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우정 회복 가능할지 의구심”

 
 
그린피스 활동가들이 11일(현지시각) 체코 프라하에 위치한 테슬라 매장 앞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지구에 불을 지르는 모습으로 풍자한 팻말을 세우고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 연합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트럼프 대통령을 공격하고 조롱했던 최근의 글들을 “후회한다”고 밝혔다. 두 사람이 화해하고 과거의 긴밀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머스크는 11일(현지시각)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지난주에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쓴 내 글들에 대해서 후회하고 있다”며 “그 글들은 너무 나갔다”는 내용의 짧은 글을 올렸다.

머스크는 지난달 말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에서 물러난 뒤, 이달 초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온라인상에서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결별한 바 있다.

 

지난 3일엔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법안을 두고 “역겹고 혐오스럽다”고 썼으며, 지난 5일엔 “내가 없었으면 트럼프는 (대선에서) 졌을 것이고, 민주당이 하원을 장악했을 것이다. 이런 배은망덕은 처음 본다”고 비난한 바 있다. 지난 5일엔 트럼프 대통령이 머스크가 운영하는 스페이스엑스에 대한 정부 계약과 보조금을 끝내겠다고 하자, 머스크도 곧바로 스페이스엑스 우주선을 퇴역시키겠다고 맞받았다.

이중 어떤 발언에 대해서 후회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이날 한 반성에 앞서서도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는 듯한 모습을 조금씩 보여왔다. 머스크는 앞서 지난 9일에는 로스앤젤레스 시위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물 두 건을 자신의 엑스 계정에 공유하며 동의하는 듯한 뜻을 표시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이번 시위와 관련해 시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내용의 게시물이었다.

 

그는 팔로우를 취소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의 계정도 슬그머니 다시 팔로우했고, 트럼프의 탄핵을 요구했던 게시글이나 제프리 엡스타인 성 추문 사건에 트럼프가 연루됐다고 주장한 글도 삭제했다.

 

머스크의 발언이 나온 직후 개장 전 테슬라 주가는 2.3% 올랐다. 숀 캠벨 카멜손투자 고문 겸 자문은 로이터에 “트럼프 행정부에는 과거에 트럼프에 대해서 꽤 불쾌한 말을 했던 사람들이 있다. 트럼프와 머스크의 관계도 복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블룸버그는 “두 사람이 충돌한 정도가 너무 커서 이전에 두 사람이 가졌던 긴밀한 우정을 회복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보도했다.  < 김지훈 기자 > 

배스 LA 시장 “도심 야간 통행금지령 발효”

● WORLD 2025. 6. 11. 14:55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기물 파손과 약탈 멈추기 위해 도심에 비상사태 선포 통행금지령 발동”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10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지역 종교 지도자 주최의 추모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P 연합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10일(현지시각) 도심 일부 지역에 통행금지령을 발효했다.

 

배스 시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기물 파손과 약탈을 멈추기 위해 도심 지역에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통행금지령을 발동했다”고 밝혔다. 이어 통행금지는 수일간 지속될 예정이며, 해제 시점은 경찰과 시의회 등 관계 기관과의 협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통행금지는 매일 오후 8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적용되며, 해당 지역은 5번 고속도로에서 110번 고속도로, 그리고 10번 고속도로에서 5번과 110번 고속도로가 합류하는 지점까지다. 이번 조처는 해당 지역 거주자, 노숙인, 공인된 언론인, 공공안전 및 긴급 대응 요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이날 오후에는 시위대가 101번 고속도로에 진입해 양방향 차량 통행이 일시적으로 중단되기도 했다. 앞서 8일 시위대는 수 시간 동안 해당 고속도로를 점거했으며, 당시 19명이 체포된 바 있다. < 로스앤젤레스/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아니었으면 LA 불탔다고? LA 시장 “군인들 일 없이 서 있기만 해”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

 
 
로스앤젤레스 총영사관과 한인회는 이날 오전 온라인으로 ‘불법체류자 단속 반대 시위 관련 안전 간담회’를 열었다. 캐런 배스 시장이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김원철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연방정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로스앤젤레스(L.A.)는 지금쯤 불타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로스앤젤레스 시장이 이를 강하게 반박했다.

 

캐런 배스 로스앤젤레스 시장은 10일(현지시각) 한인회 관계자, 지역 상인, 한국 언론 등과의 줌 미팅에서 “도시는 평화로웠고, 오히려 연방의 개입이 불안과 혼란을 키웠다”며 트럼프 대통령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배스 시장은 “현재 배치된 군인들은 시민 보호나 시위 진압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단 두 개의 연방 건물만 지키고 있다. 거리에서는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저 서 있기만 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주 방위군은 로스앤젤레스 웨스트우드와 다운타운의 연방 건물 앞에 배치만 돼 있을 뿐, 시위 현장에서 직접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있다.

 

앞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트럼프 대통령이 4000명의 주 방위군을 아무 준비 없이 로스앤젤레스에 파견했다. 그나마 9일 저녁까지 실제 배치된 인원은 300명 수준이고, 나머지는 지시 없이 연방 건물에 대기 중”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숙소나 식수, 식량 등의 지원 없이 도착했으며, 나머지 병력을 어디에 수용할지조차 불분명한 상태다.

