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가 1/10 연구비로 만든 ‘R1’, 일부 성능 테스트서 오픈AI의 ‘o1’ 제쳐

벤치마크 테스트에서 오픈에이아이(AI)의 추론형 인공지능 ‘오원’(o1)의 성능을 앞서 화제가 된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딥시크 누리집 갈무리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빅테크 연구비의 10%를 들여 개발한 ‘인공지능’이 실리콘밸리를 위협하고 있다. 딥시크와 마찬가지로 오픈소스형 인공지능을 만드는 메타(옛 페이스북)의 연구팀이 ‘패닉’(공황)에 빠졌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메타는 올해 650억달러(약 93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5일 미국 시엔비시(CNBC) 등 외신을 보면, 2023년 설립한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지난 20일(현지시각) 공개한 추론형 인공지능 ‘알원’(R1)은 일부 성능 테스트에서 오픈에이아이(AI)가 지난해 9월 출시한 ‘오원’(o1)을 앞섰다. 딥시크의 기술보고서를 보면, 알원은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2024) 문제를 푸는 테스트에서 79.8%의 정확도를 기록해 오원(79.2%)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였다.

 

앞서 지난달 공개된 이 회사의 거대언어모델(LLM) ‘브이쓰리’(V3)의 경우 메타의 최신 모델인 ‘라마(Llama) 3.1’보다 앞선 성능을 보였음에도 인공지능 훈련에 쓴 비용은 557만달러(약 80억원)에 불과했다. 딥시크는 미국이 인공지능 개발에 필수적인 고성능 지피유(GPU·그래픽처리장치)칩의 중국 수출을 통제한 탓에 엔비디아의 최신칩(H100)에 한참 못 미치는 저사양 반도체 에이치(H)800을 2000개 활용해 두 달 만에 브이쓰리를 개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신문 뉴욕타임스는 딥시크의 개발비에 대해 “빅테크인 메타가 최신 인공지능 기술을 구축하는 데 쓴 비용의 약 10분의 1 수준”이라고 전했다.

중국 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의 부상과 관련해 한 메타 직원이 “메타의 생성형 인공지능 조직이 패닉 상태”라고 주장한 미국 블라인드 글. 누리집 갈무리

 

외신들은 딥시크의 성과를 두고, 미국의 대중국 수출 제재가 중국의 엔지니어들이 보다 효율적인 인공지능 개발에 매달리도록 만든 원동력이 됐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딥시크의 인공지능이 성능 면에서 글로벌 10위권으로 뛰어올랐는데, 이는 워싱턴의 수출 규제가 중국의 급속한 (AI 기술) 발전을 막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평가했다.

 

인공지능 개발에 거액의 돈을 투자해온 빅테크들도 ‘가성비’를 앞세운 딥시크의 부상에 난감한 분위기다. 얀 르쿤 메타 수석 인공지능 과학자 겸 뉴욕대 교수는 24일 스레드에 올린 글에서 “딥시크의 성과를 보며 ‘중국이 인공지능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데, 오픈소스 모델이 (오픈AI와 같은) 독점 모델을 넘어서고 있다는 게 적절한 해석”이라고 했다.

 

하지만 미국 빅테크 직원들이 다수 가입한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딥시크가 알원을 공개한 직후 “메타의 생성형 인공지능 조직이 패닉 상태”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 글을 쓴 한 메타 직원은 딥시크의 개발비보다 더 많은 연봉을 받는 조직 리더들을 언급하며 “경영진은 생성형 인공지능 조직의 막대한 비용에 대한 해명을 걱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4일 페이스북을 통해 “올해는 인공지능에 있어 결정적인 한 해가 될 것”이라며 “올해 자본적 지출(CAPEX)을 600억~650억달러 계획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 선담은 기자 >

 

딥시크가 뭐길래 엔비디아가 대폭락해?…중국 AI 돌풍

엔비디아 -17% 등 기존 AI 관련주 급락
저비용 딥시크 등장에 미 경쟁력 의구심
중국이 인공지능에서도 경쟁력 우위?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 딥시크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인 량원펑과 딥시크의 기업로고. 딥시크 누리집
 

중국의 저비용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의 등장에 엔비디아 등 미국의 인공지능(AI) 관련 빅테크 기업들이 흔들리고 있다. 딥시크 등장에 기존 인공지능 기업들의 경쟁력이 의심받으며 최악의 주가 폭락이 일어났다. 중국이 값싸고 뛰어난 성능의 인공지능을 개발함으로써, 이 분야에서 미국을 앞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 미국 증시에서는 챗지피티(ChatGPT) 등 생성형 인공지능 출시 이후 증시에서 최대 빅테크 기업으로 성장한 엔비디아가 무려 17% 폭락해, 5890억달러가 증발됐다. 엔비디아 등 미 증시에서 비중이 큰 빅테크 기업들이 일제히 폭락하며 나스닥 지수는 3.1%, 엔스앤피(S&P)500 지수는 1.5%나 떨어졌다. 하지만, 빅테크 기업이 편입되지 않은 다우존스 지수는 0.7% 올랐다.

