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법적 대응 검토, 재발방지책 마련할 것”

‘국제선거감시단’ 부정선거 의혹 주장을 1면 올린 워싱턴중앙일보
중앙일보 “계열사와 가맹 계약 맺은 독립매체 … 즉시 삭제 요청”

 
                           ▲ 지난 27일자 워싱턴중앙일보 1면 기사.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미국 현지 워싱턴중앙일보가 한국 대선이 조작됐다는 주장의 기사를 1면에 냈다가 삭제했다. 워싱턴중앙일보는 중앙일보 계열사 중앙일보USA(미주중앙일보)와 2018년부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있는 매체다. 중앙일보 측은 “워싱턴중앙일보에 대해 포괄적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중앙일보는 지난 26일 <“6·3부정선거 확실” 사전투표 등 문제> 기사를 온라인으로 보도했다. 국제선거감시단은 지난 2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6·3 대선 부정선거 폭로’ 기자회견을 열었는데 이를 워싱턴중앙일보가 상세히 보도한 것이다.

 

워싱턴중앙일보는 기사에서 “국제선거감시단이 폭로한 대한민국 6·3 대통령선거 부정선거 증거와 각종 부정 사례가 워싱턴은 물론 미주 전역을 뒤흔들고 있다”고 했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온 민경욱 전 새누리당 의원도 회견에 참석했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온라인으로 참여했다.

▲ 지난 26일 올라온 워싱턴중앙일보 온라인 기사.
▲ 지난 27일 MBC 보도 갈무리.

 

기사는 지난 27일자 워싱턴중앙일보 1면에도 실렸다. 기사에서 모스 탄 미국 리버티대 로스쿨 교수는 2020년 미국 대선과 2025년 한국 대선 모두 중국이 개입한 부정선거 확률이 높다고 주장했다. 고든 창 변호사도 △사전투표와 당일투표 간 통계적 격차 △전자개표 시스템의 보안 및 투명성 결여 등의 근거를 들며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했다. 모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등에서 가능성이 없다고 반박했던 내용들이다.

 

이를 기사화한 국내 언론도 있었다. 조선비즈는 지난 27일 <韓대선, 절차적 투명성 무너져… 중국의 선거 개입은 전 세계적 현상> 기사를 냈다. 기사는 현재 삭제됐지만 삭제 전 각종 커뮤니티에 확산돼 수천개에 달하는 댓글이 달렸다. 부정선거가 확인됐다고 믿는 댓글이 다수였다. 조선비즈는 지난 1일 21대 대선을 앞두고 방한했던 모스 탄 교수 등 국제선거감시단을 인터뷰하기도 했다. 파이낸스투데이도 지난 29일 <“한국 선거부정 의혹, 미 법무부·국무부에 공식 보고”… 국내 언론 침묵> 기사를 냈다.

 

▲ 지난달 31일 전한길뉴스 인터뷰 갈무리

 

국제선거감시단은 2024년 말 결성된 민간단체다. 일부 구성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인연이 있지만 현재는 정부와 관련이 깊다거나 공신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 한국의 선관위와도 직·간접적인 관련이 없으며 선관위도 공식적으로 대응할 수준의 의혹 제기로 보고 있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30일 이들을 향해 “미국 내 극우세력으로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음모론자들의 개인적 모임”이라고 논평했다. 지난달 31일 전한길뉴스에 따르면 이들은 21대 총선도 부정선거라고 주장했다.

 

중앙일보는 워싱턴중앙일보에 대한 법적 대응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측은 30일 미디어오늘에 “워싱턴중앙일보는 미주중앙일보의 계열사가 아니며, 가맹 계약관계에 있는 미국 현지의 독립매체”라고 했다. 이어 “미주중앙일보는 워싱턴중앙일보에 대해 포괄적 법적 대응 방안을 검토 중이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유사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재발방지 대책을 즉각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워싱턴중앙일보의 지면 편집권은 중앙일보는 물론 미주중앙일보와도 완전히 독립돼있다. 이번 기사는 워싱턴중앙일보의 독립적 판단으로 보도됐으며, 미주중앙일보나 중앙일보와 사전에 논의한 바 없다”며 “다수의 국내 독자들이 해당 기사를 중앙일보 및 미주중앙일보에서 보도한 것으로 오인함에 따라, 미주중앙일보의 워싱턴중앙일보에 대한 즉각적인 조치로 삭제가 이뤄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워싱턴중앙일보의 보도는 그간 중앙일보가 주지해 온 논지와 정면으로 충돌해 독자들에게 중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뿐만 아니라, 중앙일보의 브랜드이미지 및 신뢰를 훼손함에 따라 즉시 삭제를 요청했다”고 했다.  <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아이티인들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현지 상황 개선됐다” 9월2일까지 떠나야

