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700㎞까지 발사체 도달

더미 위성, 궤도 안착은 못해

세계 7대 우주강국에 ‘성큼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층권으로 향하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 비행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과제를 남겼으나 모처럼 많은 국민이 환호하며 저 먼 우주를 내다본 ‘15분의 리허설’이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1일 저녁 7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오후 5시에 발사된 누리호가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3단 엔진이 일찍 연소가 끝나 위성모사체가 고도 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음에도 초속 7.5㎞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사체가 700㎞ 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실상 성공’으로 알려졌던 누리호의 성과가 좀 더 정확히 수정된 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다. 문 대통령은 발사 1시간10여분 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발사 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다. 다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분석 결과 누리호는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고 밝혔다. 부족한 46초가 누리호의 운명을 결정한 셈이다.

 

다만 누리호는 1단과 페어링, 2단의 분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마지막 위성모사체 분리까지도 원활하게 이뤄져 발사체 운용 면에서는 거의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로호의 1단은 러시아에서 구입한 엔진이었다.

 

 

임 장관은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5월19일 2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모든 계측된 데이터를 다 보는 데는 며칠 더 걸릴 것이다.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은 3단 연료 및 산화제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텔레메트리(원격자료전송장비)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탑재된 밸브 등의 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리호 3단에는 기체공급계 밸브만 49개, 엔진공급계에만 35개의 밸브가 있다.

 

누리호는 발사 하루 전인 20일 오전 7시20분 조립동에서 이동해 제2발사대에 세워졌다. 21일에는 각종 전기·전자장비 등을 점검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했다. 오후 4시50분께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간 누리호는 10분 뒤인 5시0분에 발사됐다.

 

누리호는 이날 애초 오후 4시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체와 외부 시스템 사이를 연결하는 밸브와 관련한 이상 현상이 감지돼 점검하느라 발사 시각을 한 시간 늦췄다. 하지만 오후 4시50분 자동발사 시스템으로 돌입하면서 ‘12년 프로젝트’의 첫 비행은 가시화됐다.

 

위성모사체가 비정상 비행을 함으로써 우리나라는 7번째 실용위성 발사국 등극을 한발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첫번째 발사로 대번에 성공한 네번째 국가라는 타이틀도 잠시 미뤄두게 됐다.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애초 목표를 100% 이루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거의 달성했기 때문에 성공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연소 시간이 짧았던 부분은 이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고 대책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도 “발사체 자세제어나 유도알고리즘 등 모든 발사 진행 과정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는데 마지막 3단 엔진 연소 시간이 짧아 궤도에 못 들어간 것이 아쉽다. 3단의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며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우주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된다. 이근영 기자

 

문 대통령 “목표 이르진 못했지만 훌륭한 성과”

 

누리호 발사 참관 뒤 대국민 메시지

대통령 설명 통해 궤도 안착 실패 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발사 참관을 마치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발사체가 700㎞ 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실상 성공’으로 알려졌던 누리호의 성과가 좀 더 정확히 수정된 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다. 21일 오후 5시 누리호의 도전을 참관한 문 대통령은 발사 1시간10여분 뒤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진 못했지만 첫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경과보고를 받은 뒤 “발사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번 누리호는 700㎞ 상공에 이르러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목표 궤도에서 분리된 더미 위성(위성 모사체)이 충분히 속도(최소 초속 7.5㎞)를 내는 데 실패하며 대미를 장식하진 못하게 됐다.

 

누리호의 첫 발사가 절반의 성공인 동시에 절반의 실패로, 첫번째 ‘리허설’인 만큼 남겨둔 과제들도 확인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며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산업 후발 국가로서 미래 비전 또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전세계 우주산업은 두배 이상 성장했다”며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누리호 점검을 전제로 한) 발사체 성능 제고 및 다양한 위성 활용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 및 우주산업의 성장동력화 △2030 달착륙 프로젝트 진행 등을 제시했다. 임인택 기자

 

엔진연소 46초 부족…12년 프로젝트 ‘절반의 성공’에 울먹인 과학자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 브리핑실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하고 있다.

