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식 ‘유엔’ ?…평화위 돈줄 쥐고 “헌금해, 10억달러씩”

한국 외교부 “시간 가지고 검토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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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8월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환영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도 자신이 주도하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에 참여해달라며 초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20일 미국으로부터 평화위원회 초청을 받고, 참여할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최근에 초청받았고 어떤 국가들이 참여할지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참여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 듯하다”며 “시간을 가지고 검토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가자지구 전쟁 종식을 목표로 하는 ‘평화 구상’ 2단계의 핵심 기구로 평화위원회 창설을 발표했다. 외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 기구의 종신 의장을 맡을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지금까지 한국을 포함해 프랑스, 독일, 오스트레일리아(호주), 캐나다, 유럽연합(EU), 이집트, 튀르키예, 이스라엘, 러시아, 벨라루스 등 60여개국이 초청장 발송국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 전쟁 종식과 관리를 명분으로 내건 ‘평화위원회'가 사실상 유엔을 대체하려는 의도에서 추친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현지시간) 당초 가자지구 재건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 지역을 통치할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알려졌던 평화위원회의의 설립 헌장 초안에 가자 분쟁 해결을 시작으로 다른 지역 분쟁 중재까지 역할을 확대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어, 유엔을 대체하겠다는 의도에서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평화위원회 참여를 사실상 거부하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9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마크롱 대통령이 참여하지 않으면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 박민희 기자 >

 

트럼프 ‘초대장’ 단칼 거절한 마크롱…미국 “그럼 와인 200% 관세”

‘트럼프판 UN’ 논란 평화위 초청에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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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세미용·소비뇽블랑 품종으로 빚은 보르도 화이트와인을 블라인드 테이스팅 하는 모습. 유튜브 채널 Vincent POUSSON 갈무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프랑스산 와인과 샴페인에 20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자신이 이끄는 ‘평화위원회’ 참여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거부한 것에 대한 보복 성격이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19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을 만나 마크롱 대통령이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 초청을 거부한 것을 두고 “그는 곧 대통령직에서 내려올 것이기 때문에 아무도 그를 원하지 않는다”라며 “나는 그의 와인과 샴페인에 200% 관세를 부과할 것이고, 그는 합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아에프페(AFP) 통신에 “우리의 국외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관세 위협은 용납할 수 없고, 효과적이지도 않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한 주류매장에 프랑스산 와인들이 진열되어 있다. AFP 연합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프랑스를 포함한 수십개 나라 지도자에 평화위원회에 참여할 것을 제안하는 초청장을 발송한 바 있다. 이에 마크롱 대통령의 한 측근은 초청에 “긍정적으로 답할 의사가 없다 (…) 가자지구 문제만을 다루는 범위를 넘어서며, 유엔의 원칙과 구조에 대한 존중과 관련해 중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아에프페(AFP)에 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가자지구 평화계획 추진을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의 성격을 확대해 유엔을 대체할 국제기구로 만들려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루스소셜에 마크롱 대통령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공개하기도 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메시지에서 “당신이 그린란드에 대해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며 오는 22일 우크라이나, 덴마크, 시리아, 러시아를 초청해 파리에서 만찬을 열자고 제안했다.                                                                     < 김지훈 기자 >

 

트럼프식 ‘유엔’ 만드나…평화위 돈줄 쥐고 “헌금해, 10억달러씩”

3년 이상 임기 유지 원하는 회원국에 10억달러 요구

 

 
 
14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자지구 재건을 감독할 ‘평화위원회’의 역할을 확대해 유엔을 대체할 국제기구로 만들려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화위 위원직을 유지하길 원하는 국가들에는 10억달러를 요구하며 국제기구마저 돈벌이로 삼는 행태를 보였다.

 

블룸버그 통신은 17일(현지시각) 미국 트럼프 정부가 새로 창설되는 ‘평화위원회’(Board of Peace·평화위) 위원 자리를 유지하길 원하는 국가들에 최소 10억달러(1조5천억원)를 납부하라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평화위 헌장 초안에선 “헌장 발효 첫해 안에 10억달러 이상의 헌금을 납부한 회원국은 3년 임기 제한에서 제외된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연합, 프랑스, 독일, 호주, 캐나다, 아르헨티나, 이집트, 튀르키예, 이스라엘 지도자들에 가입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19일부터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에서 세부적인 평화위 구성을 발표하고 첫 회의가 열릴 것으로 관측된다.

