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밴스와 격론…백악관 정상회담 이례적 결렬


미국 측 광물협정 조인식, 오찬 취소하고 "떠나달라"
"한번이라도 고맙다고 해봤나" 젤렌스키 '태도' 비난

트럼프 "젤렌스키 종전 원치 않아, 미국 없이 싸워라"
"합의안 서명하면 처지 좋아질 것"…타협 기대는 유지

 

"(푸틴과 젤렌스키, 양측과 공히 보조를 맞추고 있느냐는 언론 질문에) 나는 푸틴과 같은 편이 아니다. 누구와도 같은 편이 아니다. 미국 편이다. (종전을 바라는) 세계 편이기도 하다. 나는 전쟁을 끝내고자 한다. 푸틴에 대한 젤렌스키의 엄청난 증오는 이해한다. 그러나 타협안을 도출하려는 입장에서 그러한 증오는 일을 매우 어렵게 한다…." (트럼프)

"평화로 가는 길, 번영으로 가는 길은 외교에 뛰어드는 것이다. 미국이 좋은 나라인 것은 외교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하는 일이다." (밴스)

"내가 물어봐도 되나. 푸틴은 우크라이나 동부와 크림반도를 점령했다. JD, 당신은 지금 어떤 종류의 외교를 말하나." (젤렌스키)

"MR. 대통령(젤렌스키), 나는 당신 나라의 파괴를 끝낼 외교를 말하는 거다. 백악관 집무실에 와서 미국 언론 앞에서 싸우려는 건 무례한 행동이라고 본다. 지금 우크라이나에 문제가 있다는 데 동의하지 않나? 당신 나라의 파괴를 막으려 노력하는 (트럼프)행정부를 공격하는 게 예의인가." (밴스)

"전쟁 중에는 누구나 많은 문제를 갖게 된다. 심지어 당신들도 그렇다. (전쟁터와의 사이에) 멋진 대양을 갖고 있어 지금은 못 느끼지만 언젠가 느낄 거다. 신의 축복이 있기를." (젤렌스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J.D. 밴스 부통령과 격론을 벌이고 있다. 2025.2.28. EPA 연합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미국-우크라이나 정상 간에 벌어진 '막장 설전'의 도입부다. 양쪽에 태평양과 대서양을 두고 있는 미국의 지리적 이점 덕분에 전쟁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언젠가 느끼게 될 것이라는, 일종의 악담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버럭 화를 낸 지점이다. 애당초 격론을 벌일 자리가 아니었다. 어차피 심각하게 협상하는 자리가 아니었다. 우크라전 종전 방안을 확정 짓는 자리도 아니었다.

 

희토류와 가스, 원유를 포함한 광물협정은 서명식만 남긴 상태였다. 소파에 앉아 덕담이나 주고받고 서명식을 한 뒤 공식 오찬으로 이어졌을 자리가 파국으로 치달았다. J.D. 밴스 부통령과의 언쟁하면서 '싸움닭'으로 변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 대통령이 빌미를 제공했다고 본다.

 

정상 간 비공개 대화에서 트럼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입장을 두둔하는 데 실망했을 가능성이 다분하다. 그렇다고 해도 젤렌스키의 태도와 말은 외교적 선을 넘었다. 정확히 트럼프가 목소리를 높인 지점이다. 대화록을 더 읽어볼 필요가 있다. 다른 어떤 논평보다 주고받은 말 자체에 사건의 진실은 물론, 향후 전망의 단서가 있기 때문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이야기를 하고 있다. 2025.2.28. AFP 연합 

 

"우리가(미국이) 무엇을 느끼게 될지 말하지 마라. 우리는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고 있다. 당신은 그걸 단정할 처지가 아니다. 우리는 매우 좋게, 또 매우 강함을 느끼게 될 거다. (…) 당신은 지금 좋은 처지에 있지 않다. 우리에게 내밀 카드를 갖고 있지 않다." (트럼프, 고성)

"나는 지금 카드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 매우 진지하다. 나는 전시 대통령이다." (젤렌스키)