뉴섬 주지사 소셜미디어 엑스 계정 캡처

 

이번 군 병력 투입에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파병 관련 비용이 약 1억3400만 달러(약 18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군의 이동비, 숙박비, 식비 등이다. 배스 시장은 “그 많은 예산이 군 파병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지역 커뮤니티 복구에 쓰였다면 훨씬 나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7일 밤 방위군을 치하했지만 그들은 8일에 왔다”며 군 투입의 실효성을 과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스 시장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강한 우려를 드러냈다. 그는 “현재 불안은 특정 거리 일부에 국한돼있다. 도시 전체가 마치 전쟁터가 된 것 같은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과거 산불 당시 도시 전체가 화염에 휩싸인 것처럼 묘사됐던 왜곡된 서사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 일부 약탈 행위는 있지만 대다수 시위대는 평화롭게 행진하며 구호만 외치고 있다. 배스 시장은 “연방 정부가 어떻게 하면 권력을 장악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 시범 사례로 우리 도시가 이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로스앤젤레스 시위를 ‘외적에 의한 침공’으로 규정하며 주방위군과 해병대를 파견한 결정을 옹호했다. 그는 “수 세대에 걸친 육군 영웅들이 먼 땅에서 피를 흘린 것은 우리나라가 침략과 제3세계 무법에 의해 파괴되는 것을 지켜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라며 “우리는 로스앤젤레스를 해방하고 자유롭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로스앤젤레스/김원철 특파원, 정유경 기자 >

 

트럼프, LA 시위에 “짐승의 침공”…연대 시위 미 전역 확산세

14일 워싱턴서 열병식 겸 트럼프 생일에
‘노 킹스’ 시위 전국서 수백만명 참여할 듯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각) 미 육군 창설 250주년을 맞아 포트 브래그 기자에서 연설하고 있다. EPA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일어난 이민 단속 반대 시위에 대해 “외적의 침공”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거듭 밝혔다. 하지만 시위는 미국 전역으로 번져가는 추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육군 기지인 포트 브래그를 찾아 한 연설에서 시위대를 “짐승”이자 “외적”이라고 부르며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외국 국기를 든 폭도들이 우리나라를 침공하고 있다”며 “로스앤젤레스는 통제되지 않은 이민으로 인해 썩어버린 오물 구덩이가 되었다”고 공세를 퍼부었다.

 

논란이 일고 있는 주방위군 투입을 두고 “군대를 보내지 않았다면 엘에이는 불바다가 됐을 것”이라며 자신의 결정을 옹호하는 한편, 이번 시위가 ‘선동꾼’에 의해 벌어지고 있다고도 비난했다. 그는 “그들(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엘에이 시장)은 무능하며 골칫덩이들, 선동꾼들, 반란자들에게 돈을 지불했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범죄자들이 도시를 점령하는 걸 돕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군 투입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켰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가 오기 전까지는 병력을 철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로스앤젤레스 시위는 연방 정부가 벌이는 이민 단속과 추방에 반대하며 시작됐다.

 

이민세관국(ICE) 단속에 저항하는 로스앤젤레스에 연대하는 시위가 뉴욕, 샌프란시스코, 시카고 등 미국 내 다른 도시로 확산되는 중이다. 뉴욕타임스는 최소 24개 이상의 도시로 시위가 확산됐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와 새너제이, 샌타애나, 오리건주 포틀랜드, 워싱턴주 시애틀,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텍사스주 댈러스와 오스틴, 샌안토니오, 일리노이주 시카고, 켄터키주 루이빌, 조지아주 애틀랜타, 테네시주 멤피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뉴욕주의 뉴욕 등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정책을 비판하는 시위가 열렸다.

 

전국적인 시위는 오는 14일 트럼프 대통령이 육군 창립 250주년 행사에 맞춰 워싱턴 시내에서 열병식을 벌일 예정이어서 이때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기도 하다. 100여곳의 시민단체들이 모여 미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왕이 아니다”라는 뜻의 ‘노 킹스’ 시위를 하려고 한다고 엔비시(NBC) 등은 보도했다. 주최 쪽은 1500곳 이상의 도시에서 수백만명이 시위에 참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민자 단속 및 추방 정책을 이어갈 방침이다. 크리스티 노엄 국토안보부 장관은 10일 소셜미디어에 “이민세관국(ICE)은 법 집행을 계속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 정유경 기자 >

 

‘LA 군 배치 중단’ 가처분 신청에 법원 일단 거부…“이틀 뒤 심리”

주 · 연방정부 주장 듣기로

 
 
캘리포니아주 주방위군이 10일(현지시각) 이민자들이 연방 청사를 지키고 있다. 사진 AFP 연합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법원에 도널드 트럼프 연방정부의 군 투입을 막아달라는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은 이틀 뒤 양쪽을 불러 주장을 듣기로 했다.

 

10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주정부가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대한 연방정부의 군 투입을 막아달라는 긴급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원의 군 투입 중지 명령은 이날 오후 1시부터 효력이 긴급히 발생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캘리포니아주 쪽은 가처분 신청서에서 “법원이 즉각적인 금지 명령을 내리지 않으면, 연방정부의 연방군과 주방위군 동원은 주의 권한을 침해할 것이며, 주의 필수 자원을 박탈하고, 긴장을 고조시켜 시민들의 평온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연방정부 쪽 변호사들은 뉴섬 주지사가 연방정부의 작전 수행 능력을 저하할 전례 없고 위험한 명령을 내릴 것을 법원에 요청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5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사진 로이터 연합
 

