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여 년 만에 핵 보유 제한 없어진 미국 · 러시아
중국을 핵군축 협상에 끼워넣으려는 트럼프 계산
핵탄두 수를 90%까지 줄인 핵군축 조약 끝나
트럼프 2.0과 함께 핵군비경쟁도 2.0으로 부활?

 

미국 정부는 6일 중국이 2020년 6월 비밀리에 핵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은 1996년에 마지막으로 지하 핵실험을 한 이후 지금까지 실제 핵폭발을 수반하는 핵실험을 한 적이 없다고 얘기해 왔다. 토머스 디나노 미국 국무차관은 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군축회의에서, 중국이 2020년 6월 22일 핵실험에 따른 지진 측정 등을 통한 감시효과를 낮추는 ‘디커플링’ 방식으로 몰래 실험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군비관리체제를 수립하기 위한 협상에는 러시아뿐만 아니라 중국도 참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0년 4월 8일 프라하 성에서 역사적인 핵 군축 조약 서명 후 기자회견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오른쪽)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왼쪽)과 악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2026년 2월 4일, 미국과의 마지막 핵 조약이 2월 5일 만료될 경우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조약의 파기 가능성은 양국 간 새로운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2010년에 체결된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은 각국이 배치할 수 있는 핵탄두 수를 제한했다. 2026.2.5. AFP 연합)
 

‘뉴스타트’ 종결로 “지구 멸망까지 85초”

 

지난 5일 미국과 러시아간 핵군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 New Strategic Arms Reduction Treaty, ‘뉴스타트’)이 종료됐다. 이로써 1972년 미국과 당시 소련이 제1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 1/ Strategic Arms Limitation Talks/Treaty) 체결을 통해 핵군축을 시작한 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제한이 없어지게 됐다. 핵무기 경쟁이 다시 시작되고 핵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더 커졌다.

 

미국 과학 학술지 ‘원자력과학자회보(Bulletin of the Atomic Scientists)는 지구 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85초밖에 없다고 발표했다. 1945년 최초의 원자탄을 만든 맨해튼 프로젝트에 참여한 시카고대학 과학자들이 핵무기의 위험성을 경고하기 위해 창간한 이 학술지가 매년 발표해 온 ’지구멸망까지 남은 시간‘은 미국과 소련(러시아)이 1991년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에 서명한 냉전 종결 직후 가장 긴 17분이었으나 점점 짧아지다가, 뉴스타트 종결로 가장 짧은 85초로 당겨졌다.

 

2020년 2월 5일 오전 12시 33분(태평양 표준시) 캘리포니아주 밴덴버그 공군 기지에서 개발 시험 중 발사되는 비무장 미니트맨 III 대륙간 탄도 미사일. 러시아는 2026년 2월 4일, 미국과의 마지막 핵 협정이 2월 5일에 만료될 경우 "책임감 있게" 행동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는 협정 파기로 인해 양국 간 새로운 군비 경쟁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2026.2.4. AFP 연합
 

