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극우의 '집권 설계도'를 보다

● WORLD 2025. 11. 18. 01:48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 민주주의 몰락의 이유를 묻다]

게리맨더링·레드맵·마가·프로젝트2025

 

■ 헌법의 경직성 - “개정 불가능한 민주공화국”

 

미국은 민주주의의 본고장이라 불리지만, 그 핵심인 선거와 대표 제도는 국민의 의사를 온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오래전부터 받아왔습니다. 건국의 아버지들은 왕정과 귀족정으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민주공화국의 틀을 견고히 했지만, 그 결과 헌법 개정의 길을 봉쇄했습니다. 상·하원 3분의 2, 그리고 50개 주 중 3분의 2(38개 주)의 의회 동의가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합니다. 

 

사실상 혁명이 아니고서는 헌법을 바꿀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동안 정치권은 정파적 이해관계 속에 헌법 개정 논의를 외면했고, 그 결과 연방대법관의 종신 임기조차 손댈 수 없는 제도로 고착화되었습니다.

 

■ 사법의 폐쇄성 - “아홉 명의 종신 권력”

 

미국 연방대법원은 9명의 종신 재직 판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들 중 다수가 공화당 집권기에 임명되면서, 보수 성향 인사들이 헌법 해석의 최종 권한을 장악했습니다. 결국 사법부는 민주주의의 균형추가 아니라, 보수 진영의 정치적 해석을 확정하는 기구로 전락했습니다.

 

■ 선거의 장벽 - “유권자 사전등록이 만든 배제의 민주주의”

 

미국은 ‘유권자 사전등록제(Voter Registration)’를 통과해야만 투표할 수 있습니다. 등록하지 않은 국민은 투표장에 갈 자격조차 없습니다. 이 제도는 오늘날 미국의 투표율을 세계 최하위권으로 끌어내린 주된 요인입니다. 대통령선거는 60%를 넘은 적이 드물고, 하원의원선거는 40% 미만, 지방선거는 20%대에 머무는 경우가 흔합니다. 1980년대 75% 수준이던 등록률은 2022년 메인주 92%, 조지아 64%, 텍사스 58%로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U.S. Election Project, 2023).

 

특히 흑인·라틴계·아시아계 저소득층에게는 사전등록 과정이 구조적으로 불리하게 작동합니다. 얼굴 사진이 부착된 신분증이나 범법 이력 무증명서 등 경제적 비용이 요구되고, 주중 업무시간만 운영되는 등록 창구는 장시간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참여를 차단합니다. 결국 “참여할 수 있는 시민”과 “참여할 수 없는 시민”을 가르는 장벽이 되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 100일 연설을 듣기 위해 미국 미시간주 머콤 카운티 현장을 찾은 지지자들이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트럼프의 선거 구호)라는 문구가 새겨진 전광판 아래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025.4.30 연합
 

■ 게리맨더링 - “10년마다 그려지는 권력의 지도”

 

미국은 10년마다 인구센서스 결과를 바탕으로 선거구를 재획정합니다. 이 권한을 가진 주 의회가 공화당일 경우, 자신들에게 유리한 선거구를 그려 권력을 재생산합니다. 이른바 ‘게리맨더링(Gerrymandering)’입니다.

지도가 곧 권력이 되는 시대, 지도 한 장으로 10년의 정치 구도가 결정됩니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러한 행위가 법원에 의해 합법화되어 제도적 불평등으로 고착된 점입니다.

 

■ 다이아몬드의 경고 - “미국은 스스로를 무너뜨릴 것이다”

 

역사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는 『대변동(Upheaval, 2019)』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습니다. “미국은 두 대양과 우호적인 이웃으로 보호받는 축복받은 나라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무너진다면, 그것은 외부의 적이 아니라 우리 자신 때문이다.” (The U.S. is a blessed country... - Upheaval, 2019)

제도는 건재하지만, 시민의식이 제도를 지탱하지 못할 때, 민주주의는 내부로부터 부식됩니다.

 

■ 레드맵(REDMAP) - “지도 위에서 승리하라”

 

2010년, 공화당 전략가 크리스 얀코스키(Chris Jankowski), 토머스 호펠러(Thomas Hofeller), 칼 로브(Karl Rove)가 주도한 RSLC(Republican State Leadership Committee)는 레드맵(REDMAP, Redistricting Majority Project)을 추진했습니다. GIS(Geographic Information System) 기술로 인구·투표 성향·소득·인종 데이터를 결합해 선거구를 정밀 설계했습니다. 그 결과, 2012년 총선에서 민주당은 전국 득표율 50.6%, 공화당은 48.7%였음에도 공화당이 234석(54%)을 차지했습니다 (U.S. House of Representatives, 2012). ‘지도 위의 쿠데타’가 완성된 것입니다.

