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으로만 참석하고 현장엔 외무장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노보-오가료보 관저에서 정부 구성원들과 화상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AP 연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 영장 집행 우려 때문에 올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러시아 정부가 밝혔다.

 

25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내달 6~7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브릭스 정상회의에 화상으로만 참석한다고 이날 밝혔다. 브라질 정상회의 현장에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러시아를 대표해 참석할 계획이다. 유리 우샤코프 보좌관은 “국제형사재판소 요건과 관련해 몇 가지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며, “브라질 정부가 푸틴 대통령을 회의에 참석하도록 하는 것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취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브릭스는 2009년 출범한 신흥 개발도상국 경제 협력체로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등이 속해있다. 2023년 8월 사우디아라비아·이란·아랍에미리트(UAE)·이집트·에티오피아·인도네시아도 브릭스에 합류가 승인됐다. 올해 1월 브라질이 브릭스의 순환 의장국이 됐다. 올해 브릭스는 쿠바·볼리비아·카자흐스탄 등 약 9개국의 신규 회원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국제형사재판소(ICC)는 2023년 3월 푸틴 대통령을 우크라이나에서 수백명의 아동을 납치하는 등 전쟁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러시아는 전쟁 범죄 혐의를 부인하고 있으며, 영장이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다. 124개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들은 푸틴 대통령이 자국에 입국하면 체포 영장 집행에 협조해야 한다. 국제형사재판소의 영장 발부를 계기로 푸틴 대통령은 해외 이동에 제약이 생긴 상태다. 2023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의에도 푸틴 대통령은 화상으로만 참석했다.

 

다만, 이 재판소는 독자적 체포 수단이 없어 회원국의 협조 없인 영장 집행이 어렵고 제재 수단도 마땅치 않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인 몽골에 방문했지만, 몽골 정부는 체포 영장을 집행하는 대신 푸틴 대통령을 환대했다.

 

한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이번 브라질 브릭스 정상회담에 불참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시 주석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하지 않는다고 이 사안을 잘 아는 여러 소식통들을 통해 보도했다. 중국이 브릭스 정상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것은 처음으로,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가 대표단을 이끌고 대신 참석할 계획이다.       < 김미향 기자 >

 

푸틴 ‘체포 영장’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궁금한 3가지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권리 위원과 만나고 있다. 로이터 연합
 

국제형사재판소(ICC)가 17일(현지시각)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아동권리 담당 고위 관료에 대한 체포 영장을 발부했다. 전쟁 과정에서 우크라이나 어린이를 불법적으로 이송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성명을 내어 17일 재판부가 푸틴 대통령, 마리야 리보바-벨로바 러시아 대통령실 아동권리위원회 위원 등 두 사람에 대해 영장을 발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뒤 재판소가 러시아 대통령을 피의자로 특정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칸 검사장은 한 달께 전인 지난달 22일 국제형사재판소 전심재판부에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관련해 체포 영장 발부를 청구했다.

 

1. 왜 체포영장 발부했나

국제형사재판소 전심재판부는 두 사람이 러시아 점령 아래 있는 우크라이나 지역에서 우크라이나 아동을 불법적으로 이송하도록 한 데에 형사적 책임이 있다고 믿을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가 최소 아이들 수백명을 고아원이나 보육원에서 데려가 러시아에서 입양되도록 했다는 것이다. ‘친서방 나치 정권의 핍박을 받는 친러 주민을 구원한다’는 식의 전쟁 명분을 선전하고 러시아 정체성을 가진 시민들을 육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루한스크·도네츠크) 지역 아동 2000명 이상을 러시아로 이동시킨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19일 현재 우크라이나는 전쟁이 시작된 뒤로 우크라이나 어린이 1만6000명 이상이 불법적으로 추방된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심재판부는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아동이 러시아 가정에 더 쉽게 입양될 수 있도록 법령을 고쳤다고 지적하고 있다. 러시아의 이러한 행위가 국제형사재판소 로마 규정 8조 2항에 명시된 전쟁범죄, 곧 “불법적 추방이나 이송 또는 불법적인 감금”, “인질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카림 칸 검사장은 향후 증거가 확보되는대로 체포 영장을 추가로 발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푸틴 대통령 등 두 사람 외에 다른 러시아 관계자에게 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있다. 