 

특히, 인공지능 및 반도체 관련주로 구성된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9.15%나 폭락해, 지난해 9월3일 7.75% 이후 최대로 떨어졌다. 이 지수가 9% 이상 폭락하기는 코로나19 충격이 가해졌던 지난 2020년 3월18일 이후 처음이다.

 

인공지능 산업 수혜주인 브로드컴도 17.4% 폭락해 시총이 1조달러 아래로 내려갔고, 마블테크놀로지도 -19.1%,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11.71% 급락했다. 오라클도 14%나 포락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회사인 대만의 티에스엠시(TSMC)도 -13.33%, 반도체 장비 회사인 네덜란드 에이에스엠엘(ASML)은 -5.75%, 영국 반도체 설계회사 에이아르엠(Arm)은 -10.19% 급락했다.

 

다만, 인공지능 노출이 적은 빅테크 기업들은 선방했다. 애플은 3.18%, 메타는 1.91%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13%, 구글의 알파벳은 4.03%, 테슬라는 2.32% 하락에 그쳤다.

이날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대폭락은 중국이 개발한 딥시크가 저렴한 비용으로 우수한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기존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겼기 때문이다.

 

중국이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인 딥시크는 지난주 출시된 이래 미국에서만 애플스토어에서 가장 다운로드가 많은 앱으로 올라섰다. 딥시크 쪽은 자신들의 인공지능 모델을 훈련시키는 비용으로 단지 560만달러만 썼다고 밝혔다. 인공지능 선두주자인 오픈에이아이(Open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은 자신들의 최신 인공모델인 지피티-4의 훈련에 1억달러 이상이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공지능 관련 조사회사인 앤스로픽의 최고경영자 다리오 아모데이는 지난해 방송에서 일부 기존 인공모델의 훈련에 10억달러에 달하는 비용이 들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특히, 딥시크는 엔비디아이가 개발한 인공지능 관련 고가 반도체를 사용하지 않고도 우수한 성능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딥시크가 거대언어모델(LLM) 훈련에 사용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규모와 비용이 미국 빅테크들과 비교해 훨씬 적어 효율성을 보여줬다고 미국 언론들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인공지능에 첨단 및 고가 반도체를 공급하며 최대 수혜주로 떠올랐던 엔비디아 등 인공지능 관련 기업들이 갑자기 경쟁력을 의심받게 돼 주가폭락으로 이어졌다.

딥시크 돌풍과 기존 인공지능 기업들 주가 대폭락은, 미국의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에서의 기술 규제를 중국이 극복해냈음을 보여줬다는 분석도 있다. 오히려, 중국에 대한 미국의 기술규제 및 공급망 분리인 디커플링이나 디리스킹 정책이 중국의 자급자족적인 기술굴기를 야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정의길 선임기자 >

 

딥시크는 규제를 먹고 자랐다…저가 반도체로 패러다임 전환

미국의 대중 기술규제 압박 속에서
싸고 뛰어난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
기존 AI기업·미국에는 위기일 수도
중국·유럽 등엔 AI 도약 계기 될듯

 
 
 

중국 인공지능(AI) 개발 스타트업인 딥시크(DeepSeek)가 개발한 인공지능 챗봇이 전세계 인공지능 산업을 크게 뒤흔들고 있다.

 

고작 600만달러 미만 비용으로 첫 생셩형 인공지능 챗지피티에 필적하는 성능을 보였다는 평가를 받는 딥시크의 인공지능 챗봇들은 전세계 인공지능의 패러다임을 다시 바꿀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자본가 마크 앤더슨은 딥시크가 인공지능에서 “가장 놀랍고 인상적인 혁신 중의 하나”라고 평가했다.

