다.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커짐에 따라 미래 예측은 수익성이 높아지고 활발해지지만, 미래 예측이 새로운 차원의 불평등과 불공정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모든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미래를 경험하거나 상상하지 않고, 미래 예측도 땅이나 자본처럼 사람마다 접근성이 다르고 불평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은 일종의 ‘사치품’과 유사하고, 투자와 기대 수익, 수요공급 조정 등 자본주의의 핵심을 이룬다. 그 결과 ‘부유한 백인 남성’들에 의한 미래 전망이 지배적이 된다는 게 파워스 교수의 우려다. 그는 더나은 미래 예측을 위해선 질문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특정한 미래 전망으로부터 누가 가장 이익을 볼 것인가”라는 물음이다. 3월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의 공약으로 미래 예측이 어느 때보다 풍성해진 시점에서 곱씹어볼 문제다. 구본권

 

치매치료약·민간우주여행, 2021년 ○○기술에 꼽혔다

 

아듀헬름은 20년 만에 처음 시판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청(FDA) 허가 과정을 비롯해 약효·가격 등에서 논란을 불렀다. 주사제인 아듀헬름은 1년 약값이 5만6400달러(약 6800만원)으로 책정됐으나 효과성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고 비난과 반발이 거세지자, 바이오젠은 올 1월 약값을 50% 전격인하했다.

 

코로나19의 급속 확산으로 지구적 차원의 보건 위기가 닥쳤지만, 인류는 전례없는 속도로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해 대응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삶은 어느 때보다 과학기술에 의존하게 됐고 기술의 거대한 영향력 아래 놓였다. 코로나19 백신처럼 기술 개발과 혁신은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등장하지만, 기술과 혁신이 그 자체로 선한 것은 아니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매체 <엠아이티(MIT) 테크놀로지 리뷰>는 해마다 ‘최악의 기술’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미국 상황이지만 ‘나쁜 기술’ 목록은 기술을 좀더 인간화하기 위해 사회와 개발자가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보여준다.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는 ‘2021년 최악의 기술’로 바이오젠의 알츠하이머 치료제(아듀헬름), 온라인 부동산업체인 질로의 주택구매 알고리즘, 기업 디지털 자산을 인질로 삼고 협박하는 랜섬웨어, 민간 우주여행 상품, 소셜미디어의 뷰티 필터 등 5가지를 꼽았다.

 

아듀헬름은 20년 만에 처음 시판된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미 식품의약청(FDA) 허가 과정과 약효·가격 등에서 논란을 불렀다. 아듀헬름은 대규모 임상시험에 실패하고 뇌 질환 환자들에게 구체적 치료효과를 입증하지 못했지만 미 식품의약청은 지난해 6월 이를 허가했다. 자문위원 몇 명이 반발 사임했고, 그중 애런 케셀하임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약품 허가결정”이라고 말했다. 주사제인 아듀헬름은 1년 약값이 5만6400달러(약 6800만원)으로 책정돼 논란을 불렀고 경영난에 처한 개발사 바이오젠은 올 1월 약값을 50% 전격인하했다. 한편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달 16일 “아듀헬름이 뇌에서 아밀로이드 베타를 감소시키지만 이 효과와 임상적 개선 사이의 연관성은 확립되지 않았다”며 시판허가를 거부했다. <엠아이티 테크놀로지 리뷰>는 최고의 약은 값싸고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야 하는데 아듀헬름은 정반대라고 평가했다.

