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 공개

프랑스 · 동유럽 주장에 원전 포함

“에너지 전환에 제 역할 기대” 이유

 원전 부흥 기대 속 좌초자산 우려도

“수익 안 나는 원전 투자 제한적일 것”

 

2021년 10월11일 벨기에 도엘의 전력선 옆에 있는 원자력 발전소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AP/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원자력과 천연가스 발전을 지속가능한 경제활동으로 분류하는 ‘그린 택소노미’ 초안을 공개했다.

 

그린 택소노미는 어떤 경제활동이 온실가스 감축과 기후변화 적응, 환경 개선 등에 기여하는지 명시해 이런 활동에 더 많은 자금이 흘러들어가게 하려는 것을 취지로 한다. 따라서 EU 택소노미가 초안대로 확정되면 원자력계의 원전 건설과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을 위한 투자자금 유치가 지금보다 쉬워지게 된다.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보니

 

<로이터>와 <유랙티브> 등 외신에 따르면 유럽연합의 행정부 격인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원자력 발전 투자사업에 대해 일정 조건을 충족하는 경우 탄소중립을 위한 과도기적 녹색 투자로 분류하는 택소노미 초안을 마련해 지난 31일 회원국들에게 보냈다.

 

이 초안은 27개 회원국과 전문가 패널의 검토를 거쳐 이달 중 집행위원회 안으로 공식 발표된다. 이 검토 과정에서 일부 수정될 가능성은 남아 있지만 이달 중순 유럽연합 집행위 최종안으로 확정되면 회원국 다수와 유럽의회가 거부하지 않는 한 그대로 시행된다.

 

공개된 초안은 원자력 발전소 프로젝트에 대해 방사성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분할 계획, 자금과 부지가 있는 경우 녹색 투자로 분류하도록 했다. 초안을 보면, 신규 원자력 발전소 투자가 녹색으로 분류되려면 2045년 이전에 건설 허가를 받아야 한다. 기존 발전소의 수명 연장도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다만 달성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의 안전 기준을 달성할 수 있는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

 

천연가스 발전소에 대한 투자도 킬로와트시(㎾h)당 온실가스를 270g 미만 배출하고, 오염을 더 많이 일으키는 화석연료 발전소를 교체하고, 2030년말까지 건설 허가를 받는 등의 조건을 충족할 경우 친환경으로 간주된다.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녹색 투자에 포함시킨 이유는, 이들 에너지원을 두고 충분히 지속가능하지는 않지만 유럽연합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데 필요한 과도기적 활동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집행위는 “과학적 조언과 현재의 기술 진보, 에너지 전환을 위한 도전에 직면해 있는 회원국 전반의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미래로 전환하는데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 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된 이유

 

유럽연합은 지난 1년 간 원자력의 녹색 분류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원전 발전 비중이 70%에 이르는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폴란드, 체코, 핀란드 등은 원자력을 녹색 에너지로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탈원전을 내건 독일과 오스트리아, 룩셈부르크, 포르투갈, 덴마크 등은 방사성 폐기물 처리 등의 안전 문제를 들어 이에 반대했다. 특히 오스트리아는 유럽연합 집행위가 원자력을 녹색으로 분류할 경우 소송을 불사하겠다는 방침까지 밝혔다.

 

찬반 그룹 사이에 팽팽하던 갈등은 지난해 10월 천연가스 수급 불안으로 유럽에서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는 가운데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우리는 안정적 에너지 자원인 원자력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찬성 쪽으로 기울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다가 새로 구성된 독일 정부의 올라프 슐츠 총리가 지난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만난 뒤 그린 택소노미를 둘러싼 논란을 “사소한 문제”라고 표현해 이런 전망에 힘을 실었다.

 

‘원전의 르네상스 열리나’ 기대있지만…

 

원자력 산업계에서는 유럽연합이 그린 택소노미에서 원자력 투자를 녹색 투자로 분류할 경우 원전 건설에 대한 투자 유치와 금융 조달이 쉬워져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급격히 쇠퇴한 원전 산업이 새로운 발전의 전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른바 ‘원전의 르네상스’를 열어줄 것이란 기대다.

