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참사 이틀 만에 필라델피아 사고
“어린이·환자 등 6명 탑승…생존자 없어”
추락 지점 쇼핑몰 근처로 인명 피해 우려

 
 
                              필라델피아 소형 항공기 추락 현장 주변. 에이피(AP)=연합

 

31일(현지시각)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대도시 필라델피아의 쇼핑몰 인근에 소형 항공기가 추락했다고 미국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워싱턴 항공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 만이다.

 

시엔엔(CNN)과 에이에프피(AFP)통신, 에이피(AP) 등을 종합하면, 이날 오후 6시6분 노스이스트필라델피아 공항에서 엔진 2개를 장착한 소형 상업용 항공기가 이륙한 지 약 30초 만에 487m 고도까지 상승하며 레이더에서 사라진 뒤 건물들이 밀집한 필라델피아 북동부의 번화가의 쇼핑몰 근처에 떨어졌다. 항공기 추락 지점은 노스이스트 필라델피아공항에서 3마일(약 4.8km) 미만 거리로, 쇼핑몰 ‘루즈벨트 몰' 근처 교차로인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 사고 지역과 주변 도로는 봉쇄됐다.

 

연방항공국(FAA)은 당초 사고기 탑승자를 2명이라고 발표했다가 6명으로 정정했다. 사고기에는 어린이 환자 1명과 다른 승객 1명, 승무원 4명이 타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기 운영사인 ‘제트 레스큐(Jet Rescue)'는 성명을 통해 “우리는 생존자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추락 직후 거대한 화염이 솟구치는 모습과 주변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는 모습이 시엔엔(CNN)이 공개한 동영상에서 포착됐다. 이어 주변 주택과 차량에 불이 붙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지만, 사고 발생 지점은 쇼핑몰, 백화점 등이 위치한 데다 주택가가 밀집해 있어 인명피해 규모가 클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매체를 인용해 지상에서도 여러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리는 필라델피아 북동부의 소형 전용기 추락 사고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자원을 제공하고 있다”며 “더 많은 정보가 확보되면 계속해서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29일 미국 워싱턴디시(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 근처에서 여객기와 군용 헬기가 충돌한 후 추락해 67명 전원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취임 후 10여일 만에 미국 안에서 발생한 두번째 중대 항공 사고에 직면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많은 무고한 영혼들이 희생됐다. 매우 슬프다”고 썼다.   < 한겨레 김해정 기자 >

 

‘여객기 충돌’ 미군 헬기, 고위직 대피 비밀훈련 중이었다

미 국방 “조종사들 현실 시나리오 예행연습”

 
 
성조기가 30일(현지시각) 미 워싱턴 디시 포토맥강 여객기 추락 사고 수색 현장 위로 펄럭이고 있다. 워싱턴 디시/UPI 연합
 

지난달 2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워싱턴 디시(D.C) 인근에서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공중 충돌한 미 군용 헬리콥터 블랙호크가 정부 고위직 대피를 위한 비밀훈련 중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당 헬리콥터가 ‘정부 연속성’ 훈련을 하고 있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훈련은 핵전쟁 등으로 워싱턴 디시가 위험에 빠지는 경우에 대비해 대통령 등 주요 인사를 다른 장소로 대피시키는 훈련이다.

 

헤그세스 장관은 “조종사들이 현실 세계 시나리오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예행연습을 하고 있었다”면서도 “기밀 사항을 말할 수는 없다”며 자세한 설명은 피했다. 이번 훈련은 워싱턴 디시 남쪽 약 25㎞ 거리에 있는 버지니아주 포트벨부아 소재 데이비슨 육군 비행장에서 출발해 복귀하는 일정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육군은 탑승 군인 3명 중 2명의 신원을 공개했다. 각각 39살 앤드루 이브스 준위와 29살 라이언 오하라 하사다. 나머지 탑승자 1명은 여성으로 알려졌으나, 유족 요청으로 신원은 공개되지 않았다. 정비사인 오하라 하사로 추정되는 유해는 발견됐으나, 최종 확인이 되지 않았다. 조종사인 나머지 2명의 유해는 아직 수색 중이다.