 

미국 최대의 온라인 부동산업체 질로는 제스티메이트라는 자체 알고리즘을 이용해 낮게 평가된 주택을 선구매한 뒤 리모델링해 되파는 사업모델이다. 승승장구하던 질로의 사업모델은 미국 부동산 상승세가 꺾이면서 매입가격보다 싼 가격에 주택을 판매하게 되고 이로 인해 5억6900만달러(6800억원) 규모의 매출 감소와 경영난으로 이어졌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맨 왼쪽)은 지난해 7월11일 일반인 승객들과 함께 자신이 설립한 우주관광기업 버진갤럭틱의 로켓여객기 `VSS 유니티'를 탑승하고, 사상 첫 준궤도 우주관광에 성공했다. 웹방송 갈무리

 

이 매체는 갑부인 아마존의 제프 베이저스, 버진갤럭틱의 리처드 브랜슨이 자사의 민간 우주관광 프로그램을 시작하며 다녀온 우주여행 또한 새로울 것이 없으며 20만달러(2억4천만원)짜리 셀카용 이벤트에 불과하다며 ‘최악의 기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행복하냐?”고 묻자 “당신은 행복하냐?”고 되물어

 판매가 25만 달러…CES 기간 중 총 4건 주문돼

 

6일 ‘시이에스(CES) 2022’가 열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 ‘유레카 파크’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

 

6일 세계 최대 아이티(IT)·가전 전시회 ‘시이에스(CES) 2022’ 스타트업 전시장의 주인공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메카’(Ameca)였다.

 

이날 미국 라스베이거스 베네치안 엑스포에 마련된 ‘유레카 파크’에서 본 아메카는 관람객들과 대화를 하며 감정을 표현하는 사람처럼 눈썹과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가 내리고, 눈을 깜박였다. 눈동자의 움직임 방향이나 속도도 무척 자연스러웠다.

 

한 관람객이 아메카를 향해 ‘행복하냐’고 묻자, 로봇은 “행복하냐고요? 저는 로봇이어서 아무것도 못 느끼지만 만약 제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100% 행복하다고 말했을 거예요”라고 말했다. 이어 아메카는 “당신은 행복한가요?”라고 되물어 관람객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아메카는 영국의 로봇 제조업체 엔지니어드 아츠(Engineered Arts)가 지난달 공개한 로봇으로, 이번 시이에스 전시에서 처음 실물을 선보였다. 아메카의 가격은 25만달러(약 3억원)에 달한다. 이번 전시 기간 동안 모두 4건의 주문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라스베이거스/글·사진 선담은 기자

 

CES 2022 개막…3대 화두는? “‘메타버시안’ 되시렵니까“

‘메타버스, 로보틱스, 친환경’ 주요 화두 부상

움직이는 가전제품, 자동차 위상 높아져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전시장서 간담회

‘손가락 깨무는 동물로봇’ 등 이색 제품 눈길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내 컨벤션센터 1층에 마련한 시이에스(CES) 안내 데스크가 한산한 모습이다.

 

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중심부의 유명 리조트 만달레이 베이 내 컨벤션센터(전시장).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박람회 ‘2022 시이에스(CES)’ 개막을 하루 앞두고 오전부터 주요 전시회 참가업체들의 기자간담회가 잇따라 열렸다.

 

전시장 출입증을 발급하는 1층 데스크엔 안내 직원만 20여명이 배치돼 있다. 반면 출입 배지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사람은 3명뿐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예전엔 이곳에서 수백명이 줄 서 북새통을 이뤘다”며 “올해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2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리는 시이에스는 과거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 막바지 개막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확산 우려 때문이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열린 세계 최대 통신칩 제조사 퀄컴의 간담회장은 준비된 300여석 중 절반 정도만 찼다.

 

하지만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과 언론의 관심은 컸다. 2∼3년 뒤 일상으로 스며들 최신 기술을 발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여서다. 퀄컴 발표 내용에도 이런 분위기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최고경영자(CEO)가 이날 진출을 예고한 신사업 분야는 두가지다. 먼저 증강현실(AR) 안경에 들어가는 칩이다. 메타버스(가상세계) 시대 본격화에 대비한 것으로 미국의 대형 기술기업(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MS)와 함께 개발하기로 했다. 또 전기차의 통신·제어용 반도체 신제품으로 자동차 시장 공략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전기차는 스마트폰보다 시장 규모가 작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이에요. 기술 기업들이 자동차 시장에 활발히 진출하면서 이제 시이에스는 사실상 차가 주인공인 전시회나 마찬가지입니다.” 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 임원 얘기다.

