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황 예의 주시” 신중 반응.. 미 정부 발표 하루 뒤 입장

 

 
 
러시아 국방부가 11월 7일(현지시각) 공개한 동영상에서 갈무리한 사진으로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의 러시아 군인들. AP 연합
 

미국 정부에 이어 한국 국가정보원이 13일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병된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공식 확인했다. 다만 정부는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우크라이나전 조기 종식’을 원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정부가 ‘관망 모드’에 들어간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국정원은 이날 저녁 언론 공지문을 통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이 지난 2주간 쿠르스크 지역으로 이동에 전장 배치를 완료했고, 이미 전투에 참여 중인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정원 공지는 미 국무부가 12일(현지시각) “러시아 동부로 파견된 1만명 이상의 북한 병사 대부분이 쿠르스크주로 이동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작전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나왔다. 대통령실은 이날도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았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이날 오전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이 문제는 대한민국 혼자 움직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국제사회와, 동맹인 미국과 충분히 협의해가며 진전시키고 대응해야 할 과제”라는 입장을 내놓았을 뿐이다.

 이는 미국 등이 북한군 파병 여부를 확인해주지 않았을 때인 지난달 18일 윤석열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고, 곧바로 국정원이 러시아 파병 사실을 알릴 때와는 온도 차가 크다. 정부의 달라진 반응은 취임 뒤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를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정부가 무기 지원을 언급하며 섣부르게 앞서나갔는데, 트럼프가 당선되면서 이걸 주워담기 어렵고 난처한 상황이 됐다”며 “미국의 차기 행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데 중점을 두는, 속도 조절이나 눈치 살피기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북한군 활동 여하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살상무기 공급을 검토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북한군이 전투를 개시하면 무기 지원 가능성 검토 등 ‘다음 단계’를 밟겠다는 뜻이다. 대통령실 역시 “전투가 시작되느냐 아니냐를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가 당장 행동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북한군이 본격적으로 전투에 참여했는지, 공식적으로 대규모 교전이 있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며 “아직은 그렇게 볼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 한겨레 이승준  김원철 기자 >

 해외에서 미 군사력 확대와 개입 적극적으로 주장한 인물들

 

 
 
피트 헤그세스가 지난 2017년 4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행정부의 외교안보 수장들이 군사력 사용을 선호하는 강경 매파로 채워지고 있다. 트럼프는 미국이 개입한 전쟁을 끝내겠다고 공약했으나, 이들 인사들은 해외에서 미 군사력 확대를 지지해 왔다.

트럼프 당선자는 12일(현지시각) 차기 국방장관에 퇴역군인 출신인 피트 헤그세스(44) 폭스뉴스 진행자를 지명해, 미국 외교안보 분야의 빅3인 국무·국방·안보보좌관의 진용이 드러났다. 앞서, 트럼프는 국가안보보좌관에 마이클 왈츠(50) 하원의원을 지명했다.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국무장관으로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해외에서 미 군사력의 확대 및 개입을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대중국 강경노선, 중동에서 이스라엘 옹호 및 이란 세력에 강경대응 등이 공통점이다. 다만,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한 뒤에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등 트럼프의 주장에 동조해왔다.

국방장관으로 지명된 헤그세스는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참전 뒤 관련 퇴역군인 단체를 이끌다가 폭스뉴스 진행자로 일하며, 트럼프를 옹호해왔다. 그는 프린스턴대학 시절에 미국의 이라크 전쟁을 적극 옹호하며 “강력한 군은 세계에 장기적 평화와 안정을 가져오는데 절대적으로 본질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전쟁에서 전쟁범죄를 저지른 군인들의 사면을 주장하는 운동을 펼쳤고, 2012년까지 사무총장으로 일했던 ‘자유를 위한 퇴역군인들’은 이라크·아프간에서 미군 주둔 확대를 주장했다.

그는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 때 마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를 지지하다가 적극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전향했다. 그 이후 트럼프와 김정은의 회담, 해외에서 미군 철수 등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를 옹호했다. 그는 폭스뉴스 프로그램 진행자 때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김정은은 “아마 하루 종일 자신의 인민을 죽여야만 하는 사람이 되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며 미국의 대북제재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과의 사진을 원하기 때문에” 트럼프와 만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통적인 미 국방장관의 범주에서는 벗어나는 그는 고위 군 인사 및 의회에서 반대를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그의 경험 및 경력 부족은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서도 인준에 대한 우려와 진통이 예상된다.