 

딥시크는 2023년 5월 중국 항저우에서 량원펑(40)에 의해 설립됐다. 광둥성 출신인 그는 저장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 졸업 뒤인 2015년 대학 친구 2명과 함께 '하이-플라이어'(High-Flyer)라는 헤지펀드를 설립했다. 컴퓨터 트레이딩에 딥러닝 기법을 선구적으로 적용해 돈을 모은 뒤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하이-플라이어의 자산을 80억달러로 불린 뒤 소규모 인공지능 연구소를 만들어 운영하다 독립적인 회사로 딥시크를 창업했다. 량원펑은 자신을 펀드트레이더보다는 엔지니어로 인식하고 있다.

 

딥시크는 2023년 11월 첫 번째 오픈소스 인공지능 모델 ‘딥시크 코더’를 시작으로 여러 모델을 출시하고, 지난 10일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최신모델인 딥시크 V-3 및 R-1이 새해 들어 공개되면서 본격적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딥시크는 현재 애플스토어에서 다운로드 1위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딥시크의 새로운 모델을 보면 추론 연산을 수행하는 오픈소스 모델을 효과적으로 만들면서, 슈퍼 컴퓨팅 효율성도 뛰어나다는 점에서 엄청나게 인상적이다”라고 평가했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첨단기술 규제가 오히려 딥시크의 부상을 부른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이 인공지능 등 첨단분야에서 중국의 부상을 막으려고 첨단 반도체 대중국 수출을 금지하자, 딥시크는 기존의 저가 반도체 등을 이용해 인공지능을 개발했다.

 

딥시크 쪽도 첨단고가 반도체 대신 혁신적인 인공지능 훈련 기술을 조합해 인공지능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회사 쪽은 딥시크-V3 개발에 들인 비용이 557만6천달러(약 78억8천만원)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는 메타(페이스북 모회사)가 최신 인공지능 모델 라마(Llama) 3을 엔비디아의 고가 칩 'H100'을 이용해 훈련한 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다.

 

게다가 이번에 발표된 첨단 R1 모델은 오픈소스로 출시돼, 누구라도 이 모델을 사용해 적용할 수 있다. 다른 회사들도 딥시크의 방식을 이용해 값싸고 대안적인 인공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딥시크의 등장으로 기존 인공지능 기반 산업이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딥시크가 인공지능 훈련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 출현의 최대 수혜 기업인 엔비디아에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엔비디아 등은 타격을 받더라도 전체 인공지능 관련 산업은 더 커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딥시크 등장으로 인공지능의 대중화가 가속돼 관련 분야 전반이 더 성장한다는 것이다.

 

엔비디아는 성명에서 딥시크를 “탁월한 인공지능의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질문에 대답하는 인공지능의 작업인 ‘추론’에는 많은 엔비디아 반도체 및 고도의 네트워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딥시크의 성공은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에서 엔비디아의 우위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고, 새로운 인공지능 개발에 결정적이지도 않을 수 있음을 드러낸 점만은 확실하다.

 

딥시크의 성공은 또 인공지능 개발에서 미국의 독주를 막고, 이른바 각국 사이에서 개발력의 평균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딥시크 성공으로 당장은 중국이 미국에 필적할 수 있겠으나, 유럽이나 다른 개발도상국들도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 대통령궁인 엘리제궁의 한 관리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컴퓨터 능력이 더는 인공지능 개발에 결정적 요소가 아니라며 “그 메시지는 우리도 경쟁할 수 있고, 대안을 만들 기회가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한겨레 정의길 기자 >

 

중국 “AI 반도체 수출 통제, 미국 기업 손해”…엔비디아도 반발

 
 
미국 반도체 회사 엔비디아 로고 앞을 한 남자가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인공지능(AI) 개발에 필요한 반도체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하기로 한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다.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제조사인 미국 엔비디아도 자국 정부를 비판했다.

 

중국 상무부는 13일 밤 누리집에 대변인 명의 성명을 내어 “바이든 정부는 합리적인 목소리를 외면하고, 무리한 조처를 했다”며 “이는 국가 안보 개념을 남용하고 수출 규제를 오용한 사례로, 국제 다자간 경제무역 규칙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다. 이에 대해 중국 쪽은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이어 “바이든 정부의 수출 규제 남용은 각국의 정상적인 경제무역 교류를 엄중하게 저해하고, 시장 규칙과 국제 경제무역 질서를 엄중하게 훼손하며, 글로벌 기술 혁신에 엄중한 영향을 미치고, 미국 기업을 포함한 전 세계 기업의 이익에 엄중한 손해를 끼친다”며 “중국 쪽은 정당한 권익을 단호히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무부 대변인은 350여자의 입장문에서 ‘엄중하게’라는 단어를 4차례 반복하며 미국 쪽 조처를 강하게 비판했다.

