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용도 물자 일본 수출 전격 금지

일본 산업 타격 당황 "왜 이 시점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AFP 연합
 
 

중국은 일본에 대해 희토류를 포함한 이중용도 물자의 수출 금지라는 초강경 보복 조처를 내리면서 ‘대만 문제’와 일본의 ‘재무장’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6일 중국 상무부는 올해 1호 공고로 ‘일본에 대한 이중용도 물자 수출 통제 강화에 관한 고시’를 발표해 군사 용도로 쓰일 수 있는 모든 물자의 일본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규정은 이날부터 적용된다. 이중용도 물자는 첨단 제조업에 필수적인 희토류를 비롯한 전략광물, 첨단 반도체, 드론(무인기), 항공기 엔진 등을 포함한다. 특히 중국이 세계 가공량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희토류는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모터 등 제조에 빠질 수 없어 일본 산업에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이번 ‘이중용도 품목’ 수출 전면 금지는 과거보다 수위를 한층 강화한 것이다. 중국은 16년 전인 2010년에도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서 일본과 영토 갈등이 벌어지자 희토류 수출 통관 절차를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보복했다. 당시는 ‘통관 지연’이었지만, 이번에는 수출 ‘전면 금지’를 공언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희토류 수출 통제를 겪으면서 공급망 다변화를 도모했지만, 여전히 중국산에 절반 이상을 의존하고 있다. 또 희토류에 제한하지 않고 이중용도 물자 전체로 제재 품목을 확대했다.

 

 

중국이 일본에 대한 압박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중국이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사안인 ‘대만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경고로 해석된다. 중국은 지난 11월 초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대만 유사시 집단적 자위권 행사 가능’ 시사 발언이 중국에 대한 ‘내정 간섭’이라며 발언 철회를 요구해왔다. 대만 문제는 중국에 있어 물러설 수 없는 ‘레드라인’(한계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중국인의 일본 방문 자제 방침, 일본 문화콘텐츠의 유입 제한 등에 나섰지만 중국은 “더 쓸 수 있는 카드”가 있다며 압박했고, 초강경책으로 여겨졌던 이중용도 품목의 수출 금지 카드까지 꺼냈다.

 

이번 조처는 일본의 군사력 강화에 대한 압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공고는 명확하게 일본의 군사력 증대에 중국의 물자가 쓰일 수 없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날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 브리핑에서 다카이치 총리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 안보 정책의 근간인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통한 방위력 강화에 의욕을 나타낸 것을 비판했다. 그는 “일본의 재군사화를 가속하는 위험한 동향”이라며 “중국은 일본의 군국주의가 부활하는 것을 절대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희토류와 흑연 등 전기차·반도체 산업에 필수적인 주요 원자재 상당 부분을 중국에 의존하고 있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12년 일본 정부의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를 계기로 중국이 대일 희토류 수출을 규제하기 전까지 일본의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는 90%에 달했다. 이후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했지만 지금도 수요의 약 60%를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이중용도 물자에 포함될 가능성이 큰 희토류 중에서 네오디뮴 자석에 사용되는 중희토류 디스프로슘과 테르븀은 중국 의존도가 거의 100%에 이른다. 네오디뮴 자석은 전기차·하이브리드차 모터에 필수적이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과거 이들 희토류 공급 차질로 일부 차종의 생산을 중단한 사례도 있다.

 

흑연 역시 주요 변수다. 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2023년 일본의 중국산 흑연 수입액은 103억8590만엔(약 962억원)으로 전체의 90.1%를 차지했다. 흑연은 배터리와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소재다.

 

이번 공고에는 제3국을 통한 우회 수출까지 처벌하겠다는 ‘세컨더리 보이콧’ 조항이 명시됐다. 중국은 다른 나라나 지역의 조직·개인이 중국산 이중용도 물자를 일본에 이전하거나 제공할 경우에도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주목할 점은 조치의 종료 시점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태도 변화나 중·일관계 전반을 압박하는 중장기 카드로 활용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 외무성 고위 관계자는 “무엇이 통제 대상이 되는지, (일본에) 어느 정도의 영향이 있을지 모르겠다”며 “대만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왜 이 타이밍에 금수 조치를 했는지도 알 수 없다”고 아사히신문에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 통제 대상에 희토류가 포함될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중국의 조치에 분통을 터뜨렸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일본 산업계에 문제를 일으킴으로써 다카이치 총리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는 다카이치 총리와 대화를 앞둔 이재명 대통령에게도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을 국빈 방문 중인 이 대통령은 다음주 일본에서 한-일 정상회담을 한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전날인 5일 이재명 대통령과 한 정상회담에서 “80여년 전 중·한 양국은 거대한 민족적 희생을 치르며 일본 군국주의에 맞서 승리를 거뒀다”며 양국의 역사를 소환했다. 시 주석은 또한 “역사의 올바른 편에 굳게 서서 올바른 전략적 선택을 내려야 한다”고도 말했다.