가처분 신청 뒤 수 시간 만에 찰스 브레이어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오는 12일을 양쪽의 의견을 듣는 심리 기일로 잡았다. 브레이어 판사는 ‘추가 답변을 준비하려면 최소 24시간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연방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여 다음날인 11일 오후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전날인 9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주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불법적인 주방위군 동원을 막아달라’며 같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이후 트럼프 연방정부가 기존에 투입한 주방위군 2천명에 더해 해병대 700명과 주방위군 2천명을 추가로 로스앤젤레스에 배치하자, 긴급 가처분 명령을 내려달라고 법원에 재차 요청한 것이다. < 김지훈 기자 >

하버드대와 싸우는 트럼프, 현대판 ‘분서갱유’

● WORLD 2025. 6. 9. 12:13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미국을 최강국으로 만든 ‘소프트 파워 기반 해체’

계급·문화전쟁- 배경에 MAGA의 반엘리트 주의
또 한 가지는 정권이 적대시하는 ‘좌파 워크’

‘탈미국’ 움직임 속에 커지는 두뇌 유출 위험
연구자 75%가 미국 떠날 생각. ‘미국 오겠다’ 25% 줄어
정권 비판자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 주목적

 

코끼리(미국 공화당)의 거대한 발에 짓밟힐 위기에 놓인 플라스크(연구비) 이미지. 트럼프 정권의 하버드대 등 명문대들에 대한 지원 중단과 통제 강화로 인한 미국 대학의 자유롭고 안정적인 학문연구체제 붕괴 위기를 상징하는 그림.     이코노미스트 5월 21일  

 

"사관에게 진의 책이 아닌 것은 모두 태우고, 박사관의 것을 제외하고 천하에 감히 보관하고 있는 시(詩), 서(書), 제자백가의 글들은 지방관에게 보내 모두 태우게 하십시오. 또 두 사람 이상이 모여 감히 시, 서를 이야기하면 저잣거리에서 처형해 조리를 돌리고, 옛날을 가지고 지금을 비판하는 자는 멸족시키십시오." <사기> 진시황 본기 중에서(나무위키)

 

이스라엘군의 팔레스타인 주민 학살에 반대하는 유학생들의 시위’를 빌미 삼아 하버드대학 등 미국 명문대들을 겨냥해 벌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대대적인 학문 및 사상 탄압은 기원전 213~212년에 책을 불태우고 학자들을 생매장했다는 진 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를 떠올리게 한다. 이미 많은 학생들과 연구자들이 ‘아이비 리그’의 명문대를 비롯한 대학들에서 쫓겨나거나 미국을 떠나 해외로 일자리를 옮겨가고 있다.

 

트럼프 정권은 법원의 금지명령에도 불구하고 대학들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금을 끊고 유학 비자를 취소하거나 신규 발급을 중단하고 있다. 정권에 비판적인 자유주의적 진보 세력과 그 사상을 말살하려는 트럼프 정권의 대학 공격이 미국을 최강국으로 키운 ‘소프트 파워’의 토대를 스스로 무너뜨릴 것이라는 우려와 비판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대학을 정권에 적대적인 기관으로 규정하고 공격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주장하는 J.D. 밴스 부통령 등 ‘트럼프주의자’들의 기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 20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대통령 취임식에 나란히 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J. D. 밴스 부통령.   아사히신문 6월 6일

 

지원기관 “당신의 연구사업은 종료됐다” 통고

 

하버드대학 공중보건대학원(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환경질병학을 가르치던 마크 와이스코프 교수(59)는 지난 5일 대학 당국으로부터 메일을 한 통 받았다.

“연방기관의 통지에 따라 당신의 연구사업은 종료됐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지원 중단을 통고받은 대학 당국이, 아무런 이유도 설명도 없이 보낸 그 메일 통지문에는 “종료한다”는 사업들이 열거된 액셀 파일이 첨부돼 있었다. 10여 명이 함께 일하던 그의 연구실은 연방정부 지원금이 끊어지면서 생존위기에 몰렸다.

 

트럼프 정부가 지난 3월 말에 하버드대학에 “다년간에 걸친 87억 달러의 지원금” 재검토 방침을 알려 왔을 때에도 별 걱정을 하지 않았다. 진행 중인 연구는 ‘유해금속이 건강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장기간 연구 프로젝트여서, 트럼프 정권이 문제시하는 인종이나 젠더 등과 관련한 DEI(다양성·공정성·포용성) 이니셔티브나, 정권이 부정적으로 보는 바이러스 백신 연구와도 상관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산이었다.(<아사히신문> 6월 6일)

 

미국 엘리트 고등교육과 그것을 지배하는 진보적 지식인들과 사상에 대한 트럼프 정권의 혐오와 적대감은 상상 이상이었다. 트럼프 정권은 지금 국가권력을 동원해, 얼마전 타계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명예고수가 얘기한 미국의 최대강점, 즉 ‘소프트 파워’의 기반인 미국 명문대의 존립토대를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

 

2023년 또는 그 이후 정부기관 및 대학들의 과학연구비의 각국별 비교. 단위 10억 달러(구매력평가 ppp기준). 위로부터 중국 EU 27국, 미국(옅은 주홍색은 2026년도 예산안에서 삭감될 부분), 일본, 영국, 한국, 캐나다 순. 미국은 CDC(질병통제예방센터), DOE(에너지부), EPA(환경보호청), NASA(항공우주국), NIH(국립보건원), NIST(국립표준기술연구소), NOAA(국립해양대기청), NSF(국립과학재단), USGS(지질조사국)의 연구비 총합. 중국과 EU보다 적은데, 2026년 예산안대로 삭감되면 더욱 줄어든다.    이코노미스트 5월 21일

 

미국 노스웨스턴대 떠나 런던 정경대로 이직

 

독일인 마티아스 되프케는 1990년대에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에 들어갔다. “미국에 오면 전적으로 환영받고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30여년 전에는 그랬다. 2012년에 그는 일리노이 주 노스웨스턴대학에서 경제학 교수가 됐고 2014년에는 미국에 귀화했다.