 

21일 오후 5시 우주로 떠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아쉬움을 남긴 채 첫 발사를 마쳤다. 첫 발사로 ‘9부능선’에 오른 기염, 그러나 결국 ‘9부능선’에서 멈춰 선 아쉬움이 교차하며 연구진들은 울먹이기도 했다.

 

발사체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의 독자기술을 1차 시험하는 누리호의 임무는 더미 위성(모사체)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하며 내년으로 도전과제를 넘겨두게 됐다. 3단 로켓 분리 뒤 엔진이 목표치에서 46초가량 짧게 연소되며 위성모사체의 속도가 필요한 만큼 추진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엔진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조기 종료 원인은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계측된)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는 ‘15분의 비행’까지 종일 들썩였다. 밸브 점검, 기상 조건 등으로 발사 보류 가능성이 제기된 이날 오전의 긴장은 오후 4시50분 “발사자동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발사 5분 전입니다” 등의 안내와 함께 기대로 갈아탔고, 발사 뒤 “1단 분리 성공, 2단 엔진 점화, 페어링 분리 성공”에 이어 마침내 “위성 분리 성공”을 들으며 환호로 압도되었다.

 

하지만 발사 후 지상에서의 데이터 분석 등이 이뤄진 1시간10여분 만의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위성모사체 궤도 안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표되며 지켜보는 이들의 희비가 뒤바뀌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등 질의응답에 나선 연구진은 “모든 것들이 정확하게 맞았는데 연소 시간이 짧아 궤도에 못 들어간 것이 아쉽다”며 브리핑 중 일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성공과 실패 어떻게 봐야 하나?

 

“한걸음 남았다고 말하고 싶다. 기술적 난관이었던 단 분리, 점화 등 어려운 기술들이 잘 진행됐다. 나중에 충분한 속도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다음해 5월 2차 발사할 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성공할 것이다.”

 

―실패 원인은?

 

“(3단 분리된 뒤 연소 시간이) 40초에서 50초 정도 일찍 종료됐다. 계측된 데이터의 정밀한 분석은 며칠이 더 걸릴 것이다. 조기 종료 원인은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탑재된 밸브 등의 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내부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추정되는 원인은?

 

“추정하기로 3단 로켓 시스템에서 지상에서 실험한 기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급계 문제일 수 있고, 탱크 가압 시스템 문제일 수도 있다. 3단 추진기관 시스템에도 밸브가 30여종 40~50개가 들어가 있고 7톤 엔진에도 밸브가 43개 이상 들어가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추력을 제대로 못 낸다. 연료가 부족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밖에도 지상 설비에 있는 밸브 오작동 등이 추정된다.”

 

―목표 궤도가 700㎞인지, 아니면 더 (높이) 올라갔어야 하나?

 

“꼭 700㎞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목표 궤도에서 궤도 속도가 중요하다. 속도가 부족해 안착하지 못한 것이다. (누리호에서 분리된 단은) 필리핀 남쪽 해상에 떨어질 것이다.”

 

―속도에 못 미친 것이 연료 부족 때문인가?

 

“비행 전 계산으로는 연료가 부족해서거나 엔진 문제 같지는 않다.”

 

―2차 발사 때는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시험을 하나? 2차 때는 더 수월할까?

 

“우선 2차 발사를 위해서는 1차 발사 때의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 조치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2차 발사는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해서 동일한 비행시험을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조사위 결과나 과기부 협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최종적 평가, 절반의 성공, 미완의 성공 등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애초 목표했던 100%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다 이뤘기 때문에 성공 쪽에 무게를 싣고 싶다. 시간이 짧았던 부분은 분석을 해봐야 하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나? 미래 과학기술 투자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민간 우주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 그동안 우주 개발은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앞으로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과 민간 스스로가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등 공공 수요 진작을 통해 민간 우주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이런 우주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우연은 원인 기초 분석 뒤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을 해나갈 예정이다. 내년엔 재차 더미 위성에 200㎏의 소형 위성을 실제 탑재하기 때문에 더 중차대한 과제가 된다. 국민들의 기대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근영 최우리 기자

 

자력발사 9개국 중 6곳 첫 발사 실패…과제 남긴 누리호의 ‘리허설’

 

발사체 자력 성공한 국가 70% 첫 발사는 실패

소련 · 프 · 이스라엘만 첫회 발사 뒤 위성 안착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층권으로 향하고 있다. 2010년 3월 개발사업이 시작된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날 발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누리호의 3단에 1.5t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을 탑재했다.