                                                                            < 이정연 박은경 기자 >

 

일본, 한국과의 대일 “공동투쟁” 시 주석 발언에 신경

“방일 앞선 방중 초청, 한일관계 쐐기 박으려는 것”

환구시보 “가장 중요한 건 대규모 경제사절단 참여”

국빈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허리펑 부총리 참석

 

 이재명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5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한중 MOU 체결식에서 악수하고 있다. 2026.1.5. 연합
 

일본은 5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주석이 대일 정책에서 한국과의 ‘공동투쟁’을 요청했다는 데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일본언론들은 이번 중국의 이재명 대통령 국빈 초청이 확정된 것은 지난해 12월 하순이었다며, 중국이 1월 중순으로 일정을 조정하고 있던 이 대통령의 일본방문 전에 이를 성사시켰다면서, 이는 “한일관계에 쐐기를 박고 싶어하는 저의를 드러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경제신문(닛케이)는 시 주석이 “80여년 전, 중한 양국은 민족의 큰 희생을 치르면서 일본 군국주의와 싸워 이겼다”고 지적하면서 “지금이야말로 서로 손을 잡고 제2차 세계대전 승리의 성과를 지키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중국 중앙텔레비전(CCTV) 보도를 인용해 5일 전했다.

 

닛케이 이 대통령 중국에 “동조”, 요미우리 “중립” 보도

 

이에 대해 이재명 대통령도 “한국과 중국은 일찍이 함께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맞서 싸웠다”면서 “중국이 한국 독립운동 관련 사적지를 보호하고 있는 데에 감사한다”고 “동조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아사히신문은 이 대통령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회담 모두에서 “국권을 빼앗긴 시기에 회복을 위해 서로 손을 잡고 함께 싸운 관계”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 '대만유사' 관련 발언 이후 "중일 대립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한국에 대해 역사문제에서 대일 공동투쟁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중국 외교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지난해 말 왕이 중국공산당 정치국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의 조현 외교장관과의 전화협의에서 “일본의 정치세력 일부가 역사를 역행해 침략과 식민지배의 죄를 덮으려 하고 있다”며 “한국이 올바른 입장을 취할 것으로 확신한다”면서 대만문제에서도 ‘하나의 중국’ 원칙을 견지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왕이 외교부장의 그런 발언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총리의 ‘대만유사’ 관련 발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중국방문 전에 서울에서 한 중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쪽 편을 드는 것은 대립을 격화시키는 요인이 된다”면서 신중하게 대처한 것으로 보인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도 중국이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유사 관련 국회 답변 이후 일본에 대한 압력을 강화하고 있다면서, 이 대통령은 중일 대립과 관련해 “중립 입장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을 전하는 일본경제신문 1월 5일 기사.

 

국빈방중 초청은 “한일관계에 쐐기 박으려는 노림수”

 

닛케이에 따르면, 시 주석 또 대만문제를 염두에 두고 “상호 핵심적 이익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고, 이 대통령도 “중국의 핵심적 이익과 중대한 관심을 존중하며, ‘하나의 중국’(에 대한 기존입장)을 견지한다”고 말했다. 신문은 이를 두고 중국 쪽이 항일운동 역사문제를 한중 양국 제휴에 활용하려는 의도를 보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중국이 이 대통령의 일본방문에 앞서 중국방문을 성사시킨 것은 “한일관계에 쐐기를 박고 싶어하는 노림수도 내비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언론들은 중국 매체들이 한국의 항일운동 상징이자 상하이 망명정권인 ‘대한민국 임시정부’ 간부였던 김구 탄생 150주년 등을 거론하고 있고, 이 대통령이 7일 상하이 방문 때 임시정부 사적을 방문하는 등 기념행사에도 참석한다는 사실을 전하고 있다는 점에도 관심을 보였다.

 

닛케이는 2016년 미군의 한국 사드(THAAD, 고고도 탄도미사일 요격체제) 배치를 계기로 한중관계가 얼어붙었으며, 그 뒤 윤석열 정권이 일본 미국과의 협력을 중시하고 중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 대통령은 “균형을 지키면서 각국과 양호한 관계를 구축하는 ‘실용외교’를 내세우고” 일본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중국과의 관계 회복에도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썼다.