하지만 올해 4월 되프케 박사는 노스웨스턴대학 교수직을 사임하고 영국 런던정치경제대학 교수가 됐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것이 그 이유였다. “선거가 치러진 뒤 우리가 미국에 남아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 과학계에 대한 연구비 지원을 중단하고, 연구자 비자를 취소했으며, 미국 최대연구기금 지원기관의 예산 대폭 삭감계획을 발표하며 학계와의 ‘과학전쟁’을 예고했다.

 

연구자 75%가 미국 떠날 생각. ‘미국 오겠다’ 25% 줄어

 

올해 첫 3개월 동안 미국에 기반을 둔 연구자들이 다른 나라에서 일자리를 구하겠다고 지원한 사람이 2024년 같은 기간에 비해 32% 늘었다. 지난 3월 <네이처>는 미국 연구기관 소속 연구자 1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75%가 미국을 떠날 생각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신 미국 연구직을 지원한 비미국인 지원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약 25% 줄었다.(<이코노미스트> 5월 21일)

 

024년 예산 대비 대폭 삭감된 2026년 예산안. NSF(국립과학재단), NIH(국립보건원), NASA(미국2024년 예산 대비 대폭 삭감된 2026년 예산안. NSF(국립과학재단), NIH(국립보건원), NASA(항공우주국), NOAA(해양대기청) 등 주요 연방 지원기관 예산들이 대폭 삭감됐다. 단위 10억 달러.  이코노미스트 

 

내년 예산 연구비 삭감으로 8만 명 이상 실직할 수도

 

미국이 매력을 잃고 있는 이유는 분명하다.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재정, 또는 재정 부족의 그림자다. 트럼프 정권은 취임한 1월 이후 수천 건의 연구 보조금을 취소했다. 웹사이트 ‘그랜트 워치’에 따르면, 지금까지 적어도 25억 달러 규모의 연구 보조금이 취소돼 연구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하고 연구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됐다. 앞으로 더 많은 예산이 취소될 수 있다. 백악관의 2026년 예산안은 과학 지출을 대폭 삭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세계 최대 생물의학 연구기금인 NIH는 거의 40%에 달하는 예산 삭감에 직면해 있다. 또 다른 주요 연방기금인 NSF는 무려 52%의 예산을 삭감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예산 삭감은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상하원을 공화당이 지배하고 있는 의회에서 이 예산안이 통과될 경우, 8만 명 이상의 연구자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산된다. 그렇게 될 경우 미국의 학술과학연구 지원금은 중국이나 유럽연합(EU)보다 상당히 부족한 상태가 될 것이다.(<이코노미스트> 5월 21일)

 

“지금 미국서 벌어지는 일, 나치 독일과 유사성”

 

런던정경대학으로 옮겨간 되프케 교수는 나치 독일이 유대인 교수를 해고하고, 아카데미아(학문 예술계)를 장악한 사실을 떠올리며 “지금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방향성이나 특징 중 몇 가지는 (나치 독일) 당시의 사건과 유사성이 있다”고 했다.

 

예일대학 교수였던 매시 쇼어와 남편인 티머시 스나이더(모두 역사학)는 올해 봄 캐나다의 토론토대학으로 옮겨갔다. “남편은 결코 도망가는 부류의 인간이 아니지만, 나와 아이들 때문에 토론토로 가는데 동의해 주었다”고 매시 교수는 말했다.(<일본경제신문> 5월 28일)

 

제이슨 스탠리 예일대 교수(철학)도 토론토대로 이적했다. 조지아대의 팀 퀴글리 교수(경영학)는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소(IMD)로 옮겼다.

 

5월 30일 쵤영된 하버드대 교문 주변 모습.  아사히신문 6월 6일

 

연구자금 동결로 커지는 두뇌유출 위험

 

연구 자금이 동결되면서 미국에서 두뇌 유출 위험이 커지고 있다. 올해 첫 3개월 동안 미국 과학자들의 해외 취업지원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분의 1이 늘었지만, 해외 연구자들의 미국 취업 지원은 4분의 1이 줄었다.(<이코노미스트> 5월 24일)

 

글로벌 인재 유치는 미국 학계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였다. 지난 20년 동안 유학생 비율은 거의 두 배로 증가해 2023년에는 거의 6%에 달했다. 대부분의 유학생은 과학, 공학, 수학 등의 분야 학위를 취득하고 있다. 그중 약 3분의 1은 인도, 4분의 1은 중국 출신자들이다.

 

한국인 유학생도 2023-2024 학년도 기준 약 4만 4천 명으로 중국과 인도에 이어 세 번째로 많았다.

 

미국에서 가장 우수한 연구기관 158곳의 유학생 비율은 14%로,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아이비 리그’와 스탠포드, MIT(매사추세츠 공대)와 같은 명문대를 포함한 12개 ‘아이비 플러스’(아이비 리그 8개대 플러스) 대학의 유학생 비율은 28%에 달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공격 대상으로 삼은 컬럼비아대와 하버드대는 각각 40%와 28%로 유학생 비율이 높다.