중국을 핵군축 협상에 끼워넣으려는 트럼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뉴스타트‘를 1년 더 연장하자고 미국에 제안했으나 트럼프 정권은 무응답으로 뉴스타트 종식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대통형은 7일 그래도 괜찮으냐는 기자들 질문에 “종료된다면 종료돼도 좋다. 더 좋은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더 좋은 합의’란 중국을 겨냥한 말이다. 새 군축조약을 체결한다면 급속히 핵탄두를 늘려가고 있는 중국도 참여시켜야 한다는 애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30일 김해공항에서 시진핑 중국주석과 정상회담을 하기 직전에 자신의 SNS를 통해 미국도 핵실험을 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면서, 중국 러시아와 “같은 기준”에 따라 그렇게 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준’이란, 중국과 러시아가 대외적으로 표방한 공식입장과는 달리 사실은 핵실험을 계속하는 불공정 행위를 해 오고 있다는 주장을 바탕에 깔고 한 얘기다. 그날 김해 정상회담에서 트럼프는 뉴스타트 이후의 새 군축협상에 중국도 참여하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따라서 미국이 뉴스타트 연장을 거부한 데에는 중국을 핵군축협상에 불러들이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핵전력 현대화를 통한 미국의 핵 절대우위를 유지하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트럼프 정권은 늘 “힘이야말로 최대의 억지력”이라며 ‘힘에 의한 평화’를 주장해 왔다. 그 힘의 정점이 핵전력이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흘리면서 핵전력 강화 움직임을 보여 왔다. 두 나라는 핵감축조약으로 자국 핵무기 개발이 발목을 잡힌 상황에서 중국만 제헌없이 핵개발을 가속하고 있는 기존 군축체제를 파기하고 싶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을 최대 패권경쟁국으로 지목한 미국이 그러했을 것이라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 발언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2020년 6월에 핵실험을 했다는 미국 주장을 “사실무근”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고, 린젠 외교부 대변인은 뉴스타트 종결에 “국제사회가 우려하고 있다”며 유감의 뜻을 표명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군축 협상 참여 요구에 대해 “중국의 핵전력은 미국 러시아와 동등한 규모가 아니어서, 지금 단계에서는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거부입장을 밝혔다.

 

지난 5일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이 종료됨에 따라 미국과 러시아는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핵무기 보유에 제한이 없어진 상태에서 핵군비 경쟁으로 치닫게 될 수도 있다.  가디언 2월 5일
 

50여 년 만에 핵무기 보유 제한 없어진 미국과 러시아

 

지금 미국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핵탄두는 5100~5200발(배치돼 있는 것과 예비 탄두, 해체 대기 중인 탄두까지 포함)이며, 러시아의 보유 핵탄두는 5400~5500발로 미국보다 약간 더 많다. 세계 핵탄두의 90%를 미국 러시아 두 나라가 갖고 있다.

 

그리고 중국은 약 600발이지만 증가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도 50발에서 최대 150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핵군비 경쟁이 한창이던 시절 미국과 소련이 보유한 핵탄두 수는 7만 발이 넘었고, 두 나라

는 1700회가 넘는 핵실험을 하면서 자국뿐만 아니라 지구 대기와 토양 전체에 막대한 양의 방사능 오염물질을 뿌렸다.

 

에드워드 마키 미국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민주당)은 “5일 미국과 러시아 간에 남아 있던 마지막 핵무기 감축조약이 종료된다. 신전략무기감축조약(뉴스타트)이 사라지면 50여 년만에 처음으로 미국과 러시아의 핵무기 보유량에 대한 제한이 없어진다”면서 “우리는 바로 군비경쟁 2.0으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했다.(가디언 2월 5일)

 

마키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수조 달러를 들여 구축하려는 미사일방어체제 ‘골든 돔’계획을 이루어질 수 없는 “허황된 꿈”이라며, “핵무기 보유량을 약 90%나 줄인” 핵군축 조약 쪽으로 가야 하며, 그럴 경우 “골든 돔이 전혀 불필요하며 그린란드를 점령할 필요도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핵무기 및 군비통제 실무그룹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역사가 우리에게 가르쳐 주듯이, 핵무기 경쟁에서 승리하는 유일한 길은 경쟁에 뛰어들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핵탄두 수를 90%까지 줄인 핵군축 조약

 

그가 말한 ‘50여 년’은 미국과 소련이 1972년에 제1차 전략무기제한협정(START 1)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Anti-Ballistic Missile Treaty) 제한협정을 체결한 것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한때 7만 발을 넘겼던 핵탄두 감축을 본격화한 것은 1980년대 냉전 말기부터다. 핵위협의 제거라는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결단에서가 아니라, 양국 모두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들의 생존과 안보를 위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결과였다. 게다가 엄청난 돈이 들어가는 핵군비 경쟁을 더는 지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1987년에 두 나라는 사거리 500~5500km의 중거리핵전력(INF/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전면폐기 조약을 체결했으며, 1991년에는 양국이 각기 핵탄두 수를 6천 발 이내로 제한하는 제1차 전략무기감축조약(START 1)에 서명했다. 전략무기(핵탄두)의 약 80%를 없애기로 한 START 1이 발효된 것 1994년 12월이었다.