 

2. 푸틴 체포 가능할까?

 

국제형사재판소가 발부한 체포 영장은 러시아의 전쟁범죄와 관련한 중요한 조치이지만, 실제로 푸틴 대통령이 현직에 있는 동안 체포돼 심판대에 오를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국제형사재판소는 집단살해(제노사이드), 전쟁범죄, 반인도적 범죄와 관련된 경우 국가원수에 대한 면책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현직 국가원수를 기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제형사재판소 스스로 현직 국가원수를 체포할 수는 없고, ‘국제형사재판소에 관한 로마규정’에 가입한 회원국이 체포해 인도해야 한다.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체포될 수 있는 국가에 갈 가능성은 현재로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실 대변인은 러시아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권 밖에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며 “이런 종류의 어떤 결정도 법의 관점에서 무효하고 효력이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칸 검사장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이에 반박하며 “로마 법령 제27조는 개인의 공식적 지위가 국제형사재판소 관할권과 무관하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라면서 “국제형사재판소의 독립적 재판관들도 영장 발부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국제형사재판소가 피고인이 참석하지 않은 궐석 재판을 진행하지 않기 때문에 재판 개시 시점도 불투명하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칸 검사장은 여전히 피고인 없어도 재판 전에 재판관들이 혐의에 대한 증거를 평가하는 심리는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3. 체포영장 의미는?

 

체포영장은 국제사회가 푸틴 대통령에게 전쟁과 관련한 책임을 묻고 서방에서 푸틴 대통령의 외교적 고립을 심화, 해외 이동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다. 푸틴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 당사국으로 여행을 할 경우 해당 국가는 국제법상 의무에 따라 그를 체포해 재판소에 넘겨야 하기 때문에 이번에 체포 영장을 받은 푸틴 대통령, 리보바-벨로바 아동권리 담당 위원이 해외 이동이 자유롭지 않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회원국은 영국, 독일, 프랑스, 한국, 일본 등 123개국이다. 러시아는 2016년 국제형사재판소 회원국에서 탈퇴했고, 미국, 중국은 가입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국제형사재판소가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가원수급 인사인 오마르 알 바시르 전 수단 대통령, 리비아 독재자 무아마르 카다피 등과 같은 대열에 오르는 오명을 받게 됐다. 무엇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수장이 국제형사재판소한테서 체포영장을 받은 것은 처음이다.

 

특히 푸틴 대통령에게 체포 영장을 청구한 칸 국제형사재판소 검사장은 그를 △2차 대전 뒤 뉘른베르크에서 재판을 받고 처벌된 나치 전범 △1990년대 발칸 전역에서 전쟁, 학살 등을 자행해 국제유고전범재판소(ICTY)에 투옥됐다 사망한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전 유고슬라비아 대통령 △시에라리온 내전에서 살인, 성폭행, 소년병 이용 등을 도운 혐의로 시에라리온 특별 법정에서 50년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전 라이베리아 독재자 찰스 테일러 등에 비유했다.   <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

 

 

50분 회담…“매우 친절” “실질적”
두 달 전엔 트럼프가 젤렌스키 면박

 
 
25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이 회담하고 있다. 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5일 폐막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서 50여분 동안 정상회담을 했다. 두 달 만에 만난 두 정상의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추가 지원을 고려한다고 밝혔다.

 

25일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추가로 보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패트리엇 미사일에 대해 “매우 구하기 어렵다”며 “일부라도 구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군사 지원을 제공할 가능성을 열어뒀다. 올해 미국이 우크라이나 국방에 더 많은 자금을 지원할 것인지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은 “돈이 들어가는 한,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지켜볼 것”이라고 답했다.

