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하마스 무장해제·이스라엘 철군 일정 요구
사우디 "그 이전엔 가자 재건 자금 못 대"
인도네시아, 가자 ISF에 병력 파견 약속

옵저버 한국 외무부 "전투 임무엔 참여하지 않을 것"
유럽국 대다수 불참…한국은 "검토 중"

이스라엘, 휴전 합의 위반해 가자 공습
휴전 이후만도 팔 사망자 600명 넘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평화위원회'(BoP)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평화 방안을 논의하고자 19일 워싱턴D.C에서 첫 회의를 개최한다.

 

작년 10월 카타르, 이집트와 함께 이스라엘과 하마스를 중재해 자신의 가자 지구 평화 구상 1단계인 휴전 합의와 인질·수감자 교환을 끌어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회의에서 폐허가 된 가자의 재건이란 평화 구상 2단계 실행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상황은 전혀 녹록지 않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 회의를 계기로 '평화위원회'(BoP) 출범식을 갖고 연설하고 있다. 2026. 01. 22 [UPI=연합]

 

'유엔 대체' 의도 지닌 '트럼프 평화위'

유럽국 대다수 불참…한국은 "검토 중"

 

가장 큰 문제는 이 '평화위원회'의 불투명한 정체다. 트럼프는 당초 이 위원회를 가자 전쟁 종식과 재건이 완료될 때까지 가자를 통치할 최고 의사 결정 기구라고 밝혔지만, 실제론 가자 뿐 아니라 모든 국제 분쟁에 관여하는 사실상의 유엔 대체 기구로 변질시키고 있어서다. 트럼프가 지난달 각국 정상들에게 보낸 가입 초청장에 첨부된 평화위 헌장엔 '가자'란 표현이 없었다. 또한 본인에게 '종신 의장직'을 부여해 이 기구를 장악하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

 

그러자 예전 같으면 누구보다 발 벗고 나섰어야 할 서방 진영 국가 대다수가 참여를 거부하거나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영국, 프랑스, 독일, 폴란드, 교황청이 불참을 통보한 대표적 유럽 국가다.

 

1월 22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출범한 '평화위원회'에는 지금까지 사우디아라비아·아랍에미리트(UAE)·카타르·이집트·요르단·바레인·튀르키예·파키스탄·카자흐스탄·인도네시아·베트남·몽골·우즈베키스탄·아르헨티나·파라과이·헝가리·불가리아·알바니아·아르메니아·아제르바이잔·코소보, 그리고 이스라엘 등 20여 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달 20일 미국으로부터 초청장을 받은 사실을 공개한 뒤 외교부 당국자의 말을 빌어 어떤 국가들이 참여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판단할 수 있을듯하다.…시간을 가지고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재명 정부는 회의 하루 전인 18일까지 참여 여부에 대한 추가적 입장 표명은 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첫 회의에 가입은 보류한 채 가자재건지원 담당 대사를 파견하기로 했다.

 

이른바 '트럼프 평화위'는 가자 지구 재건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개혁 프로그램 완료 때까지 가자 주민에게 일상의 서비스와 행정을 제공하는 팔레스타인 기술관료 중심의 실무기구인 가자행정국가위원회(NCAG)를 감독한다.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8일 영국 총리 관저인 런던 다우닝가 10번지에서 헤어지고 있다. 2025. 12. 08 [EPA=연합] 
 

아랍권, 명확한 무장해제·철군 일정 요구
사우디 "그 이전엔 가자 재건 자금 못 대"

 

다음은 앞으로 이 위원회가 풀어야 할 과제의 방대함과 복잡성이다. 가자 재건과 안정화를 위해 하마스의 무장해제, 이스라엘의 철군, 국제안정화군(ISF) 병력 배치와 팔레스타인 경찰력 도입 문제 등이 서로 연계돼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여기에 예민한 팔레스타인 국가 독립 문제도 얽혀 있다.

 

사실상 트럼프의 우격다짐에 밀려 아랍과 이슬람권 국가들이 대거 동참했지만 하마스의 무장해제 합의와 가자에서 이스라엘의 완전한 철군 일정 없이는 국제안정화군에 병력 파견이나 가자 재건에 자금 투입을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ISF는 가자지구에 안보나 치안 공백이 없도록 접경지대를 지키고 팔레스타인 경찰력 강화를 돕는다는 취지에서 창설되는 다국적군이다.

