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엑스의 일론 머스크와 우주사업 경쟁을 벌이고 있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내년 중 우주인터넷 구축의 첫발을 뗀다.
아마존의 자회사인 카이퍼 시스템스는 1일(현지시각)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저궤도 위성인터넷망 ‘카이퍼’에 사용할 카이퍼샛 1호와 2호를 2022년 4분기에 발사하겠다는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발사 로켓은 미국의 신생기업인 ABL 스페이스 시스템스(ABL Space Systems)의 알에스원(RS1)을 사용하기로 했다. 발사 장소는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다.
엘에스원 로켓은 현재 개발 중인 단계로 1.35톤의 탑재물을 지구 저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추력을 갖게 된다. 이는 누리호와 비슷한 성능이다. 발사 비용은 1회당 1200만달러(140억원)이다. 아마존은 지난 4월 유엘에이(ULA)의 대형 로켓 아틀라스5호와 9회 발사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마존은 이에 대해 “알에스원이 이번 임무에 적절한 탑재 용량과 비용 효율성을 갖추고 있어 선택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올해 안에 알래스카에서 첫 시험발사를 할 계획이다.
내년 첫 위성 발사 후 실시할 통신 테스트 절차도. 아마존 제공
아마존은 일단 위성 발사가 시작되면 10년 안에 목표치인 3236기를 모두 띄워 위성인터넷망 구축을 완료할 계획이다. 카이퍼샛은 지구 상공 590㎞의 저궤도에서 전 세계 인터넷 서비스를 한다.
2019년 카이퍼 프로젝트를 처음 공개한 아마존은 지난해 연방통신위원회의 사업 승인을 받으면서 카이퍼 프로젝트에 총 100억달러틀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카이퍼 인터넷망이 목표로 하는 인터넷 속도는 최대 400Mbps이다. 이는 현재 시범 서비스 중인 스페이스엑스의 스타링크가 보이고 있는 인터넷 속도 100~200Mbps보다 빠른 속도다.
아마존은 또 천문관측 방해나 우주쓰레기 양산 우려와 관련해, 빛 반사율을 줄이기 위해 위성에 차양막을 설치하고 수명이 끝난 위성은 방치하지 않고 바로 궤도에서 이탈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주인터넷 선발주자인 스페이스엑스는 2019년 5월 이후 지금까지 스타링크 위성 1700개 이상을 발사했다. 2027년까지 모두 1만2천개의 위성을 띄워 세계 전역에 인터넷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후 필요하면 3만개 위성을 추가로 발사한다는 구상도 발표한 바 있다. 곽노필 기자
정부가 아닌 민간 기업이 우주 개발을 주도하는 ‘뉴스페이스’ 물결이 다시 한 번 소용돌이 치려 하고 있다. 1971년 옛 소련이 최초의 우주정거장 살류트를 가동하기 시작한 이후 반세기만에 기업들이 우주정거장에서 새로운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이끄는 블루오리진과 세계 최대 방위산업체 록히드마틴이 잇따라 이 대열에 가세하면서 경쟁에 불이 붙었다.
우주정거장은 로켓이나 우주선처럼 단순히 우주를 왕복하는 수단이 아니라 우주에 상주하는 구조물이다. 따라서 규모나 비용에서 기존의 민간 우주사업을 훨씬 뛰어넘는다. 지금의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완성하는 데는 10여년에 걸쳐 1000억달러가 투입됐다.
나노랙스와 록히드마틴 등이 추진하는 우주정거장 ‘스타랩’. 나노랙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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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실험용 우주정거장 ‘스타랩’
최근 두개의 민간 컨소시엄이 2020년대 후반을 목표로 한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먼저 청사진을 제시한 건 록히드마틴 쪽이다. 록히드마틴은 우주서비스 기업 나노랙스와 함께 2027년 국제우주정거장 8분의 3 크기의 첫 모듈 운영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주정거장 이름은 ‘스타랩’(Starlab)이다. 이름에서 시사하듯 주로 물질, 작물 등의 연구와 실험용으로 쓸 계획이다.
나노랙스가 사업 전반을 주도하고 나노랙스 대주주인 보이저 스페이스가 투자를, 록히드마틴이 팽창식 모듈과 로봇팔, 실험 시스템 제작을 책임진다. 우주정거장의 수용 인원은 최대 4명으로 잡고 있다. 나노랙스는 지난 10년 동안 1300개 이상의 장비를 우주정거장에 공급해 온 업체다. 지난해 말엔 국제우주정거장에 최초의 민간 부속 모듈 ‘비숍 에어락’을 설치했다.
