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연구기관 ‘기후중심’ 최근 논문

산업화 대비 4도 상승시 침수가능 15%로

 

기후중심의 해수면 상승 시뮬레이션 결과.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하지 않았을 경우 경인지역의 침수 지역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 기후중심 제공

 

기후변화 연구기관인 ‘기후중심’이 환경 분야 국제학술지 <환경연구회보> 최근호에 게재한 논문을 보면, 지구 평균기온이 산업화 대비 4도로 상승하면 한국도 침수되는 지역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기후중심이 13일 밝힌 인구 2500만명 이상의 국가 가운데 기후변화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을 국가 20개국에 한국도 포함돼 있다. 기후중심 분석을 보면, 현재 세계 인구의 5.3%가 만조선(바닷물이 가장 높아졌을 때 수위)보다 낮은 지역에 살고 있으나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상승하면 7.6%, 2도 상승 10%, 3도 12%, 4도면 14%로 늘어난다.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은 방글라데시로 현재 만조선 아래 사는 인구가 전체의 25%에서 4도 상승 때 67%까지 증가한다.

 

한국의 경우 현재 인구의 3.8%가 만조선 아래 지역에 거주하는데, 1.5도 상승 때는 그 숫자가 6.7%, 2도 9.7%, 3도 12%, 4도 15%로 늘어나 세계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20개국 가운데 현재는 14번째로 위험한 국가이지만 4도 상승했을 때는 순위가 12번째로 올라간다.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 가운데 위험한 도시 21곳에는 서울(19위)도 포함됐다. 서울의 경우 현재는 한국 평균보다 낮은 인구의 2.9%가 만조선 아래 낮은 지역에 거주하지만 4도가 상승하면 17%까지 늘어나 한국 평균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린피스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지역을 2030년 해수면 상승 및 태풍으로 인한 침수 피해 예상 지역으로 분석 전망했다. 그린피스

 

앞서 지난해 8월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및 이상 기후로 2030년 국토의 5% 이상이 침수되고, 300만명 이상이 직접적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그린피스의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이때 주요 피해지역은 경기도 고양, 화성, 안산, 인천 남동구 등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근영 기자

 

 

버킹엄 궁전 ‘지못미’…기후변화로 물에 잠긴 50개 도시 모습

 

아시아·태평양 지역 도서국가들은 영토 상실

중국 등 피해 크지만 석탄사용 늘이고 있어

 

방글라데시 다카의 현재 모습(왼쪽)과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3도 이상 상승할 경우에 해수면 상승으로 이 도시가 물에 잠긴 모습. 기후중심 제공

 

지구온난화로 해수면이 상승하면, 세계 주요 연안도시들은 어떻게 될까. 기후변화 연구단체가 물에 잠긴 도시들의 처참한 모습을 공개했다.

 

기후변화 연구 단체인 ‘기후중심’은 전세계의 50개 주요 연안 도시들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지 않으려면 비상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CNN>이 12일 보도했다. 이 연구소는 산업화 이전 시기에 비해 지구 평균온도가 3℃ 상승할 경우, 주요 도시들이 물에 잠긴 모습을 보여주는 가상 사진을 발표했다. 이 사진들은 미국 프린스턴대, 독일 포츠담기후충격연구소와 함께 제작됐다.

 

현재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2℃ 상승한 상태이다.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이 1.5℃ 이하로 억제되지 않으면, 지구의 여러 지역이 해수면 상승으로 물에 잠기게 된다고 기후 과학자들은 예측하고 있다.

 

현재 가장 낙관적인 예측은 지구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방출이 억제돼 2050년께 0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이다. 이 경우에도 지구 평균온도는 1.5℃라는 ‘마지노선’을 일단 넘은 뒤 떨어지기 시작한다. 이보다 덜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온실가스 방출이 2050년까지 계속 상승해 지구 평균온도가 2060년대나 2070년대에 3℃ 이상 올라가는 것이다. 이 경우 해수면은 정점에 오르기까지 수십년동안 상승한다.