 

미국산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은 러시아의 탄도 미사일을 격추하는 데 중요한 시스템이다.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의 공격 수위가 높아지면서 우크라이나는 이를 확보하는 것이 간절한 상황이다. 다만, 미국이 이미 이스라엘에 일부를 제공했기 때문에 공급이 제한적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한편,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에 다소 강경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블라디미르 푸틴은 정말로 전쟁을 끝내야 한다”며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으며 오랜 기간 전에 없던 모습”이라고 러시아를 압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 뒤 소셜 미디어 ‘엑스’(X)에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무엇보다도 우리 도시와 국민,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미국 방공 시스템 구매를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는 이 장비를 구매하고 미국 무기 제조업체를 지원할 준비가 돼있다”며 “우리는 드론 공동 생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동에서 작전이 성공한 것에 대해 축하를 전했다.

 

이번 두 정상의 만남에선 서로 예의를 차리며 막말이 오가지 않았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군복 차림이 아닌 검정 정장 스타일의 재킷을 입고 회담에 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이 “매우 친절했다(very nice)”고 말했으며, 젤렌스키 대통령도 이날 회담을 두고 “길고 실질적”이었다고 평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트럼프가 젤렌스키와 푸틴을 대하는 톤을 바꿨다”고 했다.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두 정상 간 회담이 성사될지는 회담 직전까지 불확실했다. 앞서, 지난 2월 트럼프 대통령은 광물 협정 서명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면박을 주며 정상회담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두 정상은 4월 로마에서 열린 프란치스코 교황 장례식에서 다시 회담했지만, 15분간 짧은 대화로 마무리했다.

 

지난 16일 캐나다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일찍 귀국하며 회담이 불발됐다. 이날 뉴욕타임즈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은 때때로 긴장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로는 실질적 만남을 갖기도 하는 등 복잡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했다.       < 김미향 기자 >

무상 보육·임대료 동결 등 생활 진보 공약, 거물 쿠오모에 경선 낙승

 
 
미국 민주당의 뉴욕 시장 후보 경선에서 사실상 승리한 조흐란 맘다니 뉴욕 주하원의원이 25일 지지자들의 개표 방송 시청 모임에 나와서 승리를 자축하는 연설을 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시장 후보를 선출하는 민주당 경선에서 33살 신예 진보 정치인 조흐란 맘다니가 거물 정치인 앤드루 쿠오모 전 뉴욕 지사를 꺾었다. 뉴욕은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어서 맘다니는 사실상 뉴욕 시장을 예약했다.

 

24일 밤 기준 95%가 개표된 민주당 뉴욕 시장 후보 경선에서 맘다니는 43.5%의 득표율로 선두를 지켰고, 쿠오모는 36.4%를 얻었다.

 

쿠오모는 “오늘 밤은 맘다니의 밤”이라며 맘다니의 승리를 축하했다. 맘다니는 “모든 뉴욕 시민들이 누릴 수 있는 도시에 대한 비전으로 우리가 오늘 승리했다”고 승리를 선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거부하고 “우리 도시를 민주당의 모델로서 운영하겠다”고 다짐했다.

 

2020년 뉴욕시에서 당선된 2선의 뉴욕 주하원의원인 맘다니는 우간다에서 태어난 인도계 무슬림으로 어린 시절에 미국으로 이민했다. 그는 무료버스, 임대료 동결, 무상 보육 등 생활 밀착형인 진보적 공약을 내걸어 뉴욕의 진보층, 젊은 세대, 이민자, 소수자의 지지를 이끌어 이번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맘다니는 소셜미디어에 기반을 둔 지지자들의 열정적인 참여로 지지세를 키웠다.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하원의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 진보적인 연방 의원들의 참여와 지지도 그의 승리에 기여했다.

 

미국의 최대 사회주의자 단체인 미국민주사회주의자 소속인 맘다니는 자신을 사회주의자로 규정하고 있다. 그가 당선되면 최초의 무슬림, 사회주의자, 밀레니엄 세대 뉴욕 시장이 된다.