블루오리진의 우주정거장 ‘오비털 리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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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산업·관광 다목적용 ‘오비털 리프’
블루오리진은 5개 업체와 손을 잡고 1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우주정거장 ‘오비털 리프’(Orbital Reef)를 2020년대 말까지 짓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블루오리진은 록히드마틴의 경쟁업체인 보잉과 손을 잡았다. 보잉은 과학모듈을 제공하고 우주정거장 운영과 유지보수를 맡는다. 보잉은 국제우주정거장의 데스티니 실험실 모듈을 구축한 바 있다. 또 현재 개발중인 유인 우주선 스타라이너가 완성되면 이를 이용해 사람과 화물을 운송하는 데도 일조할 계획이다.
또 다른 합작 파트너인 시에라 스페이스(Sierra Space)는 이미 팽창형 우주호텔 모듈 시제품 라이프(LIFE)를 선보인 회사다. 에어백에 쓰이는 소재로 만드는 이 모듈은 길이 11미터, 지름 8미터의 원통형이다. 3개를 이어붙이면 실내 공간이 지금의 우주정거장과 거의 같다고 한다. 시에라는 승무원 및 화물 운송에 쓸 수 있는 우주왕복선 드림체이서도 개발중이다. 내년에 첫 우주화물 운송을 추진하고 있다. 시에라는 “국제우주정거장은 완성까지 무려 40번에 이르는 발사가 필요했지만, 3개의 모듈을 구축하는 데는 드림체이서 8~9회 왕복이면 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사업자인 블루오리진은 우주정거장 핵심 모듈 제작과 발사를 책임진다. 현재 개발중인 뉴글렌 로켓을 우주정거장 구축에 이용한다. ‘오비털 리프’는 국제우주정거장보다 더 높은 500㎞ 상공의 궤도를 돈다. 블루오리진은 우주정거장을 과학 연구와 산업, 관광용으로 두루 이용할 수 있는 ‘다목적 비즈니스 시설’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난 9월 러시아의 최신 우주정거장 모듈 나우카에 도킹한 소유스 MS-18 화물우주선. 나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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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 민간 우주정거장 후보 업체 선정 착수
기업들이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에 관심을 쏟는 가장 큰 이유는 1998년 가동을 시작한 지금의 국제우주정거장이 노후돼 수명이 임박했기 때문이다. 균열, 공기 누출, 균형 상실 등의 크고작은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러시아는 2025년 이후엔 우주정거장에서 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운영 주체인 미 항공우주국(나사)이 설정한 공식 수명은 2024년이다. 나사는 2028년까지는 어떻게 해서든 운영 시한을 연장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2020년대 말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다.
나사가 후속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이 민간 우주정거장이다. 나사는 좀 더 먼 곳의 우주시설, 즉 달 궤도 정거장과 기지 구축에 집중하고 저궤도 우주정거장은 민간 시설을 이용해 효율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우주정거장을 민간으로 전환하면 연간 30억~40억달러에 이르는 우주정거장 비용을 10억~15억달러 절약할 수 있을 것으로 나사는 기대한다. 나사는 스페이스엑스의 민간 우주선 프로그램을 통해 이미 200억~300억달러를 절약한 것으로 추산한다.
나사는 우주정거장 건설 후보 업체 4곳을 선정해 초기 개발자금 4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하고, 지난 봄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올해 말까지 후보 업체를 골라 2025년까지는 최소한 2개 회사와 우주정거장 계약을 맺는다는 계획이다. 나사는 신생기업에서 항공우주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12개사가 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24년에 발사될 액시엄 스페이스의 첫 우주정거장 모듈 상상도. 액시엄 스페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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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시엄, 2024년 우주정거장에 첫 민간 모듈 발사
나사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넥스트스텝(NextSTEP)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Axiom Space)에 새로운 우주정거장 모듈 구축 비용 1억4천만달러를 지원했다. 이 회사는 나사에서 국제우주정거장 프로그램을 관리했던 마이클 서프레디니가 2016년 벤처투자자와 공동설립한 회사다.
액시엄은 2024년 9월 첫 모듈을 시작으로 모두 3개의 모듈을 우주로 보낼 계획이다. 2027년 네번째 태양광 발전 모듈까지 보낸 뒤에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떨어져 나와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으로 운용한다는 구상이다.
액시엄 최고기술책임자인 매트 온들러(Matt Ondler)는 ‘이코노미스트’에 “액시엄 우주정거장은 시설 단위당 비용이 국제우주정거장의 1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전체 구축 비용을 30억달러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국제우주정거장 연간 운영비 정도로 민간 우주정거장을 만든다는 얘기다. 액시엄은 민간 부문의 효율 중시 체계, 기술 발전에 따른 가격 하락 등을 비용 절감의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액시엄 우주정거장의 내부 상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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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정 차질 땐 중국 우주정거장만 남을 수도
기업들을 우주정거장으로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은 수익이다.
