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에 서한…"보우소나루 마녀사냥"
 룰라 "브라질은 주권국…학대 용납 안 해"
"트럼프,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여겨"

네타냐후 비리 재판 취소·사면 촉구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막무가내 행태가 그야말로 점입가경이다.

동맹국 여부를 가리지 않고 고율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삼아 무역 협상에서 막대한 경제적 양보를 압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젠 특정한 나라를 찍어 내정간섭도 서슴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 백악관에서 열린 아프리카 지도자들과의 다자 오찬에서 참석하고 있다. 2025. 07. 09 [AFP=연합]

 

트럼프, 브라질에 50% '관세 폭력'
'내란 혐의' 보우소나루 재판 거론

 

그 시범 케이스가 브라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라질에 8월 1일부터 50%의 상호관세 적용을 예고하는 서한을 보냈다. 이는 4월부터 적용된 10%의 기본관세를 무려 40%포인트나 올린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7일 한국과 일본 등 14개국에 25%~40%의 상호관세 부과 예고 서한을 보낸 데 이어, 이날 8개국에 비슷한 수준의 서한을 보냈지만, 브라질만 콕 집어 '관세 폭탄'을 경고했다.

 

터무니없는 관세 인상 규모도 문제지만, 더 황당한 건 인상을 결정한 사유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트럼프는 기존의 부문별 관세와는 별도로 브라질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부분적으로 자유 선거에 대한 교묘한 공격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시간)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앞으로 보낸 서한에서 기존의 부문별 관세와는 별도로 브라질의 모든 대미 수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면서 "부분적으로 자유 선거에 대한 교묘한 공격 때문"이라면서 내란 혐의를 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재판 중지를 요구해 내정간섭 파문을 일으켰다. 공식 서한 전반부. 2025. 07. 09 [출처. 트루스 소셜 트럼프 계정] 시민언론 민들레

 

룰라에 보낸 '무례한' 트럼프 서한
"보우소나루 마녀사냥 끝내야"

 

룰라에게 보낸 트럼프의 서한도 "친애하는 대통령"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다른 서한과는 첫 줄부터 완전히 달랐다. 2022년 대선에서 현 룰라 대통령에게 지고도 그 결과에 불복하고 불법 쿠데타를 기도한 혐의로 재판받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신변 문제를 단도직입으로 따지고 나섰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은 룰라 대통령 취임 직후인 2023년 1월 8일 대규모 대선 불복 폭동을 벌였으며, 보우소나루가 폭도들의 배후로 지목돼왔다.

 

트럼프는 "나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알고 만나왔다. 그래서 다른 나라들의 지도자 대부분이 그렇듯이 그를 굉장히 존경한다"고 운을 뗐다. 그리곤 "브라질이 재직 중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로부터 매우 존경받는 지도자였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을 대하는 방식은 하나의 국제적 수치다"라면서 "이 재판은 열려서는 안 된다. '즉시' 끝내야 하는 '마녀사냥'이다"라고 썼다. 그야말로 브라질의 정치와 사법 체제에 개입하는 '내정간섭'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보우소나루 '불법 쿠데타 기도 사건'은 대통령의 헌정질서 훼손 여부에 대한 재판권을 가진 브라질 대법원에서 직접 심리 중이다.

 

9일 브라질 수도인 브라질리아 플라날토 궁전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인도네시아의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왼쪽)이 브라질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 07. 09 [AFP=연합]

 

룰라, 곧바로 관세 폭탄 맞대응 성명
"브라질은 주권국…학대 용납 안 해"

 

브라질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극우 성향의 보우소나루는 룰라 대통령 암살을 모의하고 군부 쿠데타를 일으켜 입법·행정·사법 3권 전권을 장악한 뒤 '신질서' 수립을 위한 비상 기구 설치를 계획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트럼프는 본인도 2020년 대선 불복, 2021년 극렬 지지자들의 1.6 의회 폭동 등과 관련해 여러 건 기소된 바 있어 현직 때 친밀하게 지냈던 보우소나루를 두둔해왔다.

 

이에 룰라 대통령은 몇 시간 후 성명을 통해 트럼프 관세 폭탄에 맞대응할 것이라고 말한 뒤 "브라질은 독립적 제도들을 지닌 주권 국가이며, 그 누구의 학대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보우소나루 관련 재판은 "전적으로 브라질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 차원에서도 공식 항의에 나섰다. 브라질 외교부는 이날 개브리얼 에스코바르 미국 대사대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보우소나루의 '대선 불복 쿠데타 기도 재판'을 '마녀사냥'으로 비난한 트럼프 발언에 대한 설명을 요구했다고 연합뉴스가 현지 언론을 인용해 전했다.

 

7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에서 컨테이너들이 선박에 적재 및 하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국가에 서한을 보내 해당 국가의 대미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율을 제시했다.2025.7.9. EPA 연합

 

"트럼프, 관세를 전가의 보도로 여겨,
브라질 경제·정치에 영향 있을 것"

 

뉴욕타임스(NYT)는 "관세를 이용해 외국의 형사 재판에 개입하려는 트럼프의 시도는 그가 관세를 얼마나 전가의 보도로 여기는지, 또 그 결과로 경제적 파괴를 초래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특이한 사례"라고 논평했다. NYT는 급속히 악화하는 트럼프-룰라 갈등으로 특히 브라질의 경제와 정치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NYT는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브라질의 2위 교역국"이라면서 "트럼프는 터무니없는 관세를 철회하려면 보우소나루 기소를 중단하라고 요구하는 것 같다"고 논평했다.