"당신은 수백만 인명을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 3차 세계대전을 놓고 도박을 하고 있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은 많은 사람들이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국가와 이 나라에 대해 매우 무례하다." (트럼프)

"한 번이라도 고맙다고 말한 적이 있나?" (밴스)

"여러 번 했다. 오늘도." (젤렌스키)

"당신 나라는 지금 큰 문제에 빠져 있다. 승리하지 않고 있다. 우리 때문에 (전쟁에서) 빠져나올 정말 좋은 기회가 있다." (트럼프)

"안다…. 우리는 강하다. 전쟁 시작부터 우리는 홀로였다. 고맙게 생각한다." (젤렌스키)

"당신들은 혼자이지 않았다. 우리가 멍청한 대통령(바이든)을 통해 3500억 달러(실제 1149억 달러)를 줬다. 군사 장비도 줬다. 당신과 당신 국민은 용감했지만, 우리 군사 장비가 없었다면 전쟁은 2주 안에 끝났을 거다." (트럼프, 다시 고성)

"푸틴이 '사흘 안에'라고 말한 걸 들었다." (젤렌스키)

"장담컨대 이렇게 하면 일을 하기가 너무 어려워진다."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8일 백악관 입구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맞아 인사를 나누고 있다. 2025.2.28. UPI 연합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백악관 직원의 배웅을 받으며 백악관을 황급히 떠나고 있다. 2025.2.28. EPA 연합 

 

10분 가까이 정상 간의 외교적인 대화가 아니라 말싸움으로 변했다. 좌중은 충격에 사로잡혔지만, 젤렌스키는 여러 차례 트럼프가 말하는 동안 이를 무시하고 끼어들어 자기 말을 섞었다. 고함이 이어진 까닭. 밴스가 "그냥 고맙다고 말하고, 이견이 있음을 받아들이고 다퉈보자. 미국 언론 앞에서 싸우려고 하지 말고. 우리는 당신이 틀렸다고 본다"라고 하자 다시 "미국민에게 여러 번 감사하다고 했다"라고 말하며 태도를 누그러뜨렸다. 트럼프는 "당신 국민이 죽어간다. 병력도 부족하다. 그런데 당신은 '종전을 원치 않는다'라고 되풀이 말했다. 지금 당장 종전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하라"면서 "타협하지 않으면 우리는 빠질 것이고, 우리가 빠지면 아무런 카드(선택지)도 없이 끝까지 싸워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타협안에 서명만 하면 훨씬 나은 입장에 설 것"이라고 말해 종전 협상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트럼프는 "우크라가 어떠한 카드도 갖고 있지 않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우크라도 카드는 있다. 바로 트럼프가 관심을 보인 광물협정이다. 다만, 러시아 점령 지역의 포기와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종전 방안에 대한 이견은 아직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이날 이례적인 설전은 그 때문일 터. 젤렌스키는 격론이 정리된 뒤 곧바로 재회담을 희망했지만, 트럼프가 거부했다. 각료회의를 거쳐 젤렌스키에게 백악관을 떠날 것을 요구했고, 젤렌스키는 오찬도 들지 못한 채 현지 시각으로 밥때가 지난 오후 1시 40분쯤 백악관을 떠났다. 젤렌스키는 회담 뒤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정의롭고 항구적인 평화'를 강조했다. 폭스뉴스 인터뷰에선 트럼프 행정부와 관계 개선 의지를 내보였지만, "사과할 용의는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밴스가 문제 삼은 젤렌스키의 '태도'는 이전에도 노출됐었다. 개전 이후 미국을 비롯해 서방 각국에서, 환대를 받았지만, 평화와 민주주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면서 각국의 지원을 당연시하는 태도로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 지도자라는 점에서 큰 문제로 삼지 않았다. 리얼리티 쇼 진행자 출신인 트럼프는 대화 말미에 "이건 멋진 텔레비젼(쇼)이 될 거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한 쇼에 그치지 않고 3년을 넘긴 우크라전에서 극적인 순간의 하나였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이 결렬된 뒤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러라고 별장으로 떠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2.28 AFP 연합