 

앞서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으로의 인공지능 반도체 유입을 더욱 차단하는 조처를 내놨다. 중국·북한·러시아 등 20여개 ‘우려 국가’는 미국 기술이 들어간 첨단 그래픽 처리장치(GPU) 등 인공지능 반도체를 계속 구입할 수 없도록 하고, 한국 등 18개 동맹·파트너 국가는 제한을 두지 않으며, 동맹이나 우려국가가 아닌 국가들에는 구입 수량에 한도를 설정하는 내용이다. 임기를 일주일 남긴 바이든 정부가 막판에 대중국 반도체 견제의 고삐를 강하게 당긴 것이다.

 

인공지능 관련 반도체 제조의 선두 주자인 미국 엔비디아도 즉각 반발했다. 네드 핀클 엔비디아 정부부문 담당 부사장은 “이번 조치는 시장 결과를 조작하고 경쟁을 억압함으로써 미국이 어렵게 얻은 기술적 이점을 낭비할 위험이 있다”며 “미국은 혁신과 경쟁, 그리고 전 세계와 기술을 공유함으로써 승리하는 것이지, 정부의 과잉개입이라는 벽 뒤에 숨어서 후퇴하는 것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중국에 대한 수출 규제 등 통제를 받고 있지만, 이번 조처로 수출 통제국가와 사전 수출 승인이 필요한 국가가 확대되면서 추가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챗 지피티(GPT) 개발사인 오픈에이아이(AI)는 중국과 경쟁에 앞서기 위해 정부의 투자와 통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픈에이아이는 이날 ‘경제 청사진’이라는 제안서를 통해 “글로벌 펀드에는 인공지능 프로젝트에 투자될 약 1750억달러(257조원)가 대기 중”이라며 “미국이 이를 끌어들이지 못하면 중국이 지원하는 프로젝트로 흘러 들어가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픈에이아이는 인공지능 모델에 대한 수출 통제안을 제시하며 “동맹국과 파트너에게 첨단 인공지능 모델을 제공해, 중국이 아닌 미국 기술에 기반한 인공지능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한겨레 베이징/최현준 특파원 >

 “현명한 대응은 미국의 아픈 곳에 보복을 하는 것”

크리스티아 프랜드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지난 9월 17일 캐나다 오타와 연방의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
 

캐나다 차기 총리 후보인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전 캐나다 부총리 겸 재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위협에 맞대응해 보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프릴랜드 전 장관은 27일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에 대한 보복 관세 품목 공개 등 맞대응 방안을 제시했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현명한 대응은 미국의 아픈 곳에 보복을 하는 것”이라며 “지금은 캐나다를 위해 싸울 진지한 계획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트럼프의 관세 위협에 대한 대응을 두고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뒤 사임했다가 트뤼도 총리가 사퇴하자 캐나다 여당인 자유당 대표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달 1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서 수입하는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또 미국의 경제력을 이용해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만들겠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그는 플로리다 오렌지, 위스콘신 유제품, 미시간 식기세척기가 보복의 표적이 될 수 있다고 언급하며 캐나다가 표적이 될 미국 제품의 세부 품목을 즉시 공개하도록 촉구했다. 캐나다는 보복 관세를 검토하고 있지만 자세한 부과 대상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프릴랜드 전 장관은 자신이 당 대표로 선출돼 총리가 된다면 취임 첫날 멕시코, 덴마크, 파나마, 유럽연합의 지도자들을 한자리에 모으는 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그는 이들 국가와 함께 “주권과 경제에 대한 도전에 공동으로 대응할 방안을 조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 외 다른 국가와도 관세 전쟁을 본격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 26일에는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과 보복 관세 부과를 놓고 충돌했다가 겨우 타협점을 찾았다. 페트로 대통령이 미국이 추방한 콜롬비아 이주자를 태운 미 군용기 입국을 거부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에 따른 조치로 콜롬비아에 대한 관세를 1주일 내로 50%로 올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페트로 대통령도 상응하는 보복을 다짐하며 정면 충돌하는 듯 했으나, 콜롬비아 정부가 미국 내 자국 이주자를 수용하기로 하면서 50% 관세 부과를 유예했다.  < 한겨레 김민제 기자 >

취임 4일만에 덴마크-미-그린란드 회의 발족키로

덴마크, 영토주권 강조하면서도 "안보 논의는 필요"

