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명한 대응은 미국의 아픈 곳에 보복을 하는 것”

크리스티아 프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난 9월 17일 캐나다 오타와 연방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캐나다 차기 총리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맞대응해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릴랜드 전 장관은 27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한 보복 관세 품목 공개 등 맞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현명한 대응은 미국의 아픈 곳에 보복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캐나다를 위해 싸울 진지한 계획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한 대응을 두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뒤 사임했다가 트뤼도 총리가 사퇴하자 캐나다 여당인 자유당 대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또 미국의 경제력을 이용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플로리다 오렌지, 위스콘신 유제품, 미시간 식기세척기가 보복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캐나다가 표적이 될 미국 제품의 세부 품목을 즉시 공개하도록 촉구했다. 캐나다는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지만 자세한 부과 대상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자신이 당 대표로 선출돼 총리가 된다면 취임 첫날 멕시코, 덴마크, 파나마,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들 국가와 함께 “주권과 경제에 대한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할 방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외 다른 국가와도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보복 관세 부과를 놓고 충돌했다가 겨우 타협점을 찾았다. 페트로 대통령이 미국이 추방한 콜롬비아 이주자를 태운 미 군용기 입국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따른 조치로 콜롬비아에 대한 관세를 1주일 내로 50%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페트로 대통령도 상응하는 보복을 다짐하며 정면 충돌하는 듯 했으나,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 내 자국 이주자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50%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 한겨레 김민제 기자 >

취임 4일만에 덴마크-미-그린란드 회의 발족키로

덴마크, 영토주권 강조하면서도 "안보 논의는 필요"

트럼프, 중국 '북극 실크로드' 계획 6년 전부터 경계
희토류-흑연-원유 자원에 북미 대륙과 가까운 이점
3자 대화 진행 과정에서 트럼프의 '속내 '드러날 듯

 

내연기관 자동차 대국과 인공지능(AI) 대국. 화성 정복과 영토 확장.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밝힌 두 개의 목표다.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미국의 막대한 원유-가스 에너지를 토대로 최강의 제조업 국가가 되겠다고 하더니, 다음 날 글로벌 AI 합작회사 스타게이트(Stargate) 설립을 발표했다.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겠다며 강조한 '프론티어'도 부조화다.

 

1940년 제작된 '아메리칸 테크네이트' 지도.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급진 기술주의를 주장한 하워드 스콧이 제작했다. 효율적인 과학적 기술주의 운동은 대공황 시대의 좌절을 겪은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켰지만 2차 대전 발발과 함께 소멸됐다. 지도는 그린란드와 캐나다, 멕시코, 카리브해 지역 및 남미의 콜럼비아와 베네수엘라, 기아나를 죄다 미국 영토로 표시했다. 영토 확장을 시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25.1.27. [컬럼비아 대학 도서관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다짐하더니, 19세기 제국주의식 영토확장 의지를 밝혔다. "미국 안보에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확보하는 데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 (7일, 마러라고 발언)"는 것.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엇갈리는 행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일단 지정학적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문제부터 살펴보자.

 

트럼프식 게임의 제1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불쑥 내던진 말로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를 한껏 고조시킨 뒤 시차를 두고 나오는 행동을 봐야 속내가 드러난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협상에 나서는 게 그의 거래의 법칙. 1기에 비해 속도가 더 빨라졌다. 세계가 '충격과 공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24일 북극 안보를 의제로 '덴마크-미국-그린란드' 3자간 대화 채널을 구성키로 기초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는 '국제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그 주변에 중국 선박과 군함이 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들기에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린란드 사람들도 덴마크 (지배)에 행복하지 않다. 우리와 함께 하면 행복할 거다. (20일, 행정명령 '서명 쇼' 도중 발언)"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 (7일, 마러라고 발언)" 그린란드의 독립 희망도 슬그머니 부추겼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착륙한 도널드 트럼프 전용기.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7일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타고 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관광 여행을 왔다"라면서도 "그린란드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인사를 대신 전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차지하는 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2025.1.7. 로이터 연합
 