 

21일 발사된 누리호가 100% 미션 완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내년 5월로 예정된 발사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지난 8월 누리호 1차 발사 일정을 확정하면서 2차 발사도 내년 5월19일로 잠정 확정했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1차 발사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2차 발사는 그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자력 발사에 성공한 9개국 가운데 첫번째 발사에서 성공한 국가는 옛소련(1957년), 프랑스(1965년), 이스라엘(1988년), 세 곳뿐이다. 일본의 경우 1966년부터 69년까지 네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으며, 프랑스·영국·독일 유럽 3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했던 로켓도 1968년부터 4년에 걸쳐 실패를 거듭했다.

 

이번 누리호 1차 발사와 내년 5월 2차 발사는 엄밀히 말하면 ‘리허설’에 가깝다. 발사체가 운송수단으로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단계여서 현장에서는 ‘시험발사’라고 지칭한다. 1차 때는 아예 더미 위성만을 실었고, 2차 때도 200㎏의 소형 위성과 1.3톤의 더미 위성을 탑재한다.

 

누리호의 본격적인 운용은 1·2차 시험발사의 성패에 상관없이 내년 말께부터 시작된다. 내년 12월에 발사될 예정인 3차 누리호에는 처음으로 실제 운용할 차세대 소형 위성 2호가 실린다. 2024년 4차 때는 차세대 중형 위성 3호와 초소형 위성 1호가 함께 탑재된다. 2026년 5차와 2027년 6차 때는 초소형 위성 5기, 6기씩이 탑재된다. 차세대 소형 위성 2호를 개발하고 있는 장태성 카이스트 책임연구원은 “기술적 신뢰도 확보를 위해 반복 발사가 필요하다. 또 다중 위성 발사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흥(나로우주센터)/이근영 기자

 

 

‘미완의 성공’에 미뤄진 축배…세계는 ‘뉴스페이스’ 향해 달린다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과 과제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보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누리호 성공 축배의 남은 부분을 채우는 것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우주개발 청사진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세계의 우주 경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2010년대 이후 우주산업으로 몰리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스페이스 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우주기업에 대한 민간투자액은 100억달러(약 11조8천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98억달러보다도 많은 규모다.

 

때마침 한국의 우주개발을 옥죄었던 족쇄도 모두 풀렸다. 1979년 이후 발사 거리와 탑재 중량에 제한을 가해왔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지난 5월 종료됐기 때문이다.

 

    달 궤도선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정부 계획은?

 

정부는 이미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지난 6월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수정했다. 이 계획에서 우선적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건 누리호의 신뢰성 확보다. 2020년 전세계에서 발사한 로켓 114기 가운데 10기가 실패할 정도로 신뢰성은 최우선 과제다. 네차례의 반복 발사를 위해 6800억원을 투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리호로 달 탐사선을 발사하려면 누리호 성능을 높이는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 누리호도 500㎏의 소형 탑재물 정도는 달까지 보낼 수 있지만, 탐사 기능을 할 수 있는 착륙선을 보내려면 새로운 발사체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지난 6월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누리호 엔진 고성능화 방안은 일단 유보됐다.

 

정부는 대안으로 누리호 상단에 고체추진단 킥모터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누리호로 달 탐사선을 지구 저궤도에 보낸 다음, 여기서 고체 킥모터로 달 궤도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떤 우주 프로그램을 기획하느냐에 따라 누리호의 미래가 달라진다.