우주정거장을 우주비행사의 과학 임무나 관광용으로 쓰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홍보용이나 제품 개발을 위한 실험, 나아가 직접 제품까지 제조하면 얼마든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예컨대 우주정거장은 중력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구조물이나 유기체를 떠받치는 별도의 장치가 필요 없어 세포 배양 등에 유리하다. 또 망막 임플란트나 레이저용 광섬유, 더 강한 합금 제조에도 우주의 미세중력 환경이 유리하다. 로봇도 하중을 견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움직임이 훨씬 정밀해질 수 있다.
노후화한 국제우주정거장의 수명 연한이 다가오고 있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지금까지 우주정거장 건설 계획을 밝힌 3개 업체 중 가장 일찍 준비를 시작한 곳은 액시엄이다. 반면 우주정거장 경험에선 나노랙스가 앞서 있고, 자금력과 인력에선 블루오리진이 가장 풍부하다. 그러나 미국의 민간 우주정거장 지원 프로그램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는 보장은 없다. 블루오리진 우주정거장을 구축할 보잉의 우주선, 시에라의 우주왕복선과 모듈, 블루오리진의 뉴글렌 로켓은 모두 아직 한 번도 우주를 날아보지 못했다. 지난달 21일 열린 미 의회 청문회에서 짐 브라이든스틴 전 나사 국장은 “국제우주정거장이 퇴역하기 전에 민간 우주정거장이 완성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 완성 후의 모습. 중국유인우주(CMSA) 제공
그 틈을 비집고 일정 기간 중국의 우주정거장 톈궁이 유일한 우주 전초기지 노릇을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미국이 2011년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이후 2010년대 거의 내내 자국 유인 우주선을 갖지 못했듯, 이번엔 우주정거장 공백기를 맞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국제우주정거장의 3분의 1 크기인 톈궁은 내년 말 완공될 예정이다. 나노랙스의 제프리 맨버 사장은 지난 8월 국제우주정거장 연구개발 회의에서 “중국 우주정거장에 고객을 빼앗기는 일이 처음으로 발생했다”며 “중국과의 경쟁이 이미 시작됐다”고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뉴스’는 전했다.
미국 우주산업계의 뉴스페이스 열기가 나사의 우주정거장 세대교체 목표를 차질없이 이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곽노필 기자
페이스북이 회원 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에 무단 제공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당국이 ‘피해구조를 신청한 회원 1명당 3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중재했다. 다만 강제력 있는 중재안은 아니어서 페이스북이 불복하면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산하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분쟁조정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페이스북 운영사 ‘메타’가 조정위에 피해구조를 신청한 회원 181명에게 각각 3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는 조정안을 의결했다. 조정안에는 메타가 △신청인들의 개인정보를 제공받은 제3자의 신상 △제공된 개인정보의 유형과 내역 등을 신청인들에게 열람하게 하라는 내용도 담겼다. 분쟁조정위는 의결 직후 조정안을 신청인과 메타 양쪽에 통지했다.
이번 결정은 지난 4월 페이스북 이용자 181명이 “페이스북이 개인정보 당사자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다른 사업자들에게 회원 개인정보를 제공해왔다”며 집단분쟁조정을 신청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개보위는 페이스북이 2012년 5월∼2018년 6월 6년여 동안 국내 페이스북 이용자 1800만명 중 330만명 이상의 개인정보를 제3자인 앱 개발사들에 넘겼다고 보고 67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날 분쟁조정위 역시 ‘신청인들의 개인정보가 동의 없이 제3자에 제공됐을 개연성이 상당하다’는 결론을 냈다. 분쟁조정위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페이스북은 앱 개발 회사 1만여곳이 페이스북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게끔 서비스를 운영해왔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이용자들에게 알리거나 동의를 구하지 않았고, 신청인들의 개인정보 열람 청구도 거부했다”며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당사자 동의 없이 제3자에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봤다”고 밝혔다.