 

■ 셸비 카운티 대 홀더 (Shelby County v. Holder, 2013) - 감시의 문이 닫히다

 

이 판결은 흑인 투표권을 보호하던 1965년 투표권법 제5조의 효력을 사실상 제거했습니다. 대법원장 존 로버츠(John G. Roberts Jr.)는 “미국은 더 이상 제도적 인종차별을 시행하지 않는다”고 판시했습니다 (Vox, 2019.07.11). 이후 남부 여러 주는 투표소 축소, 조기투표 제한, 신분증 요건 강화 등 새로운 장벽을 세웠습니다 (Brennan Center for Justice, 2014). 결국 ‘레드맵’ 전략은 사법의 보호를 받으며 제도적 기틀을 굳혔습니다.

 

■ 루초 대 커먼 코즈 (Rucho v. Common Cause, 2019) - 게리맨더링의 합법화

 

정당 이익을 위한 선거구 조작이 헌법 위반인지 다투었던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보수 5명 대 진보 4명의 구도로 “게리맨더링은 헌법적으로 금지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Washington Post, 2019.06.27). 결국 사법부는 ‘정치적 게리맨더링’을 합법화했고,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할 마지막 제도적 통제 장치마저 사라졌습니다.

2013년 Shelby County v. Holder가 “연방의 감시를 제거”했다면, 2019년 Rucho v. Common Cause는 “정당의 조작을 합법화”했습니다. 두 사건은 미국 민주주의의 제도적 기반을 붕괴시킨 쌍두마차였습니다.

 

■ MAGA 운동의 정치적 기원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Donald Trump, 1946– )가 2015년 대선에서 내건 구호지만, 그 뿌리는 2009년 티 파티(Tea Party) 운동입니다. 작은 정부·감세·반이민·애국주의를 기치로 내건 이 운동은 백인 보수층의 불안과 분노를 조직화했고, 공화당을 전통적 보수에서 극우 포퓰리즘으로 전환시켰습니다 (The Atlantic, 2010). 트럼프는 “그들이 노리는 것은 나 하나가 아니다. 당신들이다.”(CNBC, 2020.09.10)라며,엘리트 워싱턴 기득권 대 ‘잊힌 국민(White Middle America)’ 구도를 확립했습니다.

 

■ Project 2025 - 행정권력 장악의 청사진

 

보수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은 2022년 900쪽에 달하는 『Project 2025』를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2기 혹은 유사한 보수 정권이 즉시 시행할 행정 매뉴얼입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딥스테이트(Deep State)청산 — 5만 명 공무원 교체 (Politico, 2023.07.28).

2️⃣ 행정명령 통치— 대통령 권한 집중 (Fox News, 2023.08.01).

3️⃣ 기독교 국가주의 사회정책 강화— LGBTQ+ 권리 축소, 여성 재생산권 제한 (New York Times, 2023.08.10).

4️⃣ 기후·환경 정책 폐기— 파리협정 탈퇴, 화석연료 확대.

“Our aim is to restore the soul of America through faith and order.”

— Heritage Foundation, Project 2025 Preface (2022)

이는 ‘신앙과 질서’로 포장된 행정쿠데타의 설계도였습니다.

 

■ LGBTQ+ 권리 축소 - “정체성의 삭제”

 

‘LGBTQ+’는 다음을 뜻합니다.

L(Lesbian): 여성 동성애자,

G(Gay): 남성 동성애자,

B(Bisexual): 양성애자,

T(Transgender): 성별 정체성이 출생 시 지정 성별과 다른 사람,

Q(Queer/Questioning): 기존 성규범 밖의 정체성 혹은 탐색 중인 사람,

‘+’는 Intersex, Asexual, Non-binary 등 그 외 성 정체성을 포괄합니다.

 

Project 2025는 이 다양성을 인정하는 대신, ‘성(sex)’의 정의를 생물학적 남녀 이분법으로 한정하고, 성적지향·성별정체성을 이유로 한 차별금지 조항을 삭제하려 합니다 (Guardian, 2024). 동성혼 지원 중단, 성전환자 의료비 삭감, 교육부 프로그램 폐지 등이 구체적 조치입니다. 이는 단순한 행정 개편이 아니라, 정체성 자체를 삭제하려는 시도입니다.