 

미사일 지침 이후 손 놓고 있던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도 재개된다. 정부는 2024년까지 소형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고체연료 로켓은 누리호 같은 액체연료 로켓보다 구조가 단순해 저비용, 단기 발사에 적합하다. 정부는 이런 점을 반영해 고체연료 로켓 개발은 기업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누리호 같은 국가 주도의 고성능 발사체와 민간 중심의 소형 발사체라는 포트폴리오를 갖춰 각각의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은 8기의 위성으로 구성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동안 몇차례 미뤄졌던 달 탐사는 내년부터 시동을 건다. 먼저 내년 8월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KPLO)이 미국 스페이스엑스(X)의 로켓에 실려 날아오른다. 달 궤도선은 내년 말 궤도에 도착한 뒤 달 상공 100㎞ 궤도를 돌며 1년간 탐사 활동을 한다. 총중량 678㎏의 달 궤도선은 이달 말까지 조립 작업이 모두 끝난다.

 

위성을 궤도에 올려보낸 후 지상으로 돌아오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1단계 추진체. 스페이스엑스 제공

 

■ 달라진 국제 우주산업 환경

 

한국이 누리호 개발에 매달려 있는 사이 국제 우주산업 환경은 크게 변했다. 정부 대신 민간기업이 우주 기술과 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았다. 체제나 국력 경쟁 차원에서 이뤄지던 우주개발에도 저비용, 고효율을 우선하는 시대가 됐다.

 

현재 세계 발사체 시장의 최대 화두는 로켓 재사용 기술이다. 로켓을 재사용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스페이스엑스는 재사용을 위한 1단계 추진체 회수 기록이 100번을 넘는다. 한 로켓을 최대 10번까지 쐈다. 1단계 추진체는 전체 로켓 발사 비용의 60%를 차지한다. 저비용을 내세워 세계 발사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일본은 독일·프랑스와 함께 재사용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로켓랩의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 일렉트론. 로켓랩 제공

 

기술은 확보했지만 성공 축배를 들지 못한 한국으로선 갈 길이 멀다. 누리호는 소형 발사체였던 나로호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중형 발사체다. 하지만 주요국의 주력 로켓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하나의 화두는 소형 위성 시장을 겨냥한 발사체 개발이다. 소형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500㎏ 미만의 소형 위성 발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 군집위성을 이용한 통신망 구축이 주요국들의 경쟁 무대가 됐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20년 28억달러(3조3천억원)에서 2030년 137억달러(16조1천억원)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국내엔 민간기업이 소형 발사체를 개발해도 이를 쏠 발사대가 없다. 정부는 우선 2024년까지 나로우주센터에 고체로켓용 민간 발사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누리호는 높이는 맨 왼쪽 아리안 5호와 비슷하지만, 추력은 10분의 1이 안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런 일련의 흐름은 한국 우주 정책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다. 내년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게 되면 한국의 우주 인프라 구축은 1차적으로 완성된다. 누리호 이후엔 그 인프라를 세계 흐름에 맞춰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량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국 우주개발의 미래’ 토론회에서 “한국의 우주개발사는 누리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누리호 이후엔 기술보다 목표와 비전을 먼저 세우고 그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외신 반응 “한국, 자체 로켓으로 1t 물체 쏘아올린 7번째 국가 발돋움”

 

BBC, AFP 등 발사 직후 주요 언론 평가 잇따라

일 <닛케이>…“내년 2월 재발사. 개선책 찾을 듯”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2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외신들도 한국이 자체 개발 로켓인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소식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지 못하면서 아쉬운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AFP> 통신은 21일 오후 5시 이뤄진 발사 직후 ‘발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속보로 전한 뒤, 다시 5분 뒤 실황 중계하는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인용해 “큰 문제 없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다”는 반응을 전했다.

