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트럼프 맞서 무역 다변화 · 자주국방 추진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세계 질서 무시 따라
민주주의 중견국들 '유라시아 블록' 구상도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문제는 '단결 부족’
미 신뢰 상실땐 자체 핵 억지력 보유 나설 수도
부트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 해"

 

"나는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길 원한다. 그린란드는 52번째 주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53번째 주가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1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사교모임 알팔파 클럽의 비공개 연례 만찬 연설에서 "우리는 그린란드를 침공하지 않고 구매할 것이다"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1일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미국 정‧재계 거물들이 참석하는 이 클럽에선 전통적으로 다양한 농담들이 오갔던 만큼 트럼프의 이번 발언도 '농담성'일 수도 있지만, 작년 1월 백악관 복귀 이후 캐나다 51번째 주 발언과 그린란드 합병 발언을 반복했던 터여서 예사롭지 않다. 특히 베네수엘라를 불법 침공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납치, 기소한 뒤 베네수엘라를 직접 '운영'하겠다고 한 적도 있어 그의 이날 발언이 단지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게 사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러라고에서 열린 백악관 부비서실장 댄 스카비노와 국무부 에린 엘모어 국장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2026. 02. 01 [로이터=연합]
 

트럼프 "캐나다, 그린란드, 베네수엘라
미국의 51, 52, 53번째주로 만들고파"

 

트럼프는 2기 행정부 출범 직후부터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면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주지사"라고 부르고 고율 관세로 위협해 누구보다 가까웠던 양국 관계를 역사상 최악의 국면으로 내몰고 있다. 이에 참다못한 카니 총리가 1월 20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 연설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힘'에 의한 일방주의와 약육강식 질서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중견국들의 연대'를 통한 새로운 국제 질서의 구축을 호소하고 나서 엄청난 반향을 불렀다.

 

카니는 연설에서 "우리는 전환이 아닌, 파열의 한복판에 있다"며 "지난 20년 금융, 보건, 에너지, 지정학 분야에서 터진 일련의 위기들은 극단적 글로벌 통합의 리스크를 드러냈고, 더 최근에는 강대국들이 경제 통합을 무기로, 관세를 지렛대로, 금융 인프라를 강압으로, 공급망을 착취할 취약점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캐나다와 같은 중견국들은 무력하지 않다...인권 존중, 지속 가능한 발전, 연대, 각 국가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라는 우리의 가치를 포괄하는 새 질서를 구축할 역량이 있다"면서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식탁에 앉지 않으면 메뉴로 오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역설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9월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 협력 기구(SCO) 정상회의 2025를 앞두고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환담을 하고 있다. 2025.9.1. 로이터 연합
 

"초강대국 미ㆍ중ㆍ러, 규칙 기반 질서 무시"
민주주의 중견국들의 '유라시아 블록" 제안

 

이에 미국의 역사학자이자 외교정책 분석가인 맥스 부트 미국 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미국은 초강대국이 될 수 있는 세력을 소외시키고 있다'란 2일 자 워싱턴 포스트 칼럼에서 '중견국 연대'를 호소했던 카니의 다보스 연설을 언급하면서 "유럽과 아시아의 민주주의 국가들이 공조한다면, 글로벌 균형을 다시 만들 수 있다"고 동조하고 나섰다.

 

부트 연구원은 초강대국들이 '규칙 기반의 국제 질서'를 무시하는 최근의 사례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뿐 아니라, 트럼프 미 행정부의 그린란드 합병 위협과 유럽, 한국, 일본 등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에 대한 고율의 징벌적 관세 등을 들었다.

 

카니의 호소의 연장선에서 부트는 "강력한 중견국들의 집단적 잠재력은 거의 무한하다"며 동서양의 민주주의 중견국들이 참여하는 '유라시아 블록'을 제안했다. 그 대상으로 미국의 동맹인 나토 회원국들(유럽과 캐나다), 동아시아와 오세아니아의 거대 민주주의 국가들인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 대만을 지목했다. 그러면서 "이들의 관점엔 강력한 중첩이 있다. 이들 나라가 함께 행동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초강대국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부트가 보기에, 이 '유라시아 블록'의 잠재력은 엄청나다. 인구 약 9억 명, 국내총생산(GDP) 39.5조 달러, 국방비 8300억 달러, 병력 310만 명이다. 미국의 인구 3억3800만 명을 압도하고 GDP 31조 달러를 넘어서며, 국방비도 올해 미국의 8500억 달러에 육박한다. 중국의 경우 인구가 더 많지만 다른 모든 부분에서 뒤처져 있고, GDP는 유라시아 블록의 약 절반 수준이다. 러시아는 훨씬 더 뒤처져 있으며, GDP 2.5조 달러에 불과하다. 세계를 '삼분'하려는 미‧중‧러에 견주어 볼 때 잠재력 면에선 또 다른 초강대국의 체급을 갖출 수 있다는 얘기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20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1. 20 [AFP=연합]
 