 

■ 여성 재생산권 제한 - “몸의 통제”

 

프로젝트 2025는 낙태 접근을 차단하고 낙태약 우편 발송을 금지하며, ‘양심적 거부’ 조항 확대를 통해 피임 접근권까지 축소합니다 (National Women’s Law Center, 2023). 이는 ‘작은 정부’를 외치면서 가장 개인적인 영역에 개입하는 역설입니다.

 

■ 이념적 배경 - “기독교 국가주의의 복귀”

 

이 프로젝트의 근저에는 ① 기독교 국가주의, ② 생물학적 성별 이분법, ③ ‘작은 정부 + 전통가족’이라는 틀이 있습니다. 이는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2022) 판결 이후 보수 진영의 반격을 제도화한 결과였습니다 (Ms. Magazine, 2022). 결국 Project 2025는 시민의 자유를 통제하는 파시즘적 신정국가의 청사진이었습니다 (ACLU, 2023).

 

■ 네트워크의 확장 - 록브리지 · TPUSA · CPAC

 

Rockbridge Network: 피터 틸(Peter Thiel)과 리처드 율라인(Richard Uihlein)이 후원 (Guardian, 2022.05.03).

Turning Point USA (TPUSA): 찰리 커크(Charlie Kirk, 1993– ) 주도 (New York Times, 2021.07.14).

 

CPAC: 보수진영 최대 정치 행사, 트럼프 복귀 플랫폼으로 변모 (Reuters, 2021.02.28).

War Room: 스티브 배넌(Steve Bannon, 1953– ) 운영 (NBC News, 2021.01.15).

레드맵이 제도를 장악했다면, MAGA는 대중을 동원했고,

Project 2025는 그 동원을 행정권력으로 체계화했습니다.

 

■ 한국적 함의 - “극우의 제도화 · 사법의 정치화”

 

이러한 미국의 극우화는 한국에도 깊은 함의를 남깁니다. 2008년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신자유주의+반공주의+종교보수’를 결합해 이명박(1941– ) 정부의 정치적 기반을 제공했던 것처럼, 오늘날 한국의 사법 엘리트·종교 네트워크 결합은 MAGA 구조의 국내적 변주로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 민주주의의 지속 가능성은 ① 사법개혁, ② 종교·정치의 분리, ③ 시민 감시기구 강화에 달려 있습니다.

 

■ 민주주의, 진화를 멈춘 체제의 말로

 

민주주의는 완성된 경전이 아닙니다.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제도이자, 끊임없는 진화의 과정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민주주의는 진화를 멈추었습니다.

 

게리맨더링의 합법화, 레드맵의 제도 장악, MAGA의 대중 선동, Project 2025의 행정 쿠데타. 이 네 축은 “민주공화국이 내부로부터 어떻게 붕괴되는가”를 보여주는 실험장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교본처럼 배워온 ‘미국식 민주주의’는 이제 신화에서 현실로 추락했습니다.

그리고 그 현실은 우리에게 묻습니다. “대한민국은 이 길을 반복할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진화를 이룰 것인가.”

 

12·3 내란 사태 이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정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도, 미국처럼 도태될 수도 있습니다.

 

검찰과 사법 권력의 개혁, 극우 정서의 차단, 시민 주권의 확립 -이 모두는 역사의 숙제이자,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유산입니다.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시민이 매일 새로 써 내려가는 진화의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 이병권 인문연구가 >

 

나이아가라서 회동 후 공동성명…러 전쟁 조력자엔 제재검토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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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촬영 하는 G7 외교장관들. 뒷줄 왼쪽 2번째가 한국의 조현 외교장관. [나이아가라<캐나다 온타리오주> AP=연합]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이 12일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G7 외교장관은 이날 캐나다 온타리오주 나이아가라 지역에서 회동 후 공동성명을 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에 따라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강하게 규탄하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우리의 의지를 재확인한다"라고 밝혔다.

 

또한 북한의 가상화폐 절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촉구했다.

 

G7 외교장관은 앞서 지난 9월 23일 유엔총회 고위급 주간 회동 후 낸 공동성명에서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한 바 있다.

 

한편 G7 외교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북한과 이란의 러시아에 대한 군사 지원 제공과 중국의 무기 및 이중용도 부품 제공을 규탄한다"며 이들이 러시아 전쟁 수행의 결정적인 조력자라고 지적했다.