 

한편, 사고 헬리콥터가 사고 직전에 관제탑으로부터 여객기 근접 경고를 받았으나 근처를 비행 중이던 다른 비행기와 혼동해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보도됐다. 워싱턴포스트는 사고 전후 교신 내용 녹음을 입수해 전문가들에게 들려준 결과, 헬리콥터 측이 관제탑으로부터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근접했단 경고를 두 차례 받았고, 안전 거리를 유지하겠단 취지로 두 차례 모두 응답했던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녹음 내용을 들은 전문가들은 워싱턴포스트에 헬리콥터 조종사가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근처를 지나던 다른 항공기를 혼동하는 바람에 사고가 났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들은 헬리콥터 측이 경고 후 여객기를 피할 충분한 시간이 있었고 안전거리를 유지하겠다고 응답했지만, 사고가 일어났던 점을 근거로 꼽았다. 헬리콥터는 지난달 29일 오후 8시48분쯤 아메리칸항공 여객기와 충돌한 것으로 추정된다. 관제탑으로부터 첫 번째 경고를 받은 지 2분 후, 두 번째 경고를 받은 지 12초 후였다.   < 한겨레 손지민 기자 >

 

3.00%로 0.25%p 내려…美에 보복관세 가정시 첫해 성장률 2.5%p↓

                                 기자회견 중인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 [로이터 연합]

 

캐나다 중앙은행인 캐나다은행이 2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에 대응하고자 여섯 번째 금리를 인하했다.

 

캐나다은행은 이날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인 익일물 레포(Repo·환매조건부채권) 금리를 3.25%에서 3.00%로 0.25%포인트 인하했다고 밝혔다.

 

캐나다은행은 지난해 6월 첫 금리인하 사이클을 개시한 뒤 이날까지 총 여섯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지난해 6∼9월 회의에선 금리를 0.25%포인트씩 인하했지만 지난해 10월 및 12월 회의에선 두 번 연속으로 인하 폭을 0.50%포인트로 키운 바 있다.

 

시장에선 인플레이션 둔화 및 경기 우려를 이유로 이날 금리 인하를 예견해왔다. 시장 전문가들은 오는 3월 회의 때도 추가 인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캐나다은행은 이날 경제전망 발표에서 올해 캐나다의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1.8%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은 미국과의 관세 전쟁을 반영하지 않은 수치다.

 

캐나다은행은 캐나다와 다른 국가들이 미국에 대해 25%의 보복 관세를 부과한다고 가정할 경우 캐나다의 경제성장률을 첫해 2.5%포인트, 이듬해 1.5%포인트 떨어뜨리는 충격을 미칠 수 있다고 추산했다.

 

티프 맥클렘 캐나다은행 총재는 이날 회견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광범위한 무역 갈등은 캐나다의 경제활동을 크게 해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 뉴욕 연합 이지헌 특파원 > 

미 연준, 트럼프 인하 압박에도 정책금리 동결

● WORLD 2025. 1. 30. 12:50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파월 연준의장 소신 고수... 연 4.25∼4.50%로 유지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이 29일(현지시각)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AP 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첫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동결했다.

 

연준은 29일(현지시간)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무리하면서 정책금리를 연 4.25∼4.50%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난해 9월과 11월, 12월 3차례 연속 이어진 연준의 금리 인하 움직임이 새해 들어 일단 멈추게 됐다.

 

이번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처음 열린 것으로, 연준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적인 금리 인하 압박 요구에도 동결을 택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이날 금리 동결 후 기자회견에서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해 9월 빅컷(0.5%p 금리 인하)을 단행했을 때는 경제전망예측을 통해 올해 말 기준금리(중간값)를 3.4%로 제시하며 올해 4차례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12월에는 올해 말 기준금리를 3.9%로 제시, 금리 인하 횟수를 2차례로 조정한 바 있다.

 

연준의 이날 성명도 12월 성명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다. 이날 성명에서는 “실업률은 최근 몇 달 동안 낮은 수준에서 안정됐으며, 노동시장 상황은 견조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지난달 회의 후 성명에서 “올해(2024년) 초부터 노동시장 여건이 전반적으로 완화됐고, 실업률은 상승했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고 평가한 것과 거의 유사한 수준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이날 성명에서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연준은 평가했다. 지난달 성명에서 나온 “인플레이션은 위원회의 목표치인 2%에 근접했지만, 여전히 다소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라는 표현에서 일부 달라진 것이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3.0%)과 미국 간 금리차는 상단 기준으로 1.50%포인트로 유지됐다.