유라시아 블록, 잠재력서 미ㆍ중ㆍ러 능가
유일한 문제는 중견국들 간의 '단결 부족'

 

이는 어디까지나 잠재력이고, 실현 가능성은 별개의 문제다. 부트는 이런 방향으로 가는 데 중견국들을 가로막는 유일한 요인으로 '단결의 부족'을 꼽았다. 러시아, 중국, 미국은 모두 단일 국가인 데 비해, 나토(북대서양 조약기구)는 32개국, 유럽연합(EU)은 27개국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는 "유럽의 자원은 느슨하게 결집해 있을 뿐이며, 아시아 민주주의 국가들과 조율도 거의 없다. 그리고 아시아 국가들 역시 미국과 동맹으로 연결돼 있지만 서로 간에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같은 지정학적 현실이 곧 바뀌지는 않겠지만, 이들 나라가 더 광범위한 협력 속에서 행동할 수 있도록 취할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이 있다"고 썼다.

 

'작지만 실질적인 조치들'과 관련해 그는 ▲ 영국의 EU 재가입 ▲ 정신적으로는 유럽의 일부인 캐나다와 우크라이나의 EU 가입 허용 ▲ 헝가리나 슬로바키아 같은 소국들의 의사 결정 방해를 막기 위한 '만장일치 폐지' ▲ 나토의 세계화 또는 아시아판 나토 창설로 이어질 유럽‧호주‧일본‧한국 간 새로운 '쿼드(4자)' 대화체 창설 ▲ EU의 '유럽군' 창설 노력 등을 제안했다. 현재 노르딕-발틱 8개국인 덴마크, 에스토니아, 핀란드, 아이슬란드,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노르웨이, 스웨덴이 추진 중인 '국방 통합' 작업이 그 선례가 될 수 있다고 그는 봤다.

 

트럼프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한 유럽 지도자들. 1월 6일 베를린에서 촬영.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총리, 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 도날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이들은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의 북극 자치령 그린란드에 대한 영향력을 다시 한번 언급하자 덴마크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들은 주권, 영토 보전, 그리고 국경 불가침은 "보편적인 원칙이며, 우리는 이를 수호하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2026.1.6. AFP 연합
 

서방국들, 대미 의존도 낮추고자 동분서주
경제무역 다변화, 자주국방 역량 구축 모색

 

관세와 군사 행동 등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제국주의 위협에 특히 동맹인 서방 국가들은 미국 아닌 나라들과 자유무역협정 체결 등 적극적으로 다변화를 시도하며 대미 의존도를 낮추려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EU는 인도, 남미 5개국과 무역 협정을 체결했고, 캐나다는 다소 제한적이긴 하지만 중국, 카타르와 무역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합의는 캐나다에 100% 관세를 매기겠다고 트럼프의 위협을 불렀다.

 

부트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EU 사이에 다리를 놓아 15억 인구의 새로운 무역 블록을 만들고 싶어 한다"고 했던 카니 총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유럽과 아시아 간 무역 강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훨씬 더 많다"고 했다.

 

국방 분야에서도 이들 유라시아 국가가 대미 의존 축소 차원에서 국방 역량을 확대하는 게 급선무라고 부트는 지적했다. 물론 트럼프의 압박 등에 따른 것이긴 하지만, 유럽의 국방비 지출은 지난 10년간 약 두 배로 늘어났으며 계속 증가 추세에 있다. 그는 "조만간 한 독일 기업은 미국 전체보다 더 많은 155mm 포탄을 연간 생산하게 될 것이다"라고 기대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2.3 연합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대미 의존 탈피?
"트럼프 위협을 고려하면 이해할 만하다"

 