 

영국의 버킹엄 궁전이 잠기는 예상사진

 

기후중심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영향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된다. 태평양에 산재하는 작은 섬나라 국가들의 육지는 사실상 상실된다. 가장 피해가 큰 10개 지역 중 8개 지역이 아시아에 있다. 평균온도 섭씨 3℃가 오르면, 약 6억명의 인구가 침수 피해를 입는다.

 

중국·인도·베트만·인도네시아가 해수면 상승으로 장기적으로 피해를 입게 될 5대 국가에 속하는 것으로 예측되지만, 이 나라들은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석탄 사용을 더 늘이고 있다고 연구소는 지적했다. 지난 9월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현재 지구의 잔존 석유의 60%, 잔존 천연가스의 90%가 2050년까지 채굴되지 않아야만 지구 평균온도가 1.5℃ 이하로 억제될 수 있다.

 

기후중심은 온실가스 방출이 억제된다 해도, 약 3억8500만명이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될 지역에 살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온도 상승이 1.5℃로 억제되면 약 5억1천만명, 3℃이면, 8억명의 인구가 피해를 본다. 정의길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의 산타모니카

쿠바의 아바나

75t 엔진 4기 묶어 정밀제어하는 '클러스터링' 1단 엔진이 핵심

12년간 2조원 투입…300여 기업에서 500명 참여, 국내기업 수혜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의 개발을 마치고 10월 21일을 1차 발사할 예정이다.

누리호 계획은 12년간 거의 2조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국내 우주과학기술의 역량이 총동원된 초대형 프로젝트다. 특히, 우여곡절 끝에 2013년 발사에 성공한 '나로호'(KSLV-I) 때와 달리 누리호 개발은 모든 과정이 국내 기술로 진행됐다.

 

'누리호'(KSLV-II)는 8년여 전 발사된 나로호(KSLV-I)와 달리, 누리호는 설계, 제작, 시험, 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이 순수 국내 기술로 진행됐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우주 프로젝트의 소중한 결실이다.

 

12년간 투입 예산이 1조9천572억원에 이르는 누리호가 발사에 성공하면 우리나라의 우주 개발 여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된다.

 

◇ 자력 개발 대형액체엔진에 클러스터링 기술 사용

 

10일 한국항공우주연구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2010년 3월 시작된 누리호 개발 사업의 목표는 1.5t급 실용위성을 지구 저궤도(600∼800km)에 투입할 발사체를 만드는 것이다.

 

발사주관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번 발사에 사용될 누리호 비행모델(FM)을 2018년 4월부터 제작해 올해 8월 최종 조립을 마쳤다.

 

누리호는 스테인리스강, 구리-크롬 합금 등으로 제작된 총 길이 47.2m, 중량 200t의 매우 복잡한 구조물이다.

 

각각 추력(推力)이 75t급인 액체엔진 4기가 '클러스터링'으로 묶여 있는 1단부, 추력 75t급 액체엔진 1기가 달린 2단부, 추력 7t급 액체엔진이 달린 3단부로 구성됐다.

 

누리호는 이달 21일로 예정된 1차 발사에선 1.5t 모사체 위성(더미 위성)을, 내년 5월로 계획된 2차 발사에선 0.2t 성능 검증 위성과 1.3t 더미 위성을 각각 실을 예정이다.

 

누리호에 실린 엔진들은 1.5t 무게의 중형차 약 130여 대를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을 낸다.

 

누리호의 7t급, 75t급 엔진은 고압, 극저온, 초고온의 극한 환경에서 작동하도록 개발됐다. 75t급 엔진의 연소 압력은 대기압의 60배에 이르며, 연소가스의 온도는 3천500℃, 산화제의 온도는 -183℃다.

 

75t급 엔진은 지금까지 총 184회의 연소시험에서 누적연소시간 1만8천290초의 테스트를 거쳤다. 7t급 엔진도 연소시험 총 93회, 누적연소시험 1만6천925.7초를 수행하며 성능 입증을 끝냈다.