덴마크와 유럽은 충격에 휩싸였다. '군함 외교'를 시사한 트럼프의 발언 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조약 제5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덴마크 역시 나토 동맹국이기에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에 따라 나토가 집단 방위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공격 주체가 나토의 맹주인 미국이라면, 대서양 양안의 안보 구도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이 벌써부터 영토의 불가침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유럽의 허둥거림을 대변하는 게 로베르트 브리거 유럽연합(EU) 군사위원장의 25일 발언이다. 그는 "그린란드에 미군뿐 아니라 EU 병력도 주둔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력이 없는 EU 군사 수장이 내놓은 '선문답'이었다. 당사자인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발끈한 건 물론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트럼프의 '무력사용 불사' 발언이 나온 7일 "그린란드는 매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으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는 게 덴마크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2019년 트럼프의 매입 제안에 "말도 안된다(absurd)"라며 일축한 것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다. 트럼프는 당시 덴마크 방문을 돌연 취소, '뒤끝'을 보였었다. 덴마크 정부는 '북극 안보'를 의제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언이 자유로운 국회의원(안데르스 비스티센)이 23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젠장, 꺼져라(Fuck off)"라는 욕설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도 반발하는 한편,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미군이 1943년부터 주둔해 온 그린란드 피투픽 우주군 기지 전경. 미국 연방정부가 2005년 영문판 위키페디아에 게시한 사진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그린란드 피투픽 우주군 기지. 2023년 10월 4일 촬영된 사진이다. [로이터 자료사진]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도 21일 "우리는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 인이다"라며 미국의 51번째 주는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비비안 모츠펠트 자치정부 외교장관은 "수일 내 트럼프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4일 첫 통화에서 북극 안보를 의제로 덴마크, 미국, 그린란드 3자 대화에 합의했다고 라스무센 장관이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6년 째 그린란드에 집요하게 집착할까?

 

뉴욕타임스 외교안보 전문기자 데이비드 생어는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획득에 진짜 진지하다는 점"이라면서 "전직 부동산 개발업자가 실제로 땅을 원할 수도 있고, '포함 외교'를 통해 그린란드에 기존 군기지에 대해 추가 기지를 건설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추측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1943년부터 그린란드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공군 기지에서 출발, 미사일 방어(MD)망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피투픽 우주군 기지다. 냉전시대 에는 미군 수천 명이 주둔했지만 지금은 수백명 규모로 알려졌다.

 

한반도 10배 면적(2,166,086㎢)에 인구 5만 6000여 명인 그린란드는 동토의 땅이었다. 그러나 얼음이 녹아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항로는 그린란드의 풍부한 자원 개발와 운송을 용이하게 한다. 유럽보다 북미 대륙에 훨씬 가깝다는 지정학적 위치도 트럼프의 관심을 끌 요인으로 지적된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오른쪽)와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가 10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0. EPA 연합
 

관세뿐이 아니다. 트럼프의 대외전략은 "중국에서 시작해서 중국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북극 실크로드(Polar Silk Road)'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일찌감치 그린란드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2019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처음 내비친 것 역시 중국과 무관치 않다. 2018년 그린란드 내에 공항 3곳의 건설에 자금을 대려는 중국의 시도를 미국 국방부가 나서 간신히 중단시킨 뒤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 선박의 북해권 출입은 더 늘었다. 러시아의 양보 덕분이다. 러-중 해군은 북극 인근 해역에서 연합훈련도 실시했다. 중국은 말래카 해협~수에즈 운하를 잇는 기존 항로보다 짧은 북극 항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천연자원 개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린란드는 흑연과 희토류는 물론 원유와 천연가스도 풍부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인용한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150만t)은 미국의 180만t보다 작다. 매장량 4400만t의 중국에 맞서기엔 족탈불급이다. 그러나 북미 대륙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흑연도 많다. 중국은 희토류와 흑연 수출을 제한, 서방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175억 배럴의 원유와 148조 2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도 추정된다. 빌 게이츠의 에너지 벤처자금이 투자된 '코볼드(KoBold) 메탈'은 몇년 전부터 AI를 통해 그린란드의 광물 매장지역을 탐사하고 있다.

