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 보육·임대료 동결 등 생활 진보 공약, 거물 쿠오모에 경선 낙승

 
 
미국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 경선에서 사실상 승리한 조흐란 맘다니 뉴욕 주하원의원이 25일 지지자들의 개표 방송 시청 모임에 나와서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 경선에서 33살 신예 진보 정치인 조흐란 맘다니가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지사를 꺾었다. 뉴욕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맘다니는 사실상 뉴욕 시장을 예약했다.

 

24일 밤 기준 95%가 개표된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경선에서 맘다니는 43.5%의 득표율로 선두를 지켰고, 쿠오모는 36.4%를 얻었다.

 

쿠오모는 “오늘 밤은 맘다니의 밤”이라며 맘다니의 승리를 축하했다. 맘다니는 “모든 뉴욕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도시에 대한 비전으로 우리가 오늘 승리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거부하고 “우리 도시를 민주당의 모델로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2020년 뉴욕시에서 당선된 2선의 뉴욕 주하원의원인 맘다니는 우간다에서 태어난 인도계 무슬림으로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는 무료버스, 임대료 동결, 무상 보육 등 생활 밀착형인 진보적 공약을 내걸어 뉴욕의 진보층, 젊은 세대, 이민자, 소수자의 지지를 이끌어 이번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맘다니는 소셜미디어에 기반을 둔 지지자들의 열정적인 참여로 지지세를 키웠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진보적인 연방 의원들의 참여와 지지도 그의 승리에 기여했다.

 

미국의 최대 사회주의자 단체인 미국민주사회주의자 소속인 맘다니는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가 당선되면 최초의 무슬림, 사회주의자, 밀레니엄 세대 뉴욕 시장이 된다.

쿠오모는 높은 지명도에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내 중도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와 2500만 달러에 이르는 후원금을 등에 업었지만, 맘다니의 돌풍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맘다니는 젊은 세대를 움직이는 똑똑하고 강한 캠페인을 했다”며 패배를 수용하고 전화로 축하를 전했다고 밝혔다.

 

맘다니는 오는 11월 실시되는 뉴욕 시장 선거에서 에릭 애덤스 현 시장과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애덤스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시장에 당선했지만,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뇌물 수수와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소가 취소됐다. 그 이후 그는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동조해, 민주당 내에서 사실상 파문됐다.              < 정의길 기자 > 

이스라엘,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 계획을 대폭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네덜란드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까스로 합의한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해 ‘공격을 멈추라’며 고성을 질렀다고 전해졌다. 이 압박에 따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고 한다.

 

24일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및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뒤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규모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영공에 진입해 20개 목표물 타격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긴급 통화가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격한 어조로 작전 중단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파레이스 하위스 텐 보슈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 도착하고 있다. 헤이그/AP 연합
 

위기는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이란간 휴전이 발효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오전 7시 6분과 10시 25분(현지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3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요격되거나 인명·시설 피해 없이 개방 지역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즉각 보복 공습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마린원 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휴전 발효 1시간 만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란이 쏜 로켓 하나 때문에 아침에 공습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 나라는 너무 오래, 너무 심하게 싸워서 이제는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투기 철수를 요구하는 글을 대문자로 게시하기도 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철회는 어렵다. 제한적 대응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협의 끝에 레이더 기지 1곳만 타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단호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우려를 전달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며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거의 말을 잇지 못한 채 ‘미국에 감사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 대화는 매우 험악했다. 트럼프는 이번 휴전 중재를 외교 성과로 간주했고, 누구도 이를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비행기는 되돌아올 것이다. 휴전은 유효하다”고 올렸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휴전의 안정을 위한 신뢰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카타르를 통해 이란에도 “장난은 끝났고, 추가 공격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이스라엘-이란 둘 다 휴전협상 위반…휴전은 발효 중”

이스라엘 총리실 “추가 공격 중단”

 
 