 

2010년 4월에는 뉴스타트가 체결됐고 2011년 2월 5일 발효됐다. 2021년 2월에 연장된 뉴스타트는 5년씩 더 연장할 수 있었으나 2026년 2월 5일의 협정 만료일까지 연장에 합의하지 못함으로써 자동 종료됐다. 배치 가능한 핵탄두 수를 각기 1550발로 제한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폭격기 수도 제한했던 뉴스타트는 미국과 러시아 사이에 남은 유일한 핵군축 조약이었다.

 

그에 앞서 미국은 2002년에 ABM 제현협정을 일방적으로 탈퇴했고, 거기에 반발한 러시아는 신형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2019년엔 트럼프 1기 정권이 중거리미사일 보유를 금지한 중거리핵전력(INF) 폐기 조약을 파기했다.

 

트럼프 2.0과 함께 핵군비경쟁 2.0으로

 

1970년에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NPT)은 미국 러시아 중국 영국 프랑스 등 핵무기 보유 5대국 이외의 핵보유를 금지하는 대신 핵보유국들의 핵군출 노력을 의무화했다. 뉴스타트의 종료에서 보듯 그 ‘노력할 의무’를 강제할 수 있는 어떤 장치도 없는 현실에서, 핵전쟁을 막고 있는 것은 핵무기를 사용하면 쌍방 모두 공멸한다는 상호확증파괴(MAD/ Mutually Assured Destruction)의 공포뿐이다.

 

만일 어느 한쪽이 핵 선제공격을 해서 상대를 절멸시키고 자신은 살아남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순간 핵전쟁은 언제든 터질 수 있다. AI(인공지능)시대에는 그런 정밀한 계산을 통한 승리의 환상이 촉발할 핵전쟁 가능성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핵군비 경쟁이 무서운 것은 상대적 핵우위를 서로 다투는 것보다 상대에게 뒤지면 멸망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에 지지 않으려는 경쟁이 끝없이 가속될 수밖에 없는 그 구조 때문이다.

 

에드워드 마키 의원이 지적했듯이 SALT와 START와 ABM, INF 폐기 조약을 거쳐 NEW START로 제동이 걸렸던 핵군비경쟁 1.0이 트럼프 2기 정권(트럼프 2.0) 출범 뒤 되살아나 핵군비 경쟁 2.0을 향해 가고 있다.                                          < 한승동 기자 >

 

 

“적절 보안 조치 않아 부당 이득, 기만적 영업 행위 금지 뉴욕주 법 위반”

 

 
 
법무법인 대륜의 김국일 경영대표(왼쪽 두번째)가 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뉴욕동부연방법원 청사 앞에서 쿠팡 피해자 집단소송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쿠팡에 대해 소비자들이 미국 쿠팡 본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집단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6일 미국 뉴욕 동부연방법원 등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이 아무개씨와 박 아무개씨 등을 대표 원고로 하는 쿠팡 개인 정보 유출 피해자들은 쿠팡의 모회사인 쿠팡아이엔씨(Inc)와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 쿠팡 창업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 등 원고들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에 쿠팡아이엔씨가 개인정보 보호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으며, 이는 묵시적 계약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또 쿠팡아이엔씨가 적절한 보안 조치를 취하지 않아 부당 이득을 올렸고, 기만적 영업 행위를 금지한 뉴욕주 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제기한 로펌 에스제이케이피(SJKP)의 탈 허쉬버그 변호사는 이날 소장 제출 후 연 기자회견에서 “미국 법정을 이용하는 게 쿠팡 측 잘못을 밝히는 데 더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민사소송의 원고가 법원의 명령을 받아 피고로부터 소송과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을 수 있는 디스커버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날 제기된 소송은 한국에서 진행 중인 소송이나 앞서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연방법원에 제기된 주주집단소송과는 별개로 진행될 전망이다.                   < 남지현 기자 >