 

가속도 붙은 서방 분열, 미국없는 안보 대안 찾는 유럽

트럼프-젤렌스키 28일 회담 결렬의 충격파

유럽의 결속, 우크라의 젤렌스키 지지 강화
제대로 먹힌 젤렌스키 반격의 반전효과?
모든 것은 자국 이권 확보를 위한 “거래”
유엔 결의, 미국이 러 북한 편 들어 유럽에 반대

 

2월 28일 워싱턴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중앙)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 회담에서 J.D. 밴스(오른쪽) 미국 부통령이 젤렌스키 대통령과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 설전이 발단이 돼 이날 회담은 결렬됐다. 2025.2.28. AP 연합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지난 28일 우크라이나 광물자원 공동개발 협정 체결을 위해 열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이 결렬되고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의 역린을 건드린 ‘무례’를 범한 ‘죄’로 백악관에서 “쫓겨난”(<폭스 뉴스>) 뒤 도날트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X(예전의 트위터)에 바로 올린 글이다. 이를 받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공정하고 항구적인 평화를 위해 당신과 함께 싸울 것”이라고 했고, 이후 그날 자정을 갓 넘긴 시각까지 유럽 정상들이 X에 올린 젤렌스키 지지 글은 31건이나 됐다.

 

유럽의 결속, 우크라의 젤렌스키지지 강화

 

정상들이 민낯으로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을 벌이는 장면이 생중계된, 외교사상 매우 이례적인 그날의 충격적인 회담 결렬 뒤 유럽은 결속했고, 우크라이나 국민의 젤렌스키 지지도 “개전 초기와 같을 정도로” 치솟았다. 트럼프와 이날 설전을 촉발한 J. D. 밴스 부통령의 발언 장면을 지켜보며 약소국 국민으로서의 울분을 느꼈을 우크라이나 국민 다수는 꿀리지 않은 젤렌스키의 “영웅적인” 대응에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젤렌스키를 비판해 온 야당 지도자들도 그의 대응을 칭찬했다.

 

말로만 했던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외교를 통해 전쟁을 끝낼 것이라며 밴스가 대화에 끼어들자, 2014년 이후의 푸틴 공세를 전혀 막아내지 못한 외교가 무슨 소용이 있었느냐며 반박한 젤렌스키의 그날 도발적 대응이 종전 뒤 바로 치러질 대통령선거를 의식한 계산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일거에 그에 대한 평판을 바꿔 놓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3월 1일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 전에 악수를 하고 있다. 2025.3.1.UPI 연합

 

제대로 먹힌 젤렌스키 반격의 반전효과?

 

젤렌스키는 28일 회담을 트럼프 정권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에 충격을 가해 여론을 바꾸고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마지막 기회로 생각했을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회담 전부터 전쟁을 일으킨 쪽이 푸틴이 아니라 우크라이나고, 젤렌스키는 임기가 이미 끝났는데도 선거도 하지 않고 대통령직을 내놓지 않는 자격없는 “독재자”라며 비판했다. 프랑스의 뉴스전문 TV방송 BFM에 따르면, 트럼프는 28일 회담 자체를 열지 않으려 했는데, 젤렌스키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워싱턴을 움직여 달라고 부탁했고, 그렇게 해서 열리게 된 회담이었다. 따라서 젤렌스키의 그날 발언은 벼르고 준비한 것이었다.

 

어떤 면에선 제대로 먹혔다고 할 수 있다. 외형상 젤렌스키는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에 위압당하는 듯 보였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여론을 반전시킨 효과가 더 컸을 수 있다. 회담에서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와 유럽이 느끼는 안보위기를 미국도 장차 느끼게 될 것이라고 하자, 트럼프는 “당신은 (우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우리가 어떻게 느끼든 그런 얘기 말라”며 “당신은 지시할 입장이 아니다”, “당신은 지금 매우 불리한 처지다. 당신에겐 카드가 없다. 우리에겐 카드가 있다”고 쏘아붙였다. 그 장면을 보며 유럽인들은 미국의 현실적인 힘을 인정하면서도 젤렌스키가 얘기한 안보위기를 실감하며 미국의 태도에 한층 더 거부감을 느꼈을 법하다.