쿠오모는 높은 지명도에다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민주당 내 중도 진영의 전폭적인 지지와 2500만 달러에 이르는 후원금을 등에 업었지만, 맘다니의 돌풍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맘다니는 젊은 세대를 움직이는 똑똑하고 강한 캠페인을 했다”며 패배를 수용하고 전화로 축하를 전했다고 밝혔다.

 

맘다니는 오는 11월 실시되는 뉴욕 시장 선거에서 에릭 애덤스 현 시장과 대결할 것으로 보인다. 애덤스 시장은 민주당 소속으로 시장에 당선했지만, 무소속으로 재선에 도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뇌물 수수와 불법 선거자금 모금 등의 혐의로 기소됐지만, 트럼프 행정부 들어 기소가 취소됐다. 그 이후 그는 이민자 추방 등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에 동조해, 민주당 내에서 사실상 파문됐다.              < 정의길 기자 > 

이스라엘,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 계획을 대폭 축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나토 정상회담이 열리는 네덜란드로 출발하기 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다. UPI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까스로 합의한 이스라엘-이란 간 휴전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는 나토 정상회의를 가는 비행기 안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해 ‘공격을 멈추라’며 고성을 질렀다고 전해졌다. 이 압박에 따라 이스라엘은 이란에 대한 보복 공습 계획을 대폭 축소했다고 한다.

 

24일 액시오스는 이스라엘 및 미국 당국자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 뒤 네타냐후 총리가 공격 규모를 크게 줄이기로 했다”고 전했다. 예루살렘 포스트도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영공에 진입해 20개 목표물 타격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 간 긴급 통화가 이뤄졌고, 트럼프 대통령은 격한 어조로 작전 중단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나토(NATO) 정상회의를 앞두고 파레이스 하위스 텐 보슈궁에서 열린 공식 만찬에 도착하고 있다. 헤이그/AP 연합
 

위기는 미국 주도로 이스라엘-이란간 휴전이 발효된 지 불과 몇 시간 만에 벌어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날 오전 7시 6분과 10시 25분(현지시각) 이란이 이스라엘을 향해 미사일 3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요격되거나 인명·시설 피해 없이 개방 지역에 떨어졌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즉각 보복 공습을 명령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사우스 론에서 마린원 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휴전 발효 1시간 만에 폭탄을 떨어뜨리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란이 쏜 로켓 하나 때문에 아침에 공습한 것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이 두 나라는 너무 오래, 너무 심하게 싸워서 이제는 자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전투기 철수를 요구하는 글을 대문자로 게시하기도 했다.

 

익명의 이스라엘 고위 관계자는 액시오스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화를 걸어 공격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완전한 철회는 어렵다. 제한적 대응은 필요하다고 설명했고, 협의 끝에 레이더 기지 1곳만 타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백악관 관계자도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 단호하고 직접적인 방식으로 우려를 전달했다”며 “네타냐후 총리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다”고 밝혔다.

 

예루살렘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목소리를 높이며 ‘공격을 멈추라’고 요구했고, 네타냐후 총리는 거의 말을 잇지 못한 채 ‘미국에 감사하다’는 입장만 반복했다”며 “트럼프와 네타냐후 간 대화는 매우 험악했다. 트럼프는 이번 휴전 중재를 외교 성과로 간주했고, 누구도 이를 훼손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통화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비행기는 되돌아올 것이다. 휴전은 유효하다”고 올렸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스라엘이 전쟁의 주요 목표를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았고, 휴전의 안정을 위한 신뢰를 공유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카타르를 통해 이란에도 “장난은 끝났고, 추가 공격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이스라엘-이란 둘 다 휴전협상 위반…휴전은 발효 중”

이스라엘 총리실 “추가 공격 중단”

 
 