 
 
27일 미국 워싱턴 디시(D.C.)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콩고민주공화국 테레즈 카이퀌밤바 바그너 외교장관, 르완다 올리비에 은두훈기레헤 외교장관과 회담 중 발언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이티인들에 대한 임시 보호 지위(TPS)를 취소하면서 약 50만명이 추방 위기에 몰렸다.

 

에이피(AP)통신 등을 보면, 미 국토안보부(DHS)는 27일 아이티인에 대한 임시 보호 지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 대변인은 “아이티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만큼 현지 상황이 개선됐다”며 “이번 결정은 우리 이민 시스템의 무결성을 회복하고 임시 보호 지위가 실제로 일시적인 것임을 보증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아이티인에 대한 임시 보호 지위는 오는 8월3일 만료된다. 현재 임시 보호 지위로 미국에 거주하는 약 50만명의 아이티인은 9월2일까지는 미국을 떠나야 한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가 2024년 7월에 임시 보호 지위를 1년6개월 연장해 2026년 2월3일까지는 유지하기로 한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국토안보부는 ‘아이티가 안전하다’고 했으나, 미국 국무부는 여전히 아이티에 대해 ‘여행 금지’(Level 4) 경보를 유지하며 납치, 범죄, 시민 불안, 의료 부족 등을 이유로 미국인의 여행을 금지하고 있다.

 

1990년 도입된 임시 보호 지위 제도는 내전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인해 모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미국 체류자들이 합법적으로 미국에 머물 수 있도록 허용한 정책이다. 아이티는 2010년 대지진 이후 임시 보호 지위 대상으로 지정 받았고, 이후엔 무장단체 폭력과 정치적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여러차례 연장된 바 있다. 아이티와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 17개국 이민자들에게 이런 지위가 허용돼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100만명 이상에게 적용되온 임시 보호 지위 제도를 축소하겠다고 공약했고, 취임 이후에는 대대적인 불법 이민 단속을 벌여온 바 있다. 그는 또 대선 기간 오하이오 스프링필드로 온 아이티 이민자들이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을 잡아먹는다는 근거 없는 음모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앞서 미국에 거주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인에 대한 임시 보호 지위도 취소한 바 있다.     < 박수지 기자 >

 "제국주의 강권과 전횡으로부터 국가 주권과 안전 수호할 강한 힘 비축해야"구매하기

트럼프-김정은 '합성' 만화 그려진 피켓 든 시위 참가자= 1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열병식을 앞두고 백악관 인근 라파예트 광장에서 반(反)트럼프 시위가 열렸다. 한 시위 참가자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얼굴을 '합성'한 만화가 그려진 피켓을 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재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북한은 외면으로 일관하면서 '동상이몽'을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공개석상에서 북한과 갈등이 있다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북측은 관영매체를 통해 미국을 여전히 '적대세력', '날강도' 등이라 지칭하며 온도 차를 보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일 '위대한 조선로동당의 성스러운 80년혁명 영도사를 긍지 높이 펼친다' 기사에서 "적대세력들은 우리 스스로가 자력갱생의 길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지난 10여년간 사상 초유의 극악한 제재 봉쇄 책동에 매달렸다"고 비판했다.

 

이어 "적대세력들이 침략전쟁 책동에 광분하고 제재의 올가미로 우리의 명줄을 조이려 할 때는 물론, 우리 공화국의 군사적 강세에 질겁하여 '완화'의 기미를 보일 때도 자력갱생의 기치를 순간도 내리운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작년에는 북한이 전력 101%, 석탄 110%, 알곡 107% 등 목표치를 초과달성했다면서 "인민경제발전 12개 중요고지들이 성공적으로 점령됐다. 이것은 그대로 국가경제 전반이 장성(성장) 추이를 확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축도"라고 밝혔다.

 

노동신문은 이날 '공정한 국제질서 수립은 평화 보장을 위한 절박한 요구' 기사에서도 미국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신문은 "현시기 유럽과 중동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무장충돌이 벌어지고 세계가 불안정과 혼란에 빠져들고 있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미국과 서방나라들의 날강도적인 주권 침해 행위에 그 근원을 두고 있다"고 짚었다.

