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서 실효성 확인…사육동물뿐 아니라 몰랐던 희귀종과 외래종, 먹이 종까지 드러나

열대우림·동굴 등 접근 힘든 곳이나 은밀한 동물 조사에 희소식…물속 eDNA 조사는 일반화

 

 

동물의 침, 숨, 털 등에서 나온 미세한 디엔에이(DNA) 조각을 검출해 염기 배열을 해독하면 어떤 동물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다.

 

동물원에선 특유의 냄새가 난다. 여기에는 우리가 감지하는 배설물 냄새 말고도 동물의 숨, 침, 털 등의 미세한 디엔에이(DNA) 조각도 들어있다.

 

야생에서 힘들게 관찰하거나 원격 카메라로 촬영하지 않고도 법의학의 유전자 지문 기법을 이용해 공기 속의 디엔에이 조각을 분석하면 그곳에 어떤 동물이 사는지 알아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방법을 이용해 열대우림이나 동굴처럼 직접 조사가 힘든 생태계를 간단히 효율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게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과학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 최근호는 크리스틴 보만 덴마크대 교수팀과 엘리자베스 클레어 영국 퀸메리 대 박사팀(현 캐나다 요크대 교수)이 각각 코펜하겐 동물원과 영국 해머톤 동물원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싣고 “공기 속 환경디엔에이(eDNA)로 생물다양성을 측정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코펜하겐 동물원 야외 사육장에서 공기를 흡입해 종을 확인한 결과. 노란 원이 동정을 확인한 종이다. 크리스티나 링고드 외 (2022) 제공.

 

보만 교수는 “마다가스카르에서 연구할 때 안경원숭이를 많이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거의 못 봤고 숲 지붕을 건너뛰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 뿐이었다”며 “많은 종이 직접 관찰은 어렵고 특히 은밀한 종이거나 도달하기 어렵거나 폐쇄된 곳에 사는 종은 아주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육상동물 조사는 무인카메라 촬영이나 발자국과 배설물 조사 등의 방식으로 이뤄져 왔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동물이 사는 곳에 직접 가야 하고 수천장의 사진을 골라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았다고 연구자들은 밝혔다.

 

나무늘보 야외 사육장에서 공기 샘플을 채취하는 모습. 크리스티안 벤딕스 제공.

 

이번 연구에서는 동물원의 실내 사육장과 실외 사육장, 마구간 등에서 공기를 흡입해 분석하는 방법을 썼다. 주 저자인 크리스티나 린고드 코펜하겐대 연구자는 “공기를 걸러낸 필터에서 디엔에이(DNA)를 추출하고 이를 증폭해 디엔에이 염기서열을 해독한 뒤 데이터베이스의 디엔에이 자료와 비교해 종을 가려낸다”고 연구방법을 소개했다.

 

그 결과 코펜하겐 동물원에서는 49종의 척추동물을 찾아냈는데 아르마딜로와 오카피 같은 사육동물은 물론이고 열대관 연못에 사는 물고기 구피, 동물원 안팎에 사는 쥐와 다람쥐, 먹이로 주는 빙어와 연어의 디엔에이도 확인했다.

 

해머튼 동물원에서는 25종의 포유류와 조류 종을 확인했는데 공기 채집장소에서 245m 떨어진 곳에서 기르던 미어캣도 확인했다. 사육동물 말고도 영국의 멸종위기종인 고슴도치와 외래종인 아기사슴 그리고 맹수 먹이로 주는 소·말·돼지·닭 디엔에이를 확인했다.

 

주 저자인 클레어 교수는 “강이나 호수에 견줘 공기 속에서 환경디엔에이를 찾는 것은 디엔에이가 공기 속에 희석돼 있기 때문에 몹시 어렵지만 두 연구에서 놀랍게 잘 이뤄졌다”고 말했다.

 

클레어 교수는 동물원 야외에서 공기 표본을 채집하고 있다. 엘리자베스 클레어 제공.