트럼프, 중국 '북극 실크로드' 계획 6년 전부터 경계
희토류-흑연-원유 자원에 북미 대륙과 가까운 이점
3자 대화 진행 과정에서 트럼프의 '속내 '드러날 듯

 

내연기관 자동차 대국과 인공지능(AI) 대국. 화성 정복과 영토 확장.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밝힌 두 개의 목표다. 지난 20일 취임사에서 미국의 막대한 원유-가스 에너지를 토대로 최강의 제조업 국가가 되겠다고 하더니, 다음 날 글로벌 AI 합작회사 스타게이트(Stargate) 설립을 발표했다. 미국의 황금시대를 열겠다며 강조한 '프론티어'도 부조화다.

 

1940년 제작된 '아메리칸 테크네이트' 지도. 민주주의의 대안으로 급진 기술주의를 주장한 하워드 스콧이 제작했다. 효율적인 과학적 기술주의 운동은 대공황 시대의 좌절을 겪은 미국에서 바람을 일으켰지만 2차 대전 발발과 함께 소멸됐다. 지도는 그린란드와 캐나다, 멕시코, 카리브해 지역 및 남미의 콜럼비아와 베네수엘라, 기아나를 죄다 미국 영토로 표시했다. 영토 확장을 시사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뒤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25.1.27. [컬럼비아 대학 도서관 누리집] 시민언론 민들레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다짐하더니, 19세기 제국주의식 영토확장 의지를 밝혔다. "미국 안보에 너무 중요하기 때문에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확보하는 데 군사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겠다. (7일, 마러라고 발언)"는 것.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엇갈리는 행보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일단 지정학적으로 '평지풍파'를 일으키는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문제부터 살펴보자.

 

트럼프식 게임의 제1원칙은 변하지 않았다. 불쑥 내던진 말로 '충격과 공포(shock and awe)'를 한껏 고조시킨 뒤 시차를 두고 나오는 행동을 봐야 속내가 드러난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뒤 협상에 나서는 게 그의 거래의 법칙. 1기에 비해 속도가 더 빨라졌다. 세계가 '충격과 공포'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24일 북극 안보를 의제로 '덴마크-미국-그린란드' 3자간 대화 채널을 구성키로 기초적인 합의를 도출했다. 트럼프의 최근 발언을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는 '국제안보'를 위해 그린란드가 필요하다. 그 주변에 중국 선박과 군함이 있다. 덴마크는 그린란드를 유지하는 데 큰 비용이 들기에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린란드 사람들도 덴마크 (지배)에 행복하지 않다. 우리와 함께 하면 행복할 거다. (20일, 행정명령 '서명 쇼' 도중 발언)"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가 '국가안보' 차원에서 필요하다.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 (7일, 마러라고 발언)" 그린란드의 독립 희망도 슬그머니 부추겼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에 착륙한 도널드 트럼프 전용기. 대통령 취임을 앞둔 지난 7일 트럼프의 아들 트럼프 주니어가 타고 왔다. 그는 '개인적으로 관광 여행을 왔다"라면서도 "그린란드 사람들에게 아버지의 인사를 대신 전한다"고 말해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야심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트럼프는 이날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를 차지하는 데 군사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말해 파란을 일으켰다. 2025.1.7. 로이터 연합
 

덴마크와 유럽은 충격에 휩싸였다. '군함 외교'를 시사한 트럼프의 발언 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조약 제5조 문제가 거론되고 있다. 덴마크 역시 나토 동맹국이기에 "한 나라가 공격받으면 모두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규정에 따라 나토가 집단 방위에 나서야 한다. 그런데 공격 주체가 나토의 맹주인 미국이라면, 대서양 양안의 안보 구도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된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교장관이 벌써부터 영토의 불가침성을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유럽의 허둥거림을 대변하는 게 로베르트 브리거 유럽연합(EU) 군사위원장의 25일 발언이다. 그는 "그린란드에 미군뿐 아니라 EU 병력도 주둔하는 것을 고려하는 게 합리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군사력이 없는 EU 군사 수장이 내놓은 '선문답'이었다. 당사자인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발끈한 건 물론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트럼프의 '무력사용 불사' 발언이 나온 7일 "그린란드는 매매 대상이 아니다"라고 못 박으며 "그린란드는 그린란드인의 것이라는 게 덴마크 정부 입장"이라고 밝혔다. 2019년 트럼프의 매입 제안에 "말도 안된다(absurd)"라며 일축한 것과는 다소 다른 뉘앙스다. 트럼프는 당시 덴마크 방문을 돌연 취소, '뒤끝'을 보였었다. 덴마크 정부는 '북극 안보'를 의제로 미국과 대화에 나설 용의가 있음을 밝히고 있다. 상대적으로 발언이 자유로운 국회의원(안데르스 비스티센)이 23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에 대해 "젠장, 꺼져라(Fuck off)"라는 욕설을 내놓았을 뿐이다. 그린란드 자치정부도 반발하는 한편,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있다.