 

연준이 이날 정책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뉴욕증시는 약세로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36.83(0.31%) 내린 4만4713.52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28.39(0.47%) 내린 6039.31에, 나스닥 지수는 101.26(0.51%) 내린 1만9632.32에 각각 거래를 마쳤다.            < 한겨레 김수헌 기자 >

 

트럼프 정책 지켜보겠다는 파월…금리동결 직후 “서두를 필요 없어”

“무슨 일 일어날지 몰라…묵묵히 연준의 일 할 것”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29일(현지시각) 워싱턴 DC에서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

지난 20일(현지시각)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미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행보에 뚜렷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우선주의에 기반한 보편 관세 도입, 이민자 추방 등 새 정부가 추진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미국 경제의 조타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월가에선 새로운 관망의 시대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 연준은 28∼29일 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치고 29일 낸 성명에서 현재의 연 4.25∼4.50%인 연방기금 금리(이하 정책금리)를 동결한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세차례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연속으로 내린 뒤 지난해 12월 회의에서 심상치 않은 물가 상황 등을 언급하며 매파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금리 동결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게 시장의 평가였다. 실제 지난해 12월 기준 근원물가 상승률은 3.2%로 연준의 관리 목표치인 2%를 크게 웃돈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관심은 ‘금리 동결’ 자체보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뒤 내놓은 성명(통화정책방향 결정문)과 제롬 파월 의장의 회견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추진하는 파격적인 정책이 미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놓고 다양한 갈래의 해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 경제의 조타수인 연준 위원들의 시각을 가늠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은 물론 당선 이후에도 정책금리 인하를 선호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시장에선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연준의 독립성을 흔들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 터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산유국들에게 원유가격 인하를 요구하며, “유가가 내리면 즉시 연준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파월 의장은 매우 신중한 발언을 내놨다. “관세·이민·재정정책, 규제와 관련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아직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정책들이 경제에 미칠 영향이 어떤지 합리적으로 평가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정책이 무엇인지 뚜렷하게 제시되길 기다려야 할 것이다.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정책의 강도와 시점을 놓고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데다 그러하기에 미국 경제에 미칠 파급 경로도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납득할 수 있는 통화정책 수장의 신중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발언으로 볼 수 있다.

 

미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에 대해 “연준이 새로운 ‘기다려보기’(Wait-and-See) 단계’에 들어갔다”고 평가했다. 연준이 트럼프 정부와의 갈등을 불사하며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보다는 앞으로 발표되는 경제 지표를 점검해가며 통화정책 방향의 정당성 내지 근거를 확보해가는 작업을 이어갈 것이라는 취지다.

 

실제 파월 의장은 회견 내내 “현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기존보다 현저히 덜 제한적인 반면 경제는 강한 상황"이라며 “우리는 통화정책 기조 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라고 강조했다.

 

월가에선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에 회의적인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제이피(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미국 경제에 내재한 위험으로 미 정부의 재정 적자와 지정학적 리스크와 더불어 인플레이션 반등 위험을 짚었다. 물가 재상승 위험이 커지고 있으니 금리 인하에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를 보면, 금리 선물시장은 연준이 3월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82%로 점쳤다. 전날의 69%에서 큰 폭으로 동결 전망이 우세해진 것이다.

 

제이피모건체이스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미국경제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내놓은 보고서에서 “연준은 통화정책에 개입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력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며 “1월의 '조용한 결과'가 연준이 보내야 할 격동의 한 해를 시작하는 서막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의 이런 시각을 의식한 듯 파월 의장은 이날 회견에서 “묵묵히 본연의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 한겨레 정남구 기자 >

 

트럼프 “인플레 해결 실패”…연준 기준금리 동결 맹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3일(현지시각)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동결에 대해 “연준이 인플레이션으로 초래한 문제를 마무리하는 데 실패했다”고 날을 세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각) 연준이 기준금리 동결을 발표한 뒤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연준이 디이아이(DEI·다양·공평·포용)와 성 이데올로기, 깨끗한 에너지, ‘가짜’ 기후변화에 시간을 덜 썼다면 인플레이션은 결코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인데 우리는 역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으로 고생했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그는 또 “연준이 은행 규제와 관련해 제대로 일을 하지 못했다”며 “재무부가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노력을 이끌어갈 것이며 모든 미국인과 미국 기업을 위한 대출을 풀 것”이라고 적었다.