 

물고기 등 물속 동물을 조사할 때는 직접 포획하느라 서식지를 교란하고 스트레스를 주는 대신 동물의 피부조직과 배설물 형태로 물속에 배출된 디엔에이를 통해 종을 확인하는 일은 일반화돼 있다(▶물 한 병 뜨면 생물지도 나온다…놀라운 디엔에이 검출법). 최근에는 물을 필터로 걸러 디엔에이를 추출할 필요 없이 단지 거름막을 몇 시간 동안 물에 담갔다 빼는 것으로도 거의 같은 생물종 확인이 가능한 기술도 개발됐다.

 

연구자들은 “생태계 변화를 모니터링하는 속도가 멸종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빠르고 효과적으로 생물종을 확인하는 기술이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클레어 교수는 “(직접 포획하지 않는) 이런 조사 방법은 특히 멸종위기종이나 동굴과 땅굴처럼 접근이 쉽지 않은 동물을 조사할 때 필요하다”며 “사는 곳에 가지 않고도 단지 옅은 공기 속에서 디엔에이 흔적을 찾아내기만 하면 그 동물이 산다는 걸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기술이 외래종 침입을 감시하는 데도 유용하다”고 덧붙였다. 조홍섭 기자

미 베일러의대-텍사스아동병원 개발

값싸고 보관 간편한 ‘단백질 백신’

특허 등록 않고 각국에 기술 이전

 

텍사스아동병원 백신개발센터의 피터 호테즈 박사(오른쪽)와 마리아 보타지 박사. 코르베백스 백신 개발자인 두 사람에게 돌아오는 수익은 한 푼도 없다. 텍사스아동병원 제공

 

백신은 전염병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고마운 방패이지만, 백신 개발업체들에게도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는 고마운 보물단지다. 특허라는 장치 덕분이다. 2020년 말 세계 처음으로 코로나19 백신 승인을 받은 화이자는 지난해 3분기까지 이 백신에서만 240억달러(약 30조원) 이상을 거둬들였다.

 

1950년대 소아마비백신의 사례가 있기는 하지만 백신 개발자가 천문학적 수익 앞에서 특허를 포기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팬데믹의 조속한 종식을 위해 특허 개방을 요구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백신업체들의 반응은 없다. 코로나19가 3년째에 접어든 시점에서 마침내 기술 특허가 없는 새로운 백신이 나왔다.

 

컴퓨터 프로그램 용어에 비유하자면 일종의 ‘오픈소스’ 백신이라 할 이 2세대 백신은 지난해 말 인도가 긴급사용승인한 코르베백스(CORBEVAX)다.

 

이 백신은 수십년 전부터 B형 간염 백신 제조에 쓰여 온 단백질 재조합 기술을 이용한 ‘단백질 백신’이다. 단백질 백신은 다른 백신과 마찬가지로 코로나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도구인 돌기(스파이크)단백질을 이용해 인체의 면역 반응을 유도한다. 그러나 항원 역할을 하는 돌기단백질을 만드는 방식은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화이자나 모더나의 백신과 다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은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물질(메신저RNA)을 투여해 체내에서 돌기단백질을 만든 뒤 항체를 생성한다. 반면 코르베백스는 외부에서 돌기단백질을 배양한 뒤, 이 단백질을 직접 체내에 투여해 항체를 만든다.

 

코르베백스는 단백질 제조 지침을 지닌 유전자를 집어넣은 효모를 이용해 돌기단백질을 대량 생산한 뒤, 이를 면역반응 증강 보조제와 혼합해 만들었다. 과학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단백질 백신은 다른 유형의 백신에 비해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유럽의약품청과 세계보건기구로부터 조건부 및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미국 제약업체의 노바백스의 백신도 같은 유형의 백신이다.

 

예방 효과 90% 이상…이상반응은 50% 이하

 

코르베백스가 노바백스 백신과 다른 점은 개발자들이 특허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코르베백스 백신 개발의 시작은 2002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스 백신 개발에 나선 미국 베일러의대 연구진은 유망한 초기 시험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사스가 사라지면서 연구 지원이 중단돼 더는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다 2020년 같은 계열의 바이러스가 유발하는 코로나19가 발생하자 연구진은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연구진은 텍사스아동병원과 협력해 사스 백신 기술을 토대로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나섰다.

 

연구진은 전임상 연구에서 유망한 효과를 확인한 뒤 2020년 말 인도의 제약업체 ‘바이올로지컬 이’(Biological E)에 기술을 이전하고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과 미국 정부의 지원 아래 코로나 백신 생산 시설도 구축했다.