 

5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 소식을 전하는 일본 아사히신문 1월 5일 기사

 

댜오위다오 국빈관 한중 비즈니스 포럼에 허리펑 부총리 참석

 

이 신문은 이 대통령은 한중관계 회복도 강조했다면서 정상회담 모두에 “이번 회담은 2026년을 한중관계의 전면적인 회복 원년으로 삼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며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맞춰 한중관계 발전의 새로운 국면을 열어 가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경제분야에서도 한중 두 나라는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며, 중국 국영 신화통신 보도를 인용해 “5일 오전에 베이징 댜오위타이(조어대) 국빈관에서 중한 비즈니스 포럼이 열렸으며, 시 주석 측근으로 경제정책을 담당하는 허리펑 부총리가 참석했다”고 전했다. 허 부총리는 그 자리에서 “한국기업을 포함해서 각국 기업들이 중국에 투자하는 것을 환영하며, 발전 기회를 공유해 가자”면서 한국기업의 중국 투자를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포럼에는 이 대통령 외에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 한국 4대 재벌 회장들을 비롯해 기업경영자 등 200명이 동행했으며, 한중 참석자는 모두 400명에 이르렀다고 신화통신은 보도했다.

 

환구시보 “가장 중요한 건 대규모 경제사절단 참여”

 

한편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자매지 환구시보는 6일 ‘떨어질 수 없는 중요한 이웃들’이 실용적인 협력의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했다‘는 제하의 사설에서 이번 이 대통령 방중을 언론들은 새해 ’실용외교‘의 중요한 시작으로 평가하고 있다면서 “한중관계의 완전한 복원과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토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방중에서 “가장 중요한 점은 대규모 경제 사절단의 참여”라면서 “한국의 수소 기술 스타트업들이 광둥-홍콩-마카오 대만구에 진출하고, 한중 협력 녹색 기술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은 실질적인 ’교류‘의 생생한 사례”라고 했다. 또 “한국 경제계가 이번 중국 방문에 보여준 높은 관심은 한중 관계를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양쪽 모두의 합리성과 실용주의에 기반한 필연적인 선택임을 보여준다”고도 했다.

 

환구시보는 “현재 세계는 급변하는 시기를 겪고 있으며, 일부 역내 국가들의 역사적 잔재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국제 정세는 더욱 혼란스러워지고 있다”면서 일본 다카이치 정권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뒤 “이는 역내 평화와 발전에 새로운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한승동 기자 >

 
 

 

 
제프리 삭스 "유엔 헌장 포기 여부 결정해야"


중국 "주권, 안보, 정당한 권익 짓밟아"
러시아 "미국 두려워 침략 정당화 말라"
브라질 멕시코 쿠바 콜롬비아 규탄 대열

아르헨 파나마 라트비아, 트럼프지지
미국 "마약 테러 수배자들 체포 작전"

베네수엘라 "불법적 무력 공격 당해"

 

"오늘 문제가 되는 이슈는 베네수엘라의 성격이 아니다. 문제는 어떤 유엔 회원국이 무력, 강압 또는 경제적 옥죄기를 통해 베네수엘라의 정치적 미래를 결정하거나 베네수엘라의 내정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는지다."

 

제프리 삭스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 의장이자 컬럼비아대 지속가능발전센터 소장은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국의 베네수엘라 불법 침공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긴급회의에 현황 보고자 자격으로 나와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안보리는 어떤 국가의 영토 완전성이나 정치적 독립에 맞서 무력의 위협이나 사용을 금지하는 유엔 헌장 제2조 제4항을 수호할지 아니면 포기할지를 결정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5일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보리 회의에서 사무엘 몬카다 유엔 주재 베네수엘라 대사가 발언하는 동안 사람들이 경청하고 있다. 2026. 01. 05 [AP=연합]

 

이날 회의는 침략 피해 당사국인 베네수엘라가 소집 요청 서한을 콜롬비아가 안보리에 전달함으로써 개최됐다. 이러한 삭스의 '정상적'주장에도 안보리 15개 이사국 중 일부는 불법 침공과 주권국가 정상 부부를 납치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국제법과 유엔 헌장 위반을 비판하지 않고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의 '독재’에 초점을 맞춰 충격을 안겼다.

 

유엔 공보국 발표에 따르면, 미국은 일단 자국의 불법 침공을 합리화했다. 마이클 왈츠 주유엔 대사는 발언을 통해 "미국은 "마약 테러리스트 니콜라스 마두로와 실리아 플로레스"로 기소된 두 명의 수배자를 체포하고자 "정밀한 법 집행 작전"을 수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베네수엘라나 그 국민에 대한 전쟁은 없다"면서 이번 작전을 1989년 마누엘 노리에가 체포에 비유했다. 그러면서 마두로를 수배자이자 "악질 외국 테러 조직"의 리더로 묘사하며, "불법 마약을 무기"로 사용하는 마약 밀매 네트워크와의 연계 의혹을 제기했다. 또한 광범위한 인권 문제를 언급하며 초법적 살인, 고문, 자의적 임의 구금 의혹을 주장했다.