 

평화위 초대 의장직을 맡을 트럼프 대통령은 스스로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의장은 평화위 회원국으로 초청할 국가를 직접 결정할 권한을 갖는다. 의결은 회원국 과반이 찬성해야 하나, 의장은 모든 결정을 승인할 수 있어 의장의 동의 없이는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는다. 회원국들의 임기는 3년이나, 의장이 재승인하면 연임할 수 있다. 의장은 제명권과 후임 의장 지명권도 갖는다.

 

블룸버그와 파이낸셜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대체하거나 경쟁할 새로운 국제기구를 만든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헌장엔 “분쟁 지역에서 안정을 촉진하고, 합법적 통치를 회복하며, 지속 가능한 평화를 보장하기 위한 국제기구”라고 명시한 대목 때문이다. 평화위는 애초 가자지구 종전과 재건을 맡을 기구로 알려졌으나, 구체화하는 단계에서 영역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당국자는 “장차 평화위가 가자지구를 넘어서는 사안을 다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들은 “트럼프가 자금을 직접 관리하는 구조로 되어 있는데, 대부분 참가의향국가들에겐 용납하기 어려운 조건”이라며 “여러 나라가 강력히 반대하며 공동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블룸버그에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유엔 산하 31개 기구와 유엔 소속이 아닌 35개 국제기구에서 탈퇴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유엔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이런 가운데 백악관은 16일 평화위 산하의 ‘가자지구집행위원회’(Gaza Executive Board·가자집행위) 구성을 발표했다. 가자집행위는 팔레스타인 인사로 구성된 ‘가자지구국가행정위원회’(NCAG)를 감독하는 기구다. 니콜라이 믈라데노프 전 유엔 중동 특사가 대표를 맡고,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 하산 라샤드 이집트 정보국장, 림 하시미 아랍에미리트 국무장관 등 11명이 집행위 위원을 맡는다. 마크 로완 미국 자산운용사 아폴로 최고경영자와 아키르 가바이 이스라엘 출신 부동산 사업가 등 경제계 인사들도 포함되어 있다.

 

이례적으로 이스라엘은 이런 미국의 가자집행위의 구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17일 “평화위 산하 가자집행위 구성 발표는 이스라엘과 조율되지 않았고, 이스라엘의 정책에 반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이 사안에 관해 외무장관에게 미 국무장관을 접촉하라고 지시했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이 강력한 동맹인 미국의 정책을 비판하는 일은 드물다.

 

이스라엘이 반대하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 않은 가운데 이스라엘과 대립하는 튀르키예와 카타르 정부 인사들이 참여한 것에 이스라엘 정계의 반발이 나오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보도했다. 가자집행위엔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카타르 고위 외교관인 알리 타와디가 포함되어 있다. 야당의 나프탈리 베넷 전 이스라엘 총리는 “카타르와 튀르키예를 가자지구에 데리고 들어오는 것은 2023년 침입을 저지른 하마스에 대한 상이고, 이스라엘 안보엔 위협”이라며 “혼돈의 네타냐후 정부는 이스라엘의 주권을 포기했다”라고 말했다. 

                                                                                                    < 김지훈 기자 >

 

‘미국을 막아야 하는’ 유럽…국제질서 기둥이 흔들린다

대서양 동맹의 와해 상
그린란드 분쟁으로 역사적인 대서양 양안동맹 붕괴 직전
‘미국을 막고, 러시아와 타협하고, 독일을 부상시키는’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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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국방부가 그린란드에서 덴마크 군인들이 사격 훈련을 하는 모습을 18일 공개했다. AFP 연합
 

“소련을 막고, 미국을 끌어들이고, 독일을 억제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초대 사무총장인 영국 출신 헤이스팅스 이즈메이가 한 이 말은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의 주축이던 미국과 유럽의 대서양 양안 동맹, 즉 서방 동맹을 가장 적확하게 표현한 말이다. 전후 국제질서는 미국이 주축인 서방 세력이 소련으로 상징되는 반서방 세력을 제압하는 과정이었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본격화된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에도 나토로 상징되는 서방 동맹은 다양한 국제 사안을 주도하던 국제질서의 기둥이었다.

