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대해선 "협상이라기보다 그냥 관세만 내는 쪽 될 수 있다"

 

"EU와 타결 가능성 50% 또는 이하…200개국은 서한발송으로 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무역상대국과의 관세 협상과 관련해 "8월 1일에는 거의 모든 거래가, 아니면 전부가 마무리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스코틀랜드 방문을 위해 백악관을 출발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관측되는 유럽연합(EU)과의 무역 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선 "50대 50의 확률, 어쩌면 그보다 낮은 가능성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EU와 거래를 성사시킬 50%의 가능성은 있으며, 그건 그들이 (미국에 대해 부과한) 30%의 관세를 낮춰야 하는 거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EU와 매우 열심히 협력하고 있다. EU는 정말 많은 영토, 많은 국가들을 포함하고 있고, 지금 가장 큰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의 협상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예정됐던 한미 '2+2 회담'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의 갑작스러운 일정 변경으로 취소됐다. 베선트 장관은 트럼프 장관의 스코틀랜드 방문 수행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별도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날에 이어 이날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을 만나 협상을 이어간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에 대해선 "거래의 골격은 갖췄다(have the confines of a deal)"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 주요 국가를 제외한 다른 나라들에 대한 관세는 "서한이 나가면, 그게 바로 거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는 많은 나라들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에 거의 200통의 서한을 보낼 예정"이라며 "한 페이지, 또는 반 페이지 분량의 그 서한에는 기본적으로 '당신 나라는 10%를 낼 것이고, 15%를 낼 것이고, 아마 그보다 적게 낼 수도 있다'는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연방 국가인 캐나다와 호주에 대해선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캐나다에 대해선 "협상이라기보다는 그냥 관세만 내는 쪽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반면, 호주에 대해선 "훌륭했다. 그들은 어제 처음으로 (시장을) 개방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해 매긴 품목별 관세를 특정 국가에 대해 면제해 줄 여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별로 없다"며 "한 나라에 해주면 모든 나라에 해줘야 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지금까지 관세 문제에서 합의한 교역 상대국은 영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일본 등 5개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EU, 인도 등 나머지 주요 무역상대국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다음달 1일부터 고율의 상호 관세를 물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 홍정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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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에서 마린원에 탑승하는 트럼프 미 대통령 (워싱턴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스코틀랜드를 방문하기 위해 25일 마린원 헬기에 탑승하고 있다. 2025.7.25. 
 

수십개 국가에서 인종갈등 조장하면서 청년 회원 모집 중


                                      미국의 네오나치 단체 [AFP=연합]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백인 우월주의와 신나치주의 성향의 미국 극우단체가 캐나다와 유럽, 중남미까지 세력을 넓히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극우단체 '액티브 클럽'은 서방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 인종 갈등을 조장하면서 청년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고 이 일간지는 전했다.

 

미 비영리단체 '증오와 극단주의에 반대하는 글로벌 프로젝트'(GPAHE)에 따르면 액티브 클럽은 지난 2023년부터 스웨덴, 캐나다, 호주, 스위스, 핀란드, 칠레, 콜롬비아 등까지 확장했고 현재는 27개국에 지부를 두고 있다.

 

액티브 클럽은 지난 2021년 미국인 로버트 룬도가 설립한 단체로, 신나치주의와 파시즘을 지지한다.

 

설립자인 룬도는 과거 백인우월주의 단체인 '라이즈 어보브 무브먼트'(RAM)을 조직했던 인물이다. RAM은 2017년 8월 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열린 백인우월주의자들의 시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액티브 클럽은 각국에서 전투를 위한 훈련과 체력을 강조하는 스포츠 클럽을 표방하면서 홍보에 나섰고 회원들을 모집했다. 각 지부는 텔레그램 메신저로 서로 연결돼 있다.

이 단체의 텔레그램 계정 중 하나는 모방할만한 활동 모델을 만드는 신나치주의자를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액티브 클럽은 각국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 단체 회원 12명은 지난 6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시청 앞에 모여 검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외국인의 대거 추방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기도 했다.

 

액티브 클럽 외에도 격투 스포츠 등을 동원해 신나치주의를 확산하려는 움직임이 각국에서 활발해지고 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GPAHE에 따르면 호주의 신나치주의자 토머스 스웰은 이민자나 유대인, 성소수자와 같이 자신이 표적으로 삼은 공동체를 상대로 폭력 행사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새 회원을 모집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종합격투기(MMA) 식의 훈련과 토너먼트 경기를 개최하고 있다.