 

스마트폰·노트북·티브이(TV) 등 성장이 정체된 전통 가전제품 대신 굴러다니는 가전제품인 전기차가 기업들의 새로운 먹거리로 떠올랐다는 의미다. 삼성·현대차·에스케이(SK)·엘지(LG) 등 국내 4대 그룹 총수 중 유일하게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만 직접 전시장을 찾아 기자회견을 한 것도 상징적이다. 행사 주최 쪽이 올해 새로 설치한 대규모 전시장(웨스트홀)엔 자동차 업체들이 그득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4일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 베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CES 2022’ 비전 발표회에서 로봇개 스팟과 함께 무대에 오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정 회장은 이날 메타버스와 로봇공학(로보틱스)을 결합한 ‘메타모빌리티’라는, 그룹의 새로운 청사진을 제시했다. 올해 시이에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인 가상세계와 로봇을 자동차에 동시에 접목하겠다는 거다.

 

메타버스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예를 들어, 현실세계의 공장을 똑같이 베낀 가상세계 속 공장에 로봇 기술을 더하면 사무실이나 방 안에 앉아서 생산시설을 돌려볼 수 있다. 현대차는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손잡고 이런 똑똑한 공장을 실제로 조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기차 자율주행 센서가 인식한 현실세계 이미지가 정확한지 가상세계와 대조해 자율주행 컴퓨터의 인지기술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된다.

 

정 회장은 “앞으로는 집에서 증강현실(AR) 기기를 쓰고 생산 현장을 점검하고 기계를 다루는 게 현실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올해 시이에스에서도) 융합 기술이 많이 선보일 것 같고, 친환경 흐름과 메타버스 등을 관심있게 보려고 한다”고 했다.

 

엘지전자도 이날 온라인을 통해 자율주행 맛보기 차(콘셉트카) ‘옴니팟’에서 가상 공간에 접속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자동차 스스로 운전하는 시대가 오면 차는 단순 이동 수단을 넘어서 가상 세계와 만나는 플랫폼 역할을 하리라는 것이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 스티브 코닉 부사장은 전 날 ‘올해 주목해야 할 기술 동향’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가깝고, 우리의 물리적 현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될 것”이라며 “올해 시이에스에서 메타버스의 첫걸음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새로 제시한 ‘메타버시안(가상세계 참가자)’이라는 개념도 눈길을 끌었다.

 

글로벌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가 4일 ‘CES 2022’ 사전 행사에서 공개한 자율주행 트랙터. 존 디어 누리집 갈무리

 

현대자동차가 4일 ‘CES 2022’ 비전 발표회에서 선보인 다목적 바퀴 로봇 뼈대(플랫폼) ‘모베드’. 현대자동차 제공

 

세계적인 농기계 제조회사 존 디어는 인공지능(AI)이 카메라 6대를 이용해 스스로 밭을 가는 자율주행 트랙터를 선보였다. 로봇이 사람 일을 대신하는 자동화 시대가 성큼 다가온 모습이다. 현대차도 물건에 붙여서 쓸 수 있는 일종의 바퀴 로봇인 ‘피엔디(PnD) 모듈’과 문턱·계단·경사로 등을 오갈 수 있는 다목적 바퀴 로봇 뼈대 ‘모베드’를 공개했다.

 

지속 가능한 환경을 위한 친환경 기술은 최근 시이에스 행사에서 갈수록 그 중요도가 커지는 분야다.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가 대표적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이날 시이에스 기조연설의 주제를 ‘미래를 위한 동행’으로 정했다. 삼성전자 쪽은 지속 가능한 일상을 위해 제품 개발부터 유통·사용·폐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탄소 배출을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또 올해부터 티브이 박스뿐 아니라 박스 안 스티로폼과 홀더 등도 재활용 소재를 사용하고, 포장 박스를 생활 소품으로 쓰는 에코 패키지를 확대 적용하겠다고 했다.