 

3일(현지시간)베네수엘라의 체포된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 테리 콜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 연방 항공기에서 구금된 채 내려 뉴욕주 뉴버그에 위치한 스튜어트 공군 방위군 기지로 이송됐다. 2026.1.3. 로이터 연합
 

파나마의 엘로이 알파로 데 알바 대사는 이중적 스탠스를 취했다. 그는 한편으론 다자주의, 주권 및 유엔 헌장에 대한 자국의 약속을 재확인했으나, 다른 한편으론 베네수엘라의 위기가 지속적인 민주주의 침식에서 기인했다면서 "불법적이고 권위주의적인 정권"에 대한 인정을 거부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정치범들의 즉각적 석방을 요구한 뒤, 2024년 베네수엘라 선거에서 표현된 의사를 반영하는 평화롭고 민주적인 전환을 촉구했다.

 

올해 최초로 이사국인 된 동유럽의 라트비아는 한술 더 떴다. 사니타 파블루타-데슬란데스 대사는 마두로 정권이 "대규모 탄압, 부패, 마약 밀매를 포함한 조직범죄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지역과 세계의 안보에 중대한 위협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마두로 정권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공개 지지해 유엔 헌장을 반복적으로 위반하고 국제법을 약화시켰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면서 "라트비아는 베네수엘라의 평화롭고 민주적이며 정의로운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도 이중적 스탠스를 보였다. 제임스 카리우키 대사대리는 "마두로의 행동이 극심한 수준의 빈곤, 폭력적 탄압, 기초 서비스의 실패를 초래했으며 지역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이주 위기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마두로의 권력 장악은 사기였다"면서 베네수엘라 국민의 의사를 반영하는 합법적 정부로의 안전하고 평화로운 전환을 희망했다. 그러면서 국제법과 헌장에 명시된 원칙들에 대한 약속을 재확인했다.

 

마이클 왈츠 유엔주재 미국 대사가 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 사태와 관련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 01. 05 [AP=연합]

 

극우 정권이 잡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역시나'였다. 프란시스코 파비안 트로페피 대사는 트럼프 불법 침공을 "결단력 있는 조치"라고 환영한 뒤 "수백만 명의 베네수엘라인을 빈곤으로 몰아넣고 약 800만 명을 탈출하게 만든 탄압을 종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불법 침공 규탄은 콜롬비아가 선도했다. 레오노르 잘라바타 토레스 대사는 "유엔 헌장은 자위권과 같은 예외적 상황에서만 무력 사용을 허용할 뿐 다른 국가의 정치적 통제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면서 성토했다.

 

러시아가 뒤를 이었다. 바실리 네벤자 대사는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베네수엘라를 무력 침공했다고 규탄한 뒤 "합법적으로 선출된 대통령"과 그 배우자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안보리 이사국들을 향해 이중잣대를 버리고 "미국이라는 세계 경찰"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이토록 지독한 침략 행위"를 정당화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추구하고 있다"면서 미국의 행동이 "신식민주의와 제국주의에 새로운 동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경고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변호인 배리 폴락, 마크 도넬리와 함께 미국 연방 법정에 출석해 있다. 이들은 마약 테러, 공모, 마약 밀매, 돈 세탁 등을 포함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장면은 2026년 1월 5일 미국 뉴욕시 맨해튼의 대니얼 패트릭 모이니한 연방 법원에서 작성된 법정 스케치에 담겼다. 2026. 01. 05 [로이터=연합]

 

중국의 겅솽 차석 대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이고 불법적이며 위협적 행위"에 "깊은 충격을 받았으며 강력히 규탄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다자주의보다 힘을, 외교보다 군사 행동을 우위에 두며 "베네수엘라의 주권, 안보, 정당한 권익을 함부로 짓밟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남미와 그 너머의 평화에 대한 중대한 위협을 경고한 뒤 미국이 국제사회의 "압도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대화로 복귀할 것을 촉구했다.

 

중남미의 브라질, 멕시코, 쿠바, 칠레도 비판 대열에 동참했다. 브라질의 세르지오 프란사 다네지 대사는 "베네수엘라에 대한 무력 개입을 단호히 거부하며, 이를 유엔 헌장과 국제법에 대한 노골적인 위반"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남미는 평화 지대"라면서 베네수엘라 영토에 대한 폭격과 대통령 체포는 "용납할 수 없는 선을 넘은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국제 규범이 이익이나 이념에 근거한 어떠한 예외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멕시코 대표는 "미국의 행동은 유엔 헌장 위반이자 다자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용납돼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가 "단호하게, 이중잣대 없이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인권을 완전히 존중하는 가운데 "주권적인 국민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일 미국의 베네수엘라 침공과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부부 체포 압송에 분노해 반미시위를 벌이는 수도 카라카스 시민들.  일본경제신문 1월 4일

 

쿠바 대표는 미국의 "패권적이고 범죄적 계획"이 지역 안정에 심각하고 예측 불가능한 결과를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이 일방적 강압 조치, "경제적 질식", 심지어 해상 테러까지 자행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이러한 행위들이 유엔 헌장과 국제법을 무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마두로 부부 납치가 "베네수엘라의 영토와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차지하려는 탐욕에 의해 추진되었다면서 "제국주의적이고 파시스트적인 침략"이라고 비난했다.