 

특히 누리호 1단에 쓰인 엔진 4기의 클러스터링은 제작 과정 중 가장 난도가 높은 기술 중 하나였다. 75t급 엔진 4기가 묶여 마치 단일한 300t급 엔진처럼 정확하게 제어되고 동시에 점화해 동일한 추력을 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누리호의 1단 추진체 탱크 내부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발사체 부피의 80%를 차지하는 탱크는 극저온의 산화제와 상온의 연료를 저장한다. 누리호의 탱크는 최대 높이가 10m, 직경이 3.5m다. 무게를 줄이기 위해 두께 2.5∼3.0mm의 얇은 알루미늄으로 제작됐다.

 

탱크 내부는 하중과 압력을 견딜 수 있도록 격자구조로 설계됐다.

 

삼각형 형태의 격자 보강 구조가 반복되는 이 같은 설계 방식은 설계 최적의 값을 찾기 위한 반복적 계산과 해석이 필요한 등 제작이 매우 까다롭다.

 

추진제는 연료와 산화제(공기가 희박한 고도에서도 연료가 연소할 수 있게 돕는 역할)로 구성된다. 누리호는 케로신(등유)과 액체산소를 각각 연료와 산화제로 쓴다.

 

케로신은 가솔린(휘발유)보다 휘발성이 낮고 끓는점은 높아 상온 저장과 사용이 쉽다. 또 가격이 저렴하고 비교적 환경오염도 적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기립 완료= 발사대로 이송해 기립장치에 기립된 누리호 비행 기체의 모습.

 

◇ 개발 참여 기업만 300여 개…사업비 80% 참여 산업체에 쓰여

 

누리호 개발에는 300여 개의 기업에서 약 500여 명이 참여했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 정도인 약 1조5천억원은 참여 기업에게 쓰였다. 나로호 개발 당시 국내 산업체 집행액은 1천775억원에 불과했다.

 

이는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기업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설계센터를 구축해 관련 기술 이전을 지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고 엔진 총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진행했다.

 

이외에도 ▲ 체계종합(유콘시스템, 카프마이크로 등 6곳) ▲ 추진기관/엔진(에스엔에이치, 비츠로넥스텍 등 9곳) ▲ 구조체(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 ▲ 유도 제어/전자(7곳) ▲ 열/공력(한양이엔지, 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 주력 분야 참여 기업은 30여개에 달한다.

 

누리호가 쏘아 올려질 발사대도 국산이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329180]이 총괄해 지난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건립됐다.

 

제1발사대는 러시아로부터 기본 도면을 입수해 제작된 것으로, 나로호 발사에 이용된 후 개조를 거쳐 누리호 시험발사체 운용에 쓰였다.

 

국내 기업들이 세운 제2발사대에는 3단형 누리호에 맞춰 높이 48m의 엄빌리칼(umbilical) 타워도 구축됐다. '탯줄로 이어진'라는 이름의 어원에 걸맞게 해당 구조물은 누리호에 추진제와 가스류 등 연료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지구 출발 3년만에…2025년 수성 궤도 진입

 

 최근접 지점을 통과한 지 10분 후 수성 2418km 거리에서 찍은 사진. 사진에 보이는 지역은 수성의 북반구다. 탐사선의 안테나와 자력계도 사진에 보인다. 유럽우주국 제공

 

유럽우주국과 일본의 공동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가 처음으로 수성을 근접비행(스윙바이 또는 플라이바이)했다. 2018년 10월 지구를 출발한 지 3년 만이다.

 

유럽우주국은 베피콜롬보가 10월1일 오후 11시34분(세계시 기준, 한국시각 2일 오전 7시34분) 태양계 가장 안쪽에 있는 가장 작은 행성 수성을 199km 거리에서 통과 비행했다고 밝혔다. 현재 베피콜롬보와 지구의 거리는 1억km가 조금 넘는다.