 

앞서 이틀 전인 7일 트럼프는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을 통해서도 비슷한 내용의 글을 올렸다. 트럼프는 보우소나루의 불법 쿠데타 관련 재판을 "끔찍한 일" "마녀사냥" "정치적 반대자에 대한 공격" 등으로 규정하고 "보우소나루를 내버려 두라"라고 썼다.

 

미국 백악관의 블루룸에서 열린 만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오른쪽). 2025. 07 07 [UPI=연합]

 

트럼프, 타국 재판 개입 처음 아냐
네타냐후 비리 재판 취소 촉구도

 

이에 룰라는 브라질 대통령실 홈페이지와 자신의 'X'에 올린 성명을 통해 "브라질 민주주의 수호는 브라질 국민의 몫이다. 우리는 주권국가로서 그 누구의 간섭이나 지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맞섰다.

 

트럼프가 다른 나라의 재판에 '개입'한 건 처음은 아니다. 트럼프는 지난달 29일 트루스 소셜에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개인 비리 혐의 재판도 '마녀사냥'이라고 규정하고 "비비(네타냐후)를 놓아주라"며 재판 취소와 사면을 촉구했다. 그러자 이스라엘 법원은 재판을 연기했다. 1월에는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에서 추방된 콜롬비아 국적 불법 이민자를 수용하지 않자 콜롬비아산 대미 수출에 25% 긴급 관세를 부과하고 일주일 후 이를 50%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러자 콜롬비아는 트럼프의 요구를 모두 수용하고 '관세 폭탄'을 피했다.    < 이유 기자 >

 

‘죄수의 딜레마’ 강요하는 트럼프의 관세협상

절대 강자 미국 이익 극대화하는 게임 방불

과도한 대미 의존 탈피나 시장 다변화가 해답
트럼프 협상시한 연장은 자신감보다 불안 때문?

4월 이후 물가 둔화는 관세 인상 전 대량수입 덕
일본 차 가격 인하는 엔 약세 효과, 미국이 탈취

 

7월 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항에서 컨테이너들이 선박에 적재 및 하역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러 국가에 서한을 보내 해당 국가의 대미 수입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율을 제시했다.2025.7.9. EPA 연합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는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올렸지만 수입품 가격은 관세 발동 전보다 오히려 내려갔다고 지난 8일 보고서에서 분석했다. 하루 전인 7일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관세 인상이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를 일축했다.

 

골드만삭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 얀 하치우스도 “(미국정부가) 승리를 선언하는 건 시기상조”라면서도 “초기단계의 관세 영향은 예상보다는 덜했다”고 했다. 지난 6월 말에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해 금리인하 예상 시기를 기존의 12월에서 9월로 앞당긴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었을 것이다.

 

트럼프의 고관세 정책으로 올해 4월 이후 급증한 미국의 관세수입. 단위: 억 달러. 출처: 미국 재무부. 일본경제신문 7월 9일

 

관세 올려 관세수입 크게 늘고 수입물가는 하락

 

게다가 관세 인상으로 관세수입이 크게 늘어난 것도 트럼프 정권을 고무시켰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5월에 220억 달러(약 302조 원)가 넘는 관세수입이 미국정부에 들어갔다. 이는 전 해인 2024년 평균 관세수입의 3배나 되는 액수다. 4월부터 발동될 예정이던 상호관세는 유예됐지만 그 부분을 뺀 일괄 10%의 기본관세는 실제로 부과됐기 때문에 그처럼 관세수입 규모가 일거에 폭증했다. 연간 무역적자가 1조 달러에 가깝고, 국가부채가 36조 달러가 넘는 미국에게 관세 인상 조치 하나로 이처럼 손쉽게(?) 막대한 추가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건 거부하기 어려운 유혹이었을 것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품 가격 인하 추세.  2003년을 100으로 했을 때, 그 이후 변화 추이. 출처:미국 노동부.  일본경제신문 7월 9일

 

중국과 일본, 대미 수출가격 인하

 

실제로 지난 2월부터 트럼프 정권의 추가관세가 적용된 중국은 대미 수출품 가격을 내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중국산 수입품 가격이 2024년 12월부터 2025년 5월까지 약 2% 내렸다.

 

전부터 “국가정책으로 과잉공급 사태를 빚은 역사상 흔치 않은 왜곡된 경제”라며 중국을 비판해 온 베센트 재무장관은 고관세가 “그것(왜곡)을 바로잡는 좋은 정책”이라며 정당화했다.