이스라엘과 이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휴전 시점 이후에도 상대가 미사일을 쏴서 휴전을 위반했다며 공방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다 휴전 협상을 위반했다”고 비난하며 휴전 준수를 촉구했다. 초기 충돌에도 불구하고 휴전은 발효 중인 상황이나, 다만 양쪽 간 실제 분쟁이 완전히 중단되기까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에이피·로이터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24일 이스라엘 카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휴전 협정이 발효된 지 3시간도 채 되지 않아 내놓은 성명에서 이란이 휴전 발효 이후 미사일을 발사해 휴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오전 이스라엘 북부에서는 폭발음과 공습 경보가 울렸으며,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이란 미사일 2발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이란군은 공격 사실을 부인했다. 도리어 이스라엘이 공격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이란 언론은 이날 테헤란에서 두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양쪽 모두 상대방의 공격이 휴전 시작 시점 이후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양쪽 간 충돌이 이어지는 데 대해 거친 표현까지 섞어가며 큰 실망감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백악관을 떠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이란도 그렇지만, 오늘 아침 이스라엘이 행동한 건 정말 불만족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합의하자마자 이스라엘이 즉시 폭격을 퍼부은 것이 맘에 들지 않는다. 듣자 하니 이스라엘이 어디에도 떨어지지 않은 로켓 1발에 위협을 느껴 다시 출격했다고 한다”며 “두 나라는 너무 오래 치열하게 싸워 이젠 뭘 하는지도 모르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에이피 통신은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으로 향하는 에어포스원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해 휴전 준수를 촉구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이스라엘은 이란을 공격하지 않는다. 모든 전투기는 방향을 돌리고, 이란을 향해 우호적인 손인사를 할 것이다. 휴전은 발효 중이다”라고 트루스소셜에 썼다. 이스라엘 총리실도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를 확인하며 이스라엘이 추가 공격을 중단했다고 밝혔다.  < 정유경 기자 > 

 

카타르, 트럼프 전화 받고 이란에 ‘휴전 설득’…중동의 중재자로

 
 
3D 프린트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모형이 이란 지도를 바라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격화하던 중동 분쟁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배경엔 카타르의 중재가 있었다. 카타르가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을 이끈 데 이어 중동의 ‘외교 허브’로서 역할을 재확인했다.

 

23일(현지시각) 로이터 통신은 익명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카타르 총리 셰이크 모하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가 이날 이란과의 통화에서 휴전에 대한 동의를 이끌어냈다고 전했다. 이 통화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타르 국왕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에게 전화를 걸어, ‘이스라엘이 휴전에 동의했으며 이란도 휴전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달라’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부 조율은 제이디 밴스 미국 부통령이 카타르 총리실과 했다고 엔비시 방송이 전했다.

 

이날 이란이 미국의 핵시설 공습에 대한 보복 지점으로 택한 곳도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기지였다. 미국은 카타르 외에도 이라크, 시리아, 요르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오만, 이집트 등에 4만명 이상의 미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이란은 사정거리 약 2000km의 중거리 미사일로 이 중 상당 지역을 공격할 수 있지만, 추가 확전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대화 가능한’ 상대인 카타르를 타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겨레 디자인부

 

이란은 이날 공격 전에도 미국·카타르에 공격을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사전 통보 덕분에 인명 피해는 전혀 없었고, 아무도 다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란 최고국가안보회의 역시 이날 성명에서 미사일 공격이 카타르의 주거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대상으로 했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작전은 우리의 우호적인 형제 국가인 카타르와 그 국민에는 어떤 위협도 가하지 않는다”며 “이란은 카타르와 온화한 역사적 관계를 유지·지속하는 데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카타르가 미국-이란 사이의 중재자로 떠오른 건 양쪽 모두와 등지지 않는 실용적인 외교 노선의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카타르는 지난 2022년 미국의 비 나토 동맹국으로 지정되는 등 미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수니파 국가이면서 시아파인 이란과도 외교 관계를 끊지 않았다. 2017년 사우디아라비아 주도로 중동 수니파 국가들이 카타르를 봉쇄했을 땐 이란이 항공로 등을 통해 식량을 지원했다. 2020년 미국과 탈레반 간 휴전을 중재한 것도 카타르다. 카타르는 이번 분쟁에 앞서 지난 1월과 지난달엔 이스라엘-하마스의 휴전 협상도 중재한 바 있다.  < 천호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