 

텍사스아동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3천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한 결과, 코르베백스는 코비실드(인도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보다 예방 효과는 우수하고 이상반응은 50% 이상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증상 예방 효과가 90%(변이 전 코로나바이러스 기준) 이상이었으며, 심각한 이상 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텍사스아동병원은 “2차 투여 6개월 후 다른 대부분의 백신은 면역력이 80% 이상 떨어졌으나 코르베백스는 30% 이하로 매우 높은 면역 지속력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중화항체의 생성량으로 보아 델타 변이의 경우에도 80% 이상의 유증상 감염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임상시험 전체 결과는 아직 학술지에 정식으로 발표되지는 않았다.

 

지난해 말 인도 정부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최초의 무특허 코로나19 백신 ‘코르베백스’. 바이올로지컬 이 제공

인도네시아 등 3개국에도 기술이전

 

텍사스아동병원 연구진은 인도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보츠와나의 백신 생산업체에도 기술을 이전했다.

 

개발 작업을 이끈 텍사스아동병원 백신개발센터의 피터 호테즈 박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텍사스아동병원은 수익을 낼 계획이 없다”며 “이는 세계에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코르베백스의 긴급사용승인은 전 세계가 백신을 접종하는 중요한 첫 단계”라며 코르베백스가 저소득 및 중소득 국가들이 직면한 위기를 벗어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코르베백스의 또 다른 장점은 수십년 경험이 축적된 제조 방식을 사용하기 때문에 값이 저렴하고 보관에도 특별한 냉장시설이 필요 없다는 점이다. 인도 언론은 1회 주사 비용이 2.5달러 정도라고 보도했다. 이는 현재 나온 백신 중 가장 저렴한 수준이다. 화이자나 모더나는 나라에 따라 가격이 코르베백스의 최대 10배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올로지컬 이는 이미 1억5천만회분을 생산했으며, 2월부터는 월 1억회 분량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1분기에 인도 정부에 3억회 분량을, 이어 전 세계에 10억회 투여 분량을 공급할 계획이다. 인구 13억8천만명인 인도의 현재 백신 접종률은 40%다.

 

‘아워월드인데이터’ 집계를 보면 1차례 이상 백신을 접종한 비율이 전 세계 평균은 59%이지만, 저소득국은 9%에 불과하다. 연구진에 따르면 사하라사막 이남 아프리카, 중남미, 동남아시아에 아직도 백신을 접종하지 못한 사람이 30억명에 이른다. 호테즈 박사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며, 사람들이 백신 접종을 받는 것을 보고 싶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

미국 · 유럽, 하루에만 확진자 100만명씩 나와

전 세계 누적 확진자 3억명 육박…누적 사망자만 544만명

 

 미국 시애틀의 드라이브스루 코로나19 검사 [AP=연합뉴스]

 

오미크론 변이가 대륙을 가리지 않고 빠르게 확산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 수가 전 세계적으로 250만명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전 세계 하루 확진자 수는 크리스마스 직전인 지난달 23일만 해도 100만명 미만이었지만 2주일도 안 돼 2배 이상으로 불어난 것이다.

 

◇ 전 세계 일일 확진자 244만명…미국·유럽에서 100만명씩 나와

 

4일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구축한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인 데이터'에 따르면 3일 기준 전 세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244만명을 기록했다.

 

국가별 일일 확진자는 미국이 108만명으로 가장 많았다. 한 국가에서 하루 만에 100만명 이상 신규 환자가 발생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의 일일 확진자 수는 불과 나흘 전만 해도 59만명이었지만 거의 2배 수준으로 많아졌다. 하루 사망자 수도 1천688명에 달했다.

 

미국 다음으로 스페인에서 하루 37만2천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되며 사상 최다 기록을 세웠고, 영국이 18만7천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유럽 전체로는 100만명이 하루 만에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으로 파악된다.

 

스웨덴과 그리스에서도 하루 확진자 사상 최다 기록이 경신됐고, 독일은 1주일 만에 확진자가 3배로 치솟았다.

 

특히 스웨덴에서는 칼 구스타브 16세 국왕과 실비아 왕비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기도 했다.