 

일본의 대미 수출 주력상품인 자동차 가격도 크게 내렸다. 일본은행에 따르면, 일제 자동차의 북미 수출가격은 3월부터 5월까지 17.7%나 내렸다. 미국 현지에서의 가격 인상으로 인한 시장 점유율 하락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수익 감소를 감수한 것이다.(<닛케이> 7월 9일)

시장확보를 위한 가격인하 전략은 (수출국) 기업의 수익을 줄이고 디플레 압력을 높인다.

 

일본 자동차의 수출가격 인하 추이. 북미지역 외에 수출하는 자동차 가격(회색선)은 상승한 뒤 큰 변동이 없으나 북미지역 수출 자동차 가격(파란색)은 올해 들어 급전직하로 폭락했다. 2020년=100 기준. 출처:일본은행.  일본경제신문 7월 9일

 

이에따라 미국 소비자들이 추가관세로 그만큼 가격이 오른 제품을 쓸 수밖에 없를 것이라던 ‘가격 전가’는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영향은 한정적이었다. 5월의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는 4월에 비해 둔화됐다.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핵심 지수는 0.1% 오르는데 그쳐, 예상했던 0.3%보다 상승폭이 떨어졌다. 주로 자동차와 의류제품 가격 인하 덕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 보라는 듯 기고만장했다. “내가 늘 예측했던 대로 수입품 가격은 (예상과 달리) 실제로는 하락했다. 페이크뉴스(가짜뉴스)나 이른바 ‘전문가’들은 또 틀렸다”는 글을 자신의 SNS에 올렸다. “몇 개월이나 존재하지도 않는 인플레에 대해 아기처럼 우는 소리를 하며 옳은 일 하기를 거부하는 ‘느려터진’ 제롬 파월(FRB 의장)에게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의) 이 새 조사결과를 보여줘야 한다.” 빨리 금리를 내리란 얘기다.

 

지난 7일 한국과 일본 외에 12개 국에 8일까지 90일간 발동을 유예했던 추가관세 협상시한을 다시 8월 1일로 몇 주일 늦추면서 상호관세 강행 자세를 고수한 것도 이런 실적을 토대로 한 트럼프 정권의 자신감을 반영한다는 지적들이 나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근거로 고관세정책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일 가능성이 커졌다는 우려도 있다. 미국 같은 대국이 관세를 올리면 수요가 줄어 수입품 가격이 오히려 내려간다는 ‘최적관세이론’이 입증됐으므로, 더 과감하게 고관세를 밀어붙일 것이라는 우려다.

 

협상시한 연장한 것은 자신감보다 불안 때문?

 

하지만 골드만삭스의 얀 하치우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적했듯이, 그렇게 단정하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다. 파월 FRB 의장은 여름을 지나면서 물가가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4월에 상호관세 발동 발표 뒤 서둘러 이를 90일간 유예한 것은 상호관세 발동에 따른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금리가 올라가고 주가와 국채가격, 달러시세가 떨어지는 ‘트리플 약세’ 현상으로 반대여론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이번에 상호관세 협상 시한을 7월 8일에서 8월 1일로 사실상 연장한 것도 수입가 하락에 따른 자신감 때문이라기보다는 예정대로 7월 9일 이후 상호관세 발동을 강행할 경우 그와 유사한 역효과와 반대여론에 시달릴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8월 1일로 시행일을 연기한 것은 그때까지 시한을 연장해서라도 자신의 계획대로 상대국들을 굴복시키려는 트럼프의 벼랑끝 압박전략이라는 것이다. 큰소리치지만 과도한 고관세 강행 이후의 전개상황에 대해 트럼프 정권이 낙관적이지 못하며 내심 불안해 하고 있기에, 8월 1일까지 협상시한을 연장해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딜’을 끝내겠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란 얘기다.

 

관세인상이 수입품 가격을 올리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 로이터 일본경제신문 7월 9일

 

4월 이후 물가 둔화는 관세 인상 전 대량수입 영향

 

4월 이후 미국 무역적자와 소비자 물가 인상이 둔화된 것은 4월의 상호관세 발동을 앞둔 3월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무역적자 덕이 컸다. 기업들은 인상된 가격의 물품 수입에 따른 부담증대를 피하기 위해 추가관세 발동으로 가격이 오르기 전에 앞당겨 대량으로 수입해 재고를 잔뜩 쌓아 두었다. 이 재고분이 없어지면 추가관세로 가격이 오른 수입품들이 미국시장에 돌기 시작할 것이다. 말하자면 고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 효과는 예상했던 것보다 더 긴 시간차를 두고 서서히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파월 FRB 의장도 그것을 걱정하고 경계할 것이다.