이스라엘과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휴전 시점 이후에도 상대가 미사일을 쏴서 휴전을 위반했다며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다 휴전 협상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휴전 준수를 촉구했다. 초기 충돌에도 불구하고 휴전은 발효 중인 상황이나, 다만 양쪽 간 실제 분쟁이 완전히 중단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휴전 협정이 발효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내놓은 성명에서 이란이 휴전 발효 이후 미사일을 발사해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폭발음과 공습 경보가 울렸으며,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란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도리어 이스라엘이 공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란 언론은 이날 테헤란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의 공격이 휴전 시작 시점 이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간 충돌이 이어지는 데 대해 거친 표현까지 섞어가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도 그렇지만, 오늘 아침 이스라엘이 행동한 건 정말 불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하자마자 이스라엘이 즉시 폭격을 퍼부은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듣자 하니 이스라엘이 어디에도 떨어지지 않은 로켓 1발에 위협을 느껴 다시 출격했다고 한다”며 “두 나라는 너무 오래 치열하게 싸워 이젠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에이피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휴전 준수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다. 모든 전투기는 방향을 돌리고, 이란을 향해 우호적인 손인사를 할 것이다. 휴전은 발효 중이다”라고 트루스소셜에 썼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확인하며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 정유경 기자 > 

 

카타르, 트럼프 전화 받고 이란에 ‘휴전 설득’…중동의 중재자로

 
 
3D 프린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이란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격화하던 중동 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배경엔 카타르의 중재가 있었다. 카타르가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이끈 데 이어 중동의 ‘외교 허브’로서 역할을 재확인했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카타르 총리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가 이날 이란과의 통화에서 휴전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이 통화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했으며 이란도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조율은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카타르 총리실과 했다고 엔비시 방송이 전했다.

 

이날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 지점으로 택한 곳도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였다. 미국은 카타르 외에도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이집트 등에 4만명 이상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란은 사정거리 약 2000km의 중거리 미사일로 이 중 상당 지역을 공격할 수 있지만, 추가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화 가능한’ 상대인 카타르를 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은 이날 공격 전에도 미국·카타르에 공격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역시 이날 성명에서 미사일 공격이 카타르의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대상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작전은 우리의 우호적인 형제 국가인 카타르와 그 국민에는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며 “이란은 카타르와 온화한 역사적 관계를 유지·지속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가 미국-이란 사이의 중재자로 떠오른 건 양쪽 모두와 등지지 않는 실용적인 외교 노선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지난 2022년 미국의 비 나토 동맹국으로 지정되는 등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수니파 국가이면서 시아파인 이란과도 외교 관계를 끊지 않았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중동 수니파 국가들이 카타르를 봉쇄했을 땐 이란이 항공로 등을 통해 식량을 지원했다. 2020년 미국과 탈레반 간 휴전을 중재한 것도 카타르다. 카타르는 이번 분쟁에 앞서 지난 1월과 지난달엔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중재한 바 있다.  < 천호성 기자 >

미국 의존 벗어나야…EU-캐나다 안보협정 체결

● WORLD 2025. 6. 24. 12:5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

카니 총리,“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 열었다”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열었다. EPA연합
 

유럽연합(EU)과 캐나다가 23일(현지시각) 안보·방위 파트너십을 공식 체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들이 미국에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이 가중되면서, 유럽과 캐나다가 군사 부문의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날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안토니우 코스타 유럽연합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캐나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안보·방위 파트너십에 공식 서명했다.

 

카니 총리는 이번 협정이 “협력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자찬했다. 러시아와 중동 문제로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국방과 안보를 미국에 의존해온 캐나다는 무게추를 조정해 유럽과 보다 깊은 협력을 한다는 구상이다. 캐나다는 무기 구매 예산의 80%를 미국산 무기를 사는 데 쓰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유럽연합과 캐나다는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24∼25일 열릴 나토 정상회의를 하루 앞두고 이러한 협정을 체결했다.

 

협정에 따라 캐나다는 유럽연합이 추진하는 ‘유럽 재무장 계획’에 참여하게 된다. 유럽산 무기 구매를 위해 최대 1500억유로(약 238조원) 규모의 대출금을 지원하는 ‘세이프(SAFE·Security Action For Europe)’에 캐나다도 제3국으로 참여 자격을 얻는다.

