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미국·유럽연합(EU) 등이 미얀마 쿠데타 발발 1년을 맞아 미얀마 내 인도적 상황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을 촉구하는 공동성명을 1일 발표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한국 등은 공동성명에서 “미얀마 군부정권의 국가비상사태 종료, 제약없는 인도적 접근 허용, 외국인 포함 자의적 구금자 석방, 민주적 절차로의 조속한 복귀를 거듭 촉구한다”며 “폭력을 즉각 중단하고 평화적 사태 해결을 위한 모든 당사자 간 건설적 대화 개시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명에서 “미얀마 쿠데타 발발 뒤 1년간 미얀마 내 인도적·경제적·민주적 상황 악화 및 국내 교전 확산 등으로 미얀마 국민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았으며, 군부는 미얀마 및 역내 평화와 안정을 심대하게 저해했다”고 비판했다.
공동성명에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뉴질랜드, 유럽연합(EU), 노르웨이, 스위스, 알바니아가 참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중국과 일본은 불참했다.
외교부는 “우리나라는 아시아 국가 중 유일하게” 성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우리 정부는 아시아 민주주의의 선도 국가로서 사태 초기부터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과 인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표명해 왔으며, 앞으로도 미얀마 사태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 국제사회와 계속 긴밀히 공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12일 하원에 출석해 2020년 5월15일 총리 관저에서 코로나19 방역지침을 어기고 파티를 한 것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사임 위기로 몰아 넣은 ‘파티 게이트’와 관련해 영국 정부가 정권 핵심에 있는 이들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엄격한 봉쇄 조처가 취해졌을 때 파티를 개최한 것은 “리더십과 판단이 결여된 것”이라며 “이를 정당화하는 것은 힘들다”고 결론 냈다. 존슨 총리는 재차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사퇴 요구엔 응하지 않았다.
그동안 ‘파티 게이트’에 대해 조사해 온 수 그레이 영국 내각부 제2차관(공직윤리 담당)은 31일 12쪽짜리 보고서를 내어 “몇몇 모임에선 정권 핵심에 있는 이들에게 요구되는 높은 기준을 지키지 못했다. (이는) 리더십과 판단이 결여됐던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몇몇 모임에 대해서는 정당화가 힘들다”면서 “일터에서 과도하게 술을 마시는 것은 어느 때라도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레이 차관은 이번 조사에서 2020년 5월∼2021년 4월 사이에 총리관저에서 이뤄진 16개의 모임을 자세히 살펴 봤다. 이 가운데는 존슨 총리가 참석을 인정하고 사과한 2020년 5월20일 총리관저 파티와 6월 존슨 총리의 생일 파티도 포함돼 있었다. 그레이 차관은 “이 가운데 경찰이 수사했던 사안은 4건뿐이라며 나머지 12건에 관해선 정보를 경찰에 인계했다”고 설명했다. 그 때문에 보고서의 분량도 12쪽 정도로 최소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레이 차관은 이번 조사를 벌이면서 70명이 넘는 사람을 최소한 한 번 이상 개별적으로 면담했고 왓츠앱 메신저, 문자 메시지, 사진과 동영상, 총리실 출입 기록 등을 광범위하게 확인했다고 밝혔다. 존슨 총리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이번 사건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중요한 교훈이 정부 전체에 즉시 전달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가 발표된 뒤 존슨 총리는 하원에 출석해 봉쇄 기간 총리실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해 “우리는 반성해야 하고 더 배워야 한다”고 재차 사죄하면서도 경찰 수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며 사퇴요구는 일축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파티 참석 사실에 대해 사죄하면서 “조사 결과가 나오면 성명을 발표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었다.
하지만, 존슨 총리는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큰 비난을 받으며 사면초가에 몰려 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는 “영국 국민들은 팬데믹 기간 고통스러운 희생을 치렀다. 존슨 총리는 국민의 희생을 무시하고, 공직에 적합하지 않다는 사실을 스스로 드러냈다”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여당인 보수당의 앤드루 미첼 의원도 “존슨 총리를 더이상 지지하지 않는다”고 했고, 테리사 메이 전 총리도 “존슨 총리와 주변인들은 해당 규정을 읽지 않았거나, 그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니면 자신들에게 적용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수 있다. 어느 쪽인가?”라고 되물었다. 길윤형 기자
지난 29일 미 텍사스 콘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환호하고 있다. 콘로/AFP 연합뉴스
말썽많았던 정치인 트럼프는 퇴임 1년을 훌쩍 넘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뉴스의 중심을 맴돌고 있다. 미국 전직 대통령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가 유일한 사례다. 방송 경력도 화려한 그는 대중의 눈길을 끄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새해 들어 그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정말 정치권 복귀를 노리고 있는 걸까?