 

일본 자동차 가격 인하는 엔 약세 효과, 미국이 탈취

 

그리고 자동차 등 일본의 수출품 가격이 내려간 것은 2022년 이후 지속된 미국 달러 대비 일본 엔 시세 하락도 영향을 끼쳤다. 그 기간에 엔 시세는 달러 대비 약 40%나 가치가 떨어졌다.(시세 하락) 그 결과 달러 베이스의 일제 승용차 대미 수출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졌지만 엔 베이스의 수출가격은 2022년 초보다 더 올라갔다. 달리 말하면, 엔 약세로 일본의 자동차 수출업체가 얻었던 추가 수익분을 사실상 미국정부가 추가관세로 빼앗아 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일본 자동차 수출업체들이 앞으로도 계속 그런 가격전략을 유지할 것이란 보장이 없다. 고관세가 장기화하면 할수록 업체들은 가격을 올려 미국 소비자들에게 가격인상 부담을 전가하려 할 것이고, 그렇게 해서 미국 소비자들 부담이 커지면 트럼프 정권을 기쁘게 만든 수입물가 하락과 관세수입 급증 등 지금 당장의 플러스 효과도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지금 트럼프 정권을 고무시키고 있는 플러스 효과를 설명하는 도구인 ‘최적관세이론’은 뒤집힐 가능성이 있다. 대국(강자)이 관세를 올리면 수요가 줄면서 수입품 가격이 오히려 내려간다는 ‘최적관세이론’은 상대국의 보복관세를 부르고, 자국 소비자와 기업들에 불이익을 안기며, 국제협조를 통한 문제해결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약점(리스크)이 있다.

 

트럼프 관세협상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

 

미국경제·금융 전문가인 오노 마코토는 트럼프 정권의 관세협상을 결국 최악의 결과로 귀결되는 게임 이론 ‘죄수의 딜레마’에 비유했다. 수사관이 공범으로 의심되는 두 명의 용의자를 각기 따로 수사실로 불러서 자백할 기회를 준다. 둘 다 함께 저지른 자신들의 죄를 자백하지 않으면 징역 1년(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모르므로). 둘 다 자백하면 각각 징역 5년. 한 쪽이 자백하고 다른 쪽이 자백하지 않으면, 자백한 쪽은 즉시 석방되고 자백하지 않은 쪽은 징역 10년. 이런 조건에서 각 용의자는 어떤 선택을 할까. 즉시 석방에 대한 미련을 완전히 버릴 만큼 두 용의자간 믿음이 없다면 둘 다 1년 징역으로 끝나기보다 더 나쁜 나머지 두 경우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오노 마코토에 따르면, 중국처럼 희토류와 같은 유력한 보복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나라들은 어쩔 수 없이 미국이 짜 놓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 응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대미 수출액의 약 3분의 1(28~30%, 7조 엔=약 65조 원)을 차지하는 자동차에 부과된 25%의 관세를 철회시키려면 나머지 대미 수출총액 21조 엔(약 195조 원)에 대한 25% 관세를 각오해야 한다.

 

마에지마 가즈히로 일본 조지대 교수(현대미국정치)는 그럴 경우 예컨대 일본과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더 좋은 조건을 얻어내기 위해 서로 경쟁한다면 결국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두 용의자 신세를 면키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한국의 처지가 다를까. 결국 미국만 득을 볼 것이라는 얘기다.

 

후쿠이 겐사쿠 뉴욕주 변호사는 지금 미국에서는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을 한 사람들이 지지한다는 사람들보다 10% 이상 많다면서 “이번 (트럼프의) 관세가 총체적으로 상대방의 형편을 생각하지 않는 큰 민폐행위라는 점에서 국제여론은 일치할 것”이라며, 관세협상에서 미국에게 성공체험을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의 두 용의자처럼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경쟁자에게 손해를 끼치는 짓을 하면 결국 둘 다 손해볼 것이라는 얘기다. 한 번 그렇게 되면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면서, 후쿠이 변호사는 그것은 피해야 한다고 했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큰 한중일 3국

 

일본 수출 총액에서 차지하는 대미 수출 비중은 약 20%다. 중국 총수출에서 대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에 14.7%로, 2018년의 19.2%에서 4.5%p 줄었지만 여전히 큰 비중이다. 한국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대미 수출 비중은 지난해 18.7%였다.

 

3국 모두 그런 미국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 또는 더 키우기 위해 어떤 경쟁, 어떤 대결도 마다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대미 의존도가 높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으로 그나마 모두가 손해를 가장 적게 보는 합의를 하는 일은 개인 간에도 어려운데 집단이나 국가 간에는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을까. 말하자면 최강자이자 최고 부자그룹에 속한 미국이 타자 또는 약자에 대한 배려 없이 자국만의 이익 극대화를 위해 대미 의존도가 큰 나라들을 경쟁시키는 이이제이식 수법을 동원할 때 그 결과가 어떠하리라는 것을 트럼프 정권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7월 9일 뉴욕 시의 한 주택 재건축 매장에 진열돼 있는 구리 제품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구리 수입품에 5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구리 가격은 계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구리는 자동차, 전자제품, 기계 등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2025.7.9. AFP 연합

 

구리·의약품도 추가관세 
대미 의존 줄이거나 시장 다변화해야

 

지금까지 미국과 관세합의를 본 영국과 베트남은 자신들의 손해를 가능한 한 최소화하면서 트럼프 정권이 바라는 바를 충족시켜 주는 쪽을 택했다. 미국에게 성공체험을 안겨 준 셈이다. 베트남의 경우 4월 상호관세 발표 때 46%였던 대미 수출품 관세를 20%로 낮추는 대신 미국산 수입품에 대해서는 무관세를 약속했다. 세계 3위의 대미 무역흑자국이 된 베트남으로서는 대미 수출액 규모의 8분의 1에 지나지 않는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무관세 요구를 받아들이는 게 그나마 선방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트럼프 정권은 아마도 영국이나 베트남과 같은 선택을 하라고 한국과 일본을 다그칠 것이다.