 

그는 이어 “미국의 에너지 생산을 늘리고 규제를 줄이고 국제무역 균형을 이루어 미국 제조업을 되살릴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그는 또 “인플레이션 종식을 넘어 더 많은 것을 할 것이며 우리나라를 재정 측면과 다른 면에서 다시 강력하게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거센 기준금리 인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4.25∼4.50%로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

 

미국 뒤흔든 연방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 이틀 만에 철회

 
발달지체 어린이를 지원하는 미국 프로그램의 수업 모습. AP 연합
 

미국 백악관이 전국적 혼란을 몰고 온 연방 보조금 및 대출금 지출 중단지시를 이틀 만에 전격 철회했다.

 

백악관 관리·예산국은 연방기관에 새 메모를 보내, 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를 담고 있는 “엠(M)-25-23 메모를 취소한다”고 밝혔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9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앞서 27일 백악관 관리·예산국은 연방기관에 “연방 보조금 및 대출금 지급과 관련한 모든 활동을 잠시 중단하라”는 내용이 담긴 메모를 내려보냈다. 메모에는 ‘연방 보조금과 대출 프로그램이 트럼프 행정부 정책 기조에 부합하는지 종합적으로 분석해서 보고서를 제출하라’는 내용도 들어있었다.

 

이 메모는 미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따라 받게 될 세액 공제와 보조금 등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됐다.

 

그러나 이는 곧바로 연방기관의 학교 및 주택 지원금, 의료지원 프로그램 등에 영향을 미치는 등 혼란을 불러왔다. 이에 따라 연방보조금을 받는 비영리단체 등이 연방 법원에 보조금 중단지시의 집행 정지를 요구하며 제소했고,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주에서도 잇따라 소송에 나섰다.

 

이에 워싱턴 DC 연방법원의 로렌 알리칸 판사는 28일 트럼프 행정부의 연방보조금 지출 잠정 중단 조치를 다음달 3일까지 보류하라고 명령했다.

 

논란과 혼선이 이어지자 결국 이틀 만에 백악관이 연방보조금 지출 중단 지시를 취소하고 나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캐롤라인 리빗 백악관 대변인은 소셜미디어에 “연방 보조금 지출 중단을 지시한 메모는 취소됐지만, 외국 원조와 디이아이(DEI·다양·공평·포용) 관련 지원 등을 막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은 유효하다”고 밝혔다.  < 한겨레 박병수 기자 > 

딥시크가 1/10 연구비로 만든 ‘R1’, 일부 성능 테스트서 오픈AI의 ‘o1’ 제쳐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에이아이(AI)의 추론형 인공지능 ‘오원’(o1)의 성능을 앞서 화제가 된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딥시크 누리집 갈무리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빅테크 연구비의 10%를 들여 개발한 ‘인공지능’이 실리콘밸리를 위협하고 있다. 딥시크와 마찬가지로 오픈소스형 인공지능을 만드는 메타(옛 페이스북)의 연구팀이 ‘패닉’(공황)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메타는 올해 650억달러(약 9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5일 미국 시엔비시(CNBC) 등 외신을 보면, 2023년 설립한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20일(현지시각) 공개한 추론형 인공지능 ‘알원’(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에이아이(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오원’(o1)을 앞섰다. 딥시크의 기술보고서를 보면, 알원은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2024) 문제를 푸는 테스트에서 79.8%의 정확도를 기록해 오원(79.2%)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공개된 이 회사의 거대언어모델(LLM) ‘브이쓰리’(V3)의 경우 메타의 최신 모델인 ‘라마(Llama) 3.1’보다 앞선 성능을 보였음에도 인공지능 훈련에 쓴 비용은 557만달러(약 80억원)에 불과했다. 딥시크는 미국이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지피유(GPU·그래픽처리장치)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탓에 엔비디아의 최신칩(H100)에 한참 못 미치는 저사양 반도체 에이치(H)800을 2000개 활용해 두 달 만에 브이쓰리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는 딥시크의 개발비에 대해 “빅테크인 메타가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구축하는 데 쓴 비용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과 관련해 한 메타 직원이 “메타의 생성형 인공지능 조직이 패닉 상태”라고 주장한 미국 블라인드 글. 누리집 갈무리

 

