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에 맹종하다 우크라이나 패전 이끈 젤렌스키
전쟁 범죄자에서 당당한 승자로 자리매김한 푸틴

우크라이나는 자력 회복 불가능한 심각한 피해
국제정세 오판한 호전적 리더십의 젤렌스키 탓

‘이길 수 없는 전쟁’ 고집해 피폐의 길로 이끌어
군복 아닌 정장 갈아입은들 정치 미래 불안할 뿐

지도자는 냉철한 현실인식, 전략적 사고 있어야
리더십 덕목은 무엇보다 국민에 대한 깊은 책임감

 

                                                                         장정수 편집위원, 전 한겨레 편집인

 

길고 처절했던 우크라이나 전쟁이 마침내 종료의 문턱에 서 있다. 세계를 제3차 대전의 공포로 몰아넣으며 지구촌을 전율케 했던 이 참혹한 분쟁이 이제 그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3년 반이라는 긴 세월 동안 계속된 이 전쟁은 단순한 지역 갈등을 넘어서서, 우리가 알고 있던 국제질서의 근간 자체를 뒤흔들어 놓았다. 포성이 멈춘 자리에는 새로운 세계질서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의기양양한 승자 푸틴, 국가 붕괴 수준 이끈 패자 젤렌스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전쟁범죄자로 규정되어 국제형사재판소에서 기소되고 체포영장까지 발부되는 등 국제사회에서 철저히 고립되었던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제 전쟁의 승자로 부상하여 트럼프 대통령과 종전 협상을 주도하고 있다. 알래스카에서 개최된 트럼프-푸틴 정상회담은 푸틴의 이러한 위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트럼프는 종전 방안에 대해 푸틴의 주장을 대부분 수용하였다.

 

이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극적인 반전이었으며, 푸틴의 외교적 승리를 의미한다. 반면 러시아의 침공에 맞서 용감하게 저항해온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은 자국의 장래를 결정할 미러 정상회담에 참석조차 하지 못하고 철저히 배제됨으로써 비극적인 패자로 전락했다.

 

트럼프-푸틴 회담 결과는 젤렌스키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자력으로는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4천만 인구 중 약 800만 명이 해외로 피난을 떠나 유민으로 떠돌고 있으며, 사망자는 100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전선에서는 군인이 부족해 더 이상 러시아의 공세를 방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경제 규모는 30% 이상 위축되었으며, 미국의 재정 지원 없이는 공무원 급여조차 지급할 수 없을 정도로 국가재정이 파탄 상태에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나 유럽의 지원 없이는 국가적 생존이 불가능한 절망적 상황인 것이다.

 

러-우 전쟁 종전협상 중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환담하고 있다. 2025.8.25. 로이터 연합

 

젤렌스키의 외세 맹종, 국제정세 오판, 호전적 리더십

 

초강대국 러시아를 상대로 독자적인 전쟁 수행 능력을 갖추지 못한 신생국 우크라이나가 미국과 서방의 사주에 맹종하면서 대러시아 적대 노선을 추진한 대가는 참혹한 전쟁과 국가적 붕괴였다. 트럼프-푸틴 회담의 결과는 표면적으로는 초강대국의 외교가 약소국의 이익은 고려하지 않고 자신들의 실익을 위해 거래한다는 냉혹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보여준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참담한 현실을 단순히 러시아의 침공 탓으로 돌려 푸틴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간과하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현실을 망각한 호전적 리더십과 국제정세에 대한 오판에서 비롯된 측면이 더욱 강하다. 코미디언 출신의 정치 초보인 젤렌스키가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무시하고 미국 네오콘들의 노선을 맹종하면서 초강대국 러시아를 자극하는 고강도 적대 정책을 추진한 결과이기도 하다.

 

대통령 취임 이후 젤렌스키는 지속적으로 러시아를 군사적, 정치적으로 자극했다. 러시아가 국가 존망의 문제라고 인식하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던 나토 가입을 공개적으로 추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미국의 대러시아 전진 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판단하고 나토 가입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이러한 경고를 무시하고 나토 가입을 강행했을 뿐만 아니라 나토와의 군사적 협력을 강화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서방의 군사 전문가들이 대거 우크라이나에 들어와 전국 곳곳의 군사 요충지에 최첨단 무기를 배치하고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 훈련을 실시했다. 서방의 첨단 무기들이 대량으로 우크라이나에 유입되면서 우크라이나군의 현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어 군사력이 크게 증강되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이러한 군사력 증강을 러시아와의 전쟁을 전제로 한 군사화로 인식하고 침공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대통령 당선 후 표변한 대러시아 정책이 부른 전쟁

 

그러나 젤렌스키가 처음부터 호전주의자였던 것은 아니다. 유명한 코미디언 출신의 젤렌스키는 '인민의 종'이라는 정당을 창당한 후 정치에 뛰어들었다. 그 배경에 미국 CIA와 영국 MI6, 이스라엘의 모사드 등의 정보기관 공작이 있다는 설도 있다. 2019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여 '러시아와의 타협', '내전의 평화적 해결', '부패 척결과 민주주의 강화'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며 돌풍을 일으켰다. 당시 우크라이나의 인기 텔레비전 프로그램 '국민의 일꾼'에서 대통령 역을 맡아 큰 인기를 누렸던 젤렌스키는 평화의 슬로건으로 내전에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크게 어필했다.