 

피해 당사국인 베네수엘라의 사무엘 몬카다 대사는 자국의 주권뿐만 아니라 "국제법의 신뢰성"과 유엔의 권위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수엘라가 지난 3일 미국에 의해 어떠한 법적 정당성도 없고 유엔 헌장, 제네바 협약 및 주권 평등의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불법적인 무력 공격"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 원수의 납치"와 민간인에 대한 공격을 묵인하는 것은 "법이 선택 사항"이라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경고하며, 이번 침략이 베네수엘라의 천연자원과 지정학적 위치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 이유 기자 >

미국 눈에 중남미는 '주권국' 보다 '관리 대상'

● WORLD 2026. 1. 5. 15:1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 이권에 도전한 베네수엘라 '실패 국가'로 낙인

강대국 판단이 정의가 되면, 약소국은 불안과 체념뿐

 

3일(현지시간)베네수엘라의 체포된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가 미국 마약단속국(DEA) 국장 테리 콜과 나란히 서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마두로는 미국 연방 항공기에서 구금된 채 내려 뉴욕주 뉴버그에 위치한 스튜어트 공군 방위군 기지로 이송됐다. 2026.1.3. 로이터 연합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압박과 개입 논의는 어느 날 갑자기 튀어나온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오랜 제국의 기억, 자원의 유혹, 그리고 ‘자유’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의 문법이 켜켜이 쌓여 형성된 결과다. 이 글은 찬반의 감정적 대결을 넘어서, 그 내면을 구성하는 구조와 논리를 차분히 해부하고자 한다. 무엇이 미국을 베네수엘라로 향하게 만드는가. 그 과정에서 어떤 언어가 동원되고, 무엇이 가려지는가. 그리고 우리는 이 사태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1. 제국은 왜 남쪽을 내려다보는가: 미국 외교의 구조적 습관

 

미국의 대(對)중남미 정책에는 일관된 습관이 있다. 그것은 이 지역을 ‘주권적 타자’라기보다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먼로 독트린에서 시작된 이 인식은 냉전 시기를 거치며 반공의 이름으로 강화되었고, 탈냉전 이후에는 ‘민주주의 수출’과 ‘안보 안정화’라는 언어로 재포장되었다. 표현은 바뀌었지만 구조는 유지되었다.

 

베네수엘라는 이 구조적 시선의 한복판에 놓여 있다. 자국의 정치적 선택이 미국의 이해와 어긋날 때, 그것은 곧 ‘불안정’, ‘위협’, ‘실패국가’라는 낙인으로 번역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실제 현실의 복잡성이 아니라, 워싱턴의 정책 프레임에 얼마나 부합하는가이다. 제국은 타자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기보다, 자신이 다루기 쉬운 이야기로 단순화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 공습 이후 파손된 건물. 이 공습 과정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베네수엘라 카티아 라 마르에서 체포됐다. 2026.1.4. 로이터 연합
 

군사적 개입 논의 역시 이러한 단순화의 산물이다. 외교적 실패, 제재의 부작용, 국제 질서의 균열은 스스로의 책임으로 성찰되기보다, ‘개입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결론으로 미끄러진다. 그 결과, 무력은 언제나 마지막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호출되는 선택지가 된다. 이것이 제국 외교의 구조적 습관이다.

 

2. 석유, 제재, 그리고 권력의 경제학: 이해관계의 맨얼굴

 

베네수엘라를 둘러싼 문제를 도덕의 언어만으로 설명하는 것은 불충분하다. 그 밑바닥에는 냉정한 경제학이 있다. 베네수엘라는 세계 최대 수준의 석유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다. 에너지 전환이 진행 중이라 해도, 석유는 여전히 국제정치의 핵심 변수다. 특히 에너지 안보가 다시 전략적 이슈로 부상한 국면에서, 베네수엘라는 결코 주변부가 아니다.

 

여기에 제재라는 도구가 결합된다. 제재는 명목상 정권을 겨냥하지만, 실제로는 민중의 삶을 직접 타격한다. 경제가 붕괴되고 생활이 피폐해질수록, 그 책임은 외부의 압박보다 내부의 무능으로 전가된다. 이때 제재는 단순한 압박 수단이 아니라, 체제 변화의 촉매로 기대된다. 문제는 이 기대가 현실에서 얼마나 잔혹한 결과를 낳는가이다.

 

군사적 개입 논의는 종종 제재의 ‘다음 단계’로 등장한다. 제재로 충분한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을 때, 힘의 직접적 사용이 검토된다. 이는 도덕적 분노의 결과가 아니라, 계산된 선택의 연장선이다. 석유, 금융, 지정학적 영향력—이 모든 것이 얽힌 권력의 경제학 앞에서, ‘인권’은 진정성 있는 목표이기보다 설득을 위한 언어로 소환되기 쉽다.