 

그린란드 지도와 이곳에 대한 영토확장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루엣. 2025.1.15. 로이터 연합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고별방문한 뒤 지난 8일 프랑스에서 트럼프의 그린란드 구상에 대해 "실현될 수 없는 아이디어가 분명하다"라면서 선을 그었다. 그 시간에도 트럼프의 그린란드 구상은 무르익고 있었다. 트럼프의 흉중을 바이든의 관점에서 읽으면 허방을 짚기 십상이다.

 

트럼프 1기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9~2020)을 역임한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달 말 "그린란드가 미국 방위에 중요하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말은 100% 맞다"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X 계정에 "우리는 덴마크인을 사랑하지만, 몇 대의 드론을 추가 배치하고, 개썰매팀이나 탐사선을 늘리는 것으론 러시아-중국 공산주의자들로부터 그린란드를 지키는 데 충분치 않다"라면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지킬 수 없다면, 미국이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북극을 무장하고 중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과 나토가 안보적 고려를 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덴마크-미국-그린란드가 3자 대화에 이미 합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덴마크와 그린란드에는 영토주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대화가 순탄하기 진행되기는 어려울 걸로 전망된다. 중요한 건 대화체를 구성키로 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취임과 동시에 덴마크 및 그린란드와 대화를 시작할 방안을 준비해 왔다. 취임 나흘 만에 3자 대화에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진 배경이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 남쪽 80㎞ 지점에서 지구온난화로 녹은 세메크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다. 2021년 9월 11일 촬영된 사진이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 

 

미국은 1867년 제정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했을 때부터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여왔다. 트럼프에겐 '점령'이건, '매입‘이건, '협력'이건 중요하지 않다. 미국 국익을 극대화할 수만 있다면 방식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짖는 트럼프'와 '무는 트럼프'는 다르다. 1기 행정부 취임 첫 해 "북한을 절멸시키겠다"며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2018년 돌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았던 트럼프다. "군사력 사용" 암시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단계에 한 말로 읽힌다. 그가 그린란드에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는 대화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취임 첫날 북한 ‘핵보유국’명명... 취임 나흘째 김정은과 접촉하겠다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이애미로 이동 중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일도 되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 의지를 다양한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나흘째 방영된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접촉하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빠른 시간 내 정상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게 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이미 접촉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시작할 거로 예상했다. 1순위로 내세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과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접촉을 앞당기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외교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녹화 방송된 폭스뉴스 숀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you reach out to him again?)’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 yeah)”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란과 북한을 비교하면서 종교적 열정이 강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다고 밝힌 뒤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smart guy)다”라고 밝힌 뒤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은 워싱턴 정가의 비판을 피하면서도 북한에는 양보로 비치는 ‘은밀한 양보’이며, 협상 재개를 위해 내민 손”이라며 “(연락하겠다는 발언에 비춰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을 통해서든 어떤 형태로든 북한 쪽에 접촉했고, 김정은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우선순위에 드는 세 가지 과제 중 하나다. 이들 중 하나에서라도 신속한 승리를 거두고 싶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개인적 외교를 재개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 임무를 맡은 그레넬 대사가 북한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접촉할 필요를 키우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연합뉴스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은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데,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군이 철수해야 한다. (북미 간)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사소통이 천천히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이츠 부소장도 “아마도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제공 중단을 요구할지 모른다. 저는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빠른 시간내에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로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양보를 하기 전까지는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즉각 응하기보다 더 많은 양보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도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김씨 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와 어떤 타협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대화(시도)도 수개월 내지 수년 뒤에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닌 허드슨 안보석좌도 연합뉴스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할 것이지만, 이것은 우회적이고 긴 과정이 될 것이며 아무 결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플라이츠 부소장은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선언하고 더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한 발언은 거의 2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북한이 그 입장을 재고할 시간이 충분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현재 국제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고 전망했다.