외신들은 딥시크의 성과를 두고,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가 중국의 엔지니어들이 보다 효율적인 인공지능 개발에 매달리도록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딥시크의 인공지능이 성능 면에서 글로벌 10위권으로 뛰어올랐는데, 이는 워싱턴의 수출 규제가 중국의 급속한 (AI 기술) 발전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 개발에 거액의 돈을 투자해온 빅테크들도 ‘가성비’를 앞세운 딥시크의 부상에 난감한 분위기다. 얀 르쿤 메타 수석 인공지능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는 24일 스레드에 올린 글에서 “딥시크의 성과를 보며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오픈소스 모델이 (오픈AI와 같은) 독점 모델을 넘어서고 있다는 게 적절한 해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직원들이 다수 가입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딥시크가 알원을 공개한 직후 “메타의 생성형 인공지능 조직이 패닉 상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을 쓴 한 메타 직원은 딥시크의 개발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조직 리더들을 언급하며 “경영진은 생성형 인공지능 조직의 막대한 비용에 대한 해명을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는 인공지능에 있어 결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자본적 지출(CAPEX)을 600억~650억달러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선담은 기자 >

 

딥시크가 뭐길래 엔비디아가 대폭락해?…중국 AI 돌풍

엔비디아 -17% 등 기존 AI 관련주 급락
저비용 딥시크 등장에 미 경쟁력 의구심
중국이 인공지능에서도 경쟁력 우위?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 딥시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량원펑과 딥시크의 기업로고. 딥시크 누리집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의 등장에 엔비디아 등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딥시크 등장에 기존 인공지능 기업들의 경쟁력이 의심받으며 최악의 주가 폭락이 일어났다. 중국이 값싸고 뛰어난 성능의 인공지능을 개발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미국 증시에서는 챗지피티(Chat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출시 이후 증시에서 최대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엔비디아가 무려 17% 폭락해, 5890억달러가 증발됐다. 엔비디아 등 미 증시에서 비중이 큰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폭락하며 나스닥 지수는 3.1%, 엔스앤피(S&P)500 지수는 1.5%나 떨어졌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이 편입되지 않은 다우존스 지수는 0.7% 올랐다.

 

특히, 인공지능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9.15%나 폭락해, 지난해 9월3일 7.75% 이후 최대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9% 이상 폭락하기는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졌던 지난 2020년 3월18일 이후 처음이다.

 

인공지능 산업 수혜주인 브로드컴도 17.4% 폭락해 시총이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마블테크놀로지도 -19.1%,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1.71% 급락했다. 오라클도 14%나 포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도 -13.33%, 반도체 장비 회사인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은 -5.75%,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에이아르엠(Arm)은 -10.19% 급락했다.

 

다만, 인공지능 노출이 적은 빅테크 기업들은 선방했다. 애플은 3.18%, 메타는 1.91%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13%, 구글의 알파벳은 4.03%, 테슬라는 2.32% 하락에 그쳤다.

이날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대폭락은 중국이 개발한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존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이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인 딥시크는 지난주 출시된 이래 미국에서만 애플스토어에서 가장 다운로드가 많은 앱으로 올라섰다. 딥시크 쪽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는 비용으로 단지 560만달러만 썼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선두주자인 오픈에이아이(Open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자신들의 최신 인공모델인 지피티-4의 훈련에 1억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 관련 조사회사인 앤스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해 방송에서 일부 기존 인공모델의 훈련에 1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딥시크는 엔비디아이가 개발한 인공지능 관련 고가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우수한 성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가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규모와 비용이 미국 빅테크들과 비교해 훨씬 적어 효율성을 보여줬다고 미국 언론들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에 첨단 및 고가 반도체를 공급하며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던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갑자기 경쟁력을 의심받게 돼 주가폭락으로 이어졌다.

딥시크 돌풍과 기존 인공지능 기업들 주가 대폭락은, 미국의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에서의 기술 규제를 중국이 극복해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규제 및 공급망 분리인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 정책이 중국의 자급자족적인 기술굴기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의길 선임기자 >

 

딥시크는 규제를 먹고 자랐다…저가 반도체로 패러다임 전환

미국의 대중 기술규제 압박 속에서
싸고 뛰어난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
기존 AI기업·미국에는 위기일 수도
중국·유럽 등엔 AI 도약 계기 될듯

 
 
 

중국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이 전세계 인공지능 산업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

 

고작 600만달러 미만 비용으로 첫 생셩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딥시크의 인공지능 챗봇들은 전세계 인공지능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자본가 마크 앤더슨은 딥시크가 인공지능에서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량원펑(40)에 의해 설립됐다. 광둥성 출신인 그는 저장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뒤인 2015년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선구적으로 적용해 돈을 모은 뒤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하이-플라이어의 자산을 80억달러로 불린 뒤 소규모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다 독립적인 회사로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자신을 펀드트레이더보다는 엔지니어로 인식하고 있다.