국무장관 지명이 예상되는 루비오는 네오콘 성향의 대표적인 대외정책 강경 매파다. 그는 중국, 이란, 베네수엘라, 쿠바 등에 적대적인 강경 입장을 유지해 왔다. 민주당 하원의원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전향해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던 털시 개버드는 루비오가 “네오콘 전쟁광 기성세력”의 일부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루비오는 트럼프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됐으나, 강경한 대외정책 노선이 탈락의 한 이유로 거론된다.

루비오는 지난해에도 미국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탈퇴는 의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입법안을 공동발의해,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와 다른 행보를 보였다.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자,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법을 신속히 지지했다. 루비오는 중국 공산당 통치자들은 “미국을 희생시키면서 부상하려는” 적들이라며, 중국과의 경제·통상·군사 모든 분야에서 강경한 대결정책을 지지해왔다. 그는 중국 기술을 사용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세금공제를 막는 법안 등을 도입했다. 중국은 2020년 그를 포함한 미국 의원들이 “홍콩 문제에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며 제재 조처를 내렸다.

그는 트럼프가 공화당 대선 후보로 압도적으로 선출되자, 적극적인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했다. 그는 지난 4월 950억달러의 우크라이나 원조법안에 반대했고, 종전을 위해 러시아와의 타협 협상을 주장했다. 그는 “나는 러시아 편이 아니나 불행하게도 현실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방식은 협상된 타협”이라고 말했다.

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 역시 조지 부시 행정부 때 도널드 럼스펠드 및 로버트 게이츠 당시 국방장관과 딕 체니 당시 부통령의 참모로 일하는 등 해외에서 미 군사력 확대와 개입을 주장한 전통적인 공화당 매파에서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했다. 그는 의회에서 트럼프 전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정책을 반대하며 이를 막는 법안을 제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트럼프 지지자로 변신해, 나토 동맹국들의 방위비 증강 압박 및 중국, 이란 등에 대한 강경책을 지지해왔다.

그는 지난해 폭스뉴스 기고에서 “의회가 우크라이나에 백지수표를 주는 시대는 끝났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회의론을 주장했다. 그는 러-우 협상에 대한 트럼프의 주장이 “완전히 합리적”이라면서도, 러시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미국은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제공하는 장거리무기 사용 제한을 풀어야 한다”는 강경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 역시 의회에서 하원 중국태스크포스팀에서 일한 대표적인 대중 매파이다.

루비오와 왈츠는 또 대북한 문제에서도 군사 대응도 불사하는 강경 노선을 유지해왔다. 루비오는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뒤 “북한의 다른 지도자들이 더 나은 미래를 원한다면 빨리 ‘폭군’ 김정은을 제거해야 한다”며 “김정은이 핵 프로그램 해체를 내걸고 쇼를 벌였다”고 비난했다. 왈츠는 북미정상회담 직전에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 폭탄 싸움 때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은 필요한 선택지이다”고 말했다. 왈츠는 또 “경제 제재로 북한의 목을 짓눌러야, 북한이 협상에 나올 것”이라며 “모든 군사적 방안도 고려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대외정책에서 미 군사력 확대 및 사용을 앞세우는 이들은 “힘을 통한 평화”라는 트럼프의 노선에서 협상과 타협보다는 군사력과 대결 쪽에 더욱 방점을 찍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트럼프는 12일 차기 정부의 중앙정보국(CIA) 국장에 존 랫클리프(59)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을 지명했다. 랫클리프는 변호사이자 텍사스주 히스 시장, 텍사스 연방 하원의원을 지낸 정치인 출신으로 보수색이 짙은 인사로 평가된다. 그는 2020년부터 이듬해까지 트럼프 1기 체제에서 국가정보국 국장을 지냈다.

트럼프는 주이스라엘 대사에는 마이크 허커비(69) 전 아칸소주지사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허커비 지명자는 개신교(침례교단) 목사 출신으로 매우 친이스라엘적인 인물로 꼽힌다. 2008년 공화당 대선 경선에 참여해 “팔레스타인인 같은 것은 없다”고 발언했다. 2016년 공화당 경선에도 참여했다가 트럼프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했는데, 이때 국제사회가 불법이라고 비판하는 팔레스타인 요르단강 서안지구 유대인 정착촌 건설을 지지하고 서안지구가 이스라엘의 “내부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의 임명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서안지구 합병 구상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짚었다.