 

미국의 백인 민족주의 단체 패트리어트 프런트(Patriot Front) 역시 격투 스포츠를 회원 모집의 수단으로 삼았다.

패트리어트 프런트의 설립자 토머스 루소는 최근 텍사스의 한 체육관에서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격투 연습을 하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 이도연 기자 >

트럼프, 네타냐후에 전화 걸어 실망 표해
네타냐후 “유감·실수” 성명

 

 
 
17일(현지시각) 가자 북부 가자시티 그리스 정교회 성 포르피리우스 교회에서 성가족 교회 공습으로 사망한 이들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가자시티/로이터 연합
 

프란치스코 교황과 매일같이 통화하며 안전을 확인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유일한 가톨릭 성당 부지를 이스라엘이 공습했다. 노인 3명이 사망하고 신부를 포함한 10명이 다쳤다.

 

에이피(AP) 통신과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은 17일(현지시각) 오전 10시10분 가자지구 가자시티 성가족 성당 지붕이 이스라엘군의 공격을 받아 날아가는 등 성당 부지가 공습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가자시티 아흘리 병원의 파델 나엠 원장 대행은 이곳은 가톨릭 교회이지만, 무슬림을 포함한 여러 장애인 어린이들도 함께 보호하는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에 공개된 현장 모습을 보면, 성당 건물 위에 세워진 돌십자가 옆 벽돌들이 무너지고 창문이 파손돼있다.

 

이번 공습으로 사망한 이들은 교회 부지 내 카리타스 텐트에 머물던 60살 교구 관리인 사드 살라메 텐트 안에 있던 84살 여성 푸마야 아야드이라고 가톨릭 자선단체 카리타스 예루살렘은 밝혔다. 가브리엘 로마넬리 이 성당의 신부도 경상을 입었다. 로마넬리 신부는 4월에 선종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재임 시절 가자지구 상황을 매일 저녁 보고하고 대화를 나누던 사이였다. 사망한 71살의 나즈와 아부 다우드의 가족 세이디 아부 다우드는 “모두 노인, 무고한 사람들, 아이들이 교회에서 공격을 받았다. 우리는 평화를 사랑하고 평화를 요구한다. 이스라엘군의 잔혹하고 부당한 공격이었다”라고 말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공습 소식을 들은 뒤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했다. 레오 14세 교황은 “군사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와 부상 소식을 접하고 깊은 슬픔에 잠겼다”며 희생자들을 애도하며 “이 지역의 대화, 화해, 그리고 영원한 평화에 대한 깊은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17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 성가족 교회가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건물 일부가 파괴됐다. 가자시티/AFP 연합
 

공습 사실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실망감을 표명했다고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이 밝혔다. 레빗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긍정적인 반응은 아니었다”고 답했다. 또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와의 전화 통화에서 공습이 실수였다고 밝히는 성명을 발표하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네타냐후 총리는 “유탄이 성가족 교회에 떨어진 것에 대해 깊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무고한 생명을 잃은 모든 것은 비극이다. 우리는 유가족과 신도들의 슬픔을 함께 한다”는 성명을 냈다. 또 레오14세 교황의 위로에 감사하다고 답했다.

 

네타냐후 총리의 성명 후 이스라엘군은 가자시티에서 작전 중 발사된 전차 포탄의 파편이 실수로 교회에 떨어졌다면서 사건의 원인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 외무부도 성명을 내 “교회나 종교 시설을 결코 공격 대상으로 삼지 않으며 종교 시설이나 관련되지 않은 민간인에게 발생한 피해에 유감”이라고 알렸다.

 

카타르 도하에서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휴전 협상은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는 상태다.         < 최우리 기자 >

"어떻게든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런 결론"

"이스라엘군 행위는 전쟁 아닌 학살"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인종 분리 독재 국가 깊이 우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인민을 상대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내 결론이 됐다. 시온주의 가정에서 자라나 내 인생의 첫 절반을 이스라엘에서 보냈고, 이스라엘 국방군(IDF)에서 사병과 장교로 복무했으며, 경력 대부분을 전쟁 범죄와 홀로코스트 연구와 집필에 쏟아온 내게 이는 어떻게든 오랫동안 부정하려 했던 고통스러운 결론이었다. 그러나 사반세기 동안 난 제노사이드를 가르쳐 왔고 제노사이드를 보면 알 수 있다."