 

실제 그린 택소노미에 원자력이 포함되면, 1조 유로(약 1333조원)에 이르는 유럽연합 기후변화 대응 투자 예산(그린딜)이 원전에도 투입될 수 있게 된다. 원전 투자를 위한 녹색채권을 발행할 수 있는 길도 열리게 된다. 하지만 원전의 낮은 경제성과 그린 택소노미에 대한 대형투자기관들의 불신 등이 겹쳐 원자력의 택소노미 포함이 원전의 르네상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핵폐기물 처분과 부지 확보 어떻게 할 것인가’ 과제

 

원전에 대한 녹색 분류는 핵폐기물 처분장과 부지를 먼저 확보해야 할 것과 강화된 안전기준을 충족할 것을 전제로 한다. 이런 조건은 충족하기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원전의 경제성을 더욱 떨어뜨리게 된다. 많은 글로벌 투자기관들이 이미 원전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원전의 녹색 분류에 반대해온 것도 무시할 수 없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위원은 “원전 르네상스가 오기 위해선 경제성을 갖춰야 하는데, 투자비가 이미 해상풍력 대비 두 배 이상 높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하는 원전에 대한 민간금융 업체들의 파이낸싱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원전의 경제성은 각 나라가 처해 있는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재생에너지에 추월당한 상태로 평가된다. 세계적 자산운용사인 라자드가 지난 10월 발표한 보고서를 보면,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을 제외한 기준으로 전체 발전기간의 균등화발전비용(LCOE)을 평가했을 때 원자력 전기는 이미 2011년부터 재생에너지(풍력) 전기보다 비싼 에너지가 됐다. 지난해에는 원전이 1메가와트시(MWh)당 163달러로, 평균 37달러인 재생에너지보다 4배 이상 높았다.

 

올해 1일 반핵 운동가들이 독일 니더작센주 에머탈 그론데 원전 폐쇄를 축하하고 있다. DPA/연합뉴스

 

한 위원은 “원전의 활용도가 과거 대비 높아질 것으로 예측되지만 민간 영역의 투자로 전성기를 누릴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고, 국영업체가 전력시장을 관장하고 정부가 건설비용을 보장하는 체계가 갖추어진 국가들에서만 원전의 신설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원전을 포함한 그린 택소노미가 채택되더라도 유명무실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오스트리아는 집행위원회가 원자력을 포함한 택소노미를 공식 채택할 경우 유럽사법재판소에 소를 제기할 것이라고 공공연하게 밝혀왔는데, 소송이 시작되면 최소 수 년의 시간이 소요돼 택소노미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수 기자

 

EU 택소노미 초안에 원전 포함되자 한국 원전업계 기대하지만…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 원전·천연가스 포함

원전업계 “새 정부의 재평가 기대”

반대쪽 “부지 확보 등 투자 조건 엄격

한국 원전 밀집도 높아 적용 어려워”

 

지난 1일 독일 바이에른 군드레밍겐 주 원자력 발전소의 냉각탑 앞에는 원자력 로고가 새겨진 도시 문장이 표시되어 있다. DPA/연합뉴스

 

2일 공개된 유럽연합(EU) 택소노미(녹색분류체계) 초안에 원자력 발전이 포함되자 원전업계와 학계 등은 ‘국제동향과 국내상황을 보고 추후 결정하겠다’며 한국형 택소노미에서 원전을 제외했던 정부가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반면 유럽연합 안이 투자·처분 조건을 엄밀히 정하고 있는 만큼 실질적인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달 30일 한국형 녹색분류체계(케이-택소노미) 최종안에 원자력이 빠진 것을 두고 원전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결정에 반대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정책 기조대로 원전을 제외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이달 중으로 예정돼있는 유럽연합 택소노미를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였다.

