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1월 FOMC 결과…팬데믹초 정책결정문 ‘위기지원’ 문구삭제

예상넘는 물가상승에 ‘곤혹’ 처지…경기 · 고용 자신감 빠른 금리인상 시사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을 종료할 때가 됐다고 공식 선언했다. 정책결정문에는 ‘경제 위기 지원’이라는 문구 대신 ‘강해진 경제와 고용’이라는 표현이 추가됐다. 연준이 오는 3월부터 본격적인 ‘돈줄 조이기’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연준은 지금 상황에서는 금융시장보다 ‘물가 안정’이 우선이라는 단호함도 드러냈다. 빨라질 연준의 긴축을 향한 행보에 ‘안전벨트’를 단단히 매라는 경고가 쏟아진다.

 

강해진 경기, 고용 자신감

 

연준은 25~26일(현지시각)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현 정책금리(0.00~0.25%)를 동결하면서도 정책결정문에서 ‘연준은 현 위기를 맞아 미국 경제를 지원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수단을 사용할 것이며, 이를 통해 완전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달성할 것이다’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2020년 3월 정책결정문부터 들어간 문구가 이번에 처음 사라졌다. 그 대신 연준은 ‘경제 활동 및 고용 지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표현으로 이전 문구를 대체했다. 또 “조만간 금리를 올리는 게 적절하다”란 문구도 추가됐다. 금리 인상 계획을 명확히 한 셈이다.

 

뒤 이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에선 좀더 강한 발언이 쏟아졌다. 파월 의장은 “노동시장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금리를 인상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3월 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노동 시장이 위축될 정도의 금리 수준에 이르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뜻이다. 또한 그는 금융위기 이후 첫 금리 인상에 나섰던 2015년 당시와 같이 점진적으로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냐란 질문에 대해선 “현 경제 상황은 (당시와는) 매우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이를 두고 미 월가에선 오는 3월에 금리가 한꺼번에 50bp(1bp=0.01%포인트) 인상되거나 연내 인상 횟수가 최대 7번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금융시장보다 실물경제”

 

연준은 금융시장보다 ‘실물경제’가 우선이라는 시각도 드러냈다. 파월 의장은 커진 시장 변동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연준의 궁극적인 관심은 실물 경제, 완전 고용, 물가 안정이다”며 “오늘의 금융시장 상황이 아닌 연준 목표에 맞지 않는 지속적이고 중요한 금융 시장의 변화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시장 불안이 확대되면 통화 정책 메시지로 조절하던 과거와는 달리 단호한 모습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낸 보고서에서 “파월 의장의 발언은 금융 시장보다 실물 경제에 초점을 둔다는 것”이라며 “연준이 주가 급락 현상에도 당분간 자산 가격보다 물가 안정에 정책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의 이런 태도는 지난해부터 일시적 현상이라고 진단했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강하고 오래 지속하면서 곤란한 입장에 처한 상황도 관련 있어 보인다. 또 연준은 이번 통화정책 정상화 행보가 금융 시장에 충격을 주겠지만, 전체 금융 시스템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을 내렸을 가능성도 있다. 실제 연준은 지난해 연말부터 시장에 강력한 긴축 신호를 보냈는데, 올해 1월 초 기준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 준비은행이 작성한 금융스트레스 지수는 아직 장기평균(0) 아래에 있다.

 

연준의 속내를 좇는 시장 분석가들은 올해 4차례 이상 금리 인상을 투자자들이 준비해야 한다고 전망을 내놓기 시작했다. 투자은행 제이피모건은 “정책결정문 첫 문구 삭제는 더는 비상 상황의 통화정책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올해 중 연준의 4회 이상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전슬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