 

그런데 전 세계 학위 프로그램 온라인 디렉토리인 ‘스터디 포털스’에 따르면 미국 강좌 클릭 수는 현재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이다. 1월 5일부터 4월 말까지 주간 페이지 뷰는 그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 1분기 미국 학부 및 석사학위 과정 트래픽은 전년 대비 20% 이상 감소했고, 박사과정 트래픽은 3분의 1로 줄었다. 가장 큰 감소폭을 보인 곳은 인도로, 관심도가 40% 감소했다. 예비 유학생들이 미국 외의 다른 나라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유학생이 줄면 미국 대학들의 재정적 위험 부담이 커진다. 비영리 단체인 미국 국제교육자협회에 따르면, 2023-24 학년도에 외국인 유학생들은 미국 경제에 438억 달러를 기여했다. 이 수치는 주로 민주당 성향이 높은 지역에서 발생했다. 유학생들은 대학뿐만 아니라 외식 서비스, 의료 등 다른 분야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

 

하지만 미국이 가장 걱정해야 할 것은 인재 확보다. 유학생 박사과정생의 약 4분의 3은 졸업 후에도 미국에 남을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차세대 유학생 유치를 막는 것은 아이비리그 대학들에게는 치명타가 될 수 있다.(<이코노미스트> 5월 28일)

 

유럽연합과 일본, 미국 이탈 연구자 응모, 지원

 

트럼프 2.0이 시작된 지난 1월부터 3월까지 발급된 학생 비자는 2만 9천 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 이상 줄었다.

 

유럽연합은 지난 달 미국을 떠나는 연구자들을 염두에 두고 5억 유로의 예산으로 연구자의 이전과 연구 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AFP 통신>은 프랑스 엑스 마르세이유대학이 20명의 (미국 이탈) 연구자를 받아들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대학에는 컬럼비아대와 예일대 등에 재직 중인 연구자들 약 300명이 응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도쿄대도 하버드대에서 학업을 계속할 수 없게 된 유학생들을 일시적으로 받아들이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미국의 유학생 비자 발급 건수 추이. 트럼프 1기와 2기 정권 때인 2020년과 2025뇬애 대폭 줄었다.   단위 1만 명.   일본경제신문  5월 28일

 

유학생 1800명 이상 비자 취소 조치

 

연구 지원금만이 문제가 아니다. 많은 과학자들, 특히 외국 시민권을 가진 과학자들이 위축과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2025년 첫 4개월 동안 적어도 1800명의 유학생들(최근 졸업생 포함)이 아무 설명도 없이 비자 취소 조치를 당했다가 그것이 위법이라는 법원의 취소 명령으로 4월에 회복됐다. 이미 다수의 미국 명문대 재학 외국 유학생들이 체포당하거나 국외추방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다. 먼저 온 과학자(연구자)들은 신입 연구자들의 비자 취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해외에서 온 후배들에게 미국 입국 때 억류당할 수 있으므로 모국방문을 위해 출국하지 말라고 권고하고 있다.

 

정권 비판자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이 주목적

 

지난 5일 앨리슨 버로스 매사추세츠 주 연방지방법원 판사는 하버드대 유학생의 입국을 금지(비자 취소)한 트럼프 대통령의 새 행정명령이 발동되면 하버드대가 “즉각적이고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입게 된다며 효력중지가처분 결정을 내렸다. 이로써 전날인 4일 트럼프가 외국인 유학생들의 위헙행위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하버드대가 거부하고 있다며, 국가안보 위협을 이유로 하버드 유학생들과 연구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비자를 취소한 조치를 무효화했다. 하지만 5월에도 트럼프 정권은 같은 조치를 취하고 법원은 이를 취소했으며, 트럼프 정권은 불복하고 조치를 다시 발동했다. 앞으로도 그런 과정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정권의 이런 조치가 외국인 유학생만을 겨냥한 건 물론 아니다. 그것을 빌미로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하버드대학, 나아가 진보적, 자유주의적 엘리트 대학과 지식인들을 통제하려는 “정치적 보복”이 조치의 주목적라고 비판자들은 지적한다.

 

4월 중순에 트럼프 정권은 하버드대학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무력공격을 비판하는 시위를 벌인 유학생들의 ‘반유대주의’ 활동에 관한 자료 제출과 DEI(다양성, 공정성, 포용성) 방침 폐지를 요구했다. 하버드대 당국이 이를 거부하자 국가예산을 무기 삼아 지원금을 중단하는 무차별 공격을 시작했다. 와이스코프 교수는 국립보건원(NIH)뿐만 아니라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도 지원 중단을 통고하는 메일을 받았다.

 

연방 연구지원기관인 국립보건원(NIH)와 국립과학재단(NSF)의 연구비 지원 취소 건수가 2025년에 크게 늘면서 3천 건에 달했다.  단위 1000건.  NIH 연구비 지원 76건 등이 부활할 수도 있다.  그랜트 워치  이코노미스트 5월 21일

 

흔들리는 연구비 신청 및 승인 절차

 

트럼프 재선(트럼프 2.0) 뒤 과학자나 연구기관에 대한 지원금 약 80억 달러가 취소되거나 철회됐다. 이는 연방정부의 고등교육 지원금 예산의 약 16%에 해당한다. 거기에다 추가로 122억 달러 지원계획이 취소됐으나 법원의 명령으로 복원됐다.