 

그는 그 바람을 타고 전직 대통령으로서 대러시아 강경론자인 포로셴코를 약 70대 30이라는 압도적 격차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젤렌스키의 러시아와의 타협 공약은 평화 공약과 함께 러시아계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부 지역에서도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평화와 통합, 국가 단결을 강조하며 러시아와의 평화적 관계, 동부 분쟁 지역의 평화적 해결, 우크라이나어-러시아어 사용자 간 통합, 국가적 단결 등의 슬로건이 동부 지역 주민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젤렌스키는 당선 후 이러한 평화 공약을 포기하고 호전적인 러시아 적대 정책으로 선회했다. 러시아와의 대화는 형식적으로만 진행하면서 나토 가입을 추진하며 미국 및 유럽의 군사 지원을 통한 군비 증강 노선을 택했다. 또한 대선 때 자신에게 몰표를 던졌던 러시아계 주민들이 거주하는 동부 지역에서 주민들의 러시아어 사용을 금지하고 각종 차별 조치를 시행했다. 이에 분노한 동부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들이 무장 반란을 일으키면서 정부군과 무력 충돌이 발생했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문제의 동부 돈바스 지역의 자치권 확대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를 요구했으나 젤렌스키가 거부하면서 긴장이 고조되었고, 러시아가 이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걸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함으로써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것이다.

 

마침내 러시아 무너뜨릴 기회 왔다고 착각한 서방 연합

 

젤렌스키가 이러한 대러시아 적대 노선으로 선회한 배경에는 복합적 요인들이 작용했다. 우선 러시아를 쇠퇴하는 약체 국가로 평가하며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미국 네오콘들의 분석을 맹신했다. 정치 경험이 일천한 젤렌스키가 국내 극우 민족주의 세력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려 했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견제를 통한 국가적 위상 제고라는 현실성이 부족한 구상에 매몰된 것으로 분석된다.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미국을 비롯한 유럽은 내심 환영했다. 마침내 러시아를 무너뜨릴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었다. 미국과 유럽이 제공한 첨단 무기로 무장한 우크라이나군은 전쟁 초기 침공한 러시아군을 격퇴하는 등 선전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러시아군은 전황 역전에 성공하여 전쟁의 주도권을 되찾았다.

 

이때 푸틴은 우크라이나에 협상을 제안, 터키 이스탄불에서 양국 간 휴전 협상이 열렸다. 이 협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중립화와 나토 가입 포기, 현재 전투가 전개되는 전선을 기준으로 한 휴전을 제안했으며, 우크라이나도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서명 단계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때 영국의 존슨 전 총리가 우크라이나로 날아가 젤렌스키에게 휴전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고 알려져 있다. 이 만남에서 존슨 전 총리는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무제한 재정 및 군사 지원을 제공할 테니 걱정하지 말고 전쟁을 계속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종전 말리고 전쟁 부추긴 서방의 장단에 놀아난 젤렌스키

 

젤렌스키는 이때부터 '영토 한 치도 내줄 수 없다'며 끝까지 싸우겠다는 결의를 거듭 표명했다. 그러나 전쟁이 장기 소모전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전황은 러시아에게 유리하게 전개되었고, 마침내 러시아가 동부 지역 대부분을 장악하고 주도권을 쥔 채 우크라이나 서부로 계속 진격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젤렌스키의 선택에 대해 서방은 영웅적 투쟁으로 찬사를 보냈다. 그러나 이는 젤렌스키의 정치적 도박에 가까웠다. 러시아라는 군사 초강대국을 상대로 실질적 승리를 거두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전황이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러시아의 압도적 우세로 기울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쟁을 멈추지 않았다.

 

휴전과 협상을 거부하고 강경 노선을 고집한 그 결정은 결국 자국민에게 더 큰 희생을 안겼다. 전쟁이 장기화될수록 우크라이나의 경제는 피폐해지고 인명 피해는 눈덩이처럼 늘어났다. 서방의 군사적 지원과 제재가 당장의 기대를 키워주었지만, 그것은 근본적 균형을 바꾸지 못하는 환상에 불과했다.

 

젤렌스키의 가장 큰 과오는 '승리 없는 전쟁'을 계속 이어간 점이다. 현실적인 힘의 불균형 속에서 협상과 절충을 모색하는 지혜를 발휘했더라면, 불필요한 희생을 줄이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최소한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쟁을 멈추는 것은 패배가 아니라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지도자의 책무다. 그러나 그는 '강경함'이 곧 애국심이라는 허상에 갇혀 타협을 외면했고, 결국 국민이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총리가 러시아군으로부터 노획한 장갑차가 전시된 키이우 거리를 함께 걷고 있다. 2022.8.24. EPA 연합
 

미국 퇴조와 초군사대국 러시아 확인한 트럼프-푸틴 회담

 

트럼프-푸틴의 알래스카 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전 국면으로 급전환한 것은 세계 패권국 미국의 퇴조와 맞물려 일어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과 서유럽은 우크라이나를 앞세운 대리전을 통해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면 곧바로 허약한 러시아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오판했다. 대규모 첨단 무기로 무장한 용맹한 우크라이나 전사들이 러시아군을 쉽사리 패퇴시켜 러시아를 항복시키고 푸틴을 제거하는 이른바 체제 교체(Regime Change)를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공산 체제 붕괴 후의 '종이호랑이'가 아니었다. 푸틴 체제 하에서 러시아는 핵무기와 미사일 및 대공 방위 체계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루어 핵전력 면에서 미국을 능가하는 초군사대국으로 거듭났다. 탱크와 포탄, 첨단 드론 등의 생산에서도 미국과 서방의 생산 능력을 압도했다. 미국의 각종 제재 하에서도 러시아는 자립 경제 체제를 구축하면서 유럽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 경제가 침체의 길을 걷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미국과 유럽이 총력을 기울여 지원했으나 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서방 미디어는 러시아의 패색이 짙다는 프로파간다를 전 세계에 전파했으나 프로파간다로는 전황을 뒤집지 못했다. 러시아 제재를 천명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제재 발효 이틀 전에 알래스카에서 푸틴과 정상 회담을 갖고 우크라이나 종전의 밑그림에 합의한 것은 이러한 러시아의 승리를 배경으로 한다. 이날 회담에서 트럼프는 유럽과 젤렌스키가 주장하는 즉각적인 휴전을 포기하고 전쟁의 근본적 원인을 제거하는 처방, 즉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포기와 러시아 점령 영토의 러시아 귀속 인정 등 푸틴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다. 푸틴의 극적인 외교적 승리였으며, 이는 젤렌스키에게는 치욕적인 최악의 결과였다.