트럼프는 12일 중동 특사에는 부동산 사업가인 스티브 위트코프(67)를 지명했다. 위트코프는 트럼프의 골프 친구로 유대인이며, 지난 9월 골프장에서 발생한 2차 암살 시도 때 골프를 치던 트럼프와 함께 있었던 이다. 알려진 외교 및 중동 관련 경력은 없다.                        < 한겨레 정의길 김미나 기자 >

독일 숄츠 연립정부 붕괴, 내년 2월 조기 총선 실시

● WORLD 2024. 11. 14. 01:2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사민+녹색+자유민주 ‘신호등 연합’, 자유민주 이탈

야당과 재계  “과반수 미달 정권 조기 퇴진” 요구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 속 숄츠의 SPD 패배 예측

 

올라프 숄츠 독일총리가 11월 6일 베를린에서 정부 지도자들과 회동한 뒤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11.6. AP 연합
 

올라프 숄츠 총리가 이끌어 온 독일 집권 사회민주당(SPD)과 야당연합인 기독교민주・사회연합(CDU・CSU)은 12일 내년 2월 23일로 총선거를 앞당겨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9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의회(연방 하원)를 임기 만료 전에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 것은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정권 이후 19년만의 일이다. 총선거에 앞서 오는 12월 16일 의회에서 숄츠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가 실시된다. 신임투표에서 과반수 지지를 얻지 못할 경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이 의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하는데, “잃어버린 2년”이란 얘기를 듣는 독일경제의 장기 침체와 정치 불안정 속에서 숄츠 총리가 과반수 지지를 받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의회 해산권을 가진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여야당이 합의한 선거일정을 승인했다.

 

연방선거관리관 루스 브랜드가 11월 12일 베를린에서 올라프 숄츠 총리의 이른바 "신호등" 연합이 해체된 후 예상되는 총선의 방식과 가능한 시기에 대해 분데스탁(연방의회) 선거위원회 시작 전에 손짓하며 얘기하고 있다. 2024.11.12. 로이터 연합
 

사민+녹색+자유민주 ‘신호등 연합’에서 자유민주 이탈

이번 결정은 지난 6일 사민당+녹색당+자유민주당 3당 ‘신호등’ 연립정권(사민당의 붉은색, 녹색당, 그리고 자민당의 황색이 신호등 색깔인데서 따온 비유)의 한 축인 자유민주당(FDP)이 예산 편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연정에서 이탈한 뒤 이뤄졌다. 자유민주당은 2025년도 예산안을 둘러싸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거액의 군사 지원을 지속하는 재정 확대 정책을 고수한 숄츠의 사민당과 의견대립을 일으켰다. 독일에는 재정적자를 일정 규모 이하로 억제하는 ‘부채 브레이크’ 장치가 올해 5년만에 부활됐는데, 자유민주당 소속 크리스티안 린트너 재무장관은 이를 내년도에도 지속할 방침이었다. 그러나 숄츠 총리가 이를 다시 유보하고 재정 투입을 확대하려 함으로써 린트너 장관과 갈등을 빚었다. 숄츠 총리는 이로 인해 정권 운영이 어려워지자 린트터 장관을 해임했고, 이에 자유민주당이 3당 연립에서 이탈함으로써 연립정권은 소수 여당으로 전락했다. 자유민주당의 이탈로 연방의회 총의석 733석 가운데 여당 쪽의 의석 비율은 기존 57%에서 44%로 줄었다.

야당과 재계 “과반수 미달 정권 조기 퇴진” 요구

기민련과 기사련, AfD 등 야당들은 과반수를 채우지 못하는 정권을 계속 유지할 여유가 없다며 숄츠 총리의 퇴진과 조기 총선 실시를 압박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년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독일경제의 침체 속에 독일산업연맹 등 독일 재계도 “의회 과반수를 차지하는 행동력 있는 새 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발족시킬 필요가 있다”며 새 정부 구성을 서두를 것을 촉구했다.

