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물, 다른 발사체와 충돌 우려…ISS있던 우주인들 '긴급 대피'

 

 국제우주정거장(ISS)

 

러시아가 우주에 있는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는 위성요격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국과 영국은 위성요격 미사일 발사가 우주에 잔해물을 증가시켜 국제우주정거장(ISS)이나 다른 발사체와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며 일제히 러시아를 규탄했다.

 

미 국무부는 15일 러시아가 우주 공간에 있는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는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오늘 오전 러시아가 자국 위성 중 하나를 겨냥해 신중하지 못한 요격 시험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위성 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은 지난 4월에 이어 7개월만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미사일을 이용한 위성 파괴로 우주에 수많은 파편이 발생할 수 있다. 파편들은 우주 공간을 떠돌며 지구 궤도로 올려진 다른 발사체와 충돌하는 등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위험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러시아의 이번 미사일을 이용한 위성 파괴로 1천500여 조각의 우주 파편이 발생했다고 프라이스 대변인은 덧붙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2만7천개 이상의 우주 파편을 추적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특히, 이 파편들은 지구 궤도 부근에 밀집해 있고, 파편들은 크기가 작아서 추적도 잘 안 되지만 유인 우주선이나 로봇의 우주 미션에 충분히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나사의 우려를 전했다.

 

              위성 요격 미사일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파편들이 우주 공간에서 시간당 1만5천700마일, 약 2만5천㎞의 굉장히 빠른 속도로 이동하기 때문에 작아도 우주선 등에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러시아의 위성 요격으로 발생한 잔해물이 두 차례나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근접하면서 정거장에 체류하던 우주인들이 곧바로 ISS에 도킹해 있는 러시아와 미국 우주선으로 도피하기도 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은 일제히 러시아의 위성 요격을 규탄했다.

 

미 국무부는 "신중하지 못한 시험"이라며 "러시아의 위험하고 무책임한 행동이 우주의 장기적인 안전성을 위태롭게 했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우주 무기화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주장은 위선적인 것으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존 커비 국방부 대변인은 이번 위성요격 미사일 시험은 우주에서 규칙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고 논평했다.

 

벤 월러스 영국 국방장관은 트위터에 "러시아에 의한 파괴적인 위성 미사일 실험은 우주의 안보와 안전, 지속 가능성을 완전히 무시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면서 "이번 시험 발사로 발생한 우주 파편은 위성과 우주선 궤도에 남아 앞으로 수년간 위험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은 가운데 타스 통신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러시아 연방 우주국이 16일 나사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총알 8배속 파편 수만개…우주정거장 가까스로 빗겨가

러시아 위성요격 '우주쓰레기' 탓 대형재난 우려

파편 충돌 우려에 타고 온 우주선 대피사태까지

여전히 불안…우주 군사경쟁 탓 유사사태 반복될 수도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작업하는 우주비행사=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비행사들이 로봇팔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있다.

 

"정상이 아닌, 하지만 협조가 잘 됐던 하루에 감사한다. 내일은 좀 더 진정되는 날이 되길 기대한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 근무 중인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 우주비행사 마크 반데 하이는 15일 자정 존슨 우주센터와의 교신에서 힘든 하루를 이같이 정리했다.

 

ISS는 이날 러시아의 인공위성 요격 미사일 시험으로 생긴 우주 쓰레기에 위협을 느껴 비행사들이 대피하는 이례적 사태를 겪었다.

 

러시아의 시험 시간과 장소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사일이 위성궤도를 돌던 자국 인공위성을 타격해 파괴한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타격 지점에서 사방으로 쏟아져 나온 수만 개의 파편이다.

 

공기 저항이 없는 우주공간에서 이런 파편은 총알보다 8배 정도나 빠른 초속 7㎞ 이상으로 움직였다.

 

그 때문에 우주정거장이나 인공위성은 1㎝짜리 쓰레기와 충돌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 빠르기나 방향에 따라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 국무부는 궤도를 추적할 수 있는 크기의 파편만 1천500개이고 이보다 작은 파편은 수만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위험성이 심각한 만큼 국무부는 "신중하지 못한 요격 시험"이라고 러시아를 비판했다.

 

그 시간 각국 우주 당국에는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 러시아, 유럽 우주비행사 7명이 머무는 ISS는 공전 궤도가 파편 무더기의 이동 경로와 겹쳐 위험에 노출됐다.

 

빌 넬슨 NASA 국장은 "우주비행사들이 비상 안전 조치에 나서야 했다"고 밝혔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바라본 지구

 

파편 무더기가 ISS에 접근했을 당시 우주비행사들은 대부분 취침 중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급히 깨어난 우주비행사들은 '콜럼버스', '키보', '영구 다목적 모듈' 등 ISS에 방사상으로 연결된 모든 모듈의 해치(출입문)를 차단했다.

 

만일의 충돌 사고가 발생했을 때 피해를 줄이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만, 미국과 러시아 영역을 구분하는 통로는 닫지 않았다고 NASA는 전했다.