 

3. ‘자유’와 ‘인권’이라는 이름의 수사학: 누가 말하고 누가 침묵하는가

 

미국의 군사적 개입 담론에서 가장 자주 등장하는 단어는 자유와 인권이다. 이 단어들은 강력하다. 반대하기 어렵고, 질문하기조차 부담스럽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단어들이 사용되는 방식이다. 자유는 보편적 가치이지만, 그것을 정의하고 집행하는 권한이 특정 국가에 독점될 때, 자유는 무기가 된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과 그의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가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웨스트사이드 헬리포트에 도착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마약 테러 혐의로 뉴욕의 미국 연방 법원에 기소돼 출두할 예정이다. 2026. 1. 3 AFP 연합
 

베네수엘라의 현실은 복잡하다. 정치적 갈등, 경제적 실패, 사회적 분열이 뒤엉켜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잡성은 군사적 해결의 논리 안에서 삭제된다. 대신 ‘독재 대 민주’, ‘선 대 악’의 이분법이 자리를 차지한다. 이분법은 판단을 쉽게 만들지만, 책임을 흐린다. 폭격 이후의 삶, 붕괴된 사회의 재건, 민중의 상처는 담론의 중심에서 밀려난다.

 

또한 질문해야 할 침묵이 있다. 왜 어떤 인권 침해에는 즉각적인 분노가 쏟아지고, 어떤 침해에는 전략적 침묵이 유지되는가. 왜 동맹국의 폭력은 ‘안보 상황’으로 설명되고, 비동맹국의 폭력은 ‘개입의 명분’이 되는가. 이 선택적 도덕성은 인권 담론의 신뢰를 갉아먹는다. 인권이 진정 보편이라면, 적용 역시 보편이어야 한다.

 

4. 침공 이후의 세계를 묻다: 평화는 폭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군사적 개입을 논할 때 가장 자주 빠지는 질문이 있다. “그 다음은 무엇인가?” 침공은 시작일 뿐이며, 끝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외부의 무력 개입이 안정과 민주주의를 가져온 사례는 드물다. 오히려 권력 공백, 내전, 장기적 불안정이 뒤따른 경우가 더 많다. 베네수엘라도 예외일 것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더 중요한 것은, 이러한 개입이 국제 질서에 남기는 상흔이다. 힘이 규범을 대체하는 순간, 국제법과 주권의 개념은 공허해진다. 강대국의 판단이 곧 정의가 된다면, 약소국에게 남는 것은 불안과 체념뿐이다. 이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가 어떤 규칙 위에 서 있을 것인가의 문제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평화는 폭력으로 만들어질 수 있는가. 정의는 미사일의 궤적 위에 세워질 수 있는가. 베네수엘라의 미래는 베네수엘라 사람들의 선택과 회복 속에서 만들어져야 한다. 외부의 역할이 있다면, 그것은 압박과 위협이 아니라, 제재의 재검토, 대화의 중재, 인도적 지원의 확대여야 한다.

 

미국의 베네수엘라에 대한 군사적 개입 논의는 한 나라의 정책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세계를 용인할 것인가에 대한 시험지다. 제국의 언어를 그대로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 언어의 이면을 묻고 다른 길을 상상할 것인가. 깊이 들여다볼수록 분명해지는 것은 하나다. 침공은 해답이 아니다. 그것은 질문을 더 깊은 비극으로 밀어 넣을 뿐이다.  < 박철 기자 >

NYT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째 희생양”
WP “의심의 여지 없는 전술적 성공작전”
WP 사설엔 “백악관 선전부인가” 비판도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체포 사진.
 

미국이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한 것을 놓고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상반된 사설을 냈다. NYT는 “트럼프의 공격은 불법이고 현명하지 못하다”라고 비판했지만 WP는 “의심의 여지 없는 전술적 성공”이라며 “좋은 일(good news)”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WP 독자들은 “백악관이 쓴 선전 문구인 줄 알았다”는 비판적 반응을 보였다.

 

NYT “아무리 최악이어도, 축출하려 들면 사태 악화”

 

NYT는 3일(현지시간) 사설에서 부정선거, 독재 등의 행태를 보여온 “마두로에 동정심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도 “지난 세기 미국이 외교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은, 아무리 최악의(deplorable) 정권이라도 축출하려 들면 사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이라크 등 미국의 개입이 사실상 실패했던 사례를 나열하며 “트럼프 대통령은 타당한 이유 없이 미국을 국제적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미국 헌법은 트럼프 대통령이 반드시 했어야 할 일을 명시하고 있다. ‘의회에 상정하라’, 의회 승인 없이는 그의 행동은 미국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습 전 의회 승인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지난 3일자 NYT 사설.
 