 

미국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거나, 시장을 다변화(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하지 않는 이상 절대 강자 미국이 요구하는 ’죄수의 딜레마‘ 게임 세계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트럼프 대통령은 8일 구리와 구리 관련 수입품들에 50%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의약품과 의약품 원료에 대해서도 1년여의 유예기간을 둔 뒤 200%의 추가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조만간 이를 공표하겠다고 밝혔다. 관세전쟁 성공체험이 쌓여갈수록 패권적 지위를 지키려는 미국의 공세는 더 거세질 것이다.    < 한승동 기자 >

 

"트럼프 관세폭력 침묵·순응 언론, 존재 가치 있나"

원로 언론인단체 언시국, 언론보도 태도 강력 비판

지주의 무례한 소작료 인상 순응하는 마름같은 짓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시국회의(언시국)’이 트럼프의 일방적인 25% 관세 통보와 이에 대한 언론의 무비판적 보도를 비판하는 성명을 10일 발표했다. 언시국은 전현직 원로급 언론인들과 조선투위·동아투위, 80년 해직 언론인 등이 참여하는 국내 최대 언론인 단체다.

 

언시국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무자비한 관세 폭력이 도를 넘고 있다, 형식과 내용 모두 뒷골목 깡패를 방불케 한다”면서 “(이것은) 한미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모든 미국산 물품에 대해 한국이 0%대의 관세를 매기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라고 주장했다. .

 

언시국은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그가 이재명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기에 앞서 이런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미리 공개한 무례”라면서 “국제사회의 관행을 짓밟은 만행이며 동맹관계의 주권국을 능멸하는 짓”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언시국은 그런데도 국내 언론이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깡패짓’을 보고도 침묵과 순응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한국 언론이 미국 요구안을 중점적으로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한 안에 타격을 최소화하는 협상을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면서 이는 “지주가 소작인에게 무자비하고 무례한 방식으로 소작료 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보고도 적당히 타협하라고 주문하는 마름의 태도”라고 비판했다.

 

언시국은 “언론 보도는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잣대”라고 지적한 뒤 “지금 한국언론이 긴급히 할 일은, 이성 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순응할 게 아니라 비판과 견제로 한국인이 살아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김성재 기자 >

 

다음은 언시국 성명서 전문이다.

 

 

<제50차 언시국 성명>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자비한 ‘관세 폭력’이 도를 한참 넘고 있습니다. 형식과 내용 모두 뒷골목 깡패를 방불케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8월 1일부터 한국산 모든 품목에 대해 25%의 상호 관세를 매기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습니다.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따라 모든 미국산 물품에 대해 한국이 0%대의 관세를 매기고 있는 엄연한 현실을 완전히 무시한 처사입니다.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그가 이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기에 앞서 이런 내용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미리 공개한 무례입니다. 크고 작은 나라는 있을지언정 높고 낮은 나라는 없는 국제사회의 관행을 짓밟은 만행입니다. 동맹관계의 주권국을 능멸하는 짓입니다. 만일 한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면서 그 내용을 미리 공개했다면, 그럼 미국이 어떻게 반응했겠습니까?

그런데 한국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깡패짓을 보고도 침묵과 순응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이런 굴종적인 보도 자세는 진보 언론도 다르지 않습니다. 진보·보수 가리지 않고 한국언론은 미국의 요구만을 중점적으로 전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기한 안에 타격을 최소화하는 협상을 하라고 주문합니다. 지주가 소작인에게 무자비하고 무례한 방식으로 소작료 인상을 요구하는 걸 보고도 적당히 타협하라고 주문하는 마름의 태도입니다.

언론 보도는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잣대입니다. 특히 대외 관계에서는 그 나라의 자존과 혼을 대변합니다. 언론이 외부 세력의 무자비하고 모욕적인 행위에 순응하면 어떻게 될까요? 외세는 더 기세등등하게 주권을 짓밟고 이권을 빼앗으려 들 게 뻔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력’은 주권국 대한민국의 위신과 이익을 짓밟는 한편 한국 언론의 존재 가치를 시험대에 올려놓았습니다. 지금 한국언론이 긴급히 할 일은, 이성 잃은 트럼프 대통령의 공세에 순응할 게 아니라 비판과 견제로 한국인이 살아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것입니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 섭니다. 언론이 주저앉으면 나라도 주저앉습니다.

2025년 7월 10일

언론탄압 저지와 언론개혁을 위한 시국회의(언론시국회의)

 

엑스 통해 발표…양당의 "낭비·부패" 지적하며 "자유 돌려줄 것"

현재의 양원 박빙 구도속 소수의석으로도 '캐스팅보트 가능' 판단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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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최근 법안을 둘러싸고 각을 세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5일 신당 창당을 발표했다.