 

군복 입었던 독재자, 정장 차림으로 건재할 수 있을까?

 

이러한 역사적 회담에서 전쟁의 당사자인 젤렌스키는 철저히 배제되었다.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와 평화 공존, 그리고 경제 협력 쪽으로 세계 전략을 수정한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서 발을 뺀 것이다. 트럼프에게 젤렌스키는 이제 자신의 세계 전략에 걸림돌이나 다름없다.

지난 2월 백악관 회담에서 특유의 군복을 입고 나타나 트럼프 대통령에게 핀잔을 듣고 토론 중에 거세게 반발하다가 점심도 못 먹고 쫓겨났던 젤렌스키가 지난 8월 18일 정장 차림으로 백악관에서 트럼프와 만나 트럼프가 설명한 종전안에 대해 연신 고맙다며 순종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이러한 변화된 현실의 반영이다. 정장 차림의 젤렌스키는 종전을 수용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종전은 그에게 정치적 재앙이다. 평화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뜻을 배반하고 전쟁 노선을 걸으면서 나라를 폐허로 만들고 국민들에게 지옥 같은 생활을 강요한 젤렌스키가 정전 후 일상으로 돌아갈 경우 정치적으로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젤렌스키는 러시아의 침공 이후 전시 상황을 이유로 국가 권력을 독점하고 야당을 탄압하는 등 독재 체제를 구축했으며, 5년 임기가 끝난 2024년 5월 이후에도 전쟁 중이라는 이유로 대선을 거부하며 야권의 불만이 커졌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젤렌스키를 "선거 없는 독재자"라고 비난한 바 있다.

 

젤렌스키는 또한 지난 7월 고위 공직자를 감시하는 독립적 반부패 기관들의 권한을 축소하는 법안에 서명해 부패 감시 기능을 약화시키자 우크라이나 전역에서 전쟁 후 처음으로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우크라이나 민심이 그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의 공격으로 파괴된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거리에서 경찰관이 그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2024.12. 20 AP 연합

 

냉철한 현실인식, 실용적 판단, 정책 일관성, 전략적 사고

 

우크라이나 전쟁은 현대 정치 지도자들에게 여러 중요한 교훈을 제시한다. 무엇보다도 현실적 힘의 균형에 대한 정확한 인식의 중요성이다. 젤렌스키는 초강대국과의 대결에서 외부 지원에만 의존한 채 자국의 실제 역량을 과대평가했다. 정치 지도자는 국제정치의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국민의 생존과 번영을 최우선으로 하는 실용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또한 선거 공약과 집권 후 정책의 일관성의 중요성이다. 젤렌스키는 평화와 화해를 약속하며 당선되었지만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이는 민주주의의 근간인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 것으로, 정치적 정당성의 심각한 훼손을 의미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려 노력하는 데 있다.

 

뿐만 아니라 협상 시점을 놓치지 않는 전략적 사고도 필요하다. 이스탄불 협상에서 나타났듯이, 때로는 '명예로운 타협'이 '파멸적인 승부'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 있다. 지도자는 자존심이나 체면보다는 국가와 국민의 장기적 이익을 우선시하는 판단력을 갖춰야 한다.

 

특히 지도자는 외부 세력의 선동에 대한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춰야 한다.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약소국을 이용할 수 있으며, 이때 약소국 지도자는 냉정하게 자국의 실익을 계산해야 한다. 외부의 지원 약속이 항상 실현되는 것은 아니며, 최종적으로는 자국민이 모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진정한 리더십은 또한 겸손함과 깊은 책임감에서 나온다

 

또한 권력 집중의 위험성과 민주적 견제의 중요성이다. 젤렌스키는 전시를 이유로 독재 권력을 구축하고 야당을 탄압했지만, 이는 결국 잘못된 정책에 대한 견제 기능을 약화시켜 더 큰 재앙으로 이어졌다. 위기 상황에서도 민주적 견제 장치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국가의 안전을 보장하는 길이다.

 

우크라이나 사태는 평화를 열망했던 국민들의 기대가 어떻게 배신당할 수 있는지, 그리고 지도자 한 사람의 잘못된 판단과 정책이 어떻게 국가 전체를 파멸로 이끌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역사적 사례다. 진정한 리더십은 용기와 결단력뿐만 아니라 겸손함과 현실 인식, 그리고 무엇보다 국민에 대한 깊은 책임감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중-인 관계 급진전은 미국 일본에겐 뼈아픈 반전
중국과 동남아, 인도와의 관계 급진전
가속화하는 브릭스 통합, EU와 일본의 접근

미국의 패권을 재확인하기 위한 트럼프 관세전쟁
오히려 세계의 ‘탈미국’ 행보 가속
대미 의존 버리고 새로운 시장, 새로운 동맹 찾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 2일 워싱턴 백악관 로즈 가든에서 열린 새로운 관세 발표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5.4.2. AP 연합
 