 

오메르 바르토프 미국 브라운대 교수. [출처. 브라운대 홈피]

 

유대인 제노사이드 학자 바르토프 "이스라엘, 가자에서 제노사이드"

 

미국 브라운대의 오메르 바르토프 교수(홀로코스트‧제노사이드학)는 '나는 제노사이드 학자다. 그것을 보면 나는 안다'란 15일 자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2023년 10.7 하마스 기습 공격 이후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보복을 구실로 삼아 22개월째 가자지구 주민을 상대로 자행하는 무자비하고 무차별적 군사 공격과 살해, 강제 이주 행위와 관련해 이렇게 밝혔다.

 

바르토프의 관점은 시간이 흐르면서 바뀌었다. 10.7 공격 한 달 후엔 가자에서 이스라엘군이 벌인 행동은 전쟁 범죄이며 반인도적 범죄도 될 수 있다고 봤지만, 인류 최악의 범죄인 제노사이드까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제노사이드로 생각이 바뀐 건 작년 5월경이었다.

 

바르토프는 "2024년 5월 IDF는 라파에 피란한 약 100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주거시설이 없는 해안 마을 마와시로 이동하라고 명령한 뒤 라파 대부분을 파괴하기 시작해 8월경 다 마쳤다"면서 "그때쯤엔 IDF 작전의 패턴들이 하마스 공격 이후 '제노사이드 의도'가 담긴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발언과 맞아떨어진다는 점을 더는 부인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스라엘군이 17일 봉쇄된 가자 지구를 폭격한 직후 파괴된 건물들 위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2025. 07. 17 [AFP=연합]

 

"어떻게든 부정하려고 했었다,
유대인 학자론 고통스런 결론"

 

일례로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 지상 침공을 앞둔 2023년 10월 27일 "이제 가서 아말렉(가나안 남쪽 네게브 사막지대에 살던 고대 유목민족)을 공격하고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완전히 멸하고 남자와 여자와 어린이와 젖 먹는 아이, 소와 양과 낙타와 나귀를 모두 죽여라"(사무엘 상 15장 3절)라는 구약성서 구절을 인용해 충격을 주었고, 당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 등 고위 인사들은 "인간 짐승들" "절멸" "완전 봉쇄" 등의 극단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1948년 '유엔 제노사이드 범죄의 방지‧처벌 협약'에 따르면, '제노사이드'는 "통상 국민적, 민족적, 인종적 또는 종교적 집단을 전부 또는 일부 파괴할 의도"에 의해 규정된다. 따라서 제노사이드라고 판단하려면 '의도'를 확인하고 그 의도가 '실행'됐음을 보여줘야 한다. 이에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경우 그 의도는 많은 관리와 지도자가 공개로 표명했지만, 이런 지상 작전 패턴들에서도 그 의도가 드러났다"며 "IDF가 가자 지구를 체계적으로 파괴할 때인 2024년 5월경에는 이런 패턴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은 지금까지 제노사이드는 물론, 전쟁 범죄나 반인도적 범죄마저 철저히 부인하고 있다. IDF가 곧 폭격할 지역의 민간인을 소개할 때 미리 경고했고 하마스가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활용한다고 주장하면서 적법하게 작전해왔고 강변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4일 예루살렘의 크네세트(의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5. 07. 14 [로이터=연합]

 

바르토프 "이스라엘군 가자 공격,
전쟁 아니라 일방적 제노사이드"

 

가자에선 주거시설뿐 아니라 공공건물, 병원, 대학교, 초중고 학교, 모스크, 문화 유적지, 정수 시설, 농경지, 공원 등 다른 인프라들에 대한 체계적 파괴가 자행됐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조사에 따르면, 가자 건축물 전체의 최대 70%에 달하는 약 17만4000채의 건물이 파괴되거나 손상됐다. 가자 보건 당국에 따르면 5만8000명 넘게 살해됐고, 이 중 1만7000명 이상이 아동이고, 전체 사망자의 약 3분의 1에 이른다. 2000 가족 이상이 전멸했고, 5600 가족 이상이 생존자가 한 명뿐이었다. 또한 13만8000명 넘게 부상하거나 불구가 됐고, 최소 1만 명이 건물 잔해에 묻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가자 참상을 '전쟁'으로 부르지만, 잘못된 명칭이란 게 바르토프의 견해다. 지난해 IDF는 조직된 군사 조직과 싸운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오늘 IDF는 뭣보다 먼저 (가자에서의) 파괴와 인종 청소 작업에 관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18일 이스라엘-하마스 휴전이 깨진 후 IDF는 전 가자 주민을 가자의 25%에 해당하는 가자시티, 중부 난민 캠프, 남서부 해안의 마와시에 몰아넣었다. 그동안 미국 제공의 수많은 불도저와 엄청난 양의 폭탄들을 활용해 다른 75% 지역의 모든 구조물을 파괴했다.