 

한 부회장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가 모두가 공존하는 세상의 가치를 일깨웠다”면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선 업종을 초월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4일 ‘CES 2022’ 사전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기업들의 톡톡 튀는 기술을 담은 아이디어 제품을 만나는 것도 시이에스에서만 즐길 수 있는 쏠쏠한 재미다. 예를 들어, 일본 로봇업체 유카이 엔지니어링은 전날 ‘아마가미 함함’이라는 이색 동물 로봇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이 로봇은 사람이 로봇 입에 손가락을 넣으면 그 끝을 아기나 반려동물처럼 깨무는 게 특징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에 지친 사람들에게 편안함과 위안을 주려는 취지”라고 했다.

 

일본 로봇회사 유카이 엔지니어링이 지난 3일 ‘CES 2022’ 개막을 앞두고 내놓은 이색 동물 로봇 ‘아마가미 함함’(Amagami Ham Ham). 유카이 엔지니어링 누리집 갈무리.

 

마스크 아래 쪽에 환기 시스템을 단 쿨링 마스크, 특수 필터를 장착해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원천 차단하는 완전 밀폐형 마스크 등도 등장했다.

 

물론 새로 등장한 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을 의문시하는 시각도 있다. ‘반짝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거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올해 시이에스 동향을 다루는 기사에서 “메타버스가 현실이 되기까진 기술기업들이 내세우는 게 무엇인지 대답해야 하는 질문이 많고,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라스베이거스/ 박종오 기자

애초 2024년께 철수에서 당분간 더 이용하기로

장기적으로는 달 개발 등에 집중하고 민간에 맡길 듯

 

지구 상공 400㎞ 지점에 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의 모습. 나사 제공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애초 2024년까지 운용할 예정이었던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수명을 2030년까지 늘리기로 했다.

 

빌 넬슨 미 항공우주국 국장은 지난달 31일 누리집에 공개한 자료에서 “국제우주정거장은 평화로운 국제적인 과학 협력의 신호였고, 지난 20년 넘는 시간 동안 인류에게 엄청난 과학적, 교육적, 기술적 발전이란 혜택을 줬다. 나는 바이든-해리슨 행정부가 2030년까지 정거장을 운영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은 국제우주정거장에 계속 참석할 것이고, 혁신과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다. 또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따라 첫 여성과 첫 유색 인종 남성을 달에 보내는데 필요한 연구와 기술을 진척시키고, 화성에 첫 인류를 보내는 길을 닦을 것”이라고 이번 결정의 의의를 설명했다. 빌 국장은 나아가 “더 많은 국가들이 우주에서 활동하게 됨에 따라 과거 어느 때보다 미국이 평화적이고 책임 있는 우주 이용을 위해 국제적 연대를 육성하고, 규칙·규범을 만드는데 있어 세계를 이끄는데 중요해졌다”면서 미국이 우주 개발의 주도권을 계속해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미국이 이날 발표처럼 국제우주정거장의 수명을 연장하려면, 참여 중인 일본, 러시아, 캐나다, 유럽 국가 등의 동의가 필요하다.

 

나사는 그동안 현재 국제우주정거장이 맡아 온 역할을 2020년대 후반 ‘블루오리진’ 등 민간 우주개발 업체가 쏘아 올리는 민간 우주정거장에 맡기고, 좀 더 먼 곳의 우주시설, 즉 달 궤도 정거장과 기지 구축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혀왔다. 이를 위해 지난달 2일 민간 상업 우주정거장을 개발하는 기업으로 블루오리진, 록히드마틴, 나노랙스 등 3개 기업을 선정했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2030년까지는 현재 운용 중인 국제우주정거장을 유지하게 됐다.

 

거대 유인 우주실험장인 국제우주정거장은 지상 400㎞ 지점에서 90분에 한번씩 지구를 한바퀴씩 돌고 있으며, 1998년 건설이 시작돼 2011년 완성됐다. 중국은 이에 맞서 자체 우주정거장인 ‘톈궁’의 건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길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