 

하지만 서방 동맹의 한 주축이던 유럽은 이제 “미국을 막고, 러시아 및 중국과 타협하고, 독일을 부상시킨다”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직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 자치령 그린란드를 획득하겠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해 “미국이 다른 나토 회원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춘다”며 “그것은 나토 자체, 그리고 2차 세계대전 이후 제공돼온 안보까지 포함된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만 한다”며, 트럼프의 주장이 단순히 위협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의 상황은 프레데릭센 총리가 경고한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제이디(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8일 그린란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고 위협하고, 트럼프 대통령은 군사력 사용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14일 미국 백악관에서 미국과 덴마크·그린란드 사이 고위급 회담이 소득 없이 끝나자, 유럽의 8개 나토 회원국은 같은 날 그린란드에서 ‘북극의 인내’ 군사 훈련 실시를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이 군사 훈련에 참가한 유럽 8개국에 “2월1일부터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 부과, 6월부터는 25%로 인상”한다고 위협했다. 다음날인 18일 유럽연합 집행위가 930억유로 규모의 대미 보복관세를 검토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보복관세가 현실화되지는 않더라도, 서로에 대한 불신은 이미 임계점을 지났다고 유럽은 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부터 유럽의 효용성을 일찌감치 부정했다.

 

영국 대외정책 연구소인 채텀하우스의 브론웬 매덕스 소장은 지난 13일 “미국의 동맹국들이 이제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상황, 즉 무역과 안보 양 측면에서 미국에 맞서 스스로를 방어해야 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며 “이것을 서방 동맹의 종말이라고 부르는 것은 결코 과장된 표현이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 내부 갈등에 표정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대변인은 19일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의 그린란드 병합 시도가 “좋은지 나쁜지, 혹은 국제법에 부합하는지 아닌지와 분리해서 생각해볼 수 있겠다”며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해결하면(그린란드를 차지하면) 트럼프는 역사에 길이 남게 될 거라는 국제 전문가들이 있다”고 말했다.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음을 에둘러 조롱한 것이다.

20일 중국 관영 언론 글로벌타임스는 ‘유럽의 가장 큰 문제는 친구와 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무능력’이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유럽이 미국에 제대로 맞서지 않고 “쉽게 휘둘리는 처지”가 됐다고 지적했다.                                                    < 정의길 천호성 기자 >

 

시위 참가했다 체포·학대 경험…"이란에 있는 가족들 연락안돼 걱정"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으로 담뱃불 붙이는 이란 여성 [인스타그램 캡처]

 

이란 반정부 시위의 상징으로 떠오른 이른바 '담배 소녀' 영상 속 주인공은 캐나다로 망명한 20대 반체제 인사로 알려졌다.

 

영상 속 단발머리 여성은 길거리에서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다. 이를 이용해 담배에 불을 붙여 한 모금 빨아들이고, 남은 사진 조각은 그대로 길바닥에 떨어뜨린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빠르게 퍼진 이 영상은 연출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긴 했지만, 이란 반정부 시위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떠올랐다.

 

15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영상 속 여성은 안전을 이유로 본명은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다만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서 자신을 '급진적 페미니스트'라 부르며, 영화 '아담스 패밀리' 속 주인공 '모티시아 아담스'라는 예명을 쓴다.

 

그는 미국 비영리매체 '디 오브젝티브'(The Objective)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예명을 쓰는 것은 순전히 '으스스한 것들'에 대한 관심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란에서 반체제 인사로 활동하다 당국에 체포돼 학대당한 경험이 있다. 이후 튀르키예로 몸을 피한 뒤 캐나다 학생 비자를 받았고, 현재는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 토론토에 머물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반 이란정권 시위 도중 한 참가자가 담배를 피우며 이란 최고지도자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AFP 연합]
 

그는 인도 CNN-뉴스18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마음과 영혼은 언제나 친구들과 함께라는 것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처음 당국에 체포된 건 2019년 미국의 제재에 따른 경제난으로 불거진 '피의 11월' 시위에서였다.

 

당시 17살이었던 그는 보안군에 체포돼 가족들에게 행방도 알리지 못한 채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냈다고 한다. 결국 가족들이 보석금을 낸 뒤에야 석방됐고, 이때부터 당국의 감시 대상이 됐다.