 

학계가 운영하는 추적 웹사이트인 ‘그랜트 워치’(Grant Watch)에 따르면, NIH와 NSF(국립과학재단)는 올해에 이미 승인된 3000건 이상의 연구비를 취소했다. 에너지부와 국방부 등에서 최소한 연구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지금까지 연구자들이 NIH나 NSF, 국방부, 에너지부 등의 연구지원 기관에 연방기금 지원을 신청해 왔다. 신청(제안)서는 동료 심사위원단의 평가를 거쳐 기관의 승인을 받으면 합의된 지원금을 일정기간 지급한다.

 

트럼프 정권 들어 이런 구조가 대격변 위기에 직면해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원 취소는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팀이 좋아하지 않는 연구들을 대상으로 취해졌다. 여기에는 DEI 관련 연구, 기후변화, 허위 정보, 코로나 바이러스 19, 백신 연구 등이 포함돼 있다. 하버드와 컬럼비아, 예일, 스탠포드 등 명문대학에서 수행된 연구들도 추가된다.

 

MAGA 모자를 쓴 코끼리(공화당 트럼프 정권)에 짓밟힐까 도망치는 연구자들의 모습.   이코노미스트 5월 24일

 

그 배경에 MAGA의 반엘리트 주의

 

그 배경에 트럼프 정권의 극우 국수주의적 구호이자 운동인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있고, 그 핵심에 반엘리트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트럼프가 적대시하는 민주당의 버락 오바마를 포함한 8명의 미국 대통령이 다녔고, 정재계와 과학계의 요직에 인재를 공급해 온 하버드대학은, MAGA주의자들에겐 쳐부수어야 할 기득권층의 아성이다.

 

또 한 가지는 정권이 적대시하는 ‘좌파 워크’

 

또 한 가지는 트럼프 정권이 이들 엘리트 대학들을 자신들의 뜻대로 따르지 않는 좌파 ‘워크(Woke)’사상의 거점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워크’는 원래 ‘깨어 있다’는 뜻을 지닌 말로, 인종적 편견이나 성차별, 불평등을 비판하고 ‘정치적 올바름’, 기후위기 등에 적극 대응하려는 진보적 성향을 지닌 사상 또는 세력을 가리키는데, 주로 트럼프 등 우파 세력이 ‘잘난 체하는 놈들’이란 경멸적 의미로 '좌파' 진보적 지식인을 야유하는 용어로 쓴다. 워크적 가치는 트럼프가 혐오하고 적대시하는 민주당 엘리트들과 그들을 지지하는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등의 신문과 ABC, NBC, CBS 등의 방송들로 짜인 리버럴(자유주의적, 진보적) 주류언론이 추구하는 가치에 가깝다.

 

밴스 부통령 문화전쟁 선포 “대학을 공격하라”

 

이 말을 공격적으로 사용하는 트럼프 진영의 대표주자가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J.D. 밴스) 부통령이다. 노동자계급 출신으로 예일대를 나온 밴스는 2021년 11월에 한 연설에서 “대학이라는 적대적 기관이 지식을 지배하고,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를 결정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리석은 사상을 밀어주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우리는 솔직하게 적극적으로 이 나라의 대학들에 공격을 가해야 한다”며 적대감을 표출했다.

 

따라서 트럼프 정권의 하버드대, 컬럼비아대 등 엘리트대학들에 대한 지원 중단, 공격은 감정적 차원에서만 기획된 게 아니라,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자유주의적인 정치적 적대세력을 말살하겠다, 씨를 말리겠다는 일종의 계급투쟁, 문화전쟁이라고 할 수 있다.

 

전쟁 규모 키우려는 트럼프

 

<이코노미스트>(5월 21일)에 따르면, 트럼프 정권으로부터 지원 취소 위협을 받고 있는 대상과 금액은 훨씬 더 많다. 트럼프 대통령은 NIH 예산을 38%, 즉 거의 180억 달러 삭감하고, NSF 예산은 50% 이상인 47억 달러를 줄이고, NASA(미국 항공우주국) 과학임무국(SMD)의 예산 거의 절반을 폐지하려 하고 있다. 연방 연구기관에 대한 예산 삭감안은 모두 합쳐 거의 4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미 많은 기관들이 폐지됐다. 3월에는 NIH를 포함한 보건복지부(HHS)는 전체 인력의 25%에 해당하는 2만 개의 일자리를 감축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 및 기후 연구를 수행하는 국립해양대기청(NOAA)에서도 전체의 10%, 약 1300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NSF에서도 인력 감축이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법원의 명령으로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더 많은 예산을 절약하기 위해 NIH, NSF, 에너지부, 국방부는 이른바 간접 연구비에 제한적인 상한선을 설정했다.

 

윤석열 정권의 과학기술 R&D 예산 삭감과 같은 논리

 

과학계도 예외가 아니다. 5월 19일, 트럼프의 과학 고문인 마이클 크래시오스는 미국 국립과학원(National Academies of Sciences) 앞에서 정부 주장을 옹호했다. 그는 정부가 과학을 더 훌륭하고 효율적으로 만들어 "미국의 연구 예산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는 윤석열 정권이 2024년 예산에서 1만개 넘는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비(R&D)를 대폭 삭감할 때 내세운 이유와도 비슷하다. 그 바람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연구자들과 체결한 R&D 협약을 부랴부랴 변경해 연구비를 30% 가까이 감액했고, 과기부 소관 R&D 연구 97개는 아예 도중에 중단됐다. 그 결과 많은 연구들이 중단되고 연구자들도 떠났다.