 

머스크는 이날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전날 자신이 엑스를 통해 실시한 신당 창당 여론조사에서 찬성 65%, 반대 35%로 나온 결과를 염두에 둔 듯, "찬반 2대1 비율로 여러분들은 새 정당을 원하며, 그것을 갖게 될 것"이라고 밝힌 뒤 "오늘 '아메리카당'(미국당)이 여러분들에게 자유를 돌려주기 위해 창당된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또 "낭비와 부패로 우리나라를 파산시키는 일에 대해 말하자면 우리는 민주주의가 아닌 '일당제' 속에 살고 있다"며 신당 창당 취지를 밝혔다.

 

기성 양당인 공화당과 민주당이 '낭비'와 '부패'에 관한 한, 서로 다를 바가 없는 '한통속'이라는 주장이었다.

 

머스크는 미국의 독립기념일이자,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국정 의제를 포괄한 법안에 서명한 4일, 엑스에 창당에 대한 찬반을 묻는 온라인 투표 창구를 띄우며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작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하며 신흥 '트럼프 최측근'으로 부상했던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 및 국경보안 강화책 등 핵심 의제를 두루 담은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며 트럼프에 각을 세운 바 있다.

 

이 법안은 3일 의회를 최종 통과한 데 이어 4일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하면서 법제화됐는데,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한동안 정부 구조조정과 인원·지출 감축을 이끌었던 머스크는 대규모 지출 계획을 담은 이 법이 정부 부채를 늘리게 된다는 점을 비판해왔다.

 

지난달 머스크가 1차로 법안에 대한 반대를 표명하면서 파열음을 냈던 두 사람의 관계는 머스크가 꼬리를 내리면서 봉합되나 싶었다.

 

그러나 머스크는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하며 법제화 작업을 끝낸 날을 기다렸다는 듯이 신당 창당 가능성을 띄우더니 결국 하루 만에 창당을 발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는 다시 돌아오기 어려운 다리를 건넌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전기차 우대 정책 폐기에 불만을 품은 머스크가 지극히 사적인 이유로 법안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규정하며, 머스크 사업체에 대한 정부 보조금 중단, 머스크 사업체와 정부 간 기존 계약 해지, 더 나아가 머스크 추방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경고했다.

 

머스크는 4일 엑스에 올린 글에서 신당 추진 시 목표 및 전략과 관련, "상원 의석 2∼3석과 하원 선거구 8∼10곳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매우 근소한 의석수 차이를 고려할 때, 그것은 논쟁적 법안에 결정적 표가 되기에 충분할 것이며 진정한 국민의 의지를 반영하도록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결국 머스크의 신당 창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반(反)트럼프·비(非) 민주당 지지표'를 흡수함으로써 상·하원에서 일정 정도의 의석을 확보해, 지금처럼 공화당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법안을 일방적으로 통과시키는 것을 막고 '제3당'으로서 '캐스팅보트'를 행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재로선 머스크의 신당 창당 선언이 '캐스팅보트 세력' 형성으로 연결될지,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속단하긴 어려워 보인다.

 

특히 머스크는 1월부터 5월까지 정부효율부의 실질적 수장으로서 무자비한 정부 구조조정과 인원 감축을 이끌 때 진보 진영으로부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것에 버금가는 반감을 산 바 있어 그가 반트럼프 유권자들의 마음을 살 수 있을지 불투명해 보이는 측면도 있다.

 

그럼에도 그는 작년 대선 때 트럼프 대통령을 돕는 과정에서 자신이 가진 재력과 온라인 미디어(엑스)를 통한 영향력을 경합주에서 '표'로 바꾸는 능력을 보여준 바 있다. 그런 그가 앞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견제 속에 자신의 정치 목표를 위해서도 '저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게 됐다.  < 연합 조준형 특파원 > 

트럼프-머스크 '다정했던' 한 때 [로이터 연합]

미 오리건 주립대 연구진, 위성 레이더 분석…"미사일 6발 직격"


이스라엘 상공에서 포착된 미사일 로켓엔진의 궤적 [AFP 연합]

 

이스라엘과 이란이 지난달 '12일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이스라엘도 자국내 군사시설 5곳이 미사일에 피격되는 피해를 본 것으로 분석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오리건 주립대학 연구진은 전쟁기간 수집한 인공위성 레이더 자료를 활용, 이스라엘과 이란의 폭격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군사보안과 선전전 등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양국은 그간 피해 사례 중 일부만 공개해왔다.

이스라엘은 군사시설 피해 등과 관련한 보도를 막는 검열법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오리건 주립대 연구진이 분석한 자료를 보면 지난달 13일 전쟁에 돌입해 같은달 25일 휴전하기까지 이스라엘내 군사시설 최소 5곳에 6발의 이란 미사일이 직격한 것으로 평가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피해 시설들에는 주요 공군기지와 정보수집센터, 군수기지 등이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 당국은 지금껏 이들 시설이 미사일에 맞았다는 사실을 공개한 적이 없다고 텔레그래프는 덧붙였다.