 

딥시크는 2023년 11월 첫 번째 오픈소스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 코더’를 시작으로 여러 모델을 출시하고,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최신모델인 딥시크 V-3 및 R-1이 새해 들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딥시크는 현재 애플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을 보면 추론 연산을 수행하는 오픈소스 모델을 효과적으로 만들면서, 슈퍼 컴퓨팅 효율성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가 오히려 딥시크의 부상을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고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딥시크는 기존의 저가 반도체 등을 이용해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딥시크 쪽도 첨단고가 반도체 대신 혁신적인 인공지능 훈련 기술을 조합해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딥시크-V3 개발에 들인 비용이 557만6천달러(약 78억8천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최신 인공지능 모델 라마(Llama) 3을 엔비디아의 고가 칩 'H100'을 이용해 훈련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된 첨단 R1 모델은 오픈소스로 출시돼, 누구라도 이 모델을 사용해 적용할 수 있다. 다른 회사들도 딥시크의 방식을 이용해 값싸고 대안적인 인공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기존 인공지능 기반 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딥시크가 인공지능 훈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 출현의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엔비디아 등은 타격을 받더라도 전체 인공지능 관련 산업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딥시크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대중화가 가속돼 관련 분야 전반이 더 성장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성명에서 딥시크를 “탁월한 인공지능의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질문에 대답하는 인공지능의 작업인 ‘추론’에는 많은 엔비디아 반도체 및 고도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딥시크의 성공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서 엔비디아의 우위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고, 새로운 인공지능 개발에 결정적이지도 않을 수 있음을 드러낸 점만은 확실하다.

 

딥시크의 성공은 또 인공지능 개발에서 미국의 독주를 막고, 이른바 각국 사이에서 개발력의 평균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딥시크 성공으로 당장은 중국이 미국에 필적할 수 있겠으나, 유럽이나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의 한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컴퓨터 능력이 더는 인공지능 개발에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며 “그 메시지는 우리도 경쟁할 수 있고, 대안을 만들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겨레 정의길 기자 >

 

중국 “AI 반도체 수출 통제, 미국 기업 손해”…엔비디아도 반발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로고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제조사인 미국 엔비디아도 자국 정부를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는 13일 밤 누리집에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바이든 정부는 합리적인 목소리를 외면하고, 무리한 조처를 했다”며 “이는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하고 수출 규제를 오용한 사례로, 국제 다자간 경제무역 규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이에 대해 중국 쪽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바이든 정부의 수출 규제 남용은 각국의 정상적인 경제무역 교류를 엄중하게 저해하고, 시장 규칙과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엄중하게 훼손하며, 글로벌 기술 혁신에 엄중한 영향을 미치고, 미국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의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친다”며 “중국 쪽은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350여자의 입장문에서 ‘엄중하게’라는 단어를 4차례 반복하며 미국 쪽 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으로의 인공지능 반도체 유입을 더욱 차단하는 조처를 내놨다. 중국·북한·러시아 등 20여개 ‘우려 국가’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 등 인공지능 반도체를 계속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한국 등 18개 동맹·파트너 국가는 제한을 두지 않으며, 동맹이나 우려국가가 아닌 국가들에는 구입 수량에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이다. 임기를 일주일 남긴 바이든 정부가 막판에 대중국 반도체 견제의 고삐를 강하게 당긴 것이다.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제조의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도 즉각 반발했다. 네드 핀클 엔비디아 정부부문 담당 부사장은 “이번 조치는 시장 결과를 조작하고 경쟁을 억압함으로써 미국이 어렵게 얻은 기술적 이점을 낭비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은 혁신과 경쟁, 그리고 전 세계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승리하는 것이지, 정부의 과잉개입이라는 벽 뒤에 숨어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 통제를 받고 있지만, 이번 조처로 수출 통제국가와 사전 수출 승인이 필요한 국가가 확대되면서 추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챗 지피티(GPT)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AI)는 중국과 경쟁에 앞서기 위해 정부의 투자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이날 ‘경제 청사진’이라는 제안서를 통해 “글로벌 펀드에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투자될 약 1750억달러(257조원)가 대기 중”이라며 “미국이 이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중국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흘러 들어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에이아이는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안을 제시하며 “동맹국과 파트너에게 첨단 인공지능 모델을 제공해, 중국이 아닌 미국 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