 

2일 유럽연합안이 공개되자 원전업계에서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2일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택소노미에 대한 논의도 새로 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의 결정이 지렛대 역할을 할 것”이라며 원전이 포함될 가능성을 짚었다. 발표 당시 환경부가 “국제 동향과 국내 상황을 감안해” 변경가능하다고 밝힌 만큼 유럽연합이 원전을 포함시킨 것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원전에 대한 입장이 다소 다르지만, 결국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다른 입장을 내걸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중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원전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반면 탈원전 정책을 지지하는 민주당 관계자는 “택소노미에 원전이 들어간다고 해도 이미 한국의 원전밀집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 유럽과 상황이 같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 택소노미 초안도 원전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보와 폐기물 처분 장소와 방법 등을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며 “원전 확대 정책으로 흐르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 안에 천연가스(LNG)가 포함된 것에 대해서도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유럽에서는 한국(1킬로와트시(㎾h)당 340gCO2eq·이산화탄소 환산톤)보다 강화된 온실가스 배출량(270gCO2eq) 기준의 가스 발전소를 녹색 산업으로 분류했다. 이 경우 일반적인 가스발전소는 녹색으로 분류되기 어렵고 탄소포집저장기술을 갖췄거나 열병합발전소만 인정될 것이라는 점에서 한국 기준과 차이가 있다. 최우리 기자

FT “회복세 이어가지만 불확실성 국면”

OECD “국가 간 고르지 않는 경제 회복”

바이러스 적응, 인플레이션, 불균형 3대 변수

 

 

“2022년은 불확실성이 커져 더 어려운 길을 맞닥뜨릴 것”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현지시각) 올해 세계 경제가 지난해에 이어 회복세는 이어갈 수 있으나 어느 때보다 커진 불확실성 탓에 힘겨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코로나19가 변이를 거듭하면서 경제를 다시 흔들 변수들에 대한 예측도 어려워지고 있어서다. 이런 인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같은 국제기구는 물론 주요 투자은행의 경제 분석가들에게도 넓게 공유돼 있다. 이런 공감대를 토대로 올해 세계 경제의 3가지 포인트를 살펴봤다.

 

바이러스 적응력

 

오이시디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5.6%(전망) 성장한 세계 경제는 올해에도 4.5% 성장하며 완만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5.6%→3.7%), 유로존(5.2%→4.3%), 한국(4.0%→3.0%) 등 주요국도 전년보다 다소 느리지만, 양호한 회복 흐름은 유지할 것으로 이 기구는 전망했다. 이런 ‘낙관적’ 시나리오는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에 어느 정도 적응해가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잘 버티던 경제도 오미크론과 같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면 휘청거리게 마련이다. 오이시디의 12월 전망도 오미크론이 부각되기 전에 이뤄진 조사에 바탕을 둔 것이다. 미국 은행 웰스파고의 제이 에이치 브라이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기복에 계속 휘둘리는 중이다. 최신 오미크론 변종은 여전히 경제 활동을 손상시킬 수 있는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경제 향방도 여전히 바이러스에 대한 적응과 변종 출몰 여부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얘기다.

 

인플레이션 추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물가 상승 압력을 빼놓고 올해 세계 경제를 전망하기는 어렵다.

 

일단 다수 기관들은 올 상반기까지는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지만 하반기들어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본다. 한 예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이 지난해 5.3%까지 치솟은 후 올해 2.6%, 내년 2.3%으로 내려갈 것으로 본다. 오이시디 또한 “세계 경제 인플레이션은 2021~2022년 정점에 도달한 후 2023년까지 약 3% 수준으로 내려갈 것이다”고 예상했다. 코로나19 타격을 받았던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차질 문제가 해소될 것이라는 시각이다.