 

지난 2022년 '히잡 시위' 때는 히잡 의무 착용에 반대하는 유튜브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가 발신번호 표시제한이 뜨는 전화가 걸려 오고 협박을 받기 시작했다.

 

2024년에는 에브라힘 라이시 당시 이란 대통령이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하자 이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다 자택에서 체포됐다.

 

그리고 당국 심문 과정에서 심한 모욕과 신체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역시 거액의 보석금을 내고 풀려난 그는 튀르키예행을 택했고, 결국 캐나다까지 오게 됐다.

이란 시위는 계속되고 있고, 자신은 단번에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인사가 됐지만 고국에 있는 가족 걱정은 여전하다.

 

그는 "가족들은 모두 아직 이란에 있고, 며칠 동안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며 "이슬람 정권이 그들을 공격할까 봐 정말 걱정된다"고 말했다.                  < 김연숙 기자 >

 


영국 런던에서 열린 시위 중 한 남성이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사진에 붙은 불을 이용해 담뱃불을 붙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가 자신이 받은 노벨평화상 메달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헌납'하자 이 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에서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지난해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마차도는 15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비공개 면담에서 평소 이 상을 노골적으로 원했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자신의 노벨 평화상 메달을 전달했다.

노벨평화상을 주관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의 경고에도 받은 지 1개월 정도밖에 안 된 메달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넘기자, 노르웨이 주요 인사들은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오슬로 대학 정치학과의 얀네 알랑 마틀라리 교수는 현지 공영방송 NRK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놀라움을 표시하며 "상에 대한 존중이 완전히 결여된 한심하고, 의미 없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벨상을 그런 식으로 줘버릴 수는 없다"며 "마차도는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이라도 되는 것처럼 그것을 넘김으로 (노벨)위원회는 물론 노벨상의 상징성에 대한 무례를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노벨상 시상식이 열리는 노르웨이 오슬로시의 시장을 지낸 레이몬 요한센도 페이스북에 "이런 행동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당혹스러운 일이자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중요한 상의 권위를 손상하는 짓"이라고 개탄했다.

또 "노벨평화상 수여를 둘러싼 정치적인 논란이 너무 커져서 이제 노벨평화상 반대 운동이 일어난다 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덧붙였다.

평화상을 시상하는 노벨위원회도 이날 성명을 내 "노벨상과 수상자는 분리할 수 없다"며 "나중에 메달이나 증서가 다른 사람 소유가 되더라도 누가 노벨평화상 수상자인지는 바뀌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노벨 재단 규정상 수상자가 메달, 증서 또는 상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제한이 없다고 위원회는 덧붙였다.

즉 수상자에게는 노벨상 관련 물품들을 보관, 양도, 판매, 기부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수년간 여러 수상자가 메달을 판매하거나 기증해왔다.

마차도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을 체포해 축출한 데 대한 감사의 표시로 트럼프 대통령과 노벨평화상을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노벨상 메달을 선물로 받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잇따랐다.

트리그베 슬락스볼 베둠 노르웨이 전 재무장관은 NRK에 "트럼프 대통령이 이 메달을 수락한 것은 그의 인격을 잘 보여준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상과 업적으로 자신을 돋보이게 하려는 전형적인 허풍쟁이"라고 꼬집었다.

노르웨이 녹색당의 아릴 에름스타드 대표도 "트럼프는 마피아 두목처럼 행세하고 있다"며 "절박한 상황에 놓인 수상자에게 평화상을 갈취하고 있다"고 직격했다.

이번 논란을 둘러싸고 차기 베네수엘라 차기 대통령을 꿈꾸는 마차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한 차원에서 노벨상 메달을 건넸다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메달을 받은 뒤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마리아가 자신이 한 일에 대한 노벨평화상을 나에게 줬다. 상호 존중의 훌륭한 제스처"라고 치켜세우는 데 그쳤을 뿐 마차도가 원하던 정치적 지지 표명은 하지 않았다.