 

베피콜롬보는 이와 함께 첫 근접비행 중 찍은 수성 표면의 흑백 사진들을 보내왔다. 사진을 보면 수성 표면에는 달처럼 많은 분화구들이 있다.

 

베피콜롬보는 근접비행 중 모니터링 카메라 3대 중 2대로 약 4시간에 걸쳐 수성 사진을 촬영했다. 그러나 수성을 근접통과한 때가 밤 시간대여서 촬영 조건은 좋지 않았다. 유럽우주국은 베피콜롬보가 근접비행 과정에서 수성 자기장에 대한 몇 가지 과학적 측정도 수행했다고 밝혔다.

 

최근접 지점 통과 6분 후 1183km 거리에서 찍은 수성 남반구. 이번 비행 중 최근접 촬영 사진이다. 유럽우주국 제공

 

베피콜롬보는 2025년 12월 수성 궤도에 진입할 때까지 앞으로 5차례 더 수성 근접비행을 시도한다. 베피콜롬보의 근접비행은 연료 절약을 위한 중력도움비행의 일환이다. 중력도움비행은 다른 천체 가까이 다가간 뒤 그 천체의 중력 에너지를 이용해 탐사선의 속도를 높이고 방향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베피콜롬보의 중력도움비행은 총 9번(지구 1번, 금성 2번, 수성 6번) 예정돼 있으며, 이번이 네번째다.

 

베피콜롬보의 수성 근접통과비행 상상도.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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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성 궤도 진입하면 두개 탐사선으로 분리

 

베피콜롬보는 유럽우주국의 ‘수성 행성 궤도선’(MPO)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작사)의 ‘수성 자기장 궤도선’(MMO)’ 두 개의 탐사선으로 구성돼 있다. 두 탐사선은 2026년부터 분리돼 고도 480~1500km의 타원궤도를 돌며 각각 1년 동안 독립적으로 수성 탐사를 시작한다.

 

베피콜롬보의 기본 임무는 수성 표면을 촬영하고 자기장을 분석하는 것이다. 또 수성의 거대한 핵을 이루고 있는 철 성분도 분석한다. 수성은 전체의 64%가 철이다. 수성이 핵이 크고 지각이 얇은 행성이 된 것은 거대한 천체가 수성과 충돌하면서 맨틀 대부분을 날려버렸기 때문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수성은 태양을 두번 공전하는 동안 세번 자전한다. 공전 주기는 88일.

 

베피콜롬보가 첫 수성 근접비행을 한 날은 우주선 명칭의 주인공인 이탈리아 과학자 주세페 베피 콜롬보의 탄생 101주년(1920년 10월2일생)이 되는 날이기도 한다. 베피콜롬보는 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의 매리너10호 수성 탐사 때 처음으로 중력도움비행 방식을 제안해, 오늘날 ‘플라이바이의 아버지’로 불린다.

 

 왼쪽은 수성, 금성, 지구, 화성의 현재 위치. 오른쪽은 베피콜롬보의 근접통과비행 경로. 유럽우주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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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세번째 수성 탐사선…다음 근접비행은 내년 6월

 

수성과 지구의 거리는 평균 7700만km로 지구~태양 평균 거리의 절반 정도이다. 평균 거리로만 보면 금성보다 가까운 행성이다. 그러나 태양 중력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다 공전 속도가 초속 47km로 지구보다 1.5배나 빠르고, 표면 온도가 낮에는 400도, 밤에는 영하 170도로 변화가 극심해 우주선이 수성 궤도에 안정적으로 진입하거나 착륙하는 것이 쉽지 않다.

 

따라서 그동안 우주 탐사에서 후순위로 밀려나 있었다. 베피콜롬보는 1970년대 매리너10호(미국), 2011년 메신저호(미국) 이후 10년 만에 수성을 다시 방문하는 세번째 수성 탐사선이다.