 

하지만 바이러스가 재확산을 거듭하면 물가 전망도 빗나갈 수 있다. 높은 수준의 물가 상승률이 장기간 유지되면서 각국의 중앙은행이 물가를 잡기 위해 정책 금리를 앞다퉈 끌어올리고 이에 따라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공존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FT>의 마틴 울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높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으로 판명될 수는 있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더 높게 유지되거나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높은 물가를 유발한 에너지 등의 공급 부족 현상은 잦아들더라도 구매력을 결정짓는 임금 상승과 같은 수요 쪽 물가 상승 압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가간 불균형 누적

 

고르지 않는 국가간 회복세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이시디는 “대부분 국가 경제는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지만,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는 뒤쳐지고 있으며, 선진국 내에서도 국가간 회복세가 고르지 않다”고 진단한다.

 

이런 국가간 불균형이 누적되면 세계 경제의 하방 위험이 된다. 백신 접종률이 낮은 국가는 바이러스 변종의 온상이 될 수 있으며, 이들 지역의 경제 부진은 전 세계 생산 능력, 가격 등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공급망 차질은 신흥국의 코로나19 경제 충격이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이 전 세계 분업화에서 주요 부품 생산과 노동력을 담당하고 있는 까닭에 경제 회복이 더디면 세계적 공급망 차질 해소도 지연되고 그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도 커지게 된다. 전슬기 기자

남부 섬에서 12월 역대 최고 기온

내륙 지방에서는 최고 강수량

 

북극 근처인 미국 알래스카주에서 한겨울에 기온이 20도까지 오르고 많은 비가 내리는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알래스카 서부의 섬 풍경. 세인트조지/로이터 연합뉴스

 

북극 근처인 미국 최북단 알래스카주에서 한겨울에 섭씨 20도의 높은 기온이 나타났다고 <뉴욕 타임스>가 29일 보도했다.

 

신문은 알래스카주 육지 남쪽의 섬 코디액의 지난 26일 최고 기온이 화씨 67도(섭씨 19.4도)까지 올라가 12월 기온으로는 역대 최고였다고 전했다. 이 섬의 기온은 27일에도 화씨 60도까지 올라갔고, 화요일에는 55도를 기록하는 등 ‘더운 북극 겨울’이 이어졌다. 알래스카의 12월 평균 최고 기온은 섭씨 2도 수준이다.

 

최근 알래스카의 이상 고온은 ‘열섬’으로 알려진 고기압이 태평양 북서쪽에 자리잡으면서 나타났다고 신문은 전했다. 알래스카 기후평가정책 센터의 기후 전문가 릭 소먼은 “12월 말에 이런 고온이 가능하리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코디액 섬의 고온과 대조적으로 알래스카 육지의 최남단인 케치캔의 기온은 지난 25일 섭씨 영하 18도를 기록해, 이 도시에서 100년만에 가장 추운 성탄절이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이 전했다.

 

한편, 페어뱅크스 등 알래스카 내륙에서는 최근 기록적인 강수량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29일까지 이 지역의 강수량이 예년의 1000%에 달했다고 기후학자 브라이언 브레트슈나이더가 지적했다. 그는 페어뱅크스의 12월 강수량이 이날 오전 9시까지 472.9㎜를 기록해 1990년 12월의 기존 최고치를 이미 넘어섰다고 전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하와이 주변의 따듯한 공기가 알래스카쪽으로 몰려들면서 평소 춥고 건조하던 이 지역에 많은 비를 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기섭 기자

 

태양광 패널 펼치며 고비 300개 가장 복잡한 우주 전개·배치 시작

한달 뒤 지구서 150만㎞ 떨어진 L2 궤도 진입…6개월 뒤 본격 관측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일러스트) [UPI/NASA 제공. 연합뉴스]

 

허블 우주망원경을 능가하는 역대 가장 크고 강력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우주의 기원과 외계행성의 다른 생명체 존재에 대한 인류의 호기심을 안고 발사됐다.