 

장관들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즉각적인 휴전 필요성을 재강조하면서 "우리는 러시아에 대한 경제적 비용을 증대시키고 있으며, 러시아의 전쟁 노력을 재정적으로 돕는 국가와 단체를 향해 제재 부과를 살펴보고 있다"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수단 내전 사태와 관련해서는 수단 반군 신속지원군(RSF)이 서부 알파시르와 북코르도판 지역에서 민간인 및 구호 인력을 공격하고 최근 폭력행위를 고조한 것에 대해 강하게 규탄했다.                                                               < 이지헌 기자 >

"마약 미국 유입 막는 데 주력" vs "마두로 퇴임 않으면 내달쯤 군사행동"


                                                       미 항공모함 제럴드 포드 호 [연합=미 해군 제공]

 

미국과 베네수엘라간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세계 최강 항공모함(항모)인 미 해군의 제럴드 포드 호와 소속 전단이 베네수엘라 인근으로 접근하면서 과연 미국이 대(對)베네수엘라 군사행동에 나설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14일 AP 통신에 따르면 그동안 지중해에서 작전 활동을 벌여온 포드 항모 전단은 현재 중남미와 카리브해의 일부 지역을 관장하는 미군 남부사령부 관할 수역으로 들어왔지만 아직 카리브해에는 배치되지 않았으며, 수일 내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 도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드 항모 전단의 카리브해 투입은 중남미 지역에서 근래에 볼 수 없었던 미국의 군사력 시위로, 포드 항모전단에서 함재기가 이륙하거나 미사일이 발사돼 베네수엘라 내의 목표물을 타격하고, '독재정권'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퇴진을 압박할지에 대해선 관측이 엇갈린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국제위기그룹(ICG)의 엘리자베스 디킨슨 수석분석가는 포드 항모 전단의 카리브해 배치에 대해 "이것은 라틴아메리카에서 미국의 군사력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를 다시 한번 보여주는 중요한 사건"이라면서 "미국이 실제로 군사력을 사용할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모두가 숨죽이며 지켜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약과의 전쟁'을 내세우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포드 항모 전단의 배치를 일단 마약단속작전의 일환으로 규정하고 있다.

 

앞서 트럼프 정부는 카리브해 지역의 미군 전력 증강에 이어 베네수엘라 해안 인근 상공에서의 장거리 전략폭격기 B-52, B-1 무력시위, 중앙정보국(CIA)의 베네수엘라 내부 작전 승인, 마약 운반선 추정 선박에 대한 잇따른 공격 등으로 베네수엘라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은 그동안 '움직이는 군사기지'라고 불리는 대규모 군사 자산인 항모 전단을 다른 국가에 압력을 가하고 영향을 미치는 억지력의 도구로 주로 사용해 왔으며, 군사적 행동으로 연결되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12일 캐나다에서 G-7(주요 7개국) 외교장관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은 조직범죄 마약테러리스트를 소탕해 마약이 미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면서 "그게 바로 그가 승인한 일이고, 군이 하는 일이며, 우리의 자산이 그곳에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포드 항모전단의 배치가 마약차단보다는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교체에 더 중점을 둔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ICG의 디킨슨 분석가는 "항모(배치)의 효과 가운데 마약거래근절에 유용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면서 "베네수엘라에 압력을 가하는 데 훨씬 더 치중된 메시지"라고 말했다고 AP는 전했다.

 

미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의 브라이언 클라크 분석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사용할 의도가 없었다면 포드급 항모를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이(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목표 달성을 위해 군사력을 사용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며, 마두로가 내달쯤 사임하지 않는 한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실제로 군사작전을 수행하고 싶어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행동에 나설 경우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마크 캔시언 수석고문은 베네수엘라가 러시아로부터 받은, 비교적 정교한 미사일방어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다고 상기시키면서 "그들(베네수엘라)은 많은 시스템을 갖고 있고, 일부는 비교적 최신 시스템이며, 모두 이동식이라서 아마도 모든 시스템을 장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그래서 일부 항공기를 잃을 위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베네수엘라 정부는 포드 항모 전단이 카리브해로 이동해 오자 최근 육해공군은 물론 예비군에 대한 대규모 동원령을 발령해 대응훈련을 실시하는 등 미군의 공격에 대비하고 있다.                                                      < 김병수 기자 >

 

유럽, 미 카리브해 작전에 "국제법 위반"…루비오 "고마워해야"