 

일론 머스크가 2월 11일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2025.2.11. 로이터 연합

 

오르반 헝가리 총리만 트럼프 지지, 머스크 “백점 만점”

 

마크롱은 회담 결렬 뒤 “침략자는 러시아, 침략당한 쪽이 우크라이나인들”이라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는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나흘 전인 24일, 마크롱은 트럼프 취임 뒤 처음 그를 만나러 워싱턴으로 갔을 때도 같은 말을 했다. 당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종전협상에 상당한 진전이 있다면서, 협상이 타결되면 자신이 직접 모스크바로 가서 협상을 마무리짓겠다고 했고, 그것이 “몇 주 안에” 이뤄질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마크롱은 종전이 가져다 줄 “평화가 우크라이나의 항복이 돼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는 “우크라이나 국민만큼 평화를 바라는 사람은 없다”면서 “우크라이나는 독일과 유럽을 믿어도 된다”고 했다. 차기 독일 총리로 유력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련(CDU) 당수도 “우리는 좋을 때나 어려울 때나 우크라이나와 함께할 것”이라며 “우리는 침략자와 피해자를 혼동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스페인은 당신과 함께 있다.”(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당신들은 유럽 전체의 자유를 위해 싸우고 있다.”(스웨덴 정부) 조셉 보렐 전EU외교안보 선임대표는 젤렌스키를 무례하다며 질책한 트럼프와 J. D. 밴스 부통령에 대해 “부끄러워해야 할 짓”이라고 비난했다.

 

오직 한 사람, 헝가리의 오르반 빅토르만 X에 “강한 남자는 평화를 만들고, 약한 남자는 전쟁을 만든다”며 트럼프에게 “대통령, 고맙소”라는 글을 올려 트럼프를 지지했다. 이에 대해 일론 머스크는 “백점 만점”이라며 칭찬했다.

 

마크롱, 스타머 총리 얘기 받지 않은 트럼프

 

마크롱의 백악관 방문 사흘 뒤인 27일 키어 스타머 영국총리가 백악관에 갔을 때 트럼프는 “내가 그런 말을 했다고? 믿을 수 없다”며 젤렌스키를 “독재자”라고 했던 자신의 말을 거두어들이며 “협력하겠다”고 했다. 그때 트럼프는 종전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 프랑스의 평화유지군 파견에 동의했으나, 회담 뒤 기자들에게 스타머가 요청한 미군 파견을 약속하지 않았고 전쟁시 필요한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보증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유럽의 얘기를 귀담아 들을 생각이 없었다. 마크롱과 스타머, 그리고 트럼프는 회담 때 우호적인 언사를 주고 받으며 이견을 조정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으나 속내는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었다.

 

모든 것은 자국 이권 확보를 위한 “거래”

 

젤렌스키에 대한 혐오발언을 취소하며 협력하겠다고 했던 트럼프의 발언은 28일로 예정됐던 우크라이나 자원 공동개발협정 체결이 결렬된 뒤 그 진의가 드러났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 자원개발과 운영으로 얻을 이익의 절반인 5000억 달러를 내라고 젤렌스키에게 요구했다. 미국정부는 투자 자금의 2배 회수를 보장하라고 했다. 5000억 달러는 미국이 지난 3년간의 전쟁 기간에 실제로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금액의 5배에 가깝다. 젤렌스키가 우크라이나 안전에 대한 보장책이 없다며 이런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자 트럼프는 그를 만나려고도 하지 않았다. 마크롱의 중재로 28일 회담이 열렸으나, 우크라이나 자원공동개발 이익을 보장해 주지 않는 ‘거래’는 트럼프에게 의미가 없었다. 회담 결렬 뒤 트럼프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는 마크롱과의 회담 때 미국은 3500억 달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했다며, 1000억 달러밖에 지원하지 않은 유럽의 3배 이상을 지원했다고 했고, 유럽은 그마저도 그냥 준 게 아니라 빌려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은 유럽이야말로 그냥 지원한 것이고 미국은 유상과 무상 지원이 섞여 있다고 반박했다. 독일의 키엘 세계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유럽이 지원한 금액은 1380억 달러, 미국은 1100억 달러다. 유럽과 미국의 지원금 비율이 6대 4로 유럽쪽이 더 많았다는 또 다른 기관의 평가도 있다.