"엔터, 라이프 스타일, 문화가 한국 브랜드 핵심"


한국, 소프트 파워 세계 11위…1계단 올라
트럼프 미국, 어렵게 1위 지켰지만 추락
'미국 우선주의' 따른 하드 파워 남용 탓

중국 부상…사업환경ㆍ성장 잠재력 1위
"일대일로나 군사적 확장 때문이 아냐"
"유럽, 1990년대 명성만으론 못 버텨"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대한민국의) 문화적 자산들이 최근의 헌정 위기와 관련된 거버넌스 인식 하락을 상쇄하는 데 도움을 줬으며, 전반적인 친숙도와 영향력 상승에 이바지했다는 점이다."

 

유럽 외교‧안보 전문 매체 <모던디플로머시>는 '소프트 파워는 새로운 하드 파워인가? 브랜드 파이낸스의 2026년 순위를 해독하다'란 6일 자 분석 기사에서 예술ㆍ엔터테인먼트 부문 세계 7위, 영향력 있는 미디어 부문 세계 7위, 음식 부문 10위를 포함한 확산하는 K-문화의 영향력 덕택에 윤석열 정권의 내란과 헌정 위기가 만든 대한민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상쇄했다고 평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6.1.2 연합
 

'윤석열 내란'이 망친 평판, K-문화가 되살려
"문화가 최근 헌정 위기 관련 인식 하락 상쇄"

 

영국의 브랜드 평가기관 '브랜드 파이낸스'(BF)는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2026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Global Soft Power Index)를 발표했다. 소프트 파워는 강압이 아닌 매력과 설득을 통해 국가, 기업, 공동체, 대중 등 지구촌 다양한 행위자들의 선호와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의 능력이다. BF는 전 세계 100개국 이상에서 15만 명으로부터 유엔 회원국 193개국에 대한 글로벌 인식을 수집한 뒤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를 매년 발표한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은 100점 만점에 59.2점을 얻어 소프트 파워 부문 세계 11위를 기록했으며, 2025년의 12위에서 한 계단 상승했다. 부문별로 보면, ▲ 상업적 영향력에서 사랑받는 브랜드 7위, 성장 잠재력 6위 ▲ 혁신 우위에서 첨단 기술 5위, 우주 탐사 9위 ▲ 문화적 영향력에서 엔터테인먼트 7위, 음식 10위에 각각 올랐다.

 

BF는 "문화와 유산 부문에서 한국은 최상위권을 유지하면서 광범위한 친숙도와 글로벌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며 "엔터테인먼트, 라이프스타일, 문화 수출이 국가 브랜드의 핵심 동력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라고 평가했다. 이에 데이비드 헤이 BF 회장은 "문화적 영향력은 자기를 지키는 자산이 됐다. 평판 지표가 잠시 하락해도 국가들이 인지도와 친밀감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다"면서 "이는 단순히 K-팝이 귀에 쏙 들어온다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불안정성을 완충하는 전략적 투자의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케데헌의 한 장면. 

 

한국, 193개국 중 소프트 파워 부문 11위
12위서 1계단 올라…"역량을 신뢰로 전환"

 

이에 모던디플로머시도 "2026년 한국의 성과는 상업적 신뢰성, 혁신 역량, 문화 수출력을 결합해 소프트 파워 지수 최상위권에서 지속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국가 브랜드의 모습을 반영한다. 세계 11위로의 상승은 일관된 강점을 재확인한다. 한국은 무엇을 생산하는 국가인지, 그리고 자국의 산업과 문화가 국제적으로 얼마나 큰 관련성을 갖는지가 널리 인식되고 있다"고 썼다.

 

알렉스 헤이 BF 아시아태평양 대표도 "한국의 소프트 파워는 현실 세계와의 관련성 위에 구축돼 있다. 즉 무엇을 만들고, 무엇을 수출하며, 글로벌 대중이 실제로 선택해 소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래 성장 잠재력, 혁신, 세계가 사랑하는 브랜드에서의 높은 순위는 한국이 역량을 신뢰로 전환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기에 문화가 경제적 신뢰성을 강화할 때, 점점 더 경쟁이 치열해지는 글로벌 환경 속에서 확장 가능하고 지속적인 영향력이 만들어진다"고 평가했다.