 

더타임스오브이스라엘에 따르면, 사우디의 파이살 빈 파르한 알 사우드 외무장관은 13일 뮌헨안보회의 연설을 통해 "우리는 분쟁의 진짜 종식을 봐야 한다. 이스라엘이 언제 철수할지, 하마스는 언제 무장해제 할지, 모두가 20개 항 계획(트럼프 평화 구상)의 모든 항목을 언제 준수할지에 대한 명확성이 필요하다"라면서 사우디는 그 이전에 가자 재건 자금을 댈 수 없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에서 이스라엘 군 차량 행렬이 지나가고 있다. 2024. 11. 09 [로이터=연합]

 

인도네시아, 가자 ISF에 병력 파견 약속
외무부 "전투 임무엔 참여하지 않을 것"

 

앞서 트럼프는 15일 본인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평화위에 참여하는 국가들이 가자의 인도적 지원과 재건을 위해 50억 달러(약 7조2000억 원) 지원을 약속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세계은행, 유럽연합(EU), 유엔이 작년 2월에 공동 발표한 보고서가 가자의 완전한 회복과 재건에 500억 달러 이상이 필요하다고 추산했던 것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가자 국제안정화군 병력 파견도 간단치 않은 문제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가 맨 먼저 나섰다. 이르면 4월부터 시작해 6월까지 다양한 병과로 구성된 최대 8000명 규모의 여단 병력을 보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가자 파견 병력은 하마스 등 현지 무장단체들과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전투 임무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무부는 "민간인 보호, 인도적 및 보건 지원, 재건, 그리고 팔레스타인 경찰의 역량 강화 및 훈련에 집중될 것"이라면서 팔 자치정부의 승인도 요청했다.

 

결국 이번 회의에서 트럼프가 검증이 가능한 하마스의 무장해제 방안과 명문화된 이스라엘의 철군 일정에 관한 청사진을 동시에 제시하지 못하면 '트럼프 평화위'는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17일 가자 남부 칸 유니스 해변에 팔레스타인 예술가 야지드 아부 자라드가 '환영한다, 라마단'이라는 문구를 모래에 새겨 넣었다. 아부 자라드는 전쟁으로 인해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아에 있는 집을 떠나 남부로 피난했다.2026. 02. 17 [EPA=연합
 

이스라엘, 휴전 위반해 가자 공습, 드론 공격
작년 10월 휴전 이후 팔 사망자 600명 넘어

 

작년 10월 휴전에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것도 큰 문제다. 휴전 이후 줄기는 했지만, 이스라엘은 휴전을 위반해 거의 매일 공습과 드론 공격을 가했으며, 휴전 이후 사망자만 600명이 넘었다. 인도적 지원의 선택적 허용과 접경지대 검문소 통제 등을 통해 가자 주민을 여전히 고통 속에 몰아넣고 있다. 이스라엘은 또한 팔 자치정부가 관할하는 요르단강 서안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하고 정착민들의 폭력을 방조하면서 서안 합병 작업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트럼프가 이런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과 서안 합병 추진 행위들에 눈감고 계속 이스라엘을 두둔한다면 아랍과 이슬람권 국가들은 평화위에서 탈퇴하라는 국내 비판 여론의 압박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하마스는 현재 이스라엘의 봉쇄와 공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저항할 권리가 있다며 완전한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나 권총 등은 보유하되 중화기는 해체할 수 있음을 내비치고 있다. 미국 일부에선 하마스 요원들에게 무기 반납 대가로 보상금과 면죄부를 주는 아이디어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은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해제를 거듭 요구하고, 60일간 무장해제를 하지 않으면 군사 공격을 재개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트럼프도 15일 본인의 트루스 소셜을 통해 "하마스가 완전하고 즉각적인 무장해제 약속을 지키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썼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5일 예루살렘에서 열린 '주요 미국 유대인 기구 의장 협의회'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 02. 15 [UPI=연합]

 

"트럼프, 평화 구상 2단계 시작하려면,
이스라엘 네타냐후의 팔도 비틀어야"

 

싱가포르라자트남 국제학대학원 선임 연구원인 제임스 도르시 박사는 16일 자 유라시아리뷰 기고에서 "지금까지 트럼프는 하마스가 무장해제에 실패하면 끔찍한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위협하며 하마스를 압박해왔지만, 이스라엘의 휴전 위반에는 눈을 감아왔다"면서 "평화 구상의 2단계를 시작하려면 트럼프는 하마스뿐 아니라 네타냐후의 팔도 비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르시는 "이미 많은 이들은 이 위원회를 팔레스타인의 이익이 아닌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익을 대변하는 수단으로 보고 있다"며 "이스라엘이 가자 공격을 재개한다면 아랍과 무슬림 다수의 국가들은 평화위에서 탈퇴하라는 대중적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