 

웹 망원경은 25일 오전 6시 20분께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인근 유럽우주국(ESA) 발사장인 기아나 우주 센터의 아리안 제3발사장(ELA-3)에서 아리안5호 로켓에 실려 우주로 향했다.

 

웹 망원경을 탑재한 아리안 로켓은 발사 전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돼 발사 창이 열리자마자 곧바로 화염을 내뿜으며 날아올라 인류에게 '성탄절 선물'을 안겼다.

 

웹 망원경은 발사 27분 뒤 대기권 밖에서 로켓과 성공적으로 분리됐으며 그 직후 태양광 패널을 펼치는 것으로 우주 전개를 시작했다.

 

웹 망원경이 분리되자 기아나 우주센터 관제실에서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으며 이후 관제권은 미국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으로 넘겨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추진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이날 발사에 대해 '향후 10년의 우주과학 관측이 개봉됐다'고 표현했다.

 

빌 넬슨 NASA국장은 "웹 망원경은 우리를 우주가 시작하는 바로 그 시점으로 데려갈 타임머신"이라며 발사 성공을 축하했다.

 

우주로 발사되는 웹 망원경 탑재 아리안5호 로켓=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을 탑재한 아리안5호 로켓이 25일 오전 9시 20분 프랑스령 기아나 쿠루 인근의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화염을 뿜으며 발사되고 있다.

   상단 로켓에서 분리된 뒤 목표 탄도에 오른 웹 망원경 [NASA TV 캡처]

 

웹 망원경은 앞으로 테니스장 크기(21×14m)의 태양 빛 차광막과 지름 6.5m의 주경을 펼치는 등 보름에 걸쳐 우주 전개를 진행하며 이후 2주간 더 비행해 한 달 뒤 지구와 태양이 중력 균형을 이루는 약 150만㎞ 밖 제2라그랑주점(L2) 궤도에 진입한다.

 

이곳에서 궤도를 돌며 주경을 구성하는 18개의 육각형 거울이 하나처럼 움직이도록 미세조정하고 시험 관측으로 근적외선카메라(NIRCam)를 비롯한 과학 장비를 정밀하게 점검하는 과정을 거쳐 약 6개월 뒤부터 본격적인 관측을 시작해 포착한 이미지를 지구로 송신한다.

 

웹 망원경은 10년간 작동하도록 설계됐다.

 

◇ 허블 능가하는 역대 최강 우주망원경…아직 고비 많이 남아

 

     우주망원경 주경 비교. 위부터 스피처, 허블, 웹 망원경 [NASA 제공]

 

웹 망원경은 관측 대상의 빛을 모으는 역할을 하며 망원경의 감도와 직결되는 주경의 크기가 6.5m에 달한다. 이는 지름 1.32m의 금도금 베릴륨 거울 18개를 벌집 모양으로 이어붙인 형태다.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우주망원경 역할을 해온 허블 망원경(2.4m)이나, 같은 적외선 망원경인 스피처 망원경(0.85m)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

 

여기에다 파장이 길어 가시광선보다 우주의 먼지와 가스구름을 뚫고 더 멀리 가는 근적외선과 중적외선을 포착, 가시광선 관측에 집중한 허블 망원경보다 성능이 100배 더 뛰어난 것으로 알려진다.

 

이론적으로 지구에서 약 38만㎞ 떨어진 달에서 날아다니는 호박벌의 열을 감지할 수 있는 감도다.

 

이런 성능은 열에 민감한 적외선 망원경을 다섯겹의 차광막으로 태양빛을 막아 -235℃의 초저온 상태로 유지할 수 있어 가능해졌다.