분쟁조정위의 제시안을 당사자 양쪽이 수락하면 조정이 성립돼 민사소송의 확정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당사자 중 한쪽이라도 수락하지 않으면 ‘조정 불성립’으로 종결된다. 조정안을 강제로 이행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 경우 조정 신청인들이 배상 등을 받기 위해 민사 소송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에 김일환 조정위원장은 “글로벌 기업인 메타가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책무를 이행하기 위해 조정안을 수락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호성 기자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층권으로 향하고 있다.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 ‘누리호’가 우주 비행에서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과제를 남겼으나 모처럼 많은 국민이 환호하며 저 먼 우주를 내다본 ‘15분의 리허설’이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장관은 21일 저녁 7시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프레스센터에서 ‘누리호 발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통해 “오후 5시에 발사된 누리호가 전 비행 과정은 정상적으로 수행됐다. 하지만 3단 엔진이 일찍 연소가 끝나 위성모사체가 고도 700㎞의 목표에는 도달했음에도 초속 7.5㎞의 속도에는 미치지 못해 지구 저궤도에 안착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발사체가 700㎞ 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실상 성공’으로 알려졌던 누리호의 성과가 좀 더 정확히 수정된 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다. 문 대통령은 발사 1시간10여분 뒤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발사 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다. 다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분석 결과 누리호는 3단에 장착된 7톤급 액체엔진이 목표된 521초 동안 연소하지 못하고 475초에 조기 종료됐다고 밝혔다. 부족한 46초가 누리호의 운명을 결정한 셈이다.
다만 누리호는 1단과 페어링, 2단의 분리까지 순조롭게 진행되고 마지막 위성모사체 분리까지도 원활하게 이뤄져 발사체 운용 면에서는 거의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2013년 발사에 성공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 ‘나로호’에 이어 독자 개발한 한국형 발사체로 독자적인 우주 수송 능력을 상당 부분 확보했다는 의미가 있다. 나로호의 1단은 러시아에서 구입한 엔진이었다.
임 장관은 “항우연 연구진과 외부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발사조사위원회를 즉시 구성해 3단 엔진 조기 종료의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고 문제점을 보완해 2차 발사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과기정통부와 항우연은 누리호 1차 발사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내년 5월19일 2차 발사를 계획하고 있다.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본부장은 “모든 계측된 데이터를 다 보는 데는 며칠 더 걸릴 것이다.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은 3단 연료 및 산화제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을 수 있지만, 텔레메트리(원격자료전송장비) 데이터를 분석해보고, 탑재된 밸브 등의 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누리호 3단에는 기체공급계 밸브만 49개, 엔진공급계에만 35개의 밸브가 있다.
누리호는 발사 하루 전인 20일 오전 7시20분 조립동에서 이동해 제2발사대에 세워졌다. 21일에는 각종 전기·전자장비 등을 점검하고 연료와 산화제를 충전했다. 오후 4시50분께 발사자동운용(PLO)에 들어간 누리호는 10분 뒤인 5시0분에 발사됐다.
누리호는 이날 애초 오후 4시에 발사될 예정이었으나 발사체와 외부 시스템 사이를 연결하는 밸브와 관련한 이상 현상이 감지돼 점검하느라 발사 시각을 한 시간 늦췄다. 하지만 오후 4시50분 자동발사 시스템으로 돌입하면서 ‘12년 프로젝트’의 첫 비행은 가시화됐다.
위성모사체가 비정상 비행을 함으로써 우리나라는 7번째 실용위성 발사국 등극을 한발 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첫번째 발사로 대번에 성공한 네번째 국가라는 타이틀도 잠시 미뤄두게 됐다. 누리호 발사를 성공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애초 목표를 100% 이루지는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은 거의 달성했기 때문에 성공 쪽에 무게를 두고 싶다. 연소 시간이 짧았던 부분은 이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고 대책 수립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정환 항우연 본부장도 “발사체 자세제어나 유도알고리즘 등 모든 발사 진행 과정이 정확하게 들어맞았는데 마지막 3단 엔진 연소 시간이 짧아 궤도에 못 들어간 것이 아쉽다. 3단의 조기 연소 종료 원인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며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우주산업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국가우주위원회 위원장은 과기정통부 장관에서 국무총리로 격상된다. 이근영 기자
문 대통령 “목표 이르진 못했지만 훌륭한 성과”
누리호 발사 참관 뒤 대국민 메시지
대통령 설명 통해 궤도 안착 실패 확인
문재인 대통령이 21일 오후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2)의 발사 참관을 마치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발사통제동에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하고 있다.
발사체가 700㎞ 지점에 도달했다는 소식과 함께 ‘사실상 성공’으로 알려졌던 누리호의 성과가 좀 더 정확히 수정된 건 문재인 대통령에 의해서다. 21일 오후 5시 누리호의 도전을 참관한 문 대통령은 발사 1시간10여분 뒤 직접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목표에 완벽하게 이르진 못했지만 첫번째 발사로 매우 훌륭한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 경과보고를 받은 뒤 “발사관제로부터 이륙, 공중에서 벌어지는 두차례 엔진 점화와 로켓 분리, 페어링과 더미 위성 분리까지 차질 없이 이루어졌다. 완전히 독자적인 우리 기술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다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것이 미완의 과제로 남았다”고 밝혔다.