 

통신은 이어 17분엔 “한국이 세계에서 12번째 경제 규모를 갖추고,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과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기술적으로 앞선 국가로 성장했지만, 우주 비행분야에선 뒤쳐져 있었다”면서 이번 성공으로 “아시아에서 중국·일본·인도·북한에 이어 위성 발사 기술을 갖춘 국가가 됐다”는 분석을 전했다. 1t이상의 물체를 자체 제작한 로켓을 통해 쏘아 올린 국가는 지금까지 6개국 뿐으로 누리호 발사가 성공으로 확인되면 한국은 7번째 주인공이 된다.

 

북한은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에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얹어 500여㎞ 높이의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광명성 3호의 무게는 1t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도 잇따라 속보를 내어 “한국이 자체 제작한 로켓 발사를 성공해 야심적인 우주 계획을 행한 중요한 도약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한국이 인공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첫 국산 우주 로켓 ‘누리호’를 쏘아 올렸다”는 소식을 속보를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누리호 발사가 북한이 미사일 시험으로 한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에 긴장감이 감도는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영 언론들도 누리호 발사 소식을 신속히 전하며 누리호가 한국의 첫 자체 기술 발사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 로켓이 발사된 지 한 시간 뒤 문재인 대통령이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보내는데 실패했다”고 밝혔음을 사실을 추가로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누리호 발사 직후 속보를 내어 한국이 우주로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7번째 국가가 됐다고 소개했다. 방송은 “탄도미사일과 우주로켓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런 움직임이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 온 군비 강화 사업의 일부로 보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누리호는 더미 위성을 예정 궤도에 안착시키진 못했지만, 1.5t짜리 물체를 700㎞ 고도까지 쏘아 올리는데 성공하며 한국이 상당한 수준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손에 넣었음을 입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1.5t급 인공위성을 고도 700㎞까지 옮기는데는 성공했지만, 계획된 궤도에는 올려놓지 못했다”며 “2022년 4월 2호기 발사가 예정돼 있어 실패의 원인 규명과 개선책 찾기를 서두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로켓 H2A는 2001년 첫 발사 이후 97.6%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누리호가 거둔 놀라운 성공에도, 한국 우주산업이 일본을 따라잡기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셈이다. 길윤형 기자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사상 첫 민간 우주여행팀 체험담

‘인스피레이션 4’ 참여 프록터  ‘내셔널 지오그래픽’ 인터뷰

 

 지구를 배경으로 찍은 인스피레이션4팀의 기념촬영 사진. 오른쪽 위에 있는 사람이 시안 프록터다. 인스피레이션4 제공

 

“처음 이틀은 머리가 아팠다. 사흘쨋날이 돼서야 우주에 적응이 되는가보다 했는데 돌아와 아쉽다.”

 

사상 첫 민간 우주여행팀 인스피레이션4의 시안 헤일리 프록터(51·Sian Hayley Proctor)는 우주에서의 3일을 이렇게 요약했다. 그는 지난 9월15~18일 미국의 우주개발업체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높은 고도 575㎞의 궤도에서 사흘간 우주를 체험하고 돌아왔다.

 

우주선에서 지구와 화상통신하고 있는 인스피레이션4팀. 인스피레이션4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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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 적응되려는 순간 집에 가야 한다니”

 

그가 최근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인터뷰에서 생애 첫 우주여행의 경험을 비교적 소상히 밝혔다. 그는 “첫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며 “우주멀미는 많은 이들이 겪는 것 가운데 하나다”라고 말했다. 이어 둘쨋날은 좀 나아졌지만 여전히 머리가 조금 지끈거렸다. 이번 여행팀의 리더였던 기업인 제러드 아이잭먼도 지구로 돌아온 직후 이틀 동안은 머리가 아팠다고 말한 바 있다.

 

프록터는 셋쨋날 잠에서 깨어나자 비로소 콧노래가 나오면서 모든 것이 완벽했다고 말했다.

 

“이제 적응이 돼서 좋았다. 그런데 집에 가야 한다고? 이건 아니었다.”