 

당사국을 배제한 채 이뤄지는 미국 러시아 양 대국들의 합의는 약소국 처지의 우크라이나에겐 영토와 자원을 약탈해 가기 위한 ‘거래’로 비칠 수 있다. 트럼프의 최근 행보는 마크롱을 만났을 때 실토했듯이, 모든 것이 이권 확보를 위한 ‘거래’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다.

 

2월 24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맞아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결의안에 대한 표결을 하고 있다. 미국 결의안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대한 비판이 전혀 담고 있지 않아, 유럽이 수정안을 제시해 채택됐고, 미국은 기권했다. 2025.2.24. AFP 연합

 

2차대전 이후 질서 붕괴 “나토 6개월 뒤 사라질 수도”

 

마크롱이 백악관에서 트럼프를 만난 24일 우크라이나 관련 결의안들이 통과된 유엔 총회장은 ‘서방의 분열’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 3주년인 그날 유엔 총회가 연 긴급특별회의에서 러시아의 우크라 침공을 올해 안에 종결하고,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 우크라이나 영토보전 등을 요구하는 결의안이 93개국 찬성으로 채택됐다. 미국은 러시아 북한 벨라루스 등과 함께 이 결의안에 반대한 18개 국 중 하나였다. 중국과 인도 등 65개 국은 기권했다.

 

미국이 러시아 북한 편 들며 유럽에 반대

 

이날 미국은 조기 종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따로 냈는데, 러시아의 침공을 양국간 ‘분쟁’으로 바꾸고 우크라의 영토보전이나 주권에 대한 언급도 없었다. 러시아를 배려한, 러시아를 위한 결의안이었다. 유럽이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분쟁을 다시 침공으로 바꾸고 우크라의 영토보전과 주권에 대한 내용을 넣은 미국안 수정안을 제안해 통과됐다. 하지만 미국은 수정된 ‘미국 결의안’ 표결에 기권했다. 미국의 이런 ‘변신’은 불과 얼마전까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미국이 러시아와 북한 편을 들어 유럽의 결의안에 반대하다니.

 

속도 더 빨라진 전후질서 붕괴, 대응 서두르는 유럽

 

이미 무너져 가고 있던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로 구축돼 온 국제질서가 도널드 트럼프 정권 등장 이후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그 질서의 한 축인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동맹’이 지난 2월 12일 당사국인 우크라이나와 유럽을 배재한 채 시작된 도널드 트럼프-블라디미르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협상 이후 수습하기 어려울 정도로 흔들리고 있다.

 

차기 독일총리로 유력한 메르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오는 6월까지 지금과 같은 형태로 남아 있지 못할지도 모른다고 했다. 자국 이익만을 쫓는 대국들의 거래에 따라 국제질서가 하루 아침에 급변할 수 있는 세상이 돼 가고 있다. 그것이 대국들, 특히 미국의 영향력을 깎아먹는 자충수가 될 것이라는 경고들이 나오고 있지만, 적어도 트럼프 집권 기간에는 그런 추세에 가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메르츠는 미국이 유럽을 버릴 경우에 대비한 시나리오까지 마련돼 있다며 유럽 공동방위 강화를 강조했다. 스타머 영국총리의 말대로 유럽은 그럼에도 미국이 함께 해 주기를 바라겠지만, 미국이 떠나갈 경우를 대비한 대책을 서둘러야 할 정도로 세상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28일 회담을 전후해서 이미 2번이나 만난 유럽 정상들은  2일과 6일 다시 만나 대응책을 논의한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기존 투자자 이민 비자 프로그램 대체
“러시아 올리가르히들도 자격 있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가 모두 옳았다”라는 문구가 적힌 모자를 들고 기자들에게 얘기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시민권 장사에도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5일 미국 시민권을 받을 수 있는 이른바 ‘골드카드’를 도입해 500만달러(약 71억5천만원)에 판매하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로이터 등이 보도했다. 이 골드카드로 외국인 투자자를 위한 특별 비자 프로그램을 대체하자는 것이다.