이번 누리호는 700㎞ 상공에 이르러 위성 모사체를 초속 7.5㎞의 속도로 궤도에 투입함으로써 임무를 완수하도록 되어 있었다. 하지만 목표 궤도에서 분리된 더미 위성(위성 모사체)이 충분히 속도(최소 초속 7.5㎞)를 내는 데 실패하며 대미를 장식하진 못하게 됐다.
누리호의 첫 발사가 절반의 성공인 동시에 절반의 실패로, 첫번째 ‘리허설’인 만큼 남겨둔 과제들도 확인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발사체를 우주 700㎞ 고도까지 올려보낸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며 우주에 가까이 다가간 것”이라며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점검해 보완한다면 내년 5월에 있을 두번째 발사에서는 반드시 완벽한 성공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주산업 후발 국가로서 미래 비전 또한 제시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년간 전세계 우주산업은 두배 이상 성장했다”며 “명실상부한 우주 강국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누리호 점검을 전제로 한) 발사체 성능 제고 및 다양한 위성 활용 △우주기술의 민간 이전 및 우주산업의 성장동력화 △2030 달착륙 프로젝트 진행 등을 제시했다. 임인택 기자
엔진연소 46초 부족…12년 프로젝트 ‘절반의 성공’에 울먹인 과학자
21일 고흥 나로우주센터 브리핑실에서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관계자들이 기자들을 상대로 설명하고 있다.
21일 오후 5시 우주로 떠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아쉬움을 남긴 채 첫 발사를 마쳤다. 첫 발사로 ‘9부능선’에 오른 기염, 그러나 결국 ‘9부능선’에서 멈춰 선 아쉬움이 교차하며 연구진들은 울먹이기도 했다.
발사체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전 과정의 독자기술을 1차 시험하는 누리호의 임무는 더미 위성(모사체)을 궤도에 안착시키는 마지막 단계에서 실패하며 내년으로 도전과제를 넘겨두게 됐다. 3단 로켓 분리 뒤 엔진이 목표치에서 46초가량 짧게 연소되며 위성모사체의 속도가 필요한 만큼 추진되지 못했다. 연구진은 “엔진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조기 종료 원인은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계측된)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고흥에 위치한 나로우주센터는 ‘15분의 비행’까지 종일 들썩였다. 밸브 점검, 기상 조건 등으로 발사 보류 가능성이 제기된 이날 오전의 긴장은 오후 4시50분 “발사자동운영에 들어갔습니다” “발사 5분 전입니다” 등의 안내와 함께 기대로 갈아탔고, 발사 뒤 “1단 분리 성공, 2단 엔진 점화, 페어링 분리 성공”에 이어 마침내 “위성 분리 성공”을 들으며 환호로 압도되었다.
하지만 발사 후 지상에서의 데이터 분석 등이 이뤄진 1시간10여분 만의 문재인 대통령 메시지를 통해 위성모사체 궤도 안착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발표되며 지켜보는 이들의 희비가 뒤바뀌었다. 임혜숙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상률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원장, 고정환 항우연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본부장 등 질의응답에 나선 연구진은 “모든 것들이 정확하게 맞았는데 연소 시간이 짧아 궤도에 못 들어간 것이 아쉽다”며 브리핑 중 일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성공과 실패 어떻게 봐야 하나?
“한걸음 남았다고 말하고 싶다. 기술적 난관이었던 단 분리, 점화 등 어려운 기술들이 잘 진행됐다. 나중에 충분한 속도를 이루지 못한 것은 아쉬운 점이다. 다음해 5월 2차 발사할 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성공할 것이다.”
―실패 원인은?
“(3단 분리된 뒤 연소 시간이) 40초에서 50초 정도 일찍 종료됐다. 계측된 데이터의 정밀한 분석은 며칠이 더 걸릴 것이다. 조기 종료 원인은 탱크 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여러 원인이 있지만 탑재된 밸브 등의 입출력 데이터를 분석해봐야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내부압력 부족, 연소종료명령 잘못 등 추정되는 원인은?
“추정하기로 3단 로켓 시스템에서 지상에서 실험한 기능이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공급계 문제일 수 있고, 탱크 가압 시스템 문제일 수도 있다. 3단 추진기관 시스템에도 밸브가 30여종 40~50개가 들어가 있고 7톤 엔진에도 밸브가 43개 이상 들어가 있다. 이 가운데 어느 하나라도 잘못되면 추력을 제대로 못 낸다. 연료가 부족했을 것 같지는 않다. 이밖에도 지상 설비에 있는 밸브 오작동 등이 추정된다.”
―목표 궤도가 700㎞인지, 아니면 더 (높이) 올라갔어야 하나?