이 대목에서 부트는 유럽의 한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대미 의존 탈피 측면에서 해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유럽은 선진적인 방위 산업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럽 국가들은 한국의 공장에도 크게 의지하고 있다"며 "폴란드는 한국산 탱크, 자주포, 전투기를 구매하고 있으며, 노르웨이는 1월 30일 한국 다연장 로켓포 구매에 20억 달러를 쓰기로 결정했다"고 소개했다. 또한 캐나다는 미국의 F-35 구매를 줄이고 스웨덴의 그리펜 전투기를 더 많이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노르웨이 국방물자청(NDMA)은 이재명 대통령의 전략 경제협력 특사인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과 마르테 게르하르센 노르웨이 국방차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다연장 로켓포인 한국산 천무 16문과 유도미사일, 종합군수지원 등을 포함하는 풀패키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움직임들을 두고 부트는 "트럼프의 위협을 고려하면, 미국의 동맹국들이 미국산 무기 체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려는 건 이해할 만하다"고 촌평했다. 물론 스텔스기, 장거리 미사일, 위성 정찰 등 동맹국들이 미국에 크게 뒤처지는 핵심 역량들이 여전히 존재하고, 그 중 가장 중요한 건 핵무기이지만, 만일 미국이 동맹국들로부터 신뢰를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면, 더 많은 나라가 자체 핵 억제력 보유 쪽으로 나아갈 우려도 있다고 봤다.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시가행진이 열린 1일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다연장 천무가 이동하고 있다. 2024.10.1 연합
 

유럽과 아시아의 미국 동맹국들이 '각자의 길'을 간다면 미국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부트는 "미국 우선주의자들은 개의치 않을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미국의 동맹국들이 무역과 안보 면에서 미국에 덜 의존하게 된다면, 그들을 마음대로 휘두르기 훨씬 어려워질 것이고 미국과 비즈니스를 할 가능성도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힘을 투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해외 기지들을 잃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경제적 영향력 축소와 해외 기지 상실의 대가를 치를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부트는 "만약 '강력한 중견국들'이 뭉칠 수 있다면, 그들은 미국의 지배 시대를 그리워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인들은 아마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 이유 기자 >

 

 

호주 서부 해안서 카약 타던 가족 전부 조난
큰아들이 구조 요청 맡아 4km가량 헤엄쳐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해안에서 조난했다가 큰아들 오스틴 애플비가 4시간이나 걸린 수영을 해서 구조요청으로 구조된 애플비 가족들. 왼쪽부터 남동생 보, 어머니 조앤, 여동생 그레이스, 그리고 오스틴. 오스틴은 오랜 수영으로 부상을 입었다. AP 연합
 

오스트레일리아 해안에서 조난된 가족을 위해 13살 소년이 4시간 동안 거친 파도를 헤치며 수영을 한 뒤, 구조를 요청해 어머니와 두 동생의 목숨을 구했다.

 

에이피(AP) 통신 등에 따르면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퍼스에 사는 오스틴 애플비(13)는 지난 30일 오전 어머니 조앤 애플비(47), 남동새 보(12), 여동생 그레이스(8)와 함께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주의 퀸달럽 인근 바다에서 카약과 패들 보트를 타다가 조난당했다. 가족들은 거세진 바람과 파도에 떠밀려 해안에서 14㎞ 멀리까지 떠밀려 갔다.

 

오스틴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육지 쪽으로 가야 한다고 판단했고, 어머니 조앤도 오스틴에게 구조요청을 위해 혼자서 가라고 부탁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공기주입식 카약을 탔던 오스틴은 거친 파도 속에서 물이 차오르며 전복 위험이 커지자 배를 버리고 수영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는 수영하는데 방해가 되자 구명조끼도 벗어 던졌다.

 

그는 “파도가 엄청나게 거세고 나는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상태였다”며 “나는 그저 ‘계속 헤엄쳐, 계속 헤엄쳐’라고 생각하며 버텼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리고 마침내 해안에 도착해 모래사장에 몸이 닿자 그대로 쓰러졌다”고 기억했다. 그는 수영하는 내내 긍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약 4시간 동안 4km가량을 헤엄쳐 오후 6시쯤 해안에 도착해 구조 요청을 하는 초인적 의지와 체력을 보였다. 오스틴이 구조를 요청한 뒤 약 2시간 반이 지난 오후 8시30분께 수색 헬기가 어머니와 두 동생을 발견했다. 세 사람은 퀸달럽에서 약 14km 떨어진 해상에서 10시간 동안 표류하고 있었다.