 

트럼프는 이날 기자들에게 미국 일자리를 만드는 대규모 자금의 외국인 투자가에게 영주권을 주는 ‘EB-5’ 이민투자자 비자프로그램을 이런 골드카드로 대체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우리는 골드카드를 판매할 것”이라며 “우리는 그 카드에 약 500만달러의 가격을 매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는 그린카드(영주권) 특혜에 더해 시민권으로 가는 길이 되고, 부자들은 이 카드를 사서 우리나라로 들어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자세한 사항들은 2주 안에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부정부패로 악명이 높은 러시아의 정경유착 재벌인 올리가르히들도 그 골드 카드의 자격이 되냐는 질문에 “그렇다, 가능하다”며 “나는 매우 좋은 사람들인 러시아 올리가르히들을 안다”고 대답했다.

 

트럼프가 골드카드로 대체하려는 EB-5 외국 투자자 이민 비자 프로그램은 “외국 투자자에 의한 일자리 창출 및 자본 투자로 미국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으려고” 지난 1990년 의회를 통과해, 현재 미국시민권이민청에 의해 관할 되고 있다. 이 비자 프로그램은 지역에 따라 미국에 90만달러(약 13억원)에서 180만달러를 투자하면 영주권을 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EB-5 프로그램은 비합리로 가득 찼고 사기이며, 싼 가격에 그린카드를 취하는 길”이라며 “그래서 대통령이 이런 우스꽝스러운 EB-5 프로그램(을 운용하기) 보다는 그 프로그램을 종료하자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트럼프의 골드카드로 그 프로그램을 대체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 정의길 기자 >

 

미-러 우크라 협상, 종전보다 '경협'에 더 눈독

● WORLD 2025. 2. 22. 04:17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루비오 "아주 놀라운 경제적 기회 공동탐사 하기로"

라브로프 "에너지, 우주 탐사 포함 경협 분야 협의"
미국 국부펀드 창설…러 측과 투자, 경협 주도할 듯

관계 정상화는 첫걸음, 지정학적 공동 관심사 협의
정작 우크라 종전 해법은 "이제 풀 문제" 즉답 피해

 

트럼프가 꿈꾸는 러시아와의 특별하고(extraordinary), 놀라우며(incredible), 독특한(unique) '경제적 기회'는 과연 무엇일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지난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러시아 측과 만난 미국 협상단은 우크라이나 종전 해법 자체보다 종전 뒤 맞이할 미·러 경제적 기회에 부푼 기대를 드러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왼쪽)과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8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디리야 궁전에서 회담을 하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2025.2.18. AFP 연합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이날 회담 뒤 AP통신·CNN 공동 인터뷰에서 러시아와 함께 탐사할 '특별하고 놀라운 경제적 기회'를 5번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에 우크라이나 문제는 징검다리일 뿐이며, 가급적 빨리 러시아와 협력관계를 복원하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이날 회담에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 보좌관이 참여했다.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최고경영자도 같은 날 리야드에서 미국 측과 만났다.

 

루비오 장관은 인터뷰 모두에 러시아 측과 합의한 4가지를 설명했다. △ 워싱턴과 모스크바 대사관 정상적 기능 복원 △ 우크라 종전을 논의할 고위급 협상팀 임명 △ 종전 뒤 미·러 간 기대되는 지정학적, 경제적 협력 방안 논의 △ 협상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관여 등이다. 4가지 합의 사항은 태미 브루스 국무부 대변인이 회담 뒤 내놓은 발표자료에도 담겼다. 인터뷰에서 AP와 CNN의 관심은 우크라 종전 방안에 집중됐다.