“꼭 700㎞ 여부는 중요하지 않고, 목표 궤도에서 궤도 속도가 중요하다. 속도가 부족해 안착하지 못한 것이다. (누리호에서 분리된 단은) 필리핀 남쪽 해상에 떨어질 것이다.”
―속도에 못 미친 것이 연료 부족 때문인가?
“비행 전 계산으로는 연료가 부족해서거나 엔진 문제 같지는 않다.”
―2차 발사 때는 동일한 환경에서 같은 시험을 하나? 2차 때는 더 수월할까?
“우선 2차 발사를 위해서는 1차 발사 때의 원인을 규명하고 개선 조치를 분명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2차 발사는 성능검증위성을 탑재해서 동일한 비행시험을 하는 것으로 예정돼 있다. 조사위 결과나 과기부 협의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최종적 평가, 절반의 성공, 미완의 성공 등 정확한 의미는 무엇인가?
“애초 목표했던 100%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중요한 부분에 대해서 다 이뤘기 때문에 성공 쪽에 무게를 싣고 싶다. 시간이 짧았던 부분은 분석을 해봐야 하겠지만, 빠른 시간 안에 원인을 찾고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나? 미래 과학기술 투자에 필요한 부분은 무엇인가?
“민간 우주시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됐다. 그동안 우주 개발은 정부 주도로 진행됐다. 앞으로 민간으로의 기술 이전과 민간 스스로가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는 등 공공 수요 진작을 통해 민간 우주 경쟁력을 향상하기 위해 이런 우주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항우연은 원인 기초 분석 뒤 외부전문가를 포함한 사고조사위원회를 꾸려 정확한 진단과 대책 마련을 해나갈 예정이다. 내년엔 재차 더미 위성에 200㎏의 소형 위성을 실제 탑재하기 때문에 더 중차대한 과제가 된다. 국민들의 기대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이근영 최우리 기자
자력발사 9개국 중 6곳 첫 발사 실패…과제 남긴 누리호의 ‘리허설’
발사체 자력 성공한 국가 70% 첫 발사는 실패
소련 · 프 · 이스라엘만 첫회 발사 뒤 위성 안착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제작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봉래면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돼 성층권으로 향하고 있다. 2010년 3월 개발사업이 시작된 누리호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하기 위해 제작됐다. 이날 발사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은 누리호의 3단에 1.5t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을 탑재했다.
21일 발사된 누리호가 100% 미션 완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내년 5월로 예정된 발사 일정은 예정대로 진행된다. 국가우주위원회는 지난 8월 누리호 1차 발사 일정을 확정하면서 2차 발사도 내년 5월19일로 잠정 확정했다. 권현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거대공공연구정책관은 “1차 발사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2차 발사는 그대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자력 발사에 성공한 9개국 가운데 첫번째 발사에서 성공한 국가는 옛소련(1957년), 프랑스(1965년), 이스라엘(1988년), 세 곳뿐이다. 일본의 경우 1966년부터 69년까지 네번의 실패 끝에 성공했으며, 프랑스·영국·독일 유럽 3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했던 로켓도 1968년부터 4년에 걸쳐 실패를 거듭했다.
이번 누리호 1차 발사와 내년 5월 2차 발사는 엄밀히 말하면 ‘리허설’에 가깝다. 발사체가 운송수단으로서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하는 단계여서 현장에서는 ‘시험발사’라고 지칭한다. 1차 때는 아예 더미 위성만을 실었고, 2차 때도 200㎏의 소형 위성과 1.3톤의 더미 위성을 탑재한다.
누리호의 본격적인 운용은 1·2차 시험발사의 성패에 상관없이 내년 말께부터 시작된다. 내년 12월에 발사될 예정인 3차 누리호에는 처음으로 실제 운용할 차세대 소형 위성 2호가 실린다. 2024년 4차 때는 차세대 중형 위성 3호와 초소형 위성 1호가 함께 탑재된다. 2026년 5차와 2027년 6차 때는 초소형 위성 5기, 6기씩이 탑재된다. 차세대 소형 위성 2호를 개발하고 있는 장태성 카이스트 책임연구원은 “기술적 신뢰도 확보를 위해 반복 발사가 필요하다. 또 다중 위성 발사 기술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흥(나로우주센터)/이근영 기자
‘미완의 성공’에 미뤄진 축배…세계는 ‘뉴스페이스’ 향해 달린다
한국의 우주개발 계획과 과제
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형 발사체로 달 착륙선을 보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누리호 성공 축배의 남은 부분을 채우는 것은 내년으로 미뤄지게 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우주개발 청사진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세계의 우주 경쟁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 2010년대 이후 우주산업으로 몰리는 돈이 급증하고 있다. 투자정보업체 스페이스 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우주기업에 대한 민간투자액은 100억달러(약 11조8천억원)를 넘어섰다. 이는 사상 최고였던 지난해 98억달러보다도 많은 규모다.