 

윤석열 정권의 정책 브레인들은 제1기 집권 때부터 진행된 트럼프 정권의 ‘워크’사상에 대한 적대적 정책과 '좌파'(진보세력) 말살, 그리고 아베 신조 자민당 극우정권과 트럼프 정권의 밀착을 자신들의 정책입안 모델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과학기술 R&D 예산 대폭 삭감과 전례없는 파격적 친일행보와 뉴라이트 인사 대거 채용 등이 거기에서 나오지 않았을까. 계엄령 선포 도박도 국회 여소야대 상황에서 그것을 밀어붙이려는 조바심의 소산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독재자들이 권력집중 시도할 때 써먹는 수법”

 

트럼프 정권의 진보적 엘리트들에 대한 공격은 그들에 대한 미국인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의 의식을 반영하고, 또 그들의 그런 태도를 이용하는 면이 있다. 갤럽의 2024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들 중에서 고등교육을 “매우 신뢰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에 지나지 않았으며,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50%였다. 이는 트럼프가 정치에 입문한 2015년 무렵의 응답비율과는 크게 달라진 것으로, 당시에는 “매우 신뢰한다”가 50%, “거의 또는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는 11%에 지나지 않았다. 극우 국수주의자 트럼프는 이런 여론변화를 무기로 삼아 정적인 진보적 자유주의 세력을 공격하고 있다.

 

앤드류 마누엘 크레스포 하버드대 법과대학원 교수는 트럼프의 이런 공격을 “민주주의 체제에서 선출된 인간이 독재자처럼 권력을 집중하려 할 때 써먹는 전형적인 수법”이라며 말했다. “역사를 돌아보거나 세계를 둘러보더라도 그런 지도자들이 자유로운 언론기관이나 법원, 그리고 대학을 공격한다. 그런 것들이 (독재자의 출현을 막는) 활기찬 입헌민주주의에 불가결한 기관들이기 때문이다.”(<아사히신문> 6월 6일)

 

허버드대학을 방문한 관광객들에게 설명해 주는 안내자(모자 쓴 사람).  아사히신문 6월 6일

 

하버드대학을 사실상 ‘트럼프 대학’으로 바꾸려는 것

 

크레스포 교수는 하버드대가 거부한 트럼프 정권의 요구 중에는 교육내용에 대한 ‘감사’도 포함돼 있었다며, “트럼프 정권이 노리는 것은 하버드대학을 사실상 ‘트럼프 대학’으로 바꿔 (친트럼프, 친공화당적인) 사상교육을 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2023년 11월 11일, 친팔레스타인 학생단체 자격을 취소한 컬럼비아대학 당국 조치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고 있는 컬럼비애대 학생들.    아사히신문 6월 6일

 

첫 공격대상 컬럼비아대는 “정권에 투항”

 

하버드대학에 앞서 트럼프 정권의 공격표적이 된 것은 컬럼비아대학이다. 2023년 10월 7일 이슬람 무장조직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뒤 막강한 무력을 동원한 이스라엘군이 미국의 지원 아래 팔레스타인 가자 자치지구를 무차별 공격했을 때 이스라엘군의 무력공격을 비판하는 가장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미국 내 이스라엘군 반대 시위의 중심지가 된 곳이 컬럼비아대학이다.

지난해 4월 컬럼비아대 캠퍼스 내에 텐트를 치고 야영하던 시위 참가자들을 해산시키기 위해 대학 당국이 경찰을 학내로 불러들여 200여 명을 체포했다. 트럼프 정권의 요구를 거부한 하버드대와 달리 정권의 요구를 수용한 컬럼비아대학 당국의 ‘투항’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지자 총장이 사퇴했다.

 

올해 1월 출범한 2기 트럼프 정권은 컬럼비아대학 당국이 “유대인 학생들 괴롭힘에 대해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는 이유로 4억 달러 상당의 지원금 계약을 취소하고, 중동지역연구 등의 학부를 감독하는 담당기구를 적어도 5년간 존치한다는 것을 포함한 9개 항목의 조치를 요구했다. 컬럼비아대학은 이를 수용하고 시위 참가자들을 배제, 구속할 수 있는 권한을 경비원들에게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발표했다.

 

미국 대학이 “학생과 연구자들이 보호받는 환경 속에서 자유롭게 논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곳”이라는 기존 이미지가 무너지고 있다.

 

컬럼비아대가 “정권에 항복했다”,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비난을 받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두고 봐야겠지만, 하버드대는 그런 전철을 따라가기를 거부했다.

 

지원금 동결 등을 통한 트럼프 정권의 대학 공격은 이들 대학을 포함한 동부지역 8개 명문대를 가리키는 ‘아이비 리그’의 다수 대학을 겨냥하고 있다. 트럼프가 다닌 펜실베이니아대도 거기에 포함된다. 트럼프 정권은 이들 아이비 리그 대학들을 비롯해 미국 전역의 60개 대학에 대해 반유대 행위나 차별을 하고 있지 않은지 조사를 시작했다. 싸움을 멈출 기미가 없다.  < 민들레 한승동 기자 >

 

역대 최대 이민자 추방작전 항의 시위에
트럼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투입
“자국민에 군대 투입하는 트럼프 광기”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열린 연방정부의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 도중, 로스앤젤레스 메트로 경찰이 시위대와 충돌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위대 진압을 이유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개빈 뉴섬 동의 없이 로스앤젤레스에 주방위군을 배치하면서 연방 정부와 주정부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배치된 주방위군은 이날 로스앤젤레스 곳곳에서 시위대와 충돌했다.