미국은 격년으로 선거를 치르는 나라다. 새 대통령이 취임한 다음 해 11월 둘째 주 화요일엔 중간선거가, 2년 뒤 같은 날엔 대선이 치러진다. 미국을 “선거운동이 영원히 멈추지 않는 나라”라고 부르는 것도, “선거운동은 투표 다음 날 시작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2년째를 맞은 올해는 중간선거가 치러진다. 중간선거에선 연방 하원의원(임기 2년) 435명 전원과 상원의원 100명의 약 3분의 1(임기 6년), 상당수 주지사(임기 4년) 선거가 치러진다. 연방 하원과 상원의 구성, 주요 지역 주지사의 성향에 따라 차기 대선의 향방이 바뀔 수도 있다. 지난해 8월 중순을 기점으로 추세가 뒤집히면서, 지지율 40%대를 가까스로 방어하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올 들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것도 이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5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애리조나주 플로렌스에서 열린 대중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올 들어 처음이다. 그는 “인종 차별적으로 처방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다. 백인이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 접근에서 명백히 차별을 받고 있다”는 그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근거 없는 주장을 내놓으며 참석자들을 흥분시켰다. 이어 29일 텍사스주 콘로의 행사에 나타난 그는 다시 ‘출마 카드’를 꺼내 들었다.
지난 29일 미 텍사스주 콘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콘로/EPA 연합뉴스
“2024년 대선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1.6 사태 관련자를 공정하게 대할 것이다. 너무 불공정한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사면도 하겠다.”
‘1.6 사태’는 지난해 1월6일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 부정을 주장하며 대선 결과를 최종 확정 지으려 의원들이 모인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을 말한다. 당시 사태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한 미 정치권에선 의회 차원에서 조사위원회를 꾸려 지금까지 진상을 파헤치고 있다. 사태를 ‘배후 조종’한 의혹을 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도 당연히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그는 이날 집회에서 1.6 사태를 포함해 자신을 겨냥한 수사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악질적이고 인종 차별적인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위법이나 불법을 저지른다면, 워싱턴과 뉴욕, 애틀란타를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미국의 선거 제도 부패에 맞서 사상 최대 규모의 시위가 벌어지기를 희망한다.”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선거 부정’을 주장했던 때와 한치도 달라지지 않은 선동적인 발언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은 다가오는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이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것임을 뜻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요 지역에서 자신의 지지자가 공화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선거운동을 지원할 모양새다. 이들이 중간선거에서 당선돼 의회로 입성한다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곧바로 2024년 대선 운동에 뛰어들 것이다.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난해 12월29일 <로이터> 통신이 여론조사 기관 입소스에 맡겨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99%의 인지도와 52%의 호감도를 기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인지도와 호감도는 각각 98%의 44%였다. 차기 대선 당내 후보 경선 출마가 유력한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인지도 82%, 호감도 41%)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인지도 92%, 호감도 42%)는 두 가지 지표 모두 뒤처진다. 새롭게 떠오르는 공화당 대선 주자인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는 인지도(76%)에선 뒤졌지만, 호감도(45%)에선 1%포인트 앞섰다.
하지만 2024년 공화당 대선 후보 적합도를 묻는 질문에선 격차가 크게 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54%를 차지한 반면 드산티스 주지사는 11%에 그쳤다.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각각 8%와 4%로 그 뒤를 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지난해부터 드산티스 주지사에 대한 견제에 나서는 한편, 차기 대선에서 그를 부통령 러닝메이트로 삼겠다는 주장도 내놓은 바 있다.
지난 29일 미 텍사스주 콘로에서 열린 대규모 집회에서 지지자들이 ’미국을 구하자’라고 쓴 손팻말을 들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을 듣고 있다. 콘로/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6일 플로리다주의 한 골프장. 휴대전화로 아무렇게나 찍은 화면 속에 모자를 눌러 쓴 트럼프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 “여러분은 지금 미국 제45대 대통령의 티샷(각 홀의 첫 타격)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동행한 이의 말에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제45대 대통령이자 제47대 대통령”이라고 정정한 뒤 골프채를 휘둘렀다. 주변 지지자들 사이에선 찬사가 터져 나왔다.
이 영상은 당일 인스타그램 등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개돼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새삼 한가지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실성 여부를 떠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4년 출마’ 카드를 의식적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카드를 쥐고 흔드는 한 그의 ‘정치 생명’은 지속되기 때문이다. 의회의 조사와 검찰의 수사에 맞설 든든한 방패로 삼을 만하다. 여러모로 '목불인견'이지만 기묘한 권력의 속성이다. 정인환 기자