 

루비오는 러시아 측과의 회담이 '솔루션(해법)'에 기반한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밝혔다. 이는 최소한 양국 간 영토 문제와 우크라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등 핵심 현안에 대해 논의가 오갔음을 짐작게 한다.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종전 해법에 관한 질문이 계속되자 루비오는 "앞으로 우크라와 유럽 파트너들, 러시아와 협의할 문제"라며 예봉을 피하며 "모든 전쟁 당사자가 수용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해야 영구적인 해결이 가능하다"는 원론적 언급에 그쳤다. '영토 문제에서 러시아의 양보 의지를 확인했느냐'는 질문에도 "어렵고 힘든 외교를 통해 접근해야 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헬싱키 대통령궁에서 회담한 후 진행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2018. 07. 16 [AFP=연합뉴스 자료사진]

 

'경제적 기회'를 언급하는 대목에선 사뭇 뉘앙스가 달랐다. 루비오는 미러 고위급 협상팀의 임무를 설명하면서 "특별한 기회를 탐사하는 작업에 일단 착수하는 것"이라면서 "지정학적으로 공동의 관심 이슈에 대해 또 솔직히, 희망컨대, 경제적으로 세계에 좋고, 두 중요한 국가(미러) 관계를 장기적으로 개선할 놀라운 기회가 존재한다"라고 역설했다. "놀라운 경제적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는 바로 어려운 문제이지만 우크라 갈등의 종식"이라고 말했다.

 

왈츠 보좌관은 "중요한 점은 트럼프 대통령이 불과 몇 달만에 세계의 관심을 우크라 종전 여부에서 어떻게 종전할 것인가로 바꾸었다는 사실"이라고 공로를 트럼프에게 돌렸다. 미·러 간 지정학적 공동 관심사는 어느 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중국 견제와 시리아와 이란 문제를 포함해 중동 현안에서 협력 등이 포함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반도 문제를 포함해 따로 떼어내 살펴볼 대목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A4 1쪽짜리 간결한 보도자료를 내놓았다. △양국 모두 조속한 대사 임명 및 외교활동의 제한을 제거할 차관급 협상 △에너지와 우주 탐사 및 다른 상호 관심사를 포함한 경제 협력 대화 착수 △ 우크라 전의 원인을 제거하는 방식의 종전 관련 의견 교환 △가까운 장래에 특사 임명 △ 핵보유국이자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평화와 안보 문제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특별한 책임을 염두에 두며 다른 국제 이슈를 논의할 채널 재개 등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착륙한 도널드 트럼프 전용기.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7일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타고 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관광 여행을 왔다"라면서도 "그린란드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인사를 대신 전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차지하는 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2025.1.7. 로이터 연합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에너지 분야 협력이다. 러시아산 천연가스·원유는 러·독·미 간 삼각관계와 러·중·미 간 삼각관계와 연계돼 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에서도 러시아와 독일 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노르트스트림2의 개통에 반대한 바 있다. 전쟁은 러·중 간 에너지 협력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두 나라는 시베리아2 파이프라인 건설을 해 왔다. 전혀 다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면, 미국 측이 거듭 강조한 '놀랍고도 특별한 기회'가 되기 어렵다. 우선 트럼프가 집요하게 욕심을 드러내는 그린란드 매수와 관련지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는 "그린란드 장악에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폭탄선언(1.7. 마러라고)으로 덴마크를 충격과 공포에 빠뜨린 뒤 24일 북극 안보를 의제로 '덴마크-미국-그린란드' 삼자 간 대화채널 구성에 전격 합의했다. 취임 나흘 만이다. 트럼프가 북극 안보의 위협으로 지목한 건 러시아가 아니었다. 그린란드 주변의 중국 선박과 군함이었다. 중국을 견제할 안보적 수요와 북극권 경제 부흥의 기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는 데 러시아와 협력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중국이 추진하는 북극 실크로드(Polar Silk Road) 역시 트럼프의 시선을 끌고 있다.