 

올라프 숄츠(오른쪽) 독일총리와 사회민주당(SPD) 공동 의장 라르스 클링바일(왼쪽에서 두 번째)이 11월 11일 베를린에서 SPD 집행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4.11.11. EPA 연합
 

숄츠의 SPD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 높아

자유민주당의 이탈로 소수 여당이 된 집권 SPD+녹색당은 연금과 경제대책 관련 법안 등 주요법안 통과를 위해 최대야당인 기독교민주연합(기민련)의 협력을 얻어내는 대신 기민련의 조기 총선 실시 요구를 수용했다. 총선이 실시될 경우 숄츠 총리의 집권 연립여당이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여당 쪽에서는 총선에서 대표 얼굴로 내세울 다음 총리 후보를 숄츠 대신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으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공영방송 ARD가 보도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별 지지율은 최대야당인 기민련・기사련이 34%로, 제1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2당은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으로 17%, 여당인 사민당은 그보다도 낮은 16%로 나왔다. 따라서 차기 정부를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민련 당수를 총리로 한 새로운 연립정권이 맡게 될 가능성도 있다.

정치가별 지지율을 보여주는 여론조사에서는 피스토리우스가 55%로 가장 높고, 기민련 당수 메르츠는 그보다 훨씬 떨어지는 30%, 그리고 숄츠 총리는 극우 AfD 당수 알리체 바이델과 함께 19%를 얻는데 그쳤다. 그럼에도 숄츠는 집권 연장을 위한 작업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장기간의 경기 침체와 정국 혼란으로, 총선이 실시될 경우 극우 AfD와 극좌 ‘사라 바겐크네히트 연맹’이 득세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안보와 국방에 유럽 자신의 이익과 책임을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오른쪽)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11일 파리 샤를드골 광장(에투알 광장)에 마련된 무명용사의 무덤 앞에 서서 묵념을 하고 있다. 파리/AFP 연합
 

우크라이나 지원에 회의적이고 동맹국들에 비용 부담 증가를 요구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을 앞두고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만나 우크라이나 지원과 유럽 독자 안보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제1차 세계대전 종전(1918년 11월11일) 기념식에 참석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영국 총리가 프랑스의 1차 대전 종전 기념식에 참석한 건 1944년 윈스턴 처칠 총리 이후 처음이다. 영국 가디언은 지난 5일 치러진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된 뒤 유럽의 연대를 강조하기 위해 스타머 총리가 파리를 방문한 것이라고 짚었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마크롱 대통령이 “안보와 국방에 대해 유럽 자신의 이익과 책임을 주장해야 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며 “이와 관련해 두 정상은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관계를 논의했다”고 발표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보름가량 전이던 2022년 2월7일 모스크바를 방문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회담하는 등 러시아와의 협상에 적극적이었다. 하지만 전쟁이 발발한 뒤 점점 대러시아 강경책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올해 2월에는 우크라이나 파병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한, 프랑스 전통적인 유럽 독자 안보 강화 주장도 펴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양국 정상의 주요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트럼프는 당선되면 24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낼 것이라고 공언하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보여와, 유럽은 이에 대한 전략을 협의할 자리가 필요했다. 영국 정부는 “겨울로 접어드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를 어떻게 가장 강한 상태로 둘 수 있을지를 논의했다”고 밝혔고, 엘리제궁도 “우크라이나 상황과 관련해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두 정상의 약속을 재확인했고, 필요한 기간 우크라이나를 변함없이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회담에 앞서 영국 텔레그래프는 두 정상이 우크라이나가 영·프가 공동 개발한 장거리 미사일인 스톰 섀도로 러시아 영토를 공격하는 것을 허용하도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논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양국은 회담 뒤 구체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하진 않았다.

트럼프의 백악관 복귀가 부를 파장에 대비하는 유럽연합은 일부 예산을 국방 및 안보 분야로 돌리기 위해 정책도 변경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보도했다. 특히 회원국 간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기 위해 배정된 ‘결속 기금’ 3920억유로(약 586조원)로 드론(무인기) 구매와 같은 ‘이중 용도 품목’ 투자를 할 수 있도록 하고, 군사 물자 등 수송을 위한 도로 및 교량 보강 등에 기금을 할당하겠다는 계획이다. 폴란드와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이 기금의 가장 큰 수혜국이지만 결속 기금은 현재까지 5% 이내 정도밖에 쓰이지 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2028년부터 적용될 차기 유럽연합 예산안 협상 시 국방 부문에 중점을 둘 것을 예고한다고도 파이낸셜타임스는 덧붙였다. 본격적인 예산안 협상은 다음해부터 진행될 예정이며, 사울리 니니스퇴 전 핀란드 대통령은 최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전체 예산의 20%가량을 국방비에 배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 한겨레 베를린 장예지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