 

프록터는 우주여행 중 자신이 무척이나 꿈꿔온 무중력을 체험한 것에 대해 “놀라운 경험이었다”며 “우주에서 돌아온 지난 2주 기간 중 적어도 절반 이상의 밤은 우주에서 지내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그는 말로 설명하기 어렵지만 하늘을 나는 꿈을 꾼 적이 있었다면 그런 놀라운 능력이 바로 이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런 여행을 다시 하겠느냐는 질문에 “더 오래 여행하고 싶다”고 단언했다. 그는 “3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5일 정도면 완벽한 여행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안 프록터가 우주여행 중에 찍은 오리온 별자리. 프록터는 “사람들이 우주에서 본 별은 어떠냐고 묻는데 이 사진이 가장 멋지게 나왔다”고 말했다. 시안 프록터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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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많이 했지만 막상 출발 순간은 오싹

 

지질학자, 예술가이자 조종사 자격증까지 갖고 있는 그는 이번 여행에서 조종사 역할을 맡았다. 그는 2009년 나사 우주비행사 선발전에서 최종 결선까지 진출한 바 있다. 이번 여행은 전 과정이 자동화 시스템에 의해 이뤄졌지만, 그는 5개월에 걸친 훈련 기간 중 우주선이 궤도를 이탈하는 경우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동으로 조작하는 법을 배워둬야 했다.

 

그를 비롯한 여행팀원 4명은 지상에서 우주여행의 전 과정을 여러번 시뮬레이션 했다. 하지만 첫날 발사대에서 출발하는 순간은 모두가 정말로 오싹했다고 그는 전했다.

 

     우주여행 중 찍은 지구. 인스피레이션4 제공

시안 프록터가 우주여행 중 찍은 지구의 밤. 흰줄무늬는 위성의 이동 궤적이며, 오른쪽 푸른색 얼룩은 유리에 빛이 반사돼 생긴 것이다. 시안 프록터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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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백미는 조망…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낙하산 펼칠 때

 

그는 “이번 여행의 백미는 큐폴라(조망용 투명 돔)를 통해 지구를 보는 것이었다”며 “그것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 숨막히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큐폴라는 우주선 꼭대기의 도킹부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설치한 것으로, 돔 전체가 투명 통유리로 돼 있다. 따라서 아무런 시야 방해를 받지 않고 지구와 우주를 조망할 수 있다.

 

스페이스엑스의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의 크기는 지름 4미터, 높이 8미터다. 4명이 사흘간 지내기에는 공간이 좁지 않을까? 프록터는 “우주왕복선이 없어 비교할 수는 없지만 드래건 우주선은 캐딜락처럼 널찍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4개의 튼튼한 낙하산이 펼쳐지는 장면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바다에 내동댕이쳐져 죽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오른쪽 위 벽에 부착된 것이 화장실 변기다. 가운데 원통형이 대변용, 오른쪽 깔때기가 소변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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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간 우주선에서 용변은 어떻게 봤을까

 

순조로웠던 이번 여행에서 딱 하나 문제가 생긴 부분이 있다. 화장실이었다.

 

인스피레이션4 여행이 끝난 직후 사령관 역할을 맡은 아이잭먼은 언론 인터뷰에서 화장실 사용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스페이스엑스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도 이를 인정하고 다음번엔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프록터는 배설물을 흡입하는 팬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팬이 작동하지 않으면 배설물이 변기 밖으로 흘러나와 우주선 내부를 엉망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프록터는 “경고음이 울렸지만 무슨 문제인지 파악해 곧 해결했다”며 “실제보다 부풀려져 알려진 것같다”고 말했다.

 

                                  토마스 페스케 트위터

 

별도의 공간이 있는 국제우주정거장과 달리 크루 드래건의 화장실은 벽걸이형이다. 측면 출입구(출발 때 사용)와 상단 출입구(도킹 때 사용) 사이의 벽에 부착돼 있다. 인스피레이션은 이 상단 출입구를 조망용 돔으로 개조했다.

 

이 우주선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으로 간 우주비행사 토마스 페스케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사용할 땐 프라이버시를 위해 커튼을 친다”고 밝혔다. 하지만 독립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아무래도 불편하다. 그는 “한 가지 장점이라면 용변을 보면서 우주를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은 조망용 돔 바로 아래쪽에 있다(구조도 참조).