 

앞서 한국과 일본, 영국 등 7개국도 세이프 프로그램에 따른 공동 무기조달을 함께하도록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다만 제3국으로서 대출금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 간 합의를 거쳐야 하는 등 기술적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유럽연합과 캐나다의 협정엔 우크라이나 지원과 더불어 군사 이동성, 해양 안보, 사이버 및 하이브리드 위협과 방위 산업 강화 등에 협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테러, 군비통제, 비확산, 군축 및 우주 안보 등 광범위한 군사적 협력도 약속했다.

 

안토니우 코스타 상임의장은 “나토가 우리의 집단 방위의 주춧돌로 남아있는 한편, 이번 협정은 보다 빠르고 경제적으로 군사역량 목표를 달성하고, 상호 운용성을 강화해 유럽의 나토 기여를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37% 수준을 국방비로 지출하고 있는 캐나다는 유럽과의 협력이 국방비 증강 목표 이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베를린/장예지 특파원 >

방공망 소진 돼 전략 요충지 우선 방어
전비, 하루 수억달러, 한 달 최소 120억달러
전 모사드 간부, “2∼3일이 전쟁 끝낼 기회”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의 방공 시스템인 ‘아이언 돔(Iron Dome)’이 이란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텔아비브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지난 13일 이스라엘이 ‘라이징 라이언(Rising Lion)’ 작전을 시작하며 이란을 공격한 이후 상호 공습을 주고받고 있다. 텔아비브/AP 연합

 

이란을 공격한 이스라엘이 하루 최소 2억달러를 전비로 소모하는 데다 방공망이 급속히 소진되고 있다. 2주 이상 전쟁이 장기화하면 전쟁 수행 능력에 심각한 한계가 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에서 방공망 가동에만 수천만달러에서 2억달러까지 쓰는 데다, 전투기 출격, 이란 미사일에 의한 피해, 산업 가동 중단 등으로 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2주 혹은 한 달간 전쟁이 지속되면 이스라엘 경제가 감당하기 힘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레이치먼대학교의 아론경제정책연구소의 평가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이란과의 전쟁이 한 달 동안 지속하면 약 120억달러를 지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에서 가장 비싼 비용은 방공망 운영이다. 하루에 최소 수천만 달러에서 2억 달러가 소요된다. 이스라엘의 다중 방공망 중 하나인 ‘다윗의 새총’은 미사일, 드론, 항공기 요격용인데, 매번 작동될 때마다 요격 미사일이 최소 2대가 발사돼, 약 70만달러 비용이 든다. 장거리 탄도 미사일 요격용인 애로우-3는 매번 400만달러가 소요된다. 이란은 이번 분쟁에서 이스라엘에 지금까지 400기의 미사일을 발사했고, 상당수가 이스라엘 방공망을 돌파했다.

 

최신예 전투기인 F-35는 1시간 비행에 연료비용으로만 1만달러가 소요된다. 이란과의 거리가 적어도 1천㎞여서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재급유 비행기 가동이 필요하다. 통합직격탄(JDAM), 2천파운드 범용 폭탄인 MK84 등의 전투기 장착 폭탄 등은 별개의 비용이다.

 

                          이란의 탄도미사일을 맞아서 폐허가 된이스라엘 남부 소로카 병원의 20일 모습. EPA 연합
 

더구나, 이스라엘은 이번 이란과의 분쟁에서 건국 이후 본토에서 최대의 전쟁 피해를 보고 있다. 수천채의 건물과 가옥들이 완파되거나, 훼손됐다. 적어도 4억달러의 피해이다. 무엇보다도, 이스라엘은 이번 전쟁으로 경제가 마비 상태이다. 이스라엘 경제는 최근 며칠 동안 이란의 미사일 공격 앞에 마비됐다. 필수 사업체 노동자들만이 일했고, 식당 등 대부분 업종은 문을 닫았다. 국제공항도 며칠 동안 폐쇄됐고, 현재는 부분 운영 중이다.