‘트럼프 관세’가 세계무역기구(WTO)를 중심으로 한 기존 자유무역체제를 해체하고 다시 미국 일극의 패권적 지배질서를 되찾게 해 줄 것이라고 도널드 트럼프와 그의 지지세력들은 확신했지만 현실은 그 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희생자들은 대응책을 모색하며 피해를 떨쳐 버리고 있고, 그 최대 수혜자(biggest winner)는 중국이라고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일 기사(Trump’s trade victims are shrugging off his attacks-And China is gaining in the process)에서 지적했다. 트럼프 관세전쟁의 제1 표적이 중국이었으나,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오히려 중국을 도와주고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주의자들이 처음부터 의도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트럼프 관세전쟁의 공격 포화는 주로 캐나다, 멕시코, EU 등 전통적인 친미국가들과 한국 일본 태국 등 미국 동맹국들을 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 일본 베트남 태국 등의 동아시아와 멕시코 인도 브라질 등의 브릭스(BRICS)에 십자포화를 쏟아붓고 있다. 중국은 그 양쪽 모두에 속해 있으나, 트럼프 관세전쟁은 정작 중국을 그 최대 수혜자로 만드는 아이러니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수석고문이 8월 21일 워싱턴 D.C. 백악관 서관 앞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나바로는 EU 무역 협정과 관세 관련 연준 회의에 대해 논의했다. 2025.8.21. UPI 연합

 

미국의 패권을 재확인하기 위한 트럼프 관세전쟁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 대표가 “트럼프 라운드”라고 부르는 트럼프 관세협상은 미국의 패권(American primacy)을 재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트럼프 관세의 창도자들 중 한 사람인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선임고문은 미국이 세계무역을 어떻게 자기 맘대로 휘두를 수 있는지를 보여 준 트럼프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주장했다. 농담이 아니라면, 거의 자아도취적 착각에 가까워 보인다. 그들은 미국에게 막대한 무역적자를 안기고 있는 자유무역체제를 허물기만 하면 미국이 누렸던 패권적 지위를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는 듯하다.

 

오히려 세계의 ‘탈미국’ 행보 가속

 

하지만 트럼프가 관세전쟁을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난 지금, 미국의 그런 행동은 오히려 세계가 미국으로부터 멀어지는 ‘탈미국’ 행보를 가속시키고 있다는 것을 점점 더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다. 미국이 그들의 뜻과는 반대로 오히려 세계의 중심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미국은 21세기 초에 세계무역에서 전 세계 수입(imports)의 5분의 1을 차지했으나, 지금은 8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추세라면 앞으로 수축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각국은 미국시장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관세협상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 와중에도 다른 대안을 찾았다. 이코노미스트가 그런 움직임을 보여 주는 상징적인 얘기로 인용한 것은 어느 한국 관리(one South Korean official)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단계는 미국에 양보하는 것이다. 두 번째 단계는 다른 곳을 찾는 것이다.”

 

지난 8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 오스타펜 인근 환적 컨테이너. EU산 제품 대부분에 15%의 추가 관세가 부과된다.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품에는 50%의 특별 관세가 유지된다. 미국은 약 70개국에 대한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다. 스위스, 중국, 멕시코 등 다른 국가들은 현재 미국 정부와 각자의 관세율을 협상 중이다. 2025.8.7. EPA 연합

 

미국시장 의존 버리고 더 나은 대안 찾기

 

미국이 아닌 새로운 시장 찾기에 나선 국가들의 움직임들을 예시하면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경우 실제로 남아시아와 중동, 멕시코에서 기회를 찾기 위해 중소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썼다.

 

각국은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부는 정부 보조금과 보호무역주의로 자국 기업들을 지원하고 있고, 어떤 정부들은 한국과 싱가포르처럼 새로운 시장을 찾고 있다. 또 다른 나라들은 대담하게도 미국의 영향력에 맞서기 위한 새로운 동맹을 구축하고 있다.

 

세계에는 미국의 패권에 복종하거나 그것이 무너진 뒤의 토머스 홉스적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이 펼쳐지는 혼란에 빠지는 양자택일의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계는 트럼프 관세전쟁에 대응하기 위해 자금 낭비와 시장 왜곡의 위험이 있음에도 세계 각국은 미국에 대한 복종이나 혼란 중의 양자택일이 아닌 나름의 단기 해결책과 장기적 대안들을 칮아가고 있다.

 

예컨대 브라질은 재정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세금 감면과 국가구매 보증을 포함한 60억 달러 규모의 신용 패키지를 발표했다. 캐나다도 목재산업 지원을 위해 10억 달러 규모의 비슷한 정책을 발표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무역부는 독점금지법을 피해가는 방식으로 운송비를 조율하고 인프라를 공동건설할 수 있도록 해 자국 수출업체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또 다른 도구들도 동원하고 있다. 캐나다와 일본은 금속 수입에 새로운 관세를 부과했고, 인도는 ‘메이드 인 인디아’를 강화하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15일 에너지에서부터 전투기까지 모든 분야의 자립을 강조했다. 이들 나라 중 트럼프 관세에 보복관세로 맞대응한 나라는 아직 많지 않지만, 미국처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나라들이 많아지면서 세계 모두의 비용을 증가시킬 위험성은 커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 찾기

 

그런 가운데 새로운 시장 찾기가 더 유망한 방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각국 정부는 수출 자금과 인센티브로 자국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앞서 얘기한 한국과 싱가포르 외에도 남아공 농부들은 중국으로 더 많은 농산물을 수출하고 있고, EU에도 감귤류 건강규정을 완화해 달라고 압력을 가하고 있다.

 

갭이나 리바이스 같은 미국 기업들에 의존하던 레소토의 의류 생산업체들은 지역 바이어들에게로 눈을 돌려 아시아지역의 수요를 창출하려 하고 있다.