 

영국 브랜드 파이낸스가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한 '2026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의 상위 10위 나라들이다. 미국, 중국, 일본이 차례로 1~3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1위였다. 2026. 02. 07  [출처. 브랜드 파이낸스] 시민언론 민들레

 

트럼프 미국, 어렵게 1위 지켰지만 추락
'미국 우선주의' 따른 하드 파워 남용 탓

 

미국이 74.9점으로 1위를 지켰다. ▲ 중국(73.5) ▲ 일본(70.6) ▲ 영국(69.2) ▲ 독일(67.7) ▲ 프랑스(65.8) ▲ 스위스(63.2) ▲ 캐나다(63.2) ▲ 이탈리아(61.6) ▲ 아랍에미리트(UAE‧59.4) 순으로 상위 10위권에 올랐다. 겉보기엔 큰 변화가 감지되지 않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저변에서 글로벌 영향력의 재편이 진행 중이라는 게 모던디플로머시의 분석이다.

 

모던디플로머시는 "정책 입안자들이 다음번 관세 협상이나 제재 패키지에 집착하는 동안, 물밑에선 글로벌 영향력의 근본적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BF 데이터는 하드 파워가 자산이 되는 만큼이나 종종 부채가 되고, 매력과 설득에 대한 전략적 투자가 강압으론 도저히 따라올 수 없는 복리 수익을 가져다주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풀이했다.

 

2026 글로벌 소프트 파워 지수는 몇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경제적 불확실성, 지정학적 긴장, 사회적 압박으로 인해 국가 브랜드 인식이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가운데, 특히 미국의 추락, 중국의 부상, 유럽의 신뢰 위기 등이 확인된다.

 

미국은 종합 1위를 수성했지만, 가장 가파른 하락을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대한 국제적 반발 탓에 평판(26위, -11)과 친근함(-32), 관대함(-68), 사업 용이성(-21), 기후 행동 지지(-16), 정치적 안정성(-8), 인권(-10), 윤리 기준(-4)에서 두드러진 하락이 나타났다. 그러나 예술‧엔터테인먼트(1위), 스포츠(3위), 상징적 브랜드(2위), 기술혁신(3위), 우주 탐사(1위) 등에서 최상위권을 달리면서 종합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플로리다주 팜 비치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에서 내리고 있다. 2026. 02. 06 [AP=연합]
 

중국의 부상…사업환경·성장 잠재력 1위
"일대일로나 군사적 확장 때문이 아냐"

 

모던디플로머시는 "193개 국 중 미국의 가장 가파른 하락은 군사적 약화나 경제적 붕괴 때문이 아니라, 하드 파워 남용으로 평판이 훼손되고 있기 때문이다. 관세를 때릴 때마다, 제재를 실행할 때마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칠 때마다 신뢰, 매력, 선호도 같은 장기적인 영향력을 실제로 견인하는 무형의 자산들을 조금씩 깎아 먹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은 1.5점 차이의 2위로 미국을 바짝 뒤쫓고 있다. 중국은 의도적으로 소프트 파워에 투자했고, 비즈니스·무역 부문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섰으며, 사업하기 좋은 환경과 미래 성장 잠재력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더 인상적인 것은, 35개 국가 속성 중 가장 영향력 있는 동인인 '강력하고 안정적인 경제' 인식 부문에서 5계단 상승해 세계 3위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중국의 부상에 모던디플로머시는 "일대일로나 군사적 확장 때문이 아니라, 소프트 파워에 다년간 공들인 의도적 베팅이 실제로 결실을 보는 것이다"라면서 "전 세계 비즈니스 리더들이 이제 중국을 많은 서구 경제권보다 사업하기 편하고 성장 전망이 좋은 곳으로 여긴다. 이는 단지 베이징의 선전 결과가 아니라, 신뢰할 만한 현실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인식이다"라고 풀이했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8일 영국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헤어지고 있다. 2025. 12. 08 [EPA=연합] 
 