카리브해 마약 밀수선 단속 둘러싸고 신경전 가열


                                        미국이 카리브해에서 폭격한 베네수엘라 마약운반선 [로이터 연합]
 

카리브해 일대에서 마약 선박을 겨냥한 미군의 군사작전을 둘러싸고 미국과 유럽의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미국의 이런 작전을 불법으로 보고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지만, 미국은 오히려 자국의 군사작전으로 마약이 유럽으로 향하는 것을 막아준 만큼 유럽이 감사해야 한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 회의에서 미국의 카리브해 작전의 불법성을 지적하는 발언이 터져 나왔다고 12일 보도했다.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지난 11일 기자들에게 카리브해 작전은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카야 칼라스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NBC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공격은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고 꼬집으며 G7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다고 밝혔다.

 

아니타 아난드 캐나다 외무 장관도 자국이 미국의 마약 단속 노력을 지원해오기는 했지만, 카리브해 작전에는 "관여한 바 없다"며 거리를 뒀다.

 

그러나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의 반응은 사뭇 달랐다.

루비오 장관은 "단 한 사람도 회의에서 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며 관련 내용이 G7 회의에서 논의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그는 카리브해 공격이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일각의 지적에 관해서도 "핵심은 대통령이 테러 조직으로부터 위협받고 있는 미국의 이익과 안보를 수호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반박했다.

 

또 미국이 표적으로 삼은 카리브해 마약 선박의 상당수가 궁극적으로는 유럽으로 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그러니 유럽이 우리에게 감사해야 할 수도 있다"라고도 했다.

 

미국은 베네수엘라 마약 카르텔이 자국에 마약을 밀매하고 있다고 보고 카리브해에서 마약 운반선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격침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 미군의 공격으로 76명이 사망하는 등 공격이 지속되자 국제사회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 이신영 기자 >

트럼프 어둠 뚫은 맘다니의 반격과 두 번의 기적

● WORLD 2025. 11. 7. 02: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존 정치문법이 무너진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
기득권 연합의 벽을 뚫고 일어난 첫 번째 기적
트럼프·쿠오모 연합전선 넘어선 압도적 대승리

다인종 노동자 연대와 좌파적 포퓰리즘의 결합
팔레스타인 연대로 드러난 용기와 새로운 희망
세 번째 기적을 향한 연대와 투쟁의 과제들

 

“이민자든, 트랜스젠더 공동체의 일원이든, 트럼프가 연방 정부 직책에서 해고한 수많은 흑인 여성이든, 식료품 가격이 내려가기를 기다리는 싱글맘이든, 혹은 벽에 등을 기대고 있는 누구든 여러분의 투쟁은 우리의 투쟁입니다. …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의 ‘파시즘’을 거부할 것이며, ICE 요원들이 우리의 이웃을 추방하는 것을 막고, 노동하는 사람들을 위해 싸울 것입니다. … 트럼프는 우리 중 누구를 건드리려면 우리 모두를 뚫고 지나가야 합니다. … 저는 무슬림이고, 민주적 사회주의자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에 대해 사과할 생각이 없습니다. … 우리가 함께 꾸었던 꿈들이 우리가 함께 실현해 나갈 의제가 되게 합시다. 이 힘은 당신의 것이고 이 도시는 당신의 것입니다."(조란 맘다니의 당선 연설 중에서)

 

트럼프 시대의 미국을 지켜보며 우리는 거듭된 충격 속에서 '저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던져왔다. 기존의 정치 문법이 무너지고 상식이 조롱당하는 듯한 현실은 많은 이들에게 냉소와 무력감을 안겨주었다. 그러나 어제 뉴욕에서 바로 그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반대의 방향에서, 희망의 이야기로 펼쳐졌다.

 

올해 초, '젊은 급진좌파 무슬림'이라는, 주류정치에서 '실패 보증수표'처럼 여겨지는 정체성을 가진 조란 맘다니(Zoran Mamdani)가 뉴욕시장 도전을 선언했을 때, 그의 지지율은 여론조사 오차범위에도 미치지 못하는 1%에 불과했다. 그 누구도, 심지어 낙관적인 진보 논객들조차 그의 당선을 전망하지 못했다. 