 

50%의 트럼프 관세를 맞은 브라질의 커피 수출업자들은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으로 수출을 늘리고 있으며, 이들 지역에 대한 판매량은 지난해에 5분의 3(60%)이나 증가했다. 그럼에도 브라질 커피 원두의 16%를 수입했던 미국시장을 대체하는 데에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새로운 동맹 찾기

 

트럼프 관세전쟁 이후 가장 주목할 움직임은 새로운 동맹찾기다. 트럼프 고관세 직격탄을 맞은 캐나다와 멕시코는 미국과 함께 미국-캐나다-멕시코협정(USMCA)을 체결했으나 파트너인 미국의 신뢰도가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크게 떨어지면서 (캐나다, 멕시코는) 더 가까워지고 있다. 다음 달에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멕시코를 방문해 공급망 회복, 항구간 무역, 에너지 및 인공지능 합작투자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내년의 USMCA 재검토를 앞두고 두 나라는 트럼프에 대항할 수 있는 더 나은 방안을 찾고 있다.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공을 비롯한 11개 신흥 경제국들로 구성된 브릭스 국가들 다수가 트럼프의 관세전쟁의 표적이 됐다. 브라질과 인도는 50%의 관세폭탄을 맞았는데,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모디 인도 총리 등과 주로 전화를 통해 새로운 동맹 결집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룰라 총리는 모디 총리와 미국 은행들의 지배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디지털 결제 연계 방안을 협의했고, 나흘 뒤 시진핑 중국 주석과 브라질-중국 무역 심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 회담 뒤 시 주석은 브라질과의 관계가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질서. 브릭스 국가들의 수출에서 미국으로 가는 것은 제자리 걸음이지만 브릭스 국가끼리의 수출 비중은 미국과의 거래 비중을 추월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 8월 20일

 

트럼프 관세전쟁 이후 가속화하는 브릭스 통합

 

브릭스 국가들은 무역에서 대미 의존을 극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예컨대 인도 수출품 중 미국이 수입하는 것은 6분의 1, 브라질 수출품의 경우 7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에 거의 의존하지 않는 셈이다. 20년 전에는 브라질 수출품의 4분의 1이 미국시장에 갔다.

 

브라질, 인도뿐만 아니라 브릭스 국가들은 모두 미국보다 자기들끼리 더 많은 무역을 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거래보다 자기들끼리의 거래 비중이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말하자면 트럼프 관세전쟁 이후 브릭스의 통합이 가속화하고 있다. 태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12개국 이상이 브릭스의 파트너국 지위를 추구하거나 가입을 신청했다.

 

동맹 찾기의 최대 수혜자는 중국

 

이 새로운 동맹찾기의 가장 큰 수혜자(biggest winner)는 중국일 가능성이 높다고 이코노미스트는 지적했다.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 저개발국 또는 신흥 경제국)에 대한 수출은 2015년 이후 2배로 늘었다. 남아시아, 동남아시아, 라틴 아메리카, 중동 등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중국의 수출은 이들 지역에 대한 미국과 서유럽의 수출 합계보다 더 많다. 트럼프 관세전쟁은 이런 역전을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고 있다. 올해 7월 중국의 대미 수출은 급감했지만 전체 수출은 지난해보다 7% 증가했다. 그에 앞서 6월에 시 주석은 아프리카산 수입품에 대해 거의 모든 관세를 없애겠다고 약속했고, 라틴 아메리카와 동남아 정상들과의 회담에 참석했다.

 

8월 1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회담에서 나렌드라 모디(오른쪽) 인도총리와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얘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왕이 외교부장은 인도를 이틀간 국빈 방문했다. 2025.8.19. EPA 연합

 

중국과 동남아, 인도와의 관계 급진전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 GDP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올해 말까지를 목표로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작업을 벌이고 있다.

 

인도와의 관계도 급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중국 기업들과 전기차, 베터리 분야에서 공동 프로젝트를 모색하고 있다. 8월 31일에는 모디 총리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7년 만에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지난 19일 인도를 방문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 겸 당 중앙정치국원과 회담한 뒤 모디 총리는 “우리 관계는 상호 이익과 민감한 부분을 존중하는 자세로 착실하게 개선돼 왔다”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하고 건설적인 양국 관계는 지역 및 세계평화와 번영에 크게 공헌할 것”이라는 글을 SNS에 올렸다. 그에 앞서 왕이 부장을 만난 수브라마냠 자이샹카르 인도 외교부장은 “양국관계는 곤란한 시기를 경험했으나 지금은 전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인 관계 급진전은 미국 일본에겐 뼈아픈 반전

 

중국과 인도는 2020년 유혈 국경충돌 이후 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됐다. 인도는 그 뒤 미국 호주 일본과 안보협력기구 ‘쿼드’(QUAD)를 결성했고, 미국 일본 등과 안보 및 경제 분야 협력을 강화해 왔다.

 

이런 움직임 속에서도 인도 내부에서는 주요 교역상대국인 중국과의 관계개선을 요구하는 소리들이 커지고 있었고, 지난해 10월에 시진핑 주석과 모디 총리가 5년만에 만나 회담한 뒤 양국관계가 ‘재출발’했다는 평가들이 있었다.