 

현지 경찰 제임스 브래들리 경감은 “13살 소년의 행동은 아무리 칭찬해도 부족하다”며 “그의 결단력과 용기가 결국 어머니와 동생들의 생명을 구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조앤은 기자들에게 “아이들을 바다에 두고 혼자 도움을 구하러 갈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큰 아이에게 ‘육지로 가서 도움을 요청해라, 일이 정말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해야 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결정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았다. 조앤은 처음에는 아들이 무사히 해안에 도착할 것이라고 믿었지만, 해가 지고도 소식이 들리지 않자 불안감이 커졌다고 회고했다. 조앤은 “우리는 계속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고,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하면서 처음엔 마치 게임처럼 버텼다”며 “하지만 해가 지기 시작하면서 파도가 매우 거칠어지고, 파고도 점점 높아져 상황이 위태로워졌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그는 “나에게 모든 것은 세 아이 모두 살아 돌아오는 것이었다”며 “그것만으로도 모든 것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구조될 당시 세 사람 모두 심하게 떨고 있었고, 남동생 보는 차가운 바닷물에 오래 노출돼 다리 감각을 잃은 상태였다.                                         < 정의길 기자 >

미-이란, 충돌 우려 속 고위급 회담 연다

● WORLD 2026. 2. 4. 04: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오는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서 개최
7개 중재국도 참여…“혼란 여파 막으려”

 

 
 
2일(현지시각) 이란의 수도 테헤란의 한 건물에서 “미국을 타도하라”는 내용의 반미 선전물이 걸려 있다. EPA 연합
 

군사적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는 이란과 미국이 지난해 6월 ‘12일 분쟁’ 이후 처음으로 고위급 회담을 연다.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을 두고 합의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매체 액시오스는 2일(현지시각) 스티브 윗코프 미국 대통령 특사와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오는 6일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만나 양국 간 핵합의 가능성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이 자리에는 카타르, 튀르키예,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파키스탄, 오만, 아랍에미리트 등 7개 중재국 대표단도 참석한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지난달 이란 정부의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을 두고 양국 간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성사된 이번 만남은 지난해 6월 ‘12일 분쟁’ 당시 미국이 이란 핵시설을 폭격한 이후 처음 열리는 고위급 회담이다. 지난해 6월 예정됐던 양국 간 6차 핵협상은 개최 직전 진행된 군사적 충돌로 열리지 못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도 미국과 핵협상을 시작하도록 지시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보도했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외교적 과정의 작업 방식과 틀에 대해 검토하고 결정하는 단계에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관계자는 “이스탄불 회담은 전쟁을 막을 수 있는 포괄적인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는 이란이 회담에 필요한 양보를 할 준비를 하고 참석하기를 바란다”라고 액시오스에 말했다. 그동안 미국은 이란에 독자적 핵농축 포기, 탄도미사일 제한, 역내 대리세력 지원 중단을 요구해왔지만, 이란이 모두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을 밝혀왔다.

 

지난달 28일(현지시각) 중동 지역 아랍해에서 작전 중인 미 해군의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에서 F-18 슈퍼호넷 전투기가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AFP 연합
 

이번 회담이 핵문제에만 집중하느냐 아니면 모든 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느냐를 두고도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은 핵문제 외에도 탄도미사일, 대리세력 문제도 협상하길 원하지만, 이란은 핵문제만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란 것이다.

 

이스라엘은 오는 3일 먼저 스티브 윗코프 미국 특사와 만나 ‘어떤 합의든 이란이 핵프로그램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보유하지 않고, 대리세력 지원을 중단하는 데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할 예정이라고 이스라엘 방송 채널12이 보도했다. 이 만남에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에얄 자미르 이스라엘군 참모총장, 다비드 바르네아 국외정보기관 모사드 수장이 참여할 예정이다.

 

이번 회담 개최를 위해 이례적으로 많은 주변 국가들이 중재에 나섰다는 점도 주목받고 있다. 국제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담당자 알리 바에즈는 7개 중동국가의 회담 중재와 참여를 두고 “이 지역 국가들의 전례 없는 협력은 공동의 불안이 있단 걸 보여주는 척도”라며 “이들은 미국의 이란 타격이 난민, 무장투쟁, 불안정 등의 혼란을 그 누구도 막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주변에 퍼뜨릴 것이라 우려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다.