때마침 한국의 우주개발을 옥죄었던 족쇄도 모두 풀렸다. 1979년 이후 발사 거리와 탑재 중량에 제한을 가해왔던 한-미 미사일 지침이 지난 5월 종료됐기 때문이다.
달 궤도선 상상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 정부 계획은?
정부는 이미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지난 6월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을 수정했다. 이 계획에서 우선적으로 역점을 두고 있는 건 누리호의 신뢰성 확보다. 2020년 전세계에서 발사한 로켓 114기 가운데 10기가 실패할 정도로 신뢰성은 최우선 과제다. 네차례의 반복 발사를 위해 6800억원을 투입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누리호로 달 탐사선을 발사하려면 누리호 성능을 높이는 고도화 작업이 필요하다. 누리호도 500㎏의 소형 탑재물 정도는 달까지 보낼 수 있지만, 탐사 기능을 할 수 있는 착륙선을 보내려면 새로운 발사체 개발이 불가피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러나 지난 6월 예비타당성 검토에서 누리호 엔진 고성능화 방안은 일단 유보됐다.
정부는 대안으로 누리호 상단에 고체추진단 킥모터를 추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누리호로 달 탐사선을 지구 저궤도에 보낸 다음, 여기서 고체 킥모터로 달 궤도까지 투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어떤 우주 프로그램을 기획하느냐에 따라 누리호의 미래가 달라진다.
미사일 지침 이후 손 놓고 있던 고체연료 발사체 개발도 재개된다. 정부는 2024년까지 소형 고체연료 발사체를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고체연료 로켓은 누리호 같은 액체연료 로켓보다 구조가 단순해 저비용, 단기 발사에 적합하다. 정부는 이런 점을 반영해 고체연료 로켓 개발은 기업 중심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안재명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앞으로는 누리호 같은 국가 주도의 고성능 발사체와 민간 중심의 소형 발사체라는 포트폴리오를 갖춰 각각의 수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은 8기의 위성으로 구성된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그동안 몇차례 미뤄졌던 달 탐사는 내년부터 시동을 건다. 먼저 내년 8월 한국형 달 궤도 탐사선(KPLO)이 미국 스페이스엑스(X)의 로켓에 실려 날아오른다. 달 궤도선은 내년 말 궤도에 도착한 뒤 달 상공 100㎞ 궤도를 돌며 1년간 탐사 활동을 한다. 총중량 678㎏의 달 궤도선은 이달 말까지 조립 작업이 모두 끝난다.
위성을 궤도에 올려보낸 후 지상으로 돌아오는 스페이스엑스의 팰컨9 1단계 추진체. 스페이스엑스 제공
■ 달라진 국제 우주산업 환경
한국이 누리호 개발에 매달려 있는 사이 국제 우주산업 환경은 크게 변했다. 정부 대신 민간기업이 우주 기술과 산업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뉴스페이스 시대를 맞았다. 체제나 국력 경쟁 차원에서 이뤄지던 우주개발에도 저비용, 고효율을 우선하는 시대가 됐다.
현재 세계 발사체 시장의 최대 화두는 로켓 재사용 기술이다. 로켓을 재사용하면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독보적 기술력을 갖춘 스페이스엑스는 재사용을 위한 1단계 추진체 회수 기록이 100번을 넘는다. 한 로켓을 최대 10번까지 쐈다. 1단계 추진체는 전체 로켓 발사 비용의 60%를 차지한다. 저비용을 내세워 세계 발사시장 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독자적으로, 일본은 독일·프랑스와 함께 재사용 기술 개발을 시작했다.
로켓랩의 소형 위성 전용 발사체 일렉트론. 로켓랩 제공
기술은 확보했지만 성공 축배를 들지 못한 한국으로선 갈 길이 멀다. 누리호는 소형 발사체였던 나로호보다 성능이 훨씬 뛰어난 중형 발사체다. 하지만 주요국의 주력 로켓에 비하면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또 하나의 화두는 소형 위성 시장을 겨냥한 발사체 개발이다. 소형화 기술이 발전하면서 500㎏ 미만의 소형 위성 발사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저궤도 군집위성을 이용한 통신망 구축이 주요국들의 경쟁 무대가 됐다. 시장조사업체들은 2020년 28억달러(3조3천억원)에서 2030년 137억달러(16조1천억원)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그러나 국내엔 민간기업이 소형 발사체를 개발해도 이를 쏠 발사대가 없다. 정부는 우선 2024년까지 나로우주센터에 고체로켓용 민간 발사장을 구축할 계획이다.