 

게다가 구호품 배급 지점을 최소한으로 지정해 식량을 구하고자 필사적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이 죽고 기아 위기는 깊어지고 있다. 지난 7일엔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이 IDF는 라파의 폐허 위에 "인도주의 도시"를 세우고 마와시 피란민 60만 명을 우선 거주시키면서 국제기구의 구호 제공은 허용하되 다른 지역 이동은 금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폴란드 예드바브네 유대인 학살을 추모하는 폴란드 기념비 근처에 새로운 명판들이 보인다. 이 명판들은 "범죄는 현지 폴란드인이 아니라 독일 평정 부대에 의해 저질러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5. 07. 10 [AFP=연합]

 

대다수 홀로코스트 학자들의 '침묵'
"이스라엘 도덕적·역사적 신뢰 고갈"

 

이에 바르토프는 "일부에선 이런 작전을 '제노사이드'(genocide)가 아니라 '인종 청소'(ethnic cleansing)라고 묘사하지만 두 범죄 간에 연결 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 인종 집단이 갈 곳이 없고 끊임없이 소위 이 '안전지대'에서 저 안전지대로 쫓겨나고 집요하게 폭격과 굶김을 당하면 인종 청소는 제노사이드로 변형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사례가 2차 대전 때의 홀로코스트(유대인 집단학살)다. 나치 독일의 유대인 추방 시도에서 비롯됐지만, 유대인 집단학살로 끝났다는 것이다.

 

제노사이드가 전쟁 범죄, 반인도적 범죄 등 다른 국제법상 범죄와 구별되는 중요한 지점은 제노사이드는 '집단 차원'의 사람들을 살해함으로써 '그 집단'이 정치적, 사회적 또는 문화적 실체로서 재구성될 수 없도록 영구히 파괴하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바르토프는 "지금까지 이스라엘이 전쟁 범죄, 반인도 범죄, 인종 청소 또는 제노사이드를 저질렀다고 보는 홀로코스트 학자는 몇 명에 불과한다"며 '다수의 침묵'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침묵은 '다시는 안 된다'(Never again)란 구호를 조롱하고, 그 의미를 어디서 자행되든 그것(홀로코스트)에 저항하겠다는 적극적 주장을 과거 자신들이 겪었던 희생을 들먹이며 타인을 파괴하는 것에 대한 변명, 사과, 나아가 백지위임장으로 변질시킨다"고 개탄했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은 문자 그대로 가자에서 팔레스타인 존재를 말살하려 하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갈수록 더 많이 팔레스타인인에 대한 폭력을 행사함에 따라 그 유대 국가가 여태껏 확보해왔던 도덕적이고 역사적인 신뢰는 이제 고갈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자국 안보에 대한 위협은 또다른 '홀로코스트'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는 이스라엘은 그동안 자신의 적들을 모두'나치'로 묘사해왔다. 이런 맥락에서 극우 유대 광신 성향의 네타냐후 정권 시각에선 하마스는 물론이고 모든 가자 주민, 앞으로 성장해 전사가 될 영아들까지 '나치' 범주에 들어간다.

 

콜롬비아 보고타에서16일 팔레스타인 지지자들이 가자지구 내의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5. 07. 16 [AP=연합]

 

"네타냐후 이스라엘, 파괴의 길 고집
아파르트헤이트 독재 국가 깊이 우려"

 

바르토프는 이스라엘의 가자 제노사이드 비판을 "반유대주의적"(anti-semitic)란 비난은 제노사이드 연구의 토대를 훼손하고 부정주의와 면죄부 정치에 길을 열어준다고 비판했다. 그는 "홀로코스트의 잿더미에서 파생된,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스라엘의 도덕성이 불가피하게 붕괴됨에 따라 이스라엘의 미래는 어떤 영향을 받을까"라고 묻고는 이스라엘 지도자와 시민의 결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파괴의 길을 고집하고, 아마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권위주의적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국가로 나아갈까 깊이 우려한다"고 말했다.

 

바르토프는 "과거 수십 년간 홀로코스트 연구와 기념이 대변했던 건 모든 인간의 존엄과 법치 존중, 그리고 비인간성이 사람의 마음을 장악하고 안보, 국익, 단순 복수를 이유로 국가의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절박한 필요였다"고 지적했다.

 

끝으로 그는 "이 매우 어두운 터널 끝의 유일한 빛은 아마도 이스라엘의 새 세대가 홀로코스트의 그늘에 숨지 않고 미래를 직면할 가능성이다"라면서 "이스라엘은 비인도적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홀로코스트로 퇴보하지 않고 사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이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