 

러시아산 석유 구입과 농산물 시장 개방 반대를 이유로 인도에 50%의 관세를 때린 트럼프의 관세전쟁은 인도의 대중국 접근과 탈미국 움직임을 가속시켰다.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영향력이 큰 인도의 이런 방향 선회가 중국에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반대로 이는 경제 군사적으로 영향력을 키워 온 중국 견제를 위해 중-인 국경분쟁 발발 이후 인도에 대한 접근 노력을 강화해 온 미국과 일본 등에겐 뼈아픈 반전이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교부장관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총리가 8월 18일 도쿄 총리실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2025.8.18. 로이터 연합

 

EU와 일본의 접근

 

EU와 일본의 접근도 주목할 만하다. 7월 하순에 일본을 방문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 등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 등 일본 수뇌부와 함께 트럼프 관세정책에 맞서 자유무역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외교, 경제 장관들간의 대화틀을 만들어 무역과 경제안보 등에 관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EU와 일본의 이런 정상급 회담은 트럼프 2기 집권 이후 처음 열린 것이다. 이들은 구체적으로 우주, 바이오, 디지털, 방위(국방) 분야 산업경쟁력을 강화하고 IT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안정적 조달방안도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마이니치신문> 8월 17일)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일본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12개 가맹국과 EU의 제휴 강화방안 모색이다. TPP는 트럼프 1기 정권이 출범한 2017년 1월 미국이 돌연 탈퇴했으나 지난해에 영국이 가입했으며 캐나다, 멕시코, 호주, 칠레에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국가연합 주요국들도 가담해 가입국이 12개국으로 늘었다. 한국은 아직 가입하지 않고 있다.

 

TPP와 EU 가입국들을 합하면 인구가 10억이 넘고 세계 전체 국내총생산(GDP)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큰 규모다. 미중 등 ‘슈퍼 파워’가 아닌 이들 ‘미들 파워’들의 결집은 트럼프 정권이 선도하고 있는 보호무역주의에 대항하는 유의미한 움직임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전쟁’을 벌인 것은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와 백악관 고문 피터 나바로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미국이 계속 세계무역의 중심이 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그들의 뜻대로 굴러갈 것 같지 않다.              < 한승동 기자 >

 

트럼프 설득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도울만한 군사적 이해관계 만들려는 노력 분석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및 유럽 정상들과 회담을 가진 뒤 백악과 맞은편 라파예트 공원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P연합
 

우크라이나가 미국으로부터 안전 보장을 받기 위해 유럽 자금을 바탕으로 1000억 달러(약 139조원) 규모의 미국산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제안했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가 18일 보도했다. 미국 산업적 이익을 중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설득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편에 서도록 하기 위한 전략적 시도로 풀이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우크라이나의 제안서를 입수했다며 이렇게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이 같은 안보 협력안을 유럽 동맹국들과 사전에 공유했고,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에 앞서 협상 의제로 제시했다고 전했다.

 

해당 문건에는 구체적인 무기 조달 품목이 명시되지는 않았지만, 최소 10기의 패트리엇 방공체계와 주요 미사일 등에 대한 구매 의사를 우크라이나 쪽에서 밝힌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이와 관련해 로이터·아에프페(AFP) 통신도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안전보장의 일환으로 900억 달러 규모의 군사 지원 패키지를 원한다며 전투기, 방공 시스템 등을 포함하는 미국산 무기 구매를 10일 내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미국에 제안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와 별도로 제안서에는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공동으로 500억달러 규모 드론(무인기) 생산 협정도 추진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신문은 전했다. 드론 생산에는 2022년 2월 말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실전에서 드론을 사용해 온 기술을 축적한 우크라이나의 업체가 참여한다는 내용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드론 공동생산 구체적인 내용은 명확하지 않다.

 

우크라이나가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쪽으로 기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이런 제안을 내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산업에 이득이 되는 거래를 추구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해 미국이 우크라이나를 도와주게 할 만한 군사적 이해관계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군사 지원과 관련한 질문에 “우리는 아무것도 (공짜로) 주지 않는다. 우리는 무기를 팔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문건에는 무기 구매 내용 외에도 우크라이나가 영토 양보를 포함하는 어떠한 합의도 수용하지 않으며 평화 합의를 위한 첫 단계로서 휴전을 반드시 요구한다는 내용을 들어 있다고 신문은 보도했다. 문건에는 “지속 가능한 평화는 푸틴(대통령)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미래 침략을 억지할 강력한 안보 틀에 기초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도 했다.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래스카 회담에서 제시한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루한스크 일부 점령지에서 철수하면 현 전선을 동결하자는 제안에 대해서도 거부하는 내용도 문건에 담겼다. 그럴 경우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중부인) 드니프로시로 빠르고 깊이 진격할 교두보를 마련하게 된다”며 푸틴 대통령이 “결국 다른 수단(정치·경제적)으로도 침략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크라이나는 우려했다.          < 윤연정 기자 >

 

트럼프 “푸틴-젤렌스키 양자 회담 추진…4년 전쟁 끝낼 좋은 단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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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양자회담을 추진 중이며 이 회담 이후 자신도 참여하는 3자 회담도 열 계획이라고 18일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백악관에서 젤렌스키 대통령 및 유럽 주요 정상들과 매우 좋은 회담을 가졌다”며 회담 직후 푸틴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나누고 젤렌스키-푸틴 간 회담 개최를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는 회담 장소가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며, 이 회담 이후 자신도 참석하는 3자 회담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약 4년간 지속된 전쟁을 해결하기 위한 매우 좋은 초기 단계”라며 “이번 외교 작업에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 쪽과 함께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1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유럽 정상들과의 다자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
 