 

미군이 1943년부터 주둔해 온 그린란드 피투픽 우주군 기지 전경. 미국 연방정부가 2005년 영문판 위키페디아에 게시한 사진이다. 시민언론 민들레 
그린란드 피투픽 우주군 기지. 2023년 10월 4일 촬영된 사진이다. [로이터 자료사진]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도 21일 "우리는 미국인도, 덴마크인도 되고 싶지 않다. 우리는 그린란드 인이다"라며 미국의 51번째 주는 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비비안 모츠펠트 자치정부 외교장관은 "수일 내 트럼프와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라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과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24일 첫 통화에서 북극 안보를 의제로 덴마크, 미국, 그린란드 3자 대화에 합의했다고 라스무센 장관이 밝혔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6년 째 그린란드에 집요하게 집착할까?

 

뉴욕타임스 외교안보 전문기자 데이비드 생어는 "분명한 사실은 트럼프가 그린란드와 파나마 운하 획득에 진짜 진지하다는 점"이라면서 "전직 부동산 개발업자가 실제로 땅을 원할 수도 있고, '포함 외교'를 통해 그린란드에 기존 군기지에 대해 추가 기지를 건설하려고 할 수도 있다"고 추측하는 데 그쳤다. 미국은 1943년부터 그린란드 군사기지를 두고 있다. 공군 기지에서 출발, 미사일 방어(MD)망의 핵심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피투픽 우주군 기지다. 냉전시대 에는 미군 수천 명이 주둔했지만 지금은 수백명 규모로 알려졌다.

 

한반도 10배 면적(2,166,086㎢)에 인구 5만 6000여 명인 그린란드는 동토의 땅이었다. 그러나 얼음이 녹아 북극 항로가 열리면서 미국과 러시아, 중국 등 강대국들의 각축장이 된 지 오래다. 항로는 그린란드의 풍부한 자원 개발와 운송을 용이하게 한다. 유럽보다 북미 대륙에 훨씬 가깝다는 지정학적 위치도 트럼프의 관심을 끌 요인으로 지적된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오른쪽)와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가 10일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1.10. EPA 연합
 

관세뿐이 아니다. 트럼프의 대외전략은 "중국에서 시작해서 중국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국이 '북극 실크로드(Polar Silk Road)' 프로젝트를 내세우며 일찌감치 그린란드에 접근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2019년 그린란드 매입 의사를 처음 내비친 것 역시 중국과 무관치 않다. 2018년 그린란드 내에 공항 3곳의 건설에 자금을 대려는 중국의 시도를 미국 국방부가 나서 간신히 중단시킨 뒤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중국 선박의 북해권 출입은 더 늘었다. 러시아의 양보 덕분이다. 러-중 해군은 북극 인근 해역에서 연합훈련도 실시했다. 중국은 말래카 해협~수에즈 운하를 잇는 기존 항로보다 짧은 북극 항로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천연자원 개발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그린란드는 흑연과 희토류는 물론 원유와 천연가스도 풍부하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인용한 미국 지질조사국(USGS) 자료에 따르면 그린란드의 희토류 매장량(150만t)은 미국의 180만t보다 작다. 매장량 4400만t의 중국에 맞서기엔 족탈불급이다. 그러나 북미 대륙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흑연도 많다. 중국은 희토류와 흑연 수출을 제한, 서방에 대한 압력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175억 배럴의 원유와 148조 20억 입방피트의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도 추정된다. 빌 게이츠의 에너지 벤처자금이 투자된 '코볼드(KoBold) 메탈'은 몇년 전부터 AI를 통해 그린란드의 광물 매장지역을 탐사하고 있다.

 

그린란드 지도와 이곳에 대한 영토확장 의지를 공공연히 내비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실루엣. 2025.1.15. 로이터 연합
 

조 바이든 행정부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한국과 일본을 고별방문한 뒤 지난 8일 프랑스에서 트럼프의 그린란드 구상에 대해 "실현될 수 없는 아이디어가 분명하다"라면서 선을 그었다. 그 시간에도 트럼프의 그린란드 구상은 무르익고 있었다. 트럼프의 흉중을 바이든의 관점에서 읽으면 허방을 짚기 십상이다.