 

아울러 "제국주의자들이 힘에 의거하여 세계를 지배하려고 날뛰고 있는 오늘 그 어떤 호소나 구걸로 자기의 주권과 존엄을 지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라며 "제국주의의 강권과 전횡으로부터 국가의 주권과 안전을 수호할 수 있는 강한 힘을 비축할 때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제질서가 수립될 수 있다"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2019년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에서 빈손으로 돌아온 뒤로는 미국과 비핵화 협상에 당장 성과를 낸다는 기대를 접고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이후 미국과 한국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관성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러시아와 군사, 외교를 비롯해 전방위로 밀착하고 있다.

 

국제사회의 기대와 엇박자를 내는 김 위원장의 태도에 모종의 변화가 있으려면 내년 초로 예상되는 9차 당 대회에서 북한 내부의 노선 정리가 필요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 박수윤 기자 > 

 

핵 억제 명분으로 이란 폭격한 도널드 트럼프, 전통적 개입주의로 회귀

24일(현지시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 중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이스라엘-이란 사태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뒤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보인다.AFP 연합
 


미국이 다시 국제 분쟁의 중심으로 뛰어들었다. 6월 21일, 사상 처음으로 이란 본토를 폭격한 이 결정은 단순한 군사행동을 넘어, 트럼프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스스로 불투명하게 만드는 서막이 되었다.

이 결정은 이전의 정치 문법을 거부하고 새로운 미국을 만들겠다던 트럼프의 선언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개입을 거부하며 다른 길을 약속했던 그는, 결국 다시 낯선 타자를 악으로 규정하고 먼 나라의 전쟁에 개입하는 익숙한 미국으로 되돌아갔다.


겉으로는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한 정밀 타격이라는 명분이 동원됐지만, 이 구조는 전혀 낯설지 않다. 20년 전 이라크에서도 미국은 대량살상무기라는 '불확실한 위협'을 내세워 침공을 정당화했다. 하지만 그 명분은 결국 허구로 드러났다.

이번에도 익숙한 패턴이 반복됐다. 이란은 미국이 설계한 '악의 캐비닛' 속에서 다시 타자로 호출됐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말한 오리엔탈리즘의 전형, 즉 위협적이고 낯선 타자를 만들어냄으로써 스스로의 문명성을 정당화하는 서구의 시선 구조다.

이런 구조에서 타자는 더 이상 현실의 위협이 아니라 서사의 소재가 된다. 다수의 외신 보도에서도 드러나듯, 이란의 핵은 실체보다 이야기 속 악역으로 기능한다. 권력이 위기를 모면하려 구성한 서사 속 대체 악으로, 이란은 그렇게 다시 호출되었다.

그리고 트럼프는 자신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급하게 이스라엘의 연출에 합류했다. 그는 자신이 쓰지 않은 대본에 주인공으로 등장했고, 그 순간 그의 정치적 핵심 정체성, 즉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강해지는 미국'이라는 이미지는 허상으로 전락했다.

'개입 없는 리더십'의 심각한 균열

22일(현지사간) 이란 수도 테헤란의 한 건물에 걸린 반미 벽화 주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있다.AFP 연합


이번 공습의 공식 명분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차단하기 위한 '정밀 타격'이었다. 하지만 다수의 국제 언론과 전문가들은 이 위협의 실체에 대해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단순한 군사 작전이 아니라 서사적 연출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스라엘의 선제공격 직후, "장기적 목적을 달성할 가능성은 낮으며, 오히려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고, 프랑스의 <르 몽드>는 "핵무장을 막기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는 논리는 이란 내부의 체제 위기 인식과 맞물린 오판"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결정적인 반박은 미국 내부에서 나왔다. 미 국방정보국(DIA)은 이번 공습이 이란의 핵시설에 가한 타격이 "심각하지 않으며", 핵무기 생산 지연도 "6개월 미만"에 그쳤다고 평가했다. 명분이 된 위협이 사실상 효과적인 타격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역시 이란이 "즉각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진단한 바 있다. 결국 '핵 억제'라는 명분은 구조적으로 취약했고, 군사행동의 설득력은 애초부터 허약했다. 슬로우 저널리즘을 추구하는 영국의 보수 매체 <언허드>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충돌에 스스로 휘말린 모양새"라며 "백악관이 전장을 포위당했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이번 사건은 전략적 성취로 받아들여졌다. 보수 일간지 <마리브>는 미국의 공습을 "이스라엘의 오랜 꿈이 실현된 순간"이라 평가했고, 미국의 행동을 이스라엘이 오래전부터 준비해 온 외교·군사 기획의 연장선에 위치시켰다.