 

맘다니는 치열함, 강렬함, 열정을 뜻하는 "intensity"의 정치인이다. 2023년 백악관 앞에서 단식하면서 가자 전쟁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영구적인 평화 협정을 촉구하는 맘다니. (Instagram, zohrankmamdani)

 

그는 뉴욕의 억만장자들과 뿌리 깊은 이슬람포비아라는 두 개의 거대한 벽에 동시에 맞서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맘다니는 불과 반년 만에, 기성 정치의 거대한 장벽을 뚫고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로 당선되는 첫 번째 기적을 일으켰다. 그것은 수십 년간 뉴욕 정치를 지배해 온 기득권-부동산-금융 복합체에 대한 정면 도전의 신호탄이었다.

 

충격을 받은 기득권 카르텔의 공포는 즉각적으로 '반(反) 맘다니 전선' 연합체를 만들어냈다. 맘다니의 본선 당선을 막기 위한 이 연합에는 정치적 스펙트럼을 초월한 세력들이 집결했다. 도널드 트럼프와 공화당의 극우 세력, 척 슈머를 비롯한 민주당 주류 지도부, 일론 머스크와 월스트리트의 억만장자들이 그 주축이었다.

 

그리고 '안정'과 '현상 유지'라는 공동의 이익으로 묶인 '뉴욕 타임스'와 '월스트리트 저널' 같은 주류언론까지 크고 작게 맘다니를 막아서기 위해 힘을 보탰다. 맘다니가 위협하는 것은 트럼프와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과 사회의 주류 엘리트들이 안주해 온 신자유주의적 합의 그 자체였기 때문이다.

 

이들의 연합은 전방위적이며, 극도로 악랄한 '마녀사냥'의 형태로 이어졌다. 맘다니를 향한 네거티브 캠페인은 정책 비판의 수준을 넘어섰다. '맘다니는 서류 미비 불법체류 이민자', '반유대주의적 무슬림 지하디스트', '공산주의적 테러리스트'라는 원색적인 비난과 날조된 정보가 타블로이드 신문과 소셜 미디어를 뒤덮었다.

 

이러한 공격이 특히 더 비열했던 이유는 뉴욕이라는 도시의 특수성 때문이었다. 뉴욕은 9.11 테러의 상처가 그 어느 곳보다 깊게 새겨진 곳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유대인이 거주하는 도시 중 하나다. '무슬림 지하디스트'라는 프레임은 9.11의 트라우마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은 뉴욕의 유대인 유권자들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무기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 주류 지도부는 맘다니를 도와줄 생각이 별로 없어 보였다. 그들은 마지못해, 뒤늦게야 소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을 뿐이다. 특히 민주당의 상원 원내대표이자 뉴욕의 유력 정치인인 척 슈머는 선거 막판까지 맘다니에 대한 지지를 거부했다. 맘다니의 급진적인 정책 노선이 기득권 후원자들의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곳곳에 군대를 투입해 온 트럼프는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비난해 왔고 뉴욕에도 군대를 투입하고 비상사태를 선포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관련 방송 갈무리

 

반면 가장 앞장서서 맘다니를 "공산주의자"라고 공격하던 트럼프는 막판에 이르러 기상천외한 '역사표' 논리까지 펴면서 결사적으로 맘다니 낙선에 매달렸다. '공화당 후보 슬리와를 찍으면 어차피 맘다니가 된다. 차라리 민주당 출신이지만 그나마 정상적인 앤드류 쿠오모를 찍으라'며 민주당 출신 무소속 후보인 쿠오모를 지지한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거대한 장벽과 집요한 방해 공작에도 불구하고, 조란 맘다니는 다시 한번, 1년 만에 뉴욕시장으로 당선되는 두 번째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단순한 승리가 아니다. 그것은 민주당의 전통적 주류와 기득권 세력을 상징하는 쿠오모 후보와 공화당의 슬리와 후보의 득표 합계를 뛰어넘는 압도적인 '대승리'였다.

 

당파를 뛰어넘은 반대 세력의 연합된 힘, 쿠오모를 지지한 억만장자들의 사상 최고 수준의 막대한 자금력, 그리고 집요한 마녀사냥도 뉴욕 시민들의 변화에 대한 열망을 막을 수 없었다. 맘다니의 승리는 무엇이 이 거대한 반격을 가능하게 했는지 명확하게 보여주었다.