 

트럼프 1기의 마지막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2019~2020)을 역임한 로버트 오브라이언은 지난달 말 "그린란드가 미국 방위에 중요하다는 대통령 당선자의 말은 100% 맞다"라고 단언했다. 자신의 X 계정에 "우리는 덴마크인을 사랑하지만, 몇 대의 드론을 추가 배치하고, 개썰매팀이나 탐사선을 늘리는 것으론 러시아-중국 공산주의자들로부터 그린란드를 지키는 데 충분치 않다"라면서 "우리의 위대한 동맹 덴마크가 그린란드를 지킬 수 없다면, 미국이 발을 들여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가 북극을 무장하고 중국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과 나토가 안보적 고려를 하는 것은 정당하다"는 라스무센 덴마크 외교장관의 말도 같은 맥락이다.

 

덴마크-미국-그린란드가 3자 대화에 이미 합의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덴마크와 그린란드에는 영토주권이 걸린 문제이기에 대화가 순탄하기 진행되기는 어려울 걸로 전망된다. 중요한 건 대화체를 구성키로 했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외교안보팀은 취임과 동시에 덴마크 및 그린란드와 대화를 시작할 방안을 준비해 왔다. 취임 나흘 만에 3자 대화에 기본적인 합의가 이뤄진 배경이다.

 

그린란드 수도 누크 남쪽 80㎞ 지점에서 지구온난화로 녹은 세메크 빙하가 흘러내리고 있다. 2021년 9월 11일 촬영된 사진이다. [로이터 자료사진] 연합 

 

미국은 1867년 제정 러시아로부터 알래스카를 매입했을 때부터 그린란드에 눈독을 들여왔다. 트럼프에겐 '점령'이건, '매입‘이건, '협력'이건 중요하지 않다. 미국 국익을 극대화할 수만 있다면 방식은 부차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거듭 강조하거니와 '짖는 트럼프'와 '무는 트럼프'는 다르다. 1기 행정부 취임 첫 해 "북한을 절멸시키겠다"며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뒤 2018년 돌연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마주 앉았던 트럼프다. "군사력 사용" 암시는 긴장을 고조시키는 단계에 한 말로 읽힌다. 그가 그린란드에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는 대화 과정에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민들레 김진호 기자 >

 

“취임 첫날 북한 ‘핵보유국’명명... 취임 나흘째 김정은과 접촉하겠다 인터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마이애미로 이동 중인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기자들에게 발언하고 있다. A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1주일도 되지 않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협상 의지를 다양한 형태로 드러내고 있다. 취임 첫날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부른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나흘째 방영된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접촉하겠다는 뜻을 명시적으로 밝혔다. 미국 내 북한 전문가들은 빠른 시간 내 정상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게 보면서도, 트럼프 대통령 쪽에서 이미 접촉을 시작했거나 조만간 시작할 거로 예상했다. 1순위로 내세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과제가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접촉을 앞당기게 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 외교를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녹화 방송된 폭스뉴스 숀 해너티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과 다시 연락을 취해보겠느냐(you reach out to him again?)’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I will, yeah)”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란과 북한을 비교하면서 종교적 열정이 강한 이란과는 협상이 어렵다고 밝힌 뒤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종교적 광신자가 아니다. 똑똑한 남자(smart guy)다”라고 밝힌 뒤 “그는 나를 좋아했고, 나는 그와 잘 지냈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 취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4일(현지시각) 한겨레와 이메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핵보유국’ 발언은 워싱턴 정가의 비판을 피하면서도 북한에는 양보로 비치는 ‘은밀한 양보’이며, 협상 재개를 위해 내민 손”이라며 “(연락하겠다는 발언에 비춰보면) 트럼프 행정부가 유엔을 통해서든 어떤 형태로든 북한 쪽에 접촉했고, 김정은의 반응을 기다리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핵 문제는 우크라이나·가자 전쟁과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우선순위에 드는 세 가지 과제 중 하나다. 이들 중 하나에서라도 신속한 승리를 거두고 싶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이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과 개인적 외교를 재개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 임무를 맡은 그레넬 대사가 북한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미국으로 하여금 북한과 접촉할 필요를 키우는 상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는 연합뉴스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기 위한 협상은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데, (우크라이나 협상에서) 진전을 이루기 위해서는 북한군이 철수해야 한다. (북미 간) 비공식 채널을 통한 의사소통이 천천히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라이츠 부소장도 “아마도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에 우크라이나 전쟁 무기 제공 중단을 요구할지 모른다. 저는 그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해서 빠른 시간내에 구체적 성과가 나오길 기대하기는 무리라는 평가가 많다. 베넷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위원장은 하노이 노딜로 심한 굴욕감을 느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대한 양보를 하기 전까지는 그에게 승리를 안겨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즉각 응하기보다 더 많은 양보를 기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싱크탱크 ‘불량국가 프로젝트'의 해리 카지아니스 대표도 연합뉴스 서면 인터뷰에서 “김씨 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수십억 달러를 벌고 있다. 미국을 비롯해 다른 나라와 어떤 타협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화 재개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어떤 대화(시도)도 수개월 내지 수년 뒤에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크로닌 허드슨 안보석좌도 연합뉴스에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싶어 할 것이지만, 이것은 우회적이고 긴 과정이 될 것이며 아무 결과가 없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플라이츠 부소장은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선언하고 더는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한 발언은 거의 2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라며 “북한이 그 입장을 재고할 시간이 충분했다. 트럼프가 당선된 현재 국제 상황은 이전과 다르다”고 전망했다.