 

북미회담이 이뤄진다 해도 트럼프 1기 때처럼 ‘전부 또는 전무’가 아닌 스몰딜 형태로 진행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베넷 연구원은 “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비핵화 포기’ 대신 그것을 30~50년 장기 목표로 전환할 거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도 (일괄딜이 아닌 스몰딜에 초점 맞춘) 제한적인 협상책을 제안했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300~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부대를 창설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비핵화를 끌어낼 수 없다면 핵무기 증강을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이 목표를 중심으로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고 위협 제거를 위해 노력할 거로 본다”고 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측근 “한미연합훈련 잠깐 멈춰도 돼”…김정은과 협상 시동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 부소장
“훈련 중단 전례 있어…그레넬 특사가 협상 나설 것”

 

 
 
프레드 플라이츠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일시적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지명된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가 북한과 접촉에 나설 것이라 내다봤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미연합훈련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보지만,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훈련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동료들 중 많은 이들이 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훈련은 1990년대에도 중단된 적이 있다. 전례가 존재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가 향후 북미 대화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레넬 대통령 특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할 순 없지만 그는 김정은과 개인적 외교를 재개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 임무를 맡은 그레넬 대사가 북한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며, (북한과)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우리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선언하고 더 이상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그 발언들은 거의 2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이 그 입장을 재고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본다”며 “트럼프가 당선된 현재 국제 상황은 이전과 다르고,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연락을 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또한 플라이츠 부소장은 북미 대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마도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에 무기 제공 중단을 요구할지 모른다. 저는 그러기를 바라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검토 중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최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비핵화 포기 또는 핵군축 협상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정의한 핵보유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는 트럼프 지지 성향의 싱크탱크로,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트럼프 2기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후임자 정해지면 당대표·총리 사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지난해 12월16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열린 자유당 전당대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오타와/로이터 연합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6일 사임을 발표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이날 오타와의 리도 코티지(관저 인근에 있는 총리 거주지)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이 새 지도자를 선출한 후 당 대표와 총리직을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시엔엔(CNN)과 가디언 등은 글로브 앤 메일을 인용해 트뤼도 총리가 8일 주요 전국 의원총회를 앞두고 이르면 6일 사임을 발표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 트뤼도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은 16%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한 세기 이상 선거 전 지지율로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말 약 20명의 자유당 의원들은 이미 트뤼도 총리의 사임을 촉구하는 서한에 서명했다. 올해 예정된 연방 선거 패배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게다가 이웃인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당선된 것도 트뤼도 총리에게는 위협이 되었다. 최근 트럼프 당선자는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가능성을 언급하며, 트뤼도 총리를 향해 51번째 주지사라고 부르는 등 외교적 결례도 서슴지 않았는데 이를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들이 많았다.

 

자유당보다 지지율이 앞선 보수당의 피에르 푸알리에브르 대표는 선거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2015년 11월 43살의 나이로 취임한 트뤼도 총리는 법무장관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원주민 출신을 임명하는 등 진보정치를 이끌고자 했으나 임기 후반 경제적 불만이 증가해 지지율이 하락했다. 트뤼도 총리의 아버지는 1968~1979년, 1980~1984년까지 17년 동안 총리를 지낸 캐나다 정치의 거목 피에르 트뤼도이다.        < 한겨레 최우리 기자 >

 

2015년부터 집권 유지한 '장수 총리'…고물가·이민자 문제로 인기 하락

트럼프 '25% 관세폭탄' 대응두고 동맹세력 잇따라 등돌리며 '사면초가'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야권 연합의 내각 불신임으로 총리직을 위협받아 온 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가 6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집권 자유당이 자신의 후임자를 정하는 대로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즉시 사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이날 회견에서 "당이 차기 대표를 선출한 이후 당 대표직과 총리직에서 물러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는 다음 선거에서 진정한 선택지를 선택할 자격이 있다"며 "내가 내부에서 싸움을 벌여야 한다면 다음 선거에서 내가 최선의 선택지가 될 수 없다는 점이 자명해졌다"라고 덧붙였다.