 

ISS는 현재 90분마다 파편 무더기를 통과하거나 맨눈으로 관측이 가능한 수준으로 근접하고 있다.

 

우주 비행사들은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으로 수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닷컴에 따르면 ISS와 파편 무더기는 미국 동부 시간으로 15일 오전 2시 6분, 9시 50분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0분과 6분 동안 조우했다.

 

NASA는 위험성이 높다고 평가된 두 번째와 세 번째 접근에서는 우주 비행사들을 다른 곳으로 대피시키기도 했다.

 

비행사들은 소유스 M-19 우주선과 크루 드래건 인듀어런스호에 탑승해 위험 상황을 지켜봤다.

 

각자 타고 온 우주선에 탑승하는 것은 ISS에서 대피해야 할 비상 상황에 취하는 표준 절차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미국 우주비행사가 우주유영을 하고 있다.

 

NASA는 자국 우주비행사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당분간 ISS를 위협할 우주쓰레기의 움직임을 계속 감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는 성명을 통해 미 동부 시간 오전 9시 30분을 기해 ISS의 상황이 정상화했다고 주장했다.

 

로스코스모스는 "ISS는 이제 안전지대에 있다"며 승무원들이 정상적 상황으로 돌아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표준절차에 따라 승무원들이 우주선에 탑승하도록 했던 물체들의 궤도가 ISS의 궤도에서 벗어났다"고 설명했다.

 

NASA와 로스코스모스는 통상 ISS 주변 25㎞와 위아래 0.75㎞ 권역을 안전권으로 설정해 우주쓰레기 등 위험 요소의 접근을 예방해 왔다.

 

ISS가 위험권에서 벗어났다는 로스코스모스의 발표가 사실이라고 해도 위협이 완전히 종식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구궤도를 도는 파편들이 언제 다시 ISS와 인공위성에 접근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ISS는 이달 10일에도 우주쓰레기와의 충돌 위험 때문에 '회피 기동'을 실시한 적이 있다.

 

당시 ISS에 접근했던 우주쓰레기는 2007년 중국이 실시한 위성요격 실험으로 생겨난 3천여 개의 파편 중 일부였다.

 

이런 우주쓰레기는 세계 각국이 우주공간의 군사적 이용에 열을 올리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욱 숫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2019년 우주군을 창설했고, 영국과 프랑스, 인도 등도 앞다퉈 우주군 창설에 나섰다.

 

그런 가운데 러시아는 올해만 두 차례 위성요격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에 따르면 러시아는 2020년에도 최소 세 차례에 걸쳐 위성요격 무기를 실험했고, 이 중 두 차례는 위성 요격 미사일, 다른 한 차례는 위성 탑재 무기가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도 2019년 위성 요격 미사일을 발사해 우주쓰레기 수백개를 만들어낸 적이 있다.

 

한편, 올해 4월부터 ISS에서 근무해 온 반데 하이는 임무 통제소와의 교신에서 우주쓰레기의 위협과 긴급대피가 "우주에서의 첫 근무일부터 승무원 간 유대를 증진하는 훌륭한 방법이었던 건 확실했다"고 말했다.

 

라자 샤리와 토머스 마시번, 케일라 배런 등 NASA 소속 우주비행사 3명과 유럽우주국(ESA) 소속인 마티아스 마우러는 지난 11일 ISS에 도착해 이날이 공식적인 첫 근무일이었다.

 

NASA, 위성 요격한 러시아에 "당신네 우주인도 위험" 분노

 

러시아가 예고없이 미사일로 우주에 있는 자국의 위성을 격추하자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강하게 반발하며 경고했다.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15일 성명을 내고서 "이날 러시아가 미사일로 자국의 위성을 요격하는 시험으로 파편이 생겨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체류 중인 우주인들이 비상 안전 조치를 해야 했다"라고 밝혔다.

 

국제우주정거장(ISS)

 

넬슨 국장은 "러시아의 무책임한 행동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인류가 우주에 진출한 이후 러시아가 미국인과 ISS에 있는 다른 나라 우주인, 심지어 자국의 우주인까지 위험에 처하게 한다는 것은 생각도 못 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러시아의 행동은 무모하고 위험했다"라며 "중국의 우주정거장과 우주인까지도 위험하게 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모든 국가는 미사일 요격 시험 등으로 인한 파편 발생을 막고 안전한 우주환경을 조성할 책임이 있다"라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이날 우주에 있는 자국 위성을 미사일로 파괴하는 요격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확한 발사 시간과 격추 대상 위성 등 자세한 정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NASA는 러시아의 위성 요격 시험으로 발생한 파편의 움직임을 정밀 감시하고 있다.

 

위성 파편이 발생한 이후 ISS의 우주인들은 ISS를 구성하는 '콜럼버스', '키보', '영구 다목적 모듈' 등 여러 모듈로 연결되는 출입구를 모두 닫는 등 안전 조치에 들어갔다. 미국과 러시아 영역을 구분하는 통로만 열려 있을 뿐이다.

 

ISS는 지구를 공전하며 위성 파편이 모여 있는 구름대 인근을 1시간 30분마다 지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