CNN은 회담을 마친 마차도가 손에 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기념품 가방 하나뿐이었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정부가 정권 교체가 아닌 마두로 정권의 2인자였던 델시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 체제를 일단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기운다.                                  < 현윤경 김아람 기자 > 

                    

미 과학자 200여명 트럼프 겨냥 성명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것”

그린란드는 해수면 높이는 ‘폭주 기관차’

공동연구해야 하는데 미 정부는 ‘영토 협박’

 

지난 14일(현지시간) 눈이 쌓인 그린란드 수도 누크의 한 거리를 시민들이 지나고 있다. 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를 차지하겠다는 의사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미국 과학계가 직격탄을 날렸다. 매입 시도를 당장 그만두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미국 과학계가 학술 사안도 아닌 대외정책에 선명한 반대를 천명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그린란드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의 근원지이기 때문이다. 그린란드 자치 정부와 신뢰 관계를 구축해 기후변화 연구 교류를 강화해도 모자란 마당에 땅을 안 내놓으면 군대를 동원할 수도 있다는 협박이 웬 말이냐는 시각이다.

 

“그린란드가 세계 연안도시에 영향”

 

미국 내 지구과학자 200여명은 이달 공개한 ‘그린란드와의 연대를 표하는 미국 과학자들의 성명’이라는 입장문을 통해 “그린란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적 입장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성명에는 기후변화와 빙하 분석에서 세계적인 권위자로 꼽히는 에릭 리뇨 미국 캘리포니아대 어바인캠퍼스 교수와 소피 노위키 버팔로대 교수 등이 이름을 올렸다.

 

과학자들은 “그린란드는 지정학적·지구물리학적으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며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그린란드는 전 세계 연안 도시와 공동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들은 평소 정치·외교적 사안에 집단적인 목소리를 내는 일을 자제한다. 그런데도 왜 이런 성명을 냈을까. 현재 그린란드 상황을 고려할 때,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군사 요충지 확보나 희토류 채굴장 설치 같은 얘기를 꺼낼 때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초당 수영장 3개 물 ‘콸콸’

 

과학계는 그린란드의 무엇에 집중하는 것일까. 기후변화 때문에 생긴 ‘빙하 녹은 물’이다. 그린란드에서는 1초마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3개 부피의 물이 바다로 쏟아진다.

 

빙하 녹은 물은 해수면을 높인다. 최근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를 보면 지구 해수면 상승의 25%는 그린란드 빙하가 녹은 물 때문에 유발되고 있다. 남극 빙하(13%)의 약 2배에 이른다. 게다가 2010년대 그린란드 빙하가 녹는 속도는 1990년대보다 7배나 빨라졌다. 그린란드는 해수면을 높이는 ‘폭주 기관차’가 된 셈이다.

 

IPCC 보고서는 그린란드 빙하가 녹은 물로 인해 2000~2100년 전세계 해수면이 최고 27㎝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이렇게 되면 심각한 상황이 펼쳐진다. 기본적인 바다 수위가 지금보다 크게 올라가기 때문에 만조 때 해안 도시 내 도로와 주택가에 짠물이 밀려 들어오는 일이 일상이 될 수 있다. 이러면 하수가 역류하고, 가스관과 통신 케이블 등이 부식된다.

 

지금도 미국 남동부 도시에서는 1년에 약 10일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앞으로 해수면이 더 높아지면 바닷물이 도심에 들어오는 일이 더 잦아진다. 기반시설이 파괴되면서 도시 기능이 망가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태도는 ‘요지부동’

 

과학자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그린란드 연구자들의 지침을 따르고 그린란드 국가 연구 전략을 존중함으로써 책임 있는 협력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린란드는 외국 과학자들이 자신의 땅에서 연구하도록 관대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강조했다.

 

미국 과학계가 이런 입장을 내놓은 핵심 이유는 그린란드와 긴밀히 협력해 기후변화 양상을 더 열심히 연구·분석해야 할 이 순간에 ‘병합 시도’로 그린란드와의 교류가 끊겨버릴 공산이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해안에 사는 미국인들의 집이 바닷물에 잠기면 그린란드를 군사적·경제적으로 차지하더라도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성토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지난 9일(현지시간) “우리는 러시아나 중국이 그린란드를 차지하게 두지 않겠다”며 “우리가 차지하지 않으면 그들이 차지할 것”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열렸던 미국과 덴마크, 그린란드의 3자 회담도 별다른 소득 없이 끝났다. 그린란드 병합에 대한 의지가 요지부동이라는 뜻이다.