이처럼 외신들은 미국의 결정이 주도적 판단이라기보다, 이스라엘이 이미 설계한 군사 시나리오를 뒤따른 사후적 동참에 가깝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미국은 스스로의 의지라기보다 이스라엘이 쓴 대본 속 한 장면을 연기했다는 것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귀결된다. 왜 트럼프는 자신이 정치적 정체성으로 삼아온 핵심을 헌신짝처럼 내던지며, 이스라엘의 작전에 병정처럼 합류했는가. 왜 스스로 구축한 '비개입의 리더십'을 버리고, 다시 익숙한 개입주의의 무대에 올라섰는가.

그 선택은 국제 질서의 전략적 관리라기보다, 균열된 국내 정치의 틈을 봉합하려는 일시적 연출에 가까웠다. 안보적 판단보다는 국내 정치 위기 속에서 지지층의 이탈 조짐과 중간 선거 구도의 불확실성을 감추기 위한 임시방편일 뿐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트럼프의 정체성 혼란은 역설적으로 그의 핵심 지지층 균열을 더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됐다. 스티브 배넌, 터커 칼슨 등 지지층 내 핵심 인사들까지 "전쟁 없는 미국" 약속이 무너졌다며 그에게 경고를 보냈다.

영국의 로이터 통신과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실시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36%만이 이번 공격을 지지했다. 트럼프가 스스로를 차별화해 온 '개입 없는 리더십'이라는 정체성은 이 결정으로 심각한 균열을 맞게 된 셈이다.

전쟁의 무대에 올라선 트럼프

21일(현지시간) 이란 핵 시설에 대한 미국의 공격이 시작된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가안보팀이 워싱턴 D.C.의 백악관 상황실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연합


트럼프는 정치 초입부터 미국 외교정책의 '주류'와 선을 그어왔다. 특히 네오콘이라 불리는 개입주의 전략가들을 '미국을 끝없는 전쟁에 끌고 간 장본인'이라 비판했고, 2003년 이라크 침공 역시 그들의 오만한 실패라 규정해 왔다. 하지만 이번 이란 폭격은 역설적으로 그가 경멸하던 바로 그 세계관과 동일한 궤적 위에 놓였다.

'정밀 타격', '핵 억제', '악의 축'이라는 표현은 과거 부시 행정부의 서사적 어휘와 구조적으로 다르지 않다. 타자의 위협을 극대화하고, 그 위협을 통해 개입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방식은 전형적인 네오콘식 위기 구성법이다. 이라크 침공을 비판했던 자신이 정작 이번에는 그와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전쟁의 무대에 올라섰다.

트럼프의 이란 공습 결정은 외교정책의 노선을 바꾼 전환점이자, 정치적 고립을 자초한 계기이기도 했다. 그는 이 결정으로 인해 전통적 개입주의 세력과 자신의 핵심 지지층 모두로부터 동시다발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일종의 이중 협공이다.

네오콘 진영은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워싱턴 포스트>의 한 칼럼은 "트럼프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주장은 결과적으로 공허한 위선"이라며, "그 역시 전임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그가 비판하던 전쟁 중독적 외교 노선으로 스스로 돌아간 것에 대한 조롱이었다.

결국 트럼프는 '전통적 워싱턴'의 지지도 얻지 못한 채, 자신의 정치적 기반에서도 균열을 일으켰다. 외부의 인정 없이 내부의 신뢰를 잃는 이중의 협공 속에서, 그의 정체성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다른 미국'을 약속했지만, 가장 전통적인 방식으로 위기를 봉합하려 했고, 그 선택은 결국 그 자신을 고립시켰다. 정체성의 부정은 단순한 전략의 전환이 아니라 권력의 본질을 노출시킨다.

외부의 전쟁은 언제나 내부의 위기를 은폐하려는 수단이었고,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내부를 잃은 지도자는 외부의 전쟁으로도 자신을 구원할 수 없다. 2025년 6월, 미국은 다시 한번 그 진실을 되풀이하고 있다.   < 임상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