 

하지만 역대 가장 큰 차광막과 주경을 아리안 로켓의 지름 5.4m 페어링 안에 넣느라 종이접기처럼 접었으며, 이를 우주에서 펼쳐 고정하는 과정에서 50차례의 주요 전개와 178차례 방출이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하나라도 잘못되면 약 100억달러(11조8천500억원)가 투입된 웹 망원경의 성능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가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초기 우주 퀘이사의 웹 망원경 NIRCam 이미지 시뮬레이션 결과 [NASA, ESA, CSA, Joseph Olmsted (STScI) 제공]

 

◇ 달 착륙에 비견되는 우주 숙제 풀어줄 망원경

 

웹 망원경은 역대 최강 성능을 바탕으로 빅뱅 이후 약 3억년 밖에 흐르지 않은 135억년 전 초기 우주의 1세대 은하를 관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모든 단계의 은하를 관측하고 비교함으로써 은하의 형성과 진화를 이해하고 은하의 분포를 파악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의 실체에도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또 외계행성 대기의 구성 성분을 분석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행성인지도 파악할 수 있다.

 

가까이는 태양계 내 카이퍼벨트 천체나 소행성의 표면도 관측할 수 있는 등 더 멀리, 더 깊이 볼 수 있는 망원경으로 우주 곳곳을 들여다볼 수 있다.

 

이런 관측 능력은 기존 망원경의 한계로 미뤄뒀던 우주의 수수께끼를 풀어내며 아폴로 우주선의 달착륙처럼 우주에 대한 이해를 크게 바꿔놓을 것으로 보인다.

 

과학계가 잇단 발사 연기에 실망하면서 웹 망원경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지 못하고 학수고대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적외선으로 우주를 보는 웹 망원경은 애초 10억 달러를 투입해 2010년께 발사하는 계획을 갖고 시작됐으나 연이은 기술개발 차질과 예산 부족으로 비용은 10배로 불어나고 일정도 10여 년이 늦어졌다.

 

비용이 눈덩이처럼 증가하면서 한때 폐기론까지도 나왔으나 결국 이를 모두 극복하고 우주 전개와 배치 작업을 시작함으로써 1989년 첫 개념이 제시된 뒤 32년 만에 현실화에 한 발짝 더 다가서게 됐다.

 

미소 우주경쟁 시대인 1960년대 NASA의 2대 국장(1961∼1968년)으로 미국의 달 착륙 계획을 추진한 제임스 웹의 이름을 땄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 [AP/NASA 연합뉴스]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금빛 거울로 최초의 별을 본다

 

25년간 13조원 투입된 사상 최대 천문학 프로젝트

지구 150만km 하늘서 우주 형성 초기의 별들 관측

 

 우주에서 관측 활동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나사 제공

 

“천문학을 집어삼킨 망원경”(네이처). “천문학에 혁명을 일으킬 프로젝트”(사이언스).

 

30년이 넘은 ‘허블 우주망원경’의 뒤를 잇는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이 25일 오전 6시20분 남미 브라질 북쪽의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아리안5호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 프로젝트가 출범한 지 25년만이다.

 

천문학 사상 최대 프로젝트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허블보다 약 100배, 육안보다 100억배 더 강력한 성능으로 먼 우주에서 우주 형성 초기에 일어났던 현상을 관찰하는 것이 주임무다.

 

빌 넬슨 미국항공우주국(나사) 국장은 발사에 앞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은 우리가 큰 꿈을 꿀 때 무엇을 성취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빛나는 사례”라며 “우리는 늘 이 프로젝트가 위험한 시도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큰 보상을 원한다면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거울 지름 6.5미터…허블의 약 3배

 

주로 가시광선으로 관측하는 허블과 달리 제임스웹은 적외선으로 별을 본다. 이를 위해 지름 6.5미터의 반사경과 4개의 적외선 관측 장비를 갖췄다.