 

과학자들은 이번 성명에서 “그린란드는 그 누구도 사거나 차지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님을 재확인한다”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 사람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돈으로 사지 못하면 군사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비치는 최근 미국의 태도를 볼 때 그린란드의 운명은 당분간 안갯속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 이정호 기자 >

 

트럼프, 그린란드 파병 8개국에 “10% 관세”…유럽 “무역협정 중단”

 

 
 
17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누크에서 시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양도 요구에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그린란드가 스스로 미래를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누크/로이터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각) 미국의 그린란드 매입 요구에 맞서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내달 1일부터 10%, 오는 6월 1일부터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연합(EU)은 미국과의 무역협정 비준 절차를 전면 중단하고, 보복 조치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밝히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핀란드 등 8개국을 지목하며 관세 부과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그는 “이들 국가는 (그린란드에 군대를 보내는) 매우 위험한 게임을 벌이며 감당할 수 없고 지속 불가능한 수준의 위험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 지구적 평화와 안보를 위해 강력한 조치가 필수적”이라며 “2026년 2월 1일부터 언급된 모든 국가가 미국으로 수출하는 모든 상품에 10%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린란드의 ‘완전하고 총체적인 매입(Complete and Total purchase)’에 관한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이 관세는 유지될 것이며, 6월 1일에는 25%로 인상된다”고 못 박았다. 미국은 지난해 영국, 유럽연합(EU)과 각각 체결한 무역협정을 통해 영국 수입품에는 10%, 유럽연합산에는 15%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새로 발표한 관세는 여기에 추가되는 관세일 것으로 추정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의 명분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그린란드를 원하고 있지만, 덴마크는 이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미국의 개입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린란드가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망인 ‘골든돔’ 구축에 필수적이라며 “매우 정교하면서도 복잡한 (골든돔) 시스템은 각도, 경계, 경계선 등의 요소 때문에 이 땅이 포함될 때 최대 성능과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도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덴마크는 경제 규모도, 군사력도 작은 나라”라며 “그들은 그린란드를 방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덴마크 요청으로 프랑스·독일·스웨덴 등 유럽 국가들은 소규모 병력을 그린란드에 파견해 합동 방어·정찰 훈련을 진행했다. 공식 명분은 주요 시설 방어와 북극 안보 협력이지만, 워싱턴에서는 이를 미국을 향한 정치적 신호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17일(현지시각) 그린란드 누크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매입 계획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이날 시위에는 누크 전체 인구의 약 3분의 1에 달하는 인파가 집결했다. 누크/AFP 연합
 

유럽 각국은 즉각 반발했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명을 통해 “집단 안보를 추구한다는 이유로 동맹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일”이라고 비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어떤 위협이나 협박도 우리에게 영향을 줄 수 없다”며 “관세 위협은 용납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우리는 협박당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당사국인 덴마크의 라스 뢰케 라스무센 외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는 놀랍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불과 며칠 전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건설적인 회담을 가졌다며 병력 파견은 “북극 안보 강화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린란드의 수도 누크에서는 이날 트럼프의 매입 시도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유럽의회 내 최대 파벌인 유럽국민당(EPP)의 만프레드 베버 대표는 “트럼프의 위협이 지속하는 한 미국과의 무역협정 승인은 불가능하다”며 협정 비준 절차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사회당그룹(S&D) 등 다른 주요 정파들도 이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이 협정은 지난해 여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타결한 것으로 유럽연합산 제품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유럽연합은 미국산 공산품 및 일부 농산물에 무관세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연합 대사들은 18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국 내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공화당 톰 틸리스(노스캐롤라이나), 리사 머코스키(알래스카) 상원의원 등은 성명을 내고 “소규모 병력을 훈련 목적으로 보낸 동맹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미국과 미국 기업, 그리고 동맹 모두에게 나쁜 일”이라며 “이는 나토의 분열을 원하는 푸틴과 시진핑에게만 좋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관세 부과의 법적 근거가 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의 대통령 권한 범위에 대해 미 연방대법원의 판결이 임박해 있어, 사법부의 판단이 이번 사태의 또 다른 변수가 될 전망이다.                                                                                         < 김원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