 

아론경제정책연구소의 즈비 에스테인 소장은 “매일, 가자 전쟁이나 헤즈볼라의 전쟁보다도 훨씬 비싼 비용이 든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행의 카르닛 플루그 전 총재는 “전쟁 비용을 결정할 주요 요인은 그 기간”이라며 “일주일 정도라면 괜찮지만, 2주일이나 한 달이면, 전혀 다른 얘기”라고 우려했다.

 

이번 전쟁에서 이스라엘 방위의 핵심 자산인 방공망 소진도 심각해질 것으로 진단됐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기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망으로 이란 미사일을 요격하며 공세를 이어갔으나, 요격미사일 소모 속도가 생산 속도를 앞지르기 시작해 급속한 소진이 우려된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은 전략적 요충지와 인구 밀집 지역에 우선적으로 방공망 등 방어 자원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애로우’ 시스템을 포함해 최소 7종의 방공 체계를 운용 중이며, 미국으로부터는 함정 기반 요격 시스템과 레이저 무기까지 지원받고 있다. 그러나 전선이 다방면으로 확장되면서 방어망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고, 디모나 원자로나 텔아비브의 군사본부 같은 전략 시설을 보호하는 요격을 우선 순위로 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역 공군 준장 란 코하브는 “요격미사일은 쌀알이 아니고, 수량은 유한하다”며, 방공망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하루 수백 발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으며, 일부는 중복으로 요격되기도 해 정확한 소모량조차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인 모사드의 전 고위 관계자 조하르 팔티는 “지금이 이스라엘에는 이란의 핵 시설 목표물들을 타격하는데 성공해서, 승리를 선언하고 전쟁을 끝낼 2∼3일의 창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조기에 종전을 하지 않으면, 전략적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이스라엘이 요청하는 대이란 공격 참여 결정을 2주 안으로 내리겠다고 밝혀, 이스라엘로서는 그동안 방공망 소진과 전비 부담이 가중되는 전략적 딜렘마가 어른거리고 있기 때문이다.  < 정의길 기자 >

 

트럼프 “이란 ‘정신 차릴 시간’ 2주가 최대치”…지상군 파병은 일축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에 미국이 동참할지 여부를 정하기 위해 제시한 ‘2주’ 시한이 “최대치”에 해당하는 기간이라며 이란에 핵 개발을 포기할 것을 촉구했다. 이란에 지상군을 파병하는 일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뉴저지주 모리스타운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2주 뒤 이란에 대한 공격에 나설 것이냐’는 질문에 “그들(이란)에게 시간을 주고 있다. 2주가 최대치라고 말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2주라는 시간이 “(이란)사람들이 정신을 차리는지 보는” 시간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19일)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을 통해 “가까운 미래에 일어날 수도, 아닐 수도 있지만 이란과 협상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앞으로 2주 안에 (공격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란을 공격하더라도, 공습을 넘어 지상군까지 파병할 가능성은 사실상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상군 파병이 “가장 원치 않는 일”이라며 “(이를)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나서서 이스라엘을 설득해 공습을 멈추도록 할 가능성도 거의 내비치지 않았다. 그는 이란 외무장관이 “미국이 협상에 진지하다면 공습을 중단하도록 이스라엘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 “이기고 있는 누군가에게 (공습 중단을 요구하는 것은) 지고 있는 이에게 하는 것보다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에 대해 “이스라엘이 잘하고 있고, 이란은 그보다 덜 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우리는 이란과 대화해 왔고, 어떻게 될 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다만,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휴전은 “상황에 따라” 지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 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해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면서도, “우리(미국)도 그래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나토를 오랜 기간 지원해왔다. 많은 경우 우리가 비용의 거의 100%를 지불했다고 생각한다”며 유럽의 나토 회원국들이 ‘안보 무임승차’를 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내총생산 5%의 국방비 지출이 어렵다고 밝힌 스페인을 콕 집어 “(낮은 국방비 지출로) 악명이 높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미국은 지난해 기준 지디피의 3.4%에 상당하는 국방비를 지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과 25일 이틀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에서 회원국들에 지디피 5% 수준의 국방비 지출 서약을 요구할 예정이다.  < 정인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