노스럽그러먼이 제작한 제임스웹은 테니스 코트 크기(21미터)의 얇은 5겹 햇빛 가림막을 가운데 두고, 태양과 지구를 향해 있는 양달 부분과 그 반대편 응달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양달 쪽에는 태양전지판과 우주선 제어 시스템이, 응달 쪽에는 우주의 빛을 수집하는 주거울과 수집한 빛을 되쏘아주는 보조거울, 그리고 4개의 관측장비가 있다. 주거울은 1.3미터 크기의 육각형 반사경 18개를 합쳐 만들었다. 거울 소재는 유리가 아닌 베릴륨 금속이며, 표면에 빛 반사율이 좋은 금을 입혔다. 주거울 지름은 허블(2.4미터)의 2.7배다. 허블보다 빛을 6.25배 더 많이 모으고, 시야각은 15배 이상 넓다. 덩치는 크지만 가벼운 베릴륨 금속을 쓴 덕분에 망원경 전체 무게(6.2톤)는 허블의 절반이다.

 

제임스웹 망원경은 워낙 커서 몇겹으로 접어서 발사됐다. 앞으로 제 모습을 찾기까지 우주에서 반사경과 햇빛 가림막, 태양광 패널 등을 여러 단계에 걸쳐 펼치는 작업을 수행해야 한다. 제임스웹은 이륙 30분 뒤 태양 전지판을 펼치는 것으로 50차례의 펼침 작업을 시작했다.

 

궤도를 향해 날아가는 도중 아리안5호의 덮개가 벗겨지면서 제임스웹 망원경이 드러나고 있다. 나사 제공

 

궤도까지 한 달 비행…정식 관측은 6개월 후

 

이 작업 과정에는 한 순간에 모든 걸 망칠 수 있는 ‘단일 장애 지점’ 344개가 기다리고 있다.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작동 궤도에 도착하는 한 달 동안, 이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는 게 일차 목표다. 접혀진 부분을 모두 펼치면 제임스웹은 은색 네모 쟁반 위에 금색 벌집을 세워 놓은 모양이 된다.

 

나사는 궤도에 도착한 이후에도 기기 점검, 시험 관측 등 모든 준비를 마치는 데 6개월이 걸린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임스웹은 내년 6월 이후에나 정식 관측에 나설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천문학자들이 제임스웹 망원경 발사를 희망과 두려움을 가지고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적외선으로 관측하는 이유

 

제임스웹이 가시광선보다 파장이 긴 적외선으로 관측하는 이유는 뭘까?

별에서 나오는 빛은 우주팽창과 함께 파장이 길어지면서 가시광선이나 자외선에서 적외선으로 바뀌어간다. 이를 ‘적색편이’라고 한다. 따라서 적외선을 이용하면 허블보다 훨씬 더 멀고 더 차가운 우주 물체를 관측할 수 있다. 우주의 한 지점을 며칠 동안 계속 응시하며, 우주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별에서 날아온 희미한 빛을 감지해낸다. 나사는 제입스웹이 138억년 전 빅뱅이 일어나고 2억년 후 생겨난 최초의 별들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허블이 지금까지 관측한 가장 먼 우주는 빅뱅 4억년 후에 탄생한 은하(큰곰자리 GN-z11)였다.

제임스웹은 우주먼지에 가려 가시광선으로는 볼 수 없었던 성운 안쪽의 별 탄생 과정, 우주물질들이 블랙홀에 빨려들어갈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방출하는 빛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다. 특히 적외선 분광기는 우주 입자들의 온도, 성분, 밀도, 거리, 운동 등 다양한 물리적, 화학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태양계 외행성도 더욱 자세히 들여다보고, 먼 우주의 외계 생명체 존재에 대한 확실한 단서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천문학자들은 기대한다.

 

영하 266도의 극저온으로 무장

 

제임스웹은 먼 우주의 적외선을 선명하게 포착하기 위해 허블보다 지구에서 훨씬 더 먼 곳에 자리를 잡는다. 허블은 고도 560km 하늘에서 지구를 돌며 우주를 관측하고 있다. 반면 제임스웹은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라그랑주 지점(L2)에 둥지를 튼다. 달보다 지구에서 4배나 더 먼 곳이다. 라그랑주 지점은 태양과 지구가 작용하는 중력과 원심력이 균형을 이뤄 안정적인 궤도를 형성할 수 있는 지점을 말한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는 이런 지점이 다섯곳(L1~5)이 있다. 이 가운데 제임스웹은 지구 그림자 위치에 있어 온도가 더욱 낮은 지점(L2)을 택했다. 이렇게 먼 곳에 보내는 것은 태양이나 지구 등 열을 내는 물체에서 멀리 떨어져 있을수록 우주에서 날아온 적외선을 잡아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덧붙여 5겹의 얇은 햇빛 가림막이 주거울 반대편에서 햇빛을 막아주고, 탑재된 냉각기가 장비의 온도를 더욱 낮춰준다.