 

베피콜롬보의 다음 수성 근접비행은 2022년 6월23일로 예정돼 있다. 곽노필 기자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브렌트유, 3년 만에 최고치

원유 재고 부족·소비 증가 겹치며 계속 오를 듯

중국의 탄소배출 억제 등에 따른 전력난도 불안 요인

 

국제 유가가 27일 3년 만에 최고치까지 상승했다. 싱가포르의 한 정유 시설. 싱가포르/AFP 연합뉴스

 

천연가스 가격 폭등으로 촉발된 에너지 수급 위기가 국제 유가 불안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제 경제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와 재고 부족까지 겹치면서 국제 유가가 27일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 가격이 지난 주말보다 1.99% 오른 배럴당 75.45달러를 기록했고, 북해산 브렌트유 11월 인도분은 1.84% 오른 79.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모두 약 3년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고 <블룸버그> 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최근 국제 유가의 상승세는 무엇보다 천연가스 가격 파동의 여파다. 천연가스는 관련 업계의 투자 부족과 재고량 감소로 올해 초부터 급등했다. 유럽의 천연가스 가격은 올해 초에 비해 250%나 상승했고, 미국과 아시아의 가격도 거의 2배 가까이 올랐다. 미국의 10월 인도분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현물 인도 시점이 임박하면서 이날 11%나 상승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이에 따라 천연가스를 원료를 쓰는 발전소들이 전기 요금을 올리고 있으며, 유럽 각국은 저소득층에 대한 에너지 요금 지원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22일 이례적으로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 확대를 러시아에 촉구했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은 석유를 이용한 전력 생산의 비중을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석유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국제 경제가 회복하면서 휘발유부터 산업용 석유까지 유류 수요가 느는 것도 유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고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가 지적했다.

 

이에 따라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날 올 연말의 브렌트유 가격 예상치를 기존의 배럴당 80달러에서 90달러로 수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석유 공급 부족이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설명했다. 에너지 관리 업체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분석가 로비 프레이저도 경제 매체 <마켓워치>에 “북반구의 기온이 떨어지면 공급이 더욱 빠듯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중국의 전력 공급난이 심각해진 것도 국제 유가를 흔들 여지가 있다. 정부의 탄소 배출 억제 정책에 따라 석탄 발전 비중이 줄 수 밖에 없고, 이는 발전용 천연가스·석유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과 경제전문 매체 <차이징>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최근 전력난의 원인은 정부의 탄소 배출 규제 정책과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 수입 잠정 금지에 따른 석탄 가격 상승으로 모아진다.

 

중국 정부는 올해부터 앞으로 5년동안 에너지 소비 총량과 탄소가스 배출량을 각각 13.5%와 18%씩 감소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으나, 최근 경제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의 사령탑 격인 국가발전개혁위(발개위)는 지난달 에너지 소비 강도(단위 국내총생산(GDP)당 에너지 소모량)가 되레 상승했거나 하락 목표치를 채우지 못한 광둥·푸젠·장쑤 등의 지방 정부에 경고를 내렸다. 경고를 받은 지방 정부들은 즉각 목표 미달 업종을 중심으로 전력 공급량을 제한했다.

 

또, 석탄 발전이 전체 전력 생산의 63%에 이르는 랴오닝·지린·헤이룽장 등 동북 3성은 오스트레일리아산 석탄 수입 잠정 중지 여파로 석탄 가격이 오르자 발전량이 설치 용량의 절반 수준까지 떨어졌다. 중국이 재생에너지 비중을 일시에 높이기는 어려운 만큼, 당분간 석탄 수요를 대체할 석유·천연가스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한편,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석유 수출국들의 모임인 ‘오펙 플러스’에 대한 증산 압박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오펙 플러스는 10월4일 회의를 열고, 하루 40만배럴 규모의 생산량을 매달 한차례씩 연말까지 늘려간다는 기존 방침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신기섭 기자, 베이징/정인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