앞서 백악관에서는 젤렌스키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알렉산데르 스투브 핀란드 대통령,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 방안과 평화협상 구조 등이 논의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보장 조치에 대해 “유럽 국가들이 주도하고 미국은 조율자로 관여할 것”이라며 “모두가 러시아-우크라이나 평화 가능성에 대해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러시아 “우크라에 나토군 배치 단호히 거부”…서방 시도에 재차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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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현지시각) 크렘린궁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모습. AP 연합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향권에 포함시키려는 서방의 시도에 재차 반발하고 나섰다. 우크라이나와의 직접 협상은 확대하겠다고 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18일(현지시각)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논평에서 “우크라이나에 나토군을 배치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시나리오를 단호히 거부한다는 우리 입장을 반복한다. 이는 갈등을 격화하며, 예측 불가능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영국 등 일부 유럽 국가들의 발언은 우크라이나에서 그들의 노골적으로 도발적·약탈적인 의도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15일 존 힐리 영국 국방장관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파견할 가능성을 언급한 데 대한 반발로 풀이된다. 영국·프랑스를 중심으로 종전 후 안보군 배치를 추진하는 ‘의지의 연합’ 국가들 역시 17일 정상회의를 열어 안전보장군 배치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영국은 러시아·미국의 (평화 협정) 노력에 부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이를 약화하려는 의도가 분명한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고 공격했다. 또 “영국이 무분별한 지정학적 도박을 포기하고 최소한 러시아·미국의 지난한 협상 과정에 개입하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이 성명은 이날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 정상들의 회담이 이뤄지기 전에 나왔다. 이 회담에서 정상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전 보장 방안 등을 논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40여분 간 통화해 우크라이나·유럽 정상과의 논의 내용을 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미국 대통령이 방금 백악관에서 종료된 젤렌스키 및 유럽 정상들과의 협상에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알렸다”며 “(통화가) 솔직하고 매우 건설적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협상단에 참여하는 대표들의 급을 높이는 방안을 고려할 가능성을 논의했다”고도 전했다. 지난 5월 이후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이뤄진 3차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직접 협상 때보다 대표단 직급을 높이겠다는 얘기로 풀이된다. 이전 협상에서 두 나라는 포로 교환에 대해서만 합의를 이뤘다. < 천호성 기자 >

 

‘트럼프가 우크라 버릴라’…유럽 정상 7명, 백악관으로 총출동

18일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참석 젤렌스키 따라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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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이 17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AP 연합
 

18일 백악관에서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 회담에는 유럽 정상 7명도 대거 따라 나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 등을 강요할 것을 우려한 유럽 국가들이 협상의 ‘지원군’을 자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들의 동행은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백악관 정상 회담을 하루 앞둔 17일에야 결정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프랑스·독일·이탈리아·영국·핀란드 정상 등 7명이 이날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

 

유럽 정상들이 이례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몰려가는’ 배경엔, 그가 유럽 안보에 직결되는 영토 양보 등을 우크라이나에 압박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15일 미-러 양자 정상회담에서 평화 협정의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 등의 포기를 내건 것으로 전해졌다. 돈바스는 푸틴 대통령이 향후 유럽에 대한 재침공을 시작하는 기점이 될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유럽·우크라이나가 주장해온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는 선을 긋고 있다.

 

옥사나 미트로파노바 프랑스 리옹3대학 교수는 프랑스 리베라시옹에 “유럽은 트럼프가 돈바스에 대한 완전한 통제권을 (러시아에) 넘기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 가능성을 매우 우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15일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의 주장에 더욱 기운 것처럼 보여 유럽의 조바심이 더욱 커졌다고 유럽 언론들은 분석했다. 여기에 지난 2월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때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옷차림까지 조롱받는 등 공개 면박을 받은 경험도 유럽이 협상 지원에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영국 가디언은 “이들 정상이 갑작스러운 통보에도 불구하고 일정을 비우고 워싱턴으로 향했다는 사실은 15일 트럼프-푸틴 회담으로 그들이 얼마나 위기를 느꼈는지 보여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휴전 없이) 포괄적 평화 협정으로 넘어가자는 푸틴의 주장을 비판 없이 수용했다”고 풀이했다.                                               < 천호성 기자 >

유럽, 휴전 주장하던 트럼프가 ‘평화 협정’으로 돌아선 것 우려

젤렌스키 “살상을 중단하는 것이 전쟁을 멈추는 데 핵심 요소”

푸틴 "매우 유익했다. 우리가 필요한 결정 가까워졌다고 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5일(현지시각) 미국 알레스카에서 정상회담을 한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습. AP 연합
 

지난 15일 미국·러시아 정상 회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합의 없이 끝난 가운데,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의 안전 보장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과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 프랑스·이탈리아·독일·영국·핀란드·폴란드 정상은 16일 공동성명을 내어 “우크라이나가 주권과 영토를 효과적으로 보전하기 위해서는 철통 같은 안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과 나토 가입에 거부권을 가질 수 없다”고 밝혔다. 러시아가 휴전 조건으로 요구해온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배제 등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유럽 정상들은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이어갈 필요성도 주장했다. 이들은 “정의롭고 지속적인 평화가 이뤄질 때까지 러시아의 전시 경제를 압박하기 위한 더욱 광범위한 경제적 (제재) 조처를 강화해나가겠다”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흔들림 없는 연대에 의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 성명은 앞서 이날 오전 트럼프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비롯한 유럽 정상들에게 전화를 걸어 전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을 공유한 뒤 나왔다. 영국·프랑스를 중심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후 안보군 배치를 추진하는 ‘의지의 연합’ 국가들은 17일 화상 정상회의를 열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 방안을 추가로 논의할 예정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북유럽 국가들은 더욱 강경한 어조로 미국을 향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을 촉구했다. 덴마크·에스토니아·핀란드 등 북유럽·발트해 연안 8개국은 이날 별도의 성명을 내어 “푸틴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국제법에 대한 명백한 위반 행위를 끝낼 책임은 결국 러시아에 있다”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과 나토 가입에 대한 거부권이 없다”고 밝혔다.

 

유럽에서는 애초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을 주장하던 트럼프가 ‘평화 협정’으로 돌아선 것을 두고 우려가 이어진다. 러시아가 협정 논의를 빌미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이어갈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르몽드는 이날 “푸틴은 시간을 벌기 위해 협상 준비가 된 척 하고, 결코 끝나지 않을 협상들에 참여할 수 있다”며 “그동안 그의 군대는 우크라이나에서의 점령지를 확장하고 폭격을 지속할 것”이라고 해설했다.