                                                                                      < 김지훈 기자 >

 

트럼프 정부 ICE에 대한 비난 목소리로 뒤덮인 그래미…

켈라니 "'ICE 엿먹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레드카펫에서 예의 지켜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뿐만 아니라 캐나다, 베네수엘라까지 미국의 주로 편입하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농담을 편하게 하는 비공개 자리에서 한 발언이라고는 하지만, 두 번째 임기 시작 이후 계속된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을 고려했을 때 농담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1일(이하 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전날인 1월 31일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저녁에 열린 미국 워싱턴 D.C의 사교 모임 '알팔파 클럽'의 연례 만찬에 기조 연설자로 나서 이같은 발언을 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린란드를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사들일 것"이라며 "그린란드를 51번째 주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었다. 캐나다를 51번째 주로 만들고 싶다. 그린란드는 52번째 주가 될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53번째 주가 될 수 있겠지"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이 나온 '알팔파 클럽'은 미국의 CEO와 정치인을 비롯해 워싱턴 D.C의 저명한 인사들로 구성된 사교 모임으로, 매년 1월 마지막주 토요일 한 차례 비공개로 진행되는 만찬을 하는데 모임 참석자들이 서로 뼈 있는 농담을 주고 받는 것이 일종의 관례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영토문제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안에 대해 농담식의 발언을 했는데, 그는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후보로 지명한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가 금리를 내리지 않으면 고소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같은 발언이 보도된 이후 진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건 코미디 쇼"라면서 크게 무게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식의 반응을 내놨다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워시 지명자에 대해 "TV에서 나온 인터뷰나 발언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저는 그가 금리를 인하하길 바란다"라고 말해 완전히 농담이라고 볼 수만은 없는 뉘앙스를 풍기기도 했다.

 

신문은 해당 클럽이 1913년 남부 연합군 장군 로버트 E. 리의 1월 19일 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네 명의 친구가 모이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 클럽은 1974년이 되어서야 흑인 회원을, 1994년에야 여성 회원을 받기 시작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 도착해 취재진에게 인사하고 있다. ⓒAP=연합
 

한편 이날 열린 미 대중음악 시상식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트럼프 정부의 이민세관단속국(ICE)에 대해 항의하는 아티스트들의 행동이 이어졌다. <허프포스트>는 이날 행사에 저스틴 비버와 헤일리 비버 커플, 그래미상 9회 수상 경력의 빌리 아일리시 등이 'ICE OUT'(ICE 퇴출) 이라는 글씨가 인쇄된 뱃지를 착용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 역시 제이슨 이스벨, 마고 프라이스, 켈라니 패리시, 리아논 기든스 등 저명한 아티스트들이 해당 뱃지를 달고 레드카펫을 밟았다고 전했다.

 

이 중 '베스트 R&B 퍼포먼스' 상을 받은 미국 싱어송라이터 켈라니는 미국의 연예 매체인 <할리우드 리포터>와 인터뷰에서 "'ICE 엿먹어라'(f*** ICE)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레드카펫에서는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 모두, 이렇게 영향력이 있는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있으면 어떤 식으로든 메시지를 내지 않을 수 없다. 이걸 하지 않는 것은 너무 무감각하고 생각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사회를 맡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코미디언이자 진행자인 트레버 노아는 가수 로제와 브루노마스가 함께 오프닝 공연으로 <아파트>를 부른 이후 "아파트가 한국에서 술 게임이라고 하는데 미국에서는 뉴스를 볼 때마다 술을 마신다"라며 트럼프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빌리 아이리시가 올해의 노래상을 수상하자 모든 아티스트가 받고 싶어하는 상이라면서 "트럼프가 그린란드를 원하는 것만큼이나 간절하다"라며 "그럴법 하다. 엡스타인의 섬이 사라졌으니, 빌 클린턴과 어울릴 새로운 섬이 필요하겠지"라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과 미성년자 성착취 혐의를 받은 제프리 엡스타인 간의 관계를 비꼬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12일 미 하원 감독위원회의 민주당 의원들은 엡스타인 저택에서 확보한 9만 5000장이 넘는 사진들 중 일부를 공개했는데, 여기에는 엡스타인의 개인 섬에서 촬영된 사진들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 빌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미국의 저명 인사들이 엡스타인과 함께 찍은 사진들도 포함돼 있었다.

 

노아의 비아냥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트루스소셜'의 본인 계정에서 "그래미 어워드는 최악이다. 사회자 트레버 노아?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시청률 최저였던 아카데미 시상식의 지미 키멜만큼이나 형편없다"며 평소 본인에 대해 날을 세우고 있는 지미 키멜에 빗대어 노아를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노아는 도널드 트럼프와 빌 클린턴이 엡스타인 섬에서 시간을 보냈다고 말했다. 틀렸다!!! 빌에 대해서는 내가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엡스타인 섬에 간 적도 없고, 근처에 가본 적도 없다"라고 해명했다.

 

그는 "노아는 사실관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도 빨리"라며 "이 형편없고 한심하며 재능도 없는 멍청한 MC를 상대로 큰 돈을 걸고 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내 변호사들을 보내게 될 것 같다"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 이재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