 

미국 LA 코로나19 검사 대기자들 [AP=연합뉴스]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면서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영국에선 병원의 병석이 부족해지면서 응급환자 치료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미국에선 코로나19 먹는 알약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의 많은 대학은 대면 강의 대신 온라인 강의로 대체했다.

 

브라질 리우 카니발은 코로나 탓에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2년 연속 개최가 취소됐다.

 

디자이너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이번 달 밀라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조르지오 아르마니와 엠포리오 아르마니 남성 패션쇼와 파리 오트 쿠튀르 쇼를 열지 않기로 했다.

 

이탈리아 프로축구 세리에A는 선수 10명 중 1명꼴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2주간 연휴 휴식 기간을 마치고 리그 재개를 강행하기로 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이날 전 세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억9천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사망자는 544만명에 이른다.

 

확진자는 국가별로 미국이 5천491만명으로 가장 많고 뒤이어 인도(3천496만명), 브라질(2천229만명), 영국(1천342만명), 러시아(1천57만명), 프랑스(1천59만명) 등 순이었다.

 

누적 사망자도 미국이 82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브라질(61만9천명), 인도(48만2천명), 러시아(31만2천명) 순이다.

 

프랑스 파리 코로나19 검사소[EPA=연합뉴스]

 

◇ 우세종 된 오미크론 변이…확진자 급증에 의료체계 압박 커져

 

이처럼 확진자 수가 급증하는 것은 전파력이 강한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으로 자리 잡고 있어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환자의 95%가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였다.

 

유럽에서도 영국과 프랑스는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우세종이 됐다. 독일은 수도 베를린의 신규 확진자 중 오미크론 변이 비중이 델타를 넘어섰다.

 

오미크론 변이는 델타와 비교해 중증으로 발전할 위험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확진자 수 자체가 워낙 빠르게 늘어나면서 입원환자도 급증, 의료체계에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로 병원에 입원하는 환자가 4개월 만에 10만명을 다시 넘어섰다. 특히 동부와 서부 인구 밀집 지역은 입원환자가 급증하면서 병원들이 비상인 상태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이날 입원 환자 숫자가 1년 전 정점인 5천명을 넘길 수 있다며 주 전역에 30일간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영국은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의료진 부족과 넘쳐나는 환자에 대응하기 위해 국가 의료체계인 국민보건서비스(NHS)를 전시 상황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무섭게 퍼지는 코로나…헬싱키에선 검사 대기만 3~4일 걸려

5일 스웨덴 신규 확진자 2만4500명으로 사상 최다

봉쇄 단행한 네덜란드, 1주일 만에 60%나 급증해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를 가장 먼저 분리해낸 남아프리카 공화국 국기 앞에 사람 모습 피규어 그림자가 보이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스웨덴과 네덜란드, 크로아티아 등의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코로나19 발생 이래 가장 많이 보고됐다고 <로이터> 통신이 5일 전했다.

 

스웨덴 보건 당국 자료에 따르면, 전날 이 나라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1만7320명으로 집계됐다. 이전 최다 기록은 지난달 30일 1만1507명이었다. 인구 1040만명 가량의 스웨덴에서는 지난해 11월 이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했다. 이에 스웨덴 정부는 지난달 대중 모임 제한을 강화하고, 가능할 경우 재택근무를 권고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스웨덴 공중보건국 관계자는 “이제 오미크론 변이가 자국 내 신규 확진자와 관련해서는 우세종이 되고 있다”고 밝히고, 신규 감염 사례는 이달 중순께 정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날 네덜란드의 하루 신규 확진자도 2만4500명으로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네덜란드는 지난달 19일부터 필수 업소를 제외한 대부분의 상점, 식당, 미용실, 헬스장, 박물관과 공공장소를 폐쇄하는 강력한 봉쇄 조치를 단행했지만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1주일 만에 거의 60%가 증가했다. 현행 봉쇄 조치가 일단 오는 14일까지 지속될 예정인 가운데 정부는 초·중등 학교는 당초 일정대로 오는 10일 개학하도록 할 방침이다.

 

크로아티아의 이날 신규 확진자는 8천587명으로 전날보다 47% 증가했다. 이 역시 사상 최다 기록이다.