 

관련 질의를 받은 이스라엘군(IDF)은 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의 격추비율이나 피해 정도와 관련해선 논평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IDF 대변인은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건 이번 작전 기간 모든 관련 부대가 기능적 연속성을 유지했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선제 공격을 받은 이란은 12일 동안 이스라엘 본토를 겨냥해 약 400발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은 중도에 격추됐으나 요격에 실패하면서 주거지와 산업단지 등에 피해가 발생한 사례도 36차례나 있었다. 여기에 오리건 주립대 연구진의 분석으로 드러난 군사시설 피해를 더하면 방공망이 뚫린 사례는 40여차례로 늘어나게 된다.

 

일자별로 살펴보면 전쟁 첫날과 둘째날에는 이란이 발사한 미사일 중 목표에 닿은 비율이 2%에 불과했으나, 차츰 정확성이 높아지면서 7일차에는 전체의 16%가 방공망을 관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텔레그래프는 짚었다.

 

전문가들은 요격 미사일이 고갈될 것을 우려해 이스라엘 측이 방공망을 소극적으로 운용했거나, 이란이 더 강력한 미사일을 사용한 것이 이러한 결과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내 군사시설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 피해를 봤다는 소식은 이번 전쟁에서 어느쪽이 승리했는지를 둘러싼 양측의 설전에 더욱 불을 붙일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내다봤다.

 

이미 이란 당국자들과 국영방송은 이스라엘 방공망을 꿰뚫는 자국 미사일의 모습을 찍은 영상을 내보내며 선전전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에 군 수뇌부가 궤멸되고 방공망이 무너지면서 일방적으로 공습을 당해야 했던 이란은 최소 610명이 숨지고 4천700여명이 다치는 피해를 봤다. 같은 기간 이스라엘 측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28명으로 집계됐다.

 

이번 조사를 주도한 오리건 주립대 소속 전문가 코리 셰어는 향후 2주 안에 이스라엘과 이란 양국의 미사일 피해 현황을 보다 완전하게 분석한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 황철환 기자 >

뉴욕타임스 "저소득 미국인에 가장 큰 손실"

천문학적 감세, 저소득층 복지 축소로 충당

트럼프 "지금까지 가장 위대한 승리"
로버트 라이시 "크고 추악한 법안"

국방·국경 안보 위해 3,500억 달러 배정
연방 정부 부채 한도, 5조 달러 인상

 

"이 법안은 부자들에 유리하고 저소득 미국인에게 가장 큰 손실을 준다."

뉴욕타임스(NYT)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현지 시간) 자신의 대선 공약이자 집권 2기 핵심 국정과제를 담은 대규모 감세 법안인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서명하고 법률로 공포한 것에 대해 이렇게 논평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립기념일인 4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으로 알려진 대규모 감세 법안에 서명한 후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2025. 07. 04 [로이터=연합]

 

트럼프, 6천조 원 규모 부자 감세
부자에만 "크고 아름다운" 법안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백악관 상공을 이란 핵시설을 폭격했던 전략폭격기 B2 편대가 축하 비행하는 가운데, 트럼프는 백악관 사우스론에서 서명식을 열고 대규모 감세, 국방·국경 안보 강화, 부채 한도 상향, 대규모 복지 예산 감축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 이 법안에 서명했다. 여기엔 청정에너지 관련 세금 공제 등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정책을 폐기하는 내용도 담겼다.

 

세부 내용을 보면, 트럼프의 집권 1기 초 시행해 올해 말 종료될 예정이었던 감세 조치를 영구화하고 새로운 감세 조치도 도입해 총 감세 규모를 4조5000억 달러(약 6140조 원)로 늘렸다. 일례로 상속세 면제 한도는 개인당 1500만 달러(약 200억 원)로 상향 조정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경찰(LAPD)이 연방 건물 앞에서 연방 당국의 강압적 불법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한 시위 참석자를 체포해 연행하고 있다. 2025. 06. 08 [AFP=연합]

 

국방·국경 안보 위해 3500억 달러
연방 정부 부채 한도, 5조 달러 인상

 

집권 1기 감세의 최대 수혜자는 고소득층이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연 소득 46만 달러 이상의 가구에 전체 감면액의 3분의 1 이상이 돌아갔다. 또 상위 1%(240만 명)의 감면액은 올해까지 평균 6만1090달러였지만, 중간 소득층 60%(7800만 명)은 380~1800달러에 그쳤다.

 

국방과 국경 안보 강화 예산을 향후 몇 년 내 약 3500억 달러로 늘린다. 대선 공약인 불법 이민자 차단·추방을 위한 국경 장벽과 구금센터 건설, 미사일 방어를 위한 '골든돔' 구축 등이 포함됐다.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에 460억 달러, 불법 이민자 구금센터 10만 개 침상 확보를 위한 450억 달러, 2029년까지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 1만 명 증원에 수십억 달러를 각각 배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의 감세와 지출 축소 관련 표. 2025. 07. 03미국 의회 예산국 자료. [출처. 알자지라]

 

천문학적 감세와 국경 안보 지출,
저소득층 복지 예산 축소로 충당

 

이렇듯 대규모 감세와 국방·국경 안보 비용 지출을 메우고자 취약계층 대상 공공 의료보조인 메디케이드와 저소득층 식료품 지원 SNAP(일명 푸드 스탬프), 다른 정부 구호 등 복지 예산에서 약 1조 달러를 삭감하는 한편, 전기차 구입 등 청정에너지 관련 세액공제를 폐지했다. 그리고 연방 정부 부채 한도를 5조 달러(약 6775조 원)로 상향했다.