 

첫째, 트럼프의 극우 인종주의와 반이민 정책에 맞선 선명한 '다인종 민주주의'의 비전이었다. 맘다니는, 인종과 젠더에 대한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강조하면서도 이민 정책과 경제적 불평등 문제에서는 거듭 타협하고 후퇴하던 민주당의 기존 주류들과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라는 구호뿐 아니라, 월스트리트의 이익을 대변하는 민주당의 '무지개 신자유주의'와도 싸워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미국의 좌파 매체 <자코뱅Jacobin>은 이렇게 지적한다. "맘다니는 '흑인 CEO'나 '여성 억만장자'를 늘리는 자유주의적 포용이 아니라, 브롱크스의 흑인 노동자와 퀸스의 라티노 이민자, 맨해튼의 가난한 백인 예술가가 '서류 미비 이웃'과 함께 공동의 적(부동산 자본과 억만장자)에 맞서 싸우는 '다인종 노동계급 연대'를 호소했다."

 

이슬람포비아 마녀사냥에 맞서 무슬림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던 맘다니 - 관련 방송 화면 갈무리

 

둘째, 맘다니는 이처럼 자유주의적 정체성 정치를 넘어서는 급진적인 '좌파적 포퓰리즘' 정책을 제시했다. 그의 핵심 공약은 민주당이 고수해 온 자유시장 정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전면적인 임대료 동결 및 인하, 대규모 공공주택 공급, 지하철과 버스 등 공공교통 무상화, 보편적 공공 보육, 그리고 이를 위한 재원 마련으로서의 '부유세' 도입과 법인세의 급격한 인상.

이러한 정책들은 기득권 언론으로부터 "사회주의적", "비현실적"이라는 맹비난을 받았지만, 수십 년간 천정부지로 솟은 임대료와 망가진 공공 서비스에 고통받아 온 뉴욕 시민들에게는 '새로운 희망' 그 자체로 받아들여졌다. 맘다니는 "뉴욕은 소수의 억만장자들을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일하는 다수를 위한 도시가 되어야 한다"라고 분명히 말했다.

 

셋째, 맘다니는 이슬람포비아적 공격에 굴복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반유대주의자'라는 낙인을 정면으로 돌파하며 팔레스타인 연대를 분명히 했다. 이는 미국 주류정치, 특히 민주당 내부에서 가장 피해 가는 문제였다. 맘다니는 '지하디스트'라는 비난에 "나는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폭격으로 가족을 잃은 이들의 편에 서는 평화주의자"라고 응수했다.

 

더 나아가 그는 바이든 행정부의 확고한 시오니즘과 이스라엘 지원 정책에 확고히 반대하며, 공개적으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점령과 '집단학살(Genocide)'을 규탄하고 팔레스타인에 연대했다. 이는 이스라엘을 비판하면서도 '집단학살'이라는 용어 사용을 피하던 버니 샌더스보다도 한발 더 나아간 태도였다.

 

맘다니의 이러한 용기와 선택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여론, 특히 젊은 세대와 유색인종 유권자들의 변화하는 정서를 정확히 포착했다. 그는 이 문제를 '유대인 대 무슬림'의 갈등이 아닌, '식민주의 대 피식민주의', '인권'의 문제로 접근하면서 기존 정치인들이 외면했던 잠재적 지지층을 결집하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일상을 감당할 수 있는 뉴욕을 만들자는 맘다니의 메시지에 환호하는 지지자들. (Zohran for New York City)

 

맘다니는 자신이 '민주적 사회주의자(Democratic Socialist)'라는 것을 결코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그는 '자본주의가 낳은 불평등과 부조리'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리고 이런 맘다니의 선거 캠페인에는 무려 10만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결합했다. 이들은 대부분 다인종 이민자나 청년들이었다. 물론 DSA(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 회원들도 많았다.

 

이들은 뉴욕의 곳곳을 문자 그대로 '누비고' 다녔다. 그들은 집집마다 방문해서 문을 두드리고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과 주장을 끈질기게 알렸다. 동시에,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기성 언론이 장악하지 못한 새로운 플랫폼에서 온갖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상과 밈(meme), 게시물로 맘다니의 메시지를 가장 효과적으로 퍼트렸다.

 

이는 최근 몇 년간 미국 사회에서 나타났던 세 가지 중요한 여론조사의 흐름과 정확히 일치했다. 1.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는 트럼프의 지지율  2.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에서 이스라엘보다 팔레스타인에 더 공감한다는 여론  3. '자본주의'보다 '사회주의'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급격한 성장.

 

맘다니와 그의 동료들은 이러한 여론의 흐름을 정확히 포착하고 조직해냈지만, 기존의 민주당 주류는 이 흐름을 전혀 감지하지 못하거나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트럼프라는 심각한 위험 앞에서도 지금 민주당의 지지율이 여전히 공화당보다 더 낮게 맴도는 기현상은 바로 이 '시대착오적 안일함' 때문이었다.