우주 개발 분야도 거울의 새로운 협력으로 신기원을 열 수 있는 분야다. 트럼프는 취임사에서 '뉴 프론티어'를 강조하며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라고 다짐했다. 정부효율부(DOGE) 수장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 사업과도 무관치 않다. 우주공간은 미·중이 경쟁하는 또 다른 전략공간. 러시아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중심으로 비교우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닉 헤이그(왼쪽)와 러시아 우주공사의 알렉산드르 고르부노프가 28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네버럴 우주기지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선 드래건 호에 나란히 앉아 있다. 2024.9.28. EPA 연합 

 

미·러 간 경제적 기회를 탐사하는 작업은 당분간 러시아 측에서 드미트리예프 RDIF 최고경영자가 맡을 가능성이 높다. RDIF는 러시아 국부펀드. 미·러 회담이 열린 리야드에 그가 등장한 것만으로 존재감이 두드러진 인물이다. 그는 각국 언론에 "미국과 러시아의 경제 협상이 2~3개월 내로 진전을 보일 걸로 믿는다"고 말해 양국 간 대형 프로젝트가 논의될 것임을 내비쳤다. 우크라전 이후 러시아에서 철수한 미국 기업들의 손실이 3000억 달러(432조 6000억 원)에 달한다고 널리 알리기도 했다.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인 드미트리예프는 트럼프 1기 때도 미·러 접촉에 관여한 인물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부과한 대러시아 제재를 일부 해제하고, 상호 직접투자를 획기적으로 확대할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드미트리예프의 미국 측 상대는 조만간 정해진다. 트럼프는 지난 3일 미국 국부펀드 창설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연방정부 국부펀드로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증진하고, 미국 가정과 중소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이며, 미국의 세계 경제적, 전략적 리더십을 증진하겠다고 다짐했다. 국부펀드 설립안은 재무, 상무장관이 대통령 경제정책 보좌관과 협의해 향후 90일 내 제출토록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6일 자 사설에서 정치인들이 연방정부 자산을 동원해 민간기업을 포함해 자신들이 원하는 모든 것에 투자할 수 있는 투자 펀드를 만드는 데 우려를 표명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시계는 따로 돌아간다. 세계가 우크라 전쟁의 향방에 관심을 쏟는 사이 트럼프는 푸틴의 러시아와 함께 또 다른 '깜짝 뉴스'를 준비하고 있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미국 국부펀드의 창설 준비를 지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 [백악관 누리집] 

 

 

비공개 간담회서 발언…"캐나다 광물자원이 합병 원하는 배경"

 
                               산업·노동계 대표자 행사장서 발언하는 쥐스탱 트뤼도 총리  [토론토 로이터=연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7일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합병하길 원한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발언이 단순한 협상 전략이 아닌 그의 진심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오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린 산업계 및 노동계 대표자들과의 비공개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우리가 핵심 광물자원을 얼마나 가졌는지 알고 있다"며 "나아가 이는 아마도 그들이 우리를 자신들의 51번째 주로 만드는 얘기를 지속해서 하는 이유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고 캐나다 매체 토론토스타가 보도했다.

 

트뤼도 총리는 "그들은 우리의 자원을 매우 잘 알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이득을 취하고 싶어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달성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합병이라 생각한다. (농담이 아닌) 실제 상황이다(it is a real thing)"라고 언급했다.

 

트뤼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공개 모두발언 뒤 행사가 비공개로 전환된 후 나왔으나, 스피커를 통해 행사장 바깥에 있던 취재진에 의도치 않게 한동안 노출됐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앞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51번째 주' 발언을 협상 전략일 뿐이라고 평가절하한 바 있다.

 

그러나 트뤼도 총리의 이날 발언은 언론 인터뷰 발언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캐나다 합병 의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 전인 지난해 11월 말 관세 문제 해결을 위해 자신을 찾아온 트뤼도 총리를 향해 "요구사항을 이행하지 못하겠다면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라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에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에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되는 게 바람직하다는 취지의 글을 여러 차례 추가로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 보안 및 '좀비마약' 펜타닐 유입 문제 등을 이유로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가 양국으로부터 보완 조치를 약속받고 시행을 일단 30일 연기한 바 있다.  < 연합 이지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