 

미 의회 예산국(CBO)에 따르면, 현재 미국인 7100만 명 이상이 메디케이드에 의지하고 있으며, 이 법안 공포로 향후 10년간 추가로 1700만 명의 미국인이 건강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 약 4000만 명이 의지하는 SNAP의 경우도 같은 기간 470만 명이 피해를 보게 됐다. 메디케이드와 SNAP의 변경 사항은 일몰 조항 없이 영구화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예일대 예산 연구소에 따르면, 최저 소득 계층의 소득은 주로 SNAP와 메디케이드 혜택 축소로 인해 2.5% 감소하는 데 반해, 최고 소득 계층의 소득은 2.2%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서 일,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당, 루이지애나주)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서명하고 있다. 2025. 07. 03 [AFP=연합]

 

"저소득층을 사회 안전망에서
밀어내는 크고 아름다운 법안"

 

악시오스는 보건 정책 연구조사 기관인 KFF를 인용해 2022년에 SNAP 혜택을 받은 3830만 명 중 3000만 명 가까이가 메디케이드에도 가입되어 있다면서 "이들이 의료비에 더 많은 지출을 해야 하고 식료품 구입에도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이중의 재난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은 극빈층 미국인에 대한 식품·의료 혜택을 대폭 삭감해 응급실 과밀, 만성 질환 증가, 의료 부채 증가, 심각한 기아 등의 엄청난 고통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악시오스는 "크고 아름다운 법안"이 저소득층 미국인 수백만 명을 사회 안전망에서 밀어낸다고 개탄했다. 워싱턴 포스트도 4.5조 달러의 감세 법안에 대해 "사회 안전망에 대한 수십 년만의 최대 규모의 삭감이 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법안은 태양열·풍력 같은 청정에너지 프로젝트에 대한 세금 인센티브를 폐지하고 석탄·석유 기업들에 세금 감면을 제공한다. 이런 취지에 따라, 인플레감축법(IRA) 상의 전기차 관련 세액공제는 폐지된다. 전기차 신차 구매와 렌트 시 최대 7500달러, 중고 전기차 구매 시 최대 4000달러의 세액공제 폐지 시점을 2032년 말에서 오는 9월 말로 앞당겼다. 그러나 반도체법에 따른 미국 내 시설·장비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 폭은 기존 25%에서 35%로 확대됐다.

 

연방 부채 한도는 현재 36조 2000억 달러(GDP의 122%)에서 5조 달러 인상한다. 백악관은 이 감세 법안으로 향후 10년간 예상 적자를 1조 4000억 달러 이상 줄일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경제학자들 대부분은 이에 이의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가독립기념일인 4일 워싱턴 D.C.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열린 군인 가족 피크닉에 참여한 가운데, B-2 스피릿 스텔스 전략폭격기가 전투기 두 대의 호위를 받으며 백악관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2025. 07. 04 [AFP=연합]

 

트럼프 "지금까지 가장 위대한 승리"
AP "저소득층 지원 삭감 다수 반대"

 

트럼프는 이날 서명식에서 연설을 통해 "여러분은 역사상 최대의 세금 감면, 최대의 지출 삭감, 그리고 미국 역사상 최대의 국경 안보 투자를 얻게 됐다"며 "지금까지 가장 위대한 승리"라고 자평했다. 앞서 하원에서 최종 통과된 3일 연설에서 "지금까지 서명된 가장 큰 (감세) 법안"이라며 "이 나라는 로켓처럼 날고 정말 위대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건국 250주년을 맞이하는 정확히 1년 후 중산층을 부유하게 하는 경제, 주권을 지키고 안전한 국경, 세계 어디와도 비교할 수 없는 군대를 갖춘 국가를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해당 법안은 지난 5월 22일 연방 하원을 통과했으며, 1일 상원에서 수정안이 통과된 뒤 3일 하원에서 재의결됐다. 지난 5월 하원 표결에서는 찬성 215표, 반대 214표, 기권 1표로 통과됐고, 상원 표결에서는 50대 50으로 찬·반이 동수였으나 상원의장을 겸직하는 JD 밴스 부통령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해 가까스로 가결됐으며, 하원 재의결 표결에선 찬성 218표, 반대 214표로 의회 문턱을 넘었다.

 

한편 A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여론 조사 결과 다수의 국민은 저소득층을 위한 식품 지원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 삭감과 이민자 구금센터 건설·유지에 약 450억 달러를 배정한 데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로버트 라이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골드먼 정책대학원 교수는 5일 페북 글을 통해 이 법안을 "크고 추악한 법안"(The Big Ugly Bill)이라고 규정한 뒤 "수백만 명에게서 메디케이드와 SNAP을 박탈하고 ICE에 모든 군대보다 더 많은 돈을 대주고 미국 내 가장 부유한 가구를 더욱 부유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 민들레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