 

시위를 ‘반란’ 규정한 트럼프

 

8일 블룸버그 통신 등 현지 보도를 종합하면, 연방 청사 주변에 배치된 주방위군 및 국토안보부 소속 연방 요원들과 시위대 간 충돌이 도심 곳곳에서 벌어졌다. 시위대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은 로스앤젤레스에서 나가라”고 외치며 단속 작전을 규탄했다. 일부 시위대가 연방 요원을 향해 물건을 던지자 경찰은 불법 집회를 선언하고 최루탄과 섬광탄을 사용하기도 했다.

 

단속국은 최근 이민자 단속을 강화해 하루 평균 2000명 이상을 체포하고 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 중인 역대 최대 규모의 추방 작전의 일환이다. 단속국은 지난 6일부터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 대규모 이민자 체포 작전을 벌였고 엘에이에서만 이번 주 118명이 체포됐다고 한다. 그 여파로 도심 곳곳에서 항의 시위가 3일째 이어지고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반란’으로 규정하고 주방위군 2000여명을 투입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미 북부사령부는 이날부터 로스앤젤레스 지역 세 곳에 79사단 소속 300명의 병력을 배치했다. 이들은 연방 시설과 인력을 보호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로스앤젤레스 시장 캐런 배스는 "도시는 시민들과 함께할 것"이라며 “이번 주방위군 투입은 혼란을 조장하는 무책임한 조치”라고 비판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에드워드 R. 로이벌 연방청사 인근에서 열린 시위 도중 한 시민이 경찰에 체포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EPA 연합

 

주지사 반대에도 군 배치…1965년 이후 처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이례적으로 캘리포니아 주지사 승인 없이 주방위군 2000명을 소집해 시위 진압에 투입하면서 법적·정치적 논란도 거세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연방법전 제10편 제12406조(10 U.S.C. 12406)’ 조항을 근거로 들었다. 해당 조항은 미국 정부의 권위에 대한 반란이나 그런 위협이 존재할 경우, 대통령이 주방위군을 연방 소속으로 전환하여 동원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그러나 동시에 ‘명령은 주지사를 통해 발령해야 한다’는 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주지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연방 차원에서 주방위군이 동원된 건 1965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앨라배마 주의 민권 시위를 보호하기 위해 주방위군을 투입한 이후 처음이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권력 남용이며, 연방정부가 주방위군을 주정부와 협의 없이 내부에 투입하는 것은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선례”라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의 주방위군 배치를 ‘쇼’라고 규정하며 “트럼프가 원하는 혼란을 주지 말고, 평화적으로 행동하자”고 시민들에게 촉구했다. 뉴섬은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과 함께 비판 성명도 발표했다.

 

8일(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도심 구치소 앞에서, 이민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주방위군, 경찰, 시위대가 대치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AFP 연합

 

연방군대 동원까지 압박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나라가 이런 식으로 망가지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것”이라며 “필요하다면 해병대도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도 상황이 격화할 경우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해병대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뉴섬 주지사는 “자국민에게 군대를 배치하겠다는 발상은 광기”라고 반박했다.

 

1878년에 제정된 포시 코미타투스 법은 ‘헌법이나 의회 법률에 의해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와 상황을 제외하고 국내 법 집행에 군대가 관여하는 것을 금한다’는 한 문장으로 구성돼 있다. 법률에 명시적으로 허용된 경우는 1792년 제정된 반란법이 유일하다. 이 법은 반란, 폭동, 또는 극심한 시민 불안 상황 시 대통령이 군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의회가 견제할 수 있는 권한도 없다. 국내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반란’, ‘폭동’으로 간주해야 가능한 조치라 법적 논란이 불가피하다.

 

블룸버그는 “이번 병력 투입을 둘러싼 갈등은 단순한 시위 대응을 넘어, 연방 권한과 주 자치권, 그리고 헌법적 권리 보장 문제를 둘러싼 중대한 정치적 충돌로 번지고 있다”고 짚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해리스, 트럼프의 주방위군 LA 투입에 “공포와 분열 조장···잔혹한 의도”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이 4월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주년 행사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AP연합

 

카멀라 해리스 전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LA에 주방위군을 배치한 것에 대해 “우리 도시의 거리에서 목격하고 있는 광경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며 “(주방위군 배치는) 혼란을 야기하고 위험을 확대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8일 엑스에 성명을 올리고 “최근 남부 캘리포니아와 전국에서 벌어진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에 더해, 이는 공포와 분열을 조장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잔혹하고 계산된 의도의 일부”라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방위군 투입이 “공공안전에 관한 것이 아니라 두려움을 불러일으키려는 것”이라며 “존엄성과 적법 절차를 요구하는 공동체에 대한 두려움”이라고 덧붙였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시위는 정의를 위한 투쟁에 필수적인 강력한 도구”라며 “우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일어난 수백만 명의 미국인들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LA에 거주하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해리스 전 부통령은 지난해 대선 패배 이후 칩거하다 지난 4월30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이머지 아메리카 200주년 기념식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하며 정치행보에 시동을 걸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100일에 대해 “완전한 혼란” “헌정 위기”라고 비판했다.   < 경향 이영경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