 

북미회담이 이뤄진다 해도 트럼프 1기 때처럼 ‘전부 또는 전무’가 아닌 스몰딜 형태로 진행될 거라는 전망이 많았다. 베넷 연구원은 “정책 실패를 의미하는 ‘비핵화 포기’ 대신 그것을 30~50년 장기 목표로 전환할 거로 본다. 바이든 행정부도 (일괄딜이 아닌 스몰딜에 초점 맞춘) 제한적인 협상책을 제안했었다. 트럼프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김정은이 300~500개의 핵무기를 보유한 부대를 창설하려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따라서 비핵화를 끌어낼 수 없다면 핵무기 증강을 늦추거나 중단시키는 게 목표가 되어야 한다. 트럼프는 이 목표를 중심으로 북한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하고 위협 제거를 위해 노력할 거로 본다”고 말했다.  <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

 

트럼프 측근 “한미연합훈련 잠깐 멈춰도 돼”…김정은과 협상 시동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 부소장
“훈련 중단 전례 있어…그레넬 특사가 협상 나설 것”

 

 
 
프레드 플라이츠가 보수정치행동회의(CPAC)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측근인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북한과의 협상 재개를 위해 한미연합훈련의 일시적 중단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별 임무를 위한 대통령 특사로 지명된 리처드 그레넬 전 주독일 대사가 북한과 접촉에 나설 것이라 내다봤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24일(현지시각)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과 인터뷰에서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한미연합훈련이 여전히 중요하다고 보지만, 북한과 선의의 협상을 할 가능성이 있다면 훈련을 잠시 중단하는 것이 해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 동료들 중 많은 이들이 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 훈련은 1990년대에도 중단된 적이 있다. 전례가 존재했다는 점을 덧붙이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8년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당시 북한의 반발을 고려해 한미연합훈련을 축소·중단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조치가 향후 북미 대화에서도 반복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풀이된다.

 

그레넬 대통령 특사의 역할도 강조했다.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을 대변할 순 없지만 그는 김정은과 개인적 외교를 재개하고 싶어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특별 임무를 맡은 그레넬 대사가 북한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며, (북한과) 대화가 가능한지 여부를 우리가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한국을 적으로 선언하고 더 이상 협상에 관심이 없다는 발언을 한 것을 들었다. 그러나 그 발언들은 거의 2년 전에 이루어진 것이다. 북한이 그 입장을 재고할 시간이 충분했다고 본다”며 “트럼프가 당선된 현재 국제 상황은 이전과 다르고, 갈등을 해결할 가능성이 많다”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연락을 취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할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또한 플라이츠 부소장은 북미 대화에서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문제가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그는 “아마도 미국은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북한에 무기 제공 중단을 요구할지 모른다. 저는 그러기를 바라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이를 검토 중인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이 최근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한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비핵화 포기 또는 핵군축 협상으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미국은 여전히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북한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정의한 핵보유국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는 트럼프 지지 성향의 싱크탱크로, 플라이츠 부소장은 트럼프 행정부 1기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비서실장을 지냈고, 최근까지 트럼프 2기 정권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해왔다.    < 한겨레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