 

캐나다 하원은 당초 오는 27일 회기를 재개해 야당을 중심으로 내각 불신임안을 추진할 예정이었지만, 트뤼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힘에 따라 오는 3월 24일 재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기간 집권 자유당은 차기 당 대표를 선출할 전망이다.

 

트뤼도 총리는 2015년 11월부터 9년 넘게 캐나다의 총리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이민자 문제 등으로 국민 불만이 누적되면서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최근 2년여간 하락세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동맹 세력들이 잇따라 등을 돌리고 집권 여당이 다음 총선에서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바 있다.

 

중도 좌파 성향의 집권 자유당은 지난 2021년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단독 과반 의석을 얻는 데는 실패했다. 이 때문에 2022년부터 제3야당인 신민주당과 정책 연합을 맺고 의회 협력 체제를 구축해 하원 내에서 입지를 보장받아왔다.

 

특히 트뤼도 총리를 향한 퇴진 압박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캐나다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한 이후 본격적으로 가시화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미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1월 29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찾은 트뤼도 총리와의 만찬에서 고율 관세 부과 시 캐나다 경제가 죽을 것이라고 호소하자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며 '뼈 있는 농담'을 건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트럼프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지난달 16일 전격 사임했고, 이로 인해 당 안팎에서 사퇴 여론이 급부상했다.

나아가 정책 연합을 맺어왔던 저그밋 싱 캐나다 신민주당(NDP) 대표가 지난달 20일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면서 트뤼도 총리는 정치적으로 고립됐다.   < 연합 이지헌 기자 >

 

'트뤼도 사퇴' 여론 불붙인 전직 재무장관, 후임 총리 물망에

'트뤼도 절친' 현 재무장관·인도 '외교 전쟁' 이끈 외무장관 등도 거론

 

사임 의사를 밝힌 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의 후임으로 사퇴 여론에 불을 붙인 전직 재무장관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6일 크리스티나 프릴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을 비롯해 트뤼도 총리의 오랜 친구인 도미니크 르블랑 재무장관, 멜라니 졸리 외무장관, 마크 카니 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 등이 후임 총리 후보로 거론된다고 전했다.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캐나다 재무장관

 

이 중 가장 주목받는 프릴랜드 전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25% 관세 정책에 대한 대응 문제를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지난 달 전격 사임해 트뤼도 총리 퇴진론에 불을 붙인 주인공이다.

 

그는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려는 트뤼도 총리의 계획에 반대하며 다가오는 미국과의 관세 전쟁에 대비하기 위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핵심 측근이었던 프릴랜드 전 장관이 등을 돌리면서 이미 고물가와 주택 가격 상승 등으로 크게 흔들리고 있던 트뤼도 총리의 정치적 입지는 결정타를 맞았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오는 20일 취임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의 1기 행정부당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하는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USMCA) 협상을 이끌기도 했다.

 

도미니크 르블랑 캐나다 재무장관

 

프릴랜드 전 장관의 후임으로 재무장관에 임명된 르블랑 장관도 트뤼도 총리의 후임 후보 중 하나로 거론된다.

 

트뤼도 총리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인 그는 2000년 의회에 입성, 트뤼도 내각에서 공공 안전부 장관을 비롯해 각종 요직을 맡아왔다.