 

    우주선 투명 돔에서 우주를 조망하는 모습(상상도). 인스피레이션4 제공

 

프록터는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그는 “이번에 알게 된 것 가운데 하나는 우주 시설이, 많은 경우 남성 중심으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라며 “우리는 더 넓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점에서 이번에 각자에게 맞춤 우주복을 만들어준 스페이스엑스를 칭찬했다. 그는 자신이 입었던 우주복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

 

내부 검토 결과, 유해 콘텐츠 제대로 감지 못해

“세차 영상과 총격 게임 영상 구별 못해”

차 충돌 영상이나 닭싸움 영상도 인식 어려워

혐오 발언은 2%만 감지…폭력 선동은 완전 무방비

 

 페이스북이 유해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해 도입한 인공지능 시스템이 거의 제 기능을 못한다는 내부 평가가 공개됐다. 페이스북 로고. 로이터

 

페이스북이 유해한 콘텐츠를 신속하게 차단하기 위해 도입한 인공지능(AI)이 제 기능을 못 한다는 내부 평가가 공개됐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17일(현지시각) 페이스북 내부 문건을 입수해, 인공지능이 ‘1인칭 총격 게임’ 영상, 혐오 발언 등을 일관되게 파악하지 못하고 닭싸움과 차량 충돌 영상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 문건에서 페이스북 직원들은 인공지능이 혐오 발언의 극히 일부만 걸러내는 것으로 진단했다. 페이스북의 연구 담당 과학자는 2019년에 내놓은 검토 결과에서 인공지능을 이용한 시스템이 전체 혐오 발언의 약 2%만 감지해 삭제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는 “전략 변화가 없는 한 단기적으로 감지율을 10~20% 이상으로 높이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지난 3월 또다른 직원들의 검토 결과도 이와 비슷한 결론을 내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페이스북의 폭력 선동 금지 규정을 위반한 콘텐츠의 경우는 감지율이 0.6%로 더욱 낮았다.

 

인공지능이 제대로 감지하지 못하는 콘텐츠에는, 총격 장면을 근접 촬영한 영상과 탑승자의 신체 손상이 확인되는 차량 충돌 영상도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인공지능은 자동차 세차 영상을 ‘1인칭 총격 게임’ 영상으로 잘못 분류하거나, 반대로 총격 게임 영상을 세차 영상으로 분류하기도 했다. 내부 문건에는 2018년 한 엔지니어가 차 충돌 영상과 닭싸움 영상이 널리 퍼지는 것을 확인하고 인공지능에게 이런 영상들을 학습시켰으나 학습에 실패한 내용도 소개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평범한 닭과 싸우는 닭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했다고 직원들은 지적했다.

 

인공지능이 콘텐츠를 삭제해야 할 대상인지 확신하지 못할 경우 노출 빈도를 줄이는 데 그치게 되고, 콘텐츠를 올린 사용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는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은 전했다.

 

페이스북은 2년 전 유해 콘텐츠를 사람이 직접 검토하는 비율을 줄이고 인공지능 의존도를 높였으나, 내부에서는 이런 식으로는 유해 콘텐츠를 안정되게 걸러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고위직 엔지니어는 지난해 중반 작성한 메모에서 “민감한 영역에서는 유해 콘텐츠 대다수를 감지해내는 모델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페이스북 대변인은 “내부 문건에서 거론된 감지율은 인공지능을 이용한 경우에 한정된 것”이라며 유해 콘텐츠 노출 축소 등 다른 조처들을 통해서도 유해한 콘텐츠를 줄여가고 있다고 해명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

 

 

윌리엄 샤트너, 생애 첫 우주여행에 감격 눈물

“우주에서 본 지구 대기층은 얇은 편린이었다”

 

베이조스에게 우주여행 중의 느낌을 말하던 도중, 감격에 겨워 눈물을 훔치고 있는 윌리엄 샤트너. 블루오리진 제공

 

“압도당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일이다.”