 

핀란드에서는 확진자 급증 속에 수도 헬싱키와 주변 지역에서 진단 검사 처리 능력이 포화 상태에 이르면서 대부분의 사람이 검사 예약을 위해 3∼4일을 기다리는 상황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오미크론이 우세종이 된 수도 지역에서는 전체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의 절반 정도가 코로나19 양성으로 나오고 있다.

 

핀란드 전체적으로는 지난달 26일에서 이달 1일 사이 표본의 26%가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전 7일 동안에는 그 비율이 11.8%였다. 다만 코로나 입원 환자는 전체 감염자 수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는 않으며, 오미크론 확산은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현지 관리들은 밝혔다. 연합뉴스

WSJ "오미크론에 천 마스크는 쓰나 마나…N95 써야"

 

가운과 N95마스크 착의 시범 보이는 간호사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폭발적으로 퍼지고 있는 미국에서 홑겹 천 마스크는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코로나19 환자와 같은 공간에 있을 때 마스크 종류에 따라 감염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지에 대한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의 지난해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한 공간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있을 때는 감염에 필요한 만큼의 바이러스가 비감염자에게 옮겨 가는 데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둘 다 천 마스크를 썼다면 이 시간이 12분 정도 늘어난다. 둘 중 한 쪽만 마스크를 썼다면 그 시간이 고작 5분 느는 데 그친다.

 

하지만 전파자와 비감염자가 모두 N95마스크를 쓴다면 이 시간을 25시간(통과율 10% 기준)으로 늘릴 수 있다. 특히, 둘 다 마스크를 꼭 맞게 착용해 통과율을 1%로 봉쇄한 조건에서는 감염에 필요한 시간이 무려 2천500시간이 된다.

 

미국 직업안전위생국(NIOSH)이 인증한 N95마스크는 우리나라의 KF94 등급에 해당한다.

 

브리검 여성병원의 라누 딜런 의사는 "아예 안 쓰는 것보다는 뭐라도 쓰는 것이 낫긴 하겠지만 천 마스크나 수술용 마스크는 N95 마스크만큼 방어력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오미크론 변이 확산 상황에서 천 마스크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염자와 한 공간에 있을 때 마스크 종류에 따른 감염에 걸리는 시간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 홈페이지 캡처].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샌프란스시코)의 감염병 전문가 모니카 간디는 "모든 사람이 천 마스크만, 혹은 (한 겹짜리) 수술용 마스크만 쓴다면 사실상 아무것도 안 쓴 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바이러스에 노출되기 싫다면 제대로 된 마스크를 써야 한다. N95, KF94, KN95 등급 등의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각각 미국, 한국, 중국에서 인증한 보건용 마스크다.

 

이런 인증받은 마스크가 당장 없다면, 수술용 마스크 위에 천 마스크를 덮어쓰는 방식으로 그나마 방어 능력을 갖출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최상위 병원으로 손꼽히는 메이요 클리닉은 지난달 30일부터 모든 환자와 방문객에게 N95 또는 KN95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홑겹 천 마스크나, 가정에서 직접 만든 마스크, 호흡 배출구가 달린 마스크 등을 쓰고 병원에 오면 그 위에 덧댈 의료용 마스크를 제공해주는 식이다.

 

잘 알려진 대로 N95, KF94 등 인증받은 보건용 마스크는 '비말'뿐 아니라 공기 중에 한참 동안 떠다닐 수 있는 '에어로졸'도 상당수 걸러낼 수 있다. 에어로졸은 비말의 수백 분의 1 크기로 매우 작지만, 바이러스의 전달체 역할을 할 수 있다.

 

N95, KF94 등 보건 마스크는 빽빽한 섬유 필터뿐 아니라 입자를 끌어당기는 정전기 필터도 사용한다. 이런 방식으로 착용자를 외부로부터 보호해주기도 하고, 마스크를 쓴 사람의 병원균을 외부로 배출하는 것도 막아준다.

 

그러나 이런 필터에 비해 구조가 느슨할 수밖에 없는 천 마스크는 비교적 크기가 큰 비말을 일부 차단할 수는 있어도 에어로졸 등은 막기가 어렵다는 것이 천 마스크를 '폐기'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