 

지난 10월 26일, 맘다니의 대규모 유세장에서 벌어진 한 장면은 이 모든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 맘다니 지지 연설을 하러 무대에 올라온 캐시 호철 뉴욕 주지사가 1만 3천 명의 청중으로부터 거대한 야유와 "부자에게 세금을!" 구호 속에 파묻혀 쫓겨나듯 무대를 내려가던 장면은, 민주당 기득권 세력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와도 같았다. 

 

올해 초, 트럼프의 당선을 보며 많은 이들이 '미국 사회가 전반적으로 우경화하고 있다'라고 일면적으로 진단했다. 하지만 미국의 더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의 고통과 불만을 해결해 줄 기존과는 다른 '더 나은 대안'을 절박하게 찾고 있었던 셈이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이 아닌 '맘다니즘'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거대한 가능성을 열어젖혔다. 

 

지역의 주요 노동조합들도 맘다니를 지지하고 나섰다 - 출처: 맘다니의 트위터

 

이번에 뉴저지와 버지니아의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했지만, 그것은 '트럼프가 싫어서'가 낳은 결과였다. 반면 맘다니의 승리는 적극적 열망의 결과였다. 이는 내년 미국 중간선거와 3년 후 대선을 위해 민주당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보여주는 시금석이다. 민주당은 근본적 변화를 요구받고 있으며, 이를 눈치챈 버락 오바마도 '맘다니를 돕겠다'며 나서고 있다.

 

트럼프의 핵심 전략가였던 스티브 배넌조차 맘다니가 제기하는 가능성에 대해서 이렇게 경고한 적이 있다. "전통적인 민주당은 죽었다. 맘다니가 그들의 낡은 당을 완전히 부숴버렸다. 맘다니는 사람들을 거리로 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 물론, 맘다니가 뉴욕시장으로서 직면할 도전들은 선거 과정에서 겪었던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어렵고 험난하다.

 

트럼프는 일찌감치 "급진 좌파 시장이 장악한 뉴욕에 대한 연방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하겠다"라고 선포했다. 나아가 트럼프는 분명히, 이민자들의 도시인 뉴욕에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을 대대적으로 투입해 폭력적인 충돌을 유도하고 도시를 혼란에 빠뜨리려 한다. 억만장자들은 자본과 투자를 철수하는 '자본 파업'으로 맘다니의 정책을 마비시킬 수 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뉴욕 주지사와 연방상원 의원들조차 맘다니의 급진적 정책 실현을 돕기보다는 주 의회와 연방 의회 차원에서 교묘하게 방해하고 가로막을 가능성이 높다. 주류언론들의 공격은 더욱 교묘해질 것이다. 그들은 진작부터 '맘다니는 명문대 교수 아빠와 유명 영화감독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금수저 출신의 위선적 내로남불 좌파' 프레임을 구축해 왔다. 정책 자체의 난관도 존재한다.

 

예컨대 임대료를 급격하게 동결하거나 인하할 경우, 대출에 의존해 주택을 소유한 중소형 주택소유주들이 파산할 수 있으며, 이는 다시 지역 은행과 그 은행에 맞물린 기업에 타격을 가해 경제적 혼란을 촉발할 수 있다. 이 모든 공격과 방해, 어려움을 딛고 맘다니가 뉴욕 시민들에게 약속을 지켜내고, 그들의 마음을 계속 모아나가려면, 지혜롭고 효과적인 정책 추진 능력뿐만 아니라 그를 뒷받침할 아래로부터의 기반과 투쟁, 연대가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지금 뉴욕의 노동조합과 좌파 단체들의 조직률과 투쟁력은 그다지 높지 않은 상태다. 맘다니의 정치적 승리가 거리와 현장에서의 '사회적 운동'의 성장과 결합하지 못한다면, 그의 개혁은 기득권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좌초될 위험이 크다. 맘다니의 승리는 트럼피즘의 어둠 속에서 우리에게 큰 희망과 영감을 주었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불가능해 보였던 1년 동안 두 번의 기적을 만들어낸 맘다니와 그의 지지자들은 다시 세 번째 기적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 세계와 한국에서 극우적 반동과 혐오 정치의 위험에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이, 조란 맘다니의 극적인 승리와 그 경험 속에서 '어떻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지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