극저온 상태가 된 관측 장비는 우주 초기에 방출돼 지금은 아주 미세해진 열도 적외선으로 감지할 수 있다. 제임스웹의 4개 관측 장비 중 3개는 영하 233도(절대온도 40도)에서, 나머지 하나(중적외선 관측 장비)는 영하 266도(절대온도 7도) 상태에서 작동한다. 중적외선 장비엔 헬륨 가스가 들어간 극저온 냉각기까지 붙였다.

 

설계 수명 5~10년…고장나면 수리 불가능

 

‘극저온 적외선 망원경’이라는 제임스웹의 개념이 처음 제시된 때는 허블을 발사하기 1년 전인 1989년이다. 나사는 이후 수년간 검토를 거쳐 1996년 프로젝트를 공식 출범시켰다. 애초 2007년 발사가 목표였으나 예산 등의 문제로 개발 일정이 계속 지연됐다. 순수 제작에만 20년이 걸렸다.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예산도 계속 늘어 애초 예상했던 10억달러의 10배가 넘는 110억달러(13조원)가 투입됐다. 유럽우주국(ESA), 캐나다우주국(CSA)이 제작과 발사에 함께 참여했다. 나사가 97억달러, 유럽우주국이 8억달러, 캐나다우주국이 2억달러를 댔다. 참여 정도에 따라 유럽 천문학자들은 전체 관측 시간의 15%를, 캐나다 천문학자들은 5%를 사용할 수 있다.

 

제임스웹의 설계 수명은 최소 5년이지만, 나사는 10년까지는 무난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제임스웹의 약점은 지구에서 너무 멀어 고장이 나면 수리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허블은 우주왕복선을 통해 수리와 장비 업그레이드가 가능했다. 제임스웹 발사를 바라보는 세계 천문학자들의 가슴엔 부푼 희망과 일말의 걱정이 뒤섞여 있다.

 

 허블 우주망원경이 가시광선(왼쪽)과 적외선(오른쪽)으로 찍은 용골자리 성운의 모습. 적외선은 먼지 구름을 뚫고 성운 내부를 볼 수 있다. 나사 제공STScI/Goddard

 

‘제임스웹’ 이름을 둘러싼 논란

 

제임스웹이라는 이름은 1960년대에 나사 국장으로 달 착륙선 아폴로 프로그램을 성사시킨 제임스 웹(1906~1992)에서 따왔다. 그러나 이 이름을 둘러싸고 미국 과학계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그가 1950~1960년대 국무부와 나사에 재직하던 시절 성소수자 해고 등의 차별적 조처에 관여했다는 의혹 때문이다. 과학자 1200여명이 지난 5월 문제를 제기하며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바꿔줄 것을 나사에 요구했다. 그러나 나사는 지난 10월 증거 부족을 이유로, 이름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허블 때도 그랬듯, 나사는 제임스웹 발사를 앞두고 이미 다음 우주망원경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국립과학공학의학원 전문가위원회는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지구와 같은 외계행성을 찾는 반사경 지름 6미터의 110억달러짜리 ‘자외선-가시광선-적외선 통합’ 우주망원경 제작을 2030년 이전에 시작할 것을 권고했다.

 

한편 국립과천과학관은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발사 실황을 25일 오후 8시40분부터 유튜브 채널(www.youtube.com/user/gnsmscience)을 통해 생중계한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