 

젤렌스키 역시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에 “러시아는 여러차례 휴전 요구를 거부하고 있으며, 언제 살육을 중단할지도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이 점이 상황을 복잡하게 만든다”며 “살상을 중단하는 것이 전쟁을 멈추는 데 핵심 요소”라고 썼다.

 

반면 러시아는 15일 정상회담에 대해 만족스러운 반응이다. 크렘린이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과의 회의에서 트럼프와의 회담이 “매우 유익했다”며 “대화는 매우 솔직하고 실효성 있었으며, 우리가 필요한 결정에 가까워졌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 천호성 기자 >

 

푸틴 “돈바스 전체 러시아 영토 인정해야 우크라와 휴전 가능”

트럼프와 알래스카 정상회담서 요구

 

 
 
(왼쪽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각)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 전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에게 이런 내용을 전하면서 ‘평화협정 체결시 미국이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열리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이후 푸틴 대통령도 참여하는 3자 회담을 오는 22일까지 추진하겠다는 계획도 전했다.

 

악시오스는 16일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가 루간스크 및 도네츠크에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러시아는 루간스크의 거의 전부와 도네츠크의 4분의 3을 점령한 상태다. 이 지역은 수년간 우크라이나군이 방어선을 구축해온 핵심 요충지로, 우크라이나는 이 지역을 러시아에 넘겨주는 데 단호히 반대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우크라이나는 추가 영토를 푸틴에게 넘겨주는 것은 헌법 위반이며, 이런 행동이 나머지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추가 공격을 부추길 것이라고 본다”며 “러시아가 아직 장악하지 못한 도네츠크는 향후 러시아 공격에 맞서 우크라이나가 스스로를 방어하는 데 있어 전략적 중요성을 갖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스티브 윗코프 특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푸틴 대통령은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기 전에는 휴전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으며, 평화협정이 체결된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침략을 개시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협정에 포함하겠다고 했다’고 전했다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안전 보장을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직접 주둔하는 방식이 아니라, 유럽 주도의 구조에 대해 미국이 보증 또는 지원을 제공하는 형태를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영국, 폴란드, 핀란드 정상들은 이날 공동 성명에서 “우크라이나는 자국의 주권과 영토 보존을 효과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철통 같은 안보 보장을 받아야 하며, 우리는 미국이 안전 보장을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조르자 멜로니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한 안전 보장 방안이 논의됐다”며 다만 그 틀은 나토 외부에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보장은 나토 집단방위 조항(제5조)에 해당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부터 미국의 안전 보장을 평화협정의 핵심 조건으로 요구해왔다. 하지만 미국 내부에선 ‘해외 전쟁에 미국이 휘말릴 수 있다’는 반대 여론이 강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유럽 쪽 외교 관계자 4명을 인용해 “트럼프가 푸틴으로부터 ‘서방 군대가 우크라이나에 주둔하는 방식으로 평화협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암묵적 동의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정상들과 통화에서 자신과 젤렌스키 대통령, 푸틴 대통령의 3자 회담 마련 계획도 밝혔다. 시엔엔(CNN)은 트럼프 대통령은 3자 회담 마련 시한을 ‘다음 금요일’(22일)로 설정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새벽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젤렌스키 대통령이 18일 백악관을 방문해 자신과 회담할 예정이라는 것을 확인하면서 “모든 일이 잘 진행된다면 이후 푸틴 대통령과의 회담 일정도 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푸틴 대통령 고위보좌관 유리 우샤코프는 러시아 국영 언론에 “3자 회담 구상은 알래스카 회담에서 공식 논의된 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 정상들과의 통화에서 푸틴에 대한 불만도 나타냈다고 한다. 3자 회담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대러 제재를 다시 검토하겠다는 의사도 밝혔다”고 보도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젤린스키 “18일 워싱턴에서 트럼프 만난다…미·우·러 회담 지지”

“전쟁 종식 세부 사항 논의할 것…초청 감사”
러시아 쪽은 3자 회담 개최 여부에 선 그어

 
 

미·러 정상회담을 마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직접 만나기로 했다.

 

시엔엔(CNN)은 현지시각 15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직접 방미 계획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워싱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살상 중단과 전쟁 종식을 위한 모든 세부 사항을 논의할 것”이라며 “초청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알래스카 정상회담을 마친 후 젤렌스키 대통령 등 유럽 국가 정상들과 통화하며 회담 결과를 논의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방금 트럼프 대통령과 길고 실질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먼저 양자간 일대일 대화를 시작했고, 이어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 논의했다. 전체 대화는 1시간 반 이상 이어졌고, 그 중 1시간은 트럼프 대통령과 일대일 대화였다”고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미·우·러 3자 회담 구상을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그는 “우리는 우크라이나와 미국, 러시아의 3자 회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을 지지한다. (전쟁과 관련된) 주요 사안은 정상급에서 논의될 수 있으며 3자 형식이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유럽 정상들도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로 회담 결과를 전달받았다고 아에프페(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 외에도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이유 집행위원장과 통화했다”고 전했다.

 

유럽 정상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적 노력을 환영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보장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군사 지원을 계속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러시아 쪽은 이날 3자 회담 개최 여부에 선을 그었다. 러시아 국영 티브이 채널 베스티는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을 인용해 “이번 미·러 정상회담에서 푸틴·트럼프·젤렌스키 간의 3자 정상회담 재최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앞서 이날 미·러 정상회담은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북부 엘먼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약 3시간 동안 진행됐다.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회담 직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생산적인 대화가 있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휴전 합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 주성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