NYT는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의 승인을 구하지 않은 이유를 의회 내 일부 공화당원들조차 그가 이 나라를 이끌고 있는 방향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품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며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공격은 국제법도 위반했다. 마약 밀수선이라고 일방적으로 주장하며 소형 선박을 폭파시켰고 범죄를 저질렀다는 의혹만으로 사람들을 살해했다. 1949년 제네바 협약과 이후 체결된 모든 주요 인권 조약은 이러한 사법 절차 없는 살해를 금지한다. 미국 법률 역시 마찬가지”라고 했다.

 

베네수엘라 공습의 대외적 명분은 ‘마약 소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몇 달간 카리브해에 항공모함 등을 배치하며 마약 운반선으로 보이는 소형 선박들을 공격해왔다. 하지만 NYT는 “베네수엘라는 미국의 마약 문제를 주도하는 펜타닐의 주요 생산국이 아니다. 생산하는 코카인도 대부분 유럽으로 유입된다”라고 지적한 뒤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선박을 공격하는 동안 거대한 마약조직을 운영했던 후안 오를란도 전 온두라스 대통령을 사면했다”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공습의 실제 의도는 남아메리카 지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NYT는 “베네수엘라는 이 현대적 제국주의의 첫 번째 희생양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국제적 정당성이나 합법적 권한, 국내적 지지 없이 일방적으로 (공습을) 추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러시아 그리고 옆나라를 지배하고자 하는 권위주의자들에게 침략의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라고 했다.

 

WP “미국 국익에 있어 중대한 승리”

 

WP는 3일 <베네수엘라의 정의>(Justice in Venezuela)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WP는 “전 세계, 특히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독재자 마두로의 몰락을 축하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체포하기로 한 결정은 수년간 대통령들이 취한 가장 대담한 조치 중 하나였으며, 작전 자체는 의심의 여지없는 전술적 성공”이라고 했다.

 

WP는 “이번 사건은 미국의 군사력, 정보력, 사이버 역량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분명히 상기시켜주었다. 150대 이상의 항공기가 육군 델타 부대의 마두로 대통령 체포 작전을 지원했다”며 “마두로 대통령 부부는 미국으로 송환돼 무기 및 마약 관련 혐의로 재판을 받게 될 예정이다. 일부 미군 병사가 부상당했지만 미국인 사망자는 없었다”라고 했다.

▲ 지난 3일자 WP 사설.
 

WP는 “이는 미국의 국익에 있어 중대한 승리”라며 “수백만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누가 자신들의 억압자를 지지했는지, 누가 억압자의 축출을 이끌어냈는지 분명히 기억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마두로의 축출은 전 세계의 졸렬한(tin-pot) 독재자들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트럼프는 약속을 지킨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 제재 완화를 약속했지만 마두로 대통령은 이에 부정선거로 응답했다”라고 했다.

 

이번 공습의 불법 여부는 간략하게만 언급됐다. WP는 “트럼프 행정부는 정보 유출 우려로 입법부 관계자들에 사전 통보하지 않았으며 공습을 ‘법 집행 조치’로 설명했다. 군대가 광범위가 (베네수엘라에) 개입했다는 것을 고려하면 이는 억지스러운 주장이다. 민주주의의 건전성을 위해 이 결정을 면밀히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했다.

 

독자들은 이번 WP 사설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 독자는 “이 글은 WP 편집위원회가 쓴 것인가, 아니면 백악관 선전부(White House Ministry of Propaganda)가 쓴 것인가?”라는 댓글을 달았고 4일 기준 홈페이지에서 가장 많은 추천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이 트럼프 옹호 사설엔 국제법이나 미국 헌법에 대한 언급이 단 한 마디도 없다. 한때 대통령을 권력 남용으로 끌어내렸던 신문이 새 기록을 세웠다. 정말 부끄러운 일”이다. < 박재령 기자 >

 

공습 2주 전 베네수엘라 이민자 방송 취소한 CBS

 ‘테러범수용센터’ 수감된 베네수엘라 이민자 관련 방송 취소

“편집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 내부 반발

 
 
▲ 온라인상에 유출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 삭제본.
 