2012년에는 직접 자유당 대표 출마를 고려하기도 했으나 트뤼도 총리의 출마 계획을 듣고 마음을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멜라니 졸리 캐나다 외무장관

 

이 외에 최근 인도와의 외교 갈등에서 인도 외교관 추방을 결정하며 앞장섰던 졸리 외무장관 등도 후임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또 영국 중앙은행인 잉글랜드 은행 총재를 거쳐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카니도 최근 당 대표직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캐나다 매체들이 전했다.

 

현재 캐나다의 총리는 하원에서 가장 많은 의석수를 보유한 자유당의 대표가 맡는다. 트뤼도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힌 만큼 당이 선출하는 후임 대표가 총리직도 수행하게 된다. < 연합 임지우 기자 >

 

'사임' 트뤼도의 추락…진보정치 아이콘서 트럼프의 놀림감으로

2015년 '연예인급 인기' 총리 취임…국민 피로감에 9년여만에 사임

'트럼프 관세' 대응과정서 동맹세력 잇따라 등돌리며 '예고된 퇴장'

 

                                       사임 계획 발표하는 트뤼도 총리

 

쥐스탱 트뤼도(53) 캐나다 총리가 6일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9년여 만에 '진보 정치의 아이콘'에서 역대 캐나다 총리 중 가장 인기 없는 인물로 정치 경력을 마무리 짓게 됐다.

 

한때 캐나다는 물론 외국에서도 반향을 일으키는 40대의 '훈남 스타 정치인'이었지만 고물가와 이민자 문제 등에서의 정책 실패 등으로 국민들의 피로감이 커진 탓이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이 의회에서 대선 승리를 최종적으로 공식 인증받는 날 사임 계획을 발표한 트뤼도 총리는 '캐나다 사람들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조롱까지 받아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트뤼도 총리를 '주지사'라고 칭하기도 했다.

 

◇ 연예인급 인기 '스타 정치인'으로 등장…오바마와 브로맨스 과시

 

트뤼도 총리는 지난 2015년 총선에서 보수당을 누르고 10년 만의 정권교체에 성공, 국내외에서 연예인급 인기를 거머쥔 스타 정치인이었다.

 

트뤼도는 캐나다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1968∼1979년, 1980∼1984년까지 무려 17년 동안 총리를 지낸 캐나다 정치의 거목 피에르 트뤼도(1919∼2000년)의 장남이다.

부친의 후광을 엎고 사교적 성품과 진보적 가치를 앞세워 2013년 자유당 당수로 선출되는 이변을 일으켰으며, 2015년 11월 총리에 취임했다.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오바마 미 전 대통령(2016년 )

 

총리 취임 당시 '캐나다의 오바마'로도 불렸던 트뤼도는 미국에서도 인기가 높았고, 취임 직후 미국을 국빈 방문하며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과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며 '브로맨스'(남성 간 우정)를 과시하기도 했다.

 

두 사람은 40대의 젊은 나이에 지도자가 됐다는 공통점에 더해 진보적인 정책 기조,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이념 성향 등 여러 면에서 닮은 점이 많았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퇴임 후에도 트뤼도를 지지하는 발언을 하며 우정을 이어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16년 처음 대선 승리를 거머쥐자 그와의 정치적 차별점을 부각하며 진보 성향 지도자로서 명성을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 2019년 조디 윌슨-레이볼드 전 법무부 장관이 비리 수사를 받은 캐나다 최대 건설사 SNC-라발린을 선처하도록 자신에게 압력을 넣었다고 폭로하면서 정치적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그가 이끄는 집권 자유당은 2019년 총선에서 승리하긴 했지만 SNC-라발린 스캔들 등 여파로 단독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해 연정으로 국정을 운영해야만 했다.

이후 팬데믹 위기와 고물가 충격 등이 닥치면서 그의 인기와 명성은 하락세를 지속했다.

