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사실상 북극 전체 관련한 미래 합의틀(framework) 마련했다”
미·유럽 갈등 일단 숨 고르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구상에 반발해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에 다음 달 1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던 계획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 참석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 사무총장인 마르크 뤼터와의 회담을 통해 그린란드, 나아가 사실상 북극 전체 지역과 관련한 미래 합의틀(framework)을 마련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해결책이 최종 성사된다면 미국은 물론 모든 나토 회원국에 매우 유익할 것”이라며 “이 같은 이해를 바탕으로 2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던 관세를 부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다음달 1일부터 10%, 오는 6월1일부터는 25%의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이들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해 군사력 사용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나토 차원에서 그린란드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 유럽 동맹국 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번 관세 철회 결정으로, 그린란드를 둘러싼 미·유럽 갈등은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간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뤼터 사무총장은 이날 다보스 현지에서 회담을 갖고 최소한 관세와 군사적 충돌을 피하는 선에서 출구 전략을 마련하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미래 합의틀’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백악관 역시 추가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미래 합의틀’이 마련됨에 따라, 그린란드와 북극권의 안보·경제적 권리를 둘러싼 미국과 유럽 간 후속 협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그린란드에 적용되는 ‘골든돔(Golden Dome·미국 차세대 공중·미사일 방어체계)’과 관련해 추가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논의가 진전되는 대로 추가 정보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제이디 밴스 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티브 윗코프 특사가 협상을 맡게 되며, 필요할 경우 다른 인사들도 참여해 나에게 직접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그린란드는 미국의 국가안보에 매우 중요하다”며 소유권 확보 필요성을 거듭 주장했다. 하지만 군사력을 사용하지는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덴마크 정부는 “무력 사용을 배제하겠다는 발언은 환영한다”면서도, 그린란드의 주권 문제는 협상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번 발표 직후 글로벌 금융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미국과 유럽 증시는 동반 상승했고, 국채 금리는 하락했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그린란드 획득 위해 무력은 안 써…즉각 협상 원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각)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례회의에서 특별 연설을 하고 있다. 다보스/AFP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문제와 관련해 “즉각적인 협상을 원하지만 무력을 사용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린란드 인수 구상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위협이 아니며, 나토 안보 강화를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그들을 위해 100% 함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설에서 그린란드를 언급하며 “나는 무력을 사용하고 싶지 않으며,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며 “미국이 그린란드를 다시 인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즉각적인 협상에 나설 것을 추진하고 있다. 많은 유럽 국가들 또한 그렇게 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이 요구하는 것은 단순한 사용권이 아니라, 방어를 가능하게 하는 명확한 권리와 지위”라며 “(그린란드 인수 요구에 대해) 선택지가 있다. ‘예’라고 말하면 우리는 깊이 감사할 것이지만, ‘아니오’라고 하면, 우리는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는 미국·러시아·중국 사이에 위치한 전략적 요충지”라며 “사실상 북아메리카의 일부이자 서반구 북부 전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국제 안보 환경에서 이처럼 광대하고 거의 무방비 상태인 지역은 미국의 핵심 국가 안보 이익과 직결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 일각에서 제기되는 ‘희귀 광물 확보 목적’ 주장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그린란드에는 희귀한 원소들이 존재하지만, 진짜 문제는 광물이 아니라 가공 기술”이라며 “(그린란드 광물 개발을 위해) 수백 피트의 얼음을 뚫어야 하는 상황에서 광물 확보가 핵심 이유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덴마크가 독일에 빠르게 점령됐던 사례를 언급하며 “당시 미국이 그린란드를 방어하지 않았다면 적대 세력이 서반구에 거점을 마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은 막대한 비용을 치르며 그린란드를 방어했고, 전쟁 뒤 이를 덴마크에 반환했다”며 “얼마나 어리석은 결정이었나. 그런데 지금 그들은 얼마나 배은망덕한가”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인수 논의가 나토에 대한 위협이 아니라 오히려 동맹 전체의 안보를 강화하는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린란드 문제는 미국뿐 아니라 유럽과 나토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며 “강하고 안전한 미국은 곧 강한 나토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덴마크가 2019년 그린란드 방어 강화를 위해 2억 달러 이상을 지출하겠다고 발표했지만 실제로 지출한 금액은 그 금액의 1%도 안 됐다”며 “그린란드를 보호·개발·관리할 수 있는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 김원철 기자 >
‘트럼프 성토장’ 된 다보스포럼…“함께 행동 안 하면 잡아먹힐 것”
마크롱 “유럽 종속시키려 끝없이 관세 동원…용납 안 돼”

올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야욕을 규탄하는 성토장이 됐다. “폭력배보다 존중이 낫다”, “괴물이 될지 말지 스스로 택하라” 등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한 날 선 비난이 쏟아졌다.
다보스포럼 사무국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각) 다보스포럼 연설에서 오늘날의 세계가 “국제법이 짓밟히며 유일하게 의미 있는 법이란 가장 강한 자의 법인 무규범 상태로 들어서고 있다”며 “제국주의적 야심들이 수면 위로 다시 떠오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날 오른쪽 눈 충혈 탓에 선글라스를 쓴 채 연단에 올랐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러한 징후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미국이 무역 협정을 통해 벌이는 분쟁”을 콕 집어 언급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미국발 무역 전쟁이 “우리(유럽)의 수출 이윤을 갉아먹고 최대의 양보를 요구하며, 유럽을 공공연히 약화·종속시키려 한다”며 “여기에는 끝없이 쌓이는 새로운 관세가 동반된다. 이는 근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며, 특히 그것이 영토 주권을 침해하기 위한 지렛대로 쓰일 때 더욱 그렇다”고 비판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국의 그린란드 합병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일방 통보한 점을 꼬집은 것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연합이 ‘무역 바주카포’로 불리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를 발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겨냥해 “우리는 폭력배보다 존중을, 음모론보다 과학을, 적자생존보다는 규범을 선호한다”며 연설을 맺었다.

바르트 더 베버르 벨기에 총리 역시 유럽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받는 압박을 ‘노예 상태’에 비유하며 수위 높은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패널 토론에서 “(미국에 대해) 불행한 노예가 되는 건 행복한 신하가 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일”이라며 “지금 양보하면 존엄을 잃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미국-유럽 간) 동맹을 지켜낼 책임은 미국 대통령에게 있다”며 “괴물이 될지 말지는 트럼프의 선택”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나토(NATO) 회원국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는 덴마크의 그린란드 영유권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약속했다. 그는 “우리는 세계질서의 ‘전환’이 아닌 ‘균열’ 한가운데 있다”며 “강대국의 지정학이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 잔혹한 현실의 시작”이라고 짚었다. 이어 “중견국들은 함께 행동해야 한다. 우리가 테이블에 앉지 못하면, 우리는 (잡아먹히는) 메뉴가 된다”며, 미국·중국·러시아 등 열강의 ‘파워 게임’에 맞서 다른 나라들이 한 목소리를 내자고 했다.
다보스포럼은 65개국 정부 수반이 모인 가운데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연설을 앞두고 있다. 그린란드 영유권과 유럽 8개국에 대한 관세 부과 방침 등에 대한 입장을 재차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날 다보스포럼 회의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그린란드 문제를 두고 대화를 시도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덴마크 정부는 다보스포럼에 대표단을 보내지 않겠다며 미국 쪽과의 대면 접촉을 피했다. <천호성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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