영·프·독, 경제적 강점·혁신 인식 약화
"1990년대 명성만으론 버틸 수 없다"

 

유럽의 상황도 꽤 심각하다. 영국은 일본에 밀려 역대 최저치인 4위에 머물렀고, 독일과 프랑스 역시 경제적 강점과 혁신에 대한 인식이 약화됐다. 모던디플로머시는 "유럽 국가들은 수십 년간 훌륭한 거버넌스, 실질적 번영, 일관된 가치란 어려운 길을 통해 소프트 파워를 쌓아왔다. 그러나 국내외에서 '당신네 정부는 이제 더는 기본적인 것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 거대한 선의의 저수지는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말라버린다. 현재의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는데 1990년대의 명성만으론 버틸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헤이 회장은 "경제 거버넌스와 집단적 실행력에 대한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면서 "데이터는 냉혹하다. 서유럽 국가들은 정치적 리더십과 경제적 활력에 대한 인식 하락으로 불균형적인 소프트 파워 훼손을 겪고 있다. 정부들이 훌륭한 거버넌스와 지속적인 번영이라는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블록 전체에 대한 인식들도 침체 상태이며, 아주 부정적인 정서가 유럽연합(EU) 기구들에 집중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갈 길은 먼저 유럽인들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다. 내부 국민들이 자신들을 대표한다는 기구들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면, 외부로 투사하는 소프트파워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27일 도쿄에서 진행된 중의원 선거 유세 연설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AFP 연합
 

일본, 영국 제치고 3위…비즈니스·무역 1위
"하드 파워는 단기 지렛대, 비용 감당 못해"

 

일본은 영국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비즈니스·무역(1위), 지속 가능한 미래(1위), 교육·과학(2위), 거버넌스(2위) 부문에서 강점을 유지했으며, 관광은 친숙도(6위, +1)와 관련 속성인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4위, +9), 방문 매력도(8위, +3), 친근함(7위, +12), 재미(21위, +15) 부문에서 점수를 끌어올렸다.

 

헤이 회장은 "소프트 파워는 지정학적 혼란기에 경제적 충격 흡수 장치 역할을 한다"며 2026년 지수는 소프트 파워가 강한 국가들이 주변에서 하드 파워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투자 흐름, 무역 관계, 인재 유입을 유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하드 파워는 "단기적 지렛대"가 될 수 있지만, 그 비용이 감당 못할 만큼 커지고 있다며 "제재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관세는 국내 산업에 피해를 주며, 군사 개입은 국고를 탕진한다. 반면, 매력에 투자하는 국가들은 수십 년에 걸쳐 복리 효과를 누린다"고 강조했다.        < 이유 기자 >

 

SNS서 “3월19일 백악관서 맞이하기를 기대”

니혼게이자이 “이례적” 아사히 “내정간섭”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중의원(하원) 선거를 앞두고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를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SNS 트루스소셜에 오는 8일 실시되는 일본 중의원 선거를 언급하며 “다카이치 총리는 강력하고 현명한 지도자이며 자기 나라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점을 이미 입증했다”고 밝혔다. 그는 “3월19일 다카이치 총리를 백악관에서 맞이하기를 기대한다”며 “내가 일본을 방문했을 때 나와 대표단 전원은 그에게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과 일본은 국가안보뿐 아니라 양국 모두에 큰 도움이 되는 무역 합의를 위해 긴밀히 협력해왔다”며 “다카이치 총리와 그의 연합(연립여당)은 높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와 그가 이끄는 연합에 전면적인 지지를 표명한다”고 적었다.

 

이번 선거에서 일본 주요 언론은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일본유신회가 다카이치 총리가 내건 과반 목표를 크게 웃도는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파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는 평화헌법 개헌과 방위비 증액 등을 통해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 발언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미국 대통령이 일본 선거 직전에 지지 정당을 명확히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외국 선거 기간 중 특정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내정 간섭”이라고 지적했다.   < 최경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