 

                                    총선 승리 후 어머니와 마주한 트뤼도 총리(2015년 10월)

 

◇ 고물가 여파 가계 고통 …이민자 문제로 인기 하락 가중

 

트뤼도 총리의 인기 추락을 불러온 가장 직접적인 요인으로는 팬데믹 이후 나타난 고물가·고금리 상황에서 가계의 고통이 커진 점이 꼽힌다.

또한 고물가 상황에서 탄소세 인상을 야당과 지방정부의 강력한 반대 속에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것도 지지율을 낮추는 데 한몫했다.

나아가 트뤼도 행정부 기간 늘어난 이민자 유입이 주택 부족 등을 야기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국민의 피로도가 커졌고, 이는 보수 야당에 대한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2023년에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한 시크교 사원 주차장에서 캐나다 국적의 시크교 분리주의 지도자가 괴한의 총격에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진 일을 계기로 인도와 상대국 외교관을 맞추방하는 등 외교 갈등이 격화되기도 했다.

 

◇ 트럼프 폭탄관세 대응 속 동맹세력 잇따라 등돌리며 '사면초가'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등에 따른 국민 불만으로 트뤼도 총리에 대한 지지도는 하락세를 보여왔고, 이에 따라 트뤼도 총리의 당 안팎에선 일찌감치 그를 향해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지난 1년 6개월간 여론조사에서 집권 자유당은 선거 시 야당인 보수당에 패배할 것으로 나타났다.

 

트뤼도 총리의 지지율은 약 20% 수준으로 떨어졌고, 보수당과의 지지율 차이는 20%포인트 이상으로 벌어진 상태였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핵심 지지 세력이었던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재정 정책을 두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충돌하며 지난달 16일 전격 사임한 이후 트뤼도 총리의 퇴진론은 본격적으로 부상했다.

 

트럼프 차기 미국 행정부가 예고한 25% 고율 관세 대응 문제 등을 두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게 계기였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프리랜드 장관의 사퇴는 트뤼도 총리 취임 후 직면한 가장 큰 위기 중 하나"라며 "다음 총선에서 야당인 보수당에게 패배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핵심 동맹을 잃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프리랜드 장관 사임 발표 나흘 뒤인 20일 집권 자유당과 정책 연합을 맺어왔던 진보 성향 신민주당(NDP)이 정부 불신임안 제출을 예고하고 나선 것은 트뤼도 총리에게 결정타가 됐다.

자유당이 의회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모든 야당이 불신임안을 지지한다면 트뤼도 총리는 총리직에서 물러나게 되며 캐나다는 조기 총선 실시가 불가피하게 되기 때문이다.

                                  사임 기자회견하는 트뤼도 총리

 

결국 크리스마스 및 새해 연휴가 끝난 6일 트뤼도 총리는 추운 겨울 날씨 속 관저 앞 야외에서 기자들 앞에 서며 "이제는 리셋할 시간"이라며 사임 계획을 발표했다.

 

캐나다의 정치평론가 브루스 앤더슨은 WSJ에 "지난 몇 년간 트뤼도는 효과적인 정치인이 아니었다"며 "마치 정치적 안테나를 잃어버린 것으로 보였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대선 승리를 공식 인증받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자신이 설립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올린 글에서 "캐나다의 많은 사람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좋아한다"라며 또다시 조롱성 발언을 했다.

 

그는 "미국은 캐나다가 버티기 위해 필요로 하는 막대한 무역적자와 보조금을 더는 감내할 수 없다"며 "트뤼도도 이를 알고 사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캐나다가 국경 문제와 무역수지 불균형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취임 첫날부터 모든 캐나다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미 폭스뉴스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해 11월 29일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을 찾은 트뤼도 총리와의 만찬에서 고율 관세 부과 시 캐나다 경제가 죽을 것이라고 호소하자 "미국의 51번째 주가 돼라"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트루스 소셜 글에서 "캐나다가 미국과 합병하면 관세도 없고 세금도 내려갈 것이며 그들을 끊임없이 둘러싸는 러시아와 중국 배의 위협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 연합 이지헌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