 

생애 90년만에 처음으로 우주비행을 하고 돌아온 노배우 윌리엄 샤트너는 우주여행의 순간을 이야기하며 끝내 감격의 눈물을 훔치고야 말았다.

 

1960년대 미국 인기 드라마 ‘스타트렉’의 화면 속에서 광활한 우주를 누비고 다녔던 USS엔터프라이즈호의 제임스 커크 선장은 반세기만에 실제 우주를 체험한 뒤 감상에 푹 젖었다.

 

13일 블루오리진이 선물한 우주여행은 비록 10여분의 짧은 여정이었지만 그는 고도 106km의 우주경계선에서 무중력 상태를 체험하며, 상상하지 못했던 광경을 온몸으로 보고 느꼈다.

 

화창한 가을날 아침 먼지를 뒤집어쓴 채 텍사스 사막에 내린 우주선 캡슐의 문을 열고 나온 그는 마중 나온 제프 베이조스 블루오리진 창업자를 포옹한 뒤, 그 짧은 시간 자신의 몸과 마음을 압도했던 그 무언가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고도 100km 우주경계선에서 지구를 조망하고 있는 윌리엄 샤트너.

 

“당신은 내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심오한 경험을 나에게 주었다. 난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감흥으로 가득차 있다. 지금 이 느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되돌아가고 싶지 않다. 이 느낌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이것은 나와 삶보다 훨씬 더 대단하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이것(우주여행)을 할 필요가 있다. 모두가 이걸 봐야 한다.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최고 고도에 오른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샤트너(오른쪽 두번째)와 일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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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쪽 푸른색, 그 위의 검은색…이것은 삶, 저것은 죽음”

 

마치 영화의 독백 대사를 읊조리듯 샤트너는 자신의 눈에 비친 푸른색 지구와 암흑 우주의 경이로움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어둠 속을 들여다봤다. 아래를 봤다. 아래쪽은 푸른색이었고, 그 위는 검은색이었다. 어머니같은 지구와 안락함, 그리고 죽음이 있는 걸까?"

 

감정이입이 된 그의 목소리는 젖어 있었다. “이것은 삶이요, 저것은 죽음이다. 와우, 죽음도 찰나에 오는구나. 그게 내가 본 것이었다.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믿을 수 없는 경험이다.”

 

    샤트너 일행이 무중력 체험을 하고 있다.

 

그는 몸으로 느낀 물리적 우주비행도 낯설고 흥미로왔지만 시각적, 감정적 경험은 그보다 훨씬 더했다고 말했다.

 

“위장이 솟구쳐 올라왔다. 너무 이상했다. 하지만 파란색만큼 이상하지는 않았다. 이건 내가 경험해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그것은 아름다운 색상이었지만 너무 얇았고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샤트너는 베이조스에게 “이는 ‘리틀 그린맨’(외계인을 가리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덧없는 삶과 죽음과 깊게 관련돼 있다.”고 덧붙였다.

 

샤트너는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대기층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의 생명을 지켜주는 이 공기는 피부보다 얇다. 그것은 가느다란 편린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생각하면 이루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것이다.”

 

     착륙 후 캡슐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준궤도 우주여행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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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관을 변화시키는 우주여행의 ‘조망 효과’

 

수다쟁이처럼 쏟아낸 샤트너의 장황한 말들은 우주비행사들이 느끼는 이른바 ‘조망 효과’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조망 효과’란 암흑 우주에서 푸르고 아름다운 지구를 내려다보면서 가치관의 변화를 느끼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조망효과를 통해 지구의 소중함에 눈을 뜬 우주비행사들은 지구로 돌아온 뒤 지구 환경 문제에 더 큰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샤트너는 베이조스와 간간이 농담섞인 웃음을 나누면서도 여전히 우주여행의 여운에 압도된 듯 감탄사를 쏟아냈다.

 

“오 마이 갓, 대단한 경험이었다.”

 

이날의 강렬한 경험은 노배우의 여생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