새롭게 임명된 미국 CBS 편집국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추방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보도를 방송 직전 취소시켰다. 반론을 충분히 담지 않았다는 이유였는데 내부에선 신임 편집국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CBS는 지난달 21일 트럼프 행정부에 의해 엘살바도르 ‘테러범수용센터’(CECOT)로 추방된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보도를 CBS의 간판 프로그램 ‘60분’ 방송 3시간 전 취소시켰다. 뉴욕타임스(NYT)는 “매우 이례적인 막판 변경이었다”라고 했다. CBS는 공식 성명을 통해 해당 보도가 추후 방송될 예정이며 추가 취재가 필요해 연기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보도를 기획한 특파원 샤린 알폰시 기자는 사내에 공개한 성명에서 “저희 보도는 다섯 차례 시사(방송이 나가기 전 구성원들과 영상을 보며 검토하는 과정)를 거쳐 CBS 변호사들과 편집기준위원회 승인을 받았다”며 “사실관계는 정확하다. 모든 엄격한 내부 검증을 통과한 후 지금 방송을 취소하는 건 편집상 결정이 아니라 정치적 결정”이라고 반발했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샤린 알폰시가 취재한 방송분은 지난달 12일 사내에 처음 공개됐다. 그 후 일주일 동안 열린 네 차례 추가 시사에 바리 와이스 편집국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지난달 18일 밤 와이스 국장은 처음 의견을 냈고 지난달 19일 방송을 홍보할 수 있도록 최종 승인을 내렸다. 그러나 지난달 19일 자정 무렵, 와이스 국장이 다시 구체적인 추가 취재를 지시하게 된다.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을 설계한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에게 반론을 구하라는 것이었다.

 

CBS 제작진은 취재 과정에서 행정부에 반론을 구했지만 공식 논평을 거부당했다. 형식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황에서 특정인을 콕 집어 방송 직전 추가 인터뷰를 지시하는 건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아첨’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NYT는 “신문 기자에게는 전화 한 통이면 되는 간단한 작업이겠지만 카메라와 조명팀이 필요한 방송 뉴스에서는 사실상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었다”라고 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지난달 24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CBS 제작진들이 “‘괴물들’(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에 동정심을 느끼게 만들려고 한다”며 “(방송 취소 결정에 반발한) 반란에 가담한 ‘60분’ 제작자 전원을 해고하라. (CBS는) 집안 청소를 해야 한다”라고 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출신의 와이스 편집국장은 방송 경력이 없다. CBS 편집국장 임명 전에는 온라인 매체 ‘프리 프레스’를 운영했다. CBS의 모회사 파라마운트는 와이스 국장이 운영하던 ‘프리 프레스’를 인수한 뒤 지난해 10월 와이스 국장을 CBS의 신임 편집국장으로 임명했다.

▲ 온라인상에 유출된 CBS 시사프로그램 '60'분 삭제본.
 

와이스 국장은 급하게 방송을 취소시켰지만 원본이 인터넷에 유출돼 각종 소셜미디어에서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와이스 국장이 방송을 취소시키기 전 이미 한 캐나다 방송국(글로벌TV)에 CBS가 방송을 송출했고 캐나다 방송국이 영상을 스트리밍 앱에 그대로 게시했다가 삭제해 온라인에 사본이 빠르게 확산됐다. 파라마운트는 유튜브 등 플랫폼들에 영상 삭제 요청서를 보낸 상태다.

 

파라마운트는 지난해 영화사 스카이댄스 인수·합병을 놓고 연방통신위원회(FCC) 승인이 필요해 트럼프 대통령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줄곧 받았다. 파라마운트는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에게 16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로 하며 CBS ‘60분’에 제기된 손해배상 소송도 마무리했다. CBS ‘60분’이 지난 대선 때 카멀라 해리스 당시 민주당 후보에 우호적으로 방송을 편집했다며 제기한 소송이었는데 전문가들은 CBS의 승소가 확실시된다고 평가했는데도 합의가 이뤄졌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브렌던 카 FCC 위원장에 의해 파라마운트와 스카이댄스의 합병이 승인됐다.

 

파라마운트는 영화사 워너브라더스의 인수를 놓고도 넷플릭스와 경쟁하고 있어 트럼프 행정부의 지지가 필요하다. NYT는 “파라마운트의 소유주 데이비드 엘리슨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60분’을 통해 CBS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내가 CBS의 새 소유주들과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께 알려드린다. 소위 ‘인수’ 이후 CBS의 ‘60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나를 더 심하게 대한다”라는 글을 올렸다.

 

취소된 방송분에서 샤린 알폰시 기자는 테러범수용센터에 수감된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의 절반이 범죄 이력이 없었으며 정부 기록에 따르면 약 3%만이 폭력 또는 잠재적 폭력 범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인터뷰에 응한 베네수엘라 남성들은 센터에서 성폭행 등 고문을 당했으며 교도관이 “지옥에 온 걸 환영한다”라고 하며 구타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60분’이 불법 이민자에 의해 자녀가 살해된 ‘천사의 부모들’(Angel Parents)에 대해 더 많이 보도해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베네수엘라 이민자 관련 방송이 취소된 지 약 2주가 지난 시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를 공습했다. 지난 3일 베네수엘라를 공습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체포한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에서 안전하고 적절한 정권이 이양이 이뤄지기 전까지는 당분간이 이 나라를 통치하겠다”며 “베네수엘라 국민을 위한 평화, 자유, 정의를 원한다”라고 했다.  < 박재령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