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달 만에 또 탄핵…8년 새 7번 바뀐 페루 대통령

● WORLD 2026. 2. 19. 03:59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4개월 전 취임 호세 헤리 대통령, 중국인 사업가와 유착 의혹에 탄핵

 

지난달 21일 페루 리마에서 호세 헤리 페루 전 대통령이 중국인 사업가와의 비공개 접촉 의혹을 해명하기 위해 국회 위원회에 출석해 증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페루에서 전임 대통령 탄핵으로 4개월 전에 취임한 새 대통령이 중국인 사업가와의 유착 의혹을 받아 물러나게 됐다.

 

17일(현지시각) 페루 국회는 임시 본회의에서 찬성 75표, 반대 24표, 기권 3표로 호세 헤리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다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혔다.

 

페르난도 로스피글리오시 페루 국회의장(직무대행)은 헤리 전 대통령 해임 결정에 대해 “(그의) 도덕적 적격성 부족과 직무 태만에 근거한다”며 “국회의원들은 그가 국가 정상의 직무를 수행할 조건을 갖추지 못했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페루에서는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심판을 하는 한국과는 다르게 국회에서 의결된 결과에 따라 곧바로 대통령이 탄핵된다.

 

이번 국회의 결정 배경에는 헤리 전 대통령과 중국 사업가 양즈화의 유착 의혹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논란은 지난달 늦은 밤 헤리 전 대통령이 후드(모자 달린 옷)로 얼굴을 가린 채 양즈화가 운영하는 중식당에 비밀리에 들어가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페루 언론은 이 스캔들을 ‘치파게이트’라고 부르고 있는데, 치파는 페루에서 현지화한 중국 음식 또는 페루 내 중식당을 뜻하는 단어다.

 

이후 지난달 초에도 헤리 전 대통령은 양즈화가 운영하는 다른 중국 상품점에 들어가면서 선글라스를 착용한 모습이 공개되기도 했다. 페루 법은 대통령의 공무 활동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헤리 전 대통령은 양즈화와의 만남을 공식 일정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 출신 양즈화는 중국 수입품 상점을 운영하며 돈을 벌었고, 페루 에너지 프로젝트 사업권(양허권)도 따냈다. 페루 검찰은 헤리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2021~2025년) 시절 2024년께부터 그와 교류하면서 편의를 봐줬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페루 검찰은 헤리 전 대통령이 대통령실과 환경부 등에 최소 9명의 여성을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채용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하고 있다.

 

페루에서는 정치권의 부패가 이어지면서 최근 몇년 새 대통령의 중도 낙마가 반복되고 있다. 2018년 1월 이후 약 8년 동안 7명의 대통령이 등장했다가 해임됐다. 헤리 전 대통령 역시 지난해 10월 디나 볼루아르테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대통령직을 이어받았다. 당시 그는 국회의장이었다.

 

현 국회의장인 로스피글리오시는 대통령 승계 서열 1위지만, 대통령직 수락을 거부했다. 이에 페루 국회는 18일 새 의장을 선출해야 한다. 새로 뽑힌 국회의장은 7월28일 대통령 잔여 임기 종료 때까지 헌법에 따라 임시 대통령직을 맡게 된다. 이번 사태와 별개로 페루에서는 오는 4월12일 대선과 총선이 예정돼 있다. 새 대통령 임기는 7월28일부터 5년 동안이다.

                                                                                                  < 윤연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