누리호는 높이는 맨 왼쪽 아리안 5호와 비슷하지만, 추력은 10분의 1이 안 된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이런 일련의 흐름은 한국 우주 정책에 새로운 화두를 던져준다. 내년 누리호 발사가 성공하게 되면 한국의 우주 인프라 구축은 1차적으로 완성된다. 누리호 이후엔 그 인프라를 세계 흐름에 맞춰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개량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
황정아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최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로 열린 ‘한국 우주개발의 미래’ 토론회에서 “한국의 우주개발사는 누리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라며 “누리호 이후엔 기술보다 목표와 비전을 먼저 세우고 그에 맞는 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외신 반응 “한국, 자체 로켓으로 1t 물체 쏘아올린 7번째 국가 발돋움”
BBC, AFP 등 발사 직후 주요 언론 평가 잇따라
일 <닛케이>…“내년 2월 재발사. 개선책 찾을 듯”
한국형발사체 ‘누리호’가 21일 오후 5시 정각에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 2발사대에서 발사되고 있다.
외신들도 한국이 자체 개발 로켓인 누리호를 성공적으로 쏘아 올렸다는 소식에 비상한 관심을 기울였다. 하지만, 더미 위성을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키지 못하면서 아쉬운 ‘절반의 성공’에 머물렀다.
<AFP> 통신은 21일 오후 5시 이뤄진 발사 직후 ‘발사가 이뤄졌다’는 사실을 속보로 전한 뒤, 다시 5분 뒤 실황 중계하는 한국 텔레비전 방송을 인용해 “큰 문제 없이 하늘로 솟아오르는 것 같다”는 반응을 전했다.
통신은 이어 17분엔 “한국이 세계에서 12번째 경제 규모를 갖추고,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과 메모리칩을 생산하는 기술적으로 앞선 국가로 성장했지만, 우주 비행분야에선 뒤쳐져 있었다”면서 이번 성공으로 “아시아에서 중국·일본·인도·북한에 이어 위성 발사 기술을 갖춘 국가가 됐다”는 분석을 전했다. 1t이상의 물체를 자체 제작한 로켓을 통해 쏘아 올린 국가는 지금까지 6개국 뿐으로 누리호 발사가 성공으로 확인되면 한국은 7번째 주인공이 된다.
북한은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에 인공위성 ‘광명성 3호’를 얹어 500여㎞ 높이의 우주 궤도에 올려놓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광명성 3호의 무게는 1t에 훨씬 못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AP> 통신과 <로이터> 통신도 잇따라 속보를 내어 “한국이 자체 제작한 로켓 발사를 성공해 야심적인 우주 계획을 행한 중요한 도약을 했다”고 전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도 “한국이 인공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첫 국산 우주 로켓 ‘누리호’를 쏘아 올렸다”는 소식을 속보를 전하며 큰 관심을 보였다. <교도통신>은 “누리호 발사가 북한이 미사일 시험으로 한국과 일본 등 주변 국가에 긴장감이 감도는 시기에 이루어졌다”고 전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관영 언론들도 누리호 발사 소식을 신속히 전하며 누리호가 한국의 첫 자체 기술 발사체라고 보도했다. <환구시보> 로켓이 발사된 지 한 시간 뒤 문재인 대통령이 “위성을 예정된 궤도에 보내는데 실패했다”고 밝혔음을 사실을 추가로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누리호 발사 직후 속보를 내어 한국이 우주로 로켓을 성공적으로 쏘아 올린 7번째 국가가 됐다고 소개했다. 방송은 “탄도미사일과 우주로켓은 비슷한 기술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이런 움직임이 한국이 그동안 추진해 온 군비 강화 사업의 일부로 보이기도 한다”고 꼬집었다. 이날 누리호는 더미 위성을 예정 궤도에 안착시키진 못했지만, 1.5t짜리 물체를 700㎞ 고도까지 쏘아 올리는데 성공하며 한국이 상당한 수준의 탄도미사일 기술을 손에 넣었음을 입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이 “1.5t급 인공위성을 고도 700㎞까지 옮기는데는 성공했지만, 계획된 궤도에는 올려놓지 못했다”며 “2022년 4월 2호기 발사가 예정돼 있어 실패의 원인 규명과 개선책 찾기를 서두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일본이 자랑하는 로켓 H2A는 2001년 첫 발사 이후 97.6%의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누리호가 거둔 놀라운 성공에도, 한국 우주산업이 일본을 따라잡기엔 아직 갈 길이 많이 남은 셈이다. 길윤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